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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화 대법관후보 사퇴

    김병화 대법관후보 사퇴

    김병화(57·사법연수원 15기·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달 5일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된 지 51일 만이다.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 과정에서 사퇴하기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제가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면서 “그러나 저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된다면 큰 국가적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사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세금 탈루, 아들 병역편의, 저축은행 수사와 전 태백시장 수사 개입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적격 시비에 휘말렸다. 또 현직 판사가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리는 등 사법부 안에서도 적잖은 반대에 부딪혔다. 김 후보자의 사퇴는 새누리당이 임명동의 불가 방침을 정한 것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 김 후보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법관 후보자 3명의 임명동의안만 국회에서 처리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후 이 원내대표가 법무부 측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한 데다 김 후보자에게도 전달됐다. 여야는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따라 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했다. 국회 대법관인사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앞으로 위원회에서 보고서를 채택하고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임명동의안은 다음 달 1~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김 후보자의 후임을 다시 추천하는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0일 퇴임한 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인 검찰 몫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 출신 추천은 규정이 아닌 관례로 해온 것”이라면서 “반드시 검찰 출신 인사를 또 추천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김승훈·안석·송수연기자 hunnam@seoul.co.kr
  • 사법부 ‘부적격 후보’ 인선 책임론 부상

    사법부 ‘부적격 후보’ 인선 책임론 부상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임명제청된 지 51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김 후보는 정치권에 이어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제기되는 반대 여론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며 자진 사퇴임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대법관 4명의 퇴임 이후 계속돼온 대법관 공백 사태가 수습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법관 후보자 사퇴라는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후유증은 적잖을 전망이다. 대법원과 함께 김 후보자를 추천한 법무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부실한 대법관 후보 인선 시스템이라는 중대한 구조적 문제도 드러냈다. 대법관의 공백 사태는 실제 현실화됐다. 대법원은 이날 소부(小部)인 2부의 양창수 대법관이 1부로 가서 재판하는 사상 초유의 대직(代職)체제까지 가동했다. 송승용 수원지법 판사는 지난 23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법원 내의 반발이 급속히 확산됐다. 김 후보자에게는 결정타로 작용했다. 결국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세금탈루, 아들 병역근무 특혜, 저축은행 수사 및 전 태백시장 수사 개입 등 의혹에 대해 일일이 해명자료를 내면서 결백을 주장하던 김 후보자도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처한 것이다. 검찰은 후보 추천 단계부터 결정적인 문제를 낳았다. 지난달 5일 김병화 당시 인천지검장을 신임 대법관 후보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했을 때부터 검찰 안팎에서는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이 적잖았다. 한마디로 “정말 적격한 후보냐.”라는 의구심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길태기 법무부 차관과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 등이 대법관 후보를 고사함에 따른 ‘대체 카드’라는 말이 나돌았다. 또 검찰 몫이자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 몫’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대법관 다양성’을 저버린 것이다. 김 후보자를 강력히 추천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검찰로서는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대법원은 후보자 1명에 대한 추천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열거나, 앞서 후보추천위원회가 3배수 이상으로 추천했던 13명 가운데 한 명을 재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일단 후보추천위를 다시 열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조만간 고영한·김신·김창석 등 3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면 대법원은 나머지 1명을 다시 제청할 방침이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대법관 관계자는 “후보자 제청절차에 대해 현재 관련 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여성 대법관 후보자 추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여성 후보를 포함하지 않은 탓에 거센 비판을 받았던 터다. 여성 후보자가 추천되면 “군사정권의 잔재”라며 대법관 1명을 검찰 몫으로 배정하는 관행을 비판한 재야 법조계의 주장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역설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법부에 꼭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51% 의 덫… 대학들 취업률 거짓말

    공공연히 떠돌던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가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에서 확인됐다. 교과부의 대학 재정 지원의 핵심지표인 취업률 51%를 맞추기 위해 대학들은 갖가지 부적절한 편법을 동원했다. ●위장취업에… 교비로 4대보험료 대납 교과부는 지난해 취업률이 2010년에 비해 급격히 높아지거나 일정 기간 지속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졸업생의 유지 취업률이 낮은 전국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취업통계실태’ 감사에서 28개 대학이 취업률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6일 밝혔다. 교과부는 적발된 대학의 취업통계 담당 교직원 164명을 징계하도록 대학에 요구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된 국고 4800만원도 환수조치했다. 대학들의 ‘취업률 뻥튀기’ 실태가 드러나자 대학이 마땅히 지켜야 할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지역별·학교별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인 수치를 제시, 재정지원 지표로 삼아 밀어붙인 교과부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취업률 51%는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과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을 가르는 핵심지표였기 때문에 대학들은 목을 맸다. 대학들의 취업률 뻥튀기 수법은 다양했다. 유형별로 ▲허위취업 16곳 ▲직장 건강보험 가입요건 부적격자의 건강보험 가입 7곳 ▲과도한 교내 채용 3곳 ▲진학자 과다 계상 4곳이다. 학생들이 취업한 것처럼 꾸민 뒤 대학이 회사에 건강보험료와 인턴보조금을 대신 내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다. 경기도의 A대는 교수들이 운영하는 업체 13곳에 학생 63명이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뒤 학과에 배당된 실험실습비로 4대 보험료를 대납해 줬다. 경북지역의 B대도 학생 52명을 14개 업체에 인턴으로 이름을 올리게 한 뒤 업체에 인턴 보조금 5630만원을 지급했다. 보조금은 교과부가 교육역량강화사업비 명목으로 지급한 국고에서 나왔다. 1개월 미만의 일용근로자와 비상근 근로자, 1개월간 근무시간이 60시간에 못 미치는 단시간 근로자는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음에도 불구, 업체와 짜고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시켜 취업자로 포함시킨 사례도 8개 대학에서 적발됐다. 대학이 학생들을 직접 고용해 취업률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E대는 지난해 3개월간 교내 행정인턴으로 178명의 졸업생을 채용, 취업률에 넣었다. I대의 학과장은 남편이 차린 회사에 학생 3명을 허위 취업시키는가 하면 부교수가 세운 연구소에 9명을 취업시킨 K대는 지난해 5월분 급여 223만 2000원을 지급한 뒤 조교 명의의 계좌로 돌려받았다. ●교내 행정인턴으로 채용 ‘눈속임’ 대학들의 무리한 취업률 조작은 교과부가 취업률을 각종 재정 지원 사업이나 구조조정·대출제한 대학 선정 등에 주요 평가지표로 삼은 탓이다.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지표에서 취업률은 전체 점수의 20%가 반영되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 30%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소규모 대학들에서는 학생 수십명의 취업 여부에 따라 대학의 생사여탈이 결정되는 만큼 취업률을 10% 포인트 올리기 위해 편법을 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또 “취업률 51%라는 쉽지 않은 수치를 일괄적으로 적용한 정부 정책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32개 대학은 말 그대로 표본조사”라면서 “감사를 확대하면 할수록 더 많은 대학들의 부도덕한 취업률 부풀리기 행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미주통신] 美 총기난사범, 정신병 위장 교묘한 연기?

