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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한국경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한국경제

    우리 경제에 다시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한때 1920선까지 무너지는 등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유럽발 경기침체의 공포감이 확산되는 데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환율 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자본유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71포인트(0.71%) 떨어진 1927.21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1920선이 붕괴됐으나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로 1920선은 지켜냈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내다 팔았다. 국내 실물 경기가 아직 ‘한겨울’ 상태라는 점도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손꼽힌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7월보다 0.6% 줄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광공업 생산은 5년 8개월 만에 감소 폭(-3.8%)이 가장 컸다. 설비 역시 10.6% 줄어들며 2003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9월 물가상승률은 1.1% 상승에 그치며 23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연말까지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나라 밖 환경은 더욱 어둡다. 유럽 상황이 심상찮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트리플딥’(3차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20%에서 40%로 두 배 이상 높였다. 유로존 경제를 떠받쳐 오던 독일은 8월 산업생산과 수출이 각각 4%, 5.8% 뒷걸음질 쳤다. 여기에 환율전쟁마저 확전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경쟁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환율을 (자국 상품의) 경쟁력 강화에 연계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을 하거나 외화를 푸는 등 직접 개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실물 경기가 추가로 둔화되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처럼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면서 중국처럼 외화 자금을 움켜쥐고 있을 수도 없는 우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면서 “자본유출입 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외화예금 중 위안화 비중 30% 넘어

    외화 예금에서 위안화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폭발적인 증가세는 주춤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현재 국내 거주자(내국인+6개월 이상 국내 거주 외국인 및 외국기업)의 위안화 예금이 203억 5000만 달러(약 21조 4000억원)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636억 80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다. 2012년 말까지만 해도 미미했던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9~10월부터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올 6월 20% 비중을 넘어선 뒤 석 달 만에 30%를 돌파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3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달러화(-48억 7000만 달러), 유로화(-1억 4000만 달러), 엔화(-2억 달러) 등 다른 외화 예금이 일제히 감소한 것과 달리 유일하게 증가세를 지켰다. 하지만 전월 증가 폭(37억 8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연히 약해졌다. 전재환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8월에 고금리를 줬던) 차익거래 유인 등이 줄어 위안화 예금 증가 폭이 둔화됐다”면서 “분기 결산을 앞두고 기업들이 빚 갚기에 나서면서 달러화 예금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아시아 금융협력은 어떻게 전개돼 왔나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아시아 금융협력은 어떻게 전개돼 왔나

