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유네스코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태극전사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부하 직원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응급의료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 현실 장벽
    2026-03-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28
  • 520년의 공존과 화합… 가야, 칼과 현의 나라

    520년의 공존과 화합… 가야, 칼과 현의 나라

    지금까지 드러난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집대성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이 3일 개막한다. 1991년 ‘신비의 고대왕국 가야’ 이후 28년 만에 열리는 가야 주제전이다. 한 세대를 지나는 동안 비약적으로 늘어난 가야 유적 발굴과 고고학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가야사의 역사적 의미를 한눈에 조망하는 자리다. 고대 낙동강 일대에 있었던 6개 나라의 연맹 왕국인 가야는 기원후 42년부터 약 520년간 존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품질 좋은 철을 생산하는 ‘철의 나라’로 중국과 일본을 잇는 동북아 교역의 중심지였고, 한때 신라를 위협할 정도로 군사력이 강했으나 562년 신라에 완전히 흡수돼 사라졌다. 기록이 드문 탓에 다른 고대국가에 견줘 그 존재가 희미하지만 최근 들어 영호남의 가야사 복원과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진 등에 힘입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이번 전시는 가야의 건국설화부터 번성기, 멸망 이후 디아스포라까지 총망라했다. 주목할 점은 가야를 통합에 실패한 무력한 약소국이 아니라 여러 세력 간 공존과 화합의 가치를 존재 방식으로 추구하며 아름다운 유물과 유산을 남긴 나라로 해석한 것이다. 부제인 ‘칼과 현’은 각각 공존을 위한 힘, 가야금 음악으로 대표되는 화합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말 탄 무사 모양 뿔잔’(국보 275호), ‘금관’(국보 138호) 등 국보 2점과 청동 칠두령(보물 2019호) 등 보물 4점을 비롯해 총 260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삼성미술관 리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31개 기관의 소장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공존, 화합, 힘, 번영 등 4개의 주제로 나누고, 건국설화를 재구성한 프롤로그와 신라로 망명한 우륵 등 디아스포라의 유산을 담은 에필로그를 따로 배치했다. 이를 위해 삼국유사에 허황옥이 무서운 파도를 잠재우려고 돌을 배에 싣고 왔다고 기록된 파사석탑이 김해 야외를 떠나 실내 전시장으로 옮겨 왔다. 다양한 가야 토기로 만든 3.5m 높이의 ‘가야 토기탑’, 가야를 지키는 중갑기병을 재현한 무사상, 국제무역 거점으로 번영을 구가한 시기의 김해 대성동 고분 등 가야 문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 유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일 언론공개회에서 “지난해 이즈음 개막한 ‘대고려전’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지만 가야 고유의 철기와 토기 문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열린다. 이어 부산시립박물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순회 전시한 뒤 2021년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자치광장] 보편적 복지의 첫걸음, 평생시민교육/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자치광장] 보편적 복지의 첫걸음, 평생시민교육/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한 자를 배우면 한 자가 도망가고, 또 한 자를 배우면 두 자가 도망간다. 그래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지난달 초 서울 은평구청 강당에서 열린 ‘은평 문해 한마당’에 전시된 칠순 넘은 할머니의 이 시는 실감 나는 감정 표현으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읽는 이들의 코끝을 시리게 했다. 문해 한마당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직접 적은 일기나 시, 체험 수기 등을 발표하며 함께 울고 웃는 감동의 시간을 가졌다. 1945년 ‘국가는 교육의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충분하고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유네스코 헌장’이 발표됐다. 이 중 유네스코가 특히 중요하게 본 것은 문해다. 문해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이나 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넓게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의 모든 영역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1978년 유네스코는 기초 문맹에서 더 나아가 기능적인 문해 능력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오늘날 정보·금융 분야에서 생활 문해교육과 평생교육 시스템은 중요한 영역이다. 구·시의원 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이 아닌 평생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이에 따라 은평구에서는 민선 7기 조직 개편을 시행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민교육과’를 신설했다. 지역사회와 아동·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전 생애를 포괄하는 행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은평의 교육은 평생 시민교육인 은평시민대학을 통해 이뤄진다. ‘내 삶의 변화, 동네에서 답을 찾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8개 기관, 시민단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문해교육도 이와 함께 활발히 열리고 있다. 은평시민대학은 세부 주제별 캠퍼스로 운영하는 ‘질문하는 학교’, 세대별, 대상별 맞춤학습을 연구하는 ‘인생수업’,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는 ‘다빈치 실험실’ 등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진행한다. 공동체 학습 활동을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풍성한 열매를 맺어 지난 10월 은평시민대학은 제1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 분야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나는 시인이 되고 싶은 할머니. 글자를 배우니 덤으로 지혜를 배운다.’ 문해교육을 받은 한 어르신이 쓴 글이다. 인생의 지혜는 평생 배우는 데서 샘솟는다. 이런 시민주도형 평생학습을 뒷받침하는 일이 복지 행정의 첫걸음이다.
  • 깊은 역사만큼 묵직한 ‘한 잔의 추억’

    깊은 역사만큼 묵직한 ‘한 잔의 추억’

    보통 커피를 만들 때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드리퍼를 이용하기 때문에 ‘커피를 내린다’고 표현하지만 터키에서는 다르다. ‘커피를 끓인다.’ 어쩐지 꽤 아날로그스럽다. 터키 이스탄불의 노천 카페. 커피집 주인은 긴 손잡이가 달린 작은 황동 주전자인 제즈베에 원두를 몇 스푼 넣고 휘휘 저어 숯불로 달군 모래에 넣었다. 보글보글 끓어 오르자마자 제즈베를 꺼내 에스프레소 잔보다 약간 큰 커피잔에 따랐다. “1분 기다렸다가 마시면 됩니다.” 커피가루가 잔 아래에 충분히 가라앉은 후 마시라는 뜻이다. 터키 커피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마셔도 입에 커피가루가 들어가기 마련이어서 입을 헹구라는 의미로 냉수 한 잔이 반드시 함께 나온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어야 하며 죽음처럼 진해야 한다’는 터키 속담처럼 터키 커피는 깊고 진한 풍미가 있다. 워낙 진하니 설탕을 넣어 달라고 미리 주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블랙으로 주문했다면 터키의 국민 디저트인 로쿰을 곁들이면 조화가 완벽해진다. “커피를 다 마시면 점을 볼 수 있어요.” 다 마신 커피잔을 뒤집어 놓은 후 커피가루가 잔 안쪽에 남아 있는 패턴을 보고 직업이나 운세 등을 알아맞힐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연유에서 커피점이 시작됐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커피점만 전문적으로 보는 점쟁이도 있다고 하니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커피는 900년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칼디라는 목동에 의해 발견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엔 열매 자체를 끓여서 마셨지만, 아라비아 반도와 터키로 넘어오면서 원두를 갈색이 되도록 볶아 분쇄한 다음 끓여 마시는 방법이 보편화됐다. 이후 십자군전쟁으로 인해 유럽으로 커피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커피가루가 입안에 남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융드립 커피 등으로 발전해 왔다. 커피 하면 떠오르는 나라도 여럿이다. 커피의 원조 에티오피아, 에스프레소 머신을 처음 개발한 이탈리아, 비엔나커피의 원조 오스트리아, 아메리카노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미국 등이 저마다 자부심을 드러낸다. 커피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터키는 묵묵하다. 500년 전에도 뜨거운 숯불과 모래 앞에서 커피 주전자를 돌려 가며 커피를 끓여 냈던 터키 사람들. 요란한 기술이나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커피 전통을 이어 간다. 이렇다 할 커피 브랜드도, 세련된 커피 용품도 없지만, 터키에선 커피 한 잔에 무언의 묵직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터키 커피 한 잔을 함께 마시면 40년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터키 커피는 맛도 맛이거니와 사회적 기능을 함께 지녔다는 뜻으로, ‘터키식 커피 문화와 전통’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라 있다. 그래서인지 이스탄불에서 마신 커피의 추억은 그 어떤 여행보다 진하게 남아 있다. 보스포루스해협을 물들이던 새빨간 노을과 함께.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역사는 마을을 돌아 흘렀다 - 안동 하회(河回)마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역사는 마을을 돌아 흘렀다 - 안동 하회(河回)마을

