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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거짓말은 괜찮을까…40일 정직 프로젝트

    당신은 거짓말쟁이인가, 정직한 사람인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한 시간에 12.5회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4.8분에 한번꼴이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의 기자 위르겐 슈미더는 40일 동안 ‘거짓말하지 않고 살아보기’란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고 그 기록을 책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장혜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에 담았다. 거짓말하지 않기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슈미더는 매 순간 의식적으로 뇌와 입 사이의 필터를 없애고자 애썼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대단히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자신의 실수에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는 철도청 직원에게 진심을 담아 욕설을 날렸다. 평소대로 억지 미소를 짓고 말 없이 표를 사는 대신 ‘싸가지’ ‘돌대가리’ 같은 단어를 섞어 직원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저자에게 술을 사 달라고 부탁한 10대 청소년들의 부탁을 쿨하게 거절하자 그에 상응하는 욕이 돌아왔다. 친한 친구의 비밀을 폭로하고 가슴에 주먹 한방을 얻어맞는다. 아내가 만든 음식에 대해 “맛없어, 토하겠다.” 같은 비판을 계속 던지다가 침대에서 소파로 쫓겨났다. 솔직하게 세금 신고를 하니 돌아오는 건 연봉 환급이 아니라 토해내야 할 돈 1700유로였다. 슈미더가 웹사이트에서 찾아본 ‘사람들이 자주 하는 거짓말’은 주로 사소한 것들이었다. “장모님이 오신다니 잘됐네.” “평생 딱 두 남자하고 자봤어.” “당연히 당신 말 듣고 있지.” “여자는 맘이 고와야지.” “알았어, 지금 간다니까.”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결국 불편한 일투성이였다. 결국 거짓말은 사회의 윤활유이며 필요악이라 결론 내고 그만 끝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정직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정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의 힘’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도박판에서 최고의 포커페이스는 바로 정직하게 자신의 패를 말하는 것이었다. 잘난 척하던 형에게, 본인들의 생각을 강요하던 부모에게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내니 30년 만에 진정한 가족애를 나눌 수 있었다. 직장에서 가식적인 칭찬과 생존을 위한 비굴함을 버리고 동료의 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진심으로 충고하니 말이 먹혀들었다. 저자는 거짓말에 대해 옳다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적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일상생활 곳곳에서 직접 겪은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거짓말이 없으면 세상은 정말 난리가 나는지, 하얀 거짓말이 얼마나 비열한지, 사람들은 타인이 솔직하든 말든 관심이 없는지 등. 40일간의 정직 프로젝트 끝에 나온 것은 거짓말 가이드다. 이기적 거짓말, 거짓 아첨, 뻔뻔한 모욕 대신 공손하게 진실을 말하는 것. 그리고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철칙으로 삼는다. 거짓말은 필요악이지만 진정한 행복은 철저하게 정직할 때만 경험할 수 있다는 깨달음의 결과다. 앞으로 지킬 15개의 보편타당한 규칙은 갓 태어난 아들을 흉내 내어 만들었다. ‘누군가 미소를 짓거든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줘라. 배가 고프면 배고프다고 말하라. 주변에 신경 쓰지 마라. 기분이 좋으면 웃고 기분이 나쁘면 모두에게 기분 나쁜 표시를 내라. 행복하려면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보들보들한 이불, 사랑하는 사람들, 약간의 음식이면 충분하다. 상대가 따분하거든 돌아앉아 더 재미있는 일을 하라. 따분한 인간에게 시간을 투자할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모욕할 필요 없다. 그냥 관심 끄면 된다.’ 등이다. 정직 프로젝트가 끝나고서 슈미더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거짓말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자주 하지는 않는다. 한심한 거짓말쟁이였지만 절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저자는 삶의 규칙은 거짓이냐 진실이냐를 뛰어넘은 세상과의 소통이라고 답을 내린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보폭 커지는 朴 잠룡들 ‘견제구’

    보폭 커지는 朴 잠룡들 ‘견제구’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치 무대의 전면으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소신을 밝힌 뒤 한동안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구로 치면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타석에 등장하는 ‘대타’(代打)였다. 하지만 이젠 상대팀은 물론 자기팀 경쟁자들의 ‘견제구’가 날카로워져 ‘더그아웃’에만 머물기 어렵게 됐다. 4·27 재·보선 이후 본격화될 대선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중심타자’로 타석에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잠재적 대선 경쟁자들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한 박 전 대표에게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당내 경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국익과 사업 타당성이 선거 공약에 앞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무책임하고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에 일방적으로 뭐라고 하기는 그렇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당론이 정해지지 않아서인지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대신 박지원 원내대표가 “무책임의 극치이고, 뒷북 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박 전 대표 쪽도 참지 않았다.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나섰다. 이 의원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보신각 종은 울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울리지만 방울은 아무 때나 딸랑거린다. 스토커들을 보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표를 비판하는 이들을 겨냥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자기 당의 입장은 내놓지도 못한다. 자존심도 없는 한심한 모습”이라고 일갈했다. 일부 여권 인사를 향해서도 “같은 당 동료의원에 대해 논평 내는 일이 당무인 줄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 자신들의 어록을 찾아보라.”고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밀양 유치를 주장했던 정몽준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는 4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나흘 만에 다시 찾는다. 달성군에서 열리는 ‘ITS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 시험장’ 기공식과 대구 시내에서 열리는 ‘대구 R&D 특구 출범식’에 참석한다. 박 전 대표 측은 오래 전에 집힌 일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대구·경북(TK) 민심 달래기라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박 전 대표는 이날 평창에서 열리는 강원도지사 후보 확정 대회에 참석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뒤로하고 대구로 간다. 내홍만 커진 재·보선에 더 이상 발을 담그지 않을 뜻을 밝힌 셈이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조직은 점차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지난 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립 7주년 행사를 갖고 세(勢)를 과시했다. 한나라당 홍사덕·김충환 의원, 박성효 최고위원과 강창희·김학원 전 최고위원, 정우택 전 충북지사 등 친박계 정치인과 전국 19개 본부 회장, 회원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제 친박계와 친이계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201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호소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박근혜, ‘신공항 입장차’ 손익 따져보니

