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유네스코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북콘서트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국어 생활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정책금융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자금지원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36
  • “개도국 여아 교육사업 협력” CJ, 유네스코와 기금 조성

    CJ그룹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와 국제 여아 교육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앞으로 CJ그룹은 음악채널 엠넷이 주관하는 국제 음악상인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를 통해 개발도상국 여자아이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 실태를 알리고 기금 조성에 협력하게 된다. CJ와 유네스코가 함께 조성한 기금은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의 교육사업에 쓰인다. 여성 친화적인 기업 문화, 아동교육과 문화 인재 양성 분야에서의 오랜 사회공헌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농악과 공동체/문소영 논설위원

    문화재청은 그제 ‘농악’(農樂)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다음 달 말쯤 등재가 확정되면 ‘김치와 김장문화’(2013년), ‘아리랑’(2012년) 등에 이어 한국은 17번째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농악은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는데, 풍물이나 두레, 풍장, 굿 등이다. 농악은 김매기나 논매기, 모심기 등의 힘든 농사일을 할 때 연주했다고 하지만, 전문 연주인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끝나고서 연주했을 것이다. 농악의 악기 중 북·장구·징·꽹과리 등 네 개의 민속 타악기로 연주하면 1979년 시작한 ‘사물(四物)놀이’가 된다. 식량을 늘렸다는 측면에서 인류의 농사짓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농사는 힘든 노동이었다. 소와 말 같은 대형동물이 현대의 트랙터나 경운기 같은 역할을 해야 할 만큼 말이다. 특히 과거의 농사는 공동체와 협력하지 않으면 개인이나 가족만으로 파종과 수확을 할 수 없어서 협동심을 이끌어내며 흥을 돋우는 농악의 역할이 중요했다. 농악의 시작을 알리는 기록이 없어 그 시기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농악은 농업과 관련이 있으니, 약 6000년 전 한반도에서 농업이 시작된 ‘신석기 혁명’ 때부터 함께 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구석기인들이 동굴에 벽화를 그린 것이 약 4만년 전이니 음악이 6000년 전쯤 시작했다는 추정이 망상은 아니지 않을까. 고구려 등 삼국시대에는 5월 파종과 10월 추수 후에 하늘에 제사지냈는데 이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며칠 동안 술을 마시며 가무를 즐겼다 하니, 이때는 제례악과 함께 농악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후렴구인 “아으동동다리”에서 동동은 농악에서 쓰이는 북소리라고도 하고, 고려 제25대 충렬왕이 일반 농악에 관심이 커서 장려한 일이 있다는 기록이 있으니, 고려 때는 이미 농악의 정착단계로 보인다. 조선에 와서도 세종·세조 등은 농악과 농가(農歌)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는 농악이나 김치문화, 아리랑 등은 공동체적 가치를 강조한 유산들이다.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나타난 인간 소외나, 노동 소외, 극단적 탐욕 등을 해결할 방안으로 공동체적 삶이 주목받는 덕분 같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니,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 등이 주목받는 이유도 성공신화를 쓴 영웅이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 방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빈부격차와 부의 불평등이 세계적으로 100년 이래 최악이란다. 농악이 ‘혼자 잘살면 뭐하나! 같이 잘살아야지’ 하는 정신을 북돋아주면 좋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서대문형무소 세계유산 등재 심포지엄서 가능성 따져본다

    서대문형무소 세계유산 등재 심포지엄서 가능성 따져본다

    서울 서대문구는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강의실에서 옛 서대문형무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과 가치를 엿보는 ‘동아시아 근대 감옥의 가치 발굴과 비교 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선 중국, 타이완, 일본 내 근대 감옥들의 보존과 활용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서대문형무소와 비교한다. 발표는 6가지 소주제로 진행된다. 서울신문 주필을 지낸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적 의의, 김정동 우리근대건축연구소장은 건축사적 의의에 대해 기조강연을 한다. 주애민 중국 여순감옥박물관 연구실장은 ‘한·중·일·타이완 근대 감옥의 보존과 활용비교’란 주제발표를 갖는다. 이종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김태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연구사, 조두원 남한산성 관광사업단 박사가 사례 소개와 등재 가능성, 등재 방법론 등을 제시한다. 미즈시마 에이지 일본 쓰쿠바대 교수, 장석흥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 이재근 문화재청 국제협력과 사무관,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 등은 종합 토론을 벌인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농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확실시

    농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확실시

    한국 ‘농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심사보조기구에서 만장일치로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농악의 등재가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김치와 김장문화’의 등재에 이어 모두 17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날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공개된 평가결과에서 산하 임시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가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농악’에 대해 ‘등재권고’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심사보조기구는 한국의 등재신청서를 모범사례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평가에서 심사보조기구는 모두 46건의 등재신청서를 심사해 32건은 ‘등재권고’, 6건은 ‘정보보완권고’, 8건은 ‘등재불가권고’를 제시했다. 심사 결과는 다음달 24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되는 제9차 무형유산위원회에 넘겨지며, 이때 열리는 회의에서 농악의 인류무형유산 등재 여부도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을 시작으로 판소리(2003년), 강릉단오제(2005년),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이상 2009년) 등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농악은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등 타악기를 합주하면서 행진하거나 춤을 추며, 때론 연극 같은 공연을 펼치는 종합예술이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풍물굿, 매구, 풍장, 걸궁, 걸립, 판굿 등으로 지역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오늘날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전승되는 농악은 영남, 호남, 영동 등 5개의 문화권으로 나뉘며 현재 국가가 지정한 농악은 강릉농악, 구례잔수농악, 임실필봉농악, 평택농악, 아리농악, 진주삼천포농악 등 6종목이다. 한편 북한의 ‘아리랑’도 인류무형유산 심사보조기구 평가에서 농악과 함께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 다만 이 종목은 북한의 평양, 평안남도, 황해남도, 강원도, 함경북도, 자강도 지역의 아리랑에 국한된다. 우리나라는 2012년 12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아리랑’을 인류무형유산에 이미 등재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K팝·드라마 팬인데 한국 선생님에게 한글 배워 좋아요”

    “K팝·드라마 팬인데 한국 선생님에게 한글 배워 좋아요”

    “팥빙수는 할로할로, 갈비탕은 불랄로, 갈비찜은 아도보. 으쓱으쓱~ 세임푸드(same food).” 지난 23일 필리핀 케손의 멜렌시오 카스텔로 초등학교. 1층에 자리한 5학년 마후세이반(1등급) 교실에서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센 비가 내리고 학교 옆 골목에선 오토바이를 개조한 운송 수단인 트라이시클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지나갔지만 30여명의 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박재연 포항장기초 교사와 함께 우리 동요인 ‘곰 세 마리’를 개사한 노래 후렴구를 율동을 하며 따라 했다. 노래가 끝난 뒤 박 교사가 한국과 필리핀의 음식 사진을 칠판에 섞어 붙이자 학생들은 맛이 비슷한 음식끼리 짝을 지었다. 킴벌리(11)는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굉장히 재밌다”며 한글을 연습한 공책을 보여 줬다. 공책에는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등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같은 반 사라(11)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며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굉장히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박 교사와 짝을 지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멘토교사’인 줄리엣(35)은 “한국의 교사는 프레젠테이션 등에 굉장히 능숙하다”며 “40일밖에 안 지났지만 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교육부와 유네스코 산하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이하 아태교육원)이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대상 국가 교사 글로벌화 지원사업’에 선발돼 필리핀으로 파견됐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이들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돼 올해 3회 차를 맞았다. 선발된 교사는 필리핀에서 4개월 동안 체류하며 일주일에 15시간씩 현지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 자신의 전공과목 등을 가르친다. ‘교류’라는 명칭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우리 교사들을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나라에 보내 지원하는 ‘한국형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이 짙다. 올해 9월까지 필리핀에 20명이 파견된 것을 비롯해 몽골 25명, 인도네시아 15명, 말레이시아 12명 등 4개 나라에 모두 72명의 한국 교사가 파견됐다. 또 4개국에서 72명의 현지 교사를 국내로 초청해 현재 47명이 우리 초·중·고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들은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우리 문화를 알리고 현지 문화를 체득하고 있다. 마닐라 인근 칼로오칸의 엠비 아시스티오 고교에 파견된 김소영(56) 전남 순천팔마중 교사는 “명예퇴직 여부를 고민하던 차에 프로그램을 알게 돼 지원했다”며 “순수한 필리핀 학생들을 만나 교사로서 잃었던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닐라 인근 마리키나의 헤이츠 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박병찬(56) 강원 횡성 둔내고 교사는 “한국의 교사가 필리핀 현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는 흔치 않다”며 “교사들이 자신의 교수법을 점검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방문 자체가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목 마른 현지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헤이츠 고교의 크리스털(16)은 한국어를 배운 지 얼마 안 됐지만 한글 읽기·쓰기가 능숙했다. 연음법칙 등 문법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K팝을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는데 한국인 교사에게 체계적으로 한글을 배워 실력이 빠르게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필리핀 교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2012년 경기 김포 마송중앙초등학교에 파견돼 영어와 필리핀 문화를 가르쳤던 마닐라 인근 발렌수엘라의 와왕플로 초등학교 교사 제니(29)는 “한국에서 자란 필리핀 학생 중에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교사 교류를 통해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됐고 정체성을 찾아 주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의 반응이 좋은 만큼 필리핀 당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루즈 알메다 필리핀 수도권 지역 교육청(NCR) 교육감은 중간 점검차 방문한 교육부 및 아태교육원 관계자들에게 “내년에는 5명 정도의 교사를 더 보내 줬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교사들이 필리핀에 수월하게 입국할 수 있도록 서류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원스톱’ 서비스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마닐라·케손(필리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인 문화DNA 깃든 무형문화재의 의미를 찾아서

