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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①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①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ISRAEL 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강해 보이기만 했던 이스라엘을 옆에서 바라보니 곳곳에 흉터가 선명했다. 이스라엘이 낸 ‘민족과 종교’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면, ‘사해·사막·지중해’가 들어있는 3종 선물 세트가 기다린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이스라엘관광청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悲 로마의 구둣발에 짓밟히랴 Masada마사다 & Qumran쿰란 강자 앞에서 당당하고 약자 앞에선 따뜻하고 싶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지리멸렬한 싸움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팔레스타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편향된 마음을 들킨 것인지, 이스라엘 여행은 처음부터 꼬였다. 출국을 코앞에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간의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신문 국제면이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격화…전면전 가능’, ‘하마스 군 수장 사망’ 등 살벌한 이야기로 도배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전한 나라가 그 어디 있는가. 내 나라만 하더라도 서로 남과 북으로 찢어져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 하늘이 도왔다. 출국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현지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휴전에 합의했으니 안심하고 와도 좋다.” 100여 명을 일주일 만에 죽이고 1,000명을 다치게 했다는 이번 전쟁은 시작도 끝도 문을 여닫는 것처럼 간단해 보였다. 짧은 말다툼으로도 마음이 들들들 끓는데, 총과 칼을 내젓는 싸움이 쉬울 리 없다. 이스라엘을 여행한다는 건 피고름이 철철철 흐르는 그들의 과거사를 훑는 과정이다. 이스라엘의 조상은 신에게 아들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아브라함1). 아브라함이 신으로부터 받은 땅은 바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이다. 신의 간택을 받았을지언정 아브라함의 자손은 끝없는 고통 속에서 광야를 헤맸다. 그들의 수난사를 읊자면 끝도 없다. 유대인에게 행복한 과거란 노역생활을 하던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을 되찾았던 순간, 지혜로운 다윗과 솔로몬을 왕으로 삼았던 시절 정도였을 테다. 여기에 십자군전쟁의 박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삶까지 더하면 ‘신은 정말 있습니까’ 하고 저절로 묻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에서 로마제국의 발길질은 악명 높았다. 이탈리아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지중해에 발을 담근 구두 한 짝과 같은 모양새다. 신발의 높다란 굽으로 로마군은 유대인을 마구잡이로 밟아댔다. 척박한 사막을 비집고 자리한 기괴한 마사다Masada 는 로마군과 유대인의 처절한 싸움을 그 자리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450m의 높이에 들어선 이 요새는 길이 600m, 너비 320m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AD70년, 로마에서 온 디도 장군의 박해를 피하고자 유대인 960여 명이 마사다로 몰려들었다. 도망자들을 가만히 손 놓고 봐 줄 로마군이 아니다. 1만5,000여 명의 로마군은 마사다를 정복하고자 수를 쓴다.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마사다에 오르지 못해 쩔쩔매던 로마군은 요새로 들어가기 위한 경사로를 3년에 걸쳐 만들었다. 경사로가 마사다에 닿았을 때, 그곳에서 로마군을 기다린 것은 유대인의 시체 960구. 유대인들은 로마군에게 능멸을 당하는 대신 죽음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죽음을 도울 사람을 제비뽑기로 뽑고 최후의 1인은 자살하는 식으로 그들은 끝까지 ‘절개’를 지켰다. 마사다 정상에 오르면 900명이 넘는 유대인이 어떻게 3년간 마사다 꼭대기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풀린다. 이곳엔 목욕탕, 창고, 채석장, 교회, 수영장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마사다의 본래 용도는 왕의 피난처였다. BC40년경 헤롯왕2)은 본인이 도망갈 곳으로 마사다를 지었고 온갖 시설을 갖추었다. 헤롯왕이 만든 시설을 이용하며 목숨을 부지하던 유대인은 빗방울을 모으려 도랑을 만들고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비둘기까지 길렀다고 한다. 마사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금방이건만 많은 유대인은 가파른 마사다를 직접 두 발로 오르며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사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쿰란 동굴Cave of Qumran이 있다. 쿰란 동굴 역시 마사다와 마찬가지로 로마에 굴하지 않은 유대인의 삶을 증명한다. 유대교의 한 종파인 에세네파는 쿰란 동굴에 숨어 살던 은둔주의자들이었다. 에세네파는 성경사본을 항아리에 담아 숨겨놓았는데 2,000년이 지난 1947년, 목동이 염소를 찾던 중 항아리를 발견한다. 그 속에서 사해본Dead Sea Scroll으로 불리는 양피지 두루마리 7개가 나왔다. 1)아브라함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이다. 그는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올리거라’는 신의 명령을 따르려 했을 정도로 신에게 충성했다. 현재 물과 기름 같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는 사실 알고 보면 아브라함을 한 조상으로 삼고 있다. 2)헤롯왕 이스라엘 일대를 다니다 보면 이스라엘을 통치했던 헤롯왕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헤롯왕은 아기 예수가 두려워 ‘어린아이를 모조리 죽이라’고 지시했던 왕으로 유명하다. 악덕한 왕이긴 했지만 그는 건축에 조예가 깊었다. 무너진 예루살렘의 성전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했으며 자신의 피난처로 철옹성 같은 마사다를 축조했다. 1 로마의 발길질을 피하고자 발버둥친 유대인의 흔적을 이스라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국기에 새겨진 별은 ‘다윗의 별’로 불린다 2 검은 양복을 고수하는 정통 유대교인 3 ‘머리 위에 신이 있다’는 의미의 작은 모자, 키파 4 유대인은 예수의 이야기를 닮은 신약성서를 부정하고 구약성서만을 읽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그것은 누구의 사원인가 Temple Mount성전산 & Western Wall통곡의 벽 마사다와 쿰란을 돌아보던 중 고개를 들었다. 모래바람이 풀풀 날리는 사막 한가운데서 보이는 것이라곤 너른 하늘과 뜨거운 태양뿐. 왜 유대인이 ‘하나의 신’만을 숭배하는지 퍼뜩 이해가 됐다. 그들에겐 이리저리 떠돌며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잡아 줄 강력한 절대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대로 불교는 ‘숲의 종교’라 불린다. 울창한 숲은 사막과 달리 풍요로워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아간다. 유일신이 필요 없다. 인간이 곧 신이 될 수 있으며 그저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면 된다. ‘하늘에 계신 신’을 아버지로 삼는 건 유대교뿐만이 아니다. 