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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패소해도 또 소송… 끝나지 않은 ‘친일파 재산환수’

    일제 지배에서 벗어난 지 올해로 68년째가 되지만 친일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청산되지 않고 있다. 특히 2006년에야 시작된 친일재산 환수 작업으로 여의도 면적보다 큰 땅이 국가에 귀속됐지만 친일파 후손 대부분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환수작업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다. 친일재산 환수 작업에 대한 논의는 1992~1997년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의 증손자 이윤형씨가 국가에 몰수된 땅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재판부가 이씨 손을 들어주자 이후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 반환 소송이 이어졌고 여론은 들끓었다. 이에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정돼 친일 행위를 통해 얻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2006년 7월 출범한 친일재산조사위원회는 2010년 7월까지 4년간의 활동으로 친일행위자 168명의 친일재산 1000억여원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이 중 제3자에게 이미 처분된 267억여원에 대해서는 친일재산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친일파 후손들이 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재산을 국가에 반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은 현재까지 모두 92건으로 소송 규모는 전체 귀속 재산의 80%에 달한다. 행정소송 중 결론이 내려진 사건은 86건으로 2010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조선왕족 ‘이해승 사건’ 등 6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가가 승소했다. 재산을 이미 처분해 환수할 수 없는 경우 국가가 청구하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 21건 가운데 종결된 19건도 모두 국가가 승소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등 모두 9건에 대해 각각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가가 승소하면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친일파 박희양이 후손에게 물려준 42억 4000만원 상당의 토지를 환수한 것을 비롯해 일본군 육군소장을 지낸 조성근의 50억 4000만원 상당의 땅 등을 돌려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친일재산 환수는 친일청산의 마무리이자 역사적 정의 구현을 위한 염원인 만큼 남은 8건의 소송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12명, 국내법원에 日정부 첫 손배소송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에 앞서 한국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낸 적은 있지만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경기 광주시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이옥선(86) 할머니 등 12명은 13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전제로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손해 배상액은 1인당 1억원씩 모두 12억원이다. 할머니들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1인당 20억원씩을 청구할 예정이었지만 인지대와 송달료 등을 감안해 청구액을 낮췄다.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에서 이뤄지는 조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민사조정법에 따라 강제조정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일본 정부가 이의 신청을 하면 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다만 민사 조정을 통해 배상 결정을 받더라도 배상금 집행을 위해서는 일본 법원에 별도로 소송를 제기해야 한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며 “2011년 8월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에도 외교적인 진척이 없어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사회와 ‘퀴블러-로스 모델’/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한국 사회와 ‘퀴블러-로스 모델’/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지인 중에 말기 암 환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는 대체로 충격을 받는다. 그러곤 곧장 이렇게 반응한다. “설마, 그이가?” “아니, 지금까지 그렇게 멀쩡하던 분이!” “도무지 믿을 수 없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현실을 부인한다. 이어 화가 치밀어 오름도 느낀다. “왜 하필이면 그분에게 이런 일이?” “그렇다면 그동안 건강 검진은 모두 엉터리인가?” 원망과 분노가 함께 솟는다. 갑자기 삶이 허무해진다. 수십년간 불치병이나 말기 암 환자를 직접 보살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는 ‘죽음과 죽어감’이란 책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대체로 5단계 정서를 체험한다고 했다.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이 그것이다. 처음엔 부정과 분노로 일관하다, 나중엔 운명과 협상을 하기도 하지만 절망과 우울에 빠진 뒤 마지막엔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만다는 것이다. 핵심 메시지는, 질병이나 죽음을 부정하지 말고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불현듯 이 ‘퀴블러-로스 모델’이 떠오른다. 한국 사회가 마치 말기 암 환자인 것 같다. 물론, 나는 한국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 간절한 바람과 달리 정반대로 흐른다. 세 가지만 살피자. 첫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인접국으로 퍼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사태를 직시하지 않는다. 지난 7월 24일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원전에서 하루 300t의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 중이라 말했다.?다음 날엔 이곳에서 시간당 2170밀리시버트(mSv)의 고농도 방사성 수증기가 유출됨도 확인됐다. 2011년 당초 사고 직후와 비슷한 농도의 방사능 오염이 꾸준히 진행된 셈이다. 이 정도면 바다, 공기, 흙 등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이 가고, 특히 일본산 쌀이나 수산물 등의 피폭 소지가 높다. 정부가 이런 사태에 대해 경보를 발령하고 20개 이상의 부처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함에도, 오히려 ‘방사능 괴담’ 유포자 처벌 등 대단히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언제까지 부인만 할 것인가? 둘째,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이 검찰 조사 결과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철저한 국정조사나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 지난 주말엔 서울광장 등 전국 각지에서 ‘10만 촛불’이 모여 국정원장 퇴진과 국정원 개혁을 외쳤다. 지난 6월 26일, 검찰은 그간의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있는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게시글 1977건과 찬반 클릭 행위 1711건이 수록된, 2120쪽에 이르는 ‘범죄일람표’를 발표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국정원이나 청와대는 꿈쩍도 않는다. 오히려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비밀문건을 불법 열람하고 실체적 진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 셋째, 현대자동차의 최병승·천의봉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불법 파견 노동자의 전원 정규직화를 외치며 296일째 철탑 농성을 했음에도 현대차나 정부는 사태를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희망버스’ 참여자들을 범법자나 폭력배로 몰았다. 이미 2010년 7월과 2012년 2월, 대법원은 현대차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2년 이상이면 파견법 제6조 3항에 의거, 고용의제 조항의 법력에 따라 이미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법률이 위헌이 아니면, 대법원 판결은 곧장 집행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기업 측과 정부 측은 아무 반응이 없다. 오죽하면 당사자 2명이 약 10개월 동안이나 철탑 농성을 감행했겠는가? 위 세 사례만 봐도 한국 사회는 말기 암 환자처럼, 사태의 진상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돌파하기는커녕 부정과 회피로 일관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나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정말 우리가 말기 암 상태라면 차라리 그것을 인정하고 마지막 삶의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도 그렇게 하기 힘든데, 한 사회가 그렇게 하기는 더 어렵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아직’ 마감할 때도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그래서 두 번째 대안이 나온다. 진짜 ‘말기’로 치닫기 전에 초기 암 세포를 철저히 걷어 내거나 온 사회의 저항력을 길러 암 세포를 이겨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건강한 선택이라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사회의 암 세포를 철저히 제거하거나 이겨낼 수 있을까?
  •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새누리 서용교