    #안동하회마을 #엘리자베스2세 #조지부시대통령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맘 푸르러라” <자야곡 中, 이육사, 1941> 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는 안동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자손이었다. 시인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 이황(李滉) 선생의 14대 손으로 일찌감치 나라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40년 짧은 생을 사는 동안 17번이나 투옥되었고, 그의 호 역시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으로 대구형무소에서 받은 수인번호 ‘264(二六四)’에서 따온 것이다.안동은 일제 강점기 수많은 독립유공자들이 나온 고장이다. 상해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하여 동산 유인식 선생, 초대 국민대표회의 의장 일송 김동삼 선생 등이 바로 안동 출신이다. 1910년 한일합방의 울분을 참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정순국자만 10명에 이르며 현재까지 350여 명이 넘는 독립유공자가 나온 곳 또한 안동이다. 실제로 일제는 성리학의 본원이자 독립운동의 모태 지역인 안동의 혈맥(血脈)을 끊을 요량으로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 가운데를 지나도록 철도를 깔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선비들의 고장, 안동 하회마을로 가보자.#서애류성룡 #징비록 #석주이상룡 #이육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13년부터 2년마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이 중에서 4회 연속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안동 하회마을이 뽑혔는데 전주 한옥마을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800여 년 세월을 안고 있는 전통마을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마을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특히 1999년 72회째 생일을 하회에서 맞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표현처럼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인식되어온 안동 하회마을은 부시 전 대통령 부자(父子)도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찾을 정도로 외국 주한 사절들에게는 필수 관람 코스가 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도 160 여 채의 기와집과 210채가 넘는 초가, 다양한 전통 서원과 누각이 있는 곳으로 낙동강 지류 700리 가운데 물줄기가 마을을 휘감아 지나는 ‘물돌이(하회,河回) 마을’이기도 하다.화회마을의 역사는 고려에서 시작된다. 김해 허씨, 광주 안씨, 풍산 류씨 등이 입향하여 마을의 원류를 이루었다. 이후 하회마을이 본격적인 이름이 나기 시작한 것은 1592년 임진왜란 전후 서애 유성룡(1542-1607) 선생의 영향이 크다. 1601년 ‘징비록’을 집필한 곳이 하회마을이었고 이후 1613년 병산서원의 중창으로 인해 선비마을이라는 동리의 정체성이 확고히 되었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조선 선비촌의 마을 분위기를 고스란히 지금까지 간직해오고 있다.현재 하회마을에는 국보 제 121호로 지정된 화회탈 및 병산탈, 국보 제 132호인 징비록을 비롯하여 서애 유성룡 종가 문적, 유물 등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양진당’, ‘충효당’과 같은 조선 후기 전통 가옥들도 보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이외에도 사적 제 260호인 병산서원을 비롯하여 옥연정사, 하동고택, 하회 별신굿탈놀이 등도 중요민속문화재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어 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은 고스란히 조선 선비들의 고즈넉한 삶의 시간도 넉넉히 되돌아 볼 수 있다. <안동 하회마을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 5개 만점) - 유네스코 세계 지정유산. 우리나라 대표 전통마을로 영국 여왕을 비롯하여 수많은 외교 사절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2. 누구와 함께? -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어린 자녀들도 좋아할 만한 곳. 3. 가는 방법은? -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종가길 2-1 - 시내버스 246번(병산서원, 도청 경유. 45분 소요) 4. 하회마을 방문의 특징은? - 고즈넉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부용대와 만송정의 풍광은 이름날 만하다. 5. 방문시 유의점은? - 마을 입구부터 거리가 꽤 된다. 몸이 불편한 분이 있다면 마을 입구에서 안내를 받으면 된다. 6. 꼭 가 볼 장소는? - 부용대, 만송정, 충효당, 양진당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먹거리는? - 안동 중앙시장에 먹거리가 많다. 안동찜닭 골목 ‘중앙통닭’. 찜닭 맛은 대개 비슷하다. 된장찌개 ‘성전식당’, 우동 ‘신선식당’, ‘맘모스제과’, ‘현대찜닭’, 헛제사밥 ‘까치구멍집’, 선지국밥 ‘옥야식당’, ‘문화갈비’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hahoe.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부용대, 만송정, 양진당, 충효당, 병산서원, 도산서원, 봉정사, 이육사문학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안동 하회마을은 영주의 무섬마을, 예천 회룡포마을과 같은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을로 안동 선비문화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 안동지역에는 화회마을 외에도 도산서원이나 봉정사 등 주변에 가 볼만한 곳도 많아서 넉넉히 시간을 두고 여행하는 것이 좋을 듯.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뭐든지 다 이상한, 그래서 멋진… 첫사랑 닮은, 그래서 신기루 같은