    한국인 문화DNA 깃든 무형문화재의 의미를 찾아서

    1964년 종묘제례악이 제1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뒤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그동안 모두 126개 종목이 중요무형문화재에 이름을 올리며 보호받고 있다. 이 중 16개 종목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은 질적·양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구성하는 무형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는 여전히 소수의 관심사에 머물러 있다. ‘KBS 파노라마’는 24일 밤 10시 ‘한국무형문화유산 1편:풍류(風流)’를 통해 1500여년을 이어온 우리 무형문화재의 의미와 미래 가치에 대해 살펴본다. 프로그램은 우선 옛 그림 속에서 풍류를 읽는 ‘풍류콘서트’ 현장을 찾아본다. 미술평론가 손철주와 전통국악 해설자 송혜진 교수가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음악과 그림이 만나는 옛 그림 속 풍류현장으로 안내한다. ‘풍류란 무엇인가’란 원초적 질문도 던진다. 질문의 답을 찾다 보면 어느새 글과 그림, 악기와 춤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 ‘종이로 된 창과 흙벽 집에 살며 종신토록 벼슬하지 않고 시가나 읊조리며 살겠노라’는 선비의 초탈한 심사가 풍류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또 은일과 수양, 자연과의 합일, 탈속의 경지를 꿈꿨던 조선시대 선비의 흔적을 뒤쫓는다. 그 속에 고졸한 멋과 아취가 함께 온전히 자리했으니 이를 풍류로 불렀다고 강조한다. 당시 조선 후기 중인계급과 선비, 한량들, 풍류방의 악공, 기녀, 전문 가객들이 ‘여항문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는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놀이문화로 발전했고, 오늘날에도 이런 풍류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결론짓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바당밭 일구고 바당에 누인다

    바당밭 일구고 바당에 누인다

    제주 동북부의 구좌읍 김녕, 월정리 일대에 25일 새 걷기 코스가 열린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핵심마을 활성화사업’의 하나로, 지난 4월 선보인 산방산·용머리 지질트레일의 연장이다. 한데 테마는 다소 다르다. 산방산 쪽은 제주의 지질 역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제주인들의 삶의 원형을 엿보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길 열림을 앞두고 미리 그 길을 걸었다. 왜 지질을 알아야 하는가. 섬의 역사뿐 아니라 섬에 기대 사는 사람들의 삶도 함께 새겨졌기 때문이다.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의 부제를 보자. ‘바당밭, 빌레왓을 일구는 동굴 위 사람들의 이야기길’이다. 길의 전체적인 성격이 축약된 표현이다. 생경한 단어들도 포함됐다. ‘바당’과 ‘빌레’다. 둘은 제주 사람들의 신산한 삶을 설명하는 도구다. 이 둘의 의미를 알아야 지질트레일 위에 얹혀진 제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바당’은 바다를 일컫는다. 변변한 농토 하나 없던 제주 사람들에게 바다는 밭이나 다름없었다. 뭍의 농민들이 밭에 애정을 쏟듯, 그렇게 바다를 일궈왔다. ‘빌레’는 너럭바위다. 용암이 흐르다 식은 흔적이다. 빌레의 두께는 다양하다. 용암이 흐를 당시의 여러 변수에 따라 수십㎝부터 1m를 훌쩍 넘게 쌓였다. 빌레 아래는 흙이다. 무엇이든 심어 먹거리로 쓰자면 먼저 빌레를 걷어내야 할 터. 호미 등의 농기구로 빌레를 잘게 쪼개 걷어내면 그제야 흙이 나온다. 그 위에 곡식을 심었다. 그렇게 등골 휘도록 만든 밭이 ‘빌레왓’이다. 땅 아래는 동굴이다. 세계지질공원 핵심 명소인 만장굴과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동굴들이 발 아래 얽혀 있다. 이들은 이름깨나 날리는 축에 속하고, 게웃샘굴 등 주민들만 아는 동굴도 있다. 요약하면, 동굴 위에 집을 짓고 뭍과 바다의 밭을 일구며 살아온 이들의 삶을 이리저리 따라가는 길, 그게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이다. 트레일은 지역민과 전문가, 제주관광공사 등이 힘을 모아 조성했다. 길이는 14.6㎞. 지역민인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박자박 걸으면 6시간 남짓 걸린다. 들머리는 김녕어울림센터다. 예서 세기알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세기알은 ‘성세기해변 아래’라는 뜻이다. 해안가에 원뿔 형태로 쌓아올린 검은 현무암 더미가 인상적인 자태로 서 있다. 김녕도대불이다. 밤에 조업 나간 어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돕는 등대다. 해설사로 동행한 강정효(49) 제주대 강사는 “제주에 남아 있는 여러 형태의 도대불 가운데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도대불”이라며 “1972년 제주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등대불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설명했다. 해안엔 빌레가 넓게 형성돼 있다. 이른바 조간대다.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 드러난다. 물 빠진 빌레 위엔 ‘바릇잡이’(얕은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와 ‘고망낚시’(물 빠진 돌 구멍에서 물고기를 낚는 것)로 먹거리를 준비하는 주민들이 간간이 오간다. 빌레 밑엔 투수층이 발달돼 있다. 이 덕에 해안선 인근에서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난다. 청굴물도 그중 하나다. 이 일대 지명이 ‘청수동’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 강사는 청굴물을 “주민들이 물찜질하던 곳”이라 했다. 한라산 인근이나 제주 남쪽의 여러 폭포 주변에 사는 이들은 곧잘 폭포 아래서 물맞이를 즐긴다. 한데 폭포가 없는 제주 동북쪽 사람들은 청굴물 같은 용천수를 찾아 찜질을 즐겼다는 것이다. 청굴물은 바닷속 민물 목욕탕이다. 마을 앞 얕은 바다 위 두 곳에서 물이 솟는다. 물이 솟는 곳에 돌을 쌓아 경계를 만든 뒤 마을 쪽은 여자, ‘바당’ 쪽은 남자들이 썼다. 같은 시간대에 남녀가 함께 쓰는 경우도 있었을까. 외지인의 질문에 마을 할머니들은 터무니없는 소리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일대엔 용암동굴이 많다. 동굴 위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해도 그리 틀리지 않다. 이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 게웃샘굴이다. 두께가 1~2m 정도에 불과한 땅 아래 뚫린 동굴이다. 동굴 속으로는 맑은 물이 흘러간다.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던 샘물이다. 물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한다. 제주엔 섬 특유의 무속신앙도 발달했다. 당연히 섬기는 신도 많은데, 트레일을 걷는 동안 이와 관련된 시설들을 다수 엿볼 수 있다. 김녕본향당은 마을 전반을 수호하는 신을 모신 당, 귀네기동굴은 제주 지역에서 최초로 돼지를 제물로 삼은 돗제가 치러진 곳이다. 성세깃당은 ‘해녀마을’로 지칭되는 김녕리 해녀들이 잠수굿을 하는 곳이다. 성세깃당에서 ‘조른(짧은)빌레길’을 지나면 ‘김녕밭담길’이 시작된다. 빌레 위를 걷거나, 형태를 자세히 살필 수 있는 곳이다. 빌레와 밭의 높이 차는 들쭉날쭉이다. 불과 수㎝부터 1m가 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흙 위를 덮고 있는 돌들을 일일이 깨서 걷어내야 한다. 깬 돌은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는다. 그게 ‘제주 들녘을 휘감아 도는 검은 용’(黑龍萬里), 돌담이다. 그러니 돌담의 두께는 곧 제주 사람들 피와 땀의 높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돌담은 얼핏 엉성해 보인다. 틈이 많기 때문이다. 김녕 쪽 돌담이 특히 성긴 모양새다. 한데 이 비워진 공간이 바람을 찢는 역할을 한다. 돌담이 효과적인 바람막이가 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비움 덕이다. 기능뿐 아니라 모양도 빼어나다. 들녘을 휘휘 돌아가는 밭담 덕에 어지간한 관광지 뺨칠 만큼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김녕밭담길’ 초입에 주민들이 진(긴)빌레정을 세워뒀다. 정자에 오르면 ‘흑룡만리’ 밭담을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다. 강 강사는 “제주 안에서도 밭담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월정밭담길’ 구간은 산담을 관찰하기 적당하다. 산담은 무덤 주위에 둘러친 돌담이다. 망자의 집을 지키는 울타리인 셈. 신이 드나드는 ‘시문’과 무덤을 지키는 동자석도 이채롭다. 월정밭담길 아래는 저 유명한 용천동굴 호수와 당처물동굴이다. 하지만 출입은 불가다. 안내판에 새겨진 사진을 보며 발 아래 펼쳐져 있을 비경을 상상할 수밖에 없다. 반환점은 월정리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hot)한 제주 여행지로 꼽힌다는 곳이다. 여기서부터 ‘바당빌레길’이 펼쳐진다. 용암이 빚은 언덕 ‘투물러스’, 1270년 삼별초를 막기 위해 조간대에 쌓은 현무암 장벽 ‘환해장성’ 등 볼거리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덩개해안은 바다에 펼쳐진 빌레가 가장 인상적인 곳이다. 제주 5대산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에 잠긴 두럭산이 이 해안에 있다. 두럭산은 1년에 딱 한 번, 음력 3월 보름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제주공항에서 일주동로를 따라 가다 김녕사거리에서 좌회전, 곧이어 만나는 마을길에서 우회전하면 왼쪽에 김녕어울림센터가 있다. →잘 곳 지오하우스 1호, 2호점이 25일 길 열림 행사 당일 문을 열 예정이다. 김녕과 월정 지역의 지질 구조와 문화 등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와 소품 등으로 장식한 소규모 숙박시설이다. 김녕어울림센터에도 소규모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맛집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활용한 지오푸드(Geo-Food)도 첫선을 보인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미냉국’과 ‘톳주먹밥’, 돼지고기 삶은 물에 모자반과 조를 넣어 끓인 ‘몸죽’ 등을 맛볼 수 있다. 김녕리 부녀회 등에서 만든 양파즙, 우미, 한천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 제주 관광객 1200만명 시대

