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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선정 2006년 10대 뉴스

    ●국내 부동산 광풍… ‘반값 아파트’ 논란 8월부터 수도권 전세난이 시작된 데다 고(高)분양가 아파트가 경쟁적으로 나오면서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쏟아내면서 강남 아파트 버블론을 떠들어댔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깊어가기만 하던 서민들의 아픔과 시름은 분노로 이어져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 뒤늦게 ‘반값 아파트´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출 분단국 한국에서 10월13일 유엔의 수장을 배출했다. 유엔 가입 15년 만에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8대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반 총장은 1월1일부터 5년 임기 동안 지구촌의 갈등·분쟁의 조정자 역을 맡게 됐다. 북한 핵문제, 빈·부국간 격차 해소, 인종·종교간 갈등, 유엔 개혁 등 산적한 국제 현안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FTA협상… 격렬 반대시위 ‘제2의 개항’으로 불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올 2월 개시됐다. 올해에만 5차례 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산물·자동차·의약품·무역구제 등 핵심 쟁점들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기가 계속됐다. 협상장 안의 공방 못지 않게 한·미 FTA에 반대하는 농업·노동계의 장외 반대도 거셌다. 내년 3월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당 5·31지방선거 참패와 분열 참여 정부의 실정에 등을 돌린 민심은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에 참패를 안겼다. 한나라당은 모든 연령층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전통적으로 열세 지역인 서울 강북에서도 이겼다. 열린우리당은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를 가동해 전열 정비에 나섰으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정계 개편의 격랑에 휩싸이며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 중도파 등으로 핵분열을 일으켰다. 사행성게임 ‘바다이야기’ 파문 사행성 게임장 ‘바다이야기’ 열풍에 청와대와 여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게임 산업 부패구조의 실체가 드러났다.‘바다 이야기’에 빠진 서민들은 얄팍한 주머니를 털리고 패가망신한 사람이 수두룩했다. 국회의원의 보좌관 2명이 구속됐고 현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전 장·차관 등의 관련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피라미´만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법·검 갈등 폭발… 론스타 영장 기각 법조비리 수사 후 검찰이 청구한 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되며 가시화되기 시작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이용훈 대법원장의 “검사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는 발언으로 더욱 증폭됐다. 법원은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양쪽의 감정대립은 가라앉지 않았다. 검찰이 론스타 경영진 등의 영장 기각에 반발, 준항고하며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철회 파문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는 헌정사상 첫 여성 소장 지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코드 인사’에 ‘법적 절차 위반’ 논란을 부르면서 여야가 극한 대치하는 등 정국의 파행을 초래했다. 결국 11월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전 후보 지명을 철회하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전 소장 후보는 8월16일 지명된 지 103일 만에 상처만 입은 채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 보수언론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론의 불을 지피고 보수층이 호응하면서 찬반 논란으로 비화했다. 미국이 나서 “한국은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음에도 반발은 멈추지 않았다.12월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예비역’장성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괴물’ 관객신기록…최대1300만명 올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전국에서 관객 1230만명을 끌어 모았으나,7개월 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1301만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다.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은 두 작품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6 히트상품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명숙 첫 여성총리 탄생 헌정 사상 한명숙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은 여성사와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국민들은 이해찬 전임 총리의 날카로운 언행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온화한 인상의 한 총리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복잡다단한 국정을 잘 조정해주기를 기대했다. 통합의 리더십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해외 북한 핵실험과 6자회담 재개 북한의 7월 미사일 발사에 이은 10월 핵실험은 동북아의 긴장도를 극대화했다. 북한의 대외 관계는 남한은 물론 중국·일본 등과도 극도로 악화됐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이 이어졌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 마침내 새해를 2주일여 앞두고 6자회담이 재개됐다. 하지만 성과는 다음해로 미루게 됐다. 미국 민주당 중간선거 석권 지난달 7일 실시된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석권했다. 민주당의 양원 장악은 1994년 중간선거 참패 이후 12년 만이다. 이라크전이란 ‘재료’에 힘입어 민주당은 하원에서 233석을 얻어 202석에 그친 공화당을 크게 따돌렸다. 상원에서도 100석 가운데 51석을 차지했다. 선거후 이라크전의 총지휘자였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결국 경질됐다. 조류 인플루엔자 지구촌 확산 인류를 위협하는 ‘신(新) 흑사병’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지구촌에 번졌다.2003년 12월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AI는 올해까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등 44개국으로 확산됐다. 인체에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최소 153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 시대’로 규정,1억명 사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중남미 좌파정권 ‘도미노’ 올해 선거를 치른 중남미 10개국 중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브라질, 니카라과, 에콰도르, 베네수엘라가 승리를 거둬 ‘좌파도미노’의 위력을 떨쳤다. 반미 좌파의 맹주인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반(反) 신자유주의자인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 가입을 추진하는 등 좌파동맹의 ‘경제블록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라크 내전 악화와 후세인 사형선고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5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종파 갈등의 격화로 내전이 악화됐다. 부시 미 대통령이 중간선거에 패배하면서 이라크 상황은 한층 불투명해졌다.11월5일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뒤에는 후세인 지지세력인 수니파와 현정부 다수 세력인 시아파, 북부 유전지대를 장악한 쿠르드족을 따로 분리하자는 ‘이라크 3분론’이 제기되고 있다. 마호메트 비하 만화 파문 마호메트 비하 발언으로 유럽과 이슬람권이 몸살을 앓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월 독일에서 미사집전 도중 이슬람교를 ‘사악한 종교’라고 지칭, 이슬람 국가들을 격분케 했다. 급기야 교황은 공식 사과 뒤 터키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 화해에 나서 사태가 진정됐다.2월에는 덴마크의 한 신문사가 마호메트를 비하한 만평을 실어 이슬람권과 유럽 언론의 대립이 격화됐다. 일본 아베총리 취임… 우경화 가속 아베 신조가 9월 말 일본의 새 총리가 되면서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 때리기를 통해 당선된 그는 교육기본법, 평화헌법은 승전국 연합군이 강요한 항복문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취임후 교육기본법 개정, 방위성 승격 등 국가주의를 거침없이 강화하고 있다. 전후체제 청산의 완결판 명분을 앞세워 개헌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쓰나미· 온난화… 지구촌 기상재앙 5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강진이 발생해 5000여명이 숨졌다.7월에는 자바섬에 쓰나미가 덮쳐 66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 필리핀에서는 태풍 두리안이 강타해 1000여명이 사망·실종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4월에는 헝가리 다뉴브강 수위가 1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상재앙이 잇따랐다. 고유가 및 에너지 확보전 중동 정세의 불안, 중국의 고성장과 미국 경제의 회복세로 국제적인 원유 수급불안이 제기되면서 10월 들어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고유가 현상이 나타났다. 러시아가 막대한 원유·가스 자원을 배경으로 인도, 유럽 국가들과 전략관계 재편을 시도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등도 에너지 자원을 위해 전방위 노력에 나서는 등 치열한 에너지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친디아의 전략적 접근과 슈퍼파워화 세계 인구의 40%에, 연평균 8% 이상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친디아는 올해도 세계를 긴장시켰다. 중국과 인도 경제력의 합이 25년내 G7을 추월할 것이라는 등의 경계론이 대두됐다. 또 두 나라에서 중산층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곧 엄청난 소비붐을 몰고와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블레어 정치자금 수수 경찰조사 ‘불명예’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집권 말기에 현직 총리로는 첫 경찰 조사를 받는 최악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사상 최연소 총리, 총선 3연속 승리 등 화려한 정치 행보의 이력을 지닌 그가 집권 노동당의 비밀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 수사의 핵심 당사자로 전락하는 처지가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경찰 수사가 정부의 핵심인 ‘다우닝가(총리 관저)의 심장’ 깊숙이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다우닝가 10번지의 집무실에서 오전 11시부터 2시간동안 조사를 받았다. 총리실은 변호사가 대동하지 않은 참고인 신분의 간단한 조사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총선에서 블레어 총리가 거액의 정치자금에 대한 수수 대가로 후원자들에게 귀족 작위를 수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블레어 총리는 후원자 12명으로부터 1400만파운드(약 253억원)의 정치자금을 지원받았다. 총선이 노동당의 승리로 끝난 후 이들 후원자들은 귀족 작위를 받고 종신 명예직인 상원의원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야당은 ‘매관매직’ 의혹을 제기했고 런던경찰청은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블레어 총리의 개인 정치자금 모금자인 로드 레비 등 3명이 체포됐다. 돈을 받고 귀족 작위를 팔았다는 의혹도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그동안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조사가 끝난 뒤 곧바로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떠났다. 런던 경찰청은 다음달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997년 ‘제3의 길’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블레어 총리는 그동안 신좌파에서 친미 우향우 노선 등 갈지자(之) 행보로 ‘부시의 푸들’이라는 조롱을 받았다. 국민 여론과 당내외 압박으로 그는 집권 10년을 맞는 2007년 퇴임할 예정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진보 싱크탱크 ‘대안’ 찾아 모인다

    ‘비판만 하다 보니 대안이 없다.’ 진보에 대한 가장 냉정한 평가다. 그래서 진보진영 싱크탱크들이 모여 대안을 얘기하기로 했다. 진보진영 10개 싱크탱크들이 ‘위기에서 대안으로’를 모토로 합동 연속토론회를 연다. 참가하는 싱크탱크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조희연 교수로 상징되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출신 손석춘씨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최대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주주운동마저 신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해 온 ‘대안연대’, 성공회대·상지대·한신대 3개 대학의 공동연구소인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임혁백(고려대) 교수 등 중도좌파 성향 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좋은정책포럼’, 장상환(경상대) 교수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과 연계된 ‘진보정치연구소’, 참여연대의 싱크탱크이면서도 이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참여사회연구소’, 최장집(고려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코리아연구원’, 박원순 변호사의 ‘희망제작소’ 등이다. 이들은 첫 행사로 24일 오후 3시 서울 마포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한국경제의 대안을 찾아서’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유럽형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연구해 온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가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병권 연구센터장이 ‘노동주도형 경제모델’을 제안한다. 실무준비작업을 해온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일단 한달에 한번씩 4∼6회 정도 주제별 토론회를 진행한 뒤 성과가 있으면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진보정치연구소가 발간할 예정인 `신국가전략보고서’를 소재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미국·프랑스, 정계 우먼파워

