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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치’ 파킨슨·치매 치료 길 열리나

    ‘난치’ 파킨슨·치매 치료 길 열리나

    난치성 파킨슨 증후군인 다계통 위축증에 서 자가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효과를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에 따라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의 치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손영호 교수팀은 최근 파킨슨 계열의 대표적 난치 증후군인 다계통 위축증 환자를 자가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해 치료한 결과 뚜렷한 신경보호 효과를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다계통 위축증 치료 효과는 세계적으로도 보고된 전례가 없다. 연구 결과는 국제의학저널인 신경학회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다계통 위축증은 파킨슨 질환의 하나로 위장관 장애나 삼킴 곤란 등 자율신경계 증상과 보행장애, 발음장애 등 소뇌증상을 보이는 난치성 질환이다.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치료약도 없다. 또 병의 진행 속도도 빨라 발병 후 생존기간이 8~10년에 불과할 만큼 치명적이다. 50대 전후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는 5000명가량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의료진은 다계통 위축증 환자군 11명과 가짜약을 쓰는 위약(僞藥)군 16명 등 27명을 대상으로 환자군에 1차로 428(4×107)개의 줄기세포를 동맥에 주입했다. 이어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 정맥에 추가 투여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성체 줄기세포의 일종으로 조직 재생에 많이 사용되며 모두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채취한 것이다. 1차 효과판정 지표 기간인 1년 뒤 언어장애나 마비 등 신경학적 결손 정도를 측정한 결과 위약군의 신경학적 결손도가 16점이었던 데 비해 줄기세포 투여군은 11점으로 신경손상 악화가 3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영상 검사에서도 대뇌·소뇌의 대사량과 소뇌의 위축 및 결손도 현저하게 감소했다. 인지기능에서도 두드러지게 약화된 현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필휴 교수는 “치료법이 없었던 다계통 위축증 환자에게서 중간엽 줄기세포의 신경보호 효과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며 “알츠하이머 등 다른 난치성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신경기능의 기능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단독] “승단 정화 안되면 또 핵폭탄급 폭로”

    [단독] “승단 정화 안되면 또 핵폭탄급 폭로”

    조계종 승려들의 호텔 도박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성호 스님은 13일 “이(도박동영상)보다 더 큰 핵폭탄이 있다.”면서 “도박한 승려에 대한 검찰 수사와 종단의 대처 방안을 보고 터뜨릴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성호 스님은 이날 서울신문 기자와 만나 “승려들의 도박, 음주, 음행, 횡령, 은처(隱妻·부인을 숨겨 두는 행위)가 고위층에도 존재하며 그에 관한 자료, 사진, 동영상을 갖고 있다.”면서 “그것을 제가 폭로하지 않도록 그 전에 승단이 정화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9일)한 이후 어떻게 지냈나. -신변에 위험을 느껴 동가숙서가식으로 지낸다. →어디서 기거하나. -보안상 말씀 드리기 어렵다. →동영상 발견 경위는. -대웅전에 기도하러 가는데 부처님 앞에 휴대용 저장장치(USB)가 놓여 있었다. 그게 지난 7일이었다. 시간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컴퓨터에 넣어 보니까 도박하는 영상이었다. 부처님께서 나한테 심부름 시킨 일이란 생각이 탁 다가왔다. →어느 절에서 발견한 건가. -밝힐 수 없다. 운명적으로 내가 (고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불교를 위해 희생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종단이 잘되기 위해선 아픔과 희생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동영상이 부처님 앞에 있더라는 얘긴 납득이 안 간다. -그런 걸 갖다 놓은 사람들이 나라면 (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도박에 연루된 스님들과 다른 계파인가. -난 계파에 소속돼 있지 않다. 그들 대부분은 지금 종권을 잡고 있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실천승가회) 소속이다. 지금의 총무원장은 이들 위에 얹혀 있는 형국이다. →총무원 내 계파 간 갈등, 백양사 현 주지와 후임 주지를 둘러싼 갈등이 복합돼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백양사 내분은 모른다. 도박한 스님이 백양사 문중이라고 하는데 난 모르겠다. →도박한 스님들은 안면이 있는 분들인가. -T, E, B 등 세 명 정도다. 그들은 직업이 승려가 아니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스님처럼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도박, 음주, 결혼, 축재 등 계율을 어기는 스님들이 어느 정도인가. -중벼슬은 닭벼슬이라고 했는데 스님들이 권력놀음에 심취해 있다. 국회의원을 국민이 걱정하듯 국민들이 종교인을 걱정한다.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스님들은 특권층이 아니지 않은가. 사회악을 일소해야 할 검찰과 경찰에선 알고도 종교집단이라고 겁먹고 조사도 않고, 여론 수그러들면 그냥 넘어가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을 했으면 이런 사태가 안 났을 것이다. 해외에서 몇백억원을 잃었다는 스님들도 있다. →자승 총무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는데. -그건 쇼다. 그 사람이 나가야 한다. →조계종의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돈이라고 본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절간에 빈대가 남아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돈을 만지면서 도박이란 데 손을 대고, 시주란 게 자기 돈이 아닌데 자기 돈처럼 쓴다. 스님이 월급이 뭐냐. 다 도적질한 거다. 신도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내놓은 걸 자기 돈처럼 쓴다. 스님은 정진수행하고 돈 관리는 신도들이 해야 한다. 제가 고발한 것은 고발장에 적시한 피고발자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계율을 어긴 스님을 다 청소해 달라는 것이다. 사회악 척결차원에서 해야 한다. →제2, 제3의 폭로가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있다. -엄청난 핵폭탄이 있다. 그보다 더 큰 게 있다. 제가 고발할 때는 그냥 했겠나.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화해야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고 순교한다는 각오로 하는 것이다. 종단이 바로 가야 한다. 종단이 망할 수는 없다. 종단 정화가 들불처럼 일어나길 바란다. →언제쯤 터뜨릴 건가. -상황 봐서 종단이 정신 못 차린 것 같으면,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한다. 정치적인 중들, 종단을 사당화한 세력들, 처자식 숨겨 놓은 스님들은 종단에서 특별기구를 만들어 다 뿌리 뽑아야 한다. 폭탄을 터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갖고 있다는 폭탄의 실체가 있나. -자료가 있다. 어마어마한 것이다. 서류, 동영상, 사진도 있다. →혼자서 그런 일들을 못할 텐데, 누구와 같이 하는 건가. -그런 게 자발적으로 온다. 얼마나 심하면 (다른 스님들이) 그런 걸 찍었겠나. 여러 곳에 묻어 놓았다. 김성호·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성호스님은 누구 1958년생으로 전북 익산 남성고를 나와 법대 2학년을 마치고 사법시험 공부를 위해 들어간 사찰에서 ‘금강경 오가해’를 접하고 1976년 금산사에서 출가했다. 동국대에서 선학과 박사를 마친 뒤 충남 대조사, 경북 운남사, 전북 금당사 주지를 했다. 송월주 스님의 총무원장(1994~98년) 시절 호법부 상임감찰, 사업국장, 사서실(비서실) 차장을 지냈다.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 현 자승 총무원장과 관련된 괴문서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멸빈(승적 박탈)의 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에서 제적 징계의 효력 정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 日 ‘中 센카쿠 점령 대비’ 탈환 군사훈련

