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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하루 510명 희생 ‘최악’ 때의 절반, 이스라엘 무섭게 폭증

    스페인 하루 510명 희생 ‘최악’ 때의 절반, 이스라엘 무섭게 폭증

    스페인에서 지난 24시간 코로나19로 510명이 숨져 전날보다 95명이 줄어들었다. 스페인 보건부는 11일 정오(현지시간) 누적 사망자가 1만 6353명이라고 발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전날 같은 시간 기준으로는 605명이 희생됐다. 이 나라에서는 지난 2일 24시간 동안 950명이 숨져 가장 많은 사망자가 기록됐다. 가장 나빴던 시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하루 사망자 증가 규모는 사흘 연속 감소하면서 지난달 23일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감염자는 4830명이 늘어 16만 1852명이 됐다. 전날 4576명에 견주면 조금, 3% 정도 늘어났다.스페인 정부는 건설과 공장 가동 등 필수적이지 않은 직장 근로자들의 출근을 허용하는 등 점진적으로 봉쇄 및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이날 오후 6시 45분(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185개 나라와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70만 4565명, 사망자는 10만 3257명이다. 스페인은 여전히 미국(50만 1615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를 갖고 있다. 누적 사망자는 이탈리아(1만 8849명), 미국(1만 8777명)에 이어 세 번째다. 영국 보건및 사회복지부는 지난 10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기준 24시간 동안 917명의 사망자가 추가돼 누적 희생자가 9875명이 됐다고 밝혔다. 전날의 980명보다 줄어들었다. 11일 오전 9시 현재 누적 확진자는 7만 8991명이었다. 두 집계 모두 병원에서만 이뤄진 집계다. 한편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기준 전날보다 97명 늘어나 1만 505명이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0시(한국시간) 한국의 누적 확진자 1만 480명을 넘어섰다. 누적 확진자 수는 두 나라가 비슷하지만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이 204명인데 비해 인구가 적은 이스라엘은 1214명으로 6배 정도 많다. 이스라엘의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1.7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441명씩 증가했다. 사망자는 95명이다.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일찌감치 외국인 유입을 차단하는 등 강력한 봉쇄 정책을 폈다. 중동 지역에서 발병하기 시작한 2월 말 다른 국가에선 이란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귀국자가 주된 감염원의 하나였으나, 이란의 적성국인 이스라엘은 ‘이란발 감염’의 위험도 없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자 유럽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던 이스라엘인이 대거 귀국했고, 이들의 국내 동선 추적이 허술해지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했다. 또 원리주의 성향의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가 모여 사는 인구 20만명의 중부 도시 브네이브라크에서만 확진자가 1761명이 나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3일 이 지역을 봉쇄하고 무작위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마크롱 “보름간 집에 머물러달라” 메르켈 “종교시설 문 닫아라”

    마크롱 “보름간 집에 머물러달라” 메르켈 “종교시설 문 닫아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국민들에게 15일 동안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유럽연합과 솅겐조약 가입국 국민들의 입국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 저녁(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두 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는 건강 전쟁 중에 있다”면서 모든 국민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면 이동을 금하고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정오부터 발령되며 일단 보름 동안 이어진다. 생필품이나 의약품을 구하거나,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장으로의 출퇴근 목적 등에 한정된다. 마크롱은 실내와 실외 모임 모두 불허한다면서 가족이나 친지 모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강하게 말씀드린다. 자택에 머무르고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달라”며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면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동 금지 수칙을 어기면 처벌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어려움에 닥친 계층에게는 주택임대료, 전기료, 수도료, 가스료 등을 내야 하는 의무도 일시적으로 정지해줄 방침이다. 또한 월급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실업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브리핑 등을 통해 공지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울러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솅겐 지대의 국경도 원칙적으로 한달간 봉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솅겐 지대를 규정한 솅겐 협정은 유럽의 국경 간 자유이동 체제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을 비롯해 가입된 유럽 26개국은 국경 통과 시 사증이 필요 없고 여권검사 등을 생략하는데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이를 대폭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외국에 머물러 온 프랑스인의 귀국은 허용하기로 했다. 오는 22일 예정된 지방선거 결선투표는 전격 연기했다. 프랑스는 전국 3만 5000개 코뮌(지방행정단위)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의 1차 투표를 지난 15일 강행했지만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생필품을 판매하는 점포를 제외한 일반 상점의 영업을 금지 및 제한하고 종교시설의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트와 은행, 우체국, 약국 등은 계속 문을 열고, 음식점은 오후 6시 이후 영업이 금지된다. 교회와 유대교 회당, 이슬람 사원 등 종교시설뿐만 아니라 영화관, 박물관, 놀이터 등의 공공장소도 운영 금지 대상이다. 공공장소에서 사회적 접촉을 제한하는 것인데 앞서 프랑스와 스페인, 체코 등에서도 취해진 조치다. 독일은 전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와의 국경을 화물과 통근자 이동을 제외하고는 통제하기로 했다. 이미 모든 학교는 휴교했다. 헤센주(州) 교통부 장관은 독일의 최대 허브 공항인 프랑크푸르트공항의 운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다음달 2일까지 리그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편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17일 화상회의를 갖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 동안 외국인의 EU 입국을 막는 여행 금지 조치 도입에 합의했다.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여행이 적을수록,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더 많이 억제할 수 있다”면서 “난 각국 정상과 정부에 EU로의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에 대한 일시적인 제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여행 제한은 초기 30일 동안 가동돼야 하며, 필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장기 EU 거주자, EU 회원국 국민의 가족, 외교관, 의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하는 연구자 등에 대한 면제 조치도 언급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열린세상] 이단이란/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단이란/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

