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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현 라쿠텐 입단과 호시노의 계산은?

    김병현 라쿠텐 입단과 호시노의 계산은?

    ‘자유로운 영혼’ 김병현(32)이 돌아왔다. 김병현은 25일 일본프로야구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구단과 1년간 계약금 포함 총액 3,300만엔(추정 4억 4700만원)에 계약했다. 선수 등록명은 ‘KIM’ 이며 백넘버는 99번을 달고 뛴다. 김병현의 입단 확정으로 올 시즌 일본에서 활약하게 될 한국인 선수는 6명으로 늘어났다. 김병현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틀간에(16,17일) 걸쳐 라쿠텐 구단의 입단테스트를 받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던 탓에 본연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며 계약이 순조롭지 못했다. 몸상태가 완벽해 지면 다시보자며 떠난 김병현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라쿠텐 유니폼을 입었다. 라쿠텐이 김병현을 데려온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때문이다. 투수출신의 호시노 감독이란 점, 또하나는 마땅한 마무리 투수감이 없는 라쿠텐의 현실상 그 대안을 김병현을 통해 메우겠다는 계산때문이다. 올해 라쿠텐은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2005년 창단 후 만년 하위권팀이란 오명을 들었던 라쿠텐은 2009년 노무라 카츠야 체제하에 처음으로 A 클래스(리그 2위)에 들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노무라가 물러난 지난해 신임 마티 브라운이 1년만에 팀을 말아먹으며 다시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브라운은 히로시마에서 4년간 감독을 맡으면서 단 한번도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지 못하더니 감독 이적 첫해 또다시 라쿠텐을 최약체로 만들었다. 시즌 후 브라운 퇴출은 당연한 수순. 지금은 호시노 센이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직 조금 더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오프시즌에서 호시노가 보여준 전력보강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메이저리거 이와무라 아키노리와 마쓰이 카즈오는 호시노 특유의 입담을 통해 라쿠텐으로 이적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평소 흠모하던 김병현까지 라쿠텐 유니폼을 입게 돼 날개 하나를 더 달았다. 여기에다 이와쿠마 히사시의 메이저리그행이 불발된것도 호시노 입장에선 호재다. 지금까지는 호시노가 구상하고 있는 전력보강이 톱니바퀴가 맞물려가듯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라쿠텐에서의 김병현은 어느정도의 효용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그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뒷문 지킴이는 가능성이 있을까. 아직까지는 반반이다. 일단 김병현 앞에 놓여 있는 여건들은 시기상 안성맞춤이다. 라쿠텐의 아킬레스건, 그리고 강팀으로 가는데 있어 필수요건중 하나인 전문 마무리투수가 이팀엔 없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뒷문을 지켰던 전직 메이저리거 후쿠모리 카즈오가 은퇴하자 지난해 팀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작년에 13세이브를 올린 카와기시 츠요시(50이닝, 평균자책점 6.12)는 마무리투수라고 불리기도 민망했는데 아오야마 코지(51.1이닝, 평균자책점 1.72), 코야마 신이치로(59.2이닝, 평균자책점 2.41), 카타야마 히로시(62.1이닝, 평균자책점 1.88)로 이어지는 불펜진의 수준은 매우 높다. 이 좋은 중간투수들의 분전이 올 시즌에도 이어진다면 김병현 역시 세이브 쌓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김병현의 구위다. 아무리 팀 여건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자신의 기량을 되찾지 못한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단테스트에서 김병현의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130km대에 머물렀다. 오랫동안 떠돌아 다녔기에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탓도 컸지만 기대이하였던건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선수가 개인훈련을 하는것과 체계적인 팀 훈련을 받는 것은 천지차이다. 결국 다가오는 라쿠텐의 동계합동훈련에서 김병현이 얼만큼 하느냐가 구속회복은 물론 일본에서의 성공유무를 판가름 하는 시발점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한가지 주목해봐야 할 부분은 김병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는 점이다. 짧은기간 동안 마이너리그 경험만 쌓고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올라와 그와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킨 동양인 투수는 없었다. 노력은 선수의 의지지만 재능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기에 스케줄에 따라 정상적인 몸만들기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우려보다는 기대를 받을만 하다. 과연 김병현은 올 시즌 라쿠텐이 노리고 있는 우승에 있어 얼만큼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까. 그리고 호시노의 눈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낼수 있을까. 야구는 물론 김병현 특유의 까칠함까지 더해진다면 실력과 인기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수 있을 것이다. ‘한국산 핵잠수함’의 복귀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김병현 日 라쿠텐 간다

    미국프로야구에서 뛴 ‘핵잠수함’ 김병현(32)이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유니폼을 입는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25일 김병현이 라쿠텐과 계약금 포함해 1년간 총 3300만엔(약 4억 4767만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김병현은 일본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병현은 2007년까지 9년간 통산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올렸던 잠수함 투수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소속팀을 찾지 못해 개인 훈련을 해왔던 김병현은 지난해 미국 독립리그인 골든 베이스볼 리그 오렌지카운티에서 10경기에 나와 3승 1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했고 마침내 일본 퍼시픽리그 라쿠텐에 둥지를 틀었다. 김병현은 같은 리그의 박찬호(38), 이승엽(35·이상 오릭스 버펄로스), 김태균(29·롯데 지바),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잔류한 이범호(30) 등과 한국인 투·투 또는 투·타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등번호 99번을 배정받은 김병현은 마무리 투수 후보로 활약할 예정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오릭스 ‘선발 3인방’ 중심은 역시 박찬호!

    오릭스 ‘선발 3인방’ 중심은 역시 박찬호!

    현재 박찬호(오릭스)는 두산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이타현 벳푸에 합류해 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박찬호는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박찬호가 두산 캠프에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박찬호는 26일 정식으로 오릭스 입단식을 거행하며 31일에는 오릭스 선수들과 함께 훈련지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로 이동 후 다음날 1일 팀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2월 1일은 오릭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거의 모든 팀들이 동계훈련을 시작하는 날이다. 올 시즌 오릭스는 마운드 재건을 우승탈환의 화두로 삼고 있는 팀이다. 지난해 다승왕(17승)이자 에이스인 카네코 치히로를 제외하면 고만고만한 선발투수들이 많은 팀 사정상 확실한 ‘보증수표’ 만들기는 이번 동계훈련의 필수요건이다. 그래서 오프시즌에 박찬호를 영입했고 155km의 포심패스트볼을 뿌리는 알프레도 피가로도 보강했다. 동계훈련 동안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오릭스의 6선발 로테이션은 정해져 있다. 카네코 치히로-박찬호-키사누키 히로시-콘도 카즈키-테라하라 하야토-알프레도 피가로 순이다. 항간에서는 박찬호가 개막전 선발로 출격 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지만 일본에서 경험이란 측면을 생각하면 그 몫은 카네코의 차지가 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할때 올 시즌 오릭스의 선발 마운드는 물음표 투성이인곳이 많다. 이 투수들이 기대대로만 해준다면 더할나위가 없겠지만 곳곳에서 불안함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박찬호는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긴 하지만 주어진 보직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몇년간 박찬호는 선발이 아닌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물론 선발 경험이 매우 풍부하긴 하지만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예전처럼 선발로 돌아가 마운드에 오르기엔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일본야구가 5인이 아닌 6인 선발 로테이션이란 점이다. 중간에 휴식일도 끼여 있어 일주일에 한번 등판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미국에 비해 짧은 이동거리를 감안하면 선발로서 체력적인 부담은 그렇게 우려할만한 사항은 아니다. 한신의 시모야나기 츠요시는 우리나이로 44살(1968년생)이지만 아직까지도 팀의 선발 한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야구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해 주는 선례다. 결국 오릭스는 키사누키와 테라하라가 얼마나 해줄수 있느냐가 올 시즌 키포인트다. 키사누키는 2010 시즌을 앞두고 요미우리에서 오릭스로 트레이드 되어온 선수다. 두터운 요미우리 선발진을 뚫지 못하고 주로 2군에 머물던 그는 지난해 10승(12패, 평균자책점 3.98)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키사누키의 올 시즌 목표는 12승이다. 구종이 단조롭고 폭투가 많은게 흠이지만 지난해 5번의 완투(1완봉 포함)승이 말해주듯 위기관리 능력은 수준급이다. 테라하라 라고 하면 한때 소프트뱅크의 미래의 에이스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역대 고시엔이 배출한 강속구 투수계보에서 결코 빼놓을수 없는 투수로 타무라 히토시(소프트뱅크)와 트레이드 되어와 지난해까지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오프시즌에 오릭스는 야마모토 쇼고를 요코하마로 보내고 테라하라를 데려왔다. 지난해 테라하라는 4승(3패)에 머물렀다. 테라하라는 요코하마에서 12승을 거두기도 했었고 지난 2008년에는 마무리로도 뛴 전력이 있는 투수다. 테라하라에 대한 오카다 감독의 기대치는 두자리 승리 투수. 이게 실현되면 올 시즌 오릭스가 품고 있는 우승이 결코 힘든 목표는 아닐 것이다. 콘도는 선발투수로서 내세울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뺄수도 없는 고만고만한 하위선발급 투수, 외국인 투수 피가로는 매우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실전에서 공을 뿌린적이 없기에 섣부른 판단을 할수 없다. 오릭스 선발진에서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좌완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피가로와 함께 영입한 외국인 투수 마크 맥레인이 좌완이긴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대치는 피가로보다 낮다. 퍼시픽리그는 각 팀마다 너나 할것 없이 강력한 ‘원투 펀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릭스는 강력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카네코를 뒷받침 해줄 투수가 부족했던게 팀 연승을 이어가지 못한 원인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사정이 다를듯 싶다. 이것은 박찬호를 영입함으로써 다소나마 해결될것으로 보이며 키사누키가 목표대로만 활약해준다면 타나카 마사히로-이와쿠마 히사시-나가이 사토시의 라쿠텐 선발진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선발 3인방’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그 중심은 박찬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런던통신] ‘베일 vs 하파엘’의 끝나지 않은 승부