유대교에서 뻗어 나온 기독교, 이슬람교도 마찬가지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니 세 종교가 하나로 겹쳐져 보였다. 한 뿌리에서 뻗어 나왔을지언정 결코 세 종교를 같다고 말할 수도 없고, 말해서도 안 된다. 종교의 각축장인 예루살렘에 입성하면 세 종교의 정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예루살렘을 조망할 수 있는 감람산에 올랐다. 공동묘지 너머로 성전산Temple Mount이 보였다. 성전산은 유대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모두 ‘성지’라 여기는 곳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산인 동시에 예수의 발길이 닿은 곳이며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승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곳에 서니 세 개의 종교가 동시에 “우리가 진짜”라 외치는 것만 같아 현기증이 났다. 지금 성전산에는 황금색 모자를 쓴 황금사원Dome of Rock이 서 있다. 이슬람교도가 예루살렘을 점령하며 지은 이 사원은 오마르 모스크Mosque of Omar로도 불리며 메카와 메디나만큼이나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유대인은 이슬람교도가 축조한 황금사원을 보며 칼을 간다. 그들은 성전을 두 번이나 지었으나 두 번 모두 잃었다. 솔로몬왕 시절 지어진 첫 번째 성전은 전란 중 부서지고 말았고 두 번째 성전은 로마 디도 장군에 의해 처참하게 파괴됐다. 디도 장군은 과시용으로 성전의 서쪽 부분 일부를 남겨 두었는데 그 흔적이 통곡의 벽Western Wall이다. 땅을 잃은 백성은 수천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 벽 앞에 선다. 세우면 무너지고, 찾으면 또 뺏기고…. 약자의 역사를 이해한다. 우리의 조상도 그랬을 것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유대인은 성전을 다시 세울 ‘그날’을 기다리며 통곡의 벽에 머리를 조아렸다. 키파1)를 쓰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토라2)를 읽는 그들의 모습은 생경하다. 구레나룻을 돌돌 말고 검은 양복을 입은 정통 유대교도도 여기선 흔하게 보인다. 1) 키파 유대인이 쓰는 테두리 없는 모자. ‘하느님이 내 머리 위에 있다’는 뜻으로 크기는 손바닥 크기 정도. 이스라엘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으니 기념품으로 사 와도 좋다. 2) 토라Torah 유대인은 예수의 행적을 담은 신약성서를 인정하지 않고 구약성서만을 읽는다. 토라는 구약성서의 처음 다섯 권을 일컫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빈필 “우리는 나치에 부역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938년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독일 나치에 부역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했다. 그동안 유착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지탄을 받다가 결국 굴복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빈 필하모닉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1942년까지 단원 123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0명이 나치당원이었다고 밝혔다. 1938년 이전 나치당이 금지됐을 때도 단원의 20%가량이 이미 나치 소속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연루 이력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떠나야 했던 단원은 불과 10명뿐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대인 단원은 1938년 전원 해고됐다. 이들 가운데 5명은 이후 강제수용소나 유대인 격리 지역에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세계 곳곳에서 방송되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는 나치 시절 독일 국영 방송사와 함께 준비해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빈 필하모닉은 추가 세부 사항을 12일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1942년 빈의 나치 통치자였던 발두르 폰 시라흐에게 반지를 증정한 일에 대해서도 밝힐 계획이다. 빈 필하모닉은 그동안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일반에 기록물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비판이 계속되자 지난 1월 역사학자 3명에게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악단의 역사를 조사하는 작업을 맡겼다. 빈 필하모닉을 비판해 온 하랄트 발서 오스트리아 녹색당 의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너무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오스트리아의 자기 인식에 긍정적인 발전이 얼마간 있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주말 영화]

    ■고스트 라이더(OBS 토요일 밤 11시 15분) 자니 블레이즈(니컬러스 케이지)는 세계 최고의 모터사이클 스턴트 챔피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피터 폰타)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긴 자니는 밤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불멸의 영혼 사냥꾼 ‘고스트 라이더’로 변하게 된다. 악마의 요구대로 영혼을 빼앗아야 하는 운명과 정의감 사이에서 방황하던 자니는 첫사랑 록산(에바 멘데스)과 재회하고, 차마 자신의 비밀을 밝힐 수 없어 괴로워한다. 한편 4명의 타락천사 ‘데블 4’를 동원해 어두운 세상의 지배를 꿈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아들 블랙하트는 가장 큰 방해세력인 고스트 라이더와의 정면 승부를 위해 록산을 내세워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공격을 준비한다. ■피아니스트(EBS 토요일 밤 11시)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은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의 불길이 한창 타올랐던 바로 그때, 스필만이 연주하던 라디오 방송국이 폭격을 당한다.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생활하던 스필만과 가족들은 나치 세력이 확장되자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된다. 기차로 향하는 행렬 속에서 평소 스필만의 능력에 호감을 가졌던 유대인 공안원이 그를 알아보고 제지한다. 가족을 죽음으로 내보내고 간신히 자기 목숨만을 구한 스필만. 몇몇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치들의 눈을 피해 숨어다니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어느 건물에 자신의 은신처를 만들게 된다. ■왕의 남자(EBS 일요일 밤 11시) 조선 연산군 시대.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은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과 그의 애첩인 녹수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간다. 의금부에서 문초에 시달리던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하지만 막상 왕 앞에서 공연하자 모든 광대들이 얼어붙는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고자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얌전하기만 한 공길이 기지를 발휘해 특유의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 [책꽂이]

