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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거된 필리핀 위안부 소녀상

    철거된 필리핀 위안부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려고 필리핀에 건립한 조각상이 또 철거됐다. 4일 일간 마닐라 심분(신문) 등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라구나주(州) 산페드로시는 지난해 12월 30일 여성의 집에 건립했던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했다.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건립된 이 소녀상은 청동으로 만든 의자에 한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앉아있는 조형물로 2011년 12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것과 같은 작품이다. 당시 이를 조각한 김서경·김운성 작가 부부가 제작했다. 카타퀴즈 산페드로시 시장이 2017년 9월 충북 제천을 방문했을 때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고 이근규 당시 제천시장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됐다. 제막식에는 이 전 시장과 김서경·김운성 부부 등 한국대표단 8명은 물론 카타퀴즈 시장을 비롯한 현지 대표 1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주필리핀 일본대사관이 “이번 경우를 포함해 다른 국가들에위안부 조각상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유감이며 일본 정부의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성명을 발표한 지난해 12월 30일 전격 철거됐다. 카타퀴즈 시장은 지난 3일 성명에서 “평화와 여권신장을 기원하고 한국인과 필리핀 국민의 우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한국인들이 소녀(상) 옆에 필리핀 여성상을 두지 않아 원래 개념이 곡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필리핀과 일본의 좋은 관계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는데 ‘미완성’ 조각상으로 그런 우려가 제기돼 더 이상의 논란을 피하려고 철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일본 측의 항의 성명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고 반박했던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도 지난 3일에는 “누가 소녀상을 철거했는지 모른다”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정책에 따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산페드로시 관계자는 “소녀상이 어디로 옮겨졌는지,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UPI통신은 이 소녀상이 카타퀴즈 시장의 사저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4월에도 수도 마닐라에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 동상이 일본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고 난 뒤 철거됐다. 이 동상은 2017년 12월 필리핀 국가역사위원회와 위안부 피해자 단체가 건립한 것으로 마닐라시가 배수시설 개선 작업을 명분으로 심야에 철거해 여성단체의 반발을 샀다. 여성인권단체 ‘라일라-필리피나’는 소녀상에 대한 일본 측의 항의에 대해 “평화의 소녀상을 궁극적으로 철거하려는 일본의 시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이 단체 상임이사인 샤론 실바는 “고통받는 위안부 여성을 위한 소박한 성지가 거부되고 재정지원의 협상 카드가 되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필리핀의 주요 원조국이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무대서 부활한 그날의 그 함성

    무대서 부활한 그날의 그 함성

    안중근 생애 다룬 뮤지컬 ‘영웅’ 10주년 만주 피난민의 귀향 소재 오페라 ‘1945’ 서울시합창단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등 독립운동 시대상 담은 작품 연달아 개막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과 일제시대 당시 시대상을 다룬 공연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공연제작사 수키컴퍼니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창작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를 오는 2~4월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는 장대한 서사와 남녀 주인공들의 운명적 사랑 등을 담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남녀 주인공 ‘여옥’과 ‘대치’로 출연한 배우 채시라와 최재성의 ‘철조망 키스신’은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오페라와 뮤지컬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변숙희 프로듀서의 총괄 아래 노우성 연출가와 원미솔 음악감독 등이 이번 작품을 위해 손을 잡았다. 뮤지컬 버전에서는 원작과 다른 인물관계 등을 창조해 극적 몰입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뮤지컬 ‘영웅’은 초연 10주년 기념공연으로 3~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오른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작품인 ‘영웅’은 2009년 초연 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창작뮤지컬이다. 주인공 ‘안중근’ 역에는 2017년 공연 때 출연했던 안재욱과 정성화, 양준모가 다시 캐스팅됐다.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 준비가 본격화되면 3·1운동 100주년의 의미와 작품의 연관성을 더욱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작으로 5월과 9월에 각각 로시니의 ‘윌리엄 텔’과 창작오페라 ‘1945’ 등 두 작품을 선보인다. 독일 시인 쉴러 원작의 ‘윌리엄 텔’은 오스트리아 압제 아래 있던 스위스의 독립투쟁을 다룬 작품으로, 특히 서곡 가운데 ‘스위스 군대의 행진’ 부분은 음악 교과서에 단골로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유럽에서도 쉽게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4시간이 넘는 대작으로, 이번 무대는 한국 초연이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마농’의 지휘를 맡아 호평을 받았던 세바스티안 랑 레싱과 최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발퀴레’를 연출한 베라 네미로바가 작품에 함께한다. 유럽에서 ‘윌리엄 텔’ 무대에 올랐던 테너 강요셉이 이번 프로덕션에 참여한다. 창작오페라 ‘1945’는 국립극단 무대에 올랐던 배삼식 극본의 동명 원작이 소재다. 2017년 7월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던 ‘1945’는 갑작스러운 독립을 맞이한 만주 피난민들의 귀향을 다룬 작품이다. 일본군 위안소에서 있었던 한·일 위안부 여성 ‘명숙’과 ‘미즈코’ 등 역사의 장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던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렸다. 이번 오페라 버전에는 프라하 국립 오페라 하우스 등에서 활동한 일본인 소프라노 유키코 긴조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의 연출은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이, 작곡은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가 각각 맡았다. 음악 공연도 예정돼 있다. 서울시합창단은 이용주 작곡의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 국내 초연 무대를 준비 중이다. 3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유관순 열사와 일대기를 통해 자유인권 운동이었던 3·1절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다.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도 독립운동과 해방을 기념하고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은 정기연주회 ‘통일을 향한 어린이들의 합창’을 4월 5~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신년 인터뷰] “김정은, 무수한 논란에도 핵포기·체제보장 맞교환 포기 않을 것”