    아시아권 국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지역내 금융협력 체제를 마련했다.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를 통해 협력기금을 조성하고 아시아 채권시장육성방안(ABMI)을 통해 아시아권에도 번듯한 채권시장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아시아 내 금융협력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더욱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최근 빨라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도 아시아 금융협력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은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로 제조업 육성과 국가기간시설 확충에 국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도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경우 제조업에 비해 금융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취약했다. 이로 인해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개도국들은 미국과 유럽계 글로벌 금융회사의 투기적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는 자국 경제의 취약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었다. 구제금융의 대가는 굴욕적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개도국들은 자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 동시에 지역 차원에서 실질적인 금융협력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아시아 국가간 공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1998년 일본은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을 제안했다. AMF는 일본 주도하에 아시아 국가들이 최대 1000억 달러의 기금을 모아 금융위기에 빠진 역내국을 지원하자는 명분으로 고안됐다. 그러나 IMF를 이끌어 온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데다 일본의 주도권 확대를 경계한 중국도 반대함에 따라 일본의 AMF 구상은 좌절됐다. 비록 AMF는 좌절됐지만 아시아국들은 ASEAN+3(한·중·일과 ASEAN 1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지역 금융협력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이런 노력은 금융협력기금 설치와 채권시장육성 방안 마련으로 구체화됐다. ASEAN+3 회원국들은 2001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5개국(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사이의 양국간 통화교환협정, 즉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를 구축해 2008년까지 870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간 통화스와프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초기 CMI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발발을 계기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CMI가 국가 간 개별 계약에 머물러 법적 강제력이 미약했고 스왑계약 규모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시 외환부족에 시달리던 회원국들이 CMI 협정에 의한 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CMI 체제의 한계는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ASEAN+3 회원국들은 2009년 CMI 참여국을 13개 회원국 전체로 확대하고 기금규모도 1200억 달러로 늘리는 한편 단일기금계약 형태의 공동의사결정제도 채택 등을 통해 초기 CMI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CMI다자화(CMIM)에 합의했다. 2014년부터는 CMIM 기금 규모를 2400억 달러로 늘려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했다. 아시아 채권시장의 사정도 녹록지 않았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은행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탓에 역내 채권시장 발전은 상당히 더뎠다. 그 결과 역내에서 조성된 잉여저축이 역내 채권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이 잘 발달된 선진국 채권시장에 투자돼 왔다. 이로 인해 아시아 기업들은 잉여자금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선진국 시장에서 단기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외화표시 역외 단기 차입과 국내통화표시 역내 장기 대출의 만기불일치와 통화불일치가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불일치 문제를 일으켰다. 이는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한 국가들의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내 채권시장 육성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이런 공감대하에 2003년 5월 ASEAN+3 재무장관회의는 역내 저축을 역내 투자로 연결시키는 선순환구조 마련을 목표로 아시아채권시장육성방안(ABMI)에 합의했다. ABMI를 통해 회원국들은 역내 채권시장에서 회원국 통화표시 채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촉진하는 한편 역내 채권시장의 규제를 정비하고 기초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협력을 위한 노력은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계속됐다. 아태지역 경제협의기구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회원국 간 펀드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자는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등의 금융협력 과제를 논의 중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역내 개도국의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공공·민간자본의 역내 투자를 촉진하는 등 금융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 역내 중앙은행 차원의 협력도 강화돼 왔다. ‘동남아중앙은행기구’(SEACEN)는 19개 회원 중앙은행 간 교육·연수 및 조사연구를 통한 금융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동아시아태평양중앙은행기구(EMEAP)도 11개 회원 중앙은행 공동으로 ‘아시아채권펀드’를 운용하여 역내 채권시장 육성에 힘을 보태 왔고, 중앙은행 간 역내 금융위기 관리체제를 마련해 중앙은행간 협력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금융협력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의 22%이고 한·중·일 외환보유액 합계는 5조 6000억 달러인 거대 경제권이다. 또한 CMIM 기금의 80%를 한·중·일이 부담하면서 역내 금융협력 이슈를 사실상 이끌어 왔다. 한·중·일은 미래 성장둔화 가능성과 고령화 및 재정부담 가중 등 공통의 문제까지도 함께 고민 중임을 감안하면, 3국 간 협력 강화가 한·중·일 3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를 더욱 긴밀히 연결시키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가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는 점도 아시아 금융협력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위안화는 결제통화로서 무역결제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홍콩을 중심으로 위안화 역외시장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23개국 중앙은행과 2조 6000억 위안 규모의 국가간 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했으며 런던, 프랑크푸르트,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국제금융도시 간의 위안화 허브 유치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하면 위안화 국제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도 위안화는 무역결제와 투자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 금융협력 강화 차원에서도 무역거래비용을 줄이고 결제통화 선택폭을 넓히는 한편 역내 투자와 교역도 활성화시키는 등의 위안화 국제화 순기능은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세계 2위로 성장한 중국 경제와 위안화의 대외 영향력 확대는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역내국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역내 다른 통화의 약세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위안화 국제화가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 측면에도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역내국들은 그동안 쌓아온 금융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각국의 금융 경쟁력 강화에도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지영 한은 조사국 전문부국장 [쏙쏙 경제용어] ■국가간 통화스와프협정 양국 간 자국 통화와 상대국 통화를 맞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금융위기 등으로 외환이 필요한 국가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외국 통화를 단기 차입하는 형태의 중앙은행 간 신용계약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각각 3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협정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킨 바 있다. 특히 2008년 10월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협정은 두 차례 연장된 다음 2010년 2월 종료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9월말 현재 중국(560억 달러) 등 5개국과 807억 달러의 자국통화표시 스와프계약이, CMIM(384억 달러) 및 일본(100억 달러)과 484억 달러의 미달러화 표시 스와프계약이 체결돼 있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오픈 1년… 상하이자유무역구 성적은 ‘C’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오픈 1년… 상하이자유무역구 성적은 ‘C’