    [19대 초선 의원-정치와 도전] 새누리 서용교

    19대 국회 초선의원은 국회선진화법 첫 ‘세대’다. 몸싸움이나 날치기, 동원 정치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조용하다. 전체 의석의 절반 가까운 148명이나 되지만 뚜렷한 ‘스타’도 없다. 등원 첫해인 지난해에는 대선 때문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적었다. 2년차인 올해 그들은 비로소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시작했다. 여야가 극한 대치하고 있는 지금, 여야 초선의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정치, 소회, 포부 등을 들어본다. 서용교(45) 새누리당 의원(부산 남을)은 동료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초선 같지 않은 초선’으로 불린다. 서 의원은 1996년 신한국당 공채로 정치권에 입문, 16년간 수석부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 지난해 총선 당시 공천 탈락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금배지를 달았다. 햇병아리 당직자로 발을 들였던 15대 국회와 의원으로서 처음 겪은 19대 국회는 ‘천지개벽’ 정도로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핵심 지도부 몇 명만 의사결정을 공유했다면 지금은 소속 의원 전체가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지도부가 노력하는 편”이라고 그는 비교했다. 서 의원은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쟁점법안 2건에 대해 당론에 맞서 반대표를 던졌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국정조사 특위 법안’이다. 국정원 국정조사 법안은 ‘기권’에서 ‘찬성’으로, 막판에 다시 ‘반대’ 버튼을 누를 만큼 고민을 거듭했다. “정보기관에 대한 사상 최초의 국정조사인데 찬반토론조차 생략했다”는 게 반대 이유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도 “여당이 6월 임시국회를 잘 마무리짓기 위해 야당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수긍했다. ‘전두환법’은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법적 완결성을 더 높여야 하는 법안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개인 소신과 정치적 당론 사이의 갈등”을 고민했다. 이 ‘현재진행형’ 고민은 요즘 열리고 있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지켜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야 각각 서로 말하고 싶은 것만 떠들다 보니 실체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초선 서용교’의 지론은 “한쪽만 일방적으로 편들며 선명성을 조장하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이란 모름지기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시민운동하듯 정치하는 것도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의원회관 사무실 책상 맞은 편에는 법안 문서들을 정리한 파일 80여개가 빼곡히 꽂혀 있다. 서 의원은 “사회적 갈등 사이에서 이익을 보려는 의원은 제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그는 쌍용자동차 노사 문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농성 현장을 방문해야 하는지를 놓고 당내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면서 “단순히 강성노조 표만 의식하면 방문해야 맞았지만 사측과 회사 정상화를 고민하는 일반 노조원들 입장도 외면할 수 없어 결국 발길을 돌렸다”고 소개했다. 서 의원은 “20년 전만 해도 ‘신념의 정치인’이 통했다면 지금은 첨예한 이익 충돌, 지역 현안 앞에 해법을 낼 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못한 정치인은 사회적 갈등의 조장자밖에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일상 속에서 부딪치는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중재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글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한국인 피폭자들, 韓정부 상대 집단 소송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인 피폭자 대표 80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는 소송을 통해 한국 정부에 일본 정부와의 협상을 재촉하고, 일본 정부에 대한 피해자 개인 청구권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대표인 심진태(70)씨는 지난 6일 경남 합천에서 열린 원폭 피해자 추모 집회에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해 “식민지 지배가 없었다면 많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하며, 한국 정부도 문제 해결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식민지 피해와 관련한 모든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2005년 한·일회담 문서를 공개하고 청구권 협정에 원폭 피해자와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동포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던 중 2011년 한국 헌법재판소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 2500여명이 ‘일본과의 분쟁 해결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이 피해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국 정부는 같은 해 일본 정부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靑 비서실장·수석 4명 교체]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누구

    [靑 비서실장·수석 4명 교체]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누구

    김기춘(74)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그러나 과거 행적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우선 김 비서실장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장본인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직후였던 그는 부산 초원복집에서 지역 기관장을 모아놓고 선거대책회의를 열어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김 비서실장은 유신헌법의 초안 작성에도 참여했다. 지난 3월 유신헌법에 기반한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적극 관여했다는 점도 야권이 반발하는 대목이다. 김 비서실장은 200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8월 공안검사로서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냈다.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던 박정희 정권 말기에는 청와대 비서관도 지냈다. 이례적으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연이어 역임한 뒤 정치에 입문한 김 비서실장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김 비서실장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캠프의 법률지원단장으로 각각 중용했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김 비서실장은 학창 시절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의 1기 장학생이었으며, 장학회 출신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김 비서실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김 비서실장은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고 입이 무거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반기 국정운영에 고삐를 죄고 청와대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내년 도입 ‘치과 전문의 제도’ 무엇이 달라지나

