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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불거진 靑 검증 책임론… 野, 조국·조현옥 경질 요구

    황교안 “이미선 인사검증 어떻게 한건가” 바른미래당 “조조라인 스스로 물러나야” 정의당도 “국민 납득할 만한 조치 있어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11일 35억 원대 주식 보유 논란을 빚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하는 동시에 청와대의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으로 재산을 35억이나 만들고도 그걸 ‘남편이 다 했다’고 주장하는 헌법재판관 후보는 정말 기본적인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며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재판을 맡았는데 인사검증을 어떻게 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청와대 인사검증을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청와대의 소위 ‘조조라인’, 정말 퇴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이 문제부터 처리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경질을 요구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 후보자와 판사 출신 남편은 법원 개혁을 부르짖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며 “앞으로는 개혁 운운, 뒤로는 법관의 기본 자질마저 의심케 하는 주식투자에 골몰이 아무렇지도 않은 이른바 ‘위선진보’의 실상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회에 선 위선진보, 남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강남 좌파의 모습을 국민이 얼마나 더 봐야 하나”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조현옥 인사수석과 함께 속히 청와대를 떠남으로써 일말의 염치라는 것을 보이기 바란다”고 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주식으로 얼룩진 청문회를 보는 국민은 하도 기가 막혀서 청와대가 검증을 과감히 생략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인사 검증 책임자는 스스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조조라인 퇴진 요구에 대해 고위 공직자 7대 배제 기준, 위법했던 내역이 없는 만큼 인사 추천·검증 단계의 잘못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천·검증 단계에서 잘못이 드러난 게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자꾸 정치공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국민 MC가 겨우 5000만원?” 기부 ‘나비효과’ 막는 줄세우기

    “국민 MC가 겨우 5000만원?” 기부 ‘나비효과’ 막는 줄세우기

    일부 네티즌, 연예인 산불 성금액 정리·공유“버는 돈에 비해 기부액 적다” 비판하기도아이유 기부에 “왜 노인 아닌 어린이 돕냐”전문가 “기부는 액수로 평가할 문제 아냐”강원 산불로 피해 본 이재민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기부가 줄을 잇는 가운데 온라인 공간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유명인들의 기부액을 서로 비교하며 선의를 마음대로 재단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1일 공익단체 등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낸 산불 성금 액수 등을 정리한 글이 실시간 업데이트돼 공유되고 있다. 해당 자료는 거액을 쾌척한 연예인을 칭찬하는 미담 소재로만 활용되지 않고 일부 연예인을 비판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특정 연예인을 거론하며 “벌이에 비해 기부액이 적다”는 악성 댓글을 다는 게 대표적이다. 예컨대 개그맨 유재석이 성금으로 5000만원을 쾌척했다는 기사가 나자 “버는 돈에 비해 적다”, “유재석 정도라면 1억원은 내야 한다”는 등의 댓들이 적지 않게 달렸다. 또 가수 아이유가 지난 5일 산불 피해 아동 지원에 써 달라며 1억원을 기부한 것을 두고도 일부 네티즌은 볼멘 목소리를 내놨다. “강원 지역 산불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들인데 왜 어린이를 위해 기부하냐”, “위선이고 수상한 기부”라는 주장이다.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기부받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직접 해명하기까지 했다. 재단 측은 “갑작스런 산불로 책가방이나 교복 하나 없이 맨몸으로 대피해 학교 가기 어려운 아이들이 실제 있다”면서 “우리 재단이 지원해 온 가정 중 네 가족은 이번 화재로 주거지가 전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1차로 3000만원을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유를 비난했던 네티즌은 문제가 커지자 글을 삭제했다. 일부 네티즌의 ‘기부액 줄세우기’에 대해 다수의 시민들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직장인 안성하(28)씨는 “평생 남을 돕는 데 만원이라도 써 보고 남의 기부액이 적다고 지적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온라인에도 “기부하면 착한 연예인, 안 하면 나쁜 연예인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황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서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장은 “기부에 참여하는 사회 인사들은 액수와 관계없이 그들이 가진 영향력으로 나비효과까지 내는 사람들”이라면서 “의도를 의심하거나 금액으로 의지를 폄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사회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들에게 기부를 강제할 수 없고 이들이 그걸 가지고 평가받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소박한 삶” 강조한 터키 퍼스트 레이디의 반전 일상…“벨기에 명품가 상점 문 닫게 해”

    “소박한 삶” 강조한 터키 퍼스트 레이디의 반전 일상…“벨기에 명품가 상점 문 닫게 해”

    터키를 강력하게 통치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로도안 대통령의 부인 에미네(64)가 ‘소박한 삶(simple life)’을 강조하면서 그의 생활에 관심이 집중된다. 터키 대통령 부부는 ‘1000칸 대궐(thousand-room palace)’에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터키 ‘퍼스트 레이디’ 에미네가 지난 6일(현지시간) 요르단 사해(死海)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중동·북아프리카회의’에서 ‘쓰레기 제로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가능한 한 소박한 삶이 문명화된 삶의 방식이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에서 “환경주의 경제를 창조하는 것은 우리의 행동 양식에 좌우된다”며 “이런 맥락 속에서 우리는 소비문화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이같은 발언이 소개되자 터기 현지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에미네가 사는 수도 앙카라의 대통령 궁은 방이 1100개이며 가격은 6억달러가 넘는다고 현지 좌파매체 솔이 2014년 전했다. 실제로는 방이 250~300개라는 후속보도도 있었다. 터키 야당 ‘좋은당’(IYI Parti)은 7일 페이스북에 “(에미네는) ‘낭비하지 않고 겸손하게 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무슬림으로서 필요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5000달러(약 580만원) 구찌 스카프를 매고, 5만달러(약 5800만원)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25만달러(약 2억 9000만원) 아우디 자동차를 타고(중략) 1000개 방이 있는 7억달러(약 8000억원)짜리 대궐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솔’ 영어판은 7일 “소박한 삶과 소비문화 전환을 역설한 에미네는 벨기에 루이즈거리에서 상점 문을 줄줄이 닫게 하고는 고가품 쇼핑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터키에서 소비습관에 관해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당신 말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그가 멘 가방이 21만 6000리라(약 4400만원)짜리였다.대단히 검소한 가방이겠지” 등 ‘위선적’ 행태를 지적하는 글이 이어졌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전쟁 중에도 정쟁 올인 이승만… 산불도 정치에 활용하는 보수 야당

