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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요구 봇물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한해동안 모두 1511건의 행정제도 개선과제가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년간 414개 일선 행정기관과 행자부 인터넷 홈페이지 ‘행정제도 개선란’을 통해 1511건의 행정제도 개선과제가 접수됐다고 30일 밝혔다. 기관별로는 자치단체에 가장 많은 1359건이 접수됐으며 다음은 특별행정기관에 71건,행자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81건이 각각 건의됐다.특히 접수된 과제중 매년 20∼30% 가량이 채택돼 제도개선에 반영되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관심도 높아져 접수 건수는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지난 1991년 575건보다 3배 가량,2000년의 1212건보다는 24.6% 늘었다. 행자부는 오는 3월까지 개선과제를 선정,관련부처 검토 및 협의를 거쳐 제도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다음은 주요 제도개선 건의사항이다. ●전입신고 확인제도 폐지 주민등록법상 주민들이 전입신고를 할 경우 해당 통·반장이 3일 이내에 실제 거주여부를 확인토록 돼 있으나 확인이 쉽지 않고,사생활 침해 소지가 크다.따라서 전입신고시 민원인들이 등기권리증이나 전·월세계약서 등을 지참토록 의무화하면 통·반장의 확인없이도 위장전입을 막을 수 있다. ●혼인·이혼신고서 증인제도 폐지 현재 결혼이나 이혼신고를 할 경우 신고서에 성년 2명을 보증인으로 적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다.실제 대다수가 친·인척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형식적으로 기재,신고하는 실정인데다 20세 이상 성년은 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고 혼인이 가능한 만큼 행정간소화와 민원인 편의를 위해 이를 폐지해야 한다. ●장애인차량 고속도로통행료 할인제도 개선 장애인차량이 고속도로통행료를 할인받으려면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할인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기간도 30∼40일 가량 소요된다.아예 장애인복지카드로 신분을 확인,할인 혜택을 주거나,인터넷으로 카드발급을 신청하고 받아볼 수 있도록 할인카드 발급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연말정산의 의료비공제 서류 발급제도 의료비 연말정산을 하면서 국민들이 매년 의료비 영수증이나 확인서를 모으러 각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다니는 실정이다.그러나 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 일괄적으로 1년간 정산내역서를 개인에게 통보해주면 이같은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조현석기자 hyun68@
  • 심각성 더해가는 ‘비정규직’ “저임금·권리침해에 시달린다”

    경실련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비정규직에게 노동법은 있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토론회에서는 비정규노동자의 권리보호 방안으로 정부차원의 근로감독 인력 확대,악덕사업자 블랙리스트 공개제도 도입,비정규노동 권리구제 위원회 신설 등이 제기됐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와 노동연구원 강명세 연구위원이 ‘비정규직 권리침해와 정책대안’을 공동 발제했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종수 노무사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에 대한 노동법위반 사례’를 발표했다.주요 발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비정규노동자 권리침해와 정책대안 비정규 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이등시민’으로 전락했다.임금은 정규직의 52%에 불과하다.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전체의 10∼20% 수준이다. 비정규노동센터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수집한 697건의 비정규직 노동권 침해 사례를 분석하면 고용계약 침해가 44.8%로 가장 많았다. 임금 침해는 40.6%였다.침해 사례 가운데 여성이 64.5%를 차지했다.주요 유형은 고용계약해지·전환,근로계약서 미작성,임금체불,시간외 근로수당 미지급,퇴직금 미지급,휴무 일방지정,근로시간 임의편성,노조 불인정,산재 불인정,불법파견 등이다. 비정규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근로감독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또 각 지역의 노사단체와 공익전문가가 참여하는 ‘명예감독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권리침해가 빈발하는 공공·민간서비스부문과 학원·학습지판매업,아르바이트 인력을 활용하는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 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그동안 비정규직 보호방안에서 배제됐던 아르바이트 학생과 재택 여성노동자를 위한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사용자의 노동권 침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청소년 성범죄자의 공개와 유사한 방식의 ‘악덕사업자 블랙리스트 공개제’를 시행하고,‘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가 손쉽게 구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비정규 노동권리구제 위원회’를 현재 인수위가 구상중인 ‘차별시정위원회’와 ‘노동위원회’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독일이 실시하고있는 ‘고용계약 서면요건주의’를 도입,고용계약을 서면으로 명시토록 하는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추가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비정규노동자 권리침해 지자체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는 상용직과 일시적인 업무에 3개월 미만 종사하는 일시 사역인부가 있다. 대다수 지자체는 상용직·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노무관리를 일종의 행정처리 개념으로 파악한다.따라서 노사 관계가 아닌 공무원 특유의 특별권력관계로 악용,자의적인 법집행을 하고 있다. 일시 사역인부에 대해서는 예산을 짤 때부터 주휴수당과 연월차휴가수당,퇴직금을 책정하지 않는다. 지자체의 일용직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많은 지자체는 이를 무시한 채 정부지시라는 이유로 집단해고에 나선다. 학교의 과학실험 보조원과 일용직 사서,우체국 집배원 등도 권리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사원 등 예산통제기간은 인건비 절감을 명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예산 편성에서 저임금을 강요하는 실정이다. ●토론 한나라당 전재희의원은 해결책으로 비정규직에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할 것을 강조했다.노동법에 규정된 ‘균등처우의 원칙’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노동법에 규정된 균등처우의 원칙에 따라 사업주가 채용이 결정된 근로자와 직무·임금 및 계약기간,임금인상 조건,사회보험 등과 같은 사항을 모두 문서로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근로기준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노조탈퇴종용·근로계약해지·도급계약해지 등을 일삼는 사례도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구 박지연기자 window2@kdaily.com ◆레미콘 운전자 박대규씨 인터뷰 “연말 계약 때마다 노비문서를 쓰는 기분입니다.” 경기 파주에서 13년 동안 레미콘 운전을 해 온 박대규(42)씨는 “20대 후반에 몇 만원 더 받으려고 레미콘 운전자가 된 것이 생애 최대 실수였다.”고 말했다. 군제대 후 고압가스 트럭운전을 하던 그는 90년 여름 파주에 있는 한 레미콘 회사 정규직원으로 입사했다.입사 초기에는 수입도 괜찮았지만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994년 건설업계의 불황이 이어지자 회사 사장은 차량구입을 개인에게 전가했다.박씨는 “차량 불하를 거부하면 해고하겠다는 위협에 동료들과 차량을 불하받았지만 그 결과가 이토록 참혹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차량소유로 인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대부분의 레미콘 운전사들은 이 당시를 전후해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했다.박씨와 같은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의료·산재 등 4대 보험과 각종 수당은 물론 퇴직금도 없다. 비정규직의 꼬리표가 붙은 이후 회사측은 걸핏하면 휴일작업·새벽출근·심야작업을 강요했다.회사에 출근해 배당받은 일을 하지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법도 없다. 박씨는 “보름에 한 번 쉬고,하루 평균 14∼16시간을 일하지만 이번달 집에 가져다 준 돈은 고작 70만원”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사정이나,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거부해도 계약해지의 빌미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회사 지시대로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도 잦다.피로누적으로 차량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레미콘 차량은 보험업계의 기피대상 1호다. 박씨는 “젊었을 땐 건설역군이라는 자부심이라도 있었지만,이젠 학원비조차 대지 못하는 무능하고 늙은 아비의 모습뿐”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돈은 조금 벌어도 좋으니 ‘계약 때 보자’는 회사측의 협박을 더이상 듣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kdaily.com ◆정부선 비정규직 확산 막기로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비정규직의 고용이 남용되고 있으며,부당한 차별과 인권무시 등 비정규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보호방안을 마련했다.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비정규직 차별의 즉각적인 철폐를 주장하고 있으며,재계는 재계대로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노동부와 인수위의 보호방안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비정규직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없애는 것은 어렵고 수요를 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호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22일 인수위와 노동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보호방안은 크게 ▲비정규직 확산방지 ▲부당한 차별금지 ▲특수고용관계 종사자 단결권 인정 ▲사회보장 확대 등이다. 비정규직 규모를 인위적으로 줄여나갈 경우 사내하청·위장도급 등 더욱 열악한 근로형태가 양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따라서 합법적 비정규직 사용은 노동시장에 맡기되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사용은 강력하게 단속키로 했다. 특히 기간제 근로의 경우 단기계약의 반복갱신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크기 때문에 3년을 초과하는 경우 해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노동부는 상반기중 정부안을 마련,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노동계 요구 노동계는 즉각적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52.6%에 지나지 않는다며 임금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이다.또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 등 각종 사회적 임금에서도 큰 차별을 받고 있다며 즉각적인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경우 기존법률로 판단할 수 없는 새로운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마땅히 노동법을 개정,이들을 노동자로 인정,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견근로자를 없애기 위해 파견법을 폐지하고,기간제 노동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근로기준법 제5조를 개정,차별금지 조항에 고용형태를 명시하고,동일사업장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지급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입장 재계는 노동계와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정확한 직무분석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부가 마련한 기간제 근로자의 반복갱신 제한 방안에 대해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특히 노동시장 경직화를 초래,결국 고용기피의 부작용이 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기간제 근로기간 상한선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고용안정을 도모하고 기간만료시 최소한의 구직활동시간을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의 경우도 근로자개념을 확대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김용수기자 dragon@kdaily.com ◆비정규직 4가지 유형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은 고용계약기간과 근로형태에 따라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기간제 근로직 대개 계약기간이 1년으로 정해진다.그러나 단기계약의 반복 갱신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크다.3년을 초과할 경우 해고를 제한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보호방안이 마련돼 있다. ●단시간 근로직 일용직·시간제 등이 해당된다.단시간 근로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통상근로자처럼 근로시키는 등 탈법적으로 운영되기도 한다.근로시간이 통상근로자의 8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파견 근로직 비서·운전사 등 26개 직종에 한해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다.그러나 저임금에 시달려 적정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 검토중에 있다.불법파견근로 사업주는 처벌이 강화된다. ●특수고용직 캐디·레미콘기사·보험모집인·학습지교사 등이 해당된다.사용종속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개개 사안별로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방안이 마련됐다.그러나 특수고용직의 경우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판례가 제각각이다. 김용수기자
  • 5개카드사에 집단손배소/피라미드 가맹점 피해 1444명

