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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어려울수록 투자 위축돼선 안된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급속히 확산되는 조짐이 뚜렷하다. 달러화에서 시작된 돈 가뭄이 원화로 이전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음식점과 PC방, 노래방 등 서민의 생활과 직결된 영세업체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가 하면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매출 감소세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는 그제 고강도의 긴급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하는 한편 조만간 미분양주택 해소를 겨냥한 부동산경기 활성화대책을 비롯한 내수진작책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은 금리의 조기 인하도 고려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지금의 글로벌 위기국면을 타개하려면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전방위 경기부양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정부가 어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전 정권의 총리와 고위 경제관료가 포함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어 의견을 구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현 상황을 타개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기업이 전면에 나서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10여년 전 경쟁국들이 경기 변동에 순응해 투자를 기피할 때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휴대전화와 조선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았던 경험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주요 대기업의 CEO들이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하더라도 투자는 예정대로 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지금 절실한 것은 바로 이같은 기업가 정신이다. 역사가 입증했듯 위기 가운데 반드시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각국이 쏟아내고 있는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우리에겐 더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금융위기 직격탄… 깜깜한 세계 자동차업계

    실적이 좋은 나라가 없다. 선진국부터 신흥시장까지 판매 실적은 일제히 하락했다. 실적이 좋은 기업도 없다. 미국 업체에 몰아닥친 한파는 유럽과 일본, 한국 업체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자동차 업계의 한파는 실물경제의 위기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면에서, 소비심리 위축과 실물경제 쇠퇴라는 악순환 고리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재편되는 美 자동차 업계 1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현지 3개 공장에서 1600명의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폰티액 픽업트럭 공장의 700명,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승용차 공장의 500명 등이 대상이다. 올 12월 초부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할 방침이다. 포드도 호주법인의 생산라인 근로자 450명을 감원하고 연말까지 작업일수를 한달 평균 최대 10일까지 줄일 방침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부담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9월 자동차 판매량은 96만대를 기록했다. 판매량이 100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3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다 결국 미국의 주요 전문기관들이 올해와 내년 미국 자동차 판매 전망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고 코트라 보고서가 전했다. J.D. 파워 앤드 어소시에이츠는 올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 예상치를 1420만대에서 1360만대로 줄인데 이어, 내년 전망치도 1430만대에서 1320만대로 수정했다. 글로벌 인사이트는 올해 전망치를 1380만대로, 내년 전망치는 1350만대로 각각 낮춰 잡았다. 올해도 좋지 않지만 내년은 더 나쁘게 보는 셈이다. 투자 회수 움직임도 일고 있다.GM은 1988년에 스즈키 지분의 10%, 이듬해에는 스바루 지분의 20%,2000년에 피아트 지분 20%, 2001년에 GM대우 지분 42.1%를 확보했지만, GM대우를 제외한 지분을 2005년부터 2006년에 걸쳐 처분했다. 지금은 공장 매각과 감산, 감원으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애스톤마틴과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마쓰다 등에 투자한 포드 역시 지난해부터 지분 매각에 동참했다. 얼마전에는 마쓰다 지분 33.4% 가운데 20% 매각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 가능성도 초미의 관심사다. 합병이 성사되면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빅3’ 에서 ‘빅2’ 체제로 완전히 바뀐다. 문제는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에도 이것이 위기 타개책으로 작용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차와 일본차도 위기 미국차에 비해 연비 면에서 비교우위를 점했던 유럽차와 일본차 업체들도 전 세계적인 소비둔화 앞에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자동차제조사협회(ACEA)는 지난달 유럽 내 승용차 판매량이 지난해 9월보다 8.2% 줄어 130만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10년만의 최저치로, 유럽이 세계적 금융위기의 사정권 안에 들었음을 시사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줄었다. 지난 8월 일본 8개 자동차 메이커의 해외 생산은 16.9% 급감했다. 지난달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2.3% 급감했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미국 시장의 수요 침체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 같다.”며 “신흥국의 자동차 수요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차도 위기의 복판에 현대·기아차그룹 출범 뒤 빠른 속도로 성장해오던 한국차들도 위기 국면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 계획 등 성장 전략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 소비가 급격하게 둔화된 점은 악재로 작용하지만,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동안 두 단계 비약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로 꼽힌다. 하지만 재고물량을 어떻게 처리하고, 성장 동력을 찾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내수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것 역시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35.3% 줄었다. 현대·기아차는 몇 차례 정몽구 회장 주재로 판매전략회의를 갖고 소형차와 신흥시장 위주의 전략을 세웠다. 해외 지역본부장이 판매 딜러를 직접 방문, 고객의 소리를 들은 뒤 개선할 점을 찾으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지금 업계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미국차, 친환경 소형차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유럽차 및 일본차, 저가의 신흥 메이커 차량들이 경쟁 체제를 다시 짜고 있다는 평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금융시장 안정대책] 정부, 경기 부양 ‘뾰족한 카드’ 없어 골머리

    정부가 거시 경제정책 기조를 ‘경기부양’으로 전환키로 하고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물가와 환율 불안 등 변수가 많아 판단과 선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국회에 제출한 감세안과 예산안을 차질 없이 추진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우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 서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담한 감세정책과 함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수출 위축에 따른 문제를 내수로 메우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26조원 규모의 감세 조치를 담은 각종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관철하기로 했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소득세 등을 낮춰 내수가 가라앉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금융, 실물 경기가 모두 어려워진 만큼 감세의 당초 취지를 살리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건설경기 활성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정책 수립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확대재정의 재원 마련 문제다. 감세 기조 하에서 무슨 돈으로 추가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해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예산안을 국회에서 수정한다고 해도 그 폭에 제한이 많은 만큼, 필요할 경우 국채발행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부 내 다른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기는 하지만 재정 건전성은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면서 “기존 지출계획의 항목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기에 흔히 사용하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경기 부양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에 비해 건설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부동산 버블 등 문제가 있어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무리하게 건설경기 부양에 나선다면 부동산 버블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키고 별 효과도 없이 국가재정만 축내게 될 것”이라면서 “건설 분야를 경기부양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에서도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국내 고용사정은 9월 취업자의 전년대비 증가폭이 3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11만명 선에 그치는 등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참여정부 때 당장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만들었던 사회적 일자리가 줄어든 데 큰 원인이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의 차원에서 일자리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석달 만에 최고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환율불안 등으로 여전히 물가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확대 재정의 부작용을 우려케 한다. 이와 관련, 재정부 관계자는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를 잡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면서 “경기 활성화 방안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결코 물가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금융시장 안정대책] 정부 지급보증땐 “외화조달 쉽고 금리 낮아져 달러 아끼는 것”

