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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코미디영화 웃기긴 웃기는데 왜 허전할까

    한국 상업영화가 가뭄기에 들어선 이때, 두 편의 영화가 단비를 뿌릴 채비를 갖췄다.160억원에 당첨된 복권을 찾기 위한 모험을 다룬 ‘마파도’(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11일 개봉·추창민 감독)와 조직폭력배 부두목의 딸을 감시하려고 학생으로 위장잠입한 여형사를 그린 ‘잠복근무’(제작 마인엔터테인먼트·17일 개봉·박광춘 감독). 둘 모두 독특한 컨셉트와 캐릭터로 그럭저럭 관객을 웃게 만들지만,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와 어설픈 코미디로 쓴 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도 많다. 두 영화를 통해 많은 한국 코미디영화가 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두 영화 모두 캐릭터는 재미있고 풍성하다. 실수 연발인 비리 경찰 충수(이문식), 걸쭉한 욕설의 진안댁(김수미), 총각들 앞에서 한껏 멋을 내는 마산댁(김형자)등 ‘마파도’의 캐릭터들은 연기파 배우들의 힘을 빌려 생기발랄하게 관객들을 흡입한다.‘잠복근무’ 역시 김선아표 코믹 연기로 여형사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공유도 비밀을 간직한 멋쟁이 청년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근사한 캐릭터와 달리 내러티브에는 구멍이 송송 뚫렸다.‘마파도’의 큰 줄기는 복권을 찾는 것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좌충우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복권 찾기’는 뒤로 한참 밀렸다. 도대체 이들이 왜 마파도에서 그렇게 고생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 없이 캐릭터로만 밀어붙인 느낌이다.‘잠복근무’ 역시 조폭 부두목을 찾아서 지켜야 하는 본연의 내러티브는 부실하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의 치밀함보다는 김선아의 코믹연기에 비중을 두다보니, 코미디와 액션이 서로 겉돈다. 큰 줄기의 내러티브 속에서 다양한 코믹상황들을 가지치기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내기보다, 배우들의 개인기를 살리는 캐릭터에만 주력하는 것이 한국 코미디영화의 가장 큰 문제.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에피소드 위주의 코미디다. 부실한 내러티브 위에 그려진 캐릭터로 어떻게든 웃겨보려고 에피소드들을 끼워넣기 때문이다. ‘마파도’는 특히 온갖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쓸데없이 벌통을 건드려 도망가고, 실수로 화장실을 폭파시키고, 일하기 싫어 얼굴에 상처를 내는 등 짧은 만화적 설정을 짜깁기한 듯 에피소드들의 판을 벌였다.‘잠복근무’는 덜한 편이지만 화장실 문을 열려다가 쓰러져서 얼결에 키스를 하는 장면 등 웃음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몇몇 장면들이 거슬린다. ‘웃음 뒤에 찡한 감동’은 한국 코미디물의 잘못된 공식 가운데 하나. 감동이라는 요소로 영화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올리려는 작가의식의 발로인지,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관객을 흡입하려는 상업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심각한 판단 착오다. 지난해부터 ‘가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서인지 두 영화는 모두 가족 관계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한다.‘마파도’는 복권을 갖고 튄 끝순이와 귀가 어두운 어머니의 사랑을 영화의 끝자락에 끼워넣었다.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것 같았던 건달들이 이 생뚱맞은 감정코드에 갑자기 동조하는 모습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영화의 일관된 톤도 무너뜨린다. ‘잠복근무’는 형사반장인 삼촌과 조카인 여형사, 조폭 아버지와 모범생 딸과의 사랑에 많은 비중을 뒀다. 가족때문에 슬퍼하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스러운’ 음악 위에 꽤 긴 시간 포커스가 맞춰지는데, 상투적인 감동을 강요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두 영화 모두 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행정도시’ 개발·건축 제한

    행정도시 건설에 따른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연기·공주 일대와 주변지역 8200만∼9200만평에 대한 각종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가 금지된다. 또 범부처 차원의 ‘부동산투기대책본부’가 조만간 재가동돼 충청권에 대한 강도 높은 시장조사를 벌이게 된다.9일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와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공주지역과 주변지역에 부동산투기가 예상됨에 따라 대대적인 투기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이 난 지난해 10월21일 이후 가동이 중단된 범부처 차원의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대책본부에는 중앙·지방정부 공무원과 검찰, 경찰, 국세청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행정도시특별법 공포(3월18일) 직후인 22일쯤 대전에서 첫 회의를 열고 부동산투기 조장행위 적발, 토지거래자료 수집 및 분석, 미등기 전매행위 조사, 부동산중개업소 지도단속, 위장증여 조사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정부는 특히 연기·공주 예정지역 2200만평과 주변지역 6000만∼7000만평에 대해 행정도시특별법이 공포되는 18일부터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이같은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제한조치는 연기·공주가 행정도시 예정지역으로 지정, 고시되는 5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제한이 예상되는 곳은 충북 청원군 강내면·강외면·부용면, 대전 유성구 구룡동·금고동·금탄동·대동·둔곡동·신동 등 9개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모두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결정 이전에도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됐었다. 행정중심도시 예정지역인 연기군 조치원읍·금남면·남면·동면·서면과 공주시 반포면·의당면·장기면 등 8개 읍·면은 건축법에 의해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개발행위가 제한되고 있다. 정부는 또 투기가 우려되는 곳은 즉각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주택·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영화 ‘잠복근무’ 김선아

    영화 ‘잠복근무’ 김선아

    날렵한 발차기와 웃기는 표정연기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스타급 여배우에 김선아(30)가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까. 영화 ‘잠복근무’(17일 개봉)에서 김선아는 코믹과 액션의 무늬가 어우러진, 자신에게 딱 맞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작 ‘S다이어리’에 이어 두 번째 ‘원톱’을 꿰찬 그녀는, 이제 한국영화계에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며 관객을 큰 힘으로 흡입하는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힘들지만 ‘액션 연기’ 한 번만 더∼ “‘S다이어리’가 관객 160만을 돌파한 뒤 여성 원톱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부담감이 안 생길 수가 없죠.‘잠복근무’까지 잘 되면 여배우의 영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성의 연애감정과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S다이어리’이후 “감정적으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그녀. 그래서 좀 더 유쾌한 것을 찾다 보니 ‘잠복근무’로 눈길이 가게 됐단다.“액션이 가미됐기 때문에 코미디 안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라는 게 이 영화를 선택한 또다른 이유다. 영화 ‘잠복근무’에서 김선아는 조직폭력배 부두목의 딸을 감시하기 위해 고등학교에 위장잠입한 여형사역을 맡았다.“다른 세대끼리 부딪치는 상황이 빚는 코미디에 액션이 가미됐고, 혼자 돌아다니는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코미디연기야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이다 보니, 그녀의 액션연기가 궁금했다.‘예스터데이’에서도 형사로 출연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전면에 나선 액션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땠냐고 물으니 솔직한 성격답게 바로 불만섞인 반응이 돌아왔다. “두 달간 준비했다고 하라고 했는데 ‘뻥’은 못 치겠어요. 실제로 3주밖에 준비를 못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한국영화 제작환경에 대한 쓴소리들.“시나리오를 읽다가 ‘이 작품 언제 들어가?’라고 물으면 보통 한 달 뒤에 크랭크인하는 작품들이죠. 준비하려면 3∼6개월은 필요한데도 그럴 시간이 없어요. 한 달 만에 후닥닥 배워서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몸에 밴 연기를 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예스터데이’때 준비했던 것과 ‘S다이어리’를 찍기 전 절권도를 2개월간 배웠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몸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짧은 기간에 액션연기를 소화하려다 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가 오기까지 생기는” 상황에 다다랐고 ‘다시는 액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한 번은 더 해야겠어요. 근육으로 덮여 있는 몸이 아까워서요.” ●‘느낌’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하는 배우의 운명을 한탄하면서도,‘느낌’이 꽂히는 좋은 작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너져버리는 그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어떻게 해야지라는 느낌이 오고 자신과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 된다.”는 그녀는 천상 배우다. 다음 작품은 4월초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MBC ‘내 이름은 김삼순’.4년여 만의 안방극장 복귀다.“성격상 준비를 많이하는 영화와 어울리지만요. 드라마는 제 고향과 같은 곳이에요.” 우리시대의 삼순이와 같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드라마여서, 무리한 스케줄임에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단다.“소수라도 ‘내 얘기 같다.’며 공감하는 작품을 하고 싶거든요.” 물론 ‘또 코미디야?’라며 비슷한 캐릭터에 식상하는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흘러왔고, 앞으로도 ‘느낌’에 맞춰 잘 흘러갈 테니까.“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서 내 자신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밝고 경쾌한 작품이 좋고, 하고싶으니까 하는 거예요.” 힘들지만, 좋고 즐거워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그녀가 바로 김선아였다. ● 선아셀카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한 인간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인간 김선아는 이랬다. 내숭 떠는 게 싫어서 시원시원하게 할 말 다하고, 꼼꼼하게 이것저것 다 챙기면서, 자기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그녀는 영화를 하는 동안 이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다녀야 직성이 풀린단다.“이 정도 선에서 어떤 기사가 나오고 반응은 어떤지 체크해봐요. 그래야 마케팅 방향도 잡을 수 있고요.” 이렇게 극성맞은 배우는 처음 봤다.“저와 관련된 게 다 마무리될 때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는 성격이죠.” 적극적인 성격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허덕대면서도 악바리처럼 다 해낸다. 그녀는 최근 경희대 연극영화전공에 편입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휴학한 다음부터, 그녀는 내내 공부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두 제 재산일 걸요. 해보지도 않고 시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해보자고요.”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시인 김용택과 섬진강 봄맞이