    요즘 역병과 관련해 ‘이단’이라는 단어가 인구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이단이라는 것은 종교에서 많이 쓰는 말로 자신들이 믿는 교리와 어긋나는 혹은 반대되는 교리를 주장하는 종파를 일컫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단어로는 ‘유사’ 혹은 ‘사이비’ 등과 같은 단어가 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어 이단은 말할 것도 없고 흔히들 ‘유사 종교’ 혹은 ‘사이비 종교’라고 하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종교 집단을 지칭할 때 쓴다. 그런데 내가 전공한 종교학에서는 이 같은 단어들을 쓰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종파를 이단으로 낙인찍을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 계통의 어느 종파의 교주가 주장하기를, 예수의 구원 사업이 불충분했기 때문에 자신이 구원을 마무리하러 왔다고 했다고 하자. 이 종파를 두고 기존 기독교 교단에서는 당연히 이단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를 객관적으로 다루려고 노력하는 종교학에서는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이 종파의 주장이 틀렸다고 주장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물론 맞는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지만 말이다). 어느 한 종교를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었던 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모든 종교는 어떤 교리든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고 그러한 해석은 존중받아야 한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단처럼 취급되다 나중에 이른바 ‘정통’의 자리에 간 종교들이 적지 않다. 비근한 예가 기독교다. 기독교는 지난 2000년 동안 ‘정통’의 자리에 있었지만 초기에는 남녀가 밤에 지하 동굴에서 모여 이상한 의례를 하는 이단으로 간주됐다. 적어도 당시 그 지역의 정통 신앙인 유대교에서 볼 때에는 그랬다. 그러나 기독교는 로마 정권과 손을 잡으면서 정통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면 모든 종교들을 다 인정해야 할까. 그들이 무슨 교리를 주장하든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니 모두 인정해 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석이야 자유롭지만,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인본주의(humanism)가 그것이다. 모든 종파는 자신들이 인간과 사회를 중시한다고 떠들어댄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교리만을 가지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단이라고 낙인찍힌 신종교 일파들은 이중 교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밖으로 나타내는 교리와 내부에서 통용되는 교리가 다르다. 따라서 그들이 표방하고 있는 교리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어떤 종파가 인본주의에 입각해 있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들이 하고 있는 일(짓)을 보면 된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분열이 있는 곳에 통합을,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를 가져와 닫혀 있는 사람을 세상으로 활짝 열리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종교를 갖게 되면 그 사람은 자신과 이웃을 용서하고 화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떤 종교를 믿자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사회를 이탈하고 그 사회를 분열시키면 그 사람이 믿는 종교는 반인본주의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단이라는 말보다는 ‘바람직한 종교인가, 아닌가’로 보는 시각을 좋아한다. 만일 어떤 종교를 믿기 시작한 사람이 가출을 하고 이혼을 하고 재산을 종단에 바치는 등의 일을 했다면 그 종교는 바람직하지 않은 종교라 할 수 있다. 또 그 종교의 지도자가 돈이나 성적인 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종교를 믿더니 사람이 달라져 주위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그런 종교는 바람직한 종교라 할 수 있다. 가톨릭을 예로 들어 보자. 가톨릭은 지난 2000년 동안 다른 종교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태도를 가졌다. 그랬던 것이 1960년대에 바티칸 공의회를 거치면서 완전히 탈바꿈해 기독교 역사 사상 처음으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한국에서 유교의 제사를 인정한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가톨릭이 세상으로 열린 것이다. 이를 두고 에리히 프롬은 가톨릭이 전제(專制)주의적 종교에서 인본주의적 종교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 결과 가톨릭은 그 이후에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 美 뉴욕주 ‘슈퍼 감염지’ 봉쇄… 한국 입국 차단은 안한다

    美 뉴욕주 ‘슈퍼 감염지’ 봉쇄… 한국 입국 차단은 안한다

    확진자 3일 만에 2배 늘어 1000명 넘어 주 방위군, 시설 소독·자가격리자 관리 英 보건부차관 확진에 존슨 등 정계 비상 EU ‘1만명 감염’ 伊 국경봉쇄 놓고 논란 ‘진정국면’ 중국, 伊에 의료진 파견 추진미국이 3일 만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두 배로 늘어 10일(현지시간)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뉴욕주가 병력까지 투입해 사태수습에 나섰다. AP통신은 뉴욕주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이날 뉴욕주 북부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뉴 로셸 지역에 주 방위군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뉴욕은 이날까지 173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만 108명의 감염 사례가 나왔고, 특히 상당수는 뉴 로셸 지역에 집중됐다. 뉴 로셸의 인구는 7만 70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주 방위군은 시설 소독작업과 자가격리 주민 관리 등에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주는 이 지역에서 이른바 ‘슈퍼 감염지’로 추정되는 한 유대교 예배당을 중심으로 반경 1마일(약 1.6㎞)을 봉쇄 지역으로 설정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 지역은 미국에서 확진환자가 줄지 않고 증가하는 가장 큰 클러스터(집단)”라고 설명했다. CNN방송 등이 이날 현재 미국 내 확진환자가 1004명에 이르렀다고 밝힌 가운데 주정부들은 대규모 야외행사 금지와 요양시설 방문 금지 등 조처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방역 대책을 진두지휘하던 최고위 인사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됐다. 영국은 이날 네이딘 도리스 영국 보건부 차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발칵 뒤집혔다. 특히 도리스 차관이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행사에 참석한 것을 비롯해 정가 인사들을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고위급 감염 사례가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민주당 니코라 진가레티 대표와 프랑크 리스터 프랑스 문화부 장관 등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이런 가운데 국가 간 국경 통제를 놓고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정상 간 화상회의에서 이탈리아와 인접한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가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국경을 통제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는 누적 확진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하루 기준 가장 많은 168명이 발생했다. 사태를 촉발한 중국은 코로나19 진정 국면에 들어서자 이 기회를 노려 이탈리아를 돕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이탈리아 요청에 의료진 파견과 마스크 등 물자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코로나19가 퍼진 한국과 이탈리아 입국을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입국 규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 다수 연방기관이 두 나라에 대한 규제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에는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지리적으로 유럽연합(EU)의 중심 위치에 있어 규제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국발(發) 입국 금지 조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여서 큰 성과를 냈지만 지금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진 탓에 한국과 이탈리아에 조치를 취해도 같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뉴욕주 방위군 투입된 뉴 로셀은 ‘미국판 신천지’ 일 수도