    ■ 美 펠로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 의회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에 16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추대된 낸시 펠로시 의원의 낯빛은 밝지 못했다. 대통령 유고시 딕 체니 부통령에 이어 승계 2위에 올랐지만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스테니 호이어 의원의 손을 맞잡은 그녀의 얼굴에는 어색함이 역력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이 공공연하게 밀었던 존 머서(펜실베이니아) 의원 대신 긴장관계에 있는 호이어(메릴랜드) 현 원내총무가 선출됐기 때문이다.<서울신문 16일자 15면 참조> ●원내대표 경선에 표심 관철 못 시켜 호이어 의원은 이날 비밀투표 경선에서 149표를 얻어 86표에 그친 머서 의원을 가볍게 따돌렸다. 펠로시는 여성 첫 하원의장으로서 산뜻한 첫발을 떼는 데 상처를 입게 됐으며 당내 통솔력에도 의문부호가 매겨졌다. 뉴욕 대학 의회연구센터의 폴 라이트는 “하원의장으로서 할 일은 첫 싸움에서 누구라도 넘볼 수 없도록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었는데 그녀는 확실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머서의 패배는 낙태와 총기 규제 및 하원 윤리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이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진보파의 지지를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펠로시와 원내 2인자인 호이어 의원은 원내 운영과 당내 진로를 둘러싸고 충돌할 것으로 우려된다. 펠로시는 애써 기자회견에서 “당내에 논란도 있고 견해차도 있었다.(그런데도) 지금까지 함께 걸어왔다.”며 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한인단체 등에선 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여온 그녀가 내년 1월 차기 하원의장직에 앉게 되면 결의안 재상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프리카계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이 원내 서열 3위인 원내총무로 선출됐다. 아프리카계 원내총무 역시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되찾은 상·하원 지도부 구성이 모두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인선 내용이 알려진 상원 상임위원장 외에 통상·과학·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일본계인 하와이 출신의 다니엘 이노우에 의원이 내정됐고 국토안보·정보위원회 위원장에는 코네티컷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조지프 리버먼 의원이 내정됐다. ●약진하는 여성 정치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등장은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 결정과 맞물려 여성 정치인의 위상이 약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과 버티 어헌 총리,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지난해 11월 전후 첫 여성 총리에 오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현역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이다.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전 총리는 현재 유엔인권고등판무관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노르웨이 전 총리는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여성 권익 신장에 앞장서고 있다. 프랑스의 미셸 알리오마리 국방장관도 대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어 루아얄과의 승부가 펼쳐질지 관심을 모으며 영국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인 마거릿 베케트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북유럽(40)을 제외하고는 유럽의 여성 의원 비중은 17.4%에 그쳐 미국(21.4%), 아시아(16.5%)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dawn@seoul.co.kr ■ 佛 루아얄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여성뿐이다.”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53)은 “여성의 시대가 왔다.”며 이같이 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도약’한 그녀는 정치 실종으로 신음하고 있는 프랑스를 구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 소신에 따라 지난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두 달여 장정 끝에 지난 16일(현지시간) 치러진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 1차투표에서 60.6%의 지지율로 관록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20.81%) 전 재무장관, 로랑 파리뷔스(18.59%) 전 총리를 여유있게 제치고 대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변화를 선택한 사회당원 지난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뛰어든 루아얄은 환경장관(92년), 학교교육담당장관(97년)을 역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를 ‘대선 후보’로 인식하는 사람은 없었다. 학교 폭력과 아동 포르노물 추방 등 충실히 정책을 시행하면서 ‘내면화된 야망’을 키워갔다. 그녀가 프랑스의 주목을 받은 계기는 지난 2004년 지방선거에서 푸아투-샤랑트 지역의 의회의장에 선출된 것이다.‘무리’라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 전통적으로 우파가 강했던 이 지역을 찾아가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관료가 아닌 ‘정치인 루아얄’을 각인시켰다. 앞서 1988년 미테랑의 보좌관 생활을 접고 두-세브르 지역 의원으로 출마할 때도 “지역에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 발로 뛰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개척정신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후 ‘참여 민주주의’를 내걸고 가장 먼저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전자 정치’에 주력하면서 지명도를 높여갔다. 특히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친화력으로 기존 정치인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선 소식을 접한 일성이 “그저 행복감을 느낄 뿐”이었다는 것도 그녀의 소박함을 보여준다.88년 총선 출마 당시를 기억하면서 “아이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기차에 훌쩍 올라탔다.”고 말하는 등 감성 정치에도 뛰어나다. 1953년 9월22일 세네갈 다카르에서 2차대전 참전 용사인 육군 대령 자크 루아얄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프랑스의 전형적 엘리트 코스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ENA 동기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 함께 정식결혼이 아닌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당이 단합할 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먼저 경선 과정에 나타난 당의 분열을 꿰매야 한다. 우선 다른 후보들과의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분열을 해소하고 12년 만의 정권 탈환에 주력해야 한다. 17일 당선 확정 소식을 들은 그녀가 “이제는 당이 단합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부담을 잘 보여준다. 지난 2002년 대선 1차투표에서 좌파가 분열,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후보가 극우정치인 장-마리 르 펜에 밀리는 이변을 낳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다. 또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대선 주자로 유력시되는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 맞서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앞에 두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잇단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은 사르코지와 같은 지지율이 나올 정도로 내년 대선은 접전이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이미지 정치로 인기에 영합했다는 비판에 맞서려면 국정 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게 사회당 안팎의 시각이다. vielee@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3)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

    [세계의 싱크탱크] (13)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싱크탱크들 가운데 브루킹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학들 내에서 하버드가 차지하는 위치와 비슷하다. 브루킹스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연구소 가운데 하나이고, 연구 결과가 가장 많이 인용되며, 이에 따라 영향력이 가장 큰 싱크탱크로 손꼽힌다. 학문적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중도좌파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다. 브루킹스의 역사는 1916년 개혁주의자들에 의해 세워진 정부연구소(Institute for Government Research)로부터 시작한다. 이 연구소의 탄생을 지원했던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사업가 로버트 브루킹스는 1922년과 1924년에 경제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s)와 브루킹스대학원을 추가로 설립한 뒤 1927년 세 기관을 모두 합쳐 브루킹스연구소로 재탄생시켰다. 브루킹스는 특정 분야를 심층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내외 정책의 전반을 연구하는 종합 연구소이다. 그 가운데서도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미국의 대외정책, 경제, 정부와 통치, 국제경제와 개발, 메트로폴리탄 정책이다. 브루킹스는 연구소 내에 교육 정책, 아동과 가정, 동북아정책연구, 사회 및 경제 변동, 미국과 유럽, 중동정책을 연구하는 별도의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보수적 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와 공동으로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하기 위한 연구도 수행 중이며, 어번연구소와는 세금 정책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국제경제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싱크탱크의 영향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 결과가 가장 많이 언론에 인용된 연구소는 브루킹스였다.2000년과 2002년에 이뤄졌던 비슷한 조사에서도 브루킹스는 1위를 차지했었다. 브루킹스의 국내외적인 영향력은 다양한 부류의 거액 기부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50만달러(약 5억원) 이상 기부자 가운데는 뉴욕의 카네기 사와 영국의 국제개발부, 카타르 대사관, 미 상공회의소가 포함돼 있고 25만달러 이상 기부자에는 보스턴 칼리지와 포드 재단, 도쿄 클럽 재단,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부가 들어 있다. dawn@seoul.co.kr ■ “독립된 정책적 시각·목소리 그대로 반영” “특정 정치인 도울땐 떠나야… 복귀땐 환영”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브루킹스의 론 네센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소장과 한반도 전문가인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소의 경쟁력 유지 방안과 연구 수행 방식 등을 설명했다. ▶브루킹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네센= 오랜 역사와 통찰력 있는 연구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초당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워싱턴은 양극화된 이념의 싸움장이다. 그런 곳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평가를 받는다고 본다. 워싱턴에는 다양한 종류의 싱크탱크가 존재한다. 어떤 싱크탱크는 특정한 ‘어젠다’를 옹호하기 위해 결과를 정해놓고 연구를 시작한다. 브루킹스는 다르다. 순수하게 연구를 통해 결과를 도출한다. ▶보수측에서는 브루킹스가 ‘리버럴’하다는 평가를 한다. 부시= 우리 연구소에 특정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브루킹스에는 중도좌파적인 연구원과 중도우파적인 연구원이 공존한다. 연구원마다 각자의 주관이 있다. 헤리티지처럼 연구원들이 연구소의 ‘지침’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의 경우 어떤 연구원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다른 연구원은 보다 유연한 정책을 지지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최근에는 ‘같은 모습, 같은 목소리(One Look,One Voice)’라는 통합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중요시한다. 연구소의 연구결과도 그런 점이 필요한 것 아닌가. 부시= 그것은 기구의 철학과 관련된 것이다. 브루킹스는 연구원들의 독립된 정책적 시각을 존중해온 전통을 갖고 있다. 네센= 우리 연구소의 분위기는 대학과 비슷하다. 브루킹스는 국내 정책이나 대외 문제에 대해 연구소 차원의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 연구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준다. ▶다양한 목소리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시= 예를 들어 북한 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면 토론이 활성화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토론을 보고 있는 일반인들이 문제의 여러 측면을 알게되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소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사람들에게 특정한 독트린을 주입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 연구소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가를 제시해준다. ▶선거 때 특정한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는가. 부시= 만일 브루킹스의 연구원이 특정한 정치인을 돕고 싶다면, 개인 시간에 할 수가 있다. 만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연구소를 떠나야 한다.2004년에 동료 연구원 2명이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외교 정책 공약을 돕기 위해 몇 달간 휴가를 냈다. 그리고 선거에서 케리가 패배하자 동료들은 연구소로 돌아왔다. ▶그들이 연구소로 돌아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나. 네센=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돌아와 기뻤다. 브루킹스는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직접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선호한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연구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면 연구의 질과 객관성은 어떻게 유지하나. 부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연구원이 정책 보고서 초안을 완성하면 이를 소장에게 제출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 6명의 이름도 함께 줘야 한다. 소장은 그 가운데 3명에게 초안을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다. ▶브루킹스 같은 연구소를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부시= 미국의 경우 정부가 각종 재단이나 기구에 대한 기부금을 세금에서 공제해준 것이 싱크탱크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것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된 연구기관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dawn@seoul.co.kr ■ 브루킹스와 한국관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브루킹스의 대표적인 한국 전문가는 리처드 부시 선임연구원이다. 부시 연구원은 중국과 타이완 문제 전문가였으나 한반도까지 연구의 폭을 넓혔다. 부시 연구원은 스스로를 대북 강경론자라고 말하지만 보수적인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에 비해 중도적이고 온건한 정책 제안들을 제시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은 부시 연구원은 미 국가정보위원회에서 아시아 정책을 분석·조정하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부시 연구원은 브루킹스 동북아정책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 타이완, 홍콩 등에서 선발된 정부 관리나 연구원, 언론인 등이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박형중 통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방문연구원으로 파견돼 동북아 정세 속에서의 한국 외교 정책 방향을 연구 중이다. 박 연구위원 직전에 파견됐던 임원혁 한국개발원(KDI) 연구원은 워싱턴에서 열린 각종 한반도 토론회에서 ‘외롭게’ 대북 포용정책의 불가피성을 설파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브루킹스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도 안보분야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프린스턴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모두 받은 오핸런 연구원은 군사전략과 군사기술, 군축 분야 등에 일가견을 갖고 있어 이라크전 등 주요한 안보 현안이 터질 때마다 미국 미디어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오핸런 연구원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행정부로 옮겨 대외정책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오핸런 연구원의 현재 연구 과제 가운데는 이라크와 북한 정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의회에서 그의 정책 보고서가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잭 프리처드 전 대북협상 특사는 최근까지 브루킹스에서 한반도 현안을 다루다 한국경제연구소(KEI)의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브루킹스는 지난 5월에는 세종연구소와 함께 ‘서울-워싱턴 포럼’을 출범시켰다. 두 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한반도 관련 현안들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이다. dawn@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1) 프랑스 콩코드재단