    일본의 육·해·공(陸海空) 자위대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중국 점령에 대비한 탈환 작전을 전개해 중국 측의 반발을 살 전망이다. 자위대 통합훈련은 지난해 11월 약 3만 5000명의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로 실시됐으며, 규슈 남부와 오키나와 방면이 주요 훈련 장소였다. 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육·해·공 자위대는 통합훈련 당시 센카쿠 열도가 중국에 점령된 것을 상정해 탈환 작전을 전개했다. 중국 탄도미사일의 정확도 향상을 의식해 자위대의 통합작전에 의한 요격 능력의 강화 방안도 검증했다. 자위대는 중국의 센카쿠 침공 시나리오를 어민을 위장한 중국 민병의 불법 상륙, 중국의 센카쿠 주변해역 함정 파견 및 공정부대·수륙양용부대 전개, 무력공격으로 인정되는 센카쿠 상륙작전 등의 3단계로 상정했다. 또 중국 전투기가 규슈 주변의 일본 영공에 파상적으로 출현하는 상황을 염두에 뒀다. 이에 대해 자위대는 육상 자위대의 통합 수송 및 기동력 전개, 대공 작전, 대함 공격, 자위대와 미군 시설 방호, 센카쿠 상륙 탈환 등 5개 작전으로 응전했다. 방위성은 2010년 12월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을 확정한 직후 중국의 센카쿠 점령을 상정한 작전 시나리오를 작성했으며, 지난해 11월 훈련은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저축은행 사태] 저축銀 회장들 비리 동문수학?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리 의혹이 양파 껍질을 벗기듯 계속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의 비리 행태는 ‘저축은행 사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들의 수법과 판박이다. 이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주무르고 마음껏 빼돌렸다. 임직원과 지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대출을 받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고가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소유하거나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4000억 불법대출 골프장 조성 9일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 김 회장은 충남의 골프리조트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4000억원을 대출받아 골프장 등을 차린 것이다. 김 회장은 이 SPC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SPC를 차례대로 만들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은 뒤 각종 부동산 시행사업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이 “금융회사가 아니라 전국 최대 건설 시행사”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불법대출 백화점’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은 독립사업체로 위장된 120개 SPC를 갖고 있었다. ●金회장 은행 돈으로 딸 그림 구입 미래·부산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고가 예술품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김찬경 회장은 충남 아산의 ‘건재고택’을 자기 별장처럼 썼다. 중요 민속자료 233호인 고택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고택의 소유권이 미래저축은행인데도 명의를 아들에게 넘기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박수근, 김환기, 사이 톰블리 등 유명 작가의 20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담보로 하나캐피탈의 유상증자를 받는 과정에서 담보물 유용과 횡령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심지어 미대에 다니는 딸의 감정가격조차 없는 그림까지 은행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도 월인석보(권 9·10), 경국대전(권 3) 등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8점을 포함해 고서화를 대량 소유하고 있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알래스카 호수괴물 정체가 ‘상어’라고?

    알래스카 호수괴물 정체가 ‘상어’라고?

    영국 스코틀랜드의 네스호하면 네시라는 호수 괴물이 생각나듯이 미국에서는 알래스카 일리암나호의 ‘일리’라는 호수 괴물이 유명하다. 그런데 이 알래스카의 괴생명체가 사실 민물에서 살게 된 거대한 상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허핑턴포스트 등 이 보도했다. 알래스카 남서부에 있는 일리암나호는 면적은 약 2600㎢이고 길이는 120km, 최대 폭은 35km인 알래스카 최대 호수이며 북아메리카에서도 가장 큰 호수 중 하나이다. 1940년대부터 많은 비행 조종사가 운항 중에 매우 큰 물고기를 목격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그 괴생명체는 약 9m 정도로 길며 알루미늄 색상의 몸을 가진 것으로 설명된다. 이후 30년간 그 호수에서는 이상한 생물이 목격됐다는 제보가 끊이질 않았고, 지난 1979년 지역언론인 앵커리지데일리뉴스가 1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괴생명체의 비밀을 밝히려 했지만 이를 증명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대해 알류산-프리빌로프 제도 협회의 수석학자인 브루스 라이트 생물학 박사는 “그 괴생명체의 모습이 수면상어(슬리퍼사크)와 크기나 모양, 색상 등 많은 면에서 일치하는 것 같다.”면서 상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면상어와 같은 일부 북극상어 혹은 황소상어는 바다에서 서식하지만 이따금씩 강에서 목격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일부 상어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담수에서 적응하고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한 수면상어와 같은 경우는 위장에서 연어를 잡아먹었던 흔적이 나타난 적도 있다. 라이트 박사는 “담수에서 살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올여름 일리암나호에서 수면상어를 찾기 위한 탐사대를 이끌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는 이번에 그 호수 괴물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면 다음에는 네시의 존재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알류산-프리빌로프 제도 협회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마사지방 덮친 ‘짝퉁 경찰’, 업소女에게 갑자기…

