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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공원 감시’ 공무원 증원 논란

    환경부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환경부 공무원을 대거 파견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별도정원을 지금보다 두 배 남짓 늘린 뒤 관리공단에 내려보내 근무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산하 공기업에 정부부처 인력을 대규모로 파견하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현재 23명인 별도정원을 73명으로 50명 증원한 뒤 전국 25개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무소에 2명씩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와 조직·인력·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한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단 직원은 모두 민간인 신분이어서 국립공원의 불법시설 설치 등 자연공원법 위반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단속할 권한이 없다.”면서 “국립공원 보전을 위해 파견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 위법행위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늘리려는 파견인력 50명은 현재 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전국 18개 국립공원 단속인력 345명의 15% 가량에 이른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찮다. 관리공단은 “아직 환경부로부터 어떠한 내용도 공식적으로 통보되지 않아 현재로선 입장표명을 할 수 없다.”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눈치다. 내부적으론 공기업의 경영 자율성·전문성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와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말도 안되는 처사”라는 비판이 당장 불거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은 “공단인력만으로 국립공원 관리가 충분히 가능한 데 환경부가 공무원 파견이라는 ‘옥상옥’ 형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부처 밥그릇을 키우려 국민세금을 축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립공원내 범법행위에 대한 단속은 시급하지만, 해결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지난해 공단 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 및 경범죄에 대한 범칙금 납부 통고처분권을 주는 내용을 담은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법무부와 협의한 결과 ‘민간인에 대한 사법경찰권 부여는 극히 제한돼야 한다.’는 부정적 견해가 제시돼 공무원 파견방안을 대안으로 내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부당전직’ 불복 무노동 무임금 적용 못해

    서울고법 민사11부(부장 김대휘)는 20일 경기도 개별 화물차 운송사업협회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전직 발령을 받고 근무지로 출근하지 않은 황모(42)씨 등 4명이 “전직 기간에 못 받은 급여와 상여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측은 정당한 업무적 필요성 없이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위법한 전직발령을 내렸고 원고들에게 사회통념상 근무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상 불편이 큰 장소로 전직 발령했다. 따라서 원고들이 부당 전직 기간에 일하지 않은 것은 피고측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00년 11월 해고된 뒤 소송끝에 복직한 황씨 등은 협회가 2003년 4월 협의를 거치지 않고 원래 근무지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직 발령을 내자 근무를 거부한 채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폭탄돌리기’ 관행 제동

    ‘폭탄돌리기’ 관행 제동

    에이콘·피칸의 사법처리로 회사의 대주주 등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시장의 선량한 주주들에게 돌리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계열분리라는 명목으로 총수 일가의 필요에 따라 지분을 상호거래하는 행태가 적발됐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내부정보를 빼내거나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사외이사 선임을 투자조건으로 내세우는 해외펀드가 많다. 이렇게 우호 세력을 가장해 적진에 침입하는 전략을 ‘트로이의 목마’에 빗대기도 한다. 미국계 펀드 워버그핀커스도 2000년 11월 에이콘·피칸 법인을 설립해 LG카드 지분 20%를 확보했다. 워버그핀커스 대표이사인 황모씨는 LG카드 사외이사 자리에 앉았다. 황씨는 이사회 정보 등을 이용해 LG카드 부도 사태가 났던 2003년 10월16일부터 보름 동안 에이콘·피칸 보유주식 전량을 팔아치웠다. 