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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비정규직을 견제하는 정규직/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열린세상] 비정규직을 견제하는 정규직/조성호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500년간 지속되었던 조선시대 신분제가 막을 내린 건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서다. 그런데 요즘 또 다른 의미의 신분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른바 수저 신분제다. 이 신분제에서 금수저는 태어날 때부터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부유층을 나타내고, 흙수저는 별달리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저소득 임금노동자를 일컫는다. 문제는 흙수저 안에서도 신분이 구분된다는 점이다. 상층부에는 정규직이, 말단부에는 비정규직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비정규직의 삶이 너무나도 열악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사망한 김모(19)군도 비정규직이었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의 희생자 14명도 비정규직이었다. 금속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어떤 조사에서는 비정규직의 산재 사망률이 정규직의 10배를 넘었고, 통계청 사망 자료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정규직의 사망 위험이 정규직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들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흐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고용주의 이익만 대변하려는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책임을 묻는 설명도 있다. 모두 타당한 설명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의 비협조와 견제 때문에 처우 개선이 더뎌지고 있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관련된 연구들도 상당한 편이다. 연구들의 대체적인 결론은 고용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규직은 자신들의 고용 지위를 유지하려고 비정규직을 보호 울타리에서 배제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규직의 직급이 상대적으로 하층에 있거나 비정규직을 잠재적인 경쟁자로 인식하면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감금된 유대인 중 일부는 무력감과 공포를 두 가지 방식으로 처리했다. 하나는 자신들을 감금한 독일 장교들과 동일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다른 유대인들을 핍박하는 것이었다. 각기 공격자와의 동일시와 수평적 폭력으로 불리는 이 심리 현상들은 무력감과 공포를 방어하는 방법으로 사용된 것이다. 사람들이 절대 무력과 근원적 불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에 처했을 때 권위자에게 의존하거나 다른 공격 대상을 찾아 나섬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정신분석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뛰어난 발견 중의 하나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 국민들이 히틀러를 동일시하여 유대인 학살 정책에 동조했던 것도 1차 세계대전 패배로 그들이 겪었던 무기력과 절망이 핵심 원인이었다. 가해자라 볼 수 있는 독일 국민과 피해자인 일부 유대인들이 사실상 동일한 무력감 극복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오염된 사과 상자를 방치하면 상자 안의 사과들은 모두 상한다. 다만 사과들이 상하는 데 순서가 있기는 하다. 제일 취약한 말단부의 사과가 먼저 상할 것이고 나름대로 튼실한 사과는 좀 더 오래 버틸 것이다. 하지만 사과들의 궁극적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 상하지 않은 사과가 먼저 상한 사과를 멀리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염된 사과 상자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좁게는 모든 임금노동자의 고용 불안감, 넓게는 우리 모두의 삶의 근원적 불안과 절망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 불안과 절망을 만들어 내고 있는 근본적인 사회구조, 즉 오염된 사과 상자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인들과 일부 유대인들이 빠졌던 수평적 폭력의 함정에 우리도 빠지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은 혼자 와서 죽었고 정규직은 셋이 와서 포스트잇을 뗀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희생자인 김모군을 추모하고자 시민들이 붙여 놓은 포스트잇 중 하나의 내용이다.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된다. 이 포스트잇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하든 120여 년 전의 갑오개혁과 같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오늘의 눈] ‘유대인들의 파워게임’ 된 미국 대선/류지영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유대인들의 파워게임’ 된 미국 대선/류지영 국제부 기자

    국제부에서 일하며 느끼는 가장 큰 안타까움은 불과 1~2개 면에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에서 아무리 의미 있고 중요한 사건이어도 우리와 큰 관계가 없다면 원고지 2~3매짜리 단신 기사로 쪼그라들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언론 현실에서도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지면을 할애받는 사안이 있다. 바로 미국 대선(현지시간 11월 8일)이다. 우리 언론은 민주·공화 양당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미 대선 기사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새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하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어떤 분야에선 우리 대통령보다도 한국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우리에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기도 하다. 힐러리 클린턴(민주)과 도널드 트럼프(공화)의 양자 대결이 된 미국 대선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둘 중 누가 당선돼도 미국 대선 역사의 새 장을 쓰게 된다는 것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양극화가 커지면서 중산층 이하 유권자들의 보수화도 강해졌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미국 언론이 잘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바로 유대인들의 금권정치 행태가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자금감시단체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가 공개한 올해 미 대선 관련 고액 정치후원금 기부자(메가 도너) 명단에 따르면 메가 도너 상위 10명 가운데 7명이 유대인이다. 이들과 별도로 유대인 석유재벌 코크 형제는 대놓고 “우리 입맛에 맞는 후보에게 후원금을 몰아주겠다”며 공화당 대선 후보 5명을 자신의 리조트로 불러 면접을 봤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부자 형제의 기부금을 타내려 머리를 조아렸다. 클린턴은 젊은 시절부터 월가와 친분을 쌓은 대표적 ‘친유대계’ 후보로, 외동딸 첼시의 남편 마크 메즈빈스키(헤지펀드사 운영)가 유대인이다. 트럼프 역시 맏딸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시너(언론사 경영)도 유대계로 트럼프와 이스라엘 커뮤니티 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두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한목소리로 ‘부자 증세’를 외치지만 사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슈퍼 리치’ 유대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에 반발해 월가 개혁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민주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역시 유대인이다. 이쯤 되면 올해 미국 대선은 ‘유대인의, 유대인에 의한, 유대인을 위한 선거’라고 규정해도 될 것 같다. 유대인들의 금권정치는 때론 ‘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얼마 안 되는 힘으로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고삐’를 쥘 수 있었던 이들의 노하우만큼은 우리도 꼭 배웠으면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영토 문제로 주변국들과 대립하며, 일본이 과거사 부정 등으로 갈등을 노골화하는 이 시점에 우리도 ‘생존을 위한 고삐’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superryu@seoul.co.kr
  • ‘언론인 퓰리처’의 두 얼굴