    박근혜, ‘신공항 입장차’ 손익 따져보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면충돌을 가까스로 피했다.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세종시 때처럼 전면전을 벌이면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서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장차는 명확하다. 이 대통령은 “필요가 없으니 건설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박 전 대표는 “필요하니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논외로 한다면, 이 대통령은 신공항 공약을 철회하면서 정치적으로 잃은 것이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문답으로 정리해본다. Q 얻은 게 많은가, 잃은 게 많은가. A 얻은 게 많다. 정치인들과 정치 평론가들 중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의도와 상관없이 득이 실보다 크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우선 영남권 민심을 확실하게 붙잡았다. 이 대통령이 1일 간곡하게 이해를 구했으나 영남 민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을 보면 박 전 대표가 향후 텃밭에서 행사할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신뢰의 정치’를 앞세워 앞으로도 명분 있는 정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만일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중 한 곳이 선정됐더라면 박 전 대표가 상당히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면서 “백지화가 되는 바람에 박 전 대표는 손쉽게 정치적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Q수도권에서 역풍 불지 않을까. A 심각하진 않을 것이다. 일각에선 세종시 논란 때의 예를 들어 박 전 대표의 수도권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세종시 건설은 공무원과 정부 청사를 옮기는 것이어서 수도권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서 수도권은 이해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에 가깝다. 큰 관심도 없다. 굳이 박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Q 계파 확장에도 도움이 되나. A 영남권 친이계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신공항 문제에 관한 한 영남권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구분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부산·경남에는 친이계와 친박계가 섞여 있으며, 양 계파의 핵심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인 조해진 의원조차도 “신공항과 관련해서는 박 전 대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할 정도다. 백지화로 집단적인 물갈이 대상이 될 위험성이 커진 영남권 의원들은 끝까지 공항 건설을 주장해야 하는데, 마침 박 전 대표가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점이 문제일 뿐 친박계로 넘어갈 명분이 확실해진 것이다. Q 측근들은 박 전 대표 발언 수위를 알았나. A 동대구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친박계 의원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입장 표명 며칠 전부터 측근 및 전문가들과 상의했다.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상의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뜻은 짐작했지만, 수위는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면서 “예상보다 강했던 메시지는 본인이 직접 썼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KTX 안에서까지 고심을 거듭했고, 목적지인 동대구역에 거의 도착해서야 이정현 의원 등을 불러 자신이 할 말을 귀띔해 줬다. Q 잃은 것은 무엇인가. A 뒷북정치·지역맹주 논란.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평소에는 침묵하다가 사건이 벌어진 후에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짧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일로 그런 이미지가 강화됐다. 영남권의 이익을 대변해 ‘지역맹주’의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권은 물론 수도권 친이계에서 이런 비판이 더 강해졌다는 것도 문제다. 대항마를 찾으려는 수도권 친이계의 ‘박근혜 흔들기’가 예사롭지 않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몽준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언급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이라고 각을 세웠다. Q 향후 행보는. A 입장표명 더 활발히 해야 할 것. ‘침묵’은 앞으로 박 전 대표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라는 요구가 높아질 게 뻔하다. 더욱이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방관자적 ‘평가’가 아닌 미래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내년 총선을 박 전 대표가 이끌어야 한다는 게 대세인 만큼 무대 전면에 나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위선만 있는 악령들… 자기가 쓴 대본도 기억 못해”

    “위선만 있는 악령들… 자기가 쓴 대본도 기억 못해”

    원로배우 이순재가 한국 드라마의 ‘쪽대본’ 풍토를 비판한 데 이어 지난 27일 막을 내린 MBC 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 출연한 탤런트 조민기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드라마의 정하연 작가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 파장이 일고 있다. 정 작가는 조씨가 즉각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 작가 “사과 않으면 법적 조치 취할 것” 조민기는 드라마 종영 하루 전인 26일 트위터에 “완전 쫑! 지난 월, 화, 수, 목 간절곶에서 마지막 촬영 했는데 심신이 표독스러워져서 얼굴 안 보여주고 싶어서 그냥 올라왔어.”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했어. 반성도 없고 위선만 있는 악령들로부터 탈출”이라는 글을 올렸다. 조민기는 다음 날 밤 트위터에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그것을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 날 배우들에게 던져 주고, 그 완벽함을 배우들이 제대로 못 해 준다고 끝까지 하더이다. 봐 주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저희들도 자기가 쓴 대본 내용을 기억 못 하는 자의 ‘작가정신’에 화를 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포기했었어요.”라는 글을 다시 올렸다. 대본 지연 등으로 드라마 촬영이 급박하게 돌아간 데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조민기는 “세상의 밝고 어두움은 내 눈이 감지하는 게 아니었어. 분명하네. 무겁고 역겹다는 것이 마음에서 사라지니…. 심안이 밝아지니 육안도 개운하게 밝은…. 라식 수술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라는 말로 불편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이 글들이 트위터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자 정 작가는 “있지도 않은 일을 있다고 해서 황당하다.”면서 “조민기씨는 자신의 글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하고 사과하라.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맞섰다. ●이순재 “어느 나라가 이렇게 드라마 찍나” 앞서 같은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으로 나온 이순재는 지난 25일 열린 종방연에서 “‘욕망의 불꽃’은 약 일주일 전에 대본을 줘서 여유가 있었지만 (내가 출연한 또 다른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는 회차 때 바로 대본이 나와 여유가 없었다.”면서 “이것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장영실 작가가 쓴 ‘마이 프린세스’는 거의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일정으로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재는 “얼마 전에는 (촉박하게 드라마를 찍다가) 한 방송사에서 (결방)사고까지 났다.”며 “어느 나라가 이렇게 드라마를 만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이 드라마를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돈이나 받아 보자고 회당 출연료가 2000만원까지 간다.”며 “방송사가 외주 제작을 의뢰할 때 적어도 열흘 전에 대본을 넘겨 검사할 시간을 달라는 계약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조민기 트위터 글로 인터넷 ‘시끌’

    조민기 트위터 글로 인터넷 ‘시끌’

     탤런트 조민기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조민기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와 작가를 겨냥한 듯한 원색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누가 보아도 지난 27일 종영한 MBC TV 주말극 ‘욕망의 불꽃’과 정하연 작가에 대한 비난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조민기는 정 작가가 ‘명예훼손’을 언급하자 아예 작심한듯 “내 영혼이 훼손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조민기는 30일 오후 5시 30분쯤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근데 그(정하연 작가)는 엄청 최고인가 봅니다.”라고 적었다. 자신의 발언이 이슈가 되자 반박에 나선 정 작가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조민기는 이어 ”그는 명예가 훼손되었다 하는데. 나는 영혼이 훼손되었지요. 아버지뻘 얘기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리 교만하진 않으시죠.”라고 정 작가의 명예훼손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조민기는 지난 26일 트위터에 “완~전 쫑!! 지난 월화수목 간절곶에서 마지막 촬영했는데 심신이 표독스러워져서 얼굴 안보여주고 싶어서 그냥 올라왔어”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했어.반성도 없고 위선만 있는 악령들로부터 탈출”이라고 썼다.  간절곶은 ‘욕망의 불꽃’의 주 촬영지이자 마지막 촬영지였던 울산의 관광지다.  다음날인 27일 밤에는 “이 세상 단 한 사람은 그것을 ‘완벽한 대본’이라며 녹화 당일날 배우들에게 던져주며 그 완벽함을 배우들이 제대로 못해준다고 끝까지 하더이다.봐주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저희들도 자기가 쓴 대본 내용을 기억 못 하는 자의 ‘작가정신’에 화를 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포기했었어요”라고 했다. 대본 지연 등으로 드라마 촬영이 급박하게 돌아간 사연에 대한 불만이다.  조민기는 또 “세상의 밝고 어두움은 내 눈이 감지하는 게 아니었어. 분명하네 무겁고, 역겹다는 것이 마음에서 사라지니…, 심안이 밝아지니 육안도 개운하게 밝은…, 라식 수술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라는 말로 촬영하며 불편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욕망의 불꽃’은 복수심과 욕망에 눈이 먼 악녀 윤나영을 중심으로 천륜을 끊고 의심하며 이용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받았다.  ‘욕망의 불꽃’은 스타급 작가와 배우들을 기용했음에도 초기 낮은 시청률로 한바탕 내분을 겪었다.  지난해 말 정하연 작가가 배우들과 함께 한 대본 연습 현장에서 신은경과 조민기의 연기력을 지적했다. 당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정하연 작가가 신은경과 조민기가 연기를 못하기 때문에 드라마가 안되고 있다.”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주인공을 양인숙(엄수정 분)으로 만들겠다.”고 해 주위를 싸늘하게 했다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정하연 작가도 반격에 나섰다. 조민기가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정 작가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7~8개월동안 함게 고생했는데 그런 글을 한두개도 아니고 7개나 트위터에 올린 것은 나 뿐만 아니라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을 모두 욕보이는 것”이라며 “고생한 사람들은 다들 뭐가 되나”라고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작가는 이어 “내가 아버지 뻘 되는 사람인데 이런 논란이 일다니 그저 서글플 따름이다. 작가 선생님이 나이가 많아서 깜박깜박 잊는다고 쓰면 모를까. 이건 너무 악의적이다. 프로그램 전체를 모독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정작가는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고소까지 생각했지만 조민기 쪽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한다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라며 “만약 사과가 없다면 정식으로 고소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민기 소속사 라임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인적인 공간에 올린 글의 파장이 너무 커진 것 같다. ”고 아쉬움을 표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씨줄날줄] 강남 좌파/이춘규 논설위원

