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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 끝 그리스 운명의 한 달…

    “그리스는 지금 칼날 위에 서 있다.” 연립정부 구성 실패로 다음 달 17일 2차 총선을 앞둔 그리스를 이르는 말이다. 2차 총선에서는 지난 6일 1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대가로 합의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승리가 유력할 것으로 예측돼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이탈)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2차 총선은 사실상 유로존 잔류냐, 이탈이냐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을 띤다. 선거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시리자를 제외한 주요 정당들과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구제금융의 필요성을 얼마만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소집한 정당대표 회의에서 2차 총선일을 다음 달 17일로 정하고, 그때까지 총선을 관리하는 과도정부를 이끌 총리로 파나지오티스 피크라메노스 행정법원장을 임명했다. 문제는 2차 총선에서 제1당과 제2당이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현지 언론들이 2차 총선 여론조사 결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내걸고 있는 시리자가 1차 때보다 높은 지지율 20%로 제1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조사의 예측이 현실화하면 ‘긴축 반대’ 목소리가 높아져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의 구제금융 지원이 중단되고 그렉시트가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알렉시스 치프라스(38) 시리자 대표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긴축이라는 ‘질병’이 그리스를 덮친다면 이는 유럽 나머지 국가로도 확산돼 나갈 것”이라며 “이런 만큼 유럽연합(EU)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인들의 삶을 놓고 포커게임을 벌이는 짓을 중단하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반면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약속한 제1당 신민당이 18.1%의 지지를 얻어 제2당으로 내려앉고, 제3당 사회당(12.2%)과 그리스독립당(8.4%), 공산당(6.5%) 등이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응답자의 80% 이상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그리스 좌파 집권땐 구제금융 불투명…‘그렉시트’ 액션?

    그리스 좌파 집권땐 구제금융 불투명…‘그렉시트’ 액션?

    그리스가 15일(현지시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이 현실화되고 있다. 다음 달 2차 총선에서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시간 문제라는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신임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를 위한 추가 조치를 논의하겠다.”며 ‘그리스발(發) 리스크’ 확산 차단에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이른바 ‘그렉시트’(Grexit)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그리스 2차 총선과 프랑스 의회선거 결과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리스는 16일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다음 달 2차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2차 총선에서 재협상을 주창하는 시리자가 20.5%의 지지율로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제금융 조건 이행을 약속한 신민당과 사회당은 각각 18.1%, 12.2%로 2, 3위에 그쳤다. 그리스 금융기관들의 재정상태가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다음 달 유럽연합(EU)과 IMF의 구제금융 집행 전까지 차기 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재정위기가 시작된 이후 예금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예금자들은 현금을 인출, 해외 은행들에 송금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50억 유로가 유출됐다. 최근 2년간 한 달 평균 20억~30억 유로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IMF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지만 역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질서 있는 이탈’에도 대비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프랑스 24’ TV와의 회견에서 “그리스가 재정 긴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적절한 교정이 있게 되는데 이는 재정지원이나 시간을 더 주거나 아니면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메커니즘을 의미한다.”면서 “이 경우 질서 있는 이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 총재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대비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리스발 뱅크런 사태가 재정이 취약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옮겨가는 뱅크런 도미노가 나타나면 유로존 자체가 와해될 공산도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위기의 그리스, 유로존 첫 퇴출국 되나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로존 국가의 중앙은행장들이 공식적으로는 처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룩 코엔 벨기에 중앙은행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그리스와 유로존이 원만하게 갈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장 역시 “그리스의 이탈로 발생하는 충격은 기술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리스의 이탈이 반드시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연립정부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그리스 내부의 위기가 유로존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각 정당 대표들이 비상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연립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제2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1차 회의 이후 더 이상 연정 구성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다음 달 총선이 새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또 14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그리스와 스페인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 특히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과도한 긴축 일변도 정책’을 수정 또는 완화할지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도 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 CNN은 그리스가 농업과 관광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데다 유럽연합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그리스의 비중이 5%밖에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냉전 이후 발칸반도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그리스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 역시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리스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안팎에서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이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유로존이나 유럽연합 차원에서 수십억 유로를 지원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국제무대 데뷔’ 올랑드 佛대통령

