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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장승연구 소홀… 민중정신사 소외시키는 것 판소리 ‘흥부가’의 ‘박타령’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늘어선 조를 보면 대촌 당산 법슈(法首) 갓고’하는 부분이다.이 법슈(法首)는 벅수,법수라고 부르는 장승을 말하는데,이 말은 중국,일본의 문화와 아무 관련 없는 우리나라 토종이다. 장승 얘기는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에 보다 상세하게 나온다.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즉 천하잡놈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산고개에 서 있는 장승을 뽑아와 방에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로 죽어버린다.그러자 팔자 한번 겁나게 드센 옹녀가 강쇠놈 시체를 치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길손들이 강쇠 시신을 치우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생활 토대를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의 참담한 생활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변강쇠타령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승이다. 우리나라 상류 사회의 신앙이었던 유교·불교와 관련된 역사와 미술은 많은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지만 민중의 정신사라 할 수 있는 무속과 장승 연구 업적은 그리 많지 않다.무속 연구도 귀족 취향적 풍토에 머물러 있어서 무속의 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데는 한계를 지녔다.장승 연구가 희귀한 까닭은 민중의 정신사가 소외되고 있음을 뜻한다.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이다.크게 후회할 일이다. ●‘살아있는 장승’ 갈촌선생을 뵙다 이같은 민중정신사의 소외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한국의 탈과 장승 연구에 삶을 녹여 넣고 있는 갈촌 이도열(李道烈·58·갈촌 탈 박물관장 겸 장승학교 교장) 선생을 만났다.그는 한국의 탈과 장승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 있는 장승 그 자체로 통하는 귀하고도 고마운 분이다.오광대의 고장 경남 고성에 있는 ‘갈촌 탈 박물관’에서 탈과 장승에 관한 선생의 깨달음을 전해 들었다. 문:탈과 장승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터 골똘히 하게 되셨는지요. 李:농과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나갔는데,훈련 중에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제대를 했지요.그 길로 아버지께서 경영하시던 한우 비육 농사를 도우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고향에서 살아가려면 농사 외에 다른 뜻 있는 일을 함께 해야만 보다 온전한 삶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고성오광대’는 신명의 원천 ‘고성오광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젊은 내가 땀흘려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지요.농사가 육신을 키우고 지켜주는 신명이라면 오광대의 춤과 노래는 영혼을 맑게 해주고 자라나게 하는 신명의 원천이라고 여겼지요. 오광대 춤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의심이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군요.탈을 만드는 문제였어요.탈의 눈,코,색깔,크기 등이 매우 다양한데 그 까닭을 알고 싶었어요.그런데 내 의문을 풀어 줄 만한 문헌,자료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이같은 의문을 안은 채 농사를 계속했지요.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농촌이 대개 다 그러했듯이 고향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농촌에 남은 청년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여 연대하기 시작했지요.이 농우회를 근간으로 하여 가톨릭 농민회를 만들어 이끄는 일을 맡기도 했지요.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탈 한국 농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저는 역설적으로 농민과 농업,농촌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농업(농사)은 한국 문화의 원형이며,농민은 그 문화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탈은 그 농사와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알았지요.좀 복잡하지만 계기라면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흔히 탈과 장승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어떤 관계로 봐야 합니까? 李:탈은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태양탈,신앙탈,예능탈이지요.태양탈은 구석기,신석기시대 또는 그 이전에도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암각화,상형문자들을 말합니다.어둠,추위,맹수의 공격,식량,종족의 번식,사냥,태양의 힘 등과 인간의 생존 관계를 상징하는 그림들이지요.신앙탈은 고인돌,선돌,장승 등 자연의 섭리로부터 인간이 보호받게 되기를 갈망하면서 만들게 된 것인데,주술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종족 보호,건강과 식량의 확보를 위해 하늘에 기원하는 마음을 돌이나 나무에다 새긴 것이지요.예능탈은 주술성이 없어지고 단지 유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 문:그렇다면 ‘탈’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李:(웃음을 머금으면서)사람 사는 세상엔 참 탈도 많지요.배탈,해탈,돈탈,명예탈,온갖 욕심으로 해서 생기는 탈로 해서 한시도 탈 안 나고 살기 어렵지요. 배탈이 왜 생기는가?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 젖꼭지부터 물지요.그 젖을 먹으면서 탈이 시작됩니다.어머니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젖먹이한테 배탈이 나거든요.젖을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요.몸은 거부하는데 욕심 때문에 자꾸 먹다보니 탈이 나지요.배탈은 생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욕심을 억누르면 탈이 안생기지요.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입니다.돈탈,명예탈은 목숨도 앗아가지요. 스님들은 내 마음의 어둠,고통,번뇌,망상을 다 태워버리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더군요.결국 왜 탈이 생기는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행동을 하니까 탈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탈은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 그래서 탈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욕심으로 하여 생기는 자연재앙으로부터 지켜지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그 욕심이 아니라면 또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탈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연의 섭리로 치유시켜 주고,쓸어안아서 자연으로 회귀하도록 다독거려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이지요.참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입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그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탈이며,장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탈의 어원(語原)은 몽골의 ‘타르’라고 하더군요.‘타르’는 맑아지다,깨끗해지다,밝아지다,좋아지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또한 불타다,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탈춤’이라는 춤은 몸에 붙어 있는 온갖 탈을 탈탈 털어 내기 위해 추는 춤입니다. 문:장승은 탈의 기능적 한 종류임을 알겠는데,장승이 맨 처음 세워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그 때의 장승이 지녔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李:대개 삼국시대부터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봅니다.삼국시대 장승의 눈,코,입,귀와 몸이 지녔던 그 시대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는 그 시대의 의식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보기도 했지요. 음식은 거의 생식을 하고,옷은 겨울에도 내의 없이 홑껍데기 한복을 입었으며,산에다 토굴을 파거나 판잣집을 지어서 지냈는데 산이나 들판의 바위,나무 밑에서도 지냈지요.적게 먹고 그것도 생식을 하니까 잠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자연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장승 통해 자연치유 능력 발견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장승을 생각했지요.인간은 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가? 이 물음은 인간의 마음에는 왜 액이 생기는가 하는 것과 같지요.자연에서는 액이나 탈이란 것이 없습니다.인간이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과의 조화가 파괴되면서 액과 탈이 생겼지요.이 액과 탈을 치유시키기 위해 장승을 세운 것입니다.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가 발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탈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터득한 것이 장승을 세우는 것이었지요.장승이 서는 자리가 엄격하게 선택되고,장승 다듬는 일이 신성시되고,장승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데까지 인간의 생각이 미쳤지요.마을마다의 액과 탈에 따라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의 기원,소망이 각각 다르고 지리적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장승 세우는 것은 ‘효험’ 때문 문:현대 사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장승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李:오랜 옛날에 세운 장승이 지금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이유나 오늘날 도심 한 가운데나 아파트 단지에도 장승을 세우기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효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효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李:자연과의 공존,상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주 속의 내가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겠지요.그 때 장승은 나를 자연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이자 내 안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그것은 미신이나 우상 따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하나됨을 깨닫게 해주는 영혼의 등대 혹은 영혼의 치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51)장승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이다(上)

