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유람선
    2026-02-16
    검색기록 지우기
  • 이완구
    2026-02-16
    검색기록 지우기
  • 무역전쟁
    2026-02-16
    검색기록 지우기
  • 류현진
    2026-02-16
    검색기록 지우기
  • 뇌경색
    2026-02-1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235
  • 기차로 돌아본 일본 남쪽의 가장 작은 섬 ‘시코쿠’

    기차로 돌아본 일본 남쪽의 가장 작은 섬 ‘시코쿠’

    일본 열도를 이루는 4개 섬 중 남쪽의 가장 작은 섬 시코쿠(四國). 도쿠시마, 가가와, 에히메, 고치 등 네 개의 현으로 구성됐지요.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시코쿠를 기차를 타고 돌아봤습니다. 4개의 현은 따뜻하고 호탕하며 편안하고 생기 넘치는 미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도 함께 담아 왔습니다. >>가가와현 여정의 들머리는 가가와현.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시내 다카마쓰역에서 특급 시만토 3호 기차를 타고 40여분 걸려 고토히라역에 도착했다. ‘우동현’이라 불릴 만큼 사누키 우동이 유명한 곳이다. 직접 발로 밟아 반죽을 쫄깃하게 만든 뒤 시식까지 해볼 수 있는 우동학교가 이곳에 있다. 손수 만든 면발을 즉석에서 끓여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즐비한 우동집과 상점을 지나면 고토히라궁이 나온다. 약 3000년 전에 지어진 일본의 대표적 신사 중 하나다. 고토히라궁에 오르는 1368개 계단 가운데 맨 뒤쪽의 본궁에 가려면 계단 785개를 올라야 한다. 원래 786개였는데 ‘786’이 일본어로 ‘곤하다’는 뜻의 ‘나야무’와 발음이 유사하다 해서 하나를 줄였다고 한다. 현 내 또 하나의 명소가 리스린공원이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공원은 모두 6개의 작은 정원으로 이뤄졌다. 야구장 3개 면적에 달할 만큼 넓다. 적송과 흑송을 비롯해 사각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싼 소나무 하코마쓰, 학 모양의 나무와 거북 모양 암석이 어우러진 쓰루가메 소나무 등이 눈길을 끈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히라이호에서 나무와 정자, 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고치현 고치현은 여장부의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곳이다. 고치역에서 ‘호빵맨’ 열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 구보카와역에 도착해 가이요도 호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폐교 건물을 피규어(모형 장난감)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온갖 프라모델과 피규어가 호비관에 모여 있다. 박물관을 오가는 길 옆으로는 시만토강이 흐른다. 고치현에서 가장 긴 196㎞의 S자형 강으로 단연 으뜸가는 경관을 자랑한다. 강 위로는 ‘침파교’란 다리가 놓여 있다. 한데 다리에 난간이 없다. 현지 관계자는 “비가 오면 순식간에 강물이 불어나는데, 이때 떠내려가는 나무에 다리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쓰이가와역에서 호비관을 본뜬 하비 트레인을 탔다. 기차는 달랑 1량이 전부다. 객차 안팎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내부에 아기자기한 피규어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고치현은 시코쿠 안에서도 가장 더운 지역이다. 분지와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의 영향인지 고치현 여성들은 대부분 여장부 기질이 다분하다. 직경 50㎝쯤 되는 큰 접시에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두루 나눠 먹는데,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이 술을 마시고 즐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에히메현 마음 한 자락 내려놓고 쉬어 갈 수 있는 곳, 에히메현은 참한 숙녀의 이미지였다. 현 내 도고온천은 3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황실의 온천으로 유명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실제 모델이 된 곳이기도 하다. 내부엔 일왕이 온천을 이용했던 흔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온천수의 효용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온천 주변에는 도고 기야만 유리미술관, 대북 공연 같은 볼거리는 물론 족욕탕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도고온천역에서 장난감 같은 ‘봇찬열차’를 타고 마쓰야마역으로 갔다. 이름의 유래가 된 소설 ‘봇찬’의 지은이 나쓰메 소세키가 ‘성냥갑 같은 기차’라고 표현해 유명세를 얻었다. 증기기관차 형태를 한 채 도심을 달리는 기차는 봇찬열차 한 대뿐이다. 마쓰야마성은 전망대로 손색없는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중턱까지 오른 뒤 30분 정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마쓰야마성에 서면 시가지가 한눈에 담긴다. 희미하지만 멀리 바다 건너 히로시마까지 보인다. >>도쿠시마현 스릴 넘치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았던 도쿠시마현은 활력 넘치는 민낯 소녀 같았다. 오보케역에서 20분쯤 걸으면 오보케협곡을 만난다. 암석이 강물에 침식되면서 ‘V’자 형태의 협곡을 이룬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협곡을 둘러보는 동안 오랜 인고의 시간이 만들어낸 기이한 암벽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주할 수 있다. 이웃한 이야협곡의 자태도 빼어나다. 협곡을 오가려면 넝쿨다리 ‘가즈라바시’를 건너야 한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다 발 아래 계곡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아찔하다. 800년 전 두 무사가 싸우다 진 쪽이 도망치면서 상대방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다리를 잘라버린 게 이 다리의 시작이라고 전해진다. 구불구불한 S자 협곡길을 오르다 보면 200m 높이에 세운 오줌 누는 아이 조각상과 만난다. 예전엔 담력 테스트를 하던 곳이다. 이만한 높이에서 겁 없이 ‘볼일’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담력도 인정하는 게 마땅할 터다. 이야협곡에서 오보케역까지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2시간 정도 가는 데 9360엔(약 10만 1100원)쯤 나온다. 오보케역에선 기차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정차한다. 도쿠시마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나루토해협의 소용돌이다. 이를 ‘우즈시오’라 부르는데,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최대 직경 20m에 달하는 큰 소용돌이도 생긴다고 한다.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눈앞에서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그저 놀랍고 신기하다. 보는 이들마다 굉장하다는 뜻의 “스고이”를 연신 외쳐댔다. 초승달과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우즈시오를 가장 잘 볼 수 있다. 매일 두 번 우즈시오와 마주할 수 있는데 시간대는 매일 다르다.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직접 볼 수 있고 45m 전망대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다. 도쿠시마 특유의 ‘아와오도리’춤도 이채롭다. 400년째 전해져 오는 전통 춤으로 등불을 들고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며 흥을 돋운다. 매년 8월이면 한 달 내내 이 춤을 추는 축제가 열릴 만큼 이 지역의 춤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글 사진 시코쿠(일본) 한세원 기자 won@seoul.co.kr [여행수첩] →올 시코쿠 레일 패스(JR시코쿠 shikoku-railroad.com)는 총연장 1100㎞에 이르는 시코쿠 내 모든 철도를 탈 수 있는 외국인 여행자 전용 티켓이다. 2일 6300엔, 3일 7200엔, 4일 7900엔, 5일 9700엔(이상 어린이는 반값) 등 총 4종으로 구성됐다. 현지 관광안내소는 물론 국내에서도 살 수 있다. 지정석과 자유석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의 기차는 중간 정차역에서 객차를 분리해 동과 서로 갈라져 운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방법의 하나지만 초행길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시코쿠는 남쪽에 위치해 따뜻한 편이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서도 좋다. →현마다 로컬 푸드로 차린 제철 밥상(보통 정식 1200엔)을 먹어 보길 권한다. 또한 가가와현의 우동, 고치현의 고기만두, 에히메의 남도식 도미덮밥, 도쿠시마의 고구마와 닭다리 요리도 별미다. →아시아나 항공이 인천에서 다카마쓰까지 매주 화·목·일요일 출발한다. 귀국편은 화·금·일요일에 있다. 비행 시간은 1시간 30분. →브라이트 스푼(www.japaninside.co.kr)에서 시코쿠 관련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02)755-1266.
  • 수십명 다리 건너다 ‘폭삭’…아찔한 현장 공개

    수십명 다리 건너다 ‘폭삭’…아찔한 현장 공개

    유람선 선착장의 다리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사람들이 물로 곤두박질치는 사고 현장이 공개됐다. 중국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중국 장시성 루산의 한 선착장에서는 배를 타기 위해 건너야 하는 다리가 무너지면서 승객 십 수 명이 그대로 물에 빠지고 말았다. 당시 다리 위에는 수많은 승객이 건너고 있었으며, 붕괴와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이동하던 어린 아이 및 노약자가 상당 수 포함돼 있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구조대가 긴급 출동해 승객 전원을 구조했으며, 일부 부상자는 병원에 옮겨 간단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를 맡고 있는 선착장 측은 “본래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다리인데, 당시 이용객은 5000명에 불과했다”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언스대협곡·칭장화랑… 中 후베이성 우한의 절경을 거닐다

    언스대협곡·칭장화랑… 中 후베이성 우한의 절경을 거닐다

    건물들이 주뼛주뼛 치솟고 있는, ‘건설 중’인 도시.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첫인상은 이랬다. 양쯔강 북쪽에서 남쪽으로 강을 건너니 우뚝 솟은 노란 색 누각이 보인다. 황학루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5층 건물로 황금색 지붕이 반짝거린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손권이 제갈량이 쳐들어올까 봐 걱정이 돼서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용도로 높이 세운 망루였으나 후대에 들어 관광용으로 변했다. 중국 내 강남 3대 누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성 이백이 이곳을 방문해 최호(崔顥)의 한시 ‘황학루’(黃鶴樓)를 읽고 너무 감탄한 나머지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붓을 내려놓았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누각에 올라 한 바퀴 빙 도니 우한시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슴이 시원해진다. 입장료는 80위안(약 1만 4000원). 다음 일정을 위해 버스로 4시간 걸리는 이창(宜昌)으로 향했다. 이튿날 아침 서둘러 거저우댐 부두로 이동했다. 양쯔강 삼협 중 하나로 푸른 강물과 가파른 양안의 산세가 그림같이 느껴지는 서릉협을 유람선을 타고 감상하는 코스였다. 물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양쪽 산 중턱에 점점이 박힌 집들이 마치 별장처럼 보인다. 1시간 30분쯤 이동해 삼협인가(三峽人家)에 도착했다. 이곳의 관광 포인트는 동굴에서 발원한 맑은 계곡을 따라 산책하면서 삼협을 터전으로 살았던 삼협인들의 삶과 혼인을 주제로 한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함께 간 일행 중 하나가 신랑으로 간택돼 미모의 아가씨와 전통혼례식을 치르고 합방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삼협죽해(三峽竹海)로 이동했다. 산 중턱 계곡에 들어서니 주변이 온통 대나무 천지다. 수백종의 대나무가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죽해(竹海)는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계곡을 내려오니 배가 출출했다. 현지식으로 나온 음식 가운데 가장 입맛을 끈 건 대나무숲에서 나온 버섯을 주재료로 한 요리였다. 도토리 크기만 한 버섯을 맛보니 마치 쫄깃쫄깃한 고기를 씹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차로 5시간 달려 언스(恩施)로 이동했다. 언스대협곡 트레킹은 오전에 케이블카를 타면서 시작된다. 케이블카 아래쪽 계곡의 다리 위에 서있는 사람들이 개미만 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수려하고 우아한 봉우리들이 봉긋봉긋 솟아 있다. 한 30분쯤 걸어가니 바위와 바위 사이로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틈이 보인다. 그런대로 무사 통과하니 언스대협곡의 하이라이트인 잔도(벼랑에 낸 길)가 나타난다. 폭 1m 남짓에 길이 500m가 조금 넘는 잔도는 해발 1700m의 높이에 위치해 있다. 밧줄에 몸을 매단 인부들이 바위에 구멍을 뚫어 쇠 심을 박고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하다. 위를 쳐다봐도 수직 절벽이 무섭게 느껴진다. 난간이 설치돼 있는 게 다행이다. 절벽 아래위, 저 멀리 보이는 숲과 집, 도로 등의 풍경이 아름답다. 한참 가니 기암괴석들이 눈에 띈다. 그 가운데 으뜸은 촛대를 닮은 일주향(一炷香)이다. 기다란 막대 모양의 석회암이 서 있는 모습이 기이하다. 하산길에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힘들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편하다. 1인당 20위안(약 3500원). 대략 4시간쯤 걸리는 언스대협곡 트레킹은 한마디로 ‘걷고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여행이었다. 오후에는 언스의 산간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인 토가족의 왕궁이었던 토사성(土司城)을 찾았다. 토가족은 중국 파나라가 진나라에게 멸망당한 뒤 묘족과 통혼해 형성된 소수 민족으로, 키가 작다. 이 민족은 흰 호랑이를 토템(신성하게 여기는 동식물이나 자연물)으로 삼아 숭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토사성 안으로 들어가면 백호상이 포효하는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토사성의 건축물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우아하다. 토사성을 방문한 김에 전통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언스 시내에서 펀수이허 부두를 향해 1시간 달렸다. 강에 화랑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절경인 칭장화랑(淸江畵廊)을 유람하는 배에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칭장은 언스에서 서쪽으로 70여㎞ 떨어진 리촨(利川)에서 발원해 언스를 거쳐 동쪽으로 흐르는 길이 420㎞의 강으로 양쯔강에 합류한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푸른 협곡 위로 울퉁불퉁 솟은 석회암 덩어리들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협곡 사이로 병풍처럼 펼쳐진 산세가 아름답다. 조금 가니 석회암 절벽 사이에서 폭포수가 쏟아진다. 그런 폭포수가 한두 개가 아니다. 칭장강 전체에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점점 늘어나면서 협곡 양쪽에서 쏟아지는 모습이 가히 압권이다. 여행객 가운데는 “구이린(桂林)의 리장강 유람보다 더 낫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여행 프로그램 가운데 칭장화랑 유람을 첫째로 꼽는 사람이 꽤 많았다. 현지 가이드는 “양쯔강 삼협의 웅장함과 구이린 리장강의 푸름, 언스대협곡의 석회암 봉우리가 합쳐진 모습이 칭장화랑”이라고 자랑한다. 선실 밖 갑판에서 웅성웅성하는 사람들 소리가 난다. 칭장화랑의 백미로, 지금까지의 풍경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의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나비폭포’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나비 날개 모습을 한 바위 사이로 굵은 물줄기가 쏟아진다. 마지막 날 후베이성 박물관에 들렀다. 1층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니 춘추전국시대 증나라 제후의 무덤에서 발굴된 커다란 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옆에는 이 관을 다시 한번 덮는 외관이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 전 악기, 철기 제품 등 1만여점이 출토됐다고 한다. 가장 보고 싶었던 월왕(越王) 구천(勾踐)의 검은 2층 전시실에 있었다. 25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날이 서 있고 검에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무늬가 보인다. 춘추전국시대 와신상담(臥薪嘗膽·잠자리에 섶을 깔아 눕고 쓸개를 맛보며 원수를 갚기 위해 참고 견딤)의 주인공인 오왕 부차를 격파한 이가 월왕 구천이다. 또 하나. 편종 연주가 볼 만하다. 편종은 궁중 음악에서 수십개의 종을 나무틀에 매달아 놓고 쇠뿔로 된 망치로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송나라로부터 수입됐다. 2400년 전에 만들어진 악기로 전통 음악 4곡을 연주하고 마지막 곡으로는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베토벤 등 서양 음악을 연주한다. 공연 시간은 20분으로 15위안(약 2600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글 사진 우한·이창·언스(중국)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가는 길:신장강삼협, 언스대협곡, 칭장화랑 5박 7일 여행 프로그램은 에어 부산의 부산-우한 특별전세기 취항 기념으로 만들어졌다. 5일 간격으로 11월 2일까지만 김해국제공항에서 출발한다. 중국 우한까지 2시간 40분 걸린다. 부산롯데관광 패키지 상품으로 준4성급 호텔에 투숙한다. 99만 9000원. →별난 음식점:바만쯔(巴蔓子)는 언스 시내에 있는 소수 민족 토가족의 식당이다. 1인당 40, 50, 60위안씩 받는다. 가격에 따라 음식 가짓수가 다르다. 외국인이라면 40~50위안짜리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맛은 같은데 한두 접시 모자랄 뿐이다. 이 집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 맛보다는 술을 마신 뒤 그 잔을 깨는 데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이주(白酒) 향내가 그득하다. 뒤이어 ‘우당탕, 쨍그랑’ 술잔 깨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술잔을 집어던지며 싸우는 소리로 착각하면 오해다. 오히려 기분 좋아 입을 벌리고 웃는 표정들이다. 이곳의 손님들은 술잔을 아무렇게 내던지지 않는다. 바닥을 향해 각을 세우지 않고 깨지기 쉬운 넓적한 부분을 아래로 향해 던진다. 건배 후 모두들 신이 나서 술잔을 내리친다.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다. 함께 건배한 일행 중 한 명은 “나를 깬다”는 마음으로 술잔을 던졌다고 말했다. 어째 철학적이다. 술잔 깨기를 통해 친구와의 우정을 돈독히 하고 서로의 의리를 맹세하는 게 토가족의 문화라고 한다. 술잔 1개의 가격은 1위안(약 180원).
  • 장애·비장애 어린이 문화로 소통