    근대영국헌정 (이태숙 지음, 한길사 펴냄) 헌정사의 관점에서 영국을 살폈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세련된 맛이 부족하고 무뚝뚝하며 차가워 살갑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실하고도 훌륭한 정치체제를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했다. 영국 헌정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정된 헌법전이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텅빈 공간이다보니 논의가 확산됐고 많은 얘기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중심을 잡아왔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의 원조인 에드먼트 버크, 최초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등을 거쳐 영국 헌정체제를 가장 엉망으로 망쳐놨다 평가받는 마거릿 대처까지, 영국 헌정 체제에 대한 논란을 담았다. 3만원. 숫자의 문화사 (하랄트 하르만 지음, 전대호 옮김, 알마 펴냄) 행운의 수, 불행의 수, 마법의 수, 성스러운 수. 그냥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는 수를 둘러싸고 각 문화권마다 다양한 금기나 관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금기나 관습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숫자 개념이라는 것이 각 문화권에서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왔는지를 추적해뒀다. 옛 아메리카, 유대인, 고대 유럽, 인도-아라비아 숫자, 중구문화권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1만 3500원. 니체 자서전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성균 옮김, 까만양 펴냄) 니체가 예나 정신병원에 있을 1889년 직접 써서 밀반출한 뒤 1927년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그럼에도 이런저런 사연으로 니체의 육필 원고가 분실되면서 위작논란에 휩싸인 책이다. 2만원.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글, 가쎄 펴냄) 유엔이 실시하는 삶의 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덴마크 관찰기다. 유럽은 복지 때문에 썩어 문드러지는 곳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정치면에서는 종북좌파라 욕하고, 경제면에서는 나라 살림 거덜낼 포퓰리즘이라 씹는 보수언론도 간혹 기획특집기사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곳으로 묘사하니까.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기준이 뭘까에 대해 먼저 얘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저자가 현지 덴마크인들에게 직접 들어서 구성했다. 1만 2000원. 실천윤리학 (피터 싱어 지음, 황경식·김성동 옮김, 연암서가 펴냄) 생명윤리 문제를 다루면서 낙태 찬성, 안락사 지지 등을 표방해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저자가 윤리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뒀다. 기후변화, 테러, 시민불복종의 문제 등을 다루면서 어떻게 하면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2만 5000원.
  • 각 문화권이 만들어 낸 ‘최고의 공부’

    각 문화권이 만들어 낸 ‘최고의 공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밤을 밝히는 학원 간판들. 과연 대한민국의 ‘공부 열기’를 올바르게 대변하는 것일까. KBS는 공사창립 40주년을 맞아 이 같은 물음에 답을 구하는 4부작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호모 아카데미쿠스’를 지난달 28일부터 방송 중이다. 보충수업을 마치고 향하는 학원에서 밤 12시가 되어서야 공부를 마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입시 공부가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조명한다. ‘공부’를 통해 문명과 사회 현상을 탐구하겠다는 것이 제작 의도다. 지난달 28일 밤 10시 방영된 1부 ‘오래된 욕망’은 각국의 공부 방법과 배경을 다뤘다. 각국의 ‘공부’를 설명하기 위해 릴리, 제니, 스콧, 브라이언 등 4명의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을 섭외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안방 극장을 찾아 최고의 공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의 공부를 역사적, 문화적 시각에서 성찰한다. 오는 7일 방영되는 2부 ‘공자의 후예’에선 동양적인 공부의 문화적 배경을 살핀다. 이어 3부 ‘질문과 암기’, 4부 ‘최고의 공부’를 통해 이상적인 공부 기술과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제작진이 찾은 중국의 한 고등학교에선 학생들이 각자의 책을 꺼내 쉴 틈 없이 소리 내 읽는다. 암기와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학생들 누구도 딴짓을 하거나 졸지 않는다. 일본 도쿄대. 이곳에선 럭비부와 미식축구부가 유니폼을 갖춰 입고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고자 학교를 찾은 이들을 게시판으로 이끈다. 합격자 발표를 확인한 학생들은 모두가 운다. 기쁘거나 슬퍼서다. 4명의 하버드생들은 세계를 돌며 ‘공부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이들은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고등학생과 수학 문제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이스라엘의 소란스러운 도서관에선 학생들과 토론에 나선다. 또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물에서 발견된 촌지의 기록과 중국 과거 시험장에서 발각된 커닝 페이퍼 등을 소개한다. 정현모 KBS PD는 “하버드 대학교는 미국인 외에 유대인, 중국인, 한국인 등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는 공간이어서 성장 배경이 다른 학생들을 선정했다”면서 “우리는 텍스트를 읽고 문제를 푸는 능력을 익히고 시험 성적을 높게 받는 것이 공부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다른 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일까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내레이션은 탤런트 유승호가 맡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진경호 논설위원

    이 나라가 ‘이상한 나라’임을 입증하는 증언들이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다. 대개 이런 것들이다. ‘억척스러운 유대인들을 하루아침에 게으름뱅이로 전락시킨 엄청난 생활력의 종족’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하다 갑자기 4강까지 후딱 해치우곤 그것도 다 운이라며 시큰둥해하는 속 넓은 종족’ ‘해마다 태풍과 싸우면서도 다 잊어버리고 다음 해에도 또 피해를 입는, 대자연과 맞짱 뜨는 종족’…. ‘한국인만 모르는 것’도 있다. 한국이 얼마나 잘사는지,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 분단국인지,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두려운 나라인지 한국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만 모르는 이상한 한국은 얼마 전 또 한 번 면모를 드러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 인터넷엔 ‘그럼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이 후드득 쏟아졌다. 보통 강심장들이 아니다. 이런 경이로운 평정심(?)은 60년 분단체제에서 쌓은 내성(耐性)과 더불어 한 가지 믿음에서 잉태됐을 것이다. 