    ●장승연구 소홀… 민중정신사 소외시키는 것 판소리 ‘흥부가’의 ‘박타령’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늘어선 조를 보면 대촌 당산 법슈(法首) 갓고’하는 부분이다.이 법슈(法首)는 벅수,법수라고 부르는 장승을 말하는데,이 말은 중국,일본의 문화와 아무 관련 없는 우리나라 토종이다. 장승 얘기는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에 보다 상세하게 나온다.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즉 천하잡놈 강쇠가 산에 나무하러 가서 산고개에 서 있는 장승을 뽑아와 방에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로 죽어버린다.그러자 팔자 한번 겁나게 드센 옹녀가 강쇠놈 시체를 치우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길손들이 강쇠 시신을 치우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는 이야기다. 생활 토대를 잃어버리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의 참담한 생활상을 주제로 하고 있는 변강쇠타령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장승이다. 우리나라 상류 사회의 신앙이었던 유교·불교와 관련된 역사와 미술은 많은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지만 민중의 정신사라 할 수 있는 무속과 장승 연구 업적은 그리 많지 않다.무속 연구도 귀족 취향적 풍토에 머물러 있어서 무속의 참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데는 한계를 지녔다.장승 연구가 희귀한 까닭은 민중의 정신사가 소외되고 있음을 뜻한다.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이다.크게 후회할 일이다. ●‘살아있는 장승’ 갈촌선생을 뵙다 이같은 민중정신사의 소외 속에서도 30년 가까이 한국의 탈과 장승 연구에 삶을 녹여 넣고 있는 갈촌 이도열(李道烈·58·갈촌 탈 박물관장 겸 장승학교 교장) 선생을 만났다.그는 한국의 탈과 장승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이자 살아 있는 장승 그 자체로 통하는 귀하고도 고마운 분이다.오광대의 고장 경남 고성에 있는 ‘갈촌 탈 박물관’에서 탈과 장승에 관한 선생의 깨달음을 전해 들었다. 문:탈과 장승에 관한 생각을 언제부터 골똘히 하게 되셨는지요. 李:농과대학을 다니다가 군대에 나갔는데,훈련 중에 허리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찌감치 제대를 했지요.그 길로 아버지께서 경영하시던 한우 비육 농사를 도우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고향에서 살아가려면 농사 외에 다른 뜻 있는 일을 함께 해야만 보다 온전한 삶이 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것 저것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고성오광대’는 신명의 원천 ‘고성오광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젊은 내가 땀흘려 배우고 지켜나가야 할 몫이라는 생각을 했지요.농사가 육신을 키우고 지켜주는 신명이라면 오광대의 춤과 노래는 영혼을 맑게 해주고 자라나게 하는 신명의 원천이라고 여겼지요. 오광대 춤을 배우게 되면서 한 가지 의심이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군요.탈을 만드는 문제였어요.탈의 눈,코,색깔,크기 등이 매우 다양한데 그 까닭을 알고 싶었어요.그런데 내 의문을 풀어 줄 만한 문헌,자료가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더욱 더 풀기 어려운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이같은 의문을 안은 채 농사를 계속했지요.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농촌이 대개 다 그러했듯이 고향을 떠나는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서도 농촌에 남은 청년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우회(農友會)를 조직하여 연대하기 시작했지요.이 농우회를 근간으로 하여 가톨릭 농민회를 만들어 이끄는 일을 맡기도 했지요.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난 탈 한국 농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저는 역설적으로 농민과 농업,농촌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요.농업(농사)은 한국 문화의 원형이며,농민은 그 문화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탈은 그 농사와 농민의 역사 안에서 생겨났다는 것도 알았지요.좀 복잡하지만 계기라면 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흔히 탈과 장승은 조금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어떤 관계로 봐야 합니까? 李:탈은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태양탈,신앙탈,예능탈이지요.태양탈은 구석기,신석기시대 또는 그 이전에도 이루어진 여러 종류의 암각화,상형문자들을 말합니다.어둠,추위,맹수의 공격,식량,종족의 번식,사냥,태양의 힘 등과 인간의 생존 관계를 상징하는 그림들이지요.신앙탈은 고인돌,선돌,장승 등 자연의 섭리로부터 인간이 보호받게 되기를 갈망하면서 만들게 된 것인데,주술성을 중요하게 여기지요.종족 보호,건강과 식량의 확보를 위해 하늘에 기원하는 마음을 돌이나 나무에다 새긴 것이지요.예능탈은 주술성이 없어지고 단지 유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 문:그렇다면 ‘탈’이란 말은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언제부터 나타났을까요? 李:(웃음을 머금으면서)사람 사는 세상엔 참 탈도 많지요.배탈,해탈,돈탈,명예탈,온갖 욕심으로 해서 생기는 탈로 해서 한시도 탈 안 나고 살기 어렵지요. 배탈이 왜 생기는가? 사람이 태어나면서 어머니 젖꼭지부터 물지요.그 젖을 먹으면서 탈이 시작됩니다.어머니가 음식을 잘못 먹으면 젖먹이한테 배탈이 나거든요.젖을 너무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요.몸은 거부하는데 욕심 때문에 자꾸 먹다보니 탈이 나지요.배탈은 생기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욕심을 억누르면 탈이 안생기지요.모든 탈의 근원은 욕심입니다.돈탈,명예탈은 목숨도 앗아가지요. 스님들은 내 마음의 어둠,고통,번뇌,망상을 다 태워버리는 것을 해탈이라고 하더군요.결국 왜 탈이 생기는가?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고,행동을 하니까 탈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탈은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 그래서 탈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욕심으로 하여 생기는 자연재앙으로부터 지켜지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의 형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인간이기 때문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고,그 욕심이 아니라면 또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탈은 어쩔 수 없이 또 자연의 섭리로 치유시켜 주고,쓸어안아서 자연으로 회귀하도록 다독거려주는 신(神)이 필요한 것이지요.참 얼마나 재미있는 상상입니까?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그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탈이며,장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원래 탈의 어원(語原)은 몽골의 ‘타르’라고 하더군요.‘타르’는 맑아지다,깨끗해지다,밝아지다,좋아지다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또한 불타다,불에 타서 없어진다는 뜻도 들어 있다고 합니다.‘탈춤’이라는 춤은 몸에 붙어 있는 온갖 탈을 탈탈 털어 내기 위해 추는 춤입니다. 문:장승은 탈의 기능적 한 종류임을 알겠는데,장승이 맨 처음 세워진 것은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그 때의 장승이 지녔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李:대개 삼국시대부터 장승이 세워진 것으로 봅니다.삼국시대 장승의 눈,코,입,귀와 몸이 지녔던 그 시대의 마음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는 그 시대의 의식주 환경을 재현하여 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해 보기도 했지요. 음식은 거의 생식을 하고,옷은 겨울에도 내의 없이 홑껍데기 한복을 입었으며,산에다 토굴을 파거나 판잣집을 지어서 지냈는데 산이나 들판의 바위,나무 밑에서도 지냈지요.적게 먹고 그것도 생식을 하니까 잠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생각이 깊어지더군요.자연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장승 통해 자연치유 능력 발견 그런 마음의 상태에서 장승을 생각했지요.인간은 왜 장승을 다듬어 세우는가? 이 물음은 인간의 마음에는 왜 액이 생기는가 하는 것과 같지요.자연에서는 액이나 탈이란 것이 없습니다.인간이 많이 살게 되면서 자연과의 조화가 파괴되면서 액과 탈이 생겼지요.이 액과 탈을 치유시키기 위해 장승을 세운 것입니다.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인간 스스로가 발견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까? 탈없이 살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터득한 것이 장승을 세우는 것이었지요.장승이 서는 자리가 엄격하게 선택되고,장승 다듬는 일이 신성시되고,장승 위치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데까지 인간의 생각이 미쳤지요.마을마다의 액과 탈에 따라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의 기원,소망이 각각 다르고 지리적 위치도 다르기 때문이지요. ●현대에도 장승 세우는 것은 ‘효험’ 때문 문:현대 사회에 들어온 이후에도 계속 장승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이유일까요? 李:오랜 옛날에 세운 장승이 지금까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 이유나 오늘날 도심 한 가운데나 아파트 단지에도 장승을 세우기도 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효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효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李:자연과의 공존,상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우주 속의 내가 어떻게 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겠지요.그 때 장승은 나를 자연으로 인도해주는 안내자이자 내 안에 감춰져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하거든요.그것은 미신이나 우상 따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하나됨을 깨닫게 해주는 영혼의 등대 혹은 영혼의 치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황금빛 명품 경주 ‘교동법주’