    [피플 인 포커스] ‘국제무대 데뷔’ 올랑드 佛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57) 프랑스 대통령 당선인이 15일(현지시간) 취임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정 운영과 외교 무대에 나선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제1야당인 사회당 지도자로서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공격했던 그는 ‘허니문’을 즐길 새도 없이 나라 안팎의 이견과 반대가 첨예하게 맞서는 경제·정치 현안들을 해결하고 선거 공약을 실천해야 하는 힘든 여정에 오르게 됐다. 당장 꺼야 할 발등의 불은 유로존 재정 위기 해법을 둘러싼 독일과의 견해 차이다. 올랑드 당선인은 유세 기간 내내 성장 정책을 부각시켰고 승리 연설에서도 “긴축이 유럽의 운명일 필요는 없다.”며 유로존 신재정협약 재협상을 강조해 ‘긴축 유럽’의 설계자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불화는 올랑드에게도 득 될 게 없어 한시라도 빨리 타협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올랑드 당선인이 취임 직후 곧바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메르켈 총리와 만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 대해 지금까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지도자 간 상견례 성격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실무 만찬에서 신재정협약 재협상에 대한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13일 전했다. “재협상은 없다.”는 메르켈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올랑드 당선인 측은 회담 전망에 낙관적이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대통령직인수위원단장은 “성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럽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두 정상이 적절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랑드 당선인은 이어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 지도자들에게 성장 촉진 정책의 중요성과 신재정협약 재협상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2일 “별다른 묘책이 없는 올랑드에게 EU는 유일한 협상 카드”라면서 “완고한 메르켈 총리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려면 고도의 실용주의와 협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올랑드가 국제 무대에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현안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프랑스군 조기 철수 문제다. 올랑드는 아프간에 파병된 프랑스군 3300명을 올해 말까지 전원 철수시키는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북대서양조양기구(나토)가 2014년까지 아프간 정부에 치안권을 이양하고 단계적으로 파병군을 철수하겠다고 한 계획보다 2년 빠른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20~2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올랑드가 프랑스군 철수 시기를 좀 더 늦추도록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해 지난주 방문단을 파리로 보내 올랑드 보좌관들과 만났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8~19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되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올랑드에게 2014년이 어렵다면 2013년까지 철군을 늦추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랑드는 다음 달 10일과 17일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사회당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안심할 순 없다. 르피가로는 “대통령 선거 승리를 계기로 좌파가 탄력을 받겠지만 압도적인 다수당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좌파들 애국가 못 부를 이유 있나”- 조지 오웰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내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번역 등을 통해 영국 정치 경제사에 대한 수준 높은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두 사람을 더 다루고 싶다 했다. ‘동물농장’과 ‘1984’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조지 오웰(1903~1950), 그리고 우리에게 낯설지만 영국 노동당의 핵심 이론가인 리처드 토니(1880~1962)다. 케인스가 현대 세계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면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서 이 두 명의 삶은 참고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그 가운데 ‘조지 오웰-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한길사 펴냄)가 먼저 나왔다. 타이밍도 기막히다. 진보 논쟁이 한창이라서다. 오웰은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다. “최초의 상업적 성공을 안겨 준 ‘동물농장’의 인세가 밀려들기 시작할 무렵 마지막 소설인 ‘1984’가 거둘 놀라울 성공을 미처 누리지 못한 채” 폐결핵으로 숨졌다. 외롭고 가난한 것보다 오웰을 더 괴롭힌 것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동물농장’을 반공 우화로만 생각하는 세태에 슬퍼하기도 했다. 물론 소련을 비판한 것은 맞다. 2차대전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스탈린의 패악에 눈감고 심지어 아첨까지 하는 좌파 지식인들을 못 견뎌 했다. “거짓을 말하고 진리를 억압하는 것이 정치적 대의를 진전시키는 길이라는 사고”와 “독재 방식, 비밀경찰, 역사의 체계적 조작을, 자기 편인 한 수용할 태세를 완벽히 갖춘 상태”가 파시즘보다 더 무서운 유럽 위기의 뿌리라 봤다. “히틀러가 책을 불태웠다면 스탈린은 책을 다시 썼다.”는 엄연한 진실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오웰이 보기에 “좌파 지식인이 스탈린을 숭앙”하는 꼴은 “글래스고 빈민가 아이들이 알 카포네를 숭배”하는 것과 똑같다. 1943년 11월부터 영국 노동당 내 좌파그룹 기관지 ‘트리뷴’에 소련 공산당을 극렬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쓰는가 하면 소련에 아첨한 지식인들에게 아예 대놓고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1949년에는 소련 공산당의 선전 공세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영국 외무부의 정보조사처(IRD)에다 영국 내 공산당 비밀 당원과 동조자들 35명의 명단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전력들 때문에 오웰은 좌파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노동계급을 동경했으나 자신의 출신 성분을 배반할 수 없어 결국 중간계층으로 되돌아갔고 그 뒤 비뚤어진 선입관으로 사회주의를 비난한 배신자로 취급받았다. 그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받쳐주지 않을 때면 그의 글과 책은 늘 인쇄가 미뤄지거나 거부당했다. 후대 좌파에게도 비판 대상이었다. 문화 연구로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문화 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도 오웰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오웰이 ‘비판자들의 상상 이상으로 더 뿌리 깊은 신념을 지닌 사회주의자’였다고 본다. 실제 오웰은 평생 사회주의 혁명을 염원했다. 결혼 6개월 만에 ‘반(反)파쇼’를 위해 트로츠키 민병대원으로 스페인내전(1936~1939)에 참가, 목에 관통상을 입기도 했다. 전간기와 2차대전을 겪으면서 영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모든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라 믿었다. 이를 위해 오웰은 영국 노동자들이 식민지 보유로 인한 이득을 포기하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것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 산업국가의 모든 좌파 정당은 실제로는 가짜”라는 질타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서구 좌파들에게 ‘노동자 국제 연대 운운하면서 잘난 척 그만하고 식민지부터 먼저 포기해 보시지.’라고 말한 것이다. 저자가 오웰을 두고 “사회주의를 국제적 맥락에서 보려 했던, 제국주의 문제를 정직하게 대면하려 했던 마지막 사회주의자”라고,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직한 우파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라면 오웰의 내부 고발 행위에 함부로 박수를 쳐댈 수 없을 것”이라 평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영국 전통에 뿌리 박은 사회주의’에 대한 얘기들이다. 오웰은 거창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남을 깔보는 중간 계급적 우월감이라는 최악의 흔적”을 지닌 좌파 엘리트 지식인들을 경멸했기에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적 사회주의, 윤리적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이는 ‘좌파 애국주의’로 이어진다. 애국주의, 하면 벌써 좌파들은 눈꼬리가 올라간다. 그런 단어는 극우 맹동 세력, 반동분자나 쓰는 말 아니던가. 해서 애국가를 그토록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웰은 “애국주의가 보수주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유되는 것이야말로 천부당만부당”하다고 말한다. 그가 답답해한 것은 “보통 사람들은 이미 사회주의에 경도”되어 있음에도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고 말해서 문 앞에까지 온 지지자들을 되돌려 보내는 좌파의 멍청함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평범한 정서도 이해 못 하는 계몽된 좌파 지식인”보다는 “유니언 잭을 보고 가슴 뛰는 보통 사람”이 되라고 주문한다. 6장 ‘좌파 애국주의를 위하여’에 등장하는 “늙은 보수주의자의 뼈 위에 사회주의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란 말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 만한 묵직한 표현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붙이자면, 1949년 영국 정부에 공산당 동조자 35명의 명단을 넘긴 사건은 ‘세작질’이 아니다. 오웰은 명단만 넘긴 게 아니라 소련 공산당의 선전 선동에 맞설 수 있는 ‘진정한 영국의 사회주의자들’을 정부에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전후 영국에서 미국과 같은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닥치지 않은 것은 오웰의 그런 세심한 배려 덕분이었다는 평가는 거기서 나온다. 이 평을 누가 했을까. 바로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다. 추악한 독재자들과 거래했다며 마더 테레사에게 독설을 퍼붓는 등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여기저기서 희화화되곤 하는 바로 그 다혈질 좌파 히친스 말이다. 2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그리스, 좌파도 연정 실패… 디폴트 위기