    불법 다단계회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다단계 회원들에게 무리하게 카드를 발급해온 카드사들에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다단계판매회사 H사의 피해자 김모(57)씨 등 1444명은 29일 “국내 굴지의 카드사 가맹점으로 가입돼 있어 이를 믿고 H사 회원이 됐다가 피해를 봤다.”며 A카드사 등 5개 신용카드사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김씨 등은 소장에서 “피고측은 H사가 유사수신행위로 적발돼 대표가 구속된 뒤에도 오히려 H사 주도세력들이 새로 설립한 회사와 가맹점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카드사들이 H사가 위장가맹점인 줄 알면서도 회원 확장에 혈안이 돼 묵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H사 대표 윤모(47)씨는 지난 2001년 가입비 명목으로 165만원을 내고 일정한 매출을 올려주면 고수익과 함께 대형할인점의 주주자격을 준다고 속여 회원 1만 3000여명을 모집한 뒤 가입비는 제휴 카드를 즉석에서 발급,결제하게 하는 방식으로 36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 등은 H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은 카드사들이 회원들을 상대로 카드 이용대금을 청구하자 카드사들도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홍지민기자 icarus@
  • 로또 광풍… 사행심 부추기는 정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국내 복권사상 최고액인 65억원 당첨자를 비롯,40억원 이상 고액 복권당첨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우리 사회에 요행을 바라는 분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허황된 욕심을 못이겨 복권을 다량으로 훔치는 범죄도 최근 부쩍 기승을 부리고 있다.복권발행에 관여하는 정부기관들은 사회문제화되는 사행심을 차단하는 데 앞장서기는커녕 각종 기금확보를 구실로 팔짱만 끼고 있다. 특히 가뜩이나 종류가 많은 복권시장에 온라인 연합복권 로또가 지난해 말부터 가세하면서 사행심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위기다.이 복권은 판매가 시작된 지난해 12월2일 이후 7주 동안 628억원어치나 팔렸다.이달 중순에는 1등 당첨금이 5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고가 나가자 로또 판매액이 한 주일 동안 종전 평균의 2.5배 이상인 150억원으로 뛰어 복권사상 최고판매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뚤어진 ‘로또광풍’ 채용정보사이트 파워잡에 따르면 직장인 39%가 고액연봉이나 성과급보다도 복권대박을 꿈꾼다.실제로 직장인들 사이에는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복권을 공동으로 다량 구매한 뒤 당첨금을 고르게 나누는 ‘로또계’가 요즘 유행하고 있다. 문제는 로또를 단순히 즐기기 위해 구입하는 것을 넘어 당첨에만 혈안이 돼 있는 우리 사회 일각의 그릇된 사행심의 확산이다.65억원이 넘는 국내 최고의 복권당첨 주인공은 당첨확률을 높이려고 복권 10만원어치를 한꺼번에 구입했다고 털어놨다.운 좋게도 그는 몇백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큰 복을 단숨에 거머쥐었다.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당첨확률이 희박한 복권에 몇만원을 아깝지 않게 허비할 정도로 일확천금의 꿈에 젖어 있다. 중소건설회사에 다니는 강모(38)씨는 “용돈을 톡톡 털어 로또복권을 한 주일에 5만∼7만원어치씩 샀으나 번번이 빗나갔다.”면서 “투자한 돈이 아까워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지만 이러다 돈만 날리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최고액 당첨자가 나온 이후 수도권 일대에서 복권절도가 잇따르기도 했다.돈 들이지 않고 큰 돈을 차지하겠다는 그릇된 욕심이 바로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편의점을 돌면서 복권 6만여장을 훔쳤다가 지난 17일 경찰에 구속된 김모(33·무직)씨는 “거액의 복권이 당첨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 내게도 한 번쯤 행운이 오겠지.’하며 부러워했다.”며 “처음엔 호기심 때문에 훔쳤으나 나중에는 대박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어 계속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당첨금 몰아주기도 문제 1등 당첨금 액수가 큰 것도 문제지만 당첨금을 1등에게 몰아주다시피 하는 배분구조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로또는 전체 당첨금 중 1등 당첨자에게 주는 당첨금 비율이 다른 복권에 비해 높다.지난 7회차의 경우 1등 당첨금은 26억 91만 3000원으로 전체 당첨금(64억원)의 41.1%나 됐다.반면 주택복권의 1등 당첨금은 3억원으로 전체 당첨금(27억원)의 9%에 불과하다. 정부의 복권사업 관련 규정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규정에는 ‘2005년부터는 한 해 로또복권 수익금의 5% 이하인 복권은 퇴출시킨다.’고 명시돼 있다.난립중인 복권시장의 재정비 차원에서 만든 규정이긴 하나,시장논리가 아닌 로또를 기준으로 복권시장을 정비하겠다는 발상을 명문화시켜 놓은 것이다.이는 정부가 로또를 복권시장의 공룡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로 비쳐져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팔짱 낀 정부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발행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과열방지를 위해 로또의 당첨금 이월(移越)횟수를 5차례로 제한했다.그러나 로또의 당첨금은 판매금액에 비례해 나눠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규정은 있으나마나다.사행심 조장을 막기 위해 추첨식 복권의 최대 당첨금을 5억원으로 제한한 반면,유독 로또에 대해서는 사실상 당첨금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또 지난해 11월 미성년자(만 19세 미만)에 대한 로또복권 판매를 금지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판매운영자가 손님으로 위장,미성년자에게 로또복권을 판매하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위원회는 이를 판매운영자인 국민은행에 위임했으나 로또복권 발매 이후 단 한 건의 적발사례도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고액의 당첨금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1등 당첨금의 상한을 정해 여러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복권사업에 대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카지노나 복권 등 사행산업의 옥외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어서 새정부가 들어서면 복권·카지노·경마·경륜 등 사행산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kdaily.com ◆로또 어디서 발행하나 로또는 기존의 주택복권처럼 ‘이미 정해진 번호’를 사는 게 아니라 일정 수의 숫자 가운데 고객이 ‘직접 번호를 고르는 것’이 특징이다.고객이 고른 번호를 통신전용망과 단말기를 이용해 입력하고 당첨을 가리는 것이다.당첨자가 없으면 당첨금이 다음주로 넘어가고,복권발행에 제한이 없어 참여자가 많을수록 당첨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기존 복권과 다른 점이다. 국내에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 숫자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임의로 고르는 ‘로또 6/45’ 형식.추첨 결과 6개 숫자를 모두 맞히면 1등이다.게임당 비용은 2000원이며 한 슬립에는 다섯 게임을 할 수있도록 구성돼 있다.1등 당첨 확률은 810만분의1로 기존 주택복권(540만분의1)보다 낮다. 발행부처는 당초 행정자치부·과학기술부·노동부·건설교통부·산림청·중소기업청·제주도 등 7개였다.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문화관광부·보훈처가 추가됐다.‘선발주자’인 7개 부처는 수익금 가운데 절반을 똑같이 나눠갖기로 합의했으나 ‘후발주자’들이 가세하는 바람에 파이가 작아졌다. 이에 따라 수익금 배분방식을 놓고 각 부처들이 진통을 겪고 있다.특히 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발행하는 이벤트성 복권인 ‘플러스플러스 복권’은 2001년 매출액 2위를 달성할 만큼 잘 나가는 복권이다.때문에 일부 부처에서는 이벤트성 복권을 시장점유율 산정방식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사진) 소장은 24일 “복권에도 분배와 복지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며 한탕주의에 빠지기 쉬운 현재의 복권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크게 회복됐지만 소득의 양극화 현상으로인해 서민들은 큰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로 변했다.”면서 “현실에서 큰 돈을 벌 수 없는 서민들이 복권대박을 통해 인생역전을 노리는 경향이 최근들어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박 꿈의 문제점은. 사회에 대박 열풍이 불어닥치면 한탕심리로 인해 건전한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일반 국민들은 가용용돈으로 레저를 즐기는데,이 돈을 복권 등에 너무 쓰면 다른 건전한 레저산업의 발전에도 방해가 된다. ●복권시장 규모는. 국내 복권시장의 점유율은 향후 2∼3년 내에 로또복권 70%대,인터넷 즉석복권 20%대,추첨식 복권 10%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국내 복권시장 규모도 연간 10∼20%대의 안정성장세를 이어갈 것 같다.그러나 정부부처들이 국민의 레저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앞다퉈 복권을 발행하고 결국 가난한 서민의 돈을 거둬 공공사업에 쓰는,이른바 ‘소득의 역진성’ 문제 때문에 복권시장의 급속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다른 나라에 비해 당첨자에게 비교적 높은 22%의 세금을 매기는 것도 정부가 사행산업을 운영하면서 준조세를 거둬들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부분이다.복권은 따지고 보면 서민들의 돈을 거둬 일반국민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이중조세의 의미를 지닌다. ●복권의 긍정적 측면을 살리려면. 복권에도 분배와 복지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복권을 통해 사용되는 기금이 어디에,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그래야만 복권을 사는 사람들도 헛된 대박을 바라지 않고,자신이 좋은 일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김유영기자
  • 직원7명이 사장집 인질강도