    황금빛 명품 경주 ‘교동법주’

    소주가 안동소주라면 법주는 단연 경주 교동법주다. 수랏간 참봉 출신 최씨 집안에서 350년간 비법이 전수돼 온다는 교동법주. 경주 남산에서 내려다 보면 가장 아름다운 동네가 교동마을이다.민속자료 제27호로 지정된 목조 기와건물인 ‘최씨 고택’과 나란히 ‘무형문화재 86-다호 교동법주 양조장’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22살때 최씨 집안으로 시집 온 후 65년간 법주를 빚고 있다는 배영신(88)할머니.“누군교.내사 마 이제 정신이 오락가락해서…,자슥하고 이야기 하소.”배할머니는 잠시 툇마루에 나왔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린 이젠 마 기자들은 상대 안합니더.” 이 무슨 날벼락인가. 배 할머니의 자제인 최경(60)씨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동안 기자들이 뭔가 잘못을 해도 단단히 한 모양이다. “어르신 그 이유나 한번 들어봅시다.” 사연인즉 이랬다.교동법주의 역사는 조선조 숙종때로 거슬러 올라간다.수라상과 궁중의 음식을 관장하던 사옹원의 참봉을 지낸 최국선 선생이 낙향해 궁중에서 마시는 곡주의 제조방법을 집안에 대대로 전승시켜 오늘까지 이어온다. 문제는 기능보유자 배 할머니는 최씨 집안의 종부가 아니고 작은집 며느리인데 기자들이 자꾸 종부라고 쓴단다.큰집에 종부가 어엿이 따로 있는데 큰집 보기가 너무 민망하고 죄송스럽다는 하소연이다. 또 최씨 집안에서 교동법주의 주조법을 출가하는 딸들에게는 아예 가르치지 않고 철저히 맏며느리에게만 전수시켰다고 알려진 것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사실인즉 교동법주는 큰집의 종손들이 한동안 명맥을 이어오다 사업 등으로 교동마을을 떠나면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작은 집에서 맥을 잇고 있다.작은집 며느리가 종부라니.큰집에서 보면 괘씸하게 여길 만한 일이다.더구나 뼈대 있는 가문에서야. 교동법주는 이땅의 법주 가운데 최고 대접을 받는다.혀끝에 착착 감기는 달큰하면서도 부드러운 술맛.노르스름하면서도 투명한 빛깔,과음해도 취하는 줄 모르고 마시고 난 뒤에도 뒤탈이 없는 술.지난 1986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후 교동법주는 1992년 상품화되면서 일반 애주가들에게도 선보였다.최씨 집 대문밖으로 나온 교동법주는 경주에 가서 이 맛을 보지 못했다면 경주에 ‘헛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애주가들의 혀끝을 감동시켰다. 처녀때 잠시 교편을 잡다 최씨 집안으로 시집온 배할머니는 시집오자마자 여인네들이 법주 담그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혔고 평생 좋은 술 빚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술 익는 소리와 냄새만 맡아도 술이 어떤지 금방 알아챈다는 배 할머니는 정작 술을 마실 줄은 모른단다.술맛을 모르면서 최고의 술을 빚는다니 가히 장인이라는 소리가 아깝지 않다. 교동법주는 순수한 찹쌀과 통밀로 만든 누룩,샘물로 빚는다. 대부분의 술은 밀기울만 가지고 누룩을 만들지만 밀 전체와 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특이하다. 더구나 술맛을 좌우하는 물은 최씨고택 안마당에 있는 200년이 넘은 우물 물을 고집한다.우물가에 서 있는 100년이 넘는 구기자 나무 뿌리가 샘에 닿아 물맛이 좋다는 것. 또 기온이 1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술이 쉽게 쉬어버려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술을 빚는다.더위가 찾아온 요즈음은 술을 빚지 않고 미리 빚은 술을 냉장보관해 판매만 한다.주도(酒度)는 보통 16∼19도 사이인데 17도 정도가 가장 좋은 술맛을 낸다. 대리점이 없는데다 인터넷이나 우편으로도 구입할 수 없고 오직 교동마을 최씨 고택 양조장에 가야만 살 수 있다.생산량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최고의 술이라는 명품의 자부심이리라. 문전박대를 간신히 면하자 아내와 식품학을 전공한 자식과 함께 어머니로부터 주조법을 전수중인 최씨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가만히 꺼냈다. 젊어서 축구에 미쳐 당대에 그라운드를 휩쓸던 이회택,김재한과 공을 찼단다.술과 축구.음주축구라곤 듣도 보도 못했는데 술과 축구는 아무리 고민해 봐도 서로 궁합을 맞추기가 어렵다.아마도 이런 뜻일까.젊어서 축구에 미친 것처럼 어머니를 이어 앞으로 최고의 술을 빚는데 미쳐버리겠다는 각오가 아닐는지. 대∼한민국.교∼동법주.위스키가 점령한 이땅에 고집스럽게 토속주를 빚고 있는 전국의 장인들에게 박수를 마구 쳐주고 싶었다.짜·자·자·작·작. 경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곁들여 드세요 좋은 술에는 그에 맞는 맛깔스러운 안주가 있어야 제격인 법이다. 교동마을을 세거지로 하는 경주 최씨 일족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인 ‘사연지’는 교동법주와 궁합이 잘맞는다. ‘싸서 넣은 김치’라는 뜻의 사연지는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큰새우 속살 등을 때깔 좋은 실고추에 버무린 갖은 양념 속을 배춧잎으로 얌전히 싸 넣은 것으로 톡 쏘는 맛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북어포를 아주 잘게 찢어 양념한 북어보푸림과 콩·밀을 띄운 메주를 갈아서 박,가지,무청,다시마,부추,닭고기,쇠고기 등을 넣고 만든 집장도 배 할머니의 솜씨가 느껴지는 안주거리다.
  • [유로2004] 8강 ‘스타워즈’