설령 북한이 무모한 짓을 벌이더라도 우리 군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믿음, 정부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한데 이런 믿음이 얼마나 근거 박약의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이 지금 펼쳐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오늘로 엿새가 됐지만 정부는 아직도 유고 상태다. 국무총리만 있고 17개 부처 장관은 없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열흘 넘게 이어질 판이다. 6·25 이후 최대의 안보위기라는데, 정작 안보 트로이카라 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국정원장은 보이질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정부로 손색이 없다. 북한이 허튼짓을 하지 않고, 다른 돌발상황도 일어나지 않는 요행에 지금 5000만 국민이 의지하는 정부가 기대어 있다. 앞으로 5년 갈 정부인데 그깟 20일 남짓 두 정부든, 무정부든 그게 뭐 그리 대수냐는 통 큰 국민도 적지 않겠다 싶다. 하나 정말 그럴까.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벌어질 지휘체계의 혼란은 그냥 어찌어찌 될 것 같은 국운에 맡긴다 치자. 향후 5년을 이어갈 정부의 정책 근간은 어쩔 셈인가. 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5월까지 펼쳐질 정상외교의 전략은 어떻게 짜고, 박근혜 정부와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130조원에 이르는 추가 복지 재원은 어디서 뽑아낼 것인가. 당장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도 시간이 모자랄 사안들이다. 어쩔 셈인가. 잠깐 미국을 들여다보자. 정권 인수인계의 산실인 대통령직인수위는 당선 직후 꾸려진다. 이를 위해 후보들은 선거운동 조직과 별개로 정부인수 사전준비 조직을 대선 3~6개월 전부터 가동해 당선에 대비한다. 레이건은 무려 8개월 전에 꾸렸다. 정권 인수기간이 70여일로 우리보다 일주일 남짓 길지만 그런 사전 준비 덕에 인수의 속도는 훨씬 빠르고 체계적이다. 당선 직후 인수위가 정책을 설계하는 동안 당선인은 백악관 비서실장을 임명하고 정부 각료 인선에 나선다. 각 후보에 대한 사전검증엔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 등이 총동원된다. 현미경 검증을 거친 터라 정작 의회 인사청문에 오를 때면 털어서 먼지 날 구석이 그다지 남질 않는다. 당선 보름이 넘어서야 인수위를 꾸리고, 나홀로 인선 끝에 다시 보름이 더 지나서야 총리 후보를 지명하고, 두 달이 다 되어서야 장관 후보를 지명한 박근혜 인수위와는 크게 대비된다. 계주의 승패는 바통을 넘겨받을 때 결정된다. 1~2시간마다 교대하는 전방의 초병도 10분 전엔 정위치한다. 박근혜 정부의 개문발차(開門發車)는 일차적으로 ‘준비된 대통령’의 준비 안 된 인사와 정부조직개편을 놓고 드잡이에 여념이 없는 국회 탓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부 이양에 대한 우리의 법과 제도, 정치문화가 아직도 허점투성이인 까닭이다. 구멍 뚫린 박근혜 정부 출범을 교훈 삼아 정부와 여야는 정부 이양과정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 5년 뒤에도 이상한 정부로 출발해선 정말 곤란하다. jade@seoul.co.kr
  • [부고] 佛외교관 출신 ‘분노하라’ 작가 에셀

    프랑스의 최고 지성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분노하라’의 작가로 유명한 스테판 에셀이 타계했다. 96세. 2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셀의 아내인 크리스티안 에셀은 “그가 26일 밤에 잠을 자는 도중 숨졌다”고 밝혔다. 에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으며 전후엔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에셀이 2010년 펴낸 ‘분노하라’는 34쪽의 소책자에 불과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35개국에서 450만여권이 팔리면서 분노 신드롬을 일으켰다. 에셀은 이 책에서 프랑스의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레지스탕스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을 향해 분노하고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에셀은 이어 2012년 청년 시민운동가와의 대담을 담은 책 ‘참여하라’를 펴내 전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1917년 독일 베를린 유대인 가정에서 출생한 에셀은 1924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1939년 프랑스로 귀화했다. 에셀은 1941년 영국으로 건너가 드골 장군이 이끈 자유프랑스(망명정부)에 합류해 간첩활동을 시작했다. 독일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에셀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으나 극적으로 살아 남았다. 이후 에셀은 외교관의 길을 걸었으며, 유엔 보좌관 시절인 1948년 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도 참여했다.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등을 역임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주말 영화]

    ■일본 침몰(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일본 스루가만에서 진도규모 10이 넘는 엄청난 파괴력의 대지진이 발생한다. 이어 도쿄, 규슈 등 전역에서 지진이 발생해 일본 전역은 공포에 휩싸인다. 미국지질학회는 이것이 일본의 지각 아래 있는 태평양 플레이트가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 면에 급속하게 끼어들어 일어나는 이상 현상으로 일본 열도가 40년 안에 침몰할 것이라고 발표한다. 한편 미국의 가설에 의문을 품은 지구과학박사 다도코로는 조사를 실시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다량의 박테리아가 태평양 플레이트의 움직임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추세라면 정확히 338일 후 일본이 침몰한다는 것인데…. 각료들은 국민을 외면한 채 해외로 도망가기 바쁘고, 불안감에 휩싸인 국민들 역시 피난처를 찾아 떠나느라 전국은 아수라장이 된다. 그사이 지진을 더욱 강력해져 희생자는 시시각각 늘어나고 다도코로는 일본을 구할 최후의 카드를 내놓는다. ■소피의 선택(EBS 토요일 밤 11시) 소피의 아버지는 반유대주의가 팽배했던 폴란드에서, 폴란드의 유대인 몰살을 제안했던 사람이었다. 소피의 아버지와 그의 제자이기도 했던 남편은 나치의 학살 정책으로 인해 끌려가 총살을 당한다. 이후 소피는 애인이 레지스탕스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진다. 수용소로 가는 도중, 두 아이를 데리고 있는 소피를 보고 한 독일 장교가 추근대기 시작한다. 그녀가 폴란드인 같지 않고 아리안 전형의 희고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금발 미녀였기 때문이다. 장교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피에게 아이들 중 한 명만을 살려주겠다며 선심을 쓴다. 결국 협박과도 같은 그의 제안 아닌 제안에 소피는 딸을 선택한다. ■바람의 전설(EBS 일요일 밤 11시) 풍식은 처남이 경영하는 총판 대리점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관리사원이다. 주부들의 판매 실적을 점검하고, 할부금 입금을 독촉하는 것이 주된 일과인 그는 하루하루가 지겨운 30대 가장이다.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만수를 통해 경험한 사교댄스는 깜깜한 인생에 한줄기 구원의 빛으로 다가온다. 만사 의욕상실이었던 풍식은 스텝을 밟아갈수록 진정한 춤의 매력에 빠져 인생의 활력을 되찾아 간다. 그러나 만수의 제비 행각으로 잘나가던 사업은 풍비박산날 지경에 이르게 된다. 친구의 배신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던 풍식은 그제서야 ‘진정한 춤꾼’으로서 사명감을 느끼며, 대한민국 1류 댄서가 되기 위해 혈혈단신 긴 여행을 떠난다.