    다크나이트 상영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숨지게 하고 58명에게 상처를 입힌 용의자 제임스 홈스(24)가 23일(현지시각)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홈스는 12분간 진행된 법원 출두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교묘히 조는 듯한 연기를 펼치는 등 자신의 행위를 정신병으로 위장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24일 보도했다. 홈스의 수감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도 “그러한 행위는 약물에 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행동도 저렇게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가 잠든척했다면 무언가를 속이려고 하는 행동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법정에 참여한 다른 희생자의 관계자도 “그가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그가 미친 것처럼 행동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연기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홈스는 알려진 대로 머리를 오렌지 색으로 염색한 모습으로 수갑을 찬 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전혀 말이 없었으며 너무 무표정한 표정이었다고 이를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았다. 한편 홈스는 콜로라도 대학 의대 재학생으로 한때 전 학기 A 학점을 받는 등 우수학생이었으나 구두시험에 실패한 후 졸업을 포기한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더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런던올림픽 D-2] 도촬꾼 막아라… 홍명보호 비상

    ‘홍명보호’가 일을 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일까. 현지 언론은 물론 상대 팀의 비상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ESPN은 24일 한국을 멕시코와 함께 조별리그를 통과할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ESPN은 “현재 페이스와 공격력이라면 한국이 본선에서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같은 날 스포츠 전문 웹진 SB네이션은 한국과 멕시코를 메달권에 근접한 다크호스로 지목했다. 이달 초 현지 언론이 “한국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 것과 사뭇 다르다. 여기에 이번 올림픽조직위원회까지 가세했다. 한국을 포함해 영국, 멕시코, 일본 등이 메달권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것. 한편 상대 팀들은 이 같은 한국의 반전에 적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우리 팀은 상대 팀 관계자의 도를 넘은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24일 새벽 멕시코 관계자가 대표팀의 훈련을 염탐하다 쫓겨났다.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팀인 멕시코 언론 담당관과 비디오 분석관 등 관계자 셋이 기자로 위장, 영국 뉴캐슬 대학 코크레인파크 스포츠 클럽에서 훈련하는 우리 대표팀의 트레이닝 장면을 약 30분간 지켜본 것이다. 규정상 상대 팀 관계자는 다른 팀 훈련 장면을 구경할 수 없다. 태연하게 소형 동영상 촬영기로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녹화하던 멕시코 관계자는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현장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자리를 떴다. 한국의 2차전 상대 스위스 대표팀 관계자가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다 눈에 띄어 훈련이 중단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국가별 전력이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서울광장] 착한 심마니, 나쁜 심마니/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착한 심마니, 나쁜 심마니/주병철 논설위원