    22일 새벽 포르투갈에서는 10발의 골폭죽이 쏘아 올려진 가운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8강 대진 절반이 확정됐다. B조 3차전에서 ‘아트사커’ 프랑스가 뒤늦게 발동이 걸린 티에리 앙리(27)의 2골에 힘입어 스위스를 3-1로 꺾고 조 1위로 8강에 올라 26일 A조 2위 그리스와 맞붙는다.같은 조의 잉글랜드도 2경기 연속 2득점한 ‘신동’ 웨인 루니(19)의 대폭발을 앞세워 ‘복병’ 크로아티아에 4-2로 역전승,‘3분의 악몽’에서 깨어나며 조 2위로 8강에 합류했다.오는 25일 리스본에서는 홈팀 포르투갈(A조 1위)과 ‘종가’ 잉글랜드의 8강 혈투가 벌어진다.두 팀의 대결은 이런저런 얘깃거리로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힘들었겠지만,여기까지다.’ 천신만고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포르투갈은 개막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돌풍’ 그리스에 1-2로 패배,충격에 빠졌다.잉글랜드도 전·후반 90분을 1-0으로 앞서다 후반 인저리타임에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2)에게 연속 2골을 내주는 악몽을 꿨다.역대 전적에서는 9승8무3패로 잉글랜드가 앞서지만,90년 이후에는 1승3무1패로 호각세.그러나 25일 한 팀은 반드시 울게 된다. ●‘친구여,승부 뒤엔 웃자.’ ‘프리킥의 달인’ 데이비드 베컴(29·잉글랜드)과 ‘중원의 마술사’ 루이스 피구(32·포르투갈)는 클럽 동료.프리메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에서 함께 중원을 책임지는 사이. 이들은 이미 4년 전 유로2000에서 만나, 피구가 3-2로 이겼다. 지금은 한솥밥 동료지만 승부가 냉정한 것은 마찬가지.베컴은 역시 클럽 동료인 프랑스 주장 지단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반면 피구는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라울 곤살레스(27) 등 레알 마드리드 동료 4명이 포진한 스페인을 집으로 돌려보냈다.두 선수 모두 메이저 타이틀이 없기 때문에 이번 대결에 더욱 목이 탄다. ●‘영건’ 격돌도 관심거리 잉글랜드에 ‘제2의 원더보이’ 루니가 있다면,포르투갈에는 동갑내기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있다. 현재까지는 대범하고 선이 굵은 플레이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루니가 돋보인다.반면 지난해 10대 선수 사상 최고 이적료(1750만 유로·약 230억원)를 받고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호나우두는 1골 1어시스트에 그치고 있다.그러나 단판 승부인 8강전에서의 희비는 아무도 모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나는 주워온 아이인가봐/정유나 글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동생을 괴롭힌다고 야단맞거나 나만 힘든 일을 해야 할 때,‘내 친부모는 누구일까.’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의 순박함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 ‘나’도 마찬가지다.시골에서 맏이로 태어난 ‘나’는 어린 동생도 돌봐야 하고,농사일이나 집안일도 도와야 한다.바지에 오줌을 싼 동생을 쥐어박다가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나’는 하루종일 집 밖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해질 무렵에서야 몰래 부엌으로 들어온다.그때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너 좋아하는 달걀 부쳐놨다.밥 먹게 어서 씻고 와.’ 엄마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멋쩍어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우리 유물 나들이’시리즈의 하나로 기획된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옛날 사람들이 쓰던 신기한 유물에 대한 설명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요강이나 각종 농기구,밥지을 때 쓰는 살림도구 ,악귀나 질병을 쫓는 장승 등 지금은 보기 어려운 각종 유물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호기심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초등 저학년용.85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콜리나, 유로2004 결승전 주심땐 달성

    ‘외계인’ 피에를루이기 콜리나(44·이탈리아)가 ‘심판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콜리나는 13일 열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포르투갈-그리스의 개막전 주심으로 결정됐다.개막전 주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리나는 “개막전은 언제나 특별하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명판관’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수 차례 ‘올해의 심판’으로 선정된 그는 특히 외계인을 연상케하는 외모로 유명세를 더했다. 다음달 5일 열리는 대회 결승전 주심도 맡을 가능성이 높다.특히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이어서 대회 조직위는 개막전에 이어 결승전도 그에게 맡기려는 듯하다. 콜리나가 결승전에 나서게 되면 주요대회 결승전을 모두 맡게 되는 ‘심판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콜리나는 지금까지 2002한·일월드컵 결승전(브라질-독일),96애틀랜올림픽 결승전(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98∼99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바이에른 뮌헨),그리고 최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컵 결승전(발렌시아-마르세유) 주심으로 나섰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유로 2004] 어떤 별이 뜰까

    ‘우리를 주목하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축구 달인들이 총출동하는 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4) 무대에 무서운 10대들이 도전장을 던졌다.선두 주자는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기대주이자 ‘제2의 원더보이’ 웨인 루니(19).03∼04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로축구)에서 에버튼 소속으로 34경기에서 9골 3어시스트를 올렸다. 뛰어난 돌파력과 대범한 플레이를 펼치는 루니는 최연소 프리미어리그 골,최연소 대표팀 발탁,최연소 A매치 골 기록 등을 차례로 작성하며 잉글랜드 축구사를 다시 쓰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29·레알 마드리드)으로부터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으며,현재 ‘원조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25·리버풀)과 함께 잉글랜드 투톱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홈팀 포르투갈에는 루니와 동갑내기인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있다.지난해 10대 선수 사상 최고 이적료(1750만 유로·약 230억원)를 받고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맨체스터가 베컴의 배번 ‘7’을 물려준 것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03∼04시즌 29경기에 출장,4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현란한 드리블과 크로스,호쾌한 슈팅이 돋보이는 호나우두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예정인 대선배 루이스 피구와 주전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도 최연소는 아니다.불가리아의 미드필더 발레리 보이노프는 만 18세4개월의 나이에 꿈의 무대를 밟는다. A매치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미 반박자 빠르고 예리한 크로스를 앞세워 세리에A(이탈리아 프로축구) 레체에서 세 시즌을 소화한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는 러시아의 백전노장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모스토포이(36·셀타비고)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메트로 의회]주민 정서회복이 최우선 복원 앞장 이광열의원

    환경문제에 관한 한 이광열(55·중계1동)의원의 태도는 단호했다.“정치를 하고 안하고 떠나서 저돌적인 자세를 취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당현천건도 물렁물렁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집행부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서울시가 어떻게 나오든 구청의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욕적인 사람이 없다.마인드가 미치지 못한다.”고 직설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현재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초선의원이다.당현천 되살리기사업 등의 문제는 행정복지위가 아닌 재무건설위 소관이다. 때문에 오는 7월 원구성이 끝나는대로 재무건설위로 상임위를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다.당현천 문제는 그만큼 그로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당현천에 물이 흐르게 되면 ‘(집값이 올라) 한 몫 잡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화를 벌컥 냈다.“물이 마르면 사람들의 정감도 끊긴다.”고 강조했다.지역주민의 정서회복과 삶의 질 향상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의미다. 누리텔레콤을 운영하는 이 의원은 부인 유길선(52)씨와의 사이에 주영(27),유나(24),소연(21),후남(19)씨 등 딸 넷을 두고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실업급여 수급자 급증 외환위기때 수준 육박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고용정보원은 6일 노동부의 고용보험 자료를 집계한 결과,4월 한달간 실업급여를 받은 실직자는 18만 872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의 20만 726명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실업급여는 회사 경영상의 이유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퇴직한 실직자의 생계와 재취업을 돕기 위해 최대 8개월간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 수준에서 지급된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실업급여의 월별 수급자 수는 2002년 이후 10만∼11만명 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2003년 11월에 13만 4286명,12월 14만 4252명,올 1월에 15만 5665명,2월 17만 2487명,3월 18만 585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매월 실업급여 수급자로 새로 인정된 신규 실직자도 2002년에 2만명대였지만 2003년 들어 3만명대로 늘어났고 올 3월에는 4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월별 실업급여 지급액도 2002년 600억∼700억원대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800억∼900억대로 오른 뒤 계속 급증해 올 4월에는 1269억 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중앙고용정보원은 “실업급여 수급자 수와 지급액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실업급여 신청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어 당분간 수급자와 지급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새달중 결론”