    마사지방 덮친 ‘짝퉁 경찰’, 업소女에게 갑자기…

    지난해 8월 2일 오후 9시 40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번화가. 열대야를 뚫고 한 남자가 한 빌딩 지하로 향했다. 남자가 도착한 곳은 ‘H’ 발마사지 업소였다. 이곳에서는 음성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선 남자는 평소 기자라고 떠들고 다니던 문모(53)씨. 그는 업소 여주인 임모(59)씨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한창 마사지를 받던 문씨는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꼼짝마. 경찰이다.” 곧 다른 남자가 들이닥치며 업소는 아수라장이 됐다. 남자는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문씨와 한패거리인 이모(60)씨였다. 이씨도 문씨처럼 평소 자신이 기자라고 말하고 다녔다. 실제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신분을 위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문씨와 이씨가 경찰이라고 속이며 불법 영업장 단속에 나선 것은 다른 속셈이 있기 때문이었다. ● “고향이 어디야?”…단속반의 이상한 질문 두 사람은 임씨를 붙잡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전화번호, 방의 갯수와 배치, 종업원 수까지 꼬치꼬치 묻는 폼이 영락 없는 경찰 단속반이었다. 임씨는 이들이 진짜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임씨는 결국 ‘손님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한 뒤 9만원을 받고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자술서까지 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씨는 업소 내 숙소까지 들어가 “사업자등록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또 임씨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가리키며 “목에 걸린 건 뭐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씨가 가짜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임씨는 “한번 만 봐달라.”며 사업자등록증 사본은 물론 백금 목걸이까지 순순히 건넸다. “우리는 처음 보지? 뒤를 봐주는 경찰이 누구야? 이름 대봐.”(이씨) 임씨가 알고 지내는 경찰이 없다고 하자 임씨는 “고향이 어디냐.”고 뜬금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한바탕 활극을 벌인 진짜 목적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대전인데요. 서울 올라온지는 얼마 안됐어요.”(임씨) “그래? 나 당진 사람이야. 이런데서 동향 사람을 만나니 반갑네.” (이씨) 은근슬쩍 화제를 돌린 이씨는 “112로 지원 요청을 하면 번거롭고 골치 아픈 일이 생기니 조용히 해결하자. 고향 사람이니 오늘은 그냥 봐줄게.”라고 운을 뗐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임씨는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 했다. 하지만 이씨는 실제 있지도 않은 ‘과장님’까지 들먹이며 돈을 요구했다. 입막음을 하려면 ‘3장’(3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장 현금은 없고 은행에 160만원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임씨의 말에 이씨 등은 은행까지 동행해 돈을 인출했다. 10만원권 수표 16장을 받아 챙긴 이씨는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찢으며 “영업 잘하라.”는 덕담까지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다. 백금 목걸이도 이씨의 주머니로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 ‘가짜 경찰’이 남긴 결정적 증거는 이씨 일당이 덜미를 잡힌 것은 ‘입소문’ 때문이었다. 마사지업소 주인이 ‘가짜 경찰’에게 돈을 뜯겼다는 이야기가 경찰 귀에까지 들어간 것. 지난해 10월 경찰이 임씨를 상대로 조사했지만 제대로 된 단서를 확보할 수 없었다. 실마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가지고 있는 돈이 없다고 하니까 은행에서 돈을 뽑아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같이 있었는데….”(임씨) 경찰은 은행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두 사람의 신원을 파악한 뒤 그들이 숙소로 삼고 있는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고시원을 덮쳤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기자로 몇년간 근무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고시원을 전전하는 등 주거지가 일정하지도 않고 특수강도 29범 등 전과도 많았다.”고 말했다. 사이비 기자도 모자라 경찰까지 사칭해가며 돈을 갈취하던 이씨 등은 결국 공동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 1월 30일 “동종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뒤에도 자숙하지 않고 죄를 저질렀고, 재범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유인책을 맡았던 문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사건 가담 정도가 비교적 약하고 이씨로부터 받은 범죄 수익도 많지 않다는 이유였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더 꼬인 천광청 사건] “클린턴 비행기로 미국 가고 싶다”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이 머물고 있는 베이징 외교가 바이자좡루(白家莊路) 인근에 위치한 베이징차오양(北京朝陽)병원은 3일 공안의 통제로 모든 출입문이 봉쇄됐다. 천은 본원 9층 VIP룸에서 부인 위안웨이징(袁偉靜) 등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보냈다. 탈출할 때 한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석고 붕대를 하고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중국인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정복과 사복 차림의 공안 10여명이 병실 앞에서 감시를 하고 있어 사실상 ‘연금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안 요원들의 검사를 거쳐야 한다. 공안복을 입은 경찰들이 입구를 막아선 것 이외에 건물 주변에도 검은색 차량들과 사복 경찰들이 배치돼 24시간 경계를 서고 있다. 천의 탈출 계획 총책임자로 알려진 인권운동가 후자(胡佳)의 부인 쩡진옌(曾燕)은 이날 트위터에 자신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안들로부터 자신이 앞으로 며칠간 자택에 감금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천의 변호사 텅뱌오(?彪)는 지난 2일 밤 10시쯤 천과의 전화 통화에서 천이 “오늘(2일) 오후 ‘만약 대사관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부인과 아이가 다시 산둥(山東)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중국)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천이 현재 협박당하고 있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공안은 전날 천이 병원에 들어온 뒤 병원 건물 내부에서 기자들을 쫓아내는 ‘특별 행동’에 돌입했다. 환자로 위장해 병원으로 진입하려다 잡혀 나온 기자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외신 기자 전담 공안들이 대거 파견돼 자신이 담당하는 기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천은 이날 중국을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비행기 편으로 중국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가 보도했다. 천광청은 이 매체에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클린턴 장관을 언급하면서 “나의 간절한 바람은 나와 내 가족이 힐러리 클린턴의 비행기로 미국을 향해 떠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반중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도 자체 웹사이트에서 천광청이 텅뱌오에게 “(주중 미국대사인) 게리 로크와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인) 커트 캠벨, 그리고 다른 미국 관리들이 나를 병원에 데려왔지만 그들은 모두 떠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앵그리버드’ 비켜!…‘화난’ 열대 물고기 순간포착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앵그리 버드’처럼 화난 표정을 가진 열대성 물고기가 카메라에 포착돼 주목을 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섬 인근 바닷속에서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는 큰입후악치(죠피쉬)가 촬영됐다. 사진을 찍은 의료 종사자 잘릴 라잘리(28)는 사바 주 셈포르나에 있는 카팔라이섬 인근에서 이 물고기를 발견했다. 그가 잠수한 지역은 카팔라이 하우스 리프로 전해졌다. 라잘리는 “약 15m 깊이 해저에서 대여섯 마리의 죠피쉬가 굴속에 숨어 있었다.”면서 “이 물고기를 꾀어내기 위해 15분간 기다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큰입후악치로 알려진 이들 어종은 농어목 후악치과로 겁이 많아 주변 환경에 은신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일부 어종은 문어와 같은 다른 포식자처럼 위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비리 대한민국’… 뇌물 전달 수법도 진화