    [곽병찬의 역사앞에서 묻다] 전쟁 중에도 정쟁 올인 이승만… 산불도 정치에 활용하는 보수 야당

    전쟁엔 관심 없다, 정쟁에 ‘올인’할 뿐. 1951년 7월 초 유엔군과 공산군 사이에 휴전협상이 시작됐다. 교착된 전선에서는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고지전이 전개됐다. 지난 1년 전면전 때보다 더 많은 군인이 희생당하는 처절한 전투였다. 전선에서 500여킬로미터 떨어진 임시수도 부산. 이승만 대통령은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산혈해의 전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국민을 현혹한 ‘북진통일’, ‘휴전협상 반대’는 당시 한국군으로는 이룰 수 없는 허황한 구호였다. 당시 그에게 절박한 것은 야당이 압도하는 2대 국회를 전복시키거나 장악하는 일이었다. 1950년 5월 30일 치러진 2대 총선에서 이승만 세력은 궤멸했다. 전체 210석 가운데 57석만 차지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며 제헌의회의원 선거에 불참했던 지사들이 대거 출마해 당선됐다. 과반이 훨씬 넘는 126석이 무소속이었다. 당시는 대통령을 국회에서 선출했다. 이승만의 재선은 불가능했다.총선 결과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국민은 제주4·3과 여순 사건 학살의 배후, 백범 김구와 몽양 여운형 등 민족지도자의 잇따른 암살의 배후에 이승만이 있다고 믿었다. 동족의 고혈을 일제에 바친 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산시킨 것도 이승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민심은 이승만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는 2대 총선을 미루려 했다. 그는 이미 지방의회의원 선거도 무산시킨 터였다. 제헌의회가 1949년 7월 지방자치법을 제정해 8월 15일 이후 지방의회를 구성하도록 했지만, 이승만은 제주4·3, 여순 사건 등을 핑계로 미뤘다. 12월에는 아예 지방의회 구성을 무기한 유보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해버렸다. 미국 정부가 눈치 챘다. 한반도에서 소련과 각축하고 있던 미국은 국제여론에 민감했다. 제주4·3 문제로 소련에 된통 당한 터였다. 딘 구더햄 애치슨 국무장관이 나서서 이승만에게 경고했다. 총선을 연기한다면 대한군사경제지원을 철회하겠다! 앞서 1월 태평양 미국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빼버린 애치슨이었다. 미국이 경제지원까지 중단한다면 이승만은 끝장이었다. 이승만은 꼬리를 내렸다. ‘미국의 등쌀에 밀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실시한 총선이었다.이후에도 악재가 잇따랐다. 6·25전쟁이 터졌고, 27일 새벽 몰래 서울을 버렸고, 대전에서 ‘국군이 북진 중’이라고 거짓 방송을 했다. 1951년 1월엔 간부들이 식량과 피복을 빼먹고 뜯어먹어 장정 1000여명이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수만명이 영양실조로 죽어가던 국민방위군 사건이 터졌다. 간부들은 이승만의 사조직 대한청년단 단원들이었다. 2월엔 국군이 어린이 359명을 포함해 민간인 719명을 학살한 거창양민학살 사건이 터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이승만이 아니었다. 1951년 7월 휴전협상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본격적인 정치공작에 나섰다. 2대 대통령 선거를 8개월여 앞둔 1951년 11월 말 개헌 추진을 선언했다. 29일 공비 소탕을 명분으로 지리산 주변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 일원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날 국무회의는 대통령직선제를 뼈대로 한 개헌안도 의결했다. 30일 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했다. 대통령을 국민 직접선거로 뽑자는 것이었다. 군사, 경찰, 행정권이 압도하는 전시체제였으니 직접선거로 한다면 승산은 충분했다. 북의 남침처럼 그야말로 전격전이었다. 11월 당시 교착된 160여마일 전선에서는 근접전이 격렬해지고 있었다. 11월 19일 국군은 동부전선의 요충지 월비산을 적에게 내줬다. 11월 30일엔 양구 북방 어은산과 백석산 사이의 바위 하나(크리스마스고지)를 두고 유엔과 중공군 사이에 격전이 벌어졌다. 대규모 전투의 전초전이었다. 펀치볼,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 백석산, 백마고지, 화살머리고지, 교암산, 지형능선, 벙커고지, 삼각고지 등은 차라리 병사의 거대한 무덤이었다. 1952년 1월 18일, 국회는 정부 개헌안을 부결시켰다. 찬성은 14표에 불과했고, 반대는 개헌선을 넘는 143표였다. 야당은 이승만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내각제 개헌안을 제출했다. 대통령 직선제 도발로 벌어진 정쟁은 전면전으로 발전했다. 그날도 유엔군의 대대적인 북폭이 있었고, 고지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승만은 ‘플랜2’를 꺼냈다. 여순 사건을 핑계로 미뤘던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전쟁 중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방의회를 앞세워 국회를 압박하려는 것이었다. 경찰, 행정권은 물론 군까지 동원할 수 있는 전시체제에서 여당의 지방의회 장악은 여반장이었다. 1952년 4월 25일과 5월 10일 시읍면, 도 의회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예상대로 이승만계가 싹쓸이했다. 관제 선거로 들썩이던 4월 23일 중부전선에선 중공군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유엔군이 연천을 내줬다. 평강과 금성에선 대규모 근접전이 벌어졌다. 5월 8일 중공군은 모든 전선에서 공세를 펼쳤다. 연천 탈환을 위한 교전이 7일째 계속됐다. 유엔군은 평양, 사리원, 희천, 정주, 청진, 수안 등 후방의 병참기지 철교 등을 폭격했다. 5월 이승만의 국회 침공이 본격화했다. 지방의원들이 피란지 부산의 국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민족자결단, 백골단, 땃벌떼 등 정체불명의 폭력배들이 가세해 국회를 무력화시켰다. 이들의 요구는 하나, 국회 해산이었다. 경찰은 수수방관했다. 5월 25일 이승만은 부산·경남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공비 소탕과 병참기지 방어가 명분이었다. 그러나 공비 소탕은 1951년 11월 25일 창설된 백야전투사령부가 4단계 작전을 통해 1952년 3월 14일 종료를 공식 선언한 터였다. 계엄군은 25일 새벽부터 소탕에 나섰다. 공비가 아니라 야당 의원이었다. 26일 아침엔 국회의원 통근버스를 크레인으로 끌고 헌병대로 연행했다. 이어 국제공산당 프락치 사건을 발표했다. 국회의원 10명이 구속됐다. 국회 기능은 마비됐다. 6월 4일 이승만은 대통령 직선제에 내각제 요소를 짬뽕한 발췌개헌안을 발의했다. 6월 11일 지방의원들이 다시 국회로 몰려와 직선제 통과 시위를 벌였다. 미국 대사관 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선에서는 6월 14일 중공군이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에 무려 7000여발의 포탄을 유엔군 진지에 퍼부었다. 5일 동안 중공군 1000여명이 사망했고, 그로부터 3개월간 아군 971명이 전사하고 3120명이 부상했다. 철의 삼각지대는 말 그대로 주검이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를 이룬 ‘시산혈해’였다. 6월 20일 김성수 이시영 김창숙 등 원로들의 반독재호헌구국선언대회가 폭력배들에 의해 피로 얼룩졌다. 국회에서는 발췌개헌안이 상정됐지만, 정족수 미달로 의결할 수 없었다. 이승만은 구속 의원들을 석방했다. 국회 표결에 참여하라는 것이었다. 30여개 고지전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었다. 7월 초부터 중공군은 수도고지와 지형능선을 장악하기 위해 대대 규모의 공격을 해왔고, 7일엔 탱크 14대를 앞세우고 유엔군 진지를 공격했다. 유엔군은 판문점 동쪽 북한군 3개 진지를 공격했다. 수도고지 공방은 8월 초 사단 규모의 대규모 전투로 발전했고, 하룻밤에 주인이 다섯 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미국은 7월 9일 한국전 희생자가 전년도(1951년)보다 552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임시수도 부산에선 7월 초부터 미군이 군정을 다시 실시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신익희 의장, 조봉암 부의장 등이 도피 중인 의원들에게 국회 등원을 설득했다. 7월 4일 헌병이 국회의사당과 회의장을 포위한 가운데 발췌개헌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졌다. 185명 출석 166명 찬성, 기권 3명, 반대 0명으로 통과됐다. 미국의 간섭이 주효했다. 미국은 휴전협상에 반대하는 이승만과 타협을 하고, 직선제를 지지했다. 이승만은 전쟁과 재난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권력 장악을 위한 정쟁 승리에 ‘올인’했다. 지난주 강원도 시민과 소방관들은 산불과 사투를 벌였다. 그 와중에 자유한국당 안팎에선 ‘북한과 협의? 빨갱이 정부!’라고 색깔론을 제기하거나 ‘촛불 정부? 산불 정부!’라고 이죽거렸다. 원내에서는 재난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국회에 잡아뒀다. 재난은 외면하고 정쟁에 몰두하는 것이 이승만의 후계 집단답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집권 2년 위기관리 실패 징후