    시인 김용택과 섬진강 봄맞이

    김용택 시인에게 섬진강은 삶 그 자체다. 섬진강에서 태어나 섬진강에 살고 있는 그에게 섬진강은 사랑이고, 이별이고, 기쁨 이고, 슬픔이고, 그리움 이다. 강물, 꽃, 나무, 흙, 심지어는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조차도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생명 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그는 ‘섬진강 시인’이다. 매화 가 흐드러지게 피어 봄이 특히 아름다운 섬진강. 시인을 따라 섬진강으로 훌쩍 떠났다. 봄 이 꿈틀거리는 그곳으로. ●섬진강을 따라, 시인을 따라 “움츠렸던 시상을 자극하는 섬진강의 봄을 가장 좋아한다.”는 김용택(57) 시인과 함께한 섬진강 여행은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에서 시작됐다. 진메마을은 시골 아저씨처럼 푸근한 김용택 시인을 닮은 한적한 시골마을.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시인을 따라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 어귀에 있는 그의 고향집 ‘관난헌’에 들어서자 섬진강과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3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사는 마을 앞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그 뒤로 장산(長山)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마을 이름은 동네 사람들이 장산을 ‘긴메’,‘진메’로 부르면서 붙여졌다. 섬진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김용택 시인이 나왔을까. 관난헌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풍광은 한폭의 수채화다. 강물이며, 산이며, 흙이며, 나무며, 풀이며 모두 그의 시에 나온 그 모습 그대로다.‘서럽도록 아름답다.’는 그의 시적 표현이 딱 들어맞는 그곳이다.‘당신을 보내고/집에 돌아와/마루에 서서 앞산을 봅니다/산이 다가와/당신의 얼굴로 나를 덮습니다/이성과 논리가/발 내리지 못하는/땅이 있는 줄 이제 알았습니다.’(사랑이라는 땅 중에서) 이 시는 관난헌에서 장산을 바라보며 지은 시. 관난헌은 퇴계 선생의 시 제목으로 ‘마루에서 바라보는 물결처럼 넘실넘실 생각이 멈추지 말라.’는 뜻에서 지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마을 입구에 시인이 청년시절 심었다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를 돌아본 뒤 그가 혼자 숨겨두고 보는 ‘시인의 길’로 안내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산책을 하던 비포장 흙길. 마을에서 강을 따라 천담계곡으로 가는 10리길(4㎞)을 사람들은 시인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특히 이 길은 군청에서 시멘트 포장을 하겠다는 것을 그가 극구 반대해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섬진강 500리 물길 중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시인은 “섬진강 500리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면서 “매일 걸어도 새롭고 경이로운 길”이라고 극찬한다. 산과 들녘에는 조만간 매화와 진달래, 산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룬다. 이어 나타나는 장구목은 강바닥 암반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바위들 중에 가장 유명한 바위는 요강바위.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이 바위는 도둑들이 부잣집에 정원석으로 팔려고 훔쳐갔던 것을 주민들이 어렵게 되찾아온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동진(송강호 역)이 류(신하균 역)의 아킬레스건을 자르며 복수하는 장면이 촬영됐던 곳이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마을 입구에 있는 덕치초등학교도 들러 볼 만하다. 산속에 들어앉은 아담한 학교는 전교생이 33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시골학교. 어린이를 유달리 사랑하는 시인이 교사로 근무하는 곳이다.70년초 처음 부임했을 당시에는 700명에 달했던 학교다. 시인이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교실에 들어갔다. 가르치는 학생은 4명에 불과하지만 시와 그림들로 가득했다. 시설도 대형 프로젝션 TV 등이 설치돼 도회지 학교 못지않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한다. 도시 아이들도 1년씩 교환 학생으로 받아 흙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다.”는 게 교사로서의 그의 꿈이다. ●매화가 흐드러진 섬진강 매화가 필 때면 해마다 섬진강변을 여행한다는 시인을 따라 섬진강이 끝나는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의 각기 다른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매화는 ‘핀다’고 말하기보다 ‘흐드러진다’고 말해야 맞는 말이다.”는 시인의 말처럼 3월말이면 강이 온통 순백색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남원과 구례를 거쳐 2시간을 달렸을까. 섬진강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이루는 화개장터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다압리 매화마을에 이르는 섬진강변의 풍경이 최고의 절경이다. 어느덧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매화마을에 이르렀다. 매화마을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 집단 재배지인 청매실농원.300m에 이르는 언덕길을 올라서자 무리 지어 피어난 매화꽃이 반긴다. ‘매화꽃 이파리들이/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섬진강을 보셨는지요/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섬진강가에서 서럽게 서보셨는지요.’(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중에서) 그의 시처럼 언덕에는 온통 매화 천지다. 눈부시게 하얀 백매화와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붉은 빛이 도는 홍매화 꽃봉오리가 장관이다. 매화는 높이 올라가 섬진강과 함께 보아야 제격이다. 항아리 2000여개가 서있는 마당에서 향긋한 매실차로 단내 나는 입을 축인 후 입구 오른편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올라가 내려보면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 청매실 농원은 김오천 선생이 심은 70여년생 수백그루를 포함한 매화나무 단지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잘 가꾸어져 있다. 매실명인으로 지정된 홍쌍리 여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17세에 시집온 후 60세가 넘은 지금까지 매화와 함께하고 있다. 언덕에서 매화꽃 사이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경은 한폭의 풍경화다.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는 일대에서 제9회 광양 매화축제가 열린다. 매화를 주제로 한 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개최되는 꽃축제로 다압면 섬진강변 섬진마을(매화마을)과 섬진교 둔치에서 열린다. 그동안 지역 주민이 주관하여 추진해 오던 것을 올해부터는 광양시에서 직접 주관해 추진,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대폭 확충됐다. 하루종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섬진강 풍경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매화꽃 피면/그대 오신다고 하기에/매화더러 피지마라고 했어요/그냥, 지금처럼/피우려고만 하라구요.’(그리움 중에서) 시인의 입에서는 ‘그리움’이라는 짧은 시가 흘러나왔다. ●섬진강 먹을거리 섬진강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는 섬진강 물빛을 닮은 재첩국. 많이 자라야 어른의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재첩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라는 것이 상품.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해독 효과는 물론 허한 기운을 보해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이름이 높다. 청룡식당(061-772-2400), 광양읍 섬진강재첩(762-0686) 등이 유명하다. 진메마을에서는 산골마을의 손맛을 간직한 강진식당(643-3014)이 시인의 단골집.10여가지 반찬을 곁들인 구수한 청국장(4000원)이 입맛을 돋운다.“오묘한 고향의 맛을 담은 청국장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게 시인의 평가다. 청매실농원(www.maesil.co.kr·772-4066)은 농원에서 만든 청매실 된장(500g·1만원), 고추장(1만 5000원), 절임(1만 7000원), 청매실 농축액(4만 6000원) 등을 판매한다. 또 섬진강 여행에 고로쇠 약수 한잔을 빼먹을 수 없다.3월은 가장 좋은 고로쇠 약수가 나오는 기간이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뜻을 가진 ‘골리수’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위장병과 신경통 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양의 백운산 일대 100여가구가 고로쇠 약수를 받는다. 고로쇠 수액은 9ℓ들이 한통에 3만원 정도. ●섬진강 가는길 전북 임실군 강진면 장산리 진메마을은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나와 전주시내를 거쳐 17번 국도를 따라 임실을 거쳐 27번 국도 강진, 덕치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또는 태인IC로 빠져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순창쪽으로 가다 덕치면 일중리 일중교를 지나자마자 좌회전해 시멘트길로 들어서면 마을이 나타난다. 섬진마을은 전주IC에서 남원가는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을 지나 광양으로 가면 된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진월IC나 옥곡IC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하동방향으로 20분 달리면 나타난다. 광양시청 문화관광과 (061)797-2363. 섬진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헌재부총리 사퇴 파장] 땅투기 파문서 사퇴까지

