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공포/시민들 “자구비상”
◎대도시 「사건」 잇따라도 범인못잡자 대책 부심/등하교길 학부모동행 급증/외출 삼가고 「좋은옷 안입히기」도/각급학교선 「예방교육」 강화 주력
서울 강남지역 등 대도시 아파트단지 등 주택밀집지역의 학부모들이 유괴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이형호군(9) 유괴살해사건,영등포구 목동의 이길원양(6) 및 강원도 원주의 박영호군(10) 유괴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각급 학교와 유치원 주변에는 유괴범들로부터 자녀들의 등하교길을 보호하려는 부모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학부모들은 특히 경찰이 그동안 이군을 유괴한 범인을 잡을수 있는 기회를 세차례나 놓치고 이군이 끝내 숨지고만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무성의한 수사를 믿을수 없다고 판단,자녀들의 불필요한 외출을 막고 수상한 사람의 접근을 경계하도록 거듭거듭 이르는 등 자체예방에 나서고 있다.
각급학교와 유치원 등에서도 교사와 부모들을 동원,등하교길을 지키도록 하는가 하면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자녀유괴 및 인신납치방지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5일 이군이 다니던 구정국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곧바로 귀가하도록 담임교사들이 학교밖 큰길까지 인솔했으며 3,4학년생들은 5∼6명씩 짝을 지어 집으로 보냈다. 이 학교 옆 현대아파트 74동의 어린이놀이터에는 펴소 20∼30명의 하교길 학생들이 책가방을 땅바닥에 놓아두고 놀았으나 이날은 거의 눈에 띄지않았다.
또 학교앞에는 평소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30여대의 승용차가 줄지어 기다리다 자녀들이 학교수업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데려가곤 했다.
서초구 반포 본동 서래국민학교에서는 이날 담임선생들이 종례시간에 유괴범들에 대한 주의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서야 하교시켰다.
이 학교는 또 16일 중으로 「좋은 옷을 입히지 말것」 「집안 또는 재산자랑을 하지 말도록 할것」 「등하교때 떼를 지어 다닐것」 「외출할 때 꼭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것」 등의 자녀지도 지침을 마련,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으로 보낼 계획이다.
강남구 역삼동의 평안유치원은 이날 원생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장소에 학부모들이 미리 나와 기다리도록 해 함께 집에 가도록 했다.
이 유치원 원장 김정희씨(39·여)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학부모들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꼭 나와 어린이를 데리고 들어가 달라』고 알렸다.
한편 큰딸이 유치원에 다닌다는 김미라씨(31·여·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이번 사건이 꼭 내일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면서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혼자 다니게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어렵더라도 매일 함께 유치원에 다녀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