    뇌물 전달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에서 말단 공무원까지 ‘비리 공화국’을 방불케 할 정도로 뇌물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으나 전달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당국은 적발에 허덕대고 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최근 공기업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조달팀 과장 이모(53)씨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 아프가니스탄 기지 구축 건립 사업 입찰 과정에서 T건설업체가 낙찰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업체 대표 손모씨는 2010년 5월 이씨와 골프를 친 뒤 신문지로 포장한 5만원권 1000장을 골프가방에 넣어 전달했다. 지난 3월 초 수원지법 제11형사부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용인시청 공무원 전모(41·7급)씨의 뇌물 수수 단골 장소는 시청 화장실이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용인시청 화장실에서 자신이 공사 감독업무를 담당하던 한 도시계획도로 시공업체 관계자에게 “편의를 봐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해 500만원을 받는 등 2009년 4월부터 같은 수법으로 업자 5명에게 12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전씨는 카지노에 출입하면서 빚을 지게 되자 이를 갚기 위해 대담하게 공공시설 화장실에서 검은돈을 뜯어냈다. 충북 영동군 공무원 전모(54·6급)씨는 건설업자 노모(49)씨로부터 커피 선물세트로 위장된 현금 150만원을 받았다. 또 노씨에게 자신의 집 창문 보수 공사를 맡긴 뒤 공사 대금 80여만원을 주지 않는 수법으로 뇌물을 챙기기도 했다. 전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등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11월 해임됐다. 인천시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20여명은 대우자동차판매로부터 재래시장 상품권을 받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들이 받은 상품권은 1인당 50만원에서 300만원까지로 모두 3000만원어치다. 시청 사무실에서 받거나 택배로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회사 노조는 송도개발 승인과 관련한 로비를 벌인 증거라며 검찰에 고발했으나 이들은 무혐의 처리됐다. 충남도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금전 비리 수법이 교묘해져 갈수록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조직 내 비주류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수혜를 받지 못하게 된 업자들의 제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전국종합 sky@seoul.co.kr
  • 김기용 “위장전입 죄송”… 투기의혹은 반박

    김기용 “위장전입 죄송”… 투기의혹은 반박

    1일 국회에서 열린 김기용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위장전입 및 투기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2006년 서울 평창동에서 홍제동으로 위장전입한 사실과 2007년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부인 명의로 가구주를 편법 변경한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 후보자는 자녀 진학을 위해 실정법을 위반하며 위장전입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지만,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의 투기 의혹은 전면 반박했다. 그는 ‘위장전입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에 “공직자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투기 의혹에 대해선 “판교 아파트를 분양받는 과정에서 부인이 분양 신청을 했고 운이 좋아 됐을 뿐이지 투기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선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꺼번에 바꿀 수 없다면, 일본식의 절충형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수원 살인 사건에 대한 112신고센터의 부적절한 대응 문제에 대해 “현장 지리감이 있는 사람으로 신고센터 요원을 선발하는 등 선발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치안 수요가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112신고센터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사명감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경찰을 거들었다. 각종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과잉진압이냐 아니냐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필요하고 불법적 집회는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경찰청에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파견한 인원을 철수할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국회 행안위는 인사청문에 이어 이날 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2일 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경찰조직의 안정과 치안 수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경찰 수장의 자리를 한시도 비워두어서는 안 된다.”면서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마친 만큼 2일 임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송수연기자 hjlee@seoul.co.kr
  • 멀쩡한 전투기 “부품 교체”… 240억 ‘꿀꺽’

    국내 공군 장비 개발 및 정비 전문업체 ‘블루니어’가 위장 수출입,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수법으로 KF16 등 전투기 정비대금 240억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감사원은 2010년 링스헬기 추락 이후 공중전투장비의 유지·보수 강화를 위해 실시한 ‘방산원가 분야 기동점검’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블루니어 대표 등을 고발하고,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군 관계자에 대한 파면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블루니어는 KF16 등 전투기의 주요 부품인 다운컨버터(주파수 변환기)의 수입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다운컨버터 폐자재를 수출한 뒤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170억 5000만원의 허위 수입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이 업체는 또 멀쩡한 부품 3만여개를 신품으로 교체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허위 수입신고필증과 세금 계산서를 제출해 정비대금 240억 8000만원을 과다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구입하지 않은 부품을 구입한 것처럼 세금 계산서를 만들어 79억 8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공군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과다 수령한 정비대금은 블루니어 대표이사 A씨의 비자금 조성과 아파트 구입, 공모자에 대한 대가 지급 등에 쓰였다. 이 과정에서 공중 전투장비의 부품 기술검사 업무를 담당한 공군군수사령부 B준위는 A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허위로 작성된 기술검사서류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블루니어는 B준위의 도움으로 정비대금 60억 400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과 공군군수사령관에게 블루니어로부터 가산금 등을 포함한 부당이득금을 회수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A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모자 8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제공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블루니어 외에 3개의 정비업체 비리도 적발됐으며, 4개 업체가 부당 편취한 금액은 255억여원으로 파악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영화 ‘코리아’, 식상해도 흥행예감…이유는?

    영화 ‘코리아’, 식상해도 흥행예감…이유는?