    지난달 29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중국의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FTZ)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고질적 관료주의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가 개방돼 신규 기업 등록과 수출입 실적 등의 부문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으나, 국가 차원의 다양한 제도 혁신을 시도하는 ‘제2의 개혁·개방의 실험장’이 될 것이란 당초 기대에는 미흡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관리위원회는 9월 15일 기준 도소매업과 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1만 2266개의 신규 기업이 FTZ 내에 입주해 기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같은 달 26일 밝혔다. 지난 20년간 이 지역에 등록한 기업(약 8000개)보다 65%나 더 많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이 1만 589개, 외자 기업은 1677개다. 8월 말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이 FTZ 내에 지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설 등록 기업의 자본금은 모두 3400억 위안(약 58조 6160억원)이다. 등록 자본금이 1000만 위안을 넘는 회사도 5200개나 된다. 이들 기업의 올 1~6월 총매출액은 7400억 위안이다. 이 중 상품 부문 매출액이 6350억원이며, 서비스 부문 매출액 535억원 등이다. 1~8월의 수출입 총액은 54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 당국이 장려하는 금융 관련 기업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영국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23개의 외국계 은행을 비롯해 증권사와 금융리스사, 자산관리회사, 금융정보서비스 등 국내외 금융 관련 기업 520개가 FTZ 내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특히 지난 6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확대 개방 조치’를 통해 외국 기업의 물류, 의료 등 서비스업 투자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 의료기관의 최소 투자총액과 경영 기한 제한도 없애 외국 자본의 의료기관 설립을 보다 쉽게 했다. 이 덕분에 최초의 외자 병원인 독일 아르테메드 병원이 설립 인가를 받았다. 통관 시스템 간소화로 수출 시간은 평균 36.4%, 수입 시간은 41.3%가 단축됐다. 통관 절차와 사업자 등록 절차를 지연시키는 고질적인 관료주의를 최소화해 입주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FTZ 투자 제한 목록인 ‘블랙리스트’도 출범 당시 190개 항목에서 139개 항목으로 27%(51개)나 줄였다. 중앙정부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27개 조항의 ‘선물 보따리’를 푼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FTZ 출범 1주년을 맞아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내 외국인 독자 혹은 합자 운영 등 외국인 투자 진입 확대’와 관련한 27개 조항을 발표해 앞으로 외국인 투자를 더욱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에 따르면 요트 선박 설계, 염전 도매, 석유탐사·개발 신기술 연구·개발(R&D), 고속철 등 열차, 철도화물 운송 등 도시 인프라 설비, 항공운수 판매, 민간항공 엔진 제조, 촬영 서비스 등 업종에 외국인이 독자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외국인은 중국 본토 기업과의 합자를 통해서만 진출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외국인이 독자적으로 100% 투자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바이밍(白明)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국제시장 연구부 부주임은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관련 정책은 개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개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이번 27개 조항은 외국 기업인의 요구와 부합하는 것이자 정책이 한층 정교화됐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형식의 FTZ가 중국 전역에 10여개 이상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전망이다. 톈진(天津)시, 광둥(廣東)성, 푸젠(福建)성 샤먼(厦門) 등 전국 10여개 성·시에서 국무원에 FTZ 설립 비준을 신청하는 등 과열 양상마저 띠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달 18~19일 상하이를 전격 방문,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 등록된 기업들이 원만히 발전해 커다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 FTZ의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투자 주체인 외국 기업들의 평가는 비교적 냉담하다. 주요 성과의 지표로 내세우는 입주 기업 숫자도 대부분 중국 기업으로 채워져 있어 ‘무늬만 자유무역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입주 기업 중 외국 기업 비율은 13.7%에 불과하다. 홍콩·타이완을 제외하면 이 비율은 6%로 급락한다. 금리 자유화와 해외 외환 투자, 위안화 자본의 해외 유출입 등에 대한 시행세칙 발표가 늦어지는 등 실질적인 개혁·개방 조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불만이다. 더욱이 일부 분야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 아직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열린 외국 투자 기업 간담회에서 미국 투자 기업 대표는 “정보통신과 인프라 등 일부 업종의 투자 제한 조치가 풀렸지만 실제로는 외국 기업들의 진입이 불가능한 분야가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산업별로 1차 산업 6개, 2차 산업 66개, 3차 산업 67개 업종이 투자 제한 조치 대상으로 남아 있는 탓이다. 주하이빈(朱海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지금처럼 더딘 속도로 나가다가는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hkim@seoul.co.kr
  • 고금리를 찾아… 빨라지는 ‘쩐의 이동’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면서 ‘쩐(錢)의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사태’ 등으로 한동안 주춤하던 특정금전신탁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증권, 은행, 보험사 등에서 판매하는 특정금전신탁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고객이 지정한 특정 대상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올 7월 말 기준 수신잔액이 208조 7511억원이다. 전월보다 12조 4009억원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금전신탁 증가액(12조 4074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연기금이 투자하는 불특정 금전신탁까지 포함한 금전신탁 잔액은 7월 말 기준 281조 1870억원이다. 금융권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7월부터 팽배해지면서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투자처로 시중자금이 옮겨갔다”고 전했다. 특히 은행들이 지난 7월부터 예금 금리를 미리 내리면서 위안화 예금에 투자하는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에 돈이 쏠렸다는 설명이다. 위안화 예금과 맞물린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의 수익률은 연 2.8∼3.0% 수준이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초반 내지 1%대인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익률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단행된 8월에는 이런 ‘머니 무브’가 더 심화됐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은행 정기예금의 경우 8월에만 2조 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갈아탈 수 있으면서 금리는 더 높은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전월보다 5조 7000억원 더 몰렸다. 지난 7월(6조 5000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높은 증가세다. 한은은 “MMF는 장부가로 평가되는 상품 특성상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서서히 반영돼) 다른 단기금융상품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어음(CP), 주가연계증권(ELS), 사모펀드 등에도 돈이 몰리면서 ‘5분 완판’ 상품이라는 신조어가 자리 잡았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판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매진된다는 것이다. 5000만원까지는 원리금이 보장되면서 금리는 은행보다 높은 저축은행 예·적금이 인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아직은 불안하다 보니 ‘본격적인’ 돈의 이동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중국 속의 한국 기업] 우리은행, 중국우리은행 발판… 글로벌 금융으로

    [중국 속의 한국 기업] 우리은행, 중국우리은행 발판… 글로벌 금융으로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중국 시장에 눈을 돌려 중국을 발판으로 글로벌 선두은행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2007년 11월 국내 은행 최초로 중국 법인은행인 ‘중국우리은행’을 설립한 이후 6월 말 현재까지 베이징, 톈진, 다롄 등 중국 각지에 총 17개(분행 8개, 지행 9개)의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한국계 은행 최초 인터넷뱅킹, 중국 개인 대상 인민폐 영업, 직불카드, 파생상품 허가 취득 등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자본금 3억 달러, 총자산 32억 달러, 영업수익 6600만 달러, 직원 수 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전체 고객 중 중국계 고객 비중이 68%를 차지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교통은행과 손잡고 ‘원·위안화 국제결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 은행은 한·중 통화스와프 무역결제 협력, 원·위안화 금융상품 교차 판매 및 양국 통화 무역거래에 관한 정보를 상호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양국 간 통화스와프 무역결제에 자국 통화인 원화와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이후 양국의 민간은행이 정부의 금융정책을 시장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우즈베크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에 동참”