    서울 강남의 재력가가 평소 인격적으로 대우를 해주지 않는 데 앙심을 품은 부하직원 등이 금품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자신이 일하는 건물 소유주의 집에 강도로 위장한 채 들어가 금품을 요구한 조모(44)씨 등 7명에 대해 인질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날 새벽 2시10분쯤 강남구 논현동 김모(49·부동산 컨설팅업)씨 집에 침입,김씨와 파출부 배모(54·여·중국동포)씨 등을 흉기로 위협,철사줄로 손발을 묶은 뒤 현금 340만원을 빼앗고 20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중에는 김씨 소유의 강남구 삼성동 C,H빌딩 주차관리인,운전사 등이 포함돼 있으며 파출부도 이들과 짜고 인질로 가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서 “김씨가 재산이 2조원대에 달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우리들에게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데 앙심을 품고 20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 김홍렬 교육위원협 재정특위장 “교육부 권한 대폭 축소해야”

    교육인적자원부의 권한을 크게 줄이고 그 일부를 지방교육자치단체와 대학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교육위원협의회 지방교육재정특별위원회 김홍렬 위원장은 23일 오후 서울 흥사단에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주최로 열린 ‘교육부 개혁,노무현 정부 교육개혁의 출발점’ 토론회에서 교육부의 권한 축소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가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교육 인사,예산편성권으로 국립대의 자율성은 학교운영위원회 등이 활동하고 있는 초·중·고교보다 못하다.”면서 “사립대도 교육부 예산에 묶여 꼼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또 “지방 시·도 교육청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교육부가 가지고 있는 특별교부금 1조원도 너무 많아 교육재정 낭비의 주범이 되고 있으며 교육관료들의 짧은 순환보직 기간도 교육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인적자원정책국 황홍규 조정1과장은 “교육개혁의 목표와 방향은 국민 개개인에게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교육개혁은 교육경력이 있는 자만의독점적 영역이 아니다.”면서 “교육행정조직 개편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일정한 ‘과도기’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베이징은 지금] 흔들리는 中 가정

    요즘 중국 신문에는 봉양을 거부하는 자식들에게 부모가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위장 이혼’을 통해 부모 부양을 기피하는 사례도 나온다. 개혁 개방 이후 누적된 ‘황금 만능주의’가 고유의 가족문화를 해체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중국의 가정은 ‘혁명의 기본단위’로 인식,공동체의 틀을 유지해 왔고 도덕적 기준이 중시됐다.하지만 경제개발 이후 물질적 풍요속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이 표면화, 법정 다툼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연말 톈진(天津)시의 73세 정(鄭)노인이 봉양을 거부하는 여섯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평생 동안 돈을 벌어 자녀 양육을 위해 썼지만 5년전 병이 걸린 뒤 자식들이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하소연이었다.법원은 자녀들에게 ‘매월 1000위안(15만원)을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선양(瀋陽)시에 사는 한 부부는 최근 법원에 아들의 ‘위장 이혼’을 고발했다.아들 부부는 지난해 봉양 문제로부모와 티격태격하다가 갑자기 ‘이혼 수속’을 밟았다고 한다.새로 지은 아파트 및 컬러 TV,냉장고 등 모든 재산을 며느리 소유로 이전시켰다.하지만 부모 봉양을 피하려고 이혼을 가장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70년대 말부터 시작된 ‘1가족 1자녀’ 정책은 ‘소황제(小皇帝)’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탄생시켰다.‘4+2+1’의 가족구조(친가·외가의 조부모,부모,1자녀) 속에서 과보호에 길들여진 이들은 결혼 후에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등 자립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고 한다. 최근 톈진에서는 부모와 아들 소황제 사이에 ‘체결’된 ‘쌍방 자립 협의서’가 화제가 됐다.56세인 아버지는 26세인 아들과 ‘아들이 혼인 등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하는 대신,말년에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다.’는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렇듯 중국은 지금 가정 문화가 뿌리째 흔들리는 중이다.정치체제는 공산주의를 유지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은 급격히 자본주의화되는 이중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oilman@
  • ‘이중간첩’ 내일 개봉