    [신년 인터뷰] “김정은, 무수한 논란에도 핵포기·체제보장 맞교환 포기 않을 것”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 2000년 6월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끈 박재규(74) 경남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수한 논란에도 핵 포기와 체제 안전 보장을 맞바꾼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종전선언, 적절한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가 맞물리게 하는 해결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북한 비핵화가 최소 10~15년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북·미 간 불신의 골이 여전히 깊어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 등이 단계적으로 협의되고 이행돼야 비핵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세밑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 총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했을 때 남북관계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했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 반세기 대결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변화시켰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북한은 식량·전력·의료난 등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경제난을 해소하려 했다. 오늘날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비핵화 유훈에 따라 체제 보장·비핵화 등 미국과의 상호 조치를 이끌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이유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 시절 왜 핵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핵이 완성되면 비핵화와 체제 보장 문제를 해결하라는 유훈이 있었고, 핵을 개발한다는 1차적 목적도 달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대신 체제 보장을 받는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도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계속되는 제재 때문에 한계에 봉착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달리 선대의 유언에 따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최소 10년에서 15년 걸린다고 했는데 이에 동의한다. 시간이 다소 걸려도 가야 할 길이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본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 스타일과 김정일 위원장을 비교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노련하고 신중한 성격이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오히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닮아 진지하고 호탕한 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포괄적으로 통 크게 결단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협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런데 실무선으로 가면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미 간 불신의 골이 깊어서인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15만 관중 앞 연설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에게 남북한의 번영과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한 동반자로 비쳤을 것이다. 분단을 초래한 냉전적 대결구도를 청산해야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 냉전적 대결구도 청산은 남북 화해협력뿐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도 포함한다.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미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가 구축돼 관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모든 냉전적 요소들을 한 바구니에 넣고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최근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 논의가 활발한데 한·미간 엇박자 논란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목표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경제협력과 교류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 동안 후퇴한 측면도 있고, 이번이 좋은 기회니까 놓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우리가 잘 공조하고 있지만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서로 간의 대화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며 이견을 잠재울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싼 ‘남남갈등’ 등 한국 사회에 김정은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2000년 역사적 첫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남남갈등이 심했지만 최근 한반도 상황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노선으로 국가운영 전략을 수정하고,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및 지뢰 제거 등이 이뤄져 남북 상호 간 신뢰가 구축되고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긍정적 시각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남한 답방을 할 것으로 보는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에 내려올 상황이 아니었다. 냉전 기류에 ‘서울 불바다’ 발언 여파도 있었다. 이후 우리가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 북측에 “이 공단은 남북이 훗날 경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김 위원장도 선친 시절의 학습 효과로 남측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해할 것이다. 북한이 경제 발전을 하려면 먼저 남북의 협력관계가 잘돼야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미 정상의 결단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까. -북한의 여러 내부 사정과 중·러 등 관계 변화에 좌우되는데 지금 판단으로는 조금 늦어질 수 있다. 2001년 5차 남북 장관급회담 당일 회담 시작 몇 시간 전 북측으로부터 취소한다는 통보가 온 적도 있다. 남북 간 회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남측에 내려왔을 때 평양에 간 문 대통령처럼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다. 북한에서도 한국 언론을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속도가 좀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여러 차례 언급했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선제적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을 실행했으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까지 공약했다. 비핵화 의지는 협상을 통해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어서 아직 구체적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아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 상응조치가 적절하고 단계적으로 협의·이행돼야만 비핵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쟁점은. 미국의 ‘선 비핵화’와 북한의 ‘선 제재 해제’ 주장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나.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적절한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가 단계적으로 맞물리게 하는 해결 로드맵이 필요하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핵시설 리스트를 총체적으로 먼저 제시하고 사찰·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하는 등 견해 차이가 있다. 따라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이 안 되면 결국 절충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로드맵 문제가 큰 틀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남북관계와 비핵화 간 속도조절을 주문한 상황에서 정부 대응에 대한 조언은. -남북 화해와 북·미 화해가 선순환해야만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프로세스가 선순환할 수 있다는 점을 한·미 양측이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 과정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은 있을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견 조율 과정이 한·미 간 상호 신뢰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양측은 투명하게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비핵화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공통 인식을 확대하고, 차이점에 관해서는 상호 협의를 통해 잘 조정해야 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했다. 북·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2년은 공화당이 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단점 정부’ 상태였다. 중간 선거 이후 ‘분점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가 민주당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실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단 비핵화 자체는 초당적 합의 쟁점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의 정책 방향성은 일정하게 유지되며 북·미 간 협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의 압박이 강해지고 ‘러시아 스캔들’ 등에 따른 탄핵 여론이 이어지면 2020년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져 미 정부 내 북한 비핵화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도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을 비롯한 견제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 향후 전망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특히 미·중 간 경제적 충돌은 세계 경기를 둔화시키며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쪽을 잘 살펴야 한다. 우리는 가치와 동맹에 기반해 수립하고 있는 안보 전략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고 이용하는 한편, 새로운 지역질서를 위해 이념·동맹·역사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미·중의 시각은 북핵과 한반도를 넘어 세력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상황도 고려하면서 양측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는 등 신냉전 우려가 있는데. -미국의 INF 파기는 러시아를 겨냥하면서도 그동안 INF에 구속받지 않았던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중·러 모두를 포함하는 새로운 다자간 INF 체결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 INF 파기는 미·중 군사적 균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러 관계가 더 밀접해지면서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악화일로인데 전망은.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7월 첫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이익 공유 관계’에 합의했다. 한·일은 정상회담이 늦어지면 서로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잘 풀리면 한·일 관계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대담 김미경 국제부장 chaplin7@seoul.co.kr 정리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2000년 통일부 장관 시절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바지 박재규(74) 경남대 총장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헌신해온 정치학자로, 1967년 미국 페얼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경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통일문제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1972년 경남대 부설 통한문제연구소(현 극동문제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73~1986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2003~현재), 동북아대학총장협의회 이사장(2003~2010년), 제26대 통일부 장관(1999년 12월~2001년 3월) 등을 역임했다.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성공에 이바지했다.
  • “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 4000만원 사기 피해”…청와대 청원 글