    그리스가 정부 구성 권한을 부여받은 제2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사실상 다음 달 2차 총선 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그리스에 10일(현지시간) 구제금융 42억 유로가 지급되지만 다음 주에 유럽중앙은행(ECB)에 33억 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남는 금액이 9억 유로에 불과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9일 “정부 구성에 필요한 충분한 지지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연정 구성을 위한 노력을 중단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약속 철회와 노조의 단체교섭권 부활, 선거구 개편 등을 제시하며 좌파진영의 세 규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치프라스는 “우리의 제안이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의회에서의 지지는 미약했다.”고 말했다. 제1당인 신민당에 이어 제2당도 연정 구성에 실패함에 따라 정부 구성권은 제3당인 사회당(PASOK) 대표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에게 넘어갔다. 사회당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최후의 수단으로 각 당 대표들을 불러 대연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민당 대표 안도니스 사마라스는 치프라스에게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을 거부할 경우 그리스가 파산하고 EU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치프라스의 구제금융 거부 제안을 일축했다.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는 이날 “이사회가 이미 승인한 52억 유로 가운데 42억 유로를 예정대로 10일 지급하고 나머지 10억 유로는 향후 그리스의 상황에 맞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52억 유로는 지난 2월 EU 정상회의에서 결정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1300억 유로 가운데 2차 집행분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좌파연합도 연정구성 어려워 새달 2차총선… 6~8월 그리스發 위기 확산… 한국도 영향”

    “좌파연합도 연정구성 어려워 새달 2차총선… 6~8월 그리스發 위기 확산… 한국도 영향”

    장태신 주그리스 대사는 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1당인 신민당에 이어 제2당으로 급부상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연정 구성이 쉽지 않아 결국 다음 달 17일 이전에 총선이 다시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6~8월이 그리스는 물론 유럽 전체에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장 대사는 총선에서 극좌·극우 세력이 약진한 것은 “안정 희구 세력보다는 현재와 앞날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으로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장 대사와의 일문일답. →현재 그리스 정국은. -보수 신민당이 연정 구성권한을 반납하면서 제2당인 시리자에 이어 사회당 역시 연정을 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결국 다음 달 2차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선 감은 있지만 2차 총선에서 결과가 달라질까. -그리스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신민당과 사회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 대신 이번에 약진한 시리자와 극우 정당들이 더 많이 득표할 것으로 보이나,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아도 연정 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진다는 얘기다. →구제금융은 물 건너 갔다는 우려가 많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38) 대표는 옛 양대 정당이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한 약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군소 정당들도 마찬가지 주장을 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구제금융 지원을 중단한다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디폴트 우려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6~8월은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주변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재협상 가능성은. -강도 높은 연금과 공공부문 개혁, 긴축 재정 등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완화 내지 철회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모럴해저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은 -유럽 경제가 불안정해지면, 미국과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그리스 2차 총선 치르나

    지난 6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한 신민당이 선거 하루 만인 7일 연정 구성 실패를 선언했다.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정당들이 대거 의회에 진입함으로써 그리스 리스크가 고조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신민당 당수 안토니스 사마라스는 이날 “국가를 구제할 해법을 찾기 위해 ‘유로존 잔류’와 ‘재협상에 의한 구제금융 정책 변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연정 구성을 위해 총력을 쏟았지만 정당들이 연정 참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신민당의 연정 실패 선언으로 그리스 헌법에 따라 제2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8일부터 사흘 동안 연정 구성 협상에 나서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구제금융과 관련된 “야만적인” 조치들을 물리치기 위해 좌파연립 내각을 꾸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정당 간의 이견이 확연해 연정 구성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번 총선 개표 결과 신민당은 18.85%를 득표해 의회 정원 300석 가운데 비례대표를 포함해 108석을 얻었다. 신민당과 함께 연정을 꾸렸던 사회당은 13.18%의 득표로 4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시리자가 16.78%로 52석을 차지했고 그리스독립당이 10.6% 33석, 공산당이 8.48% 26석, 극우성향인 황금새벽당이 6.97% 21석, 민주좌파가 6.1% 19석을 각각 얻었다. 시리자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공’은 사회당 당수인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전 재무장관에게 넘어가게 되고 17일까지 연정이 구성되지 않으면 그리스는 2차 총선을 치르게 된다. 베니젤로스는 “유럽연합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을 포함한 국민통합의 정부가 필요하다.”면서 “(연정의) 최소 합의선은 그리스의 유로 잔류”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올여름에 2차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제 혼란과 사회적 불안, 재정긴축 세력에 대한 불신이 그리스를 어디로 끌고 갈지 지금으로선 아무도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리스 의회가 다음 달까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개혁 조치 70여건을 승인하지 않으면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당장 중단될 수밖에 없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한국, 3차 산업혁명의 亞촉매·모델 될 수 있어”