    ‘이중간첩’ 내일 개봉

    ‘흥행메이커’ 한석규의 컴백으로 기대를 모아온 영화 ‘이중간첩’(감독 김현정·제작 쿠앤필름)이 23일 개봉한다.체코의 프라하,포르투갈의 리스본을 오가며 남북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한 인간의 참상을 신랄하게 그린 영화는 ‘쉬리’‘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분단소재물의 계보에 서는 휴먼드라마.세간의 기대는 지난 20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첫 시사회장에서부터 역력히 읽혔다.안성기 정우성 박중훈 등 톱스타들이 이례적으로 대거 걸음했다.●역시 한석규…한석규 영화! 제작단계에서부터 영화는 아예 ‘한석규의 컴백작’으로 통했다.개봉시점으로 따져보면 ‘텔미썸딩’(1998년) 이후 4년만의 출연작.누가 뭐래도 영화의 최대 흥행포인트가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극중 역할은 남과 북 어디에도 둥지를 틀 수 없는 비운의 혁명전사.김일성광장 사열대를 도도하게 행진하는 조선인민군 전사에서부터 목숨을 내놓고 사는 남파 이중간첩,남북 모두에게 쫓겨 이국땅에서 숨어사는 막노동자….“역시,한석규”란 소리가 나올 만큼 그의 연기는 소름끼치게 사실적이고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분단의 비극과 폭력의 현대사 냉전의 서슬이 시퍼런 1980년.북한 인민군 소좌 림병호(한석규)가 베를린 ‘체크포인트 찰리’를 목숨걸고 넘어오는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위장귀순 혐의로 ‘안가’의 취조실에 끌려간 그가 발가벗겨진 채 갖은 고문을 당하는 묘사만으로도 영화가 얼마만큼 엄중한 시각을 견지할지 감 잡힌다. 그로부터 3년.사상검증을 거쳐 안기부 요원이 된 병호는 남한내 고정간첩과 접촉하며 감쪽같이 이중간첩의 임무를 수행한다.‘쉬리’가 그랬듯 이 영화도 관객에게 주요 캐릭터들의 정체를 미리 밝힌 뒤 인물들간의 갈등과 음모를 전지적 관점으로 감상하게 했다.해서,병호를 구심점으로 엮이는 여러 인물들의 캐릭터가 영화를 끌어가는 큼지막한 동인(動因)이다.아버지로부터 간첩신분을 세습해 라디오 PD로 위장하고 사는 윤수미(고소영),수미의 정신적 지주인 고정간첩 총책 송경만(송재호),병호를 교묘히 이용하는 안기부 상사 백승철(천호진) 등. 영화는 안기부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며 불안에 노출된 병호와 그를 압박하는 백승철 사이의 심리전,연민에서 시작해 조금씩 감정이 무르익는 병호와 수미의 관계변화를 번갈아 조명하며 화면을 채운다.병호의 갈등에 결정적인 골을 파놓는 건 수미의 사랑.병호의 앞날을 걱정한 수미가 북의 지령을 전달해주지 않아 북에 마저 버림받은 병호는 백승철에게 정체가 탄로날 즈음 제3국으로의 탈출에 생사를 건다. ●‘쉬리’의 멜로,‘…JSA’의 유머도 없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날 듯한 한석규의 이중간첩 연기는 영화의 주제의식에 무게를 싣는 데 주효했다.그러나 몇몇 대목에서 허점이 잡힌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지나치게 건조한 시각으로 일관한 나머지 극적 반전이나 쉼표를 찍어줄 자잘한 감상포인트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밀실의 고문,평범한 유학생이 정보기관의 술수로 꼼짝없이 간첩으로 내몰리는 상황 등 주요설정들은 암울한 80년대의 모자이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쉬리’의 멜로,‘…JSA’의 유머 장치,둘 모두를 철저히 배제한 영화에서 요모조모드라마를 뜯어보는 재미는 기대하기 어렵다. 순제작비 47억원.오프닝 부분의 베를린 체크포인트 찰리 탈출장면은 프라하 세트장에서,브라질로 탈출한 주인공이 비극적 최후를 맞는 엔딩은 리스본에서 각각 원정촬영했다.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단편 ‘고수부지의 개자식들’ 등을 연출한 김현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상영시간 2시간 3분. 황수정기자 sjh@kdaily.com ◆ 4년만에 컴백 한석규 “저도 오늘 처음 영화를 봤습니다.소감이라면…한마디로 아쉽죠.사실 늘 그렇긴 했어요.‘쉬리’때도,‘8월의 크리스마스’때도 그랬듯이 제 연기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솔직히 긴장도 더 많이 됐고요.” 지난 20일 ‘이중간첩’의 시사회장에 나타난 한석규(39)는 적잖이 긴장해 있었다.“세간의 기대치가 오를대로 올라 더욱 부담스럽다.”는 그는 “연기를 하는 것보다 안하는 게,대사도 하는 것보다 안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라며 공백에 대한 부담감을 에둘러 밝혔다. 연예계 데뷔 12년째인 그에게 ‘이중간첩’은 9번째 영화.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본 게 지난해 3월이니 개봉까지 근 1년을 공들인 셈이다.남으로 위장귀순한 간첩 역할에 푹 빠져 살다 ‘현실’로 돌아온 지금,흥행과 완성도에 대한 부담이며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위장간첩이라는 비밀이 조금씩 벗겨질 때 미묘한 심리변화를 표정으로 연기하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유머나 멜로요소가 좀더 가미돼 영화의 긴장을 풀어줬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합니다.하지만 관객을 몰입시켜 이중간첩의 비극적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건조하게 묘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확고부동의 톱스타에게 최근의 한국영화들은 어떤 무게로 다가갈까.“한국영화는 개봉하는 족족 거의 다 본다.”는 그는 “물론 우리 영화시장이 커진 건 기쁘지만,완성도 높은 장르영화가 드물다는 점이 아쉽다.”며 성우 출신답게 또박또박한 말투로 견해를 밝혔다. 시나리오를 까탈스럽게 고르기로 악명(?)높은 그에게 슬며시 다음 작품 소식을 물었다.“아직은 계획이 없습니다.1년에 5편을 찍을지,5년에 1편을 찍을지는저도 모릅니다.빠른 시일내 새 작품을 찍고 싶고,그때는 밝은 이야기에 밝은 캐릭터였으면 좋겠습니다.” 욕심도 많고 그만큼 자기애(自己愛)도 큰 배우다.‘한석규’라는 이름 석자의 힘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연기자로 영원히 남고 싶단다.지향하는 연기관은 어떤 걸까.대답이 선문답같다.“의식하는 무의식의 연기,그게 배우로서의 지향점입니다.” 황수정기자
  • 코피 잦은 아이들 폐를 다스리시오 /한방으로 본 원인·예방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 아이가 코피를 자주 흘리면 부모로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꼭 큰 병으로 인한 코피가 아니더라도,코피를 자주 흘리면 체력은 물론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고,자연스럽게 학습능력도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언제 코피를 많이 흘리는 걸까.코피는 대부분 콧속 점막 주위의 벽 부위에서 난다.이 부위는 코의 중심으로,벽 부위에 혈관이 몰려 있을 뿐만 아니라 코 점막과 가까워서 살짝 부딪히거나 재채기 또는 코를 심하게 풀어도 피가 나온다. 특히 코가 건조한 경우 코를 후비면 쉽게 피가 나오며,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잦은 경우도 코 점막 염증으로 코피가 나기 쉽다.따라서 기후가 건조한 환절기,겨울철에 많이 발생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코피 한의학에선 코피를 뉵혈(血)이라고 부른다.코는 폐의 기관에 속하는 장부로 보고,코피는 폐의 이상 증세로 보는 것이다.즉 습관적인 코피는 몸의 열기가 폐로 몰려서 열이 위로 상승하면서 터져나오는 증상이다. 구체적으로 풍열(風熱)이 폐를 손상시켰을 때,열에 의해 독이 내장에 쌓인 경우,위장이나 간에 열이 쌓인 경우,기혈(氣血)이 허약한 경우에 코피가 나오게 된다.풍열이 원인일 때는 코피와 함께 편도가 붓거나 기침을 하는 등 감기 증상을 동반한다. 위장에 열이 있을 때는 잇몸에서 피가 나고,입냄새 및 변비 증세,갈증이 함께 나타난다.이때 적절한 한방 약을 처방하면 위장의 열을 내려서 코피는 물론 입냄새와 변비도 함께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간에 열이 있으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화를 잘 내며 산만한 행동을 보인다. ●코피 대처는 이렇게 당황하지 말고 아이를 편안히 앉힌 뒤 머리를 앞으로 숙여 피가 흘러내리도록 한다.목이나 가슴 부위를 느슨하게 해주고,입안의 혈액을 삼키지 않도록 한다.이때 고개를 뒤로 젖히면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거나 기도를 막을 수 있고,폐로 들어가 폐렴,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코피를 멎게 하려면 코뿌리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거나 콧망울 양쪽을 엄지와 검지로 지그시 눌러주면 된다.또 합곡,상성,소상혈 등을 눌러줘도 폐의 열을 내려지혈 효과가 있다.합곡은 엄지와 검지가 갈라지는 부위,상성은 이마 윗부분에서 머리 중앙으로 손가락 한 마디 떨어진 곳,소상은 엄지 손톱의 바깥 모서리 부분이다. ●예방 및 민간요법 평소 코를 후비는 아이는 습관을 교정해주어야 한다.겨울철 코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실내 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하고 코를 세게 풀지 말아야 한다.코딱지가 많이 생기는 경우 무리하게 떼내지 말고 면봉에 물을 묻혀 살살 닦아내야 한다.면봉으로 바셀린을 점막에 발라주어도 도움이 된다. 민간요법으로 우엉 30g,연근 30g,배 반쪽을 갈아서 즙을내 마시면 코피 예방에 좋다.연근은 성질이 차고 맛이 달아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우엉은 탄닌과 철 성분이 지혈에 도움을 준다.(도움말 구은정 꽃마을한방병원 한방소아과장) 임창용기자
  • [건강칼럼]겨울불청객 우울증