    뭐든지 다 이상한, 그래서 멋진… 첫사랑 닮은, 그래서 신기루 같은

    인도는 정말 묘한 곳이다.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절대로 가지 말아야지 하면서 인도 쪽으로 쳐다보지도 않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인도만의 매력에 빠져 인도만 찾아 간다. 인도에 한 번 다녀오면 그곳에 놓인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를 정의하자면…‘인크레더블’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강한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 천연덕스럽게 되새김질을 하며 태연하게 소가 누워 있는 거리, 여행자를 속이고 또 속이는 오토릭샤꾼들, 끊임없이 나타나 목덜미를 괴롭혀 대는 파리떼….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괴로움을 모아 놓은 곳이 인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인도를 홍보하는 캐치프레이즈는 정말이지 절묘하다. 이토록 절묘하게 인도를 정의할 수 있다니. 인도에 갈 때마다 느낀다. 인크레더블 인디아! 시인 김태형도 그의 인도 여행기 ‘아름다움에 병든 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선 뭐든지 다 이상했다.” 여담이지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인도 여행의 에피소드 하나. 기차역에 내렸는데 어디선가 터번을 쓴 인도인 짐꾼들이 나타나 일행의 짐을 들고는 성큼성큼 앞서 가더니 정확하게 우리 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여행사에서 보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들은 그 역에 있는 ‘프리랜서’ 짐꾼들이었다. 물론 짐을 좌석 선반 위에 올려 둔 짐꾼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수고비를 요구했다. 일행 중 그 누구도 이 짐꾼들이 우리 자리를 어떻게 정확하게 찾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떤 선배 여행자의 전설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사진작가인 그는 역에서 멋진 인도인과 만났고 그를 따라 급히 카메라를 들고 가며 그의 짐을 옆자리 소년에게 맡겼다. 물론 그 소년은 모르는 사람. 두 시간 동안 정신없이 촬영을 하던 그는 문득 가방을 역에 두고 왔다는 생각이 났고 황급히 돌아갔더니 소년이 그 자리에 앉아 짐을 지켜 주고 있더라는 것. 아무튼 인도 라자스탄의 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이 인크레더블 인디아의 실체를 약간이나마 만날 수 있다. 공유와 임수정이 주연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종욱 찾기’의 무대가 됐던 곳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주인공 지우(임수정 분)가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차린 기준(공유 분)과 함께 10년 동안 잊지 못했던 첫사랑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이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거기 사람들은 어떻고, 그 냄새는 어떻고 분위기는 또 어떻길래 대체 못 잊겠다는 건데요? 대체, 그게 뭐길래 십년 씩이나 잊혀지질 않냐구요!” 인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은 이 대사에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 그게 뭐길래 십년 씩이나 잊혀지질 않냐구요!”●사막 위 우뚝… 불가사의한 메헤랑가르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 집단이다. 이들은 승리하지 못할 때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용 장작 더미에 몸을 던지는 ‘사티’ 풍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라지푸트들은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라지푸트들은 평지에 성을 세웠던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절벽에 성을 쌓고 자신들의 소왕국을 세워 군림했다. 자이푸르의 자이가르성, 조드푸르의 메헤랑가르성, 자이살메르의 자이살성 등이 모두 적이 침범하기 힘든 천혜의 절벽에 만들어진 성들이다. 라자스탄 지역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도시는 조드푸르다.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낭만적인 도시로 우리에게 소개된 적이 있다. 조드푸르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메헤랑가르성이다. 여전히 조드푸르의 마하리자가 소유하고 있는 이 거대한 성은 15세기 중엽에 착공하기 시작해 19세기 초에 완성됐다. 125m의 높은 언덕에 웅장하게 선 이 거대한 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인근 왕국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개를 180도 꺾어야만 바라볼 수 있는 이 성은 사막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가사의하게 다가온다. 물론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번제물로 바쳐진 왕후들의 손자국 메헤랑가르성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곳이 자야폴이라 불리는 정문이다. 1806년 마하라자 만 싱이 자이푸르와 비카네르 왕국의 공격을 막아 승리한 것을 기념해 세운 승전문이다. 성문 앞에는 15개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다. 이것들은 마하라자의 왕후들이 남긴 것으로 왕의 장례식 때 자신의 몸을 왕의 번제물로 바치는 사티 의식에 참여한 흔적이다. 남편인 왕의 죽음에 동참하는 일종의 순종의식 사티는 인도를 식민 통치한 영국 정부에 의해 100년 전부터 근절됐다고 한다. 메헤랑가르성은 여러 개의 안뜰과 궁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왕의 행차에 사용되던 소품과 초상화, 풍속화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궁정 모습과 왕의 행차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세밀화도 만날 수 있다. 라자스탄은 인도의 다른 지방보다 세밀화가 발달한 곳이기도 한데, 조드푸르를 비롯해 라자스탄의 각 도시에는 세밀화를 배울 수 있는 학교들이 있다. 메헤랑가르성 곳곳이 아름답지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왕의 침소다. 갖가지 색을 칠한 유리가 방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방을 보고 있노라면 한번쯤은 이런 방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미로처럼 뒤엉킨 성채의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본 뒤에는 성채의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커다란 대포가 구시가지를 향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대포의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드푸르의 풍경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벽이 푸른색으로 칠해진 도시는 말 그대로 푸르고 푸르다.●신분 상승의 염원 담긴 ‘블루시티’ 사막 위의 도시 조드푸르가 푸른색에 집착한 이유는 푸른색이 인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의 고유 색깔이기 때문이다. 1459년 조드푸르가 마르와르왕국의 수도가 되면서 당시 브라만 계급이 다른 계급과의 신분 차이를 나타내기 위해 집에 파란색을 칠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다른 계급들 역시 신분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염원으로 자신들의 집을 푸른색으로 칠했고, 도시 전체가 푸른색으로 칠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드푸르는 ‘블루시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메헤랑가르성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구시가지에 닿는다. 골목은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과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 소떼들과 오토릭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 골목을 계속 따라가면 사르다르 마켓에 닿는데 야채와 향료, 인도과자, 직물, 은,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차이를 마시며 바라보는 메헤랑가르성의 야경도 꼭 한 번 볼만하다.‘김종욱 찾기’에서는 공유와 임수정이 메헤랑가르성이 보이는 노천 카페에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메헤랑가르성에 올라 도시를 굽어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임수정의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특별한 첫사랑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영화 제작진은 국내 최초로 인도를 찾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아침에는 짙은 안개에 뒤덮여 보이지 않다가 안개가 걷히면서 드러나는 인도의 모습이 마치 첫사랑에 대한 이미지와 같았다”는 것이 장유정 감독이 인도를 촬영 장소로 고집한 이유다.●인도 건축의 정교함 담은 ‘우다이푸르’ 우다이푸르는 ‘동양의 베니스’ 또는 ‘라자스탄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거울처럼 맑은 피촐라 호숫가에 지어진 이 도시는 도시를 외부 침입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댐을 건설해 인공호수를 만들고, 산 위에 9㎞ 정도의 산성을 쌓아 도시를 철옹성처럼 만들었다. 시티 팰리스는 라자스탄에서 가장 큰 궁전군이다. 우다이푸르를 건설한 우데싱 2세가 처음 지은 후 여러 마하라자가 건물들을 덧붙였다. 궁전의 주요 부분은 박물관으로 개방되는데 한 해에 수십만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 개의 큰 건물과 작은 건물로 이루어진 궁전은 지붕과 발코니에서 피촐라 호수, 아라발리산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반대편으로는 시가지를 포함한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다. 시티 팰리스에서 바라보면 호수 한가운데 하얀색 케이크를 닮은 건물이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레이크 팰리스로 원래는 왕실의 여름 궁전이었지만 지금은 호화 호텔로 이용되고 있다. 대리석 건축물과 내부를 치장한 화려한 실크, 형형색색의 벽화, 화려한 목재 가구 등은 이국적이면서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인 ‘옥터퍼시’의 주요 무대로 사용되면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라자스탄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는 푸슈카르다. 푸슈카르 호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담한 이 도시는 힌두교의 성지로 천지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손에 들린 연꽃이 지상에 떨어져 호수가 생겼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어 인도 각지에서 수많은 순례자가 찾아든다. 또한 매년 낙타 축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 가운데 자리한 호수를 따라 돌다 보면 가트가 나온다. 성스러운 물에 영혼의 때와 마음의 죄를 씻어 버리려는 힌두인들이 말없이 의식을 행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조용히 꽃을 물에 띄워 보내고 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린다. 이곳에서 많은 여행자들이 가짜 수도승을 만난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푸자’(기도)를 해주겠다고 접근한다. 수도승은 꽃과 빨간 가루, 쌀알이 담겨진 작은 쟁반을 들고 옆에 앉는다. “아버지의 건강을 빌고, 어머니의 건강을 빌고, 동생의 건강을 빌고, 나의 건강을 빌고….” 그러고는 쌀알 몇 톨을 섞어 이마에 찍어 주고는 돈을 내라고 한다.●영혼을 씻는 순례자의 쉼터 ‘푸슈카르’ 호수를 나오면 좁은 골목이 이어진다. 오래됐거나,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숨어 있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릭샤가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다니고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머리에 인 여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간다. 인도를 물씬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는 골목이다. 인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다. 수많은 종교와 이해불능의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천년 전의 생활방식과 첨단 정보기술(IT)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뜨겁고 건조한 사막과 코뿔소와 하마가 살아가는 열대우림이 공존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다. 인도의 이런 불가사의함을 느껴 보고 싶다면 라자스탄주로 가보시길. 메마른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황폐한 대지 위에 눈부신 성이 우뚝 서 있는 풍경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신기루처럼 보이는 그 풍경은 직접 보는 그 순간에도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거나 손으로 촉감할 수 있는 실재다 ■ 여행수첩 아시아나항공과 인도항공이 델리까지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타이항공이 방콕을 경유해서 델리로 취항한다. 델리에서 각 도시들은 기차로 연결돼 있어 이용하는 데 어렵지 않다. 야간열차의 침대칸을 이용하면 숙박비도 절감된다. 6~9월은 우기.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여행하기 좋다.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긴소매 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차는 한국보다 3시간 30분 늦다. 통화는 루피. 1루피는 약 16원. 공항과 호텔, 은행, 시내의 환전소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라자스탄의 주요 도시들은 관광도시라 숙소를 찾는 데 어렵지 않다. 다만 숙소의 스타일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옛 궁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도시마다 자리하고 있다. 호텔은 크게 성 내와 성 밖의 호텔로 분류할 수 있는데, 성 안에 있는 호텔들은 위치 때문에 비싸다는 것을 알아두자. 달이라고 불리는 인도식 수프는 삶은 콩에 향신료 마살라를 가미해 만드는데 밥을 먹을 때 섞어서 먹는다. 화덕에 구운 둥근 빵 ‘난’은 얇고 큰 호떡같이 생겼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를 구경하기 힘든 인도지만 요거트에 절인 닭고기에 향신료를 가미해 구운 탄두리 치킨은 쉽게 만날 수 있다.
  • “色다른 겨울 빛축제… 꽁꽁 언 지역경제를 녹입니다”