    한달 전쯤의 일이다. 지인이 산삼을 캐 왔다며 단골 음식점으로 불렀다.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갔다. 프로급 심마니 한 사람과 지인을 포함한 아마추어급 심마니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프로가 캔 15년산 산삼을 통째로 갈아서 먹자고 채근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이 식당으로 들어서자 프로는 마음을 바꾼 듯했다. 믹서기로 산삼을 갈면서 소주를 넉넉하게 부었다. 네 명이서 마셨는데 다음 날 아침 숙취가 전혀 없었다. 산삼의 효능을 제대로 경험했다. 일주일쯤 지난 뒤 아마추어 두 사람과 다시 만났다. 화두는 산삼소주였다. 그런데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프로급 심마니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같이 가서 산삼을 캤으면 같이 먹으면 될 텐데, 좋은 산삼을 캐기만 하면 가져다 팔 궁리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또 다른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심마니들의 세상 얘기였다. 그에 따르면 심마니들은 ‘독식’과 ‘나누기’가 확실하다고 한다. 당일치기로 산삼을 캐러 갔을 때는 각자가 캔 걸 그대로 가져가지만, 하룻밤을 묵을 경우에는 누가 캤느냐와 상관없이 똑같이 나눈다는 것이다. 숙박을 하면 산삼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천년 내려오는 심마니들의 철칙이라고 한다. 돈의 속성과 시장의 생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다음 얘기가 더 재미있다. 이른바 심마니의 부류다. 착한 심마니, 나쁜 심마니, 고약한 심마니 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착한 심마니는 동료를 절대 속이지 않고 심마니들의 철칙을 잘 지킨다. 고약한 심마니는 상대방이 산삼을 발견한 곳에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장소만 표기해뒀다가 나중에 혼자 가서 산삼을 캔다. 산삼이 발견된 곳의 주변에는 또 다른 산삼이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나쁜 심마니는 산삼이 발견된 곳에 장삼 등을 가져다 심어놓은 뒤 손님을 데려가 산삼이라고 캐서 판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심마니 세상이나 정치 세계나 비슷하다. 속고 속이는 게 그렇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미진진함도 닮았다. 그래서 몇 개월 뒤 치러지는 대선 후보들의 부류가 새삼 눈길을 끈다. 곧고 바른 자세로 지킬 약속만 하는 ‘착한 후보’, 상대방의 좋은 공약이면 실천 여부에 상관없이 베끼는 ‘고약한 후보’, 실천하지 못할 공약을 내걸고 상대방을 흠집내는 데만 급급한 ‘나쁜 후보’ 등이 있을 게다. 이들은 속내를 감추고 수십년 묵은 산삼을 찾듯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근데 국민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고달픔 그 자체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다양한 계층의 푸어(Poor·신빈곤층)족이 내뱉는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비정규직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임금 생활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집 살때 빌린 대출 이자를 갚느라 어렵게 사는 ‘하우스 푸어’ 가구만 해도 지난해 기준으로 180만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하는 빈곤층이라고 불리는 ‘워킹 푸어’도 전체 근로자의 12~15%를 차지한다. 여기에다 지난 5월 현재 자영업자가 720만명에 이른다. 중소기업청의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수익이 200만원도 안 되는 소상공업체가 81%에 이르고, 나머지는 이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한다. 이뿐이랴. 713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도 곧 시작된다. 은퇴 준비가 안 된 100만 가구가량의 은퇴빈곤층(Retire Poor)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대선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진다. 착한 심마니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정직해야 하고,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희망을 말해도 늦지 않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안 되고,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 아닌데도 남의 것이 좋다니까 내 것으로 위장해도 안 된다. 고약하고 나쁜 심마니의 길을 좇아선 안 된다. 이런 게 제대로 지켜진다면 12월 대선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멋지고 착한’ 정치 지도자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bcjoo@seoul.co.kr
  • 중고생 25% “아침 안 먹는다”

    중고생 25% “아침 안 먹는다”

    중고교생 4명 가운데 1명은 1주일에 5일 이상 아침식사를 걸렀다. 주말을 빼고 사실상 아침을 먹지 않고 학교에 가는 것이다. 또 같은 비율의 학생들이 1주일에 3일 이상 라면, 과자 등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소년기의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4일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지난해 전국의 중고교생 8만여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식습관 실태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4.4%가 “최근 1주일 동안 5일 이상 아침을 먹지 않았다.”고 답했다. 2009년 27.1%, 2010년 25.6%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과일은 주 1회 먹어” 20% 학교별 아침 결식 비율은 ▲중학생 23.2% ▲일반계 고교생 22.6% ▲특성화계 고교생 35.1%다. 남학생은 25.3%로 여학생 23.4%보다 많았다. 최근 1주일 동안 3회 이상 라면을 먹은 학생은 전체의 22.7%에 달했다. 중학생의 25.3%, 일반계 고교생의 18.2%, 특성화계 고교생의 26.6%가 이 같은 식습관을 보였다. 라면은 남학생(28.5%)이 여학생(16.1%)보다 더 즐겼다. 39.4%는 과자, 23.2%는 탄산음료를 최근 1주일 동안 3일 이상 먹었다. 반면 과일과 우유 섭취 빈도는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에 비해 낮았다. 최근 1주일 동안 하루 한 번 이상 과일을 먹었다는 학생은 20.3%에 불과했다. 1주일 동안 하루 두 차례 이상 우유를 마신 학생도 12.5%에 그쳤다. ●“결식은 학업 집중력 저하시켜” 박진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연구원은 “아침 결식은 학업에 대한 집중력과 산수 능력의 저하, 독해력의 저조 등에 영향을 미치며 다음 끼니의 과식을 유발해 비만, 위장병 등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대법관 임명 진통] 대법관 공백사태 초래한 3가지 이유

    [대법관 임명 진통] 대법관 공백사태 초래한 3가지 이유

    부적격 논란을 빚고 있는 김병화(57·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까지 우려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송승용(38) 수원지법 판사가 24일 김 후보의 거취 문제를 직접 제기함에 따라 정치권 안에서의 논란도 한층 확산되고 있다. 김 후보의 적격 시비를 계기로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인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즉 ▲정치 이슈로 변질됐다는 외부 책임론 ▲후보자 추천에서 청문회 준비까지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내부 책임론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 등이 뒤섞여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사태를 ‘조용환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를 낙마시킨 전철을 야당이 답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는 헌재 재판관이나 대법관 인선을 정쟁화하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같은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권이 인사청문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 명은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김 후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적격 시비에 휘말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에 발목을 잡혔다.”는 시각은 법원뿐 아니라 검찰 고위층에서도 읽을 수 있는 상황인식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수사에 항의하며 검찰을 조준하고 있는 야당이 김 후보 임명동의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인식이 없지 않다. 그러나 책임을 국회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견해가 적잖다. 사법부로서는 1차적인 후보 검증이 부실했을 뿐 아니라 청문회 과정에서의 대응도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 후보의 위장전입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안일한 상황인식이다. 대법원은 또 자격 시비의 ‘직격탄’이 된 저축은행 수사개입 논란과 관련, 정작 정보를 얻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했지만 검찰은 “수사 중인 내용이어서 곤란하다.”고 손을 뺐다. 법원·검찰이 엇박자를 내는 사이 일은 커졌고, 검찰은 급기야 이금로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내세워 대법원과 협의도 없이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해야 했다.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과 검찰 몫 추천권을 행사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책임 범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처지다. 검찰 몫과 향판 출신 등을 제청하며 나름대로 다양성을 충족시켰다고 대법원은 자평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회 변화와 시대정신을 담지 못한 인선임이 드러났다.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에서 대통령의 임명까지 주어진 시간이 2개월에 불과하다. 충분한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 10일 퇴임한 대법관 4명의 후임을 선정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5월 3일로, 퇴임일을 2개월여 앞둔 때였다. 위장전입이나 개인 병역문제 등에 대한 검증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김 후보처럼 과거 수사내용이나 아들 병역문제 등은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쉽게 걸러질 사안이 아닌 탓이다. 더욱이 대법관의 3분의1이 바뀌는 대규모 인선의 경우, 검증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게 법조계의 뒤늦은 자성이다. 대법관 다양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50대 남성·고위 법조인 출신·보수 성향’ 일색의 후보들은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작성, 종교편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회의록를 공개하는 등 추천 과정부터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추천에서 임명 제청 과정까지 정보를 밝혀 초기 단계부터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백지영, 자기 쇼핑몰 비난 계속되자 갑자기…

