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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유전자, 기업 소유 될 수 있나

    인간 유전자의 특허권을 둘러싼 역사적 소송이 미국에서 최종 심판대에 선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공공특허재단이 생명공학 회사인 미리어드 제네틱스를 상대로 낸 인간 유전자 특허 취소 소송에 대해 15일(현지시간) 구두변론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9년 시작된 이번 소송은 미리어드사가 특허권을 보유한 2종의 여성 유전자가 지적재산으로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1심은 ACLU 측의 손을 들어줬고, 2심에서는 미리어드가 승소해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 두고 있다. BRCA1과 BRCA2로 불리는 2종의 유전자는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어드사는 여성 인체에서 추출한 이 유전자로 유방암 및 난소암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상품을 만들어 회당 3340달러(약 374만원)에 독점 판매하고 있다. ACLU와 공공특허재단은 인간 유전자가 자연의 산물이라 현행 특허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리어드사는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행위에 창의성이 필요해 특허권이 인정돼야 하며 개별 유전자가 자연 상태로는 인간의 몸 안팎에서 존재할 수 없어 인위적 산물에 속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와 미국인간유전체학회 등 의학·생명과학 단체들은 유전자가 특허권으로 묶이면 유전자 샘플 공유 등 연구활동이 위축돼 공익에 어긋난다며 미리어드의 특허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서면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DNA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해 노벨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도 동참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지자체 위원회, 지방의원 ‘이권 놀이터’ 우려

    지방의회 의원들이 직무와 관련 해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44개 지자체의 위원회 운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집행기관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지방의원의 93.1%가 자신이 소속한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익위는 “상임위 소속 지방의원이 집행기관의 위원회에 참여해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대통령령인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7조에 위반되는 행위”라면서 “지방의회가 지자체 집행기관과 유착하거나 이권에 개입할 부정부패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지방의회 의원이 위원으로 위촉된 위원회는 모두 8736개였으며, 이 중 68.2%(5960개)는 소관 상임위 소속 지방의원(7479명)을 위원으로 두고 있었다. 권익위 행동강령과 김재수 과장은 “그들 가운데서도 행동강령을 준수해 직무 관련 사안에 대한 심의·의결을 회피한 경우는 6.9%(51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93.1%(6965명)는 규정을 어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권개입이나 부정청탁 사례는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인 시의원 A씨는 택시요금을 심의·의결하는 시 물가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택시조합으로부터 1000만원의 금품을 받고 택시요금 인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여수시의회 의원 B씨 사례도 마찬가지. 시내 야관 경관 조명사업과 관련해 사업 참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B씨는 시 경관자문위원회 위원이었으며, 나머지 금품수수 의원들도 대부분 관광건설위원회 소속이었다. 이 같은 비리 관행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제정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1년 2월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이를 자체 조례로 제정한 곳은 전체 지자체 가운데 진천군, 옥천군 등 기초의회 16곳이 전부다. 권익위 관계자는 “나머지 228개 지방의회가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 위축을 이유로 들며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극소수이지만 자체적으로 ‘위원회 관리’를 엄격히 하는 곳도 있다. 김포시와 여주군은 의결기능을 가진 집행기관 위원회에 지방의원 참여를 금지시키고 있다. 서울 성북구와 안산시는 소관 상임위에 소속되지 않은 다른 지방의원을 추천받아 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황수정 기자 sjh@seoul.co.kr
  • ‘4중고 신음’ 재계, 투자 집행 못하고 눈치만

    ‘4중고 신음’ 재계, 투자 집행 못하고 눈치만

    재계가 경제민주화, 대북 리스크, 엔저(低), 장기 불황 등 4중고에 신음하며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일본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과 대북 리스크라는 덫까지 놓였기 때문이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기업 총수·상장사 임원의 연봉공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부과, 공정거래위의 납품단가 직권 조사 등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일 이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 방미 때 재계 총수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고 어떤 선물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뿐 아니라 신제품 출시일까지 미루고 있다. 특히 최근 감사원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점은 2012년이 아닌 2004년부터 소급적용하겠다고 나서자 경제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4중고에 시달리는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는 것이란 지적이다. 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소급과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시점을 2012년 이후로 했는데도 감사원 지적으로 2004년부터 소급과세를 추진하면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위헌 요소가 내재해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3년 제1차 정책세미나’에서 “지금은 성장 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며 “그러려면 경제 민주화 기저에 깔린 평등주의와 국가개입주의를 극복하고, 기업에 더 많은 경제적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대북 리스크는 국내 기업들이 자체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으로 대응할 수 없는 외부환경이다. 북한의 극단적인 협박 발언에 국내 기업들이 연일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수주 불이익은 물론 계약취소까지 우려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엔저도 국내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위험요소다. 대북 리스크로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오름세(원화가치 하락)를 보이고 있지만 대북 리스크라는 먹구름이 걷히면 다시 엔저가 국내기업들의 목을 죌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아직 신규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밝히지 못했다.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에 부딪힌 유통업계의 투자 마인드는 극도로 위축했다. 롯데그룹은 1분기에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변수가 심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차의 출시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이번 주 선보일 아반떼 쿠페도 지난해 말 출시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변수로 6개월가량 늦춰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대내외 환경이 예측 가능해야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면서 “정부도 기업에 채찍만 들 것이 아니라 신규 투자와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장상피화생’ 관찰땐 위내시경 매년 받아야