    “전신에 기운이 쏙 빠지고 쑤시기도 하고 드러눕고만 싶어요.” 얼마전 외래를 방문한 4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지친 얼굴 표정과 목소리로 “만사가 귀찮고 피로감이 심하다.”고 호소하였다.지난 일년간 고3짜리 딸애를 수발하느라 힘들었지만 다행히 딸이 대학에 합격하여 한숨 돌릴 만한데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도 안되며,자꾸만 짜증이 나고 잠만 자게 된다고 한다. 피로를 일으킬 만한 질병이 있는지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해 보았지만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우울증으로 진단하여 약물치료를 시작하였고 한달가량 지난 지금 이 분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특히 이런 우울증 증상은 겨울철이면 더 심해진다.계절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특히 겨울에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겨울철 우울증이라고 별도로 이름 붙이기도 한다. 늦가을이나 초겨울부터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겨울 내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심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이런 우울증상은 봄철이 되면서 점차 회복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식욕의 저하와 변화가 심하고,특히 단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따라서 별로 많이 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체중은 늘어난다.팔다리가 무겁고 기운이 없다.만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정신 집중이 안되어 건망증이 심해진다.피로감이 심하여 많이 자지만 그래도 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두통이나 전신의 통증,위장증상이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전체 인구의 5∼10% 정도에서 발생하는 겨울철 우울증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더 흔히 발생한다.그래서 노인 우울증의 상당수가 겨울에 더 심해지게 된다. 겨울철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일조량의 감소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사람의 정신상태나 수면양상은 햇빛이 비치는 일조시간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데,이런 일조량의 변화가 우리 몸의 각종 호르몬 분비나 신체대사 활동에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 우울증을 예방하고치료하기 위해서는,실외에서 햇볕을 쬐면서 하는 운동이나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춥다고 집안에 웅크리고 지내는 것이 우울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증상이 심하다면 약물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며,일조량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광치료법(인공적으로 빛을 쬐는 치료방법)도 개발되어 있다. 윤 종 률 가정의학과 교수 한림대성심병원
  • 지명관 ‘취임사 준비위장’ 문답 “盧당선자 통치철학 담을것”

    “노무현 당선자의 말씀을 충분히 듣고 살릴 계획입니다.저는 이를 문장으로 옮기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제16대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장으로 임명된 지명관(池明觀·사진) 한림대 교수는 취임사를 작성하면서 중점을 둘 부분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 72년 ‘10월 유신’ 직후 한국정치 현실에 염증을 느끼며 도일(渡日)한 지 교수는 20여년간 도쿄여대 교수를 지낸 일본연구 1세대로 꼽힌다.1991년에는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도쿄고등법원에 증인으로 나와 일제 잔학행위 등의 삭제를 비판한 일화로도 유명하다.최근에는 국내 드라마의 일본어 대사 방영을 강도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준비위원장에 임명된 소감은. 나이 80에 젊은 정부가 나와서 못하겠다고 했는데,임명됐다.영광이라고 생각한다.옛날 같았으면 (취임사 준비위원들을) 발표하지 않았을 텐데,(새 정부는) 대담히 발표했다.노무현 정부가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실천한 것이다.놀라운 모습이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중점을 둘 부분은. 내 자신의생각이 아닌,노 당선자의 의도를 받들어야 한다.노 당선자의 통치철학을 담고,정치방향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우선 노 당선자를 만나 많은 얘기를 들을 생각이다.노 당선자가 최근 말한 것처럼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취임사를) 만들겠다. ●노 당선자와는 친분이 있었나. 공식석상에서 한두차례 만난 것 외엔 전혀 관계가 없다.다만 노 당선자가 지난해 봄,한림대에서 강연했을 때 내 연구실에 들러 15분 정도 얘기한 적이 있다. ●대일관계와 관련,노 당선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본이 당분간 구정치적 스타일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그럼에도 동북아에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새 정부가) 좀더 인내심을 갖고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더욱이 일본도 한국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점차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홍원상기자 wshong@
  • [새정부 행정개혁 과제] ④ 위원회

    대통령직 인수위는 최근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방침을 밝혔다.간판만 내걸고 활동을 하지 않는 ‘식물위원회’를 비롯해 기능 중복으로 예산낭비와 비효율을 야기하는 위원회들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조직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형식적인 운영 현재 정부의 각종 위원회 수는 모두 364개.이 가운데 일부 위원회는 최근 3년 동안 회의를 2번밖에 하지 않은 ‘무늬’만 위원회도 있다.자문위원회 중에는 ‘종자위원회’ ‘송아지생산안정사업 심의위원회’ ‘산림사업용 종묘가격 심의위원회’ ‘문서감축위원회’ 등 이름도 생소한 위원회들도 있다. 중앙부처 관계자들조차 “아직까지 제2 건국위원회가 살아 있느냐.”고 반문할 정도로 일부 위원회의 존재는 미미하다.어떤 위원회는 회의기록도 남기지 않는 무책임한 운영을 하고 있다.행자부가 나서서 운영실적이 저조한 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위원회가 많다.기능을 다하면 위원회를 자동폐기하도록 한 ‘위원회 일몰제’가 지난 98년 도입됐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특히 자문위원회의 형식적 운영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광웅(金光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위원회 운영의 중요 목적인데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내실있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능중복 및 부처갈등 일부 위원회의 경우 행정적 수요보다 정치적 명분이 고려되다 보니 기존의 위원회와의 기능 중복으로 행정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충처리위원회 관계자는 “국민고충위의 기능과 인권위의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에 위원회 통합 문제가 제기됐지만 결국 인권위가 독자적으로 출범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비리 공직자와 행정기관의 부패행위 등을 다루는 부패방지위원회의 업무도 사실 검찰이나 감사원의 역할과 상충되다 보니 이들 기관간에 보이지 않게 ‘힘겨루기’ 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권한의 한계 법적·제도적 한계와 관계 부처의 ‘입김’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위원회를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지적이다. 공무원 인사업무와 관련,현재 기획 부문은 중앙인사위,인사집행은 행정자치부로 이원화돼 있다.그러나 법령제안권이 없는 한 인사위는 행자부의 직·간접 통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법령제정권이 없는 위원회가 법령을 제·개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사권이 없는 부패방지위원회도 결국 검찰의 ‘처분’에 따라 웃고 우는 신세다.지난해 차관급 고위공직자 3명의 비리사건에 대해 검찰에 재정신청을 하고 돈을 줬다는 증인도 확보했지만 결국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독립성 확보 및 책임강화가 관건 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기구인 위원회들은 최종 인사권자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위원회 고위직 간부들 가운데 일부 낙하산 인사들까지 있어 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독립기구인 위원회의 간부들도 임기보장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실제로 중앙인사위,부방위,인권위 위원장 등은 임기가 3년으로보장돼 있음에도 정권교체와 동시에 ‘용퇴’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를 놓고 남모르게 고민 중이다.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위원들이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들러리’를 서다보니 부실 정책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황윤원(黃潤元) 행정연구원장은 “위원회의 최종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책임 한계가 모호하다.”면서 “위원들의 책임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kdaily.com ★전문가 제언 새 정부는 향후 정부조직개편을 할 때 위원회 조직부터 정비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분위기 쇄신과 공약실천 차원에서,새로운 국가과제나 역점시책의 집행을 위해,정권유지를 위한 지원세력 확보를 위해 위원회 조직을 남발해 왔다.위원회는 ‘작은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가장 손쉽게 조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처·청’과 같은 계층조직이 해야 할 업무를 위원회의 이름으로 위장전입시키는 것도 위원회 증설에 한몫을 했다.중앙인사위,부패방지위,공정거래위,노사정위,금감위 등은 사실상 계층조직 형태를 갖추어야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집행기구들이다. 위원회는 정부 조직개편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면피용 위원회’에서부터 시대적으로 뒤떨어진 노후화된 ‘식물위원회’,전관예우 차원에서 설치된 ‘명함용 위원회’,대기발령자들을 대기시키고자 만들어진 ‘정류장위원회’,전임자의 고귀한 뜻을 해치지 않기 위해 유지되는 ‘예우용 위원회’에 이르기까지 난삽하기 이를 데 없다.학술적 분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정부조직은 ‘위원회공화국’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지만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위원회는 늘 개혁의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설립목적이 이미 달성됐거나 존립필요성이 없는 위원회,운영실적이 낮아 존치의 필요성이 없거나 현대적 조직형태인 팀제나 네트워킹 등 임시관료 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 위원회는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또 유사위원회들은 통합해야 한다.그러나 반드시 위원회는 불필요하다는 전제는 금물이며,소위 행정위원회 중에서도 사실상 집행업무를 하는 조직은 과감하게 계층조직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작위적인 조직축소보다는 수혜자의 편익증진을 위해 필요한 정부조직임에도 위원회와 같은 기형으로 만들지 않는 정부조직 개편의 용단이 필요하다. 황윤원 한국행정연구원장
  • 새영화/캐치 미 이프 유 캔