    [금융시장 안정대책] 정부 지급보증땐 “외화조달 쉽고 금리 낮아져 달러 아끼는 것”

    19일 발표된 정부와 한국은행의 금융대책은 ▲시중자금 유동성(원화, 달러화)을 확충하고 ▲금융시장(외환, 주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내년 6월까지 만기 외채 800억弗 정부는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 주기로 했다. 은행이 외국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한국정부가 나서서 대신 해결해 주는 것으로 자금조달을 쉽게 하고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각국이 정부 지급보증에 나선 상황에서 가만히 있다가는 자칫 우리나라 은행들만 국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은행(해외지점 포함)이 내년 6월30일까지 도입하는 대외채무에 대해 정부는 3년간 총 1000억달러 한도에서 보증을 선다. 한도를 1000억달러로 잡은 것은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되는 국내은행의 대외채무가 800억달러인 점이 감안됐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차환이 잘 이뤄지면 보유액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급보증이 보유액을 아끼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시중에 300억달러를 추가로 방출한다. 정부 관계자는 “200억달러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하는데 그 중 150억달러는 경매, 나머지 50억달러는 무역금융 지원”이라면서 “나머지 100억달러는 한은이 경쟁입찰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스와프자금 100억달러와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달러를 지원했다. ●韓銀서 채권 매입… 유동성 해소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국채 직매입, 통화안정증권 중도상환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원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은행권의 예금금리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경향으로 자금의 ‘제2금융권→은행권’ 이동이 심화되고 있어 비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의 기능도 크게 위축돼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은이 채권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풀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장기보유 주식 및 채권 펀드에 대한 세제지원을 통해 시장안정과 중장기 투자유도를 도모하기로 했다. ● 企銀 1조원 출자… 대출여력 키워 정부는 기업은행에 1조원의 현물출자를 해 대출 여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이 많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등 대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지난 8월 이후 은행권의 대출 증가액이 50% 이상 줄어드는 등 자금사정이 최근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 6월 기준 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0.49%로 국내 은행 평균인 11.36%에 미달하고 있다.”면서 “1조원의 자본을 증자하게 되면 중소기업 대출여력이 12조원가량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요 선진국에서 실시한 예금보호한도 상향 조정과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은 현재 시점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앞으로 필요할 경우 검토하기로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서울광장] 불황의 늪을 건너려면/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불황의 늪을 건너려면/우득정 논설위원

    MB노믹스가 총체적 좌초위기에 빠졌다. 올초 19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지수는 1200 아래로 주저앉았고, 물가는 목표선(3±0.5%)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경제 성장률은 하반기 4% 초반으로 떨어진 뒤 내년에는 3%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잘해야 100억달러 내외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자리는 목표치를 35만명에서 28만명,20만명으로 세차례나 낮췄음에도 반타작에 머물고 있다. 치솟는 금리는 600조원을 웃도는 가계대출의 목줄을 죄고 있다. 미국발(發) 국제 금융위기가 외환(外患)이라면, 앞으로 닥칠 실물부문의 내우(內憂)는 끝이 어디가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당국자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지만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세계 경제의 빙하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내우외환이 뒤엉켜 있지만 이를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을 맞아 대외개방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경제가 떠안아야 하는 비애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겠다며 준비했던 프로그램-감세와 규제 완화, 시장 활성화를 통해 제2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겠다던 취임 초의 포부는 펼쳐보지도 못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그렇다고 취임 첫해부터 MB노믹스를 접고 참여정부처럼 재정 팽창과 복지 확대로 선회하기는 죽기보다 싫을 것이다. 세계 경제에 폭우와 낙뢰를 동반한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음에도 MB노믹스 신봉자들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애써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이런 요행이 있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경제는 현실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우리의 주요 수출국들이 비명을 지르는데 우리만 콧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 벌써 조선, 반도체 등 주력상품의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수출 증가율 둔화-내수 부진-고용 위축-성장률 둔화라는 기나긴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불황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한계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사회적 약자들이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등 대혼란이 뒤따를지도 모른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예견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 첫번째가 재정운용계획을 복합불황에 맞게 다시 짜는 것이다. 건전성을 다소 희생하더라고 재정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사회안전망도 촘촘하게 손질해야 한다. 불황의 늪을 함께 건너려면 경제주체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명박 정부가 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MB내각으로는 고통분담을 요구해 봐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강부자 내각’ 등의 논란을 거치면서 국민의 눈높이, 시장의 신뢰와는 너무도 멀어졌다. 특히 경제팀은 오래전에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자본시장 참가자든, 기업인이든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당장 확인이 가능하다.‘MB노믹스 신봉자’라는 이유로 감싸는 것은 시장을 배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시장경제론자를 자임하는 이 대통령의 이율배반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격주로 라디오연설을 계속하기로 했다.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다. 다만 그 전에 시장과 대화할 수 있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내각을 재정비해야 한다. 위기는 불신을 먹고 산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학원 불패’ 신화 무너진다

    해마다 11월이 가까워오면 중·대형 학원가는 요동을 친다. 초·중·고등학교의 겨울방학이 임박하고 새학기 입시를 앞둬 학원가 내부에 ‘구조조정’이 벌어지는 탓이다. 한 해 동안 ‘뜬 강사’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재계약이 되고,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리를 떠나야 한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시작되는 연봉협상인 ‘스토브 리그(stove league)’처럼 강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실물경제 침체의 여파는 학원가에도 닥쳤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 학생들의 발길이 조금씩 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사교육은 끄떡없다.’는 ‘학원 불사’ 신화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학원들은 강사를 감축할 태세다. 서울 여의도의 한 영재교육업체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제의 위축은 학원에도 그대로 반영돼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학원별로 강사의 20~30%가 감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학원 강사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일부 젊은층들의 걱정도 많다. 서울 상계동에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김모(27·여)씨는 “학원 사정이 어려워져 서너명의 강사가 학원을 나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기업체 입사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올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 강사자리까지 잃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던 국제중 설립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설립 여부가 결정돼야 새해 커리큘럼을 짜고 재계약 강사수를 가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예측이 불가능하다. 서울 목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강사 강모(34)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채용규모를 줄이는 게 맞지만 혹시라도 새해 국제중 모집이 강행될 수 있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국제중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특강을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국제중 설립 자체가 오락가락해 11월 재계약 기간에 강사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많은 학원들이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국제중 입학대비 특강은 물론 ‘국제중 합격자 겨울방학 특강’,‘국제중을 위한 해외 영어몰입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던 터였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국제중 문제로 학원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국제중과 사교육 시장의 상관관계가 입증되는 셈”이라면서 “국제중 설립은 학원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실물경제로 번지는 금융위기] “亞 소비 늘어야 세계경제 사는데…”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아시아인의 소비가 경제성장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각국의 부동산 가격 및 증시 하락 속에서 지갑을 쉽게 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제로에 가까운 저축률과 과잉 소비의 대명사인 미국인과 달리 아시아인은 전통적으로 소비보다 절약을 미덕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이 뚜렷한 경기 침체기에 진입하면서 아시아 각국은 수출의 활로를 찾기 어렵게 됐다. 각국이 내수 촉진에 힘쓰고 있지만 수출 둔화를 이겨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는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400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급여를 인상하고 시중 은행의 지불준비금을 낮추면서 대출 활성화에 나섰다. 중국도 금리를 인하해 대출을 촉진하고 세금 인하로 내수 촉진을 시도하고 있다. 이프잘 알리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경제학자는 “아시아인들의 소비 행태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시아의 소비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각각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의 개인 소비지출이 인구 8200만명의 독일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럽 등 수출다변화에 나섰지만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타격을 피하긴 힘들다. 일본 경제의 위축세가 뚜렷해지고 신흥시장 인도마저도 경제성장률이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타이완, 싱가포르 등은 약한 내수 수요와 불안전한 재정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아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은 10년 전 외환위기와는 달리 무역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가 주 원인이다. 아시아인이 소비를 늘려야 자국 경제도 살리고 세계 경제도 살린다는 것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자산 디플레’… 家計에 충격파