    내년 도입 ‘치과 전문의 제도’ 무엇이 달라지나

    내년부터 동네 치과의원도 ‘교정’, ‘보철’ 등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게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치과 진료환경이 조성되게 됐다. 그러나 전문의 치과의 ‘진료 제한’ 문제를 두고 정부와 치과 개원의들의 견해가 달라 후유증이 적지 않은 데다 준비도 부족해 혼란이 예상된다. 치과 전문의제도 도입 논의는 1998년 ‘시험 불실시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본격화됐다. 이에 따라 전문의제도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는 2001년 대의원총회에서 전문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소수 전문의제’에 합의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2008년까지 치과의원에 전문과목 표시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의료법을 개정했고, 2008년에는 이를 2013년까지 연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문제는 논란을 거쳐 치과 전문의제도를 도입했지만 정부와 치과계의 합의 때문에 정작 환자들은 누가, 어떤 전문의인지도 모른 채 진료를 받아오고 있다는 점. 실제로 사랑니 발치와 같이 위험부담이 따르는 시술을 받으려 해도 어디가 구강외과 전문 치과인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과목 표방 금지 규정이 내년부터 풀리게 되지만 모든 치과병·의원이 당장 전문과목을 표방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정과나 소아치과 등 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분야와 달리 환자들이 많지 않은 분야도 있기 때문. 현행법은 일단 전문과목을 표방하면 다른 분야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교정치과’를 표방한 치과의원은 교정치료에 앞서 필요한 충치나 잇몸질환을 치료하지 못해 환자가 다른 곳에서 해당 치료를 먼저 받고 와야 한다. 치과계 안팎에서는 이런 진료 제한 규정 때문에 내년에 전문치과 의원이 등장하더라도 환자의 불편과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일반의도 볼 수 있는 진료를 치과전문의에게만 금지한 이 규정이 ‘과잉금지’와 ‘환자권리 침해’ 등으로 해석돼 위헌 소지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아직까지 전문과목별 진료 허용범위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복지부는 지난해 기존 치과의사들이 일정 과정을 이수하면 ‘치과통합임상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개원의들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치과 개원의 단체는 전문과목 치과를 소수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과목 표방을 억제하지 않으면 기존 치과의사도 형식적인 교육을 거쳐 모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대한치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치과 진료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 치과의사로 충분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불편과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문의 치과를 찾을 이유가 없다”면서 “치과 전문의가 는다 해도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전문의를 표방하지 않을 것이므로 기존 소수 전문의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치과의사의 34%가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등 ‘소수 전문의제’의 틀은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환자와 기존 치과의사의 권리를 모두 보장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헌재 “일제 작위만 받아도 재산환수 합헌”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면 친일행위와 관계없이 재산을 국가에 귀속토록 개정한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친일인사로 지목된 조선왕족 이해승씨 손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된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헌재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았다면 반민족적 정책 결정에 깊이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고 그 자체로도 일제강점 체제의 유지·강화에 협력한 것”이라며 “한일합병에 공을 세운 다른 친일 인사와 다르다고 볼 수 없어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한 헌법 조항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은 이씨 손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소송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종 생부인 전계대원군 5대손인 이씨는 1910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와 현 가치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은사금 16만 8000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친일인사로 지목됐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동행명령 위헌… 6일까지만 증인 채택하면 된다”

    “동행명령 위헌… 6일까지만 증인 채택하면 된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일 “청문회에 불출석한 증인에게 ‘동행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 “헌법이 규정하는 영장주의에 어긋난다”고 반대 논리를 폈다. 권 의원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여당이 법치주의를 포기할 수 있나. ‘불출석’ 앞에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를 넣는 것은 받아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요구대로 조건 없이 동행명령 요구에 합의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권 의원은 국정조사 파행의 원인과 책임과 관련, “민주당 강경파 때문”이라면서 “여야 간사 간 이견 없이 협상이 잘 진행돼 왔는데 언론에서 ‘민주당이 무능하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민주당) 강경파들이 ‘지도부가 무능하다’며 반기를 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출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민간인이니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에서 기소가 되고 구속이 된 마당에 우리가 나오지 말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2010년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 때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그해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아 부당한 불출석을 전제로 한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지만, 검찰이 재판 중인 참고인의 출석은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사례를 들며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 요구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2007년 BBK 특검 때도 검사가 관련 참고인 동행명령을 내렸지만 헌법재판소가 ‘동행명령은 헌법상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체포·구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도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권 의원은 국조 정상화와 관련, “기한이 8월 15일까지니까 6일까지 증인 채택만 합의되면 13~15일 국정원 기관보고와 청문회 등을 다 마무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오승호의 시시콜콜] 공공채용 지방대 할당제 ‘법제화’ 실효성

    [오승호의 시시콜콜] 공공채용 지방대 할당제 ‘법제화’ 실효성

    ‘지역균형 발전’은 역대 정권마다 단골 메뉴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인 1989년 정부투자기관경영평가위원회는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 촉진을 위해 정부투자기관의 지방대생 채용 할당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다. 본사가 지방에 있는 정부투자기관과 지방사무소 정원이 서울(본사)보다 많은 투자기관은 대졸 신규 채용 인력의 60% 이상을 지방대 졸업자로 뽑도록 했다. 나머지 투자기관과 4대 국책은행은 50% 이상 채용토록 했다. 채용 결과는 정부투자기관 평가 때 반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의무화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3년 우수대학생 초청 간담회에서 중앙정부 기관과 국영기업체에 지방대 출신을 일정 비율로 채용토록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20여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여전하고,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방대는 발전하기는커녕 외려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대 육성을 위한 레퍼토리는 다를 바가 없다. 현재 5급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7급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 채용목표제는 결과를 공표하고, 공공기관 평가 때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이런 방안은 지방대학육성특별법 제정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원의 20%를 지방대 출신으로 하는 5급 공무원 지방인재 채용 목표제는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전체 선발 인원이 100명일 경우 지방대 출신 합격자가 가령 10명밖에 안 되면 합격점에서 2점 이상 차이 나지 않는 범위(커트라인이 80점이라면 78점까지는 받아야 가능)에서 나머지 10명을 추가로 합격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제도에도 불구하고 지방대 출신 비율이 9~10% 선에 머물고 있다. 점수가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7급 시험에서 지방대 출신 채용 비율을 20%로 할지 여부는 정하지 못했다. 가령 커트라인보다 4~5점 이상 낮은데도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추가 합격시키는 것은 무리가 뒤따른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수도권 대학 출신들과의 역차별이나 위헌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의식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채용목표제 30%를 채우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대 출신이 50% 이상인 곳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명도 없는 곳도 적잖다. 예컨대 원자력 분야 등 공공기관의 특성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법으로 사실상 강제한다고 해서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삼성, LG,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지방대 출신들을 30% 이상 뽑고 있다. 공직사회도 열린 채용을 확대하는 것이 지방대 발전에 더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닐까. 논설위원 osh@seoul.co.kr
  • [세종청사는 ‘돈 먹는 하마’] 세종시 공무원 “안행부가 내려와서 살아봐라”