    뉴욕주 방위군 투입된 뉴 로셀은 ‘미국판 신천지’ 일 수도

    “뉴 로셸은 특별히 문제다. 확진자 숫자가 줄지 않고 증가하고 있는 클러스터(집단)다.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큰 클러스터일지 모른다. 우리는 특별한 공중보건 전략이 필요하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 지사가 10일(현지시간) 주 방위군을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투입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은 서부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동부 뉴욕주에서도 빠르게 감염자가 늘고 있다. 시나브로 뉴욕주는 173명의 감염자가 확인돼 워싱턴주의 감염자 숫자를 앞질렀다. 뉴 로셀이 속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10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가장 많았다. 800만명이 복닥거리며 사는 뉴욕시에서는 3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 속한 뉴 로셀은 뉴욕에서 북쪽으로 4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쿠오모 지사는 뉴 로셸 지역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 한 유대교 예배당(시나고그)을 중심으로 반경 1.6㎞를 집중 억제 지역, 이른바 ‘봉쇄 존(containment area)’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뉴 로셸 지역은 이곳에 거주하며 뉴욕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50대 남성 변호사가 뉴욕주의 두 번째 확진자로 판정받으며 주목받았다. 그의 아내와 아들딸, 그를 병원에 데려다 준 이웃 주민 등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유대교 예배당에서 예배를 본 것으로 확인돼 신도 1000여명이 자가 격리됐다. 이 안의 학교와 커뮤니티 센터, 예배를 보는 종교시설 등은 12일부터 2주 동안 폐쇄한다. 다만 사람의 출입을 막지는 않는다. 주 방위군은 시설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는 한편,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식량 등 구호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뉴욕주는 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할 현장 검사 시설을 뉴 로셸에 설치하기로 했다. 일부 병력은 벌써 뉴 로셸 보건당국 지휘소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오모 지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딱딱한 표면에서 최장 이틀간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뉴욕시 보건당국 관리들이 10분 안팎으로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뉴욕주와 인접한 뉴저지주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69세 남성인데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의 해컨색 메디컬센터에 입원 중, 이날 오전 숨을 거뒀다. 뉴저지주는 전날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주내 확진자는 이날 4명이 추가돼 15명이 됐다. 이날 오후 기준 미국 감염자는 804명에 2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메릴랜드주에 있는 존스 홉킨스 대학은 밝혔다. 사망자는 워싱턴주에서 24명 나와 가장 많았고,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에서 둘씩, 뉴저지주 한 명이다. 하버드 대학은 오는 23일까지 봄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캠퍼스에 돌아오지 말 것을 권고했으며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글로벌 In&Out] ‘사이비’의 재정의, 헌법적 질서를 지키는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사이비’의 재정의, 헌법적 질서를 지키는가/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출생지로는 중동 출신이다. 그래서 ‘사이비’라는 개념이 매우 까다로웠다. 무슨 말이냐면 어느 종교적인 집단이 세계적인 정통 종교로부터 인정받지 않으면 사이비라 생각했다. 일례로 불교적 색채의 종교 공동체가 조계종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사이비로 판단했다. 기자로서 한국 사회와 역사, 상징적인 장소나 건물들을 많이 취재했다. 서울 종로구의 천도교 중앙대교당이나 전북 익산의 원불교중앙총부도 그중에 하나다. 이 장소들을 취재하면서 종교 혹은 사이비에 대한 생각이 크게 개선됐다. 원불교나 천도교같이 겨우 100년을 넘은 ‘신흥 종교’들은 정통 종교들의 종파가 아니지만, 조직성이나 신도들의 모습은 정통 종교들과 다른 바가 없었다. 불교나 기독교에 비해 젊은 이 종교들에 대해 “현 시점에서 사이비로 보이는 종교 집단들이 미래의 신세대 종교가 되는 것”이라고 그 나름대로 판단했다. 모든 종교가 탄생 과정에서 사이비 취급을 받았다. 기독교의 주인공인 예수도 유대교로부터 사이비 혐의를 받았고, 개신교의 주요인물인 루터 목사도 천주교로부터 사이비 혐의를 받았다. 오늘날 카톨릭도 개신교도 사이비가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나름대로 ‘사이비’ 개념을 재규정했다. 한 종교 공동체가 장기적으로 신자에게 행복을 준다면 사이비가 아니다라고 스스로 판정을 했다. 이러한 ‘혁명적 사고’를 한 후에 일반인이 보기에는 사이비로 보이는 종교 집단이 필자에겐 사이비로 안 보일 때도 있었다. 이런 혁명적 사고는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변하게 됐다. 이제는 한 집단이 사이비인지 아닌지를 그 집단이 속한 나라의 헌법적 질서를 위반하는지 안 하는지를 보고 결정하게 됐다. 한 종교가 아무리 자기 신도들에게 장기적인 행복을 준다고 한들, 자기 신도가 아닌 공동체의 행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는 ‘사이비’ 정의를 더 까다롭게 하게 한 것이다. 모든 종교는 자기네 천국에 자기네 신도를 보내고 이웃 종교의 신도를 받아 주지 않는다. 어차피 사후 세계와 관련된 일이니까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법은 현실 세계와 관련된 것이다. 기도 시간에 다들 자기네 종교 시설에서 모이고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감염이나 국방과 관련된 비상사태가 터질 때는 한 몸이 돼야 한다. 이것이 바로 헌법적인 질서다. 감염이나 국방과 관련된 비상사태가 터질 때 국민을 분열시킨다면 그 종교 공동체는 사이비이다. 중국에서 터진 코로나19 사태를 한국 정부가 처음에 너무나 잘 통제하고 있었다. 물론 몇 년 전에 터진 메르스 사태 때 얻은 학습 효과도 큰 역할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31번째 확진자를 통해 한국의 방역이 뚫렸다는 진실이 드러났다. 다른 한편에서는 31번째 확진자 덕분에 이미 뚫린 큰 방역의 구멍을 알게 됐다. 이것을 일반화해서 신천지 신도 모두가 다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구 지부가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태가 커지자 이만희 총회장이 직접 나와서 사과하고, 감염증 관련 국가 대응 방안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천지 대구 지부 실수와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은 한 스펙트럼에서 양쪽에 위치하고 서로 반대의 현상이다. 이 스펙트럼을 가지고 한 종교 집단이 사이비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다. 감염이나 국방과 관련된 비상사태에서는 구성원들이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반면에 국민 앞에 나올 자신이 있고, 비상사태 때는 국가와 같이 움직일 준비가 된다면 사이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다들 중요해진 방역 문제를 통해 모든 종교 집단의 소속자들은 자신들이 헌법적 가치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잘 판단해 보면 좋겠다.
  • [이광식의 천문학+] “2060년 세계는 멸망한다”- 아이작 뉴턴의 ‘지구 종말론’

    [이광식의 천문학+] “2060년 세계는 멸망한다”- 아이작 뉴턴의 ‘지구 종말론’

    인류의 최후를 향해 째각거리는 지구 종말 시계가 연초에 2분에서 100초 전으로 당겨졌다. 이 시계를 관장하는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이란-북한의 핵위협과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휴거니 아마겟돈이니 지구 온난화니, 인류의 종말을 언급하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는 판에, 여기에 또 한 몫을 보탠 사람으로 뉴턴이 끼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인류 최고의 과학 천재이자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은 오랜 시간과 정열을 쏟아 ‘지구 종말론’을 연구했는데, 사실 뉴턴은 생전 물리학과 수학보다도 성경과 카발라(유대교 신비주의), 연금술 연구 등에 자신의 생애 거의 대부분을 탕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뉴턴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천재였지만, 정작 원자에 대한 지식이 없던 그 시대에 금을 만든다는 그릇된 망상으로 수십 년을 연금술 연구에 빠져 지냈다. 다른 금속을 금으로 변환시키려면 핵 속의 핵자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 같은 힘은 초신성 폭발과 같은 엄청난 압력과 온도로써만 가능한 일이다. 지구상에서 그러한 힘을 얻는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뉴턴은 그 핵심을 때리지 못하고 물질의 거죽만을 주물럭거리며 반죽하는데 그 귀중한 천재를 낭비했던 것이다. 그래서 최후의 연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뉴턴은 또 성경 속의 종말론 연구에 나머지 생애를 소비한 끝에 자신의 종말론 원고를 남겼다. 뉴턴이 낡은 양피지에다 18세기 영어로 유창하게 쓴 육필 원고에는 성경에 관한 해석과 신학, 고대 문학의 역사, 교회, 솔로몬 성전의 기하학적 구조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뉴턴은 특히 종말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는데, 구약의 ‘다니엘서’를 토대로 지구 종말의 날을 어느 역사적 사건을 기점으로 해서 1260년 후로 예측했다. 뉴턴은 자신의 예측이 어긋나지 않도록 여러 정교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기점으로의 역사적 사건을 몇 개씩이나 지정해놓은 것이었다. 뉴턴은 카롤루스 대제가 서로마 황제에 오른 서기 800년을 계산의 기점으로 잡아 2060년에 세계가 종말을 맞는다고 예언했다. 이 사건은 물론 뉴턴의 여러 기점 후보 중 하나일 뿐이다. 그전의 다른 기점들은 모두 빗나간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번 기점은 2060년이 돼야만이 그 진실 여부가 판명날 것이다. 과학사상 최고의 천재로 추앙받는 뉴턴이 이렇게 비과학적일 줄이야! 뉴턴은 연금술 연구와 실험으로 인해 수은 등 중금속을 오래 접촉한 끝에 중금속에 중독되어 만년에는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뉴턴은 만년에 두 차례나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그는 방안에 틀어박혀 사람들이 자신을 박해하는 망상에 사로잡히며 괴로워했다. 1693년 뉴턴은 친구 새뮤얼 피프스(영국 해군대신)에게 “지난 12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네. 또한 전처럼 생각에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없다네. 더 이상 자네나 다른 친구들도 만나지 말아야 할 것 같네” 라고 고백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83세에 심장병으로 여러 차례 심한 통증을 겪었던 뉴턴은 죽기 몇 주 전 비로소 고통에서 벗어났고, 1727년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국가는 최고의 예우를 갖추어 뉴턴의 유해를 웨스트민스터 성당 지하묘지에 안치했다. 그의 묘비에는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신이 ‘뉴턴이 있으라!’ 하시자 세상이 밝아졌다”는 알렉산더 포프의 시가 새겨졌다. 지금도 우리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으로 우주선을 발사하고 궤도 설계를 하고 있다. 2060년이 다가오면 뉴턴이 다시 소환되고 그의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독일 하나우 총기 난사, 터키인·쿠르드족 노린 인종범죄