    ‘자산 디플레’… 家計에 충격파

    #1. 대기업 입사 5년차인 김모 대리는 요즘 거의 패닉 상태다. 직장생활 동안 모은 전재산 5000만원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펀드에 발을 들여놓은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안 먹고 안 입어 결국 중국 증시만 키운 셈”이라면서 “수중에 가진 게 없으니 내년쯤으로 생각하던 결혼 시기도 더 늦춰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국내 금융사 차장인 임모씨는 지난 3월 ‘바닥’이라고 생각하고 서울 강동구의 30평형대 아파트를 6억원에 샀다. 그러나 지금은 5억원 초반대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주택담보대출로 받은 2억원의 이자는 그새 월 20만원 정도 불었다. 임씨는 “한달 이자만 150만원이 넘어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아이 학원비에 보태려고 얼마 전에는 담배도 끊었다.”고 말했다. 증시와 부동산경기의 침체에 따라 각종 자산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자율마저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 그에 뒤따르는 경기 침체 등 ‘자산 디플레’의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해외펀드 계좌당 평가손실 388만원 서민들의 자산가치 붕괴의 근원지는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10월31일 2064.85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내 코스피 지수는 이날 1180.67로 폭락했다. 거의 1년 만에 반토막 난 셈이다. 국내 펀드의 상당수가 물려 있는 홍콩증시 역시 2006년 6월 당시 수치까지 밀려났다. 지난해 10월16일 역대 최고치인 6092.06을 기록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나락에 빠지며 1900선까지 폭락했다. 이에 따라 해외주식형펀드 1359개의 평가손실 규모는 지난 9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30조 776억원에 이른다. 국내 주식형펀드 1035개의 평가손실도 24조 4879억원에 육박해 국내외 주식형펀드의 총 평가손 규모는 54조 5655억원에 이른다. 해외와 국내펀드 수익률은 각각 -45.19%,-30.97%다. 해외 펀드는 계좌당 388만원, 국내 펀드는 244만원 정도의 평가손이 생긴 것으로 추산된다.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된 지난 7월부터 이달 10일까지 해외 주식형펀드 설정잔액은 2조 9638억원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열흘 만에 4624억원이나 줄었다. ●9월 아파트 거래량 2006년이후 최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주(10월11~17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 내려 2003년 셋째주 -0.2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3개월여만에 0.81% 떨어졌다. 지난 9월 아파트 거래량은 2만 5636건으로 해당 통계작업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금리는 꾸준히 오르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압박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적용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이날 6.10%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 1월20일(6.13%) 이후 최고치다. 주택 경기가 한창 좋았던 2005년 10월19일에는 3.87%에 불과했다.1억원을 빌렸을 때 연이자가 3년 만에 230만원 정도 불어난 셈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주가 폭락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중산층의 자산이 줄어들고, 이는 급격한 가계부실 증가와 실물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효과와 대상이 불분명한 감세정책 대신 직접 재정지원을 통해 중산층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금융위기 실물경기로] 증시ㆍ환시장 검은 목요일

    [금융위기 실물경기로] 증시ㆍ환시장 검은 목요일

    최악의 날이었다. 이번엔 미국발 신용경색이 아니라 경기침체 우려가 전면에 등장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126.50포인트나 떨어졌다. 사상 최대 낙폭이다. 하한가를 친 종목만도 133개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불과 하루 만에 64조 639억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원·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개장초 100원이나 수직상승하더니 133.5원 폭등한 137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1997년 외환위기 이래 이 같은 상승폭은 처음이다. 이날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다. 미국 소매매출이 7·8월 0.6%·0.4% 줄더니 9월에는1.2%나 감소했다. 줄어들더라도 그 폭이 0.7% 정도에 그칠 것이라던 예상을 완전히 빗겨나갔다. 이 때문에 생산·투자의 위축이 아니라 아예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악화와 이로 인한 소비감소로 관심이 옮아갔다. 김준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소비가 줄면서 생산이 줄고 기업이 파산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는 -7.87%로 이런 우려에 힘을 실어줬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미국발 경기침체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뜻이다. 단적을 드러난 종목이 바로 대형우량주의 대표주자 격인 포스코다. 이날 포스코 주가는 전날보다 5만 3000원(14.95%)이나 내린 30만 1500원에 마감됐다. 대형우량주 체면에 걸맞지 않게 하한가를 맞은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철강 소비 감소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다 이제 국가 자체가 망하는 경우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흔들리더니 헝가리도 구제금융을 협상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한국도 이들과 비슷한 대접을 받는 이머징 국가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머징 시장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투자자들이 잽싸게 발을 빼고 있다.”면서 “우리 스스로는 그런 나라와 다르다고 하겠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이머징 시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내 7대 금융기관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줄곧 이어지던 이머징 시장 탈출세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액수는 6362억원이나 됐다. 이 영향은 외환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원화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그동안 환율 안정을 떠받쳐주던 수출업체의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현물환 거래량은 약 35억 5000만달러로 전날보다 5억 6000만달러 정도가 줄었다. 당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이제 더 이상 전망을 내놓지 않겠다는 전망 포기 선언이 속출하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1320선을 하한선으로 잡았음에도 과도한 매도가 이어지자 “심리적 불안에 따른 폭락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역시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증시나 환율의 움직임이 엄청나게 빨라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 대응이나 전망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는 안 움직이는 것이 최상의 대응전략이라는 얘기다. 문소영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금융위기 실물경기로] 車·반도체 등 수출 급감… 국내경기 비상구 안보여