    ‘언론인 퓰리처’의 두 얼굴

    퓰리처/제임스 맥그래스 모리스 지음/추선영 옮김/시공사/968쪽/4만원 19세기 미국 언론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조지프 퓰리처(1847∼1911)에게는 ‘언론계의 독립투사’며 ‘민주주의적 정의의 수호자’라는 찬사가 붙는다. 하지만 일반인에겐 ‘퓰리처상’으로 익숙한 그 이름엔 찬란한 명성과 달리 ‘황색 언론(옐로 저널리즘)의 시조’란 불명예가 곁들여진다. 퓰리처는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은 ‘권력의 감시자는 왜 눈먼 왕이 되었는가’라는 부제만큼이나 극적인 평전이다. 각종 기록을 바탕으로 퓰리처의 흔적들을 훑어 엮어낸 언론인, 사업가, 정치인으로서의 퓰리처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으로 미국에 귀화한 퓰리처는 탁월한 기자였다. 날카로운 폭로 기사로 권력자들과 부자들을 떨게 했고 그 기사로 인한 숱한 위협과 어려움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부패한 정치인과 부자의 부정 탓에 일반 대중과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에 분노해 잘못과 부정의 폭로를 무엇보다 큰 소명이라고 여겼다. 스무 살 때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독일어 신문 ‘베스틀리헤 포스트’ 기자가 된 게 언론계 활동의 시작이다. 성실하고 끈질긴 취재와 거침없는 비판 기사로 금세 유명해졌고 정치권에도 진출했다. 기자의 능력을 인정받은 퓰리처는 사업가로도 빼어난 수완을 발휘해 짧은 기간에 거대 신문사의 총수로 우뚝 섰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신문을 인수해 언론사 경영을 시작한 뒤 서른여섯에 ‘뉴욕 월드’를 인수하며 친동생이 운영하던 신문사 ‘뉴욕 모닝 저널’의 편집국장을 몰래 스카우트하기도 했다. ‘모호하거나 부정확한 기사는 죄악’이라고 천명했던 퓰리처는 뉴욕 월드 신문사의 간판을 ‘월드’로 바꿔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거대권력으로 일궈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었던 월드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문을 찍어낼 종이를 만들기 위해 하룻밤 새에 2만 4200㎡의 가문비나무가 사라졌고 성서를 통째로 인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납 활자세트가 매일 새로 제작되었다. 대통령 후보 희망자라면 누구든 퓰리처에게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월드는 퓰리처가 그토록 배척했던 권력을 그대로 답습한다. ‘황색 언론’의 탄생도 그런 차원의 아이러니로 소개된다. 월드의 인기 만화캐릭터 ‘노란 아이’(yellow kid)를 놓고 경쟁지인 ‘뉴욕 저널’과 진흙탕 싸움을 벌인 게 ‘황색 언론’의 시작이다. 뉴욕 저널과 극심한 경쟁을 벌이면서 월드의 수준은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쿠바의 독립운동을 놓고 미국·스페인 전쟁을 부추기는 선정적 기사들을 쏟아낸 건 언론사 간 경쟁의 으뜸 폐해 사례로 회자된다. 특히 신문팔이 소년들의 생계를 위협한 신문사 간 담합을 주도한 일은 노년의 퓰리처를 가장 진흙탕에 빠뜨린 사건으로 기록된다. 퓰리처상을 놓고도 좋지 않은 후문이 전한다. 퓰리처가 자신의 부정, 비리를 무마하려 1903년 컬럼비아대에 저널리스트 교육을 위한 기금으로 2만 2000달러를 기증해 신문학부가 창설됐으며 퓰리처 사후 유언에 따라 퓰리처상이 제정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의 일대기를 훑어낸 이 책은 흑과 백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61세부터 시력을 잃어 소리에 의존했던 퓰리처는 말년에 ‘자유호’를 타고 유람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죽기 전 월드 신문사의 한 논설위원에게 털어놓았다는 속마음은 독자들에게 ‘언론인 퓰리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신께서는 ‘월드’를 위해 내 눈을 가져가신 게 틀림없네. 이제 나는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은둔자가 되었으니 말이지. 나는 눈먼 정의의 여신처럼 냉담하고 그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는 사람이 되었네. 친구도 하나 없어. 그러니 ‘월드’는 완전히 자유로운 언론이지 않겠나.”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트럼프 지지 네티즌 ‘유대인 혐오 상징’ 유행

    구글 스토어 자동프로그램 삭제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 사이에 유대인 혐오를 상징하는 ‘3중 괄호’(에코)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3중 괄호 ‘((( )))’는 “유대인이 말을 하면 언론이 이를 부각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이들의 말이 메아리처럼 퍼져 나간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때문에 ‘에코’라고도 불린다. 이런 3중 괄호는 나치 추종자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만든 기호로, 최근에는 유대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나오면 그 주변에 3중 괄호를 자동으로 치는 프로그램까지 나돌고 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트위터 등에 따르면 미국의 우익 성향 네티즌들이 트윗이나 인터넷 게시물을 쓸 때 유대인 이름을 3중 괄호로 둘러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슈아 바르 예호세프’라는 유대인 이름이 나오면 이를 ‘(((예슈아 바르 예호세프)))’라고 쓰는 식이다. 이런 행위는 ‘알트라이트’(대안 우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온라인 보수성향 네티즌들이 퍼뜨리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다문화주의나 이민 확대를 반대한다. 유대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을 기억해 뒀다가 브라우저에서 자동으로 3중 괄호를 쳐서 보여 주는 ‘코인시던스 디텍터’라는 구글 크롬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익스텐션)이 퍼져 나갔다. ‘알트라이트미디어’라는 이름을 쓰는 개발자 그룹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 이 익스텐션은 구글이 지난 2일 크롬 스토어에서 삭제할 때까지 약 2400건 다운로드됐다. 알트라이트미디어는 알트라이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스스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구글은 “인종이나 종교, 장애, 성, 성적 아이덴티티 등에 입각해 인간 집단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증오발언 금지 정책에 따라 코인시던스 디텍터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우익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 3중 괄호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부 유대인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들이 자신의 이름에 이 기호를 두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공격의 대상이 되는 유대인에게 연대의 뜻을 표시한다는 의미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칸영화제 보러 프랑스까진 못 가도… 황금종려상 상영 놓칠 수 없다