    독일 하나우 총기 난사, 터키인·쿠르드족 노린 인종범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하나우에서 19일(이하 현지시간) 총기 난사로 9명의 목숨을 빼앗은 용의자는 인종차별적인 사고와 음모론에 빠져들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은 그에게 극우 사고를 주입한 인물을 추적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독일 남성 ‘토비아스 R’(43)은 전날 밤 10시쯤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하나우에 있는 물담배(shisha) 바 등 두 곳에서 잇따라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했다. 6명이 다쳤는데 그 중 한 명이 특히 심각한 중상을 입었다. 그 뒤 토비아스와 그의 72세 어머니는 자택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됐다. 물담배 바는 사람들이 중동 물담뱃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이다. 첫 번째 총격이 발생한 곳은 쿠르드족 공동체의 중심지인 동시에 다양한 배경의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곳이라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희생자의 상당수가 이민자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사망자 가운데 적어도 5명이 터키 시민이라고 밝혔으며, 중동의 소수민족인 쿠르드계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독일이 이번 공격의 모든 측면들을 명백히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이날 희생자 중 5명이 터키 국적자라고 밝혔다. 터키인들은 독일 내 소수민족 중 최대 집단을 이루고 있다. 독일 내 쿠르드계 주민들을 대표하는 ‘재독 쿠르드 공동체 연맹’(KON-MED)의 메흐메트 탄리베르디 부의장은 희생자 중 5명이 쿠르드계였다고 밝혔다. 터키 국적 희생자들과 겹쳐 보인다. 터키와 독일 언론은 희생자 중 보스니아인과 폴란드인도 한 명씩 있었다고 보도했다. 희생자들의 나이는 21∼41세였으며, 두 아이의 어머니인 35세 임산부도 포함돼 있다. 용의자 토비아스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했으며, 이번 사건 이전에는 당국에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페터 보트 헤센주 내무 장관은 말했다. 용의자는 자신이 과거 은행에서 일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은 용의자가 남긴 자백 편지에서 극우 성향의 시각이 노출됐다고 빌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용의자는 편지에다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들을 제거한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검사는 용의자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남긴 영상과 ‘선언문’은 “정상이 아닌 생각들, 복잡한 음모론뿐 아니라 깊은 인종차별주의적 사고방식”이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 연설을 통해 “범인이 우익 극단주의, 인종차별주의의 동기에서, 다른 출신, 종교 또는 외모의 사람들을 향한 혐오에서 행동했다는 많은 징후가 있다”면서 “인종차별주의는 독”이라고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우는 10만명 정도가 모여 사는 공업도시다. 이곳에 50년 동안 살았다고 밝힌 터키 출신 이민자는 블룸버그에 쿠르드인과 터키인, 독일인이 뒤섞여 살아왔는데 극우 극단주의의 문제는 없었다며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에 의한 극우 범죄로 드러나면 독일에서는 지난해 6월 난민을 옹호하는 데 앞장 선 정치인 살해, 같은 해 10월 동부 유대교회당 공격에 이어 일년도 안 되는 동안 일어난 세 번째 범죄가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독일의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과 비교할 때 드문 편이지만 최근 극우·이슬람 테러리즘, 조직 폭력범죄가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신문은 독일 정계에서 전통적으로 중도 정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2015년 이후 사회가 더욱 양극화됐고, 2015년 이후 독일 정부가 200만명의 망명 신청자를 받아들이면서 사회통합에 진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獨 하나우서 극우범죄 추정 총격… 9명 사망