    미국에서 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화려한 생활을 하며 약자를 위하는 척한다는 비아냥을 듣는 민주당 정치인 등을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s)이라고 부른다. 1969년 뉴욕시장 선거 때 한 민주당 공천희망자가 경쟁자와 그를 지지하는 맨해튼 부자들을 비난하며 처음 사용했다. 호숫가에서 백포도주를 홀짝거리며 삶을 즐긴다고 해 ‘레이크프런트 리버럴’(Lakefront Liberal)이라고도 칭한다. 부자 좌파라고 조롱받기도 한다. 영국 런던 북부의 부촌 햄스테드는 학력수준이 높으면서 진보적인 지식인,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이 지역 부자들이 진보적인 노동당에 표를 많이 주자 보수주의자들은 ‘햄스테드 리버럴’(Hampstead Liberal)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영국에서는 “우리가 훈훈한 응접실에서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사회주의에 관해 지껄일 때, 야외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는 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글에서 유래한 ‘샴페인 사회주의자’도 사용된다. 프랑스에서는 고급요리 철갑상어알을 먹으며 사회주의를 논한다는 의미로 부자 좌파들을 ‘고슈 카비아’(캐비어 좌파)라고 부른다. 이 밖에 서구에서는 구치 사회주의자, 살롱 좌파 등 부유한 진보주의자들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이 많다. 진보적인 부자들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언행을 꼬집는 부정적 의미를 담는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가 대립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이따금 양식 있고 책임 있는 부자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명품족들이 모여드는 청담동 좌파가 수년 전 유행했다. 집값이 폭등한 강남에 살며 부동산 투기 등 나쁜 짓을 일삼으면서 좌파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신조어였다. 우파가 만든 단어다. 반면 청담동 좌파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좌파 부자들도 있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부자들이 자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보수주의자들은 고상한 인상을 주는 ‘진보’라는 용어가 붙는 데 거부감을 나타낸다. 최근 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강남 좌파가 조명받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선두다. 조 교수는 저서 진보집권플랜을 들고 지방에서 북 콘서트를 열며 강남 좌파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비판·옹호의 논란도 뜨거워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좌파가 분화하는 신호탄이 될까. 부정적인 청담동 좌파와 구분되는 강남 좌파. 이들이 이념 갈등과 충돌을 막아줄 사상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 줄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오릭스 ‘선발 3인방’ 중심은 역시 박찬호!

    오릭스 ‘선발 3인방’ 중심은 역시 박찬호!

