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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짤랑… 뜸해진 현금, 찰칵… QR로 찍죠, 활활… 그래서 따뜻

    짤랑… 뜸해진 현금, 찰칵… QR로 찍죠, 활활… 그래서 따뜻

    네 살배기 온정에 미소 기부금 10% 줄었지만전화·온라인 후원 계속 작년 4만여명 자원봉사 “수고하세요. 구세군 아저씨.”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구세군 자선냄비에 1000원짜리 지폐를 넣던 고사리손이 잠시 멈춰 서더니 인사를 건넸다. 네 살 꼬마는 “좋은 데 써 주세요”라고 말한 뒤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기부자 감사 스티커를 받아 들고 한참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서울신문 기자가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난 기부자 중에서는 부모님 손을 잡고 꼬깃꼬깃한 지폐를 넣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기부의 손길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연말을 맞아 온정을 나누려는 마음은 여전했다. 자선냄비의 위치를 알리는 커다란 종을 손에 쥐고 흔든 지 30분 만에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렇게 흔들지 마시고, 팔을 90도 이내 정도만 들었다가 내리세요. 맑은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해요.” 사관학생 송혁성(39)씨의 조언을 들은 이후에야 아픔이 줄어들었다. 때아닌 겨울비에 손이 시릴 때도 있었지만 구세군을 상징하는 빨간색 롱패딩 덕분인지 기부자들의 손길 덕분인지 추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 구세군 자원봉사는 누구든 구세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봉사를 희망하는 날의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신청할 수 있다. 구세군에 따르면 봉사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 자원봉사자만 지난 한 해 기준 4만 4000여명이었다. 이날 자원봉사를 시작한 뒤 등장한 첫 기부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지나가던 30대 직장인이었다. 가방 안 깊숙한 곳을 한참 뒤적거리던 그는 만원 지폐를 꺼내 자선냄비에 넣고 말없이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이어 어린이 기부자, 관광객까지 15명 정도가 자선냄비에 마음을 보탰다.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은 월요일인 데다 겨울비까지 내리면서 기부자 수는 평소보다 적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하루 동안 300여명이 자선냄비를 통해 기부했다. 다만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기부심리가 위축되고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구세군 모금은 예전 같지 않다. 구세군에 따르면 1~7일 기준 자선냄비를 통해 모은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감소했다. 20년 가까이 명동 일대의 구세군 자선냄비를 맡아 온 임석재 사관은 “몇 시간만 자선냄비 앞에 서 있어 봐도 예전보다 기부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3.7%로, 10년 전과 비교해 10.9% 포인트 줄었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6.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세군은 지난해 자선냄비를 통해 약 23억 3000만원을 모금했다. 올해는 모금 목표액을 25억원으로 설정하고 전국 330여곳에서 이달 말까지 모금을 이어 갈 예정이다. 현금이 없어도 기부할 수 있도록 QR코드와 전화를 통한 후원도 안내하고 있다.
  • [르포] 기자가 직접 구세군 종 울려보니…팍팍한 살림에도 여전한 기부 손길

    [르포] 기자가 직접 구세군 종 울려보니…팍팍한 살림에도 여전한 기부 손길

    “수고하세요. 구세군 아저씨.”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구세군 자선냄비에 1000원짜리 지폐를 넣던 고사리손이 잠시 멈춰 서더니 인사를 건넸다. 네 살 꼬마는 “좋은 데 써 주세요”라고 말한 뒤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기부자 감사 스티커를 받아 들고 한참을 신기한 듯 바라봤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서울신문 기자가 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를 하면서 만난 기부자 중에서는 부모님 손을 잡고 꼬깃꼬깃한 지폐를 넣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기부의 손길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하지만 연말을 맞아 온정을 나누려는 마음은 여전했다. 자선냄비의 위치를 알리는 커다란 종을 손에 쥐고 흔든 지 30분 만에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렇게 흔들지 마시고, 팔을 90도 이내 정도만 들었다가 내리세요. 맑은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해요.” 사관학생 송혁성(39)씨의 조언을 들은 이후에야 아픔이 줄어들었다. 때아닌 겨울비에 손이 시릴 때도 있었지만 구세군을 상징하는 빨간색 롱패딩 덕분인지 기부자들의 손길 덕분인지 추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구세군 자원봉사는 누구든 구세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봉사를 희망하는 날의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신청할 수 있다. 구세군에 따르면 봉사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 자원봉사자만 지난 한 해 기준 4만 4000여명이었다. 이날 자원봉사를 시작한 뒤 등장한 첫 기부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지나가던 30대 직장인이었다. 가방 안 깊숙한 곳을 한참 뒤적거리던 그는 만원 지폐를 꺼내 자선냄비에 넣고 말없이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이어 어린이 기부자, 관광객까지 15명 정도가 자선냄비에 마음을 보탰다.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은 월요일인 데다 겨울비까지 내리면서 기부자 수는 평소보다 적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하루 동안 300여명이 자선냄비를 통해 기부했다. 다만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기부심리가 위축되고 현금 사용이 줄어들면서 구세군 모금은 예전 같지 않다. 구세군에 따르면 1~7일 기준 자선냄비를 통해 모은 기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감소했다. 20년 가까이 명동 일대의 구세군 자선냄비를 맡아 온 임석재 사관은 “몇 시간만 자선냄비 앞에 서 있어 봐도 예전보다 기부가 크게 줄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전했다.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기부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3.7%로, 10년 전과 비교해 10.9% 포인트 줄었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6.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구세군은 지난해 자선냄비를 통해 약 23억 3000만원을 모금했다. 올해는 모금 목표액을 25억원으로 설정하고 전국 330여곳에서 이달 말까지 모금을 이어 갈 예정이다. 현금이 없어도 기부할 수 있도록 QR코드와 전화를 통한 후원도 안내하고 있다.
  • 양쪽 지느러미에 엄지손가락?…돌연변이 돌고래 발견 [핵잼 사이언스]

    양쪽 지느러미에 엄지손가락?…돌연변이 돌고래 발견 [핵잼 사이언스]

    그리스 바다에서 지느러미의 일부가 마치 엄지손가락처럼 생긴 돌연변이 돌고래가 처음으로 포착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은 그리스 이오니아해와 연결된 코린토스만에서 양쪽 지느러미에 갈고리 모양이 있는 줄무늬 돌고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펠라고스 고래연구소 연구원들이 지난 여름 우연히 발견한 이 돌고래는 다른 돌고래들과 활기차게 어울릴 정도로 생활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만 양쪽 지느러미 끝 부분이 갈고리 모양을 한 특이한 모습인데, 이에 연구팀은 엄지손가락을 가진 것 같다고 표현했다. 펠라고스 고래연구소 소장 알렉산드로스 프란치스는 "30년 동안 그리스 해안을 떠나 수많은 돌고래를 모니터해왔는데 이같은 지느러미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연구소에 따르면 이곳 코린토스만에는 약 1300마리의 줄무늬 돌고래를 비롯 참돌고래, 큰코돌고래 등 다양한 종이 사는 돌고래 사회다. 이처럼 많은 돌고래 사이에서도 유독 특이한 지느러미를 가졌지만 질병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란치스 소장은 "이 지느러미는 질병으로 생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대신 지속적인 이종교배로 인해 발생한 극희 희귀한 유전자의 발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의대 포유류 해부학 교수인 리사 오넬 쿠퍼도 라이브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모양의 고래 지느러미를 본 적이 없다"면서 "양쪽 모두의 지느러미가 특이한 점을 고려하면 유전에 따른 것일 것"이라고 밝혔다.
  • 빚에 허덕이는 20대 이하 영끌족…주담대 연체율 전 연령대 중 최고