    [런던통신] ‘베일 vs 하파엘’의 끝나지 않은 승부

    지난 주말 10명이 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토트넘 핫스퍼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EPL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38)는 리그 600경기를 소화하며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가장 뜨거웠던 승부는 가레스 베일(21)과 하파엘 다 실바(20)의 정면충돌이었다. 두 선수의 끝나지 않은 승부를 소개한다. 영국 방송 ‘BBC’는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 전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축구 블로그를 통해 베일과 하파엘의 재대결에 대한 분석 글을 기재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해 10월 맨유는 토트넘을 홈으로 불러들여 2-0 승리를 거뒀다. 당시 인테르 원정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영국은 물론 유럽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베일은 하파엘에게 철저히 봉쇄당했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정확히 3일 뒤 하파엘을 넘지 못했던 베일이 세계 최고 풀백이라 불리던 마이콘을 또 다시 바보로 만들어버리며 토트넘의 3-1 완승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하파엘의 실력이 마이콘 보다 더 뛰어났던 것일까? 특정 부분에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단 베일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가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BBC’는 당시 하파엘과 마이콘의 볼 터치 위치를 비교하며 “마이콘이 상대 진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과 달리 하파엘은 대부분의 시간을 수비 진영에서 보냈다.”며 두 선수의 공격 성향 차이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하파엘의 경우 볼 터치 뿐 아니라 오버래핑에 의한 크로스를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그만큼 베일을 막는데 집중했다는 얘기다. 베일의 맨유전 기록을 보면 그가 하파엘을 상대로 얼마나 힘든 경기를 펼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10월 맨유 원정에서 베일은 1개의 크로스도 성공하지 못했다. 또한 마이콘을 농락했던 드리블 성공률도 하파엘 앞에서는 22%에 그쳤다. 지난 주말 홈경기는 어땠을까?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파엘이 퇴장 당했음에도 단 2개의 크로스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단순히 하파엘이 공격을 자제하고 수비에 집중했다는 이유만으로 베일을 막는데 성공했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방영된 ‘BBC’의 ‘MOTD2(Match of the day)’에서는 맨유가 베일을 막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BBC는 에버턴의 필립 네빌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베일을 제어했다고 덧붙였다) 첫째, 베일이 볼을 잡기 전 혹은 볼을 잡았을 때 하파엘로 하여금 근거리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 베일에게 드리블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둘째, 베일이 드리블 혹은 이대일 패스 후 터치라인을 돌파할 때 하파엘이 베일을 쫓고 대런 플레쳐 혹은 리오 퍼디난드가 베일의 돌파 공간으로 먼저 이동해 볼을 차단하게 했다. 매우 단순한 듯 하지만 올 시즌 대부분의 EPL 팀들이 이러한 방식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토트넘의 베일에게 많은 돌파와 골을 허용했다. 재빨리 거리를 좁히고 베일의 스피드를 쫓는 일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파엘은 베일을 따라잡을 만큼 빠른 스피드와 민첩성을 갖췄기에 맨유가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 두 어린 재능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비록 베일의 올 시즌 맨유 격파는 모두 실패로 끝이 났지만 그는 두 차례 맞대결을 통해 조금씩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파엘도 마찬가지다. 간혹 젊은 패기가 넘치다 못해 흐르며 레드카드를 불러오긴 하지만 올 시즌 퍼거슨 감독이 왜 3년 전 자신을 영입했는지 몸소 증명하고 있다. 베일이 긱스의 뒤를 이어 맨유의 유니폼을 입지 않는 이상 이 둘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무관의 제왕’ 임창용, 올해는 세이브왕 될까?

    ‘무관의 제왕’ 임창용, 올해는 세이브왕 될까?

    3년간 총 14억 2천만엔(올해 기본연봉 4억엔=한화 약 54억원)의 초대박 신화를 쓴 임창용(야쿠르트)에겐 하나의 소망이 있다. 2007년 3천만엔(3억 5천만원)을 받고 일본야구에 발을 내딛은 후 3년만에 17배에 달하는 연봉 인상액을 기록한 그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타이틀은 없다. 지난해 임창용은 35세이브를 올리며 1위였던 이와세 히토키(주니치, 42세이브)에 이어 이부문 2위에 머물렀다. 양리그 통틀어 유일하게 ‘블론세이브’가 없었지만 팀이 초반부터 추락하는 바람에 세이브를 올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게 컸다. 물론 야쿠르트가 시즌 중반부터는 정상궤도로 올라섰지만 그때는 임창용이 이와세를 추격하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세이브란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 전력 역시 뛰어나야 한다. 마무리 투수에게 등판기회라는 것은 곧 팀이 리드하는 경기가 많아야 한다는 뜻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야쿠르트의 전력은 임창용에게 좀 더 많은 등판 기회를 얻게 해줄수 있을까. 아직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임창용이 시즌 초반 세이브 쌓기에 실패했던 것은 팀 타선의 부진과 더불어 선발투수들의 난조가 컸다. 하지만 올해는 투타에서 모두 지난해보다는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못미더웠던 ‘공갈포’ 애런 가이엘과 제이미 덴토나 때문에 시즌 중 영입한 조쉬 화이트셀(68경기, 타율 .309 홈런15, 타점53)이 팀과 재계약하며 올해도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게된것이 크다. 화이트셀은 4번타자답게 .359의 높은 득점권 타율로 지난해 보다 올 시즌이 더 기대되는 타자다. 아오키 노리치카, 타나카 히로야스, 아이카와 료지의 기복없는 활약, 그리고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베테랑 미야모토 신야와 ‘번개발’ 후쿠치 카즈키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여타 팀들과 비교해 타선의 짜임새가 밀리지 않는다. 선발 투수력은 일본최고 수준의 전력이다. 기존의 이시카와 마사노리, 타테야마 쇼헤이의 원투펀치는 물론 그동안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던 광속구 투수 사토 요시노리(12승)의 급성장, 무라나카 쿄헤이(11승)와 신인으로써 7승이나 올린 나카자와 마사토가 있다. 좌우 투수가 골고루 섞여있는 것은 물론 질적 양적으로도 최정급 선발 로테이션이다. 마쓰부치 타츠요시-오시모토 타케히코-마츠오카 켄이치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진도 임창용의 세이브 기록을 늘려줄 투수들이다. 하지만 임창용을 신경쓰게 하는 것은 다른 곳에 있다. 팀 전력 못지 않게 그와 경쟁을 펼치될 리그 내 타팀 마무리 투수들이 과연 어떠한 성적을 올릴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센트럴리그에는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일본기록(46세이브)을 가지고 있는 두명의 투수가 있다. 지난해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와세 히토키와 후지카와 큐지(한신). 주니치와 한신은 지난해 정규시즌 1, 2위 팀답게 올 시즌 역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물론 투수력의 주니치와 타력의 한신이란 점을 감안하면 한신보다는 주니치의 전력이 더 안정적이긴 하다. 지난해 후지카와 같은 경우는 팀이 승리할때는 큰 스코어 차이로 이기는, 반대로 팀이 질때는 대패하는 경기가 많았다. 세이브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는 뜻인데 그가 28세이브(리그 4위)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후지카와가 전문 마무리 투수로 돌아선 4년동안 지난해 경기내용이 최악이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2.01)을 기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지만 특히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홈런을 얻어맞은 경우가 많았다. 후지카와는 3년 평균 한 시즌 2.67개의 피홈런을 허용할 정도로 장타 허용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7개의 피홈런을 얻어 맞았다. 특히 팀이 마지막까지 1위 쟁탈전을 하고 있었던 9월 30일(요코하마전)경기에서 무라타 슈이치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것은 주니치에게 1위를 빼앗긴 결정적인 경기였다. 이뿐만 아니라 요미우리와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 두번째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되며 결국 주니치의 파트너가 요미우리가 되게끔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안정감이 떨어졌던 한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결국 올 시즌 임창용이 가장 경계해야 될 투수는 이와세다. 과거처럼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투구는 아니지만 베테랑 답게 안정감 있는 투구패턴은 후지카와와는 차이가 크다. 또한 워낙 뛰어난 팀 투수력 덕분에 타이트한 경기 상황이 많은 것도 세이브를 쓸어담기가 수월한 이와세다. 임창용과 경쟁하게 될 또 한명의 마무리 투수로는 요코하마의 야마구치 순이 있다. 155km를 상회하는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과 좌완 투수라는 메리트가 있는 야마구치는 향후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전문 마무리 투수 후보감이다. 지난해에는 임창용에 이어 세이브 부문 3위(30세이브,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한 야마구치는 전문 마무리 투수로 돌아선지 이제 겨우 2년차다. 지난해 그는 68.2이닝을 던지며 리그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이제 겨우 24살이란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가 더 무서운 선수다. 하지만 야마구치에겐 팀 전력이 너무나 약하다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야마구치가 지닌 기량을 생각하면 전도유망한 투수임에는 틀림 없지만 약한 소속팀 전력 때문에 임창용의 세이브왕 도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긴 힘들듯 싶다. 결국 임창용이 세이브왕을 차지하기 위한 최대 경쟁자는 이와세와 후지카와로 압축된다. 그것은 이 선수들의 소속팀 전력을 감안하면 더욱 크게 와 닿는 부분이다. 이미 구위와 안정성에 있어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임창용으로서는 지난해와는 달리 시즌 초반부터 세이브를 쓸어 담아야 타이틀 경쟁에 있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야쿠르트의 팀 전력이 안정돼 있기에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덧붙여 임창용 본인 역시 의욕이 대단하기에 일본진출 4년만에 세이브왕 타이틀 획득은 결코 먼나라 이야기만은 아닐듯 싶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아시안컵서 희비 엇갈린 K-리거들 ‘51년만의 정상’ 인도전 출격 대기