    문화예술교육 더베프와 충무아트홀이 공동 주최하는 ‘제11회 국제장애어린이축제-극장으로 가는 길’이 다음 달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열린다. 2003년 시작된 국제장애어린이축제는 장애 어린이들의 특성을 배려한 공연과 전시를 비롯해 가족 워크숍,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들을 총망라하며 장애, 비장애 어린이들이 장벽 없이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축제의 해외 공연 중 하나인 일본 광대극단 옌 타운의 ‘옌 타운 풀스’는 광대들이 대사 없이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으로 풍자와 해학을 풀어내 장애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프랑스 극단 클레르 뒤크르의 ‘꿈의 배’는 무대 위 반원 모양의 구조물이 몸의 움직임에 따라 파도에 흔들리는 유람선이 됐다가 서커스 무대가 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줘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장애 어린이 관객을 배려한 워밍업 시간이 본 공연에 더해진다. 국내 초청작으로는 허공에 떠 있는 사람들이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이끄는 ‘거리 확장 퍼포먼스 무중력 인간’이 공연된다. 또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마음의 집’을 연출가 이재민이 체험형 이미지극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3일 소극장블루에서는 가족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장애 어린이 가족을 위한 문화콘서트’가 열린다. (02)2234-4032.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유람선 이동 어떻게 알고… 놀랍다, 유럽 ‘한류 사생팬’

    취재를 다니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세계 각국의 한류팬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시아의 끝자락이자 유럽이 시작되는 터키에서 만난 한류팬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서울에서 무려 8000㎞나 떨어진 곳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에 푹 빠진 젊은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6일 KBS ‘뮤직뱅크 인 이스탄불’의 취재차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미 입국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한국어로 ‘은혁(슈퍼주니어 멤버)아 케밥 같이 먹자’ 등 코믹한 플래카드를 든 터키 소녀부터 FT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노란색 깃발을 든 팬들까지 마중 나온 팬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한국 가수들이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기자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서투른 한국어로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거나 페이스북 계정과 이메일을 묻기도 했다. 이스탄불의 바그다드 거리에서도 독특한 한류팬을 만났다. 이곳은 터키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곳으로 아시아 관광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리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프레임에 들어온 한 소녀는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이란에서 온 갈색눈의 소녀였다. 가족들과 공연을 보기 위해 비행기로 3시간을 날아왔다는 로진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유튜브와 KBS 월드 등의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녀는 “수지(미쓰에이 멤버) 언니의 팬”이라면서 활짝 웃었다. 터키 최초로 K팝 콘서트가 열린 율케르 스포츠 공연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현지에서 한창인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몰칸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시크릿 가든’, ‘추노’ 등의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함께 온 20대 터키 여성의 입에서는 소지섭, 현빈, 장혁, 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의 이름이 줄줄 나왔다.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외국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메르비. 그녀는 요즘 즐겨 보는 한국 드라마를 묻자 영어로 ‘Master’s Sun’(SBS ‘주군의 태양’), ‘Monstar’(tvN ‘몬스타’)를 주저 없이 적었다. 모두 한국에서 최근 종영했거나 방영 중인 최신 드라마다. 메르베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무리의 소녀들이 한국어로 “이번 공연에 왜 빅뱅이 오지 않았느냐”, “슈퍼주니어의 시원이 오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는 질문을 쏟아내는 통에 공연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와야 했다. 스타의 사생활을 쫓는 ‘사생팬’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터키를 떠나던 날 호텔 앞에는 루마니아에서 온 소녀 두 명이 한국어로 “루마니아에 오길 바랍니다”라는 조그만 피켓을 들고 관계자들이 탄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가수들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오가는 유람선을 타고 내릴 때도 성능 좋은 카메라를 든 현지의 팬들이 몰려들었다. KBS 관계자는 “경호상의 문제가 있어서 극비리에 유람선에 탄 것인데 팬들이 선착장까지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공항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팬들은 경찰의 제지 속에서도 K팝 가수들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유럽에서 만난 한류팬들에게는 K팝과 한국 드라마를 통해 비친 한국의 문화는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한류의 열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와 문화적 포용력, 겸손하고 친근한 팬서비스가 꾸준히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erin@seoul.co.kr
  • 바람·꽃·눈·달이 나를 반긴다

    바람·꽃·눈·달이 나를 반긴다

    풍화설월(風花雪月)이라 했습니다. 중국 윈난(雲南)의 다리(大理) 풍광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관의 바람, 늘 피고 지는 북부 상관의 꽃, 서부 창산(蒼山)의 눈, 동부 얼하이(?海) 호수에 뜬 달이 어우러져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낸다는 뜻이랍니다. 수천년 역사를 헤아리는 이 고도(古都)의 주인은 바이족(白族)입니다. 우리처럼 흰색을 숭상하는 민족입니다. 13세기 몽골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작고도 강한 나라, 남조와 대리국을 세워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요. 첩첩이 포개진 창산과 신화 같은 풍경의 얼하이호 사이에 그 영광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습니다. 고원도시 리장(麗江)에서 다리 가는 국도변. 오래전 마방(馬幇)들이 저 유명한 푸얼차(普洱茶)를 싣고 티베트까지 오가던 길이다. 길 주변 풍경은 거의 ‘고성(古城)급’이다. 개발이 더딘 중국 서남부의 오지다 보니 문화재라 불러도 좋을 낡은 풍경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다리 초입의 고도는 2000m를 웃돈다. 헐벗은 산 위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바람 많은 고장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다리는 다리바이족자치주의 주도다. 좋은 돌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지는 ‘대리석’이 유래한 곳이기도 하다. 이름에서 보듯 바이족은 흰색 옷을 즐기고, 흰 벽의 집을 짓고 사는 민족이다. 지금은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지만, 한때 중원의 당·송에 맞설 만큼 당당한 세력을 과시했던 남조대리국(南詔大理國)의 후예다. 그 영광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도시 전체가 국가급 풍경구로 지정된 이유다. 다리에 들면 먼저 바다처럼 너른 얼하이 호수에 시선을 빼앗긴다. 중국의 선인들이 ‘뭇 산들 사이의 티 없이 아름다운 옥’(群山間的無瑕美玉)과 같다고 표현했던 바로 그 호수다. 도시 등줄기엔 창산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산자락 아래로 드넓은 평원이 이어진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라도 단박에 알 터다. 배산임수의 도읍지란 걸 말이다. 현지 가이드 김성철씨에 따르면 얼하이호는 해발 1972m에 조성된 담수호다. 한라산(1950m)보다 높다. 길이는 43㎞, 둘레는 150㎞에 이른다. 서울~대전 간 거리(151㎞)와 거의 같다. 면적이 넓다 보니 여행자들 대부분은 유람선 여행을 즐긴다. ‘꼬치섬’이라고 불리는 샤오푸퉈(小普陀)섬과 난자오펑징도(南詔風情島)가 명소. 특히 난자오펑징도는 남조대리국의 여러 왕들이 여름 별장으로 즐겨 찾았을 만큼 정취가 빼어나다. 남조행궁 광장의 이밀(李密)과 쿠빌라이 칸 동상이 이채롭다. 이밀은 대리국을 침공했다가 20만(7만명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군과 함께 차가운 얼하이호에 수장됐던 비운의 당나라의 장수다. 쿠빌라이 칸은 창산을 넘어와 대리국을 멸망시켰던 인물. 과거에서 배우자는 뜻이라지만 적장을 기리는 까닭이 선뜻 이해되질 않는다. 이 호수에서 가마우지를 이용한 어법이 성행한다던데, 아쉽게 그 장면을 만나는 행운은 없었다. 창산은 늘 비췻빛을 띠고 있다는 산이다. 쉽게 말해 ‘늘 푸른’ 산이다. 가이드 김성철씨는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인 창산은 가장 높은 중화봉(4200m)을 중심으로 3500m가 넘는 고봉들이 19개나 이어져 있다”고 했다. 봉우리 사이 계곡은 18개다.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물은 죄다 얼하이호로 흘러 들어간다. 이를 ‘19봉 18샘’이라 부른다. 뎬창산(点蒼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무협지를 즐기는 이라면 산 이름에서 퍼뜩 ‘점창파’가 떠오를 법하다. 이른바 ‘중원 9파1방’ 가운데 하나로 (점)창산을 근거지로 삼는다. ‘판관필’이란 무기와 사일검법(射日劍法)으로 유명하다. 쓰촨성의 점창산이 점창파의 본거지란 주장도 있다. 한데 신장성 입구의 곤륜파와 신장성 동부의 청성파, 간쑤성의 공동파 등 ‘메이저’ 무협방파들이 마방을 호위하는 대가로 돈을 벌기 위해 차마고도 언저리에 포진했던 걸 감안하면 다리의 창산 쪽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덧붙이자면 김용의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단황야의 ‘일양지’ 또한 대리국의 단씨 일족에게 전해지는 무공이다. 일반 여행자들이 창산을 오르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다. 케이블카나 조랑말을 탄다. 창산 케이블카는 간퉁쓰(甘通寺)를 향해 오른다. 길이는 3㎞. 케이블카를 타고 얼하이호와 다리 시가지, 창산의 협곡 등을 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칭비시(?碧溪)에 내려 주변을 둘러본 뒤 내려온다. 중화사(中和寺) 코스도 비슷하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게 다를 뿐이다. 두 코스는 약 12㎞의 운유로(雲遊路)로 연결돼 있다. 절벽 중턱에 난 길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높낮이도 심하지 않아 서너 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강추’ 코스다. 조랑말 트레킹도 3200m 고지까지 오른 뒤 중화사 리프트를 타고 내려온다. 시내에선 다리고성(古城)과 충성사(崇聖寺)가 최대 볼거리다. 다리고성은 리장고성과 함께 윈난성의 2대 고성 중 하나로 꼽힌다. 13세기 창산을 넘어 온 몽골의 기마부대에 초토화된 뒤 명나라 때 재건됐다. 8m 높이의 성벽 안에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지붕을 잇대고 있다. 리장고성에 견줘 규모는 작지만 오래된 느낌은 한결 더하다. 낮보다는 해 저물녘 돌아보길 권한다.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윈난 특유의 파란 하늘이 저물도록 이어진다. 특히 얼하이호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는 장면은 정말 빼어나다. 휘영청 뜬 달이 고성 내 옛집 처마 위에 얹힐 때면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짐 캐리가 연인 제니퍼 애니스턴을 위해 ‘끌어당긴’ 거대한 달을 보는 듯하다. 충성사는 중국 남조 소성왕(재위 823~859년) 때 창건된 사찰이다. 1978~81년 중수돼 오늘에 이른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삼탑이다. 첸쉰탑(千尋塔)이라 불리는 중앙탑은 건물 16층 높이인 69.13m의 사각탑이다. 지진으로 기울어진 좌우탑은 10층 42m다. 첸쉰탑 맨 위층에 오르면 다리 시내와 얼하이호, 숭성사 대웅전과 창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첸쉰탑 옆의 취영지(聚影池)는 반드시 들르시라. 연못 위에 비친 삼탑이 데칼코마니 기법의 유화처럼 펼쳐지는 기막힌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다리 외곽의 시저우(喜州)도 볼만하다. 바이족(白族)의 집성촌이다. 대개의 여행상품에 빠짐없이 포함될 만큼 명소로 꼽힌다. 예서 인상적인 게 옌자따위엔(嚴家大院)과 삼도차(三道茶)다. 옌자따위엔은 이 지역 최고 부자 가문으로 꼽혔던 엄씨 저택이다. 바이족의 전통 건축 양식인 삼방일조벽(三房一照壁)을 엿볼 수 있다. ‘ㄷ’자 형태의 건물 앞에 햇볕을 반사하기 위한 흰 벽을 세운 형태를 하고 있다. 전통 공연도 열린다. 공연 중간 세 번에 걸쳐 삼도차(三道茶)를 내온다. 쓰고(苦) 달고(甘), 이 두 가지 맛이 혼합된 회미(回味) 등 세 가지 맛의 차다. 전형적인 관광지 음료이긴 하나, 인생에 비유한 뜻은 음미할 만하다. 글 사진 다리(중국)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다리까지는 리장이나 쿤밍(昆明)을 통해 들어간다. 소요시간은 서너 시간으로 비슷하다. 다만 윈난을 대표하는 두 고대 도시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장 쪽이 좀 더 매력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9월 13~10월 31일 중국 리장까지 주 2회(목·일요일) 전세 직항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모두투어, 혜초여행사, 하나투어 등에서 아시아나 전세기를 이용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중국의 관광지가 그렇듯, 다리 시내 주요 관광지 입장료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예컨대 충성사의 경우 어른이 120위안(약 2만 2000원)이다. 다리고성은 무료다. 바이족들이 즐겨 먹는 ‘루산’을 사들고 자박자박 걷기 좋다.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 [新 대한민국 24시] (4) 포경에서 관경으로… 진화하는 고래산업