    빚에 허덕이는 20대 이하 영끌족…주담대 연체율 전 연령대 중 최고

    김중현(28)씨는 2년 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끌어모아 경기도에 있는 아파트를 구매했다. 5억원짜리 집에 들어간 대출금만 4억원에 달했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한 터라 비교적 금리가 낮았으나 매달 원리금 상환액만 150만원을 훌쩍 넘는다. 김씨는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는 생각에 집을 산 건데, 이제는 팔아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많아졌다”면서 “어떻게든 지출을 줄여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20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채무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자산 격차를 메우기 위해 섣불리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주담대 연체율은 전 세대에 걸쳐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20대 차주의 연체율이 다른 세대를 앞서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담대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비율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0.24%)보다 0.15% 포인트 급등했다. 다른 세대의 연체율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올 3분기 말 기준 30대의 연체율은 0.20%로 20대 이하의 절반 수준이다. 4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0.23%에 그쳤다. 50대는 이보다 약간 높은 0.25%를 기록했으나 20대 이하 차주와는 크게 차이 났다. 20대 이하 연체율이 다른 세대를 앞지른 건 2021년 3분기 말부터로 8분기째 지속되고 있다. 당시 연체율은 0.14%로 50대(0.12%)와 60대(0.13%) 연체율을 앞섰다. 지난 2분기 말에는 0.4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고금리를 버티지 못한 청년층은 결국 집을 포기하기도 한다. 통계청의 ‘2022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30세 미만 주택 소유자는 27만 4000명으로 전년(29만 1000명) 대비 1만 7000명 줄었다.
  • 머라이어 케리, 회고록 발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연말이면 유독 반가운 팝 디바 머라이어 케리가 자신의 이름을 딴 첫 회고록 ‘머라이어 케리’(머라이어 케리·미카엘라 앤절라 데이비스 지음, 사람의집)를 출간했다.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혼란과 가족과의 불화를 고백한 케리는 그럼에도 “나에게는 음악이 곧 삶이었다. 늘 음악만이 유일한 계획이었다”고 회고한다.
  • 머라이어 케리 “나는 돈 나오는 기계였다” 회고록 출간

    머라이어 케리 “나는 돈 나오는 기계였다” 회고록 출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연말이면 유독 반가운, 팝 디바 머라이어 케리가 자신의 이름을 딴 첫 회고록(사진)을 출간했다.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혼란과 가족과의 불화를 고백한 케리는 그럼에도 “나에게는 음악이 곧 삶이었다. 늘 음악만이 유일한 계획이었다”고 회고한다. 셀린 디옹, 휘트니 휴스턴과 함께 ‘세계 3대 디바’로도 불리는 케리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곡을 19개나 배출했다. ‘크리스마스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때문이다. 케리가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로 발매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회고록(머라이어 케리·미카엘라 앤절라 데이비스 지음, 사람의집)에서 케리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혼혈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나는 우리 가족에게 ‘가발을 쓴 ATM(현금인출기)’이었음을 알고 있었다”며 케리를 그저 ‘돈 나오는 기계’로만 여겼던 가족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책은 1993년 12월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 및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떠오른 ‘클로즈 마이 아이즈’의 후렴구, 소니뮤직 최고경영자(CEO) 토미 머톨라와의 결혼생활 등 케리의 내밀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다.
  • [책으로 정책읽기]‘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책으로 정책읽기]‘지당하신 말씀’만으로 굴러가는 정부는 없다