    아시안컵서 희비 엇갈린 K-리거들 ‘51년만의 정상’ 인도전 출격 대기

    언제부턴가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은 해외파가 됐다. ‘유럽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청용(볼턴)·차두리(셀틱) 등에 ‘중동파’ 이영표(알 힐랄)·이정수(알 사드) 등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쟁쟁한 해외파 사이에 K-리거도 명함을 내밀었다. 특히 구자철(제주)·이용래(수원)·지동원(전남)은 아시안컵에서 ‘베스트11’로 만점활약을 펼치고 있다. 구자철은 이견의 여지없는 ‘조광래호의 황태자’다. 4-2-3-1 포메이션의 섀도 스트라이커로 기용된 구자철은 벌써 3골을 뽑았다. 대표팀의 유일한 득점원. 박주영(AS모나코)의 공백으로 우려됐던 공격진의 빈틈을 완벽하게 메웠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아픔은 잊은 지 오래. 광저우 아시안게임 ‘캡틴’으로 잠재력을 펼치더니, 아시안컵에서 완전 물 만났다. 지동원(전남)도 빠지면 섭섭하다. 20세의 나이에 대표팀 원톱을 꿰찼다. 187㎝의 큰 키에 유연한 볼터치와 드리블, 날카롭고 침착한 슈팅은 일품이다. 아직 득점은 없지만, 수비를 몰고 다니며 공간을 만드는 능력은 검증 받았다. 박지성과 이청용, 구자철 등 동료와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합격점이다. 수비에도 적극적이다. 이용래(수원) 역시 초고속 신분상승 중이다. 고려대에 진학할 때만 해도 ‘초특급 우량주’였던 이용래는 부상에 신음하다 2008년 번외지명으로 초라하게 경남FC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연봉은 1200만원. 그러나 2년 동안 조광래 감독 밑에서 야무지게 배웠고, 두 시즌 동안 10골7도움(62경기)을 기록했다. 제주 전지훈련 명단 발표 때만 해도 “이용래가 어떤 선수인지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최종엔트리를 넘어 주전 미드필더가 됐다. 아시안컵 1·2차전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공격성향이 강한 기성용(셀틱)이 마음껏 ‘킬러본능’을 뽐낼 수 있는 것도 안정적으로 뒤를 책임지는 이용래가 있어서다. 반면, 어둠의 시기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유병수(인천)가 대표적이다. 2010시즌 K-리그 득점왕(22골) 유병수는 호주와의 2차전에서 후반 교체투입됐다가 다시 교체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겨우 23분을 뛰었다. 조 감독은 미드필더와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꾸면서 최상의 골찬스를 만들기를 주문한다. 공격 때는 날카롭고 빠르게 움직이고, 수비 때는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그러나 유병수는 여전히 ‘어슬렁거리다 한 방 넣는’ 스타일을 버리지 못했다. 유병수가 들어가면 박지성-이청용이 느려지고 고립된다. 염기훈(수원)은 또 도마에 올랐다. 왼쪽 날개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선발은 내줬지만, 교체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중계방송에 얼굴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몸놀림을 보였다. 월드컵 후 ‘국민골키퍼’로 거듭난 정성룡(성남) 역시 불안하다. 특히 호주전 실점은 골키퍼의 판단 미스였다는 게 중론이다. 롱킥으로 선제골을 만들었지만, 골키퍼의 역할은 ‘막는 것’이다. 호주전에서 치통을 참고 뛰었던 박지성은 어금니를 뽑고 인도전에 나선다. 캡틴도 캡틴이지만, 왼쪽 가슴에 호랑이를 새긴 K-리거들이 살아야 한국은 51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설 수 있다. ‘쌍룡’ 이청용·기성용도 2009년까지는 K-리거였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시크릿가든’ 엔딩 설왕설래… 축구 호주전 무승부 시선집중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시크릿가든’ 엔딩 설왕설래… 축구 호주전 무승부 시선집중

    2011년 1월 둘째 주(10~16일) 네티즌들이 가장 열광한 주제는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축구였다. ‘시크릿가든’의 최종회를 앞두고 네티즌들은 극 중 주인공의 친구가 꾸는 예지몽을 두고 ‘세 쌍둥이 설’ 등 다양한 결말을 예상하거나 마지막 회에 카메오로 특별출연한 손예진의 역할에 대한 예측 등 설왕설래 입방아를 찧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14일 카타르에서 열린 2011 AFC 카타르 아시안컵 C조 2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검색어 순위 2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천추태후’ ‘신돈’ 등에 출연했던 탤런트 오건우가 빙판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해 충격을 주면서 검색어 3위를 기록했다. 오건우는 지난 13일 친구를 만나러 대구에 내려갔다가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덤프트럭과 충돌, 에어백이 터졌는데도 머리를 다쳐 결국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낳았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정입학이란 폭로에 시달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아들은 4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부정입학 소문을 스스로 조사하지 못한 불찰이라고 공식 사과에 나서 무분별한 폭로가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조별 경기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한 바레인전은 검색어 5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은 바레인 선수가 차두리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말미암은 곽태휘의 퇴장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리를 거둬 국민을 기쁘게 했다. 6위에는 해병대에 자원한 배우 현빈이 올랐다. 연평도 사건의 여파로 지난 1월 해병대 모집 경쟁률이 4.5대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만 30세의 현빈은 최고령 지원자로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바레인전에서 수비수 마르주키에게 ‘침 봉변’을 당했지만 경기가 끝나고서 유니폼을 교환하는 등 대인배다운 행동을 보인 차두리 선수가 7위를 차지했다. 차 선수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에 경기 뒤 마르주키가 불쌍한 표정으로 유니폼을 바꾸자며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했다는 비화를 공개했다. ‘슈퍼스타 K2’(슈스케)가 낳은 고교생 스타 강승윤과 김은비가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현석)와 계약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져 관심(8위)이 쏠렸다. 또 다른 ‘슈스케’ 스타 장재인은 작곡가 김형석이 대표로 있는 키위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가수 타블로의 학력 의혹을 제기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 12명을 불구속 기소(9위)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인터넷에서 무분별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례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0위는 10년째 매일 밤 9시가 되면 맥도날드에 나타나 새벽 4시까지 새우잠을 자는 생활로 ‘맥도날드 할머니’란 이름으로 방송에 소개된 권하자씨의 과거가 차지했다. 최근 방송에서는 권 할머니가 명문대 출신에 외무부에 재직했다는 사실을 밝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손수건 왕자’ 사이토, 니혼햄 생중계 입단식