에이콘·피칸이 유상증자 계획이 공시된 10월30일까지 주식을 보유했다면 입었을 손실 263억여원은 내부 정보를 알길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됐다. LG카드 부도사태와 관련, 당초 노조와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등이 고발한 인원은 수십명.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포함, 총수 일가 대부분이 포함됐다.LG그룹 재무담당자 이모씨가 관리한 총수 일가 주식끼리의 거래는 활발했지만, 검찰은 이 중 시장으로 빠져나간 거래에 대해서만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이 보유한 180만주(112억여원)의 거래에 대해서만 위법성이 인정돼 최씨와 이씨가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총수 일가끼리 주식거래가 활발한 이유를 LG그룹 계열분리 시점과 연결짓고, 이들의 거래를 시장에 유출되지 않는 자전거래로 판단했다. 그해 11월7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판 LG카드 주식 65만주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4명에게 전량 흡수한 거래가 그 예이다.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 “LG카드 주가폭락이 기폭이 된 시점은 외자유치 계획을 공시한 11월17일”이라면서 “11월7일부터 17일까지 주식을 매각한 총수 일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0월30일 유상증자 공시일을 기준으로 총수들의 매도 여부를 검토했다.11월7∼17일 총수 일가가 시장에 내놓은 주식수는 277만여주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보육시설 없는 공공기관 많아

    지난 1월30일부터 직장 보육시설의 설치의무 대상을 확대한 영유아보육법이 시행됐다.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이거나 근로자 500인 이상 고용기관은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하거나 위탁 운영, 또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대상 공공기관의 상당수가 아직도 직장 보육시설을 갖추지 않아 사실상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직장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합쳐 196곳이다. 설치 대상 국가기관 63곳 가운데 법령을 따른 기관은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등 22곳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의료원 등 41곳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사정이 조금 낫다.133개 대상기관 가운데 49곳이 설치했다. 수당을 지급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곳은 78곳이다. 이행하지 않는 자치단체는 6곳에 불과하다. 정부청사 어린이집은 중앙청사와 함께 과천청사와 대전청사에도 있다. 과천청사 어린이집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770평 규모. 보육 인원 340명으로 중앙대가 위탁받아 운영한다. 대전청사 어린이집은 715평 규모에 402명을 수용한다. 입소 순위는 제각각이다. 중앙청사는 1순위가 교육부, 외교통상부 등 중앙청사 입주 부처의 자녀이고 2순위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 인근 청사,3순위가 기타 중앙부처다. 과천 1순위는 과천청사 입주 부처,2순위는 주변 공공기관이다. 대전의 1순위는 청사 입주 중앙부처,2순위는 청사 입주 기타 기관의 자녀이다. 시설 환경이 좋은 정부청사 어린이집은 모두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 과천청사는 4월 현재 240여명, 대전청사는 500여명이 기다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1순위가 아니면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길면 2∼3년을 기다려야 아이들을 보낼 수 있다. 과천청사와 대전청사가 이웃 주민의 자녀에게도 3순위로 어린이집을 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무원 자녀에 국한되고 있는 이유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캠코 “위법 기업 입찰때 불이익”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 위법행위를 한 기업들은 자산관리공사(KAMCO)가 파는 구조조정 기업을 인수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우석 KAMCO 사장은 13일 ‘KAMCO 보유 구조조정 기업 매각 기본방향’을 발표하면서 “사회·경제적 문제를 초래한 기업은 100점 만점에 최대 10점까지 감점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대우건설에도 해당된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입찰에 참여한 두산컨소시엄은 분식회계와 횡령사건에 연루돼 있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사장은 “구체적인 적용기준은 매각대상 기업별로 세부기준을 마련할 때 확정되겠지만 5년 이내에 국가 공권력 행사기관으로부터 명백한 처벌을 받은 기업들이 감점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기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인수가격과 대금지급방법 등이 포함된 가격배점이 최소 67점에서 최대 75점이며, 자금조달능력·매각성사 가능성·노사관계 안정 등이 포함된 비가격부문 배점은 최소 25점에서 최대 33점을 차지한다. 