    [新 대한민국 24시] (4) 포경에서 관경으로… 진화하는 고래산업

    지난 8일 오전 9시 울산 남구 장생포항.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에도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 350여명으로 부두가 떠들썩하다. 출항을 앞두고 들뜬 관광객들은 크루즈 선박 ‘고래바다여행’(550t·정원 399명)을 배경으로 벌써부터 기념사진 촬영에 홀린 듯하다. 한 차례 나가면 세 시간 남짓 물살을 가르는 이 배는 1~2개월 전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이전까지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장생포가 ‘포경’(捕鯨)이 아닌 ‘관경’(觀鯨·살아 있는 고래 구경)으로 재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여행선은 오전 10시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을 뒤로하고 선착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다. 관광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동해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뱃머리에서 눈을 좌우로 돌리자 연안 경관이 그림처럼 와 닿는다. 무더위에 찌든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진다. 동방파제를 지난 여행선이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울기등대 쪽에서 고래 탐사가 시작됐다. 옅은 안개가 잔뜩 끼었다. 2m 높이의 파도도 여행을 가로막지 못했다. 금세 곳곳에서 “야, 고래다”라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여행선은 20여분이나 바다를 선회했다. 그러나 허옇고 짙푸른 너울을 고래로 착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동은 수그러들었다. 울산 남구가 2009년 7월 우리나라 관경산업에 첫발을 뗐다. 고래바다여행선 운항 첫해 3512명이었던 탑승객이 올해 4개월 만에 3만 3110명으로 늘어났다. 허문곤(54) 선장은 “한때 포경산업 덕분에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富)를 누렸던 장생포는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그런데 고래관광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관경산업은 2005년 5월 개관한 고래박물관으로 가능성을 활짝 열었고 고래바다여행선 운항으로 본격화됐다는 게 허 선장의 설명이다. 장생포를 찾은 누적 관광객은 2009년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제 연간 50만명 이상 몰린다. 3층 갑판에 모인 어린 승객들은 선체에 부딪히는 파도를 놀이기구 삼아 하얀 물보라에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는 금방이라도 물속에서 솟아오를 것 같은 고래를 놓치지 않으려고 잠시도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모들은 이런 모습을 담으려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영창(36)씨는 “여행선을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 네 살배기 딸이 아빠와 함께한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선이 북쪽으로 기수를 돌리면서 울산항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대형 화물선들도 손가락만큼 작아졌다. 승객들은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대형 화물선도 손에 잡힐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울산항 앞바다에는 매일 10여대의 화물선이 입출항을 위해 정박한다. 허 선장은 “수온이 20도 이상 올라야 전갱이와 오징어 등 고래 먹잇감이 돌아와 고래를 볼 확률도 높아지는데 고래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선은 2009년 4월 시험 출항에서 1500여 마리의 참돌고래 떼를 발견한 이후 몇 차례 고래 떼 발견 소식을 전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고래 발견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운항 첫해 9.7%에서 이듬해 28.4%, 2011년 9.6%, 지난해 25%로 회복했지만, 올 들어 7월 말 현재 8.6%로 들쭉날쭉하다. 평균 14%다. 고래가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회유성 동물인 데다 수온이 낮아지면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설령 고래를 발견하지 못해도 지루하지는 않다. 밴드 연주와 노래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음료를 마시거나 군것질도 2·3층에 마련된 스낵코너, 커피점, 매점 등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연안 야경 투어 땐 연인과 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커플 데이’,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비어 파티’, ‘선상 재즈카페’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관광객 정종철(71·충남 서산)씨는 “서산 마룡마을에서 주민 24명과 함께 고래를 보러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고래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할 고래관광 유람선을 탈 수 있어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허 선장은 “얼마 전 단체관광에 나선 경남 산청의 한 마을 어르신들이 고래를 봤다”면서 “입소문이 이웃 마을로 퍼져 산청군 지역 3개 마을 주민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출항 1시간쯤 지나 장생포 동남방향 8.9마일(약 14.32㎞) 해상에 도착했다. 평소 고래가 자주 목격됐던 지점이라 승무원들의 눈빛도 빨라졌다. 승객들도 검푸른 바다를 주시했다. 배는 다시 항로를 확인하며 기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울주군 간절곶 앞바다로 이동하는 1시간여 동안에도 승객들의 고래 찾기는 계속됐다. 조타실에서 만난 안용락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연구사는 “울산항 앞바다는 대형 화물선의 운항이 많아 소리에 민감한 고래를 다른 곳으로 쫓아 보내는 나쁜 영향을 주고, 여행선이 다니는 연안도 고래 서식지가 아닌 지나는 길목이라 발견율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래 발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상 15마일(약 24.13㎞) 이상 나가야 하는데 여행선의 안전 문제상 먼 거리 출항이 허가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경산업이 활성화되려면 혹등고래와 향고래, 긴수염고래, 범고래, 귀신고래 등 덩치가 크고 천천히 이동하는 고래가 많아야 한다”며 “이런 고래는 열대나 극지방에 주로 서식하면서 연안 아주 가까이에 머물 뿐 아니라 산란기에는 이동도 적어 60~70% 이상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생포는 여행선과 연계한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그나마 낫다”면서 “돌고래류와 밍크고래가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지만, 혼자 다니는 밍크고래보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돌고래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은 안개 낀 궂은 날씨 때문에 이날 아쉽게도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고래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사뭇 밝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고래 이야기를 듣고, 배 위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래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래를 못 본 관광객들에게는 고래박물관 무료입장권이나 고래생태체험관 40% 할인 입장권이 주어진다.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은 어린이체험관·포경역사관·귀신고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고래를 잡던 포경선과 대형 브라이드 고래뼈를 전시하고 있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살아 있는 돌고래 4마리를 수족관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남구는 고래관경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장생포 일대를 고래특구로 조성하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고래문화마을’은 내년 준공될 예정이다.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해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옛 장생포 마을’, 고래이야기와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고래산책로’ ‘고래뱃속 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고래전망대는 울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래전망대에서는 현재 건설 중인 울산대교, 장생포항, 석유화학공단, 시내 전역을 볼 수 있다. 실물 크기의 고래조형물, 어린이를 위한 고래놀이터, 자연생태학습장인 수생식물원도 조성된다. 고래관광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행선은 매주 화~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한 차례 운항한다. 토요일엔 오후 1~4시와 7~9시, 일요일엔 오전 10시~오후 1시와 오후 2시 30분~5시 30분 각각 두 차례 운항한다. 글 사진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바닷속을 살리자] 해조류량 3년새 3배 늘어… 팔뚝만 한 참돔 등 ‘물고기 천국’ 변신

    [바닷속을 살리자] 해조류량 3년새 3배 늘어… 팔뚝만 한 참돔 등 ‘물고기 천국’ 변신

    적조 현상으로 비상이 걸렸던 지난 7일 경남 거제도 다대·다포항 앞바다. 바지선에 고정된 대형 크레인이 옆에 있는 또 다른 대형 바지선에서 철제 구조물을 내려 바다에 넣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다에 웬 철제 구조물? 관광객들은 보기 드문 광경에 유람선 승선을 미루고 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보트를 타고 2㎞쯤 떨어진 작업 현장으로 접근했다. H형강 철재 구조물은 너비 13.5m, 높이 9m에 이르는 8각형 형태다. 크기가 3층 높이의 집채만 하다. 이날 30m 깊이 바다에 넣은 구조물은 모두 3개. ‘바다목장’을 조성하는 데 사용되는 인공어초다. 바다목장은 인공어초, 바다숲 조성, 종묘 방류 등을 통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줌으로써 수산자원을 증강시키고 어민 소득을 올리는 사업이다. 전국에 9개가 완공됐고 17개를 조성 중이다. 다대·다포 바다목장 조성사업의 규모는 306㏊에 이른다. 2011년부터 시작해 2015년에 완공된다. 바다에 넣은 철재 구조물은 일종의 물고기 놀이터. 구조물 중간에 철판을 붙였다. 파도가 철판에 부딪혀 산소를 만들어내고, 그늘을 만들어 물고기가 숨을 장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여기에 감태 등 해초씨를 뿌려준다. 한 해가 지나면 해초가 자라 물고기 먹잇감도 자란다. 다대 연안 바다목장에는 다양한 인공어초가 들어 있다. 얕은 곳에는 작은 콘크리트 인공어초를 넣고 해초류를 심었다. 어린 물고기 먹잇감인 플랑크톤을 키우기 위해서다. 조금 안쪽에는 전복·멍게 같은 해조류 씨를 뿌렸다. 육중한 열차 객차 3량도 바다에 가라앉혔다. 모두 물고기들의 집이다. 인공어초는 와류·용승류를 만들어 어류를 모으는 효과가 있다. 은신처를 제공, 정착성 어종이 모여 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준다. 인공 구조물을 설치, 코가 작은 그물을 이용,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 조성사업도 병행 추진된다. 어린 조개와 고기를 풀어준 것이다. 다대·다포 목장에는 개조개, 전복, 멍게 등 해조류는 물론 감성돔·볼락·쏨뱅이의 치어를 방류했다. 바다목장은 가두리 양식과는 달리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그러나 치어를 방류해도 멀리 나가지 않는다. 해역에 해초와 플랑크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되레 먼 바다에서도 이곳으로 몰려들어 온다. 바닷속이 궁금하다. 전문 스쿠버다이버를 따라 바닷속을 구경했다. 손바닥만 한 참돔과 농어가 떼를 지어 노는 모습이 들어왔다. 더 먼바다 쪽으로 나갔다. 그러자 팔뚝만 한 농어와 참돔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물고기떼도 발견됐다. 서울에서 낚시를 왔다는 김성균씨는 “바다목장 사업이 시작된 이후 손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얕은 바다 쪽으로 나오자 해초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인공어초에는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전복과 멍게가 움직였고, 작은 조개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어 바다목장을 실감케 했다. 최동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 자원조성실장은 “바다숲을 조성하고 인공어초를 설치하면 안정적인 수산자원 증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목장조성 사업이 끝나면 레저·관광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어민 소득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여수에서 쾌속선을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달려서 도착한 거문도.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동행한 수산자원관리공단 직원들은 “겉으로 보는 아름다움에 취해 바닷속을 보면 실망감이 클 것”이라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혔다. 거문도 덕촌리 전수월산 아래 바다. 이곳이 2010년부터 조성되고 있는 엑스포 바다숲 현장이다. 면적만 70㏊에 이른다. 바다숲은 갯녹음으로 황폐해진 바닷속에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사업. 해초를 심고 작은 물고기 먹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눈에 보이는 바닷물은 검푸르고 깨끗했다. 윤순기 공단 연구원의 손을 잡고 바닷속으로 따라 들어가자 말로만 듣던 갯녹음 현상이 보인다. 다가서자 뿌연 먼지만 날렸다. 바닥에는 불가사리와 폐조개껍질만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겉으로 보던 해상공원의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먼바다 쪽으로 들어갔다. 바닷속으로 20m쯤 들어가자 아치형 어초가 보이고 감태 해초가 붙어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곳에는 420여개의 다양한 형태로 만든 인공어초가 들어 있다. 인위적으로 바닷속에 구조물(바위)을 만들고 그곳에 감태 4300m를 옮겨 심은 것이다. 무성한 해초 뒤로 어린 물고기가 노는 것이 보였다. 어초에는 조개도 많았다. 어느 사이 연구원들이 넙치를 잡아들였다. 연구원들은 1시간 가까이 해초 서식 상태를 측정하고 일일이 수중 촬영을 했다. 다른 연구원 2명은 바다 밑에 널려 있는 불가사리를 주워 담았다. 바다숲 조성 효과는 눈으로도 검증됐다. 2010년 4월 바다숲 조성 이전에 조사한 해조류 생물량은 1㎡당 1050g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이곳에서 측정한 해조류량은 2925g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글 사진 거제도·거문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용어 클릭] ■갯녹음 기후변화 등으로 연안 암반지역에 서식하던 대형 해조류가 녹아 사라지고 마디 없는 석회조류가 번식하면서 수산자원이 동반 감소해 바다가 황폐해지는 현상. 암반이 백색 또는 홍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뚜렷해 백화현상, 바다 사막화라고도 한다.
  • 부산① 해운대 어데까지 가봤노?