    “안전행정부가 안 내려갔으니 이런 비효율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타 부처 공무원들은 안행부에 대한 불만이 크다. 중앙부처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비효율 개선 업무를 맡고 있는 안행부가 정작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안행부 직원들이 실제로 내려와서 세종시 생활을 해보고 몸소 비효율을 겪어 보면 대처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공무원과 국정운영 시스템을 관리하는 안행부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2005년 ‘신행정수도(세종시)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위헌확인’ 판결에 근거한다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국가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의미하는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는 6개 중앙부처인 통일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안행부, 여성가족부는 서울에 남아있기 때문에 세종시는 수도 이전이 아니라고 헌재는 해석했다. 특히 산하기관 가운데 치안 유지 업무를 맡은 경찰청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안행부의 세종시 이전은 ‘사실상의 천도’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 공무원들은 세종청사에서 일해보지도 않은 안행부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세종시 근무환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세종시로 이전한 기획재정부는 초기에 공무원 이전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부정적이었지만, 기재부의 세종시 이전이 시작되면서 월 20만원 이전수당 지급을 결정했다. 안행부는 직원 숫자가 3000명이 넘어 서울에 남아있는 부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더욱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의 성토 대상이 되고 있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사회부처의 한 공무원은 “안행부가 공무원 조직, 인사, 자금은 물론 교육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안행부와 업무협의를 하기 위해 빈번하게 서울 출장을 오는 불편함도 이중으로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세종시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지속돼 부대시설 구축이 늦어졌다”면서 “공무원들은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빨리 적응하는 게 답이다. 정착할 수 있도록 안행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지방 의·법대 지역학생 의무 선발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방대학 모집 정원의 일정 비율을 해당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자로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이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의대, 치대, 법대, 법학전문대학원과 같은 인기학과에 지역 고교 출신의 진학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행시, 외시 등 5급 공무원 선발시험에만 적용했던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가 7급 공무원으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대에 우수 인재를 유치해 지역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지방대학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 개선안은 지역인재 전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 지역인재 전형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원 자격을 특정 지역으로 한정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2014학년도 입시에서 금지하기 전까지 몇몇 지방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다. 정부는 공공기관에도 비수도권 지역인재를 30% 이상 채용토록 권고하는 내용 등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채용권고 준수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 밖에도 5급 공무원에 이어 7급 공무원 임용에도 지역인재 채용 목표제가 적용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서울광장] ‘뫼비우스’도 못 트는 나라가 무슨 문화융성/안미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뫼비우스’도 못 트는 나라가 무슨 문화융성/안미현 논설위원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면 불편하다. 메시지가 불편하고 장면이 불편하다. 김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가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고로 성기를 상실한,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소수의 마음을 표현한” 영화다. 지난 26일 ‘관계자 시사회’에서는 87%가 개봉에 찬성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두 차례나 ‘뫼비우스’에 사실상 상영 불가 판정을 내리자 “평론가·기자 등 관계자 시사회를 열어 반대표가 30% 넘게 나오면 영등위의 세 번째 판정에 관계 없이 개봉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애초부터 일반시민이 아닌 문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가 엿보이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공은 다시 영등위로 넘어왔다. 올 6월 초 영등위는 모자(母子) 성관계 장면 등을 문제삼아 이 영화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겼다. 이 등급을 받으면 제한상영관에서만 틀어야 한다. 김 감독은 20여컷을 잘라내 재심의를 요청했다. 영등위는 그래도 반사회적이라며 지난 16일 또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김 감독의 대응이 궁금했다. 과연 엎을 것인가, 아니면 더 자를 것인가. 궁금증은 생각보다 빨리 풀렸다. 영등위의 재심 판정이 나온 지 이틀 만에 김 감독은 “밤새 살을 자르듯 필름(50초 분량 12컷)을 더 잘랐다”며 세 번째 심의를 받겠다고 밝혔다. 상업영화판과 결탁했다며 한때 제자였던 유명 감독을 실명 비판했던 그인지라 다소 뜻밖이었다. 혹자는 가위질하지 말고 영등위의 권유대로 제한상영관에서 틀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다. 현행법상 제한상영관은 선전물이나 광고를 극장 밖으로 보이게 해선 안 된다. ‘성인전용관’이라는 간판을 밖에 걸 수조차 없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을 살거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제한상영가 등급이 아닌 영화도 틀 수 없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40편이 채 안 된다. 팔 물건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선전조차 못 하는데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누가 이런 극장을 운영하려 하겠는가. 영등위는 법률에 보장된 영화등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것뿐이고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존재하지도 않는 전용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막연한 등급 분류 보류 제도가 2001년 위헌 판정을 받자 ‘기준’을 내세워 보완한 게 지금의 제한상영가 등급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상 상영 금지에 해당돼 위헌이라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5월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 취소 판결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라도 위헌 소지가 다분한 제한상영가 등급은 없애야 한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고 싶으면 전용상영관이 생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이도 저도 당장 어떻게 할 자신이 없으면 관객에게 선택을 맡겨야 한다. 영화 ‘피에타’가 지난해 국제영화제에서 아무리 큰 상(베니스영화제 최고작품상)을 탔어도 김 감독의 작품을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관객은 상영관을 찾지 않았다. 호기심에 찾았다가 중간에 퇴장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런데 아예 선택조차 못하게 빗장을 거는 것은 한국 성인관객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문화융성을 4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는 다른 산업에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더해주는 21세기 연금술”이라며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화정책은 현장 중심의 논의와 신선한 발상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전용극장이 없는데 전용극장에서만 틀라’는 코미디 같은 지침이 나오는 나라에서 어떻게 ‘문화융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hyun@seoul.co.kr
  • 정부부처 홈피는 ‘개인정보 온라인 치외법권’