    “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 4000만원 사기 피해”…청와대 청원 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1) 할머니가 17년 전 이웃에게 사기 피해를 봤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 할머니는 16살 때인 1942년 중국 옌지(延吉)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 성노예로 고초를 겪었고 해방 후에도 중국에 머물다가 58년 만인 2000년 귀국했으며 현재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31일 광주 나눔의 집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귀국 후 충북 보은에 터를 잡고 인삼을 떼 행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2001년 4월 이웃 A씨에게 어렵게 모은 전 재산 40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정씨는 돈을 갚지 않았고 잘 만날 수도 없었다.속앓이를 하던 이 할머니는 지난 추석 때 나눔의 집에 뒤늦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눔의 집 측은 A씨와 연락을 해 원만히 해결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나눔의 집 측은 “A씨는 본인도 돈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고 17년여의 세월이 흐르며 채권시효가 만료돼 법적으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이 할머니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보은군민장학회에 2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항상 사회적 약자를 위했다”며 “돈을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A씨와 연락은 되고 있으나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채권 시효가 지나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밝혔다. 나눔의 집 측은 결국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사기 피해를 본 이 할머니가 A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도록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해당 청원에는 31일 현재까지 8000명 이상이 동참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웃에 전재산 사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이웃에 전재산 사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92)가 18년 전 이웃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빌려주고 속앓이를 해온 사연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 피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 할머니의 피해 내용이 올라왔고, 현재까지 6300명이 넘은 시민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지난 2001년 4월쯤 이웃 정모씨에게 당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4000만원을 빌려준 뒤 아직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뒤늦게 돈을 돌려받으려고 정씨를 찾아갔으나 “다음에 주겠다”는 말만 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만날 수도 없었다. 이 할머니는 도움을 요청할 가족도 없어 18년 동안 속을 끓이다가 올해 추석을 앞두고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눔의 집은 정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법적 절차를 검토했으나 18년의 세월이 흘러 채권 시효가 소멸한 상태라 달리 해결방법이 없는 상태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정씨가 돈을 빌려 간 뒤 단 한 차례도 이 돈을 갚은 적이 없는 데다, 할머니를 피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로 1942년 16살에 중국 만주에 있는 ‘위안소’로 끌려갔고, 해방됐지만 고향(대구)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보은 속리산에서 생활해 왔다. 지난 10월 다리를 수술한 뒤 거동이 불편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정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데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 피해 도와주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 “사기 피해 도와주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 측이 “사기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이옥선 할머니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이옥선(92) 할머니는 16살에 중국 만주에 있는 위안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해방 직후 충북 보은 속리산 자락에서 홀로 살아온 이옥선 할머니는 인삼 행상 등을 통해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01년 4월경 할머니 사정을 잘 알던 이웃 정모씨가 이자를 불려주겠다며 4000만원을 빌려 갔다. 할머니가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이었다. 약속한 시간이 흘러 할머니는 돈을 돌려받으려 정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지만, 정씨는 “다음에 주겠다”며 차일피일 미뤘고 점차 만나기도 어려워졌다. 그렇게 법도 모르고, 도움을 청할 가족도 없던 할머니는 18년간 혼자 속앓이를 했던 것이다. 최근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된 나눔의 집 측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정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법적 절차를 검토하게 됐다”며 “하지만 이미 사건은 채권 시효 10년이 넘어 법적으로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눔의 집 측은 “정씨는 빌려간 돈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변제한 적이 없고, 할머니와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할머니가 92세 고령의 나이에 일본정부도 아닌 한국 사람에 의해 속앓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옥선 할머니는 “돈을 돌려받으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할머니의 사연은 청와대 국민청원(https://goo.gl/CUJkgn)으로 이어졌으며 현재 청원이 진행 중이다. 한편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가운데, 생존자는 25명뿐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필연인 역사는 없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필연인 역사는 없다

    현대사 몽타주/이동기 지음/돌베개/422쪽/2만원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 수용소로 보낸 나치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1961년 재판을 취재한다. 재판장에 선 아이히만은 어수룩하기 그지없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상부에서 지시한 사항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이름 붙였다.●“악의 평범성보다 능동적 폭력 주목해야 아렌트의 생각은 옳았을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각종 사료와 자료, 증언에 기초하면 아이히만은 유대인 절멸을 지지했던 신념에 찬 나치였다. 그는 1941년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절멸을 결정했을 때 학살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고, 더 효율적으로 학살할 수 있도록 아랫사람들을 지도했다. 나치가 패망한 뒤 신분을 숨긴 채 살며 옛 친위대 동료에게 “1000만명의 유대인을 죽였으면 만족했을 것이다. 난 일반적인 명령 수행자가 아니었다”고도 말했다.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의 신간 ‘현대사 몽타주’는 다소 도발적인 책이다. 책의 부제로 붙인 ‘발견과 전복의 역사’라는 말이 심상찮다. 현대사 사건에서 새로이 사실을 ‘발견’하고, 인습적인 역사 해석을 ‘전복’한다는 뜻에서 붙였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아는 현대사 사건들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권유하는 책이다. 예컨대 저자는 그동안 세상의 한켠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관해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법정 연극에 속았다고 해서 악의 평범성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아렌트의 주장대로 전체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압도하고 보편적 판단 능력을 앗아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근대 관료제나 악의 평범성 문제보다 지배 체제와 다양한 폭력 행위자들이 능동적으로 펼치는 상호작용을 통한 과격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유대인 구한 나치 대위 ‘선의 평범성’ 사례로 저자는 악의 평범성을 뒤집는 다른 사례로 ‘선의 평범성’을 제시한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저서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나치 수용소에서 살 수 있었던 이유를 이탈리아인 로렌초에게서 봤다. 로렌초는 여섯 달 동안 그에게 매일 빵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옷과 엽서를 건네주기도 했다. 레비는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수용소 밖에는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었다”고 서술한다. 카를 플라게 나치 대위는 나치의 학살에 충격받고 독일 점령지 리투아니아에서 약 1000명 이상의 유대인을 구했다. 플라게는 나치 패망 이후 자신을 의인으로 내세우기는커녕 “나는 나치 동조자”라며 부끄러워하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책에서는 제1·2차 세계대전, 1945년 종전, 1955년 반둥회의, 1968년 청년봉기, 1989년 독일 통일을 비롯해 주로 전쟁과 냉전 시대의 현대사 여러 사건을 제시하고, 기존 역사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다. 이를 몽타주(조합)하면서 저자는 “역사에서 구조와 필연이 아닌, 인간의 의지와 선택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사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필연적 결과’임을 강조하는 E.H 카의 역사 인식론에 관한 반박이기도 하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은 유럽 열강의 구조적 대립과 갈등의 산물이었다는 게 기존의 평가다. 저자는 “유럽 열강의 안보동맹이 약했기 때문에 동맹끼리 신뢰하지 못했고,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으로 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고 주장한다.●저자의 물음…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란” 우리의 역사 인식에 관해 던지는 냉혹한 질문도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저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관해 “1920년대 이탈리아 파시즘이 권력을 장악한 뒤 역사 교육을 통제하고, 1933년 독일의 나치가 권력을 잡고 나서 시도했던 행위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건국을 둘러싼 좌우 진영의 대립에도 날 선 비판을 날린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뉴라이트 진영 주장을 놓고는 “친일 부역 세력에게 건국공로자의 역사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꼬집는다.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자는 반대 의견에 관해서도 “국민 주권의 기본적 조건과 실천 없이 국가 건설이라 부를 수 없으며, 독립운동단체나 망명정부 탄생을 건국이라 하는 사례도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1919년 건국론, 1948년 건국론, 그리고 건국론 무용론을 교과서에 그대로 싣고 학생들이 토론해 스스로 견해를 세우도록 보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국에 의미 없이 세워지는 위안부 소녀상과 우후죽순 난립하는 역사박물관에 관해서도 좀더 면밀하게 따져볼 것을 제안한다. 400여쪽이 넘는 책에서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란 무엇인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안합니다, 그 한마디 못 듣고…이제 25명만 남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 한마디 못 듣고…이제 25명만 남았습니다