    우즈베키스탄이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옛소련 경제권 통합을 추진 중인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은 믿을 수 있는 동반자”라고 말했다고 아키프레스 등 현지언론은 전했다. 카리모프는 그러면서 “중국이 제안한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과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에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즈베크는 중국의 성공적인 개발 경험을 본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에 “양국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우즈베크의 산업단지 건설에 중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이를 위해 양국협력 5개년 계획을 우선 마련하고 관련된 7개의 협정을 이날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화한 소비시장의 확대를 꾀하는 중국은 최근 시 주석의 주도 아래 실크로드 경제권 창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을 제안하며 역내 교통망 체계 개선, 투자 및 무역협력 강화, 위안화 등 지역통화의 국제결제 확대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옛소련 경제권 통합으로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재 역내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자칫 역내 갈등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5월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이 창설조약을 체결한 EEU는 내년 1월 본격 출범한다. 그러나 소련서 독립 후 탈(脫)러시아를 외쳐온 우즈베크는 EEU를 옛소련 부활을 위한 사전단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EEU 창설조약 체결 직후 “그들(EEU)은 단지 경제권만 통합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자주권과 독립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경제적 독립이 없는 정치적 독립이 어떻게 가능하냐”라고 반문하며 러시아 주도의 역내 경제권 통합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경제권 통합에 따른 이익 측면에서 EEU와 실크로드 경제권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국인 관광객·씀씀이 늘어… 작년 13조원 생산유발 효과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빠른 속도로 늘고 씀씀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산업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이 2007년 106만명에서 지난해 432만명으로 연평균 26%씩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 1명의 평균 지출액은 2008년 1262달러에서 지난해 2272달러로 5년 새 80%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1684달러)보다 1.3배나 많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이 35.5%로 가장 많았다. 위안화 강세에 따른 중국인의 구매력 증대, 중·일 영토 분쟁으로 인한 일본 여행의 대체 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들 중국인이 지난해 쓴 돈은 2010년보다 4배가량 늘어난 7조 67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의 49%를 차지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총지출이 지난해 우리 산업 전체에 미친 생산유발 효과는 13조 3700억원으로 추산됐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위안화 예금에 국내 큰손 대거 몰려

    위안화 예금에 국내 큰손 대거 몰려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위안화 예금이 4조원 넘게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한 달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지난해 가을부터 위안화 예금이 강세이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한 달에 4조원 넘게 불어난 적은 없었다. 위안화 예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은은 지난달 말 기준 국내 거주자 위안화 예금 잔액이 161억 9000만 달러라고 밝혔다. 거주자란 내국인을 비롯해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등을 말한다. 한 달 전보다 42억 2000만 달러나 늘었다. 종전 최고 증가액이 25억 달러(2013년 11월)였던 점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고공비상이다. 금융권은 그 배경을 중국계 은행의 깜짝 금리 인상에서 찾는다. 중국은행 서울지점은 지난달 예금 금리를 0.5% 포인트 올렸다. 1년짜리 위안화 예금에 3.8% 이자를 준 것이다. 원화 예금의 1년 금리가 2.1~2.3%이니 금리 차가 1.5% 포인트 이상 벌어진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안화 예금 금리가 원화 예금 금리보다 높아 금리 사냥을 해오던 국내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순식간에 더 몰려들었다. 위안화 예금주 가운데 개인은 없다. 모두 기관투자가들이다. 하지만 국내 ‘큰 손’들도 증권사나 보험사를 통해 위안화 예금에 적지 않게 돈을 넣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 차이가 여전한 데다 한때 위안화 예금 급증세를 불안하게 여겨 규제에 나섰던 금융 당국이 창구지도를 접었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0.8%에 불과했던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624억 5000만 달러) 대비 위안화 예금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25.9%로 치솟았다. 전달(20.3%) 20%를 돌파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25%를 뚫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프랭클린·마오쩌둥 밝은 빛에 비춰봐라