    ‘장상피화생’ 관찰땐 위내시경 매년 받아야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장상피화생이 관찰된 사람은 1년 주기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효과적으로 위암을 예방,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수진·박민정 교수팀은 위내시경검사를 받은 5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위암 발생과 관련한 위험요인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위암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가족력과 장상피화생, 50세 이상의 고령, 남성 및 흡연 등이 꼽혔다. 특히 장상피화생은 위암 발병률을 무려 11배나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장상피화생이란 만성 염증이나 위 상피조직의 불완전한 재생으로 정상이던 위점막 세포가 대장이나 소장의 상피세포와 비슷하게 변한 상태로, ‘위축성 위염’과 함께 위암으로 발전되기 직전 상태인 전암(前癌) 단계로 분류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내시경검사 기간이 위암의 조기진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이하의 간격으로 내시경을 받은 경우 조기위암 발견율이 90.7%에 달했지만, 3년 이상의 간격일 때는 45.4%로 떨어졌다.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도 2년 이하일 때 46.5%이던 것이 3년 이상일 때는 15.6%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매년 주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환자는 98.6%가 진단 당시 조기위암 상태였으며, 내시경으로 비교적 간단히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56.9%로 높은 편이었다. 위암의 5년 생존율 역시 1~2년 간격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은 경우에는 95%로 높았지만, 비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은 환자는 86.1%로 낮았다. 위암은 한국인에게 발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국가암검진프로그램에서는 남녀 모두 40세부터 2년 단위의 내시경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소화기 관련 국제학술지 ‘국제암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박민정 교수는 “장상피화생은 물론 위암도 초기에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만큼 남녀 모두 40세부터는 최소한 2년 주기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가장 효과적인 위암 예방법”이라며 “특히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장상피화생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1년 단위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위암 가족력 있으면 위내시경 매년 받아야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장상피화생이 관찰된 사람은 1년 주기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효과적으로 위암을 예방,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수진·박민정 교수팀은 위내시경검사를 받은 5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위암 발생과 관련한 위험요인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위암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가족력과 장상피화생, 50세 이상의 고령, 남성 및 흡연 등이 꼽혔다. 특히 장상피화생은 위암 발병률을 무려 11배나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장상피화생이란 만성 염증이나 위 상피조직의 불완전한 재생으로 정상이던 위점막 세포가 대장이나 소장의 상피세포와 비슷하게 변한 상태로, ‘위축성 위염’과 함께 위암으로 발전되기 직전 상태인 전암(前癌) 단계로 분류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내시경검사 기간이 위암의 조기진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이하의 간격으로 내시경을 받은 경우 조기위암 발견율이 90.7%에 달했지만, 3년 이상의 간격일 때는 45.4%로 떨어졌다.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도 2년 이하일 때 46.5%이던 것이 3년 이상일 때는 15.6%로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매년 주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환자는 98.6%가 진단 당시 조기위암 상태였으며, 내시경으로 비교적 간단히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56.9%로 높은 편이었다. 위암의 5년 생존율 역시 1~2년 간격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은 경우에는 95%로 높았지만, 비정기적으로 내시경검사를 받은 환자는 86.1%로 낮았다.  위암은 한국인에게 발생률이 가장 높은 암으로, 국가암검진프로그램에서는 남녀 모두 40세부터 2년 단위의 내시경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소화기 관련 국제학술지 ‘국제암학회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박민정 교수는 “장상피화생은 물론 위암도 초기에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만큼 남녀 모두 40세부터는 최소한 2년 주기로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가장 효과적인 위암 예방법”이라며 “특히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장상피화생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1년 단위로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삼성·신세계 총수 일가, 연봉공개 대상은 1명뿐