    [세계의 싱크탱크] (11) 프랑스 콩코드재단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기’ 프랑스 우파 지식인들이 지난 97년 창설한 싱크탱크 ‘콩코드 재단’ 홈페이지(www.fon dationconcorde.com)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문구다. 한 문장으로 압축된 이 문구는 콩코드 재단의 정체성은 물론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콩코드 재단은 파리 8구 테레란로 9번지의 7층에 세들어 있다. 좁은 사무실과 두 칸의 회의실이 전부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콩코드 재단이 프랑스에서 지닌 의미는 자못 크다. 콩코드는 창립 9년 만에 ‘엘리제궁과 가장 가까운 싱크탱크’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프랑스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재단의 초기 멤버 가운데 6명이 지난 2002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선에 공을 세운 뒤 입각했다. 도미니크 페르벤 법무부 장관, 르노 뒤트레유 공직·국가개혁부 장관, 에르베 게마르 농업·수산·전원부 장관 등이다. 여기에 시라크 대통령의 오랜 정치고문인 제롬 모노가 재단 창립부터 지금까지 든든한 후원자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집권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도 재단의 주요 회원이다. 콩코드 재단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앙가주망(사회참여)’을 기치로 한 사회주의 지식인의 목소리가 강한 프랑스 사회에서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리-도핀대 경제학과 교수인 미셸 루소 소장은 “좌파에 대응하자는 데 공감한 지식인들이 모여서 재단을 창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논거는 좌파에게서는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입장도 명백하다.‘중도 우파’를 내건 재단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조정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개혁을 촉진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단측은 단기적 목표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때보다 더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내년 대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공언한다. 콩코드 재단의 또 다른 특징은 ‘거버넌스 담론’에 기초한 새로운 개념의 싱크탱크라는 점이다. 단순한 학자들의 연구기관이 아니라 학계, 재계, 정·관계 등 각 분야의 구성원들이 연계해 활동한다. 현재 정식 회원은 1800여명이다. 여기에 콩코드 재단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 8000여명이다. 이들은 주로 상·하원 의원, 고위 공무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 지방자치단체 의원 등으로 콩코드 재단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게 재단측 설명이다. 재단은 소장과 3명의 부소장 아래 ‘전문가 협의체’와 ‘분야별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교수·작가·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협의체는 재단이 연구할 이슈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면 분야별 위원회가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정기 모임을 갖고 활발하게 논쟁을 벌이면서 심층 연구한다. 이어 정책 포럼·외부 토론회·심포지엄 등을 거쳐 간행물 형태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위원회는 행정 개혁, 국방, 국가 정체성, 지방분권, 에너지 대책, 복지, 기업과 고용문제 혁신, 국제협력 및 개발, 고등교육 개혁 등의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섀도 캐비닛을 방불케한다. 최근엔 사회보장제도를 둘러싼 국가 부채 문제를 놓고 이슈를 제기했다. 지난 25일에는 ‘부채의 역사, 경제에 미치는 부담과 해결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 예산부장관을 지낸 알랭 랑베르가 연사로 나섰다. 아울러 지난해 대학생과 청년들이 창립한 ‘콩코드의 힘’(Impulsion Concorde)이 콩코드재단의 든든한 네트워크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우리 미래는 우리 세대가 결정한다.’는 슬로건을 창립 목표로 내세운 ‘콩코드의 힘’은 18∼30세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 콩코드재단과 연계해 논쟁을 제기해 주목받았다. vielee@seoul.co.kr ■ 佛 싱크탱크 변천사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의 주요 싱크탱크는 30여곳이다. 영국이나 미국식 개념의 정책 어젠다 개발은 주로 정부 부처 산하의 위원회가 분야별로 담당한다. 이들이 관계 및 학계·연구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외무부의 정책분석위원회(CAP)를 들 수 있다. 종합적 성격의 싱크탱크는 민간 연구소에서 맡는다. 물론 대부분 학술적 활동에 머물러 있어 영미식 싱크탱크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비교적 연혁이 오래된 국제관계연구소(IFRI)와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등이 대표적이다.IFRI는 외교·안보분야,CNRS는 기초학문 분야와 통계 분야에서 유명하다. 영미식 싱크탱크가 등장한 것은 80년대 들어서다. 대표적인 단체가 1985년 중도 좌우파 연합을 기치로 내건 생시몽 재단과 범 우파 연합의 성격을 띠고 1997년 창설된 콩코드 재단이다. 이 재단들은 정·관·학계는 물론 기업·언론인 등이 함께 모여서 연구하고 활동하는 이른바 ‘거버넌스(분야간 협력체제) 담론’에 바탕한 싱크탱크다. 최근 한국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파트너십’에 따른 두 싱크탱크의 등장과 활동은 프랑스에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처음에는 이전처럼 학문적 수준의 연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체의 현실 참여로 주목받았다. 총체적 시각으로 정책을 내놓고 이슈를 제기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특정 정파나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특히 생시몽 재단의 경우는 미국 자본이 뒤에서 후원해 ‘세계화’를 미화하는 데 일조한다는 이유로 좌파 진영의 질타를 받았다.‘제3의 길’에 가까운 노선을 취했던 생시몽재단은 좌파 지식인들과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 지난해 문을 닫았다. 생시몽 재단에 견줘 콩코드 재단은 공공연하게 미국식 자본주의 논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좌파 지식인들은 “‘우파 그룹이 만든 ‘생시몽 재단’” “권력 재탈환을 겨냥한 우파의 결집”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콩코드재단은 ‘부의 창출 없이는 사회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모토 아래 경제와 기업 활동 촉진에 주력하고 있다. vielee@seoul.co.kr ■ “안정 바라는 유럽인 우파지지 계속할것” |파리 이종수특파원|콩코드재단의 미셸 루소 소장은 “정치적 독립성과 역동성이 콩코드 재단의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이고 공적 영역에만 활동이 국한돼 있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관료적이고 규범적이어서 창의성이 모자란다.”며 다른 싱크탱크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선의 일등공신으로 ‘엘리제궁과 가장 가까운 싱크탱크’라는, 다분히 냉소적인 기사를 봤다.”고 반문하자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국가 영역에서 독립됐다는 뜻이다. 우리의 정치 지향점이 우파이기 때문에 특정 정파를 도울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그들과 입장이 같지는 않다.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과 매우 가깝다. 그러나 재단 운영은 자율적이다. 우리는 그저 현실의 여러 문제를 분석하고 논쟁을 제기할 뿐이다.” 그는 장 마리 르펜이 이끄는 극우 파와의 차이를 강조했다.“우리는 중도 우파다. 그들의 사상은 우리보다 훨씬 과격하다. 위험한 면도 있고….” 자연스레 질문은 최근 유럽에서 우파 혹은 극우파(최근 벨기에와 오스트리아의 경우)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넘어갔다.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유럽에서 넓은 의미의 우파가 미칠 영향력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두 가지 이유 즉, 이민자와 이슬람 문제 때문인데 사회 안정을 바라는 유럽인들은 우파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당연히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들이 이슬람 문화권이지 유럽문명의 세례자는 아니라는 것이다.“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한다면 인도는 왜 안되는가.”라고 덧붙였다. 이민자 문제의 해결 방안을 물었더니 역시 우파 지식인다운 반응이 나왔다.“(사견을 전제로)끔찍하다. 당장 멈춰야 한다. 우리는 이민자가 필요하지 않다. 왜 아프리카인들은 프랑스만 쳐다보고 있는가. 왜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지 않는가. 여기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공간적으로 가깝다는 것과 그들에게 학교·건강 분야에서 공짜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과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것이다.” 올해 초 학생 소요 사태를 야기한 ‘최초고용제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이었다.“대학생들이 과격 시위를 한 것은 30년 가까이 프랑스 사회를 지배해 온 사회주의 문화 탓이다. 시라크 대통령이 최근 사회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듯 속도는 조절하더라도 제도 자체의 문제는 없다고 본다.” 내년 대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당연히 사르코지가 이긴다. 대선은 사르코지와 루아얄의 좌우 각축 속에 흥미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사르코지다. 좌파에게서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필요한 것은 변화다.”고 말했다. 루소 소장은 파리시 공무원과 세 차례 소도시의 시장을 역임한 뒤 파리-도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vielee@seoul.co.kr
  • [녹색공간] 핵으로 살 수 있는 평화는 없다/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원래 생태주의는 좌파나 우파라고 하는 고전적 분류방식에는 잘 맞지 않는다.‘만가지 색깔의 생태주의’라는 표현이 있듯이, 녹색을 하나의 이념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다양한 흐름이 공존한다. 이념의 지형상 무정부주의자들은 극좌파보다 더 왼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정부와 국가의 해체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궁극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잊을 만하면 친서를 보내는 브리지드 바르도를 비롯한 동물애호가단체 중 일부는 극우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자연 혹은 생태라는 이름만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나로 묶기에 그 흐름은 너무도 다양하다. 과학적 접근을 부정하거나 신비주의와 영성을 내세우는 것도 엄연히 생태주의의 한 흐름이고, 또 극단적으로 기술을 통해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술중심주의도 생태진영의 한 축을 형성한다. 이런 다양성 속에서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측면이 한가지 있는데, 핵폭탄과 핵개발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생태주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공유하는 대체적인 공통점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뒤로 우리나라 좌파에 쉽지 않은 질문이 던져졌는데, 우파들은 우리나라 좌파 진영을 한마디로 ‘전근대적’이며 ‘비합리적 사유’를 하는 ‘친북집단’으로 한번에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1992년 동구 붕괴 이후에 새롭게 형성된 우리나라 좌파는 역사적 뿌리도 깊지 않을뿐더러, 워낙 극우파에 가까운 우파 전통이 강한 사회에서 생각을 형성하기 위해 나름대로는 대단히 유연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좌파에 비해서 비교적 생태주의나 여성주의의 시각을 일찍 받아들인 편이고, 그래서 1970년대 냉전시대의 유럽 좌파나 남미 좌파에 비하면 훨씬 유연한 우리나라 좌파는 그 기본이 ‘신좌파’에 가깝다. 이중 생태주의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북한핵에 대해서 반대하는 진영을 형성한다. 원래 생태주의자들은 핵폭탄만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핵폐기물을 대량 발생시키는 ‘평화적 핵발전’에 대해서도 반대하기 때문에, 당연히 여하한 종류의 핵에 대한 의존에 반대하는 최전선에 서 있게 된다. 그래서 당연하게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에 대해서 반대하는 ‘절대 평화’ 혹은 ‘무조건적 평화’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런데 평화라는 단어가 현실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게 될지는 미처 몰랐다. 북한도 ‘평화’를 위해서 핵실험을 했고, 잠재적 핵무장을 염두에 둔 일본도 ‘평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북한의 파트너 격인 미국도 ‘세계평화’라는 말을 사용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전쟁주의자들 역시 ‘한반도 평화’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국지전을 각오하자고 한다. 그야말로 ‘힘 위에 세우는 평화’ 혹은 ‘전쟁 없이는 지킬 수 없는 평화’라는 냉전 독트린이 전면 부활한 듯하다. 그러나 평화는 핵폭탄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생태주의자들은 미국과 북한·일본 그리고 한국의 전쟁주의자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면서 비판하는 것이다. 핵으로 자신을 지키고 체제를 지킬 수는 없다. 전경들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핵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코뮌’의 정신은 직접민주주의와 자치의 정신인데, 이게 사라진 억압체계가 결국 핵폭탄을 요구하게 된 셈이다. 과연 북한이 핵으로 평화를 살 수 있을까? 이 거대한 실험은 결국 실패할 것 같다. 그리고 한반도 녹색화의 길이 그렇게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 규모의 거대 자본 앞에서 ‘폐쇄된 섬’으로 떠 있던 한 국가가 선택한 ‘평화의 길’, 그러나 핵으로 살 수 있는 평화는 세상에 없다. 미국이 평화로운가? 미국은 40년 전부터 언제나 전쟁 중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스웨덴식 복지 패배 아닌 승리”