    백지영, 자기 쇼핑몰 비난 계속되자 갑자기…

    가수 백지영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논란이 된 인터넷 쇼핑몰 ‘아이엠유리’의 공동 운영에서 손을 뗀다. 아이엠유리 측은 23일 “백지영씨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수익 배분은 물론 경영과 모델 활동 등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백지영과 쿨의 유리 및 지인 2명이 공동 대표로 참여한 아이엠유리는 최근 직원이 작성한 글을 소비자 사용 후기로 위장해 게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받아 도마에 올랐다. 지각 등 근무수칙을 어긴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인기있는 이유를 알겠어요.’ 등 가짜 사용자 후기를 5건씩 올리도록 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사과 공지문을 2주 동안 게시하도록 한 공정위 명령의 이행여부를 놓고도 논란이 불거졌다. 7월 9일 시정명령을 받은 것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2주가 될 수 없는데도 아이엠유리 측이 “2주 동안 사과공지문을 게재했다.”고 주장하자 소비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아이엠유리 측은 “본사는 4명이 공동 대표로 회사를 꾸렸고 연예인인 백지영 씨와 유리 씨는 의류 모델 및 스타일링을 맡았다.”면서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됐기에 백지영 씨는 직원들이 허위 후기를 남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졸 13점·석박사 54점…대출 학력차별

    대출 이자에 학력차별을 둔 시중은행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올 초 은행, 보험사 등을 상대로 실시한 ‘금융권역별 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 신용평가 항목에 직업, 급여 외에 학력을 설정했다. 이 은행은 신용평가 점수를 매기면서 고졸 이하는 13점, 석·박사는 54점을 주어 학력이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거절하거나 더 많은 이자를 물렸다. 이 은행에서 2008~2011년 신용대출이 거절된 4만 4000여건 중 31.9%(1만 4000여건)는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기간 신용대출 15만여건 중 48.7%(7만 4000여건·대출액 2300여억원)는 학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17억원의 이자를 더 물었다. 감사원은 은행들의 신용관리 방식도 지적했다. 각종 대금상환 납기일을 닷새(은행 영업일 기준)만 넘기면 무조건 연체자로 처리하는 현행 신용관리 방식 때문에 대출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정보회사는 지나치게 짧은 5영업일을 기준으로 대출자의 연체 정보를 수집·등록해 상환능력이 있는 이용자라도 신용이 평균 1.3등급 하락했다. 떨어진 등급을 회복하는 데는 평균 5개월이 걸렸다. 2010년의 경우 5영업일 이상 대출금을 연체한 사례는 모두 1149만건. 이 가운데 장기연체(90일 이상)는 8.9%뿐이었고 나머지 91.9%는 90일 이내에 대금을 갚았다. 7개 시중은행에서 그해 6월 연체자로 분류된 신용대출 사례 가운데 3649건은 30일 안에 상환을 했는데도 그중 21.3%(777건)는 신용등급이 1.4~3등급이나 떨어졌고 대출금리도 평균 0.1~3.2% 높아졌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현행 연체등록 기준인 5영업일이 너무 짧은 만큼 기준일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대출자에게 미리 연체등록 위험을 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부실투성이 솔로몬저축은행이 멀쩡하게 위장했던 데는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이 큰 몫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솔로몬저축은행이 솔로몬투자증권 인수 승인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당장 영업정지 수준이었으나, 솔로몬저축은행과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따져 ‘정상’으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2차 구조조정에서 부실금융사 정상화 조치 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인 셈이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에 당시 솔로몬투자증권 인수를 심사했던 이모(당시 팀장)씨 등 2명에 대한 조사내용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백지영 인터넷 쇼핑몰 손뗀다

    가수 백지영이 최근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논란이 된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백지영과 가수 유리 등이 공동으로 운영한 쇼핑몰 ‘아이엠유리’ 측은 “백지영씨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수익 배분은 물론 경영과 모델 활동 등 모든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쇼핑몰은 최근 직원이 작성한 글을 소비자 사용 후기로 위장해 게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을 받으며 도마에 올랐다. 쇼핑몰 측은 “본사는 4명이 공동대표로 회사를 꾸렸고 연예인인 백지영씨와 유리씨는 의류 모델 및 스타일링을 맡았다. 분업화된 시스템으로 운영됐기에 백지영씨는 직원들이 허위 후기를 남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신한은행 “못배운 사람엔 이자 더 받아라” 파문