    프랭클린·마오쩌둥 밝은 빛에 비춰봐라

    올 들어 미국 달러화 위조지폐가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국이 지난해 위조 방지 장치를 강화한 새 달러화를 내놓으면서 ‘밀어내기’ 위폐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외환·우리·국민·신한·하나·기업·농협 등 7개 은행에서 발견된 달러화 위폐는 7만 3142달러어치다. 지난 한 해 적발된 위폐 규모(4만 7576달러)의 1.5배다. 올 들어 발견된 위폐의 대부분은 100달러짜리다. 금융권은 이를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00달러짜리 신권을 내놓은 것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연준은 위폐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색 변환 잉크’와 ‘부분 노출 은선(隱線)’ 등 위조 방지 장치를 추가한 신권을 내놨다. 이 바람에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100달러짜리 구권 위폐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위폐 발견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0달러짜리 위폐는 주로 중국에서 제작·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고액권인 100위안(약 1만 7000원)짜리 위폐도 많아 휴가철 여행객과 유학생은 물론 국내 상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위폐에 당하지 않으려면 가급적 현금 대신 카드를 쓰는 게 안전하다. 가장 흔한 위폐 사용법이 ‘바꿔치기’이기 때문이다. 여행객 등이 택시, 식당, 상점 등에서 현금을 내면 거스름돈을 위폐로 건네는 방식이다. 위폐 여부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상대에게 받은 진폐를 위폐로 바꿔치는 것도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다. 그렇다고 현금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위폐의 몇 가지 특징을 익혀두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100달러짜리 구권은 밝은 빛에 비추면 오른쪽에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화가 나타난다. 진폐는 이 초상화가 선명하게 보이는 반면, 위폐는 다소 두껍고 투박하다. 100달러짜리 신권 위폐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다. 위안화 위폐는 달러화에 비해 조악하다. 붉은 잉크의 번짐 현상으로 인해 마오쩌둥 초상화가 짙고 거칠다. 빛에 비춰봐도 마오쩌둥 초상화와 숫자 100의 숨은 그림이 검고 진하게 나타난다.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측은 “중국에 갈 때는 가급적 100위안이 아닌 소액권으로 바꿔 가는 게 낭패를 덜 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시진핑과 인문학/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시진핑과 인문학/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여운이 아직도 묵직하다. 역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는 것 외에, 주요 2개국(G2) 정상 시진핑이라는 인물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언론은 그의 정치적 성장기를 집중 보도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한·중 FTA 연내 타결, 원·위안화 직거래 등에 합의했다. 여러 합의 내용 중에서 언론이나 일반인들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인문학자인 필자의 시선이 간 부분이 있었다. 바로 한·중 양국이 인문 유대 강화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양국 간 인문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인문교류 정책포럼을 개최하고, 한·중 청소년 특별 교류를 실시하며,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는, 구체적 계획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문사철(文史哲) 열풍과 인문 소양 중시 분위기에 비추어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바야흐로 신(新)르네상스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시점에 한·중 정상이 인문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 하겠다. 한·중 양국은 인문교류의 훌륭한 토대를 이미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인문교류가 한자와 한문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자와 한문으로 언어생활을 했고, 중국의 경전, 사상서, 인문 소양서 등을 받아들여 수학하면서 문화, 사상, 인문이 자연스레 하나의 문화권으로 형성된 것이다. 인문학의 시각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역대 지도자 중 인문 소양을 제대로 갖춘 정치 지도자로 평가할 수 있다. 마오쩌둥이 정치사상을 강조한 정치관료였다면 덩샤오핑은 실용경제를 중시한 경제관료, 후진타오는 과학기술을 중시한 기술관료, 시진핑은 역사지능과 인문소양이 높은 인문관료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시안(西安) 량자허(梁家河) 토굴에서 7년 동안 잡곡밥, 벼룩과의 사투, 고된 작업량으로 상징되는 ‘하방’(下放) 생활을 거친다. 중국 영화 ‘발자크와 소녀재봉사’에는 하방된 대학생이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Balzac)의 작품을 읽으면서 고난을 극복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시진핑도 이 시기 여러 인문 교양서들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 ‘독서가 리더십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한 그는 고사성어와 격언 등을 자주 인용해 격조와 함축미가 풍겨 나는 수사학(修辭學)을 구사한다. 이번 방한 중 기고문과 연설에서 논어(語), 당시(唐詩), 고금현문(古今賢文)을 인용했는데 이는 중국의 다른 지도자와 극명하게 차별되는 인문 소양 중심의 사고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타분야와의 융복합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한·중 인문유대는 양국 간 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한자문화권인 일본, 베트남을 포함한 동아시아 인문교류의 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과 중국의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주링허우’(九零後)들은 인문 소양이 부족한 세대들이다. 한·중 인문유대사업으로 ‘신(新)채근담’, ‘신(新)명심보감’ 같은 인문 교양서를 공동 개발해 양국의 청소년들이 함께 공부하고, 인문소양과 역사지능을 갖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 [다시 뛰는 한국경제] 우리은행, 한국계 은행 첫 중국 현지화 성공

    [다시 뛰는 한국경제] 우리은행, 한국계 은행 첫 중국 현지화 성공

    한국과 중국의 금융 교류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한국계 은행 최초’라는 이름을 단 우리은행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의 중국 현지 법인인 중국 우리은행은 현지화 전략을 무기로 중국 본토의 선두 한국계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2007년 총자산 17억 달러, 중국 내 현지 지점 5곳으로 출발한 중국 우리은행은 지난 5월 기준 총자산 32억 달러, 영업수익 6600만 달러, 지점 16곳으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전체 고객 가운데 중국인 고객 비중이 68%로 증가하는 등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2012년 1월 한국계 은행으로는 최초로 서부내륙 지역인 청두에 분행을 세우고 중국 현지 중소기업 및 개인 고객에 대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현지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의 발판을 다졌다. 또 우리은행은 최근 국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된 중국 교통은행과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위안화 국제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위안화 결제업무의 우선적 지위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교통은행의 위안화 결제·청산은행 지정을 계기로 교통은행과 중국 현지 기업의 원화 결제·청산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한·중 간 활발한 금융 거래를 통해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 국경없는 전쟁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 국경없는 전쟁