    [김형준의 정치비평] 집권 2년 위기관리 실패 징후

    문재인 정부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외교는 갈라파고스섬에 있는 것처럼 고립되고 있다. 여야, 이념, 계층, 젠더 갈등은 심화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통합적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한국 갤럽의 3월 넷째 주(26~28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4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민심의 흐름을 보면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작년 12월 셋째 주, 올해 3월 둘째 주에 이어 세 번째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단순한 보수 결집이 아니라 현 정부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그동안 누적됐던 실망감이 표출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여하튼 짧은 기간 내에 데드크로스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시그널이다.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분노로 바뀌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한 국민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들을 분노와 실망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을 때 청와대 대변인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재개발 지역 투기에 올인했다가 사퇴했다. 충격적인 것은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하면 다 드러날 것을 알면서도 이런 투기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성역이라는 비뚤어진 인식과 잘못된 도덕적 우월주의가 낳은 참사로 보인다. 현 정부의 ‘내로남불’ 행태를 보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진보 정부는 도덕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들이 도덕적이고 정의롭지 못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면 반촛불, 반민주 세력으로 매도하고 공격하는 것은 오만이고 위선이 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2년을 전후로 큰 시련을 겪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함으로써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가 다시 정치에 복귀하는 ‘신3김 정치’의 퇴행을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해 2000년 총선에 임했지만 한나라당에 18석 뒤지면서 패배했고 여소야대를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각종 재보선에서 40대0으로 패배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엔 ‘천안함 폭침’이라는 안보 이슈가 터졌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완패했고, 세종시 수정안을 철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담긴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 ‘나는 예외다’라는 과신과 함께 사소한 것들을 방치하면서 국정 위기를 맞이했다. 위기 시그널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 위기 관리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더이상 ‘내로남불 정부’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무너진 도덕적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촛불정신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장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들은 지명을 철회하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인사 참사의 책임을 물어 민정수석을 경질해야 한다. 도덕이 바로 서야 정의가 세워지고, 정의가 바로 서야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둘째, 비상한 경제 상황에서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비상한 용기가 필요하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패싱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청와대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한미동맹 관계가 더 깊고 더 넓게 유지될 수 있는 스마트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쳐야 한다. 더는 미국 언론에서 “김정은 대변인”, “북한 에이전트”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한미 공조’를 도출해야 한다. 넷째,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 실현되는 담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야당과 보수 세력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고 이들을 적폐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혁신적 포용을 해야 한다. 분명 역사를 잊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하지만 과거 청산에만 집착하는 정부에 미래의 창은 열리지 않는다. 단언컨대 도덕적 권위 회복, 경제정책 기조 변화, 한미동맹 강화, 혁신적 포용 정치만이 무너지는 경제를 살리고 진정한 국민 통합을 시작할 수 있다.
  • 최정호·조동호 낙마…文정부 인사검증 실패

    최정호·조동호 낙마…文정부 인사검증 실패

    文, 趙후보 지명 철회…현 정부 처음 靑 “7대 배제 원칙 국민 눈높이 미흡” 野 “김연철·박영선 사퇴… 조국 경질을”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장관 후보자 7명 중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등 2명이 31일 낙마했다. 하지만 야당은 추가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의 사퇴와 함께 검증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현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는 처음이다. 최 후보자도 이날 자진사퇴했다. 지난 8일 개각 발표 이후 23일 만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번 인선에도 ‘7대 배제 원칙’(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운전·성관련 범죄)을 적용하고 준수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조 후보자의 해외 부실 학회 참석은 본인이 (청와대에) 밝히지 않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 사전 확인했다면 제외됐을 것”이라고 지명철회 사유를 밝혔다. 또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인사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인사·검증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꼬리 자르기’라고 반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비(非)코드 후보 2명에 대해 사퇴·지명철회시킨 것으로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며 “위선(僞善) 박영선 후보와 막말 김연철 후보의 지명철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인사의 책임이 있는 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김의겸 전 대변인의 투기를 막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교안 대표도 “인사 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인사 검증자를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김연철, 박영선 후보자를 살리고자 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김정화 대변인은 “계속되는 조국(수석)의 헛발질에 인사는 기대난망”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청와대 인사 라인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장관 후보자 5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시한인 1일에도 채택되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당 소속 한 상임위 간사 의원은 “1일에는 절대 보고서에 대한 결정을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한국당, 김의겸 논란에 “靑 관사 개인 투기 사례 엄중히 따질 것“