    세월호 참사라는 악재 속에서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수는 전년 동기 887만 9829명보다 12.3% 증가한 997만 2739명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올해 목표로 잡은 1150만명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넘어 내국인 900만명, 외국인 320만명 등 관광객 1200만명 시대도 열릴 전망이다. 도는 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획득,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따른 국내외 인지도 상승 등으로 관광객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내국인 관광객이 약세지만 올레꾼과 휴양객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했다”며 “앞으로 외국인 개별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제주 관광객은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62년만 해도 1만 4707명(내국인 1만 4340명, 외국인 367명)에 불과했으나 1966년 1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977년 50만명, 1983년 100만명, 1988년 200만명, 1991년 300만명, 2005년 500만명을 돌파했다. 이어 2010년 757만 8000명, 2011년 874만명, 2012년 969만 1000명, 지난해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문자와 예술이 만난다… ‘세계문자 심포지아’ 24일 개막

    문자와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는 ‘세계문자 심포지아 2014’ 행사가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열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일대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세계문자연구소(공동대표 유재원·임옥상)와 세종문화회관, 종로구가 공동 주최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행사는 ‘문자생태계, 그 100년 후를 읽는다’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와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해 만든 전시 및 시민 참여 행사를 축으로 진행한다. 학술대회는 24일부터 사흘간 개최되며 그리스, 인도, 중국, 싱가포르, 프랑스, 일본,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등 9개국 언어문자 학자 12명을 비롯해 24명이 발표자로 나서 언어의 다양성 확보 방안을 논의한다. 학술대회 마지막 날에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인류 문명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문자생태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세계 문자 서울선언’도 채택한다. 예술 및 시민 참여 행사는 문자의 의미 등을 주제로 한 명사들과 시민과의 대화의 시간, 인포그래픽 전시, 22개 예술팀의 문자를 소재로 한 예술전시회로 꾸려진다. 세계문자연구소 임옥상 공동대표는 “언어는 그것이 문자로 적힐 때 비로소 더 잘 보존될 수 있으며 문자 없는 언어는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문자의 다양성을 살리는 것이 바로 언어 다양성 살리기”라며 “행사는 유네스코(UNESCO)가 천명했던 ‘문화 다양성 선언(2001)’의 정신을 효과적으로 살리도록 언어 소멸을 막고 소수 언어를 보호하는 방안을 찾자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열리는 개막식에는 행사 조직위원장인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김종덕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부고] ‘우리별 1호’ 개발 주역… 최순달 前 체신부 장관

    [부고] ‘우리별 1호’ 개발 주역… 최순달 前 체신부 장관

    국내 1호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개발 주역으로 체신부 장관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장을 역임한 최순달 KAIST 명예교수가 1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3세. 1931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공고 전기과,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미 UC버클리대에서 석사,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휼렛팩커드 연구원을 시작으로 미 캘리포니아공과대 연구위원, 유네스코 기술고문, 금성사 중앙연구소장, 동양나이론 전자사업 담당 상무이사 등을 맡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신인 한국전기통신연구소 초대 소장을 거쳐 1982년 32대 체신부 장관에 취임했다. 이후 한국전력공사 이사장, 한국과학기술대학장, 쎄트렉아이 회장, KAIST 석좌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전기통신연구소장 재직 시절 전자식교환기(TDX)와 반도체 개발을 이끄는 등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의 선구자로 불린다. 1989년부터 7년간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개발과 발사를 주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혜정씨와 아들 영택(재미)·홍택(재미), 딸 세경(재미)·주경(재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 발인은 22일 오전 9시. (02)3010-2263.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신명나는 우리 농악

    신명나는 우리 농악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열린 ‘한·중·일 무형유산 국제심포지엄’에서 강릉 농악대원들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 중인 ‘농악’의 의미를 고찰하고, 농악과 유사한 해외 무형유산 보전 사례를 통해 농악의 전승 방안을 모색했다. 이종원 기자 jongwon@seoul.co.kr
  • 전세계 워크캠프 전문가 서울에 모인다, ‘국제 워크캠프 컨퍼런스’ 개최