    ‘나 잡아 봐라~’.우리 말로 표현하면 더 그럼직한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24일 개봉)은 제목 그대로 희대의 사기꾼과 FBI요원의 쫓고쫓기는 상황을 코믹하게 버무린 영화다.그럼 코미디영화냐고? 글쎄,코미디라고 말하기도,아니라고 말하기도 뭣한 영화의 정체를 한꺼풀씩 벗겨보자. ●스필버그·디카프리오·톰 행크스가 만나다 흥행의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뭇여성의 연인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톰 행크스.셋 가운데 최고로 실력을 발휘한 사람은 단연 디카프리오다.‘길버트 그레이프’의 정신지체아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그의 연기력에 새삼 놀라지는 않을터.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기존 이미지를 흡수하면서도,한층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창가에 매달려 약혼녀에게 훗날을 기약하는 장면에서는 ‘타이타닉’의 비극적 연인이,부모의 이혼으로 충격받는 모습에서는 ‘바스킷볼 다이어리’의 상처받은 영혼이,감옥에 웅크린 그에게선 ‘아이언 마스크’의 버림받은 쌍동이 형제가,어린 나이에도 능수능란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에서는 ‘토탈 이클립스’의 천재 시인이 겹쳐진다.여기에 시침 뚝 떼고 FBI요원을 농락하는 대담함을 보탰다. ‘A.I.’‘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음울한 미래세계를 조명해 온 스필버그는 이번에 1960년대로 시선을 돌렸다.예전 영화보다 발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허를 찌르는 긴박감을 기대하다가는 실망하기 십상.그보다는 가족드라마를 강조해 감동을 노렸다.행크스는 정 많은 FBI요원을 무리 없이 소화했지만 ‘로드 투 퍼디션’의 카리스마에는 못 미친다. ●조종사·의사·변호사… 이만한 사기꾼이 있을까 실화 속 주인공인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는 전학 첫날 교사로 위장,감쪽같이 학생들을 속인 타고난 사기꾼.부모의 이혼으로 가출한 뒤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선다.조종사로 위장해 모든 항공 노선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물론,수표를 위조해 140만달러를 가로챈다.FBI요원인 칼 핸러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의사에서 변호사로 점점 대담한 위장술을 펼친다.현장을 덮친 FBI요원에게 비밀정보국 요원인 척 선수를 치며 빠져나가고,매력적인 매너로 여성들을 홀려 정보를 빼내는 등 17세 청년이 그럴싸하게 사기를 치는 모습은 우선 웃기고 재미있다.게다가 중절모에 검은 양복을 입고 신분증을 거꾸로 보이는 어수룩한 FBI요원의 모습은 추리극임에도 코믹한 분위기를 더한다. ●역시 중심은 가족… 증발한 60년대 하지만 스필버그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중심축은 가족이다.프랭크가 사기꾼이 된 건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에게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그는 약혼녀의 단란한 가정을 보고 정착을 꿈꾼다.역시 이혼한 뒤 혼자가 된 칼은 아버지처럼 프랭크를 감싼다.일그러진 가족을 가진 인물이 서로를 돕는다는 설정은,이제는 식상한 느낌마저 준다. 아직은 따뜻함과 어리숙함이 살아 있는 ‘순수의 시대’로서 60년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쾌하다.최근 한국영화의 젊은 감독들이 80년대를 향수 어린 시선으로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6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스필버그는 “그 때가 좋았지.”라며 핑크빛 조명으로 그 시기를 비추는 것. 칼에게 프랭크의 아버지는 “아들은 베트남에서 빨갱이와 싸운다.”며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베트남전과 반전운동으로 얼룩진 60년대는 그렇게 농담처럼 지나가는 대사로 처리될 뿐.그보다는 금발을 휘날리는 스튜어디스와 의젓하게 걸어가는 조종사의 풍경으로 스필버그는 60년대를 기억한다.그것이 시대의 사회성을 담은 영화를 결코 만들 수 없는 그의 한계다.하지만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다. 김소연기자 purple@
  • 변칙 증여·상속 고강도 세무조사

    재벌 등 부유층에서 일어나는 변칙증여와 상속에 대해 국세청이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국세청은 이를 위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2세 등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변칙증여 행위 및 상속세 불성실신고 행위에 대해 정밀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하고 대기업 등 법인이나 고소득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9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재산의 대물림을 근절하기 위해 1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올해 업무계획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면서 “정확한 방침은 인수위와의 의견조율을 거친 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매년 법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기 주식변동조사를 정밀하게 진행할 방침이다.주식변동조사 대상은 명의신탁 등을 이용하거나 거래 및 매매 등을 위장한 변칙증여·상속 행위다.아울러 부동산을 이용한 상속·증여 부분에 대해서도 감시 및 세무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법인이나 개인이 상속·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을 경우에는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인수위에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호기자 osh@
  • [이경형 칼럼]장관 추천해 볼까요

    “인터넷으로 흥한 자,인터넷으로 망한다.결국 인터넷 형식만 빌리는 것 아닌가요?” “얼마나 참신합니까.밀실 인사를 근절하는 특효약이지요.” 대통령직인수위가 국민 참여 정치를 실현하는 방안의 하나로 인터넷을 통해 장관급 인사를 추천받겠다고 하자 사이트들마다 와글와글한다.언론들도 또 하나의 포퓰리즘,전시 행정,이벤트식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노파심에서 이런 저런 지적을 할 수는 있겠으나,한 번 해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은 성급하다.역대 정권에서 늘 ‘인사가 만사’라고 말은 했지만 결국 ‘밀실’ ‘끼리끼리’ 인사라는 뒷말을 남겼다.특히 현 김대중 정부에서는 인재풀이 너무 협소해 한 사람이 장·차관급 자리를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개각,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중요한 인사가 있을 때 기자들은 청와대 민정·사정 비서관실 주변,당정 실세나 그 측근,혹은 정보기관 인사들을 상대로 취재를 하게 된다.그동안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을 띄워보면 “아니야,그 사람 숨겨놓은 여자가 있어.” “재산이 너무 많아.” “출신 지역을 쉬쉬해 왔어.” 등의 언급을 듣게 된다. 이런 언급의 근거는 일종의 인사 자료철인 ‘존안(存案)파일’에서 나온다.이같은 정보는 일선 경찰이나 사정기관의 비공식 보고에 의해 축적되며,그 자료는 계속 쌓여간다.고위 공직자를 뽑는 데는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도덕성도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에 ‘루머성 신변 첩보’도 존안 자료에 포함될 수 있다.그러나 일선 정보 요원의 잘못된 첩보 때문에 인재를 놓칠 수도 있고,정보기관의 왜곡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존안 자료에 의한 인물 천거가 전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런 관행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정보·사정기관 요원들의 권력화 현상이 나타나고,이너서클의 배타적인 인사 정보 장악에서 오는 권력의 사유화,패거리 문화의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언젠가 정권이 바뀐 후 자신의 존안 자료를 본 한 인사는 “나도 모르는 악의적인 내용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존안 자료에 의한 인물 스크린에 비해 인터넷을 통한 인재 추천은 ‘지하 벙커에 새로 창을 내는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진다.우리 사회는 지금 급변하고 있다.오랫동안 젖어온 권위주의적이고 타율적인 생활 방식과 수직적인 사고는 자발적인 참여와 수평적인 사고로 대체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혁신과 인터넷 인구의 급증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으로 전환되고 있다.이런 시대 흐름을 시민 참여 민주주의 제도의 확장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인터넷 장관’의 성패는 네티즌들의 추천 내용을 실제 인재 등용 때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렸다.특정 이익집단의 자의적인 여론몰이를 걸러내고,빈부·세대간 정보 격차에서 오는 인터넷 소외 계층에 대해 고려하는 것은 기본이다.또 인재 발굴이 인터넷 추천의 조회 수 경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며,‘납득 안 되는 인물’을 인터넷 추천으로 위장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인터넷 천거의 해석도 잘 해야 한다.벌써부터 “하리수씨를 여성장관으로”라는 장난끼가 섞인 내용도 게시판에 떠있다고 한다.이럴 때도 그것이 가부장적인남성 우월문화를 깰 수 있는 사람을 여성 장관으로 해달라는 희망을 표현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메시지는 가볍더라도 그 속에는 속담처럼 정곡을 찌르는 내용이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장관 추천 방식에 너무 제동을 걸 필요는 없다.누구든 주변에 훌륭한 인물이 있으면 인터넷에 부담없이 올리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역동적인 참여 에너지가 이제 막 분출하기 시작했다.정치 불신을 씻는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논설위원실장 khlee@
  • 중3 강남 전입 급증/지난해 2배 늘어…위장전입도 껑충