    부산① 해운대 어데까지 가봤노?

    ‘해운대’라는 이름에 오버랩되는 백사장과 파라솔의 향연 말고, 즐비한 횟집과 술집, 으리으리한 호텔들로 병풍을 둘러친 거리 말고, 해운대 어디까지 가봤나요? “이것 한번 잡숴봐” 해운대시장 해운대 앞 대로로 5분 정도만 걸어 나오면 왼편의 한 골목을 자치하고 있는 재래시장이 나온다. 규모는 작지만 ‘부산스러운’ 시장의 느낌만은 오롯한 곳. 골목 끝에 자리한 손바닥만한 공간의 수선집이나, 우뭇가사리 묵을 콩국에 말아 후루룩 먹고 떠나는 시장 상인의 모습에 정감이 넘친다. 배덕광 해운대구청장이 극찬했던 선술집 ‘봉자네’는 지역 토박이들도 손에 꼽는 애주가들의 방앗간. 값도 싸지만 인심도 푸근해서 자주 찾는 곳이다. 주소 부산 해운대구 중1동 1394-193 문의 051-746-3001 한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을 가득 채우는 파라솔이 아니더라도 화려한 축제가 끊이지 않는 해운대는 밤이건 낮이건, 여름이건 겨울이건 언제나 생생한 기운으로 와 닿는 곳이었다. 으리으리한 건물들과 잘 짜여진 도시의 면모는 몇년 전 해운대 방문 때보다 더 화려해졌다. 호주의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했다는 영화의 전당, 번쩍번쩍 눈이 부신 센텀시티의 건물들, 해운대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모습이었다. 사람과 건물이 넘쳐나는 도시. 그러나 센텀시티의 높은 건물들을 쿨하게 지나친 차는 해운대해수욕장도 송정해수욕장도 아닌 복작복작한 시장, 혹은 호젓한 소나무 숲길, 작은 포구 마을에 멈춰섰다. 방금 전까지 건물이 빽빽한 도심 속을 달려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게 무언가. 정말 해운대의 모습이 맞단 말인가. 내 편견을 깨 버린 해운대가 거기 있었다. 해운대포구여행 부조화 속의 조화, 삼포 소가 누워 있는 모양이라는 와우산 자락에 위치한 삼포. 그중 청사포다. 등 뒤로 도시의 번잡함을 외면한 마을에는 멀리 등대 두 개, 횟집과 조개구이집 그리고 이국적인 카페가 한풍경을 이루고 있다. “여기가 내가 처음 부산에 와서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곳이에요.” 동행한 해운대구청 박영희 주무관의 말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포구의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에 빨갛고 하얀 등대 두 개가 화룡점정이다. 옛날에는 횟집밖에 없었다는 이 작은 어촌마을은 그래서인지 요즘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는 중이라고. 횟집 사이에서 별스러움을 뽐내는 카페는 한편으론 이상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부산에 왔다면 청사포 조개구이를 먹어 봐야 한다. 사실은 이곳에는 횟집이 더 많았었지만 언젠가부터 조개구이집이 유행처럼 늘어났다. 청사포 왼편으로 늘어선 조개구이집들은 밤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자글자글 조개 굽는 재미에도 그렇겠지만 달빛 은은한 어촌 마을 밤 풍경이 발길을 유혹하지 않았을까! 또 다른 포구인 구덕포는 송정해수욕장의 오른편에 자리한 어촌마을. 듬성듬성 앉은 나지막한 집들과 홀로 생뚱맞게 자리를 잡고 있는 높은 건물…. 레저를 즐기는 사람도 많고 자동차들도 많은 송정해변과 더욱더 비교되는 풍경이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바라보니 구덕포는 송정해변과 해변 끝에 있는 죽도 공원까지 한눈에 보일 만큼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레저 관광을 테마로 구덕포 한 쪽에 해양레저콘트롤하우스를 짓는 중이라고. 사람이 많이 찾는 포구를 찾는다면 단연 미포다. 미포 가는 길은 울산과 부산을 연결하는 동해남부선이 지나가는 철로를 끼고 있어 기차 건널목 특유의 표식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곧 신시가지로 철로가 옮겨가지만 아직까지는 철커덩철커덩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기차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마음이…>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되었고 덩달아 관광객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포로 접어들어 포구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들과 배가 한눈 가득 들어온다. 오륙도로 떠나는 유람선과 고기잡이배, 노점을 펼쳐놓은 할머니, 복잡하지만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 안에 맺혔다. 달맞이고개 탐방 밤에도, 낮에도, 언제라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을 향해 만을 따라가는 달맞이길에는 여기저기 멋진 장소와 풍경이 자리했다. 오래 전부터 부촌이었던 이곳엔 갤러리들, 스튜디오와 레스토랑 등이 길 안쪽에 빼곡하다. 언덕 초입에 있는 갤러리 몽마르트르의 박덕남 부관장의 말에 따르면 갤러리 방문객이 한 달 평균 200~300명에 달한다고. 맥화랑의 장영호 대표 또한 사람들이 운동복을 입고도 갤러리를 찾아온다며 갤러리가 친숙해지는 것 같아 기쁘단다. 그래서 더 다양한 전시와 강좌를 준비하며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런 변화는 갤러리 자체의 노력도 있겠지만 해운대구가 달맞이길에 10년에 걸쳐 나무데크 인도를 설치한 것도 그 영향이 크다. 올해 3월 완공한 이 길 덕분에 산책 삼아, 운동 삼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달맞이길 아래로 총 2.2km의 산책로를 만들어 달빛을 받으며 걷는 ‘문탠로드’를 개발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름에 걸맞게 밤 11시까지 불을 밝혀 숲길임에도 늦은 밤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달맞이길에서는 해운대구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 포인트들도 많다. 그중 해월정은 달맞이 고개 언덕 위에 있는 팔각정으로 공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길목에 위치해 찾아오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2005년 APEC 개최 기념으로 세운 해마루도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자리해 탁 트인 바다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달맞이 고개를 넘어 송정해수욕장의 끝 죽도공원에 있는 송일정까지 길따라 차례로 만나게 되는 이 세 곳의 팔각정에서는 오륙도는 물론, 날이 맑으면 대마도까지 관찰할 수 있다. 좀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달맞이고개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찾는 것도 좋다. 유리외벽으로 전망이 좋아 친구나 연인끼리 많이 찾는 메르씨엘 레스토랑뿐 아니라 길을 따라 대형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맛의 커피도 즐길 수 있다. 글 차민경 기자 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해운대구청 www.haeundae.go.kr ▶travie info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서머 패키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은 7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Summer Fun+패키지’를 운영한다. 숙박객들은 아이리얼 파크,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 부산시티투어버스 중 하나를 즐길 수 있다. 2박 이상일 경우 케이크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등의 실내 프로그램과 야경코스를 돌아보는 ‘달을 향해 하이킥’, 이기대-오륙도를 트레킹하는 ‘오륙도 상륙작전’, 태종대를 둘러보는 ‘왕의 정원을 찾아라’ 등 야외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이용할 수 있다. 야외 프로그램은 체험 프로그램 전담팀 FaCeFun, Activity, Cool, Entertainer가 동행해 체험을 돕는다. 가격 객실 22만~51만원(세금, 봉사료 별도). 해운대 해변을 이용할 때 파라솔과 선베드, 즉석카메라를 선착순으로 대여해 준다. 문의 051-749-7001 www.echosunhotel.com 반짝반짝 빛나는 티파니21 육지에서 바다를 보는 것과 바다 위에서 육지를 보는 것은 사뭇 다르다. 특히 저녁시간, 불빛이 반짝이는 광안대교를 먼 바다에서 즐기는 것은 압권이다. 높이 솟은 센텀시티는 낮보다는 밤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티파니21은 하루 네 번 운항한다. 투어는 시간대에 따라 런치·쿠키·디너·나이트로 나뉘며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항로는 비슷하지만 런치·쿠키 투어에는 오륙도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요금 런치(낮 12~2시) 6만6,000원, 쿠키(오후 3시30분~5시) 4만4,000원, 디너(오후 7~9시) 9만9,000원, 나이트(밤 10시~자정) 7만7,000원. 문의 1577-7721 www.coveacruise.com ●mini interview┃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 서미희 대표 바람을 부르는 바다 “송정이 얼마나 좋은 서핑포인트인데요.” 송정 최초의 서핑학교인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의 서미희 대표는 말했다. 파도가 아주 높은 곳은 아니지만 중급자나 초급자에게 이만한 바다도 없다고. 보통 서핑 하면 외국만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송정은 동해와 남해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람이 계속 불어 1년 365일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실제로 아직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았는데도 송정 바다에서는 서핑,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미희 대표는 우연히 송정바다에 들렀다가 서핑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을 보고 송정의 가치를 발견한 뒤 17년째 송정에 자리잡고 있다. 최근에는 서핑이 자주 방송에 노출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서미희 대표가 운영하는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에서는 서핑강습뿐만 아니라 장비 일체를 대여해 준다. 송정 윈드서핑 서핑학교┃주소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동 711-9 문의 051-704-0664 surfschool.co.kr
  • 여의도의 재구성