    獨 하나우서 극우범죄 추정 총격… 9명 사망

    사건 발생 1시간 뒤 용의자 숨진 채 발견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동쪽으로 20㎞ 떨어진 소도시 하나우에서 19일(현지시간) 극우주의 범죄로 추정되는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43세의 독일인으로 밝혀진 용의자 남성은 이날 오후 10시쯤 하나우 도심에서 차량을 운전하며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최소 9명이 사망하고 최소 5명이 크게 다쳤다. 1차 총격은 하나우 시내에서, 2차 총격은 도시 서쪽 케셀슈타트에서 발생했으며 모두 도심의 ‘시샤(중동식 물담배) 바’에 있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목격자들은 1차 총격에서만 8~9발의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경찰은 즉각 용의자 추격에 나섰고, 사건 발생 1시간쯤 뒤에 용의자가 자택에서 70대인 어머니와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치안당국은 용의자가 운영한 웹사이트 등을 조사한 결과 최근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는 극우주의에 경도돼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독일 일간지 빌트를 인용해 용의자가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을 제거한다”며 극우 성향을 드러낸 편지를 남겼다고 보도했다. 용의자가 공격한 장소는 중동에서 유래한 ‘시샤’를 피울 수 있는 술집으로, 중동이나 다른 아시아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희생자 중에는 터키 출신과 중동의 소수민족인 쿠르드계 출신이 포함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독일에서는 외국인 이민자를 향한 극우·혐오범죄나 이 같은 이념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범죄에 대한 경고음이 다시 커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독일 할레의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아마존 게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통해 35분간 생중계돼 충격을 준 바 있고, 올해 첫날에는 외국인 혐오범죄로 추정되는 차량 돌진 사건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보트로프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사건 수습을 위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반유대주의의 표적이 된 할레의 한 대학을 방문하려던 20일 일정을 취소했다고 AP는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여객기에서 내리라고 하면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여객기에서 내리라고 하면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한 가족이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예후다 요세프 애들러와 아내 제니, 어린 딸이 지난해 1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떠나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로 떠나는 문제의 여객기에서 이런 봉변을 당했다며 텍사스주 법원에 명예훼손과 정신적 피해, 종교에 근거한 차별 등의 소장을 제출했다고 영국 BBC가 지난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애들러는 여객기에 올라 좌석에 5분도 채 앉아있지 않았는데 한 직원이 다가와 비상상황이라며 비행기에서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애들러 가족이 믿는 정통 유대교 신도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목욕을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승무원이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서둘러 비행기에서 내릴 때 승무원이 몸 냄새 때문에 기장이 가족들이 내리길 원한다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가족들은 탑승구 근처의 승객들에게 다가가 자신들에게서 정말로 나쁜 냄새가 나는지 물어보게 됐다. 20명에게 물었는데 한 사람도 냄새가 난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애들러 자신은 탑승한 날 아침에 샤워를 했다고 했다. 여객기에서 내린 가족들은 호텔과 식사를 제공받고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다른 편으로 디트로이트로 떠났다. 하지만 전날 여객기 화물칸에 이미 실렸던 짐들은 먼저 디트로이트에 도착한 상태였다. 항공사는 폭스 뉴스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애들러 가족은 여러 승객들과 우리 승무원들이 냄새가 난다고 불만을 제기해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했다. 다른 승객들의 편의를 걱정해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렇게 민감한 여건에서 애들러 네의 종교를 갖고 우리 팀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유럽 12곳 유대인 89% “반유대주의 증가” 유대인 증오 범죄 급증… 우려 목소리 커져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을 맞은 27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역사에 대해 반성해 왔던 독일은 오는 7월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 ‘반유대주의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도 했다. AP통신 등은 이날 아우슈비츠 수용소 ‘죽음의 문’ 앞에 홀로코스트 생존자 200여명과 세계 50여개국 대표단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은 유엔이 19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해방한 것을 기념해 지정했으며, 올해로 75년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식은 최근 서방국가에서 유대인 관련 증오범죄의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BBC는 EU 산하기관인 유럽기본권청(FRA)이 최근 유럽 12개국의 유대인 1만 6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지난 5년간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반유대주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실제 공격을 당할지 두렵다”고도 답했다. 반유대주의 증가 추이는 개별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2017·2018년 672건이었던 유대인 대상 증오범죄는 2018·2019년 1326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무슬림 대상 범죄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이 541건으로, 전년(311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잔혹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던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 범죄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에서 유대인을 향한 증오범죄는 2017년에 1986건, 2018년에 1879건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2017년에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반유대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곳곳에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93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마리안 투르스키는 “누군가 역사를 두고 거짓말하는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무관심해지는 순간, 우리 후손들에게 또 다른 아우슈비츠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날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은 “반유대주의가 늘어나는 것을 내 생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떤 누구에게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반유대주의의 부활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주간지 슈피겔 기고에서 “반유대주의가 독일의 유대인들에게 삶의 일부가 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면서 “독일이 EU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면 온라인상의 증오범죄나 잘못된 정보 등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신라는 무슬림 포용했는데… 지금은 차가운 시선 아쉬워”

    “신라는 무슬림 포용했는데… 지금은 차가운 시선 아쉬워”

    “알라(하느님)의 말씀인 쿠란에는 ‘누구에게도 종교(이슬람교)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아무리 교리가 좋아도 억지로 신앙을 믿게 하면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죠. 무력으로 종교를 이식하려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무슬림이 아닙니다. 그들은 알라의 말씀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지난 17일. 인천의 명물인 구월동 도매시장 거리의 한 건물에 자리잡은 ‘인천평화성원’에서 조촐하게 무슬림 예배가 진행됐다. 이날은 금요일로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의 합동 예배일이다. 한국에서는 금요일이 평일이다 보니 무슬림이 예배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이날 성원에 온 신자는 모두 5명. 머리에 ‘이마마’로 불리는 모자를 쓰고 설교대에 앉아 아랍어로 능숙하게 예배를 이끄는 이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박동신(34) 이맘. 한국인이다. 이맘은 무슬림 종교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로 기독교의 신부나 목사에 해당한다. 최근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미국과 전쟁 직전 상황까지 치닫는 갈등을 빚고 있던 터라 그의 설교가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그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이슬람 성원을 열었다. 무슬림이라고 하면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모습을 떠올리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슬람 신자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는지 궁금했다. 그에게서 직접 ‘무슬림으로 사는 법’을 들어 봤다.●“목사 꿈 접고 이슬람에서 해답 찾아” 기원전 17세기 인류 문명의 중심이던 메소포타미아 우르에 살던 아브라함(생몰연대 미상)에게 자신을 유일신으로 칭하는 ‘야훼’가 나타났다. 유일신은 “고향을 떠나 미지의 땅에서 새 민족을 세우라”고 명했다. 아브라함은 그의 말에 순종해 팔레스타인 가나안 지역에 정착했다. 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신앙을 학계에서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라고 부른다. 유대교와 기독교(가톨릭·개신교), 이슬람교가 대표적이다. 세 종교는 모두 같은 신을 믿는다. 신자 수는 기독교 24억명, 이슬람교 18억명, 유대교 1500만명 정도로 전 세계 인구(약 77억명)의 절반이 넘는다. 이 가운데 이슬람교는 선지자 무함마드(570~632)를 신의 마지막 사도로 여기는 종교다. 무슬림은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 모세 등이 본래 이슬람 신자였다고 본다. 박씨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한다. 보통 오전 5시쯤 잠에서 깨 깔개 위에서 절을 하며 “알함두릴라”라고 되뇐다. 아랍어로 ‘찬양한다’는 뜻이다. 다른 무슬림과 마찬가지로 하루 다섯 번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기도한다. 그는 ‘함양 박씨 문원공파’로 부산에서 태어난 토종 한국인이다.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존재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아 고민이 컸다고 한다. 오랜 방황 끝에 그 해답을 이슬람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안식교를 믿으셨고 어머니도 장로교 신자셨어요. 친척들의 종파도 다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기독교 안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성경에는 분명 모순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20대가 돼서도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아 많이 힘들었어요. 결국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들을 차근차근 살폈습니다. 본래의 하느님을 온전히 드러낸 종교는 이슬람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2009년 12월 한국 이슬람교 중앙성원(이태원)을 통해 입교했습니다.” ●10년 가까이 중동 유학… 어머니도 개종 무슬림이 되긴 했지만 ‘열정만으로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박씨는 1년 뒤 한국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다. 터키(2011~2012)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2012~2015), 요르단(2015~2017), 이집트(2017~2019) 등을 다녔다. 대학과 모스크 등에서 아랍어와 이슬람 교리를 습득했다. 현지에서 돈을 벌며 공부하다 보니 시간도 길어졌고 어려움도 컸단다. 하지만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돕는 이가 있다’고 했던가. 마지막 목적지인 이집트에서 만난 한 퇴직군인이 이역만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박씨가 안쓰러웠던지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나중에는 자신의 딸까지 소개해 줬다고 한다. 지금의 아내인 올라(28)씨다. “이슬람교를 믿게 되면서 제 삶은 180도 변했습니다. 진정한 한 분의 신을 섬기며 쿠란에 기록된 선행을 행하자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진정한 행복도 느끼게 됐어요. 처음에는 가족들의 걱정이 컸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반대가 특히 심했죠. 하지만 ‘부모에게 최선을 다하며 짜증을 내거나 질책하지 말라’는 쿠란의 구절을 지키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자 결국 아버지도 제 종교를 인정해 주셨어요. 어머니는 저를 따라 무슬림이 되셨죠.” 지난해 아내와 한국으로 온 박씨는 어머니가 사는 인천에 터를 잡고 가정 예배를 시작했다. 2013년 그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한국이슬람방송’ 등을 보고 무슬림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신자가 많은 날에는 30명 가까운 무슬림이 박씨의 집을 방문했다. 예배 공간이 부족해지자 지난해 말 자비로 조그마한 사무실을 빌려 인천평화성원을 세웠다. 우리나라에 50~60곳의 이슬람 성원이 있지만 한국인이 세우고 직접 운영하는 성원은 거의 없다. 2009년 이슬람교에 입교한 지 정확히 10년 만에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그는 자평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부자인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천년 넘은 이슬람교와의 역사 원래 이슬람교는 우리 민족과 가까웠다. 845년 중동의 지리학자 이븐 쿠르다드비가 쓴 ‘왕국과 도로 총람’에는 “상당수 아랍인들이 신라를 동경해 한반도로 이주했다”고 적혀 있다. 고려시대에도 무슬림 수만 명이 벽란도와 개성 일대에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예궁’이라는 모스크를 짓고 종교 활동도 했다. 고려가요 ‘쌍화점’에도 무슬림이 등장한다. 쌍화란 튀르크계 만두의 일종이다. 고려 여인이 쌍화점(만두 가게)에 음식을 사러 들어갔더니 무슬림 주인이 그의 손을 덥석 잡으며 유혹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국호인 ‘코리아’는 당시 무슬림 상인들이 고려를 부르던 아랍어다. 금속활자와 고려 인삼도 무슬림이 전 세계로 퍼뜨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수시로 무슬림 지도자를 초청해 쿠란을 낭송하고 기도를 올리게 해 국가의 안녕을 바랐다는 기록이 나온다. 한국 이슬람교 중앙성원 등에서 추정하는 한국인 무슬림은 3만 5000명 정도다. 하지만 하루 다섯 번 예배를 보고 평생에 한 번은 다녀와야 하는 메카 순례를 경험한 ‘진짜’ 무슬림은 몇 백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이슬람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신자로 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과거 중동에서 건설 붐이 일었을 때 일부 공사는 무슬림만 참가할 수 있었거든요. 이때 한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상 이유로 대거 입교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 와서도 종교 활동을 이어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이맘은 종교 공동체에서 추대 형식으로 선출되기에 무슬림 수십~수백명당 한 명씩 나오게 돼 있어요. 한국인 무슬림이 3만명이라면 한국인 이맘도 수백명은 돼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한국인 이맘은 저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해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죠.” ●세계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화해 분위기 현재 세계는 조금씩이나마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틈날 때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을 믿는 형제들”이라며 무슬림을 언급한다. 영국에서는 일부 성공회 교회가 금요일마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예배 공간을 빌려준다. 다만 한국에서는 신자 수 기준 세계 2위 종교를 위험하다고만 여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그는 전했다. “진정한 이슬람에는 강요가 없습니다. 헌금도 요구하지 않아요. 이슬람 교계에서도 모두가 힘을 합쳐 테러리즘 근절에 앞장서고 있어요. 한국인들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이기에 존중합니다. 다만 이슬람 세계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만큼은 꼭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중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좋은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심상찮은 美 반유대주의 범죄… 트럼프 책임론 커졌다