    “色다른 겨울 빛축제… 꽁꽁 언 지역경제를 녹입니다”

    “희망과 낭만이 반짝이는 전남 보성에 온 가족과 함께 찾아오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색(色)다른 겨울 빛축제를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김철우 보성 군수는 “국내 최대 녹차 생산지인 보성 녹차밭은 겨울밤을 환하게 수놓는 빛축제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며 “겨울철에도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고 엄지를 척 세웠다. 김 군수는 “빛축제장 인근에는 율포해수녹차센터, 제암산자연휴양림, 득량만 선소낚시공원 등 온 가족들이 휴식과 해양레저 체험관광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보성은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해 조선수군을 재건하면서 머물렀던 의인의 고장이다”며 “이곳에서 새로운 소망과 큰 꿈을 안고 힘찬 출발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초선의 김 군수는 지난 5월 과감하고 파격적인 결단으로 군의 대표적인 봄 축제 5개를 통합해 치렀다. 일부에서 제기된 불안을 떨치고 축제 첫날부터 대박몰이를 했다. ‘보성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5일 동안 열린 통합 페스티벌에는 누적 관광객 6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대한민국 축제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 군수는 지역 숙원사업이었던 보성차 계단식 농업시스템을 네 번째 도전만에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등재하는 쾌거를 거뒀다. 내년에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난 6월부터 보성차생산자조합에서 만든 블렌딩차가 유네스코 아태교육원에 공급되면서 세계 시장 진출의 발판도 만들었다. 김 군수는 “겨울철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녹여줄 ‘보성차밭 빛축제’는 관광객들의 선호도 높은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행사 규모와 내용을 강화해 관광과 녹차 수도 보성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광보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중흥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광보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 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광보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광보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광보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건축의 무한한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5층 석탑, 5칸 대적광전, 2층 대웅보전… 입체미 입은 산사

    2018년, 7개 사찰을 묶은 ‘한국의 산지승원’이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개의 불교 사찰 가운데 이들은 건축적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역사적 의미도 뚜렷하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누가 언제 설립했는지, 또 어떻게 변해 왔는지 역사가 명확하지 않다. 반면 다른 6개 사찰의 개산조는 자장율사(통도사), 의상대사(부석사와 봉정사), 진표율사(법주사), 대각국사(선암사), 서산대사(대흥사) 등 한국 불교 사상 뚜렷한 족적을 남긴 위인들이다. 불명확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마곡사의 가람배치는 매우 창의적이다. 또한 원초적 모습의 영산전, 측면이 정면인 독특한 대적광전, 희귀한 2층 전각인 대웅보전 등 독특한 건물로 가득하다.●수평으로 늘리고 수직으로 중첩되고 절 이름의 유래도 석연치 않다. 고려 중기에 이 절을 중창할 때 신도들이 밭의 삼(마)과 같이 많아서 마곡사라 했다는 설, 이 절 이전에 마씨들의 마을이 있었다는 설 등 종교시설의 유래치고는 유치할 정도다. 비교적 믿고 싶은 설은 중국 당나라의 유명한 선승이었던 마곡보철의 이름을 땄다는 것이다. 중국 선불교를 일으킨 이는 육조혜능이고, 그의 법맥은 남악회양을 거쳐 마조도일 그리고 마곡보철에 이른다. 신라 말 낭혜화상 무염은 당나라로 유학해 마곡보철의 제자가 됐다. 보철이 혜능의 증손 제자이니 무염은 고손인 셈이다. 무염은 귀국해 보령에 성주사를 세우고 성주산문을 열었다. 인근인 공주 일대는 성주산문의 권역이 됐기에, 이 산문 정통성의 뿌리인 마곡의 이름을 따 절을 세웠을 법하다. 현재 마곡사 가람은 태극 모양으로 휘돌아 흐르는 마곡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 두 곳에 조성됐다. 남쪽은 영산전이, 북쪽은 대광보전이 중심 전각이 된다. 신라 말 주산인 태화산에서 내려온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곳에 처음의 가람을 세웠다. 지금의 영산전이 있는 남쪽 가람이고, 그저 지역의 작고 소박한 사찰이었다. 한때 폐사가 됐던 마곡사는 고려 중기에 대대적으로 부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밭의 삼과 같이 신도가 많이 모였다니, 절을 크게 확장해야 했다. 개울 남쪽은 땅이 좁아 개울 건너 북쪽 너른 터에 큰 가람을 세우게 된다. 현재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있는 곳이다.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개울로 나뉜 두 개의 가람을 어떻게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 다리만 놓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기존의 남가람과 새로운 북가람은 산에 가려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진입로를 만들어 두 가람을 연결하는 수였다. 영산전 영역 바로 앞에 해탈문을 세우고 그 뒤로 천왕문을 세웠다. 두 개의 문이 겹쳐지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 연장선 위에 극락교를 세워 개울을 건넌다.남가람에서 북가람으로 향하는 길은 휘어져 있다. 그만큼 연결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극락교를 지나도 북가람의 모퉁이에 다다를 뿐이다. 북가람의 중심에는 5층탑과 대적광전이 놓이고, 그 뒤로 대웅보전이 솟아 있다. 가장 뒤의 대웅보전은 산등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2층으로 만들었다. 그래야만 대적광전 너머 수직적으로 중첩돼 보이기 때문이다. 마곡사는 가람 확장에 매우 불리한 지형을 가졌다. 개울이 가로막고, 남가람과 북가람의 산은 거의 직각으로 놓여 규칙적인 가람배치를 불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문들과 다리를 잇는 강력한 길이 개울을 건너고, 5층탑의 상승감이 수평적인 5칸 대적광전으로 하강하다가 다시 뒤의 대웅보전으로 솟아오른다. 건축적 창의성으로 지형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두 개의 가람을 하나로 통합해 입체적인 건축 경관을 얻었다. 더 나아가 산과 개울이라는 자연과 건축을 일체화했다. ●5층 석탑, 불교적 불개토풍 북가람의 중심에 서 있는 5층석탑에 주목하자. 이 석탑은 폭이 좁고 높이가 높은 전형적 비례의 고려시대 탑이다. 2층 몸돌 4면에 부처상을 새겨 마치 사방불탑 같은 성격도 갖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가장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이국적인 탑이다. 보통 한국 탑은 원판과 구슬 모양 석재들을 겹쳐 꽂아 가장 위의 상륜부를 이룬다. 그러나 이 탑의 상륜부엔 이른바 ‘풍마동’이라는 특수한 청동 구조물을 얹었다. 티베트 불교의 불탑 모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사례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고원과 히말라야 산속에서 발달한 밀교의 일종으로, 몽골이 세운 원나라가 국교로 삼았던 종교다. 일명 라마교라 하고 현재도 중요한 중국 불교의 종파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묘응사 백탑은 원나라 때 세운 전형적인 라마교의 탑이다. 마치 하나의 봉우리가 솟은 것 같은 높이 50.9m의 이 거대한 탑은 여전히 중요한 베이징의 랜드마크다. 이 백탑을 그대로 축소하면 1.8m 크기의 마곡사 풍마동이 된다. 재료만 청동으로 바뀌었을 뿐 놀랍게도 닮은꼴이다. 섬세하고 정교한 청동의 세공기술 또한 고려와는 다른 이국적인 솜씨다. 원의 간섭기인 13세기에 유입된 수입 완제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강력했던 몽골제국이 고려를 침략했다. 결국 항복하고 말았지만 고려는 귀중한 강화조건을 관철했다. “불개토풍(不改土風)-의관은 고려의 풍습을 따른다.” 의관에 그치지 않는다. 비록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됐지만 고려의 언어와 영토와 왕실은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호복과 변발을 강요당하고, 나라 자체가 없어진 유라시아의 대부분 정복국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였다. 6차례의 대대적 침략에도 39년간 끈질기게 항쟁한 대가였다. 그러나 한 세기에 가까운 원간섭기에 온전한 토풍을 지키기는 힘들었다. 제국의 문물이 쏟아져 들어와 고려의 유행을 바꿨고, 자발적 친원 행위도 무수하게 벌어졌다. 종교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개성의 대형 사찰들은 원황실을 축원하는 노골적 부역을 자원했다. 개성 근처에 세워졌던 경천사 석탑은 그 명확한 증거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전시된 이 탑은 강융이라는 친원 귀족이 원나라의 승상 탈탈을 위해 원나라 장인들을 데려와 만든 원나라풍의 기념물이다. 그러나 고려 불교의 수백년 전통은 밀교적 영향을 받았을지언정 라마교가 종파로서 자리잡을 여지를 주지 않았다. 마곡사 5층탑은 고려의 몸통에 몽골의 머리를 얹고 있다. 이 이상한 형상이 바로 당시의 불교적 ‘불개토풍’이었다. 모자를 바꿨지만 몸통은 바꾸지 않았다.●다시 개울을 따르고 건너 대웅보전에서 일단 멈췄던 마곡사는 현대에 들어 다시 확장의 역사를 시작했다. 마곡천을 건너 성보박물관과 템플스테이 건물을 지었다. 상류로 향하다 다시 개울을 건너면 현대적인 일군의 건물들이 나타난다. 한국문화연수원, 2009년에 전통불교문화원으로 지은 수련원 건물이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야심작이다. 전통적 내용을 현대적 그릇에 담겠다는 포부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원래 이 땅은 17세기 마곡사 중창을 위해 기와를 굽던 가마터였다. 조사 결과 여러 곳의 가마터가 발굴됐다. 그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가운데에 운동장을 만들었고 남쪽에 숙박동을, 북쪽에 교육동을 지었다. 개울을 경계로 두 가람이 들어선 마곡사의 배치와 유사한 환경이고 유사한 해법이다. 선방, 다도실, 지대방, 강당 등을 수용한 교육동은 하나의 건물이면서도 여러 지붕이 중첩된 모습이다. 마치 여러 동의 기와집이 모여 하나의 가람을 이루는 모습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배열된 숙박동은 현대판 요사채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배흘림 나무 기둥도, 날렵한 처마 선도 없다. 콘크리트 벽과 금속제 경사 지붕만 있는 지극히 현대적인 조형이다. 그럼에도 기와지붕 없는 한옥이고, 중첩된 전통 가람의 배치법이다. 마곡보철이 스승 마조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큰 열반입니까?” 마조가 답했다. “급하구나.” 보철이 다시 물었다. “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물을 살펴보아라.” 문헌기록이 없는 마곡사에서 가람배치의 비밀을 풀고, 5층탑 풍마동의 역사를 밝히려 추정과 상상에 빠져 있었네. 아, 조급했구나! 그저 마곡천의 휘어짐을 살피고 그 흐름에 발길을 따르면 되는 것을. 물길은 장애물이 아니라 무한 건축의 생명선이었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하토야마 일본 前총리 단국대 명예박사