    삼성·신세계 총수 일가, 연봉공개 대상은 1명뿐

     내년부터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 임원의 경우 개별 연봉을 공시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재벌 총수 4명 가운데 1명은 등기 임원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연봉 공개를 피하려고 총수들이 추가로 등기 임원을 포기하면 법안 실효성이 없는 데다 책임경영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민간 기업집단은 43곳이다. 이 중 9곳은 총수가 경영에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미등기 임원이거나 임원에서 물러난 상태다. 일부 총수는 공시 규정이 덜 엄격한 비상장회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놓기도 했다.  등기이사 등재가 안 된 총수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현대백화점 정몽근 명예회장,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 태광산업 이호진 전 회장,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 등이다. 박현주 회장은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기이사이다.  등기 임원 회피가 두드러지는 대기업 집단은 삼성과 신세계다. 삼성 총수 일가 중 계열사 등기 임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은 모두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용진 부회장을 등기이사에서 제외시켰다. 정 부회장 동생인 정유경 부사장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총수 일가 중에 단 한 명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 명예회장은 미등기 임원이지만,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은 등기이사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KCC그룹 2세인 정몽진·몽익 대표도 등기 임원이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총수들이 등기 임원을 포기, 임원 연봉 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등기 임원이라는 규정 대신 급여 상위 기준 5~10위 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미국은 등기·미등기 구분 없이 최고경영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 보수를 받는 임원 3명 등 5명의 연봉을 개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일본은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의 임금을 개별 공개하고, 영국은 모든 이사의 연봉을 공개한다.  재벌 총수는 월급보다 배당 등을 통한 수입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월급 공개 때문에 등기 임원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법적인 책임을 감수하는 등기 임원 외 단순 고연봉자를 공개했을 때 기업의 인재 스카우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개정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별 연봉 공개 자체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면서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부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한은 경제전망 수정] 정부·한은, 투자·소비 등 성장전망은 동일… 진단·처방은 상반

    [한은 경제전망 수정] 정부·한은, 투자·소비 등 성장전망은 동일… 진단·처방은 상반

    3월 28일과 4월 11일. 한 달도 채 안 되는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0.3% 포인트 차이가 난다. 2.3%로 전망한 정부는 ‘한국판 재정절벽’(급격한 정부지출 감소)으로 경기가 하반기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로 전망한 한국은행은 경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처방전도 다르다. 정부는 돈(추가경정예산)을 대거 풀어 경기를 풀무질해야 한다고 하고, 한은은 일단 지켜보자며 금리를 동결했다. 김준일 한은 부총재보는 11일 “정부가 예상한 12조원의 세입 결손은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2조원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0.2% 포인트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이 세입 결손을 반영했을 경우 성장률 전망은 2.4%로 내려가 정부 전망(2.3%)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 실제 물가·민간소비·설비투자 등 성장의 주요 항목들을 놓고 보면 정부와 한은 전망이 똑같다. 같은 숫자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8%, 하반기에 3.3%로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는 기존 성장경로 전망을 고수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장률이 위로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최근 발언과 대조된다. 한은은 설비투자 증가율을 2.3%로 보면서 글로벌 경기와 투자심리 개선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 수요 부진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2.5%로 같지만 한은은 소득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기재부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한은은 장밋빛, 기재부는 회색빛 전망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비슷한 숫자를 놓고 (정부와 한은이) 다른 처방을 내린 것이어서 국회와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한은 임직원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 ‘사찰’에서 근무하고 좋은 집만 오가다 보니 서민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현실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며 냉소했다. 기준금리 동결로 일단 한은의 독립성은 지킨 모양새가 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가 바람직하지만 정부 압력으로 내린다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이라는 양적완화를 한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가 안정되면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금리를 내려도 별 소용이 없다”며 “비(非)통화 정책으로 양적완화를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제전망 기관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믿음보다 더 독립적임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경제 살리려면 정책 엇박자 줄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여섯 달째 동결했다.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허를 찔린 격이다.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정부도 일단 한은의 지원 사격 없이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 당분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금통위의 경기 인식에 따른 책임 공방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금통위의 금리 결정 자체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금리 조정에는 득과 실이 병존하기 마련 아닌가.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결정에 첫 번째 보는 것이 물가다. 하반기엔 물가상승률이 거의 3%까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를 낮춰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보다는 물가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김 총재는 “한은의 판단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말하진 않겠다”고 했다. 한은의 선택이 경기 회복의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정부와 한은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의 효과와 관련해 “재정, 금융, 부동산정책이 정책조합의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도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한 적이 있다. 반면 김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은 매우 완화적”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반대로 진단한 것이다. 두 기관의 상황 인식이 이렇게 다르다면 경기 회복의 추진 동력이 생길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관련기관 간 정책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과 엔저 현상 등 대내외 악재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한은이 어제 올해 경제성장률을 2.8%에서 2.6%로 낮춘 것도 엔저 등 대외 여건 때문이다. 정부는 한은이 독립성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금리와 관련한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은 역시 독립성을 너무 의식하다 보면 탄력적 통화정책을 놓칠 수 있다는 외부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중앙은행은 경기 회복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고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기관끼리 충성 경쟁을 하듯이 몰아붙이면 경제 활성화가 더뎌져 세수가 외려 줄어들게 된다. 정책 공조를 위해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의 정보 공유와 관련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 하루속히 해소해야 한다.
  • 대기업총수 4명 중 1명 미등기임원… 연봉공개 대상서 빠져