또 인수능력이 부족한 입찰자의 편법인수를 막기 위해 일정기간 합병, 영업양도, 인수주식 재매각 등을 제한할 방침이다. KAMCO가 가격 비중을 최대 75점까지 배점해 위법 부당행위를 한 기업이라도 인수가격을 높게 제시한다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김 사장은 “최대 10점을 감점당했다면 다른 컨소시엄과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15% 정도 더 써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대금 극대화를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인수할 경우 ‘추가 벌금’을 요구한 셈이다. KAMCO는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쌍용건설 등의 매각을 주관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 쌍용양회, 새한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외환은 매각 ‘네탓 공방’ 꼴사납다

    외환은행의 매각을 둘러싼 의혹들이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를 통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터무니없이 낮춰 부실금융기관으로 만든 다음 론스타에 헐값에 팔아 막대한 국부를 유출시켰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헐값 매각의 실상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매각 결정에 참여한 당국자들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관여한 당국자들의 ‘네탓 공방’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헐값 매각 의혹의 핵심은 BIS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는지와, 최종적으로 매각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로 압축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BIS비율 전망치는 매각이 결정되기 수개월 전만 해도 9.14%였으나 매각 직전 6.2%로 낮췄다.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금감위측은 금감원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하고, 금감원측은 자신들의 결정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은행측은 아예 재산정 근거를 모르겠다고 발뺌하고 있다. 매각을 승인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금감위측은 “재경부의 협조공문이 고려됐다.”며 재경부로 책임을 떠넘기고, 재경부는 “협조공문은 금감위가 요청해서 보낸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매각 결정에 참여한 당국자들의 이같은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참으로 분통이 터질 일이다. 검찰은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 위법이 드러나는 관련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릴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들보다 훨씬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 배후도 철저히 수사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5) 소유에서 존재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5) 소유에서 존재로

    지금까지 독자들은 이 연재를 통하여 소유와 존재라는 낱말을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이 두 낱말의 의미는 이 연재를 관통하는 핵심적 철학용어 중의 하나인데, 소유라는 개념은 쉽게 와닿지만, 존재라는 낱말은 다소 어려운 의미로 여겨졌을 것이다. 더구나 존재론적 사유라고 하면 더 아득해서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그런 말이겠다. 실제로 존재와 존재론적 사유는 쉽게 파악이 안 되는 그런 용어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존재의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는 인생이 있다는 것을 안다. 또 죽음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내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막상 인생과 죽음과 내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것들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진다. 돈과 명예와 권력과 지식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안다. 그런데 그것들을 내가 소유하려고 하며 또 소유할 수도 있다. 내가 그것들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것들을 남들에게 자랑삼아 으쓱대면서 제시하거나 전시할 것이다. 물론 제시나 전시하는 방법이 가지각색일 수 있다. 그런데 인생과 죽음과 나를 물으면, 나는 그것들을 남들에게 소유물로서 제시하거나 전시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나의 소유물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소유는 인생의 존재를 딛고 서서, 그리고 나를 근거로 삼아서, 죽음의 이전에서만 가능하다. 