    올해만 위안부 할머니 8명 하늘로 떠나 “생존자들 90세 넘어… 시간 많지 않아”“꽃필 수 있었던 할머님 인생의 잎과 꽃봉오리를 흩트려 버린 위안부, 올해에만 8분이나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고귀한 할머니들 인생 저희가 꼭 기억하겠습니다.” 정의기억연대가 26일 올해 마지막 정기시위로 개최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67차 수요시위’에서 단상에 오른 경기 시흥 장곡중 이경민(14)군 등 3명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살아 계신 할머니들조차도 연세가 90세가 넘었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했다. 이날 수요시위는 올 한 해 떠나보낸 피해 할머니 추모제로 진행됐다. 정의기억연대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를 참가자들과 나누고 함께 묵념했다. 묵념 도중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시민들은 ‘20만 소녀들의 짓밟힌 청춘은 우리 가슴속에 되살아난다’, ‘살아 있는 역사 앞에 일본은 사죄하라’는 등 직접 만든 손팻말을 들고 끝까지 자리했다. 한편에는 올해 생을 마감한 할머니 8분의 영정이 마련됐다. 시위에 참가한 400여명의 시민들은 하얀색과 노란색 장미를 들고 할머니 영정 앞에 서서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기렸다. 일본에서 온 참가자도 있었다. 나고야에서 온 아이치교직원합창단은 소녀상을 보고 만든 자작곡 ‘서울의 소녀’를 열창했다. 이들은 “우리는 조선과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제의 침략과 폭력의 역사를 잊지 않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고 전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2015 한·일합의 무효화, 화해치유재단 해산, 10억엔 반환, 일본 정부의 사과 모두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이름과 얼굴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할머니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그분들께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내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지난 100년을 당당히 기념하고 우리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탄식했다. 올해는 유달리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이달에만 지난 5일과 14일 김순옥·이귀녀 할머니가 별세했다. 앞서 차마 이름을 밝히지 못한 임모·김모 할머니와 안점순·최덕례·김복득·하점연 할머니가 올해 세상을 떠났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25명뿐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국방부 “日 초계기에 전파 방사 없었다”… 외교부도 “강한 유감 표명”

    국방부 “日 초계기에 전파 방사 없었다”… 외교부도 “강한 유감 표명”

    “충분히 설명했지만 양국 인식차이 있어” 日, 강제징용 판결 등 불만 표시인 듯국방부는 24일 한국 함정이 일본 해상초계기(P1)를 향해 공격용 레이더를 겨냥했다는 일본의 일방적 주장에 북한 어선 구조를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일본 당국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인도주의적 구조를 위해 정상적인 작전 활동을 한 것”이라며 “일본이 위협을 느낄 만한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이 표류 중이라는 구조신호를 접수한 뒤 광개토대왕함(3200t급)을 급파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일본은 광개토대왕함이 수색 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에 대해 자국의 해상초계기에 공격용인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사격통제 레이더)를 여러 차례 겨냥하며 의도적으로 위험 행위를 했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화기관제 레이더에서 ‘록온’ 하는 것은 무기 사용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된다”며 “유사시 미군은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는 자위대 관계자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군은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선박을 찾고자 광범위한 탐색을 하는 사격통제 레이더(MW08)를 가동했을 뿐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레이더(STIR)로 일본의 초계기를 추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은 당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광개토대왕함 쪽으로 빠르게 저공으로 접근하는 일본 초계기를 식별하고자 영상 촬영용 광학 카메라를 작동했다. 광학 카메라는 추적레이더와 붙어 있어 카메라를 켜면 자동으로 추적레이더도 작동하지만 전파 방사는 없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군함 상공으로 초계기가 통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비행”이라며 “우리 구축함은 조난 선박 탐색을 위해 운용하고 있던 추적레이더에 부착된 광학 카메라로 특이한 행동을 하던 일본 초계기를 감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이 같은 행위는 최근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정부의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 등 한·일 외교관계에 대한 일종의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 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이 같은 문제를 논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방적인 일본 주장만을 언론에 표명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며 “충분히 설명했지만 인식 차이가 있어 앞으로 필요하면 양국 국방 당국 간에 소통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韓 트집잡는 日…아베 지지율 만회·내년 선거 대비 포석

    韓 트집잡는 日…아베 지지율 만회·내년 선거 대비 포석

    韓 “대함용 가동… 日 초계기 위협 안 해” 조난당한 북한 어선을 구하기 위한 한국 해군의 레이더 가동에 대해 일본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양국 관계의 균열이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로 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나서 필요 이상의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1일 오후 7시쯤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국 해군 함정이 20일 오후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인근 해상에서 해상자위대 P1 해상초계기에 레이더를 겨냥했다”며 “이는 만일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한국 측에 항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동해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기 위해 한꺼번에 레이더를 가동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사격통제 레이더를 대공용이 아닌 대함용으로 가동하고 있었다”며 “일본 초계기를 위협한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공격용 레이더를 쐈다’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까지 갔다’ ‘수색 이외의 다른 의도가 의심된다’ 등 자극적인 비난이 정부 측과 언론으로부터 이어졌다. 이와야 방위상의 회견 다음날인 22일 오전 한국 측이 동해상에서 구조한 북한 주민 3명과 시신 1구를 북측에 보냈다고 공식 발표를 함으로써 당일 레이저 가동의 이유가 확인됐는데도 일본 측의 비난은 이어졌다. 야마다 히로시 방위정무관은 트위터에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썼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사태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감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다분히 계산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 측의 과민반응을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제주 국제관함식 욱일기 게양 갈등,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확정판결, 위안부 합의에 따른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등 일련의 상황을 의식해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측면이 강하다.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최근 떨어진 아베 신조 정권의 지지율을 만회하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 선거 등에 대비하려는 포석이 읽혀진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총리관저나 외무성 등에는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보다도 양국 관계가 나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당분간 관계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85세 생일 아키히토 일왕 “역사, 후세에 정확히 가르쳐야”

    85세 생일 아키히토 일왕 “역사, 후세에 정확히 가르쳐야”