    칸영화제 보러 프랑스까진 못 가도… 황금종려상 상영 놓칠 수 없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 4편 매주 소개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이 6월 시네프랑스 프로그램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스페셜’로 꾸린다. 프랑스 영화 중 황금종려상 수상작 네 편을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한 편씩 소개한다. 7일 첫 순서는 3년 전 압둘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물론 이례적으로 주연 배우인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에그사르코풀로스에게까지 황금종려상을 안겼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다. 평범한 소녀 아델이 우연히 만난 파란 머리 소녀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성애가 소재라 올해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가장 많이 비교되기도 했다. 14일에는 거장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두 번째 황금종려 수상작 ‘아무르’가 상영된다.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등을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품은 작품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십 년간 변치 않은 사랑을 나누다가 병마와 마주하게 된 80대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21일 세 번째 순서는 폴란드 출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의 합작품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유대인 강제 거주 구역을 탈출한 폴란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어난 남자의 예술과 삶에 대한 의지를 그려 2002년 칸에서 극찬을 받았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랑 캉테 감독의 ‘클래스’가 28일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다. 프랑스 이민자 마을의 한 학교에서 실제 학생, 교사와 함께 촬영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다. 프랑스 사회를 축소한 것 같은 교실을 통해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뤘다. 로랑 캉테는 프랑스 영화감독으로는 모리스 피알라(‘사탄의 태양 아래서’) 이후 21년 만에 황금종려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관람료 90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칸 황금종려상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칸 황금종려상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예술영화전용관 아트나인이 6월 시네프랑스 프로그램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스페셜’로 꾸린다. 프랑스 영화 중 황금종려상 수상작 네 편을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한 편씩 소개한다. 7일 첫 순서는 3년 전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은 물론, 이례적으로 주연 배우인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에그사르코풀로스에게까지 황금종려상을 안겼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다. 평범한 소녀 아델이 우연히 만난 파란 머리 소녀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성애가 소재라 올해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가장 많이 비교되기도 했다.  14일에는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두 번째 황금종려 수상작 ‘아무르’가 상영된다. 2012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등을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품은 작품이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십 년간 변치 않은 사랑을 나누다가 병마와 마주하게 된 80대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21일 세 번째 순서는 폴란드 출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의 합작품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유대인 강제 거주 구역을 탈출한 폴란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어난 남자의 예술과 삶에 대한 의지를 그려 2002년 칸에서 극찬을 받았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로랑 캉테 감독의 ‘클래스’가 28일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다. 프랑스 이민자 마을의 한 학교에서 실제 학생, 교사와 함께 촬영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다. 프랑스 사회를 축소한 것 같은 교실을 통해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뤘다. 로랑 캉테는 프랑스 영화 감독으로는 모리스 피알라(‘사탄의 태양 아래서’) 이후 21년 만에 황금종려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관람료 9000원.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트럼프의 딸, 자식 사진 공개…美대선은 가족들의 전쟁?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69)의 큰 딸 이반카(35)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식들 사진을 공개해 화제에 올랐다.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이반카는 딸 아라벨라(4)와 아들 조셉(2)이 갓 태어난 시어도어를 안고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반카가 '내 심장을 녹인다'라고 표현할 만큼 이 사진은 남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 언론들이 개인 SNS 계정에 공개된 이 사진에 주목하는 이유는 역시 할아버지가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는 3번의 결혼을 해 가족 구성이 복잡하다. 먼저 트럼프는 1977년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와 결혼한 후 1992년 이혼했으며 이듬해 미인대회 출신인 메이플스와 결혼했다. 그러나 6년 후인 1999년 메이플스와 이혼한 트럼프는 현재까지 슬로베이니아 출신의 모델 멜라니아(45)와 살고있다. 이처럼 3번의 결혼을 통해 트럼프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총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있다. 이중 미디어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이반카(35)다.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이반카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해 그야말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다. 아버지의 대선 출마와 더불어 더욱 큰 주목을 받은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도 열정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트럼프 선거캠프 측도 이반카를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최종병기'라고 평가할 정도. 이같은 이유로 이반카가 자신의 SNS 계정에 아이들의 모습을 올리는 것을 단순한 '자랑질'로 보는 사람은 없다. 특히 여성에 대한 '막말'로 잦은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 입장에서는 이반카의 활동이 반 여성적 이미지를 완화시켜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반카는 29일에도 시어도어의 독사진까지 올리며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차기 대통령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도 남편 빌 클린턴은 물론, 외동딸 첼시(36)까지 캠프에 합류시켜 맞불을 놓고있다. 첼시 역시 임신한 몸으로 어머니의 유세현장에 동행, 지지를 호소했으며 힐러리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도 손수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 맨해튼 거리를 산책하는 일가족의 모습이 사진과 함께 보도된 바 있다. 이 사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 그리고 딸 첼시와 사위 마크 메즈빈스키의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특히 첼시는 딸 샬럿이 타고있는 유모차를 끌고 있으며 그녀의 배 속에는 올해 여름 태어날 둘째가 자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부모들끼리는 서로 물어뜯고 싸우지만 이반카와 첼시는 알고 보면 '절친'이라는 사실이다. CNN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후원회장을 맡을 정도로 친하다고 전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맨해튼에 살며 남편도 유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팔 평화 먹구름 몰고 온 이스라엘 국방장관

    러시아 출신 리에베르만 장관 UN서 “평화는 수십년 후에” 발언 前총리 “파시즘의 싹이 텄다” 비판 베냐민 네타냐후(67)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연정에 극우 성향 정당이 새로 합류하기로 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상대방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은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리쿠드당 중심 연정에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스라엘은 우리의 집)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리쿠드당이 이번 연정 체결 대가로 자신들의 몫이던 국방장관 자리를 베이테누당 당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57)에게 내줬다”고 덧붙였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은 4년 임기의 의회 의원 120명을 전원 비례대표 정당투표 방식으로 선출한다. 건국 이후 한 번도 과반(61석 이상) 정당이 없어 연정이 일상화돼 있다. 우익 성향의 리쿠드당은 1992년부터 중앙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지금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30석)이 4개의 소수 정당과 연대해 61석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인 리에베르만은 1999년 러시아계 유대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베이테누당을 만들었다. 그는 리쿠드당과의 연정을 통해 2009~2012년, 2013~2015년에 외무장관을 맡았다. 장관 재임 시절 끊임없이 뇌물 수뢰 혐의와 설화로 논란이 돼 왔다. 그의 극우적 성향은 네타냐후 총리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중동 전문가들은 그에겐 팔레스타인과 평화롭게 지낼 생각 자체가 없으며 무력을 써서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제하고 싶어 한다고 본다. 2010년 유엔 총회에서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는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야 가능하다”고 말해 중동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민생을 외면하고 팔레스타인 문제 등 이념적인 부분만 중시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정 파트너 가운데 한 곳이라도 탈퇴할 경우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고 리쿠드당이 1당 자리를 내줄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리에베르만 역시 ‘포스트 네타냐후’ 시대를 이끌 유력 총리 후보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정 합의와 새 국방장관 임명에 대해 이스라엘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에후드 바라크는 “이스라엘 정부에 파시즘의 싹이 텄다”고 비판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 정당과의 연정’이라고 표현한 보도를 봤다”면서 “베이테누당이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 다시 악화 전망? 온건파 국방장관 사임 닷새 만에 초강경파 극우주의자 후임 장관으로

     “극단주의의 위협이 이 나라를 뒤덥고 있다.”  대표적인 온건파인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그는 이스라엘 내에 팽배한 극우세력을 비판하며 조국의 앞날을 우려했다. 아얄론 전 장관이 겨냥한 극우세력의 수장은 다름아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최근 도덕적, 전문적 현안을 두고 총리와 강한 불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집권 리쿠드당 내에서도 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 아얄론 전 장관은 그간 강경파인 네타냐후 총리와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고 AFP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이 주된 논쟁 주제였다.  그리고 불과 닷새만인 25일 우려가 현실로 돌변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정치인인 아비그도르 리버만을 새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극우정당인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리버만이 네타냐후 총리와 새 연정에 합의한 직후 주어진 보상이었다.  주변국들은 긴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기존 강경노선을 강화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고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리버만은 이날 오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연정 확대는 이스라엘이 우리 앞에 직면한 과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정부의 안정성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도저’란 별명을 지닌 리버만은 “균형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으나 그동안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 반대해 온 대표적인 강경주의자다. 리버만 자신이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에 단초를 제공한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거주한다. 네타냐후 총리 재임 시절 두 차례 외무장관을 맡기도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 “강경 매파인 리버만의 재등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상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새 영화] ‘레이스’

    [새 영화] ‘레이스’