    정부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강력대응”이니 “원점재검토”니 하는 말이 붙곤 한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발언이 붙는 정책치고 제대로 뒷수습이 되는 모습을 못본지 꽤 됐다. 강력한 정책을 내놓으면 얼마 안가서 피해갈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고, 그 뒤엔 “엄청 강력한 대책”이 나오고 또 얼마 뒤에는 “진짜 겁나게 강력한 대책”이 나온다. 그리고 잊을 만 하면 도돌이표다. 마약대책에 저출산대책에 균형발전정책에 킬러문항 대책까지.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 강력대책과 용두사미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면 항상 떠오르는 말이 두가지가 있다. 중국에서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하나겠고,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 트루먼이 후임 대통령으로 아이젠하워가 당선된 뒤 했다는 말이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하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불쌍한 아이크.” 단순히 무능력해서 그런 거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시장을 거스르는 정부는 없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에 현혹될 필요도 없다. 다만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확하게 이해는 하고 있어야 정부가 제대로 굴러가도록 하는데 필요한 통찰력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선시대, 불법이지만 모두가 즐겨 먹었던 쇠고기 21세기 한국에서 개고기가 차지하는 지위를 조선시대엔 쇠고기가 차지하고 있었다. 농업에 꼭 필요할 뿐 아니라 무기를 만드는 데 쓰는 소의 뿔과 힘줄, 가죽, 뼈, 거기다 각종 생활용품 재료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를 잡아먹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였다. 위반하면 곤장 100대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각오해야 했다. 적어도 조선시대 법조항만 놓고보면 그랬다. 소를 도축하거나 판매하는 것은 물론 쇠고기를 먹는 사람도 처벌을 받았다. 물론 이런 ‘강력한 대책’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에게 정책이 있으면 아랫것들에겐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법이다. 병들어 죽거나 사고로 다쳐 죽은 소를 도축한 “저절로 죽은 쇠고기”는 100% 합법이었다. 21세기판 “저절로 죽은 고래고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게다가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배계급부터 쇠고기를 먹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고기 사랑에 진심이었던 걸로 유명한 세종은 1434년 연회에 쇠고기를 쓴 승지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사헌부에서 주장하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쇠고기를 쓰는 것은 사람마다 범하는 바이다. 예전에 허지(許遲)가 대사헌이었을 때 아뢰기를 ‘신은 항상 형장 100대에 해당하는 죄를 범합니다’하였으니 이 말이 매우 곧다(33~34쪽).” 도축과 식용이 불법인데 어떻게 소를 도축하고 쇠고기를 사고 팔았을까. 놀랍게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상점이 버젓이 영업을 했다. 왕실 친척이나 권세가, 심지어 돈 좀 있는 양반님네도 노비들을 시키거나 도축업자와 결탁해서 소를 잡았다. 이걸 단속해야 하는 치안기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축을 금지하는 주체가 도축을 비호하는 세력이었다. 그러다보니 18세기에는 해마다 도축하는 소가 20만마리가 넘었다. 조선은 말 그대로 ‘쇠고기 국가’였다.방대한 한문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시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을 여럿 저술한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강명관이 쓴 <노비와 쇠고기>는 불법이지만 모두가 즐겨 먹던 쇠고기, 그리고 그 쇠고기 도축과 판매 독점영업권을 갖고 있던 반인(泮人)들에 대한 이야기다. ‘반인’이란 조선시대 최고 국립교육기관인 성균관이 소유한 공노비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독점영업권을 가진 상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이 ‘노비와 쇠고기’다. 생활사 책으로만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겠지만 이 책은 노비와 쇠고기를 통해 “조선 후기 국가 정책 결정과정과 행정이 실제 작동하는 모습(8쪽)”을 살펴보는 용도로도 아주 훌륭하다. 저자가 보기에 “조선 최고의 거룩한 교육기관과 근엄한 사법기관들은 성균관의 노비를 수탈함으로써 존립(8쪽)”했다. 물론 전근대사회에 지금과 같은 기준의 약자보호대책이나 복지정책을 기대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하지만 “너무나도 과도하고 무자비(8쪽)”한 수탈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수탈로 인해, 성균관을 비롯한 국가교육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책이 드러내는 바 입만 열면 공자왈 맹자왈을 읊조리며 교육과 교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위정자들은 정작 국가 최고 교육기관이 예산이 부족해 학생들 밥을 못 줄 지경까지 되도록 상황을 방치하고 또 방치했다. 불법이라며 내는 벌금이 사실상 쇠고기 판매 영업세 노릇 불법은 불법인데 아무도 지키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정부는 성균관을 유지하기 위한 특수노비집단인 ‘반인’들의 생계수단으로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판매하는 ‘현방’에 독점경영권을 부여했다. 서울에서 도를 도축해 판매할 수 있는 전매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 도축과 고기 판매는 엄연히 불법이니까 벌금을 내야 한다. 이 벌금을 속전(贖錢)이라고 했다. 반인들이 쇠고기 불법 도축 단속기관인 형조, 한성부, 사헌부 등 이른바 삼법사(三法司)에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속전은 해마다 2만냥이 훨씬 넘었다. 반인들로선 어마어마한 부담이었다. 이 벌금 혹은 세금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현방이란 게 원래 성균관 운영을 위한 재원마련을 명분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벌금 혹은 영업세를 내고 사시사철 운영을 했다. 삼법사는 이 벌금을 기관운영비로 썼다. 이 운영비는 원래대로라면 국가가 지급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조선 후기 지배체제는 “법 혹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고민하기보다 방치(39쪽)”해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국가는 그럴 재정적 여유와 의도가 전혀 없었다. 보다 냉정히 말한다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143쪽).” 조선 전기만 해도 상황이 이렇진 않았다. 당시엔 국가 차원에서 성균관 운영을 위한 재정확충에 노력했다. “적어도 임진왜란 전까지 성균관은 재정 부족에 시달리지는 않았다(150쪽).” 하지만 조선 후기가 되자 성균관은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렸다. 왜 이렇게 됐을까. “재정의 붕괴(150쪽)” 때문이었다. 조선 후기 성균관이 보유한 토지는 조선 전기에 비해 20%도 채 되지 않았다(166쪽). 재정이 부족해지자 교육여건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결국 조선 후기 들어 서울에 사는 있는 집 자제들은 성균관에 있는 걸 창피한 일로 여길 정도가 됐다. 당위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국가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최고의 교육기관(145쪽)”인 “성균관의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국가가 담당해야 마땅(145쪽)”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왕과 고위 정책결정자의 집합인 조정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199쪽).” 결국 모자라는 비용은 반인과 현방을 수탈해서 메꾸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조선 후기 국가체계가 얼마나 무능력했고 무신경했는지 세세하게 묘사한다. 먼저, 조선시대 정부기관들은 기관별로 자기 소유 재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기관별로 재정운용을 제각각 했다. “납득하기 어렵겠지만 조선의 관료제에는 서리 이하의 노동에 대한 삭료를 따로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 곳이 있었다. 예컨데 지방의 서리 곧 향리의 행정노동은 일종의 신역(身役)으로 파악되었고 그들의 노동에 대한 공식적인 반대급부는 없었다… 육조의 경우… 유독 형조만 요포(각 관청의 하급관리에게 월급으로 지급하는 무명)를 지급하지 않았다(201쪽).” 세금을 적게 걷는 국가는, 무책임한 국가 그러다보니 정부부처끼리 한정된 예산을 두고 경쟁이 벌어졌다. “성균관과 삼법사의 부족한 재정은 어디선가 채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반인의 현방에서 바치는 속전이었다. 속전이 없으면 성균관과 삼법사는 존립이 불가능하였다(227쪽).” 소를 도축하는 건 불법이다. 사헌부와 한성부, 형조 하급직 공무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예(吏隸)들은 불법도축을 단속, 이른바 금란(禁亂)에 나선다. 하지만 이게 부정부패의 온상이 돼 버렸다. 월급을 못 받으니 먹고 살려면 뇌물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대안은 하나밖에 없었다. 국가가 하급직 공무원들 인건비를 지급하고 성균관 운영비를 확보해줘야 했다. “하지만 왕을 위시해 어떤 관료도 이예의 삭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관료들은 삼법사의 직임을 맡았을 때 극히 드물게, 예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었고, 다른 관서의 직임으로 옮길 경우, 그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문제의 존재는 공지의 사실이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의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226쪽).” 무능력과 무책임 구조의 정점은 당연히 임금이었다. 1724년 반인들 생계곤란 문제를 거론하며 삼법사가 걷는 속전을 반감하자는 건의가 나왔다. 당시 임금이었던 경종은 건의사항을 모두 재가했다. 이 조치를 시행하면 자체 세입이 대폭 깎이는 해당 기관이 반발했다. 그러자 경종은 기관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했다. 속전 문제는 없던 일이 됐다(293쪽). 1733년에 동일한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당시 임금인 영조는 이 문제를 제기한 대사상 조명익의 요청을 모두 재가했다. 그리고 동일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한성부가 재정 악화를 호소했다. “무책임한 왕은 이미 재가했던 조명익의 요청은 까맣게 잊고 한성부의 요청을 재가했다(315쪽).” 계속 이런 식이었다. 때로는 정책건의가 제기되고 임금이 실태파악과 추가보고를 지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뒤 추가보고가 제대로 이뤄진 적도 없고, 추가보고 뒤 대책발표가 제대로 된 적도 없었다. 대책발표 뒤 제대로 집행된 적은 더더구나 없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19세기엔 결국 성균관 유생들에게 밥을 제대로 차려주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부담을 반인들에게 전가하다보니 결국 자살하는 노비가 속출했다(311쪽). “날마다 도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법을 합리적으로 바꿔야만 했다. 어떤 수준에서 도축을 통제할 것인지, 또 세금을 거둘 것인지를 고민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도 법의 개정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538쪽)” 결국 문제의 핵심은 재정 확보였다. 정부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 조세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 주류담론은 ‘감세’였다. 세금을 많이 거두는 건 가렴주구이자 ‘반서민 정책’인양 취급됐다. 하지만 납세자인 서민들 입장에선 꼭 그렇지도 않았다. 당장 내는 세금이 적지만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각종 부담이 존재했다. 복지제도인 ‘환곡’이 사실상 조세, 더 나아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고리대금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문제에서 기인했다. 재정이 부족한 국가는 곧 국민에게 무책임한 국가다. 세금을 덜 걷는만큼 책임도 덜 질 수밖에 없다. 독재국가일수록 조세수준이 낮고 민주국가일수록 조세수준이 높은 건 다 이유가 있다. 북한은 ‘세금없는 지상낙원’을 자랑으로 여기고 스웨덴 같은 나라는 평균적으로 월급 절반을 소득세로 원천징수한다. 조선 후기는 이런 이분법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다시 원래 고민으로 돌아가보자. 왜 아름다운 뜻을 가진 지도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실패하는가. 영화 ‘사도’에서 영조는 사도세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임금이 공부 모자라고, 대님 하나만 삐딱해도 멸시하는 것이 신하다. 이 나라는 공부가 국시고, 예법이 국시야.”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입만 열면 ‘지당하신 말씀’을 늘어놓은 조선 후기는 결국 쇠고기 불법도축에 대한 벌금으로 굴러갔다. 어떤 이들에겐 조선 후기의 이런 모습이 ‘조선은 역시 망해야 하는 나라였어’라는 결론을 위한 논리처럼 비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정부실패 사례는 동서고금에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21세기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다를지도 의문이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나 저출산문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 연금·교육·노동개혁, 심지어 이념을 바로 세우는 문제까지도 ‘지당하신 말씀’과 ‘강력한 대책’ 그리고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떡볶이 먹방’ 뒤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 [서울인싸] 2024 서울색 ‘스카이코랄’, 시민감성 공동체/최성호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위원장

    [서울인싸] 2024 서울색 ‘스카이코랄’, 시민감성 공동체/최성호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위원장