    신한은행 “못배운 사람엔 이자 더 받아라” 파문

    대출 이자에 학력차별을 둔 시중은행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올 초 은행, 보험사 등을 상대로 실시한 ‘금융권역별 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 신용평가 항목에 직업, 급여 외에 학력을 설정했다. 이 은행은 신용평가 점수를 매기면서 고졸 이하는 13점, 석·박사는 54점을 주어 학력이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거절하거나 더 많은 이자를 물렸다. 이 은행에서 2008~2011년 신용대출이 거절된 4만 4000여건 중 31.9%(1만 4000여건)는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기간 신용대출 15만여건 중 48.7%(7만 4000여건·대출액 2300여억원)는 학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17억원의 이자를 더 물었다. 감사원은 은행들의 신용관리 방식도 지적했다. 각종 대금상환 납기일을 닷새(은행 영업일 기준)만 넘기면 무조건 연체자로 처리하는 현행 신용관리 방식 때문에 대출자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정보회사는 지나치게 짧은 5영업일을 기준으로 대출자의 연체 정보를 수집·등록해 상환능력이 있는 이용자라도 신용이 평균 1.3등급 하락했다. 떨어진 등급을 회복하는 데는 평균 5개월이 걸렸다. 2010년의 경우 5영업일 이상 대출금을 연체한 사례는 모두 1149만건. 이 가운데 장기연체(90일 이상)는 8.9%뿐이었고 나머지 91.9%는 90일 이내에 대금을 갚았다. 7개 시중은행에서 그해 6월 연체자로 분류된 신용대출 사례 가운데 3649건은 30일 안에 상환을 했는데도 그중 21.3%(777건)는 신용등급이 1.4~3등급이나 떨어졌고 대출금리도 평균 0.1~3.2% 높아졌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현행 연체등록 기준인 5영업일이 너무 짧은 만큼 기준일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대출자에게 미리 연체등록 위험을 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부실투성이 솔로몬저축은행이 멀쩡하게 위장했던 데는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이 큰 몫을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솔로몬저축은행이 솔로몬투자증권 인수 승인 과정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당장 영업정지 수준이었으나, 솔로몬저축은행과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따져 ‘정상’으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2차 구조조정에서 부실금융사 정상화 조치 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인 셈이다.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에 당시 솔로몬투자증권 인수를 심사했던 이모(당시 팀장)씨 등 2명에 대한 조사내용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병사 사기 좀먹는 ‘찜통군복’ 보완책 내놔야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도입해 전군에 보급하고 있는 신형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찜통 군복’ 논란에 휩싸였다. 땀 배출과 통풍이 제대로 안 돼 너무 덥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동계·하계용으로 구분된 구형 전투복을 사계절용으로 새로 만들면서 여름 전투복에 들어간 레이온 소재를 없애고 면을 사용한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땀 배출에 취약한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풍성 좋은 레이온을 사용한 것인데 그 대신 면을 사용했으니 땀 흡수는 좋아졌지만 더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신형 전투복이 덥다는 병사들의 호소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신형 전투복은 국방부의 설명대로 위장효과가 뛰어나고 기능성 소재와 새로운 디자인으로 착용감과 활동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입는 현장의 병사들이 가만히 있어도 덥다며 착용 자체를 꺼릴 정도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육군과 해군의 경우 복장규정상 소매를 걷어올리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는 국방부가 문제점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군복은 전투적합성이 우선”이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사소한’ 불만이라도 누적돼 군의 사기가 떨어진다면 전투력 손상은 불가피하다. 병사들이 적응이 덜 돼 나오는 불만이라는 식으로 가볍게 봐 넘길 일이 아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신형 전투복을 사계절용 2벌과 별도의 하계용 1벌로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신형 전투복은 2014년까지 9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신형 전투복 한 벌 값은 구형의 두배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일이 단순한 미봉책에 그쳐선 안 된다. 하계용 한 벌로 어떻게 여름을 버티라는 것인가. 신형 전투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CD금리 담합했을 리 없어” 속보이는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에서 리니언시(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대가로 과징금을 감면 받는 제도) 금융회사가 어딘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은 20일 일제히 담합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금리가 자유화돼 있고 자기들(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은행과 증권사 모두 (리니언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공정위에서도 확인받은 바 없다.”고 리니언시 자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 원장은 전날에도 “금융회사의 CD금리 조작 의혹을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두 수장의 발언은 공정위의 조사 활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CD금리가 왜곡돼 있는데도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깊이 자성해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금융권을 감싸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금융감독당국은 제 식구처럼 금융권을 감싸지 말고 공정위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금융당국과 협조체제를 갖추지 않은 데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담합 조사는 최대한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증거를 입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며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했다가 정보가 유출되면 금융사들이 증거 자료를 은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조사 범위를 최대한 압축해 신속하게 결론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담합 조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은행 및 증권사의 혐의 입증에 상당 부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공정위가 정권 교체기임을 감안해 최대한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CD 금리 외 다른 영역으로 조사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이 확정된 방침”이라고 말했다. CD 금리와 마찬가지로 대출 금리 기준으로 쓰이는 코리보(KORIBOR)와 코픽스(COFIX)도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 무리하게 조사를 확대하지 않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두·임주형기자 golders@seoul.co.kr
  • 함정 ‘파괴’하는 희귀 고릴라들 최초 포착