    [이헌재부총리 사퇴 파장] 땅투기 파문서 사퇴까지

    재산공개로 불거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인 진진숙씨의 부동산투기의혹은 이 부총리의 사임으로 일단락됐다. 이부총리는 8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본인과 처는 투기목적으로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불법이나 편법에 의한 거래도 없었다.”면서 투기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석연치 않은 부동산 거래과정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광주 땅 거래과정 석연찮아 이 부총리에 대한 변함없는 신임을 고집하던 청와대가 소신을 굽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 부인 진씨의 광주면 초월리 일대 전답 5800평을 트럭운전사가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라는 분석이 지배적. 앞서 지난달 28일 이 부총리 부인의 경기도 광주, 전북 고창 위장전입 의혹 등 부동산투기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해도 재신임 방침을 고수해오던 청와대는 이후 자체 진상조사의 뜻을 내비치며 한발 물러났지만 트럭운전사인 차모씨의 재정상태와 대출과정, 그리고 차명계약 여부 등이 거론되면서 입장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7000여만원에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차씨가 15억원가량의 대출을 받아 한달에 700만∼800만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계약 자체에 대한 진위 여부마저 도마 위에 올랐고, 현재까지도 ‘X파일’로 남아있는 상태. 따라서 차씨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지난 1년여 동안 무리없이 부담해온 고액의 이자비용에 대한 추적조사가 필요하다. 대출압력에 대한 의혹도 여전히 미지수다. 차씨의 대출을 담당한 성남농협 하대원지점은 “그 땅의 소유자가 부총리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출과정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앞둔 시점에서 땅을 서둘러 매각한 흔적도 여기저기 엿보인다. 이어 지난 7일에는 부동산 매매계약서가 허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추가로 대두됐다. ●의혹들 속시원히 해명된것 없어 이 부총리의 부인이 지난 2003년 10월30일자로 광주땅 매매계약서를 작성, 현지 땅 관리인 김모(71)씨를 중개인으로 내세웠지만, 김씨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을 뿐더러 본인 스스로도 계약을 중개한 사실이 없고 계약서 작성도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문제될 게 없는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이 부총리는 8일 오전 서둘러 사임을 표명했다. 이 때문에 이 부총리의 전격 사임이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과 어떤 함수관계에 있는지는 자칫 추측으로만 남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의혹들 가운데는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만한 소지가 있는 것들도 없지 않아 이부총리 퇴임 하나로 여론을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광주 윤상돈기자 yoonsang@
  • 아들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가족을… 무너지는 가정

    ■ 명문대 출신 20대, 아버지 살해청부 어머니와 짜고 인터넷 청부용역카페에 아버지의 살해를 의뢰한 유명 사립대 출신의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범행을 공모한 어머니가 이미 숨져 살해 동기 등 사건의 전모는 의문을 남긴 채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교통사고보다 폭탄이 확실” 가족이 더 적극적 서울 수서경찰서는 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청부용역카페에 사제폭탄으로 유명대학 교수인 아버지(52)를 살해해달라고 부탁한 김모(25)씨를 존속살해 예비·음모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이미 구속된 ‘제거전문킬러’라는 카페 운영자 김모(29)씨에게 “계획이 성공하면 장례식이 끝난 뒤 3일 안에 1억원을 주겠다.”며 아버지 살해를 제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은 지방에서 따로 생활하는 남편 모르게 신용카드 과다사용 등으로 진 빚 8000만원으로 고민하던 어머니 박모(50)씨가 아들에게 먼저 제의했다. 이들은 강의가 있는 주중에 김 교수가 머무르는 대학 숙소의 주소와 출퇴근 경로, 주차위치 등을 카페 운영자에게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죽으면 나오는 보험금 등 2억원 가운데 1억원은 빚을 갚고,1억원은 사례비로 주자. 아버지가 없으면 우리 둘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면서 “평소 자식이 아니라 제자를 대하는 듯한 아버지와 갈등이 심했고, 어머니가 불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가 이전에도 다단계로 1억 3000여만원의 빚을 져 변제과정에서 남편과 불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킬러’검거로 덜미…어머니는 스스로 목숨 끊어 이들의 범행은 지난달 24일 카페운영자 김씨가 다른 범행으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김씨의 은행 계좌 입금내역을 확인한 뒤 곧바로 이들 모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가 빚 독촉을 받고 있었고, 나 역시 지난해 12월 대전 유성 터미널에서 머리에 둔기를 맞고 납치됐다.”고 거짓 진술했다. 경찰은 “납치 시점 등에 대해 모자의 진술이 엇갈렸고, 김씨의 머리에도 둔기에 얻어맞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카페운영자와 아들이 통화한 내역이 확인되자 아들을 추궁했다. 카페운영자의 소지품에서는 아들과 아버지의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이 나왔다. 어머니 박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8일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반항하거나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 아들과 아내가 그랬을리 없으며,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했다.”고 서울 동부지법에 탄원서를 냈다. ●“나도 죽여달라?”의문점 남아 사건은 모자가 짜고 아버지를 죽이려 한 ‘인면수심 살인극’으로 일단 결론이 났지만, 핵심 열쇠를 쥔 박씨가 숨지는 바람에 수사는 김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먼저 박씨가 처음 범행을 의뢰할 때 제3자를 가장,“김씨 부부를 죽여달라.”고 자신의 살해까지 청부한 것으로 드러나 궁금증을 낳고 있다. 아들의 진술대로 돈을 노린 범행이라면 박씨가 자신도 죽여달라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교수가 평소 “내가 죽으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해왔으며, 김 교수가 사망했을 때 보험금도 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등도 단순히 돈만을 염두에 둔 범행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추론을 뒷받침한다. 이메일 내역을 모두 삭제할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은폐하려 한 이들 모자가 경찰에서 허술하게 둘러대다 덜미가 잡힌 부분도 석연치 않다. 엄격한 아버지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살인계획에 동참했다는 아들의 행동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다른 목적으로 단독범행을 저지른 아들이 숨진 어머니에게 혐의를 미뤘거나 제3자가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목숨을 끊기 직전 남편에게 ‘미안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지만, 어머니의 이메일 아이디를 알고 있는 아들이 위장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단독범행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실직가장, 아내·아들 죽이고 딸은 중태 사업에 실패한 뒤 실직자로 지내던 30대 가장이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11살짜리 아들을 살해하고,9살짜리 딸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뜨렸다.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10시쯤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모 아파트에서 최모(39·무직)씨는 아내 김모(33)씨가 “취직은 않고 술만 마신다.”며 이혼을 요구하자 말다툼을 벌이던 중 흉기로 김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하고, 잠자고 있던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했다. 최씨는 이어 딸에게도 목을 조르고 흉기로 수차례 찔러 중상을 입혔다. 딸은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경찰조사 결과 최씨는 지난 93년 모 자동차회사에서 퇴직한 뒤 식당과 비디오가게 등을 운영하다 장사가 안돼 그만두고,3년여 전부터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내오다 미장원을 하며 생계를 꾸려오던 아내와 부부싸움이 잦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내가 먹고 살기 힘들다며 자주 이혼을 해 달라고 하기에 술김에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7일 최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소주파·맥주파’ 술 마니아 세계