    지난달 17일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자, 한국에서는 유럽식 사민주의 복지모델이 드디어 파탄났다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런데 정작 스웨덴을 공부한 학자들은 보수언론이 주도한 얄팍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번 기회에 스웨덴 모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요청에 ‘오해의 결이 워낙 두껍게 쌓여 있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조차 모르겠다.’(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다 안재흥 아주대 교수가 아예 ‘2006년 스웨덴 총선 결과의 해석-스웨덴 모델의 특성과 신정치의 아이러니’라는 글을 본지에 보내왔다. 이번 스웨덴 총선의 전말과 의미를 분석한 글이다. 안 교수는 서강대, 미시간대를 거쳐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유럽 사민주의를 연구한 정치학자다. ●스웨덴 총선결과는 ‘시장의 완패’ 환호성의 배경에는 ‘사민당 패배=스웨덴 모델의 패배=시장의 승리’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이번 총선결과가 외려 스웨덴 모델의 철저한 승리라 분석한다. 이번에 승리한 보수당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같은 부자당·친기업당의 단골 메뉴인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가 창당 이래 최대의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세안을 던져버리고 스웨덴 모델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끝에 승리했다. 보수당마저 스웨덴 모델을 지키겠다고 선언하고서야 집권할 수 있었으니 스웨덴 모델의 진정한 승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거꾸로 사민당의 패인은 실업과 복지같은 좌파적 이슈를 외면하고 ‘성장’,‘균형예산,‘물가안정’ 같은 우파 레퍼토리만 읊어댔다는 데 있다. ●사민당 패배는 복지개혁의 아이러니 안 교수는 이를 신정치, 즉 비난회피정치의 아이러니로 봤다. 세계화 시대 새로운 정치는 복지국가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는 총대를 누가 메느냐다. 복지혜택자들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위험은 크다. 이 비난을 피하는 데 사민당은 일단 유리하다. 최소한 ‘사민당이라면 엉뚱한 짓은 안 하겠지.’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감세안처럼 급진적 처방을 내건 보수당이 대패하고 사민당이 계속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이게 이번 총선에서 역전됐다. 사민당은 1994년 재집권한 뒤 보편적 복지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개혁을 진행하면서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까지 이뤄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완전고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이런 성과만 강조하다 보니 신자유주의적으로 비쳐졌고,‘그래도 스웨덴 모델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한 보수당보다 더 반노동자적으로 인식된 것이다. ●‘극적인 전환’은 없다 그렇기에 안 교수는 ‘사민당의 우향우, 보수당의 좌향좌’ 현상이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극적인 전환’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스웨덴 정당사에서 이런 유연함은 언제나 있어왔다는 것이다.20세기 초 노조를 기반으로 집권한 사민당은 외려 “정치권력을 장악했으니 이제 민간기업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한걸음 물러선 뒤 법인세 감면, 임금억제 등 온갖 투자유인책을 마련했다. 동시에 우파인 자유당은 스웨덴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유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임노동자기금’(이윤의 일부를 주식 형태로 노조에 줘 소유집중을 완화하자는 방안)을 제일 먼저 구상했던 정당이다. 스웨덴 총선에서 진정으로 배울 것은 현실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정당의 이런 모습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스트리아 극우파 약진… 좌파 ‘어부지리’ 勝

    오스트리아 극우파 약진… 좌파 ‘어부지리’ 勝

    1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민당이 35.7%를 득표,34.5%에 그친 집권 우파 인민당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다. 사민당이 집권당과 이념이 다른 야당이란 점에서 이번 선거를 최근 유럽정치의 두드러진 특징인 좌·우파간 ‘정치적 진자운동’의 결과물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좌파의 선전보다 극우파의 약진이 판세를 가른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슬람 대신 조국을” 극우세력 15% 득표 집권 우파의 패배는 지난달 스웨덴 좌파의 패배만큼이나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경제가 기록한 3.1%의 성장률은 유로화 사용지역에선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인민당은 사민당에 근소한 차이로나마 우세를 지켰다. 문제는 사민당의 승리가 정책 대안을 제시한 결과라기보다 극우파의 약진에 따른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사민당 득표율이 2002년 총선 당시의 36.5%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반면 극우정당인 자유당과 최근 자유당에서 독립한 ‘오스트리아 미래를 위한 동맹(BZOe)’은 각각 11.2%와 4.2%를 얻었다. 두 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2002년 선거에서 자유당이 기록한 10.1%보다 5.2%포인트나 높다. ●집권우파, 강화된 극우정서 간과 극우정당들은 노골적인 ‘반이민·반이슬람 정서’에 호소함으로써 정부의 미온적 이민정책에 반감을 품은 우파 지지자들의 표를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자유당의 선거 구호는 “이슬람 대신 조국을”이었다. 반면 인민당은 시민권 획득절차를 강화하는 등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웠음에도 보다 급진적 이민규제를 바라는 지지층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점이 패인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강화된 극우정서를 과소평가한 것이 우파 패배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업률 악화의 원인을 유럽연합(EU) 확대에 따른 동유럽 이민자들의 유입에서 찾는 대중 정서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실업률 4.9%는 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대연정 유력…우파연정 가능성도 서유럽 국가들보다 강한 특유의 극우정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스트리아의 지정학적 특징을 원인으로 꼽는다. 정치 매거진 ‘프로파일’의 헤르베르트 라크너 편집장은 “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동유럽 빈국들의 EU 가입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인데, 문제는 오스트리아가 일자리와 부를 찾아 ‘서쪽’으로 움직이는 동유럽인들에게 첫번째 ‘관문 국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민당은 인민당과 ‘대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과의 지지율 합이 46%에 그쳐 최상의 카드로 꼽히던 ‘적록연정’이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2차대전 이후 34년 동안 대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했던 전례도 있다. 문제는 인민당의 태도다.1일 쉬셀 총리는 TV 인터뷰에서 “최근 독일을 보면서 (대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두 당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인민당과 2개 극우정당의 우파연정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유럽 정치의 지각변동] 左는 右로, 右는 左로…이념경계 넘나든다