    한국당, 김의겸 논란에 “靑 관사 개인 투기 사례 엄중히 따질 것“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위선과 이중성의 극치”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내가 사면 노후대책, 남이 사면 탐욕, 내가 받으면 착한 대출, 남이 받으면 나쁜 대출”이라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위선과 이중성의 극치를 달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다주택 보유를 죄악시하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부동산을 규제했다”며 “그 결과 대출이 필요한 서민 대출까지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주택자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 정부 고위공직자와 주요 인사들이 떳떳한 다주택자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제가 저희 지역구라 너무 잘 안다”며 “인근 부동산 업자들이 흙속의 진주를 샀다고 평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대변인이 매입한 흑석동 상가는 나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다. 나 원내대표는 “당장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조사해야 한다”며 “얼렁뚱땅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사의 표명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요구한다.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양석 원내수석은 청와대 직원들의 관사 사용 실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수석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운영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업무용 관사 개인 투기용으로 활용됐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직원들이 개인 목적으로 투기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보고 엄중하게 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아이 낳지 않는 게 ‘문제’라는 국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아이 낳지 않는 게 ‘문제’라는 국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③ 저출산 정책들이 실패하는 이유 우리나라는 2001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 1.30명으로 초저출생 시대를 맞았다. 합계출산율이 1.09명으로 더 낮아진 2005년, 정부는 인구 위기에 범국가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원회를 만들고 10년이 넘도록 수많은 저출산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다. 역대 정부가 실시한 정책들이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접근이 잘못됐기 때문이다.“국가가 ‘저출산이 문제’라고 말하면 ‘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올해로 5살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정덕(40)씨는 그동안 국가가 여성을 출산의 주체로 인정하기보다는 출생률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면서 호들갑 떠는 건 위선적으로 느껴져요. 옛날에 사람이 넘칠 때는 국가가 나서서 여성들에게 하나만, 둘만 낳으라고 장려하더니, 이제는 저출산시대라면서 사문화된 낙태죄를 다시 끄집어내서 여성들을 죄인 취급해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 이후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 대응 기반 구축’(2006~2010년), ‘점진적 출산율 회복’(2011~2015년),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사회’(2016~2020년)를 목표로 기본계획을 세워 각 정책 분야별 세부과제를 수행해왔다. 저출산 원인으로 만혼, 청년 실업, 주택난 등을 지목하며 신혼부부 주거 지원, 청년고용 활성화, 육아 지원 인프라 구축, 가족 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양육비용 지원 확대 등 여러 해법을 내놨다. 그러나 출생률은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각 정책과제들이 목표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한국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24시간(2017년)에 달한다. 장시간 노동이 여전하다. 국내 어린이집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7.8%(2017년)에 불과하다. 2005년(5.2%)과 비교했을 때 2.6% 포인트가 올랐을 뿐이다. 국내 유치원 중 국·공립 유치원의 비중은 2005년 53.3%에서 2017년 52.6%로 오히려 후퇴했다. 정부는 또 유연한 근무 형태를 확산하겠다고 했지만 고용노동부의 ‘2016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21.9%에 그쳤다. 결국 여전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기대하기 힘들고 보육 인프라가 열악한 사회에서 가사와 육아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 특히 여성에게 전가됐다. 맞벌이 여성의 평일 하루 육아 시간은 평균 229분인 반면 맞벌이 남성은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46분). 휴일에도 맞벌이 여성의 평균 육아 참여 시간(298분)이 맞벌이 남성(146분)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다.(보건복지부 ‘2017 저출산·고령화 국민인식조사’) 정덕씨는 “만일 지금 제가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면, 저는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3살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김한샘(38)씨도 “출산부터 양육까지 엄마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는 현실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자기 경력의 일부 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녀 양육을 위해 희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양육하려면 보육시설과 아이돌보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부모, 특히 여성의 신체적·감정적 소모가 출산 때부터 엄청 심해요. 그 힘든 몇년을 버텨도 대부분의 여성은 출산휴가를 포함해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사용하는 잦은 휴가들로 경력상 발전을 할 기회들을 잃기 일쑤입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하면 진급 누락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죠.”●출산은 차별로 이어지고 지금도 여성들은 임신, 출산을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임신, 출산, 육아휴직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여성 임금 노동자 480명 중 245명(51.0%)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245명 중 171명(69.8%)이 배치 및 승진에서, 173명(70.6%)이 보상 및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임신, 출산으로 차별 또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힌 여성 180명 중 134명(74.4%)이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가 ‘문제 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4명·32.8%)였고, 다음으로 ‘인사고과, 승진 등 직장 생활에 불이익이 우려돼서’(33명·24.6%)였다. 육아휴직의 경우에도 여성과 남성 응답자 800명 중 159명(19.9%)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는데 이 중 111명(69.8%)이 배치 및 승진에서, 113명(71.1%)이 보상 및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차별은 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응답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결혼하고 (일을) 그만둔 뒤 다시 직장을 어렵게 구했는데, 그때도 정규직이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제가 임신을 했어요. 계속 다니고 싶었는데 회사에서 약간 그만두라는 식으로 나와서 3개월도 못 다니고 나왔습니다.” 직장인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인 백연주(36)씨도 “만일 지금 직장이 나를 다시 받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어딜 가서 일을 해야 하지?’라는 불안감, 두려움, 걱정 이런 게 매우 컸다”고 토로했다. 연주씨는 2015년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출산휴가(3개월)와 육아휴직(1년)을 쓰고 첫째 아이를 돌봤다. 이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 두고 무직 상태에서 육아를 이어갔다. 2017년 일자리를 찾았고, 현 직장에 면접을 거쳐 합격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출근을 앞두고 둘째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 뽑은 사람이 6개월 만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써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회사에 미안하다고 했어요. ‘임신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다’, ‘합격 통보를 받은 다음에 인지했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다행히 회사가 배려해줘서 출산휴가 3개월을 쓰고 복직을 했어요. 그게 무척 감사해요. 30대 중반이라 경력단절에 대한 부담이 컸거든요. 대신 남편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죠.” 이런 난관들을 뚫고 어렵게 출산을 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거부의 대상’이 된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동들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카페, 식당 등 출입이 제한되고(‘노키즈존’), ‘맘충’이라는 말을 툭툭 내뱉어요. 그런 말을 듣지 않게 엄마들이 신경을 쓰고 스스로를 검열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출산하지 않는 여성, 무자녀 부부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아이를 기르는 부모, 그리고 아이를 얼마나 배려하는 사회인가를 먼저 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한샘씨)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있었죠.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였는데, 눈앞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이후 희생된 아이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시간이 지날수록 차갑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무서웠어요. 세상이 아이들을 버리는 것 같았어요.” (정덕씨)●아이를 포기하는 이유 그동안 저출산 정책들은 결혼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가족 안에서의 출산을 장려하는 데에 집중했다. 여기서 가족은 ‘결혼한 여자와 남자, 그리고 그 두 사람이 낳은 자녀’의 결합만을 뜻했다. 이것을 규범이라면서 여기서 벗어난 형태의 가족을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고, 아이를 임신·출산·양육할 권리를 박탈했다. 대표적인 예가 미혼모 가족과 장애인 가족이다.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은 “미혼모들이 양육을 포기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부모가 반대하니까, 그리고 사회의 따가운 손가락질을 받기 싫기 때문”이라면서 “미혼모와 미혼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고 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땐 아무도 미혼부의 책임을 묻지 않고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미혼부가 아이를 키울 땐 ‘엄마가 버리고 간 아이를 책임지는 아빠’라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설명이다. 이런 낙인 때문에 미혼모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도 심각하다. 정 팀장은 미혼모 사연을 몇가지 소개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보육교사로 취업하려고 했는데 학부모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면접관들이 지원서류를 보고 “당신 같은 부도덕한 사람을 선생님으로 고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는 거다. 또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미혼모가 있었는데,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무장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직장에 네가 이렇게 있는 게 보기 안 좋다”면서 사직을 권고했다. 여성 장애인이 처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혜영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은 “결혼한 여성 장애인 중에도 임신과 출산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 임신과 출산을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부모의 반대로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육 미혼모와 여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장애인 부모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와 놀림, 괴롭힘을 경험합니다. 결국 부모의 장애로 인해 자존감 상실과 우울, 탈선 같은 마음의 상처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죠.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가장 절실합니다. ‘누구나 예비 장애인이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처장) “제 아이도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친구들한테 ‘거지’라고 놀림 받은 적이 있어요. 또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학교에서 ‘엄마와 아빠가 결혼을 해야 아이가 태어난다’고 가르친 거예요. 아이가 ‘엄마는 왜 결혼 안 하고 날 낳았어?’라고 묻더라고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데,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지금도 아이들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 있어요.” (정 팀장)●달라진 여성의 삶을 반영해야 출산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결정은 자신이 양육을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인지, 자녀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조건인지 등 자신과 아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을 고려한 복합적 산물이다. 지금처럼 저출산을 여성에게 책임을 물으며 ‘위기’로만 간주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임신·출산·육아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 그칠 게 아니다. 출산과 함께 불거지는 여성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 또 미혼모 가정이든 장애인 가정이든 모든 가족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를 지원하는 일에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구성의 다양성을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 돌봄의 공적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한 사람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 때 그거야말로 제대로 된 돌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온전히 자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럴려면 돌봄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가족뿐만 아니라 보육교사들, 아이돌보미들, 방과후 돌봄교사들, 또 간호사들 처우도 개선돼야죠. 돌봄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잖아요. 아이뿐만 아니라 돌보는 사람도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덕씨)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 기획① “출산을 강요하지 마세요. 우린 충분히 행복합니다”② 나도 육아휴직 쓰고, 칼퇴하고 싶은데…아빠들의 고민③ “저출산이 ‘문제’라니···국가가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 미국 대선 후보가 노르웨이어 할 줄 안다고? 그래서 뭐 어째?