    ‘소주파·맥주파’ 술 마니아 세계

    술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술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술이 너무 좋으니 마셔서 없애자.’는 등 술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술에 대한 평가가 무엇이든 술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술 소비량은 슬로베니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우리가 즐겨마시는 술은 소주와 맥주다. 경제난이 심각할수록 술 소비가 늘어난다는 통계를 보면 ‘화풀이’나 ‘사교용’ 등 각종 만남에서 술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불경기에 술 소비량이 늘어나지만 지갑이 가벼워서인지 소주 증가율이 맥주 증가율을 뛰어넘는다는 수치도 나와 있다. 지난해 국내 소주 소비량은 모두 108만 1833㎘(360㎖들이 30억 509만병)로 1년사이 3.8%, 맥주는 173만 4331㎘(34억 6866만병)로 1.2% 늘었다. 불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20세 이상 성인 3500만명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소주 86병, 맥주 99병을 마신 셈이다. 양으로만 따지면 맥주가 소주를 앞선다. 여러 동호회 가운데 소주면 소주, 맥주면 맥주만 찾아다니는 별난 마니아들도 있다. 이들의 별난 세계로 살짝 들어가 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술은 뭐니뭐니 해도 소주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술 동아리를 자부한다는 ‘소사모’(소주를 사랑하는 모임) 운영자 최경석(36·서울 송파구 송파동·인터넷마케팅)씨는 큰 부담 없이 진솔한 대화 속에 나눌 수 있는 술이 바로 소주라고 강조한다. ●“왜 술로 뭉쳤나”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그와 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 “술을 매개로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쳐 쫓기며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편안한 이웃으로 정(情)을 나누자는 게 동호회의 취지입니다.”. 비슷한 차원에서 볼링으로 심신의 피로를 푸는 ‘망치회’와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나는 ‘소나무회’라는 소모임도 거느렸다. 최씨는 “지금까지 회원끼리 결혼한 커플만 해도 12쌍에 이른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술 동호회 하면 이상하게 쳐다보지는 않는지…. 주변에서 ‘소사모’를 취재한다고 하니 음주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고 하던데요.”라고 되물었다. “천만에요. 그냥 술을 마구 마시기만 하는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예컨대 와인을 즐기는 모임이라면 문화적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이 잘못이지요. 그런 성격이라면 굳이 동호회까지 만들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어요.” 다시 물었다.“왜 하필 소주인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술은 나쁘게 비쳐지지는 게 사실이고, 더군다나 소주는 독주인데 마시다 보면 동료들 사이에 더러 실수도 따르잖아요.” 이번엔 옆에 있던 소사모 회원 명현숙(31·여·서울 강남구 압구정동·회사원)씨가 곧바로 맞받아쳤다. “명색이 같은 취향으로 뭉친 사람들이어서 주정한다거나 나쁜 모습을 보인 경우, 일부러 배척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임에 나타나지 않게 돼요. 또 알코올 중독의 기미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이 혼자 즐기는 편이랍니다.” ●“가장 ‘술’스러운 소주” 소주 동아리는 1999년 6월 첫 발을 뗐다. 당시만 해도 그냥 술 동아리는 많은데 한국의 술 하면 내놓을 수 있는 고유의 소주에 대한 모임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출범한 지 한달 만에 회원 1000명을 돌파해 스스로도 놀랐단다. 현재 정식 회원은 전국적으로 1840여명이다. 나이를 따지면 26∼50세, 직종으로는 학교 선생님에서부터 자영업자까지 다양하다. 최씨는 “어떤 사이든 ‘쐬주 한잔 어때?’라는 말이 상대방을 친근하게 여기는 정감의 표시인 데다, 부담 없는 가격에 진솔한 얘기를 나누도록 만드는 게 바로 소주”라며 웃었다. 소주 서너잔이 돌았을까 말까 할 무렵 또 다른 회원 김한수(32·서울 마포구 아현동)씨도 거들었다. “누구든지 만취는 아니고 어느 정도 술 기운이 돌 때면 솔직해집니다. 위스키와 같이 너무 독하지도 않으면서 맥주에 비해서는 약간 도수가 높은 술이라 적당한 편에 속하잖아요.” 그는 “아직도 일반적으로 직장 등에서 갖는 술자리는 거의 반강요에 의한 게 많은 듯하다.”면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마시는 술은 반드시 탈을 부른다.”고 덧붙였다. 최씨도 “직장에서 불편한 자리에 갔다가 어색하게 술을 마신 뒤, 편안하게 한잔 하자며 새벽에 회원끼리 연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 맥주를 많이 마시다가 술자리에서 웬만큼 취하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오버’하는 버릇이 있어 소주로 술버릇을 고치려다가 동호회에 가입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맥주로는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소주의 경우 주량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매너’도 배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신바람나는 만남일 경우 소줏잔이 웬만큼 돌아도 걱정될 정도로 취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손꼽았다. ●20명이 236병 거뜬히 “새천년을 앞둔 1999년 10월의 마지막 밤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강원도 강릉에서 모였을 때입니다.” 소사모 회원 20명은 낯설지만 경치가 빼어난 바닷가에서 소주 236병을 비웠다고 했다. 오후 7시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무려 16시간이나 술을 들이켰다는 얘기다. “아니, 그러고도 아무 일 없었느냐.”고 묻자 이들은 “티끌 만한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다른 술자리에서는 어정쩡하게 놀며 묵묵히 술만 마시는 사람이 꼭 뒤탈을 낸다. 말이 곧 안주인 셈”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편한 술자리일수록 많은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술도 덜 취한다는 근거에 대해 거짓말같은 얘기도 나왔다. 체내 알코올은 10% 정도가 호흡기를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란다. 음주 뒤 노래를 부르거나 심호흡을 자주 하는 것도 숙취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 빨대로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는 것도 다름 아니라 호흡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은 한 사람의 주량이 평균 3병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안주를 잘 하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뜻이 뭉쳤다 하면 그런 곳으로 모여든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등 몇몇 곳에는 아예 회원들의 아지트도 생겼다고 한다. ●소주 감별에도 자신감 명씨는 “서울시내에 찍어둔 맛집만 30곳은 된다. 그런데 하루는 후배가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길래 웬 일이냐고 물어봤더니 동원됐다고 하더라”면서 “특정 방송사의 맛집 지도는 어딘가 짜맞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울신문의 송기원의 맛집 코너에 믿음이가 스크랩까지 한다고 거들었다. 안주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자 최씨는 중요한 게 있다며 끼어들었다. “보통 소주 하면 ‘진 안주’, 다시말해 국물 있는 안주가 좋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소주라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씹을 것이 나아요. 위장에도 물 종류만 들어가는 건 나쁘다고 하니 소주의 경우에도 들어맞지요.” 이들은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각 지역마다 대표자들이 주선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전국 모임도 갖는다. 전국 8개 지역에서 유통되는 소주를 회원들이 각자 갖고 참석하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소사모에는 특유의 퀴즈게임이 있다. 무작위로 술잔에 부어놓고 8개 지역별 소주의 생산지를 알아내는 방식이다.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도 맛이 공장별로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맛이 다르다는 점을 진짜로 알 수 있느냐.”고 하자 명씨는 기다렸다는 듯 “이 소주는 경기도 ××시에서 생산된 제품인 것 같은데….”라더니 병을 들어 확인까지 해줬다. ●“폭탄주, 소주가 아깝다” 이들의 소주 자랑은 계속됐다. 김씨는 “2002년 신혼여행을 호주로 갔는데 소주가 수출돼 값이 국내에 비해 훨씬 높더라.”고 했고 명씨는 “일본인들은 소주를 우리들이 양주를 마실 때처럼 술집이나 음식점에 ‘키핑’도 해놓는다.”고 알려줬다. 또 최근에 와서야 업체들에 의해 브랜드로 만들어졌지만 소주의 역사는 기록상 고려 성종 때인 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소주를 즐겨 마시는 게 애국심 때문’이라는 묘한 말도 꺼냈다. 외국이나 다른 주종의 경우 업체에서 홍보에 엄청난 힘을 쏟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데도 소비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소사모 회원들이 말하는 ‘술 빨리 깨는 방법’이 아주 흥미롭다. ‘속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토한다,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삼간다, 술 한잔에 안주 한 점, 한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차수를 변경해도 절대 섞어 마시지 않는다, 술 마시기 전에 꼭 식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술로 생기는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법도 한번쯤 짚어 볼 만하다. 두통과 속쓰림에는 식초 생강차를 권한다. 얇게 썬 생강을 식초에 4∼5일 정도 절여 뒀다가,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이 생강을 2∼3조각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적당량의 벌꿀을 섞어 마시면 된다. 숙취가 남아 있어 몸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으면 매실차를 마신다. 매실을 구워 놓았다가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으깬 다음에 마시면 좋단다. 시금치로 만든 주스도 숙취해소에 ‘딱’이라는 점도 참고사항이다. 녹차도 잎에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물질이 혈중 포도당을 증가시켜 숙취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맥주밖엔 난 몰라! ‘소사모’와 달리 우리나라 대표 맥주가 없어 안타까운 나머지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모임도 있다. 홈 브루어리(Home brewery·자가양조 맥주) 모임 ‘맥주 만들기 동호회’(맥만동)이 그것이다.2002 월드컵축구대회 무렵 발족해 현재 정회원이 전국에 400여명이다. 그러나 실제 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따름이지 자가 양조를 즐기는 인구는 1만 4000여명이나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하우스 맥주’나 집에서 만든 맥주를 돌아가며 맛보기 위해 끼리끼리 모여든다. 지난 5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맥주집에서 맥만동 회원 6명을 만났다. 회원 최원규(3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회사원)씨는 “독일로 출장 갔다가 마신 맥주 맛에 빠졌는데 국내에서는 판매하는 곳이 없어 수소문 끝에 동호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맥주는 종류를 따지면 100가지도 넘는데 입맛에 맞는 맥주의 세계에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고, 시중에서는 가격이 비싸 거품을 빼자니 스스로 만들어 마시는 방법을 택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달려온다는 사아랑(34)씨는 “원래 소주파였는데 친구와 우연히 다른 종류의 하우스 맥주를 마신 뒤 이런 맛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맥만동에 가입했다.”면서 “회원들은 맥주 만들기에 쓰는 발효통 3∼5개에 원액캔과 영업용 냉장고까지 갖추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우리들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 미국식 라이트 맥주는 마케팅 전략으로 다양한 맥주의 맛을 빼앗아 버린 술이라는 게 회원들의 얘기다. 맥주 만들기는 기구소독→원액 녹이기→원액 끓이기→1·2차 발효 과정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초보자들이 학습용으로 쓸 수 있는 ‘홈 브루어리’ 세트를 판매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 맥만동 역시 맥주를 만드는 정보를 주고 받으며 건전한 음주문화 가꾸기에 힘쓰는 것은 소사모와 같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성강옥(44·여)씨는 “지난달 28일 집에서 남편 등 회원 17명이 모임을 가졌는데 맥주 20ℓ를 만들어 오후 7시부터 7시간이나 이어졌다.”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이웃처럼 많은 대화을 나누고, 즐기는 새로운 음주문화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술을 섞어 마시면 한꺼번에 두가지 물질을 분해하는 데 부담을 갖는 인체의 특성상 폭탄주는 금물”이라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만들어 마시다 보니 생강, 인삼, 계피, 심지어 고춧가루를 넣은 맥주 등 다양한 실험까지 가능해져 회원들과 나누어 마시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홀로코스트 전범 체포한 말킨 600만 희생자 곁으로