    단국대는 25일 죽전캠퍼스 난파음악관 콘서트홀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제93대 전 총리에게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한다. 유키오 전 총리는 2015년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헌화하고 올해 ‘3·1운동 유엔유네스코 평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라고 단국대 측은 박사학위 수여 이유를 설명했다.
  • 전수조교 아닌 이수자를 낙점… 문화재청 ‘비공개 회의록’ 논란 키웠다

    전수조교 아닌 이수자를 낙점… 문화재청 ‘비공개 회의록’ 논란 키웠다

    문화재청이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제27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종목 보유자 8명을 한꺼번에 인정하면서 4년 전 불거진 인정 철회 논란도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문화재청이 비공개로 일관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보유자 인정 안건 심의를 받아들여 각각 1명, 4명, 3명 모두 8명을 보유자로 인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세 종목에서 보유자가 나오기는 각각 19년, 31년, 29년 만이다. 인정 대상자는 승무 채상묵(75)씨, 태평무 이현자(83)·이명자(77)·박재희(69)·양성옥(65)씨, 살풀이춤 정명숙(84)·양길순(65)·김운선(60)씨다. 인정 결과는 25일 관보에 고시하면 최종 확정된다. ●8개월간 ‘검토→예고→보류→검토→인정’ 문화재청은 앞서 3월 15일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보유자 인정을 검토하겠다며 조사·심의 기구인 무형문화재위원회를 열어 보유자 후보 11명을 선정했다. 특히 이 명단에 태평무 종목 양성옥씨가 올라 논란이 됐다. 문화재청은 앞서 4년 전인 2015년 12월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에 관한 보유자 11명에 관한 인정 심사를 진행하고 이 가운데 양씨만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탈락한 다른 후보들을 중심으로 무용계 일각이 이에 격렬히 반대하면서 결국 이듬해 인정을 철회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인정에 관해 “오랫동안 보류한 사안이라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리려 한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정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숙자 한성대 명예교수, 김태원 전 동아대 교수, 성기숙 한예종 교수, 이종호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 임학선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 240여명이 구성한 ‘무용 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 불공정심사에 대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즉각 성명을 내고 “문화재청이 불공정심사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과거 인정 조사 절차를 다시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성 교수는 이와 관련, “4년 전 논란이 됐던 양씨는 지금까지 심의를 무려 4번이나 했다. 관련 법령은 재심의는 ‘단 1회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에 인정한 박재희씨에 관해서도 “태평무는 강선영류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을 뿐, 박씨가 속한 태평무 한영숙류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도 않은 유파의 춤”이라고 강조했다. 승무 종목에서는 전수교육조교가 아닌 이수자 채상묵씨가 보유자가 돼 논란을 불렀다. 전수장학생, 이수자, 전수교육조교, 보유자를 가리켜 ‘전승자’로 통칭한다. 보유자는 국가무형문화재 체계에서 최상위에 있으며, 종신 지원금을 비롯해 각종 혜택을 준다. 지원금은 매월 보유자가 130여만원, 전수교육조교가 66만원이다. 보유자로 인정받으면 자신의 계보를 세우고 전수단체도 이끌 수 있다. 정부가 전수단체에 주는 지원금은 매달 4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국가무형문화재 전수단체 공연을 비롯한 활동 지원 예산이 연 100억원 규모다. 전승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보유자 인정 문제가 왜 첨예한 갈등을 부르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말 기준 국가무형문화재는 모두 142개 종목으로, 전통 공연·예술이 46종목(32.4%), 전통기술이 52종목(36.6%), 전통 생활관습이 8종목(5.6%), 의례·의식이 18종목(12.7%), 전통 놀이·무예가 16종목(11.3%), 전통지식이 2종목(1.4%)이다. 142개 종목 전체 전승자는 모두 6882명으로, 이 가운데 보유자는 168명,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전수교육조교는 4.1%로, 285명뿐이다. 반면 이수자는 전체의 92.5%인 6363명에 이른다.●25일 관보에 고시하면 보유자 최종 확정 이수자에서 전수교육조교가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 보유자가 공석일 때 전수교육조교가 교육을 대행하는 점을 비춰볼 때, 이수자가 전수교육조교를 건너뛰고 보유자가 되는 일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에 탈락한 승무 전수교육조교 김묘선씨는 “전수교육조교를 건너뛴 채 이수자를 보유자로 인정한 것은 전승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승무 인간문화재 이매방 선생에게서 직접 전수교육조교로 인정받고 현재 미국, 브라질, 일본, 한국 등에 모두 11개 승무전수소를 운영 중인 내가 보유자에서 탈락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중상모략이 있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면서 “무형문화재위원회가 떳떳하다면 회의록과 심사 점수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의혹을 풀 열쇠는 무형문화재위원회의 회의록 공개다. 김씨를 비롯해 비대위는 지난 3월 문화재청이 보유자 인정을 검토할 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보유자 인정은 문화재청 심의 기관인 무형문화재위원회가 하고, 문화재청장이 이 의견을 받아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무형문화재위원회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비롯해 명예보유자, 보유자, 전수교육조교, 보유단체 인정과 해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선정 등에 관한 거의 모든 사항을 조사하고 심의한다. 2016년 3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한 분과였다가 별도 분리했다. 현재 전통 예능·기술·지식 3개 분야 위원 24명, 전문위원 47명으로 구성됐고, 위원 임기는 2년씩이다.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회의 내용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모두 공개하게 돼 있다. 회의가 끝나면 7일 이내에 문화재전자행정정보시스템에 회의록을 등재한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지난 8개월간 5차례 회의록에는 ‘시행령 12조에 따라 모두 비공개 처리한다´고 돼 있다. 12조는 ‘해당 사항이 공개되면 공정한 조사·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다른 사항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한 것에 비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예컨대 9월 6일 회의에서 함께 논의한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수궁가) 명예보유자 인정’에 관해서는 제안사항, 제안사유, 주요내용, 검토의견, 의결사항 등을 2쪽에 걸쳐 상세하게 수록했다. 성 교수는 “무형문화재위원은 11명인데, 태평무 의결 시엔 5명만 참석한 사실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재적위원 과반 출석에 출석 위원 과반 의결이 기준인데, 불참한 위원들은 ‘위임하고 갔다’고 국감에서 답했다. 관련 규정에 의결방식은 ‘거수 또는 기명 투표’로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위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콩쿠르와 같은 일회성 대회도 채점표, 심사 기준을 모두 공개하는 판국에 문화재청은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데도 여전히 내용을 감추고 무리하게 인정 절차를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심사 공정… 점수 공개는 불가” 문화재청은 이에 관해 “선정 과정에서 양씨와 관련한 위원은 모두 자진해서 빠졌다. 승무 종목은 정해진 지표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했다. 다만 심사점수 공개는 선정된 분이나 탈락한 분을 위해서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대위를 비롯한 인정 탈락자들 사이에서는 “실력과 상관없이 위원들과 인맥이 있어야 보유자가 되는 거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급기야 지난 20일 비대위는 ‘정재숙 문화재청장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25일 관보에 고시하면 보유자 인정은 최종 확정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고대 이집트는 고양이도 미라로