  • 111세 피아니스트의 굴곡진 인생악보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알리스 헤르츠좀머는 1903년 11월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성공한 상공인이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어머니는 유명한 화가 및 작가들과 교류했다. 그중에는 구스타프 말러, 라이너 마리아 릴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지그문트 프로이트 같은 인물들도 있었다. 알리스는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나 부유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브람스, 리스트, 쇼팽 등 불후의 거장들을 사사한 제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콘서트를 여러 번 열었고 1931년 사업가이자 음악가인 레오폴트 좀머와 결혼해 아들을 얻었다. 1943년 7월 알리스와 남편, 아들 라파엘은 나치에 의해 테레진 수용소로 보내진다. 테레진은 대규모 수용소로 아우슈비츠 등 동유럽 전역에 있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장으로 가는 환승역이었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지성인들이 허기와 질병, 고문에 시달리며 죽어갔고 이곳에 수용된 유대인 15만 6000명 중 1만 7505명만 살아남았다. 테레진에 억류되는 동안 알리스는 동료 수감자들을 위해 100회 이상 연주했으며 어린이들에게 비밀리에 피아노 교습을 했다. 어머니와 남편, 친구들은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알리스와 아들만 살아남아 1949년 이스라엘로 이주한다. 46세에 히브리어를 배우고 새 삶을 개척하면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곤 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레너드 번스타인, 아이작 스턴 등 걸출한 음악가들이 참석했다. 한 세기 이상 극한 고통을 겪으며 살았지만 111세가 된 지금도 여전히 바흐,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의 악보를 보며 매일 세 시간씩 연주를 하면서 지나온 자신의 처절했던 삶을 반추한다. 신간 ‘백년의 지혜’(캐롤라인 스토신 지음, 공경희 옮김, 민음인 펴냄)는 세계 최고령 피아니스트이자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인 알리스 헤르츠좀머의 실화를 다룬 책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살면서 세월과 국가의 경계를 넘고 죽음을 초월한 한 여성의 서사적 여정을 다루고 있다. 음악적 재능으로 테레진 수용소의 동료 수용자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여전히 피아니스트이자 교사로서 수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오랜 인터뷰로 얻어낸 알리스의 회고담에서 출발한 이 책은 그가 살아오면서 체득한 인생의 지혜와 충고들이 담겨 있다. 100세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수용소의 삶 등 그가 육성으로 전하는 내용들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1만 3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무솔리니 손녀들, 비뚤어진 조부 사랑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무솔리니의 손녀들까지 할아버지를 비호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에 대한 독일의 책임을 또다시 강조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AP·UPI통신에 따르면 무솔리니의 손녀 에다 네그리 무솔리니(왼쪽)는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말라리아가 창궐한 로마 인근 지역을 수습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면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무솔리니가 반유대인법을 제정해 유대인들을 폭압한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무솔리니의 또 다른 손녀이자 자유국민당(PDL) 의원인 알렉산드라 무솔리니(오른쪽)는 지난 29일 방송에 출연해 녹화를 하는 도중 다른 출연자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촬영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인 안드리아 스칸지는 “(파시즘을 비판한) 언론인 피에로 고베티, 사회주의자 자코모 마테오티를 비롯해 그녀의 조부에 의해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그녀와 그녀의 할아버지는 확실히 존경하지 않는다”고 말해 무솔리니 의원의 화를 불렀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에 “무솔리니가 제정한 반유대인법은 최악의 실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잘했다”고 편을 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무솔리니, 많은 부분서 잘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AFP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밀라노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도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솔리니가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와 동맹을 맺은 것과 관련, “독일이 승리할 것을 두려워해 같은 편이 되려고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대인 등 소수자를 억압하기 위해 제정한 인종법은 무솔리니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잘 했다”고 역성을 들었다. 무솔리니는 1938년 이른바 ‘반유대인법(인종법)’을 통과시켜, 유대인들은 이탈리아에서 대학에 다닐 수 없었고 직업 선택에서도 제한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는 또 “이탈리아는 독일과 같은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을 가진다고 밝힌 것과는 딴판이다. 유력 우파 정치인인 그가 평일도 아닌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MLB] 살 빼면 덤 6억원… 109㎏ 영에 옵션

    “살만 빼면 보너스 6억원.” 미국프로야구(MLB)에서 뚱뚱한 선수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보너스를 받는 이색 옵션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AP통신은 24일 “필라델피아 구단이 외야수 델먼 영(28)과 1년 동안 연봉 75만 달러(약 8억원)에 계약하면서 그가 여러 옵션을 달성하면 모두 275만 달러(약 29억원)를 보너스로 주기로 했다. 이 중 체중 감량 조항이 있다”며 계약 자료를 공개했다. 구단은 영이 정해진 목표대로 살을 빼면 보너스 중 60만 달러(약 6억 4200만원)를 지급한다. 날렵한 체구에 빠른 발이 요구되는 외야수인데도 영의 체구는 육중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 오른 몸무게는 109㎏. 영은 시즌 개막 뒤 모두 여섯 차례 몸무게를 잰다. 세 번째 측정까지 체중이 104.3㎏ 이하여야 한다. 다음 세 차례 측정에서 106.6㎏ 이하를 유지해야 보너스 전액을 챙긴다. 여섯 차례 체중 측정 때마다 10만 달러(약 1억 700만원)다. 필라델피아 구단이 언제 몸무게를 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은 사고뭉치인 탓에 로스터 등록 일수와 타석 수에도 215만 달러(약 23억원)의 옵션이 걸려 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타율 .267에 18홈런 74타점을 기록한 영은 포스트시즌 타율 .313에 3홈런 9타점을 폭발시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뉴욕에서 유대인 관광객과 인종 문제로 몸싸움을 벌여 팀을 떠났고 지난해 연봉에서 무려 600만 달러(약 64억원)나 깎여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에서도 감독이 일방적으로 뚱뚱한 선수에게 체중 감량을 주문하는 일은 예사로 있다. 선수가 이행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기도 한다. ‘살과의 전쟁’에서 빠지지 않는 선수는 이대호(오릭스)다. 일본 무대 첫해였던 2012시즌을 앞두고 ‘폭풍 감량’을 시도해 120㎏대 중반까지 20㎏가량 줄였다. 하지만 과도한 감량으로 방망이에 무게가 실리지 않아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롯데 시절이던 2002년 백인천 감독이 “너무 뚱뚱하다”며 체중 감량을 지시했고 사직구장 스탠드를 오리걸음으로 오르내리다가 왼쪽 무릎 연골이 파열돼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6년 만에 돌아온 움베르토 에코, 19세기 유럽의 증오·음모 겨누다