    대기업총수 4명 중 1명 미등기임원… 연봉공개 대상서 빠져

    내년부터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 임원의 경우 개별 연봉을 공시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재벌 총수 4명 가운데 1명은 등기 임원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연봉 공개를 피하려고 총수들이 추가로 등기 임원을 포기하면 법안 실효성이 없는 데다 책임경영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민간 기업집단은 43곳이다. 이 중 9곳은 총수가 경영에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미등기 임원이거나 임원에서 물러난 상태다. 일부 총수는 공시 규정이 덜 엄격한 비상장회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등기이사 등재가 안 된 총수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현대백화점 정몽근 명예회장, KCC그룹 정상영 명예회장, 태광산업 이호진 전 회장,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 등이다. 박현주 회장은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기이사다. 총수 일가 중 등기임원 참여가 적은 기업에는 삼성과 신세계가 있다. 재계 1위인 삼성 총수 일가 중 계열사 등기 임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은 모두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용진 부회장을 등기이사에서 제외했다. 정 부회장 동생인 정유경 부사장도 등기이사가 아니다. 총수 일가 가운데 단 한 명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림산업의 경우 이 명예회장은 미등기 임원이지만,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은 등기이사다. 현대백화점 역시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됐다. KCC그룹 2세인 정몽진·몽익 대표도 등기 임원이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총수들이 등기 임원을 포기, 임원 연봉 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등기 임원이라는 규정 대신 급여 상위 기준 5~10위 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미국은 등기·미등기 구분 없이 최고경영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 보수를 받는 임원 3명 등 5명의 연봉을 개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일본은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의 임금을 개별 공개하고, 영국은 모든 이사의 연봉을 공개한다.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한 뒤 무보수로 일하는 등 재벌 총수는 월급보다 배당 등을 통한 수입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월급 공개 때문에 등기 임원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법적인 책임을 감수하는 등기 임원 외 단순 고연봉자를 공개했을 때 기업의 인재 스카우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개정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당장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별 연봉 공개 자체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면서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세부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정부·한은, 경기 인식은 동일…전망은 장밋빛·회색빛 ‘엇박자’

    정부·한은, 경기 인식은 동일…전망은 장밋빛·회색빛 ‘엇박자’

    3월 28일과 4월 11일. 한 달도 채 안 되는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0.3% 포인트 차이가 난다. 2.3%로 전망한 정부는 ‘한국판 재정절벽’(급격한 정부지출 감소)으로 경기가 하반기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2.6%로 전망한 한국은행은 경기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처방전도 다르다. 정부는 돈(추가경정예산)을 대거 풀어 경기를 풀무질해야 한다고 하고, 한은은 일단 지켜보자며 금리를 동결했다. 김준일 한은 부총재보는 11일 “정부가 예상한 12조원의 세입 결손은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2조원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0.2% 포인트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이 세입 결손을 반영했을 경우 성장률 전망은 2.4%로 내려가 정부 전망(2.3%)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 실제 물가·민간소비·설비투자 등 성장의 주요 항목들을 놓고 보면 정부와 한은 전망이 똑같다. 같은 숫자를 놓고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8%, 하반기에 3.3%로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는 기존 성장경로 전망을 고수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장률이 위로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최근 발언과 대조된다. 한은은 설비투자 증가율을 2.3%로 보면서 글로벌 경기와 투자심리 개선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 수요 부진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2.5%로 같지만 한은은 소득여건 개선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기재부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제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마디로 한은은 장밋빛, 기재부는 회색빛 전망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비슷한 숫자를 놓고 (정부와 한은이) 다른 처방을 내린 것이어서 국회와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한은 임직원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 사찰에서 근무하고 좋은 집만 오가다 보니 서민 경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현실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며 냉소했다. 기준금리 동결로 일단 한은의 독립성은 지킨 모양새가 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가 바람직하지만 정부 압력으로 내린다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총액한도대출이라는 양적완화를 한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가 안정되면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금리를 내려도 별 소용이 없다”며 “비(非)통화 정책으로 양적완화를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제전망 기관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믿음보다 더 독립적임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경제 프리즘] “대기업도 자금사정 어려워” “中企 몫 줄어”