    [금융위기 실물경기로] 車·반도체 등 수출 급감… 국내경기 비상구 안보여

    ■수출 - 車·반도체 등 수출 급감… 국내경기 비상구 안보여 금융위기의 파장이 실물경기에 반영됐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수출경기 위축이다. 국가경제에서 수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국민소득 규모를 좌우하는 우리나라는 특히 더 그렇다. 지난달까지 외형상 우리나라의 수출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 왔다. 올 1~9월 수출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22.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 12.7%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이 1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이 월말에 몰리는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1~9월 수출증가율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를 가장 혹독하게 맞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국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올 1~9월)은 각각 10.6%와 18.2%로 거의 30%를 차지한다. 계절적으로 10월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특수로 수출이 급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중국경제의 둔화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해 9월 21.7%였던 대중국 수출 증가율도 올 9월 7.3%로 급락했다. 특히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는 20%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중 제품단가의 상승요인이 10% 포인트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도 문제다. 수출의 내용 면에서도 우려스런 부분이 많다. 전통의 수출효자 품목인 자동차의 수출이 지난달 18% 줄어든 것을 비롯해 반도체와 컴퓨터도 각각 10%와 31% 감소했다. 지식경제부는 반도체와 컴퓨터는 단가하락과 경기침체로 이달에도 수출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도 미국, 유럽 시장의 부진으로 상당기간 고전이 예상된다. 대표적 소비재인 섬유류 수출도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전망을 통해 수출 증가율이 8.9%로 올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투자 - 4분기 들어 투자증가율 가파른 하락 올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설비투자·건설투자 등 투자 부문도 둔화세가 심화될 전망이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실물투자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 외에도 대부분 기업들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돈을 쓰기보다는 비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6.5% 증가에서 올 1분기 1.4%,2분기 0.7%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표면적으로는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이 정도라면 최소한의 노후설비 보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건설투자는 올 들어 1분기 -1.1%,2분기 -1.2%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월간 설비투자 추계 증가율은 지난 7월 9.9%에서 8월 1.6%로 내려앉았다. 기계류 내수 출하 증가율은 같은 기간 7.2%에서 2.3%로 둔화됐으며 특히 운수장비 투자는 전년보다 무려 18.8%나 줄었다. 내수용 자본재 수입 증가율도 18.9%에서 9.4%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국내건설 수주는 지난 8월 토목부문에서 84.0%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부문에서 39.5%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7.6%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기성액은 10.0%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이는 건설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자금경색이 심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설비투자 양극화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자, 조선 등 상반기에 실적이 호조를 보인 대기업들은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는 데다 은행 대출마저 어려워져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소비 - 서민들 지갑 닫아… 할인점 매출 뚝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대형마트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탔던 백화점 업계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식품 업계가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최근 제품값을 줄줄이 올리고 있어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상당 기간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6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줄었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올 들어 처음 감소세다. 백화점 매출은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도 지난 1월부터 매달 5.5% 이상의 높은 성장을 유지해 왔다.A백화점 관계자는 “(매출과 관련) 겉으로는 ‘괜찮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고 털어놨다. 백화점 3사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가을 정기세일 실적도 좋지 않다. 롯데백화점은 가을세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가을세일과 올여름 세일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0%와 12.3%였음을 감안하면 가을세일 매출 증가세가 형편없이 떨어진 것이다. 현대백화점도 이번 가을세일 매출 증가세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가을(13.0%)이나 올여름(7.0%) 세일 매출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 신세계의 가을세일 실적(10.9%)도 전년(25.5%)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와 관련,B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세일기간이 이틀이나 줄었기 때문”이라며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까지 번졌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9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2% 감소했다. 모든 상품군이 감소했다. 특히 의류가 19.0%, 가전·문화 제품은 12.4%나 빠져 서민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음을 보여줬다. 식품 매출액도 8.2%나 줄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부동산 - 올 건설사 폐업 작년보다 60%↑ 부동산 시장이 최악이다. 사려는 수요가 뚝 끊기면서 거래는 올스톱 상태다. 건설업체와 부동산중개업소는 “차라리 문을 닫겠다.”며 너도나도 자진 폐업하고 있다. 16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820개 건설사들이 문을 닫았다. 자본금 규모나 기술자 수를 채우지 못해 주택등록업체 자격을 뺏겼거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문을 닫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512개)과 비교해 60%나 늘어났다. 주택사업을 새로 해 보겠다며 신규 등록한 경우는 지난달 말까지 324개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신규 등록업체는 400여개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2006년 862개, 지난해 808개가 신규 등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전체 업체 수도 급감하고 있다.9월 말 현재 주택사업자는 6404개로 지난해 말(6901개)보다 497개나 줄었다. 지난해 모두 137개 업체가 줄어든 것과 비교해 감소폭이 훨씬 가파르다. 주택사업체는 2006년 말 7038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줄고 있다. 이송재 대한주택건설협회 기획본부장은 “오죽하면 면허를 내놓겠냐. 회원수 감소는 주택경기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문만 열었지 한 채도 공급하지 못한 업체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거래가 실종돼 부동산 중개업소도 파리만 날리고 있다. 문만 열었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중개업소 수는 8만 3786개다.9월 주택거래 신고량(2만 5639건)의 3배를 웃돈다. 중개업소 중 3분의2 이상이 계약서를 한 건도 쓰지 못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시멘트업계 1위 쌍용양회 “비상경영”

    시멘트 업계 1위 쌍용양회는 16일 건설경기 침체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난 극복을 위해 연말까지 비상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쌍용양회는 이에 따라 올해까지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하고, 평일 근무시간은 1시간 연장했다. 현재 주 5일 근무에서 토요일에도 정상 근무하고, 연수성 해외출장은 금지시켰다. 한광호 쌍용양회 노조위원장은 “지난 6월부터 대대적인 사내 혁신운동을 전개해 왔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따른 국내 경기 위축으로 기존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회사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직원 모두가 고통을 분담키로 했다.”고 말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열린세상] 실물경제가 위험하다/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총장