    고대 이집트는 고양이도 미라로

    사자 새끼 두 마리가 포함된 다양한 고대 이집트 동물 미라가 공개됐다.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23일(현지시간) 카이로 남부 사카라 피라미드 유적지에서 악어, 새, 고양이, 사자 새끼 등의 미라가 포함된 유물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 유물 수백점이 저장된 공간은 지난해 사카라 계단식 피라미드 인근에서 발견됐다. 모스타파 와지리 최고 유물 위원회 사무총장은 고양이로 보이는 미라 5점 중에 사자 새끼가 2점 포함돼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더를 이용한 조사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사자 미라는 상당히 희귀하다. 2004년엔 사카라에서 사자 뼈가 발견됐는데 이로 인해 이 지역이 고대에 신성한 곳이었다는 게 입증됐다.당시 고대 여신 바스테트를 상징하는 석재, 목재 고양이 조각상, 커다란 돌 풍뎅이상도 발견됐는데 와지리는 이 풍뎅이상을 가장 큰 발견물이라고 설명했다. 사자 머리를 한 세크메트 여신의 조각상, 린넨 붕대로 싸여있는 이집트 몽구스 미라 두 점도 전시품에 포함됐다.사카라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약 3㎞ 떨어져 있으며, 2000년 이상 고대 이집트 수도였던 멤피스의 매장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약 3000년 동안 매장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2011년 시위 이후 관광산업에 타격을 받은 이집트는 최근 고고학 발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안녕? 자연] 기후변화 탓에 ‘수장’되는 세계유산 모아보니

    [안녕? 자연] 기후변화 탓에 ‘수장’되는 세계유산 모아보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니스의 절반 이상이 홍수의 피해를 입었다. 50여 년 만에 가장 큰 홍수다. 전문가들은 베니스가 점점 ‘수장’(水葬)의 위기를 겪는 이유가 기후변화에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2일 보도에서 베니스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영향 탓에 베니스와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들을 소개했다.▲스카라 브레(Skara Brae)-영국 스코틀랜드 오크니제도 스카라 브레는 석기시대의 마을로, 1950년 커다란 폭풍우가 불어와 모래를 날려 버리기 전까지, 몇 세기 동안이나 모래 언덕 아래 묻혀 있었다. 모래 아래에서 드러난 유적은 500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살았던 고대 인류의 일상생활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줘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스카라 브레는 어느 순간부터 말 그대로 물에 씻겨져 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기존에는 방파제가 해당 지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지만,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져 제방이 붕괴되기 시작해면서 보호막 역할이 불가능해졌기 때문. 특히 오크니제도에 태풍이 불어닥치기라도 할 때면 피해는 더욱 커졌다. 미국 참여과학자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 담당 연구원인 아담 마컴 박사는 타임과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 우리는 눈을 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카라 브레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옐로스톤(Yellowstone)-미국 와이오밍, 몬타나, 아이다호 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 최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1만 가지가 넘는 지리적 물질 및 지구 간헐천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0개의 간헐천이 존재한다. 야생동물의 보고이자 온천과 폭포, 기암괴석이 산재한 곳이며 1978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베니스나 스카라 브레처럼 물에 휩쓸려 훼손될 위험은 없지만, 그렇다고 기후변화의 위기와 동떨어져 있지도 않다. 기후변화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이상 기후가 이어지면서, 옐로스톤의 삼림 면적이 꾸준히 줄고 서식하는 생명체가 줄어드는 등 공원 전반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 마컴 박사는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도미노 현상과도 비슷하다. 공원과 그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미국항공우주국(NASA)dp 따르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공원 일대에 서식하는 나무인 백송(Whitebark Pine)이 서식하는 고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조지타운(Georgetown)-말레이시아 북서부 피낭섬 믈라카와 함께 2008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지타운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 무역 도시라는 독특한 모형을 보여주고, 약 500년 간 여러 인종과 국가의 거래로 겪은 다양한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유산으로 꼽힌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잦은 홍수가 발생했고, 강이 범람해 마을이 물에 잠기는 등 홍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최악의 폭풍우로 2000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는데, 전문가들은 태풍에서 기인한 폭풍우가 도시 전체를 물에 잠기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피낭의 조지타운을 보호하기 위해 일명 ‘스펀지 도시 모델’을 계획하고, 도시에 녹지 구간을 확장해 마치 스펀지처럼 땅 표면이 물을 흡수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호주 호주에 있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호초 및 해양 생물들을 볼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다. 그러나 바닷속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산호초들이 새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 산호들이 작은 광합성 조류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하얗게 변해버리고, 다시 빠른 시간 안에 충분히 차가워지지 않으면 결국 몇 주 후에 죽고 만다. 마컴 박사는 “우리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기후변화를 막는 것 뿐”이라면서 “산호초는 기후변화 때문에 완전히 파괴되고 말 것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랑 돌봄·재능 나눔·젊은 변화… 성동 평생교육엔 3철학이 있다