    여의도의 재구성

    한강 위에 뜬, 알고 보면 엄연한 섬. 수상 레포츠와 63시티, IFC에서의 몰링까지, 극과 극 피서가 가능한 곳. 땡볕 더위와 열대야를 이겨낼 강력한 처방전으로 여의도를 추천한다. ■River 여의도 한강공원을 즐기는 세 가지 방법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공원, 밤이 오면 뜨거워지는 반전 있는 공원! 여의도 한강공원을 즐기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섬 둘레를 자전거로 돌아보거나 요트나 유람선을 타고 여유를 즐겨 보자. 선선해진 밤이면 잔디밭 위에서 재즈 선율에 빠져 보는 것도 좋다. 자전거 하이킹 즐기기 여의도는 한강에 떠 있는 제일 큰 섬이다. 섬 반쪽 면은 샛강에, 나머지 반쪽 면은 한강 물길에 접해 있고 공원 역시 샛강생태공원과 한강공원으로 양분돼 있어 풍광이 사뭇 다르다. 한강 자전거족들이 여의도를 사랑하는 이유도 이런 다양한 매력 때문. 두 공원을 거쳐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1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자전거는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밑에서 빌릴 수 있다. 여의도역으로 오는 경우 여의도공원에서 대여하고 반납해도 된다. 원효대교에서 시작해 63빌딩을 바라보며 달리면 곧 좁은 샛강이 나온다. 노량진과 여의도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샛강은 제법 길게 이어지는데, 빌딩숲 사이로 억센 생명력을 자랑하는 무성한 갈대숲이 놀랍다. 또 습지 속으로 들어가 야생초 화원, 버들숲, 여의못 등을 데크 위로 걸어 볼 수 있어 좋다. 샛강 생태공원은 여의도 둘레의 절반인 3~4km에 달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 좋다. 물길이 모인 방문자센터 앞 여의못을 걸어 본 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달리거나, 여의도 공원을 가로지르면 다시 한강공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포대교 아래에는 시원한 분수와 물이 흐르는 ‘물빛광장’과 ‘피아노물길’, 한강공원에서 가장 넓은 잔디밭인 ‘너른 광장’, 시원한 음료로 해갈할 수 있는 ‘빛의 까페’와 편의점이 있다. 여의도한강공원┃찾아가기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도보 3분, 지하철 5, 9호선 여의도역에서 도보 10분 여의도한강공원 주차장 마포대교남단, 순복음교회 앞, 샛강 성모병원 앞, 샛강 여의 2교 밑 등 5개 구역 운영시간 오전 9시~밤 11시 주차비 1일 1만5,000원(공휴일 무료) 자전거 대여소 마포대교 남단 1개소, 원효대교 남단 1개소, 여의도공원 5개소 대여비 1인용 3,000원(1시간 기준, 초과 15분당 500원), 2인용 6,000원(1시간 기준, 초과 15분당 1,000원) 문의 02-416-4440 강변의 밤, 낭만 만끽하기 여름이면 여의도 한강공원은 늦은 밤까지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녁 노을이 번진 잔디밭 위에 앉아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강바람을 맞고 있으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한강의 노을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유람선이다. 매일 저녁 7시30분 ‘라이브유람선’과 ‘디너뷔페크루즈’가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선상에서 라이브공연 또는 호텔식 뷔페를 즐기며 밤섬과 선유도, 서울의 야경과 반포대교의 달빛 무지개 분수를 볼 수 있어 운치가 있다. 7월 말부터 8월에는 매주 토요일 저녁 7시30분, 환상적인 불꽃을 쏘아 올리는 ‘불꽃유람선’도 운항한다고. 유람선을 타기 어려운 경우에는 마포대교 위에 있는 무료 해넘이 전망대에 가보자. 서강대교 방면으로 탁 트여 있는 공중 전망대라 스포츠 중계석 못지않은 넓은 시야를 자랑한다. 해질녘이면 사람들은 물빛무대 앞으로 속속 모여든다. 물속에서 떠오르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반돔형 무대에선 매주 수, 금요일과 토요일, 실력 있는 밴드들의 라이브 재즈 공연이 펼쳐진다. 금요일에는 재즈공연 후 영화 상영도 이어져 여름밤 시민들의 감성을 채워 줄 예정이라고. 밤이면 여의도에 밀집한 방송국들의 야외 촬영도 심심찮게 진행된다. 물빛무대 공연┃일정 매달 홈페이지 게재 www.floating-stage.com 여의도 한강 유람선┃운영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40분 이용요금 1만2,000원(일반)~6만5,000(디너뷔페) 문의 02-3271-6900 www.elandcruise.com ▶travie info 여의도에서 ‘물빛’ 프러포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무대 위 공개 프러포즈. 일반적으로라면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는 무료로 가능하다.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에서 미리 신청하면 매주 목, 금, 일요일 저녁 8시 혹은 9시에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청자는 추억이 담긴 커플 사진과 프러포즈 영상, 세레나데를 준비하면 되고, 한강사업본부에서는 영상 만들기부터 당일 공원에 사람들을 모아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수상 레포츠 도전하기 여유 있게 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너른 강 위로 가 보자. 수상보트와 웨이크보드는 짜릿한 스피드로 보는 사람마저 시원하게 만든다. 운전사와 함께 보트에 탑승하는 수상보트는 주로 여성들이 즐긴다. 시속 40km로 물 위를 바람처럼 달리다가 순식간에 유턴하는 기술은 묘기에 가까울 정도. 웨이크보드는 수상스키의 보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물속에 빠져가며 온몸으로 한강을 느끼는 조금은 과격한 스포츠지만 균형 감각만 있으면 하루 만에 쉽게 배울 수 있다. 바다에서 주로 보던 요트도 여의도 앞 한강변에는 심심찮게 떠다닌다. 요트를 빌려주고 교육도 시켜 주는 ‘서울마리나 클럽 & 요트’가 국회의사당 앞에 위치해 있기 때문. 한강은 바다처럼 파도가 심하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입문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무동력 1인 요트인 딩기요트부터 8인용 크루저 요트까지 다양하게 배울 수 있으며,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기본기를 익히고 직접 강 위로 나가 실습해 볼 수 있다. 딩기요트의 경우 일정시간 동안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면허가 없어도 대여해서 스스로 운항해 볼 수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강도에 따라 움직여 윈드서핑처럼 스릴 만점이다. 여러 명이 같이 타는 크루저 요트는 돛을 피고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지만 입출항시 약한 마력의 보조엔진을 사용한다. 크루저 요트의 경우 선장이 운항하는 배 자체를 임대하거나 개인적으로 승선해 볼 수 있다. 요트나 수상보트보다는 얌전하고 유람선보다는 다이내믹한 것으로 수상 콜택시도 있다. 여의도공원 내 3군데에서 탑승할 수 있는데, 미리 예약하면 태워서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말 그대로 물 위의 택시다. 방화대교에서부터 잠실까지 총 18개 선착장 중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어 편리하다. 1시간 내외로 한강을 유람하는 코스 상품을 이용하거나 한 대를 통째로 빌려 개인 유람선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개인 장비를 이용한 낚시나 카약 등도 가능하다. 단 캠핑을 할 땐 주의가 필요하다. 한강공원에서 천막 이외 텐트로 캠핑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라고. 파라다이스 수상레저┃이용요금 모터보트 3만원부터(1~3인, 10분 내외), 수동 오리배 1만5,000원(2~4인, 40분), 자동 오리배 2만원(2~4인, 40분) 이랜드크루즈 수상스키·웨이크보드┃대여료 2만5,000원(10분) 강습+대여비 6만원(4시간), 수상오토바이(5만원, 10분 *조정 자격증 소지자 본인이거나 동승만 가능) 문의 02-3271-6948 서울마리나 클럽 & 요트┃이용요금 체험프로그램 3만원(1인, 2시간), 크루저 요트 승선 1만5,000원(1인, 1시간), 크루저 요트 렌탈 12만원(8인, 1시간) 문의 02-3780-8400 www.seoul-mariina.com 수상택시┃이용요금 여의도~잠실 기준 9만원(7인, 40분) 탑승장소 여의도119, 여의나루역, 서강대교남단(국회의사당 앞) *탑승 전 예약 필수 문의 1588-3960 www.pleasantseoul.com ■City 여의도 안의 또 다른 도시 63시티 학창시절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63시티. 아쿠아리움과 전망대를 갖춘 63시티는 바다와 하늘이 가진 가장 낭만적인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 63스카이아트, 왁스뮤지엄, 씨월드. 이중 하나만 보더라도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 버리기 충분하다. 바다의 신비, 63씨월드 63씨월드는 1985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족관이다. 당시 여의도 한가운데에서 들여다본 바다 속 세계는 많은 이들에게 경이로움과 충격을 안겼다. 400여 종 2만여 마리에 달하는 해양생물을 볼 수 있어 여전히 서울 구경 일번지로 꼽힌다. 국내 여러 아쿠아리움 중에서도 63씨월드는 관객과 가장 가까운 아쿠아리움이다. 하루 종일 기발한 이야기와 캐릭터로 웃음을 주는 다양한 수중 공연이 펼쳐진다. ‘매직 물범 해리와 로니’(1일 4회)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농구를 하는 물범을, ‘슈퍼 물개 오디션’(1일 3회)은 캘리포니아 물개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깜찍한 율동을 선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가대표 출신 연기자의 ‘수중 발레’(1일 6회)도 놓쳐선 안 될 공연이다. 이외에도 수조 위가 뚫려 있어 눈앞에서 펭귄을 볼 수 있는 터치풀장, 투명 강화 수조 위를 걸으면 발아래에서 상어와 가오리가 노니는 모습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스릴워터’도 재미있다. 공중에서 맛보는 힐링, 63스카이아트 63빌딩 최고층인 60층에는 63스카이아트가 있다. 해발 264m에 자리잡은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이라고. 63시티 개관 때부터 전망대였던 공간을 2008년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는데, ‘Kitty S’전, ‘13세기 그림으로 떠나는 여행’전 등 팝아트부터 순수 회화 전시까지 매년 3개의 테마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으로 바뀌었지만 전망대의 기능도 여전하다. 사방이 전면 창으로 되어 있어 여의도와 한강을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을 내어 미술관 옆 스카이아트 카페에서 차 한잔을 즐겨 보자. 인천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한강의 아름다운 물길과 서울의 부감을 보고나면 스카이아트가 지닌 가장 진귀한 소장품은 바로 이 풍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오바마와 어깨동무, 왁스뮤지엄 63왁스뮤지엄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관한 밀랍인형 박물관이다. ‘명예의 전당’, ‘최후의 만찬’, ‘화가의 방’, ‘스타 리뷰’, ‘공포체험관’, ‘스포츠 스타’ 등 총 10개의 섹션에 약 70여 점의 밀랍인형이 전시돼 있는데, 순간순간 움찔하게 될 정도로 손가락 마디 위의 털 하나, 눈동자 동공마저 진짜 사람 같다. 이곳은 거의 ‘인증샷’을 위한 박물관이다. 평소 흠모하던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슈퍼스타들, 예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가장 흥미로운 곳은 ‘최후의 만찬관’이다. 3년에 걸쳐 제작한 이 작품은 2000년대 초, 베를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밀랍인형 역사인물전’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감쪽같은 작품들을 만든 사람은 세계적인 밀랍인형 제작자 ‘마자쓰키 사토루’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손에 자신의 밀랍인형이 제작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정도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로 현재까지 1,0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제작했다. 최근 만든 김수환 추기경의 밀랍인형도 만나 볼 수 있다. 놀라운 임팩트, 63아트홀 63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63아트홀은 공연장 겸 영화관이다.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이 펼쳐진 극장에서 초대형 뮤지컬과 3D 아이맥스 영화를 상영한다. 현재 비보이 뮤지컬 <마리오네트>가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심장을 가진 인형과 이들을 보살피는 인형사, 그리고 악한 마법사의 이야기인데, 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꼭두각시 인형(마리오네트)의 몸짓을 비보잉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해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음악, 비보이 그룹 익스프레션 크루Expression Crew의 안무가 인상적이다. ▶travie info 63시티를 방문할 때는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훨씬 저렴하다. big3 3만3,000원(씨월드, 스카이아트, 아이맥스, 왁스뮤지엄 중 3가지 선택), big4 3만8,000원(씨월드, 스카이아트, 아이맥스, 왁스뮤지엄), big5 4만8,000원(big4+뮤지컬) ■Mall 여름에는 역시 몰링malling! 여름 더위에 정공법으로 맞서는 야외 스포츠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선호한다면 여의도에서 IFC몰 만한 곳이 없다. 지난해 8월에 오픈해 개장 1년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 IFC몰은 쇼핑, 외식, 영화 관람이 한꺼번에 가능한 복합쇼핑공간. 하루 종일 있어도 지겨울 틈이 없다. 인터내셔널쇼핑몰인 IFC몰에는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 등 110여 개 상점이 입점해 있다. 바나나리퍼블릭, 마시모두띠, 스트라디바리우스, 버쉬카, 풀앤베어 등 백화점에만 입점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도 많다. 특히 패션 피플들의 발길을 끄는 곳은 국내 1호 매장으로 문을 연 홀리스터. 캘리포니아 해변의 바에 와 있는 듯한 독특한 인테리어, 화려한 컬러와 무늬의 여름 옷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이 있는 곳에 먹거리 또한 빠질 수 없다. IFC몰 지하 3층에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대기 줄이 문 밖까지 이어지는 ‘제일제면소’, 일본식 화로구이 전문점 ‘와세다야’,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 ‘어니스트 키친’, 파스타와 피자가 있는 ‘꼬또’는 특히 인기다. 지하 3층에 위치한 엠펍MPUB은 영국펍을 표방하는 세계맥주 전문점이다. 점심에는 런치뷔페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다채로운 라이브 공연이 열린다. IFC몰 CGV에는 국내 최초로 시도한 ‘시네마 스트리트’가 있다. 9개 상영관이 마치 가게처럼 늘어서 있고, 펍과 서점, 인터넷존, 영화마니아들을 위한 가게가 있어 영화 관람 외에도 여유롭게 쉬며 문화를 즐길 수 있다. IFC몰 | 주소 여의도동 국제금융로10 찾아가기 지하철 5호선, 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과 무빙워크로 바로 연결 개관시간 오전 10시~밤 10시 문의 02-6137-5000 www.ifcmallseoul.com ■Education 당일치기 여의도 유학 국회의사당과 방송사,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한국의 맨해튼 여의도. 여의도에는 숨겨진 교육의 장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견학하기 좋다. 미래의 에디슨을 꿈꾼다면? LG사이언스홀은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 과학관이다. 지난 2010년 전시물을 첨단 아이템으로 전면 교체하며 업그레이드를 마쳤고, 과학기술처의 공식 과학관으로도 등록됐다.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 주기 위해 설립한 곳인데 LG의 사업 분야를 토대로 전자, 화학, 통신 등 과학시설을 아이들이 쉽게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이언스드라마’ 존에서는 마치 교육방송을 보는 것처럼 연극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과학 실험을 보여 주며, ‘바디스토리’ 존에서는 세포만화경, DNA퍼즐, 아들딸 게임 등을 통해 세포와 유전에 대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을 위해서는 방문 2주 전까지 반드시 인터넷 예약을 마쳐야 한다. 평소에는 13인 이상 단체만 관람 가능하며 매월 1, 4주 토요일 전일, 1, 3, 5주 토요일 오후, 방학기간(7월19일~8월16일)에는 개인 관람도 가능하다. 7세부터 13세까지 입장 가능하며 관람 시간은 2시간 내외다. LG사이언스홀 | 주소 여의도동 20 LG트윈타워 서관 3층 이용요금 무료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주말) 문의 02-3773-1053 www.lgscience.co.kr 참고 체험활동지 발급 가능 우리나라 정치의 현장이 궁금하다면? 국회의사당은 여의도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다. 지하 1층 지상 7층, 석조건물인데 단일 의사당 건물로는 동양에서 제일 커, 남북통일이 되더라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국회의사당 견학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이상에 적합하다. 뉴스에서만 보던 국회의사당을 직접 눈으로 보고,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나라의 주요 법과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 국회 활동에 관해 공부할 수 있다. 국회 입구의 헌정기념관을 먼저 방문한 후 국회의사당으로 가면 좀더 이해하기 쉽다. 헌정기념관은 역대 국회, 국회의장의 활동, 세계 여러 나라의 국회 모습을 전시하고 있으며 국회 모습을 배경으로 가상체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0인 이상 단체는 미리 신청하면 직접 국회의원이 되어 법을 만드는 ‘의정활동’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헌정기념관은 자유 관람이며 국회의사당 견학을 위해서는 국회 홈페이지에서 방문 3일 전까지 예약을 마쳐야 한다. 개인별로 견학이 가능하며 주말에는 10명 이상이 모일 경우에만 국회의사당 관람이 가능하다. 단,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날은 국회의사당을 관람할 수 없다. 국회의사당 | 주소 여의도동 의사당대로 1 참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평일), 오전 9시~오후 5시(주말) 문의 02-788-3656 memorial.na.go.kr 참고 체험활동지 발급 가능 *무료 셔틀버스 운행 오전 9시~오후 4시20분(12시20분, 12시40분, 공휴일은 운휴), 배차간격 20분, 여의도역 3번 출구 앞→국회의사당 안내실 앞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장래 프로듀서나 아나운서를 꿈꾼다면 KBS 방송체험관(KBS On) 방문은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 KBS 본관에 마련된 방송체험관과 방송역사박물관을 직접 둘러보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4층 방송체험관에서는 KBS 주요 프로그램들을 멀티 터치스크린으로 감상하고 가상 스튜디오, 9시 뉴스 앵커코너, 3D 입체영상관 등을 관람하게 된다. 블루스크린이 준비된 가상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듯 합성이 된 사진을 찍어 본 후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어린이들은 후토스, 유후 등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와 촬영도 해보고, 구름빵 3D 애니메이션을 보고 직접 더빙도 해볼 수 있다. 9시 뉴스 앵커 코너에서 근사하게 뉴스 원고를 읽어 보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된다. 5층 방송역사박물관은 1927년부터 시작된 한국방송의 역사를 담고 있다. 또한 스튜디오 시창을 통해 라디오와 TV프로그램 제작과정도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유익하다. 개인의 경우 예약 없이 자유관람이 가능하며, 11인 이상 단체일 경우 인터넷에서 예약한 후 해설원의 인솔을 받아야 한다. KBS 방송체험관 | 주소 여의도동 18 이용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 문의 02-781-2224~5 office.kbs.co.kr/hall 참고 전시관 관람 스태프만 인증 가능 ■Restaurant 여의도 미식 탐험 땅값 높고, 물가 높기로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여의도. 하지만 주머니 사정 따라 알뜰하게 또는 품격 있게 선택이 가능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구름 위 로맨틱한 식사 레스토랑 겸 와인바 ‘워킹온더클라우드’는 63시티의 스카이라운지 역할을 한다. 워킹온더클라우드 최고의 메뉴는 59층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 유러피언 레스토랑인 ‘가든레스토랑’에서는 유럽 정원의 아늑함을, 창가를 향해 좌석을 배치한 ‘와인바’에서는 300여 종이 넘는 세계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환상적인 전망뿐 아니라 맛으로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지 <자갓 서베이>와 국내 미식 가이드북 <블루리본 서베이>에 우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후 5시까지는 바에서 차와 음료도 판매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밤 12시까지 운영한다. 드라마틱한 프러포즈를 계획 중이라면 패키지를 추천한다. 63빌딩 관람 후 코스요리와 와인을 즐기고, 빔프로젝터로 영상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씨크릿 프러포즈’, 코스요리에 꽃다발과 와인, 케이크를 준비해 주는 ‘러브패키지’ 등 미리 예약하면 이용 가능하다. 실제로 <내조의 여왕> 등 드라마 속 프러포즈의 단골 명소라고. 워킹온더클라우드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60 63빌딩 59층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가격대 런치코스 6만3,000원부터, 런치파스타세트 3만2,000원부터 문의 02-789-5904 갈비가 만두를 만났을 때 마포만두에서는 특허까지 받았다는 갈비만두를 맛볼 수 있다. 만두소는 양념한 갈비살을 참나무숯으로 직접 구워 만들었다고. 숯불갈비 특유의 향과 육즙, 간장 양념이 잘 배합돼 느끼하지 않다. 김치만두나 잔치국수와 같이 먹으면 좀더 개운할 듯. 또 다른 특별 메뉴는 계란밥이다. 계란에 참기름, 양념간장, 깨소금을 얹은 추억의 음식. 직장인들을 위해 아침메뉴로 팔기 시작한 것이 인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마포만두 | 주소 | 여의도역점 여의도동 26-19 서여의도점 여의도동 17 영업시간 24시간 가격대 갈비만두 3,000원, 계란밥 3,000원 문의 여의도역점 02-783-5159, 서여의도점 02-782-2014 벨기에인이 운영하는 본토 와플 빠뜨릭스Patrick’s 와플은 이미 여의도 일대에는 맛 좋기로 소문이 파다한 집. 간이매점 같은 조그만 가게이지만 벨기에인 형제가 직접 운영한다. 벨기에 와플 기계로 즉석에서 구워내는데, 겉은 바삭하고 달콤하면서도 속의 빵은 결이 살아 있어 매력적이다. 와플은 오리지날 벨지안 와플, 아이스크림 와플, 생크림와플 세 가지를, 음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핫쵸코를 판매한다. 포장만 가능하다. 빠뜨릭스Patrick’s 와플 | 주소 | 1호점 여의도동 53-11 상아빌딩 1층 2호점 여의도동 37 아일렉스상가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7시(주말 휴무) 가격대 와플 2,100원부터 문의 1호점02-3775-0608, 2호점 070-4111-4548 프랑스의 맛과 분위기에 취하는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여의도 유명 베이커리 ‘폴Paul’이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1층에 ‘브리오쉬 도레Brioche Doree’로 재탄생했다. 고풍스런 테이블과 의자, 샹들리에, 높은 파티셰 모자를 쓴 직원들을 보면 ‘프렌치’한 분위기에 흠뻑 빠진다. 크로와상 등 기본적인 빵에서부터 산딸기, 사과 등을 넣어 만든 타르트와 길쭉한 모양의 케이크 에끌레흐 등까지 달콤한 디저트로 입맛을 돋우기 좋다. 브리오쉬 도레 | 주소 여의도동 28-3 메리어트호텔 1층 영업시간 오전 7시~밤 10시 가격대 크로와상 2,300원, 사과 타르트 8,500원 문의 02-2070-3000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도선미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커버스토리] 등대, 빼어난 경관은 덤이오~