    신용보증기금이 대기업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을 보증해 주기로 한 데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책을 대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적지 않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는 이달 안에 대기업 건설사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할 계획이다. P-CBO는 여러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묶은 뒤 보증을 붙인 유동화증권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을 돕는 제도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회사채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신보의 건설사 P-CBO 지원대상을 11위 이하 대기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두산건설, 금호산업, 동부건설 등 재벌그룹 계열 건설사들도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업체당 지원 한도는 1000억원으로, 총 발행 규모는 4조 3000억원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명목이지만 중소·중견기업도 어려운데 대기업 건설사까지 도와줄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소·중견기업의 P-CBO 발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대기업 건설사들이 뛰어들면 중소기업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을 대기업으로 확대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상반된 분석도 있다. 신보의 P-CBO 지원을 받으면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이를 꺼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보 보증을 받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열악하다는 소문이 날 수 있어 대기업들이 선뜻 P-CBO에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확대 시행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P-CBO 발행 실적이 전무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500억원가량 발행 신청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최소 모집 규모(2000억원)를 충족하지 못해 결국 발행이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신보에 내는 수수료 1%가 업체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서울광장] 대통령 곁에 ‘노 특보’를 둬라/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 곁에 ‘노 특보’를 둬라/최광숙 논설위원

    1961년 4월 쿠바 카스트로 정권이 사회주의국가를 선언하자 미 정부는 쿠바의 피그만 침공을 결정했다. 하지만 고위 관료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그 정책 판단의 결과는 미국의 참패였다. 이후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인 로버트 케네디는 형에게 “어떤 사안에 이견이 없는 경우 반대 의견을 말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둘 것”을 제안했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중세 로마 가톨릭에서 추기경을 뽑을 때 실질적 검증을 위해 의도적으로 후보자의 약점을 말했던 이다. 동생의 직언 덕분인지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사태 때 케네디 대통령의 위기 대응방식은 180도 달라졌다.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을 알고 난 뒤 미사일 철수 선언을 이끌어 내기까지 13일 동안 케네디는 주요 부처의 보고만 받은 것이 아니라 직급이나 직책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전문가들이 회의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고는 다음 회의에는 꼭 그들을 참석시켰다. 자신은 물론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장관 후보자 여럿이 낙마하는 등 ‘인사 참사’를 겪으면서 직언하는 참모들이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틀렸다”, “안 된다”고 하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가부장적 집안의 아이들은 부모의 기에 눌려 위축되기 마련이다. 대통령과 참모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쓴소리를 들으려는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참모들은 ‘진실’을 말하기 어렵다. 로버트 케네디가 대통령에게 ‘악마의 대변인’을 두라고 한 이유 역시 백악관 참모들이 진실이 아니라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사전에 한 장관과 대통령에게 건의할 사안을 합의했지만 정작 회의에서 그 장관이 당초 사전 협의와는 정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 장관은 회의 진행과정에서 대통령의 생각에 맞춰 자신의 의견을 그 자리에서 바꾼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토론과 대화를 즐긴다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 전직 장관도 “회의 전 미리 의견을 조율하지만 대통령 앞에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장관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어느 나라든 대통령 앞에 서면 참모들은 ‘작아지고’, 대통령 생각에 ‘주파수’를 맞추려는 경향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통령도 조선시대 간언(諫言)을 업으로 했던 사간원 간관(諫官)처럼 청와대에 간언만 담당하는 특보를 둘 것을 제안한다. 그 직책은 ‘노(No)특보’로 칭하면 어떨까. 어떤 경우든 그는 대통령 앞에서 ‘아니되옵니다’라는 말만 해야 한다. 그의 입에서 ‘예스’(Yes)라는 말이 나와선 절대 안 된다. 국정 전반에 관해 무조건 ‘쓴소리’, ‘No’만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물론 그는 반대 논리를 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 이를테면 정부가 어떤 정책 추진을 검토한다면, 그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고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추진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일부러 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중책을 맡길 생각이라면 그 특보로 하여금 후보자의 단점을 찾아내 적임자가 아니라는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대도록 한다. 그런 ‘악마의 대변인’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다면, 대통령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자기 검증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독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어떤 사안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모두 검토할 수 있기에 종합적이고도 균형 잡힌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간언을 전문적으로 하는 간관의 역할을 강화했던 당 태종은 정치의 황금시기 ‘정관(貞觀)의 치(治)’를 이룬 성군으로 기록되고, 반면 간관을 없애 버린 수양제 곁에는 간신들만 득실거려 희대의 폭군으로 남은 사실을 오늘 다시금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bori@seoul.co.kr