    독일 나치 체제에서 개최됐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 하면 우리는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 경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일제강점기 한민족에게 기쁨과 울분을 동시에 안겼던 손기정이 떠오른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단거리 육상 선수 제시 오언스를 기억하기 십상이다. 흑인으로 당당히 올림픽 4관왕을 차지한 그는 아리안 인종의 우수성을 올림픽을 통해 입증하려던 아돌프 히틀러의 꿈을 무너뜨린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스’는 바로 제시 오언스와 베를린올림픽을 다룬 영화다. 육상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오언스(스테판 제임스)가 백인 코치 래리 스나이더(제이슨 서디키스)를 만나 난관을 극복하고 올림픽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히틀러가 왜 오언스와 악수를 하지 않았는지 여러 설이 분분한 가운데 이 영화에서는 상당히 미국적인 시각에서 이 대목을 해석한다. 당초 100m, 200m, 멀리뛰기에만 출전할 예정이었던 오언스가 400m 계주까지 나가 역사를 쓰게 된 비화 또한 흥미롭다. 단거리달리기보다 멀리뛰기가 가장 결정적인 종목으로 다뤄지는 점도 재미있다. 규칙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멀리뛰기 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몰린 오언스가 독일 선수 루츠 롱의 도움으로 결승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둘은 스포츠맨십으로 쌓아 올린 우정을 계속 이어 갔다고 한다. 에피소드 자체는 관객들의 구미를 잡아당길 요소가 많은 반면 전체적으로 캐릭터와 이야기 흐름이 밋밋한 편이다. 카메라는 그저 잔잔하게 오언스를 따라갈 뿐이다. 영화는 오언스가 영웅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인종차별 문제에서는 유대인을 차별했던 당대 독일 못지않았던 미국의 씁쓸한 현실을 꼬집으며 막을 내린다. 오언스 같은 불세출의 스타가 나왔지만 미국 내 인종차별은 계속된다. 올림픽 역사를 살펴봐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경주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던 토미 스미스는 시상대에 올라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동메달리스트 존 카를로스와 함께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다. 미국 내 인종차별에 항의한 유명한 사건이다. 원래 제시 오언스 역에는 존 보예가가 캐스팅됐다고 한다. 하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에 발탁돼 중도 하차했다. 12세 관람가. 25일 개봉.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신이 죽은 시대’ 인간이 사는 힘은

    ‘신이 죽은 시대’ 인간이 사는 힘은

    무신론자의 시대/피터 왓슨 지음/정지인 옮김/책과함께/832쪽/3만 8000원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버렸다. 우리가 신을 죽인 것이다.” 1882년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이 단호한 선언은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렀고 여전히 회자되는 명언이다. ‘신의 죽음’ 이후 인간이 의지할 존재로서 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방법을 찾았을까. 실제로 니체는 신 없는 세상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이제 어디에서 위로를 얻을 것인가.” 이 책은 그 대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니체의 선언이 있은 뒤 신이 사라진 세계를 개탄하며 고통스러워한 이들도 있었지만 남겨진 것들에서 살아갈 힘을 길어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오히려 그 세상에서 더욱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더욱 진지하고 치열하게 성찰한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영국 출신의 언론인이자 지성사가인 저자는 바로 그들을 주목한다. 니체 직후 세대부터 현재까지 거대한 문화 캔버스를 가로지르며 숨 가쁘게 연대기적으로 조망했다. 문학에서 미술, 철학, 심리학과 정치운동, 세계대전과 극예술 대중문화까지를 832쪽의 방대한 서사로 엮어 놓았다. 놀랍다. 종교적 신앙이 사라진 곳에서 대담하게 피어난 새로운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책에 드러난 극복의 방안은 이렇게 압축된다. 모든 것에 존재하는 끈질긴 실체성, 절정의 순간, 작은 기쁨, 휴일의 삶, 자발적 긍정…. 프루스트가 말한 ‘지복의 순간들’, 입센의 ‘정신적 가치의 섬광들’, 예이츠가 강조한 ‘황홀한 긍정의 짧은 순간’이 모두 그런 화두로 꿰어진다. 전체성과 단일성에서 벗어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순간을 붙잡으려 노력한 결과물들이다. 특히 저자는 ‘전체성’이나 ‘단일성’이라는 관념의 퇴조야말로 20세기에 이뤄진 큰 성취라고 꼽는다. 그런 차원에서 1·2차 세계대전기 문화·사회상의 변화를 꼼꼼하게 정리해 흥미롭다. 1차 세계대전 무렵 니체는 “새로운 무엇이 되고 새로운 무엇을 나타내고 새로운 가치들을 표상하라”고 제안했다. 그 말은 바로 기성의 고급문화에서 소외된 아방가르드에 대한 의미의 부여다. 실제로 표현주의 시인 에른스트 블라스는 독일제국 시기 베를린의 카페 생활을 이렇게 묘사한다. “내가 한 일은 당시의 거대한 속물주의에 맞선 전쟁이었다. 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이들은 누구보다도 반 고흐와 니체, 프로이트, 베데킨트였다. 사람들이 원한 것은 합리주의 이후의 디오니소스였다.” 저자는 2차대전으로 인류는 ‘0시’에 도달했고 장기적 결과와 마주했다고 쓰고 있다. 들끓는 전쟁과 점령 상황 속에서 결실을 맺은 실존주의의 태동, 미국 사회에서 깊이 각인된 자유방임적 방향 전환, 홀로코스트가 유대인들의 생각에 남긴 영향이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남긴 이 세 가지 결과는 커다란 사건이었으며 무력 충돌이 다 끝난 뒤에도 종교적 맥락과 세속적 맥락에서 오래도록 사상과 문화를 형성했고 오늘날까지도 계속 형성하고 있는 관심사들이다.” 니체의 ‘신의 죽음’ 선언 이후 형성되고 세상에 영향을 미쳐 온 일들을 놓고 저자는 이렇게 압축해 표현한다. “자기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면 나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론의 끝은 이렇게 맺어진다. “사람은 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성의 빛 속에서 걷기보다는 스스로 다음 시대의 예언으로서 걸어야 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애완견에게 ‘나치 경례’ 훈련시킨 남자 체포된 사연

    애완견에게 ‘나치 경례’ 훈련시킨 남자 체포된 사연

    애완견에게 나치를 찬양하는 거수경례를 가르친 남자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최근 스코틀랜드 경찰은 노스래넉셔 코트브리지에 사는 마커스 미찬(28)을 증오범죄(hate crime)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한 남자의 분별없는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지역사회는 물론 유럽인들의 큰 분노를 일으킨 이 사건은 지난달 중순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발단이었다. 지역 콜센터에서 일하는 미찬은 여자친구의 애견인 퍼그종 붓다에게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장면을 보여주며 그를 찬양하는 행동을 가르쳤다. 나치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를 위해)이라는 말을 들으면 앞발을 들어 나치식 거수경례를 흉내내거나 '유대인에게 가스를'(Gas the Jews)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서 팔짝팔짝 뛰게 하는 행동을 가르친 것.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돼 조회수 100만 건에 육박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영상이 파문을 일으키자 미찬은 유대인 커뮤니티에게 사과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미찬은 "나는 절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면서 "여자친구를 짜증나게 할 목적으로 만든 장난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대인 커뮤니티에 심려를 끼쳐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유대계 단체 측은 "600만 명을 죽음으로 이끈 사건을 재미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코틀랜드 경찰 대변인은 "미찬의 행동은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면서 "문제의 영상은 매우 모욕적이고 공격적이며 상식에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상에 이같은 게시물이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독일 치하 덴마크 어른들 오명 씻은 소년들의 투쟁사