    [열린세상] 실물경제가 위험하다/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총장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경제부도가 나지 않는다. 부도위기에 처하면 국제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 이 경우 미국 경제위기가 달러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에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각국 경제가 난관을 맞고 있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각국 경제는 성장을 멈추고 물가불안을 겪으며 부도의 위기에 빠지는 화를 입을 수 있다. 문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주택시장붕괴의 도미노는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단계 파생상품의 투기장이 된 국제금융시장이 고층건물처럼 붕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통화발행, 구제금융, 은행 간 대출보증, 금리인하 등 갖가지 긴급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미 근본적인 수술과 재편이 불가피하다. 주요 금융회사와 기업들의 퇴출, 통폐합, 구조조정 등 시장경제의 판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세계경제는 벌써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위기로 전이되면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자금이 돌지 않아 기업들의 투자, 생산,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동시에 개인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이 3.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에 비해 0.9%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3.5%로 전망했다. 정부가 추정하는 경제성장률 5.0%에 비해 1.5%포인트나 낮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물경제가 위험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성장잠재력이 크게 떨어져 정상적인 성장이 어려운 상태이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업, 물가, 부채의 3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연초부터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경기침체는 심화하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의 고통에 휩싸였다.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인 5%를 넘었다.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들도 부실투성이다. 중소기업들 중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환위험을 회피한다고 키코(KIKO)에 가입하여 덤터기를 쓰고 만신창이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로 자금줄이 막힌 건설업체들은 이미 줄도산 중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밀어닥치자 우리경제는 성장률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서민가계, 중소기업, 금융회사들이 뒤엉켜 쓰러지고 실업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복합불황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과 수입원가가 올라 공장들이 문을 닫는다. 또 생활물가도 함께 올라 소비가 줄고 있다. 금리가 치솟아 가계부문과 중소기업부문의 연쇄부도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주가까지 폭락하여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는 가구도 많다. 더욱 문제는 세계경제침체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는 것이다.20%가 넘던 수출증가율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우리경제의 버팀목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국민경제는 실업과 부도라는 극단적인 고통에 빠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경제는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상체제를 가동하여 외환시장과 증권시장 안정에 모든 정책과 규제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한 위기일발의 부도위기에 처한 서민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 여기서 기업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주체로서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 수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더 나아가 신산업발굴과 해외시장개척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적극적 경영전략을 펴야 한다. 국민들은 임금인상요구를 자제하고 근검절약과 근로정신을 발휘하여 산업현장을 지키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총장
  • [금융위기 실물경기로] 중동특수 ‘꽁꽁’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제 원유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일 달러’에 바탕한 중동지역 건설, 수출 특수(特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국제적인 자금경색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주요 성장국가에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데다 원유판매 수입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석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5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5.16달러 떨어진 68.59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8월31일 배럴당 68.19달러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보름 만에 최저치다. 당장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 수주물량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따내는 건설공사의 60%가량은 중동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두바이 등 주요지역에서 공사비 조달의 원천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극도로 위축돼 부동산 시장에 찬기운이 감돌고 있다. 정부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지역 수출에도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대 중동 수출은 187억 43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38.5%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2%에서 5.8%로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유가급락과 금융위기에 더해 주가하락, 부동산거품 붕괴조짐 등이 맞물리면서 주요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주말탐방] 수능 기원 팔공산 갓바위 부처를 찾다