    지난 3일 오후 5시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내놓았다. 시 주석의 선물은 한·중 두 나라가 원·위안(元)화 직거래시장 개설과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중국 교통은행 서울지점) 지정, 800억 위안(약 13조 696억원) 규모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RQFⅡ) 한도 부여 등 위안화 금융허브(역외센터) 구축에 필요한 정책 패키지에 일괄 합의한 것이다. 중국이 영국 등과 3년 이상의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등을 승인했던 점을 고려하면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우리나라도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한국이 위안화 금융허브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완비함에 따라 위안화 사모펀드 자금이 곧바로 국내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인벤티스의 양궈핑(楊國平) 회장은 10일 “공공기금으로 조성된 180억 위안 규모의 역외 사모펀드 중 60억 위안을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위안화 무역결제액 4조 6300억 ‘국제화’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과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타이완 등이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9년부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가 급증하고 위안화 거래 규모도 증가하는 등 위안화 사용이 급속히 확대됐다. 2013년 위안화 무역 결제액이 4조 6300억 위안으로 2010년(5100억 위안)보다 무려 9배 이상 폭증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가 본격화됐다. 이런 흐름에 편승한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에서 위안화 비즈니스센터 선점을 통해 금융 부문 위상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의 선두주자는 홍콩이다. 홍콩이 사실상 제1위안화 금융허브로 입지를 굳힌 가운데 싱가포르와 타이완, 영국, 프랑스 등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먼저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 전략을 추진한 홍콩이 2004년 위안화 관련 업무를 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싱가포르, 타이완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도 위안화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 금융허브 구축 경쟁에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선두주자 홍콩… 유럽국가들도 경쟁 가세 2003년 12월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지정받은 홍콩은 지난 3월 기준 위안화 예금만 1조 위안에 이른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기 전인 2008년 말(620억 위안)보다 무려 17배나 급증했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4000억 위안), RQFⅡ 한도(2700억 위안) 면에서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 7월 위안화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위안화 자금 조달 활동도 활성화됐다. 위안화표시채권인 딤섬본드 잔액은 2013년 말 28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60% 이상 늘었다. 영국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에 나섰다. 지난달 18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런던 방문 중 중국 건설은행이 런던의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됐다. 앞서 지난해 6월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인민은행과 20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에는 800억 위안 규모의 RQFⅡ 한도도 얻어냈다. 2012년 말 글로벌 위안화 역외 거래 중 런던이 26%를 차지함으로써 유럽 최대의 위안화 금융허브로 떠올랐다. 프랑스도 동참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중앙은행과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설립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며 협약 체결로 유럽 내 위안화 금융허브 구축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3월 프랑스 금융기관에 800억 위안 규모의 중국 국내 시장 직접투자 한도를 부여했다. 중국과 프랑스의 무역 거래 중 10% 정도가 위안화로 결제된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은 “파리는 국제적으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위안화 금융허브가 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면서 “파리는 중국이 아프리카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중국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만일 파리에 위안화 금융허브가 생기면 1년 동안 위안화 거래량이 100억 달러(약 10조 132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향후 1~2개 금융허브만 살아남을 것” 2009년부터 위안화 결제업무를 해 온 싱가포르는 홍콩과의 차별화로 위안화 투자 고객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2월 위안화 청산업무를 시작했으며 10월에는 두 나라 통화의 직접거래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500억 위안 규모의 RQFⅡ 한도를 취득해 싱가포르 금융기관도 위안화로 중국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투자 할 수 있게 됐다. 외환시장 1일 거래량 세계 4위를 자랑하는 싱가포르는 2011년부터 위안화 예금 유치와 자산관리상품을 출시하는 등 위안화 관련 업무를 개시했다. 현재 싱가포르의 위안화 잔액은 1000억 위안 안팎으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로 추산되고 있다. 타이완은 2005년부터 위안화 환전업무를 시범 실시하면서 위안화 금융허브를 꿈꾸고 있다. 타이완의 위안화 결제 규모는 홍콩과 싱가포르,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위안화 예금 규모는 2013년 5월 기준으로 660억 위안에 이른다. 지난해 2월부터 타이완 금융회사 46곳이 위안화 서비스를 시작했고 1000억 위안 규모의 RQFⅡ 한도를 취득했다. 중국의 중국은행과 교통은행, 건설은행이 타이완에 지점을 내고 영업 중이며 중국은행 타이베이(臺北) 지점이 타이완 내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돼 있다. 토니 푸 SC은행 타이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아시아에서 위안화 금융허브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중국이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면 1~2개 금융허브와 이를 보완하는 1~2개 센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hkim@seoul.co.kr
  • [씨줄날줄] 美·中대화와 외교수사학/박홍환 논설위원