    “한국, 3차 산업혁명의 亞촉매·모델 될 수 있어”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어날 3차 산업혁명의 촉매제이자 아시아의 맞춤형 모델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66)은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녹색성장을 선언한 첫 번째 아시아 국가로 3차 산업혁명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면서 “다만 비전이 있지만 실천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이렇게 분석했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초청으로 방한한 리프킨은 10일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2’에서 연설하고 이명박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최근 ‘3차 산업혁명’(민음사 펴냄)의 한국어판을 낸 그는 대화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동시 통역으로 변경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열정적으로 미래의 아시아와 지구촌의 모습을 거침없이 그려 나갔다. 리프킨은 “한국은 조선산업과 정보통신, 자동화, 화학 등의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고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3차 산업혁명에서 아시아의 리더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이(3차 산업혁명에서) 성과를 낸다면 이를 호주와 필리핀에까지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렇다면 3차 산업혁명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태양열과 풍력 등의 그린에너지와 인터넷 혁명이 결합해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석탄을 활용한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20세기 초 석유와 함께 자동차·라디오·영화 등 중앙 집권적인 대규모 경제 집단이 전면화된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됐다는 것이 리프킨의 분석이다. 새 에너지가 개발되면 커뮤니케이션 혁명(신문, 라디오, TV 등)을 동반하며 경제 대변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1세기는 그린에너지와 인터넷의 발달을 원동력으로 한 경제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근면한 노동, 중앙 집권적 권위적 체계, 거대 금융자본, 사적 소유권 등은 사라지거나 중요하지 않게 된다. ●미니발전소 등 5대 인프라 필요 리프킨이 손꼽는 3차 산업혁명을 위한 핵심 축은 5가지다. 첫째, 화석연료의 20%를 그린·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독일 등 유럽이 2007년에 이런 목표를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둘째, 대규모 발전소를 미니 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이다. 유럽에 있는 1억 9100만개의 건물이 탄소 배출의 원흉인데 이 건물들을 태양광 등 미니 발전소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되면 30~40년 동안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셋째, 저장 기술 배터리를 만들어 모든 건물과 인프라에 보급하는 것이다. 넷째는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각 가정에서 발전해 쓰고 남은 전기를 공유하거나 팔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음반이나 CD가 사라지고 음원을 공유하는 이치와 같다. 다섯째는 플러그인 차량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가 3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로 필요하다. ●원전 폐기물·우라늄 고갈 탓 한계 화석연료의 대체재로 원자력이 거론되지만 리프킨은 이에 부정적이다. “체르노빌 사태 이후로 원자력은 이미 끝났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말이 안 된다. 전 세계 원전은 상업용 전력의 고작 6%를 담당한다. 기후 변화를 공부하는 학자들은 원자력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수준으로 가려면 전체 에너지의 20%까지 올려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원전 1600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말이다. 불가능하다. 또한 원자력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우리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물 40%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문제, 2050년으로 예상되는 우라늄 고갈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원전 없는 세상에 독일과 일본, 앞으로 프랑스가 합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색에너지로 전환하려면 큰 비용이 발생해 국가 간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을까. 리프킨은 “1·2차 산업혁명의 인프라가 없는 개발도상국에서는 3차 산업혁명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용도 덜 들고 미래 경제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사례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서는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유선전화 설치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는 “아내와 나는 낡은 집을 사서 20년 동안 수리를 하며 살았는데 지금 따져보면 새 집을 짓는 게 훨씬 나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미 사망 선고가 내려진 2차 산업혁명의 단계를 개도국이 거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은유다. 다만 개도국은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이전과 지식 이전을 받아야 한다. ●이익 나누면 공동 이익은 커져 개인이 이윤을 추구하다 보면 사회와 경제가 무한대로 발전해 나간다는 18세기 애덤 스미스(1723~1790)식의 경제 이론이나 이를 바탕으로 20세기를 풍미한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리프킨은 “애덤 스미스에서 벗어나라.”고 담담하게 조언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이익을 나누면 이익이 작아진다고 가르쳤지만 위키피디아 작성과 같이 협업이 익숙한 젊은 세대는 이익을 나누면 공동의 이익이 커짐을 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어느 학자가 흑인 학생과 한국 학생의 성적을 비교한 뒤 왜 한국 학생이 더 뛰어난지를 연구했다. 관찰 결과 흑인 학생들은 교실에서 따로따로 행동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같이 식당에 가고 같이 대화하고 같이 숙제했다. 흑인 학생들에게 한국 학생처럼 하도록 했다. 결국 흑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좋아졌다. “가치를 나누면 가치가 증가된다.”고 확신에 찬 얼굴로 그는 말했다. ●화석연료 의존 경제는 성장 못해 2008년 이래 진행되는 유럽의 지속적인 경제 위기와 관련해 리프킨은 “유럽연합의 위기는 미국의 주택 경기 거품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런 위기에서 긴축재정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지한 낡은 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 경제 성장을 할 수 없고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3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는 29일 유럽집행회의와 함께 3차 산업혁명의 경제 성장 단계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파, 앞으로 집권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좌파지만 3차 산업혁명이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리프킨은 “인류가 경제 위기와 자원 고갈의 상황에서 시간 내에 2차 산업혁명 단계를 탈출할 수 있느냐, 그리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더 관심이 간다.”고 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제러미 리프킨은 1945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 출생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터프츠 대학의 플레처 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현재 와튼스쿨 최고 경영자 과정 교수이자 경제동향연구재단(FOET) 이사장이다. 리프킨은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등 세계 지도자들의 경제 발전 방향에 대한 자문역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 ‘노동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 ‘육식의 종말’ ‘소유의 종말’ ‘공감의 시대’ 등이 있다.
  • 판 깨진 메르코지… 멜랑드 시대 오나

    유럽연합(EU)을 이끄는 큰 축인 ‘메르코지’ 시대가 저물고 ‘멜랑드’ 시대가 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좌파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같은 우파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간의 ‘찰떡 공조’가 끝나고, ‘데면데면한’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당선자 간의 화학적 결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긴축에 방점을 둔 메르켈의 입장과 성장에 우선 순위를 둔 올랑드의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프랑스 대선 결과는 일단 유럽 재정위기 대응책을 사실상 주도해 온 메르켈의 긴축정책 방향과 내용에 상당한 수정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랑드는 앞서 대선 유세과정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구제의 큰 틀인 ‘신재정협약’을 근간으로 하는 긴축정책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도 지난 4일 “올랑드가 당선되면 메르켈과의 대립이 불가피하다.”면서 “재정협약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이 확대되는 쪽으로 수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메르켈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는 7일 기자회견에서 “재정협약은 재협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독일의 입장이고 내 개인적 생각도 그렇다.”면서 올랑드의 선거공약인 재정협약 재협상 요구에 대해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협약은 유럽 25개국 정부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논의됐고 추인됐다.”며 “그런 일은 단순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판을 깨는 위험 부담을 원하지 않는 메르켈이 올랑드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독일로서는 유럽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화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올랑드의 성장정책 추진 입장과 관련, “우리는 (성장정책을)논의해 왔으며 이런 가운데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강조한 것으로 발전적 논의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올랑드에게 화해 신호를 보냈다. 이에 올랑드도 “우리는 프랑스와 독일 간 우호관계를 뒤흔들 만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 올랑드 당선자의 취임식 직후 이뤄질 양국 정상 회동에서 신재정협약에 대한 두 나라의 대체적인 의견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는 기존의 자국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그리스, 佛보다 더 큰 불