  • [30대 그룹 투자 ‘허와 실’] “새정부 경제살리기에 호응하려니 다 죽을 맛”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경기)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4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의 조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은 올해 정확한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49조원 투자설’이 재계에 파다한데도 확실하게 ‘못 박기’를 꺼리고 있는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워낙 변화무쌍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해마다 1월이면 앞다퉈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선전포고’하듯 밝혀 왔었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 계획 공표를 기피하거나 마지못해 전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기업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실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내외적 경영 환경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 키프로스 사태 등으로 유럽을 비롯한 세계경제 위기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남북 갈등 고조로 인한 국내 정세 불안도 날로 높아져 기업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따라서 섣불리 얼마를 투자하겠다고 호기롭게 내놨다가 추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경제살리기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짊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한 재계 인사는 “올해 기업들은 솔직히 투자 확대 계획보다 구조조정 일정을 짜야 할 지경인데 새 정부가 들어서 뭔가 내놓으려니 다들 죽을 맛”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경제민주화 바람도 한몫을 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새 정부가 강력한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손과 발을 묶으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늘리라고 한다”면서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업들은 지금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개념과 방향이 모호한 ‘창조경제’도 기업을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기업들은 늘 정책 기조에 맞춰 관련 투자를 해 왔다. 그러나 새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에 대한 실체가 뚜렷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30대 그룹 투자 ‘허와 실’] 투자 실천 미지수… 산업부선 “100% 달성” 엄포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을 비롯한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채용 계획을 취합해 공개하면서 이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투자·채용 계획이 아무리 거창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이 체감할 만한 경기훈풍은 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민·관합동 투자·고용협의회를 구성해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포럼에서 “규제 완화 건의 사항은 확실히 (처리)할 것이니 투자·고용계획 이행은 확실해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시로 투자·채용 계획 이행 여부를 꼼꼼히 챙겨 100% 달성을 이끌겠다는 장관의 엄포다. 하지만 실제 투자·고용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상황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30대 그룹은 홍석우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15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 실적은 138조 2000억원에 그쳤다. 삼성·현대차 등 10대 그룹 역시 121조 5140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5조 3936억원을 덜 투자했다.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지난해 초만 해도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이 계속되면서 집행을 미루거나 중단했기 때문이다. A그룹 고위관계자는 “연초에 발표하는 투자·고용 계획은 전년도 하반기에 전망한 근거를 토대로 만든 것이어서 이를 100% 지키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다 보니 수치가 약간 과장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관리 소홀에도 책임이 있다. 연초에는 30대 그룹의 공격적인 투자·고용을 압박하지만, 연말에 이를 실제로 달성했는지는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재계의 솔직한 설명이다. B그룹 고위관계자는 “어차피 정부가 실제 투자 이행 여부는 면밀히 따지지 않기 때문에 투자 여력이 없는 해에도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곳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만큼 경제를 살리고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이렇게라도 나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기업의 몸사리기식 경영이 이어지면 내수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투자 금액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투자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기업이 많은 돈을 투자해도 대부분 해외에 공장과 설비를 짓는 데 쓰인다면 결국 국내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투자의 내용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靑 보도 때 ‘관계자’라는 표현 빼주세요”

    청와대가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핵심·고위 관계자’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변인들조차 사실 확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이 ‘관계자’라는 용어로 취재원을 보호하지 못하면 언론 보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3일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아 ‘관계자’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나 관계자 명의로 확인 안 된 기사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는 대통령의 생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청와대 관계자 명의로 자주 나오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라고 말했다. 앞서 윤창중 대변인도 “청와대 관계자 등의 표현은 브리핑할 때만 쓰시고 이제 그만 쓰도록 하자”라고 요청했다. 청와대가 한목소리로 ‘관계자’라는 표현에 부정적 인식을 피력한 것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들과의 전화 접촉도 원활하지 않은 데다 대변인들마저 언론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해 주지 못하는 게 청와대 취재의 현실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여야 추경·부동산대책 처리 실기 말라