    [주말탐방] 수능 기원 팔공산 갓바위 부처를 찾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30일 가까이 앞둔 지난 15일 대구 팔공산은 며칠 전부터 내려간 기온과 산바람으로 옷깃을 여밀 정도로 쌀쌀했다. 하늘이 청명해 완연한 가을 날씨다. 갓바위로 오르는 등산길은 여느 때와 다름 없지만 행렬 속에는 얼굴에 긴장 기가 역력한 아줌마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대학입학 시험철을 맞아 지극정성을 들이려 오르는 이들이다. 해마다 이때쯤 한국 사람 모두가 치른다는 대입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팔공산과 갓바위의 풍경이다. 갓바위 정상. 이들의 행렬은 갓바위의 절 앞 공터에서 멈춘다.‘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 부처다. 땀을 식힌 이들은 어김없이 의관을 정제한다. 대부분 40대 중반∼50대 여성이지만 남성도 더러 있다. 여러 광경이 특이한 듯 일반 등산객들은 내내 호기심 어린 표정들이다. 부지런한 학부모라면 한번은 이곳을 찾아 자녀의 고득점을 기원한다고 보면 된다. ●오르는 길 3곳… 행정구역은 경산 갓바위를 찾는 데에는 3개 등산길이 있다. 대구 도심에서 가까운 능성동 집단시설지구에서 관암사를 거쳐 오르는 길과 팔공산 동쪽의 약사암 길, 갓바위 관리를 맡고 있는 북쪽의 선본사 길 등이다. 선본사와 약사암에서는 30분 정도 걸리지만 능성동 집단시설지구에서 오르면 1시간 정도 걸린다. 능성동 집단시설지구에서 갓바위까지는 약 2.1㎞. 가파른 경사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오르기가 만만찮다. 또한 찾는 이들이 헷갈리는 것이 갓바위의 행정구역상 위치다. 경산이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대구 갓바위로 알고 능성동 길을 많이 택한다. 능성동 집단시설지구 쪽을 선택해 올랐다. 예감대로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은 차로 빽빽하다. 자녀의 ‘수능 대박’을 바라는 모정을 실은 승용차들이다. 대형버스 주차장에는 부산·울산·대전 등에서 온 관광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갓바위 ‘부처님’이 부산·경남 쪽을 향하고 앉아 있어 이 지역 사람들이 찾아와 빌면 효험이 크다는 속설 때문에 부산·경남을 오가는 관광버스가 많다. 이 때문인지 20여곳에 이르는 갓바위 집단시설지구 식당 가운데 제일 큰 곳의 상호가 ‘부산식당’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철민(54)씨 부부는 “수능을 치르는 고3 아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후회 없이 발휘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하기 위해 갓바위를 찾았다.”고 말했다. 주차관리원은 평소에도 등산객이 많지만 최근 부쩍 늘었다고 대학입시철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주차관리원도 해마다 이때쯤이면 전국에서 온 승용차가 눈에 많이 띈다고 말을 거들었다. 집단시설지구 상가 앞에서 만난 이모(50·여·대구 수성구)씨는 “딸아이의 수능을 앞두고 집에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성(至誠)이면 부처님도 감동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몇 번 더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방에서도 올라와 ‘합격엿´ 붙이기도 수능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갓바위로 오르는 길가의 좌판 풍경도 달라졌다. 더덕이나 산나물, 과일을 팔던 좌판에 ‘갓바위 합격엿’이 등장했다. 부모들은 너도 나도 합격엿을 사간다. 갓바위에서 자녀의 합격을 염원하며 붙이려는 엿이다. 등산길이 많이 붐볐다.“다른 길은 어떠냐.”고 한 학부모에게 물었다. 인근 지역에서 온 등산객이어선지 요즘은 어느 길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산을 오른 지 20여분. 관암사에 닿았다. 관암사는 대한불교 태고종의 사찰로 신라시대 창건됐으나 조선시대 없어졌다가 1962년 옛 절터에 재창건됐다.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터에다 화장실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관암사를 지나면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된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평지가 없고 급경사의 돌계단이 계속된다. 한참을 오르자 자그마한 애자모지장굴이 보였다. 정상인 갓바위에 가깝다. 이곳에는 손바닥만 한 수백개의 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웃는 모습, 찡그린 모습, 장난치는 모습 등 참으로 다양하다. 등산객에게는 보는 재미를 준다. ●자녀 사진과 기도문 앞에 두고 소원빌어 갓바위가 있는 해발 850m 정상. 갓바위부처로 알려진 5.6m 높이의 관봉석조여래좌상이 있다. 갓바위부처 바로 앞의 260여㎡ 널찍한 공간은 기도를 올리는 이들로 가득하다. 아들이나 딸의 사진과 기도문을 앞에 두고 갓바위부처를 향해 절을 올리는 어머니들의 엄숙한 모습은 대학입시철 한국 사회의 자화상 그대로다. 기도문에 아들·딸의 학교 학반, 원하는 대학 이름까지 쓴 부모도 보인다. 십수년 간 자식을 키운 간절한 모정에 가슴 찡한 감동이 와닿는다. 갓바위부처 앞에 어머니들이 밝힌 분홍색 촛불 수백개의 ‘띠초’가 줄지어 불빛을 밝히고 기도와 절뿐 아니라 주위 석벽에 소원을 담아 동전을 박아 두는 사람도 있다. 동전이 떨어지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속설 때문인지 떨어지고 떨어져도 꼭 붙여놓고 자리를 뜬다. 대전에서 왔다는 최명희(49·여)씨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한다. 긴장하지 않고 열심히 시험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했다.”고 말했다. 윤종현(51·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해 108배를 드렸다. 부처님 힘으로라도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본사 종무소 측은 “수능을 앞두고 평소보다 두배의 인파가 찾고 있다.”며 갓바위의 분위기를 전했다. 밤과 새벽에 갓바위에 올라 기도를 하는 사람만도 200∼300명에 이른다. 갓바위는 팔공산 정상에 있어 또 다른 산행의 만족감을 준다. 갓바위 앞에서는 수많은 봉우리로 된 팔공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이 인근 대구와 경산시민들이 찾기엔 더없이 좋은 등산 코스다. ‘약사여래불…, 약사여래불….’ 이날 자식의 수능 고득점을 비는 학부모들의 갓바위 염불소리는 팔공산 자락에 퍼졌다. 앞으로 한달 가까이 갓바위부처를 향한 이들의 염불소리는 산 아래로, 아래로 퍼져나갈 것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자치단체들 ‘갓바위 명당’ 마케팅 치열… 오르는 방향에 따라 지역 이미지 달라 갓바위가 전국적인 명당이 되자 인근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전도 치열하다. 어느 쪽에서 오르느냐에 따라 지역 이미지가 달라지고,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는 대부분의 사람이 갓바위가 대구 팔공산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본다. 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10년째 갓바위축제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팔공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29일부터 5일간 축제를 갖는다. 동구는 관광객 등 외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투어에도 어김없이 갓바위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같은 동구의 태도에 경북 경산시는 반격하고 있다.‘경산 갓바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산시청의 대표전화번호 끝자리를 ‘803’이 들어가는 811-0803으로 변경했다. 또 팔공산 경산 갓바위, 선본사 유래 전설 등을 담은 팸플릿을 제작, 배부하고 있다. 문화관광 해설사와 홍보 도우미를 관광객이 많은 주말과 공휴일에 갓바위 주차장에 배치, 안내하고 있다. 갓바위 정상(대구 경계)과 갓바위 중간 계단, 갓바위 입구(회차장) 등 3곳에 갓바위 안내판을 제작, 설치해 경산 갓바위를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국제관광박람회 등 각종 박람회에도 참가해 팔공산의 갓바위가 대구 팔공산이 아닌 경북 경산시 와촌면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부각, 갓바위가 경산의 관광지임을 전국 관광객에게 알렸다. 경산갓바위축제도 대구 동구보다 한달 이상 빠른 지난달 19일과 20일 치렀다. 한편 대구 동구의 관암사와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의 선본사는 갓바위 부처의 소재지 및 소유권을 놓고 5년여 동안 다투다 1971년 1월 대법원 판결 끝에 이겨 지금은 선본사가 관리하고 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신라 선덕여왕때 의현대사가 만들어… 불상과 좌대는 암봉 다듬은 한덩어리 갓바위부처는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 관봉 정상에 있는 석불 좌상이다. 이 불상의 특이점은 모자다. 불상 머리에는 두께 15㎝, 지름 180㎝의 판석이 올려져 있어 마치 갓을 쓴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갓바위라 불리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이 불상의 소속 사찰인 선본사 기록에 의하면 신라 선덕여왕 7년(638년)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것이다. 산 정상에 있는 암봉을 그대로 다듬어 불상과 좌대가 한 덩어리가 되도록 했다. 갓은 만들 당시 것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과 석질은 같지만 조각술이나 전체 균형 등으로 미루어 부처상 위에 판석을 올리는 양식이 유행했던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영험이 있는 다른 부처상과 마찬가지로 왼손 바닥에 작은 약호를 받쳐 든 약사여래불이다. 보물 제431호로 지정돼 있으나 경북도가 지난해 문화재청에 국보로 승격해 달라고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갓바위부처가 기울어져 있다는 논란이 수년째 계속된다. 갓바위부처가 좌상을 기준으로 남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육안으로 보기에도 기울어져 보인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2001년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측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그 결과 1도 기울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도는 “부처상 앞 참배단 신축공사가 기울게 한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선본사 종무소 관계자는 “갓바위부처가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한 착시현상”이라며 논란거리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금융위기 세계 실물경기에 직격탄