    그리스, 佛보다 더 큰 불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정’이 칼날 위에 서게 됐다.”(세라 헤윈 스탠다드차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 결과가 구제금융과 유로존의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제하의 분석 기사에서 인용한 문구다. 중도우파 신민당(ND)과 중도좌파 사회당(PASOK)의 집권 연정이 1974년 이후 장기 집권과 긴축재정 등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로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유로존 전역에 ‘그리스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통신은 구제금융 반대세력이 의회에 대거 진출함에 따라, 가능성은 낮지만 설혹 신민당과 사회당을 주축으로 한 연정이 재구성된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긴축정책이 힘들게 돼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지하는 정당은 ND와 PASOK, 두 개 정당뿐이다. ‘구제조건 의무사항 불이행→채무불이행(디폴트) 봉착→유로존 탈퇴→유로존과 전 세계로 그리스 리스크 파급’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득권층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뿌리와 가지)나 외국인 추방 등을 주장하는 신(新)나치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을 비롯해 극단적인 군소정당 7~10개가 의회에 진출하게 된 것도 그리스의 연정 퍼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총선 이후 그리스의 정치 일정은 무엇보다 연정 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표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제1당인 ND가 사흘 안에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ND의 연정 구성이 실패하면 창당 10년 남짓만에 제2당으로 급부상한 시리자가 연정 구성 권한을 갖게 된다. 제2당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제3당인 PASOK이 같은 권한을 이어받게 된다. 그래도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면 그리스는 2차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BBC 등 외신은 총선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ND는 19%, 시리자는 16.7%, PASOK은 13.3%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시리자가 신민·사회당 연정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고 있으며 10%의 득표로 제4당을 차지하게 된 자유그리스당도 현재로서는 ND와의 연정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각 정파의 입장으로는 ‘구제금융 연정’ 구성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신민당이 공산당이나 황금새벽당 등 일부 소수 정파를 끌어들여 가까스로 연정을 구성하는 시나리오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를 두고 레프테리스 파마키스 노무라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의 정치적 불안정이 목전에 다다랐다.”고 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당장 눈앞에 닥친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리스는 다음 달 말까지 110억 유로(약 16조원)에 이르는 긴축 재정을 이행해야 한다. 정정 불안과 구제금융 이행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언급한 대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출구 전략으로 공식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회원 탈퇴를 규정한 법적 장치가 없고, 스페인을 비롯해 다른 회원 국가로 그리스 사례가 전염될 수 있는 데다, 시장에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유로존 탈퇴 현실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인지도 3%서 결선 51% 지지로 당선된 리틀 미테랑

    인지도 3%서 결선 51% 지지로 당선된 리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 프랑수아 올랑드(57)의 정치적 멘토는 사회당 출신 최초의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1916~1996)이다. 미테랑 시절 특별자문위원을 지냈다. 영국의 대처리즘, 미국의 레이거니즘이 절정에 달한 1980년대에 미테랑은 좌우동거 정부를 구성하는 등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마지막 보루였다. 올랑드는 선거 내내 미테랑처럼 말하고, 걷고, 행동했다. 목소리도 미테랑처럼 내기 위해 발성 교정도 받았다. 26세이던 1982년 그는 미테랑의 권유로 프랑스 중남부 코레즈를 지역구로 삼았다. 이곳은 미테랑의 정적이자 보수파 거목인 자크 시라크의 철옹성이었다. 시라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올랑드는 1988년 처음 이곳에서 하원에 진출했고, 1997년부터 사회당 대표를 맡아 왔다. 올랑드는 개성이 함축된 여러 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무슈 노르말’(보통사람)이다. 바퀴가 세 개 달린 스쿠터를 타고 사회당사로 출근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피자 배달 소년’이란 별명도 붙었다. 둥근 얼굴에 둥근 안경을 착용하는 바람에 언론에서는 ‘마시멜로맨’,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러멜 푸딩 브랜드에 빗대 ‘무슈 플랑비’로도 불렸다. 물컹물컹한 푸팅처럼 물러터져 카리스마가 없다는 의미다. 이에 그는 2009년 다이어트에 돌입해 30파운드(13㎏)를 빼고 안경과 옷차림 등을 바꿨다. 도시적 카리스마를 갖기 위해서였다. 그에겐 한때 ‘무슈 루아얄’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2007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패한 전 애인 세골렌 루아얄을 적극 지원하면서다. 루아얄이 당선되면 공직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음을 비꼬는 의미였다. 지난해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인지도는 3%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꼽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 뉴욕 한 호텔 여직원과의 성추문으로 낙마하면서 올랑드가 사회당 대선후보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랑드는 1954년 프랑스 북부 도시 루앙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나 프랑스 정치 엘리트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와 파리정치대학에서 수학하며 엘리제궁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후 판사로 잠깐 일한 것이 그가 정부 월급을 받은 경력의 전부였다. 올랑드란 이름은 16세기 홀란드(네덜란드)에서 종교박해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칼뱅교 조상으로부터 유래됐다. 하지만 그의 종교는 가톨릭이다. 19세이던 1979년 사회당에 입당했다. 올랑드는 어젠다를 앞장서 만들거나 정면대결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타협안을 도출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다른 정당의 입장까지도 요약 정리하는 바람에 ‘종합의 남자’ 또는 ‘미스터 타협’이란 별명도 붙었다. 행정경험이 부족한 올랑드는 가장 먼저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취임 직후인 5월 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6월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참석한다. 올랑드는 중도우파 보수의 화려한 언변을 가진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좌파적 시각으로 경제를 해석해 시장의 우려를 사 왔다. 특히 부자증세와 성장전략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연간 100만 유로(약 15억원) 넘게 버는 고소득층에 75%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공약했다. 또 사르코지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주도했던 긴축 중심의 신재정협약도 재협상을 통해 재정긴축에서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의 당선 직후 재협상론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올랑드는 기존의 유로존 질서가 유럽연합(EU) 강국인 프랑스의 새로운 정치질서와 맞물리면서 높아진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올랑드 측은 “유럽에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의도가 없다.”며 시장을 진화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긴축정책의 패배… 유로존 기로

    6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 정책을 주도하던 집권 세력이 패배함으로써,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중대 기로를 맞게 됐다. BBC와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일제히 이번 선거 결과로 신재정 협약을 이끌던 프랑스와 독일의 ‘메르코지 동맹’이 붕괴하면서 유로존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6일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57) 사회당 후보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누르고 신임 대통령에 당선됐다. 내무부는 7일 최종 개표 결과 올랑드가 51.62%, 사르코지가 48.38%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좌파가 집권하는 것은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이 퇴진한 이후 17년 만이다. 이에 따라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정권을 넘겨받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유럽1 라디오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사회당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대통령 취임 일정을 협의하고 총리 등 내각 명단을 짤 인수위원회 구성 작업을 시작했다. 긴축 정책에 반대하며 성장과 채무 감축을 주창해 온 올랑드 당선자는 “더 이상 긴축정책이 유일한 방안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유로존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 총선에서는 1974년 이후 번갈아 집권한 신민당과 사회당(PASOK)의 연립정부가 30%대의 득표율에 그치며 연정 붕괴가 현실화됐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흔들리는 긴축 유럽] (상)유럽발 위기… 한국경제 파장