    서울 강남 등 선호 지역의 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전입이 크게 늘어나고,주소만 옮겨놓는 ‘위장 전입’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일반계 고등학교 배정을 위한 거주사실 조사를 벌인 결과,지난해 9월1일 이후 선호 고교가 있는 특정 지역(18개구 75개동)으로 전입한 중3학생이 5711명에 달했다. 이는 17개구 61개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2학년도의 2777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들 전입자를 조사한 결과 411명이 ‘위장 전입자’로 적발돼,전년의 168명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특히 강남행 전입은 중학생의 경우 지방과 서울지역 타학군에서 강남·서초구로 전입한 학생수가 2000년 1924명,2001년 2244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교생은 99년 1025명에서 2001년 1493명,지난해 1학기 동안만 927명이 이 지역으로 전입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Look!아시아]1부. 新장보고 루트 르포(2)무너져간 10년, 일본

    “낡은 가치관·문화 “부실채권·디플레 근본적 개선 시급” 악순환 해결못해” |도쿄 황성기특파원|상실,좌절,불황,구조조정.‘잃어버린 10년’을 거친 일본은 지금 나락에서 새로운 길을 암중모색하고 있다.그러나 “바닥이라 생각했더니 다시 바닥이 보인다.”는 말처럼 일본발 공황의 우려 속에 새해를 맞은 일본,일본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그러나 거듭 태어나기 위한 붕괴는 필요하고,참아야 한다는 일본인이 의외로 많다.사사키 다케시 도쿄대 총장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돌아간다고 해도 사회가 상당히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붕괴를 딛고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몸부림이 한창이다. 무엇이 무너지고 있고 무너질 것인가.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종래의 생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가 됐다.” 오는 14일 관직을 떠나는 무토 도시로 재무성 차관의 퇴임변이다. “잃어버린 10년이 끝나고 붕괴의 10년이 시작됐다.길면 20년도 지속될 수 있다.”(나카모리 다카즈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과장) “부실채권과 디플레이션의 두 가지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바야시 세이치로 경제산업연구소 연구원)일본병으로 집약되는 부실채권(42조엔·정부 추산)에 세계적인 디플레가 겹친 일본 경제는 최악의 위기다. “지역 디플레이션이 심각하다.지방에서부터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모래성 가장자리를 파내면 전체가 무너지듯 지금 일본 경제가 그런 과정이다.”(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교수) 지방이 위기다.우쓰노미야,도치기 같은 수도권의 상점가는 밤만 되면 칠흑처럼 변한다.수도권뿐 아니다.말라들어가는 지방경제는 일본 산업시스템이 밑바닥에서부터 무너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지방 붕괴의 물결이 곧 도쿄를 덮칠 것이라는 데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기업 윤리도 바닥이다.유키지루시의 쇠고기 위장사건(2002년 1월),미쓰이물산의 입찰 방해사건(2002년 7월),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 장해은폐사건(2002년 9월).과거 기업 비리가 금권형 정계 유착이었다면 최근의 비리는 이익만 올리면 된다는 모럴헤저드의 ‘한탕주의형’으로 둔갑한 점이 특징이다. 명문 기업들의 이런 추악한 비리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없애야 했을 사키오쿠리(유보),가쿠시(은폐) 같은 일본적 문화가 한꺼번에 터진 것”(나카모리 과장)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10년’이 일본인들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그들 사회를 지탱해 온 시스템 자체를 뿌리부터 바꾸는 계기를 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종신고용,연공서열의 일본적 경영 시스템과 성과주의,연봉제의 미국식 시스템 중 “어느 쪽이 좋으냐.”는 비교우위 논쟁도 종결되어 가고 있다.“일본형 시스템이라도 합리성이 있으면 살아남는다.”(요네쿠라 세이치로 히토쓰바시대학 이노베이션연구센터 교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신 일본형 시스템’을 내건 캐논의 성공은 일본이 재생할 길로 받아들여진다.올해로 10년을 맞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1위든 꼴찌든 구단에 돌아가는 방영권,스폰서료는 똑같다.비자본주의적인 ‘호송선단식’ 경영 덕분에 그동안 어느 구단이건 생존은 가능했다.그러나 구단간 실력차는 벌어졌다.실력이 강한 구단일수록 ‘파이의 동일배분’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J리그의 확대판인 일본은 적자생존 시스템을 요구받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일본을 이끌어갈 새 시스템,‘미래 일본국(日本國)’의 비전이 뚜렷한 모습으로 떠오른 단계는 아니다.인구 1억 2600만명,세계경제 2위의 ‘공룡’ 일본이 어떻게 새 가치관,문화,사고방식을 만들어갈 것인가.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모두 불투명하다.“윤리보다는 조직의 관례나 관행을 우선하는 일본 사회에서 인정의 굴레를 끊고 문화 전체를 바꾸는 데 10년으로는 무리다.”(니와 우이치로 이토추상사 사장) 붕괴는 곧 재생의 출발점이다.“2류 국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는 30대 정치가의 목표는 아직도 불투명한 일본의 미래상을 방증한다. “상황은 낙관할 수 없고”(요네쿠라 교수) 분명 일본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관론이 지나치다.세계 유수의 우수한 노동력,사회자본을 활용하면 계속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닛산(日産)을 3년 만에 재기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카를로스 곤 사장의 격려이다.비록 좌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붕괴의 출발점에서 정확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곤 사장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격려는 단순한 격려만은 아닌 듯하다. marry01@kdaily.com ◆요네쿠라 교수가 말하는 日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은 ‘유데가에루’(미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와 같다.가마에서 놀라 뛰쳐나오도록 뜨거운 물을 부을 시점이다.” 요네쿠라 세이치로(사진)교수의 ‘진단’이다.처방은 “강력한 충격”이다.19세 중반의 개항,1929년의 대공황,1945년의 2차대전 패전,1973년의 오일쇼크 같은 외부 충격을 딛고 일본은 비상했다.“지금 외부 충격을 기대할 수 없다.내부 충격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어떤 충격인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같은 강력한 리더십의 정치가가 나서지 않는다면,내부로부터의 충격 네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닛케이 평균주가 6000엔 붕괴,둘째 대량도산에 의한 실업률10%대 진입,셋째 땅값 20% 이상 하락이다.넷째가 국채 폭락이다.한국이 V자형 회복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충격에 하드랜딩(경착륙)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은행의 예를 들어보자.아직도 많은 은행은 은행업이 접객업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까,손님과 술 한 잔,가라오케에 가서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게 업무이다.그런 것으로는 이제 이익을 낼 수 없다. 1980엔짜리 점퍼를 내놓아 대히트시킨 유니크로는 지난해 고전했다.스타벅스도 적자에 빠졌다.시장도 기술도 급변한다.바이오 시장 주기는 불과 3개월이다.느긋하게 생각하는 일본형 경영이 맞지 않다. ●일본형 경영이 나름대로 유용성은 있을 텐데.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을 지향한다든가,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팀 워크가 강한 점은 살릴 만하다.실리콘 밸리가 그렇지만 어떤 하이테크 기업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일본형 시스템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다.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합리성이 있으면 살아남을 것이고바꿔야 할 곳은 변해 갈 것이다.히타치(日立) 같은 곳에서 왜 냉장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에게 냉장고,에어컨은 코딱지 같은 것이었다. 냉장고를 중국에 팔아치워 중국도 강해지고 미국도 강해지는 그런 국경을 초월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그렇게 해서 미국은 소생했다. ●일본의 가능성은. 시장을 만들고 창조성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가능하다.게임 소프트라든가 일본 만화는 재미있다. 미국에서도 ‘소년 점프’는 품절이다.인터넷 시장 ‘라쿠텐(樂天)’은 좋은 예이다.인터넷상에서 시골의 계란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료부터 잘 관리된 계란이 필요하다.보통 것보다 5배,10배 비싸도 예약이 쇄도한다.좋은 상품을 만들어 인터넷을 이용하면 단 하루 만에 국제적인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다.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모두 창조적이다.할 수 있다. ●일본의 재기는 가능한가. 새 기업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앞으로 실업자가 쏟아질 것이다.지방 분산이 필요하다.아시아적 현상으로 좋지 않은 것은 서울,도쿄,방콕 모두 수도에 집중돼 있다.미국은 핵공격에 대비해 분산하고 있다. 금융은 뉴욕,정치는 워싱턴,학문은 보스턴·하버드,정보기술(IT)은 샌프란시스코,영화는 로스앤젤레스,자동차는 디트로이트 이런 식이다.분산하면 호텔이 생기고 서비스업이 생겨난다. 택배회사 ‘검은고양이 야마토’는 1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도요타는 6만 3000명이다.서비스산업과 제조업 어느 쪽이 고용을 흡수하고 있는가.그렇게 고용을 만들어 가면 좋다.오사카,후쿠오카 같은 지방을 소중히 해야 한다.그러나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요네쿠라 교수는 1953년 도쿄 출생.히토쓰바시(一橋)대를 거쳐 미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1995년부터 히토쓰바시대 교수를 하고 있다. ‘경영혁명의 구조’,‘네오 IT혁명’ 등 왕성한 저술활동도 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그의 저서가 여러 권 번역돼 나왔다. marry01@
  • 사채업체 불법 폭리 여전