    “유대인은 에스파냐 사람처럼 허영심이 강하고, 크로아티아 사람처럼 무지하며, 근동 사람처럼 탐욕스럽고, 몰타 사람처럼 배은망덕하며, 집시처럼 뻔뻔하고, 영국인처럼 더러우며, 칼미크 사람처럼 기름기가 많고, 프로이센 사람처럼 오만하며,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 사람처럼 험담을 잘할 뿐만 아니라 발정을 억누르지 못해 간통을 쉽게 저지른다.”(1권 17쪽) 6년 만에 접하는 움베르토 에코(81)의 신작 소설 ‘프라하의 묘지’(열린책들 펴냄·2권)는 첫 장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19세기 유럽에 팽배했던 인종, 종교, 여자에 대한 편견들이 뒤섞여 역겨움을 한껏 자아내더니 어느새 예리한 칼날이 유대인을 겨누고 있다. 작가는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증오와 음모가 어떻게 발생해 번져 나가는지를 추적한다. 에코의 표현처럼 시모니니는 ‘세계 문학 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19세기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론의 ‘비조’(鼻祖)격에 해당한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시모니니는 무신앙과 냉소주의를 몸에 익혔고 사르데냐, 프랑스, 프로이센 등을 오가며 비밀 정보원으로 활동한다. 그가 내놓은 일생 최악의 위작은 바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란 허위 문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조세프 발사모’의 천둥산 회의 장면은 유대인 랍비들의 프라하 묘지 회의 장면으로 바뀌고, 외젠 쉬의 ‘민중의 신비’에 나오는 예수회 신부의 글은 랍비의 연설문이 된다. 실존했던 이 문서는 1921년 허위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문서는 ‘유대인들의 세계 지배 음모’를 퍼뜨리는 데 기여하며 20세기 유대인 학살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에코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은 속임수에 바탕을 둔 전쟁이었고 CIA조차 이를 인정했다. 사담 후세인이 평생에 걸쳐 온갖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그 짓만은 하지 않았다. 하나의 거짓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에코는 2010년 이 소설을 고국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했다. 이탈리아에선 65만부, 스페인에선 초판만 200만부가 팔렸다. 에코는 출간 전 번역자들에게 19세기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1910년대 신문에 연재되던 번안 소설의 문체가 활용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마키아벨리의 ‘권모술수’를 배워라 그리고 가진 자들에게 맞대응 하라

    마키아벨리의 ‘권모술수’를 배워라 그리고 가진 자들에게 맞대응 하라

    속칭 진보의 멘붕이 거세다. ‘나치 치하’ 운운이 나오더니, 곧이어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삼은 빅토르 위고 원작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인기를 끌고, 근대 영국인들의 밑바닥 삶을 가장 잘 묘사해 냈다는 찰스 디킨스 소설을 한국적으로 변주한 단편소설집 ‘헬로 미스터 디킨스’가 출간됐다. 그게 얼마나 실체와 가까운지의 문제는 일단 밀쳐두고, 많은 이들의 속이 헛헛하단 얘기다. 그러면 이 책은 어떨까. ‘군주론’으로 유명한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의 일생을 다룬 ‘마키아벨리’(김상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이 책은 아예 표지에다 마키아벨리의 한마디를 써놨다. “울지 마라. 인생은 울보를 기억하지 않는다.” 억울하고 분하고 못참겠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술 마시며 이민가자고 푸념을 해댄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는 얘기다.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인 저자가 마키아벨리를 읽는 관점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이것이다. ‘권모술수는 약자의 미덕이다.’ 마키아벨리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가진 자들이 쓰는 권모술수가 무엇인지 꿰뚫어보고 그에 정확히 대응해 이겨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권모술수를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비도덕적이고 더러운 그 무엇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울며 어깨를 겯고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고 노래해 봐야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노예의 도덕’이 얼핏 머리에 스친다. 그 노예의 도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권모술수가 가진 자의 악덕이 아니라 약자의 미덕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가 마키아벨리를 두고 “힘과 권력을 가진 강자에게 권모술수를 가르친 음흉한 참모”가 아니라 “약자들의 수호성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군주론’에 드러난 마키아벨리식 사고방식이 당대에도 놀라운 것이긴 했다. 사후 40여년쯤 지난 1569년에 발행된 영어사전에 이미 ‘Machiavellian’이란 형용사가 등장하는데, 그 뜻은 ‘통치술에 있어서 권모술수를 부리는’이다. 그런데 이는 양 날의 칼이다. 교활한 수법을 공개해 버림으로써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생긴다. 가령 셰익스피어와 동시대 사람인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의 희곡 ‘몰타의 유대인’에는 마키아벨리가 등장하는데 그의 대사는 이렇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책에 대한 비난을 퍼붓지. 그러나 혼자 있을 때는 몰래 내 책을 읽는다네. 내 책을 몰래 읽은 자는 교황의 자리까지 차지하고, 내 책을 던져버린 자는 경쟁자들이 몰래 탄 독약을 성배처럼 들게 되지.” 어떻게 이런 해석을 하게 됐던가.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관심이 오직 조국 피렌체의 부국강병뿐이었다고 본다. 다른 건 부차적인 문제다. 왜. 저자는 마키아벨리 일생에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세 가지를 든다. 1479년 나폴리 왕국군의 침공, 1494년 프랑스 샤를 8세의 침공, 로마를 쑥대밭으로 만든 1527년 스페인군의 진군. 그의 조국 피렌체는 주변 강국들에 늘 시달렸다. 고통받는 피렌체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의 화신, 현대 정치공학의 선두주자로 간주하는 연구자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군주론’과 그 뒤에 나온 ‘로마사 논고’ 간의 불일치다. ‘군주론’에서 군주의 냉혹한 통치술을 설명하던 마키아벨리가 ‘로마사 논고’에서는 돌연 군주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공화정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엔 별로 이상하지 않다. 피렌체가 부국강병의 길로만 나간다면, 군주제든 공화정이든 별 의미가 없어서다. ‘군주론’은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다시 장악했을 때 쓴 글이다. 힘내라고 ‘군주론’을 썼건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렌체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걸기로 했다. 너희들이 나서서 뭔가를 바꿔보라고 주문한 것이, 그래서 자기로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고 밝히면서 쓴 책이 바로 ‘로마사 논고’다. 남들이 보기엔 여기에 붙었다 저기에 붙었다 이상한 행동이었을지 몰라도, 마키아벨리에게는 오직 피렌체의 부국강병 한 길이었다는 해석이다. “조국에 대한 나의 충성심과 공직자로서의 정직함은 내가 가진 가난으로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는다”는 게 마키아벨리의 자부심이다. 