    [흔들리는 긴축 유럽] (상)유럽발 위기… 한국경제 파장

    프랑스에서 17년 만의 좌파 정권으로 교체와 그리스 연정 붕괴에 국제금융 시장이 요동쳤다. 프랑스와 그리스의 정치적 변화를 시장은 그만큼 민감하고 불안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7일 코스피지수는 1956.44로 전거래일보다 32.71포인트(1.64%)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도 3.52포인트(0.72%) 내린 487.01을 기록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5.5원 오른 1137.5원으로 마감됐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타이완 자취안 지수가 각각 2.78%, 2.11% 내리는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재발 우려’다. 긴축 일변도 정책이 성장 위주로 전환되리라는 점이다. 유로존이 성장을 하면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만 긴축을 통한 구조조정이 미흡하면 재정 위기 대응이 어려워진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나의 적은 금융”이라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프랑스의 선택은 유로존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 유로존의 201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추정치는 92.5%다. ‘메르코지’(메르켈 독일 총리+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와 달리 ‘멜랑드’(메르켈+올랑드)는 협력은커녕 갈등만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신재정협약에 대해 올랑드는 독일에 재협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17년 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사회주의 경제 정책으로 극심한 경기부진을 겪고나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던 것에 주목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우선 올랑드 당선자가 성장 위주의 공약을 하기는 했지만 독일과의 관계를 볼 때 긴축 기조를 완전히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톤다운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때까지 시장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재정협약은 독일과 프랑스가 갈등을 빚다가 폐기하기보다는 균형재정 달성 시점을 1~2년 정도 유예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 그리스 의회를 이끌었던 주요 정당들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이 프랑스 대선 결과보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긴축을 주장하던 측이 선거에서 지면서 긴축의 허리띠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순표 B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자금유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하반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량을 늘릴 경우 유럽 자금이 다시 유입될 것으로 보여 국내 시장에 장기적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 투자증권 임동민 선임연구원은 “유럽이 실제 긴축정책에서 성장기조로 바뀔 경우 유로존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을 넘어 대유럽 무역 수요가 줄어드는 등 실물 경제까지 영향을 줄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급진좌파 30대 치프라스에 달렸다

    그리스의 젊은 정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38)가 6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총선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치프라스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긴축 재정과 정치 기득권층에 지친 그리스 유권자들의 지지를 업고 창당 10년 남짓 만에 제2당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선거 개표가 92.2% 진행된 상황에서 시리자는 득표율 16%를 넘기며 2위로 선전하고 있다. 2001년 출범한 시리자는 신자유주의 유입에 따른 연금개혁과 사회 보장체제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 2004년 총선에서 3.3%의 득표율로 의원 6명을 배출했고 2007년에는 득표율 5.04%로 14명을, 2009년에는 4.6%의 득표율로 13명의 의원을 확보하면서 그 영향력을 키워 왔다. 치프라스는 이번 총선 유세에서 대출 상환을 일단 중단한 뒤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가 주도한 구제금융 이행 조건을 재협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기존 정당과 다른 노선을 펼친 그는 그리스의 긴축 재정으로 힘들어진 실직자와 연금생활자 등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헌법에 따라 연립정부 구성 권한이 치프라스에게 돌아간다면, 그가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이번 그의 승리가 그리스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킬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평소 주변에 완벽주의자라고 알려져 있는 치프라스는 2006년 아테네 시장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하며 정계에 처음 등장했다. 이어 2008년 좌파연합의 당수가 되었고 2009년 의회에 선출된 바 있다. 조희선기자 hsncho@seoul.co.kr
  • 佛 17년만에 좌파정권… 긴장하는 EU

    프랑스에서 17년 만에 좌파정권 탄생이 확실시된다. 유럽 2위 경제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대선 결선투표가 6일(현지시간)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프랑스의 대선 결과가 긴축 일변도인 유럽연합(EU) 각국의 정책을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프랑스 국민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6만 5000곳의 투표소를 찾아 향후 5년간 자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한 표를 행사했다. 프랑스 유권자는 모두 4600만명이며 대선에 출마한 10명의 후보 중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57) 후보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57) 대통령이 이날 결선에서 양자 대결을 펼쳤다. 올랑드는 지난해 10월 사회당 후보로 뽑힌 뒤 한 번도 2차 투표 지지율에서 사르코지에 뒤지지 않았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투표율은 오후 5시까지 71%를 조금 넘어 2007년 대선 때 같은 시간 투표율(75%)보다 낮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선거 막판 1주일간 올랑드 후보를 맹추격하며 접전을 벌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IFOP)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올랑드와 사르코지는 각각 52%, 4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올랑드는 1차 투표에서 9.2%의 지지율을 올린 중도우파 프랑스민주동맹(UDF) 프랑수아 바이루의 지지 선언을 이끌었지만 막판까지 고전했다. 그는 4일 마지막 선거운동 회의에서 “(지지자) 여러분의 흥을 깨고 싶지 않으나 게임이 (사회당의 승리로) 끝났다고 생각해 심각한 실수를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밀린 사르코지 대통령도 “여전히 (승리할) 자신이 있다.”면서 “일요일 선거 결과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에 17년 만의 좌파 정권 탄생이 가시화되자 유럽 각국 정부와 시장도 긴장했다. 올랑드 후보는 대선 유세 기간 동안 유럽연합(EU) 신(新)재정협약(유럽 국가 간 재정통합을 목표로 서명한 협약)의 재협상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사회당 정권이 들어서면 유로존 재정통합 연대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돼 왔다. 그러나 올랑드가 사르코지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면서 집권 이후에도 재정 상황에 신경 쓰고, 유로존 상대 국가와의 협력을 계속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파리의 한 펀드 매니저는 분석했다. ‘미스터 평범’이라는 별명이 붙은 올랑드 후보는 당내에서 중도 성향으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추문으로 낙마한 뒤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1954년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엘리트 코스만 밟았지만, 수수한 외모와 성품을 앞세워 스스로를 ‘보통 사람’이라고 부르며 표몰이를 했다. 만약 사르코지는 낙선한다면 1981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이후 31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프랑스 대통령으로 남는다. 또 최근 유럽경제위기로 실각하는 11번째 국가지도자로 기록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그리스 구제금융도 총선 심판대에