    속기쉬운 불법사례 지난해 10월27일부터 대부업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폭리·갈취 등 사채업체의 불법행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이들 업체는 교묘한 화술과 위장 수법을 통해 불법영업을 정당화시키고 있다.금융감독원은 6일 고객들이 속아 넘어가기 쉬운 불법행위들을 금감원 피해신고센터(02-3786-8655∼8)에 접수된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이용고객들이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채업자에게 200만원을 빌리면서 매월 초 1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대부업법은 사채이자를 연 66%,월 5.5%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당당하게 따져 이자삭감을 요구해야 한다. ●월 5.5%에 500만원을 빌리기로 했는데 사무소 운영비,대출보증금 명목 등으로 수수료 50만원을 요구했다. 법정 사채이자율인 월 5.5%는 수수료도 포함된 비용이다.따라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받으면서 수수료를 별도로 요구한 것은 불법이다.다만 신용조사비용과 담보설정 비용 등은 수수료가 아닌 별도 부대비용으로 인정돼 이자율에 포함되지 않는다. ●5000만원을 빌리면서 3000만원에 대해서는 월 5.5%,2000만원은 월 10%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그런데 며칠 뒤 3000만원을 갚았다.이후에도 나머지 2000만원 잔액에 대해 계속 월 10%의 이자를 물고 있는데. 대부업법은 대출금 3000만원까지만 적용된다.따라서 3000만원이 넘어가면 이자를 얼마를 받든지간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그러나 중도에 대출금 일부를 갚아 실질적인 대출잔액이 3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면 그 순간부터 대부업법 적용을 받는다.따라서 2000만원에 대해서는 월 10%가 아닌 5.5%의 이자만 내면 된다. ●500만원을 연체한 뒤 날마다 1만 5000원(월 9%)의 연체이자를 물고 있다.법정이자를 초과한 게 아니냐고 따졌으나 연체이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사채업자는 반박했다. 연체이자도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는다.일반이자와 마찬가지로 월 5.5%를 넘을 수 없다. ●법정이자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해 항의했더니 월 5.5%로 깎아주었다.그런데 이번에는 20만원짜리 건강식품을 40만원에 사라고 강요했다. 이런 사례가 빈번해 대부업법은 사채계약과 관련해 상품을 강매할 경우,강매를 통한 이득도 이자에 포함시켜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강매이득 20만원을 더하면 실질적인 대출이자가 월 5.5%를 넘게 되는 만큼 관할 시·도나 경찰서·금감원에 신고해야 한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싼이자 대출’ 광고를 보고 사채업자를 찾아가 500만원을 빌렸다.나중에 법정이자보다 훨씬 높은 사채이자를 물고 있는 사실을 알고 사채업자에게 항의했더니 자신은 정식광고를 하지 않아 대부업법 저촉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부업법이 광고를 하는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여기서 ‘광고’란 전단지,팸플릿,생활정보지,인터넷,포스터,간판,네온사인,애드벌룬,전광판,전봇대 등 모든 광고행위를 포함한다.따라서 이 사채업자는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업체로,거래를 해서는 안된다. ●정식등록된 사채업자가 아닌,비등록 업체에서 돈을 빌렸지만 당장 이렇다 할 피해는 없는데. 정식등록업체이든,비등록 업체든,사채업자의 부당행위가 법적으로 인정되면 피해금액을 일정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비등록 업체일 경우 법적으로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사채를 빌릴 때 대부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미현기자 hyun@
  • 공기업임원 임기 보장

    林인수위장 “산하단체장도 포함” 공직인사 다면평가제 도입 검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새 정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및 산하단체 사장과 임원 등의 남은 임기를 보장해주기로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임채정(林采正) 위원장은 3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임기가 남아 있는 공기업 임원들도 교체 대상에 포함되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인사는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노 당선자의 뜻”이라며 “남은 임기는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다른 측근도 “노 당선자가 천명한 새로운 인사원칙은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또 지금부터 다음달 25일 노 당선자 취임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기업 임원 등의 인사권은 새 정부가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임 위원장은 “법적인 원칙대로라면 현 정부가 인사를 하는 게 맞지만,상식적인 원칙으로는 새 정부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저쪽(현 정부)에서 상식적으로,합리적으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정무분과위 김병준(金秉準) 간사는 “공기업 임원의 채용과 승진 등 인사관리를 합리적으로 시스템화하기 위해 현재 삼성,현대,LG,SK 등 민간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들로부터 ‘인사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며 인사청탁과 낙하산인사 병폐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인수위는 민주당 선대위에 적용했던 ‘다면(多面)평가제’를 정부부처나 산하기관 등 공직사회에 본격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그 일환으로 이날 인수위 실무진 70명을 다면평가를 통해 선발했다. 다면평가는 동료끼리,상·하급자끼리 서로 상대방을 평가해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다. 임채정 위원장은 “다면평가제는 아직까지 문제가 많이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전제,“소프트웨어 전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나눠 도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현직 의원의 새 정부 입각 가능성과 관련,“청와대·국정원 등의 경우만 겸직이 안될뿐,장관직은 현직 의원의 겸직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김원기 특위장 회견 안팎/民主특위 인선 논란 ‘일침’

    민주당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개혁특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특위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 일정과 방향은 당내 논란을 의식한 듯 “금명간 특위를 구성한 뒤 위원들과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면서 일단 뒤로 미뤘다.김 위원장은대선과정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적 고비마다 뒤를 지켜준 신주류의 좌장으로서 당안팎 사정이 마뜩치 않은 듯,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차기 대표로 유력시되는 정대철(鄭大哲) 전 선대위원장을 두루 아우르면서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이날 논란의 발단은 부위원장 선임 문제.한 대표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희상(文喜相)·이협(李協) 최고위원이 특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처럼 말했다.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한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신 모양인데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서 “한 대표와 나눈 사적 대화에서 내가 거명한 분들의 이름일 뿐이며,이는 한 대표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최고위원은 구주류지만 대선기획단장을맡으며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와 한 대표의 가교 역할에 충실한 반면 이 최고는 개혁 성향이 있지만 노 당선자와 내내 거리를 유지해 실세인 신주류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는 처지다.특히 부위원장 선임에 대해 신주류 일부가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특위 활동 방향을 설명하면서 정대철 전 위원장도 슬쩍 건드렸다.김 위원장은 인적청산에 대한 의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도가 변하면 지도자도 바뀌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 아닌가.”라고 되물으면서 “지도부 선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당 대표 자리가 그대로 있을지,없을지도 특위위원들과 논의할 문제”라는 말도 곁들였다. 노 당선자의 ‘투톱’격인 김 위원장과 정 전 위원장은 최근 당 대표직을놓고 잠시 경합을 벌였으나 김 위원장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위윈장은 특위운영 방향과 관련,“논란이 되는 지구당 폐지 문제는 선거구 문제와 직결되고,중대선거구제 등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바꿔야하는 문제”라고 전제한 뒤 “여하튼 정치자금법,중앙당 축소 등은 국민적합의를 얻은 사항”이라고 윤곽을 제시했다.그러면서 “어느 선까지 할 것이냐 역시 추후 논의할 문제”라고 덧붙였다.신당 창당에 대해서도 “당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좀더 본질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논의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김경운기자 kkw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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