    인천 옹진군 대청도에서 남동쪽으로 5㎞ 떨어진 소청도의 명물은 단연 등대다. 인근 해수욕장도 경치가 뛰어나지만 섬 왼쪽 끝 절벽 위에 위치한 등대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기기묘묘함을 빗대 ‘빠삐용 절벽’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인근 해변에서는 여름밤에 야영을 할 수 없어서 피서객들이 등대 관사 앞마당에 텐트를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소청도에서 다섯 번에 걸쳐 11년 근무한 김종환(55)씨는 “여러 등대에서 일해 봤지만 이곳 등대가 경관 면에선 압권”이라고 말했다. 전남 해남 목포구 등대는 서남해안 목포, 진도권에 위치한 6개 유인 등대 가운데 배를 타지 않고 차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등대다. 특히 매계∼월내 간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등대 뒤에는 해남의 명산인 매봉산이 자리했다. 하이라이트 코스는 온덕 마을을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 시작되는 8㎞의 바닷길 구간. 짙푸른 바다와 그 너머 신안의 다도해가 올망졸망 떠 있어 서해 바다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이 등대는 부산 가덕도 등대(40m)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36m) 등대로 일몰 때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도 유명하다. 경남 마산 소매물도 등대는 매물도에 딸린 조그만 섬에 있지만 주변에 연간 60만명이 찾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소매물도에서 걸어갈 수 있는 등대섬이 최근 광고와 영화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탐방객이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100곳’에도 이름을 올렸다. 선박 길잡이 역할에 머물던 등대가 개방을 통해 상품화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는 군사지역이어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다가 2009년 개방, 유람선 운항이 시작된 이후 연간 방문객이 10만명에 이른다. 바위섬으로 경관이 뛰어난 데다 무엇보다 106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돼 자연생태계 보전 상태가 좋다. 호젓하고 자연 그대로인 산책길을 걷다가 해안 풍경을 감상하고 숲체험도 할 수 있다.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15.7㎞ 떨어진 팔미도 등대는 가 보고 싶은 등대 1위다. 한국등대문화유산 1호로 등재돼 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영화 리뷰] ‘마스터’

    [영화 리뷰] ‘마스터’

    바다에 포말이 부서진다. 군함이 지나간 흔적. ‘마스터’(The Master·11일 개봉)의 첫 장면은 이 영화가 바다 위를 떠돌 듯 삶에서 표류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불안하고 공허한, 그래서 무엇이든 붙잡고 싶은 현대인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레디(호아킨 피닉스)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정신적 외상을 입고 방황하는 남자다. 백화점의 사진사로 취직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고객과 싸우고 쫓겨나듯 일을 그만둔다.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와의 관계는 텅 비어 있다. 그런 그를 구원하는 것은 심리 연구단체 ‘코즈’의 랭카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다. 스스로를 “작가이자 의사이고 핵물리학자이자 이론 철학자”라고 소개하는 랭카스터는 코즈의 ‘마스터’라 불리는 지도자다. 갈 곳 잃은 프레디는 우연히 진리(Aletheia)라는 이름을 가진 랭카스터의 고급 유람선에 흘러든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묘하게 서로에게 끌린다. 프레디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랭카스터에게 조금씩 마음을 의지하고, 랭카스터 역시 자신의 이론을 연구하기 위해 프레디를 가까이 둔다. ‘마스터’는 1954년 창시된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다.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론 허버드는 랭카스터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사이언톨로지라는 단어 하나로 이 영화의 모든 걸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처럼 사이언톨로지는 영화를 이해하는 작은 실마리에 불과하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삶의 의미를 묻는 인간이 믿음을 찾고, 다시 잃고, 방황하는 과정이다. “스승과 제자는 폴 토머스 앤더슨에게 언제나 중요한 문제였다”(이용철 영화평론가)는 말처럼 이 과정을 조각하는 것은 데칼코마니 같은 프레디와 랭카스터다. ‘마스터’ 역시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프레디를 랭카스터는 다시 바다로 밀어낸다. “가 보게. 발 붙일 곳 하나 없는 망망대해로. 그 어떤 마스터도 섬기지 않고 사는 방법을 발견한다면 알려 주겠나. 아마도 자네가 최초의 인물일 테니까.” ‘매그놀리아’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펀치 드렁크 러브’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폴 토머스 앤더슨은 미국의 젊은 거장으로 꼽힌다. 인간의 황폐한 영혼과 불안한 믿음을 완벽하게 재현한 두 배우는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청계천:거꾸로 흐르는 역수(逆水)가 서울 풍수의 핵심 서울은 하천의 도시다. 서울 바닥에는 35개의 하천이 흐른다. 큰 하천은 강(江)이요, 작은 하천은 내(川)다. 한강이 모든 하천의 본류이자 유일한 강이며 나머지 청계천, 중랑천, 홍제천, 불광천, 양재천, 안양천, 탄천, 고덕천, 성내천 등이 한강의 지류인 하천이다. 하천의 발원지는 대부분 북한산, 도봉산, 남산, 관악산이다. 2000년 이전에는 한강을 제외한 34개 하천의 31%가 복개돼 생명을 잃었다.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19개 하천 복원 계획이 세워져 지금까지 15개의 하천이 되살아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절반가량의 하천이 청계고가를 뜯어내고 복개도로의 배 속을 갈랐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 빛과 바람이 끊기면서 광합성 활동이 정지된 지하 세계에 남아 있다. 정도전의 북악주산설(北岳主山說)에 의한 한양 풍수의 핵심은 북악을 주산으로 목멱산(남산)이 내명당(內明堂)을 이루는 혈(穴) 자리에 경복궁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도읍 중심부에 개천(청계천)이 흐르고 외명당(外明堂)을 이루는 목멱산과 관악산 사이에 한강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청계천을 내수(內水), 한강을 외수(外水)라고 불렀다. 서울을 관통하는 두 개의 하천, 한강과 청계천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본류인 한강은 태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지만 지류인 청계천은 역으로 북악에서 발원해 사대문 중심부를 흐르고서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청계천을 역수(逆水)라고 한다. 풍수에서 ‘세상만사는 순(順)해야 하나 지리(地理)는 역(逆)해야 한다’는 이치 그대로다. 풍수에 따르면 거꾸로 흐르는 청계천의 역기(逆氣)가 사대문 안을 조선 도읍터로 600년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이라고 풀이한다. >>한강의 섬과 나루:여의도 등 10여개 크고 작은 섬들 물길 따라… 뚝섬, 잠실(잠실도), 여의도, 난지도가 대표적 하중도(河中島)였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300년 전 강원도를 여행하고 나서 “홍수가 나서 산이 무너지면 한강으로 흘러들어 한강의 깊이가 점점 얕아진다”라고 기록했다. 한강을 따라 흘러들어 온 모래와 흙은 자연 제방과 삼각주 섬을 형성했다. 한강변 지명에 섬 도(島)와 나루 진(津) 자가 많이 들어 있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밤섬, 노들섬, 선유도를 하중도의 전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한강에는 뚝섬, 잠실도, 여의도, 난지도 같은 큰 섬을 비롯해 석도, 부리도, 저자도, 선유도 같은 크고 작은 10여개의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광나루(광진)부터 뚝섬, 이촌, 노량진, 양화진(합정)까지 은빛 백사장으로 이어져 강(江)수욕을 즐기던 자연 휴양지였다. 뽕나무가 숲을 이룬 잠실은 대대적인 매립공사가 이뤄진 1971년 이전에는 강북 쪽에 근접해 있었다. 지금은 내륙의 인공호가 돼 버린 석촌호수는 한강의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렀던 유일한 증거로 남았다. 난지도는 이름처럼 꽃섬이었지만 쓰레기매립장으로 둔갑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호대교 아래 저자도는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경승지였으며 얼음을 채빙하는 벌빙꾼이 살았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는 정수장이 되었다가 공원으로 돌아왔다. 1968년 한강제방과 여의도를 짓는 골재 채취로 파괴된 밤섬은 자연의 치유력으로 기적처럼 되살아나 철새도래지가 됐다. 지금은 서강대교를 머리에 이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은 전국의 재물이 모이는 수운(水運)의 중심지였다. 한강 중 한양을 감싸고 흐르는 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는데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경강상인들이 용산과 마포 그리고 서강 나루를 주름잡았다. 두모포(두무개)와 뚝섬은 땔나무의 집산지였다. 송파나루에는 쌀과 지방 특산품 등이 몰렸다. 고려시대 한강은 사평도(沙平渡) 또는 사리진(沙里津)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래 천지였다. 광나루, 뚝섬, 난지도 등이 퇴적 사면이며 백사장이었다. 한강 나루를 이루는 이촌은 사평리(沙坪里)라고도 불렸고 광나루 둔치는 서울의 마지막 강수욕장이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 구호가 난무했던 1959년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 20만 인파가 구름 떼처럼 몰린 곳이 한강백사장이었다. 한강제방이 축조되기 전 경원선(지금의 용산~성북 간 전철) 철길 바로 옆 지금의 동부이촌동에서 흑석동까지가 바로 그곳이다. 이때 강물은 흑석동~노량진 언덕에 붙어 가늘게 흐르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10만, 15만명의 인파가 강수욕을 즐겼다. 겨울이면 천연 얼음 스케이트장이 제공됐다. 60년 전 한강 풍경이다. >>3차례 한강 개발:개발독재시대의 비극 3차례의 한강 개발 사업은 한강의 쓰임새와 풍광을 바꿨다. 지도를 다시 그려야 했다. 강변은 콘크리트 호안과 도로가 됐으며 강수욕을 즐기던 모래밭은 매립용 모래로 쓰였다. 한강은 ‘강물’이 주가 아니라 ‘강변’이 주가 되는 이상한 강이 됐다. 손이나 발을 담글 수 없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변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홍수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한강 상류에 댐이 없고, 제방이 없던 시절 물난리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용산, 뚝섬, 광진, 여의도, 잠실, 압구정동, 신사동, 반포, 잠원이 잠겼다. 이때 몽촌토성과 암사동 유적지가 발견됐다. 한강은 자원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 폭파에서 보았듯이 군사정권은 한강을 피란 시간 확보 대책용으로 여겼다. 1967년 김현옥 서울시장이 급조한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에 따라 강변을 메워 제방을 쌓았고, 제방 위에 강변도로가 건설되고, 여의도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윤중제가 건설되고, 잠실이 내륙이 됐다. 택지 개발과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한강을 파괴한 것이다.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비용으로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진행된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2개의 수중보(잠실보와 신곡보)와 올림픽대로, 한강둔치공원이 들어섰다. 두 번의 공사를 거친 이후 한강은 본모습을 잃었다. 풍광은 사라졌다. 혹자는 ‘빠질까 봐 겁나는 강’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라고 깎아내린다. 개발독재시대의 즉흥적인 개발이 빚은 비극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2001년 펴낸 ‘한강의 어제와 오늘’에서 1982년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말끔하게 정리된 한강의 모습이 보기에 좋을지 모르나 자연미의 상실과 함께 한강 본래의 생태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말았다.…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 자연 하천의 모습을 앗아갔으며 생명 서식지 교란으로 한강 생태계를 크게 바꾸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 도심 속에서 한강 생태계가 갖는 기능과 역할은 경제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라고 기록해 놓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내건 ‘한강 르네상스’도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저수 제방 탈피, 호안 콘크리트 철거라는 한강 복원의 핵심에는 손이 미치지 않았다. ‘유람선과 요트가 떠다니는 한강’이라는 서구식 만화경에 매달려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한강 복원:도시고속도로 울타리를 걷어내자 동서로 뻗은 두 개의 도시고속도로가 거대한 철책선처럼 한강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강은 도시와 유리된 채 따로 흐른다. 서울은 남과 북으로 인위적으로 절단됐으며 서울 사람은 강북 사람, 강남 사람으로 나뉘었다. 양쪽은 다리로만 통행한다.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부분적으로 열렸지만 강북 사람은 강북 쪽으로, 강남 사람은 강남 쪽에서 다닐 뿐이다. ‘한강의 남북 절단’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떠올려진다. 환경학자들은 두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서 건널목과 신호등을 놓아 사람들이 자유롭게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전용차선을 놓거나 전차를 놓는 방법도 제시됐다. 한강은 사람들을 위해 심장(잠실)과 내장(여의도)을 아파트 택지로 내놓았다. 두 개의 보(洑)가 목젖과 다리를 각각 누르고 있고, 29개의 한강 다리가 포박하고, 고층 아파트 숲이 태양과 바람을 가로막고 있다. 양팔과 두 발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가 돼 꼼짝달싹 못하지만 묵묵히 흐를 뿐이다. 이제 한강을 풀어줘야 한다. 한강은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지난해 서울 시민 1000명에게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37%가 한강을 꼽았다고 한다. 남산타워(35%)와 경복궁(25%)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에게도 ‘한강의 기적’은 한국과 한국의 경제성장을 대표한다. 우리는 60년 전 아름다운 섬과 백사장이 있었던 시절의 한강을 잠시 잊고 있다. 다리 위에서, 배 위에서, 자전거 위에서,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강이 아니라 손발을 담글 수 있는 강이 필요하다. 사람이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한강 복원이 이뤄져야 서울 소통, 한민족 통합도 가능하다. 서울이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 도시로 발돋움하는 건 덤이다. 파괴된 밤섬이 20년 만에 기적처럼 스스로 살아난 것이 그 예언이다. joo@seoul.co.kr
  • [글로벌 시대] 라인강가에서의 ‘봉주르~’ ‘구텐타크~’/장홍 프랑스알자스주정부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라인강가에서의 ‘봉주르~’ ‘구텐타크~’/장홍 프랑스알자스주정부개발청 자문위원