    중국의 지도자들은 선조들의 휘황찬란한 역사와 문화에 고마워할 법도 하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사자성어나 고문들을 이용해 대화의 상대방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하늘이 건네준 복이라고 할 수 있다. 간결하면서도 전하고자 하는 뜻을 상대방에 고스란히 전달해줄 수 있는 사자성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선조들에게 머리를 조아릴 이유는 충분하다. 일단 멋들어진 풍류를 내보일 수 있지 않는가. 특히 대국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 그 진가는 두드러진다. 그제 열린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논어의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는다”(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구절을 인용해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뜻을 완곡하게 밝혔다고 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미국에 왜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어 사달을 일으키느냐는 힐난을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직언을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얘기들을 고전을 꺼내 들어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 간 전략경제대화는 2009년 처음 시작됐다. 조지 H 부시 행정부 시절 진행된 ‘전략경제대화’가 중국의 위상 확대에 따라 ‘전략과 경제’ 대화로 확대 개편된 것이다. 전자가 경제에 방점이 찍혔다면 후자는 외교에 주안점이 있다. 두 나라의 외교 및 경제 사령탑이 번갈아가며 상대국을 방문해 회의를 진행한다. 북핵이나 위안화 절상 등 이슈에 따라 긴장감이 달라진다. 외교적 수사(修辭)가 총동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워싱턴의 첫 번째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미 지도자들은 온갖 수사여구를 동원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중국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을 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산(山)은 계속 다니면 길이 만들어지지만 얼마 동안 다니지 않으면 풀이 우거져 막히게 된다”는 맹자(孟子)의 말을 인용, 양국이 21세기의 새 길을 만들어 보호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힐러리 장관은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심심상인’(心心相印)과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人心齊, 泰山移)’는 중국 속담을 꺼내 협력을 구했다. 이후로도 미·중 양측 인사들은 전략경제대화에서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뜻을 담은 ‘동주공제’(同舟共濟) 등의 사자성어를 종종 거론했다. 하지만 그들이 건네는 덕담 속에는 상대를 견제하는 가시와 발톱이 감춰져 있음은 물론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美·中 ‘北비핵화’ 입맞추고… 남중국해·환율은 입씨름만

    10일 폐막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동·남중국해 영토분쟁, 사이버 해킹, 위안화 절상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양국의 이견만 재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다만 양국이 갈등 통제 원칙을 확인하고, 상황 관리에 나설 뜻을 확인한 점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동·남중국해 영토분쟁과 관련, “미국이 객관적 입장을 지키며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는 기존의 승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에서 양 국무위원에게 “태평양 국가인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 역사적인 역할을 했고 거대한 지분이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아·태 지역의 기존 질서에 참여하고 공헌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도 미국의 간섭 배제 원칙을 천명했다. 양 국무위원은 “중국은 타이완과 시짱(西藏·티베트) 문제에서의 원칙적 입장을 반복하고 쌍방이 마땅히 상호 주권과 영토의 완전한 보호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신장·티베트 등의 문제에 대해 “문화·종교·인종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사이버 해킹에 대해서도 “(중국의) 해킹이 초래하는 지적 재산권의 손실은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준다”며 중국의 사이버 절도 행위에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한편 양측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케리 장관은 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드는 데 동의했다”면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양 국무위원은 “한반도 핵 문제에서는 쌍방이 협상을 통한 비핵화 실현의 중요성을 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美·中 충돌은 재앙… 자신의 뜻 강요 말라”

    “美·中 충돌은 재앙… 자신의 뜻 강요 말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9일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은 두 나라와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양국이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통점을 모으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전략적 인내심을 유지한다면 양국 관계는 풍파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연설에서 “부상하는 힘(중국)과 기존의 힘(미국)은 서로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 미·중이 협력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생긴다”고 화답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 봉쇄’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사이버 해킹, 영토 분쟁 갈등 등으로 대립해 온 두 나라가 이번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기점으로 전면 충돌이 아닌 갈등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그러나 “양국은 서로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한 보존을 존중하고 서로의 발전 방식을 존중해야 하며 자신의 뜻과 의지를 상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며 영토 분쟁 등 주요 현안에 있어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해 양국 간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략대화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사이버 해킹, 영토 분쟁 갈등, 위안화 환율 절상 등의 이슈를 놓고 양측이 설전을 벌였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美·中 9일부터 베이징서 전략경제대화 환율·북핵 민감의제 ‘기싸움’