    독일 치하 덴마크 어른들 오명 씻은 소년들의 투쟁사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필립 후즈 지음/박여영 옮김/돌베개/248쪽/1만 3000원 1940년 4월. 히틀러의 독일이 북유럽 침공을 개시한다. 타깃은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웃사촌이었지만 침입자에 대한 두 나라의 대응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덴마크 정부는 ‘늑대 같은 영국, 프랑스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독일의 우회적인 항복 메시지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였다. 노르웨이는 달랐다. ‘전쟁기계’ 독일군에 맞서 치열한 항전을 벌였다. 뭍에서 밀리면 바다에서 저항을 이어갔다. 덴마크인들 끓는 피가 없을까. 소심한 어른들의 나약한 결정에 반발한 젊은이 몇몇이 반기를 들었다. 새 책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덴마크 점령에 맞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저항운동을 벌인 십대 소년들의 투쟁기를 담고 있다. 덴마크 여행 중 우연히 레지스탕스 박물관을 찾은 저자는 ‘처칠 클럽’ 특별전을 통해 덴마크 저항운동의 불꽃을 피운 용감한 소년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당시 생존했던 ‘처칠 클럽’의 리더 크누드 페데르센의 입을 통해 잊혀진 역사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재구성해 냈다. 덴마크는 작은 나라다. 자연자원도 적다. 그런데도 비싼 비용 들여 침공을 강행한 이유는 뭘까. 독일이 노린 건 세 가지였다. 먼저 덴마크 철도다. 이를 통해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 막대한 양의 철광석을 실어올 수 있었다. 철광석은 무기제조에 필수적인 재료다. “철광석 없이 전쟁을 치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한 독일군 장성의 말에서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병참이다. 덴마크의 비옥한 땅에서 나는 농축산물은 독일군을 먹여살리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은 히틀러의 친덴마크 성향이다. 히틀러는 덴마크 사람들을 완벽한 인간, ‘지배 인종’의 전형이라 생각했다. 금발에 파란 눈은 엘리트 종족의 표상처럼 보였다. 그러니 이런 나라는 당연히 자신의 휘하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터다. 청소년들이 처음 벌인 저항운동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독일어로 된 표지판을 망가뜨리고 독일군의 전화선을 끊는 것이었다. 전략 요충지 올보르로 이사한 후에는 ‘처칠 클럽’이라는 덴마크 최초의 레지스탕스 단체를 결성해 본격적인 저항운동에 나섰다. 비록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활동”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투쟁은 덴마크인 모두의 저항정신과 결속을 이끌어냈다. 2차 대전을 통틀어 가장 극적인 일화 중 하나인 ‘덴마크 유대인 구출 작전’도 바로 이때 전개됐다. 덴마크 사람들 스스로 ‘히틀러의 애완 카나리아’라는 오명을 씻어 낸 셈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펼쳤더니 길이 열렸다

    책은 스승이다… 명사 5인이 꼽은 ‘내 인생의 책’ 인생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찾기 힘들 때 나도 모르게 읽는 그런 책이 있다. 우리는 ‘책의 힘’을 쉽게 잊곤 한다. 그래도 책은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우리 곁을 묵묵히 지켜준다. 영화감독 이준익, 연극연출가 김광보, 소설가 정유정과 편혜영, 출판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등 5명은 ‘세상의 모든 책’을 가리켜 스승이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내 인생의 책 스승’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영화감독 이준익 / 박석무 ‘다산 정약용 평전’ ‘내 인생의 스승이 된 책’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한 타이틀이라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주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을 꼽아 달라면 ‘다산 정약용 평전’이 있다. 외국의 화폐 인물들은 근현대 인물이 많은데 우리는 맨날 조선 시대 인물들이다. 근대 인물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식민사관의 피동적 근대성보다는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런 인물 중 정약용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조선의 주체적인 근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근대를 주체적으로 이룩하지 못한 공동체는 미래를 설계하는 데 갈팡질팡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대는 근대로부터 이어진 건데 피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 능동적 근대에 기댈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과거 근대성에 대한 관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천년 누적된 문화의 잠재력을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재구성, 재생산해 내는 근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약용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싶기는 한데 장담할 수 없다. 영화로 만들 만한 사건이 부족하다. 정약용의 형제들이 시대와 불화를 겪었던 것들이 있기는 한데 픽션을 함부로 가미하면 본질이 호도되고, 지나치게 사실에 근거하면 영화적으로는 불리해 고민이 많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영화로 만든 까닭도 능동적 근대성의 연장선에서다. 연극연출가 김광보 / 파드마 삼바바 ‘티벳 사자의 서’ 1998년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 ‘뙤약볕’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소설을 정독하는 과정에서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정신이 티베트 불교라는 걸 알게 됐다. 작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티베트 불교의 경전인 ‘티벳 사자의 서’를 읽게 됐다. 사람이 죽기 직전이나 죽은 후 49일 동안 읽어 주는 경전으로, 생의 근본 진리를 설파하며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보게 하고 존재의 본질을 깨닫게 해 준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다. 난해함이 가실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삶의 본질과 맞닿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동안의 삶도 성찰하고 앞으로 가야 할 올바른 길도 모색했다. 여러모로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이전엔 삶도 팍팍했고 앞만 보고 가기에 급급했다. 책을 읽고 난 뒤엔 한 작품이 끝나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결과물이 나오게 됐는지 돌아보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계획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올린 작품들을 검증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게 됐다. 성찰을 토대로 앞으로 나갈 힘을 얻게 된 것이다. ‘티벳 사자의 서’에 담긴 정신은 소설 ‘뙤약볕’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뙤약볕’은 말(言)을 숭배하는 한 섬에서 말을 잃어버린 배경과 말을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지를 보여준다. ‘뙤약볕’ 이후 무대에 올린 작품들에도 ‘티벳 사자의 서’의 정신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 한 작품에 통째로 담겨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다. 소설가 정유정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내 인생에 스승이 된 책은 유대인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예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를 결정해 주는 책이죠.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던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다 그곳에서 잃었어요.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느낀 게 하나 있었죠. 프랭클 박사는 누가 수용소에서 죽고 누가 살아남았는지 관찰해 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사람들이었죠. 나치들이 아침에 멀건 커피 한 잔을 줘요. 물도 제대로 없는 상태라 보통 사람들은 그걸 홀라당 마셔 버리겠죠.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수를 했던 거예요. 그 더러운 데서 인간의 얼굴을 깨끗이 유지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고 밑바닥까지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죠. 배가 너무 고파도 더 죽기 직전인 사람들에게 조그만 빵 한 조각을 양보하는 이들도 살아남았어요. 저자가 얻은 결론은 인간으로서 품위와 위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더라는 거예요.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힐링’(치유)이란 건 누군가에 의해서나 여행으로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는 걸 일러줘요. 2014년 2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간 걸으며 밤에 힘겨울 때마다 이 책을 읽었어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나를 완전히 던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제 인생이 이런 자유의지가 필요했던 인생이었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소설가 편혜영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단 한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은 언제나 망설여진다. 게다가 스승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니, 근사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재밌거나 진중하기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 좀 더 망설였다. 엄히 꾸짖는 책이 아니라 격려해 주는 책, 철없는 질문과 한탄을 어리석게 여기지 않는 책, 패턴을 벗어나라고 말해 주는 책, 질서에서 자유로운 책, 세상을 의심하고 인간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부추기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어떤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잘 모른다. 과학은 매번 스스로를 교정한다거나 과학적 사고에는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잊지 않지만 행성이나 은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물리학의 설명은 늘 막연하다. 삶을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 때, 사람들에게 화가 날 때,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여느 날보다 울적할 때 무척이나 커다란 백지에 아주 작은 점으로 놓인 나를 상상할 때가 있다. ‘나’는 더 작아지고 세계와 우주는 끝없이 팽창한다. 그런 상상을 반복하면 인간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헤아리게 되고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싶어진다. 물론 그 방법을 ‘코스모스’라는 책이 가르쳐 주었을 리 없다. 오래전의 친구가 말해 준 방법이다. 그러나 우주와 세계의 질서를 헤아리다 보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변덕스럽고 미약한 존재여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출판인 장은수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무엇을 했을까. 베르길리우스를 읽었다. 그리고 ‘신곡’을 썼다. 베르길리우스를 길잡이 삼아 지옥으로부터 천국으로 올라서는 길을 열었다. 재미없고 무료하게 살아가던 이달고는 무엇을 했을까. 이야기책을 읽었다. 그리고 돈키호테가 됐다. 기사 소설을 모범 삼아 타락한 세상을 정의가 널뛰는 모험의 무한 공간으로 발명했다. 세속보다 오히려 타락한 종교에 분노한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 성서를 읽었다. 거룩한 서기들의 어깨에 올라서서 모든 이가 사제 없이 직접 신을 만나는 혁명을 이룩했다. 쫓겨 간 혁명가 마르크스는 무엇을 했을까. 대영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자본’을 발표했다. 결국은 인간 자신마저 괴멸할 돈의 무차별한 전진을 폭로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꿈꾸도록 했다. 아아, 나는 이 모든 책을 읽었다. 말씀으로써 스승이 무명을 깨쳐 제자의 지혜를 꽃피우듯, 책은 삶의 갈래마다 선바위로 서서 내 안의 길을 일으켰다. 모든 책은 수업이다.‘읽기 중독’이 내 정체성이다. 나는 책에서만 길을 찾는다. 나는 문자로 이뤄졌다.
  • [글로벌 인사이트] 성난 민심 등에 업은 ‘비주류’… 그들을 키운 건 분노