    유대인 대량학살(홀로코스트)의 논리를 개발했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체포했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설적 요원 피터 말킨이 77세를 일기로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자택에서 사망,4일 텔아비브에 안장됐다. 폴란드 태생인 말킨은 1933년 영국 통치하의 팔레스타인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했지만 고국에 남은 누이와 친척들이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됐다. 좀도둑질에 능했던 말킨은 12살의 어린 나이에 유대인 지하단체에 가입, 폭발물 및 금고 전문가로 활약해 50년 첩보기관 신베트를 거쳐 모사드에서 27년동안 공작 전문가로 활동했다. 48년 건국 이후 이스라엘은 국가적 역량을 나치 지도부 검거에 집중한 결과 아이히만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메르세데스 벤츠 공장에서 신분을 속이고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이히만 체포 작전을 맡은 말킨은 사전 공작팀으로 하여금 3개월 동안 아이히만을 감시하게 했다. 체포 작전 당일 말킨은 눈길을 끌지 않도록 혼자 아이히만에게 다가가 유일하게 아는 스페인 단어 “운 모멘티토 세뇨르(잠깐만요, 선생님).”라고 말을 건네며 그를 뒤에서 붙잡았고 다른 요원들과 함께 격투 끝에 그를 차에 밀어넣을 수 있었다. 말킨은 아이히만을 안전가옥으로 옮겨 열흘간 신문한 뒤 그를 항공사 승무원으로 위장시켜 이스라엘로 송환했다. 아이히만은 61년 재판을 받고 이듬해 처형됐는데 이스라엘에서 사형이 집행된 유일한 인물로 기록된다. 말킨은 90년 낸 자서전 ‘내 손안의 아이히만’에서 “600만쌍의 눈동자(홀로코스트 희생자를 의미)가 나를 주시하고 있어 성공해야만 했다.”고 체포에 앞서 느꼈던 중압감을 토로한 바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패스트 & 퓨리어스(MBC 오후 11시25분) 롭 코헨 감독의 2001년작. 빈 디젤, 폴 워커, 미셸 로드리게스, 조다나 브류스터, 릭 윤 출연. 밤마다 길거리에서 불법 자동차 경주가 벌어진다는 조그만 기사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카레이싱을 하는 젊은이들과 폭주족의 특수절도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카레이싱 팀에 잠입한 경찰의 이야기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 전설의 수프라를 비롯하여 폴크스바겐 제타, 닛산 스카이라인 등 명차들이 화면을 꽉 채운다. 오디오,DVD 등 값비싼 고급 외제 전자제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 트럭의 절취·도난범죄가 폭주족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경찰과 FBI는 경찰 브라이언을 자동차 폭주족으로 위장, 잠입시킨다. 브라이언은 폭주족의 대부격인 도미니크 토레토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의 여동생 미아가 운영하는 카페에 자주 출입하게 되고, 인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튜닝 숍에 위장 취업하게 된다. 스트리트 드래그 레이싱에서 브라이언은 대부격인 도미니크와 자신의 차를 걸고 내기 레이싱을 하게 되고, 이어 출동한 경찰에 쫓겨 도주하던 도미니크는 브라이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 사건으로 도미니크의 신임을 얻은 브라이언은 그의 일당과 어울리게 되고, 도미니크의 여동생 미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115분. ●세인트(SBS 오후 11시45분) 필립 노이스 감독의 1997년작. 발 킬머, 엘리자베스 슈 주연. 홍콩의 가톨릭계 고아원, 자물쇠를 잘 따서 친구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는 고아소년 사이먼이 있다. 말썽을 부려 벌을 받던 사이먼은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스스로 고아원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 그는 사이먼 템플러, 변장의 명수로 일명 세인트라 불리는 신출귀몰한 도둑이 된다. 그의 고객은 세계 각지의 권력가들. 세인트는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훔쳐다 주고 대신 거액의 의뢰비를 받는다. 세인트의 새로운 고객은 러시아의 야심가 이반 트레티악.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여성과학자 에마 러셀 박사가 개발한 혁신적인 핵융합 공식을 손에 넣기를 원한다. 세인트는 에마를 유혹하고, 에마는 세인트에게 빠져든다. 세인트는 공식을 빼돌리는 데 성공하지만 에마는 세인트의 행방을 알아낸다. 그런 가운데 트레티악은 거추장스러운 두 사람을 살해하려 하는데….120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교원평가제 거부할 명분없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새달부터 교원평가제를 일부 초·중·고교에서 시범실시한 뒤 내년에는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마련 중인 교원평가 개선안을 보면 평가대상은 교장·교감을 포함한 전체 교원이며, 평가 방식은 간부 교원외에 동료교사와 학생·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다면평가로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목적을, 교사에게 자발적으로 능력 개발의 계기를 줌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며 공교육의 내실화를 이끄는 데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교원평가제의 도입 필요성에 동의한다.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교장을 포함한 교사들이 학부모와 유착해 조직적으로 답안지 조작과 시험지 유출을 하는가 하면 교사 개인이 자식을 재직 중인 학교로 위장전입시켜 성적을 관리해 주었음이 확인됐다. 또 교육계 인사들 스스로 인정하듯이, 이러한 비리가 특정 학교에 한시적으로만 존재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잠재해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교원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정 개선이 되지 않는 교원은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가 교원평가제를 통해 당장 ‘부적격 교사’를 솎아내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우리도 온갖 비리가 교원평가제 도입만으로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행의 유일한 평가제도인 근무성적평정제로는 교원의 질을 담보하기 힘들기에 새로운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반대 논리를 보면 교육부의 시도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는 둥 학교 현장이 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는 둥 본질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있다. 교육현장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교원들 스스로에게 있다. 명분 없이 거부하기보다는 새로운 평가제도에 참여해 미비점 보완에 협조하기를 기대한다.
  • 日 세이부 쓰쓰미前회장 체포