    현재 박찬호(오릭스)는 두산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이타현 벳푸에 합류해 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박찬호는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박찬호가 두산 캠프에 머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박찬호는 26일 정식으로 오릭스 입단식을 거행하며 31일에는 오릭스 선수들과 함께 훈련지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로 이동 후 다음날 1일 팀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2월 1일은 오릭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거의 모든 팀들이 동계훈련을 시작하는 날이다. 올 시즌 오릭스는 마운드 재건을 우승탈환의 화두로 삼고 있는 팀이다. 지난해 다승왕(17승)이자 에이스인 카네코 치히로를 제외하면 고만고만한 선발투수들이 많은 팀 사정상 확실한 ‘보증수표’ 만들기는 이번 동계훈련의 필수요건이다. 그래서 오프시즌에 박찬호를 영입했고 155km의 포심패스트볼을 뿌리는 알프레도 피가로도 보강했다. 동계훈련 동안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오릭스의 6선발 로테이션은 정해져 있다. 카네코 치히로-박찬호-키사누키 히로시-콘도 카즈키-테라하라 하야토-알프레도 피가로 순이다. 항간에서는 박찬호가 개막전 선발로 출격 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지만 일본에서 경험이란 측면을 생각하면 그 몫은 카네코의 차지가 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할때 올 시즌 오릭스의 선발 마운드는 물음표 투성이인곳이 많다. 이 투수들이 기대대로만 해준다면 더할나위가 없겠지만 곳곳에서 불안함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박찬호는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긴 하지만 주어진 보직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몇년간 박찬호는 선발이 아닌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물론 선발 경험이 매우 풍부하긴 하지만 환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예전처럼 선발로 돌아가 마운드에 오르기엔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스러운 부분은 일본야구가 5인이 아닌 6인 선발 로테이션이란 점이다. 중간에 휴식일도 끼여 있어 일주일에 한번 등판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미국에 비해 짧은 이동거리를 감안하면 선발로서 체력적인 부담은 그렇게 우려할만한 사항은 아니다. 한신의 시모야나기 츠요시는 우리나이로 44살(1968년생)이지만 아직까지도 팀의 선발 한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야구에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해 주는 선례다. 결국 오릭스는 키사누키와 테라하라가 얼마나 해줄수 있느냐가 올 시즌 키포인트다. 키사누키는 2010 시즌을 앞두고 요미우리에서 오릭스로 트레이드 되어온 선수다. 두터운 요미우리 선발진을 뚫지 못하고 주로 2군에 머물던 그는 지난해 10승(12패, 평균자책점 3.98)을 올리며 재기에 성공했다. 키사누키의 올 시즌 목표는 12승이다. 구종이 단조롭고 폭투가 많은게 흠이지만 지난해 5번의 완투(1완봉 포함)승이 말해주듯 위기관리 능력은 수준급이다. 테라하라 라고 하면 한때 소프트뱅크의 미래의 에이스로 주목받던 선수였다. 역대 고시엔이 배출한 강속구 투수계보에서 결코 빼놓을수 없는 투수로 타무라 히토시(소프트뱅크)와 트레이드 되어와 지난해까지 요코하마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오프시즌에 오릭스는 야마모토 쇼고를 요코하마로 보내고 테라하라를 데려왔다. 지난해 테라하라는 4승(3패)에 머물렀다. 테라하라는 요코하마에서 12승을 거두기도 했었고 지난 2008년에는 마무리로도 뛴 전력이 있는 투수다. 테라하라에 대한 오카다 감독의 기대치는 두자리 승리 투수. 이게 실현되면 올 시즌 오릭스가 품고 있는 우승이 결코 힘든 목표는 아닐 것이다. 콘도는 선발투수로서 내세울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뺄수도 없는 고만고만한 하위선발급 투수, 외국인 투수 피가로는 매우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실전에서 공을 뿌린적이 없기에 섣부른 판단을 할수 없다. 오릭스 선발진에서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좌완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피가로와 함께 영입한 외국인 투수 마크 맥레인이 좌완이긴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대치는 피가로보다 낮다. 퍼시픽리그는 각 팀마다 너나 할것 없이 강력한 ‘원투 펀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릭스는 강력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카네코를 뒷받침 해줄 투수가 부족했던게 팀 연승을 이어가지 못한 원인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사정이 다를듯 싶다. 이것은 박찬호를 영입함으로써 다소나마 해결될것으로 보이며 키사누키가 목표대로만 활약해준다면 타나카 마사히로-이와쿠마 히사시-나가이 사토시의 라쿠텐 선발진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 ‘선발 3인방’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그 중심은 박찬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열린세상] 新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암운/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新 ‘제정일치(祭政一致)’ 시대의 암운/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정치인은 사이비 종교인을 닮아간다. 종교인은 사이비 정치인을 빼닮는다. 언행과 행태만 봐선 정치인인지 종교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원시부족시대나 중세시대에 끝난 줄 알았고 오늘날엔 극소수 광신국가에만 남아 있는 제정일치(祭政一致), 그 구시대의 유물이 왜곡·변형된 형태로 되살아나 우리사회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과거의 제정일치는 같은 사람이 동시에 종교지도자 겸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맡는 것을 의미했다. 요즘의 제정일치는 정치인과 종교인이 따로 있지만 서로를 어설피 흉내내서 그 언행과 사회적 기능상 수렴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의 불안하고 광폭한 심리를 반영하고 더욱 조장하는 것으로 개탄 받아야 마땅하다. 정치인의 사이비 종교인화(化)는 자기가 선(善)이고 상대는 악(惡)이므로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절대주의적·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정파를 불문하고 근래 정치인 간의 대결과 상호 공격은 종교전쟁을 연상시킬 만큼 전면적·지속적이고 험하다. 정의의 이름으로 상대방에 저주를 퍼붓는 정치인은 신의 이름으로 이교도를 멸하는 제사장, 귀신을 쫓아내는 굿판의 주술사와 다르지 않다. 내 입장과 네 입장 사이에서 중간적 조정을 시도하거나 대화로써 의견을 모아가는 진정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종교인의 사이비 정치인화(化)는 전문성 있는 판단을 요하거나 정파적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현안에 대해 특정 입장을 외쳐대고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일부 종교인의 행태는 정책현안마다 우리 집단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 계산해 상황에 따라 로비, 소송, 시위를 주도하는 이익단체간부와 다르지 않다. 신의 가호를 믿고 일반 신도를 동원하기 때문에 더 위선적이고 위험하다. 인간이 자존하며 남을 존중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성찰의 가치를 설파하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다. 정치인과 종교인 모두가 수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의 문제지만 사회 전체에 끼치는 폐해가 크다는 데에 사안의 심각함이 있다. 몇몇 정치인의 행태가 보여주는 섬뜩한 주술적 저주행위와 성전(聖戰), 그리고 몇몇 종교인의 언행에 나타나는 배타적 이익압력 활동과 정치세력화는 자극적 소재를 갈구하는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으로 딱 좋다. 존재를 내세우려 호시탐탐하던 좌우 사회집단들의 논란 소재로도 적격이다. 그 결과, 사회의 과장된 관심을 끌고, 보다 심각하게는 사회 전체를 격앙된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냉철하게 정책현안을 다루어야 할 정치인과 차분한 성찰의 덕을 퍼뜨려야 할 종교인이 각자의 본분을 잊고 어설피 닮아가며 사회갈등을 풀 수 없는 쪽으로 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제정일치 현상이 퍼지는 이면에는 대중의 불안감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가 너무도 빨리 비예측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대중은 항상 불안감을 느끼고 사회의 원자화로 인해 위안처로 의지할 마땅한 구심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대중일수록 냉철한 정치인과 성찰적 종교인에게서 만족을 못 느낀다. 대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재단하고 나는 좋고 상대방은 나쁘다고 규정해 심리적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정치인 같기도 하고 종교인 같기도 한 짝퉁에게 끌릴 위험성이 있다. 사회구조 변화 및 사회 구심점 해체의 속도가 빠른 미국과 유럽에서도 제정일치 현상이 어느 정도 목격되기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대중의 마음에 나만 옳다는 맹신을 심고 남을 향한 무조건의 적대심을 불어넣고 있는 일부 인사는 실은 정치인이나 종교인이라는 고상한 명칭의 자격이 없는 사이비일 뿐이다. 이제 더 이상의 과도한 사회갈등을 막기 위해 정치인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본분으로, 종교인은 관용과 성찰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당위적 요청을 그들이 귀 기울여 듣고 실천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일반대중이 근본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시대 속에서도 건전한 이성과 상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신제정일치의 암운이 벗겨지는 한 해를 소망하며 든 생각이다.
  • 김을동의원, 주내 ‘병역면제자 국무위원 배제’ 법안 발의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병역면제자를 국무총리, 장관 등 국무위원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이번 주 발의하겠다고 20일 밝혔다. 개정안은 “대통령은 군복무 면제자를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하되 여성, 병역법에 따른 명백한 장애인, 국위선양에 따른 병역면제자 등은 예외로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특히 개정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병역면제 해당자는 즉각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의 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도 담고 있다. 만일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김황식 총리,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등이 사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면제자 배제 기준이 너무 넓어 헌법이 정한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막는다는 지적이 커 국회 통과는 힘들 전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스위스 마약사범 “징역형 부당” 114일째 단식

    스위스에서 마리화나를 키워 팔다 체포돼 징역이 선고 받은 남자가 100일이 넘게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에 대한 처벌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마약 밀매자로, 또 다른 일각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이상주의자로 각각 비난과 지지를 받고 있는 버나드 랩퍼스(57)가 바로 생명을 담보로 투쟁하고 있는 주인공. 그는 직접 재배한 마리화나를 달여 약 등을 만들어 팔다 적발돼 기소됐다. 법원은 환각제에 관한 법을 어긴 점이 인정된다며 그에게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버나드는 그러나 처벌이 부당하다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19일 현재 114일째 식사를 거부하며 약간의 설탕과 소금, 비타민만 복용하고 있다. 그의 단식투쟁은 마약사범 처벌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론은 버나드에 대한 지지와 비난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버나드를 지지하는 쪽에선 “스위스가 마약 마피아의 먹잇감이 된 게 오래인데 버나드에게 중형을 내린 건 스위스 사회의 위선”이라며 즉각적인 형 집행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브뤼니에 전 스위스 사회주의당 대표는 “동유럽과 러시아, 코소보의 마피아 조직이 마약, 매춘 등의 사업으로 스위스 깊숙히 침투해 있다.”며 “제네바와 주변에선 유럽에서 가장 순도 높은 코카인이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 품질의 코카인 수요가 많은 건 버나드 때문이 아니라 스위스의 소득이 높기 때문”이라며 그의 석방을 지지했다. 버나드가 마리화나 재배에 손을 댄 건 1970년 초반이다. 개인소비를 위해 마리화나를 키우던 그는 1993년부터 상업적인 목적으로 마리화나 재배를 시작해 달인 약, 마리화나 기름 등을 만들어 팔아왔다. 단식투쟁이 100일을 훌쩍 넘기면서 버나드는 체중이 35Kg나 줄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경제체제보다 정치 방임이 문제”