    그리스 국민들이 6일(현지시간) 유럽 재정 위기 이후 처음으로 투표소로 향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연립 정부를 구성한 집권 세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가 운명은 물론 유럽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듯하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12시간 동안 그리스 전역에서 투표를 했다. 이번 총선은 그리스 역사상 최다인 10개 정당이 참여해 유세 과정에서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유럽 각국은 연립 정부를 구성한 중도좌파 사회당(PASOK)과 중도우파 신민당이 의석(300석)의 과반을 차지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연정에 참여한 양당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가 주도한 구제 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긴축 재정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긴축 재정과 구제 금융에 대한 그리스인의 심판인 셈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양당이 의석의 상당수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긴축 재정으로 공무원 인력 감축, 임금 삭감, 공기업 민영화, 연금 축소 등 내핍을 견뎌온 그리스인 중 긴축 재정 등을 반대한 공산당과 급진좌파연합(시르자), 극우 황금새벽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최근 늘었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민당이 제1당, 사회당은 2당이 돼 양당의 의석은 간신히 과반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젊은 층은 기존 정치 체제와 정치인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고 고령층은 실직과 연금 축소로 절망에 빠져 연정 참여 양당이 과반을 차지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유럽 각국은 구제금융에 반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하거나,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자는 야당이 집권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글로벌 시대] 프랑스 대선을 바라보며/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프랑스 대선을 바라보며/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프랑스의 대선은 1차 투표를 거쳐 상위 두 후보가 2주 후에 치러지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오는 22일에 1차 투표 그리고 5월 6일에 2차 투표가 진행된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1차 투표에는 연임을 노리는 사르코지와 그의 최종 경쟁자가 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는 물론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군소 정당의 후보들이 대거 출마하여 다양한 정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는 1995년 미테랑의 14년 사회당 집권이 막을 내린 후 시라크와 사르코지로 이어지는 우파의 집권이 17년간 계속되었다. 현재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며, 1회에 걸쳐 연임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당선 유무에 관계없이 마지막 대선을 위한 결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프랑스의 유권자들은 17년에 걸친 우파 집권에 상당히 피로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사르코지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일한 만큼 더 잘사는” 세상은 5년이 지난 후 여전히 선거 구호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일을 하려 해도 마땅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재임 중 국제적 위기와 유럽의 위기가 여러 번 닥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현재 프랑스 국민이 지닌 집권당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사르코지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고, 따라서 새로운 선거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물질적 풍요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지 않고, ‘노동, 책임, 권위’라는 프랑스의 새로운 가치를 들고 나왔다. 이민과 치안 정책 등 민감한 분야에서 극우의 표를 의식해 강력한 우경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주목할 사항이다. 그리고 ‘강한 프랑스’를 대선 슬로건으로 선정했다. 어디서 본 듯한 이 슬로건은 지난날 베를루스코니의 ‘강한 이탈리아’와 흡사해 차라리 씁쓸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나친 우경화로 국민전선의 극우 표를 일부 몰아올 수는 있겠지만, 승리를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사르코지가 1위 혹은 2위로 결선 투표에 나가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문제는 모든 여론조사가 2차 투표에서 6~12% 포인트 차로 사회당 후보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일부 극우파의 표까지 합친 우파 진영의 표는 거의 결집된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의 고민이 깊은 이유다. 하여 중도파의 베이루 후보와 결선 투표에서 연합하는 대가로 국무총리 자리를 제안하는 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분분하다.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강력한 우경화 정책과 온건 중도파의 정책이 어떻게 조율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는 특히 금융과 교육 분야에 강력한 개혁을 주장함과 동시에 프랑스의 새로운 가치를 주창하고 있다. 선거에 맞춰 출간된 저서 ‘프랑스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치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는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정직, 공로, 연대’를 주장하며 사르코지의 ‘노동, 책임, 권위’를 맞받아치고 있다. 동시에 이민·치안 정책 등 전통적으로 좌파가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도 특별히 전문가들을 영입해 세심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새롭고도 걱정스러운 요소는 매우 낮은 예상 투표율이다.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일이 가까워오면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1차 투표를 일주일 정도 앞둔 현재 30%를 넘고 있다. 2007년의 대선에 비해 무려 두 배에 달한다. 프랑스인 두 사람 중 한명은 대의정치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심지어 네명 중 한명은 아예 정치로부터 소외되었다고 여기고 있다. 따라서 낮은 투표율이 진보와 보수의 득표에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따지기 전에, 대선에 대해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은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프랑스 사회의 현 상태가 그리 건강하지 않다는 징후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 혁명, 도덕적 다수 품어라