    라인강은 스위스 바젤에서 발원해서 북해로 흘러들어간다. 강의 동쪽은 독일이고, 서쪽은 프랑스다. 지난날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독일과 프랑스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무수히 경험했다. 라인강이 핏빛으로 물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알자스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알자스는 1870년 독·불전쟁부터 1945년까지 불과 75년 사이에 국적이 무려 다섯 번이나 바뀐 독특한 지역이다. 1870년 이전에는 프랑스 영토였다가, 독·불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면서 독일 영토로 편입된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다시 프랑스로 환원됐고, 1940년 나치가 다시 강점했다가, 1945년 연합국의 승리로 프랑스가 되찾아 와 오늘에 이르게 된 지역이다. 내 친구의 증조할아버지나 할머니들 중에는 생전에 이 모든 것을 몸소 겪은 분들도 허다하다고 한다. 한때 우리 교과서에도 실렸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은 1870년 전쟁을 그리고 있다.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알자스의 한 한적한 마을이었다. 1차 대전 당시는 알자스가 독일 영토라 알자스 사람들은 독일 군복을 입고 프랑스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맞은 제2차 세계대전…. 양상은 복잡해졌다. 같은 집안의 형제 중에 한 명은 독일군에, 다른 한 명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형제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싸워야 했다. 하지만 분쟁과 갈등의 라인강은 기적처럼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되살아났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독일과 프랑스는 과거의 원한보다는 미래의 평화와 번영을 선택했다. 너무나도 아프고 생생한 원한이 뼈에 사무친 그들에게 화해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악물고 아픔을 이겨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기 시작했다. 2차 대전 후 유럽 통합의 전제 조건은 오랜 숙적인 독일과 프랑스의 재화합이었다. 양국이 과거에 얽매여 반목하는 한 유럽 통합은 첫 단추부터 꿰기가 불가능했다. 나치의 만행에 대한 독일 지도자들의 철저한 반성과 큰 틀에서 과거의 적을 미래의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프랑스 지도자들의 역사적 안목과 통큰 결정이 필요했다. 그 결과 마침내 유럽의 통합이 이뤄졌고, 지난 수세기 동안 전쟁의 대륙이었던 유럽은 평화와 통합의 대륙으로 변모했다. 라인강가에 서면, 역사의 무상함과 동시에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얼마나 오랜 세월 저 강은 인간의 욕심과 반목 때문에 핏빛으로 물들어 흘렀을까. 또 이웃 간에 잔혹한 행위들이 얼마나 많이 저질러졌을까. 그러나 동시에 인간 정신의 위대함도 본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때론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려는 정치적 용기와 결단을 내릴 때, 라인강 같은 분쟁의 강도 얼마든지 평화 공존의 강으로 거듭날 수 있음을 배운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라인강을 넘나든다. 걸어서, 자전거로, 자동차로…. 라인강 위에는 수많은 상선들과 유람선들이 평화롭게 떠다닌다. 강의 양쪽에는 공원을 만들어 두 나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산책도 하고 피크닉도 즐긴다. ‘봉주르(bonjour)~’, ‘구텐 타크(guten Tag)~’, 아침인사는 이렇듯 여전히 다르지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위로 나날이 냉각되어 가는 한·일 관계가 오버랩된다. 가슴이 먹먹하다.
  • 당신은 아직 거제를 모릅니다

    당신은 아직 거제를 모릅니다

    경남 거제는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여행지입니다.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명소를 여럿 품고 있습니다. 한데 우제봉(雨祭峯)이나 서이말 등대, 맹종죽테마파크 등도 들어 보셨는지요. 하나같이 거제의 명소 옆에 붙어 있으면서도 접근하기 어려웠거나 덜 알려진 탓에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밀려나 있던 곳들입니다. 요즘엔 달라졌습니다. 오가는 길이 정비돼 시간과 품을 많이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한번 다녀와 보시지요. 거제 여정이 한결 풍성해질 겁니다. 먼저 남부면 갈곶리의 우제봉 전망대다. 유람선 관광을 제외하면 거제 최고의 명소로 꼽히는 해금강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우제봉은 ‘자체 발광’의 경승지다. 여기에 주변의 명소들을 살피는 전망대 노릇까지 겸하고 있다. 우제봉 정상에 서면 대·소병대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명소들을 360도 돌아가며 죄다 눈에 담을 수 있다. 최근까지도 탐방객들은 뛰어난 해안 경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제봉의 험한 암벽 때문이다. 목재 데크는 바로 이 구간에 놓였다. 풍경으로 향한 길이 열린 셈이다. 우제봉엔 ‘서불과차’(徐市過此)의 전설이 담겼다. 서불과차는 ‘서불이 이곳을 지났다’는 뜻. 안내판에 적혀 있는 내용은 이렇다. 기원전 210년께 중국 진시황의 방사였던 서복(徐福)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어린 남녀 3000여명과 함께 남해 연안을 항해하다 우제봉 일대에 머물게 됐다. 서복은 서불의 다른 이름이다. 서복의 선단은 이를 기념해 절벽에 ‘서불과차’란 네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런데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거센 파도가 들이닥쳐 하필 암벽에 새겨진 글씨만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들머리는 해금강마을 주차장이다. 해금강호텔 옆을 지나 우제봉까지 0.9㎞ 정도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돌아올 때는 우제봉 서쪽 기슭으로 내려온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거리는 짧지만 숲이 펼쳐 놓은 그늘은 제법 깊다. 이른 아침 혼자 걸을 때면 적막한 느낌이 들 정도다. 우제봉 정상까지는 산길과 목재 데크가 번갈아 펼쳐진다. 특히 목재 데크 구간은 험한 암벽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서이말(鼠耳末) 등대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다. 와현모래해변 뒤쪽 산자락에 있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출입 자체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등대가 선 암벽 지대 앞뒤로 군부대와 자원 비축 기지가 각각 터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서이말 등대 가는 소로엔 늘 경비원이 서 있다. 폭우가 내리는 등 사고 우려가 높은 날엔 방문객들에게 발걸음을 돌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통행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등대 이름이 독특하다. 한자를 풀어 쓰면 쥐의 귀 끝을 닮았다는 뜻이다. 이는 등대가 서 있는 해안 절벽의 지형이 쥐의 귀와 흡사해 붙은 이름이다. 현지인들은 곧잘 지리끝 등대라고 부른다. ‘지리’는 길의 사투리인 ‘질’이 변한 말이니, 결국 길의 끝에 선 등대란 뜻이다. 등대 자체야 그리 볼 게 없다. 하지만 오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만큼은 더없이 빼어나다. 특히 해돋이 장면이 인상적이다. 서이말 등대길 초입에서 등대까지는 3.8㎞쯤 된다. 걷기엔 다소 길어 대부분 차를 타고 오가는데, 오래된 소로가 만들어 낸 숲 그늘이 여간 웅숭깊지 않다. 연지봉과 와현봉수대는 물론 수선화와 동백이 어우러진 ‘비밀의 화원’ 공곶이마을 등을 다녀올 수도 있다. 등대가 있는 ‘길의 끝’은 딱 풍경 전망대다. 거제가 품고 있는 너른 남해의 풍경들을 굽어볼 수 있다. 명심할 것 하나. 등대길은 좁다. 차 두 대가 동시에 지나기 어렵다. 그래서 길 양쪽에 교행 공간을 여러 개 조성해 뒀다. 이 길을 안전하고 빠르게 가는 유일한 방법은 ‘양보’다. 자신이 지나온 길 어디쯤에 교차 공간이 있는지 기억해 두고 주행해야 서로가 편하다. 하청면의 맹종죽테마파크도 가볼 만하다. 거제 본섬과 연륙교로 연결된 칠천도 가는 길에 있다. 국내 유일의 맹종죽 공원으로, 부지가 10만㎡(약 3만평)에 이른다. 맹종죽이 거제에 유입된 건 1920년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청면 출신의 신용우란 사람이 일본에서 세 그루를 가져와 심은 게 시초다. 지금은 하청면 일대 곳곳이 맹종죽 숲이다. 거제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맹종죽의 80%가 거제에서 자란다고 한다. 대숲에 들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지름 20㎝, 높이 20m 이상 자란다는 맹종죽이 울울창창하다. 1.4㎞에 이르는 산책로를 따라 죽림욕을 즐기기 딱 좋다. 특히 맹종죽의 죽순은 식용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단맛도 강한 편이다. 거제까지는 통영~대전·중부 고속도로 통영 나들목을 나와 거제 방면 국도 14호선을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엔 거가대교를 이용해 부산과 거제를 묶어 여행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거가대교 통행료는 편도 1만원이다. 요즘 거제의 먹거리로는 멸치가 꼽힌다. 겨울철 대구 산지로 유명한 외포항 일대에 멸치요리집들이 몰려 있다. 양지바위횟집(이하 지역번호 055, 635-4327)이 그중 이름났다. 멸치찌개 1인 1만원, 멸치회무침 3만~4만원. 거제포로수용소 옆 백만석(638-3300)은 멍게비빔밥을 잘한다. 잘 곳으로는 지난 13일 문을 연 대명리조트 거제가 첫손에 꼽힌다. 지세포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에 자리 잡았다. 이 회사의 12번째 사업장으로 지상 28층, 지하 4층에 516실 규모의 콘도미니엄 3개 동, 부속 건물 4개 동 등 총 7개 동으로 구성됐다. 중소형 워터파크(오션베이)와 노래방, 게임장, 연회장, 세미나실, 일반음식점 등을 고루 갖췄다. 대명리조트 거제의 개관으로 거제시의 숙소 부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명리조트 거제는 오픈을 기념해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워터파크 오션베이는 이달 말까지 ‘1+1’ 이벤트를 회원과 제휴카드 이용객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아울러 다음 달 18일까지 주중에 오션베이를 방문하면 50% 할인된 2만 5000원(어른)에 이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www.daemyungresort.com/go/) 참조. 1588-4888. 글 사진 거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소행성 ‘1998 QE2’ 오늘 지구 접근…충돌 가능성은?

    소행성 ‘1998 QE2’ 오늘 지구 접근…충돌 가능성은?