    종교적 이유나 개인적인 신념을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진다. 1969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유죄 취지의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25년만이다. 대법원은 4일 양심적 병역거부로 상고심에 계류 중인 두 사건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병역법 위반했는지를 놓고 최종적으로 법률해석을 하는 것인 만큼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리와는 무관하게 판결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병역거부 사건의 심리를 당분간 중단키로 했던 서울동부지법에 이어 300여건이 계류되어 있는 다른 재판부들도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지호 대법원 공보관은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하급심이 엇갈린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국민들의 법적 불안을 하루빨리 덜어주고자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들을 늦어도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심리하여 조속한 시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속도를 내면 빠르면 다음달에는 선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씩을 선고받고 상고한 윤모씨와 최모씨 사건을 1부(주심 조무제 대법관)와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에 배당했다. 기초 검토에 들어간 두 재판부는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 또는 소집에 불응할 경우 병역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지를 집중 심리한다.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1969년 기독교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1992년에도 입대한 뒤 집총을 거부,군형법상 항명죄로 기소된 사건에 유죄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이 때문에 대법원 1부와 3부의 대법관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종전의 확정판결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면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 25년 동안의 시대변화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지,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가 아니라는 판례를 존중할지 대법원은 지금 고심하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시론] 기업들의 氣가 살아나야 한다/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경제학박사

    올들어 경제 거시지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산업생산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했고,1·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3%로 잠재성장률을 웃돈다는 결과도 나왔다.지표만 놓고 보면 경기는 작년의 침체에서 벗어나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중국 쇼크,미국 금리 인상설,유가급등과 같은 해외악재도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인가.경기양극화 때문이다.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수출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내수 침체가 도를 지나쳤다.도소매 판매 증가율이 아직도 마이너스 상태이고,서비스업 전체도 1%대의 증가세에 머물고 있다.설비투자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수출을 성장전략의 축으로 채택한 60년대 이후 대외경기는 한국경기의 선행지표가 되어 왔다.수출이 살아나면 투자,소비순으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전반적인 경기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상승기간도 평균 33개월 정도로 길었고,대외여건이 양호할 때 경기가 둔화된 전례는 없었다.그런데 현재의 경기순환은 사정이 다르다.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어디에선가 끊어진 것이 분명하다.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이 1차적 원인이다.기업은 수요가 늘어도 설비를 늘리지 않고 있다.최근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이 몇년만에 80%를 넘어서면서 이를 투자회복의 반가운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그러나 가동률이 80%를 웃도는데도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는 기존시설의 가동률을 높여 수출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환란 이후 진행돼 온 구조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위험이 수반되는 장기 모험투자를 기피하게 되었다.주식시장은 변덕이 심하고,장기보다 단기 실적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기업은 번 돈으로 위험이 수반되는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보다 현금 보유나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한다.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은 저렴한 생산비용을 찾아 중국 등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또 금융기관이 가계대출에 주력함에 따라 자체조달이 가능한 일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투자재원 확보도 쉽지 않다.노사갈등,지배구조를 둘러싼 대기업 관련 규제 등 경영여건도 기업투자에 유리하지 않다.단순히 수출이 잘 된다고 해서 투자가 자동적으로 증가하기를 기대하기에는 환경이 너무 많이 변했다. 가계버블의 후유증으로 소비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지난 3년간 200조원 가까이 증가한 가계부채가 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가계 빚이 440조원에 이르고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가구당 부채가 연간 소득과 비슷한 3000만원 가까이 된다.원리금 상환부담을 감안하면 올해에 소비 가능한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내구재 소비도 저금리로 지난 몇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탓에 추가 지출을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다행히 ‘한마음금융’의 출범 등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해 본다. 수출의 성과가 내수촉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마음이 열려야 한다.특히 기업들의 기(氣)가 살아나야 한다.투자에는 정형화된 이론이 없다.기업가들의 동물적 본능에 의한 투자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졌을 뿐이다.외환 위기 이후 구조개혁이 기업의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선에 주안점을 둔 나머지 투자 환경 조성에는 미흡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과거 관행으로 수출이 늘고 있으니 내수도 자연히 따라오겠지 하다가는 체감경기와 지수경기가 일치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경제학박사˝
  • [사설] 방폐장 선정 주민의견 수렴 철저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청원 마감결과 울진군 북면 등 7개 시군 10개 지역이 신청했다.이렇게 많은 지역이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기존 후보인 부안 위도를 합하면 후보지역은 모두 11개나 돼 18년을 끌어온 국가적 숙원사업 해결 가능성이 일단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후보지역이 많다 보니 ‘유치 경쟁’이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극히 불안하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새 후보지역 10곳 중 9곳이 주민 50% 이하의 낮은 찬성률로 청원서를 낸 데다,7곳에 이미 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반대운동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주민 간의 찬반 갈등으로 벌써부터 ‘제2 부안사태’를 우려하는 소리까지 들린다.‘부안사태’가 재연될 경우 이번엔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관련 지역이 많아 피해 주민과 피해 지역이 훨씬 광범위해질 것이고 그 경우 방폐장 부지 확보가능성은 더욱 더 짙은 안개 속에 잠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부지선정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철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무엇보다 충분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꼭 필요한 국가시설이지만 지역주민의 생활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지방의회 결의,주민투표 등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한 것은 다행이다.그러나 그에 앞서 설명회,홍보 등 과정에서 주민회유나 불필요한 선심공세가 없도록 투명성을 기해야 할 것이다.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고위책임자의 혼선발언 등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부지 검증 과정에서 철저한 안전성 조사와 정보 공개는 더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 [UEFA 챔피언스리그] 최후의 돌풍은?

    ‘돌풍끼리 만났다.’ 지난해 7월 예선을 시작으로 72개 클럽이 참가,10개월 동안 혈전을 벌인 03∼04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27일 새벽 AS 모나코(프랑스)와 FC 포르투(포르투갈)의 한판 승부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운명의 무대는 2006독일월드컵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입해 만들어졌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상암월드컵경기장 등과 함께 세계 10대 축구장으로 선정한 독일 겔젠키르헨 아레나 아우프샬케 스타디움. 빅리그(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소속이 아닌 두 팀이 최고 클럽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벌일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변방 클럽끼리 결승전을 갖는 것은 즈베즈다(유고)-마르세유(프랑스)전 이후 13년 만이다. 통산 10회 우승에 도전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부자구단 첼시(잉글랜드)는 모나코에,종가의 자존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프랑스 챔프 올림피크 리옹은 포르투에 격침당했다.디펜딩챔피언 AC 밀란(이탈리아)과 무패 우승의 신화 아스날(잉글랜드)도 8강에서 ‘이변’의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 올시즌 유럽 클럽랭킹 9위 포르투는 1987년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2-1로 꺾고 정상에 오른 지 17년 만에 영광을 노린다. 또 지난해 UEFA컵을 정복한 이후 2년 연속 유럽 클럽 대항전 정상을 노크한다.반면 33위 모나코는 첫 도전이다. 모나코의 별 페르난도 모리엔테스(28),다도 프르쇼(30)와 포르투의 브라질-남아공 ‘특급 듀오’ 데를레이(29)-베니 매카시(27)의 승부가 주목된다. 일단 모나코의 화력이 보다 뜨거울 전망이다.모리엔테스와 프르쇼가 이번 대회 들어 9,7골을 폭발시키며 득점 1,2위를 질주하고 있고 주장 루도비치 지울리(28)도 4골을 터뜨렸다. 반면 포르투에서는 매카시가 4골로 가장 좋은 성적.그러나 최근 모리엔테스가 왼쪽 발목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이에 견줘 데를레이는 4개월 만에 부상을 털고 돌아와 데포르티보(스페인)와의 4강 2차전에서 결승골(3골)을 작렬시켰기 때문에 성급한 결론은 금물. 승부의 관건은 미드필드에도 있다.측면 크로스가 일품인 모나코의 왼쪽 날개 제롬 로탱(26)과 ‘포르투갈의 지단’ 데코(27)가 중원에서 비무를 펼친다.각각 어시스트 6개로 공동 선두.이들이 최전방에 얼마나 실탄을 배달하느냐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홍지민기자 icarus@˝
  • ‘베지밀’ 정·식품 정재원 명예회장