    미국 대선 후보가 노르웨이어 할 줄 안다고? 그래서 뭐 어째?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는 이들이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언어를 하는 것이 대선 후보로서 플러스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 유권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는 사실이라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한글로도 출간된 ‘카불의 책장수’를 쓴 노르웨이 프리랜서 작가 아스네 자이어스타드는 지난주 텍사스의 음악 축제에서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으로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피트 부티기에그를 소개받았는데 노르웨이 말로 노르웨이 문학에 대한 얘기를 건네 깜짝 놀랐다고 트위터에 털어놓았다. 사우스벤드의 억양이 있긴 했지만 노르웨이어 실력이 빼어나 놀랐다면서도 “왜 미국인이 노르웨이어를 배우려는 거지?”라고 의아해 했다고 했다. 부티기에그는 노르웨이 최고의 작가 에를렌 루의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고 싶어 했다. 자이어스타드의 트윗은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의 반향을 낳았다. 지난해 번역본이 나온 ‘전문가와 강적들(The Death of Expertise)’의 톰 니콜스는 “지적 호기심에 대한 각별한 얘기”라며 “현재 백악관 거주자와는 완전 상반된 것”이라고 비꼬았다. 니콜스나 트럼프 지지자나 대선 출마 희망자가 노르웨이어를 배우려는 것은 낯설게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고문이었던 마이클 카푸토는 “노르웨이어를 배워 노르웨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고 적었다. 사실 부티기에그의 어머니 앤 몽고메리는 언어학자다. 그는 언어 속에서 자라나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몰타, 아랍, 다리(아프가니스탄과 조로아스터 영향권) 말도 할 줄 안다고 선거참모 리스 스미스는 말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부티기에그가 언어를 배우려 하는 것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대체로 다른 나라나 언어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이 현저히 떨어진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학생의 90% 이상은 학교에서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미국에서는 20%로 뚝 떨어진다. 이래서도 지도자가 다른 언어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화들짝 놀란다.선거철이면 민주당 후보들은 스페인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곤 한다. 텍사스 출신 민주당 후보 베토 오루크와 뉴저지주 상원의원 코리 부커는 스페인어 광고를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동생 제프만큼은 아니지만 짤막하게 할 수 있어 대통령으로선 예외적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영어만 한다.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더 잘한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만다린어를 잘 알고, 제레미 헌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일본어 연설이 가능하며, 닉 클레그 전 영국 부총리는 네덜란드어가 유창하고 스페인어 연설도 잘 한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프랑스어를 했는데 영어 액센트 때문에 비웃음을 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일어를 아주 잘하고 영어도 곧잘 하지만 실수라도 할까봐 자제한다.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대선 후보는 손해를 보곤 한다. 2015년 공화당 경선 경쟁자였던 제프 부시를 가리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있는 동안은 영어를 말해 모범을 보이셔야지”라고 비아냥댔다. 이민 반대와 담장 건설을 주창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전술에 그의 스페인어 구사 능력은 맞춤한 먹잇감이 됐다.민주당 후보들일수록 이런 추잡한 공격에 민감해지곤 한다. 해서 프랑스어를 잘했던 존 케리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런 능력을 감추려 했다. 엘리트주의자처럼 비쳐 보통사람과 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게 싫었으며 공격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니콜스에 따르면 프랑스어를 할줄 아는 미국인이라면 ‘지적인 척 구는 위선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 2012년 공화당 경선 과정에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미트 롬니 후보가 비슷하게 당했다. 경쟁자 중 한 명은 너무 유약해 보여 케리를 이길 수 없다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절반은 노르웨이인”이라고 스스로를 밝히는 공화당 선거 전략가는 부티기에그의 언어 능력은 존중할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내셔널 민주당 트레이닝 위원회를 이끄는 켈리 디트리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세 언어, 열두 언어, 한 언어를 쓰던 관심 없다. 그들이 관심있는 것은 트럼프를 이길 것인지 뿐”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시론] 위기의 반상을 향한 고언/한철균 프로바둑기사(8단)

    [시론] 위기의 반상을 향한 고언/한철균 프로바둑기사(8단)

    필자는 프로바둑기사회 회장과 명지대 바둑학과 겸임교수를 한 바 있고, 현재는 바둑TV에서 해설과 강의를 하고 있다. 선출직인 프로기사회장 외에 임명직은 단 한번도 지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둑계를 진단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요즘 한국기원의 사정이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태풍의 눈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한국 바둑계에는 프로 단체인 한국기원과 아마추어 바둑을 총괄하는 대한바둑협회가 있다. 대한바둑협회는 한국기원과 연합된 형태로 있다가 지금은 독립된 상태여서 한국기원과 각종 이해관계·헤게모니 충돌을 겪고 있다. 한국기원은 바둑TV를 통해 수익 창출과 보급 활동 역할을 한다. 한국바둑리그, 여성바둑리그, 시니어바둑리그에다 아마추어 대회도 바둑TV에서 방영해 바둑 보급의 선순환을 돕는다. 한국기원은 바둑이라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중국·일본 등과는 프로바둑 경쟁을 함으로써 국위선양도 하고 있다. 대한바둑협회는 풀뿌리 바둑이 국민 생활 속에 뿌리내릴 수 있게 힘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힘을 합친다면 시너지효과를 내어 더 많은 사람이 바둑을 누리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사이가 좋지 않다. 지난해 제정된 바둑진흥법을 통해 이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공식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두 단체의 불협화음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대한체육회의 정가맹단체는 한국기원이 아니라 대한바둑협회다. 이론적으로는 바둑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지원받는 국가 예산을 대한바둑협회가 관장하게 된다. 대한바둑협회에 예산 집행권이 있다지만 둘이 같이 써야 할 예산이다. 한집 살림을 하다 헤어지면 남보다 못하다고 한다. 다른 스포츠 단체를 보면 한집 살림인데도 파벌이 많아서 폐해가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하물며 바둑계는 2인3각 경주를 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스포츠 단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고 많이 만나 소통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기원 행정도 되돌아봐야 할 때다. 프로기사가 바둑 행정에 깊이 관여하는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프로기사는 평생 바둑만 뒀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 특히 행정과 경영의 노하우에는 약하다. 또 다른 분야에서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필요하다. 프로기사가 바둑 행정을 주도하면 특정 고등학교나 도장(프로기사 지망생을 위한 교육시설)에 소속된 프로기사들 사이의 파벌 싸움으로 선수 선발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프로기사 개개인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에 익숙해져 있고,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몇 명 되지 않는 프로기사 출신의 이사들은 한국기원 소속인 프로기사들과 소통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다. 프로기사 출신 이사와 바둑팬의 소통 또한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일반 이사들은 프로기사 출신 이사의 역량을 더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유수의 바둑대회를 우승해 본 이른바 ‘바둑 고수’들이 그들의 분야에서 발휘한 역량을 행정이나 경영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것은 착각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11월 한국기원 총재가 사퇴하고 나서 후임 총재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목이 쓰러지면 여파가 대단하다. 전임 총재가 진행한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기원에 불어닥친 미증유의 총재 부재라는 비상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소속된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제로 베이스에서 모두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총재가 취임하게 되면 바둑계의 중지를 모아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하나였던 시절과 버금가게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둑계에서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한국기원의 행정이나 경영에 폭넓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 주고 관심을 부어 줘야 한다. 전임 총재에 의해 신규 사업에 참여한 인원의 적정성과 사무국이나 바둑TV 등 유기적인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모든 조직의 직무적합성을 평가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 사례가 없다는 건 난점으로 대두되겠지만. 비커 속의 개구리는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죽는 줄도 모르고 죽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 뉴질랜드 총기 참극에 묵념조차 올리지 않은 EPL, EFL, FA 향해 “위선적”