    ‘손수건 왕자’ 사이토, 니혼햄 생중계 입단식

    신인 선수의 입단식에 무려 8,000명의 팬들이 운집했다. 그리고 현지방송은 무려 5시간 동안 생중계로 이 선수를 집중조명했다. 바로 지난해 연말 일본 신인 드래프트에서 니혼햄 파이터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 사이토 유키다. 2006년 하계 고시엔대회 당시 경기중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모습을 보고 ‘손수건 왕자’라는 예칭이 붙여진 사이토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아이돌 스타의 인기는 저리가라할 정도이며 이미 홋카이도 지역의 명물이 된지 오래다. 사이토의 인기 비결은 크게 3가지다. 뛰어난 실력과 겸손하고 예의바른 이미지, 그리고 야구선수로서 갖추지 않아도(?) 될 외모까지. 사이토 때문에 한때 파란색 손수건이 동이 날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인기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이토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하계 고시엔대회다. 당시 사이토의 와세다 실업고교는 1980년 이후 26년만에 이 대회 결승에 진출했는데 특히 마운드에서 연일 호투를 펼치던 사이토로 인해 연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스타의 탄생에는 그를 보조하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당시 와세다 실업고교와 결승전에서 맞붙은 팀은 2년연속 이 대회 패권을 차지했던 도마코마이 고교였다. 결승전에서 사이토와 맞짱을 뜬 선수는 현재 퍼시픽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우뚝선 타나카 마사히로(라쿠텐).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진 결승전은 연장 15회까지 가는 혈투속에 결국 무승부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하계 고시엔대회 사상 37년만에 결승전 재경기가 펼쳐진 다음날 사이토는 자진해서 선발로 다시 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하게 된다. 타나카 역시 3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는데 결국 9회초 마지막 타자 타나카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사이토의 와세대 실업고교가 4-3으로 승리하며 고시엔 패권을 가져간다. 이 대회에서 사이토는 결승전 두경기 연속 선발을 포함해 무려 69이닝 948개의 투구수를 기록(역대 1위)하며 철완을 과시했는데 결승전 시청률이 무려 29.1%(NHK)가 나온 이유의 상당부분을 차지한게 바로 사이토의 호투덕분이다. 준준결승전부터 결승전 재경기까지 4일동안에만 무려 42이닝을 혼자서 던진 사이토를 언론에서 그냥 놔주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수순. 대회가 끝난후 언론들은 사이토를 가리켜 ‘철의 어깨를 가진 투수인가?’라며 그의 연투능력에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이 많았다. 아이러니 한점은 고교졸업 후 와세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그의 연투능력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프로 루키로서의 사이토는 인기에 비해 실력은 많은 곳에서 물음표 투성이다. 고교 졸업후 곧바로 프로에 데뷔한 마에다 켄타와 타나카 마사히로는 이미 팀을 넘어 각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사이토는 올 시즌 당장 니혼햄의 선발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입단 첫해에 11승을 거둔 타나카와 비교하면 지금 사이토의 기량이 훨씬 뒤쳐진다는 평가다. 노무라 카츠야(전 라쿠텐 감독)를 위시한 일부 전문가들은 사이토의 기량이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수 없다는 말까지 하며 혹평했을 정도다. 대학 1학년때까지만 해도 대학리그에서 나름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별다른 실적이 없고 각종 대회에서 그가 받았던 대부분의 상이 ‘팬 투표에 의한 MVP’라 올해 프로무대에 뛰어든 선수들 가운데 최고 선수라고 불리기에도 민망하다. 사이토를 냉정히 평가했을때 마에다와 타나카는 차치하더라도 올해 같이 프로무대에 뛰어든 오오이시 타츠야(세이부) 사와무라 히로카즈(요미우리)보다 낫다고 볼수 없다. 오오이시는 사이토와 같은 와세다 대학 출신이지만 벌써부터 뒷문이 불안한 세이부의 마무리를 맡을 적임자라는 평가를 듣고 있을 정도다. 야구선수에게 실력 못지 않게 뛰어난 외모는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그것은 구단의 홍보역할을 자연스럽게 해주는 것은 물론 그와 관련한 마케팅적인 외부적 이익 역시 기대할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일본이 떠들썩할만큼 센세이션을 몰고온 사이토에 대한 시선이 실력보다 외모때문이면 곤란하다. 사이토가 니혼햄 유니폼을 입은지 얼마 후 일본의 한 신문은 올 시즌 사이토가 제대로된 활약을 하게 된다면 52억엔의 경제효과가 있을거란 웃지 못할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사이토는 분명 훌륭한 선수가 맞다. 하지만 지금 일으키고 있는 그에 대한 기대는 실력에 더해져서 매우 부풀려져 있는것도 사실이다. 거품은 아니지만 실력 외에 덧칠해져 있는게 많다는 의미다. 과연 사이토는 일본 중년여성들의 절대적인 사랑만큼이나 올 시즌 뛰어난 성적을 올릴수 있을까. 실력과 인기라는 두마리 토끼잡이의 성공유무는 사이토 하기 나름이지만 야구가 지닌 본질적인 의미를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한때 ‘사이토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이 표현을 사용하는 곳이 많지만 사이토 세대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마에다와 타나카부터 넘어서야 한다. 아마 시절의 명성이 프로의 바로미터가 될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WKBL 징계 무효… 김승현은?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임의 탈퇴 처분한 뒤 법정공방 중인 김승현(전 오리온스)에게 새삼 이목이 쏠린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징계가 아무 힘을 못 썼기 때문이다.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 위반 논란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삼성생명은 법원이 손을 들어줘 한숨을 돌렸다. 삼성생명 사건은 이렇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5월 31일 박정은에게 9000만원, 이종애에게 7000만원을 지급했다. 특별수당 명목이었다. 지난해 3월 개정된 규약(제5장 3절 91조 수당의 한도·샐러리캡의 30%까지 지급 가능)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WKBL은 삼성생명이 이 수당이 2009~10시즌 샐러리캡(12억원)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새 규정은 2010~11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된다는 것. 결국 WKBL은 삼성생명에 벌금 5억 8000만원과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 박탈을, 박정은-이종애에게 5라운드 출장정지와 벌금의 중징계를 내렸다. 삼성생명은 시기를 착각했을 뿐 수당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반발, 결국 법정공방으로 번졌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출장정지와 제재금 납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WKBL 이사회의 결정이 ‘종이쪼가리’가 된 것. 이로써 관심은 또 법정으로 쏠리게 됐다. 이번엔 KBL과 김승현이다. KBL에서 임의탈퇴 공시를 받은 김승현 역시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김승현은 이면계약서에 명기된 연봉 중 12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9월 오리온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KBL은 “선수가 보수조정 결정에 불복할 경우 임의탈퇴시킨다.”는 이사회 규정을 들어 임의탈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김승현의 소송대리인은 “임의탈퇴의 근거규정과 징계절차가 부당할 뿐 아니라,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했다.”면서 “가처분 신청은 김승현이 코트로 돌아가기 위해 법률상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르면 새달 말, 늦어도 3월 초에 발표된다. 만약, 법원이 김승현의 손을 들어준다면 KBL의 임의탈퇴 징계는 무효가 되고, 김승현은 다시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정재영 “취미로 시작한 영화 지금은 열애중”

    정재영 “취미로 시작한 영화 지금은 열애중”

    배우에겐 홍보도 일이다. 개봉이 임박하면 서울 삼청동 카페 같은 곳에서 수일에 걸쳐 릴레이 인터뷰를 한다. 영화 ‘글러브’(20일 개봉)의 주인공 정재영(41)을 만난 것은 지난 11일 오후 6시. 이미 5시간가량 다른 기자들과 진을 뺀 뒤였다. 약속시간을 조금 넘겨 나타난 정재영은 잠시 양해를 구하더니 사진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구두를 바꿔 신었다. 상반신만 나온다고 해도 굳이 그랬다. 청룡영화제 주연상을 안겨준 ‘이끼’ 속의 사악한 70대 이장의 모습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한때 프로야구 슈퍼스타였지만 이젠 사회면에 자주 나오는 퇴물 투수. 폭력 시비로 제명 위기에 처해, 울며 겨자 먹기로 청각장애인 야구팀을 맡아 까칠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진심을 알고 의기투합하는 ‘김상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글러브’를 골랐나. 같은 감독(강우석)과 내리 찍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이끼’ 촬영 중간쯤 술 한잔 하다가 감독님이 다음 작품을 같이하자고 했다.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감독님이랑 작품을 해서 비난을 받거나 흥행이 안 된 적은 없었다. 다만 바로 승락하면 체면 상하니까 ‘들어오는 시나리오는 많은데, 같이 해드릴게요’라고 했다. →‘아는 여자’(2004년) 이후 다시 야구선수다. 투구 폼이 그럴 듯하던데. -‘아는 여자’ 땐 실제 공을 던질 일은 거의 없었다. 야구에 대한 관심은 프로야구 원년 때 어린이회원 정도 수준이다. 그때 OB(현 두산베어스) 유니폼이 가장 멋졌지만 난 삼성 어린이회원에 가입했다. 동물의 왕은 사자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촬영 시작하기 전에 석달쯤 선수로 나오는 아이들과 함께 야구 훈련을 했다. →공을 던지거나 뛰어다니는 장면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다. -그 정도 던져서는 손가락에 물집도 안 잡힌다. 산에서 뛰어다니는 장면이 힘들긴 했지만 컷(cut)이 있으니 괜찮다. 정말 힘든 건 ‘신기전’(2008년)과 ‘실미도’(2003년)였다. ‘실미도’는 그나마 젊을 때라 괜찮았는데 ‘신기전’은 칼싸움 장면이 많은데다 나이를 먹고 찍어서 훨씬 힘들었다. →고생한 캐릭터가 애착이 가나. -글쎄…. 돈 받고 찍은 첫 영화인 ‘박봉곤 가출사건’(1996년) 때는 두 장면을 찍기 위해 3박 4일 연습했다. 하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역시 김상남이다. ‘이끼’의 이장 역할과는 한참 전에 헤어졌지만 김상남과는 아직 연애 중이다. 물론 다음 작품하면 또 바뀌겠지만…. →김상남은 어떤 사람인가. 실제 정재영도 까칠하고 욱하는 면이 있나. -김상남은 뼛속까지 야구인이다. 원래 사고뭉치는 아닌데 벼랑 끝으로 몰리니 삐뚤어진 것 같다. 나도 인간이니까 가끔 욱하는 면이 있을 거다. 그래도 후반부의 덜 까칠해진 김상남과 비슷하지 않을까. →장애인이나 스포츠라는 소재를 감안하면 관객을 극장까지 끌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입소문을 기대한다. 일반인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가 나와 트위터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흥행) 감은 좀 어떤가. 박해일(‘심장이 뛴다’), 김명민(‘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주연작이 줄줄이 개봉하는데. -(‘글러브’가) VIP 시사회만 한 상태라 아직 잘 모르겠다. 영화를 그저 그렇게 봤다고 해도 지인들이 나한테 얘기하겠나. 다만 이명세 감독님이 내 영화를 보고 좀처럼 가타부타 안 하시는데 ‘영화가 생각 외로 너무 좋다. 깔끔하고’라고 전화하신 게 좀 헷갈린다. 이 감독님 취향은 아닌데 좋다고 하시니까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안 좋아해야 오히려 흥행이 되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들고….(웃음) →영화 속 매니저(조진웅)와 고교 선수 시절 때의 초심을 많이 얘기한다. 신인배우 때의 초심은 잃지 않았나.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시작할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잊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취미처럼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랑에 빠졌다. 단 한번도 연기가 싫은 적은 없었다. →강우석 감독은 ‘정재영은 영화에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한숨을 쉬더니) 정말 많다. 충주 성심학교 팀이 군산상고와 연습경기에서 0-32로 지고 학교까지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아이들이 모두 쓰러졌을 때 내가 이렇게 외친다. ‘소리를 질러. 소리는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거야!’ 정말 청각장애 아이들의 귀에 들리도록, 아이들이 응어리를 확 터뜨리도록, 끌어내야 한다. 딱 두번 찍었는데 목이 쉬어버렸다. 에너지가 안 되는 거다. 너무 속상했다. 마음은 조용필인데 음정, 박자 다 틀렸다. 설경구·최민식 선배의 에너지나 송강호 선배의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 한석규 선배의 편안함처럼 명배우를 떠올리면 따라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정재영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이다.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에 있다. 언젠가는 생길 거라고 믿는다. →남우주연상 배우에게도 롤모델이 있나. -어릴 땐 알 파치노니, 로버트 드니로, 숀 펜이 멋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연기력이 전부는 아니다. 영화판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안성기 선배다. ‘박봉곤 가출사건’을 찍을 때 두 신 정도 겹쳤다. 당대 최고 스타이니 중간중간 차에서 쉬기도 하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모닥불을 쬐면서 스태프들과 농담하고 그러시더라. 굉장히 오랜 시간이 흐르고서 ‘실미도’에서 다시 뵙게 됐는데 그때의 나를 기억하시더라. 그런 배우로 남고 싶다. →차기작은. -허종호 감독의 ‘카운트다운’에서 전도연과 ‘피도 눈물도 없이’(2002년) 이후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희망을 싣고 달리는 탈북 버스기사 유금단 씨