    “옛날 어머니가 드셨던 콩국에서 착안했습니다.콩국 먹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훨씬 덜 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정재원(87) 정·식품 명예회장은 지난 30여년간 콩과 두유의 유익함을 주장해와 ‘두유 전도사’로 통한다.그는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사)인간개발연구원 초청으로 이루어진 조찬특강에서 모처럼 자신의 ‘베지밀 인생이야기’를 털어놨다.그는 지난 73년 정·식품을 설립,세계 최대의 두유 전문회사로 올려놨다.또 소아과 의사 출신으로 대두인 ‘베지밀’을 국내 최초로 개발,성공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 1964년 미 샌프란시스코 UC메디컬센터의 디머 박사 밑에서 알레르기 연구를 하던 중 ‘유당불내증’을 처음 알게 됐다.즉 체내에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세포가 선천적으로 결핍돼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이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못하는 병이다.이는 ‘베지밀’ 태동의 계기가 됐다고 그는 술회했다. 원래 정 회장은 37년 의사검정고시에 합격,소아과 의사로 출발했다.당시 아이들이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해 양양실조와 탈수증,폐렴과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하는 경우를 자주 접했다.이를 위해 대용 유액인 쌀죽과 밀가루 죽,또는 과즙,야채즙,비타민 등을 섭취시켜 보았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유학 도중 그는 대두가 유아를 위한 3대 필수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특히 유당성분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는 어린이를 위한 최적의 대용식인 ‘콩국’임을 확신했다.65년 귀국한 그는 동물실험 등을 거쳐 두유에 관한 특허를 받는다. “67년 마침내 식물성 밀크라는 뜻의 ‘베지밀’ 제품명으로 상업화를 시작했습니다.처음에는 가내공업이었지요.수요가 점점 늘어나자 경기도 신갈에 공장을 지어 하루 20만병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됐습니다.” 이후 국민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성인병 등이 증가하자 정 회장은 ‘유당불내증’에서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 쪽으로 눈을 돌렸다.92년 청주공장의 중앙연구소에서 동물실험을 통해 ‘콩의 효능’을 여러가지로 입증하기도 했다.그는 내친김에 ‘베지밀C’로 95년 미국과 호주에서 낙농특허를 획득했다.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콩 학술대회를 매년 개최하며 연구결과를 꾸준히 세계에 알렸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99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제3차 국제 대두학술대회에서 최고상(콩 연구의 세계 6인상)을 받았다. “평소 인류 건강에 ‘이 몸을 바친다.’는 신념과 철학으로 살아왔고 여생도 그렇게 보낼 것입니다.” 그는 61년 런던대 소아과대학원을 수료한 직후 일본의 도쿄소아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서울성모병원과 연세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자신의 아호를 딴 ‘혜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임중이다.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87살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이는 ‘콩의 힘’이라며 웃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카드사 통보해야 잔금 안빠져

    주부 김모(38)씨는 지난달 학습지를 3년 동안 받아보는 조건으로 144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일주일 뒤 김씨는 충동구매라고 판단,구독을 취소하기 위해 학습지 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사무실을 찾아갔을 때는 회사 관계자들이 잠적한 뒤였다. 김씨와 같이 영세업체가 전화권유나 방문판매 등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뒤 고의로 부도를 내거나 폐업을 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부도·폐업 등에 따른 소비자들의 상담 건수는 2001년 2106건,2002년 2907건이었으나,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4.7% 늘어난 3916건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할인회원권 판매업(16.2%) ▲어학교재 판매업(14%) ▲학원(11.5%) ▲인터넷쇼핑몰(6%) ▲학습지(5.8%) ▲스포츠센터(3.4%) 등에서 피해가 컸다.피해 소비자의 평균 계약금액은 108만원,평균 계약기간은 16.8개월이었으나 서비스를 제공받은 기간은 평균 4.96개월에 불과했다.1인당 피해 금액은 평균 76만원가량 된다는 얘기다. 소보원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장기간에 걸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업체가 부도를 내거나 폐업을 하면 소비자가 할부금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면서 “할부 구입시 판매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 지급을 거절하는 항변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자일리톨 씹으면 충치예방? 식생활 상식 제대로 알자