    서울시는 지난달 30일에 ‘2024년 서울색’을 발표했다. 여름철 한강 노을에서 진하게 배어 나오는 선홍빛을 띤 ‘스카이코랄’이었다. 핑크와 오렌지, 다홍색을 섞은 듯한 오묘한 색상인 코랄은 말 뜻 그대로 흔히 산호색이라고도 불리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한 희망의 색이다. 귀족적이고 낭만적이며 설렘과 영혼을 가득 채우는 치유의 색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스카이코랄을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에 ‘서울빛’으로 밝히고 기업과 연계해 다양한 굿즈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색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시각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지닌다. 인간은 외부 세계를 지각할 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색부터 받아들인다. 어떠한 형태나 텍스트보다 색은 최우선 정보로 뇌리에 꽂힌다. “방금 지나간 빨간 차 보았니”, “지금 파란색 옷 입은 사람 지나갔지”라고 무심코 말하는 일상의 언어 습관처럼 색은 이 세상 모든 정보 중에서 가장 빠르고 폭넓게 우리의 뇌를 지배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에 따라 서울색과 서울서체를 발표했다. 택시에 적용된 꽃담황토색이나 가로 공공시설물에 쓰인 기와진회색, 남산고딕체, 한강명조체 등은 한국에서 색과 서체가 왜 도시와 일상의 시민 삶에 기본적이고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여행 뒤 남는 낯선 도시에 대한 인상 속에 그 도시가 색으로 기억되고 밤의 불빛이 주는 여운이 유독 많이 기억되는 것도 기실 모두가 색이 미치는 강력한 지각 효과 때문이다. 즉, 도시의 색과 빛은 그 무엇보다도 모두에게 강한 영향을 준다. 그러한 점에서 해마다 서울시민이 추구하고 희망하는 색을 조사하고 분석해 올해의 서울색과 서울빛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색의 선정을 넘어 시민 모두의 감성을 묶어 서울의 도시 공동체를 강력히 결속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오 시장은 한강빛섬 축제 현장에서 서울이 좀더 재미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살러 오거나 비즈니스를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서울이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비단 서울시장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들이 유쾌하고 즐거웠으면 한다. 때로는 쿨하고 힙하게, 순간순간이 기분 좋고 뭉클하게, 여기저기에서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펀’(재미있는)한 도시이기를 바란다. 2024 서울색 스카이코랄은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서울시민이 찍었던 한강의 노을빛 사진과 무의식적으로 주고받은 일상의 대화들이 가리키는 집단적 시각어휘(핑크빛 노을)를 위트 있게 반영한 것이다. 시민들은 한강 노을에서 오늘의 노고를 위로받고 내일의 희망을 그려 왔다. 어떤 정책도 본능과 원초적 감성을 위로해 주는 것보다 앞설 수 없다. 이제 우리도 도시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서 색과 디자인으로 시민들의 감성을 보듬고 함께 교류해 가는 단계로 나아가게 됐다.
  • “이재용 인기 하늘 찔러” 이영 장관이 전한 깡통시장 후기

    “이재용 인기 하늘 찔러” 이영 장관이 전한 깡통시장 후기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부산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한 후기를 전했다. 이 장관은 7일 페이스북에 “이재용 회장님의 이 사진이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면서 당시 분위기를 소개했다. 함께 게시한 사진 하나는 윤 대통령이 가운데 서서 이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떡볶이를 먹는 모습, 나머지 하나가 이 장관이 언급한 이 회장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쉿’ 포즈를 취한 사진이다. 이 장관은 “대통령님 모시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 박형준 부산시장님 그리고 국내 주요 대기업 회장님들과 함께 국제시장과 붙어 있는 부평깡통시장에 다녀왔다”며 “대기업 회장님들은 전통시장 나들이가 처음이신 듯했는데 그래도 유쾌하게 상인들과 어울리시며 함께 나들이를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이재용 회장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며 “시장 전체가 대통령님을 연호하는 소리로 가득했지만 그 사이를 뚫고 유독 이재용 회장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간혹 들려왔다. 가는 곳마다 사진 찍자, 악수하자고 하시는 통에 주변에 대통령님 계셔서 소리를 낮춰 달라고 하신 포즈가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모습은 “잘생기셨다”라는 시민의 말에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착용한 붉은 넥타이와 가슴에 달린 비표로 봤을 때 해당 사진은 이날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이 공개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회장의 사진이 크게 주목받았고 2차 창작물로 이어지는 등 반응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 장관은 “오늘 경제계에서 귀한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때로는 의전팀으로 때로는 경호팀으로 뛰었다”면서 “시장 상인분과 대통령님이 함께 있는 사진을 상인분들 핸드폰으로 찍어 드리는 것도 제 일이다. 여차하면 A4 용지에 대통령님 사인이 담긴 응원 메시지 상인분들 받게 해드리는 일도 제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방문은 부산 엑스포가 불발된 후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 중 하나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함께했다.
  • ‘THB 논란’ 모다모다 샴푸, 추가 유해성 평가서 “안전 우려”

    ‘THB 논란’ 모다모다 샴푸, 추가 유해성 평가서 “안전 우려”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새치 염색용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에 대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안전이 우려된다”는 소비자단체 안전성 검증위원회의 발표가 나왔다. 이번 조치로 모다모다는 리콜이나 보상 조치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6일 화장품 원료 안전성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에 대한 추가 안전성 검증을 진행한 결과 유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정진호 덕성여대 석좌교수와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회장을 공동 위원장으로 두고 각계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위해평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왔다. 검증위원회는 “THB는 유전독성 가능성으로 역치가 존재하지 않아 독성기준값을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인체 노출에 대한 안전 기준을 설정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안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이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검증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다모다가 프로체인지 블랙샴푸의 자진 회수 방안을 마련하고 부작용 등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에게도 THB 성분을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해 소비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다모다 샴푸 유해성 논란은 지난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THB 성분을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모다모다는 검증 기간 동안 공식몰에서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를 판매해오다 지난 10월 THB 성분을 뺀 신제품 ‘제로 그레이 블랙 샴푸’를 출시했다. 모다모다 측은 “식약처가 지정한 검증 주관처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발표 결과를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모다모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소비자의 건강한 일상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숏패딩 안 입으면 “××”…교실 가르는 ‘패션 계급장’

    숏패딩 안 입으면 “××”…교실 가르는 ‘패션 계급장’

    “아이들끼리 ‘패딩 ××’(유행이 지난 롱패딩 등을 입고 다니는 것을 비하하는 말)라고 부른대요. 안 입고 다니다가 놀림받고 따돌림당할까 봐 별수 없이 사 줬어요.”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복모(41)씨는 한 달 넘게 이어진 딸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말 N 브랜드의 40만원짜리 숏패딩을 사 줬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입는 해외 브랜드의 숏패딩은 38만~40만원,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 숏패딩은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대에 달한다. 복씨는 5일 “지난해에 구매해 딸이 입고 다니던 멀쩡한 롱패딩은 제가 입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허리쯤 오는 짧은 패딩이 청소년들의 방한 필수품이 되면서 브랜드뿐 아니라 패딩 종류에 따라 계급을 나누거나 유행이 지난 패딩을 비하하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 10~20대가 자주 이용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숏패딩 판매액은 1년 전보다 145% 증가했다. 패딩 전체 판매액이 같은 기간 7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숏패딩이 유독 많이 팔린 것이다. 롱패딩에 이어 숏패딩이 새로운 ‘등골브레이커’(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가는 비싼 제품)가 됐다는 푸념도 나온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숏패딩을 사 달라고 졸라 고심 중인 신모(34)씨는 “가격이 70만원 정도던데, 한창 클 때인 만큼 길어야 2~3년 정도 입을 옷에 쓰기는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청소년들에게 불안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제품이 아닌 일반 패딩을 입었다는 이유로 혐오 표현을 들었다는 중학교 2학년 윤모(13)군은 “숏패딩도 아니고, 브랜드도 없다 보니 아이들이 무시한다”며 “차라리 교복처럼 겨울 패딩도 똑같은 것만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강모(17)양은 “어떤 친구들은 패딩 생산 연도까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옷차림으로 위화감이 조성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낸다. 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 담임 교사 이모(31)씨는 “반 아이들 25명 중 절반 정도는 브랜드 숏패딩을 입고 다닌다”며 “특정 브랜드가 아닌,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닌 패딩을 입었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지나칠 경우 또래를 혐오하고 낙인찍는 현상을 부추기고, 일부 아이들은 자괴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 내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롱패딩 입으면 ‘패딩 XX’…한파에도 ‘숏패딩’ 입는 이유는