죽음은 인생에서의 모든 소유의 한계를 뜻한다. 죽음의 너머로 인간은 이승의 어떤 것도 가져갈 수 없다. 모든 소유를 다 버리고 인간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죽음은 소유의 무상함을 철저히 가르쳐 준다. 죽음은 존재하나 그 누구도 죽음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죽음은 소유의 탐욕을 철저히 고쳐줄 수 있는 존재의 약이기도 하다. 소유는 미술전시회처럼 전시가능한 것, 제시가능한 것을 일컫는다. 또 소유는 명사처럼 분명히 구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구획짓기가 불가능한 모호한 것은 소유의 싸움을 일으킨다. 돈의 구획이 불분명하고, 권력과 명예가 선명하게 그어지지 않으면, 사람들 사이에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분쟁이 일어난다. 지식과 도덕도 소유의 영역에 속한다. 지식도 인간이 배워서 소유한 능력이고, 도덕도 사회생활에서 인간들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공공(公共)의 원리가 되기를 사람들이 원한다. 이 말은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이 도덕을 공통으로 소유하여 그 힘이 지배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인생이나 나와 죽음 등은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나 나는 소유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되고, 죽음은 소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한계상황이다. 철학에서 이런 것을 존재라고 명명한다. 인생이나 내가 있기에 소유가 가능해진다. 인생과 내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소유하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쓸 것인가? 그러나 인생과 나의 구획은 명확하지 않고 대단히 모호하다. 내 인생의 폭과 반경이 얼마나 될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누구나 자의식을 갖고 있으나, 그 자아의 경계가 얼마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아는 넓게는 하늘의 허공만큼 광대할 수 있고, 작게는 바늘구멍만큼 미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존재는 구획불가능하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 또 존재는 전시되거나 제시될 수 없다. 인생과 자아를 전시하거나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가 내 인생을 보여달라고 하면, 나는 비밀창고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처럼 그것을 전시하거나 제시할 수 없으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인생을 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방편을 우리는 현시나 계시라고 부른다. 소유는 전시(展示)나 제시(提示)가 가능하지만, 존재는 오직 현시(現示)하거나 계시(啓示)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소유와 존재의 두 번째 차이다. 모든 소유는 대상화가 가능하다. 대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같다. 대상화가 가능하기에 내가 그것을 취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존재는 그런 대상화가 불가능하다. 인생과 나라는 것은 모든 대상화를 가능케 해주는 근거이지 스스로 대상화가 안 된다. 나의 인생을 대상화해도 그것을 다시 대상화하는 다른 나 자신이 뒤로 물러나 있기에 결국 나의 인생은 대상화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소유는 형이하학적인 물질의 영역에서 기술의 대상이거나 경제적 영역으로서 상품가치를 지닌다. 또 다른 한편으로 소유는 형이상학적 정신의 영역에서 사회생활을 혼란과 무질서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소유해야 할 정신적·도덕적 가치로서 제시될 수도 있다. 이처럼 소유는 가치와 동격의 의미를 지닌다. 가치가 없는 것을 사람들은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려는 사상은 결국 인생에서 비싼 소유를 많이 지닐수록 더 값나가는 이치와 같다 하겠다(9회 글). 결국 나의 인생은 가치를 소유하게끔 해주는 근거의 역할을 하지, 그 자체가 가치로 매겨지지 않는다. 존재는 명사적 개념으로 쉽게 구획되지 않고 모호하며, 오직 사실을 사실 그대로 현시하거나 계시할 수밖에 다른 길이 없고, 또 대상화가 안 되고, 경제기술적 가치나 도덕적 가치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에 대단히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본질을 지닌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존재는 자의식처럼 나의 존재를 근거로 하여 소유가 생기게 되는 그런 근거와 같다고 언급되었다. 즉 존재는 소유의 근거와 같지만, 존재 자체는 철저히 비소유적이다. 그런데 ‘나’나 또는 ‘우리’라는 자의식이 강렬하면 할수록, 소유는 그런 자의식의 강도에 비례하여 발생한다는 것이다. 소유의식이 두드러지게 대두되는 이유는 경제성과 도덕성에 있다. 즉 경제성은 자아의 이기심이 좋아하는 이익과 연관되어 있고, 도덕성은 공동체적 우리의식의 공공적 정의가 옳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소유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 경제적 자아의식이든 도덕적 공동체의식이든 다 예리한 자의식활동을 전제한다. 