    재임 마지막 생일 연설…새해 4월 말 ‘생전’ 퇴위 “재임기간 전쟁 없어 안도”…야스쿠니 신사 찾지 않아‘극우 행보’ 아베 총리와 과거사·야스쿠니 행보 대비“2차대전서 많은 목숨 사라져”…이 대목서 음성 떨려12살 때 일본 패전 지켜봐…평민 여성과 결혼도 화제“개인적으로 한국과 연을 느껴”…‘한국인 피’ 인정내년 4월 말 ‘생전’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자신의 재임 기간 “전쟁이 없어서 안도한다”고 말했다고 왕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이 23일 밝혔다. 이날 85세 생일을 맞은 그는 지난 20일 도쿄 왕궁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헤이세이(平成·아키히토 일왕 취임 해부터 시작된 연호로 올해가 30년)가 전쟁이 없는 시대로 끝나게 된 것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 연설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궁내청은 밝혔다. 그는 일본 우익들의 압력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않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과거사 및 공식 행보에 차이를 보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라졌다는 것, 일본이 전후에 건설한 평화와 번영이 이 수많은 희생과 일본 국민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위에 건설된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라고 말했다. 사전에 녹음된 연설에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다는 부분에선 그의 음성이 떨렸다고 AFP가 전했다. 또 “이 역사를 정확히 전후에 태어난 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아키히토 일왕은 취임 이후 자신이 헌법에 따라 정치적 권한이 없는 ‘상징 천황(天皇)’의 바람직한 자세를 추구해 왔다며 “양위의 날을 맞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런) 자세를 추구하면서 일상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내년 5월 1일 새 일왕으로 즉위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키나와(沖繩)나 사할린, 팔라우, 필리핀 등을 방문해 전쟁 희생자들을 추도한 것을 “잊을 수 없다”며 “일왕으로서의 여정을 끝내려는 지금, ‘상징 천황’으로서 나를 지지해 준 많은 국민에 충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2차대전 당시 일왕으로 전쟁 가해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 원수’ 히로히토(裕仁·1901~1989)의 아들이다. 그가 11세 때 일본의 패전을 지켜봤다. 선대 왕들과 달리 평민인 쇼다 미치코와 결혼한 그는 히로히토가 사망한 1989년 1월 왕위에 올랐다.아키히토 일왕은 ‘전쟁 책임’이라는 부친의 굴레를 의식한 듯 취임 이후 일본 국민과 고락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상징으로의 역할을 국민에게 다가서는 것으로 해법을 찾은 것이다. 그는 재임 중 국내외 전쟁 희생자 위령이나 재해 지역 방문 등의 일정에 신경을 쏟았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중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이나 한신(阪神)대지진 등의 막대한 인명 피해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낀다”면서 자원봉사 등을 통해 서로 돕는 모습에 “항상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집권 자민당과 아베 총리가 극우 일변도의 행보를 보이며 침략전쟁이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것과 달리 그는 전쟁에 대한 반성의 뜻도 밝혔다.일본의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쟁 희생자 추도식에서는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재차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이후 4년 연속 반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자신의 몸에 한국의 피가 흐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는 2001년 생일 기자회견에서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한국인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단독] 방탄소년단 팬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겨울 선물’

    [단독] 방탄소년단 팬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따뜻한 겨울 선물’

    방탄소년단(BTS)의 국내외 팬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방한용품과 생필품 등을 후원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15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따르면, 이날 방탄소년 팬들이 내복과 패딩조끼, 양말 등 방한용품과 과일, 생필품 등을 전달했다. 여기에 이들은 할머니 한 분 한 분에게 메시지 북을 함께 선물했다. 후원에 동참한 방탄소년단 한 팬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메시지 북 제목이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저희가 후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더 늦지 않게 목소리를 낼 테니 할머니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나눔의 집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모두에게 후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후원은 방탄소년단 팬들이 트위터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방한용품 지원 계획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소식을 접한 국내 팬들은 물론 해외 팬들까지 십시일반 후원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눔의 집에는 방탄소년단 팬들의 후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BTS의 ‘광복절 티셔츠’가 뒤늦게 이슈가 되면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국내외 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후원에 동참한 방탄소년단 팬들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분들을 돕게 되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귀녀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5명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책꽂이]히피,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외