    [글로벌 인사이트] 성난 민심 등에 업은 ‘비주류’… 그들을 키운 건 분노

    # 1. 필리핀 대선을 목전에 둔 이달 초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선 ‘비주류’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후보에 관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1989년 다바오시 교도소 폭동 당시 무참히 살해된 호주인 여성 선교사를 비하하는 그의 발언은 곳곳에서 공분을 샀다. “마약밀매자나 강도들은 필리핀을 떠나는 게 좋다. 내가 그들을 죽일 거니까” 등 충격적 발언이 잇따랐지만 그뿐이었다. 대선 직전 페이스북을 도배한 건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젊은 층의 환호였다. 두테르테가 시장으로 일하는 다바오시가 필리핀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을뿐더러 세계 10위권에 들 만큼 안전한 도시라는 현지 언론의 찬사가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다. 필리핀은 연간 70만건 가까운 강력범죄 발생으로, 범죄 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한 20대 필리핀 여성은 페이스북에 “젊은 층의 두테르테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 2.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예약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의 곁은 낯선 ‘주변인’ 일색이다. 연단에 오를 때마다 어김없이 좌우에는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인 아내 멜라니아와 딸 이반카가 자리한다. 보수단체 출신이란 것 외에 알려진 게 없는 코리 르완도스키는 실무를 총괄하는 실세다. 여기에 멘토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가다 당적을 버린 무소속이다. 좌장격인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도 5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비주류에 속한다. 당내 경선 경쟁자였다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벤 카슨은 공화당의 대표적 아웃사이더다.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지구촌을 뒤흔든 비주류의 부상은 ‘분노의 정치’나 ‘나쁜 남자 전성시대’로만 바라보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은 양상을 띠고 있다. 트럼프는 애국주의를 설파하고, 공공연히 이슬람 문명과의 충돌을 부추긴다.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조차 금기어로 삼던 ‘이슬람과의 전쟁’을 대놓고 강조하는 셈이다. 트럼프는 모든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그에 대한 전국 지지율은 40%로,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에 불과 1% 포인트 뒤졌다고 로이터는 11일(현지시간) 전했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두테르테 역시 기성 정치에선 보기 어려운 극단적 발언들을 쏟아냈으나 지난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했다. 1946년 필리핀 독립 이후 70년간 이어온 유력 가문 중심의 정치를 단박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면에는 치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읽어낸 혜안이 자리한다. 트럼프에게 공공의 적이 불법 이주민과 무슬림이라면 두테르테에겐 범죄자와 외국인이었다. 나치시대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에서 엿보이듯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애국주의는 공공의 적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결집함과 동시에 비주류 정치인의 인기를 단박에 끌어올린 동력이 됐다. ●경기침체·신자유주의가 낳은 ‘트럼피즘’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현상을 ‘트럼피즘’(트럼프 동조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분노와 상실감이 배경이다. 이미 트럼피즘은 세계 곳곳에서 목도된다. 오스트리아에선 난민 유입을 거부하는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대선 결선에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다. 유럽 난민사태가 불쏘시개가 된 것은 당연하다. 브라질 역시 극우성향의 군 출신 자이르 보우소나르(61) 하원의원이 여성과 이민자, 동성애자를 겨냥한 막말에도 불구하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 내지 실망감 탓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좌우가 없다. ‘분노하라’ 운동의 원조격인 스페인의 좌파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지난해 말 총선에서 제2당으로 자리매김하며 30여년 만에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50% 가까운 청년실업률이 분노의 자양분이었다. 사회주의자로 미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74) 버몬트 상원의원의 돌풍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분노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1년 9월 뉴욕을 기점으로 80여 개국으로 번진 99% 시민의 1% 부자에 대항하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가 시발점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리먼사태가 한창이던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 미국에서 4000만명의 근로자가 해고됐다. 지금도 1400만명이 일자리를 찾거나 시간제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 25~54세 백인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999~2014년 미국의 자살률은 이전보다 무려 24% 증가했다. 특히 중년 백인의 사망률이 급증했다. 백인 인구 비중도 2000년 69.1%에 2014년 62.1%로 줄면서 미국이 백인의 나라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더욱 커졌다. 미 럿거스대는 설문을 통해 리먼사태 이후 미국인들이 ‘값싼 외국인 노동력’ ‘불법이민’ ‘월가 은행가들’을 분노의 대상으로 꼽았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현실은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약속한 트럼프에게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트럼피즘’ 원조는 르펜 전 佛 국민전선 당수 트럼피즘의 원조는 따로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외교문제 수석평론가인 기디언 래크먼은 최근 ‘트럼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 문제를 되짚었다. 그는 2002년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가 낙선한 장 마리 르펜 전 국민전선(FN) 당수를 트럼피즘의 원조로 꼽았다. 르펜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역사에서 사소한 일”이라고 말해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래크먼은 르펜의 등장을 세계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전기로 평가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애국주의, 반이민, 반이슬람, 반유럽연합(EU) 정서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현상도 마찬가지다. 그는 “진보적 미국인들은 아직도 트럼프 현상을 올 11월 대선 이후 깰 악몽 정도로 치부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선 여부를 떠나 차세대 애국주의자들이 트럼프가 닦아놓은 길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워싱턴(정치)과 월스트리트(경제)뿐 아니라 주류 언론, 대학 등 모든 엘리트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은 트럼피즘이 조만간 유럽으로 건너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래크먼이 꼽은 트럼피즘의 위험요소는 전염성에 있다. ‘반세계화’ ‘애국주의’ ‘문명의 충돌’ ‘무자비한 공격’ ‘음모론 부상’ 등 트럼피즘의 특징은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2조 달러(약 2330조원)가 넘는 공공부채에 대해 연간 2000억 달러(약 233조원) 이상을 이자로만 내고 있다. 만성적 재정적자에 대한 답을 트럼피즘과 같이 외부에 찾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현상 美 대선 이후에도 가시지 않을 것” 트럼피즘이 대선 이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란 또 다른 이유는 계층에 상관없이 미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는 해석 때문에 가능하다. ‘족집게 대선 예측가’인 네이트 실버는 자신이 운영하는 통계분석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를 통해 트럼프 지지층이 교육·경제 수준이 낮은 백인이라는 기성 언론의 보도를 뒤집었다. 공화당 경선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가계소득 연평균은 7만 2000달러(약 8388만원) 수준으로, 미국 전체 가계소득 평균인 5만 600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지난 5일 치러진 영국 런던시장 선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최초의 무슬림 시장으로 당선된 사디크 칸(45)은 분노의 정치와 일정 부분 교집합을 이뤘지만 이를 다시 뛰어넘는 융합의 정치를 제안했다.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출신 인권변호사인 그는 선거에서 민생고를 공략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월세에 런던에서 내쫓기는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지하철 등 교통요금을 4년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런던시민들의 분노에 힘입어 재력가 출신의 ‘금수저’인 보수당의 골드 스미스 후보를 따돌렸다. ●칸 英 런던 시장 분노 거스른 융합주의 제안 하지만 칸은 분노의 정치에 머무르지 않았다. “다양한 계층·이념의 사람들을 큰 천막 안에 포용해야 한다”며 관용을 설파했다. 트럼프의 애국주의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앞서 2005년 7·7 런던테러 직후 하원의원 신분으로 연단에 올라 “희생자나 생존자,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 하나의 런던시민이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연설로 테러의 아픔을 위로하던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히틀러에게 ‘나치 경례’하는 애완견…개 주인 체포