    ‘난 제대로 골라 먹고 있다?’ 매일 수많은 건강정보가 쏟아지고 있다.이를 접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반(半)전문가 수준으로 음식을 선택하고 있다.그저 맛으로만 먹을거리를 고르는 데서 벗어나 현명한 식생활을 원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와 경험에서 얻은 내용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그래서 어떤 음식들은 맹목적으로 소비하고 또 다른 음식들은 배척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자일리톨.많은 사람들이 자일리톨 하면 충치 예방부터 떠올린다.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맞지 않다.백대일 서울대학교 치의학과 예방치과학교실 교수는 “자일리톨이 설탕과는 달리 충치를 발생시키지 않을 뿐”이라며 “그 자체로 충치를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즉 자일리톨을 설탕 대신 사용했을 때 단맛은 내지만 충치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는 얘기다. ●당뇨병에 쌀밥은 나쁘고 보리·현미밥은 좋다? 당뇨 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쌀밥 대신 보리밥이나 현미밥을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당뇨병에 있어서 흰쌀밥이나 보리밥은 별 차이가 없다.당뇨 환자의 식이요법의 원칙 중 하나가 자기 몸에 맞는 칼로리만큼 제한하는 것.그런데 쌀밥과 보리밥은 칼로리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박미선 서울대학병원 영양계장은 “보리밥이나 현미밥은 일반적으로 쌀밥보다 영양면에서 나을 뿐”이라며 “당뇨 환자에게는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쌀밥이든 보리밥이든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달걀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덩어리? 삶은 달걀을 먹을 때 노른자 뺀 흰자만을 골라 먹는 사람들이 있다.그중 상당수가 콜레스테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다.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달걀 노른자에는 콜린 성분이 풍부하다.콜린은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들러붙는 것을 막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레시틴의 주성분.다시 말해 달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은 물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성분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다. 또 단순히 콜레스테롤을 섭취한다고 수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지방산에 따라 그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달걀을 동물성이 아닌 식물성 기름으로 요리를 하면 체내에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결국 무조건 달걀 노른자를 기피하는 것은 올바른 식생활이 아니다. ●속 쓰릴 때는 우유가 최고? 속이 쓰릴 때마다 습관적으로 우유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이는 우유가 위벽을 보호한다는 상식과 우유를 마시고 속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실제로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산을 희석 중화시키므로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문제는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우유의 단백질 성분은 다시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킨다.특히 밤에 속이 쓰려 우유를 마시는 것은 더욱 좋지 않다.밤 사이 위산이 분비돼 아침에 일어나 더 속이 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유 자체가 위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속이 자주 쓰린 사람들이 임시방편적으로 우유로 속을 다스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습관적으로 속이 쓰린 사람이 우유나 제산제로 위를 달래는 것은 옳지 않다.”며 “2주 이상 속쓰림이 지속될 때에는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열린세상] 출자총액제 폐지 안된다/김주영 변호사·前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출자총액제도가 다시금 논쟁의 초점이 되고 있다.전경련에서는 출자총액제도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나쁜 규제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고 연일 공세를 취하고 있는 반면 공정위는 전경련의 주장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며 재벌 소유구조의 개선과 경제력집중 완화를 위해서 유지되어야 할 제도라고 반박하고 있다.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1987년 재벌의 문어발식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출자총액제도는 20년 가까이 재벌정책의 핵심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이 제도의 운용방향은 이번 총선 이후 노무현정부의 경제정책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따라서 재계나 시민단체,언론 그리고 각 정부부처가 더욱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연 문제의 핵심은 어디에 있나? 결국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부진의 원인인지,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면 과연 설비투자 등이 촉진될 것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우선 투자부진의 원인으로 이 제도를 지목한 전경련의 주장이 공정한 사실평가에 기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왜냐하면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설비투자를 억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단순히 재벌회사가 다른 국내회사의 지분을 순자산에 비해 과도하게 취득하는 것을 규제하는 제도이며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설비투자부진의 사유를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재벌그룹의 오너들의 의견을 주로 대변해 온 전경련이 자신의 의견을 기업들의 전체적인 의견인 양 선전하는 것도 문제이다.지난 2003년 5월 CEO라는 월간지는 국내 100대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통해 출자총액제도와 재벌금융기관의 의결권행사 금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 CEO들은 5.9%가 ‘매우 긍정적이다.’,49.0%가 ‘대체로 긍정적이다.’라고 답변해서 과반수인 54.9%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반면 ‘매우 부정적이다.’라는 의견과 ‘대체로 부정적이다.’라는 답변은 도합 39.2%에 그쳤다. 아울러 재벌금융기관의 의결권행사금지에 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이 11.8%,‘대체로 긍정적이다.’라는 답변이 49.0%로서 60.8%에 달했다. 출자총액제도가 창업주일가의 취약한 지분을 강화하는 재벌의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따라서 재벌 오너들의 지분확대를 위해서 순환출자라는 대증요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아니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솔직한 주장이 아니다.오히려 이 제도를 밥 먹듯 바꾸는 일관성 없는 태도가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키고 형평성을 해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주한 미상공회의소 회장이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에 투자를 했거나 투자를 하려는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의 법과 제도를 믿고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법과 제도가 정치적인 이유나 환경변화를 이유로 자주 바뀐다면 누구도 한국에서 주머니를 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출자총액제한제도는 1987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가 IMF 직후인 1998년 외국인의 적대적 M&A허용방침과 더불어 전격적으로 폐지되었다.그 이후 계열사출자의 급증,부실계열사지원,부채비율감축 회피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다시 부활되어 2001년 4월에 시행되었으나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예외인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정된 바 있다.공정위가 시장개혁 3개년계획을 발표하여 장기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한 가운데 다시금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손본다면 이 제도하에서 성실하게 소유구조개혁을 단행한 여러 기업주들은 무엇을 느끼겠는가? 투자위축의 주범은 어떤 한 제도가 아니라 제도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뒤흔드는 이익단체의 로비와 압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주영 변호사·前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 서성란 첫 작품집 ‘방에 관한 기억’

    한결 같이 상처 투성이다.상처없는 영혼이 있을까마는 작가 서성란(37)의 첫 작품집 ‘방에 관한 기억’(문이당 펴냄)을 채우고 있는 주인공들의 내면 풍경을 보면 그 아픔이 유달리 심하다. 그래서 몸과 마음 모두에서 치명적인 문신을 새기고 산다.성추행으로 인한 눌림,남편의 버림,자폐 장애아인 자식,아들 못낳는다는 강박관념으로 산후우울증에 걸린 며느리,출산후 몸무게가 급증한 여자…. 이 작가가 현실을 이토록 어둡게 보도록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쓸 때는 몰랐는데 엮고 나니 상처입은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아마 글쓰는 사람으로서 무의식속에 백 마디의 위로보다 한 편의 글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박혀 있었나 봅니다.” 지난해 첫 장편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에 자폐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심경을 옮겼던 그는 8편의 중단편을 모은 이 소설집에서도 상처입은 절망감 탓에 최소한의 인간관계마저 막혀버린 이들에게 눈을 돌린다.부모의 사망소식을 접한뒤 조산한 아이는 자폐증에 걸렸고 자신은 갑상선기능항진증 때문에 남편에게 버림받는 명주(‘산초’),여고생때 부기 선생에게 성추행 당한 악몽으로 강박증에 시달리다 아이 딸린 남자와 결혼한 뒤 버림받아 자폐증에 걸린 딸과 살아가는 여자(‘모델 하우스’) 등이 그들이다. 더 특이한 것은 이들이 현실에 대응하는 방식.결코 신같은 초월적 존재에 기대지 않는다.감정의 찌끼를 다 짜버린 뒤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이 고통을 낳은 현실과 맞선다.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군살없는 짧은 문장,비유나 상징을 배제한 문체도 ‘전략’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작가는 “대중·통속적 작품으로 흐르지 않으려고 주인공의 상처를 다룰 때 감정 몰입을 배제하려고 한다.”며 “그러다 보면 자연 화려하고 감성적 문체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런 창작방법은 아들을 못 낳는다고 구박받은 며느리가 갓난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씌운 뒤 태연하게 밥을 먹거나(‘겨울손’) 자신을 거부하는 자폐증 아들을 보고 담담하게 발길을 돌리는(‘산초’) 신산한 장면을 낳는다.이런 ‘거리 두기’는 출산 후 몸무게가 급증한 여성을 소재로 한 ‘당신의 몸’에도 이어진다.갈비,돼지고기와 토마토,광어 등 음식이나 재료들을 소재로 한 소제목 아래서 ‘몸 만들기’에 혈안이 된 세태를 담담하게 그린다.감정을 절제한 작가의 시선은 오히려 주인공 혹은 그를 잉태한,곪은 현실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평론가 황광수는 “훼손과 박탈의 조건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끈질기게 탐색하면서 우리의 삶을 근원에서부터 성찰하게 한다.”고 평가한다. 1996년 중편 ‘할머니의 평화’로 제3회 실천문학상 신인상을 받은 작가는 최근 인터넷·CCTV·디지털 카메라에 자기도 모르는 결에 생활이 노출되는 삶을 다룬 장편을 탈고했고 내년엔 두번째 창작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딸 결혼식 참석’ 아내가 반대해요