    롱패딩 입으면 ‘패딩 XX’…한파에도 ‘숏패딩’ 입는 이유는

    “아이들끼리 ‘패딩 XX’(유행이 지난 롱패딩 등을 입고 다니면 이를 비하하는 말)라고 부른데요. 별 수 있나요. 안 입고 다니면 놀림당한다는데 사줘야지.” 중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복모(41)씨는 한 달 넘게 이어진 딸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말 숏패딩을 구매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입는 브랜드의 제품이 38만~40만원인데 품절된 터라 5만~10만원의 웃돈까지 줘야 옷을 살 수 있었다. 복씨는 5일 “딸이 입고 다니던 멀쩡한 롱패딩은 제가 입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브랜드·종류·디자인 따라 계급 나뉘는 숏패딩 청소년들 사이에 허리까지 오는 짧은 길이의 숏패딩이 방한 필수품이 되면서 브랜드만 아니라 패딩 종류에 따라 계급을 나누거나 유행이 지난 패딩을 비하하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학부모 커뮤니티 등에도 ‘자녀는 숏패딩을 입고, 부모는 자녀가 입던 롱패딩을 입는다’는 토로가 적잖게 눈에 띈다. 실제로 10~20대 사용자가 자주 이용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숏패딩의 판매액은 1년 전보다 145% 증가했다. 패딩 전체 판매액이 같은 기간 7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숏패딩이 유독 많이 팔리고 있다. 숏패딩 가격에 우는 부모들 “경제적 부담” 아이들이 선호하는 숏패딩의 가격은 30만원 이상이고, 해외 브랜드의 경우에는 1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높아진다. 이른바 롱패딩에 이어 숏패딩이 새로운 ‘등골브레이커’(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가는 비싼 제품)가 됐다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숏패딩을 사달라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신모(34)씨는 “가격이 70만원 정도더라”라며 “한창 클 때인 만큼 길어야 2~3년 정도 입을 텐데 부담스러운 지출”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혐오와 낙인찍기…트라우마 우려” 이런 현상은 혐오와 차별을 부추겨 청소년들에게 불안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브랜드가 아닌 패딩을 입었다는 이유로 혐오 표현을 들어야 했던 중학교 2학년 윤모(13)군은 “숏패딩도 아니고, 브랜드도 없다 보니 아이들이 무시한다”며 “차라리 교복처럼 똑같은 외투만 입고 다니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1학년 강모(17)양은 “어떤 친구들은 제품 생산 연도까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며 “오래된 패딩을 입고 있어 그런 질문에 부끄러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고작 옷차림으로 위화감이 조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다. 인천의 한 중학교 2학년 담임 교사 이모(31)씨는 “반 아이들 25명 중 절반 정도는 브랜드 숏패딩을 입고 다닌다”며 “숏패딩을 입지 않는 친구들이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또래를 혐오하고 낙인찍는 현상을 부추기고, 패딩을 착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괴감과 트라우마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코미디’가 던진 묵직한 현실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코미디’가 던진 묵직한 현실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예능 ‘코미디 로얄’ 마지막화의 제목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는 특전을 두고 코미디언 20명이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코미디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그저 ‘웃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그맨들의 시행착오에서 진지한 생각거리도 툭툭 튀어나온다.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유독 ‘출신성분’을 놓고 갈라치기가 공공연하다. 코미디 로얄 첫화에서도 황제성은 “저 친구(나선욱) 어디 출신이야?”라고 묻는다. “출신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김승진에게 황제성은 “아 공채는 아니었어?”라고 수긍한다. ‘구별짓기’ 기제가 발동하는 순간. 황제성과 김승진은 각각 MBC, SBS 공채 개그맨이다. 소수의 방송국이 전파를 독점하던 시절 개그맨이 되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방송사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것. 대중에게도 은연중 전해지는 코미디언들 사이의 기수 문화는 그래서 유효했다. 그러나 이것이 개그맨들 사이의 고유 문화인 것도 아니다. 출신 학교와 지역, 성별, 인종, 종교 등으로 수없이 사람을 가르고 정체성을 재단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도 비일비재하다. 코미디 로얄은 여기서 묻는다. 공채라서 더 웃기고, 공채가 아니어서 덜 웃긴가. ‘유튜브 출신’으로 “근본이 없다”고 평가받던 나선욱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우승팀에 속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곽경영’ 캐릭터로 유튜브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곽범은 경합 내내 무리수를 두며 헤맨다. 헛발질의 시작은 이선민, 이재율과 함께한 ‘숭간교미’였다. 원숭이로 분장해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교미를 묘사하는 장면은 웃기기는커녕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여기서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는 ‘누구를 웃길 것인가’를 두고 의견의 날을 세운다. 이경규는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대”라며 숭간교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정 대표는 “모두에게 보여 주려는 코미디는 아무도 안 보는 코미디”라며 곽범을 옹호한다. 무작위 공중(公衆)을 향해 개그를 펼쳐야 했던 이경규의 철학과 ‘알고리즘’과 구독자의 선택을 거쳐 시청자를 만나야 하는 정 대표의 고민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원숭이로 분장한 이경규가 등장하며 좌중을 초토화한다. ‘누구를 웃길 것인지’를 넘어 ‘웃기는 일이 무엇인지’ 한 수 보여 준 대가의 ‘빌드업’이다. ‘캐릭터 로얄럼블’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이창호와 김두영의 대결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은 웃지 않고 상대를 두 번 웃겨야 하는 게 게임의 규칙. 작정하고 웃지 않으려는 자를 웃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서로의 상대는 코미디 스페셜리스트다. 마지막화의 제목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여기서 크게 와닿는다. “어디 한번 얼마나 웃기는지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을 기어코 웃기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 가난과 불안에 마음 챙기는 건 사치… 다 부서져도 알아채지 못한다[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가난과 불안에 마음 챙기는 건 사치… 다 부서져도 알아채지 못한다[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서울 양천구 목4동에 사는 이희정(32·이하 가명)씨는 살면서 행복이나 안정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눈치 보고 불안에 떨며 살아남기 위해 애쓴 시간뿐이었다.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없었다. 엄마 얼굴도 보지 못했다. 외조부모 손에 맡겨진 희정씨는 폭언과 폭행 등 정서적 학대를 당하며 자랐다. 한동네에 살던 이모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희정씨와 여동생을 성추행했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던 희정씨는 고3 때까지 여러 번 자해를 반복했고, 두 번은 목숨을 끊으려 했다. 스물한 살 때 만난 남편은 그를 더 깊은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언어폭력과 도박을 일삼던 남편과 헤어진 희정씨는 어린 딸을 홀로 키웠다.미혼모가 된 우울증 환자 희정씨는 일도 가정도, 무엇보다 마음도 제대로 돌보기 어려웠다. 사무보조로 취직했지만 공황장애로 발작 증세가 나타나자 권고 사직을 당했다. 집 안은 강아지 배설물과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로 뒤덮였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토피가 심한 초등학교 3학년 딸은 피가 나도록 온몸을 긁어 상처투성이 상태였고, 잦은 결석과 지각으로 유급될 위기였다. 먹고사는 것만도 벅찬 취약계층에 정신건강 관리는 사치에 가까웠다. 서울신문이 서울 25개 자치구 복지정책과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고 가족 관계가 불분명한 취약계층 중에서는 정신적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이들이 유독 많았다. 인지하더라도 치료할 의지가 없거나 치료 방법을 몰라서 또는 비용이 부담돼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강서구에 사는 다문화가정 자녀 김영식(17)군은 지난 6월 자살을 시도했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생계 때문에 지방에 내려간 부모는 영식군을 그룹홈에 맡겼다. 아들의 자살 시도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마음이 약해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며 영식군을 탓했다. 부모는 치료비가 없다며 보호 의무를 포기했고, 영식군은 행정입원으로 2주간 치료받은 뒤 정신과 상담을 시작했다. 3개월간 항우울·항불안제를 처방받아 복용하자 영식군의 상태는 급격히 호전됐다. 지금은 약을 끊고 주 1회 상담만 받고 있다. 진작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면 삶을 등지려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었다. 배성윤 강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은 “다문화가정이나 새터민 가정의 경우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치료 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에 돈을 쓰기가 부담스러운 차상위계층과 저소득층이 정신건강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의 촘촘한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통해 취약계층의 정신건강을 돌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리지원뿐만 아니라 재정자립, 가족돌봄, 주거 환경 개선 등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는 통합 관리 방식으로 접근해야 건강 회복과 사회 적응에 효과적이어서다. 희정씨는 지난 7월 양천구 희망돌봄팀의 통합사례관리대상자로 선정돼 지역사회의 돌봄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복지사는 무료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쓰레기 가득한 집을 치운 뒤 도배장판을 교체했다. 희정씨의 딸은 아토피 치료와 놀이 치료를 병행하며 학교에 열심히 다닌다. 희정씨도 학력 인정 학교와 간호학원을 다니며 간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송파구 거여동에 사는 50대 후반 박민철씨는 사업 실패 후 20년 가까이 은둔생활을 해 왔다. 다세대주택 반지하 단칸방에 홀로 살았는데 공과금 낼 돈이 없어 가스와 전기가 끊긴 지 오래였다. 대인기피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민철씨는 동주민센터에 발굴돼 식사와 정신과 치료 등을 지원받고 있다. 같은 동네 주민인 70대 초반 강기수씨는 하루 5병의 소주를 마시는 중증 알코올중독자다. ‘우리동네돌봄단’ 관리 대상인 기수씨는 정신과 진료와 투약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통장이 수시로 찾아가 금주와 상담을 권하고 있다. 이민선 중랑구보건소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무료 정신건강 관리 대상의 80% 이상은 근로소득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며 중증 정신질환자 상당수는 방치된 취약계층”이라며 “지역사회의 보살핌과 관심은 심리적 위축감을 극복하고 경제 활동에 대한 의지를 자극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치료 접근성을 개선해 취약계층의 정신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하기 전에 사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진희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장(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하나씩 지어 놓고 우울, 중독, 자살 등 정신건강 관리의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것은 효과가 떨어진다”며 “국가 자격인 정신건강전문요원의 활동 영역을 넓혀 정신 상담 인프라를 확대하고,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정신건강 상담 비용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미하는 원숭이’는 웃긴가?…넷플릭스 ‘코미디로얄’이 던진 질문들[다시, 깊이]