    전세계 워크캠프 전문가 서울에 모인다, ‘국제 워크캠프 컨퍼런스’ 개최

    아시아에서 34년 만에 개최되는 ‘제33차 국제자원봉사조정기구(CCIVS) 세계총회’가 한창인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제 워크캠프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가 특별 행사로 개최된다. CCIVS의 주요 사업인 워크캠프는 세계적인 봉사활동,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독일 지역사회 재건과 양국 시민 간 상처를 치유하고자 자발적으로 추진한 평화운동이자 재건사업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매년 80여 개 국가의 4만 명이 넘는 청년 참가자들이 개인성장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참여하는 세계적인 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워크캠프가 개인과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피고, 종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안고 시작됐던 워크캠프가 현 시대엔 어떤 유의미한 가치를 지니고 전 세계에서 개최되고 있는지 탐색해보는 것이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큰 목적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공동주최기관인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이하 ‘더나은세상’)과 국제워크캠프기구가 지난 1년 간 진행해 온 연구과제인 ‘국제워크캠프가 참가자와 지역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의 성과가 발표된다. 국내연구자로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의 권일남 교수, 해외연구자로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사회복지대학의 벤자민 러프 교수가 참여했다. 또한 인도, 멕시코, 팔레스타인, 케냐, 프랑스 현지에서 워크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워크캠프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국가별 사례’를 발표한다. 국내 사례 발표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마을이자 워크캠프를 개최하는 경주 양동마을과 시각 장애 학생 교육 특수학교인 강원 명진학교 등이 예정돼 있다. 더불어, 유럽 및 아시아 지역의 워크캠프에 참가한 대학생들도 직접 경험 발표에 나선다.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국제워크캠프기구 염진수 대표는 “워크캠프는 다국적 청년들이 참여하는 95년 역사의 세계적인 자원봉사·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이어져 왔다”며, “1999년 국제워크캠프기구 설립 이래 매년 2,000명의 한국인 청년들이 해외 80개 국가의 워크캠프에 참가하고, 한국에서도 해마다 200명의 외국인을 초청해 한국인 청년들과 함께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단체, 지차체 등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워크캠프기구는 국내 유일한 CCIVS의 회원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더나은세상 15주년 기념식과 함께 진행된다. 글로벌교육과 국제개발협력 전문기관으로 성장해 온 더나은세상의 지난 15년을 돌아보고 향후 15년의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다. 이날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정우탁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원장, 마티나 딜라이지아니 CCIVS회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해외여행 |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해외여행 |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Vietnam Ha Long Bay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내가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은 하롱베이가 보여 준 어떤 풍경 때문이었다. 바다와 섬, 새벽의 안개와 밤의 별, 쓰다듬 듯 불어와 주는 바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스쳐가며 만들어 준 풍경. 그것들로 인해 이제 나는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롱베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170km에 있는 북부 통킹만 인근의 넓은 바다를 지칭한다. 석회암 지대가 오랜 시간 바닷물과 비바람에 침식되어 생긴 수천개의 섬들이 잔잔하고 투명한 바다 위로 솟아 있다. 섬과 섬 사이로 유람선을 타고 지나며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넓고 신비로운 동굴과 기암괴석 등 자연의 신비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하롱’은 용이 내려왔다는 뜻이다. 베트남의 국립공원이며 199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하롱베이 사실 하롱베이에 뭐가 있겠어 하는 생각으로 짐을 꾸렸다. 왜 하롱베이였는지도 기억에 없다. 오래 전의 영화 <인도차이나>에서 봤던 바다와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을 뿐. 푸껫, 세부, 보라카이 등의 휴양지를 두고 굳이 하롱베이여야 하는 이유 또한 알지 못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하롱베이로 갔다. 그저 어딘가에서 잠시 쉬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하노이 공항에 내려 하롱베이로 향할 때 보았다. 숙소에서 준비해 준 승합차를 타고, 앉아서 가며 보았다. 천천히 달리는 베트남의 자동차들, 자동차를 추월해 가는 많은 오토바이들. 고속도로의 모든 차가 저속의 협약이라도 맺은 듯 느리게 달렸다. 물론 내가 사는 나라의 기준으로 그랬다. 시속 60km 남짓. 답답해 보였다. 좀 밟아요, 아저씨. 나는 속으로 말했다. 내가 아직 베트남의 속도에 익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아직 여행의 속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여행은 느려야 아름다운 법이니. 나는 천천히 맥주를 한 캔 마셨다. 깨어 보니 하롱베이였다. 호텔의 정문이었다. 파라다이스 호텔이었다. 깨어 보니 ‘파라다이스’,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자 호텔 직원이 답했다. “Here is your paradise.” 그래서였을까, 정말 파라다이스였다. 맑고 부드러운 남중국해의 바람. 유럽을 옮겨 온 듯한 호텔. 조금만 걸어가면 볼 수 있는 항구와 떠날 채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는 유람선들. 멀리서 찾아온 친구처럼, 저기 손 흔드는 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롱베이에 가면 누구나 유람선을 타게 된다. 낮시간 동안 짧게 인근해에 머물다 돌아와도 되고 하룻밤 또는 그 이상 바다에서 묵어도 된다. 크고 작은 배들이 항구에서 여행객을 기다린다. 호텔과 연계된 크루즈 상품을 미리 선택하면 편하다. 호텔 근처 선착장에서 쉽고 가깝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 유람선을 타고 항구를 빠져나가면 쉽게 섬의 바다에 닿는다. 먼 옛날, 외세의 침략에 맞선 용이 적들을 향해 뿜어낸 여의주가 그대로 섬이 되었다는 전설을 기억하며 그 풍경 속에 젖어 든다. 그것이 하롱베이를 즐기는 최선의 방법.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하롱베이에 간다는 것은, 바다 위를 아름답게 떠돌며 수많은 섬들과 직접 만난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려고 나는 하롱베이에 왔다. 짐을 풀고 바다로 나갔다. 크루즈에 올랐을 때 놀랐다. 당신도 놀라게 될 것이다. 호텔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침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배의 몸으로 호텔이 떠서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럽풍의 고급스러운 침실과 바다 곁의 발코니. 텔레비전과 커피머신. 따뜻한 물이 끝없이 나오는 샤워룸. 커튼을 닫으면 호텔이고 창문을 열면 크루즈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하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내가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돛을 펼치고 배가 움직이자 풍경이 다가왔다. 섬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섬들은 나와 가깝고 또 나와 멀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는데 섬들이 내게 다가오고, 내게서 멀어져 갔다. 어쩌면 그때 나는 섬이었고 하롱베이의 모든 섬들은 여행자였는지도 모른다. 수천개의 섬이 오히려 나를 여행한 것. 하롱베이에서 크루즈가 움직이자 오후의 바람이 한잔처럼 취하게 불고, 나는 그대로 섬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여행의 속도에, 하롱베이의 속도에 동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섬이 내게 오는 속도와, 내가 섬을 지나는 속도가, 이 유람선이 바다 위에 안기 듯 나아가는 속도가, 나란히 내 삶의 평속이 된 것이다. 나는 느려졌고 느려지면서 느긋해졌고 더 오래, 길게, 하롱베이에 닿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때쯤 나는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된 것이리라. 그러니까 당신도 언젠가 하롱베이에 와야 한다. 섬들의 향연 속에서 내가 스스로 섬이 되는 놀라움을 느껴야 한다. 