    뉴욕서 보름새 8건… 2017년 최다 발생 “트럼프, 증오·분열 부추겨” 정치권 공방 미국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며 반(反)유대주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인종·종교를 둘러싼 분열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책임론 공방도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록랜드 카운티 몬시의 유대교 랍비의 집에 괴한이 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시기와 겹치는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 도중 벌어진 사건으로, 5명이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건 하루 뒤인 29일 트위터에 “사악한 반유대주의 재앙에 맞서 싸우고 대적해야 한다”는 반응을 올렸다. 미국에서의 반유대 범죄는 2013년 800건 아래로 떨어진 뒤 꾸준히 상승해 2017년에는 1986건, 2018년엔 1879건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57% 급증했던 2017년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모든 주에서 유대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일어난 해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뉴욕에서 접수된 반유대주의 사건만 8건에 이르는 등 올해도 2017·2018년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2018년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숨진 데 이어 지난 4월엔 캘리포니아주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범죄가 일어나는 등 최근 반유대 범죄는 수위가 더욱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경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사회의 깊어지는 분열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79년 처음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많은 반유대 범죄가 일어났던 2017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해이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탄핵 사태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유대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반유대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을 반복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 “지난 몇 년간 이 나라에서 증오의 기운이 생겨났다. 대부분은 워싱턴에서 비롯됐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증오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긴 호흡(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펴냄) 올 초 세상을 떠난 퓰리처상 수상 시인의 산문집. 시인은 어린 시절 자신을 문학소녀로 만든 삶의 동반자들에 대해 회고하며 ‘긴 호흡’으로 미국 현대시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의 시론을 펼쳐 보였다. 자연과 삶, 문학에 관한 섬세한 관찰이 견고한 문장들을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168쪽. 1만 3000원.신학의 식탁(주원준·박태식·박현도 지음, 들녘 펴냄) 유다교(유대교)·이슬람교·그리스도교, 세 종교의 관련성을 비교 분석한 교양서. 가톨릭 신도와 성공회 사제, 이슬람 전반을 탐구해 온 학자 등 신앙과 연구 분야가 서로 다른 저자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돼 갈라진 세 종교의 교섭사를 정리했다. 392쪽. 1만 9000원.낯선 사람들과의 동행(폴 시브라이트 지음, 김경영 옮김, 공작기계 펴냄) ‘자연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의 경제생활’이라는 부제가 붙은 경제학자의 저작. 저자에 따르면 신뢰의 구조는 협력의 바탕 위에 세워져 있고, 협력을 가능케 하는 요인은 ‘터널 비전’(제한된 시야)이다. 그는 2007년 세계경제위기는 뉴욕 금융가의 모럴 해저드 탓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640쪽. 2만 8000원.농경의 배신(제임스 C 스콧 지음, 전경훈 옮김, 책과함께 펴냄) 호모사피엔스가 이룬 정착 생활은 과연 이동 생활보다 더 우월할까. ‘역사적 대항서사’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제임스 C 스콧 예일대 교수가 인류가 정착과 농경 생활을 피하려 했던 이유, 이동 생활의 이점, 동식물이 과밀화된 환경에서 발생한 전염병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392쪽. 2만 2000원.일을 버려라!(제이슨 프라이드 지음, 우미정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베이스캠프’의 두 창업자가 쓴 회사 운용에 관한 저서. 그들이 운영하는 회사 ‘베이스캠프’는 이익을 내는 데만 관심이 있으며 최선의 이익 향상을 위한 목표 설정은 하지 않는다. ‘판을 깨겠다’는 생각에만 매몰된 혁신에 대한 심취도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이들은 말한다. 312쪽. 1만 5000원.낯선 죽음(지안 도메니코 보라시오 지음, 박종대 옮김, 다봄 펴냄) 유럽 완화의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쓴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고찰. 호스피스와 완화의료 서비스의 현실적인 개선책, 의대에서 완화의료 과목을 교육하는 문제, 웰다잉을 위한 명상까지 세심하게 다뤘다. 276쪽. 1만 5500원
  • ‘反무슬림법’ 강행하는 모디… 민족주의 이슈로 경제 위기 덮나