    [책꽂이]히피, 할머니를 업은 할머니 외

    히피(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가 1970년대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히피’로 살았던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 깨달음을 얻게 되기까지 모험과 방황, 사랑과 상처 등을 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자 작가이기도 한 파울로는 1968년 여자친구와 함께 볼리비아 라파스를 지나 잉카의 옛 도시 마추픽추로 향한다. 첫 히피 순례길을 통해 세상은 진정한 교실임을 깨닫는다. 2년여 후 그는 진정한 내면 탐구를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광장에서 우연히 카를라를 만나 ‘매직 버스’에 탑승하며 두 번째 본격적인 히피 순례를 시작한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오스트리아, 터키 이스탄불 등을 지나 네팔 카트만두로 향하는 길 위에서 파울로와 카를라는 다양한 길동무를 만나 마침내 ‘나 자신’을 발견한다. 360쪽. 1만 4500원.할머니를 업은 할머니(김형진 지음, 최지영 그림, 파란정원 펴냄) 한집에 사는 두 명의 할머니. 나이가 동갑이고 해와 달만큼 다르게 생겼지만, 둘은 무척 친하다. 손녀의 가족은 외할머니를 그냥 할머니, 다른 할머니를 ‘작은 할머니’라 부른다.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의 몸이 불편하다. 건강했던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게 된다. 정신마저 흐릿해져 사랑했던 가족들 얼굴도 하나하나 잊어 간다. 손녀는 이런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 아프다. 하지만,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곁에서 손을 잡아 주는 일 뿐.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남은 가족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다. 같은 날 세상을 떠난 두 할머니를 바라보는 손녀의 마음을 애잔하게 표현했다. 할머니가 할머니를 어떻게 업는다는 것일까. 작가는 작은 할머니의 정체를 마지막에서야 알려준다. 작은 할머니의 정체를 아는 순간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칠 것이다. 80쪽. 1만원.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김철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문학평론가이자 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2010년부터 발표한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독립투사도, 부일협력자도 아닌 일제강점기 2000만 조선인, 그리고 그냥 그렇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우리의 정체성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가” 묻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을 자기동일성 혹은 정체성에 대한 병적인 강박, 공포에 시달리는 근대인으로 설명한다. 소설 토지의 일본인, 위안부 문제 등의 주제로 다양한 일제 식민지의 시공간과 우리 모습을 들춘다. 한국 근대문학을 통해 식민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 노력해온 저자는 식민지 조선이 한국 정치의 수원지이며, 마르지 않는 폭력의 저수지라고 지적한다. “모든 혐오는, 타자에게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공포와 혐오라는 점에서, 결국은 자기 혐오이자, 그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이라는 말이 섬뜩하다. 272쪽. 1만 6000원.재미있는 곁말 기행(박갑수 지음, 역락 펴냄) 조선 명종은 유명한 점쟁이 홍계관을 궁으로 불러 “궤짝 안에 무엇이 있는지 맞춰보라”며 문제를 낸다. 홍계관은 “쥐 세 마리가 있습니다”라고 답하지만 쥐는 두 마리뿐이었다. 왕은 홍계관을 죽이라 하고, 광나루 밖에 있던 한 산에서 홍계관의 사형이 집행된다. 왕이 이상히 여겨 뒤늦게 암컷 쥐의 배를 갈라 보니, 새끼 쥐가 한 마리 더 있었다. 왕은 선전관을 보내 사형을 멈추라 하지만, 간발의 차로 홍계관의 목이 떨어진다. 선전관이 “아차! 늦었구나”라고 해서 산의 이름이 아차산이 됐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 설은 사실일까. 빗대어 표현하는 해학과 풍자가 담긴 말, 또는 동음어와 유의어, 다의어를 사용한 언어유희, 속담, 수수께끼, 육담과 같은 해학적인 표현을 통틀어 ‘곁말’이라 부른다. ‘월간중앙’에 연재됐던 박갑수 서울대 명예교수의 글을 모으고 덧붙여 두 권의 책으로 냈다. 346쪽, 349쪽. 각 권 2만원.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열린세상] 대일외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열린세상] 대일외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한·일 관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바닥을 쳤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해 왔는지 모르겠다. 지난 정권에서도, 이전 정권에서도 전문가들은 우려와 경고를 보내고 이런저런 제언을 내놓았다. 이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결과가 무엇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대일외교가 종종 참사에 이르는 이유는 우리가 정의의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기보다 ‘우리는 절대로 옳고 정의는 이긴다’는 단순 논법으로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정의로운 외교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문제는 국제정치 현실이 정의 구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호락호락 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은 대일 외교에서 난도 높은 문제를 스스로 내놓고, 쉽게 타협해 버리는 외교를 반복해 왔다. 그 때문에 한·일 관계는 엉킬 대로 엉켜서 쉽게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그래서 관리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그 어려움을 알고 있는 듯 역사 문제와 협력 현안을 분리해 양립시키는 투트랙 접근을 대일외교 원칙으로 삼았다. 정의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대일 과거사 외교에서 긴 시간과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 결과로 생각됐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위기를 평화의 기회로 전환하는 일에 일본과 함께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 실리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그런데 2018년에 들어서 한국의 대일외교가 ‘관리’에서 ‘방치’로 돌아서는 듯해서 걱정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위안부’ 합의 검토 결과 보고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긴장했지만, 남북 관계 진전을 배경으로 가까스로 관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가을 이후 ‘욱일기’ 문제, 화해치유재단 해산, 징용 노동자 및 근로정신대 배상 판결 등이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는 험악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베 정부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전략 없이 사태를 그냥 ‘방치’하고, 그 부담과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일본 탓만 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한편 일본은 악화하는 한·일 관계를 편한 방패로 삼아 한국을 따돌리면서 동아시아 질서의 새판 짜기에 들어가고 있다. 중·일 관계 개선이 그 성과다. 그에 따라 아베 정부가 내세웠던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 포위 전략에서 중국 포용 구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베가 러·일 관계에 들이는 공도 예사롭지 않다. 영토 문제에서 기대치를 하향조정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전후 일본 외교의 최대 난제였던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을 스스로 짜 놓은 새판에서 열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사태를 타개하는 외교에 능하지 못한 반면 변화한 현실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해 실익을 챙기는 외교에 능하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각고의 노력으로 겨우 열어 놓은 동아시아의 외교 무대에서 일본이 신스틸러(Scene Stealer·주목받는 조연)가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변국의 영향권에서 차단해 우리가 주도하려면 주변국 관리가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안정적인 한·일 관계 위에서 일본의 이해와 협력을 얻어 추진됐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악화된 한·일 관계가 쉽게 복구될 것 같지 않은데 우리 정부는 내년에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이해 북한과 공동행사를 준비한다. 그런데 1919년의 세계사를 복기해 보자. 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질서 구축을 위해 파리강화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우리가 희망을 보았던 자리에 일본은 승전국의 일원으로 참석해 조선의 식민지 경영에 국제적 지지를 확보했다.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탄생이었다. 아베 주변에 포진한 외교 전문가들은 1941년부터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4년을 예외로, 일본 외교의 주조가 앵글로색슨과 함께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호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2019년을 맞이하는 한·일의 온도차가 심상치 않다. 언제까지 대일외교를 방치할 것인가.
  • 삼일대로에 이름 새기고, 3·1운동 정신 기리고

    삼일대로에 이름 새기고, 3·1운동 정신 기리고

    서울시가 3·1운동의 발상지 삼일대로에 추진하는 ‘3·1시민공간’ 조성 사업에 시민은 물론 해외동포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람숲(이사장 양길승)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3·1시민공간 조성 기부자 모집에 최근까지 2000여명이 신청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내는 1000여명, 해외 모집에는 목표(1031계좌)를 넘는 1700여계좌를 달성했다. 해외의 경우 미주한인서부연합회, 실리콘밸리한인회, 이스트베이노인봉사회 등 샌프란시스코 지역 교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이뤄졌다. 샌프란시스코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순란 이사장과 김한일 대표의 노력이 컸다고 사람숲은 전했다. 특히 주목받는 해외 인사들의 기부도 많았다. 일본군이 저지른 난징대학살의 참상을 영문 논픽션 에세이로 고발한 중국계 미국인 아이리스 장의 부모가 딸과 자신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냈다. 또 캘리포니아 주의회 중국계 미국인 의원들과 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의원, 중국의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장솽빙(張雙兵)도 동참했다. 기부 금액은 3·1운동의 의미를 담아 최소 3만 1000원부터이며 오는 20일까지 신청받는다. 기부자는 사람숲이 주도하는 탑골공원 후문광장, 서북학회 터, 천도교 중앙대교당 앞, 운현궁 앞 등 5군데 작은 공원에 설치하는 걸상과 바닥재 등 한 곳에 이름을 새길 수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이모(47·회사원)씨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도에 태어나신 외할아버지는 내 이름과 내 말을 쓰는 게 소원이셨다”며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그의 소원을 영원히 담아드리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3·1운동의 발상지인 삼일대로 안국역~탑골공원 구간을 3·1시민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사가 숨 쉬는 공간인 만큼 선조들의 이야기를 시민에게 전달하고 3·1운동 정신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내년 3월 1일 완공될 예정이며 사람숲은 이 중 거리공원 조성에 참여한다. 배다리 사람숲 상임이사는 “삼일대로는 100년 전 시민 스스로 독립의 정당성을 세계에 외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면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하는 역사적 상징 공간이야말로 3·1운동을 현재화하고 3·1운동 100주년을 뜻깊게 맞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국의 ‘정의’와 일본의 ‘정의’/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국의 ‘정의’와 일본의 ‘정의’/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징용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일본 기업에 명령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가해자인 ‘전범’ 기업으로부터 보상받는 것은 당연하고,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던 게 이상했다는 논조가 지배적이다. 또한 판결에 강력히 항의하는 일본 정부는 적반하장이며 거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한국인들은 주장한다.반면 일본에서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의 기초가 된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협정을 뒤집는 일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해결된 문제를 다시 꺼내 제기하는 ‘골대를 움직이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재확인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회가 각자의 정의를 내세워 판결을 놓고 정면 대립하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 낀 게 한국 정부다. 일본 정부로부터 “국가 간 약속을 지켜라”라는 맹렬한 항의를 받는가 하면, 국내에서는 “판결을 존중하고 일본에 굴복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양쪽 모두 ‘정의’를 내세워 상대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는 만큼 타협이 쉽지 않다.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 지도자의 인식이나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것도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은 정부의 기존 견해와 다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해결됐다는 종래 입장을 견지할 건지 아니면 입장을 변경할 건지, 만일 변경한다면 종래 입장과의 정합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우선은 지켜보고 싶다. 대법원 판결은 징용 노동자의 피해 호소를 어떻게든 인정하겠다는 결론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해석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판결은 식민지배의 위법성을 둘러싼 한·일 역사관의 대립에 새삼스럽게 초점을 맞췄다. 더욱이 2005년 한국 정부가 징용 문제는 해결됐다는 견해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위안부, 사할린 한인, 한국 피폭자 등 3가지 미해결 사례와 같은 ‘반인도적 행위’의 범주에 징용을 넣음으로써 체불 임금 차원이 아닌 인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위자료 등은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 판단했다. 한국의 유능한 법관들이 내놓은 것인 만큼 법적 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1965년 협정에 이르기까지의 국교정상화 교섭, 그 이후 양국 관계를 지켜본 연구자 눈으로 보면 이번 판결이 협정을 계승한 게 아니라 덮어쓰기한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영향’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늘 생각하지만 한·일 역사 문제는 튼튼한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한·일 관계가 취약해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목전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소중한 한·일 관계가 그만큼 취약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모순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관계 구축에 이르는 길이라고 본다. 한국에서는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적반하장의 ‘전범국가’ 일본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는 과거사에만 집착하고 미래지향은 털끝만큼도 없는 ‘골대를 움직이는’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확대재생산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야 되겠는가. 열쇠를 쥔 것은 한국 정부다. 일각에서 제기하듯 정부·기업이 공동 출자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상은 어떤가. 3자로 구성된 재단이 보상은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징용 문제의 전모를 후세에 전하도록 조사·연구를 하는 것이다. 한·일 간에 이런 지혜를 모을 수는 없는지 제안하고 싶다. 일본 정부도 방해하지 말고 구상을 받쳐줘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방탄소년단 팬클럽, “원자폭탄 피해자들 위해 써 달라” 544여만원 기부