    “경제체제보다 정치 방임이 문제”

    “우리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환자(자본주의 체제)라기보다 그 뒤의 대중들입니다. 우리가 치료약을 찾아낸다면 반드시 처방해야 합니다. 우리가 환자의 죽음을 기원하고 있음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1931년 독일 사민당 전당대회에서 노동운동 이론가인 프리츠 타르노프의 연설)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자유시장주의자들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것 같지만 이들은 비슷한 점도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처방을 내린다는 점이다. 물론 성격은 다르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어차피 ‘보이지 않은 손’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며 손을 놓는 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문제가 더 곪아 터지면 그만큼) 사회주의가 가까워온다.”며 손뼉 칠 따름이다. 어쨌든 방임주의라는 점에선 똑같다. 셰리 버먼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가 쓴 ‘정치가 우선한다’(원제 ‘The Primacy of Politics’, 후마니타스 펴냄)는 이런 방임주의를 비판하면서 제목 그대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치 행위의 중요성을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혁명가란, 가만히 기다리다 마침내 혁명이 터져나올 때 사회주의라는 아기를 받아내면 그뿐인 ‘산파’에 그치거나, 혁명의 임계점을 확인하는 ‘온도계’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저자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를 ‘복권’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 논쟁’으로 알려진 유럽의 사민주의는 대개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의 실용적 타협으로 여겨져 왔다. 유약한 타협책, 혹은 혁명을 포기한 서구 좌파의 위선적 탈출구라는 냉소적 평가도 있다. 저자는 그러나 사민주의는 곁다리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의 교조성을 깨부순 새로운 사상이라고 주장하며 구체적으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의 사민주의를 추적한다. 저자가 보기에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시장주의는 ‘경제의 우선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래서 파시즘과 나치즘을 우파들이 선택했다는 통념을 거부한다. 거꾸로 경제 위기가 오히려 사회주의로 가는 대문을 활짝 열어줄 것이라 믿었던 좌파들이 구체적인 현실 개입을 꺼리다 정치의 주도권을 우파에게 빼앗겼다고 본다. 즉, 파시즘과 나치즘의 탄생 책임은 ‘사악한 우파의 음모나 죄악’이라기보다 ‘교조적 좌파의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이마르공화국의 무기력은 독일 사민당이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게 버먼 교수의 진단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독일 경제가 조금 더 망하기를 기다려보자는 사민당보다, 옳든 그르든 제3제국이라는 비전을 통해 국가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히틀러를 선택하는 게 당연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는 다른 누구의 책임이 아닌, 바로 독일 사민당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앞서 언급한 타르노프의 연설도, 경제위기 탈출 처방이 나왔음에도 혹여 그것이 자본주의 개량화에 도움이 될까 봐 끝내 공식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은 사민당에 대한 비판이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바로 북유럽의 사민주의 노선, 그러니까 스웨덴 모델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독일 사민당과 달리 마르크스에 얽매이지 않았다. 사회적 대타협, 적극적 복지정책 등이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더 강화시킬 소지가 충분함에도 “자본주의 안에서 최고의 개혁을 얻어내는 것이 곧 사회주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라는 선언 아래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개량화에 나섰다. 이것이 오늘날의 스웨덴 모델로 이어졌다. 버먼 교수가 2006년에 쓴 책이 뒤늦게 번역돼 나온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오바마 감세연장 반댈세” 8시간 35분 마라톤연설

    “오바마 감세연장 반댈세” 8시간 35분 마라톤연설

    저녁 7시 55분. 마침내 끝났다. 우리 나이로 올해 일흔살인 노정객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비틀거리며 미 의회 본회의장 연단을 내려섰다. 그러곤 털썩 주저앉았다. 8시간 35분. 오전 10시 20분에 시작한 연설을 마쳤을 때 본회의장 의원석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바로 그 시간, “샌더스가 감세연장안을 반대하는 인사들에게 감동의 시금석(touchstone)을 던져주었다.”고 격찬하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날렸다.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본회의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한 감세연장안에 반대하는 샌더스의 마라톤 연설이 펼쳐졌다. 1992년 공화당의 앨 다마토 뉴욕 상원의원이 세금 관련 법안에 반대하며 펼친 15시간의 연설 이후 18년 만의 긴 연설이었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은 연설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비난하면서 감세연장을 주장하는 공화당 동료의원들을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수치를 제시하며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준비해온 10가지 감세연장 반대 이유를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민들이 보내온 편지들과 함께 반복해서 읽어가면서 지칠 때까지 연단을 지켰다. 연설이 길어지자 동료 의원들 대부분은 자리를 떴고, 그의 보좌관과 입법서기, 보안요원, 발코니의 방문객들만 남아 연설을 경청했다. 오후가 되면서 체력이 떨어진 샌더스 의원은 단상에 몸을 기댄 채 연설을 이어갔다. 가끔 바닥에서 겅중겅중 뛰며 저린 발을 풀기도 했다. 연단을 내려선 샌더스 의원은 “이 연설을 필리버스터라고 하든, 아주 긴 연설이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오로지 감세연장 법안보다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중간선거 패배의 여파로 나온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감세연장 합의가 미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으나 지금껏 미 의회에는 폭력은커녕 변변한 욕설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노정객의 혼신을 다하는 설득과 호소가 미 의회의 고심과 갈등을 내보일 뿐이다. 감세연장안에 대한 상원 표결이 13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엄밀히 따져 그의 이날 연설은 다수당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의사진행발언인 필리버스터는 아니다. 그러나 자기 소신을 위해 혼을 불태우는 이 노정객의 연설은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일약 샌더스를 사이버의 스타의원으로 만들었다. 의사당 내 청중들은 거의 없었지만 의사당 밖에서 그의 연설은 단연 화제였다. 트위터에서 이날 하루에만 4000여명이 팔로어로 등록했다. 그의 연설을 온라인으로 시청하려는 사람들이 폭주하면서 상원 비디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미 의회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1957년 민권법 통과에 반대하며 24시간 18분에 걸쳐 연설한 것이다. 당시 서먼드 의원은 전화번호부를 읽어내려가면서 시간을 끌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뿔난 정상들 “美 내정간섭 STOP”

    뿔난 정상들 “美 내정간섭 STOP”