    밀렵꾼의 덫을 파괴하는 젊은 고릴라 무리가 최초로 카메라에 포착돼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뉴스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동부에 있는 르완다 숲에서 2마리의 젊은 산고릴라(마운틴고릴라)가 협력해 밀렵꾼의 덫을 파괴했다. 현지 보호구역에 있는 다이앤포시국제고릴라기금 카리소케연구센터의 고릴라 프로그램코디네이터 베로니카 베첼리오는 “덫을 파괴한 젊은 고릴라가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산고릴라가 서식하는 르완다 화산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고기를 노리는 사냥꾼들이 밧줄과 나뭇가지로 만든 수많은 함정을 설치하고 있다고 한다. 표적은 주로 영양이나 다른 동물이지만 때때로 고릴라 같은 유인원도 덫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다 큰 고릴라들은 힘이 세기 때문에 스스로 탈출할 수 있지만 아직 어린 고릴라들은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난주(7월 중순) 응위노라는 이름의 젊은 고릴라도 덫에 걸려 죽고 말았다. 연구센터의 직원이 발견했지만 너무 늦었던 것이다. 직원에 따르면 그 어린 고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어깨가 탈구됐으며 밧줄 사이에 다리가 깊이 빠져 있어 괴저(피가 통하지 않아 세포가 파괴되는 증상)가 시작되고 있었다고 한다. 베첼리오는 “사냥꾼들은 고릴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비교적 옮기기 쉬운 소형 유인원들조차 죽도록 방치했다.”고 말했다. 베첼리오에 따르면 밀렵꾼들은 나뭇가지나 대나무 줄기에 올가미를 매어 덫을 설치한다. 그 후 나뭇가지를 묶은 밧줄을 끌어내려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에서 돌이나 막대기에 올가미를 바닥에 고정한다. 마지막으로 식물을 덮어 덫을 위장한다. 동물이 그 막대나 돌을 살짝 건드리면 나뭇가지가 위로 튀어 오르면서 올가미가 그 사냥감을 덮치는데 가벼운 동물이라면 공중에 매달리게 된다. 따라서 연구센터의 직원들은 멸종 위기의 산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 숲 속을 철저히 수색하며 덫을 제거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등급표에 따르면 산고릴라는 자생지 절멸종(EW)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17일 센터의 수색대인 존 은다얌바제는 “쿠랴마라는 고릴라 무리가 덫을 발견하고 접근하고 있었다.”면서 “실버백(등에 은백색 털이 난 14세 전후의 나이 많은 수컷 고릴라)인 부부가 소리를 내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2마리의 젊은 고릴라가 덫을 향해 달려갔다. 두 고릴라는 수컷 루웨마와 암컷 듀코르로 모두 4세 전후라고 한다. 은다얌바제와 몇몇 여행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루웨마는 뛰어들어 구부러진 나뭇가지를 부러트렸고 듀코르는 올가미를 제거했다. 이후 그 2마리의 고릴라는 근처에 있는 다른 덫을 찾아 신속하게 달려갔다. 따라서 수색대원은 이 상황을 놓치고 말았다. 나중에 보니 테테로라는 고릴라가 가세해 마찬가지로 덫을 파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베체리오는 젊은 고릴라들이 빠른 속도로 덫을 파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녀는 “그들은 매우 확신에 차 있었다.”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목표를 이루고 다음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베체리오는 “함정을 파괴한 이유는 분명했다.”면서 “그 고릴라 무리는 몇 차례 덫에 걸렸기 때문에 젊은 고릴라들이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NPO 단체 ‘산고릴라 수의사 프로젝트’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수의사 마이크 클랜필드는 이 소식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에 항상 침팬지의 이름이 오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릴라도 매우 교묘한 행동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여야는 대법원 공백 언제까지 방치할텐가

    대법관 임명 동의안 처리를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간 대치 전선이 지루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 바람에 어제까지 대법관 4인의 공석이 10일째 이어졌다. 헌정사 초유의 사태다. 법정 개원일(6월 5일)을 훌쩍 넘겨 지난 2일 문을 연 국회가 이제 사법부까지 후진적 정치의 덫에 옭아매고 있는 형국이다. 고영한·김병화·김신·김창석 등 4명의 대법관 후보에 대한 인준 절차는 지난 11일 이전에 끝났어야 했다. 그런데도 늑장 개원한 국회는 사법부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만 계속해 왔다. 그 결과가 대법원 업무의 사실상 마비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원의 심판권은 대법관 전원(13인) 가운데 법원 행정처장을 빼고 3분의2(9명) 이상의 합의체가 행사하게 돼 있다. 물론 4인이 궐석이라 하더라도 합의체 구성이 산술적으론 가능하다. 하지만 다수 견해와 반대 의견이 다투는 합의체 운용의 특성을 감안하면 심판권이 살얼음판에 선 격이다. 이는 국민이 양질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빼앗고, 3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중대 사태라 할 수 있다. 국회 선진화를 표방한 19대 국회가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키지 못하는 꼴이다. 동의안 힘겨루기의 이면에 ‘8월 방탄국회’ 소집을 염두에 둔 정략이 숨어 있다면 더욱 용납될 수 없다고 본다. 민주당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대법관 인준을 연계하고 있다는 항간의 해석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민주당은 4명 중 유독 김병화 후보자에 대해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위장 전입·다운 계약서·저축은행 수사 축소 의혹 등이 제대로 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본회의에서 당론투표가 아닌 자유투표로 인준 여부를 결론내자는 입장이다. 어찌 보면 두 당의 정체성과 명운을 건 본질적 이견은 아닌 셈이다. 까닭에 여야가 하루속히 인준방식에 합의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런 절충이 여의치 않다면 우리는 자유투표를 통한 표결 처리가 차선의 대안이라고 본다. 의원 개개인을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보는 국회법 정신을 존중해 결론을 내림으로써 당략적 대치에 따른 사법부의 표류부터 막아야 한다는 얘기다.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꿈속 신령이 일러준 약수… 인제 비경 9곳중 하나