    |도쿄 연합|일본의 대표적인 민영철도 재벌인 세이부(西武)철도그룹의 쓰쓰미 요시아키 전 회장이 3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쓰쓰미 전 회장을 연행하고 세이부그룹의 지주회사인 고쿠도 본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쓰쓰미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고쿠도가 임직원 명의로 위장소유하는 방법으로 계열 세이부철도 주식 65%를 보유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43%로 줄여 신고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지분 허위기재는 상위 10대주주 합산지분이 80%를 넘으면 상장폐지되는 증권거래법 기준을 피하기 위해서로 밝혀졌다. 쓰쓰미 전 회장은 지분 허위기재가 공표되기 직전인 지난해 8·9월 지분 허위기재 등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채 고쿠도 등이 보유한 세이부철도 주식 7200만주를 70여개 거래처에 매각토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쓰쓰미 전 회장은 한때 미국 포천지에 의해 세계 최고의 갑부로 선정됐던 인물로 세이부그룹의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면서 일본 정ㆍ재계와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 [사설] 李경제부총리 파문과 부동산정책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거취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도 불구하고 ‘재신임’쪽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지난 2일 청와대의 발표처럼 2년만에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 상황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 필요성이 더 시급한 것으로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 지난 연말과 올 초 노무현 대통령이 선진경제와 동반성장을 위해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천명했던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도 이 부총리의 재신임이 국민 감정과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제 회생이라는 보다 큰 가치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와 이 부총리의 해명 등을 종합하면 이 부총리로서도 억울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20여년 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위장전입 등이 뭇매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여론재판에 내던지면 성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푸념도 나오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부동산을 통해 65억원이나 늘어난 이 부총리의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는 국민들로서는 극도의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국민의 법 감정이다. 이 부총리는 이번 파문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를 확인한 이상, 향후 부동산 정책도 여기에 맞춰야 할 것이다. 투기가 발 붙일 수 없게끔 부동산 소유와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뜻이다. 특히 이 부총리의 개인적인 흠결로 정책 신뢰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부총리가 피부로 느낀 국민감정을 정책집행과정에서 반영한다면 이번 사태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인사검증시스템을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은 낱낱이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상속받은 것이든 투기에 의한 것이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갖는 것을 거부하는 국민의 정서도 헤아려야 한다.
  • 판교청약자격 ‘따라잡기’

    ‘판교 신도시 청약, 다시 한번 꼼꼼히….’ 당첨만 되면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경기도 판교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서울·수도권 청약통장 소지자들의 ‘주판 두드리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건설교통부가 오는 11월에 2만 1000여가구를 단 한번에 분양키로 해 청약단지 선택, 청약자격 요건, 우선순위 여부 등 준비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부부동시 청약 가입시점따라 달라 부부가 1순위 통장을 각각 갖고 있다면 둘다 1순위 청약이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2002년 9월4일을 기준으로 청약자격 요건이 달라진다. 이 시점 이전에는 만 20세만 넘으면 무주택자용 청약저축만 빼고 청약예금·부금 등 관련 통장을 만드는 것이 누구나 가능했다. 세대주가 아니어도 1순위가 되는 ‘1가족 다통장시대’였다. 하지만 정부는 2002년 9월5일부터 서울·수도권 등 투기과열지구에 한해 세대주가 아니면 1순위 자격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2002년 9월5일 이전에 20세 이상 가족이 각자 청약 통장을 만들어 1순위가 됐다면 판교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의 경우 최근에 청약자격 내용이 달라졌다.40세 이상 10년 무주택자에게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40%를,35세 5년 무주택자에게는 35%를 우선 청약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집이 있는 부인이 세대주 분리를 하더라도 남편은 유주택자로 분류돼 자격이 없다. 그러나 집이 있는 자녀가 세대 분리를 하면 남은 부모는 무주택자로 간주돼 청약자격이 있다. 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일반 1순위는 2002년 9월5일 이전에 통장을 만들었더라도 5년내 당첨 사실이 없는 무주택자라야 청약이 가능하다. ●이혼시 세대주 기간 공유한다 만약 결혼 6년차에 이혼한 뒤 세대주로 5년을 살았다면 11년 세대주로 인정을 받는다. 결혼생활 6년은 이혼 후에도 부부가 공유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혼 이후 7년을 자녀와 공동 세대주로 살았을 경우 유주택 자녀가 세대주 분리를 하면 세대주 합산은 안 된다. ●전입,‘수도권은 인정, 성남은 인정안돼’ 지방에 거주하는 40세 이상 10년 무주택 세대주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최우선 청약을 할 수 있다.35세 이상도 마찬가지다. 반면 성남시의 경우는 다르다. 성남지역우선 혜택은 2001년 12월26일 이전에 전입을 한 경우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위장전입 등을 막기 위해 취해진 조치이다. ●통장 변경 벽 있다 청약저축에서 청약예금으로의 전환만 가능하다. 청약저축→청약부금, 청약부금→청약예금·저축, 청약예·부금→청약저축으로의 변경은 불가능하다. 청약저축을 청약예금으로 전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청약하려면 거주지에 따라 서울은 300만원, 광역시는 250만원, 기타 지역은 200만원짜리 예금으로 전환하면 된다. 또 청약예금의 경우 예치금을 높이면 1년을 기다렸다가 청약을 해야 한다. 대신 1년 동안은 증액전 평형에 청약할 수 있다. 금액을 낮추면 곧바로 청약이 가능하다. ●집보유 60세이상 부모도 모시면 혜택 주택청약 관련 규정에 따르면 부모와 아들 내외가 동일 세대원이었다가 아들 내외가 세대 분리한 경우, 부모 가운데 한쪽이 60세 이상이면 아들 내외는 세대주 기간 산정때 부모 세대주 기간을 인정받는다. 반면 부모가 60세 미만일 경우 아들 내외는 세대를 분리한 순간부터 세대주가 된다. 부모를 모실 경우에도 위의 ‘60세 원칙’이 적용된다. 집을 소유한 부모와 집이 없는 아들 내외가 한 세대를 구성해 살고 있거나 호주승계 예정자의 경우,60세 이상이면 부모의 집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무주택 세대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규정도 판교 청약 이전에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크게 바뀔 전망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이부총리 부인 경기 광주 땅투기 의혹 논란