    분단, 통일…현재를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단어이자 이념이다. ‘남한’ 또는 ‘북한’처럼 아예 분리·독립된 개념이라면 또 모를까.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 단일팀은 여자단체전에서 대회 9연패를 노리던 중국을 꺾고 승리를 거뒀다. 그야말로 기적이자 감동의 스토리가 탄생한 것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던 당시를 그린 ‘코리아’(감독 문현성, 제작 더타워픽처스)는 분단의 현실이 낯선 세대들에게 친근하게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깨워준다. ●실화만큼이나 현실적인 배우들의 땀과 눈물 극중 남한 국가대표 현정화 역을 맡은 하지원과 북한 국가대표 리분희 역의 배두나 뿐 아니라 선수로 등장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이 영화를 위해 수 개월간 탁구연습에 매진했다. 오른손잡이인 배두나는 리분희 선수가 왼손잡이라는 말에 모든 훈련을 왼손으로만 소화했고, 하지원은 드라마 ‘시크릿가든’ 촬영 후 부상투혼도 마다하지 않았다. ‘코리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배우들의 진정성이 관건인 영화다. 힘든 ‘척’ 하는 연기나 분장으로 위장한 땀 따위가 손톱만큼만 보여도 감동과 집중레벨이 급하강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의 매 장면 속 배우들의 땀과 눈물, 표정은 거짓이라 하기엔 놀랄만큼 리얼하다. 보고만 있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팔이 저릿해진다. 거듭된 훈련으로 흘린 땀과 마음으로 스토리를 읽은 배우들의 호연 덕분에, 클라이맥스 결승전 속 그들의 눈물은 실화만큼이나 감동으로 다가온다. ●잊혀져가는 현실, 그리고 소통과 희망 하지원과 배두나, 이 시대를 대표하는 두 젊은 여배우가 이념을 넘어선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분단과 통일을 뒷집 애완견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는 어린 관객들에게 색다른 현재와 미래를 느끼게 한다.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그저 가난하고 툭 하면 전쟁하겠다며 떼나 쓰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선수가 우리와 한 팀이 되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을 때, 관객들은 왜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얼싸안을 수밖에 없었을까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한핏줄, 한민족이라는 단어가 낯선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가 끝난 뒤 남북이 소통하여 각본없는 기적의 스포츠 스토리를 다시 써 내려가 주길 희망하는 관객이 늘어난다면, ‘코리아’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일 것이다. ●스포츠 영화의 신선함과 감동 사이 ‘코리아’는 오정세, 박철민, 한예리 등 조연배우들의 깨알같은 웃음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 등으로 흥행공식을 두루 갖췄지만, 갈등-분열-화합-감동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영화의 뻔한 플롯 탓에 신선함이 부족하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거침없는 표현을 우려하기도 한다. 여배우가 전면에 등장하는 영화는 흥행이 어렵다는 한국 영화계의 불문율이 과연 하지원-배두나에 의해 깨질지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식상한 플롯과 다소 위험한 민족주의, 흥행예상을 넘어서, 배우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코리아’의 감동은 진하다. 그 열연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서 함께 울고 웃은 2시간이 아깝지 않다. 5월 3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기고] 베트남 공산화 교훈과 한국정치의 현실/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기고] 베트남 공산화 교훈과 한국정치의 현실/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1975년 4월 30일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당시 월맹보다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모두 앞섰으며 미국의 전쟁 지원까지 받았던 베트남이 왜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졌을까? 손자병법의 제33계 반간계(反間計) 내용 가운데 인간(因間)과 내간(內間)은 베트남 패망의 원인을 적실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인간계’란 적국의 평범한 주민을 첩자로 이용하는 책략이고 ‘내간계’는 적국 관리를 포섭하여 첩자로 이용하는 것이다. 베트남에는 공산화되기 직전 월맹의 간첩과 그들에게 포섭된 시민 및 종교단체들이 반전·반미 시위를 주도하며 조직적인 선전·선동을 벌였다. 패망 당시 베트남에는 공산당원 9500여명, 인민혁명당원 4만명 등이 민족주의자, 평화주의자 그리고 인도주의자로 위장한 채 각종 시민·종교단체는 물론 대통령 비서실과 장관, 도지사 등 권력의 핵심부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 숫자는 당시 베트남 인구의 0.5%에 달하는 수치다. 5만명 남짓한 체제전복세력에 의해 나라가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져든 것이다. ‘5만명’이란 숫자는 왠지 귀에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현재 한국 내에서 암약하고 있는 북한의 고정간첩 숫자라는 얘기를 들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내용은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 당시 서신에서도 확인된다. 황 선생에 따르면 북한의 고정간첩은 한국 사회에서 권력의 핵심부에까지 침투해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인간계 및 내간계가 횡행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225호실의 지령을 받아 암약하다 적발된 간첩단 ‘왕재산’ 사건뿐 아니라 과거 중부지역당 사건, 민혁당 사건 등이 모두 북한의 지령에 의한 용간(用間) 책략이다. 불편한 진실은 이제 제도권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11 총선 결과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13석을 건졌다. 민주노동당 시절이던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거둔 10석 기록을 경신하며 당 역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한 것이다. 당선된 13명의 통진당 인사들 가운데 5명 정도는 이 당의 주류인 ‘경기동부연합’이다. 더 정확히는 구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관련 세력들이다. 민혁당은 1989년 결성된 반제청년동맹을 모태로 하여 1992년 3월 창당한 친북 지하조직이다. 반제청년동맹은 김일성이 항일투쟁 시기에 만들었다는 조직 이름이다. 이렇게 볼 때 통진당 또한 종북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진당 내에 민혁당 재건파가 얼마나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과 제도권 정치에 진출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하여 국기를 뒤흔드는 행위가 연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속출하고 있다. 37년 전 자유 베트남은 내부에 존재하는 적들의 선전·선동에 놀아나 나라를 잃는 비극을 맞았다. 당시 베트남의 불순세력들은 반미를 표방하며 평화주의와 인도주의 그리고 민족주의를 부르짖었다. 우리 국회에서도 그 같은 구호가 난무하는 상황이 낯익은 풍경이 될 것이다. 베트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국민의 의식수준이 깨어 있어야 한다. 베트남의 패망은 외적이 아니라 내부의 분열과 갈등 때문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
  • ‘가격 통제 노스페이스’… 사상 최대 52억 과징금 부과