    지금부터 300여년 전 인근 마을에 나이 많은 심마니가 살고 있었다. 이 노인은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오르기 전 항상 몸을 단정히 하고 산신령에게 치성을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하얀 도복을 입은 백발 노인이 나타났다. 이 노인은 “나는 이 산의 산신령인데 언제나 지성을 다하니 모르는 체할 수가 없구나. 산삼이 있는 곳을 알려주겠노라. 삼을 캔 자리 밑에 만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수가 있으니 병든 사람들이 마시고 낫도록 널리 알리도록 하여라.”하고는 사라졌다. 심마니는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삼을 캐러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동자가 나타나더니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손짓하는 곳에 가 보니 동자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육구만달(큰 산삼)이 있었다. 육구만달은 60년생의 씨가 달린 산삼을 뜻하는 것으로 신비의 명약으로 불린다. 심마니는 정성을 들여 산삼을 캔 뒤, 꿈속에서 노인이 알려준 대로 땅밑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쯤 더 파들어 가니 약수가 용출되기 시작했다. 이 약수가 바로 지금의 방동약수라고 한다. 심마니는 이후 세상사람들에게 만병통치의 약수를 알리면서 살았다. 병든 사람들이 이 약수를 마시자 즉시 효력을 보았다. 그 후부터 방동약수를 찾는 이가 늘어났으며, 지금도 도처에서 병을 고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전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약수터에는 300년 묵은 엄나무(두릅나무과로 ‘음나무’라고도 함)가 서 있어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인제군과 방동2리 약수마을 주민들은 힘을 합쳐 정자를 짓고, 입간판을 세우는 등 주변 정비사업을 벌였다. 위장병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최현 인제군 민원봉사과장은 “방동약수는 인제군이 선정한 9곳의 비경 가운데 한 곳”이라며 “새로운 도로명으로 지역의 약수 이름을 반영한 방동약수로와 개인약수로가 생겼는데, 약수의 명성처럼 낯익은 이름으로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0) 강원 인제 방동약수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0) 강원 인제 방동약수로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골은 내린천 물이 시작되는 원류이다. 주변에는 마지막 원시림인 방태산과 점봉산, 진동계곡이 있다. 방태산과 점봉산은 인제 기린면에 위치한 백두대간의 지류이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아직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최고의 목재이자 천연기념물인 주목나무가 자생한다. 또한 진귀한 약초와 버섯 등이 풍부하게 자생하고,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이다. 정감록에는 물과 바람과 불의 재난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고 했다. 각처에서 난을 피해 온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고 숨어 살았다고 한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방동약수로를 찾았다. ●방동골… 진동계곡물과 함께 내린천 원류 인제군 기린면 현리 덕다리에서 방동·진동방향으로 4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방태천이 나오고 방동교를 만나게 된다. 이 방동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대골이 있고 왼쪽으로는 방동약수(芳洞藥水)와 아침가리(조경동 계곡)에 연결된다. 방동2리에 위치한 약수터 주변은 깨끗한 계곡물과 함께 숲이 우거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방동약수는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 이외에도 철·망간·불소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한다. 일찍이 자연보호중앙협회에서 ‘한국의 명수’로 선정했을 만큼 유명해 새 주소 도로 이름에 반영됐다. 새 주소명에 등재된 방동약수로는 인제군 기린면 방동2리를 포함, 총 17㎞ 구간이다. 인제에서 내린천 지류를 타고 나 있는 지방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방동약수로 이정표가 보인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麟)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내린천 줄기는 65㎞에 달하는데 래프팅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들로 시끌벅적하다. 내린천을 끼고 나 있는 지방도를 따라 가다 보면 높이 솟은 산과 괴암괴석이 빚어낸 풍광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하천 폭이 좁아지는 상류지역에 다다르면 맛집으로 꽤 이름이 알려진 ‘방동막국수집’이 나온다. 이곳에서 10여분 위쪽으로 올라가면 방동대교가 나오는데 다리 끝부분부터 방동약수로가 시작된다. 방동약수로 좌측으로는 진동계곡, 그 위쪽으로는 양양군으로 이어진다. 약수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좌측에 ‘방동약수’와 ‘아침가리’라고 씌어진 입간판이 보인다. 약수터까지 들어가는 길은 관광버스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인근 계곡은 높은 산과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자, 약수를 마시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에는 약수를 담을 수 있는 용기들이 들려 있다. 약수가 나오는 곳은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비좁아 차례로 줄을 서야 물맛을 볼 수 있다. 약수터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몇해 전 위장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 약수를 마시고 병이 말끔히 나았다.”고 자랑했다. 인제읍에 사는데 요즘도 약수를 떠가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약수로 밥을 지어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며 “쌀을 충분히 불린 후 약수를 붓고 밥을 지으면 철분 때문에 푸르스름한 빛깔을 내는 약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방동약수에서 나와 고개를 하나 넘으면 ‘아침 가리골’이 나온다. ‘아침에 잠깐 밭을 갈아도 다 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방동약수로 인근에는 방태산 휴양림도 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계곡바람이 나무향과 함께 코끝을 자극한다. 계곡에는 2단으로 흘러내리는 ‘높은집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5m 높이의 폭포에는 바위 속으로 굴이 뚫려 있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공명효과를 내 더욱 크게 들린다. 한여름에도 깊은 산속의 물이라 얼음물처럼 차가워 한기를 느끼게 한다. 방동약수길이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왼쪽길은 또 다른 계곡물이 흘러내려 방동골 물과 합류한다. 이 계곡은 점봉산에서 발원되는 물길로 진동계곡이다. 진동계곡은 20여㎞에 달하며 곳곳에 야영장소와 소나무숲이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워낙 골이 깊어 생경한 지명들도 눈길을 끈다. ‘쇠나드리’는 소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금 위쪽으로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설피(겨울철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 바닥에 대는 넓적한 덧신)를 신고 다녀야 한다는 ‘설피밭’이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에 설피를 신고 나들이를 하며, 동짓날 설피축제를 열기도 한다. 