아니, 섬이 나를 마음껏 여행하도록 허용하며 생에 한 번쯤 내가 섬이 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작은 배로 갈아탄 뒤 내려 걷게 되는 신비로운 동굴과 어느 섬에 올라 바라보는 대양의 석양 속에서, 작은 배를 타고 다가와 과일과 음료수를 판매하는 현지인의 웃음 속에서, 붉고 노랗고 파란 현지인의 의상 속에서, 오랜 정박과 섬의 도열과 바람의 회항 속에서, 당신도 이제 하롱베이를 만나야 한다. 그때 당신은 나와 같이 하롱베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도시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덧붙여 나는 이야기한다. 그 밤, 크루즈에서 바라보던 섬의 어두운 실루엣과 저 멀리 하늘의 수많은 별빛을. 만져질 듯 가까워서 별을 향하여 손을 올렸다가 내린 사실을. 그 손으로 한잔의 술을 마시고 바다와 함께 취한 이야기를. 그 밤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깐 울어 버렸다는 고백을. 잠들지 못한 채 당신께 편지를 썼다는 말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바다의 가득한 안개 속에서 바라본 희미한 섬들은, 전날의 선명함보다 더 아름다웠다는 것을. 그것은 현실 속에 이미 다가와 있는 추억 같은 것이었음을. 잊어야 할 것은 잊을 수 있고 잊지 못할 것은 더 선명해지는 풍경이었음을. 그리고 그런 풍경들 속에서 나는 이미 하롱베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취재협조 호텔앤에어닷컴 사진제공 Paradise Cruises ▶travel info Airline 하노이까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베트남항공 등에서 매일 운항한다. 인천공항에서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까지 4시간 30분,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느리다. 공항에 내려 고속도로를 4시간쯤 달리면 하롱베이에 닿는다. 일반 버스를 이용할 경우 6시간 정도 소요된다. Luxury Cruise 하롱베이에 가면 누구나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신비로운 섬들을 관광하게 된다. 바다에서 하룻밤 이상 묵을 것인지, 짧게 인근의 섬들만 보고 돌아올 것인지를 선택하면 된다. 하루쯤 바다에 머무는 일정을 추천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크루즈 상품을 선택할 경우,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크루즈 안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크루즈에서 작은 배로 갈아탄 후 근처 섬과 동굴 등을 둘러보거나 카약 등의 수상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하노이로 입국하여 하롱베이를 즐긴 뒤, 근처 앙코르와트 등의 도시를 여행하는 연계 상품도 많다. Hotel 하롱베이에서 즐기는 풍요로움 파라다이스 스위트 호텔 지금까지 하롱베이 여행은 은퇴 후 효도 관광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막상 하롱베이에 가보면 휴양을 즐기러 온 젊은 유럽 여행자를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에게도 하롱베이는 유럽인들에게처럼 근사하고 럭셔리한 여행지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그 출발점에 호텔 파라다이스가 있다. 하롱베이 최초의 럭셔리 부티크 호텔 하롱베이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럭셔리 호텔이다. 크루즈 선착장과 가깝고 아늑한 경관으로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뚜언처우섬에 있다. 2008년 건설을 시작하여 최근 완공된 유럽형 부티크 호텔이다. 156개 전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높지 않은 가격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노이, 사이공 등 베트남 주요 도시 이름을 딴 4개의 건물로 구분되며, 옛 도시의 사진을 각층 복도 등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하롱베이 전통 음식은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1층에 있고 그곳에서 밤마다 유명 밴드의 공연이 진행된다. 피트니스센터, 스파, 컨퍼런스룸까지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다. 편안한 여행을 즐기려는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우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은 물론, 호텔과 연계된 다양한 여행 상품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롱베이 여행의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 크루즈 상품을 직접 운영하여 서비스와 가격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크루즈 상품의 경우 원하는 여행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등급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크루즈 내부에 호텔 객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시설도 훌륭하다. 호텔과 같은 침실 및 완벽한 냉난방, 객실별 샤워시설, 다양한 요리의 레스토랑, 선상의 일광욕과 바비큐 등의 서비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작은 배로 잠시 갈아탄 후 승솟동굴, 원숭이섬, 티톱 전망대 등의 연계 관광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프러포즈 등 나만의 특별한 이벤트를 원할 경우 신비로운 동굴 속 만찬도 선택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하롱베이 시티 투어, 골프 등의 연계 상품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Place 베트남 불교의 본산 옌뜨YEN TU 국립공원 하롱베이와 하노이의 중간쯤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백년 불공을 드려도 옌뜨에 가보지 못하면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는 베트남 속담이 있을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에게 유명한 산이다. 외세의 침략에 맞선 3명의 왕이 부처가 되어 산을 지킨다는 전설도 함께한다. 10여 개의 사찰과 수백개의 사리탑이 남아 있다. 매년 정월 초하루가 되면 수많은 인파가 소원을 빌러 찾아가는 곳이다. 봄마다 불교축제가 열리고 이때 수백만명이 찾는다. 케이블카를 두 번 갈아탄 후 조금 더 걸으면 정상까지 오늘 수 있다. 중간 지점에 천년고찰 화옌HOA YEN이 있다. 계단을 걷는 도중 많은 사탑과 유적을 지나게 된다. 정상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걸어야 하므로 무릎이 안 좋을 경우 정상까지의 관람은 힘들 수 있다. 전설이 깊은 승솟SUNG SOT동굴 하롱베이의 섬 속에 있는 동굴이다. 무인도에 원숭이가 살고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긴 어부에 의해 1993년 우연히 발견되었다. 유람선에서 작은 목선으로 갈아탄 후 섬에 내려 조금 걸어 오르면 동굴 입구가 나온다. 스피드보트 등으로 동굴만 관람하는 코스도 있다. 길이가 100m를 넘을 정도로 넓고 긴 석회암 동굴인데 다른 동굴과 달리 석회암이 위로 자란다 하여 솟아오른다는 뜻의 ‘승솟’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랜 시간 석회암이 자라고 변형되며 기묘한 풍경을 이루었다. 가이드가 곳곳에 서서 동굴 벽을 향해 레이저 포인터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닮은 형상을 설명해 준다. 천궁동굴天宮洞窟이라고도 불린다. 신비로운 고립 원숭이섬HANG LUON 병풍처럼 둘러싸인 섬 한쪽에 낮고 좁은 구멍이 있고 그 사이로 작은 배 또는 카약 등을 타고 겨우 들어갈 수 있다. 안쪽에 들어서면 섬 사이로 호수처럼 넓고 둥그런 공간이 나오는데 한쪽에 원숭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준비해 간 사과 조각을 던지면 원숭이들이 가까이 다가와 먹이를 먹는다. 물결은 잔잔하고 기암절벽과 그 위로 푸른 나무들이 아름답다. 원숭이를 보러 들어가지만, 섬의 중심에 들어가 잔잔한 바다 위로 떠 가는 경험이 더 이채롭다. 중앙쯤에서 박수를 치면 그 소리가 메아리쳐 들려온다. 바닷물의 수위가 올라가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우주비행사의 이름을 딴 티톱TI TOP섬 러시아의 유명한 우주비행사 티토프Gherman Titov, 1935~2000의 이름을 딴 섬. 그는 호치민이 러시아에 유학생 신분으로 머물 때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베트남에 초대된 티톱이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절경에 반하게 된 것을 기념하여, 호치민의 배려로 섬 하나를 그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월남전을 대비하여 소련에 원조 및 비행술을 지원받기 위해 러시아 최고의 비행사 티토프를 초대했다는 말도 있다. 400여 개 계단을 한참 걸어오르면 하롱베이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잔잔한 바다 위로 아름다운 하롱베이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저 멀리 유람선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섬 아래 인공으로 조성한 작은 해변에서 한가롭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파라다이스 스위트 호텔(베트남) Tuan Chau Island, Halong City, Quang Ninh Province, Vietnam +84 33 3842 368 www.paradisecruises.vn 호텔앤에어닷컴(국내)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91-1 02-310-2600 www.hotelnai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바랄 것이 더 있을까 한여름 날의 다낭·호이안