    미국과 중국이 9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제6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나선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 존 케리 국무장관, 왕양(汪洋) 부총리,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양국의 경제·안보 사령탑이 총출동한다. 양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들이 많아 대화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통상·환율 문제로 중국을 압박할 계획이다. 당장 양국이 조속히 정보기술협정(ITA) 확대 협상을 타결해 중국에 들어가는 미국 정보기술(IT) 제품의 무관세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안화의 추가 절상도 요구할 계획이다. 반면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을 문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보안 문제를 두고도 양국 간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5월 자국 장교 5명을 사이버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절도 문제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의 중국 장교 제소 사건 이후 지난해 처음 시작된 미·중 인터넷안전공작소조 회의가 올해는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8일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을 중심으로 열린 4차 미·중 전략안보대화에서도 논의됐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전략안보대화에서 중국 측은 미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동·남중국해 문제에서 상대국에 위협적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2일 방중한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꽃은 많이 심고 가시를 키우는 것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며 회의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경제 블로그] 시진핑 방한 계기로 금융권 ‘관시 마케팅’ 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 왔다 간 지 벌써 사흘이 지났지만 국내 산업계는 여전히 ‘시진핑 효과’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시 주석의 방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기대감을 키우는 것은 금융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은행, 보험, 증권사들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성장 가능성이 큰 중국시장 진출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각 금융사들은 저마다 중국의 유력 금융권 인사들과 맺은 ‘관시’(關係)를 비즈니스 관계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에서 중국 금융계 유력자들과 가장 끈끈한 인연을 자랑하는 인사로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꼽힙니다. 그는 지난달 중국에서 출범한 ‘신금융연맹’의 초대이사 25명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습니다. 신금융연맹은 중국 내 저명한 금융권, 정보기술(IT), 학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민간 조직입니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하나은행이 한국계 은행으로서는 유일하게 아시아금융협력연맹에 가입해 중국 민생은행과 협력관계를 맺었습니다. 둥원뱌오(董文標) 민생은행 회장과는 종종 술자리를 갖는 막역한 사이라고 합니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역시 탄탄한 관시를 맺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이번 시 주석 방한 당시 국내 위안화 결제청산은행으로 지정된 중국 교통은행의 뉴시밍(牛錫明) 회장과 수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번 방한단에 포함된 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를 “먼 길을 온 오랜 친구(遠道而來的 朋友)”라고 칭하며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우리은행은 교통은행 서울 지점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두 금융권 인사가 구축한 관시는 중국 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자산규모와 대출, 예금 규모에서 모두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가운데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고, 우리은행은 그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관시 구축이 중국에서의 성장을 노리는 국내 금융사들이 노려야 할 최우선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현대硏 “위안화 국제화 수준 엔화 바짝 쫓아”

    최근 전 세계 무역·금융 결제 및 지급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로서 일본 엔화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6일 낸 ‘위안화 국제화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의 국제화 수준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은 39.9, 엔화는 46.8로 나타났다. 국제화 정도는 경제 규모, 통화가치의 안정성, 외환거래, 자본개방, 결제통화 등 다섯 가지 측면을 평가해 나온 수치다.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은 아직 엔화에 미치지 못했지만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경제 규모와 통화 안정성 항목에서는 위안화가 각각 86.5, 83.4를 기록해 51.5, 50.0을 보인 엔화를 크게 앞섰다. 한국 원화의 국제화 수준은 32.7에 그쳤다. 전 세계 결제통화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집계치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전 세계 35위였던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지난 4월 스위스의 프랑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미국 달러가 42.5%로 가장 높았고 유로(31.0%), 영국 파운드(8.6%), 일본 엔(2.4%), 캐나다달러(1.8%), 호주달러(1.7%) 순이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씨줄날줄] 기축통화와 경제 패권/문소영 논설위원

    국제 금융거래나 교역대금 결제에 사용되는 통화를 기축통화(基軸通貨)라 한다. 미국 트리핀 예일대 교수가 ‘키 커런시’(key currency)라고 이름 붙였다. 현재 국제적 주요 통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기축통화는 황금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국제금융의 중심지가 된 영국의 파운드가 기축통화가 됐다. 하지만, 1차 대전으로 영국을 포함해 유럽 경제가 피폐해지자 전쟁특수를 누린 미국의 경제적 부상을 바탕으로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교환되고, 안정적인 통화가치로 국제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충분해야 하며,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는 외환·금융·자본시장이 고도로 발달해야 한다. 결국 2차대전 중에 기축통화의 자리를 굳힌 미국 달러화는 1944년 7월 브레턴우즈체제 (Bretton Woods System)로 확고해졌다. 금 1온스당 35달러로 고정한 금환본위제의 실시였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추락하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금환본위제 포기를 선언했다. 그래도 미국은 1985년 일본 엔화 강세를 강요한 ‘플라자 합의’ 등을 토대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켜냈다. 1980년대 시작된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등 ‘쌍둥이 적자’는 달러 약세를 이끌어 21세기 초 세계 금융시장의 걱정거리였다. 모델 지젤 번천이 모델료의 달러화 결제를 거부할 때가 2007년이다. 이런 중에 2008년 9월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사의 파산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막대한 달러 유동성을 요구했고, 미국은 이런 기대에 부응해 달러를 찍어냈다. 달러가치 추락으로 세계 금 선물시장에서 금값이 사상 최고가로 치솟기도 했다. 1930년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옮겨갔듯이, 2008년부터 다른 기축통화의 부상이 제기됐다. 경제침체에 허덕이는 EU의 유로화보다는 G2로 부상한 중국 위안화가 일본 엔화를 밀어내며 국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위안화가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덕분이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지난해 4조 6000억 위안으로 재작년보다 58%나 늘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사인했다. 직거래를 하면 중간에 달러를 놓고 교환하는 것보다 환전수수료가 줄고, 환변동성도 감소한다는 전망이다. 만약 기축통화가 바뀐다면 경제적 패권의 이동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패권 이동의 선행지표일 수 있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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