    ‘反무슬림법’ 강행하는 모디… 민족주의 이슈로 경제 위기 덮나

    이민자 종교검사로 무슬림 시민권 제한 학생들 “헌법 위반·세속주의 파괴” 반발 경찰, 강경진압… 6명 사망·3000명 체포 인권변호사 “국민 관심 돌리려 만든 이슈”인도에서 이슬람교도 이민자를 사실상 불법화하는 시민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계속된 시위로 6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체포됐다. 문제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이민자의 종교 검사를 통해 무슬림에게 시민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인도를 ‘힌두 국가’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 전역으로 확산된 반(反)시민권법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시위에 인도의 평등과 세속주의 골격을 세운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5일째 시위가 벌어진 서벵갈에서 17일 최소 354명이 체포됐다. 이날 펀자브대학에서는 뉴델리에 있는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대학과의 연대 표시로 거리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개정된 시민권법은 평등을 규정한 헌법 14조 위반이자 세속주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아삼주 최대 도시 구와하티에서 계속된 시위로 군병력 수천명이 진압에 투입됐으며 지금까지 6명이 경찰 발포와 폭행으로 사망하고 3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윗에서 “시민권법 개정안은 1000% 옳은 조치”라며 법안 시행을 강행할 태세다. 힌두 민족주의는 모디 총리 지지층의 이념이자 인도국민당(BJP)의 핵심 목표다. 지지자들은 심지어 인도의 국가 명칭을 고유어인 ‘바랏’으로 바꿀 것을 주장한다. 2014년 집권 이후 모디 총리는 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등 민족주의 조치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아삼 지역 인권 변호사인 아만 와두드는 “경제가 누더기”라며 “인권법 개정은 국가를 양극화하고,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만든 이슈”라고 비판했다. 문제의 시민권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연방 하원, 12일 상원을 통과했다. 대통령 공표만 남겨 둔 상태다. 유명 배우이자 하원 의원인 라비 키샨은 “무슬림 국가도 있고, 유대교 국가도 있는데 우리도 하나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법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시민권법은 무슬림이 다수 국가인 방글라데시·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서 2014년 12월 이전에 인도로 건너와 정착한 힌두교·기독교와 같은 종교적 소수자에게 인도 시민권을 내준다. 그러나 무슬림에 대해서는 이들 국가에서 박해받을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시민권 발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럴 경우 인도 동북부 무슬림 약 200만명이 국적이 없는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시아파, 미얀마의 로힝야 무슬림과 힌두교, 스리랑카의 기독교 타밀족 등이 받는 차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종교에 따른 무슬림 차별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모디 정부가 헌법이 규정한 세속주의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손녀이자 야당인 국민회의 임시 대표인 소냐 간디는 “시민권법은 인도의 영혼을 찢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자국민에게 인도 동북부 여행 주의령을 내렸다. 주인도한국대사관도 “아삼의 경우 여행이나 출장을 예정한 사람들은 일정을 재고해 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독일군, 100년 만에 유대교 성직자 ‘랍비’ 받아들인다

    독일군, 100년 만에 유대교 성직자 ‘랍비’ 받아들인다

    유대교 성직자인 ‘랍비’도 독일 군인이 되는 길이 열린다. 라비가 독일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약 100년만에 부활된 것이다. 독일군은 11일(현지시간) 연방정부가 유대인 중앙위원회와 맺은 국가협정에 따라 랍비를 사제 목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도이체빌레 현지 언론과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관련 법안은 연방 하원을 통과해야 하지만, 연립정부의 참여 정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하다. 독일군에는 현재 기독교와 천주교 군 성직자가 복무 중이다. 독일군 18만 명 가운데 9만 명이 기독교도와 천주교도로 분류된다. 유대교도는 300명, 이슬람교도는 3000명 가량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다른 나라에서는 랍비를 군 사제로 도입했다. 독일 국방장관이자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인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는 트위터에 “오늘 내각회의에서 유대교 장병들에게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 약 100년 만에 연방군대에 유대인 라비를 다시 세운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유대인의 (종교) 생활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을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이런 연유로 과거 독일 군대에서 랍비가 상대적으로 흔했지만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집권하면서 유대인을 모든 공직에서 쫓겨났다고 AP가 전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이슬람교 군 성직자를 도입할 계획도 갖고 있으나, 협상 주체가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네팔 ‘생리 중 격리’ 21세 여성 사망…강요자 체포에도 악습 여전

    네팔 ‘생리 중 격리’ 21세 여성 사망…강요자 체포에도 악습 여전

    힌두교 ‘생리혈 불결’ 인식 때문에 여성 격리홀로 낡은 오두막서 불 피우다 질식사 빈번 네팔에서 여성을 생리 기간 중 가족과 격리하는 ‘차우파디’라는 악습 때문에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격리를 강요한 사람이 처음으로 체포됐다.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네팔 서부의 한 오두막에서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격리돼 있던 파르바티 부다 라와트(21)라는 이름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두막은 추위를 피하려고 피운 불로 연기가 가득 찬 상태였다. 네팔에서는 여성의 생리혈을 부정하게 여기는 힌두교의 관습에 따라 생리 중인 여성이 종교적 상징물뿐만 아니라 소, 남자,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먹을 음식에까지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과거 힌두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불교에서도 여성의 월경을 불결하게 생각했다. 일본에서도 생리 중인 여성을 공동 오두막에 격리시키는 풍습이 있었다. 이와 같은 관습은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대체로 사라졌지만 네팔에서는 ‘차우파디’라는 이름으로 생리 중인 여성을 집 밖의 외양간이나 창고, 움막이나 외딴 오두막 등에서 자게 하는 관습이 남아 있었다. 이들이 격리돼 지내는 오두막 등이 대체로 낡고 극도로 좁은 공간이다보니 혼자 오두막에서 지내는 여성이 추위를 이기려고 불을 피웠다가 연기에 질식해 숨지거나 독사에 물려 숨지는 등의 사건이 해마다 끊이지 않았다.올해 들어 연기에 질식해 숨진 여성만 해도 4명이다. 2016년에는 15세 소녀가 움막 안에서 불을 피우다가 질식사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생리 중인 여성이 불결하다는 이유로 오두막에 격리해놓고는 정작 혼자 남겨진 여성을 성폭행하는 범죄도 빈번했다. 네팔 사법당국은 2005년 ‘차우파디’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서부 지역 등에서는 여전히 이 관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차우파디’ 관습을 따르라고 강요한 사람에게 최고 징역 3개월이나 3000네팔루피(3만 1000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을 도입했다.파르바티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현지 경찰은 “피해자를 오두막에 머물도록 강요한 혐의로 친족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며 “이는 ‘차우파디’ 강요자에 대한 첫 체포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에는 여성들이 생리 중 격리를 강요하는 가족·친족을 신고하지 않아 형사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라다 푸델 ‘차우파디’ 반대 운동가는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악습을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아우슈비츠 방문 한달 남짓 앞당긴 이유