    해외여행 | 바랄 것이 더 있을까 한여름 날의 다낭·호이안

    Fall in Love with Vietnam 여행에서 돌아와 당신이 어떤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그 도시의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서 흘러간 당신의 시간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높고 아름다운 건물 그 자체보다 건물의 서쪽 벽면에 얼굴처럼 붉게 비추인 오후 다섯 시의 햇살을 더 사랑하는 것. 아니면 어느 저녁, 숙소로 돌아가며 올려다본 하늘의 푸른 별,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던 꼬마아이, 끝없이 젖고 또 마르던 해변의 모래들, 멀리서 들리는 이국어의 함성들. 그렇게 당신을 스쳐 지나간 그 도시의 어떤 순간들을, 당신은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풍경이다. 장소와 시간이 연인인 듯 서로 껴안은 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한 순간. 그 찰나의 찬란함이 적금처럼 모여 쌓인 여행의 잔고들. 그 기억을 우리는 풍경이라 부르고, 쉽게 사랑에 빠져든다.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Vietnam Da Nang · HoI An 다낭 & 호이안 바랄 것이 더 있을까 한여름 날의 다낭·호이안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던가. 너그러워져도 괜찮은 몇몇 휴양지에서도 이 문장을 스스로 완성시켜 보겠다는 듯 종종걸음을 치곤했다. 그렇게 나는 내 여행 세포가 기억하는 감각을 복기하며 다낭에 떨어졌다. 마음을 다잡았던 것과 달리 그곳에서 나는 한결 차분해졌다. 해변의 선베드, 노천카페의 앉은뱅이 의자, 고도의 담벼락. 그곳이 어디든 나는 비스듬히 기대 나른해지곤 했다. 다낭 & 호이안 다낭은 베트남 중부의 항구도시로 참파왕국, 안남왕국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금은 해안선을 따라 리조트가 개발되면서 베트남의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알려져 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옛스러운 도시로 특히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하여 지금도 일본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구시가지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DaNang 오늘의 알람은 태양 다낭에서의 며칠, 단잠에 빠진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은 요란한 휴대전화의 알람 대신 눈가를 실룩이게 만든 아침 해였다. 그러나 서울과의 두 시간여 시차를 생각하더라도 ‘am 06:00’ 글자 선명한 그 순간에 잠을 깨고 싶진 않았다. 뭉그적거리다 보니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침대 위로 쓰러지고 잠시 후, 잠결이지만 꽤 잘 자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느지막하게 일어났지만 잠에 쏟은 시간이 그다지 아깝지가 않을 만큼. 그래봐야 호텔 조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여전히 아침나절. 다낭의 태양은 아침을 거르게 하지 않았다. 그 시절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베트남이라 하면 우리가 흔히 월남전이라 부르는 베트남 전쟁의 이미지가 컸다. 다낭은 그랬던 베트남의 이미지를 오히려 낯설게 만들었다. 남북으로 길쭉한 지형에 동쪽으로 바다가 두르고 있는 베트남은 북쪽에 위치한 수도 하노이를 시작으로 무려 3,444km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그들만의 문화유산과 풍광을 간직한 고도古都를 품고 있다. 그 가운데 아름답고 활기찬 분위기의 휴양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 다낭이다.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는 속이 알싸해지는 느낌을 줄 만큼 꽤 드세다. 다낭의 미케My Khe 해변은 그 끝이 어디쯤인지, 선 자리에서는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아득하게 펼쳐졌다. 몇 번 피해 봤지만 이내 파도가 두 발을 덮친다. 머리 가르마는 따가운데 발끝은 시원하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동안에는 머나먼 타국에서 온 몇몇 여행자들이 해변을 독차지한다. 베트남 전쟁 기간에는 다낭에 주둔했던 미군들의 휴양지였다고 한다. ‘르 말 뒤 페이Le Mal Du Pays.’ 아주 간단하게는 ‘향수’로 번역되는 프랑스어 구절. 풀이하면 전원 풍경이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이라는데 하루키의 어느 소설에서 보았던 그 구절이 떠올랐다면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 천국이든 극락이든 바라는 것은 매한가지 바다인 줄 알았는데 강이었다. 다낭 해변 안쪽으로 친근한 이름의 ‘한강Song Han’이 흐른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꺼우롱Cau Rong·龍橋’ 주변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그 언저리에 눈에 띄었던 건축물이 있다. 고운 핑크빛의 다낭 대성당Chinh Toa Da Nang. 문을 밀어 보지만 꿈쩍을 안 한다. 기웃댔더니 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한 청년이 맨발로 뛰쳐나와 안내를 해준다. 정작 궁금했던 것은 ‘성당 안을 둘러볼 수 있나 없나’인데 본분에 충실한 이 청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은 성당으로 하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중세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한 고딕양식이라는 등 속사포로 설명을 한다. 순박한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개 미사를 하는 일요일에 개방을 하고 다른 날은 방문객이 있을 때만 열쇠를 가진 직원이 와서 열어주는데 그 직원이 지금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다고. 결과적으로 성당 안을 볼 순 없었지만, “괜찮아요, 그대의 친절한 안내가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니.” 시내를 살짝 벗어나면 차창 밖으로 대번에 고개를 빼게 되는 풍경을 마주한다. 다낭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응우한썬Ngu Hanh Son이다. 목썬Moc Son, 호아썬Hoa Son, 터썬Tho Son, 낌썬Kim Son, 투이썬Thuy Son 등 5개의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응우한썬은 한자어로 오행산五行山이다. 각각의 봉우리는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을 상징한단다. 그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투이썬은 산길을 따라 오르는 것이 아니라 동굴을 따라 관통하는 산이다. 흙벽에 새긴 부조와 동굴 곳곳 불상이 영험한 분위기를 증폭시켰다. 동굴 가장 아래 공포가 느껴지는 곳을 지옥, 동굴 속 깎아지를 듯한 156개의 계단을 타고야 맞이할 수 있는 전망대를 극락이라고 했다. 계단을 기다시피 극락에 올랐다. 응우한썬의 나머지 4개 봉우리와 그 아래로 야트막하게 내리깔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피식 웃었지만 속에서는 부지런히 소원을 읊어댄다. 좋은 구경 실컷 하고 소원도 빌었지만 마른 목은 도무지 해결되질 않는다. 습하고 뜨거운 베트남의 낮 공기엔 ‘카페 쓰어 다Caphe Sua Da’가 정답이다. 철들지 않은 어린 양, 어리석은 중생에겐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맛볼 수 있는 노천카페가 곧 천국이고 극락이랄까. 무슨 사람이 그리 가볍나 핀잔을 줄지 모르겠으나 그거야말로 모르는 말씀이다. 이 커피 한잔을 제대로 즐기려면 나름의 내적갈등을 이겨내야 한다. 강하게 볶은 원두를 양철 필터를 통해 한 방울씩 추출한 베트남 커피는 에스프레소 샷보다 몇 배나 더 진하다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 대신 연유를 넣어 차갑게 즐기는 베트남식 아이스커피가 바로 ‘카페 쓰어 다’. 극단적으로 쓰고, 극단적으로 단맛이 어우러지는 이 커피는 얼음이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 천천히 음미하며 마셔야 제대로. 조급하지 않게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려는 베트남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HoiAn 고도의 싱그러움이란 소낙비가 내리던 오후, 서글픈 생각이 들었지만 다낭에서 25km 가량 남쪽에 위치한 호이안을 향해 길을 나섰다. 다행히 호이안에 가까워지자 비가 잦아들었다. 오늘의 호이안은 베트남 중부를 유유히 흐르는 투본Thu Bon강과 지류가 하나로 이어지는 호아이Hoai강변의 자그마한 마을이다. 그러나 16~17세기 무렵의 옛 호이안은 인도, 포르투갈,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상선이 드나들며 크게 번성했던 무역항이었다. 호이안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레 마을은 다양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색채를 품게 되었다. 