    사랑 돌봄·재능 나눔·젊은 변화… 성동 평생교육엔 3철학이 있다

    교육부 신규평생학습도시 지정 기념 캘리그라피·퀼트 등 체험 부스 풍성 유네스코 학습도시 포함 ‘교육 3관왕’ “100세 시대… 평생 배우니까 젊게 산다”‘사랑으로 돌봐주는 평생교육’, ‘여가를 즐기며, 재능을 나누며 평생교육’, ‘변화를 만드는 새로운 평생교육’…. 지난 14일 오후 3시, 서울 성동구청 앞 광장. 유치원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성동구의 평생학습 비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피켓들을 들고 오갔다. 이날 열린 평생학습축제 ‘배움애(愛) 빠지다’의 취지와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평생학습 일일 전도사로 참석, 주민들 한 명 한 명에게 성동구의 평생학습 체계를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배움을 지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젊음을 유지한다”며 “100세 시대, 긴 인생을 젊고 즐겁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축제는 평생학습을 주제로 처음 열린 것으로, 지난 4월 성동구가 교육부 지정 신규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고, 평생학습 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평생학습도시 동판 제막식을 시작으로 사물놀이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캘리그라피·퀼트·가죽공예·비누꽃 만들기 등 평생학습 프로그램 체험 부스도 꾸려졌고, 드론전시와 3D 프린터 체험은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주민은 “기술 발달로 인공지능이 사람 역할을 대신하는 급변 시대를 맞아 평생학습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구민 전 생애를 책임지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됐으면 한다”고 했다. 구는 그동안 평생학습도시 조성을 위한 의회 결의문 채택, 평생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 평생학습도시 토대를 쌓았다. 2017년 7월엔 평생학습관인 ‘독서당 인문아카데미센터’를 개관하고, 인문학 강좌를 중심으로 어학·생활·교양강좌 등 주민들이 원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장동·행당1동·금호1가동·성수1가제1동·용답동 등 8개 동 주민자치회와 함께 집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평생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동네배움터’ 사업도 펼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5년 융복합혁신교육특구 지정, 2016년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인증에 이어 평생학습도시 선정까지, 교육 3관왕을 달성하게 됐다”며 “성동구가 명실 공히 명문 교육도시로 우뚝 설 기반이 두루 갖춰졌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평생 이어져야 할 교육의 공적 지원을 꾸준히 확대, 행복지수가 높은 평생학습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우리국악 호적이 없다”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촉구 국회 대토론회

    “우리국악 호적이 없다”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촉구 국회 대토론회

    100만 국악인들의 국악법 제정 촉구 대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된다. 21일 대한민국 국악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인 국악을 보호 육성하고 세계화하기 위한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만 국악인 대토론회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 2소회의실에서 열린다. 김두관·백재현·신동근·이동섭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민국 국악단체협의회와 국악포럼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에서는 선촌서당 훈장인 김봉곤 국악단체협의회 간사와 국악포럼 임웅수 대표의 발제 토론에 있다. 2부에서는 김영임 경기민요 명창과 김주호 대한시조협회 이사장 등을 비롯한 9명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번 토론회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국악을 보호하고 육성하며 전문 국악인을 양성하고 이를 통해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이미 전통무예진흥법과 공예문화산업진흥법, 바둑진흥법, 서예진흥법 등이 국회에서 법제화돼 시행되고 있다. 현재 국악은 2018년 유네스코 일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 무형문화유산은 총 20건 가운제 12건이 국악 장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우리 국악이 홀대받고 있어 이전부터 국악계에서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앞서 2017년 2월 국악문화사업진흥법을 제정하기 위해 한국판소리보존회와 국악협회 등 50여개의 국악단체가 모여 국회에서 수차례 세미나를 했다. 결과 2017년 9월 26일 더불어 민주당 김두관 의원 대표발의로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 등 36명이 공동 발의를 한 바 있다. 당시 이 법안에는 ▲국악문화산업 발전계획 수립 ▲국악문화산업진흥원 설립 ▲국악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내용을 담았다. 국악진흥법 제정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청학동 김봉곤 훈장은 “우리 고유 문화유산인 국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매우 높다”며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 역사와 함께한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는 나라국자‘國’가 들어 있는 보석 같은 ‘국악(國樂)’이 법적으로 호적하나 없는 신세여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20대국회에 계류 중인 국악문화산업진흥법이 연내 통과돼 우리 국악이 하루빨리 활성화되고 보편화돼 문화 수입국에서 문화 수출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국악문화산업 진흥법안을 발의한 의원으로는 김두관·김상희·문희상·민병두·박경미·박덕흠·박정·박지원·박찬대·서영교·신동근·원혜영·유성엽·윤소하·이정현·이종배·이춘석·장정숙·전현희·천정배·한선교·황영철 의원 등 36명이 참여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100만 국악인 국악문화산업진흥법 제정촉구 대토론회 포스터
  • 과학·뮤지컬·환경·건강… ‘창의 인재’ 키우는 금천 체험학교

    과학·뮤지컬·환경·건강… ‘창의 인재’ 키우는 금천 체험학교

    #1. 서울 금천구 시흥동 동일여고 2학년 성은서(17)양은 지난해 7월 말 금천구 청소년 국제자원활동의 하나로 5박 7일 동안 몽골 바양노르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성양을 비롯한 청소년 23명은 현지에 조성된 ‘금천희망의 숲’에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를 심고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려 주는 문화 교류 활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6~7명씩 조를 이뤄 출국 3주 전부터 매일 4시간씩 모여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성양의 조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재활용한 걱정인형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성양은 당시의 경험이 금천구의 창의인재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마을버스 노선을 파악하고 이를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환경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몰랐는데 활동을 통해 성인이 돼서도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 나갈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 대학생 노용원(21)씨는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월 금천구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4기의 주인공 장 발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양예고 시절 연극 연출을 전공했던 노씨는 뮤지컬로 전공을 바꿔 대학교 수시에 합격했지만, 이전부터 뮤지컬을 준비해 온 친구들에 비해 실전 경험이 부족해 고민하다 참여하게 됐다. 30여명의 또래 학생들과 함께 2016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원어로 진행되는 공연 특성상 영어수업을 비롯해 당시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 수업을 받고, 공연 한 달 전부터는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했다. 합창곡 ‘원 데이 모어’를 연습하다가 한 학생이 ‘이렇게 공연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흘려 다 같이 울음바다가 된 적도 있단다. 노씨는 “당시의 시대상과 이 공연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대에 설 때 인물에 진심으로 이입하는 방법을 배운 게 이후에도 뮤지컬 전공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금천구가 과학학교, 환경학교, 건강학교, 뮤지컬학교 등 4대 체험학교를 중심축으로 각종 체험형 교육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선 7기 ‘살고 싶은 교육도시 금천’ 비전을 구현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과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해 보고,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단련해 자신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그려 나갈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20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제조업·정보기술(IT)·지식기반산업 기업 8000여개가 모인 국가 산업단지 ‘G밸리’가 있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각종 과학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밸리 소재 기업과 학교를 연결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꿈나무 과학교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이화창의교육센터와 협력해 일상에 접목한 과학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는 ‘마을 속 생활과학교실’ 등이 있다. 지난달에는 구청광장과 금나래공원 일대에서 ´제1회 금천 청소년 과학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거점공간 마련을 위해 내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시흥2동 무한상상스페이스에 ‘금천형 과학관’을 조성한다.또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외에 체계적인 뮤지컬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독산동 가산중학교에 2021년 2월 개관을 목표로 ‘금천뮤지컬스쿨’(가칭) 건립을 추진한다. 지상 4층, 연면적 1680㎡ 규모로 연습실과 강의실, 공연장, 장비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전국 최초의 공공 뮤지컬 교육기관이자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서남권 및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거점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구는 설명한다. 이곳에서는 직접 제작부터 공연까지 진행하는 청소년 뮤지컬단을 운영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강의 및 체험 프로그램도 열린다. 환경 문제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속발전교육(ESD) 금천창의인재학교의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청소년 국제자원활동’이다. ESD 금천창의인재학교는 공정무역, 기후변화, 문화다양성 등 환경 및 사회적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체험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ESD 공식프로젝트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금천구는 올해 전국 최초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건강습관을 형성하는 서울형 건강증진학교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정심·가산초등학교 두 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해 전교생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운동을 실시한다. 개인별 건강측정 및 상담을 위한 전담인력을 확보해 학생들의 비만도 및 건강체력 평가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향후 구는 비만, 체력, 영양 등 건강관련 지표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표준화 모형을 만들어 지역 청소년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지식을 획득하는 단순 학습에서 벗어나 청소년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인 학습능력을 키워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교육지구’를 넘어선 ‘금천형 미래교육’을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박양우 “지원정책 총괄 ‘한류추진단’ 연말 출범”