    [김문이 만난사람] 희망을 싣고 달리는 탈북 버스기사 유금단 씨

    황순원의 ‘소나기’가 잠시 북으로 간다. 두메산골이다. 잔잔히 흐르는 강줄기가 있다. 오며 가며 정든 징검다리도 있다. 한 소녀가 그 다리를 건널 때 소년을 만났다. 둘이 오가피나무 열매를 따먹곤 했다. 겨울에는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영화 ‘러브스토리’처럼 뒹굴었다. 눈싸움도 했다. 강에서 산천어도 잡았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했다. 가재랑 놀았다. 그러다가 산에 올랐다. 두 손을 턱에 괴고 아래를 바라본다. 소년은 어디 갔을까. 중얼중얼 노래를 불러 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에~’ 소녀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찾아오는 것은 불행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친척 집에 맡기고 두만강을 홀로 건넜다. 파란곡절을 겪으며 남한으로 왔다. 두고 온 아들 때문에 가슴이 아파 매일이다시피 술을 마시며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렀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아들과 다시 남한에서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하여 ‘이제는 살아야 한다.’며 다부지게 일어섰다. 포장마차 보조, 공사장 막일, 식당 홀서빙, 노점상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가 버스 운전사가 됐다. 필기시험에서만 12번 떨어지고 13번째 합격하는 불굴의 의지로 이루어 냈다. ‘절망은 없다. 꿈 있는 자가 진정 아름답다.’라는 좌우명으로 이겨 냈다. 지금은 ‘뛰뛰 빵빵’ 신나게 서울 시내를 달린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인사말에 승객들의 표정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사는 맛을 느낀다. 그 소녀의 이름은 유금단(40). 함경북도 출신으로 2001년 탈북했다. 북에서 온 여성으로는 드물게 남한에서 6년째 버스 핸들을 잡고 있다. 그는 2008년 광복 63주년 때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신정동에 있는 6623번 시내버스 차고지. 이날따라 눈이 많이 내렸다. 하얀 눈과 환한 웃음이 잘도 어울린다. 약속 시간이 약간 늦었기 때문에, 그렇게 달려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였다. 그의 애마나 다름없는 버스 안에서 마주 앉았다. 먼저 지금 고향에도 눈이 많이 오겠다고 했다. “겨울이면 눈이 항상 많이 쌓여 있어요. 저는 눈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남한에 왔을 때 눈이 별로 없어서 속상했어요. 작년하고 올해가 눈이 좀 와서 기분이 좋아요. 오늘 비번인데 눈과 함께 놀라고 하느님이 축복해 주는 것 같아요.” 고향이 어떤 곳이냐고 했더니 “함경북도 산골이며 금강산 못지않은 좋은 경치를 자랑한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역시 고향 얘기는 즐거운 일. 봄에는 산나물을 캐고 가재를 잡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강냉이를 절구에 찧어 먹었고 어머니가 삶아 준 줄당콩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렇다면 부모 생각도 간절하겠다고 했더니 유씨는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본다. 함박눈이 더욱 굵어진다. 유씨의 눈가는 차츰 젖어 갔다. “아버지는 40대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50대 초반에 돌아가셨지요. 두 분 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는 원래 남한 출신입네다. 6·25 때 17살이었는데 북한군에게 잡혀 갔지요.” 유씨는 남한에 처음 왔을 때 고모와 삼촌을 만났다. 그리고 조치원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도 갔다. 이때 가슴속 깊이 다짐한 것이 있다. 이산가족으로 한 많은 삶을 살아 가는 이 땅의 노인들을 위해 통일의 문이 열리는 날 버스에 수십대, 아니 수백대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달고 북으로 달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절하게 당부했다. “제발, 그날까지 다들 건강하게 살아 계십시오.” 탈북해 남한에 온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을까. 적응하느라 고생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북한이나 남한이나 다 같은 조선 땅입니다. 남한으로 내려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제 인생은 여기(남한)에서 시작됐으니까요. 남한에서 귀신병을 앓다시피 온갖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걸 겪으면서 비로소 꿈과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남한에서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어의 이질감이었다. 막노동판에서 쫓겨났을 때도 그렇고 포장마차 보조일, 식당 홀서빙 일을 할 때도 말이 안 통한다는 이유로 그만두어야 했다. 함북 지방 사투리가 불친절한 반말로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세상은 암흑이었습니다. 술을 안 마시면 견딜 수가 없었지요. 우울증과 귀신병을 반복적으로 앓았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울었던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어떡합니까. 북에 두고 온 아들 생각에 참고 또 참았지요.” 북한에서 8살 된 아들과 이별할 때는 “열흘만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게.”라고 했다. 당시 남편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8년 징역형으로 수감된 상태였고 아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다시피 했다. 이런 아들이 떠올라 울음을 그치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노점상으로 나섰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아들과 남편을 데려오는 데 썼다. 하늘도 감동했던지 2005년 남편과 아들을 남한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그가 버스 운전사가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버스 기사가 멋있게 보이더군요. 또 시민들의 발이 된 내 모습을 상상했지요. 기분이 아주 좋아지더라고요.(웃음)” 함북 산골에는 시내버스가 없지만 북한에서 버스 기사는 중산층에 속한다. 그는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있어 운전을 자신했지만 필기시험에서 계속 떨어졌다. 한자식 단어가 낯설고 이해가 잘 안 됐다. 주변에서 해석을 도와 주워도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결국 13번째 도전에 합격해 마을버스 핸들을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달려오는 5t 트럭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돌리다가 그만 장 파열을 일으키는 큰 사고를 당했다. 3개월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복부에 붕대를 감은 채 경기 지역 시내버스에 다시 올랐다. “그때 죽을 뻔했지요. 병원에서 호흡기에 의지해 지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서 많이 격려를 해 주더군요.” 4년 전부터는 지금의 6623번 시내버스로 옮겨 신정동과 여의도를 오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일하는 날도 많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아들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버스의 단골 승객들한테는 ‘친절한 금단씨’로 소문이 나 있다. 키가 150㎝ 단신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함경도 또순이’로도 통한다. 그는 특히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 클러치를 밟을 때마다 정강이가 갈라지는 느낌을 받지만 정신력으로 참고 이겨 낸다. 아주머니들이 오르내릴 때 엄지를 치켜세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격려와 관심에 힘입어 지난해 6월에는 모범운전자 자격증까지 땄다. “꿈이 있다는 것 자체가 목표의 절반은 이루어낸 것이지요. 또 꿈이 있어야 하늘이 도와줍니다. 저는 원래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시골에 작은 요양원을 설립해 노인들을 모시는 일에 일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나는 부자다. 남한테 빚이 없으니 부자가 아니냐.’라는 생각을 늘 한다. 또한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 가면서 개인적 감정으로 부딪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웃는 얼굴로 살아 가자.’고 다짐한다. 이런 내용으로 강연을 하면 매번 기립 박수를 받는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눈물 젖은 두만강’을 지금도 부르냐고 했더니 “이젠 너무 슬퍼서 잘 안부른다. 대신 윤태규의 ‘마이웨이’를 즐겨 부른다.”고 했다. 노랫말이 새삼 다가온다. ‘아주 멀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다볼 것 없네/~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내가 가야 하는 일들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일어나 한번 더 부딪쳐 보는 거야. 마이웨이.’ 편집위원 km@seoul.co.kr ●유금단씨는 1970년 5월 함북에서 태어났다. 2001년 탈북해 중국 땅을 전전하다 2002년 6월 남한에 왔다. 막노동과 포장마차 보조, 식당 홀 서빙일 등을 하다 2003년 말 12번의 낙방 끝에 13번째 필기시험에 합격하면서 버스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이후 경기 지역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의 핸들을 2년 동안 잡은 뒤 4년 전부터 서울 신정동과 여의도를 오가는 6623번 시내버스 핸들을 잡고 있다. 2008년 6월에는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8월 15일 광복 63주년 보신각 타종 행사에 우주인 이소연씨 등과 함께 참여해 화제가 됐다. 2010년 6월에는 모범운전자 자격증을 받았다. 현재 18살 된 아들과 함께 경기도에서 산다.
  • [데스크 시각] 차두리와 지단/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차두리와 지단/김영중 체육부장