    [유럽 정치의 지각변동] 左는 右로, 右는 左로…이념경계 넘나든다

    지난해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새 당수로 선출한 영국 보수당은 당의 새 슬로건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를 내걸었다. 반면 1997년 이후 4기에 걸친 연속집권을 노리는 노동당의 캐치프레이즈는 ‘연속성이 중요하다.’였다. 역사적으로 과거와의 급진적 단절을 추구한 진영이 좌파였고, 우파는 전통을 보존하고 변화를 조절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음을 상기한다면 충격적인 반전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신노동당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앤서니 기든스 교수의 말대로 “좌파는 보수화되고 우파는 급진화됨으로써” 견고하게만 여겨지던 좌·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좌파는 보수화, 우파는 급진화” 유럽의 정당정치에서 좌·우파의 경계파괴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권자들의 ‘정치적 진자운동’에 의해 좌·우파의 정치적 부침이 반복된 나라들일수록 경제·복지정책에 있어 양측의 차별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좌파정당의 우경화’는 독일 사민당이 세계 최초로 의회 진출에 성공한 19세기말 이래 꾸준히 제기됐다. 복지국가 위기론이 대두되기 시작한 1970년대를 계기로 그 양상이 급진화됐고,1990년대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과 독일 사민당의 ‘신중도 노선’에 이르러 수위는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계 파괴’는 좌파가 아닌 우파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물론 집권을 노리는 정당이 유권자의 다수가 모여있는 ‘중간지대’로 정치적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2000년 스페인을 필두로 최근 스웨덴, 영국 등 서유럽 우파정당들이 보여주고 있는 뚜렷한 ‘좌선회’는 이런 일반론의 차원을 넘어선다. ●가속화되는 우파의 탈주 주목할 만한 점은 환경·복지 등 좌파의 전유물로 간주되던 영역에서 우파의 ‘탈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스웨덴 등 좌파의 집권기간이 길었던 나라들에서 두드러진다. 좌파정부 주도아래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이 이해당사자들로부터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까닭에 우파가 집권해도 그 경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화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상품·자본·금융에 이어 노동시장까지 국경없는 경쟁에 노출됨에 따라 그 ‘파괴적 부작용’들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압력이 좌·우를 막론한 모든 정치세력에 가중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엔 세계화에 우호적인 영·미 언론들도 동의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3월 프랑스 대도시를 휩쓴 최초고용계약(CPE) 반대시위를 두고 “지난해 유럽헌법 국민투표 부결에 이어 미국식 시장주의를 유럽에 이식하려는 시도가 거센 사회적 저항에 직면한 두번째 사례”라고 분석했다. ●목표는 ‘세계화의 인간화’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경제적 보호주의가 “자본·노동시장의 개방압력이 유럽인들에겐 실업과 빈곤에 대한 잠재적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그는 10일 영국 주간 옵서버와 인터뷰에서 “무역확대로 인한 이익을 고르게 나누기 위한 급진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세계화는 보호무역주의의 성난 파도에 휩쓸려 버릴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사회안전망 개선과 교육 투자 확대, 진보적 조세제도의 구축이다. 서유럽 우파에 의해 시도되는 ‘횡단의 정치’의 핵심 의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정책 닮은꼴’ 좌·우 혼재시대로 |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의 정치 지형은 1990년대 동구권 붕괴와 유럽연합(EU) 출범 등으로 더욱 복잡해졌다. 이념적으로 워낙 다양한 스펙트럼인 데다 중도의 외연이 넓어 좌우의 양 극단을 제외하면 정책·정강 등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좌파의 전성기는 1998년까지였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그해 9월 독일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이 승리함으로써 당시 EU 15개국 가운데 13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한 것이다. 그러나 2000년 3월 오스트리아 총선을 계기로 우경화 바람이 불었다. 특히 1년 뒤 9·11 테러를 전후해 치러진 8개국 선거에서 우파가 잇따라 집권하는 역풍이 몰아쳤다. 우파의 대약진은 2004년 3월 그리스에서의 승리로 절정에 이른다. 이번엔 15개국 가운데 12개국에서 우파가 집권했다. 유권자의 균형 심리가 작용한 듯, 이후 좌파의 반격이 시작됐다.2004년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사회당·공산당·녹색당 등의 좌파연합이 50%를 득표하면서 약진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같은 해 4월 스페인 총선에서는 좌파인 사회노동당이 우파인 국민당을 따돌리고 승리했다. 포르투갈 사회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45.3%의 득표율로 정권을 탈환했다. 같은 해 6월 불가리아 총선,9월 노르웨이 총선을 거쳐 올 6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왼쪽의 힘’은 되풀이 됐다. 영국 노동당도 지난해 총선에서 의석은 줄었지만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파의 버티기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2월 덴마크 총선에서 자유·보수당 등이 연합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독일도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기독교사회당 연정이 다수 의석을 확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좌파의 보루’로 여겨지던 스웨덴에서 프레드릭 라인펠트 당수가 이끄는 보수당 중심의 중도우파 연합이 승리함으로써 통합된 유럽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더욱 다변화됐다. vielee@seoul.co.kr
  • 유럽 우파 “左로 한걸음 더”

    유럽 우파 “左로 한걸음 더”

    현대정치의 이념적 지각판이 흔들리고 있다.18세기 프랑스 혁명을 통해 형성되고 20세기 냉전을 거치며 견고해진 좌·우의 이념적 단층대(斷層帶)에 새로운 지각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동요가 있었다. 진원지는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정치적 우선회’를 감행한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었다. 이번에는 41세의 프레드릭 라인펠트가 이끄는 스웨덴 보수당이 앞장서고 있다. 우파 정당임에도 ‘새로운 노동자 정당’을 자임하며 정치적 무게중심을 ‘좌로 이동’시킴으로써 12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스웨덴 보수당의 변신은 우리보다 이념적 유연화에 관대한 유럽 정치권에도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정당은 4년전 총선에서 대규모 세금 감면과 복지지출 축소를 약속했다가 쓰라린 좌절을 맛본 경험이 있다. 그러자 이번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에 대한 점진적 감세안으로 정책수위를 조절했다. 복지시스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교육과 노인복지 분야에는 오히려 지출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좌파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이념적 경계를 초월, 시장근본주의라는 우파적 도그마의 속박에서 벗어남으로써 중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BBC 방송이 이번 선거를 사실상 ‘중앙(center)을 장악하기 위한 전투’라고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파의 변신은 스웨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에선 대처리즘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보수당의 혁신을 주도해온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이 노동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 올 ‘토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환경·보건 등 좌파가 선점해 온 의제들을 포용하는 동시에 소수자를 배려하고 분배를 중시하는 ‘온정적 보수주의’로 정치적 중원(中原)을 적극 공략한 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심지어 우파정책이 금기시해 온 세금 인상도 필요하다면 단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경계를 넘나드는 ‘횡단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는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그 과실 못지않게 부작용도 심화되고 있다.”면서 “우파세력 역시 고용불안과 빈부격차 확대와 같은 세계화의 그림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손상된 평등과 연대의 가치들을 적극 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혁신 우파’ 유럽 정치지도 바꾼다

    따뜻하고 유연해진 우파가 유럽 정치지형을 바꾸고 있다. 스웨덴 총선의 ‘우파 돌풍’에 이어 영국에서도 ‘새로운 토리’를 주창하며 보수당의 혁신을 주도해온 데이비드 캐머런(40)의 지지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캐머런은 지난해 3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보수당 총재에 오른 뒤 대처리즘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당의 쇄신을 주도하는 인물. 특히 환경·복지 등 좌파적 의제들을 끌어안음으로써 당을 좌·우 이분법을 뛰어넘는 중도정당으로 변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지난 17일 유사한 길을 걸어온 스웨덴 보수당의 승리가 캐머런에게도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망은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70%가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보수당의 슬로건에 동조한 것이다.‘정책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노동당의 캐치 프레이즈에는 겨우 23%만이 찬성했다. 조사는 가디언이 여론조사기관인 ICM과 함께 진행한 것으로 스웨덴 총선 직후인 19∼20일 실시됐다. 주목되는 점은 차기 총리감으로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보다 캐머런 당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총리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인다는 가정 아래 ‘누가 총리 직무를 가장 잘 수행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캐머런이 35%의 지지를 얻어 32%에 그친 브라운을 제쳤다.10년간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며 영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브라운의 이력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영국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보이는 지도자’에서는 캐머런이 브라운을 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두 사람 사이의 격차는 인물평가 항목에서 더욱 벌어졌다.‘동료와 함께 가장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업무 처리를 가장 열정적으로 할 것 같은 사람’에서도 캐머런은 10%포인트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브라운을 눌렀다. 반면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바닥권을 헤어나지 못했다. 응답자의 62%가 ‘노동당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64%는 당이 정체돼 있다고 답했다. 집권 좌파가 현실에 안주하며 변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 여론의 지지를 잃어가는 것과 달리 우파는 적극적 자기부정과 변신을 통해 중도성향 유권자를 견인함으로써 정권탈환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8)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비판에 대하여