저자는 ‘군주론’이 냉혹한 체사레 보르자를 열심히 띄웠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본다. 저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즘은 사실은 ‘체사레주의’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까지 해뒀다. 왜 그랬을까.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다시 장악하기 위해 내세운 인물이 체사레 보르자였다. 거기다 체사레 보르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이었다. 당시 메디치 가문은 교황 레오 10세를 처음 배출해 냈다. 체사레 보르자는 비록 실패했지만, 같은 교황의 일족인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의 부국강병을 단호하게 추진해 달라고 기원한 것이다. 물론 자기를 참모로 써서. 마지막으로 마키아벨리 하면 시오노 나나미의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과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로마사 전공자들의 반응처럼, 르네상스 연구자인 저자의 평가도 냉혹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두고 “기초적인 사료 분석의 미숙함”, “역사가 아니라 일종의 수필”이라고 평하더니 마침내 “기존 사료를 모아다가 대충 얼버무리고 개인적 감상과 소회를 뒤섞는 것은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처럼 ‘글 쓰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까지 해뒀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봤다면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1만 8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참배정치/함혜리 논설위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007년 4월 유럽연합(EU) 순번의장 자격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을 찾았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국기가 달린 조화를 바치고 희생된 유대인을 추모한 뒤 방명록에 “인간성은 과거를 책임지는 것에서 싹튼다”고 적었다. 가해국인 독일의 지도자로서 진정한 참회와 함께 향후 외교정책 방향을 모두 내포하는 이 글은 국제사회에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치 지도자들의 참배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파장이 크게 달라진다. 누가 누구의 묘역을 참배했는지, 그곳에서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조문을 했는지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종전기념일이나 새해에 태평양 전쟁 때 A급 전범들이 일반 전몰자들과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이 참배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정치인들은 참배라는 의식을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참배정치’다. 대통령선거라는 메가톤급 이벤트가 있었던 지난해 참배정치가 자주 화제가 됐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의 행보와 메시지가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박근혜 후보는 국립현충원의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한 데 이어 경남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했다. 대선후보로서 공식일정의 하나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를 아는지라 국민대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동일하게 “역사에서 배우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우 현충원을 찾았지만 김대중 묘역만을 참배한 채 이승만·박정희 묘역은 참배하지 않았고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이 끝나고 계사년 새해는 밝았다. 1일 첫 일정으로, 박 당선인은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방명록엔 “국민 열망에 부응한 새 희망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새해 첫날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런 엇갈린 행보로는 진정한 화해와 통합이 힘들어 보인다. 국민들은 이 기시감을 언제까지 느껴야 할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부고] 최장수 노벨상 수상자 ‘세포 여인’ 伊 몬탈치니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던 이탈리아의 여성 신경생물학자 리타 레비 몬탈치니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103세. 그의 조카 피에라 네비 몬탈치니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점심 식사 뒤 마치 주무시는 것처럼 평온하게 생을 마감하셨다”고 전하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 대여섯시간씩 연구를 계속했다”고 회고했다. 1909년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30년대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반 유대법 때문에 대학을 그만두고, 자신의 침실을 실험실로 개조해 연구 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유명하다. 1951년 미국으로 이주해 워싱턴대학교에서 생물학 교수를 지냈으며, 세포성장 원인을 규명하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1986년 동료학자인 스탠리 코인과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세포 여인’으로 불린 그의 연구 성과는 종양, 발달상 기형, 노인성 치매 등 많은 질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발레·애니·다큐… 볼거리 풍성한 성탄절

    발레·애니·다큐… 볼거리 풍성한 성탄절

    ‘도로는 주차장이고 어디를 가도 북적거린다. 웬만한 카페나 레스토랑은 크리스마스 특별 요금이랍시고 바가지’라고 생각하거나, 연말 공연 티켓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면 성탄 연휴에 TV와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BS는 오는 24일 오후 6시 50분 드레스덴 젬퍼오퍼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 실황을 방송한다. 고전 발레의 완성자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1822~1910)의 안무를 아론 S 왓킨과 제이슨 비치가 새롭게 해석했다. 무대 장치는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과 슈트리첼마르크트(크리스마스 즈음에만 열리는 전통시장)에서 영향을 받았다. 로베르타 구이디 디 바노의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다. 소녀 마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한다는 줄거리는 다를 게 없지만 전개 방식이 특이하다. 보통 ‘호두까기 인형’은 1막에 등장하는 어린이 역을 성인 무용수들이 맡지만, 이 공연에서는 팔루카 국립무용학교 청소년들이 맡았다. 마리 역도 리디아 얀이 맡다가 꿈 속 장면이 시작되면 성인 발레리나 안나 메르쿨로바가 이어받는다. 벨로 펜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국립관현악단의 음악 역시 작품의 포인트다. 25일 오후 7시 35분에는 애니메이션 ‘공주가 된 올리비아’를 방송한다.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600만부 이상 팔려 나간 미국의 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안 포크너의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닮은꼴 올리비아와 스테파니 공주가 딱 하루만 서로 역할을 바꾸기로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이어 오후 8시부터 애니메이션 ‘괴물 그루팔로’를 방송한다. 영국 작가 줄리아 도널드슨이 쓴 그림책 ‘그루팔로’가 원작이다. 