    내부고발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 전문에 담긴 원색적인 비아냥과 폄하에 마음이 상한 각국 정상들이 꾹꾹 눌러왔던 불편한 심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 행정부가 점점 궁지로 몰리는 양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9일(현지시간)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알파 독(우두머리)’으로 미 전문에 표현된 데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미국 외교가 확실한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은 뒤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면 왜 줄리언 어산지를 감옥에 숨겨두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뜻을 담은 러시아 속담을 들어가며 미 행정부를 힐난했다. 피용 프랑스 총리는 “(위키리크스가) 훔친 정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미국의 조언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프랑스가 러시아에 군함 수출을 반대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어산지 옹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어산지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어산지를 탓할 게 아니라 그런 문건을 만든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며 어산지의 체포와 구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미 외교 문서에서 무능하다고 언급됐던 케빈 러드 전 총리도 이번 사태의 책임은 어산지가 아닌 미국에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언론들도 미국 정부 비판에 가세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공개에 대응하는 방식은 제국주의적인 교만과 위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독일 주간 베를리너 차이퉁, 프랑스 일간 피가로 등 유럽 언론의 미국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전했다. 전날 위키리크스에 대한 기부 결제 서비스를 중단한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를 공격했던 어산지의 지지자들은 사이버 전쟁을 이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해킹그룹 ‘익명’은 새로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 목적은 간단하다. 그 어떤 기업, 정부로부터 인터넷상의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도 세력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네덜란드에서 해킹에 연루된 16세 용의자가 체포됐다. ●문건공개 타깃 다국적 대기업까지 확장 어산지의 고국인 호주에서는 시민단체 ‘겟업(GetUp)’이 인터넷 서명 운동을 시작했고 야당 의원을 포함한 또다른 지지자들은 이날 시드니 시내에서 집회를 가졌다. 한편 위키리크스 문건 공개의 타깃이 다국적 대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새로운 항생제로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담당 검사 뒤를 캔 뒤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날 세계 2위의 석유 기업인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 정부에 직원을 심어 정보를 수집하고 미국 대사관도 로열더치 셸과 정보를 교환해 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5) 이탁오의 ‘분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위험한 책과 위험하지 않은 책. ‘분서’는 전자에 속하는 책이다. 태워버려야 할 정도로 위험한 책, 분서(焚書)! “읽는 사람에 따라 질책과 원한이 생길 수도 있겠기에, 이 책이 응당 불살라지고 내버려질 운명”임을 예감한 이지(李贄·1527~1602)는 자신의 문집에 ‘분서’라는 쇼킹한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분서’는 불태워지는 대신 불처럼 번져나갔고, 불타오르듯이 읽혔다. ●위험하지만 절박한… 낯선 배움의 여정 이지.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로, 호는 ‘탁오’(卓吾)다. 대체로 이탁오 앞에는 ‘중국 사상계의 이단아’, ‘명대 최고의 사상범’ 같은 극단적인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탁오는 당대(當代) 지식인들의 도그마가 되어버린 주자학적 질서에서 발생한 하나의 균열이었다. “내가 지금 음식을 갈망하는 것처럼 도(道)를 추구한다면 공자와 노자를 가릴 여유가 있겠느냐.”던 이탁오는, 굶주린 자가 밥을 구하는 절박함으로 기존의 영토를 떠나 낯선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공자를 존경했지만 공자에게 어떤 존경할 만한 점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지르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오호라! 나는 오늘에서야 우리 공자를 이해했고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 짖지는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난쟁이가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속분서’ 중 ‘성교소인’(聖敎小引)> 이탁오의 집안은 원래 대외무역을 하던 상인 집안이었지만, 조부 덕분에 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과거시험을 통해 관리가 된 26세부터 53세까지 중국 각지를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사람들 같으면 더 높은 관직에 오르려고 발버둥치면서 안정된 노후대책을 모색할 나이에 출가를 결심한다. 이유인즉, ‘진짜 공부’를 하겠다는 것. 그는 선언한다. “나는 한 마리의 개”였노라고! 이보다 더 파격적이고 용감한 자기선언이 또 있었던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앎과 신념을 더 견고하게 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탁오는 50이 넘은 나이에 자신이 믿었던 세계가 허상일 수도 있음을 보았고, 자신이 한 마리 개였음을 자각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도 계속 개처럼 살 수야 없지 않은가. 그는 미련 없이 자기 자리를 떠난다. ●사욕 속 ‘본래의 성’을 되묻다 송·명대 이학(理學)의 출발점은 천리(天理)다. 그것은 ‘그런 것’이면서 ‘그래야 하는 것’이며, 만물에 내재해 있으면서도 만물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법칙이다. 그리고 이 법칙이자 자연으로서의 이(理)가 인간에게 내면화된 것이 본성(性)이다. 이 본성은 기질에 따라 치우치거나 탁해지게 되는데, 이때 ‘사욕’(私慾)이 발생한다. 예컨대, 먹고 입고 자는 등의 행위는 ‘본래의 성’에 속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어떤 잉여가 더해지면, 즉 더 좋은 걸 먹거나 입고 싶어 하게 되면, 그것은 사욕으로 변질되고 만다. 성리학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이 ‘사욕’을 어떻게 극복하고 ‘본래의 성’을 되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탁오는 이 기본구도를 깨고 나간다. 그는 천리가 아니라 온갖 욕망으로 들끓는 일상에서 시작한다. 과연 ‘사욕’이 개입되지 않은 도리가 따로 존재할 수 있는가. 도리와 법칙을 추구하는 것은 사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는 ‘도리 vs 사욕’이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서 그것을 재정의하는 대신 그와 같은 틀 자체를 부정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밀어붙인다. 여기에는 당시 지식인들의 위선과 자기 기만에 대한 이탁오의 깊은 혐오가 깔려 있다. 이탁오는 자신의 ‘참된’ 도리로 지식인들의 ‘거짓’ 도리를 비난하는 대신, 현실적 욕망의 지평에서 ‘도리’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것이다. 지식인들이 내세우는 ‘도리’는 어쩌면 자신들의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그들의 도리가 백성들의 사욕보다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도리’라는 명분이 도리어 지식인들의 탐욕을 가능케 하는 것은 아닐까. 이탁오는 묻는다.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욕망의 자리가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사유를 시작할 것이며, 어디서 도를 구할 것인가, 라고. 인간에게 의지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 삶에 대한 의지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보면, 재물과 여색을 탐하는 자의 욕망이나 도를 탐하는 자의 욕망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을 실체화하고 거기에 집착하는 한에서는 똑같이 즐겁고 똑같이 괴롭다. 그러니 문제는 욕망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 ‘안에서’,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분서’ 곳곳에서 이탁오는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잘살고 싶어서 관리가 되었고, 그러다 더 잘살아 보려고 출가했을 뿐이다. 처자식을 열심히 먹여 살리고 싶었던 것도 이탁오고, 그러다가 다 내버리고 도망쳐 나온 것도 이탁오다. 그의 비난자들이 말한 것처럼 초탈해서 처자식을 버린 것도 아니고, 무슨 선기(禪機)가 있어서 부러 기행(奇行)을 일삼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는 자만이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 ●개로 살 것인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불온한 사상으로 지식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탁오는 명 말의 부패한 권력자들에게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다. 일종의 ‘사상범’으로 관에 압송되어 가는 도중에 잠시 머물던 옥사에서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자가 남긴 글에 따르면, 옥중에서도 평상시처럼 책을 읽고 시를 짓다가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는 말을 남기고는 덤덤하게 세상을 하직했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빛나는 최강 ‘포스’. 추측컨대, 죽음마저도 스스로 결단하고자 했을 것이다. ‘분서’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자유로운 인간으로 조형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불균질적인 사유의 조각들이다. 절실한 배움의 관계가 사라져가고, 지식은 지배와 계급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권력으로 기능하는 우리 시대에, 그의 물음은 더욱 더 사무치게 와 닿는다. 개로 살아갈 것인가,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인가. 채운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시대를 노래한 뮤지션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