    미국의 거대한 자본주의에 늘 정신적 대립각을 세워 온 유럽은 자본주의의 극복이라는 명제를 3세대에 걸쳐 시도했었다.1세대의 극복시도가 마르크스와 엥겔스와 레닌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거대한 관료주의의 괴물로 치달음으로써 실패했다. 소련의 붕괴가 이를 입증한다.2세대는 네오 마르크시즘 운동으로서 관료화에 빠지지 않고 도덕적 이성에 의하여 소외로부터의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버마스 등 이른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철학사상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들의 철학사상이 지닌 고매한 도덕적 이상주의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거리감을 지울 수 없었다. 첫째로 60년대 내가 유학생이던 당시의 한국은 아직도 고도자본주의 사회에로 진입할 기미도 없었던 저개발 최빈곤국이었다. 반대로 신좌파운동은 그들 사회가 이미 맛보고 있는 풍요한 고도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삼고 그 자본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인데, 이들 사상을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20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이 경고한 ‘지식인의 아편’인 혁명적 관념의 유희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나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둘째로 나는 이들이 주장하는 이상사회의 실현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현실성에 큰 의문을 가졌었다. 관념적으로 아무리 멋져도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면, 나는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고 늘 생각했다. 더구나 인간사회는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연습장이 아니기에, 관념적 사유로 현실을 대체하겠다는 혁명적 발상을 나는 저어했다. 특히 1세대 ‘사회주의=관료주의’의 실패가 늘 나로 하여금 2세대 신좌파운동의 사상에 선 뜻 동의하기를 어렵게 했다. 더구나 그 당시에 나의 철학공부를 이끌어 주던 두 정신의 스승이 있었는데, 프랑스의 메를로-퐁티와 가브리엘 마르셀이었다. 전자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했다가 소련의 스탈린주의가 실현하는 사회주의 혁명의 낭만적 허구를 보고서 이상주의 사상의 거짓을 고발한 철학자였다. 그는 또 현실역사가 이성의 빛과 의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정리하지 못하는 애매모호성으로 엮어진다는 것을 서술하면서, 인간역사를 오직 의미의 역사로 환원하고자 하는 과잉 도덕적 명분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후자는 가톨릭 철학자로서 인류의 역사세계가 이미 ‘깨어진 세계’인데, 그 세계에서 악을 박살내겠다는 결심으로 굳어진 절대선 지향이 결국 국가주의적 나치즘과 계급주의적 공산주의와 같은 광적인 격정의 정치체제를 만들게 된다고 고발했다. 다음 3세대의 자본주의적 비판운동이 다시 등장했다. 해방적 이성의 자기 소외극복 운동으로 마르크시즘을 승화시키려는 2세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한 마당에서 생긴 포스트 모던적인 운동이 3세대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이미 너무 농염하게 성숙하여 마르크스주의로 새 사회를 창조하기가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 비마르크스적인 자본주의의 극복이 시도되었다. 이번에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푸코, 들뢰즈, 알튀세르, 보드리야르를 중심으로 한 사회사상의 운동이 생겼다. 이들 사상의 공통점을 몇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주의적 정치권력의 상품적 대중화를 비판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심어 놓는 무의미한 허무주의적인 흐름을 그대로 빨리 노출시켜 자본주의가 허무주의로 종말을 맺게끔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이들은 약간씩 허무주의자들이다. 들뢰즈와 알튀세르가 좌우간 자살로 삶을 마감했고, 푸코가 에이즈병에 걸려 50대에 일찍 세상을 떠난 것도 특이한 일이겠다.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을 잠시 훑어보자. 단적으로 보드리야르의 사회사상은 초월의 정신을 망각한 현대 소비사회의 정신부재의 경박성을 슬퍼하면서, 그런 삶의 경박성의 원인이 바로 소비사회의 자본적 본질인 모든 것의 기호화(signalization)에 있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에서 물건은 어떤 가치에 대응했었다. 사용가치든 교환가치든 물건은 인간의 구체적 욕망의 충족을 만족시켜 주었다는 것이다. 집은 어떤 정신적이고 내면적 가치를 가족에게 주었었다. 그러나 이제 집은 단지 상상적인 상품의 기호적 가치만을 지시해서 헌 물건 버리고 새로 사듯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의 소비품목에 불과하다.TV프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앉아서 리모컨으로 쉽게 손가락 끝으로 바꾸듯, 모든 것은 소비자의 순간적 변덕에 따라 움직이는 기호와 같은 ‘환영’(幻影=simulacrum)에 불과하다. 고도소비사회에서 자동차도 기능가치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나 삶의 스타일이나 허세나 으쓱대고 싶은 욕망의 환영을 만족시켜 주는 일시적 대용물일 뿐이다. 그런 욕망의 환영은 마치 옛 사회주의 소련의 한 청년이 서방 자본주의의 대명사 같은 블루진을 입고 다니거나, 아프리카 부시맨의 어떤 사나이가 비행기에서 떨어진 서방 콜라병을 무슨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싶어하는 그런 환영과 유사하다 하겠다. 중요한 것은 블루진이나 콜라병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차이의 기호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소비사회에서 모든 이들은 다른 이들과 다른 어떤 기호의 환영을 소비하고 싶어한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자본주의의 본질은 노동과 정신적 가치 등 모든 것이 다 시장의 교환가치로 전환되어 상품화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마르크스의 비판이론은 이미 지나간 시절의 가치유물에 불과하고, 이제 사회는 모든 것이 기호적 교환과 같은 ‘흉내내기’(simulation)의 차원으로 전락하여 실재적 가치가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모든 흉내내기의 환영은 소비사회가 부추긴 차이화의 조작 코드에 인간이 멋모르고 덩달아 춤추는 껍데기에 불과함을 연상시킨다고 보드리야르는 진단한다. 차이화 코드는 소비사회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차별화 기호의 놀이에 해당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차이의 환영 속에서 각각 섹시(sexy)해지기 위해 돈을 마구 쓴다. 섹시하다는 것은 소비시장에서 상품으로 잘 전달되기 위하여 남들을 유혹하는 기호고, 각자는 대중사회에서 차이를 표시하기 위하여 과감히 더 섹시하게 튀어 보이게끔 스스로를 기호화한다. 모든 이는 다 섹시한 차이를 연출하기 위해 환영을 좇는다. 보드리야르가 그의 저서 ‘소비사회’에서 기술한 것처럼 ‘소비는 기호(sign)가 흡수하고 기호에 의하여 흡수되는 과정이다.’ 모든 것이 영상으로 비쳐진다. 브라운관이나 컴퓨터의 화면, 유리처럼 투명하나 절연체와 같은 차가운 매체의 통로를 통하여 세상을 구경하거나, 백화점의 상품을 훑어본다. 충격적인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도 자동차 유리를 통하여 감정이 절연된 상태에서 구경하는 정도의 감정만 사람들이 갖는다. 서로 관여하는 진실이 우러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금방 지나가는 일시적 참상에 불과하고, 먼 나라에서 전쟁이 터져도 그것은 TV화면의 순간적 그림으로 보는 환영일 뿐이다. 사람들이 지하철에 우굴거리나 그들이 사람들이라고 여겨지기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환영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냥 사람 비슷한 환영들이 득실거릴 뿐이다. 아무도 대중을 사람들의 실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는 현실을 실제로 느끼지 않고, 차가운 기호로 대체되어 실제로 느낀 척 흉내낼 뿐이다. 보드리야르는 이런 소비사회를 형이상학적 근거를 상실한 ‘환영’의 사회,‘흉내내기’의 사회라고 불렀다. 이런 사회를 그는 또한 실재가 증발되고 환영이 진짜보다 살을 그 위에 더 덧붙이는 ‘초과실재’(hyperreality)의 사회라고 명명했다. 이 초과실재가 바로 환영이고 흉내내기의 허상과 같다. 그는 이런 환영의 흉내내기와 같은 기호가치(value-sign)만이 비대해진 소비사회에는 환영처럼 무수하게 지나가는 기호적 ‘초과실재’에 의하여 인격의 파탄이 내부에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파탄을 그는 ‘내파적 폭력’(implosive violence)이라 불렀다. 예컨대 게임이나 쇼핑에 미친 사람이 상상적 초과실재를 현실로 착각하고 자기 내부에서 환영으로 배가 불러 파열한다. 본디 내파(內破=implosion)는 음운론적으로 외파(外破=explosion)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영어의 ‘tap(탭)’,‘cut(컷)’에서 파열자음의 음가인 ‘t’,‘k’ 등이 첫 발음에서는 바깥으로 폭발하는 외파적 파열음이 되지만, 끝 발음의 파열자음인 ‘p’와 ‘t’는 밖으로 폭발하지 않고 안으로 파열이 잠기는 그런 음가를 지닌다. 이것이 외파음에 대한 내파음의 의미다. 과거의 문명은 마르크스의 분석처럼 외부의 모순(계급투쟁)으로 외파하는 구조를 지녔지만, 현대 소비사회의 본질은 스스로 인간이 기호처럼 흉내내기를 하다가 많은 기호에 헛배가 불러 내부에서 내파하여 폭발하는 폭력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드리야르가 본 소비사회에 대한 허무적 진단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려는 3세대의 주장인 보드리야르의 사회학이 소비사회의 병을 진단하는 예리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그의 사상이 소비적 인간사회를 구원하는 약이 아니고, 오히려 허무주의적 결말을 예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풍요와 편리, 그리고 낭비와 배금주의를 동시에 가져온 이중적 얼굴의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서구의 사상은 마르크스로부터 보드리야르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적 소비사회의 병리(病理)를 잘 보았으나,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생리(生理)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나도 그 생리를 알지 못해 많은 시간 헤맸지만, 최근에 해체적인 존재론적 사유가 자본주의의 극복을 위한 생리의 길이란 것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이기적이고 물질적 소유론을 그 동안 서구는 도덕적 형이상학적 당위의 가치론으로 극복하려고 시도하였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겨진다. 마르크시즘이나 네오 마르크시즘은 자본주의의 본능적 소유론에 비하여 반본능적 정신의 소유론에 다름 아니다. 본능적 소유론을 치유하는 길은 역시 자연적 존재론에 의해서 가능하지, 인위적 당위론으로 불가능하다. 보드리야르의 허무론도 결국 형이상학적 실체의 붕괴를 소비사회가 촉진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생긴 반본능적 형이상학적 소유론에 대한 그리움과 같다. 그러나 거기에 그의 사회학의 큰 약점이 있다 하겠다. 이것을 다음주에 더 설명하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씨줄날줄] 스웨덴 복지모델/육철수 논설위원

    한국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람들에게 소득에 따라 범칙금을 차등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자와 중산층의 등쌀에 아마 정권붕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라고 한다면 또 무슨 일이 터질까. 가렴주구에 용감히 맞서는 폭동이 일어나거나, 차라리 놀고 말지 일은 뭣하려 하느냐며 나자빠질 사람이 숱할 것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론 어려운 일이겠지만, 유럽의 복지국가 국민들은 세금 많이 내고 능력에 따른 평등을 당연하다고 여긴다. 오늘날 그들이 세계 최고의 복지를 누리게 된 배경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소득에 따른 범칙금 부과를 실시 중이다. 그게 그들의 법 정신이며, 부자들은 불평 한마디 않는다니 신통한 일이다.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소득의 50∼60%를 뭉텅뭉텅 세금으로 걷어가도 아무 소리 안 한단다. 세금을 내면 돌아오는 혜택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스웨덴 총선에서 보수당의 라인펠트(41) 당수가 중심이 된 우파연합이 근소차로 승리했다. 워낙 이변이어서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 70∼80년동안 세계 최고이던 이 나라 복지모델이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좌파 집권당이 복지에 치중한 결과 실업률의 증가와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이 커지면서 유권자에게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복지모델은 120년이란 긴 역사를 갖고 있다.1889년에 벌써 노동자보호법 및 복지법을 도입한 나라다. 우리는 이제야 국민총생산의 6%를 복지에 쓰고 있지만, 스웨덴은 벌써 1920년에 5%를 투입했다. 이런 토대 위에 1932년 집권한 사민당은 그동안 9년을 빼고 65년간 복지모델을 성장·발전시켜온 정당이다. 그런데 정권을 내놓고 복지모델의 실패라는 비난까지 받게 생겼으니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파연합도 복지모델을 보완하겠지만 큰 틀을 흔들지는 않겠다고 한다. 스웨덴 복지모델에 잔뜩 관심을 쏟아왔던 참여정부도 섭섭하겠지만 실망할 것까지는 없다. 유념할 점은, 적어도 세계 제일의 복지국가를 닮겠다면 우리의 국민의식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루카치·레닌의 부활

    루카치와 레닌이 돌아왔다. 루카치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교환가능한 물건처럼 다뤄버린다는 ‘물화’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비판에 초석을 놓았던 인물이고 레닌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실험했던 사람이다.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금 이들 얘기를 꺼냈다가는 “쯔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둘을 불러낸 사람은, 뜻밖에 3세대 비판이론가 악셀 호네트와 라캉주의자 슬라보예 지젝처럼 주목받는 대가들이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이라는 책을 통해 상품교환관계 분석에 머물렀던 물화 개념을, 사회관계에까지 확대시켰다. 그런데 ‘물화-인정이론적 탐구’(나남 펴냄)에서 호네트는 ‘자본주의 사회=물화’라는 공식을 “대단하지만 성급했다.”고 평가한다. 소련 혁명의 성공에 도취돼 정밀하지 못하게 접근했다는 것. 그래서 호네트는 지나친 좌경화만 털어낸다면 여전히 루카치의 ‘물화’ 개념은 현대사회의 병리현상을 진단하는 데 쓸 만하다고 주장한다. 불과 100여쪽이 채 못되는 짧은 본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밀한 논증으로 가득 차 있다. 정점은 자기물화 개념을 다루는 5장의 분석. 스승인 하버마스의 의사소통모델을 다분히 ‘기능적’이라 비판하는 대목도 눈에 띈다. ‘혁명이 다가온다’(길 펴냄)에서 지젝이 주목하는 레닌의 면모는 ‘실천’이다. 레닌은 실패했다는 좌파에게 지젝은 도발적으로 되묻는다.“그래서? 정치적으로 항상 옳기만 한, 입바른 소리만 해대는 너희들은 이제까지 도대체 뭘 했는데?”라고. 포스트식민주의이론, 페미니즘, 환경운동 등 급진적 대안들은 “여가시간에 혁명하는 급진적 멋쟁이”라 조롱받는다. 지젝은 1914년을 주목한다.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유럽 좌파들은 반전투쟁 대신 애국주의 노선을 채택, 전쟁에 적극 협력한다. 노동자 국제연대를 통한 좌파혁명이라는 비전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이 암흑의 시대를, 레닌은 불과 3년 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뒤집어버린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혁명을 창출해냈던 것이다. 전지구적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바람, 그 광풍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하듯 악전고투하고 있는 좌파들에게 레닌의 ‘실천’은 해법일까. 앉아서 그런 고민하느니 지금 당장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지젝의 호통이 들리는 듯하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스웨덴 복지모델 실패 아닌 변신한 야당의 승리