    우리 경제는 안보상황만큼이나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 진작부터 대대적인 양적 완화로 경기회복에 나선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우리의 경기 부양은 시급을 다툰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통령선거와 정부 출범 과정을 겪느라 경기활성화 대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측면이 컸다. 늦어진 만큼 부동산대책과 추경 편성에 그쳐서는 안 되고, 침체에서 벗어나 경제활력을 찾는 정책을 더욱 과감히 펼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정책 타이밍의 중요성은 빼놓을 수 없다. 한시라도 빨리 경기활성화 대책이 집행돼 온기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야 하겠지만 정치권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은 추경규모를 대략 18조~20조원으로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럼에도 추경의 용처를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12조원으로 추정되는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 추경에 무게를 두고 있고, 새누리당은 경기부양 쪽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지엽적인 논쟁으로 날 샐 일이 아니다. 재원 마련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은 추경안이 순탄하게 처리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키운다. 정부와 여당은 증세에 따른 경기 위축 부작용이 염려된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을 선호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국채는 미래의 빚이기 때문에 국채 발행보다는 증세를 하자고 맞서고 있다. 재정건전성은 정부가 정책의 우선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가 80%를 넘지만 우리는 34%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4·24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에 몰입할 소지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추경안 처리 시한을 놓칠지도 모를 일이다. 부동산대책 가운데 절반가량은 소득세법, 지방세특례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으면 시행될 수 없다. 이런 대책들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왜곡·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거래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양도세 면제대상은 서울 강남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간 충분히 협의해 합리적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본다. 정치가 안정될 때 비로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정치권이 이를 왜곡시키거나 처리를 지연시키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추경안과 부동산대책을 제때에 처리해 주기 바란다. 여야 6인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자칫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8조 재원 추가 마련

    지하경제 양성화로 5년간 28조 재원 추가 마련

    3일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에 무게 중심을 뒀다.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기준 강화와 코스피 200선물 거래세 부과 등이 포함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정부는 370조원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향후 5년간 28조 5000억원의 세원을 추가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수단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다. 김형돈 재정부 조세정책관은 “기존 세무조사와 FIU 자료를 활용한 체납 세액 징수 등 두 방식으로 양성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체납자의 가족 등에 대한 금융 거래 조회를 추진할 수 있는 것도 FIU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관세청도 여행자 휴대품과 특송화물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회를 연 1회에서 실시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하반기부터는 외국 등에서 카드로 면세 기준(미화 400달러)을 넘는 물품을 산 내역이 관세청으로 넘어가 관세 등이 부과될 수 있다. 관세청은 국세청과 협의 없이 국세청 정보를 활용하겠다고 밝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가 서민 생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전통시장에서의 현금 거래나 상가 권리금 등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여겨졌던 사적 거래도 적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해 ‘영세 자영업자 등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고소득 자영업자와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다’고 해명했지만 ‘빈대(검은돈)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서민경제)을 태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나치게 강조해 지상경제를 위축시키면 그에 따른 세수 손실이 지하경제 양성화로 더 걷게 된 세수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원윤희 서울시립대 정경대학장은 “특정 연령과 직업 등에 따른 세금 납부 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표준에서 벗어나는 대상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는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정부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평가를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바꾸고 상임이사와 감사 임기는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창조경제 수행을 위해 ‘범부처 창조경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프로그램 간 우선순위를 조정해 내년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올해 해야 할 프로젝트는 예산을 절감하거나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한다. 복지공약 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 지원 실천 계획인 ‘공약가계부’도 5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뉴스 분석] 올해 빚 480兆… 나라살림 ‘큰 그림’이 없다

    [뉴스 분석] 올해 빚 480兆… 나라살림 ‘큰 그림’이 없다

    정부가 17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하고 ‘4·1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주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이 더 흔들리게 됐다. 8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성장 늪에 빠질 위험한 형국이라 나라 곳간을 축내서라도 경기를 살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가재정에 관한 새 정부의 ‘큰 밑그림’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추경 재원은 대부분 국채로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이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올해 나랏빚은 48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당시 재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464조 8000억원이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9월 전망치였던 1326조 9000억원에서 1301조 7000억원으로 25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 전망치가 4.0%에서 2.3%로 거의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빚은 늘고 GDP는 줄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기존 전망치 33.2%에서 36.9%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 건전성을 재는 척도인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 적자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4조 8000억원에서 20조원 수준으로 불게 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이 0.3%에서 1.5%로 오르는 셈이다. 통상 이 비중이 ±0.3%이면 ‘균형재정’으로 본다. 현재로서는 올해 균형재정은커녕 지난해(-1.1%)보다 적자가 더 악화될 공산이 커졌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법인세 인상 등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자는 야권 등의 주장은 경기를 오히려 더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재정을 투입한 뒤 (경기를 살려) 세금으로 다시 걷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확충하는 또 다른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이 ‘한국판 재정절벽’ 등을 경고할 뿐,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일정 정도의 국가채무 증가는 감내해야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중장기 재정 계획 등을 통해 언제부터 어떻게 흑자 재정으로 돌리겠다는 등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추경 예산을 집행, 경기를 효과적으로 되살린다면 앞으로 재정건전성 확충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상생 막힌 경남도·창원시