    ‘가격 통제 노스페이스’… 사상 최대 52억 과징금 부과

    높은 가격에도 중고등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지난 14년간 일선 전문판매점의 할인 판매와 인터넷 판매를 금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전문점 간 경쟁에 따른 할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노스페이스가 정한 가격으로만 제품을 사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공정위 “가격할인 차단 담합효과… 他제품값 동반상승”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노스페이스의 국내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는 ‘골드윈코리아’가 1997년부터 최근까지 일선 전문점의 판매 가격을 미리 정하고, 이 가격 이하로는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사실(재판매가격 유지행위)을 적발, 과징금 52억 4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골드윈코리아는 국내에서 노스페이스 제품을 독점 판매하고 있다. 공정위가 골드윈코리아에 부과한 과징금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한 제재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지난해 오뚜기가 부과받았던 역대 최고액 6억 6000만원보다 8배 가까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드윈코리아가 14년에 걸친 장기간 위법행위로 소비자에게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 만큼, 이례적으로 높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골드윈코리아는 1997년 11월 7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독립사업자인 전국 151개 전문점과 판매특약점 계약을 맺으면서 소비자 판매가격을 미리 정하고, 위반 시 출고 중단 및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특히 골드윈코리아는 ‘미스터리 쇼퍼’(소비자로 위장한 본사 모니터링 요원)를 고용해 전문점의 판매 가격 인하 여부를 감시했다. 가격 할인을 한 전문점은 출고 정지와 계약해지는 물론 보상금으로 사용하겠다며 공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부터는 전문점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가격 인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노스페이스 “할인 막은 적 없다… 법리 검토” 반발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골드윈코리아의 행위로 인해 각 전문점이 서로 가격할인을 하지 않기로 담합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 1위 업체인 노스페이스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2~3위 업체 제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가중됐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에서 점유율 31.5~35.%의 1위 업체다. 특히 중고등학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노스페이스 점퍼는 학교 폭력 시 갈취 대상이 되어 왔다. 일부 학생들은 입은 점퍼 가격에 따라 ‘대장’ ‘찌질이’ 등의 ‘계급’을 부여해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편 노스페이스는 할인판매를 막지 않았고 지금도 활발하게 할인이 진행 중이라며 법리적 검토를 하겠다고 반발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영화 도전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영화 도전

    배우 김수현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제작: MCMC)를 차기작으로 확정 지었다. 김수현은 지난 3월 종영한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에서 순수함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왕 ‘이 훤’ 역을 완벽히 소화, ‘김수현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명실공히 2012년 대한민국 최고의 남자 배우로 한 단계 도약했다. 이 때문에 드라마 종영 이후 김수현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던 상황.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김수현이 선택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남파간첩 ‘원류환’이 서울의 어느 달동네 바보 백수로 위장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분단 현실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과 동네 사람들 간 따뜻한 정서를 역동적인 액션과 감동적인 서사로 풀어낼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제작 확정 이후 주연 배우 캐스팅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이에 30일 김수현의 캐스팅이 발표되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수현이 연기할 원류환은 코믹, 액션은 물론이고 분단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또 다른 면면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매력적인 캐릭터. 영화에서 김수현은 어리바리하고 귀여운 동네 바보의 모습과 카리스마 있고 냉철한 스파이 두 가지 모습을 넘나들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고 강렬한 액션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그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리던 수많은 팬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소속사 키이스트 관계자는 “김수현이 원작과 제작진에 대한 믿음,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지는 인물들의 삶에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며 “좋은 연기로 관객 여러분께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 중이니 기대할 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인기리에 연재된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2011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주요 배역의 캐스팅을 진행 중이며, 캐스팅 완료 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다. 사진=키이스트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문화재 3500점 ‘택배 위장’ 해외 밀반출

    문화재 3500점 ‘택배 위장’ 해외 밀반출

    일반 화물로 위장해 국제 택배 등을 통해 고서적 등 문화재 3500점을 해외로 밀반출한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선시대 및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천 점을 해외로 빼돌린 문화재 매매업자 유모(52)씨 등 22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화물심사가 서면으로만 이뤄지는 점을 이용해 문화재를 일반화물로 포장, 대량 밀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 등 2명은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29회에 걸쳐 고서적 ‘공부자성적도속수오륜행실’(孔夫子聖蹟圖續修五倫行實) 등 문화재 3486점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중국 내 친척 최모(41)씨에게 문화재 목록을 받은 뒤 인터넷을 통해 문화재를 구입해 중국으로 유출시켜 왔다. 특히 고서적을 신문지로 여러겹 포장한 뒤 일반 서적 사이에 끼워 서울 광진우체국에서 국제특송으로 보내 공항 화물검색대를 무사히 통과시킬 수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렇게 빼돌린 문화재의 가치는 2억 2000만원에 이른다. 또 다른 매매업자 이모(64)씨 등 20명은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목공예, 토기 등 100점을 부산항을 통해 일본과 중국 등으로 빼돌렸다. 이씨 등은 운송서류에 문화재를 가구류라고 기재해 세관의 서면심사만 받은 뒤 손쉽게 밀반출했다. 이들이 빼돌린 문화재는 이른바 일반 동산문화재로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 예술적 보존가치가 높아 엄격하게 밀반출을 제한하는 고서적이나 토기, 목공예품 등이다. 밀반출된 문화재 가운데 조선 정조 때 규장각에서 간행된 ‘어정주서백선’(御定朱書百選·1794)의 활자본과 목판본 등은 정교하게 제작돼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중기 문신 이항복의 문집 ‘노사령언’(史零言·1673), 조선중기 문인 하홍도의 ‘겸재선생문집’(謙齋先生文集·1666) 등도 해외로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밀반출된 문화재 74점을 회수하는 한편 국내 문화재가 해외로 밀반출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열린세상] 은퇴자여 책을 읽으라/장은수 민음사 대표