    스웨덴 복지모델 실패 아닌 변신한 야당의 승리

    17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보수당이 주도하는 중도우파연합이 178석을 확보,171석에 그친 사민당의 좌파연합을 누르고 12년만의 정권탈환에 성공했다. 스웨덴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는 양호한 5%대의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 집권당의 패배는 사실상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선거가 ‘스웨덴 복지모델’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럽언론은 이를 최근 서유럽 선거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좌·우파간 ‘정책 수렴’의 결과이자,‘변화’를 바라는 표심을 정확히 읽어낸 우파정당의 전술적 승리로 해석한다. 따라서 분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들이 뒤따르겠지만 복지시스템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우파 색채 누그러뜨려 좌파 기반 잠식 우파연합의 승리가 확정된 뒤 프레드릭 라인펠트 보수당수의 첫 일성은 “우리는 ‘새로운 보수당’으로 선거에 나섰고 ‘새로운 보수당’으로 승리했다.”는 것이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이번 결과를 “리모델링한 중도야당의 눈부신 승리”라고 평가했다. 실제 보수당의 선거공약은 2002년 총선과 눈에 띄게 달라졌다. 스웨덴 모델의 효율성 문제를 부각시키기보다 과도한 복지지출을 일부 축소함으로써 경제 시스템이 탄력을 갖게 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례로 연간 16조 9000억원의 대규모 세금감면안을 내놓았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2년 동안 5조 7500억원을 줄이는 점진적 방안으로 후퇴했다. 감세 대상도 기업과 고소득자가 아닌 저임금 노동자에 맞춰졌다. 교육과 노인복지에는 오히려 지원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좌파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우파적 색채를 누그러뜨림으로써 좌파의 지지기반 잠식을 노린 것이다. BBC방송이 이번 선거를 사실상 ‘중앙(center)을 장악하기 위한 전투’라고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간 가디언도 스웨덴 우파의 승리를 ‘중도화’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97년 영국노동당의 승리에 빗댔다. ●복지모델 근간엔 변화 없을 것 스웨덴 재계도 우파의 승리가 영·미식 신자유주의 모델의 도입으로 이어질 것으론 기대하지 않는다. 방위산업체 스카이디디에스(Skydds)의 토레 로버트슨 대표는 BBC와 인터뷰에서 “자본·노동시장에 신규 진입이 쉽도록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규모 감세나 민영화 같은 신자유주의 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은 스웨덴 복지제도가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사회적 대타협에 견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까닭에 좌·우간 역학관계의 변화로 근간이 흔들리기란 어렵다는 판단에 근거해 있다. 시스템의 효율성 문제도 1990년대 우파 집권기간 개인의 복지혜택이 75% 수준으로 축소되고 해고·재취업을 쉽게 하는 등 노동시장에도 유연성이 도입된 만큼 큰 폭의 변화가 시도될 여지는 적다는 분석도 있다. ●무한경쟁시대 효율성 강화는 불가피 그러나 급진적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측도 ‘일국적 합의’에 기초한 스웨덴식 복지모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공공부문 고용이 30%에 이르는 데서 오는 정부의 재정압박과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중앙집중화된 임금교섭이 세계화의 무한경쟁시대에 경쟁력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까닭이다. 실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하던 스웨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핀란드에마저 추월당했다. 덴마크·노르웨이와의 격차는 이미 1만달러 넘게 벌어졌다. ‘변화’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에는 발전하는 주변국과 달리 조국은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 또한 적지 않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씨줄날줄] 메르켈과 유럽병/육철수 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국 독일의 산업시설은 35%가 파괴됐고, 대도시의 주택은 60%가 없어져 550만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어른 1인당 하루 식량배급량은 예전의 절반인 1100㎉로, 기아와 질병을 겨우 면할 수준이었다. 패전국 국민에겐 말 그대로 절망(Stunde Null)뿐이었다.”(정해본 저 ‘독일현대사회경제사’) 그런 독일이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마셜플랜과 한국전쟁 특수,GATT 가입,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창설 덕분이다. 이어 1955년 주권회복과 함께 10년 동안 그 유명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낸다.1963년,‘경제기적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제장관 에르하르트는 “전후시대의 종결”과 “정돈된 사회건설”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때 이미 독일은 성장둔화와 함께 한쪽에선 병들어가고 있었다. 당시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경제에 ‘영국병’이 스며들 조짐이 보인다.”고 간파했다. 배 부르고 등이 따스하면 게을러진다던가. 독일은 60년대 초 노동자들의 ‘인간화 운동’으로 근로시간 단축, 임금인상 목소리가 높아졌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깨지고 개혁은 주춤거렸으며, 실업률은 1972년 1.1%에서 1982년 8%까지 치솟았다. 복지지출도 70년대 중반엔 재정의 34%까지 확대되었다. 놀고 먹는 복지 ‘독일병’은 이후 20년 이상 독일경제를 괴롭혔다. 그래서 독일의 경제학자 기르슈는 영국병과 독일병을 뭉뚱그려 저성장과 고실업을 일컫는 ‘유럽병’이란 말을 만들어낸다. 이 병이 만연한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경제의 3대 축은 대표적 ‘환자’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최근 실업률이 떨어지고 성장률이 오르자 “독일은 더 이상 유럽병 환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법인세 인하, 기업 세액공제 확대, 노조의 경영참여 축소 등 친(親)시장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라는 것이다. 동독 출신 메르켈이 좌파정책을 멀리하고 시장경제를 뚝심있게 살려나가는 리더십을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하다. 그가 유럽병을 고쳐 ‘독일의 대처’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겠다. 메르켈의 경제정책은 한국의 국가지도자와 노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이극로, 그가 부활한다

    점차 잊혀져가는 독립운동가 가운데 이극로 선생을 꼽을 수 있다. 제 아무리 독립을 위해 한몸 바쳤더라도 중도파나 좌파라면 평가가 박해지기 때문이다.1995년 이동휘 선생을 필두로 최근의 여운형 선생에 이르기까지 차츰 복권되고 있다지만 온전하지는 않다.‘독립보다 사회주의 혁명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대한민국 정체성’의 덫 때문이다. 친일파 얘기만 나오면 당시 상황을 면밀히 보자던 사람들이, 민족주의를 하려다 보니 사회주의로 기울었던 당시 상황에는 눈을 감는다. 이극로 선생은 조건이 더 안 좋다.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된 뒤 광복을 맞았지만, 자진 월북한 뒤 ‘문화어운동’을 주도하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의장, 조선어 및 조선문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애국열사릉에 묻혀서다. 그렇다해도 독립운동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홍선표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1일 천안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이극로를 중심으로 한 1920년대 유럽에서의 한국독립운동을 살펴보는 논문을 발표한다.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와 교류하다 1922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 이극로는 편안하게 공부만 한 게 아니었다. 현지 유학생들을 뭉친 ‘유덕고려학우회(留德高麗學友會)’가 있어서였다. 이 단체는 관동대지진 때 재독한인대회를 조직해 일본을 비판하고, 잡지 ‘헤바(Heba)’를 통해 한국 독립의 필요성을 유럽인들에게 전파했다.1924년에는 32쪽짜리 ‘조선의 독립운동과 일본의 침략정책’이라는 별도의 책을 내기도 했다. 홍 연구원은 이 활동의 핵심에 이극로가 있었다고 추정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끈 활동은 1927년 벨기에에서 열린 ‘피압박민족대회’에 한국대표단장으로 참가했던 일. 이 회의에서 이극로는 ‘한국문제(The Korean Problem)’라는 책자를 3개 국어로 펴내 각국 대표단과 기자단에 배포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이극로뿐 아니라 유럽에서의 독립운동 자체가 그렇다. 김규식의 파리한국통신부 정도가 전부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유럽에는 사회주의 바람이 강했다. 중국·베트남 혁명의 주역 저우언라이와 호찌민이 프랑스 유학파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독립운동사라는 전체 그림에서 빼놓을 수만은 없다. 연세대 전상숙 교수가 “그들이 왜 유럽을 택했고, 왜 사회주의를 받아들였는지 규명돼야 한국독립운동사의 전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권오규 경제부총리 “시장원리 의해 정책 마련해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일 오찬간담회에서 “프랑스는 좌파와 우파 어느 쪽이 집권해도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유럽연합(EU)의 공동정책과 노동자 연대의식의 약화, 구조개혁으로 인한 농민소득의 증대 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시장원리에 의해 정책을 마련하되 탈락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에서는 ‘경제는 시장원리, 사회는 사회안전망’이라는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서울신문 102년-종이신문 생존전략] MP3로 듣고 휴대전화로 읽고…