힘 없고 작은 생쥐가 숲속에서 교활한 여우를 만나 잡아 먹힐 위기에 처하자 그루팔로라는 상상 속의 괴물을 지어내 여우로부터 도망친다는 게 작품의 얼개다. 크리스마스에 빠지면 섭섭할 매컬리 컬킨 주연의 ‘나홀로 집에’도 방송된다. 채널 CGV는 25일 오후 1시부터 ‘나홀로 집에 1’과 ‘나홀로 집에 3’을 연속 방송한다. OCN에선 25일 오전 8시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의 모험담을 그린 픽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3’를, 10시부터 홀로 뉴욕으로 가게 된 케빈의 좌충우돌 모험을 담은 ‘나홀로 집에 2’를 방송한다. 지적 호기심이 넘치는 이들에겐 다큐멘터리도 나쁘지 않을 터.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24일 오후 7시 구약 성경에 대한 고고학적 접근을 담은 ‘숨겨진 성경의 비밀’을 방송한다. 고대 유대인의 기원과 아담과 이브 이야기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준다. 25일 오후 7시부터 예수 출생의 비밀을 다룬 ‘예수는 누구인가’와 예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본티오 빌라도를 재조명한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를 연속 방송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노벨평화상의 역설/함혜리 논설위원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만들어진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노벨상 6개 부문 중에서도 평화상은 특별한 권위를 부여받았다. 다른 상을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와 한림원 등에서 선정하는 것과 달리 평화상은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과 시상 권한을 갖고 있다. 노벨이 유독 평화상만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맡긴 이유를 두고 온갖 설이 분분하다. 유언장을 작성한 당시 노르웨이는 스웨덴에 합병된 상태였고, 노르웨이가 중재와 협상을 통해 각종 국제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했다거나, 노벨이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 겸 평화운동가를 워낙 좋아해 그렇게 정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아무튼 노벨은 유언장에서 ‘국가 간 우호, 군비 감축, 평화 교섭 등에 실질적 공을 세운’ 인물이나 단체에 상을 주도록 했다. 하지만 노벨의 숭고한 뜻과 무관하게 평화상은 정치적 시류에 따라 선정 기준이 정해지는 경향이 강해 종종 비난을 받았다.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도 193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적이 있다. 히틀러는 영국 체임벌린 총리와의 회담에서 더 이상 다른 나라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당시 노벨위원회에서는 이를 히틀러가 야욕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후보에 올렸다. 그해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됐으며 2차대전 기간인 1939~1943년 노벨 평화상 시상은 중단됐다. 반면 상을 받고도 남을 공적을 쌓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다섯 차례나 후보로 추천됐지만 결국 업적을 인정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2009년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취임 8개월밖에 안돼 업적을 쌓을 시간도 없었던 그를 선정한 데 대해 세계 최강국의 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너무 많이 작용했다는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올해 유럽연합(EU)의 수상을 두고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정위기로 남·북 유럽의 갈등이 고조되고, 유로존이 분열 일보직전인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역대 최악의 노벨평화상’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노벨의 사망일인 지난 10일 오슬로 시청에서 평화상 시상식이 열렸지만 결코 평화롭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영국·체코·스웨덴 등 6개국 정상은 일찌감치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고, 밖에서는 수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평화상이 분열의 상징이 되어가는 이 상황을 노벨이 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힐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깔깔깔]

    ●간절한 거래 표류당한 두 사람의 유대인이 구명 보트에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망망한 바다뿐이었다. 한 유대인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만약 저를 구해 주신다면 저의 재산의 절반을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희망이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풍랑만 심해질 뿐이었다. “오, 하느님. 살려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제 재산의 3분의2를 하느님께 바치겠습니다.” 다시 아침이 되어도 구원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 유대인은 다시 한번 간절한 기도를 시작하였다. “하느님! 제발 저의 목숨을 구해 주신다면 저의 재산….” 그때 다른 유대인이 소리쳤다. “이봐! 거래를 중단해! 저기 섬이 보여!”
  • ‘팔’ 비트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유엔 비회원 옵서버국 승격에 맞서 ‘불법 정착촌 건설’이라는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징수한 세금 송금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각료회의 시작 전 “우리는 처음부터 팔레스타인의 지위 승격은 (그에 합당한) 대응이 따를 것이라고 밝혀 왔다.”면서 “이번달 대리 징수한 세금을 팔레스타인에 송금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약 1억 20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세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현지 일간 하레츠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4년에 체결한 파리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대신해서 징수한 각종 세금을 매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송금해 왔다. 한편 미국과 영국이 팔레스타인의 유엔 옵서버국 승격에 대한 보복으로 불법 정착촌 건설을 발표한 이스라엘을 난타했다.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격상에 반대했던 미국과 기권표를 던진 영국이 이스라엘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일 워싱턴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사반중동정책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평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 역시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 위반으로 양측 간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나 영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의 변화는 아니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유엔이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비회원 옵서버국가로 격상시킨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서안과 동예루살렘에 3000여채의 신규 주택 건설안을 승인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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