    “이것이 스포츠인 것 같다. 경기 중에는 승리를 위해 어떠한 수단·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잘난 놈 못난 놈이 없다.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매서운 한파가 연일 몰아치고 있다. 몸은 움츠러들다 못해 번데기처럼 쪼그라들고 있다. 게다가 신문을 봐도, TV를 틀어도 우울한 소식들이 릴레이 경기를 할 뿐이다. 마음마저 추운 계절이다. 이런 와중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참가한 차두리(셀틱)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로그’에 올린 위의 글을 보니 몸과 마음이 확 풀린다. 스포츠 정신의 전형을 보는 듯해서다. 스포츠 정신은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히 겨루는 것이다. 규칙만이 아니라 상대팀이나 선수도 존중하는 것이다. 차두리는 지난 11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인 바레인(2-1 승)과의 경기 도중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비수 차두리는 ‘로봇’답게 상대 진영까지 밀고 들어갔다가 수비수 압둘라 마르주키와 언쟁을 벌였다. 마르주키는 심판이 없는 틈을 타 차두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극단적인 경멸의 표시였다. 상대방을 흥분시켜 경기의 흐름을 끊으려는 악의적인 심리전이었다. 바레인은 한국의 일방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차두리는 순간 “뺨을 한대 때려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았다. 51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대회의 첫 경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경기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복수할 기회를 노린 것이다. 그런데 마르주키는 ‘불쌍한 표정’으로 연신 “미안하다.”며 유니폼을 바꾸자고 했다. 차두리는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응했다. 유니폼 교환과 관련된 씁쓸한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라서다. 차두리는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02년 그해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와 평가전을 치렀다. 1-1 무승부였다. 경기 뒤 유명 스트라이커 테디 셰링엄에게 유니폼 교환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차두리는 “우리보다 잘한다고 생각되는 나라 그리고 스타플레이어에게 완전 무시당했다.”고 ⓒ로그를 통해 처음 밝혔다. 맘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두리는 “뭐하는 짓이냐.”고 악에 받치지 않았다. 내가 유명해지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인배’였다. 차두리의 ‘침 능욕’은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일어난 박치기 사건과 또렷이 대조된다. 당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와 연장 후반 설전을 벌이다 그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천하의 지단도 한계를 보였다. 그래도 차두리처럼 참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해 소인배가 됐다. 이탈리아 마르첼로 리피 감독도 “그럴 선수가 아닌데….”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심판은 레드카드를 선언했다. 지단은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지단에겐 이날 경기가 현역 고별무대였다. 프랑스는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놓쳤다. 아트사커의 화려한 프랑스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지단. 그런 베테랑도 한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마지막 무대를 초라하게 장식했다. 전 세계 수많은 팬에게 감동적인 작별인사 대신 곤혹을 주고 떠났다. 하지만 차두리는 그렇지 않았고, 한국의 승리에 한몫 보탰다. 네티즌들은 칭찬 릴레이 경기를 펼친다. 공교롭게 지단은 차두리의 우상이다.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에게 ‘축구 황제’ 펠레보다 더 훌륭한 선수라고 우기다 머리를 쥐어박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축구 실력으론 지단이 훨씬 앞섰을지 모르지만 스포츠 정신에선 차두리가 앞선 셈이다. AFP통신도 13일 ‘한국의 스타가 라이벌과 화해하다(Korea star makes peace with rival)’라는 제목의 기사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차두리처럼 아픈 기억을 ‘복수교사’(復讐敎師)가 아니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jeunesse@seoul.co.kr
  • 요미우리 잔류한 ‘영원의 풀스윙’ 오가사와라

    요미우리 잔류한 ‘영원의 풀스윙’ 오가사와라

    2010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는 일본선수들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다. 2006년 FA를 통해 니혼햄에서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던 오가사와라는 2010 시즌 이후 다시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5,000만엔이 인상된 4억 3천만엔(2년)에 연봉 계약을 했다. 프로입단 15년만에 일본 최고 연봉선수가 된 오가사와라는 그의 환상적인 스윙만큼이나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한때 이승엽(오릭스)의 동료로서 그리고 니혼햄 시절 멋들어진 그의 콧수염은 강한 카리스마를 느끼게 할만큼 매혹적인 이미지를 자랑했었다. 오가사와라는 현역선수들 가운데 통산 타율(2천타수 기준) 2위(.316), 또한 앞으로 11개의 안타만 더 생산하면 ‘명구회’ 입회자격의 기준이 되는 2천안타를 기록하게 된다. 이 기록은 부상이 없는한 4월중에 달성될 것이 유력하다. 오가사와라는 근래에 보기 드문 독특한 타법을 지닌 타자다. 어떻게 보면 현시대의 일본프로야구 기준에서는 ‘이단아’라고 불려도 틀린말이 아닐 정도다. 타격은 경기상황에 맞게, 또는 타자자신의 볼카운트 유불리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게 보통이다. 개념이 애매모호한 ‘팀배팅’이란 것은 팀을 이롭게 하는 타격방법이지만 오가사와라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가져간다. 그가 ‘미스터 풀스윙’이란 형식파괴의 별명을 얻을수 있었던 것도 보편적인 일본야구 문화를 감안하면 있을수 없는 타격방법이다. 베테랑 선수라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오가사와라는 신인시절부터 남다른 면모가 있었다. 즉,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마음껏 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신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가사와라가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했을 당시 이팀의 타격코치는 가토 히데지였다. 가토는 1975년 퍼시픽리그 MVP를 수상했던 강타자 출신으로 1970년대 한큐 브레이브스(현 오릭스 버팔로스)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주역중 한명이다. 현역시절의 가토 역시 타석에서 온몸을 다 불사른다는 느낌이 들만큼 큰 스윙을 했던 선수다. 니혼햄 신인시절 오가사와라는 주로 2번타순에 들어서는 선수였지만 번트를 대지 않았던 선수로도 유명했다. 가토의 주문때문이었는데 일본야구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선두타자 출루 후 2번타자에게 번트를 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시만 해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사회인야구를 거치며 늦게 프로에 데뷔한 오가사와라는 알루미늄 배트가 아닌 나무배트에 대한 적응이 유독 뒤떨어졌던 선수였다. 제대로 맞았다고 생각했던 타구가 생각보다 뻗어나가지 않자 고민에 쌓였고 그 과정에서 가토 코치의 지도는 오가사와라를 전혀 다른 타자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중에 한명이다. 오가사와라가 니혼햄에 입단 했을 당시 이팀에는 일본프로야구의 전설 오치아이 히로미츠(현 주니치 감독)가 노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답게 오치아이의 타격은 ‘신주타법’ 또는 큰 스윙의 궤적의 오치아이를 보고 ‘도어스윙’이라 칭했다. 도어스윙은 마치 빌딩의 큰 출입문을 여는것처럼 스윙궤적을 크게 가져가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또한 오치아이는 타격준비자세도 매우 독특했다. 배트를 쥔 손을 앞으로 길게 빼면서 공을 기다렸는데 지금 오가사와라의 준비자세와도 매우 흡사하다. 항간에서는 당시 신인이었던 오가사와라가 대타자 오치아이의 영향을 받아 이러한 타격스타일을 고수했다고 하는데 명확히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같은 팀에서 생활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보고 배우는 것이 있을거란 추측만 할 뿐이다. 현역시절 오치아이는 그의 독특한 타격폼으로 많은 선배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었다. “오레류” 즉, 자기만의 독특한 타격스타일을 내세우며 주류 선수들과 거리를 두기도 했던 오치아이는 선수의 평가에 있어서 기록으로만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싫어 명구회 입회자격이 있음에도 거부한걸로 알려져 있다. 오가사와라의 독특한 타격스타일이 탄생하기까지 아마도 오치아이의 이러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개성넘치는 타격스타일을 마음껏 발휘할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어디에나 선구자가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비판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참고로 올 시즌부터 이승엽과 박찬호가 뛰게 될 오릭스의 코토 미츠타카도 소위 말하는 ‘신주타법’ 스타일이다. 타격은 정답이 없다. 여러가지 방법과 스타일은 있겠지만 그것은 ‘선수에게 가장 편한 자세가 정석’이란 귀결점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오가사와라는 비록 여타의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극단적인 풀스윙을 하고 있지만 2000년대 최고타자가 됐기에 이것은 곧 정답이라 불려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올해부터 오가사와라는 3루 포지션을 버리고 1루수로 완전히 돌아선다. 와이프와 팬들에겐 한없이 공손하지만 타석에서 보여주는 그의 화끈한 스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의 어느 야구평론가는 오가사와라를 가리켜 ‘영원의 풀스윙’라 칭했다. 혼이 담긴 그의 스윙을 보노라면 매우 적절한, 그리고 그의 근성까지 더한다면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2011년 빛낼 스포츠 스타] 롯데 황재균-넥센 강정호