    [’서울신문 102년-종이신문 생존전략] MP3로 듣고 휴대전화로 읽고…

    ■ 미국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에서 종이 신문의 퇴락과 뉴 미디어의 부상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다. 미 신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610개 신문의 발행부수는 전년보다 주중에는 2.5%, 주말에는 3.1%가 줄었다. 신문 부수는 줄고있지만 신문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는 독자는 크게 늘었다. 올해 1·4분기에 신문사 웹사이트 방문자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가 증가했다고 신문협회는 밝혔다. 미 신문협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존 킴벌은 “웹사이트 방문자 증가로 올해 신문사의 온라인 광고 수입은 25∼30%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온라인 수입이 신문사 전체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온라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앞으로 신문사 경영의 중요한 전략이 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언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 신문의 모델은 놀랍게도 캔자스주의 로렌스라는 작은 도시에서 발행하는 ‘로렌스 월드 저널’이라는 신문이다. 전문가들이 발행부수가 2만부에 불과한 이 신문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디어 컨버전스’를 독자들의 실생활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로렌스 저널 월드는 신문과 인터넷, 방송(케이블TV 소유) 뿐만 아니라 전화와 MP3플레이어 등 현존하는 모든 기술과 기기를 통해 시민들에게 뉴스와 정보를 제공한다. 매일 아침 로렌스시의 남자들은 신문을 읽고, 주부들은 케이블TV 뉴스를 보며, 학생들은 아침에 로렌스 저널 월드의 신문 기사를 목소리로 서비스하는 포드캐스팅(Pod Casting)을 아이포드에 녹음해 등굣길에 듣는다. 동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은 이 신문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을 놓고 다른 주민들과 채팅한다. 스포츠 팬에게는 캔자스대학의 미식축구와 농구 팀의 경기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신문과 방송, 인터넷 직원들은 모두가 하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뉴스 보도뿐 아니라 제작 과정도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웹사이트는 한 달에 700만 페이지 뷰(독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본 화면의 총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신문의 모회사인 월드는 독자들이 웹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의 30개 지역에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핫 스폿’을 설치했다. 이 신문의 발행인인 돌프 시몬스는 “로렌스 저널 월드는 ‘작은 도시의 작은 뉴스’에 집중하는 매체”라면서 “테크놀로지의 적용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질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로렌스 저널 월드의 중요한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도시에서 외부의 견제나 위협이 없이 ‘독점적인’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쟁에 노출된 미국 대도시의 거대 신문사들은 속도조절을 하면서 좀더 신중하게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아직까지 수익의 90%는 종이신문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온라인 쪽의 수익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상반기에 웹사이트를 개편하면서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했다. 개편된 뉴욕타임스의 웹사이트는 종이신문과 달리 동영상과 사진 슬라이드 쇼 등 멀티미디어를 기사보다 돋보이도록 배치했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의 2004년 매출액은 5310만달러(약 530억원), 순이익은 1730만달러(약 170억원)였다. 최근 몇년간의 연 평균 성장률은 30∼40%나 된다. 욕타임스의 웹사이트 방문자는 하루에 무려 1800만명이나 된다. 뉴욕타임스의 하루 평균 발행부수는 110만부. 그러나 웹사이트를 유료화할 경우 대부분의 독자가 떠날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예측하고 있다. 아서 슐츠버거 뉴욕타임스 발행인은 “무료에 익숙한 인터넷 독자들에게 고급 콘텐츠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하는가가 과제”라고 말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 중심적인 역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디어 업계의 관심거리”라면서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dawn@seoul.co.kr ■ 일본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신문 발행부수는 하루평균 5400만부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인 신문대국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조간만 1007만부다. 아사히신문은 825만부, 마이니치신문이 395만부(일본신문협회 2005년판 통계)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아사히신문은 연간 10만부 안팎, 다른 신문들도 수천∼수만부씩 부수가 줄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의 조간신문 1000만부 시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신문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일본신문협회는 모든 신문의 발행부수를 알리는 가이드북을 발행해왔으나 올해는 절판했다. 신문시장 전체 축소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일본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국민은 아직도 인쇄매체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인터넷신문은 신뢰도가 떨어져 영향력이 아직 미미하다.”면서도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종이신문 독자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낸다. 위기의식에 따라 주요 신문들은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모두 TV 등 계열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도쿄의 주요 신문사들은 인터넷홈페이지의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으며, 휴대전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전반적인 신문의 약세기조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일한 경제지로서 일본의 경기회복을 활용, 일본내·외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신문과 통신, 방송 등의 미디어 융합에 대비, 모범적인 변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문도 인터넷에 잠식당하지 않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조간신문 발행부수가 2003년 298만부에서 2004년 300만부로 늘었고,2005년에는 306만부로 늘었다. 지난해 광고도 전년보다 5% 증가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2% 늘어난 2300억엔(약 1조 8800억원)이었다. 이처럼 니혼게이자이는 지난해 지면 차별화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약진했다. 지면차별화를 위해서 1면 머리기사는 다른 신문이나 주요 방송과는 다른 사안을 배치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 종이신문 기사의 독점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신문에는 전체기사의 30% 이하만 서비스하는 ‘30%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종이신문 기사의 인터넷 게재 수는 물론 개별기사의 크기도 30%로 제한한다. 다른 주요 신문들이 인터넷에 100% 기사를 게재하는 것과 다르다. 포털사이트에는 기사를 포함한 콘텐츠를 절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독특한 경제비평기사도 차별화 상품이다. 또 종이신문과 인터넷의 융합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윈윈(상생)전략’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종이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세트광고를 하고, 인터넷 구독신청 코너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책임경영체제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부문을 독립시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실시,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내의 신문 중 인터넷대응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인터넷과 유료 정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사업을 펴는 니혼게이자이 전파미디어국의 연간 매출액만 260억엔(약 2100억원)이다. 매출액과 순이익이 증가 추세라는 것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도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회사관계자는 토로한다.“유일한 경제지로서 일본경제의 활황에 따른 혜택으로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taein@seoul.co.kr ■ 유럽 |파리 함혜리특파원|“내가 이 신문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떠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창업자 세르주 쥘리는 지난달 30일 ‘내가 리베라시옹을 떠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독자들에게 남긴 뒤 물러났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함께 1973년 창간한 지 33년 만이다. 그는 이 글에서 “프랑스의 종합 일간지는 물론 텔레비전과 라디오도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리베라시옹 자체가 특별히 소비적인 신문이 아님에도 올해 예상되는 손실이 책정된 예산 250만유로(약 30억원)를 훨씬 넘는 700만유로(약 85억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라시옹의 추락은 프랑스 진보언론의 암울한 장래, 그리고 인터넷 시대의 활자 미디어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베라시옹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 한때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던 ‘프랑스 수아르’도 경영난 심화로 주인 바꾸기가 거듭되다 결국은 영국 타블로이드판 대중지 스타일로 바뀌는 운명을 맞았다. 프랑스 일간지 시장은 독자 감소, 이에 따른 신문사들의 재정악화, 무가지와 인터넷 매체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등장에 따른 경쟁력 상실이란 세가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사들은 대기업의 자본참여를 통한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거대자본의 유입으로 신문들은 ‘독립성과 다원성의 침해’라는 또 다른 위기를 맞는다고 프랑스 정부산하 경제사회이사회 보고서는 지적한다. 보고서는 신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합일간지가 민주주의의 핵심적 위치를 되찾도록 신문기본법을 제정하고 신문 유통의 발전과 현대화를 위해 신문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 기존의 가두판매를 재조직하고 정기구독 체제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유통조직 재편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신문산업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신문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주얼 시대에 맞게 편집 스타일을 바꾸고 감각적인 젊은층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주말판을 발간하는 것은 기본. 인터넷 사이트를 보기 쉽게 디자인하면서 오디오와 비디오 뉴스를 동시에 듣고 볼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있다. 일간지 르몽드와 르피가로는 백과사전이나 박물관 화보집과 같은 도서 시리즈, 흘러간 명화 DVD 시리즈, 음악CD 등을 판매하면서 수익원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의 한 일간지가 세계 최초로 휴대용 디지털 전자신문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벨기에 최대 항구도시 앤트워프를 기반으로 한 경제 일간지 ‘데 타이트(De Tijd)’는 지난 4월14일부터 세계 최초로 휴대용 디지털 전자신문 시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시험 서비스 기간에 독자 200명에게 신문의 인터넷판에 접속해 기사를 내려받을 수 있는 휴대용 전자기기를 무료로 나눠줬다. 독자들은 무선을 통해 인터넷판에 접속만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기사내용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종이두께에 타블로이드판 신문 한면 크기(8.1인치)의 스크린이 장착된 휴대용 기기는 전자잉크(E-Ink)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컴퓨터나 TV 스크린과 달리 한번 텍스트나 그래픽을 입력하면 다시 입력하기 전까지 전원이 없어도 내용이 그대로 보존된다. 독자들은 특수 펜으로 기사에 대한 코멘크를 쓸 수 있으며, 광고면을 터치하면 해당 광고업체의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된다. 전자신문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페테르 브륀셀스는 “시험 서비스 결과를 정밀 분석해 비즈니스 모델을 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구독비용은 한달 평균 400유로(약 50만원)이나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독자 수가 늘어날 경우 대폭 내려갈 것으로 신문사측은 내다봤다. 프랑스의 경제일간지 레제코(Les Echos)와 독일의 국제미디어기술연구협회(IFRA)도 유사한 시도를 하고 있다. lotus@seoul.co.kr ■ 중국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지난 3월25일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열린 ‘중국 매체 창신(創新)회’. 중국의 거의 모든 주요 언론 관계자들이 모였다. 신문·방송 등 전통 언론 매체 경영자뿐 아니라 유력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최고경영자(CEO)들까지 망라됐다. 중국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참석자들은 신문시장을 비롯한 전통 언론시장의 위기를 논했다. 한때 금융, 건설과 함께 ‘돈 되는’ 3대 업종으로 불리던 신문업종이 본격적인 전성기를 누린 지 불과 10여년만이다.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과 13억 인구 등 ‘광고’와 ‘독자’가 모두 뒷받침되는 전통매체로서는 보기 드문 황금시장이었다. 심지어 한때 신문업계는 ‘폭리 업종’으로까지 불렸었다. 위기의 본질은 신문출판총서 스펑(石峰) 부서장의 지적대로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신흥 매체의 등장과 매체 상호간 경쟁으로 전에 없던 도전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에는 이른바 ‘도시신문’간의 지나친 증면 경쟁이 불붙으면서 일간지 면수가 하루에 최대 150∼200면까지 발행되는 신문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2005년 중국의 신문 광고시장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 신문시장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반면 인터넷 및 디지털 매체의 광고수익은 전년보다 77% 증가한 31억위안(약 3700억원)이나 됐다. 올해는 40억위안(약 4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터넷, 휴대전화 뉴스서비스, 디지털TV, 블로그, 포드캐스팅(Pod Casting) 등 신매체들로 인해 신문산업의 광고수익 잠식은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매체 창신회에서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컨버전’과 ‘경영 다각화’였다. 경화시보(京華時報)의 우하이민(吳海民) 사장은 “과도하게 광고에 의존하던 과거의 경영방식으로는 생존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하이 동방위성TV의 쉬웨이(徐威) 본부장은 “현재 직면한 도전은 TV라도 비켜가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분위기로 최근 중국 언론 매체간에 진행중인 초거대화, 초집단화 현상이 지속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최근의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 주도에 의해 미디어 그룹들이 형성될 때와는 달리 생존을 위한 당사자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상대적으로 많다. 합병을 통한 거대화·집단화 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회신민연합집단(文新民聯合集團)’의 탄생을 꼽을 수 있다.76년의 역사를 가진 신민만보(新民晩報)는 합병이전 이미 석간 신문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66년 전 창간된 문회보(文報)는 지식인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지대한 매체였다. 그러나 둘 다 고정 독자들의 ‘노화’와 신규 독자 흡수 부진 등으로 매체 영향력이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문회집단의 후진쥔(胡勁軍)신문담당 사장은 “매체간 융합과 경영 다변화가 절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회신민집단은 11개의 신문사,6개의 잡지사,1개의 출판사를 보유하며 영향력을 유지해가는 동시에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회사도 설립했으며, 다른 6개 주류 언론사와 합작해 만화 채널을 신설했다. 패왕별희(王別姬), 화목란(花木蘭) 등 영화에도 참여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눈을 돌려 신민만보는 현재 17개 해외판을 운영하고 있다. 집단 전체는 매년 이익의 3분의 1은 재투자에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진화를 고민하는 ‘신문 천국’ 중국. 방향타는 잡았으나,‘어떻게’가 문제로 남는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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