베트남 고유의 문화적 토대 위에 일본과 중국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문화를 두루 흡수하여 조화를 이뤄낸 고도古都 호이안은 이후 무역의 중심이 다낭으로 옮겨가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덕분에 베트남 전쟁의 마수를 피해 옛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그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마을 전체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다. 때문인지 이 작은 마을에는 여느 메트로폴리탄 못지않게 다양한 낯빛의 여행자들이 모여든다. 강물 잔잔한 마을 가운데에 아치형으로 지붕이 있는 목조다리 ‘꺼우 라이 비엔Cau Lai Vien·來遠橋’이 있다. 호이안이 가장 번성했던 17세기, 특히 일본과 중국의 상인들이 이곳에 거주하며 각각의 마을을 형성했는데 당시 일본 상인들이 돈을 모아 두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라이 비엔은 멀리서 온 친구란 뜻이다. 호이안은 이 다리를 중심으로 구시가와 신시가로 구분된다. 다리 주변에 중국 복건성 상인들의 회합장소였던 ‘쭈어 푹 끼엔Chua Phuc Kien·福建會館’과 베트남 상인 ‘풍흥Phung Hung’의 고택 등 옛 시간을 머금고 있는 명소가 이웃한다. 호이안의 옛 거리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 쨍한 색감이 인상적인 갤러리, 수공예품을 파는 기념품 상점, 감각적인 디자인 숍 등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다. 시간이 멈춘 고도라지만 호이안은 잿빛을 허락하지 않았다. 소낙비 때문만은 아닐 테다. 파스텔 톤의 건물과 푸른 잎사귀 무성한 가로수가 더욱 선명한 빛을 내비친다. 손잡고 걷거나, 나란히 자전거를 탄 젊은 연인들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들의 뒤를 따라 자박자박 걷는다. 벽도 쓰다듬어 보고, 빗방울 매달린 나뭇잎도 건드려 보고. 베트남에서 느낀 뜻밖의 싱그러움. 이번 여행에서도 등 돌리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비엣젯항공 VietJet Air, 02-399-4500, www.vietjetair.com ▶travel info Resort 다낭에서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안락한 잠자리는 물론이고 굳이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싶을 만큼 근사한 비치프론트 리조트에 머물렀던 것이 컸다. 어디 근사한 비치프론트 리조트가 한둘이냐 하겠지만 다낭의 해변은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6대 해변 가운데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경쾌한 낮과 평화로운 밤 푸라마 리조트 다낭Furama Resort Danang 오아시스라고 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 스타일에 베트남 전통 양식을 가미한 건물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는 리조트 중앙 뜰에 서면 코코스야자가 도열한 끝에 수영장과 백사장, 다시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차례로 주단을 펼친다. 수영장 끄트머리에 턱을 괴고 바라보는 박미안Bac My An 해변은 물론이고 그 뒷모습 또한 필름에 담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이처럼 태양을 즐길 줄 아는 투숙객들은 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다낭의 낮을 만끽한다. 다이빙과 스노클링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라마의 다이빙 센터는 마운틴 반도와 참섬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안내해 주는 다낭 유일의 다이빙 센터이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은 열대식물 가득한 정원 가운데의 라군 수영장 또는 스파를 이용하며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어낸다. 최고급 리조트답게 푸라마 스파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데 페이셜 아로마 케어나 전통 베트남 마사지 등 기본 타입의 경우 우리 돈으로 3~5만원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욱 만족도를 높인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리조트 곳곳에 달아 놓은 등에 불이 들어온다. 한밤의 푸라마는 더욱 나긋나긋한 표정을 짓게 만든다. 시원한 맥주든, 은은한 와인이든 매일 밤 파도 소리 시원한 해변 테라스에 기대어 잔을 들도록 했기에. Truong Sa Street, Khue My Ward, Ngu Hanh Son District, Danang City +84 511 3847 333 www.furamavietnam.com 조용하고도 뜨거운 나절 라구나 랑코Laguna Lang Co 반얀트리 호텔 앤 리조트 그룹이 2013년 11월 베트남 중부 랑코 해안에 ‘앙사나 랑코Angsana Lang Co’와 ‘반얀트리 랑코Banyan Tree Lang Co’라는 걸출한 리조트와 챔피언십 골프 코스, 마린센터 등을 겸비한 복합 리조트 ‘라구나 랑코’를 오픈했다. 다낭 도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때묻지 않은 해안가와 울창한 열대 우림 뒤로 높다란 산봉우리가 한데 어우러진 자연 속에 자리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뜨거운 나절을 보낼 수 있다. 베트남 후에 왕조의 성벽 창문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리조트 전반의 장식은 매우 감각적이다. 흙빛에 밝은 자색으로 포인트를 준 색감, 옻칠한 기물, 비단 자수를 놓은 직물 등이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홀에서 복도를 지나 객실에 이르기까지 반얀트리 호텔이 자리 잡은 세계 각지의 인상적인 풍광을 담아낸 사진과 그림을 내걸고 있어 리조트 전체가 세련된 갤러리처럼 느껴질 정도로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마냥 널브러져 쉰다고 에너지가 보충되는 것은 아니다. 너른 숲 한 켠에 나무를 심고, 리조트 내 수로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힘껏 굴리거나 바다 위에서 카약 패들을 젓는 동안에 맺힌 땀방울은 한층 개운한 기분을 들게 해준다. 모두 라구나 랑코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다. Cu Du Village, Loc Vinh Commune, Phu Loc District, Thua Thien Hue Province 02-2250-8051(한국사무소) www.angsana.com(앙사나), www.banyantree.com(반얀트리) Airline 베트남으로 가는 새로운 하늘길 비엣젯항공 여행의 설렘이 최고조로 달하면서도 얼마간 불안이 공존하는 비행시간. 국적기가 아니라면 승무원에게 사소한 도움을 청하는 것도 마냥 쉽지만은 않다. 2007년 설립된 베트남 제2의 항공사 비엣젯항공은 승객들에게 비행의 즐거움을 전하고 안전한 하늘길로 안내하고자 보다 젊고 발랄한 이미지로 단장했다. A320, A321 등 평균 기령 3년 이내의 최신형 기종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저렴한 항공 요금에도 불구하고 인천-하노이, 인천-다낭 구간의 경우 따뜻한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하여 직접적인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호치민, 나트랑 등 베트남 내 8개 도시를 연결하는 국내선과 방콕,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오가는 국제선을 연계하면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9월10일까지 운행하는 다낭행 전세기는 매일 1회 11:05에 인천VJ8737을 출발해 14:30에 다낭에 착한다. 귀국편VJ8736은 01:50 다낭 출발, 08:00 인천 도착이다. 하노이 정기편VJ8977은 매일 11:05에 인천을 출발하며 14:10에 현지에 도착한다. 귀국편VJ8976은 01:45 하노이 출발, 07:55 인천 도착이다. ACTIVITY 시클로Cyclo는 우리의 인력거를 연상케 하는 바퀴 셋 달린 베트남식 소형 오토바이이다. 대중교통의 하나지만 요즘에는 이색적인 문화 체험으로 인기가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에 비해 한결 호젓한 다낭과 호이안은 시클로 드라이브에 더없이 좋은 환경. 바퀴의 움직임과 강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클로를 타고 골목골목 베트남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30분~1시간이면 충분. 호객행위가 상당하니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 대략 10만~30만VND. FOOD 다낭 여행자들이 꼭 찾아서 맛보는 음식이 있다. 베트남 쌀국수냐고? 다낭에서는 단연 미꽝Mi Quang이다. 다낭의 명물 면 요리로 면은 쌀로 만들었지만 우동 면에 가까울 만큼 오동통하고, 땅콩가루와 함께 국물 없이 자작자작하게 비벼먹는 양념장이 독특하다. 일종의 비빔쌀국수인 셈. 새우, 돼지고기, 닭고기, 해파리 등 고명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낭 중심가인 한시장 주변으로 미꽝을 맛볼 수 있는 현지 식당이 많다. 가격은 2만5,000~4만VND.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이것만큼은 우리가 최고!”] 성북 정릉 창작 뮤지컬 재능 ‘반짝’