    금융위기 세계 실물경기에 직격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문소영기자|16일 세계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살아나던 증권시장을 강타했다. 세계 금융공황이라는 발등의 불을 껐지만 금융위기는 이미 실물위기로 옮겨가 세계 경기는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아이슬란드·우크라이나·파키스탄·헝가리 등을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고, 세계 실물경제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는 소비위축을 부르고 기업실적 악화, 고용투자 감소 등으로 악순환하고 있다. 한국도 고용시장과 부동산시장, 수출업계 등으로 위기가 전이돼 실물경제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베이지북(경기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판매와 관광수입, 소매판매액이 하락했고 소비지출이 전 지역에서 감소했다. 제조업 역시 부동산 경기와 함께 활력을 잃었다. 또한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매판매 실적 역시 부진했다. 전월에 비해 1.2% 감소했다. 이는 2005년 8월 -1.4%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이다. 당초 전망치 -0.7%와 비교할 때 두배 가까이 하락했다. ●코스피 126P 폭락·환율 133원 폭등 유럽의 경기는 이미 침체가 진행 중이다. 프랑스가 최근 발표한 3분기 국민총생산 증가율은 -0.1%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 덴마크 등도 이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갔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이론적으로 ‘침체’국면을 말하는 것이다.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던 한국경제는 지난 8월부터 고용과 투자 등 내수, 건설산업 등에서 심각한 실물경제 위축을 드러내고 있다. AP는 이날 인도 뭄바이발 기사에서 렐리가레 증권의 아미타브 샤크라보르티 회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보유 단기 채무와 주식이 외환보유액보다 두 배 이상 많다.”면서 “두 나라 증권시장이 외환유출에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고용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취업자수는 11만 2000명으로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업의 투자도 불확실성이 가중됨에 따라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설비투자증가율은 7월 9.9%에서 1.6%로 번지점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3%대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각각 3.6%, 현대경제연구원은 3.9%다. 5%의 장밋빛 전망은 현재 정부가 유일하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6.50포인트(9.44%) 내린 1213.78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사상 최대치다. 외국인들은 6363억원을 순매도했다. 경기민감주들인 한국철강, 포스코 등 철강과 금속 관련주가 일제히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3.5원 폭등한 137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대비 상승폭은 1997년 12월31일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뉴욕증시 상승세 출발 한편 16일 뉴욕 증시는 전날의 폭락세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메릴린치, 씨티 등 미국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악재가 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3분기에 51억 5000만달러(주당 5.58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손실액인 22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5분기째 손실 행진을 이어갔다. 씨티그룹은 3분기에 28억달러(주당 60센트)의 손실을 기록해 4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 symun@seoul.co.kr
  • ‘고용한파’ 6개월째

    ‘고용한파’ 6개월째

    9월 취업자의 전년대비 증가폭이 3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11만명 선에 그쳤다. 금융쇼크와 실물경기 위축이 고용부문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성장의 동력을 일자리 창출에서 찾기로 했지만 고용사정은 과거 참여정부 때보다도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고용 증가율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373만 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만 2000명(0.5%) 증가했다. 이는 2005년 2월(8만명)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으로 정부 목표 20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7개월째 20만명대에 머무른 뒤 3월 18만 4000명으로 10만명대로 떨어져 4월 19만 1000명,5월 18만 1000명,6월 14만 7000명,7월 15만 3000명,8월 15만 9000명 등 7개월째 20만명을 밑돌고 있다. 연령대별 취업자 수는 15~19세(-3만 4000명),20~29세(-4만 9000명),30~39세(-5만 5000명) 등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산업별로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에서는 복지·교육 등 부문의 확대로 전년동월 대비 30만 6000명(4.0%) 늘었지만 증가율 자체는 지난해 9월의 5.0%에 비해 둔화됐다. 도소매·음식숙박업(-6만명), 제조업(-5만 4000명), 건설업(-4만 7000명), 농림어업(-2만 5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1만 3000명) 등 대부분 업종에서 줄었다. ●저소득층 더 큰 타격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사무 종사자는 전년동월 대비 20만명(6%), 관리직으로 분류되는 전문·기술·행정 관리자는 3만 2000명(0.6%)이 증가한 반면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 종사자는 6만 4000명(0.8%)이 줄었다. 농림어업숙련 종사자도 3만 3000명(1.9%), 서비스판매 종사자도 2만 2000명(0.4%) 각각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저소득 직업군의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도 비교적 안정적인 임금근로자는 1622만 1000명으로 1.0% 증가했지만 자영업주 등 비임금근로자는 751만 3000명으로 0.7% 감소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가 31만 8000명(3.6%) 늘어난 데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안정도가 낮은 임시근로자는 8만 5000명(-1.7%), 일용근로자는 6만 8000명(-3.2%)이 줄어 단순일용직들이 경기악화의 충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15세 이상 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43만 4000명(1.1%) 늘어났는데도 경제활동인구는 11만 6000명(0.5%) 증가에 그쳤다. 늘어난 인구의 4분의3이 비경제활동인구로 가버린 것이다. ●비경제활동 인구 급증 비경제활동인구는 일자리를 찾은 사람(취업자)이나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실업자)을 제외하고, 아예 경제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는 인구를 말한다. 비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취업의사나 능력은 있지만 노동시장의 침체로 일자리를 아예 구하지 않는 구직단념자도 13만 6000명이나 돼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용 창출력이 크게 위축됐는데 금융위기로 수출까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쌀 직불금 파문] 직불금 정국 주도 ‘복병’ 만난 홍반장