    뉴질랜드 총기 참극에 묵념조차 올리지 않은 EPL, EFL, FA 향해 “위선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풋볼리그(EFL), 그리거 축구협회(FA)까지 뉴질랜드 총기 난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데 동참하지 않아 이중 잣대를 지녔다는 입길에 올랐다. 130여명이 숨진 2015년 11월 파리 테러 때는 검정색 완장을 차고 프랑스 국가를 연주하는 등 애도의 묵념을 가졌는데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두 모스크에서 벌어져 50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총기 난사 참극 이후 주말 경기에 앞서 묵념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왓퍼드, 스완지시티, 울버햄프턴, 밀월이 FA컵 8강전을 홈에서 치렀는데 FA는 BBC 스포츠에 “묵념을 올릴지 안할지는 클럽의 결정에 따른다. 우리는 만약 묵념을 올리겠다는 구단이 있으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풀럼은 17일 리버풀을 불러들인 리버풀과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1분 동안 환호했는데 지난달 세상을 떠난 풀럼 직원을 추모하는 뜻에서였다. FA 인종평등 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변호사 유뉴스 루낫은 위선적이며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루낫은 BBC 스포츠 인터뷰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일이 벌어졌건, (인명 피해) 규모가 작냐 크냐에 관계 없이 축구는 늘 커밍아웃을 해왔고 묵념을 올려왔다. 1분 동안 묵념이라도 올리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이런 종류의 일을 결정할 고위 임원들이 어떤 롤모델이 될 것이냐를 잘못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스포츠, 특히 축구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무슬림 숫자가 적어서 그렇다. 우리가 무슬림들을 대변한다는 걸 보여주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완벽한 기회였는데 놓쳤다. 풀럼은 추모를 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일어났던 일에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EPL 사무국은 BBC 스포츠의 코멘트 요청에 대해 지난 15일 참사 직후 트위터에 올린 대로 “이 끔찍한 사건에 영향받은 모든 이들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EFL 사무국은 아직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파리 테러가 일어난 다음주 화요일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친선경기를 벌였는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2016년 7월 프랑스 니스의 바스티유 기념일에 모여든 군중을 향해 탱크로리가 돌진해 86명이 죽고 300명 이상이 다쳤을 때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앞 아치는 프랑스 삼색기를 표현하고 프랑스 국민들과 연대하겠다는 뜻을 보여주기도 했다. 퀸스파크 레인저스(QPR) 선수들은 지난 2015년 1월 이슬람 무장 괴한이 프랑스의 풍자만화 잡지 찰리 헤브도와 여자 경찰관, 유대인 시장을 공격해 사람들이 희생됐을 때도 묵념을 올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나경원 “한국당 대북특사 파견”…바른미래당 “북이 좋아하겠나”

    나경원 “한국당 대북특사 파견”…바른미래당 “북이 좋아하겠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바른미래당이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직접 대북특사를 파견해 굴절없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일갈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으로 풀이한 것은 품위도 없는 싸구려 비판”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의 신중치 못한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과도한 반응으로 교섭단체 대표의 연설을 가로막은데 대해서도 바른미래당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본회의장을 퇴장한 일을 겨냥한 말이다. 김 대변인은 또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대어 놓고 자유한국당이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 코미디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보내는 대북특사를 북한측에서 얼마나 좋아하고 반길 것인가”라면서 “이런 망언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정쟁을 부르는 초대장밖에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들이 원하는 자유한국당의 사과는 미세먼지, 일자리 문제 같은 것이 아니다. 민주화 역사를 뒤집은 ‘5.18 망언’에 대한 사과를 듣고 싶어 한다”면서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잘못을 시인하는 용기’가 필요한 쪽은 자유한국당이다. ‘용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알아두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나 원내대표의 연설내용은 실망 그 자체”라면서 “‘비례대표 폐지’라는 일말의 공감 여지도 없는, 실현 가능성도 없는 망언급의 말들만 쏟아내고 있다. 어떻게 국민의 뜻을 비율에 맞게 받아들이고,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고 일갈했다. 김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에 대해 “‘위선, 위헌’이라고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성찰해 볼 것을 권한다”면서 “민생 현안은 쌓여있고, 갈 길 바쁜 3월 국회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보이콧 근성’, ‘망언 근성’은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논평을 마쳤다. 한편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가 국가원수를 모독했다면서 그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청와대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트럼프의 햄버거 접대에 숨은 정치적 비수 ‘민주당의 위선’ 들춰내기

    트럼프의 햄버거 접대에 숨은 정치적 비수 ‘민주당의 위선’ 들춰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고교 풋볼 선수들에게 또 햄버거를 접대했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의문이 들지 않는가?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도 일단락됐는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어렵게 4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고교 대학 풋볼 선수들에게 햄버거를 내놓았을까? 적지 않은 국내 언론이 ‘원래 트럼프가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식으로, 다소 어이 없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햄버거는 미국 양대 정당이 물밑에서 신경전을 펼치는 주제가 돼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상원 민주당 초선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가 지난달 22일 사이캇 차크라바르티 비서실장과 나란히 앉아 햄버거를 먹는 사진을 놓고 이죽거렸다. 그들의 생각은 ‘햄버거 먹지 말자고 한 것이 법안 취지 아니였던가. 그네들의 위선 지독하네’라고 쏘아붙이고 싶었을 것이다. 코르테스 의원은 그린 뉴 딜(Green New Deal) 법안을 발의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 공장장처럼 논점을 벗어난 공격을 퍼부었다. 이를테면 미국의 소들을 다 없애자는 법안이며, 햄버거를 먹지 말자는 법안이란 식이다. 오죽했으면 오르테가 의원은 이달 초 Desus & Mero 쇼에 출연해 “농업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며 모두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말하자면 ‘이봐요들, 공장식 농장을 하겠다고들 하는데, 그런다고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햄버거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기를 덜 먹자는 것은 환경을 낫게 만드는 가장 쉽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에서 소와 농업을 몰아내자는 얘기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백악관 참모를 지낸 세바스찬 고르카 박사는 지난달 28일 메릴랜드주 내셔널 하버의 보수주의 정책행동 컨퍼런스(CPAC)에서 이렇게 불호령을 내렸다. “그들은 여러분의 픽업 트럭을 뺏으려 하고요, 그들은 여러분의 집을 다시 세우려고 하고요, 그들은 여러분의 햄버거를 빼앗으려 한답니다. 이게 스탈린이 꿈꿔왔지만 결코 이루지 못한 일이랍니다. 여러분은 민주 사회주의란 미명 아래 미국에 다시 공산주의를 덧씌우려는 이들과 싸우는 최전선에 서 있어요.” 이런 정치적 공격의 비수를 감춘 채 트럼프 대통령은 풋볼 선수들에게 햄버거를 보란 듯이 접대한 것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코레일 내달 5일 ‘3·1 만세’ 열차 운행