    서울 성북구는 정릉2동 고전무용 및 민요교실 팀의 창작뮤지컬 ‘정릉 버들잎사랑 창작뮤지컬 태평가’가 전국 주민자치센터 문화프로그램 경연대회에서 대상인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12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특설무대에서 열린 대회에는 전국 15개 광역시도 66개 팀이 참가했다. 대상을 받은 ‘정릉 버들잎사랑 창작뮤지컬 태평가’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북구 정릉을 소재로 주민들이 손수 제작한 창작뮤지컬이다.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만남부터 이별, 그리움을 고전무용과 민요를 접목해 표현했다. 특히 구 마을공동체사업을 함께하는 민관 거버넌스 ‘성북구 마을예술창작소’에서 기획 등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 김영배 구청장은 “동 단위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창작물로 전국 대회에 나가 그 문화와 예술성을 인정받았다는 데서 커다란 성과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활용한 지역 특화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은 물론 이를 토대로 참다운 주민자치 의식 함양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20일에는 성북구 자치회관 프로그램 경연대회가 돈암동 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오후 1시 30분 열린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글로벌 시대] 문자, 문자생태계, 문명/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 그리스 태국 대사

    [글로벌 시대] 문자, 문자생태계, 문명/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전 주 그리스 태국 대사

    올해 제568회 한글날은 전 세계적으로 문자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한글을 세계와 소통하는 학문어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각 민족은 문자로 자신들의 영혼을 적는다’ 는 말이 있듯이 인류 문명의 뿌리는 문자에서 시작된다. 문자와 문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소수의 강대국 언어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여러 문자로 구성된 문자 생태계를 압도하고 있는 엄중한 현실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6000여개이며 그 중 3000여개는 금세기 내에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언어를 기록하는 상징체계인 문자의 종 또한 계속 소멸하고 있어 존재하는 문자군은 약 100여개이며 이들 중 약 30여개만이 주로 상용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어는 유네스코 분류기준으로 소멸 바로 직전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고작 70세 이상 제주인 1만명 정도가 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세대 간 계승이 중단됐다고 한다. 제주어가 처한 상황은 사람에게 생명이 있듯이 언어에도 생명이 있고 이를 유지해나가는 데 인간의 관심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문 제5조는 “모든 이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특히 모국어로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고 보급할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노력이야말로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현대 지식·정보사회에서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소수 강대국 언어는 지구 상의 많은 문자를 치열한 생존경쟁의 바다에 빠뜨리고 있다. 문자 생태계가 보존되려면 세계 각 민족 고유의 문자들을 구하기 위한 ‘노아의 방주’가 필요하다. 문자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학문어로 뒷받침돼야 한다. 학문어로 발전하지 못하면 섬에 갇힌 언어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전 세계 언어 가운데 학술 서적 발간 및 논문 발표 등 학문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언어는 15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에는 과학자들이 평생 모국어로 전문분야 연구를 하고 논문을 일본어로 발표함으로써 깊이 있는 연구활동과 세계와 학문적 소통을 넓혀나가는 연구환경이 조성돼 있다. 일본이 올해까지 과학분야에서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한글의 학문어로서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언어권별 지식 직거래를 점차 확대해나가야 하겠다. 15세기 르네상스를 계기로 유럽 각국이 중세 라틴어의 독보적 영향에서 벗어나 자국 문자로 학문을 융성시킨 결과 유럽 문명이 세계를 상대로 꽃피울 수 있었다. 그리스인들의 자국어 사랑은 각별하다. 유럽 각국 언어와 학문의 뿌리를 제공했다는 자부심이 오늘날까지도 그리스어가 학문어로서 세계와 끊임없이 호흡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고 있다. 각 민족이 각각의 문자로 활발한 학술활동을 함으로써 건강한 문자 생태계를 조성해 문화다양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때다. 마침 세계문자연구소 주최로 ‘세계문자심포지아 2014’ 국제학술대회가 ‘문자생태계, 그 100년 후를 읽는다’라는 주제로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심포지아가 세계 각국의 문자 간 공존을 통해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첫 걸음이 되고 한글이 세계 속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더나은세상·국제워크캠프기구, ‘제33차 국제자원봉사조정기구 세계총회’ 공동주최

    국제자원봉사조정기구(이하 ‘CCIVS')와 사단법인 더나은세상, 국제워크캠프기구가 공동주최하는 ’제33차 국제자원봉사조정기구 세계총회‘가 오는 15일부터 7일 간 서울서 개최된다. CCIVS는 국제자원봉사를 통해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국제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자 1948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세계 85개국 203개 단체를 회원단체로 두고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세계총회는 프랑스, 영국, 인도, 케냐, 미국, 대한민국 등 30개국 42개 회원단체에서 총 110명이 참가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국제자원봉사의 비전과 액션(Vision and Action to change the world through International Voluntary Service)'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세계총회의 조직위원회는 CCIVS가 지난 2년 간 추진해온 ‘국제 평화와 인권 증진 캠페인’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으로 세계총회의 막이 오르고, 이어 국제자원봉사를 통해 '포스트(Post)-2015' 즉,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후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세계의 노력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실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정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세계총회 기간 중 18일엔 공동주최기관인 국제워크캠프기구가 지난 1년 간 진행해 온 ‘국제워크캠프가 참가자와 지역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의 성과를 발표하는 컨퍼런스가 개최된다. 국제워크캠프는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사회를 재건하고 양국의 시민들이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자 자발적으로 추진한 평화운동이자 재건사업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매년 전 세계 80개국의 4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참가하는 95년 역사의 자원봉사·문화교류 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세계총회는 1980년에 인도에서 개최된 이후 34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로서 아시아가 국제사회의 매우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국제사회 주요 일원이 된 한국이 경제발전이나 민주화 뿐 아니라 국제사회 발전을 위한 국제자원봉사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세계총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사단법인 더나은세상·국제워크캠프기구의 염진수 이사장은 “지난 2012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32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한국이 차기 개최지역으로 결정되었다”며, “이번 세계총회에서 한국 청년들의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참여와 국제사회 기여가 세계적 모범사례로 소개될 뿐 아니라 국제자원봉사를 통해 전 세계 청년들이 직접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여러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5일 개회하는 이번 세계총회는 7일간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되며, 18일에 있을 국제 워크캠프 컨퍼런스는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신명나는 아리랑 경연대회

    신명나는 아리랑 경연대회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14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의 부대행사로 열린 전국 아리랑 경연대회에서 강릉팀이 ‘강릉 아리랑’을 선보이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됐으며 올해는 10~12일 ‘희망의 노래, 아리랑’을 주제로 열렸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본 고장서 만나는 아리랑의 향연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는 ‘정선 아리랑 축전’이 강원 정선에서 펼쳐진다. 9일 정선군에 따르면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인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는 제39회 정선아리랑축전이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정선읍 아라리공원 특설무대에서 세계 전통민요축제 형식으로 열린다. 첫날 정선아리랑의 근원설화에 등장하는 칠현들의 애국충절을 기리는 ‘칠현제례 및 기로연’이 열린 데 이어 둘째 날인 10일 아라리촌에서 전국한시백일장, 청소년 창작가사 정선아리랑 경창대회, 밀양·진도아리랑 초청공연이 선보인다. 셋째 날인 11일 정선아리랑제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전국 다문화 아리랑 경창대회와 전산옥 주모 선발대회 등이 진행되며 세계 민요초청공연으로 노르웨이 미잉거마리 밴드와 독일 글로벌 플레이어스가 무대에 오른다. 폐막일에는 K팝 커버댄스 경연대회, 전국 아리랑 경창대회가 특설무대에서 연이어 열리고 오후 6시 ‘7080콘서트’로 축제의 막을 내린다. 메인 상설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아리랑 주제관은 ‘아리랑, 오감으로 만나다’를 주제로 총 3개 관으로 나눠 정선아리랑을 비롯한 국내 대표 아리랑의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명창들로부터 각 지역의 아리랑을 직접 배워보고 즉석에서 미니콘서트에 참가하는 프로그램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상설프로그램은 장승깎기 재현, 전통문화 및 전래놀이체험 등이 마련됐다. 이종영 정선아리랑제위원장은 “우리의 삶 속에 숨 쉬는 아리랑의 대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전해주는 행사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만들어 유네스코에 보전지역으로 권고”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만들어 유네스코에 보전지역으로 권고”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의 뜻을 나타냈다. 환경부와 통일부가 8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컨벤션센터에서 ‘DMZ 생물다양성 보전과 협력 그리고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의 좌장인 최청일 유네스코MAB한국위원회 위원장은 “심포지엄이 생태평화공원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유네스코에 DMZ를 ‘접경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20여국의 생태·환경 전문가들은 이날 논의의 결과로 ‘생물다양성과 평화를 위한 접경지역 보전 선언문’을 채택, 오는 15일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 고위급회의에 전달할 예정이다. 총회 결과물인 ‘강원선언문’에는 평화의 상징이자 생태·역사의 박물관인 DMZ의 우수한 생태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태평화공원이 평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상징적 지역이라고 적시된다. 또 관련 국제기구에 남북한 간의 대화 지원과 평화 공존을 위한 국제협력 모델 설정, DMZ 보호를 위한 네트워크 설립 지원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