    방탄소년단 팬클럽, “원자폭탄 피해자들 위해 써 달라” 544여만원 기부

    대한적십자사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달려라 아미’가 ‘원자폭탄 피해자들을 위해 써 달라’며 544만 2277원을 기부했다”고 4일 밝혔다. ‘달려라 아미’는 지난달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자체 모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려라 아미’ 측은 “최근 사회적으로 불거진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및 원폭 문제에 대해 알아봤다”며 “강제 징용 등의 비인도적 행위 및 원폭 피해의 아픔을 겪으신 피해자분들께서 보다 더 편안한 삶을 보내시길 바라는 마음에 모금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저희가 모은 이 작은 성의가 부디 피해자분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경준 대한적십자사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장은 “뜻 깊은 의미로 정성스럽게 모아주신 기부금은 원자폭탄 피해자 어르신들의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될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방탄소년단 팬클럽 ‘달려라 아미’는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며 800여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뜻 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965년 한·일협정 불충분… 전면 재검토보다 보완 지혜 필요”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1965년 한·일협정 불충분… 전면 재검토보다 보완 지혜 필요”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10월 30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얼어붙은 데 대해 “1965년 한·일 기본조약·협정이 불충분한 데 기인한다”고 진단하고 “조약과 협정의 전면적 재검토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피해자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밝히고 양국이 보완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내년도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전략적 결단을 내린 이상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미국이 바라는 현재의 핵 부분, 특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한 양보조치가 있으면 제재완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최근 도쿄에서 이 교수와 만나 가진 일문일답 내용.→일본 분위기는 어떤가. -우호는 한국이 많이 얘기하지, 일본에서 얘기하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일본 연구자들도 자국 풍토에 영향을 받으니까 “옛날에 다 끝난 건데 왜 다시 트집을 잡는가” 그런 프레임으로 얘기한다. 극우 진영에선 단교까지 거론한다. 한국에 우호적인 이른바 양심 세력이 극소수여서 걱정스럽다. 지금 한·일관계는 과도기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나오고 20년, 한 세대가 지났다. 1998년은 한·일관계가 막 떠올라 토대를 만들고 비약하는 시기였다. 2002년 월드컵, 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 방영이 정점이었다. 일본 전체가 한국에 가까워지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시기였다. 그러면서 혐한, 헤이트스피치(증오 발언)가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때부터 싹텄다. 한국이 일본과 동등하거나 더 앞서가면서 친한 흐름에 대한 역류가 커졌다. 지금의 일본에는 양쪽 다 있다. →해결책이 안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의 수정주의 역사관이 문제의 근원인 것처럼 얘기한다. 아베 총리가 그만두더라도 한·일 간 복잡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구조적 요인에 주목해야 하는데,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민주화이고 둘째는 지정학적 요소다. 군사독재 정권에서 억눌렸던 역사문제, 피해자 소리가 민주화한 90년대부터 나타났다. 일본에선 대법원 판단을 ‘정치 판결’이라 비난한다. 일본의 원로학자 오코노기 마사오는 대법원 판결을 ‘정치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선언’이라 표현했다. 나도 공감한다. 한·일협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이다.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우리의 해석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자기 주장을 안 하고 정치적 타결을 따라온 거다. 그러다가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있고, 사법부에도 새로운 세대가 들어섰다.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법적인 해석에 근거하면 10월 30일 같은 판결이 나온다. →지정학적 요소란. -중국이 대두하면서 동북아의 전환기에 있다. 국력이 세진 중국이 자기 주장하면서 일본과 부딪치고, 한국도 힘이 없어서 못했던 부분을 정당하게 자기 주장을 하게 됐다. 일본 입장에선 100년간 유지했던 힘의 우위가 역전됐다. 2010년 중·일의 국민총생산(GDP)이 역전되면서 일본 여론이 내향적으로 됐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 거리를 두는 것은 이런 힘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스스로 강하다는 느낌이 없으니까 주변국과 마찰의 요인이 된다. →‘65년 체제’ 재검토론이 있다. -65년 기본조약·협정은 불충분했다. 우리가 힘이 없었고, 필요도 있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애매하게 타협해서 모든 문제가 묻혀버린 것이다. 뚜껑을 여니 다 터져나온 것이다. 전면 재검토하면 토대 전체를 바꾸는 건데, 난관이 따른다.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메워 나가는 게 필요하다. 일본 정부도 90년대부터 ‘3점 세트’라고 해서 협정에서 빠진 사할린 한인, 재한 피폭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논리적으로 65년을 부정하지 못하지만 빠진 문제가 많고 인도적 견지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외무성이 구제조치를 했다. 아시아여성기금 같은 것은 양국 정부와 시민단체 4자가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한·일협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장벽이 너무 높다. 피해사실을 구제하고 보완해 가야 한다. 이낙연 총리가 11월 7일 일본의 과도한 반발에 대해 경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기본조약을 부정한 게 아니라 그 적용 범위를 판단한 것이라 말했다. 조약·협정의 보완론이라 할 수 있다. 그게 합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와 사회를 끌어들이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일관계의 중요성이라면. -산업현장에서 부품의 상호의존 관계가 밀접하다. 일본은 양질의 큰 시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국제관계 측면이다.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는데 동북아에서 중국의 사이즈가 너무 크다. 중국과의 파워 밸런스를 생각하면 미국과 더불어 일본도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 때도 동북아 균형자를 얘기했다. 균형자가 되려면 모든 국가와 관계가 좋아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프로세스에서 일본의 역할도 적지 않다. 미국은 안전보장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일본은 지역정치, 경제면에서 중요하고, 미국을 움직이는 데도 일본이 필요하다. →비핵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속도는 더디지만 북한과 미국의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항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나 김정은 모두 전략적 결단을 내렸고, 되돌아가기 어렵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지도자끼리의 톱다운 방식으로 여기까지 온 건데, 실무자가 못 따라가니까 현재 속도를 조절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부적인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거다. 현재 북·미는 한 단계 더 나가기 위한 마지막 조정에 왔다고 본다. 조정을 끝내면 고위급회담, 내년 초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 가는 최대 난관은 뭔가. -북한은 미래 핵만 얘기하고 있다. 핵 실험장 페기, 엔진 시험장에 영변 카드까지 내놨다. 적지 않은 제안인데도 미국에서 보면 현재의 핵 약속이 없다는 불안이 있다. 현재 핵의 전부가 아니더라도 영변 폐쇄 플러스 알파로 핵 신고 리스트나 ICBM 일부를 받아내려고 한다. 키워드는 ICBM이다. 핵탄두까지 안 가더라도 ICBM 기지라든가 생산공장과 관련해 한 발짝 더 들어간 조치가 있으면 제재완화, 연락사무소 설치 등이 교환될 수 있을 것이다.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를 꺼낸 것은 ICBM에 대해서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교섭 여하에 따라서는 생산시설이나 기지까지 갈 수 있는 시그널인 것이다.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게 운반수단이다. 영변까지 해결되면 미국도 완벽한 제재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안보리 논의에서도 미국 입장이 약해질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북·일 대화 가능성은. -한반도 상황이란 게 남북만으로는 안 되는 구조다. 북·미가 돌아가면 북·일도 따라서 움직이겠지만, 북·일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북·미도 추동할 수 있다. 상호연관 관계가 있으니, 내년 일정한 시점에서 북·일관계가 표면화된다고 본다. 일본인 납치 문제가 선결돼야 하지만 아베 총리가 결단하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아베 자신이 대북 장벽을 높인 장본인이기 때문에 해결할 책임도 있다. marry04@seoul.co.kr ■이종원 교수는 1953년생. 서울대 공학부를 중퇴하고 일본 국제기독교대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정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도호쿠대 법학부 조교수, 도쿄의 릿쿄대 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와세다대 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와세다대 내 한국학연구소장이기도 하다. 동아시아에서는 현재도 냉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한반도 중국과 미국, 일본의 관계를 읽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냉전과 한·미·일 관계’ 등이 있다.
  • 양심적 日변호사들, 우익의 위안부 영화 ‘침묵’ 상영 방해 제동