    박양우 “지원정책 총괄 ‘한류추진단’ 연말 출범”

    “수출·제조업 연계… 부처 협력체계 구축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 기본틀 유지 연예인 해외 공연 제약을 유연하게 조정”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류 확산과 경제적 파급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구상을 밝혔다. 장르별 다양화와 지역별 다각화, 연관산업 파급효과 확대 등 3가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국(局) 단위 조직인 ‘한류추진단’을 문체부에 꾸린다. 박 장관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문화장관회의 참석 후 기자단과 만나 “한류 3.0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한류를 수출·제조업, 서비스업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한 부처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류 지원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타 부처까지 아우르는 한류추진단에 대해 행안부와 마지막 협상 중”이라면서 연내 출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9일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부의 문화·체육·관광 정책에 대해 박 장관은 “문화예술 관람률이 처음 80%를 넘어선 것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면서 “분명히 국민들의 문화 향수가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병역특례제도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순수예술, 체육과 달리 대중문화예술은 선정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연예기획사들과 얘기해 보면 그냥 (군대를) 다녀오겠다고 한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현행을 유지하되 해외 공연 등에 대한 제약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쪽으로 합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국가가 주는 훈장 증서부터 전통 한지로 바꿔야죠”

    “국가가 주는 훈장 증서부터 전통 한지로 바꿔야죠”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유산 가운데 중국 ‘짝퉁’이 아닌 것은 한지와 쇠숟가락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 한지를 만드는 기술이 다 사라졌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한지는 한지가 아니다(한국의 전통 한지)’란 책을 펴낸 박후근(왼쪽·54) 국가기록원 행정지원과장과 정재민(오른쪽·55) 농학박사는 지난 4년간 주말이면 한지 제조업체를 답사하고 닥나무 씨앗을 얻으려고 섬까지 찾아다녔다. 한지가 생업이 아니지만 천 년이 지나도 바스러지지 않는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진짜 한지를 찾고자 노력을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종이를 제조하던 관서인 조지서가 폐지되고 일제 조선총독부가 대량생산 기술을 도입하면서 전통 한지 기술이 소멸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립수목원에서 근무하는 ‘닥나무 전문가’인 정 박사는 “종이는 중국인 채륜이 발명했다고 하지만 그 전인 고구려 초에 종이가 있었다는 설이 많다”며 “볏짚으로 만든 중국 선지보다 우리 고유 수종인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질이 뛰어나 고려 사신들이 선물로 쓸 정도로 고려 종이는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종이 발명국으로 알려진 중국 사람들이 탐내던 우리의 종이 제조기술이 일본의 문화 말살정책으로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지는 빨래처럼 마구 빨아도 무르거나 찢어지지 않아 중국 선지나 일본 화지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입증한다. 다라니경은 우리만의 독특한 종이 표면 처리 방식인 도침처리를 한 닥나무 한지에 인쇄돼 1300여년이 지났지만 석가탑 안에 남아 있었다. 2017년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지 워크숍에는 종이를 오래 두드리는 도침을 한 한지를 물에 담갔다 쫙 펼치는 시연을 통해 그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국가기록원 근무를 계기로 전통 한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돼 한지 연구에 뛰어든 박 과장은 “중국과 일본의 자기는 알아도 한국 도자기는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중국 선지와 일본 화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지만 한지는 아니다”라며 한지 제조업체가 점점 사라져 간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전통 한지 제조업체는 20여년 동안 40곳 넘게 사라져 현재 21곳밖에 남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인간문화재가 일하고 있지만 판잣집에 가까울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우리 한지의 현실이 이처럼 처참해진 것은 앞장서서 한지를 사용해야 할 정부부터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박 과장은 지적했다. 문화재청조차 국산 닥나무로 만든 한지보다 펄프가 섞인 종이를 더 많이 쓰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가 수여하는 훈장과 증서도 수십년이 지나면 누렇게 삭는 종이를 쓰는데 모두 한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얼마 전 전남 신안 가거도, 전북 군산 선유도 등을 방문한 끝에 어렵게 구한 닥나무 씨앗을 경기도 여주에 정성스레 심었다.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품종의 닥나무를 재배해 먹물이 번지지 않는, 왕이 사용하던 편지지 수준의 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글 사진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립해양박물관,22일 바다교양·해양유산 한·아세안 포럼

    국립해양박물관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산 개최를 기념해 22일 박물관 국제컨퍼런스홀에서 ‘바다교양과 해양유산에 관한 한·아세안 포럼’을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한국과 아세안 6개국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이번 포럼은 해양의 자연유산과 유·무형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적 소통을 위해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공동으로 개최한다. 포럼은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기조강연을 시작으로,술라웨시 산호초 지역의 종 다양성과 원주민의 전통지식,필리핀·대만·일본의 원시 돌살이 해양생물,순다르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전통지식·문화·생물다양성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진다. 이번 포럼은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영어와 한글 동시통역으로 진행된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길섶에서] 엄마의 김장/전경하 논설위원

    지난해까지 김장은 집안 행사였다. 엄마가 입동이 지나고 주말 중 하루를 고르면 일정을 맞춰 엄마 집에 전날 늦은 오후부터 모였다. 재료를 씻고 다듬어 둔 뒤 다음날 아침 여자들은 양념 버무리기를, 남자들은 운반을 했다. 중간중간 생굴과 돼지 수육이 겉절이에 얹혀지면서 오랜만에 구성된 대가족은 웃어 가며 온갖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팔순이 코앞인 엄마는 기력이 쇠해 진두지휘가 버거웠다. 나이와 함께 음식 솜씨도 사라지는지 지난해 담근 김장 김치가 영 맛이 없어 더욱 그랬다. 지난해 김장 김치가 여전히 김치냉장고 한쪽을 차지하고 있으니 자식들도 일 벌이기가 귀찮았다. 김치는 언제나 마트에 있고,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엄마는 지난 주말 알타리무 3단, 배추 3포기로 혼자 김장을 했단다. 늦가을 연례행사를 그냥 지나가려니 서운했던 거다. 맛난 김치 하나만 있으면 찌개, 전, 볶음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한데 든든한 기본이 없으니 허전하긴 하다. 김장문화가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그 의미가 다가온다. 엄마의 기력처럼 ‘집 김장’은 사라지고 다양한 이유의 ‘단체 김장’만 남는 것 같다. lark3@seoul.co.kr
  • “홍수도 관광거리가 되나요?”…베니스서 ‘장화 신고 인증샷’ 봇물

    “홍수도 관광거리가 되나요?”…베니스서 ‘장화 신고 인증샷’ 봇물

    53년 만에 대홍수를 겪은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니스가 또다시 홍수의 늪에 빠졌다. 현지시간으로 15일, 베니스 주변 수위가 또 다시 160㎝를 돌파했고, 이로써 베니스의 약 70%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산마르코 광장은 폐쇄됐고 학교들은 며칠 째 휴교령을 내린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있는 도시의 문화재 보호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베니스 주민들은 우비를 입은 채 물에 잠긴 도시를 건너는 등 연일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모습마저 즐기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유럽 통신사 EPA가 공개한 사진은 베니스의 한 거리에서 무릎까지 올라오는 비닐 장화를 신은 한 여성이 발로 물장구를 치며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여성 일행은 역시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노천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미소를 보였다. 무거운 표정의 현지 주민들과 달리, 물이 차오른 도시 한복판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다수가 함께 공개됐다. 유튜브에는 홍수로 물에 잠긴 산마르코대성당 앞에서 수영을 즐긴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고 미소를 보인 한 남성의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해당 남성이 현지 주민인지, 관광객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베니스가 물바다로 변한 이유로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영국 에딘버러대학 가비헤겔 교수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이탈리아가 있는) 아드리아 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베니스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 피해가 가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베니스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00만 유로(한화 약 260억 원)의 예산을 쏟아 피해 복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