    메르켈 총리 취임 후 첫 아우슈비츠 방문 한달 남짓 앞당긴 이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이하 현지시간) 홀로코스트 참극의 대표 격인 폴란드 아우슈비츠를 취임 이후 처음 찾았다. 옛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당초 이 수용소 해방 75주년에 발 맞춰 내년 1월 27일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독일의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데 경종을 울리기 위해 앞당겼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나치 독일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가 정식 명칭인 이 수용소에서 무려 110만명을 살해했는데 대다수가 유대인이었다. 나치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박멸하겠다며 600만명을 학살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지난 10월 40세 여성과 20세 남성이 동부의 한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바깥에서 총에 맞아 살해됐는데 극우 성향의 27세 남성이 반유대 감정에 휩싸여 총기를 발사했다고 자백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초대돼 많은 죄수들이 처형당한 이른바 검정 담 앞에서 1분 묵념을 올린 뒤 비르케나우 수용소에 헌화했다. 이 재단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시도에 경종을 울리게 도와달라. 역사가 침묵을 강요하도록 용납해선 안된다. 기억을 되살리자”고 촉구했다. 그녀는 독일에 있는 나치의 다른 수용소들인 다차우와 부켄발트 등은 다녀왔지만 폴란드 크라코프 시 서쪽의 아우슈비츠를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임 총리 헬무트 슈미트가 1977년, 헬무트 콜이 1989년과 1995년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그 뒤 24년 동안 어느 총리도 찾지 않아 메르켈의 방문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방송은 전했다.한편으로는 역대 어느 총리도 지금처럼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 내몰리지도 않았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유대인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지난해에만 1646건으로 집계돼 2017년보다 10%가 늘었다. 지난해 유대인 신체에 직접 위해를 가한 사건도 62건으로 한해 전 37건의 곱절에 가까웠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인이 저지른 야만적인 범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계를 넘은 범죄 앞에서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어떤 말로도 이곳에서 비인격적인 처우를 받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많은 사람의 슬픔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범죄에 대한 기억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다. 이것은 우리 국가와 분리할 수 없다”면서 “책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일부”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의 자유, 인격, 민주주의, 법치주의가 매우 소중하면서도 정치적 과정과 국가 활동, 일상에서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이것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오늘날 명확히 이야기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종주의에 대한 우려스러운 현실, 편협과 증오 범죄의 증가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공격과 위험한 역사 수정주의를 목도하고 있다. 역사 수정주의는 외국인 혐오와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최근 내후년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혀 연정이 다시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올라프 숄츠 부총리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대표 투표에서 연정에 비판적인 후보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 정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립정부 참여를 포기하느냐를 놓고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슈비츠는 오래 전부터 군 막사로 사용해오다 1939년 나치가 폴란드 정치범을 수감하기 위해 개조했으며 대략 40개의 막사를 거느린 대규모 수용소로 커졌다. 비르케나우는 1941년 조금 떨어진 곳에 건설됐는데 1942년 초부터 1944년 말까지 가스실로 보내지거나 굶주려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 유대 혈통이 아닌 폴란드인, 로마인, 동성애자와 정치범, 소련군 포로들도 학살을 피하지 못했다. 옛 소련군은 1945년 1월 27일 이 수용소를 해방시켰는데 이날은 세계 전역에서 홀로코스트 추념의 날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러 피겨선수 ‘아우슈비츠 죄수복’ 의상 논란…ISU, 베스트 후보도 올려

    러 피겨선수 ‘아우슈비츠 죄수복’ 의상 논란…ISU, 베스트 후보도 올려

    러시아의 유명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그랑프리 대회에 입고 출전한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이 뒤늦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4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 해외 주요언론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측이 러시아 안톤 슐레포프(23)의 대회 의상을 '베스트 의상'(best costume) 후보로 올린 것에 대해 실수라며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프랑스와 일본에서 각각 열린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에서 슐레포프는 문제의 이 의상을 입고 프리 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해 연기했다. 이 의상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 줄무늬 죄수복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가슴에는 유대교를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붙어있다. 당시 슐레포프는 홀로코스트 동안 많은 유대인을 학살로부터 구한 오스카 쉰들러의 일화를 다룬 '쉰들러리스트'를 테마로 한 연기를 문제의 이 의상을 입고 펼쳤다. 이 당시에도 슐레포프의 의상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ISU 측이 슐레포프의 의상을 베스트 의상 후보에 올리자 소셜네트워크(SNS) 이용자를 중심으로 분노가 폭발했다. 네티즌들은 "슐레포프의 의상을 베스트 의상 후보에 올린 것은 매우 무책임하고 모욕적"이라면서 "집단학살의 참상은 오락거리가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측도 "고통스러운 홀로코스트의 대표 이미지를 환기시킨 것은 매우 몰이해하고 불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자 ISU 측은 "슐레포프의 의상이 베스트 의상 후보에 지명된 것은 실수"라면서 "이미 후보에서 제외했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코빈 ‘반유대주의 논란’, 英 노동당 총선 악재로

    코너 몰린 코빈, 존슨 무역협정 문서 폭로 “정부, 美에 공공 보건서비스 팔려고 내놔” 영국 노동당이 다음달 12일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반(反)유대주의’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내 유대교 최고지도자의 전례 없는 비판에 제러미 코빈 대표는 “노동당 내에 반유대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지만 인종차별이라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전역의 62개 유대교회당을 이끄는 에프라임 미르비스 랍비장은 일간 더타임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영국에 사는 유대인들이 노동당의 집권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이 반유대주의를 없애고자 최선을 다한다는 주장은 허황된 소설”이라면서 “노동당은 수뇌부에서부터 (반유대주의라는) 새로운 독이 뿌리내린 곳”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유대주의에 대한 코빈 대표의 대응은 만인에 대한 존중과 존엄이라는 영국의 가치와 모순된다”며 코빈이 차기 총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임을 강조했다. 노동당이 반유대주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코빈 대표 체제가 출범한 2015년 9월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코빈 대표가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 찬성 집회에 참석하고,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친구’라고 부르는 등 친팔레스타인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2017년엔 13명의 하원의원이 당을 나가면서 반유대주의 대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코빈 대표는 그러나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당을 둘러싼 반유대주의 의혹을 부인하며 유대인 공동체에 사과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요청을 네 번이나 거절했다. 그는 “노동당의 대응이 허황됐다는 미르비스 랍비장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자신이 취임한 후 “반유대주의에 대한 강력하고 진보된 대응 절차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떤 형태의 반유대주의도 현재 영국과 노동당 정부하에서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번 사태는 코빈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비판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유대교 공동체에서는 “노동당의 부진한 대응을 비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소수자의 인권을 돌보지 않는 보수당이 안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날 영국 무슬림 평의회는 보수당이 그동안 ‘이슬람 포비아’(이슬람 혐오)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며 비판했다. 코빈 대표는 27일 영국 정부가 미국과 무역협정 협상에서 공공의료 서비스인 국민보건서비스(NHS)를 거래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영국과 미국 정부가 무역 및 투자 워킹그룹에서 논의한 내용을 담은 451쪽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존슨이 NHS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팔려고 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총선은 이제 NHS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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