    ‘교미하는 원숭이’는 웃긴가?…넷플릭스 ‘코미디로얄’이 던진 질문들[다시, 깊이]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예능 ‘코미디 로얄’ 마지막화의 제목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라는 특전을 두고 코미디언 20명이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정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코미디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저 ‘웃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그맨들의 시행착오에서 진지한 생각거리도 툭툭 튀어나온다. “출신성분은 잊어라.”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유독 ‘출신성분’을 놓고 갈라치기가 공공연하다. 옛 MBC ‘무한도전’에서도 박명수는 정준하를 “특채”라고 무시했고, 노홍철은 심지어 “길바닥 출신”으로 명명됐다. 웃자고 한 소리지만, ‘MBC 공채 4기’ 박명수와 나머지 사이에는 묘한 위계가 만들어진다. 코미디 로얄 첫화에서도 황제성은 “저 친구(나선욱) 어디 출신이야?”라고 묻는다. “출신 없습니다”라고 대답한 김승진에게 황제성은 “아 공채는 아니었어?”라고 수긍한다. ‘구별짓기’의 기제가 발동하는 순간. 황제성과 김승진은 각각 MBC, SBS 공채 개그맨이다. 소수의 방송국이 전파를 독점하던 시절, 개그맨이 되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방송사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것. 대중에게도 은연중 전해지는 코미디언들 사이의 기수 문화는 그래서 유효했다. 그러나 이것이 개그맨들 사이의 고유의 문화인 것도 아니다. 출신 학교와 지역, 성별, 인종, 종교 등으로 수없이 사람을 가르고 정체성을 재단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코미디 로얄은 여기서 묻는다. 공채라서 더 웃기고, 공채가 아니어서 덜 웃긴가. ‘유튜브 출신’으로 “근본이 없다”고 평가받던 나선욱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우승팀에 속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누구를 웃길 것인가.” ‘곽경영’ 캐릭터로 유튜브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곽범은 경합 내내 무리수를 두며 헤맨다. 헛발질의 시작은 이선민, 이재율과 함께 한 ‘숭간교미’였다. 우두머리가 보지 않는 사이 몰래 교미한다는 한 원숭이 무리의 습성에서 착안한 개그다.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교미를 묘사하는 장면은 웃기기는커녕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여기서 개그계 대부 이경규와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는 ‘누구를 웃길 것인가’를 두고 의견의 날을 세운다. 이경규는 “코미디의 기본은 공감대”라며 숭간교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정 대표는 “모두에게 보여주려는 코미디는 아무도 안 보는 코미디”라며 곽범을 옹호한다. 무작위 공중(公衆)을 향해 개그를 펼쳐야 했던 이경규의 철학과 ‘알고리즘’과 구독자의 선택을 거쳐 시청자를 만나야 하는 정 대표의 고민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원숭이로 분장한 이경규가 등장하며 좌중을 초토화한다. 숭간교미를 ‘극혐’했던 그다. 일찍이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어떤 관념과 관념이 불균형할 때” 웃음이 나온다고 설파했다. ‘누구를 웃길 것인지’를 넘어 ‘웃기는 일이 무엇인지’ 한 수 보여준 대가의 ‘빌드업’이라 하겠다.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 ‘캐릭터 로얄럼블’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이창호와 김두영의 대결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은 웃지 않고 상대를 두 번 웃겨야 하는 게 게임의 규칙. 작정하고 웃지 않으려는 자를 웃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니와, 서로의 상대는 코미디의 스페셜리스트다. 마지막화의 제목 ‘웃기는 일은 웃기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여기서 크게 와닿는다. “어디 한 번 얼마나 웃기는지 보자”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을 기어코 웃겨내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권해봄 PD는 이렇게 말했다. “코미디언들이 검열 없이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드리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마치 자신의 특기를 갖고 하는 종합격투기 같다. 이 무기를 갖고 각 라운드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시면 코미디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시작…“안개일 뿐” 되뇌다 정권 잃을 뻔[지구촌 소사]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 시작…“안개일 뿐” 되뇌다 정권 잃을 뻔[지구촌 소사]