    정부부처 홈피는 ‘개인정보 온라인 치외법권’

    정부 부처 홈페이지 10곳 가운데 6곳이 실명 인증의 하나로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부터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됨에 따라 민간의 모든 웹사이트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됐지만 정작 이를 주도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한 정부 부처가 개인정보 보호를 ‘나 몰라라’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을 아예 적용받지 않아 ‘온라인 치외법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신문이 29일 정부 부처(17부 3처 17청)의 홈페이지를 전수조사한 결과 37곳 가운데 22곳(59.5%)이 회원 가입이나 게시판 글을 등록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웹사이트들이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없애고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 아이핀(I-PIN) 등 다른 대체 수단으로 전환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상담 신청)와 보건복지부(자유게시판), 소방방재청(청장과의 대화)은 아예 주민등록번호로만 실명 인증이 가능하다. 주민등록번호와 공공 아이핀 등 두 가지 수단으로 등록이 가능한 정부 부처 홈페이지는 모두 19곳으로 조사됐다. 반면 민간 웹사이트처럼 주민등록번호를 아예 받지 않는 곳은 산림청이 유일했다. 산림청은 대신 공공 아이핀과 공인인증서, 휴대전화로 실명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관할하는 방통위는 홈페이지 민원신고센터 실명 인증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최근 1일 평균 방문자 수가 1만명이 넘는 웹사이트 1080곳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이를 위반한 기업 1곳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 제재를 받은 민간 웹사이트 측이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해 낼 만한 대목이다. 회사원 김지은(25·여)씨는 “정부 부처라고 해서 회원 가입을 할 때나 게시판 글을 쓰는 데 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얼마 전 청와대 홈페이지도 해킹을 당했는데 정부 부처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웹사이트는 방통위 소관이 아니라 안전행정부에서 관리한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책임을 피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을 적용받지 않는 정부 부처도 지난달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면 안 된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사무국장은 “정부 부처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경우 개인정보 동의 절차나 약관이 허술하고 구조적으로 잘못된 경우도 많지만 처벌받는 사례가 없었다”면서 “특히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정부 부처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지역인재 채용에 수도권大 지방학생들 속앓이

    전북 순창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이모(27)씨는 최근 한국전력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전이 서류 전형에서 지방 출신학교 지원자에게 3%의 가산점을 준다고 공고했지만 이씨와 같은 지방 출신 수도권 대학 진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23일 “1~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공기업 입사 시험에서 가산점 3%는 웬만한 자격증 하나와 맞먹을 정도로 큰 혜택”이라면서 “고향이 전북인데도 수도권 대학을 나왔다고 지역 인재로 분류받지 못한다면 이는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역인재 채용 우대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은 지역 인재의 기준을 거주지가 아닌 출신 대학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정작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방 출신 인재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방대 출신 공직 채용 할당제’ 공약과 정치권의 관련 법률 개정 움직임에 맞춰 지역인재 채용 우대 정책이 졸속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방대생 우대는 가산점 부여나 할당제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은 대부분 해당 지역 출신 인재를 일정 비율로 채용하는 ‘채용 목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도 지방대 출신 공직 채용 할당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지방 소재 대학 졸업자의 단계별 합격자 비율이 30%에 미달하면 부족한 인원만큼 추가 합격시킬 수 있도록 우대 사항을 채용 공고문에 명시했다.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진정한 ‘지방 인재’는 지방대 출신이 아니라 지방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 “지방대 할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적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채용 방식이 일부 위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만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을 드러냈다. 지방대학 교수들은 일부 역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대생 우대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 출신 학생이 상대적으로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면 이미 취업 경쟁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인재 배출의 통로가 되는 대학 간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만큼 기회의 균등만으로는 시정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특단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 지역 대학에 진학해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현실 속에서 지방대를 살리고 소외된 지방대 졸업생들을 보호할 최소한의 적극적 조치”라고 항변했다. 반면 전영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군 가산점 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듯이 취업의 형평성 문제에서 지역대학 우선이라는 조치는 문제”라면서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취업시장에서 출신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보다 다른 정책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이슈&논쟁] 제한상영가 등급제