    혁명, 도덕적 다수 품어라

    최강희 감독이든 김어준 총수든 패러디하자면 이 남자는 ‘닥치고 혁명’쯤 된다. 지배 전략에 대해 말로만 떠들어대지 말고 그 시간에 길거리에 나가 피켓이라도 한번 더 흔들라고 한다. 해서 그 어떤 좌파 이론가도 레닌만 못하다고 본다. 정치적 올바름만 읊어대는 고상한 이론가에 비해 어쨌든 레닌은 소수파(볼셰비키)임에도 혁명을 성사시키지 않았냐는 것이다. 레닌주의를 두고 “광기의 표출”이라 부르고, 20세기 공산주의를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윤리-정치적 대실패”라 평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레닌과 ‘닥혁’을 외치는 이유가 뭘까. 이 남자, 슬라보예 지젝(63)이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인디고연구소 기획, 궁리 펴냄)을 통해 답했다. 지젝은 영화판에서부터 슬금슬금 소문나기 시작해 요즘 가히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는 ‘철학계의 아이돌’. 일단 제목에는 ‘닥혁’ 냄새가 짙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지젝은 “근대적”임을 자처하고 “헤겔주의자”를 자임한다. “헤겔에 대한 아주 두꺼운 책을 쓰고 있다.”고도 한다. 지젝이 “여가 시간에 혁명하는 멋쟁이들”이라 조롱하는 기존 좌파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소리다. 김진석 인하대 교수 표현을 빌리자면 ‘우충좌돌’의 냄새가 더 강하다. 어째서인가. ●“정치에 열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근본주의자들” 지젝이 좌파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쫄지 마.’다. 승리를 두려워하지 말고 권력을 쟁취하라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두려워하지 말 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라는 점이다. 승리로 인한 제도권으로의 진입, 그 진입으로 인한 배반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세계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다. 지젝은 “오늘날 정치에 있어서 열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근본주의자들”이라고 일갈한다. 미국의 티파티, 유럽의 극우세력 준동, 한국 국가정체성론자들의 LPG(액화석유가스)통처럼 요즘 세상에서 정치적 열정이란 모두 극우세력들 차지가 되어버렸다. 그러면 그 시간에 좌파들은 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었나. 이 지점에서 지젝의 혹독한 비판은 시작된다. 동양사상을 끌어들여 조화로운 삶 운운하는 좌파들을 비판한다. 지젝은 아예 공자를 두고 “멍청이의 원형”이라 부른다.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조화란 어디에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생태주의를 “매우 이기적이면서 인간 중심적이고 기계적”이라 비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역 중심의 소규모 대안 공동체를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작동해야 그들이 말하는 ‘지역적이고 자주적인 공동체’가 작동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이런 아름다운 얘기가 실제 성사되려면 “아주 강력한 주권국가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철학자 강신주가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다)을 달리 해석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보통 무위자연과 맞물려 소국과민은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작은 나라로, 적은 백성으로 분할해 통치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자그만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더 포괄적으로 강력한 권력, 다시 말해 제국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근대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어쩌면 회피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지젝은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다중’(Multitude) 개념도 부정한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촛불 시위 등을 키워드로 하는 다중지성도 거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국가가 사라지고 다중이 스스로 지배하게 되는 최후의 순간이 올 것이라 예견하지만 사실 그 어떤 명시적 징후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적 모델”이라기보다 “종교적 언어”로 퇴화해 버렸다고 보는 것이다. “대의제를 제거하고 직접적 투명성에 도달하고자 하는 이런 꿈은 불가능”하고 좌파들은 그런 꿈을 버려야 한다고 선언한다. 요즘 한국에서의 대의민주주의 논란이 떠오른다. ●“혁명을 원한다면 대가 지불하고 제도적 새 질서로 변환시켜야” 지젝은 아예 대놓고 “공적인 질서가 와해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문제의 핵심을 “자유의 느낌을 만끽하게 해주는 열광의 순간으로부터 벗어나 어떻게 새로운 제도적 질서로 변환시킬 것인가.”라고 정리한다. “혁명을 원할 때 법과 사회적 질서를 재건하는 정치적 그룹”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이유다. 동시에 헤겔주의자임을 자처하고 헤겔에 관한 책을 쓰는 이유다. 다만 “혁명에는 원죄가 있다.”는 사실, “정치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지젝이 인터뷰와 별도로 쓴 기고문에서 알랭 바디우가 말한 ‘공백의 제의적 유혹’(Sacrificial temptation of the void)을 끌어다 대면서 진보를 통렬히 비판하는 데서 더 명백히 드러난다. ‘순백·순결·순수한 진보의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언제나 소수자로 남으려는, 늘 패배하려는 진보가 떠올라 쓴웃음이 난다. 해서 지젝은 승리를 겁내는 좌파가 되지 말고 “스스로 도덕적 다수를 점하고 우리가 곧 법이자 윤리이자 도덕이라고 당당히 선포하라.”고 권한다. 레닌주의는 비판하되 레닌은 칭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젝 인터뷰는 인디고연구소가 앞으로 내놓을 ‘공동선(Common Good) 총서’ 가운데 1권이다. 지젝 이후 가라타니 고진, 알랭 바디우, 지그문트 바우만, 자크 랑시에르, 샹탈 무페 등 ‘뜨거운’ 학자들과의 인터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가라타니의 경우 이미 인터뷰를 마쳤고 영미권 제자들에게 비평까지 받아 올 가을쯤 묶어낼 예정이다. 바디우는 가을쯤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 박용준 인디고서원 팀장은 “연간 1~2권의 책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디고연구소는 부산의 인문학 공동체 인디고서원에서 발전한 것이다. 1만 8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북, 분단평화 넘어 통일평화로 가야”

    두 나라를 줄여 표기하거나 부를 때 앞에 내세우면 그 국가는 더 친밀하거나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한국을 함께 표현할 때는 ‘한·미’라고 하고, 중국과 미국은 ‘미·중’, 미국과 일본은 ‘미·일’, 미국과 북한을 부를 때는 ‘북·미’라고 한다. 북한을 혈맹이라는 미국보다 더 가깝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2007년 23.8%를 정점으로 2008년에는 20.3%, 2009년에는 15.9%, 2010년에는 14.8%까지 하락했다. 민족적인 호감도나 연대가 점차 희미해지고, 북한에 대해 삐끗 잘못 한마디라도 하면 ‘종북좌파’라고 욕을 먹는 상황에서, 과연 한반도는 통일될 수 있을까? 박명규(57)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최근 펴낸 ‘남북 경계선의 사회학’(창비 펴냄) 에서 “지금까지 ‘분단평화’가 유지됐고 그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하지만, 21세기에 도약을 이뤄내려면 ‘분단평화’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일을 통한 평화질서, 즉 ‘통일평화’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6일 “21세기는 세계화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남북만이 계속 냉전이란 경계 속에서 잘 살아갈 수는 없다.”면서 “지난 60년의 성과에 집착해 현재를 고수하는 전략을 택하면, 남한이 누려온 삶의 풍요로움을 후대에 넘겨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이념적으로 적대적이고, 민족적으로는 동질성인 집단으로 분류해 접근한다면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60년간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이 더는 적(敵)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체제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젊은이들이 북한을 생각할 때 무관심하고, 어색하고, 때론 불편하게 느끼는 감정도 이해할 만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겪지 못한 세대가 이념적으로 해이해졌다든지, 통일의식이 희박해졌다든지 하는 식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분단평화를 통일평화로 변환시킬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책에서 ‘1980년대 유럽의 반핵평화운동은 탈냉전으로 가는 길을 열었듯이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강화시키고, 이 비핵화를 한반도의 21세기 발전론의 차원에서 거론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핵화는 한반도 통일 국가의 성격과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으로, 주변국들도 한반도의 통일을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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