    가뜩이나 세계적 악천후로 불명예를 안은 영국 런던에 대기 순환이 싹 끊겼다. 1952년 12월 4일(현지시간) 바람 하나 없던 터에 고기압권 내에 들어가 역전층이 형성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안개는 짙었다. 게다가 기온까지 뚝 떨어졌다. 영국해협을 건너온 찬 공기가 템스 강 계곡에 이르자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낮에도 기온은 영하에 머물렀다. 석탄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미 13세기부터 대기가 안 좋기로 유명한 도시였다. 사건 시점의 겨울에도 안개(fog)가 자주 끼는 영국의 기후 특성과 공장의 매연(smoke) 등이 뒤섞여 스모그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특히 연기 속에 있던 아황산 가스가 황산 안개로 변해 시민 호흡기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사상 최악의 스모그는 8일까지 닷새나 이어졌다. 초기엔 호흡 장애로 4000여명, 이후 2주일간 만성 폐질환 합병증으로 8000여명이 1만 2000여명이 숨졌다. 스모그의 수준이 종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유독성과 농도, 그리고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로 인해 ‘그레이트스모그’라는 별칭을 달게 됐다. 1912년 4월 15일 발생한 호화유람선 타이태닉호 침몰 사고의 생존자이자 2등 항해사였던 찰스 라이톨러(1874~1952)가 이 기간에 사망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나머지 당시 런던의 장례식장에선 관이 소진됐을 정도였다. 템스 강에서는 증기선이 정박해 있던 배를 들이받았다. 기차와 자동차가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길 잃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을 따라 집을 찾아가는 상황이었다. 대부분 지역 가시거리가 1m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길을 갈 때면 가까운 벽에 매달려 걸어야만 했다. 특히 공단과 항만 등이 밀집해 있던 런던 동부는 가시거리가 30㎝에 도달해 자신의 발밑도 분간하기 힘들 수준이었다고 한다. 런던 지하철을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 운행이 중지됐다. 거의 모든 지상교통도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야외 스포츠 행사 역시 모두 취소됐다. 심지어 스모그가 실내로 새어들면서 영사기 불빛이나 무대를 가리는 바람에 영화 상영과 연극 공연도 일부 중지됐다. 물론 스모그는 많은 집에도 들어와 사람들의 눈, 목, 코를 아프게 하고 끊임없는 기침을 유발했다. 통계에 잡힌 호흡기 질환자만 10여만명이나 된다. 당시 런던 인구가 832만 8000명이었으니, 무려 1.2% 가량이 스모그로 인한 직접적인 고통을 받은 셈이다. 20세기 최대의 환경 재난을 맞고도 사태 초기엔 정부의 태도가 한심할 지경이었다. “독감 때문”이라는 엉뚱한 진단과 함께 마스크 300만개를 배포한 게 전부였다. 윈스턴 처칠(1874~1965·재임 1940~1945, 1951~1955) 수상도 “그냥 안개일 따름인데…”란 안일함을 보이다 불신임 도마에 올라 곤욕을 치렀다. 처칠은 엉망진창인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비서를 조문하러 병원을 찾아가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는 곧장 기자회견을 자청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시찰을 나왔다고 발표해 실각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1953년 5월 ‘비버(Beaver) 위원회’를 설치해 대기오염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기네스북 창시자인 휴 비버(1890~1967) 경이 주도했다. 위원회 보고서를 바탕으로 1956년 대기오염 청정법을 제정했다. 더불어 세계 모든 나라에 경각심을 일깨우게 됐다. 참사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진 않았다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게 크다. 이전에도 안개와 석탄으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 사례가 숱했다. 하지만 대책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와 자연 경고음은 ‘경제 우선주의’에 파묻혔다. 1930년대에 이미 벨기에 뫼즈 강 계곡에서 스모그 때문에 수십명이 죽자 “런던과 같은 대도시라면 일주일 만에 4000명 넘게 죽을 것”이라고 예측도 나왔지만 역시 무시됐다.
  • NYT “韓 저출산, 흑사병 인구 감소 능가”… 이대로면 2050년부터 성장률 0% 이하로

    NYT “韓 저출산, 흑사병 인구 감소 능가”… 이대로면 2050년부터 성장률 0% 이하로

    ‘가혹한 입시 경쟁’ 주범으로 지목한은 “고용·주거 등 정책 개선 땐현재 출산율보다 0.845명 증가” 세계 최저 수준을 밑도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0% 이하)을 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출산율을 소개하며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직격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에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으면 2050년대에 우리나라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은 68%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이 추세대로라면 2070년에는 연 1% 이상 인구가 감소하고 총인구는 4000만명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90%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근본 원인은 도심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한 경쟁 압박,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에 있었다. 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쟁 압력을 많이 느끼는 집단의 평균 희망 자녀 수는 0.73명으로 경쟁 압력을 적게 느끼는 집단(0.87명)보다 0.14명 적었다.청년들은 또 주거비에 대한 고민이 끼어드는 순간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욕구가 크게 감소했다. 연구원은 미혼 청년 1000명을 무작위 4개 집단으로 나눈 뒤 첫 번째 집단에는 그냥 결혼 의향 및 희망 자녀 수를 물었고 나머지 세 집단에는 각각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에 관한 질문을 한 뒤 결혼 의향 및 희망 자녀 수를 물었다. 그 결과 주거비 질문을 받은 집단의 결혼 의향은 43.2%로 다른 세 집단(48.5%)보다 5.3% 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자녀를 희망하는 986명에게 같은 실험을 했을 때도 유독 주거비 질문을 받은 집단에서 희망 자녀 수가 평균 0.1명 낮게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2005~2021년 전국 16개 광역(특별)시도의 시계열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인구밀도와 주택 전세가, 실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에는 전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연구원은 청년의 불안과 경쟁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6가지 정책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모두 달성하면 출산율을 최대 0.845명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육아휴직의 실제 이용기간을 OECD 평균치만큼 늘리는 것이다. 2019년 기준 10.3주에 그치는 실제 사용 육아휴직 기간을 OECD 34개국 평균 사용 기간인 61.4주만큼 늘리면 출산율은 0.1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 밖에도 청년층(15~39세) 고용률(58%→66.6%)이나 가족 관련 정부 지출(GDP 대비 1.4%→2.2%), 도시인구집중도(431.9→95.3), 혼외출산 비중(2.3%→43%), 실질주택가격지수(104→100) 등을 각각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는 데 따라 합계출산율이 0.002~0.414명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의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로 연구되고 있다”면서 0.7명까지 떨어진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러한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몰고 온 유럽의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우서트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악화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밀어넣는 가혹한 입시 경쟁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례를 통해 “미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 저출산 그냥 두면 성장률 0%…육아휴직만 늘려도 출산율 0.1명 는다

    저출산 그냥 두면 성장률 0%…육아휴직만 늘려도 출산율 0.1명 는다

    합계출산율 0.78명…홍콩 빼고 최하위권청년층 경쟁 압박, 고용·주거 불안 주 원인청년고용 등 OECD 평균 도달시 0.85명↑“남성·중소기업 육아휴직 사용률 높여야” 세계 최저 수준을 밑도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대에는 성장률이 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에 대한 심한 압박과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이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육아휴직 이용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만 올려도 출산율이 0.1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에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으면 2050년대에 우리나라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68%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소득불평등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고령층 인구 비중이 커질수록 양극화 문제도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이며, 출산율을 집계하는 217개 국가·지역에서도 홍콩(2021년 기준 0.77명)을 빼면 최하위다. 이 추세대로 가면 2070년에는 연 1% 이상 인구가 감소하고, 총 인구는 4000만명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90%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도심의 높은 인구밀도로 인한 경쟁 압박, 그리고 고용·주거·양육에 대한 불안에 있었다. 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9월 25~39세 남녀 2000명(미혼 1000명·기혼 무자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쟁 압력을 많이 느끼는 집단의 평균 희망 자녀 수는 0.73명으로 경쟁 압력을 적게 느끼는 집단(0.87명) 보다 0.14명 적었다.주거비 질문 받자 결혼·출산 의향 ‘뚝’ 떨어져 청년들은 또 주거비에 대한 고민이 끼어드는 순간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욕구가 크게 감소했다. 연구원은 미혼 청년 1000명을 무작위로 4개 집단으로 나눈 뒤, 첫번째 집단에는 그냥 결혼 의향 및 희망 자녀 수를 물었고, 나머지 세 집단에는 각각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에 관한 질문을 한 뒤 결혼 의향 및 희망 자녀 수를 물었다. 그 결과, 주거비 질문을 받은 집단의 결혼 의향은 43.2%로 다른 세 집단(48.5%)보다 5.3% 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자녀를 희망하는 986명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했을 때에도 유독 주거비 질문을 받은 집단에서 희망 자녀 수가 평균 0.1명 낮게 나왔다. 고용 면에 있어서는 취업자가 비취업자 보다 11%, 공공기관 근무자 및 공무원이 비정규직 보다 21.9% 결혼 의향이 높게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2005~2021년 전국 16개 광역(특별)시·도의 시계열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인구밀도와 주택전세가, 실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에는 전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6가지 정책 OECD 평균만 해도 출산율 1.6명 중요한 것은 진단과 해법이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근본적 문제로 지목된 청년의 불안과 경쟁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6가지 정책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를 모두 달성하면 출산율을 최대 0.845명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육아휴직의 실제 이용기간을 OECD 평균치만큼 늘리는 것이다. 이미 제도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2019년 기준 10.3주(법정 이용 가능시간 52주×이용률 19.8%)에 그치는 실제 사용 육아휴직 기간을 OECD 34개국 평균 사용 기간인 61.4주만큼 늘리면 출산율은 0.096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이 밖에도 청년층(15~39세) 고용률(58%→66.6%)이나 가족 관련 정부 지출(GDP 대비 1.4%→2.2%), 도시인구집중도(431.9→95.3), 혼외출산비중(2.3%→43%), 실질주택가격지수(104→100) 등을 각각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는 데 따라 합계출산율이 0.002~0.414명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같은 노력으로 출산율이 0.2명 증가하면 2040년대 잠재성장률은 평균 0.1% 포인트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황인도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도시인구집중도나 혼외출산 비중은 국토 면적이나 문화적 요소와 관련돼 있어 단시간에 변화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남성 및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등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저출생, ‘흑사병’ 중세유럽보다 인구감소 심해”(NYT)