    이부총리 부인 경기 광주 땅투기 의혹 논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한 부동산 투기의혹이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 재경부와 일선 시·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부총리의 부인 진모씨는 1979∼82년 4차례에 걸쳐 지금의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일대 논밭, 임야 2만 3200여평을 사들였다가 2003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팔아 큰 차익을 봤다. 문제는 논밭 등 매입과정에서 위장전입과 명의신탁 등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토지 등기부 등본에는 당시 진씨의 주소지가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 409’로 나와 있지만 이 주소는 63년 이후 김모(72)씨 소유로 돼 있다. 실제로 지월2리 이장 장모씨는 “진씨가 구입한 땅을 김모씨가 관리한다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 진씨가 거주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씨의 땅 매입 당시에는 현지 거주자가 아니면 논밭을 살 수 없었다. 또 진씨가 86년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의 밭을 어머니한테서 매입할 때 주소지는 ‘고창군 공음면 예전리 153-3’으로 돼 있었으나 이 역시 진씨가 실제 거주하는 곳이 아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재경부 홈페이지 등에는 “부동산 투기근절에 나서야 할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앞장서서 투기에 나섰다.”는 등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총리는 앞서 지난 24일 공직자 재산공개 때에도 부동산을 통한 재산증식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소유부동산의 공시지가와 판매가의 차익으로 1년간 4억 7268만원이 늘어나는 등 98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25억 5194만원) 이후 6년 만에 65억 5506만원이 늘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이 부총리가 79년 말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 광주군 일대 땅을 샀지만, 변호사에게 일임했기 때문에 부인 주소지가 그리로 옮겨갔는지 여부는 본인들도 잘 몰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부총리의 측근은 “광주 일대 땅을 사는 과정에서 실제 거주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부동산 외에는 달리 돈을 투자할 곳이 없었고, 농지구입 또한 과도한 소유규제 때문에 걸림돌이 많았던 70년대 말의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을 떠난 상태에서 부동산을 매입,24년이나 지나서 판 것을 투기라고 비난한다면 공무원들에게 재산형성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별도로 말할 사항이 아니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김 대변인은 “이미 이 부총리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검증된 사안이고 재경부가 이에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윤상돈 전경하기자 yoonsang@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키핑 더 페이스(KBS1 밤 12시20분) ‘아메리칸 히스토리 X’‘파이트 클럽’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에드워드 노턴의 감독 데뷔작. 시나리오를 쓴 스튜어트 블룸버그는 노턴과 예일대학 동창으로, 친구의 권유를 받은 노턴은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하고 감독과 제작, 주연까지 맡았다. 초등학교때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던 삼총사 제이크(벤 스틸러), 브라이언(에드워드 노턴), 애나(제나 앨프먼). 세월이 흘러 선남선녀로 다시 만난 세 남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유대인인 제이크는 랍비, 브라이언은 신부, 애나는 잘 나가는 여성 경영인이 돼 있었다. 전과 다름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세 친구. 하지만 두 남자는 애나의 매력적인 모습에 서서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편 애나는 조금씩 제이크에게로 마음이 쏠리고, 결국 제이크와 애나는 비밀리에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들에게 계속 유대인 여자와의 결혼을 종용하던 제이크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브라이언도 알게 된다. 사랑은 위태로워지고 신앙이 흔들리며 우정에도 금이 가게 된 상황. 갖가지 인종과 종교가 용광로처럼 녹아드는 맨해튼을 배경으로, 갈등관계를 만들고 풀어나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익살맞은 웃음에다 때로는 못 이룬 사랑에 눈물짜는 ‘인간적인’ 노턴의 연기를 보는 것도 즐겁다. 영화 속 세 주인공이 공원을 달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장면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만든 ‘쥴과 짐’(1961)의 오마주다.2000년작.128분. ●25살의 키스(SBS 오후 11시45분) 시카고 선 타임지의 카피 에디터인 조시는 직장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활은 부족함이 많다. 고등학교 시절엔 우등생이었지만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엉뚱한 행동으로 친구들로부터 늘 따돌림을 당했고, 지금까지 변변한 남자친구 한번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문사의 괴팍한 사장은 특종을 잡으라며 그를 취재기자로 발령한다. 첫번째 임무는 고등학생으로 위장해서 학교에 들어가 ‘요즘의 십대’를 취재하라는 것. 자기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학생들 틈에서 조시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기사거리를 찾아나간다. 뚱뚱하고 미인도 아니지만 똑똑한 여성이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는 한편의 동화 같은 영화. 드루 배리모어 주연, 라자 고스넬 감독의 1999년작.107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우수기업&우수상품] 창의메디칼 ‘조인맥스’

    창의메디칼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조인맥스(Join Max)’는 관절염에 좋은 무릎치료기다. 기존 발열선을 이용한 뜸질기와 달리 고온의 의료용 할로겐(IR)램프에 의한 ‘강제 조사방식’으로 열에너지를 무릎 연골 깊숙한 곳까지 침투시킨다. 열이 전달되는 열판은 순도 99.99%의 순은이며 열을 뿜어주는 도자(열판을 감싸는 부분)에는 토르마린이 함유돼 있다. 토르마린은 원적외선이 방사되는 특성이 있어, 우리 몸에서 항상 방출되는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음이온과 원적외선으로 변환해 다시 체내로 되돌려준다. 되돌아온 원적외선이 인체 세포를 따뜻하게 해 혈액 순환을 도와 피로회복, 위장활성화, 통증완화, 청균,항균,제균, 탈취작용 등의 효과를 보인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재 ‘조인맥스’는 미국FDA 등록을 마쳤으며, 국제 품질인증기관인 ISO와 전기안전인증인 Q마크를 획득했다. 지난해 창의메디칼은 홈쇼핑 의료기부문 판매율 1위, 유망 중소기업 선정, 대한민국 특허기술대전 특허청장상 수상 등의 실적을 이뤘다.
  • [그 영화 어때?]‘나인야드2’ 24일 개봉

    이웃사촌이 된 냉혹한 킬러와 소심한 치과의사의 한바탕 소동극으로 아기자기한 웃음을 선사했던 ‘나인야드’.4년 만에 등장한 속편 ‘나인야드2’(The Whole Ten Yards)는 황당한 사건끝에 1000만달러를 차지하고 운좋게 인생의 반려자까지 얻어 새 출발한 킬러 지미(브루스 윌리스)와 치과의사 오즈(매튜 페리)를 다시 난장판으로 불러낸다. 치과기록을 조작해 사망한 것으로 위장한 지미는 아내 질과 멕시코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그런데 전직 킬러의 변신이 가관이다. 꽃무늬 앞치마에 토끼 슬리퍼를 신고 청소와 요리로 소일하는가 하면 기르는 닭에 이름까지 붙여 살갑게 대한다. 가정주부로 변한 남편 대신 멋진 킬러가 되고 싶은 질은 번번이 허탕만 친다. 지미의 아내였던 금발미녀 신시아와 결혼한 오즈는 어떻게 됐을까. 소심한 성격답게 온 집안에 첨단 경비시설을 달고 살지만 사랑하는 신시아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끽하는 중이다. 양쪽 집안을 오가며 두 커플의 개성넘치는 애정 행각(?)을 보여주던 영화는 갱단의 보스 고골락이 전편에서 죽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신시아를 납치하면서 시끌벅적한 액션 코미디물의 수순을 밟아간다. 신시아 구출작전을 감행하는 지미와 오즈, 그리고 이들을 쫓는 고골락 일당의 엎치락뒤치락 한판 승부가 ‘나인야드2’의 중심이다. 다양한 복선과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으로 영화는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빈 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알맹이가 쏙 빠진 느낌이다. 전편에서 힘을 발휘했던 캐릭터의 개성만으로 영화를 밀어붙이기엔 줄거리가 너무 허술하고, 고골락 일당의 과장된 바보스러움도 보기에 썩 편하지는 않다.15세 관람가.24일 개봉.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의도in] ‘민원 시위장’된 박근혜대표 자택

    최근 들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삼성동 자택을 찾는 ‘기습 손님’이 부쩍 늘어 당직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짝사랑’을 호소하며 박 대표를 좇아온 사람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각종 법안의 처리를 둘러싼 ‘민원성’ 기습방문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22일 새벽에는 전교조 30여명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요구하면서 박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나흘 전에도 새벽부터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찾아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당직자들은 ‘과잉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박 대표가 자택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고, 평소에도 경호원 없이 수행비서 한 명만 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대표비서실장은 “자택 앞이 시위장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도 “방범초소 설치 등을 경찰이 제안했지만, 일단은 과잉대응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면서 “정책과 관련된 민원에 대해서 항상 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니 예의를 갖춰서 방문해달라.”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국제선 승무원 일일체험