    코레일은 3월 5일 국가보훈처와 함께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기념관을 방문하는 ‘3·1 만세 열차’를 운행한다. 3·1 만세 열차는 자주독립의 긍지와 유공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코레일의 사회공헌 여행프로그램인 ‘해피트레인’으로 운행한다. 독립유공자와 유족, 독립의 역사를 함께 한 배재·양정·오산고 재학생 등 40여명을 초청한다. 철도인 출신 독립유공자인 이길용 지사의 유족인 이태영씨와 한국광복군으로 활동한 김영관 지사가 동승한다. 이 지사는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소 사건’ 주인공으로 철도인 근무 중 ‘반일 격문’을 나눠주며 독립운동을 했다 복역했다. 김 지사는 광복군으로 활동했고 한국광복군동지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참가자들은 관광전용 열차인 ‘O-트레인’을 타고 서울역을 출발해 천안역으로 이동한다. 열차에서는 수원대 사학과 박환 교수와 효창원7위선열기념사업회 이종래 회장의 독립운동 역사 해설이 진행된다. 천안에서는 독립기념관, 아우내장터, 유관순열사기념관 등을 방문한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獨 추기경 “성 학대 사제 자료, 파손됐거나 애초부터 없었다”

    獨 추기경 “성 학대 사제 자료, 파손됐거나 애초부터 없었다”

    독일의 한 가톨릭 추기경이 성직자의 미성년 성학대 문제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의 이름을 기록한 자료가 파손됐거나 애초에 그런 서류가 작성되지도 않았다”고 교회의 불투명성을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독일 가톨릭의 진보 인사로 꼽히는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23일(현지시간) 가톨릭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회의’에서 “성 추문을 덮으려는 시도가 그동안 교회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교회의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다고 느끼도록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 출신 베로니카 오페니보 수녀는 “가톨릭교회가 이토록 잔혹한 행위에 대해 오래도록 침묵할 수 있었던 건 우리의 위선과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 때문”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위 성직자들을 향해 “가난과 분쟁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정당화하는 행태를 더는 답습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21일부터 나흘간 열린 회의에는 세계 114개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 등 200여명의 고위 성직자들이 참석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폐막연설을 통해 미성년자 성 학대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를 ‘악마의 도구’로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류준열X이제훈 ‘트래블러’ 관전 포인트 “불확실하지만 짜릿한 우연”

    류준열X이제훈 ‘트래블러’ 관전 포인트 “불확실하지만 짜릿한 우연”

    JTBC 신규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의 제작진이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트래블러’는 여행 전문가로 구성된 제작진이 탄생시킨 프로그램이다. 배우 류준열과 이제훈이 진짜 ‘나’를 찾아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쿠바로 여행을 떠났다. 류준열 이제훈은 제작진의 간섭 없이 스스로 여행의 모든 순간들을 모험하고 만끽하면서 비로소 스타의 삶이 아닌 배낭여행자의 생활을 즐겼다. ‘트래블러’의 제작진도 눈길을 끈다. 유라시아를 횡단 여행하고, 포토에세이 ‘지구별사진관’을 출간하기도 한 여행 전문가이자 ‘아는 형님’의 최창수 PD가 연출을 맡았다. 작가진으로는 718일 간 30여 개국을 여행하며 여행에세이 ‘서른, 결혼대신 야반도주’를 출간한 김멋지, 위선임 작가가 함께한다. “짜릿한 우연에 온몸을 내던진 류준열과 이제훈” 배우 류준열과 이제훈이 커다란 배낭을 앞뒤로 둘러메고 ‘트래블러’가 되었다. 문명의 시곗바늘이 더디게 흘러 오래되고 낡은, 하지만 온몸이 전율할 만큼 매력적인 낯선 나라, 쿠바로 떠난 두 남자. 그들은 2주간 체 게바라의 자유와 혁명,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아릿한 선율, 찬란한 올드 카와 모히또의 청량감을 만끽했다. 또한 발품 팔아 숙소를 찾고, 먹고 자고 입을 것들을 고민하며, 끊임없이 흥정하는 순간순간 불확실하지만 짜릿한 우연에 온몸을 내던졌다. 그 시간들을 통해 배우의 옷을 벗고 그저 청춘이 된 그들. 자연스레 그간 내보이지 못했던 날것의 생각과 잔잔한 고백들을 담담히 꺼내놓았다. 두 사람이 고민하고 마침내 선택하는 순간들을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그대와 닮은 여행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피식 웃게 될 것이다. 2월 21일(오늘) 밤 11시 첫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림 137人의 평화투쟁… 산청군서 ‘파리장서’ 기린다

    유림 137人의 평화투쟁… 산청군서 ‘파리장서’ 기린다

    곽종석 선생 주도 유교계 대표 독립운동 전국 유림 대표, 파리강화회의에 청원서지역 독립유공자 후손 등 500여명 초청 파리장서 서문 독창 판소리 공연도 열려 ‘한국은 삼천리 강토와 2000만 인구와 4000년 역사를 지닌 문명의 나라이며 우리 자신의 정치원리와 능력이 있으므로 일본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의 자주독립을 약속했지만 사기와 포악한 수법으로 독립을 보호로, 보호를 병합으로 바꾸었고 교활한 술책으로 한국 사람이 일본에 붙어살기를 원한다는 허위선전을 일삼고 있다. 일본의 포악무도한 통치에 참을 수 없어 한국인들은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만국평화회의와 폴란드 등의 독립 소식을 듣고 만국평화회의에서 죽음으로 투쟁하는 우리 2000만의 처지를 통찰해 줄 것으로 믿는다.’ 일제강점기 지식인인 유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만국공법(현 국제법)에 호소한 특별한 독립운동으로 불리는 ‘파리장서운동’ 100돌 기념식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다음달 1일 오전 10시 유림의 고장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예담촌 유림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다. 지역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 등 500여명을 초청한다. 행사에선 독립운동의 결연함을 표현하는 취타대 공연, 파리장서 서문을 독창하는 판소리 명창 행사도 열린다. 18일 산청군에 따르면 파리장서운동은 면우 곽종석 선생(1841∼1919) 주도로 전국 137인의 유림 대표가 1919년 전문 2674자(長書)에 이르는 장문의 한국독립청원서를 편지로 작성해 파리강화회의에 보낸 유교계 대표적인 독립운동이다. 김창숙 등 10명은 중국 상하이에서 편지를 3개 국어로 번역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평화회의장으로 보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파리장서운동 당시 곽종석 선생은 영남 유림 대표로서 파리장서 전문을 완성하고 김복한, 고석진, 류필영, 이만규, 하용제, 김황 등 전국의 유림과 연합해 파리장서운동을 이끌었다. 곽 선생은 이 운동으로 투옥돼 2년형을 언도받고 옥고를 겪은 뒤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7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1963년 곽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남사담 예담촌에는 곽 선생의 후학들이 면우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20년 지은 이동서당 등 ‘면우 곽종석 유적’(경남 문화재자료 제196호)이 자리했다. 군은 2013년 10월 남사예담촌에 유림독립운동기념관을 지었다. 아울러 2018년 파리장서 기념탑도 남사예담촌에 건립됐다. 파리장서비는 1972년 10월 서울 장충단공원에 처음 세워져 1977년 경남 거창, 1997년 대구, 2006년 충남 홍성, 2007년 경남 합천, 2014년 경북 봉화, 2017년 3월 경남 김해 등의 지역에 건립됐다. 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바티칸 가톨릭 사제 80%가 동성애자” 주장담은 책 출간