    [이슈&논쟁] 제한상영가 등급제

    영화가에 ‘제한상영가 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논란의 불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이 영화는 지난 6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첫 번째 심의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일반극장 상영이 불가능했다. 극 중 아들과 어머니의 성관계 장면 등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의 이유였다. 감독은 20여컷을 수정하거나 삭제해 재심의를 요청했으나 지난 16일 영등위는 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감독은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필름을 더 잘라내 영등위에 세 번째 심의를 신청하되 오는 26일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 뒤 찬반투표에서 30% 이상 반대하면 아예 개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제한상영가 등급 전용관이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영등위원장의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贊] “외부로 표현되는 예술의 자유는 그 사회가 용인하는 한계 지켜야” 이우승 변호사·영등위 감사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가 “직계 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 표현이 과도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이를 두고 영화계 일부에서는 제한상영가 결정이 ‘사전검열’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와 등급분류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외부에 표현되지 않은 채 내부에 머무는 한 절대적인 자유에 속하는 양심의 자유, 신앙의 자유와는 다르다. 외부적으로 표현되는 예술의 자유는 그 사회에서 용인하는 한계를 넘는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영화계 일부에서는 “모든 예술적 표현이 가능해야 하며 어떤 영상물이든 자유롭게 상영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표현의 자유라 할지라도 언제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표현물이 공개되고 유통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서 제한상영가 등급의 헌법적 권위가 확인되는 것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폭력적, 선정적 표현이 담겼거나 일반적인 사회윤리나 국민정서에 끼칠 부정적 내용이 담긴 영화라면,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제한된 공간(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라는 제도이다. 영국, 호주 같은 선진국들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공공성에 기반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등급제도는 이미 완성된 영상물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요구하지 않으며 단지 관람에 적절한 연령별 등급을 결정하고 내용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그것도, 대중을 상대로 상업적 상영을 할 영화에만 적용된다. 그럼에도 최근 영화계 일부에서는 “예술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위헌”이라며 등급분류의 공익적 가치와 신뢰를 부당하게 흔들고 있다. 현 등급분류제도가 “사전검열이 아니며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한 이용연령분류 절차”라는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남용이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등급제도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널리 채택한 제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세르비안 필름’이란 영화가 좋은 예다. 2012년 영국에서는 이 영화의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 및 아동 성폭력 장면 등이 문제가 돼 4분 11초를 삭제한 후에야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영국은 등급기구에 영화 삭제 권한이 있음) 호주에서는 ‘등급거부’ 결정이 나와 상영을 하지 못했고 스페인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 선진국에서도 그 나라의 공공적 가치를 저해하는 표현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한상영가 등급제도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해를 조정하는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며, 표현의 자유와 공공적 이해의 중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없어 사실상 상영할 곳이 없다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등급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정부에서 제한상영관 운영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으니, 이는 별도로 해결할 문제다. 제한상영가 제도의 근본적 취지를 이해한다면 ‘표현의 자유’ 논쟁은 쉽게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 [反] “제한상영 등급은 상영불가 판정… 도덕적 잣대 시험 관객에 맡겨야” 김영진 영화평론가·명지대 교수 1996년 무렵 나는 영화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때 그 매체의 기자들은 지속적으로 수년간 끈질기게 검열철폐 캠페인 기사를 썼다. 그때까지 한국의 심의제도는 원성이 높았다. 조금씩 규제기준이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검열이었다. 검열과 심의는 다르다. 심의는 관람등급만 매기는 것이고 검열은 제작주체에게 삭제를 강요하는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에 확립된 완고한 기준은 질긴 관성을 발휘해 누구에게는 금기를 깨는 예술적 표현인 것이 다른 누구에게는 사회적으로 유해한 불량품으로 보였다. 2000년 헌법재판소가 당시의 심의제도가 사실상 검열이라며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시대정신의 반영이었다. 그때 이후로 한국영화는 확대된 표현의 자유를 업고 르네상스를 누렸다. 한참 영화심의제도 개선 문제로 시끄러웠던 그 시절,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를 기억한다. 그 영화는 예매 개시 직후 삽시간에 표가 매진됐고 극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외설 판정을 받고 극장개봉이 불투명했던 그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들은 시큰둥했고 어떤 이들은 흥분했다. 가장 위선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의 대답은 이랬다. “이 영화는 극장개봉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보기엔 부도덕하고 유해합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발품을 팔아 영화를 봤을 어떤 시민들의 이런 반응을 방송 인터뷰에서 보고 나는 아연실색했다. “당신은 봐도 되고 우리는 보면 안 되나”라고 즉각 반문하고 싶어진다. 우리 중 일부 사람들에게는 오랜 세월 내면화된 검열관의 마음이 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가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착각을 받는다. 요즘 영화인들 사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기준이 퇴행적이라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강우석의 ‘전설의 주먹’은 학교 폭력이 나온다는 이유로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이 영화에는 분명 학교 폭력이 나오지만 주제는 청소년기에 잘못된 폭력을 휘두르면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친절하게 설득하는 건전한 가족영화 쪽이다. 요사이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는 두 차례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것은 상영불가 판정이다. 한국에는 제한상영가 등급 전문상영관이 없으니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려면 심의위원들이 지적한 부분을 잘라야 한다. ‘뫼비우스’에 상영불가 판정을 내린 심의위원들에게 항변하고 싶다. 당신들은 판단해도 되고 우리는 판단하면 안 되나. 명색이 영화평론가인 필자도 아직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존재하지 않는 극장에서 상영하라니 김기덕의 ‘뫼비우스’는 사실상 포르노나 극악무도한 스너프 필름과 같은 대접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김기덕의 영화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평론가지만 그가 위험한 예술가라는 점만은 존중한다. 그가 도덕적 금기를 깨는 묘사를 일삼는 감독이고 그의 영화의 표현수위가 우리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가 금기시된 묘사를 할 때 그럴 만한 예술적 동기를 제시하는 통찰의 소유자라는 점은 인정한다. 아마도 ‘뫼비우스’는 이전까지의 김기덕 영화에 비해 더 과격한 묘사가 들어있을 것이다. 영화평론가이자 관객으로서 나는 이 영화가 건드리는 도덕적 잣대의 시험에 기꺼이 들고 싶다. 이미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한 영화감독의 신작을 밀실에서 몇 명이 자기들 마음대로 상영불가 판정을 내리는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기덕은 최근 보도자료를 돌려 관계자들을 모아 시사한 뒤 여론청취라도 하겠다고 읍소했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도덕적 금기와 혼동하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선진국 운운은 비극이다.
  • [시론] 종편 이제 원위치 찾아야/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론] 종편 이제 원위치 찾아야/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미디어 관련법이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 개정 절차에 위헌,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그 해결의 공은 국회로 넘겼다. 날치기의 주범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 리 없었고 방송법과 신문법은 유지됐다. 최대 수혜자는 뉴스를 하는 방송에 진출하고 싶었던 신문사업자들이었다. 당시 방송시장의 환경을 고려하면 한 사업자도 버겁다는 학계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4개 사업자를 새로 승인했으니 말이다. 물론 주요 신문사업자들이 대주주인 종편(종합편성채널)은 경영 성적표를 내세우며 자신들이 수혜자가 아니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편의 현재 성적표와 무관하게 그 과정과 절차는 정확하게 따지고 넘어 가야 한다. 다시는 이 같은 무리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곧 종편의 재승인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격 미달이면 취소도 불사해야 한다. 애초 방송시장 확대 명분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했다. 방송시장이 성장잠재력이 있다는 이명박 정부의 초기 예측은 수치상 오류임이 곧 밝혀졌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을 문제 삼았지만 사실 신문시장의 여론 독과점이 더욱 심했다. 더군다나 신문시장의 최강자들이 방송시장에 진출한다면, 전체 여론 시장의 집중도는 더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종편의 승인 심사 과정도 문제였다. 공정성을 위해 유일하게 밝혔다는 심사위원장 이병기 교수가 당시 유력한 대선 예비 후보였던 박근혜 의원이 설립한 ‘국가미래연구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알려졌다. 이것과 작년 대선 기간 종편이 끊임없이 공정성 시비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무관하지 않다고 하면 억울할까? 그렇다면 당시 심사위원장을 교체했어야 마땅했다. 또 묘하게도 종편 승인 과정에서 탈락한 사업자들은 정량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고, 승인 사업자들은 비계량적인 정성 평가에서 결과가 좋았다. 이런 우연의 일치가. 승인 이후에는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채널 배정에 대해 최시중 당시 방통위원장이 소위 황금연번채널을 주어야 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를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등 특혜를 언급하더니 그대로 시행됐다. 신규사업자만 들어오면 방송시장이 확대될 것처럼 주장하더니 승인 후에는 오히려 특혜를 준 것이다. 이미 법적으로 방송권역, 의무전송, 국내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 중간광고 허용 등 동일 방송시장에서 경쟁하는 지상파에 비해 많은 혜택이 보장돼 있는 종편에 또다시 특혜를 준 것이다. 특혜의 백미는 방송광고를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지상파의 경우 방송광고를 미디어렙이라는 판매대행사를 통해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방송사와 광고주의 유착을 억제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종편은 광고 판매에 유리하도록 공정성 장치를 풀어 주었다. 최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쾌거를 이루었다. 승인 과정의 의혹을 풀기 위해 오랜 재판 끝에 방통위가 공개를 거부한 승인 심사 자료 공개 결정을 받아냈다. 12만 쪽에 이르는 자료 분석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공정성을 위해 사업계획서에서 제안했던 사안들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종편은 이명박 정부의 특별 관리 속에 탄생한 기형적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승인 심사가 공정했는지, 승인 과정에서 법적 오류는 없었는지에 따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재승인 심사에서 승인 시 약속 사항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엄격하게 따져 이에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또 동일 시장, 동일 경쟁 조건의 원칙에 따라 특혜 요소는 하루빨리 개선해야만 한다. 그것이 방송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건전한 방송 체제를 유지하는 길이다.
  • [주말 인사이드] 그분의 정치投, 먹먹한 감동投, 배꼽티 섹시投… 시구 속 사회