    ‘연대기적으로’만 보자면, 올해는 존 레넌과 비틀스에게 꽤 의미있는 해였다. 50년 전인 1960년 비틀스가 탄생했고, 꼬박 10년을 활동하다 1970년 해체했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 잇 비’(Let It Be)가 나온 것도 이 해였다. 비틀스의 핵심 멤버 존 레넌 개인적으로도 탄생 70주년이자, 타계 30주년이다. 올해 부쩍 존 레넌과 관련된 화제가 이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생일(10월 9일)을 전후해서 사망 10일 전에 찍은 누드사진과 사망 직전 촬영된 그의 사진들이 공개됐고, 그가 생전 발표한 앨범들이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전 세계 음악시장에 뿌려졌다. 그의 어두웠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노웨어 보이’도 국내 개봉(9일)을 앞두고 있다. ‘레논평전’(신현준 지음, 리더스하우스 펴냄)이 나온 것 또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책은 크로니클 같은 서사구조로 일관한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담담하다. 그러나 대중음악 거장들에 대한 오마주에서 흔히 보듯, 거창한 수식어들을 남발하지 않아 외려 편하다. 밖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끊임없이 불화하면서, 안으로는 스스로의 위선과 치열하게 싸웠던 아티스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현란한 수사는 되레 짐이 될 뿐이다. 하나의 문화현상, 혹은 신화적 인물이라 할 만큼 존 레넌이 20세기 최고의 뮤지션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것은 아니다. 외려 불편하기 짝이 없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는 게 옳다. 달콤한 사랑 얘기보다는 정치·사회 문제나 내적 성찰 등을 노래하려 애썼고, 그러다 보니 그의 음악에는 급진적인 발언이나 명상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책은 존 레넌이 ‘불편한 메시지’를 들고 서게 된 까닭, 그리고 그와 비틀스가 당시 세상에 팬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좇는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왜 또 다시 존 레넌인가?’라고 묻는다. 단지 시기적 유의성 때문만은 아닐 터. 레넌이 세상에 던진 불편한 메시지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회자된다. 그의 메시지가 ‘쓰지만 달게 먹어야 하는 약’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걸그룹의 현란한 춤이 대중음악의 알파요 오메가인 양 받아들여지는 세태, 정규앨범 제작이 모험처럼 인식되는 왜곡된 대중음악 풍토에서 그의 치열한 음악적 여정을 담은 크로니클이 어떤 변곡점 역할이라도 해줬으면 싶은 거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존 레넌을 갈망한다. 1만 8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기고] 한반도에 더 이상 비극은 없어야/김용희 서울사이버대 교수

    “사람을 한두 명 죽이면 살인이지만 수백만을 죽이면 통계에 불과하다.” 소련공산당 혁명을 주도한 스탈린의 말이다. 전쟁에서 혹은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인권론은 얼마나 사치한 개념인가, 인간 존엄성은 빈 메아리일 뿐이다. 안정된 국가, 안정된 사회에서는 중요한 가치며 최고의 목적인 ‘인권’의 의미가 전쟁이나 혁명시대에는 얼마나 사치가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들은 너무도 많다. 사회면에 대서특필되는 극악한 살인범의 피해자는 단지 몇 사람이다. 그러나 허구적 사상과, 가면의 종교는 개념을 넘는 만행을 자행한다. 종교와 정치, 사상이 폐쇄적이거나 독선적이 되어 제어장치 없이 질주, 수많은 제노사이드(집단살해)가 이루어져 왔음을 역사는 전해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약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하였다. 소련공산당은 노동자·농민의 이름으로 공산혁명의 완성을 위하여 수백만명의 인민을 학살하였다.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당시 1000만명 이상을 숙청하였다. 폴포트는 서민을 위한 평등사회 건설과 ‘마오쩌둥식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1인 200만명을 학살하였다. 조찬선 목사는 ‘기독교죄악사’에서 서구문명과 서구종교의 가식과 위선을 조명했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유럽인들이 이주하면서 300년 동안 1800만명 이상의 원주민이 교황의 지지를 받는 식민지배에 의해 학살되었다. 신대륙의 발견과 개척의 역사는 유럽인에게는 개척정신이 일구어낸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지만 원주민에게는 약탈과 강탈과 역사적 패자로서의 기록일 뿐이다. 포르투갈은 교황청의 묵인과 동조 하에 브라질을 식민지화하면서 원주민의 95%를 학살하였다. 400만명이던 원주민은 고작 20만명만 남았다. 북한에서는 200만명 이상이 아사하거나 아사 위기에 놓여 있다. 남북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그 원인이 있지 않다. 일본의 점령과 강대국 간의 이념대립이 유독 우리민족에게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을 가져다 주고 있다. 분단된 국가에서 우리는 아직도 국방비에 예산의 30%를 쏟아붓고 있다. 청년들이 젊은 시절 국방을 위해 보낸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은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희생되는 젊음은 화폐가치로 환산되지 않는다. 예상할 수도 없었던 황당한 사건이, 예측과 상식적 인식의 범위를 넘는 변괴가 발생했다. 민간인에 대한 포격,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군인들 간의 교전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이렇게 시작되면 이념과 체제가 가져오는 극단적 폐쇄와 관념에 머물던 한반도에서의 냉전이, 그리고 좌·우파의 논쟁이 그 논쟁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로 변해 버린다. 이념보다도 앞서는 것이 인명의 소중함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적인 책무이다. ‘사람의 생명이 통계 자료일 뿐’이던 숱한 역사적 사건들은 소설이 아닌, 지난 시절의 현실이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한다. 단호한 대처가 극단으로 가면 대안은 없다. 상대방의 내심과 의도, 동기는 서로 관심도 두지 않으면서 단호한 대처만을 강조하면 결과는 한곳으로만 치닫는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 운운은 사치가 된다.
  • 이지현 최근모습 공개 “예전과 달리 일본 갈 때 뿌듯”

    이지현 최근모습 공개 “예전과 달리 일본 갈 때 뿌듯”