    [2011년 빛낼 스포츠 스타] 롯데 황재균-넥센 강정호

    모두가 둘을 라이벌이라고 불렀다. 그럴 만했다. 공통분모가 많았다. 1987년생 동갑이다. 지난 2006년 함께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키도 183㎝로 같다. 좋은 체격을 가졌고 더 좋은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데뷔 초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유격수 한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한명이 치고 나가면 다른 한명이 기회를 잃었다. 묘하게 서로 한해씩 번갈아가며 가능성을 보였다. 숙명. 2009년 유격수와 3루수로 역할 분담이 될 때까지 이런 구도가 계속됐다. 둘은 그저 친구였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새 라이벌이 돼 있었다. 주변에서 그렇게 규정해 버렸다. 프로야구 팬이라면 이쯤 되면 누구 얘기인지 다들 안다. 넥센 강정호와 롯데 황재균 얘기다. “우리는 라이벌이 아니라 친구일 뿐”이라던 둘은 2011년, 이제 진짜 라이벌로 만나게 됐다. 팀은 달라졌고 둘 다 주전 유격수로 뛴다. 승부를 가릴 때가 됐다. 강정호와 황재균을 12일 각각 만나 서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 유격수 강정호 현재 유격수로서 한발 앞선 건 강정호다. 지난해 최고 성적을 거뒀다. 타율 .301에 12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고 유격수 골든글러브도 차지했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 유격수가 됐다. 한발 뒤처진 황재균, 제대로 도전을 선언했다. “솔직히 강정호에게 유격수 자리를 뺏기기 전까지는 제가 유격수를 봤어요. 이제 기회가 왔으니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유격수가 되고 싶어요.” 표정이 단단했다. 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강정호는 뭐라고 답했을까. 슬쩍 웃었다. “3루 서다가 유격수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격수 황재균은 아직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전을 하더라도 골든글러브는 지켜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번 정상에 서 본 자의 여유였다. 황재균은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을 거다.”라고 맞받았다. ●넘치는 의욕 vs 넓은 수비 폭 유격수로서 자신과 상대를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정호는 자신을 ‘욕심 많은 유격수’로 규정했다. “못 잡을 것 같은 타구도 꼭 잡아야 하고, 안 던져도 될 타구를 꼭 던지고야 마는 유격수”라고 했다. 그래서 화려하고, 화려한 만큼 실책도 많다. 강정호는 “올해는 화려한 것보다 좀 더 안정감 있는 유격수가 되고 싶다. 그게 진짜 좋은 유격수의 덕목인 것 같다.”고 했다. 황재균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어깨가 강하고 단단하다. 타자 스타일이나 투수의 공을 보고 미리 머리를 잘 쓰면 수비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제가 붙었다. “아직은 내가 확실히 앞섭니다.” 황재균은 “그래도 강정호보다는 실책을 덜하는 유격수가 될 것 같다.”고 농담했다. “강정호보다 다리가 빠르니까 수비 폭을 더 넓게 가져가는 유격수가 될 거다. 그걸로 밀고 나갈 생각이다.”라고도 했다. 둘의 판이한 유격수 수비 스타일도 올 한해 프로야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둘 다 뼈를 깎는 훈련 중 둘은 지난해,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부러워했다. 황재균은 아시안게임에 나간 강정호를 보면서 씁쓸함을 달랬다. “처음엔 내 일처럼 기뻤지만 그다음엔 부럽고 씁쓸했다.”고 했다. 강정호는 황재균의 포스트시즌 활약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봐야 했다. “나도 저런 데서 뛰어봐야 할 텐데…” 혼자 속을 끓여야만 했다. 토끼띠 동갑 친구는 “올해는 상대를 부러워하지 않고 꼭 나의 해로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각자 앞에 있는 목표가 조금씩 달랐다. 강정호는 내년 시즌 팀의 4번 타자로 뛴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홈런 30개까지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장타율을 올리는 게 지상과제다. 그래서 스윙 궤적을 바꾸고 몸을 불리고 있다. “정확히 맞히기보다는 멀리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손이 벗겨질 정도로 방망이를 휘두를 것”이라고 했다. 황재균은 일단 수비가 우선이다. 지난 연말부터 공필성 수비코치와 함께 하루 3~4시간씩 수비훈련을 했다. 스프링캠프에선 그 이상을 소화할 예정이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죽었다고 생각하라더라고요. 저도 한번 죽어보자는 생각입니다.” 두 라이벌의 2011 시즌이 곧 시작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프로농구] SK는 KT를 단 1초도 못 이겼다

    지는 걸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정규리그 54경기 중 허투루 보낼 수 있는 건 단 한 경기도 없다. 프로선수의 사명은 승리다. 게다가 SK는 9일 경기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가 너무 많았다. 일단, 상대가 ‘통신 라이벌’ KT다. 둘의 대결은 출근길에서, 회의 자리에서 매번 이슈가 된다. 자존심이 걸렸다. 경기장엔 SK 신입사원 1000명이 찾았다. SK 로고가 박힌 흰색 티를 입고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잠실학생체육관을 빼곡히 메웠다. 두 번째는 성적이다. SK는 내리 3번 졌다. 올 시즌 최다연패 타이 기록. 전자랜드-동부-전자랜드를 만나는 살인적인 일정 탓이지만 어쨌든 연패에는 장사 없다. 이날 KT에도 진다면 KCC(11일), 모비스(13일)까지 헤어나올 수 없을지 모른다. 마지막은 신선우 감독을 위해서다. 신 감독의 어머니 조원순씨가 8일 오후 별세했다. 신 감독은 8일 전자랜드전을 마친 뒤 비보를 접했다. KT전에선 이지승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고, 허남영 코치와 문경은 2군 감독이 벤치를 지켰다. 선수들은 유니폼 왼쪽 어깨에 까만 띠를 둘러 조의를 표했다. 감독에게 승리를 안기고 싶은 마음에 결의가 남달랐다. SK는 스타팅부터 ‘꿈의 라인업’으로 나섰다. 주희정·김민수·방성윤·김효범·테렌스 레더였다. 기선 제압을 위한 묵직한 선발 멤버. KT는 역발상으로 대응했다. 주포 제스퍼 존슨 대신 찰스 로드를 내세웠고, 윤여권·박성운에게 앞선을 맡겼다. 변칙 스타팅. 전창진 감독은 “이 멤버로 1쿼터를 잘 막으면 반드시 이긴다.”고 호언장담했다. 전반은 KT가 37-34로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3쿼터 24점을 몰아치며 15점으로 막았다. 특히 초반 7분간 17점을 넣으며 2점으로 묶으며 흐름을 가져왔다. KT는 끝까지 맹공을 펼친 끝에 86-65로 승리했다. 단 1초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은 완승. 조성민(21점·3점슛 3개)과 박상오(15점 7리바운드 3스틸)가 코트를 휘저었다. KT는 3연승을 거두며 단독 1위(21승8패)에 올랐다. SK는 4연패에 빠졌다. 여러모로 뼈아픈 패배였다. 창원에서는 인삼공사가 LG를 83-80으로 제압했다. 7연패 탈출. 80-80이던 경기종료 2초 전 김성철이 2점포에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며 승리를 챙겼다. 인삼공사는 문태영에게만 무려 43점(8리바운드)을 내줬지만, 김성철(18점·3점슛 3개)·데이비드 사이먼(16점 6리바운드)·박찬희(14점) 등이 골고루 활약하며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LG는 SK와 공동 6위(13승16패). 동부는 원주 홈에서 81-64로 오리온스를 누르고 3위(20승 9패)를 지켰다. 로드 벤슨이 한 경기 최다인 36점 14리바운드로 앞장섰고, 윤호영(13점 6리바운드)과 김주성(7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이 거들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교환-환불 상습고객 vs 점원 ‘길거리 싸움’ 포착

    교환-환불 상습고객 vs 점원 ‘길거리 싸움’ 포착

    “서비스정신 부족” vs “진상손님 응징” 중국에서 고객과 점원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충격적인 일이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티티몹(tt.mop.com)에는 한 가방매장 앞에서 찍힌 사진 6장이 올랐다. 사진에는 여성 점원과 고객이 매장 앞 길거리에서 바닥에 뒤엉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충격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진을 찍었다는 네티즌은 “구경꾼들이 둘러싼 가운데 붉은 점퍼를 입은 여성과 검은색 바지정장 유니폼을 입은 점원이 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할퀴며 살벌하게 싸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보다 못한 동료 점원 나서면서 싸움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네티즌들은 점원이 서비스정신이 부족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사진 속 고객이 평소 일부러 교환과 환불을 수시로 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였으며, 이날도 교환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싸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고객을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지난해 4월에도 중국에서 교환과 환불 때문에 의류매장 점원과 여성고객이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이 여성고객은 매장에서 산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환을 12회나 했다가 이에 불만을 제기한 점원을 위협하고 때려 문제가 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7년 동안 행복했다” “즐거운 야구 하겠다”

    “7년 동안 행복했다” “즐거운 야구 하겠다”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떠나는 감독과 취임하는 감독이 한자리에 섰다. 5일 프로야구 삼성 감독 이·취임식이 열린 경북 경산 볼파크.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취임식은 많이 봤어도 이·취임식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례적인 만큼 행사장은 어색하고도 미묘했다. 선동열 전 감독. 웃는 낯이었지만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류중일 신임 감독은 전임 감독을 배려하느라 한마디, 한마디 신중한 모습이었다. ●선동열 겉으로는 덤덤했다. 하지만 제 속이 아닐 법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지도자로서도 항상 특급 대우를 받아왔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버림받아 본 적이 없다. 스스로 물러난 적은 있어도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자리를 뺏긴 건 처음이다. 공식적으로는 자의지만 실질적으론 타의다. 구단 운영위원. 실권은 없는 자리다. 선 전 감독은 그러나 쾌활하게 웃었다. 서운한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 이·취임식 30분 전, 행사장에 도착해 구단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만감이 교차했겠지만 선 전 감독의 마지막은 깔끔했다. 류 신임 감독의 취임사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들었다. 중간중간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류 감독 취임사에 이어 이임사를 했다. “7년 동안 즐거웠고 행복했다. 이제 유니폼을 벗지만 뒤에서 조언할 것”이라고 했다. 퇴임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김응용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물러날 때 혼자 남아 있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물러나려 했는데 지난해 말일쯤 이수빈 구단주에게 퇴임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선 전 감독은 “난 복 있는 사람이다. 대구에 감독으로 와서 영호남 지역 감정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소회를 마무리했다. ●류중일 삼성은 이날 류중일 감독 취임에 앞서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액 8억원에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코칭스태프 개편도 마무리했다. 김용국 코치를 새로 수비코치로 영입했다. 김호 코치는 2군 수비코치로 합류했다. 타격코치는 김성래, 김한수 코치가 맡는다. 1루 주루는 김평호, 3루 주루는 김재걸 코치가 맡기로 했다. 일본인 오치아이 코치는 김태한 코치와 함께 투수코치다. 지난해 복귀한 성준 코치는 김종훈 코치와 함께 잔류군 재활 담당이다. 이제 바야흐로 ‘류중일 체제’가 시작됐다. 감독 계약과 코칭스태프 인선이 모두 끝났다. 신임 감독으로선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전임 선동열 감독이 워낙 좋은 성적을 남겨 부담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 전임 감독이 키워놓은 투수력을 바탕으로 화끈한 야구를 펼치겠다. 전임 감독에게 많이 배웠고 명성에 걸맞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소신과 전임 감독의 공을 적절히 섞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다소 긴장된 표정이던 류 감독의 표정은 마지막으로 김인 사장의 격려를 받을 즈음이 돼서야 활짝 펴졌다. 삼성의 올해 슬로건은 ‘예스, 위 캔’(YES, WE CAN)으로 정해졌다. 그의 다짐일지도 모른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K리그 ★잡아라! 이적시장 후끈