    [주말 인사이드] 그분의 정치投, 먹먹한 감동投, 배꼽티 섹시投… 시구 속 사회

    시구(始球)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기에서 유명 인사가 던지는 공이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매 경기 시구를 한다. 꼭 유명 인사가 시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시구는 프로야구 경기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19일 포항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시구자로 ‘다둥이 가족’ 김경헌씨의 아홉 자녀가 동시에 9명의 포수에게 공을 던져 큰 박수를 받았다. 시구에 숨어 있는 사연을 알아봤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LG. 시구자가 유명해지는 경우가 늘면서 연예인들의 문의가 쇄도한다. 시구자 중 절반 정도는 구단이 아닌 기획사에서 먼저 연락한 경우다. LG는 한 달 전에 시구자 섭외를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인지도와 야구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구자를 고른다. 시구자는 경기 시작 1시간~1시간 30분 전 도착해 실내연습장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는다. 당일 선발을 제외한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투구 자세와 공 던지는 법 등을 설명한다. 시구를 마치면 유니폼 상의와 모자, 프리미엄 좌석(4석)을 선물로 받는다. 엄순홍 LG 마케팅팀 과장은 “연예인이 시구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구단 가치가 높아지거나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팬 서비스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연고 구단은 향토기업 인사나 팬들을 시구자로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욱 롯데 홍보팀장은 “연예인들이 시구를 위해 부산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다양한 지역 인사로부터 시구 요청을 받는데, 공익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KIA는 네임데이 행사가 펼쳐지는 경기에서는 관계자들에게 시구를 맡기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대학교의 날’로 지정된 경기에서는 총장이나 학생회장이 시구를 하게 한다. 지역 단체장이 시구를 희망하면 소정의 기부금을 받은 뒤 연말 성금으로 활용한다. 허권 KIA 홍보팀 차장은 “시구자로 선정된 일반인들은 경기 전 1시간가량 구단과 함께하면서 우리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시구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있었다. 오쿠마 시게노부 전 일본 총리가 1908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미프로야구(MLB) 연합팀과 와세다대와의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와세다대를 설립한 그를 예우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2년 뒤인 1910년 윌리엄 태프트 당시 대통령이 워싱턴 구장에서 첫 시구를 했다. 당시 시구는 마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첫 시구의 주인공도 대통령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삼성-MBC전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각하’의 경호는 삼엄했다. 야구장 화장실과 더그아웃, 그라운드에도 경호원이 배치됐고, 구심의 공 주머니까지 수색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의 ‘행차’가 너무 요란했던 탓일까. 이후 대통령의 시구는 많지 않았다. 김영삼, 노무현 전 대통령만이 마운드에 섰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잠실 삼성-LG전 개막전에서 시구하는 등 세 차례나 야구장을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올스타전에서 한 차례 ‘깜짝’ 시구를 했다. 참고로 미국은 태프트 전 대통령 이후 지미 카터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개막전이나 올스타전, 월드시리즈에서 시구를 했다. 개막전이 갖는 무게감 때문인지 이후에도 시구는 ‘묵직한’ 관료와 단체장이 맡았다. 1983년 개막전(잠실 OB-MBC전)은 이원경 당시 체육부장관이 시구를 했고, 이듬해부터는 체육부차관과 서울·인천·대구·부산·광주시장 등이 돌아가며 마운드에 올랐다. 대통령이나 고위 관료가 시구한 것은 ‘프로야구 정치학’을 함축한다. 하지만 1989년부터 시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강수연이 4월 8일 광주 빙그레-해태 개막전에서 연예인 최초의 여성 시구자로 나선 것. 김집 당시 체육부장관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와 환호를 받았다. 같은 날 잠실에서 열린 MBC-OB전에서는 OB베어스 1호 성인 회원 이국신씨가 나서 시구자의 지평을 일반인으로 넓히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연예인 시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일반 팬이나 장애를 이긴 감동 사연을 가진 인물들도 종종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반면 축제 성격이 강한 올스타전에서는 처음부터 연예인들이 시구자로 나섰다. 1982년 7월 1일과 3~4일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배우 이경진과 정애리, 정윤희 등 당대의 인기 스타들이 차례로 시구를 했다. 남성 연예인 중에서는 신성일이 1984년 올스타전에서 첫 시구자의 영예를 누렸다. 한국시리즈 시구자 중 눈에 띄는 인물은 피터 오말리 LA 다저스 전 구단주다. 그는 1982년 한국시리즈 4차전과 1989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각각 시구를 했다. 박찬호와 서재응, 최희섭, 류현진이 잇달아 입단한 다저스는 이때부터 한국 야구와 인연을 맺었던 것. 톡톡 튀는 시구자도 많다. 1984년 올스타전에는 부녀자 멀리던지기 대회 우승자인 박정일씨가 초청받았고 1989년 올스타전에는 물구나무서기 세계기록보유자 신동묵씨가 선정됐다. 2001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프로야구 원년 개막일 출생자 유연희, 김인재씨가 마운드에 올랐다. 2006년 개막전(문학 현대-SK전)에서는 8살에 인하대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송유근군이 시구를 했다. 가장 심금을 울린 시구는 2001년 잠실 두산-해태 개막전의 애덤 킹(한국명 오인호)일 것이다. 킹은 뼈가 굳고 다리가 썩는 선천적 중증장애를 갖고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미국으로 입양된 아홉 살 소년이었다. 그러나 티타늄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마운드에 올라온 뒤 씩씩하게 공을 뿌려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배우 홍수아, 모델 이수정 등은 선수 못지않은 멋진 폼으로 포수 미트에 정확히 공을 꽂아넣는 ‘개념 시구’로 인기를 끌었다. 손연재와 양학선, 신수지는 체조 기술을 응용한 동작으로 와인드업을 해 큰 갈채를 받았다. 특히 신수지의 ‘백일루션 시구’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골퍼 장하나 등 다른 종목 프로 선수들의 시구가 늘고 있다. 1992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했던 김사율 당시 감천초 야구선수는 지금 롯데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자라면, 특히 연예인이라면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 그러나 몇몇은 노출이 너무 심한 의상으로 마운드에 섰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5월 3일 잠실 두산-LG전에서 가수 클라라는 배꼽이 보이도록 짧게 줄인 두산 유니폼과 하반신 각선미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레깅스를 입고 마운드에 올라 남심을 흔들었다. 레이싱모델 윤승연도 2011년 핫팬츠에 상의가 절반가량 드러난 옷을 입었고, 중국 배우 장쯔이는 시구 도중 의도치 않게 속옷을 노출하고 말았다. 시구자가 결석한 경우도 있다. 2004년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예정됐던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는 경기가 임박해서 불참을 통보했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에 따른 대책회의가 시급하다고 해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부랴부랴 대체자를 수소문했고 전년도 한국시리즈 7차전 시구자였던 배우 박정아를 섭외했다. 덕분에 박정아는 한국시리즈 두 경기 연속으로 시구를 한 유일한 인물로 남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英 동성결혼 내년부터 허용