    히틀러에게 ‘나치 경례’하는 애완견…개 주인 체포

    애완견에게 나치를 찬양하는 거수경례를 가르친 남자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최근 스코틀랜드 경찰은 노스래넉셔 코트브리지에 사는 마커스 미찬(28)을 증오범죄(hate crime)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한 남자의 분별없는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지역사회는 물론 유럽인들의 큰 분노를 일으킨 이 사건은 지난달 중순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발단이었다. 지역 콜센터에서 일하는 미찬은 여자친구의 애견인 퍼그종 붓다에게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장면을 보여주며 그를 찬양하는 행동을 가르쳤다. 나치의 구호인 '지크 하일'(Sieg Heil·승리를 위해)이라는 말을 들으면 앞발을 들어 나치식 거수경례를 흉내내거나 '유대인에게 가스를'(Gas the Jews)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서 팔짝팔짝 뛰게 하는 행동을 가르친 것.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에 게시돼 조회수 100만 건에 육박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영상이 파문을 일으키자 미찬은 유대인 커뮤니티에게 사과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미찬은 "나는 절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면서 "여자친구를 짜증나게 할 목적으로 만든 장난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대인 커뮤니티에 심려를 끼쳐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유대계 단체 측은 "600만 명을 죽음으로 이끈 사건을 재미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스코틀랜드 경찰 대변인은 "미찬의 행동은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면서 "문제의 영상은 매우 모욕적이고 공격적이며 상식에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상에 이같은 게시물이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유럽은 마녀 내세워 문명 키웠다”

    “유럽은 마녀 내세워 문명 키웠다”

    여성을 악의 대명사 격으로 묘사 지배층의 반여성적 시각 드러내 마녀/주경철 지음/생각의 힘/336쪽/1만 6000원 흔히들 ‘마녀사냥’은 중세 시대의 광기로 생각된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을 거쳐 계몽주의의 환한 빛이 세상을 비추는 근대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중세 이후 근대까지 공포에 떨게 했던 마녀사냥은 독일 뷔르템베르크에서 1805년 최후의 재판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 책은 그동안 근대 세계의 형성에 관심을 두고 저작 활동을 해온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의 신작이다. 그의 전작 ‘문화로 읽는 세계사’와 ‘신데렐라 천년의 여행’ 등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진 마녀사냥을 서구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의 필연성과 마녀사냥의 문화적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미시사회학적으로 조명한 역작이다. 저자가 근대 초에 마녀사냥이 정점을 이뤘다는 점에 주목하며 풀어낸 원인은 이렇다. 문명의 이면에 ‘야만의 심연’을 정치적 기제로 숨겨 놓았다는 지적이다. 서구 근대성은 진리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이를 어기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했고, 마녀사냥은 이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근대성의 산물이었다. 중세부터 유럽은 표면적으로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종교 문화로 떠올랐지만 실상은 귀신이나 요정, 각종 영과 고대 이교 신들의 흔적이 강력하게 잔존해 있었다. 초자연적인 힘들에 대한 믿음은 민중들에게 마술적 세계관이 되어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교회와 국가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각하고 신민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동원한 것이 바로 마녀사냥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점을 치거나 병을 치료해주던 민간 신앙 전파자들이 악마의 하수인으로 몰렸으며 국가와 교회, 마을공동체의 복합적 관계 속에 16~17세기 마녀사냥이 유럽을 휩쓸었다. 1400년부터 1775년 사이 유럽과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마녀 재판으로 처형된 사람은 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점에서 마녀사냥의 첫 번째 성격은 민중을 억압하는 근대성의 기제였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마녀사냥을 유럽 문명 발전의 궤적에서 한때 일탈했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온 현상으로 규정한다.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근대 유럽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신성과 마성 등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확고했고, 이런 의미에서 신성의 반대되는 개념인 마녀는 억지로라도 발명됐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마녀사냥이 ‘반(反)여성성’을 띤 억압이었다는 점이다. 마녀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성 희생자의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1350년 이전 악마적인 사악한 행위의 재판 대상자 중 70%가 남성이었고 30%가 여성이었지만 14세기 후반에는 남성 대 여성 비율이 42% 대 58%로, 15세기에는 여성 비율이 60~70%로 늘게 되고, 16~17세기로 가면 80%에 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지배계층인 남성들의 인식에서 여성은 욕망에 약하며, 모든 악덕은 그들의 본성에서 비롯되었다는 반여성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같은 생각은 악의 대변인인 마녀가 대개 여성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고착화된다. 프랑스의 영웅이자 신의 뜻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잔 다르크는 이 점에서 마녀라는 강한 의심을 받았다. 잔 다르크를 생포한 영국 역시 프랑스 국왕 샤를 7세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녀가 마녀 혹은 이단이라는 증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잔 다르크는 자신을 우상화하고, 악령의 도움을 받았다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는다. 주 교수는 결론에서 정당성을 위해 악을 필요로 하는 행위는 중·근대 유럽뿐 아니라 초역사적으로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나치 치하에선 유대인이, 파시스트에게는 공산당이, 스탈린주의자들에게는 미제(美帝) 스파이가 ‘마녀’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편을 악으로 모는 마녀사냥은 문명의 이면에 숨어 있는 보편적인 야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미국정치 장악한 유대인?…美 대선후원금 상위 10명 가운데 7명