    “바티칸 가톨릭 사제 80%가 동성애자” 주장담은 책 출간

    바티칸의 가톨릭 사제 80%가 동성애자라는 주장을 담은 한 언론인의 책이 출간을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프레데릭 마르텔은 ‘바티칸의 벽장 속에서’라는 책을 통해 평소 동성애를 강하게 비판해온 가톨릭교회 내 고위 사제들의 상당수가 동성애자라고 주장했다. 마르텔은 4년에 걸쳐 이 책을 집필했으며, 570쪽에 달하는 분량의 저서를 통해 바티칸 심장에서의 부패와 위선을 파헤쳤다고 설명했다. 마르텔에 따르면 그는 추기경 41명과 주교 및 몬시뇨르(가톨릭 고위 성직자) 52명, 스위스 경비병 11명, 일반 사제 및 신도 200여 명 등 총 1500명을 인터뷰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비밀스러운 동성애 관계를 이어가는 반면, 일부는 타인의 시선을 크게 인식하지 않는 동성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마르텔은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에서 한 인터뷰에서 “동성애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는 유행이 된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성직 생활에서 그런 애정을 위한 자리는 없다. 교회는 그런 경향의 사람들에게 사역이나 봉헌된 삶에 진입하지 않도록 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성애 성향의 사제들은) 이중생활을 하느니 사제의 삶을 떠나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강경한 의지와 발언에도 불구, 바티칸에서는 고위 성직자들의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커밍아웃으로 교황과 가톨릭계를 곤혹스럽게 했다. 한편 이 책은 영국 출판사 블룸스버리에 의해 오는 20일 약 20개국에서 발간될 예정이다. 발간일인 20일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도로 전 세계 주교들이 참석하는 성학대 관련 회의가 열리는 날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화웨이 쓰면 동맹 못해”… 헝가리 간 폼페이오도 中 견제

    헝가리 외무 “獨·英 더 많이 써… 美 위선” “화웨이를 쓰면 파트너로서 함께 가기 힘들어진다.” “동맹국들에 기회와 화웨이 장비 사용의 리스크를 분명히 하고 싶다.” 동유럽 순방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첫 방문국 헝가리에서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국들에 직설적인 경고를 날렸다. 그는 부다페스트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만약 (화웨이) 장비가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배치돼 있을 경우 미국은 그런 곳들과는 협력 관계를 맺기가 곤란하다”면서 헝가리 등과 이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문은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는 중·동유럽에서 미국의 영향력 회복을 목적으로 이뤄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슬로바키아, 13일 폴란드를 방문한다. 미국은 화웨이가 동유럽 국가들을 발판 삼아 유럽연합(EU) 내 정보를 중국에 빼돌리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헝가리 통신장비의 70%는 화웨이 제품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체코, 폴란드 등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설득 중이지만,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끊기는 것을 걱정하는 해당 국가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장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미·헝가리 공동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화웨이 배제 요구에 “화웨이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독일과 영국”이라며 “미국이 위선을 떨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화웨이를 공식 지지하고 있다. 체코는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폴란드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결정을 피하는 중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12일 “미국은 중국과 다른 국가의 관계까지 도발해 중국 회사의 정당한 협력과 발전을 억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금요칼럼] 선비타령/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금요칼럼] 선비타령/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설 연휴에는 서재에서 조용히 옛 선비들의 글을 읽었다. 글은 옛글이라도 느낌은 더욱 새로웠다. 어수선한 시절 탓이리라. 옛날의 유학자는 기득권층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소문은 서양에까지 널리 퍼졌다. “가난한 사람은 감히 부자와 다투지 못하는 법인데, 엔간한 부자라도 중국의 유학자와는 다투지 않는다.” 이런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도 부정부패의 장본은 글 읽은 선비였다. 명종 때 남명 조식이 쓴 상소문이 생각난다. 남명은 경상도 단성현감에 임명됐으나, 부패한 세상을 비판하며 사직을 고집했다. 그가 올린 상소문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하급 관리들은 시시덕거리며 주색을 즐기고, 벼슬 높은 고관들은 제 일은 하지 않고 뇌물을 모으느라 여념이 없었단다. 요샛말로 누구도 나라의 적폐를 청산할 마음이 없으니, 이거 참 큰 문제라는 것이었다. 정승판서들은 부하들을 요로에 낙하산으로 앉혀 놓고, 이익을 독점하느라 부산했단다. 그러는 사이 지방관들은 성난 이리떼처럼 백성의 재산을 빼앗는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앞장서 세상을 망가뜨리는 축은 책권이나 읽었다는 지식인들이다. 그들은 공개 석상에서는 위선을 떨고 체면을 차리지만, 이권 앞에서는 품위고 신념이고 따질 겨를이 없다. 모두가 도둑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때로 진지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법이다. 18세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선비의 올바른 행실, 요즘 식으로 말해 지식인의 자세를 걱정했다. ‘배웠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간사한 말, 거짓말을 하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여간 꿋꿋하고 방정한 이가 아니고서는 줏대를 가지고 똑바로 살기가 어렵다. 이름만 선비일 뿐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 같은 사람이 많다. 모름지기 내 마음을 굳게 지켜야겠다. 그래야만 세상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때 그 시절에도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정조 때 영의정이었던 채제공의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진주목사 정재원에 관한 일화였다. 목사는 임지에서 병으로 갑자기 숨졌다. 비보를 들은 그의 아들들이 달려가 통곡했다. 그들이 아전들이 가지고 있는 장부를 살펴보았더니 고을의 회계가 엉망이었다. 그런데 숨진 아버지의 머리맡에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다. 아들들이 뚜껑을 열어 보았더니 아버지가 평소에 기록한 기다란 문서 한 장이 나왔다. 관청의 재무 상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 문서를 바탕으로 아들들은 진주 관아의 회계장부를 완벽하게 정리했다. 채제공은 그 일을 낱낱이 기록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도 남거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이 선비는 마지막까지 벼슬살이하는 법도가 이처럼 삼가고 정밀했던가. 진주목사는 다산 정약용의 아버지였다. 그래서였을까. ‘목민심서’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글귀가 있다. “지혜로운 선비는 평소에 서류를 잘 정리해 둔다. 임기가 끝난 그 다음날 소리 없이 관아를 떠나는 것은 맑은 선비의 법도다. 모든 장부를 투명하고 바르게 마감하여 절대 이러쿵저러쿵 잡음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지혜 있는 선비가 할 일이다.” 오늘날이라고 다르겠는가. 배운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위를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결코 타인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 된다. 세상의 평판이나 돈에 휘둘려서도 곤란하다. 그런 독립적인 인간이 참된 지식인이다. 이런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낭보를 알리는 기해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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