    “한국 저출생, ‘흑사병’ 중세유럽보다 인구감소 심해”(NYT)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저출생 실태를 소개하며 흑사병이 창궐해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의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서 눈에 띄는 사례 연구 대상국”이라며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소개했다. 2009년부터 NYT에 고정 칼럼을 써온 다우서트는 정치, 사회, 국제정세,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다우서트는 미국 1.7명, 프랑스 1.8명, 이탈리아 1.3명, 캐나다 1.4명(이상 2021년 기준) 등 출산율 저하를 겪는 국가 중에서도 한국이 최근 들어 더 큰 폭으로 출산율 감소를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우리나라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가 200명이라면 다음 세대는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 추세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14세기 유럽 지역에서 흑사병에 의한 정확한 사망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흑사병으로 당시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200명이 한 세대 만에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은 곧 10명 중 3.5명이 남게 되는 것이므로 단순 비교해볼 때 14세기 유럽의 인구감소보다 더 급격한 변화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우서트는 “다음다음 세대에는 원래 200명이었던 인구가 25명 이하가 된다”고 계산했다. 다만 그는 이처럼 낮은 한국의 출산율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때 인구가 끝없이 늘어날 것으로 잘못 예측했던 것처럼 출산율의 하향 곡선에 대한 비관론 역시 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한국의 출산율이 수십년간 이어져 현재 약 5100만명 수준의 인구가 수백만명으로 감소하진 않을 것이라고 다우서트는 언급했다. 그러나 2060년대 후반 인구가 3500만명 이하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사회를 충분히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에 따르면 2067년 우리나라 인구는 3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국이 인구 피라미드의 급격한 역전으로 급속도의 경제 쇠퇴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이미 서유럽 사회의 불안 요소가 된 이민자 수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로 이민을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다우서트는 경고했다. 다우서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 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특히 한국이 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정도로 인구감소 문제를 겪는다면 북한(출산율 1.8)의 침공을 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다우서트는 주장했다. 한국의 출산율 급감의 원인에 대해 다우서트는 가정을 지옥으로 만들 정도로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가 자주 거론된다고 소개했다. 문화적 보수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반란과 이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이 남녀 간에 극심한 대립을 야기한 것, 또 인터넷 게임 문화가 발달하면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이 가상의 존재에 더 깊이 빠져들면서 이성과 멀어지는 현상 등이 혼인율을 떨어뜨렸을 수 있다고 다우서트는 언급했다. 다우서트는 “이런 현상은 미국 문화와 대비된다기보다 미국 역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 (한국에서 유독) 과장된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읽힌다”면서 “현재 한국의 상황은 단순히 암울하고 놀라운 현상이라기보다는 미국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어쩔경제] 尹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뒤집힌 노동계 시계제로… 노동장관 “노란봉투법 혼란 자명”

    [어쩔경제] 尹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뒤집힌 노동계 시계제로… 노동장관 “노란봉투법 혼란 자명”

    정부, 임시국무회의서 재의요구안 의결한총리 “노조 손배 특혜 안돼…파업 조장”야당 주도 ‘노란봉투법’에 尹 거부권 행사이정식 노동 “노동자 권익 향상도 저해”“전문가 의견 경청, 신중히 결정한 것”한국노총 “탄압”… 경사노위 회의 불참민주노총 정부 규탄 행진 “시대착오적”경제단체 환영 “수출 모멘텀 이어가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의 혼란과 노동자 권익 향상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며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거듭 밝혔다.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지만 민주당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향후 국회와 노사 일정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장관 “일방 입장만 반영시 후폭풍 커”“상생, 연대의 생태계 조성 접근 필요” 이 장관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한 일방적인 노조법 개정은 엄청난 후폭풍만 불러왔다”면서 “법을 집행하는 장관으로서 산업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전체 국민과 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저해할 것이 자명한 개정안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부터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왔다. 이 장관은 “노조법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도모하고,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해 산업 평화를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진 매우 중요한 법률인 만큼 이번 재의요구는 현장의 목소리, 많은 전문가의 의견 등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노동약자 보호, 이중구조 문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실히 공감하나 이는 법 조항 몇 개의 개정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상생과 연대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총리 “모든 걸 파업으로 해결 안돼”“국민 불편, 국가 경제 어려움 초래”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해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면서 “노동쟁의 대상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그동안 조정이나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안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 이러면 노동조합이 어떠한 사안이건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보면 다수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 한다는 것이 민법상 대원칙이라며 “그러나 개정안은 유독 노조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9일 거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한국노총 “노동 개악 탄압에 맞설 것”민주노총 “재벌기업 이익만 대변 폭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예정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부대표급 회의에도 불참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3일 5개월 만에 경사노위 복귀를 선언한 뒤 같은 달 24일 노사정 부대표자 회의에 참석하며 사회적 대화 재개를 알렸지만 거부권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불참 의사를 전했다.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민의를 저버렸다”면서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단체만의 입장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손해 가압류 폭탄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야 할지 모른다”면서 “정부·여당은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던 개정안을 무산시킨 것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과 탄압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민주노총도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는 개정 노조법 2·3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들이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편협하게 대변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규범이자 법원 판결문에서도 적시하고 있는 원청 책임 인정과 손해배상의 제한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면서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현장에서 관철되도록 싸울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내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출발해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규탄 행진을 진행했다. 李 “노동약자 보호방안 종합 마련중”경제단체 “파업 말고 협력으로 풀어야” 이 장관은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 “대·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상생연대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모델을 마련·확산하고, 상생임금위원회를 통해 불공정 격차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노동약자 보호 방안, 공정거래 등 종합적 정책 방향도 마련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 만큼 노사정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에서 “그동안 경제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나라의 기업과 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를 위협받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가장 큰 피해가 돌아갈 것임을 수차례 호소했다”면서 “거부권 행사는 국민 경제와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조치”라면서 “개정안은 사용자 및 노동쟁의 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로 원하청 질서를 무너뜨리고, 파업을 조장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김명유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환영한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우리 산업과 무역 현장에 바람직한 노사 관계가 조성돼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고 두 달 연속 플러스로 전환된 수출 증가의 모멘텀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입장문에서 “예견할 수 있는 불행을 막고 국내 기업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필요한 결정이었다”며 노동계를 향해 “더 이상 파업을 통한 문제 해결을 삼가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만드는 데 함께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민주 “헌정질서 훼손” 규탄촉구대회국힘 “정쟁용 공세에 불가피한 결단” 한편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헌정질서 훼손”이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의원 100여명은 이날 오후 본회의 전 국회 로텐더홀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대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은 (대통령에게) 힘이 있어서 침묵할 수 있지만, 역사와 국민은 결코 이 사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은 헌정질서를 훼손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이 끝내 민생 포기 대통령, 노동 기본권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포했다”며 윤 대통령이 취임 1년 반 만에 6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고도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과 민생,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두 법안 모두 거대 야당의 독단이 키워낸 악의적 의도가 다분한 정쟁용 공세일 뿐이며, 그 어디에도 민생은 없다”면서 “사회적 갈등이 크게 우려되는 법안일수록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충분한 논의, 설득, 숙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국회에 부여된 입법의 책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은 국회에 다시 넘어오게 됐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재의결된다. 민주당은 재의결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석 분포와 당내 이탈표를 감안할 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재의결에 나섰지만 부결된 바 있다.<편집자주> 서울신문 세종취재본부의 ‘어쩔경제’는 경제 정책을 둘러싼 각종 문제제기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분석해 독자 여러분의 알 권리 충족과 정책 판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마련한 공간입니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경제 정책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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