    오늘밤 소행성 ‘1998 QE2’가 지구에 접근한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소행성 ‘1998 QE2’가 6월 1일 새벽 5시 59분(한국시간) 지구에 최접근 할 예정”이라면서 “근접거리는 지구와 달 거리의 15배인 580만 km”라고 밝혔다. 지난 1998년 8월 19일 처음 발견된 이 소행성은 대형 유람선의 약 9배에 달하는 직경 2.7km 크기다. 소행성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1998 QE2’는 나사 측도 주의 깊게 경로를 관측하고 있는 소행성이다. 왜냐하면 직경 1km 크기의 소행성이라도 지구와 충돌시 엄청난 재앙을 안겨주기 때문. 특히 나사 측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전파 망원경으로 촬영한 ‘1998 QE2’의 이미지를 처음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랜스 배너 박사는 “처음으로 이 소행성의 자세한 모습을 이미지로 담아내 흥분된다.” 면서 “앞으로 200년 동안은 다시 볼 수 없는 소행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소행성 역시 지구에 미칠 영향은 없다.” 고 강조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단 하루, 부산 상륙작전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다. 무작정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동백섬이 선연하게 보이는 해운대는 싫었다. 대신 자갈치 아지매가 손짓하는 ‘남포동’과 부산 속 작은 섬인 ‘영도’를 단 하루 만에 돌았다. 화통한 남포동 꼬불꼬불 미로엔 ‘없는 게 없다’ 부산에 몇 년을 살았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도 ‘부산 가이드북’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종종 허풍을 떤다. 그건 부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내 마음의 표현법이었다. 누군가 부산 여행을 도와 달라 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나는 넓은 오지랖을 쫙 펴곤 여행 멘토를 자처했다. 부산 초보자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멀어?”다. 멀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지하철을 타면 최소 45분이 걸린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운대에선 맨얼굴의 부산을 느낄 수 없다. ‘짠’하고 ‘찐’한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부산역에서 신평행 1호선 지하철을 타면 된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5분이면 남포역과 자갈치역에 도착한다. 큰 도로를 중앙에 끼고 왼쪽이 자갈치시장, 오른쪽이 남포동이니 두 역 중 어디에 내려도 무관하다. 그곳엔 “어서 오이소” 하고 두 팔을 내젓는 부산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정신없이 돌아가는 남포동엔 없는 게 없다. 먹을 것도 ‘천지 삐까리매우 많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입을 것도 ‘천지 삐까리’, 볼 것도 ‘천지 삐까리’. 남포동의 초입은 대영시네마와 메가박스 부산극장이 마주 보고 서 있는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 광장에는 현재 영화인 48명의 손이 박제돼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프랑스의 뤽 베송 감독과 배우 이자벨 위페르, 홍콩의 욘판 감독도 핸드 프린팅 대열에 합류했다. 남포동 인근의 낡은 극장에서 시작된 ‘작은 영화제’ 앞에는 이제 ‘국제’라는 호칭이 붙는다.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심정으로 좋아하는 영화인의 손도장을 찾다 정신을 차리니 구불구불한 골목 안이었다. 얼키설키 뒤엉킨 골목은 거대한 미로 같았다. 지하철역을 등지고 남포동 BIFF광장에 서면, 앞으로 창선동 먹자골목이 펼쳐지고 왼쪽으로 부평동 족발골목, 오른쪽으로 광복동 패션거리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노릇노릇한 씨앗호떡과 굵직한 부산 떡볶이가 차려진 노점상을 비집고 쭉 직진하면 ‘아리랑거리’다.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의자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분주하게 비빔당면, 국수 등을 흡입하고 있다. ‘도떼기시장, 깡통시장’ 등 다양한 별명을 자랑하는 국제시장도 아리랑거리와 멀지 않다. 1945년 해방 이후 각종 군수 물자가 시장을 통해 풀렸는데, 지금도 국제시장에선 일제, 미제 등 각종 수입품이 팔리고 있다. 왁자지껄 수다스러운 남포동을 떠나 자갈치 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니, 찾아가기 참 쉽다. 오랜만에 찾은 자갈치 시장엔 여전히 사람 사는 냄새가 진동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최민식 사진작가가 그리워졌다. ‘날 것의 사진’을 고집한 그가 왜 그토록 자갈치 시장을 사랑했는지, 시장 주변을 한 바퀴만 돌면 알 수 있다. 자갈치 시장은 펄떡이는 물고기의 마지막 몸부림처럼 언제나 역동적이다. “회 한 접시 먹으소.” 권하는 호객행위도 여기선 거추장스럽지 않고 정겹다. 자갈치 시장 뒤편에선 영도다리가 훤히 보였다. 1 자갈치시장에선 영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장 주변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손길이 분주하다 2 신신한 해산물이 가득한 시장 남포동 길거리 음식 트로이카 씨앗호떡 BIFF광장엔 긴 줄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 하나. 씨앗호떡을 먹기 위해서다. 기름이 흥건하게 둘린 판 위에 찹쌀 반죽을 떨어뜨리면 금세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른다. 호떡의 가운데를 가위로 쭉! 그 속으로 땅콩, 해바라기 씨 등의 견과류가 두둑하게 들어간다. 뜨끈뜨끈한 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찹쌀이 입 안에 엉겨 붙고 견과류가 오도독 씹힌다. 위치 부산시 중구 남포동 5가 BIFF광장 일대 가격 900~1,000원 비빔당면 국수만 비벼 먹는 건 아니다. 새하얀 당면도 부산에서는 새빨간 양념 옷을 입는다. 들어가는 내용물은 거창하지 않다. 면과 양념장을 분주하게 섞은 뒤 토핑으로 올라온 김치, 시금치를 곁들여 젓가락질 하면 된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2,000원 충무김밥 속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김밥’과 함께 부추 김치, 무 김치, 오징어 무침이 반찬으로 나란히 따라 나온다. 하얀 종이가 깔린 쟁반 위로 검정, 빨강의 조화는 참 곱다. 정신없이 김밥 하나, 반찬 하나를 떠 먹는 동안, 할머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징어는 남기지 말고 다 챙겨 무래이, 안 그럼 혼낸다.” 위치 부산시 중구 창선동 2가 아리랑거리 일대 가격 3,000원 영도등대는 태종대 여행의 메인요리다 ©나명선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수줍은 영도 한 맺힌 다리 너머, 외로운 섬 가수 현인의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의 화자는 영도다리를 서성이는 어느 사내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흥남부두에서 누이 금순이의 손을 놓친 오라비는 영도다리 난간 위에 걸린 외로운 초승달을 보며 흐느꼈을 것이다. 어디 금순이와 금순이의 오라비만 헤어졌을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때, 피란민들은 하나같이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간절한 주문을 외웠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잔인한 약속은 마음의 덫이었다. 희망고문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영도다리를 서성거렸다. 오늘은 오려나, 내일은 오려나…. 자갈치 시장에서 버스를 타고 피란민의 애끓는 애환이 덕지덕지 붙은 영도다리를 건넜다. 그림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말절영도·絶影島이 살았다는 섬이 바로 영도다. 실제 신라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영도에선 말이 자랐다고 한다. 신석기 사람들에게도 영도는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신석기 유적인 ‘동삼동 패총’은 영도의 역사를 말해 준다. 국립 해양대학교 입구에 들어선 동삼동 패총 박물관에 바로 그 ‘패총’이 잠들어 있다. 먼 길을 온 여행자가 영도까지 찾아드는 이유는 뻔하다.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 활을 쏘곤 했다는 ‘태종대’가 영도에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던 버스가 태종대에서 멈췄다. 나는 태종대와 무려 세 번이나 만났다. 자갈마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직접 싼 도시락을 먹었던 기억, 태종대 축제에서 반딧불이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太宗臺태종대’라 쓰여 있는 묵직한 대형 돌덩이도 그대로였고, ‘다누비’ 열차도 여전히 손님을 태우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경사를 따라 쭉쭉 뻗은 나무가 조성돼 있고 그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여줄 듯 말 듯 애간장을 녹이던 바다는 남항 조망지에서 인심을 썼다. 부산의 대표 항구인 남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남항 조망지’는 야경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남항 조망지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는 없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태종대 최고의 명당인 전망대와 영도등대가 나오니까. 전망대엔 두 아이를 끌어안은 모자상이 세워져 있다. 전망대로 나가면 모자상의 비밀이 풀린다. 고개를 빼꼼 내밀자 신선이 노닌다는 신선바위와 자살바위가 양쪽으로 보였다. 모자상을 세운 건 다 자살바위 때문이다. 한때 한 해 평균 30명이 자살바위 인근에서 목숨을 끊었는데, 신기하게도 모자상을 세운 뒤로는 자살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전자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주전자섬’은 스토커처럼 끈질기게 내 눈을 따라다녔다. 어느 지점에서 보든 바다 위에는 주전자섬이 떠 있었다. 전망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의 정중앙엔 주전자섬, 그 뒤로 대마도, 거제도가 나란히 서 있다. 물론 대마도와 거제도는 날씨가 쾌청한 날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급하겠지만 영도등대는 놓쳐선 안 된다. 영도등대를 봐야 태종대를 다녀갔다고 ‘인증’할 수 있다. 1906년 설립된 영도등대는 벌써 100살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당당했다. 태종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불투명해졌다. 어느덧 기차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도등대 위에 자리한 태종사는 끝내 오르지 못하고, 다시 뭍으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야 했다. 버스를 타고 영도다리를 지나던 순간, 신기하게도 배 멀미를 느꼈다. 1 영도등대 일대는 예술이 꽃피는 문화공간이다 2 바다가 펼쳐지는 태종대 산책로에선 봄을 만끽할 수 있다 3 여행객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다누비 열차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협회중앙회 www.koreatravel.or.kr 태종대 짬뽕 태종대에 도착하면 범상치 않은 중화 요릿집이 하나 버티고 있다. 이름부터 정직한 ‘태종대 짬뽕’. 문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이 많은 걸 보니, ‘맛집’이 분명하다. 짬뽕을 주문하면 종업원의 질문이 되돌아온다. “태종대 짬뽕 맞지예?” ‘태종대’ 세 글자에 유독 힘을 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살이 오른 꽃게, 입을 살짝 벌린 홍합, 도톰한 오징어 등…. 국물을 한 입 떠 먹으면 “살아있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주말에는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3시에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후루룩 먹고 일어나는 건 암묵적인 예의다. 찾기도 쉽다.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면 왼편으로 식당이 보인다. 주소 부산시 영도구 동삼 2동 986-9 문의 051-405-2992 대표메뉴 일반 짬뽕 4,500원, 태종대 짬뽕 6,000원, 태종대 짜장 5,500원, 하얀 짬뽕 6,000원 ▶travie info 추천 여행사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면 약 3시간. 비싼 기차 비용을 들여서 내려갔건만, 초행길이라 헤매면 곤란하다. 더구나 주말이면 부산행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도권 거주자라면 열차 티켓부터 현지 이동까지 도와주는 여행사의 힘을 빌려도 좋다. 기차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홍익여행사는 다양한 부산 여행 상품을 갖추고 있다. 상품가격도 KTX 왕복 비용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저렴한 편이다. 문의 홍익여행사 www.ktxtour.co.kr 02-717-1002 태종대 탐방 코스 태종대를 돌아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걷기, 다누비 탑승, 유람선 탑승. 이중에서 4.3km의 순환도로를 운행하는 열차 ‘다누비’를 타면 태종대 관광은 훨씬 편하다. 단, 주말이면 탑승객이 워낙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다. 주요 코스 광장 승차장→태원자갈마당→구명사→전망대→영도등대→태종사→정문 입구 하차장 탑승료 1,500원 부산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9번 출구, 시내버스 88번, 101번 남포역에서 태종대 가기┃1호선 6번 출구, 시내버스 8번, 30번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금강 나룻배 사업 일단 보류

    충남과 전북지역 4개 시·군이 공동 추진하는 금강 나룻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자치단체 간 연계협력사업 지원대상에서 금강호 유람선 도입안이 일단 보류됐다. 농림부는 금강호 유람선 도입안은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데다 반대 여론도 있어 제외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이 순수 지방비나 민자를 유치해 사업을 추진할 경우 만류할 근거가 없어 다음 달 말쯤 지자체별로 기본계획을 세워 구체적인 사업안을 다시 제출해 오면 그때 최종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충남 측은 정부 방침이 일단 부정적이긴 하지만 당초 사업안대로 추진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완하거나 개선한다는 반응이다. 금강권관광협의회에 소속된 충남 부여·서천군, 논산시와 전북 익산시 등 4개 지자체는 지난해 10월부터 ‘금강 나룻배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꽃천지 여의도

    꽃천지 여의도

    영등포구는 오는 12~18일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봄꽃이 한강을 따라 장관을 이루는 국회의사당 뒤편 서강대교 남단부터 여의2교 북단까지 여의서로 일대에서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올해 봄꽃축제는 ‘꽃들에 사랑을 당신에게 힐링을’이라는 주제로 봄꽃터널 속에서 다채로운 공연과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우선 국내외 예술가들이 준비한 퍼포먼스, 무용, 마임으로 구성한 거리공연 비아페스티벌이 축제 전 기간에 걸쳐 열린다. 13, 14일 엔 뽀로로, 라바, 코코몽 등 국산 대표 만화캐릭터들이 펼치는 퍼레이드와 체육대회가 상춘객들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봄꽃 노래자랑’은 13일 예심, 14일 본심으로 나눠 개최한다. 12~15일 우수 중소·벤처기업 박람회도 좋은 볼거리다. 올해는 예술동아리 같은 시민공연을 확대하고 관객 참여형 연극, 춤, 창작 거리무용, 서커스를 접목한 코믹 댄스 등 다양한 예술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이외에도 구민건강 한마당 행사, 안보전시 및 태극기사랑 체험, 미술 체험, 공예품 만들기, 팔씨름 대회, 봄꽃 백일장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해 주인공이 되는 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구는 축제를 관람하는 상춘객에게 한강유람선, 63시티 등 음식점, 쇼핑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구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ydp.go.kr)를 참고하면 된다. 구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봄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11일 낮 12시부터 21일 0시까지 국회 뒤편 여의서로 1.7㎞ 구간과 순복음교회 앞 둔치 도로진입로부터 여의하류 IC 시점부 1.5㎞ 구간의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행사장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가 도보 5분 거리로 가장 가깝다.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2호선 당산역 4번 출구는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다. 축제 주변을 경유하는 26개 시내버스는 주말 막차 시간을 연장해 방문객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 조길형 구청장은 “지난해 700만명 이상이 다녀간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면서 “다시 보고 싶은 축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축제, 편안하고 안전한 축제가 되도록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