    [열린세상] 은퇴자여 책을 읽으라/장은수 민음사 대표

    사람들 대부분은 조영무(趙英茂)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했던 일을 이야기해 주면 누구나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린다. 그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방원의 명을 받고 선죽교에 잠복했다가 정몽주를 철퇴로 내리친 사람인 까닭이다. 조선 건국 이후에도 그는 이방원의 편에서 다시 무력행사에 앞장섬으로써 자기 얼굴에 피를 묻혔다. 이 때문에 그 이름에는 인간백정 이미지가 덧씌워져 회자되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조영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있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그려진 말년의 조영무 초상이다. 제2차 왕자의 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이방원은 사병 혁파에 힘쓴다. 위화도 회군 이래, 피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무법천지의 시간을 없애고자 한 것이다. 각자 수십, 수백의 부하를 거느렸던 권세가들은 당연히 반발했고, 조영무 역시 무기를 거두러 온 관리들을 구타해 쫓아버리는 등 강하게 항의했다. 그 결과, 그는 미래 권력인 이방원의 최측근에서 급전직하해 모든 것을 잃고 지방으로 쓸쓸히 유배당한다. 드라마에 따르면, 이때 조영무의 두 번째 인생이 열린다. 유배 직후, 일자무식 행동대장이었던 그는 갑자기 책의 세계로 빠져든다. 허탈에 빠져 술로 분과 한을 달래는 다른 무장들과 달리, 그는 우연히 곁에 놓였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지혜로 바꾸어 나간다. 평생 싸움터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피 말리는 긴장의 세월을 보낸 무사 조영무는 유배지에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어린아이처럼 신통방통한 표정으로 책을 읽으며 선비로 변해 간다. 조영무의 새로운 삶은 곧 조정에 전해지고, 이방원은 다시 그를 불러들여 우정승에 임명하는 등 총애를 거두지 않는다. 이 일화에서 중요한 것은 조영무가 인생의 나락에서 끝내 일어나 영화를 누렸다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생의 모든 전투가 끝나고 인생 끝자락에 들어선 순간, 한쪽으로 치우쳤던 삶을 온전히 만들어 주고 일상 곳곳에 숨어 있던 재미와 풍요를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독서와 그를 통한 성찰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박성민에 따르면, 1930년대생들은 ‘위대한 세대’이다. 그들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대한민국을 불굴의 리더십으로 이끌어 강한 나라의 기틀을 세웠다. 또 그 뒤를 이은 베이비붐 세대는 어쩌면 ‘더 위대한 세대’이다. 그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라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겪어 나가면서도 역사의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삶을 불살랐다. 그러나 역사상의 건국 세대가 흔히 그러했듯이, 이 두 세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생존을 위한 격렬한 전쟁의 연속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이들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정의를 위한 불법과 탈법에 관대한,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시대감각을 은연중 갖고 있다. 표절을 저지르고도 관행이라고 항변하는 문대성씨나 당권 장악을 위해 위장전입을 서슴지 않았던 통합진보당의 행태나 상속세를 몰래 포탈하면서 이를 세테크라고 우기는 재벌들의 모습은 어쩌면 같은 의식구조가 배태한 샴쌍둥이일 것이다. 그리고 이 감각에 대한 시대적 거부와 함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다. 아마 우리 삶의 규칙이 본격적으로 달라지는 순간일 것이다. 조선 초기 많은 공신들이 그러했듯이, 인생을 걸고 많은 것을 이룩했기에 이들의 노년은 더 공허해지기 쉽다. 사회적 삶을 유지하려는 열망 때문에 맹목에 빠지기도 쉽다. 현역 때 그토록 많은 사업의 고비를 넘겨왔던 이들이 은퇴 후에는 사소한 일에도 어이없이 넘어지는 것은 아마 이 탓일 것이다. 조영무의 일화는 내면의 힘을 깨닫고 뇌의 주름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시작해서는 안됨을 가르쳐준다. 독서를 통해 자기를 속 깊게 하고 오감의 능력을 회복한 후에야 비로소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있고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전에 가장 먼저 챙길 일은 재테크 계획이 아니라 독서 계획이다. 책을 통해 자기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그것이 아마도 ‘더 위대한 세대’가 끝까지 위대한 세대로 남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 檢, 김형태 당선자 영장 재지휘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26일 19대 총선 포항 남·울릉 선거구 당선자 김형태(60·무소속)씨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불허하고 보강수사 지휘를 했다. 포항지청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당선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포항 남부경찰서에 ▲김 당선자에 대한 홍보활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선진사회언론포럼’ 관리팀장인 김모(35)씨와 김 당선자 대질 조사 ▲이 포럼 사무소에서 선거운동을 한 전화홍보원 등 10여명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보강하라고 지휘했다. 김 당선자는 지난해 3월 초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 서울 여의도의 선진사회언론포럼 사무실에서 유권자들에게 전화홍보원 등을 동원해 선거 전 여론조사를 가장,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선거 사무실을 차리는 행위를 금지하며 여론조사를 하고자 할 때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포항경찰서는 김 당선자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와 관련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사무소 직원과 전화홍보원 등 10여명에 대해 소환 조사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 KBS 국장 김형태씨를 아십니까’라고 인지도를 묻는 형식으로 위장 홍보운동을 벌였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김 당선자에 대한 사전 영장 발부 여부와 관계없이 제수 성추행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천대영 포항남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성추행과 관련한 조사를 위해 조만간 피고소인 정장식 후보 캠프 관계자와 제수 최모(51)씨에게 연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프로야구 관중 700만시대… ‘극성’ 암표상들 단속피하기 백태

