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 경쟁력 없다
1700여년의 장구한 역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온전한 형태의 선 불교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불교. 그러나 한국 불교의 이같은 자부심은 해외에서는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불교가 들불처럼 번져가는 유럽에서 한국불교는 불모지대나 다름없다. 크고 작은 명상 센터나 참선 단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서점에 각종 불교 서적들이 빼곡이 들어차는 열풍 속에 한국 불교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인식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불교 바람의 중심에는 단연 티베트 불교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일본 선불교나 남방불교도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다. 유구한 역사와 선풍을 자랑하는 한국불교가 유럽에서 홀대받는 이유는 무얼까. 유럽 불교의 현장을 찾아 불교가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이자 삶의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각광받는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았다.
현재 유럽 전역에서 활동중인 한국불교 사찰과 선원은 손꼽아 10여개 정도. 대부분이 현지 교민들을 위한 정기 법회를 열거나 외국인들을 겨냥한 명상, 요가 등의 단순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수준으로, 본격적인 포교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비해 티베트와 일본 불교, 미얀마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는 영어, 프랑스어 등 현지어 법회와 참선 등을 통해 꾸준히 참여자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영국에서 유일한 한국불교 사찰인 런던 킹스톤의 연화사(주지 일대 스님)만 하더라도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 두 차례에 걸쳐 법회를 열고 있지만 한국 교민과 상사 주재원 가족, 유학생 50여명 정도가 매번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주중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요가와 명상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고작 매회 5∼6명 정도. 사찰이라야 일반 가정집 거실을 개조한 10평 남짓한 법당과 공양간, 주지 스님의 거처가 전부이다.
지난달 중순 주지직을 맡아 취임한 일대 스님은 “1990년 교민들과 주재원, 유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건립한, 런던에서 널리 알려진 14년 역사의 한국사찰이지만 현지인들을 끌어모을 프로그램과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영어법회와 지역주민 봉사 등을 통한 포교에 한국 불교 종단의 인적, 재정적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인근 윔블던의 태국사찰 부다파디파 사원만 하더라도 상황이 다르다. 지난 1976년 태국 정부가 1만 2000여평의 부지를 매입해 28년간 포교활동을 해온 이 사찰은 매주 3차례의 영어법회와 태국 신자들을 위한 법회를 꾸준히 열고 있는데 외국인 참가자가 50%에 이르고 있다. 이 사원은 특히 태국 대사관의 후원으로 5∼20세 대상의 주말 학교를 열어 자연스럽게 포교와 태국문화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외곽의 토르시에 자리잡은 한국사찰 길상사(주지 무이 스님)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 송광사 파리 분원으로 11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 사찰 역시 매달 두 차례의 법회를 열고 있지만 교민 40여명 정도가 참석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프랑스 파리 리옹가에 자리잡은 사자후선원(주지 우봉 스님)과 독일 베를린의 국제선원(선원장 성도 스님)과 뒤셀도르프의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이 해외 포교의 명맥을 어렵게 이어갈 따름이다.
현재 유럽불교연합(EBU)이 추산하는 주요 국가들의 불교신자는 프랑스 400만명, 독일 150만명, 영국 120만명.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러시아, 덴마크 등이 불교를 종교로 인정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자선단체로 인정해 불교 관련 단체와 센터에 각종 면세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국영방송인 F2와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는 매주 일요일 불교관련 프로그램을 15분에 걸쳐 방송하고 있어 이들 국가에서 불교의 높은 인기를 가늠케 한다.
유럽불교의 대세는 역시 티베트 불교.1989년 달라이 라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과 티베트가 갖고 있는 역사·종교적 배경이 티베트 불교 열풍의 인기비결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초기불교경전의 산스크리트어 번역과 티베트, 일본 선불교를 학술적으로 정리해온 영국불교협회의 데스몬드 비덜프 부회장은 “유럽에서 티베트 불교가 성한 것은 유창한 언어구사력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유럽 각지에 파견된 승려 등 포교사들의 우수한 수행능력과 포교력이 주효했다.”면서 “이에 비해 한국불교의 경우 역사와 성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문 자료조차 없어 어려움을 겪는 실정인 만큼 한국 불교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파리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