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도안 어떻게 바뀌나] 여성·과학자 새긴 지폐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폐도안 전면교체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극성을 부리는 위조지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한다. 그대로 둘 경우 상거래에 큰 혼란은 물론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등 경제적 해악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는 박승 총재가 취임한 이후 줄곧 주장해온 세 가지 화폐개혁(화폐단위 변경, 고액권 발행, 위조방지를 위한 지폐변경 등) 방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단을 선언한 만큼 1차적으로 위조지폐 방지를 위한 지폐변경을 추진하고, 아울러 화폐단위 변경을 대체할 만한 고액권 발행도 함께 병행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조지폐 방지는 홀로그램 패치가 관건
한은의 검토대로 추진된다면 조폐공사가 보유한 기존 시설에다 첨단 위조방지 기능을 첨가하면 된다.
위조를 막기 위한 첨단 방지기능으로 대략 세 가지가 꼽힌다. 지폐 가운데 은색의 홀로그램 패치(동전 크기의 사각 은막을 지폐에 씌우는 것으로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한다)를 붙이는 것이 첫째다. 지폐 왼쪽 하단에 시각장애인의 지폐 인식을 위해 표기한 둥근 모양의 점자를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색잉크’를 첨부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마지막으로 잠상(潛象)으로 불리는, 지폐 오른쪽 인물 옆에 숨어 있는 액면 숫자를 넣는 방법이 있다.
현재 1만원권과 5000원권은 지폐 가운데 은색 점선이 세로로 부착돼 있지만, 색잉크와 잠상이 들어가 있는 지폐는 1만원권이 유일하다.1000원권은 은선 홀로그램도 없다. 따라서 1만원권은 홀로그램 패치를 넣을 것인지,5000원권에는 홀로그램 패치는 물론 색잉크와 잠상을 삽입할 것인가가 지폐 도안 변경의 핵심이다.
홀로그램은 두 개의 레이저광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효과를 이용, 사진용 필름과 유사한 표면에 3차원 이미지를 기록한 것을 말한다. 여러 기술에 따라 시각적으로 다양한 입체적 효과를 낸다. 이 원리는 양주 등 가짜 주류 방지에도 활용하고 있다.
●화폐인물 여론조사 통해 선정
지폐 변경 대상은 1만원권 21억장,5000원권 2억장,1000원권 10억장 등 모두 33억여장이다. 산술적인 금액만으로도 24조원을 웃돈다. 이는 한은의 본원통화(시중 현금+시중은행 시재금+시중은행의 한은 예치금) 37조원의 65%에 이르는 규모다. 지폐변경에 장당 60∼70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2040억∼238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지폐변경을 하게 되면 현금자동인출기나 자판기 센서 교체 등을 통해 경기부양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1일자로 지폐를 변경한 일본의 경우 7000억엔 규모의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폐를 변경하게 되면 크기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현행 지폐는 달러 등 다른 지폐보다 너무 크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화폐 인물도 교체 대상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과학자, 여성 등 존경할 만한 인물 등 후보군을 1차적으로 검토하긴 했지만, 지폐 변경이 결정되면 이후 다양한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다시 고른다는 입장이다. 현재 1만원권은 세종대왕,5000원권은 율곡 이이,1000원권은 퇴계 이황,500원짜리 동전은 학,100원은 이순신,50원은 벼이삭(쌀),5원은 거북선,1원은 무궁화 등이 각각 들어 있다.
●교체는 1∼2년 걸려
한국은행법에는 은행권의 변경이나 고액권 발행은 정부의 승인을 얻어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재정경제부와 합의가 이뤄진다면 곧바로 지폐도안 변경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지폐 제조 및 교환에는 적어도 1∼2년이 걸린다. 한은 관계자는 “1만원권의 수명은 통상 4년6개월,5000원권과 1000원권은 각각 2년가량이므로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돌아오는 주기를 감안해 교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