    양심적 日변호사들, 우익의 위안부 영화 ‘침묵’ 상영 방해 제동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침묵-일어서는 위안부’(이하 침묵)의 일본 상영을 앞두고 뜻을 함께하는 현지 변호사들이 상영장 인근에서 우익단체의 방해행위에 대해 현지 법원으로부터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가나가와현에서 활동하는 간바라 하지메 변호사와 이 영화를 연출한 박수남 감독 등은 6일 오후 요코하마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날 요코하마지방재판소(법원)로부터 이 같은 결정을 얻었다고 밝혔다. 간바라 변호사는 “오는 8일 요코스카에서의 상영을 앞두고 전국에서 140명의 변호사가 힘을 합해 상영회 주최 측 대리인으로서 지난 4일 우익단체의 접근을 제한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오늘 법원의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우익단체는 ‘기쿠스이 국방연합’이다. 법원은 해당 시간에 구체적으로는 집회를 하거나 가두 선전차와 스피커를 사용하는 행위 또는 소리를 지르는 등 상영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달 28일 영화 ‘침묵’의 요코하마 상영회에서 우익단체 선전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우익단체 회원이 특공복 차림으로 난입하려는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코스카에서의 영화 상영도 우익단체에 의해 방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 시민문화회관에서 이 영화의 상영을 앞둔 시점에선 지가사키시와 이 시의 교육위원회에 우익들의 항의가 쇄도한 바 있다. 재일교포 2세인 박수남 감독이 연출한 ‘침묵’은 스스로 이름을 밝힌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침묵을 깨고 일본을 찾아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투쟁 기록을 담았다. 2016년 한국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된 바 있으며 일본에서는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개봉된 뒤 지방 도시에서 순회 상영중이다. 간바라 변호사는 “일본의 가해 책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영화 상영회를 폭력과 협박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오늘 서울서 일왕 생일파티…퇴위 전 마지막 행사

    오늘 서울서 일왕 생일파티…퇴위 전 마지막 행사

    아키히토 일본 국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6일 오후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다. 주한일본대사관이 지난달 발송한 초대장에 따르면 ‘천황탄신일을 축하하는 리셉션’이 이날 오후 서울의 모 호텔에서 열린다.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은 12월 23일로 일본에서는 국경일처럼 기념하고 있다.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 2016년 생전에 퇴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내년 4월 30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5월 1일 그의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가 왕위를 이어받는다. 아키히토 일왕으로서는 왕위에서 맞는 마지막 생일인 것이다.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 위안부 화해와 치유 재단 해산 등으로 한일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일왕의 생일 파티에 누가 참석할 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대사관은 파티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7일 열린 파티에는 임성남 당시 외교부 제1차관 등 외교부 관계자와 주한 외교단, 한일 양측 기업 관계자 등 약 700명이 참석했다. 지난 2014년 행사에는 조태용 당시 외교부 제1차관,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김석기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2010년 일왕 생일파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자 당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낸 이상득 전 의원이 참석해 논란이 됐다. 해마다 서울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축하 파티에는 반일 감정이 강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충돌을 막기 위해 100여명의 경찰을 호텔 주변에 배치했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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