    [안동환기자의 현장+] 국제선 승무원 일일체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셨겠죠.”스튜어드 송수현(35) 대리의 얼굴에 알듯 말듯한 미소가 지펴진다.‘수습 스튜어드’로 나선 기자에게 8년차 송 대리는 왕고참이다. 그는 “직접 해보아야 어려움을 알지….”라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참이 ‘겁’을 주어도 주눅이 들지는 않았다. 머릿속으로 그동안 손님으로 지켜본 승무원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무원으로 왕복 6000㎞의 국제선을 체험하고나자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아름다운 미소를 자랑하는 승무원에게 정작 필요한 건 ‘외모’가 아닌 ‘체력’이었다.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 브리핑룸. 사이판으로 가는 OZ256편의 탑승을 2시간 앞두고 9명의 승무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12년 경력의 매니저 이연희(35·여) 사무장이 공지사항을 전달한다.“비행시간은 4시간 2분입니다. 승객은 비즈니스 1명, 이코노미 131명, 노약자와 음주자를 체크하세요.” 사이판 노선은 인천공항에서 오후 8시20분, 사이판 공항에서는 오전 2시40분에 출발한다. 인천발을 타고 떠난 승무원들은 낮동안 사이판에 머무르고 다음날 새벽 돌아오게 된다. 이틀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기피노선이다. ●기내에도 마감시간은 있다.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는 보딩 전까지 탑승 준비를 마쳐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30분. 조금 전까지 우아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승무원들은 어느새 목장갑을 낀 채 기내를 날아다니듯 움직인다. 승무원들은 20㎏짜리 음료수 박스를 기내식을 준비하는 부엌인 갤리로 옮기고 있다.“안동환씨,C존 갤리 박스들을 B존으로 옮기세요. 물품 확인이 끝나면 보딩 준비하세요.” 비상탈출 도어와 보안장비 확인은 스튜어드의 몫이다. 미국 노선은 일반 국제 노선과는 다른 규정이 있다. 미국령인 사이판과 괌도 마찬가지 규정을 적용받는다. 남자승무원이 반드시 탑승해야 하며 일반 노선에 비치되는 가스총도 미주 노선에는 실을 수 없다. 하지만 기내 난동에 대비한 수갑과 경고장은 있어야 한다. 송 대리의 경험담. 지난해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에서 음주 난동을 피운 50대 남성은 수갑이 채워진 채 비행 내내 구금되기도 했다. ●갤리 안은 전쟁터 기자에게 주어진 임무는 CL2. 이코노미 클래스인 C존의 왼쪽 승무원이라는 뜻이다.B767-300기종은 퍼스트 클래스가 없는 대신 이코노미가 넓다. 기내식 서비스 지시가 떨어지자 두 평 남짓한 크기의 갤리가 분주하다. 각자 커피, 홍차, 와인, 맥주 등을 준비하는 동안 기자는 목장갑을 끼고 오븐에서 달궈진 기내식을 손수레로 옮긴다. 대개 막내 승무원의 몫이다. 3년차 스튜어디스 우성민(28)씨와 짝을 이뤄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시작했다.“떡갈비와 아귀찜이 있습니다.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여승무원 특유의 억양을 기자도 그대로 따라했다. 외국인 손님에게 “Seafood with rice?”를 외쳤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튀어나온 말은 ‘Seaweed’(해초). 얼굴은 홍당무가 된다. 4시간 비행 중 2시간은 기내식과 음료서비스가 제공된다. 이후 승객의 호출(Pax call)에 따른 개별 서비스를 한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면세품 판매가 추가된다. 승무원들은 판매원으로 변신해야 한다. 기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유명 면세품을 접할 기회가 많지만 스튜어디스 가운데 ‘명품족’이 많다는 것은 오해에 가까운 편견이다. 승무원 한 사람당 반입 한도액은 60달러에 불과하다. ●우아함은 사라지고…. 커튼을 치자 갤리 안은 승무원만의 세계가 된다. 기내식 수거가 끝나자 C존을 맡은 5명의 승무원이 쪼그리고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연약해 보이는 스튜어디스들이 고추장을 비벼가며 2∼3개의 기내식을 해치운다.“일을 하려면 억지로라도 많이 먹어야 해요. 이렇게 밥 먹을 시간도 늘 있는 것이 아니에요. 틈틈이 먹어둬야 체력을 유지하죠. 살아남으려면 체력밖에 없어요.” 2년차 ‘비행소녀’ 이영인(24)씨가 내놓는 나름대로의 생존법이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 서둘러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담요나 음료수를 요구하는 기내콜이 쉴새없이 울린다. 급체한 승객의 토사물에서부터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누런 흔적을 치우고 닦는 것도 그녀들의 몫이다. 목적지에 닿으면 특별한 제약은 없다. 지정한 호텔에 도착한 뒤 해산하기에 앞서 사무장 주재로 디스미스(dismiss) 브리핑이 끝나면 자유롭게 쉰다. 쇼핑을 하거나 관광에 나서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대개는 쉰다. 체력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무 환경에서 오는 직업병도 다양하다. 불규칙한 식사로 인한 위장장애는 대부분의 승무원이 호소하는 가장 기초적인 질환. 기내 소음으로 인한 중이염을 치료받는 승무원도 많다. 늘 선 채로 일하는 이들에게 요통은 대표적인 직업병의 하나이다. 승무원들이 이름붙인 직업병 가운데 ‘항공성 치매’도 있다.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경력이 많을수록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퍼스트 클래스의 요지경 승객들 승무원들에게는 ‘요주의 인물’이 있다. 기수별로 전해 내려오는 ‘퍼스트 클래스’의 전설인 셈이다. 한 중견가수와 유명 영화배우는 시종일관 반말이다. 승무원들을 술집 종업원 대하듯 하는 이들은 소문난 기피 대상이다. 알 만한 중견 방송인도 악명이 높다. 기내에서 금지된 흡연을 당당히 한다. 제지하면 “공항 지점장한테 말해뒀다. 네가 뭔데 나를 막느냐.”는 식으로 큰 소리를 친다. 한 여배우는 단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기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 뒷말이 무성했다. 중견 재벌기업 회장의 부인은 곱지 못한 입으로 유명하다.“공부 못하니까 이런 일이나 하지.”라는 말을 듣지 않은 승무원이 없을 정도이다. 다른 대기업 회장 부인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지르는 안하무인형이다. 대개 로열패밀리보다는 월급쟁이 사장 부인이 매너가 좋다. 일부 정치인도 ‘밥맛’이다. 반말에다 소리를 지르는 등 비행기를 전세냈다고 해도 하지 못할 돌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동료 승무원들이 평가한 기자의 업무 성적은 90점. 예상보다 크게 후하다.‘2% 미소’가 부족한 것이 감점요인이란다.‘위스키’를 연발하며 올린 입꼬리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그동안 보아오던 항공기 승무원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였다. 그러나 고도 3만 5000피트의 남태평양 상공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동분서주하는 동안 비로소 쉴새없이 움직이는 이들의 물갈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sunstory@seoul.co.kr ■ ‘청일점’ 스튜어드 기혼 90%가 부부승무원 비행기 안에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승무원에게 묻는다.’이다.‘만능 멀티플레이어’를 요구받는 항공사 승무원들끼리 통하는 그들만의 우스개이다. 항공사에서는 남자승무원 스튜어드가 청일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스튜어드는 136명이다.1959명인 스튜어디스의 14분의1이다. 기종에 따라 팀제로 근무하는 특성상 항공사에는 유난히 부부 승무원이 많다. 스튜어드 10명 중 9명 꼴로 부인도 스튜어디스이다. 남녀 모두 선발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외모만으로 뽑는다는 인식은 오해다. 서류전형과 2차 실무면접을 거친 응시자의 상당수는 3차 체력측정 및 수영테스트에서 탈락한다. 손아귀 힘을 재는 악력부터, 배근력, 허리 유연성, 윗몸일으키기를 측정한다. 수영은 편도 25m를 1분 안에 통과해야 한다. 키는 일반인의 추측과 달리 남녀 모두 162㎝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승무원이 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지난해 6월 아시아나가 150명의 국내선 승무원을 뽑는 데 1만여명이 지원했다.149대1이라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선발시험을 치르고 있는 아시아나의 국제선 승무원 경쟁률은 60대1이다. sunstory@seoul.co.kr
  • [국제플러스] 日 세이부철도 前사장 자살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세이부(西武)그룹의 보유주식 허위신고 사건과 관련, 검찰조사를 받아온 세이부철도 전 사장이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일본사회에서 대형 정치·사회적 사건 관련자들의 자살이 빈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후 1시쯤 고야나기 데루마사(64)가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는 자택 2층 출입문 위에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해 있는 것을 외출에서 돌아온 부인이 발견, 신고했다. 고야나기는 지난달 28일 세이부철도 사장직을 사임했으며 사임 22일만에 자살했다. 그는 그룹 지주회사격인 고쿠도의 세이부철도 주식 보유비율 허위신고와 관련, 사장 사임 뒤 임의출두 형식으로 연일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10여차례 조사를 받았고,20일 오후에도 검찰에 출두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에도 고쿠도 총무부 주식담당 차장(당시 54세)이 주식 명의위장문제와 관련, 자살한 바 있어 세이부 그룹의 주식보유비율 허위신고와 관련한 자살자는 2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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