    공직자들의 쌀 수입보전 직불금 무더기 수령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애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서 있다. 그는 ‘4만명 수령’이라는 ‘폭탄’을 처음 터뜨리면서 직불금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15일 한나라당 김성회·김학용 의원이 직불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당내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와 만나 “공직사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척결하고 기강을 다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피아 구별 없이 국민과 농민만 바라보면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정치권과 공직사회 전체의 모럴 해저드에 관한 문제이지 전·현 정권간의 대립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여권에서 쌀 직불금 문제를 제기한 것이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던 홍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을 놓고 당내에선 검사 출신다운 특유의 강단과 돌파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래서 직불금을 탄 당내 의원들에 대한 처리도 명쾌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홍 원내대표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추가경정예산의 추석 전 처리 무산 등으로 위축된 여권 내 입지를 다시 다지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공직자들의 쌀 수입보전 직불금 무더기 수령 파문을 감사원이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쌀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이 4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도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감사원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당시 여권에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줄 감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연루된 당 소속 의원과 공직자 징계 문제와 관련,“부당 수령자에 대해서는 직불금을 환수 조치하고, 불·탈법 수령자에 대해서는 직불금 환수는 물론 중징계를 내려야 하겠지만 마녀사냥식으로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을 몰아가서는 안 되고 적법하게 직불금을 수령한 사람들을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불금 조사가 2주가량 걸려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매듭짓겠다는 뜻도 전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기고] 안전한 일터, 건강한 사회/노민기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기고] 안전한 일터, 건강한 사회/노민기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최근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의 불안과 실물경제의 위축으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불안으로 우려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산업현장의 안전문제이다. 기업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문제는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자칫 이번 경기불안에도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산업재해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입은 근로자 수는 9만 147명이며, 이중 2406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일 240여명이 재해를 입고,7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셈이다. 더욱이 지난 10년간 산업재해율은 0.7%대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한해 동안 산재로 인한 경제 손실이 16조원을 넘고 있다. 근로손실 일수도 노사분규의 60배에 달한다. 재해발생 유형을 살펴보면, 추락(떨어짐), 협착(감김·끼임), 전도(넘어짐)재해가 전체의 절반이 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들 3대 재해만 예방해도 산업재해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추락, 협착, 전도재해는 대표적인 재래형 재해이다. 많은 비용과 고급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재해이다. 올해 노동부와 우리 공단에서는 2012년까지 3대 재해자 수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5년간 3대 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 8000개소를 선정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을 개선하도록 지원하고, 사업주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등 3대 재해예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18일에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만들기를 다짐하는 ‘안젤이 걷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이 난지 순환로 5.8㎞를 함께 걸으며 3대 재해예방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안전사진 및 보호구 전시와 무료로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코너, 산업재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등을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킬 계획이다. 일터는 국민 누구에게나 소중한 꿈과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삶의 터전이다. 일터에서의 안전보건 활동은 개인의 행복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행동양식이다. 때문에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것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노력해야 할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범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선진국은 경제적 여건만 성숙된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역경을 딛고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신화를 만들어 왔다.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이 있는 국민이다. 지금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안전보건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산업재해예방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우리 삶의 터전인 일터에서부터 산업안전보건문화는 정착될 수 있다. 이러한 계기가 이번 안젤이 걷기대회를 통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국민 모두가 주변의 위험요소를 한번 더 살펴보는 안전이 생활화된 모습이 가까운 미래에 당연한 일상으로 정착되어 사고 없는 일터, 안전한 사회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노민기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 [열린세상] 우리를 진정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열린세상] 우리를 진정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며칠새 기온이 뚝 떨어졌다. 하늘은 눈부시게 투명하고 볼을 스치는 바람이 자못 삽상하다. 밤거리엔 사람들이 어느새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종종걸음을 친다. 몸과 마음이 미리 알고 따스한 것을 찾는다. 한 잔 차로 몸이야 데울 수 있지만, 마음은 온기를 머금을 줄 모른다. 겨울을 나기 힘든 이들이 많은 까닭이다. 많은 이들이 “혹여 범죄자라면 어떠냐. 경제만 살려다오.”라는 마음으로 MB를 선출하였는데,IMF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난리다. 자고 나면 가게가 속속 문을 닫는다. 지하철을 타면 구걸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음식점에 들어가면 첫손님인 경우가 많다. 교외로 나서면 길이 한산하다. 그래도 IMF 때는 기업과 은행이 부도가 난 것이라 국민들이 노력하여 살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영업이 휴폐업하고 가계가 적자투성이이고 개인이 부도가 난 것이라 그를 일으켜 세울 주체 자체가 절망 상태에 있다. 한마디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내수 기반이 무너진 것이기에 공적 자금 투여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의 금융위기로 국제 경제조차 좋지 않으니 앞날이 더욱 캄캄하다. 하여 풍요로운 이 가을날에 우리는 가난과 고통의 수렁에서 절규한다. 서민들의 절규가 처절한 것은 경제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상대적 빈곤과 불안감이 도를 넘어섰다. 비정규직이 860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반 이상이 한 달에 10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 있다. 생계가 곤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나마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노동을 해야 한다. 정규직 또한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강도 높은 노동과 해고 위협 아래 일하는 하루, 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자고 나면 물가와 교육비가 오르니 실질 소득은 팍팍 줄어드는 셈이다. 대부분의 가계가 빚을 지고 있어 덜 먹고 덜 입고 덜 가르치며 한푼 두푼 모아 빚 없는 날을 고대하며 살고 있는데, 금융 위기는 그 바람마저 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고통스러우면 어떠랴. 우리는 내일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하는 데는 세계 최고인 민족이다. 하지만 지금 미래가 없다. 지도자는 전혀 비전이 없다. 간혹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만, 현재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립서비스요, 미봉책인 줄 초·중딩도 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제도와 시스템의 개혁인데 현재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마저 더 나쁜 상황으로 악화시키는 정책만 난무한다. 세계가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깨닫고 그 본산지인 미국에서조차 실패를 선언하고 유턴하고 있는데, 유독 MB정권은 신자유주의 독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니 꿈을 꿀 수도, 그 꿈을 향하여 현재의 고통을 감내할 길조차 없다. 예전에는 서울에서도 골목문화가 남아있을 정도로 공동체의 유산이 강하였지만,IMF 이후 각 정권이 신자유주의를 과도하게 강요하면서 우리 안에 남아있던 공동체는 사라졌다. 회사에선 의리나 인간적인 정이 사라지고 오로지 돈을 준 만큼, 잘리지 않을 만큼 일한다. 동료가 곧 적이고 경쟁상대다. 사회에선 오로지 재테크와 욕망을 추구하는 일만 관심사다. 신자유주의식 시장 전체주의는 학교와 종교의 성역에도 스며들어 목사나 대학교수조차 돈과 욕망을 좇고 공동체의 가치를 저버린다. 눈물을 닦아 줄 형제가 있고 고통을 나눌 친구가 있고 젖동냥을 기꺼이 해줄 이웃이 있는 한 가난은 겉옷에 불과할 뿐, 삶은 의미로 충만하다. 그 의미들은 가난을 극복하는 힘과 용기와 지혜의 바탕이다. 이제 MB정권은 집토끼만 챙기는 요요(yoyo)경제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낳았음을 직시하여, 양극화와 상대적 빈곤을 강화하고 1%만 잘살게 하는 경제정책과 조세정책을 중지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 [기로에 선 세계금융] 美증시 바닥 탈출했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뉴욕증시가 사상 최악의 한 주를 보내고 1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폭으로 폭등하자 바닥을 탈출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반등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증시전문가들은 콜럼버스 데이로 휴장한 채권시장이 14일 열려봐야겠지만 이날 거래량이 증가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초강도 금융안정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사자 주문이 폭주했다. 이날 거래량은 71억 2000만주로 역대 15위를 기록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단기물을 파는 분위기 속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되기 시작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물경제는 앞으로도 상당히 위축될 것이지만 주식시장은 미래를 반영한다.”면서 “추가 하락이 있을순 있지만 이번 폭락국면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문제인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바닥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장기 하락에 따른 일시적 반발매수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다우지수가 10% 이상 폭등했던 적은 과거 모두 5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1987년과 1933년 등 두차례는 약세장의 끝을 선언하는 신호였지만,1929년,1931년,1932년에는 잠깐 상승한 뒤 더 하락했다. 월가 관계자는 “약세장이 끝났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폭등에 따라 중기적 관점에서의 회복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금융위기에서 살아 남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경기침체라는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고,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을 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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