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2004 프로야구] 기아, 兵風이 순풍?
호랑이는 ‘병풍’을 타고 포효할 것인가.
9월은 국내 프로야구 ‘위기의 계절’.병역비리 사건은 정수근(롯데) 폭행 파문과 올림픽 여파로 움츠러든 프로야구에 ‘치명타’를 날린 셈이다.일부에서는 시즌 중단설까지 나도는 판국이다.구단들은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구멍난 전력 메우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기아에는 병풍이 오히려 ‘순풍’이 될 듯싶다.비리에 관련된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주전들이 대거 연루된 다른 팀들에 견줘 전력이 상대적으로 배가된 셈이다.기아가 치열한 4강 싸움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다.
●‘중위권 경쟁’서 단연 유리
지금까지 경찰의 입장은 혐의가 확정된 선수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한다는 것.경기 일정이나 선수의 ‘비중’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한국시리즈를 앞둔 팀에서 에이스가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기아의 현재 성적은 56승55패4무.SK와 함께 공동 4위다.또 6위 LG와는 겨우 1경기 차.이들 ‘3중’이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아에서 병역 비리에 연루된 선수는 투수와 내야수 1명씩 모두 2명.R모 투수는 방어율 상위권에 올라 있을 정도로 실속 있는 중간계투 요원이지만 10여명이 엮인 다른 구단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다.또 김진우와 이종범,홍세완,심재학 등 투타의 주전들도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가장 많은 1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도 유리하다.
반면 SK와 LG는 병풍의 늪이 깊기만 하다.‘부상 병동’으로 시즌을 시작한 SK는 주전급 투수 조진호가 이미 구속됐고,간판타자인 L모 선수가 지난 11일 불구속 입건됐다.한국야구위원회(KBO)가 병풍 연루 선수들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밝힌 만큼,잔여경기 출장 여부도 불투명하다.LG도 주전급 투수 L모 선수 등 1·2군 30여명이 병풍에 휩쓸리면서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포스트시즌 판도에도 영향줄 듯
현대,삼성,두산 등 3강도 병풍으로 만신창이가 됐다.기아가 4강행 막차를 탈 경우 우승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는 근거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은 삼성.J모 코치가 병역비리의 핵심 고리로 꼽히면서 이미지를 구길 대로 구겼다.특히 핵심 중간계투 요원인 오상민,정현욱,지승민 등 3명이 구속되고 Y모 투수가 입건되는 바람에 라인업 구성 자체가 어려울 지경이다.H모,P모 등 주전급 야수들도 걸려들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다.최근 5경기 동안 1승1무3패의 부진에 괜히 빠진 게 아니다.
두산도 힘들긴 마찬가지.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는 이재영과 주전 내야수 손시헌이 구속된 게 뼈아프다.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에이스급 선발 P모 투수와 마무리 K모 투수도 KBO 징계는 물론 관계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렇게 되면 포스트시즌에 등판하더라도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현대도 빼어난 수비 능력을 자랑하던 유격수 정성훈 등의 공백이 크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