    미국정치 장악한 유대인?…美 대선후원금 상위 10명 가운데 7명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헤지펀드 업계를 중심으로 유대인 큰손들이 ‘금권정치’ 논란에도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쏟아붓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막후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확실히 관철시키기 위해서다.  서울신문이 1일 미국의 정치자금감시단체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가 공개한 올해 미 대선 관련 정치후원금 기부자(메가 도너) 명단을 분석한 결과 메가 도너 상위 10명 가운데 7명이 유대인이었다.  직업을 살펴보면 7명 가운데 6명(로버트 머서, 토머스 스타이어, 폴 싱어, 제임스 사이먼스, 켄 그리핀, 조지 소로스)이 헤지펀드 최고경영자(CEO)로 압도적이며, 나머지 1명(토비 노이버거)은 부동산 투자회사 대표였다. 헤지펀드로 상징되는 월가를 유대인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들 7명이 기부한 총액은 약 7600만 달러(약 875억원)이며, 헤지펀드만 놓고 보면 6600만 달러(75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정치자금 후원조직인 정치행동위원회(PAC)나 슈퍼 PAC을 수령처로 지정했다.  후원금 기부 1위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공동 CE0인 로버트 머서로, 테드 크루즈 후보를 후원하는 보수 성향 PAC들에 1670만 달러를 몰아줬다.  2위인 패럴론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 토머스 스타이어는 기후 변화를 활동 목표로 삼는 진보적 PAC에 1300만 달러를 제공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싱어(3위)와 캐프락 파트너스의 토비 노이버거(6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제임스 사이먼스(7위), 시타델의 케네스 그리핀(8위), 조지 소로스(10위)도 10위권에 포함됐다.  로버트 머서와 제임스 사이먼스는 2012년 대선 당시에도 10대 기부자에 속했던 인물들이다.  과거 대선과 비교해 볼 때 이번 대선에선 헤지펀드 업계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2년 미국 대선에서 헤지펀드 업계 인사가 10위 안에 단 2명만 포함됐고 2008년 대선에서는 전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의 불평등이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헤지펀드 업계가 비판에 노출되기 시작하자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와 관련, 유대인 메가 도너들 가운데 로버트 머서와 폴 싱어, 토비 노이버거, 케네스 그리핀 등 4명은 공화당을 지원했다. 토머스 스타이어와 제임스 사이먼스, 조지 소로스 등은 민주당 편에 섰다. 공화당을 후원하는 금액이 더 많았음에도 도널드 트럼프는 여기서 철저히 배제됐다.  특이한 점은 과거 유대인 선거 후원금 대부분이 보수 성향의 공화당 쪽으로 몰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쪽에도 절반 가까운 금액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 내 유대인 후보인 버니 샌더스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클린턴 후보는 과거 의원 시절부터 대선가도를 위해 월가와 착실히 친분을 쌓아왔고 그의 딸 첼시도 월가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사위 역시 헤지펀드사를 설립해 운용하는 유대인이다. 월가의 유대인들에게 있어 클린턴 후보는 사실상 자신들의 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클린턴 후보는 헤지펀드 세금 인하 및 규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클린턴의 배후에 ‘유대인들의 금권정치’가 숨어서 미국 전체 국민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며 ‘월가 개혁’을 핵심 기치로 내세운 이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유대인인 버니 샌더스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히틀러도 막지 못한 질주 ‘레이스’ 5월 개봉

    히틀러도 막지 못한 질주 ‘레이스’ 5월 개봉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은 위대한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영화 ‘레이스’가 히틀러와 제시 오언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은 명목상으로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지향했지만, 실상은 히틀러의 주도 아래 유대인과 흑인을 비롯해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 상황에서 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올림픽을 선택했다. 스포츠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막고자 전 세계의 움직임은 올림픽 불참운동으로 이어졌고 미국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형성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히틀러와 비밀거래를 한 미국의 IOC 위원 ‘에이버리 브런디지’와 자신의 제자를 위해 사비를 털어 베를린으로 향한 ‘래리 스나이더’ 코치의 응원으로 제시 오언스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다.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 TV생중계 진행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히틀러의 예상과 달리, 천부적인 재능의 제시 오언스는 올림픽에서 무려 4관왕(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을 수립하며 베를린 올림픽 스타가 된다. 이는 금메달리스트들을 직접 초대해 격려해줬던 히틀러가 제시 오언스와 악수를 피했다는 루머가 돌 만큼 히틀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또 그의 기록은 1984년 칼 루이스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48년이 걸릴 정도의 대기록이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흑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흑인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에 맞선 전설의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영화 ‘레이스’는 오는 5월 개봉 예정이다. 12세 관람가. 134분. 사진 영상=영화사 빅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금요 포커스] 할랄과 코셔, 새로운 시장으로 가는 길/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금요 포커스] 할랄과 코셔, 새로운 시장으로 가는 길/여인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어려운 수출 여건에서도 올 1분기 농식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6개국(GCC)은 47.4%,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국은 11%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제 1분기에 불과하지만 우리 농업을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과 미래성장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면 개방 시대에 우리 농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우선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 즉 수출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농식품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 미국 등 기존 주력시장 회복 이외에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는 1조 3000억 달러에 이르는 할랄식품 시장과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식품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네슬레 등 세계적인 식품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발 빠르게 이들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할랄’은 무슬림에게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고 ‘코셔’는 유대인에게 ‘적합한 것’이라는 의미다. 할랄·코셔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에 맞게 생산과 관리가 돼야 하고, 전문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며 다양한 시장 정보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모두 식품기업들만의 몫이었지만, 지난해 UAE와의 정상외교 이후에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식품기업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같은 주요 할랄식품 시장과 이스라엘, 미국과 같은 주요 코셔식품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에서 ‘K푸드 박람회’처럼 문화와 식품, 한식이 융합된 홍보와 할랄·코셔 인증 획득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할랄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할랄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할랄식품 생산을 확대하면 국내에 무슬림이 대거 유입된다’는 소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단지 조성을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던 사업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김치, 만두, 음료 등 다양한 품목에 할랄인증을 받아 수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무슬림을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이 외에 ‘할랄 도축장이 생기면 무슬림 도축인 7103명이 입국한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는데 모두 근거 없는 소문이다. 할랄 도축장에는 무슬림 도축인이 필요하지만, 필요 인력은 도축장 1곳당 기껏해야 5명 안팎이다. 이런 얘기들이 모두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SNS의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데 많은 노력이 들었다. 정부는 할랄식품 기업과 무슬림 유입이 관련성이 없고, 지금은 입주 수요가 적어 당장에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 구역 지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직접 반대 여론이 대두된 지역, 반대 단체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할랄 도축 방식이 기절을 허용하지 않아 잔인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이슬람 국가들도 기절시킨 후 도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법은 도축할 때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절을 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국내에 할랄 도축장이 생긴다면 당연히 이런 규정을 지키도록 할 것이다. 할랄식품은 종교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할랄은 식품 외에도 화장품과 의약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되고, 우리가 개척해야 할 시장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농식품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농식품 수출을 확대해 농가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농식품 수출 증가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이란과 이집트 등 유망 시장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조사해 기업에 제공하고 한식·문화와 연계한 홍보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할랄·코셔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소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결국 우리 기업에도, 농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농식품이 할랄·코셔를 비롯한 새로운 시장에서 각광받아 식품 수출 기업들과 국민들이 함께 웃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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