    경남도와 창원시가 창원에 있는 도 단위 공공기관의 이전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도는 2일 창원시내에 몰려 있는 도 단위 공공기관을 개발이 뒤처진 경남 서북부권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주시에 경남도청 제2청사도 건립한다. 홍준표 지사가 발전이 뒤떨어진 서부권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진주에 도청 제2청사를 건립하고 도 단위 공공기관을 서부권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도는 최근 균형발전단, 공공기관이전단, 개발사업추진단 등 3개 단으로 구성된 서부권개발본부를 신설하고 제2청사 건립 및 공공기관 이전 계획 수립을 위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 경남도청 인근 의창구 사림동 보건환경연구원과 인재개발원, 성산구 반림동 교통문화연수원 등이 이전 대상 기관으로 검토되고 있다. 도의 이 같은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해 창원시와 창원시의회는 백지화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시의회는 “홍준표 지사가 창원에 있는 공공기관을 서부권지역으로 옮기려고 하는 것은 110만 창원시민을 낮추어 보는 처사”라며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배종천 창원시의회 의장은 “창원에 있는 공공기관이 옮겨 가면 도심공동화와 상권 위축 등으로 경남도와 창원시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완수 창원시장도 홍 지사의 일방적인 공공기관 이전 강행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창원에 있는 공공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소식에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이전이 구체화되면 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경남도의 도 단위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창원 출신 도의원들도 적극 대응해 달라”며 지역 출신 도의원들에게도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세균검사 등을 하는 보건환경연구원이 시내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서북부 지역의 한적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면서 공공기관 이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현재 공공기관 이전을 검토하는 단계로 이전 대상 기관이 정해지고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면 창원시와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는 관련 절차 등을 거쳐 이전 사업을 시작하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현철 경남도 서부권개발본부장은 “공공기관이 이전해 가더라도 부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공공기관이 있을 때보다 지역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글로벌시대] 한국의 국제사회복지를 생각하며/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

    [글로벌시대] 한국의 국제사회복지를 생각하며/이명신 월드비전 동해종합사회복지관장

    수년 동안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의 해외사업을 맡아 전 세계 구호·개발현장을 다니다 몇 달 전 국내 사회복지현장인 동해복지관에 부임했다. 국내 복지와 국제개발현장에서 지낸 지난 30여년 동안 사회복지와 국제개발협력부문은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국내적으로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과 보육과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복지예산에 대한 조달문제등 논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올해 복지예산은 97조 1000억원으로 정부총지출의 28.4%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회복지학자 및 현장실천가들 사이에서 국제사회복지란 용어가 아직 한국 사회복지계에서 생소함에도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회복지에 비해 국제개발협력은 올해 예산이 2조 411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16%에 불과하지만 성장속도 및 국제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창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에 이어 2011년 부산세계원조총회를 개최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2011년 부산세계시민사회포럼(BCSF)에 300개의 국제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여하였으나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국제사회복지사협회(IFSW) 등 국제사회복지계 및 한국사회복지계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국제사회복지계는 1950~60대는 개발도상국 개발이 경제 개발에서 사회 개발로 확장됨에 따라 유엔을 통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나 1970~80년대에 와서 영·미 중심의 사회복지가 개인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사회 개발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사회복지영역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이후에 유엔은 빈곤, 여성, 아동, 인권, 환경 등 특수 집단 및 분야에 초점을 두고 국제아동·여성단체나 국제인권단체의 활동과 특히 개발 NGO들의 개발 분야에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복지계의 역할이 위축되어 왔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지구촌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한국 NGO들의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사회복지계에서도 국제사회복지란 용어가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정의조차 논쟁 중에 있지만 세계화와 글로벌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국제사회복지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특히 급성장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분야와 어떻게 상생하고 자리매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대학 중심으로 국제사회복지 교과목이 개설되고 있고, 2010년에는 한국국제사회복지학회가 결성되었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국내사회복지기관의 해외사업도 태동하고 있고 국제사회복지 실습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지구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개념의 국제사회복지 이론 및 활동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학계는 학계대로, 실천현장은 현장대로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필요성과 시대성을 공감하고 역할들을 찾아가야 한다. 양적 팽창과 성장통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복지, 이제 한국의 국제사회복지에 대한 탐색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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