    영국에서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지난 5월 프랑스가 동성 결혼을 허용했고 미국에서도 최근 동성 결혼 금지법 위헌 판결이 내려지는 등 동성 결혼 허용이 확대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문화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이날 상원을 통과한 법안에 대해 하원에서 최종 토론을 벌인 후 17~18일 국가원수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 결혼 허용에 따른 연금 수혜 등의 관련 문제를 정리한 뒤 첫 동성 결혼은 내년 중반쯤 치러질 것으로 대변인은 전망했다.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적용되는 이 법이 시행되면 동성 커플도 합법적인 부부로 인정받고, 민간이나 종교기관에서의 동성 결혼식도 허용된다. 다만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성공회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금지된다. 영국은 2005년부터 동성 커플에게 결혼한 부부와 비슷한 권리를 부여하는 ‘시민 동반자’ 제도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동성 커플이 정식 부부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성 결혼 허용을 주장해 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집권당 일각의 반대 속에서도 동성 결혼 허용 법안을 추진해 왔다. 동성 결혼 법안이 이날 상원을 통과하자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은 크게 환영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법안 통과는 상징적 중요성이 크다”며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이성애와 동등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성 결혼 반대론자들과 집권당 내 강경파들은 동성 결혼 허용 법안 통과가 캐머런 총리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도우파 보수당은 물론 성공회 등 안팎의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동성 결혼을 허용한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덴마크, 우루과이, 뉴질랜드 등 14개 국가에 이른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사설] 강제징용 배상 적극적 외교대응 뒷받침돼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서울고법 민사 19부는 그제 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옛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1995년 일본에서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후 18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지 8년 만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물은 역사적 판결을 내렸을 때도 지적했듯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을 넘어 어떻게 실질적인 배상 효과를 거두도록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와 당사자인 신일철주금은 즉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재산청구권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판박이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 법원 판결의 영향력이 기본적으로 국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강제징용이라는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일본 스스로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은 과거의 죄악을 잊지 않겠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역자 167만명에게 6조원이 넘는 보상금을 줬다. 영국은 제국주의 시절 자국 식민지였던 케냐에서의 과오를 인정하고 본격적인 배상 협상에 나섰다. 일본이 진정 아시아 최고의 문명국이라면 눈을 들어 이웃을 똑똑히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또한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강제징용 피해보상은 단순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강제징용 또한 그에 못지않은 무게를 지닌 국가적 사안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신고자는 전국적으로 22만여명에 이른다. 이번 판결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겠지만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이 긴요하다. 기약 없는 소송의 세월을 보낸 징용 피해자들은 “패소보다 무서운 게 사회의 무관심”이라고 증언한다. 정부도, 시민사회도 강제징용 과거사 해법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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