    K리그 ★잡아라! 이적시장 후끈

    새해 벽두부터 프로축구 K-리그 이적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신호탄은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왼쪽)이 쏘아 올렸다.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지난달 31일 원 소속 구단인 성남과의 협상을 종료한 정성룡은 전북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전북은 주전 골키퍼 권순태의 입대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거액을 쏟아 냈다.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골키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정성룡의 이적료에만 K-리그 최상위권인 19억원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든 성남은 정성룡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재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성남 조병국 J리그 베갈타 센다이 行 수원의 이운재(오른쪽)도 정들었던 푸른색 유니폼을 벗고 전남행을 택했다. 현역으로 뛰고 싶어 하는 이운재와 은퇴 뒤 코치직 및 해외연수를 제시했던 수원의 협상은 일찌감치 결렬됐고, 전남은 이적료가 없는 이운재에게 구단 최고 연봉을 제시해 영입에 성공했다. 대표팀에서 2002 한·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을 치르며 이운재와 함께 생활했던 전남 정해성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이적으로 골키퍼들의 연쇄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입지가 줄어들 전남의 주전 골키퍼 염동균은 수도권 팀으로 이적을 모색 중이다. 이운재와 박호진(광주 플레잉코치)을 동시에 내보낸 수원과 정성룡을 잡지 못한 성남은 골키퍼 보강이 시급한 상태다. 성남의 중앙 수비수 조병국은 일본프로축구 J-리그 1부의 베갈타 센다이로 떠난다. 센다이는 FA가 된 조병국과 연봉 7억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05년 수원에서 성남으로 옮긴 조병국은 6시즌 동안 159경기에 출전, 부동의 센터백으로 활약해 왔다. 2010 시즌 J-리그 14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한 센다이는 수비력 보강을 위해 조병국을 영입했다. ●김영권 오미야 이적… 이천수와 한솥밥 한편 J-리그의 수비수 김영권은 이적료 5000만엔(약 7억원)에 올해 2부리그로 떨어지는 FC도쿄를 떠나 오미야 아르디자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로써 김영권은 최근 오미야와 재계약한 ‘그라운드의 풍운아’ 이천수, 미드필더 이호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박찬호’선발’ 무난 … 그럼 이승엽은?

    박찬호’선발’ 무난 … 그럼 이승엽은?

    오릭스 버팔로스 구단은 유달리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이것은 팀 여건에 기반한 측면이 크지만, 타팀에 비해 유달리 특출난 자국선수의 출현이 없었던 탓도 크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외국인 선수 보유제한이 없다. 그렇기에 외국인 선수들끼리 1군 입성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과 박찬호 역시 안심할수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오릭스는 모 그룹의 한국진출, 즉 내년부터 한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마케팅 차원에서 이승엽과 박찬호를 영입한 측면이 크다. 일부에서는 고작(?) 두명의 한국인 선수를 영입한 것이 구단의 이익창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냐며 의문부호를 제기하는 곳이 있을줄 안다. 2003년 일본의 UFJ 종합연구소에서는 다소 흥미로운 내용의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발표한 연구소 평가에 의하면 만약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을 했을시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 2,170억엔에 이른다고 했다. 이 계산에는 한신 구단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구단 팬수인 1,500만명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경우로 비춰봤을때 이승엽과 박찬호를 영입한 오릭스 구단이 노리는 것은 간단하다. 한국에서 이승엽과 박찬호를 응원하는 팬층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만약 오릭스가 내년시즌 이승엽과 박찬호의 활약으로 인해 우승이라도 차지한다면 그 파급력은 감당할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재일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간사이 지방, 그중에서도 오사카를 연고지로 하는 한신 타이거즈의 팬층은 엄청나다. 오릭스는 비록 한신과 같은 오사카를 연고로 하고 있지만 인기만큼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소 변화할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뛰는 오릭스 구단에 보다 많은 관심이 쏠릴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최소 한신을 응원하는 팬들중 그동안 무관심에 가까운 팀이었던 오릭스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승엽과 박찬호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 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시즌 이승엽과 박찬호는 아무런 제약없이 편안하게 1군 무대에서 뛰게 될까? 미리 결론을 내리자면 박찬호는 틀림없이 선발 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승엽은 물리쳐야할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특히 투수보다는 타자쪽에 외국인 선수가 많은 오릭스 팀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박찬호는 1군에서 뛸지 여부를 넘어서 과연 몇선발 투수로 오릭스 마운드를 이끌어 갈것인가가 더 큰 관심거리다. 기존의 에이스이자 올해 리그 다승왕인 카네코 치히로와 2선발 역할을 했던 키사누키 히로시를 제외하면 고만고만한 선발진이 많은 팀이 오릭스다. 당연히 박찬호는 최소 3선발 투수다. 오프시즌에서 영입한 알프레도 피가로와 올해 1군에서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바이에스타스는 박찬호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 두 투수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지금보다는 미래를 보고 투자한 성격이 더 짙다. 물론 앞으로 남은 오프시즌 동안 오릭스가 어떠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지는 미지수지만 일본보다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그리고 박찬호란 네임밸류를 감안하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승엽은 박찬호와 비교해 상황이 좀 다르다. 현재까지 오릭스의 외국인 타자는 이승엽을 포함해 오프시즌에 영입한 마이크 해스먼, 기존의 아롬 발디리스와 카라바이요가 있다. 이승엽은 야수이기에 포지션문제까지 포함돼 있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이승엽이 맡을수 있는 포지션은 1루와 지명타자다. 올해 리그 홈런왕에 빛나는 오릭스의 주포 T-오카다는 1루와 외야 모두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T-오카다가 외야수로 투입되고 이승엽이 1루수를 보는 것이 오카다 감독의 구상이다. 알렉스 카브레라가 소프트뱅크로 떠난 지금, 혹여 T-오카다가 1루를 보더라도 이승엽에겐 지명타자 자리가 있다. 해스먼은 1루를 볼수 있지만 이승엽으로 인해 기존의 3루수인 아롬 발디리스와 경쟁을 하게 될것으로 예상된다. 3루 포지션 경쟁에서 밀리는 선수가 지명타자로 돌아설수가 있어 유동성 측면에선 문제 될것이 없다. 하지만 또 한명의 외국인 타자 카라비이요의 활약유무는 전 포지션에 걸쳐 혼란함을 가중시킬수가 있어 주목해봐야 한다. 카라비이요의 포지션은 외야수다. 이 선수는 오릭스가 미래를 내다보고 키운 선수다. 카라비이요는 지난해 일본 독립리그인 시코쿠·큐슈 아이랜드 리그에서 홈런과 타점 부문 2관왕을 차지한 거포다. 시코쿠·큐슈 아일랜드 리그는 4개의 독립리그 가운데 가장 수준이 높은 리그다. 올해 카라비이요는 시즌 후반기에 오릭스 1군으로 올라와 36경기에 출전, 타율 .257(113타수 29안타) 홈런 7개, 2루타 4개를 기록했다. 그리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시코쿠·큐슈 아일랜드보다 낮은 수준의 BC리그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상위레벨로 올라왔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카라비이요가 외야수로 정착하게 된다면 오릭스의 리드오프이자 골든글러버인 외야수 사카구치 토모타카와 올 시즌 정교함이 일취월장한 모리야마 ?(타율 .331) 그리고 수비력이 뛰어난 아라카네 히사오 때문에 골치가 아파진다. 누가 뭐라 해도 T-오카다와 사카구치는 오릭스의 주전 외야수다. 더 큰 문제는 카라비이요가 외야수로 완전히 정착했을시 외국인 선수에게 부여되는 1군 엔트리 제한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만약 카라비이요의 잠재력을 팀에서 믿고 밀어준다면 오카다-사카구치-카라비이요로 외야진이 꾸려진다. 그렇다면 이번 오프시즌 동안 영입한 마이크 해스먼은 어떻게 될것이냐가 남아 있다. 어차피 오릭스의 지명타자 자리는 카브레라의 이적으로 인해 주인이 없는 상태다. 발디리스와의 경쟁에서 해스먼이 밀린다면 그에게 지명타자를 맡길 것으로 보이는데, 오카다 감독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이지만 이승엽을 지켜보는 팬 입장에선 결코 방심할수 없는 선수구성이다. 그것은 4명의 야수 외국인 선수중 1명은 1군 엔트리에 포함 될수가 없기 때문이다. 1군에서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는 어느 한쪽(투수 또는 타자)선수로만 채울수가 없다. 현재와 같은 오릭스의 야수 구성이라면 누군가 한명은 2군으로 내려가야 한다. 이승엽에겐 그만큼 내년시즌 초반이 중요해졌다.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해스먼이 이승엽을 밀어낼만한 타자는 아니다. 수비에 있어 검증된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카다 감독은 한번 눈에 들면 슬럼프가 오더라도 끝까지 밀어주는 스타일이다. 이승엽이 내년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른다면 그건 곧 1년을 편안하게 보낼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수 있다. 이승엽이 반드시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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