    재혼한 남자입니다.현재 아내와 마음이 맞아서 사이좋게 살고 있습니다.그러나 요즘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결혼 문제로 많이 다툽니다.재혼한 아내는 질투가 심한 편이라 결혼식장에서 제가 전 부인과 나란히 앉은 모습을 죽어도 볼 수 없다고 합니다.어쩌면 좋을까요? 최성수 최성수씨,초혼보다 몇곱절 어려운 게 재혼이라고 합니다.재혼은 초혼과 달리 상처받은 사람끼리의 결합이기 때문에 상대가 살아온 지난날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마음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젊은 사람들처럼 사랑에 들뜬 열정만으로 맺어질 수 없는 것이 재혼이지요.과거가 있는 사람들이 만났기에 더욱 신뢰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사랑만 갖고 시작한다면 ‘모래 위에 쌓은 성’같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제 여고동창 중 재혼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사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당시 친구 나이가 39살이었는데,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을 했습니다.재혼한 남편에게는 아이가 넷이나 있었고 남편은 국제선 조종사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생까지 올망졸망한 의붓자식 넷을,제가 낳은 친자식보다 더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감탄했습니다. 친구들과 잠시 만날 일이 있어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갔습니다.집안 일을 맡아 해주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조금 늦게 가도 아이들에게 큰 지장없겠다 싶은데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내가 없으면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리니 가봐야겠다.다음 모임은 우리집에서 하자.내가 한턱 낼게.그때 실컷 놀자.정말 미안해.”하곤 자리를 떴습니다.방학 때가 되면 아이들을 생모에게 며칠씩 보내곤 했는데 갈 때마다 선물을 꼭꼭 챙겨 보냈습니다. 20여년이 넘은 지금 결혼한 두 딸이 가끔씩 저를 찾아오는데 “저희도 애 낳고 살아 보니 어머니 힘드셨던 걸 이제야 알 것 같아요.배 아파 낳은 자식도 아닌 4남매를 친자식 이상으로 키워주신 그 은혜는 갚아도,갚아도 모자랄 것 같아요.사춘기 때 막내가 어머니 속을 무척 많이 썩여드렸는데도 항상 감싸주시고 아버지 몰래 혼자 우시는 것을 많이 봤어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그 친구는 지금 미국 LA 산타모니카에 있는 막내아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아주 행복한 노후를 살고 있는데 남편과 의붓 자식에 대한 이해와 배려,인내와 사랑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성수씨,딸이 곧 결혼하는데 당신과 전 부인이 나란히 부모석에 앉아 식을 치르는 것을 재혼한 부인이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한다니 난감한 일이네요.아버지가 딸 결혼식에 갈 수도,안 갈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여서 제게 ‘솔로몬의 지혜’로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왔는데,솔로몬의 지혜는 상식 속에 있습니다. 재혼한 아내가 반대한다고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딸에게 두 번씩이나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전 부인과 어떤 이유로 이혼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부모의 이혼으로 그동안 딸이 받았을 고통을 헤아린다면,이제 성인이 되어 인생을 새 출발하려는 딸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게 아버지의 도리일 것 같습니다. 부부는 갈라서면 남이 되지만 핏줄로 맺어진 자식은 남이 될 수 없지요.부모와 자식은 천륜으로 맺어졌기 때문입니다.헤어진 부인과 나란히 앉아 결혼식을 치를 두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남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부인이 질투가 많은 편이라지만 딸이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없지요.부인도 자식을 낳아 본 어머니라면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할 것입니다.사랑은 소유나 집착을 해서는 안 되고 진실된 마음으로 뿌리를 내려야만 오래갑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김영희 이혼클리닉] ‘전처 딸 결혼식 참석’ 아내가 반대해요

    재혼한 남자입니다.현재 아내와 마음이 맞아서 사이좋게 살고 있습니다.그러나 요즘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의 결혼 문제로 많이 다툽니다.재혼한 아내는 질투가 심한 편이라 결혼식장에서 제가 전 부인과 나란히 앉은 모습을 죽어도 볼 수 없다고 합니다.어쩌면 좋을까요? 최성수 최성수씨,초혼보다 몇곱절 어려운 게 재혼이라고 합니다.재혼은 초혼과 달리 상처받은 사람끼리의 결합이기 때문에 상대가 살아온 지난날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마음의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젊은 사람들처럼 사랑에 들뜬 열정만으로 맺어질 수 없는 것이 재혼이지요.과거가 있는 사람들이 만났기에 더욱 신뢰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사랑만 갖고 시작한다면 ‘모래 위에 쌓은 성’같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맙니다. 제 여고동창 중 재혼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사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당시 친구 나이가 39살이었는데,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을 했습니다.재혼한 남편에게는 아이가 넷이나 있었고 남편은 국제선 조종사였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초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생까지 올망졸망한 의붓자식 넷을,제가 낳은 친자식보다 더 지극 정성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감탄했습니다. 친구들과 잠시 만날 일이 있어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갔습니다.집안 일을 맡아 해주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조금 늦게 가도 아이들에게 큰 지장없겠다 싶은데도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내가 없으면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리니 가봐야겠다.다음 모임은 우리집에서 하자.내가 한턱 낼게.그때 실컷 놀자.정말 미안해.”하곤 자리를 떴습니다.방학 때가 되면 아이들을 생모에게 며칠씩 보내곤 했는데 갈 때마다 선물을 꼭꼭 챙겨 보냈습니다. 20여년이 넘은 지금 결혼한 두 딸이 가끔씩 저를 찾아오는데 “저희도 애 낳고 살아 보니 어머니 힘드셨던 걸 이제야 알 것 같아요.배 아파 낳은 자식도 아닌 4남매를 친자식 이상으로 키워주신 그 은혜는 갚아도,갚아도 모자랄 것 같아요.사춘기 때 막내가 어머니 속을 무척 많이 썩여드렸는데도 항상 감싸주시고 아버지 몰래 혼자 우시는 것을 많이 봤어요.”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그 친구는 지금 미국 LA 산타모니카에 있는 막내아들 집에서 남편과 함께 아주 행복한 노후를 살고 있는데 남편과 의붓 자식에 대한 이해와 배려,인내와 사랑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성수씨,딸이 곧 결혼하는데 당신과 전 부인이 나란히 부모석에 앉아 식을 치르는 것을 재혼한 부인이 절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한다니 난감한 일이네요.아버지가 딸 결혼식에 갈 수도,안 갈 수도 없는 딱한 처지여서 제게 ‘솔로몬의 지혜’로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 왔는데,솔로몬의 지혜는 상식 속에 있습니다. 재혼한 아내가 반대한다고 결혼식에서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딸에게 두 번씩이나 큰 상처를 주게 됩니다.전 부인과 어떤 이유로 이혼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부모의 이혼으로 그동안 딸이 받았을 고통을 헤아린다면,이제 성인이 되어 인생을 새 출발하려는 딸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게 아버지의 도리일 것 같습니다. 부부는 갈라서면 남이 되지만 핏줄로 맺어진 자식은 남이 될 수 없지요.부모와 자식은 천륜으로 맺어졌기 때문입니다.헤어진 부인과 나란히 앉아 결혼식을 치를 두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남편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부인이 질투가 많은 편이라지만 딸이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없지요.부인도 자식을 낳아 본 어머니라면 남편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할 것입니다.사랑은 소유나 집착을 해서는 안 되고 진실된 마음으로 뿌리를 내려야만 오래갑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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