    걸그룹 쥬얼리 전 멤버 이지현이 최근모습을 공개했다. 이지현은 최근 자신의 미니홈피에 ‘도쿄’(Tokyo)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모습이 담긴 6장의 사진과 글을 남겼다. 사진 속에 이지현은 올림머리를 하거나 긴 생머리를 풀어헤치고 곱게 화장을 한 모습이 2006년 쥬얼리 탈퇴 당시 보다 좀 더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지현은 사진과 함께 “12년 전만 해도 일본에선 한국이라 하면 조금은 업신여기곤 해서 참 서러운 일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일본 갈 때 너무 뿌듯하고 기분 좋다. 일본인들이 먼저 말을 걸어와 한국에 대해서 야기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위선양에 일조하신 모든 분들, 당신들께 감사합니다”라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리 선수들의 우승을 기원합니다”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 이지현 미니홈피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그녀의 性 그리고 위선

    그녀의 性 그리고 위선

    퇴폐 판정을 받았던 ‘판도라의 상자’를 각색한 오스트리아 작곡가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Lulu)가 국내에서 초연된다. 국립오페라단이 25일부터 28일까지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것. 3막으로 구성된 룰루는 여주인공 룰루에게 투사된 사람들의 욕망을 통해 성(性)을 적대시하는 중산층 계급의 위선적 도덕관을 비판한 작품이다. 원작은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두 희곡 ‘대지의 정령’과 ‘판도라의 상자’. 발표 당시 ‘퇴폐적인 범죄 행위’ ‘죄악의 미화’라는 혹평에 시달리며 폐기 판정을 받았고, 베데킨트는 음란물 유포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크리스티나 부스는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룰루’ 제작 발표회에서 “괴테는 어린이가 부모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이 뿌리와 날개라고 했다. 고아이기 때문에 뿌리가 없는 룰루는 날개마저도 점점 부서지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룰루’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은 태양과 같은 룰루를 둘러싼 행성과도 같은 존재”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나무가 중심에 있는 회전 무대를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만∼15만원. (02)586-5282.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4대강·개헌·사정 등 핫이슈 격돌

    4대강·개헌·사정 등 핫이슈 격돌

    국정감사를 마친 국회가 1일부터 대정부 질문에 들어간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은 예산안 처리와 쟁점 법안 심사를 앞둔 여야의 ‘전초전’ 성격이 짙어 연말을 강타할 정국 이슈가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취임 뒤 처음으로 국회 답변에 나선다. ●김총리 취임 첫 국회 답변 여야의 대치 전선은 4대강을 둘러싸고 확실하게 그어질 전망이다. 다른 이슈와 달리 4대강 사업은 여야 모두 당내 목소리가 일치돼 있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31일 트위터에 “4대강 사업이 강살리기 사업이냐, 대운하 사업이냐의 주장에 대해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야당에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여당에도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도 “야당이 강을 살리는 사업을 죽이는 사업이라고 허위선전을 하고 있다.”며 역공을 예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486그룹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최고위원을 ‘4대강 대운하 반대 특위’ 위원장으로 선임해 최전선으로 내보냈다. 국감에서 4대강 공사 편법입찰 의혹을 제기한 강기정·김진애 의원 등 강경파를 대정부 질문에 집중 투입한 것에서도 ‘결기’를 읽을 수 있다. 대정부 질문에선 개헌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안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계속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여권의 정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개헌 이슈는 외곽에서 불거져 국회 내부로 침투하는 경로를 보일 전망이다. ●정진석 “4대강 정치 생명 걸어야” 여야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인 유통법과 상생법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대북 정책을 놓고도 격돌이 벌어질 전망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6·25 발언에서 촉발된 대중국 외교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이다. 기업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사정설을 놓고도 시각차가 두드러진다. ●부자감세·FTA, 내부 조율 관건 여야 모두 당내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이슈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당장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논란에서 불거진 ‘부자 감세’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당 지도부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정두언 최고위원 등 소장파는 “중도개혁이 시작부터 좌절돼선 안 된다.”며 의원총회에서 감세 철회를 결정할 것을 주장한다. 감세론자인 나성린 의원과 감세철회를 주장하는 김성식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상반된 주장을 펼칠 수도 있다. 더욱이 친박계 의원들도 부자 감세 철회를 요구해 개헌과 함께 감세 문제가 당내 균열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정체성’ 고민에 빠졌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독소조항 폐지를 골자로 한 전면 재협상을 촉구할 계획이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 등 친노 진영은 “재협상은 미국에 더 많은 것을 양보할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두 목소리를 모두 듣겠다는 입장이다. 이창구·김정은기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명진 스님/김성호 논설위원

    지은 죄나 과오를 깨달아 고친다는 참회(懺悔)의 본질은 꾸밈없는 고백과 뉘우침이다. 제 허물을 낱낱이 들춰 세상에 알리기가 쉬운 일일까. 당연히 참회엔 범상치 않은 고통과 용기가 따른다. 은폐·엄폐며 위선의 속성에 휘둘리기 십상인 범인 입장에서야 쉬운 일이 아닐 터. 3대 참회록으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루소·톨스토이의 참회가 누누이 회자됨도 다름 아닌 타락과 위선에 대한 솔직한 자백에 서린 용기 때문일 것이다. 참회가 종교로 승화할 때 고통과 용서의 가치는 생생하게 빛을 뿜는다. 불교의 참회, 개신교의 회개, 천주교의 고해(고백)…. 불교의 참회가 홀로 혹은 대중모임을 통한 죄 고백과 개선이라면, 회개로 통하는 개신교의 참회는 죄에서 벗어나 신에게 되돌아가는 믿음과 거듭남의 구원이다. 천주교의 고해라면 사제에게 죄를 알려 용서 받는 성사(聖事) 차원의 의식. 제 허물의 공개를 통해 남을 이롭게 하는 고통과 믿음의 공통성을 갖는 것이다. ‘참회의 종교’라는 불교속 참회의 고통은 유별나다. 산스크리트어 ‘크샤마’에 뿌리를 둔 참(懺)의 원뜻도 참을 인(忍)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초기불교부터 몸·말·마음에서 생겨난 악업을 해소하기 위한 참회법이 행해졌다니 불교 속 참회는 뗄 수 없는 수행 과정이다. 최고 경지의 참회를 할 때면 모든 숨구멍에서 땀이 흐르고 눈에선 피가 솟는다니, 터럭의 죄도 감추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고통의 차원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 직영사찰화를 둘러싸고 7개월여 파란을 겪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참회발언이 화제다. 총무원-봉은사 갈등 중재에 나선 화쟁위원회의 권고안대로 봉은사 직영사찰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엊그제 일요법회에서다. “수행자답지 못한 말로 사부대중에 상처를 준 데 진심으로 참회한다.” 봉은사 직영화에 정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뒤 법회에서 종단을 향한 거침없는 말로 일관한 스님의 전격 참회가 놀랍다. 외압설에 얹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으면 내 발로 걸어가 승적부를 파겠다.”던 극언도 물린 채 “꽃게든 털게든 받겠다.”며 징계를 받을 뜻을 신도들에게 전했다는데…. 파란과 내홍의 중심에 있던 명진 스님이 화쟁의 참회를 꺼냈으니 이제 시비의 단초를 가림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 닭이 먼저건 달걀이 먼저건 논란과 갈등의 진원은 소멸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참회의 선언에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말로써 지은 악업을 소멸시킨다는 참회의 ‘참을 인’이 어디 명진 스님만이 되새길 가치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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