방태산과 방동계곡, 진동계곡은 태곳적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오지로 꼽힌다. 인제에는 곳곳에 군부대도 많다. 이곳에서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외진 곳이라는 것을 빗대 부르던 노랫말이 생각날 것이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도로가 포장돼 예전보다 접근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산과 계곡은 예전 그대로 깊고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인약수 인제에는 방동약수 외에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개인약수’(開仁藥水)도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인제의 개인약수, 양양의 오색약수, 홍천의 삼봉약수를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개인약수는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 있는 약수로, 방태산 다섯 봉우리 가운데 주억봉 중턱에 깊숙이 위치해 있다. 개인약수는 해발 108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다. 탄산약수로 철분의 약간 비린맛과 단맛이 입안에 감도는데 위장병과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약수의 명성을 인정해 새주소 도로명에 ‘개인약수로’라는 이름을 올렸다. 1891년 함경북도 출신의 수렵가인 지덕삼(池德三)이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 약수 주변에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피나무, 주목 등 고목들이 우거져 용출하는 약수의 시원한 물맛을 더해준다. 입구인 미산계곡과 방태산 일대는 원시림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이 계곡물 역시 내린천으로 흘러든다. 현재의 약수터 위에 ‘장군약수’가 있었는데 양쪽 겨드랑이 밑에 용 비늘이 세 개씩 붙어 있는 아기 장수가 혼자 마시고는 큰 바위로 덮어버려 아무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약수를 마시기 전에 육류를 먹거나 남녀가 부정한 일을 하면 물이 흐려진다는 속설이 있다. 글 사진 인제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11회는 인천 홍예문로를 소개합니다.
  • [데스크 시각] 무죄 확정 그 후/황성기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무죄 확정 그 후/황성기 문화부장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대법원 1호 법정. 대법관의 말을 자세히 들으려 귀에 양손을 대고 있던 그가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힌다. 김동순(67)씨. 2008년 여름, 광우병 촛불집회 와중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모의 여간첩 사건’ 원정화씨의 옛 의붓아버지다. 장맛비가 내리는 대법원을 빠져나오면서 김씨는 “꿈만 같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판결이 잘못돼 법정구속되지 않을까 전날 한숨도 못 잤다.”고도 했다. 악몽 같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사람처럼 하늘을 올려다본다. 4년 전 수원지검은 원씨와 김씨를 탈북자로 위장한 ‘부녀간첩’이라고 발표했다. 김동순씨는 원씨 구속 직후인 2008년 7월 2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이듬해 2월 김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린다.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거가 없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항소했으나 1심 판결을 뒤집을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2010년 7월 서울고등법원의 무죄판결. 결기라도 부리듯 거듭된 검찰의 상고. 지루하게 시간이 흐르고 2년이 더 지나 대법원의 무죄확정을 받았다. 수사당국이 원정화씨의 옛 의붓아버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2001년 함께 탈북하고, 북한을 상대로 한 무역사업도 함께 했던 김씨의 정체가 실은 원씨를 관리하는 ‘고위간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상식적이다. 간첩 잡는 게 공안검찰의 임무니 거기까진 좋다. 하지만 검찰이 법원에 낸 증거는 초라했다. 김씨의 노동당원증, 원씨와의 전화 감청 등이 고작이었다. 김씨는 탈북자들이 받는 합동신문에서 ‘노동당원’이었다고 진술했다. 북에서의 신원을 소명할 유일한 자료였던 당원증은 김씨가 검찰에 전해준 것이었다. 간첩이라면 당원증을 소지할 리도, 집에 둘 리도 없다는 게 김씨 주장이었다. 원씨와 전화로 주고받은 대화는 딸과 아버지 사이였던 이들의 소소한 일상사가 전부다. 감청 내용을 법정에서 듣던 1심 재판장의 한심스럽다는 표정이 아직도 기자의 기억에 생생하다. 김씨가 대법원 판결 직후 “정의가 살아 있다.”고 했지만, 대한민국 판사라면 응당 내릴 무죄판결일 수밖에 없는 증거불충분의 기소였다. 의심이 들면 내사하고, 증거가 모이면 수사해 필요하면 인신을 구금하고, 기소를 하고 재판에 붙여서는 ‘유죄의 심증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할 검찰이, 의심만으로 덜렁 올가미부터 씌운 결과다. 형사사건 무죄율 2%의 사법현실에서 김씨 사건의 대법원 무죄 판결은 검찰로선 수치스러운 사례다. 후배들에게 고개 들기 어려운 ‘무죄의 공안사건’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안통 수원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낙마하긴 했지만 검찰총장 후보에도 올랐고, 수사검사들은 대체로 승진했다고 한다. 만신창이가 된 건 김씨뿐이다. 김씨는 무죄로 풀려나고서도 따라다닌 ‘간첩’ 딱지, 탈북자정착지원금이 한동안 끊긴 것, 취업을 못하고 크고 작은 인권침해를 받은 건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치가 떨리는 것은 2008년 수사당국이 그의 당원증을 공개한 일, 그리고 압수됐던 가족앨범을 수사당국이 분실한 일이다. 2로 시작하는 7자리 숫자의 당원증 번호와 이름, 김씨 얼굴이 TV 등에 보도돼 신분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래서 북에 두고온 자식들과 친척에게 일찌감치 북 당국이 위해를 가했을 거라는 게 김씨 생각이다. 가족들이 살아 있는지 알아보려 브로커에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괜한 의심을 살까봐 4년간 아무 일도 못했다고 한다. 김씨는 “요덕 수용소의 수용자 신원까지 알 수 있다는 국정원이 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해 주는 게 도리 아니냐.”고 했다. 통일이 되면 서로를 알아볼 증명사진 요량으로 갖고온 그 소중한 앨범도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건지 분통을 터뜨렸다. “북이 싫어 탈출한 남한에서 이런 고초를 겪을 줄 알았다면 남에 오는 게 아니었어요.” 집으로 향하는 그의 어깨가 천근만근 무겁게 보였다. marry04@seoul.co.kr
  • 횡령·배임등 혐의 기소 김승연 회장 징역 9년

    횡령·배임등 혐의 기소 김승연 회장 징역 9년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서영민)는 16일 위장 계열사의 빚을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60)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제12부(부장 서경환) 심리로 열린 김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징역과 벌금을 부과해 법 앞에 금권이 안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김 회장 등에게 지난 2월 같은 형량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당시 부장판사의 인사이동을 이유로 선고공판을 미루다 변론을 재개했다. 검찰은 또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김 회장의 지시를 받고 한화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이용해 차명 소유 계열사의 부채를 갚은 홍동욱 여천NCC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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