    프로야구 관중 700만시대… ‘극성’ 암표상들 단속피하기 백태

    프로야구 연간 관중 700만명 시대를 맞아 구장마다 단속 경찰과 암표상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암표상들의 수법이 한층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화해 경찰을 따돌리기 일쑤다. 주말 빅게임일수록 입장권 구하기가 어려워 암표상이 더 기승을 부린다. 경찰들은 “전문 암표상은 얼굴만 딱 보고도 형사인지 고객인지 골라낼 정도”라며 혀를 내두른다. 최근에 유행하는 수법은 ‘장내 거래’다. 암표상이 표를 구하는 일행에게 접근, 이중 한 사람과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단속할 수 없는 야구장 안에서 흥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표를 보여주면 재입장할 수 있기 때문에 암표상으로부터 여러 장의 표를 산 야구팬은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던 일행을 데리고 들어가면 끝이다. 부산 사직구장 특별 단속을 맡았던 한 경찰관은 “진짜 꾼들은 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서울부터 부산, 광주까지 전국 출장을 다니기도 한다.”면서 “일부 암표상은 아예 야구장 인근에 거주지를 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압수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암표상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단속이 아닌 압수다. 때문에 표와 매매대금 등을 한꺼번에 압수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춰둔다. 어렵사리 현장에서 암표상을 검거해도 암표가 한 두장밖에 나오지 않는 이유다. 암표 은닉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은 경기장 주변에서 김밥이나 응원도구 등을 판매하는 노점상이다. 피해액을 최소화하면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접선이라는 고전적인 수법은 여전히 유용하다. 단속반이 오기 전 가격에 대한 몇 마디만 나눈 뒤 근처 지하철 역 등에서 몇 분 뒤 따로 만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간차를 두고 별도로 움직이는 탓에 포착이 쉽지 않다. 경찰들의 단속 수단도 덩달아 바뀌었다. 온라인에서 잠복근무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평범한 팬으로 위장하기 위해 유니폼과 모자, 선글라스, 쓰레기봉투 등 변장용 도구를 준비하기도 한다. 한 경찰관은 “매진이 안 될 때도 치어리더가 있는 응원단상 부근이나 구장 내부가 잘 보이는 1루 자리는 항상 암표 거래되는 명당자리”라면서 “통상 암표는 2배 가격에 팔리지만 플레이오프나 주말 경기, 라이벌전 등은 5배 넘는 가격에도 거래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7~8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실시한 깜짝 단속에서만 인천 3건, 부산 2건, 대구 5건, 서울 2건 등 총 12건을 적발했다. 경찰청의 ‘암표 단속 집계현황(종목 구별없음)’에 따르면 2009년 131건, 2010년 106건, 2011년 187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 관계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최고 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최선일 뿐”이라면서 “형법상 부당이득죄나 준사기죄 등으로 입건해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명성황후 시해 인물은 日순사 와타나베”

    “명성황후 시해 인물은 日순사 와타나베”

    명성황후가 최후를 맞는 모습은 역사의 기록이나 역사소설에서 각기 달랐다. 시해한 자도 명확하지 않고, 사망 장소도 왔다 갔다 한다. 1896년 2월 고종이 주러시아대사관으로 여장을 한 채 다급하게 피신해야 했을 만큼 1895년 10월 8일에 벌어진 명성황후시해사건은 독립국에서 있을 수 없었던 일이며, 또한 일본이 한국 식민지정책 및 명성황후 암살 책임 등의 본질을 은폐하고, 흥선대원군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등 희화하려고 한 탓이다. 국사 책에 명성황후의 살해자는 일본인 낭인으로 나온다. 이는 민간인들이 저지른 일로, 일본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24일 ‘미쩰의 시기-을미사변과 아관파천’(경인문화사 펴냄)에서 명성황후를 살해한 자가 “일본 영사관 순사 와타나베”라고 적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당시 주한러시아공사였던 베베르와 러시아인으로 당시 사건을 목격한 스위스계 러시아인 세르빈 사바찐이 15분 단위로 상황을 파악한 자료, 그 밖에 러시아가 가진 한국 자료를 꼼꼼히 정리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외 학계는 을미사변과 관련해 일본의 자료에만 의존했을 뿐, 가장 핵심자료인 러시아의 외교문서를 총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건 자체에 대한 완벽한 복원을 할 수 없었다.”면서 “당시 주한러시아공사 베베르가 1895년 10월 9일 러시아 외무대신 로바노프에게 보낸 을미사변에 관한 장문의 보고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외정책문서보관소에 보관 중인 이 보고서는 15장 분량의 본문, 현장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11개의 부록, 경복궁에 대한 상세한 1개의 지도 등으로 주한 외국공사의 보고서 중 가장 상세하게 을미사변을 기록했다. 세르빈 사바찐은 1880년 초 한국 해관의 관리 명단에 올라 있던 사람으로, 1894년 청일전쟁 이후 고종을 보호하는 외국인 대궐수비대로 근무했다. 을미사변이 일어나기 전날 중국인 친구가 “내일은 절대로 출근하지 마라.”고 귀띔했음에도 경복궁으로 출근해 시해장면까지 목도한 인물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에서 학위를 받으면서, 러시아쪽 사료를 통해 을미사변과 아관파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당시 대한제국의 상황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현재까지 사료에 명성황후 시해장소 및 암살자는 제각각이다. 1896년 4월 ‘8월사변보고서’에 따르면 “그 자객(刺客)이 각방(各房)에 심멱(尋覔)하더니, 필경에 왕후폐하를 초심(稍㴱)한 방에 피하시려는 처(處)에서 심출(尋出)하여 도인(刀刃)으로 작하(斫下)였는데, 당상에는 피살(被殺)하신 줄은 정영(丁寧)치 못하였으나”라고 기록되었다. 1897년 11월 명성황후의 행록(行錄)을 살펴보면 “곤령전 합문(閤門, 곤령합 건물안 출입문)에서 묘시(卯時, 새벽 5~7시)에 세상을 떠났다.”라고 돼 있다. 주한미국공사대리 앨런 공사는 증언을 토대로 “한 일본인이 왕비를 내동댕이치고, 발로 가슴을 세 번이나 내리 짓밟고, 칼로 찔렀다.”고, 주한영국총영사 힐리어는 “왕비는 복도 아래로 달렸지만, 추적당해 쓰러졌다. 그녀의 암살자는 그녀의 가슴 위에 반복적으로 그의 칼로 그녀를 찔렀다.”고 기록했다. 베베르는 “왕비는 복도를 따라 도망쳤고, 그 뒤를 한 일본인이 쫓아가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그는 왕비를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리고, 그녀의 가슴으로 뛰어들어, 발로 세 번 짓밟아, 찔러서 죽였다.”고 보고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한 외교관의 기록 중 ‘복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곤령합과 정시합에서 복도라고 불릴 만한 장소는 건청궁과 연결되는 ‘복도’가 유일하다. 따라서 일본 자객이 건청궁에 침입하자 정시합에 머물던 황후는 궁녀 복장으로 위장하고 곤령합 침실로 궁녀 3명과 숨어 있다가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건청궁 복도로 도망치다가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려면, 일본정부의 사과로 시작되는 과거사 청산이 필요하고, 사과의 첫 번째가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라고 판단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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