그런 점에서 소유의 가치론인 경제기술학과 사회도덕학은 다 의식의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2회 글).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가치를 만들고 의미를 창조해야 한다는 요청 때문에 인간의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경제성과 도덕성의 가치창조에 몰입되어 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장사상과 불교사상에서 가치창조를 넘어서는 무위법을 말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인간의 현실세상에 맞지 않는 둔세적 사유라고 하여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과거의 서양철학에서도 존재론이라는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말은 철학적으로 존재(Being)를 존재자(beings)로 오독한 철학의 과오라고 지적한 이가 바로 독일의 하이데거다. 과거의 전통 철학은 존재를 존재자로 잘못 읽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존재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음으로 사람들은 그것을 존재자로 해석했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소론이다. 존재자는 존재를 명사적 개념으로 구획가능한 어떤 형이상학적 대상으로 취급하여,‘신이 존재한다.’,‘사람이 존재한다.’,‘산과 구름이 존재한다.’에서와 같이 주어의 명사들이 바로 ‘존재하다’라는 동사의 개념적 주체와 같은 것으로 보는 그런 철학이 재래의 존재론이다. 이런 철학을 하이데거는 존재자적(ontic)인 사고방식의 철학으로 여겨 존재론적(ontological) 사유와 엄격히 구분했다. 엄밀히 말하여 존재자적인 사고의 철학은 존재론이 아니고 소유론인 셈이다. 왜냐하면 존재자학은 의식이 써먹으려는 소유적 가치의 관념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하이데거는 포착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론적 사유를 주장하는가? 인생과 세상은 인간이 능위적으로 창조한 경제기술적 가치와 사회도덕적 가치로 황폐화되었고, 따라서 인간의 마음도 그 가치들에 의하여 아집(我執)과 법집(法執)으로 둘러싸여 세상을 여여하게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하는 편견으로 꽉 찬 것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다. 아집에 먹힌 경제기술적 가치는 탐욕을 부르고, 법집의 분노에 젖은 사회도덕적 가치는 독선의 독기를 세상에 뿌린다. 존재론적 사유는 ‘신/사람/산/구름’ 등의 구분없이 일체의 존재를 명사적 개념으로 보지 않고,‘존재하다.’의 동사적 방식으로서 읽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것들의 존재방식은 서로 연계되어 연기법적으로 얽혀 있어서 우주가 모두 한 몸임을 알게되고, 신약(마태복음 6:25-33)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공중의 새와 들에 핀 백합화’처럼 무위적으로 먹이를 먹고 옷을 입는 사실을 대우주의 필연적 존재방식의 선물로서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다. 하느님이 새와 백합화에게도 그런 존재의 선물을 주는데, 하물며 지혜를 가진 인간에게 어찌 존재하기에 필요한 경제와 도덕의 선물을 주지 않겠는가?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이것은 이상주의적 공상이 아니다. 이상주의는 이성이 꾸미는 꿈이다. 이것은 그런 꿈이 아니다. 이것은 존재하는 필연법(하느님)의 사실이다. 자연은 필요한 것을 다 보시한다.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이 돈의 탐욕으로 환장하거나 정의의 분노로 흥분하지 않으면, 자리이타하는 본성을 준다. 이것이 또한 ‘하느님의 나라와 그 의’를 자연적으로 행하는 일이겠다. 존재론적 사유는 인간의 의식이 잘난 체하지 않고 고요히 쉬면, 깊은 마음에서 본성(本性)과 신성(神性)이 다 함께 공명하는 경제성과 도덕성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존재론적 사유는 인간도 공중의 새와 들에 핀 백합화처럼 그렇게 살기를 기약하는 지혜닦기에 다름 아니다.14세기 독일의 가톨릭 수도사인 에카르트는 예수가 그리스도의 길을 보여준 하나의 큰 활용이고, 인간 모두가 다 작은 그리스도라고 언명했다. 석가모니가 용대(用大)로 마음의 활용법을 크게 가르쳐 준 화신불(化身佛)이라고 인도 고승 아슈바고샤(1세기)가 말했듯이(11회 글), 예수 그리스도도 인간에게 그리스도가 되는 마음의 활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 육화(肉化)하였다는 것이 에카르트의 가르침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사회플러스] 이상호기자 ‘통비법’ 위헌 신청

    이른바 ‘안기부 X파일’ 보도와 관련,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MBC 이상호 기자가 12일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이 기자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부장 김득환) 심리로 열린 첫공판에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면, 보도의 공익성을 고려해 면책규정을 둬야 한다.”면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법성 조각 사유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 론스타 외환銀매입 뇌물·불법로비 확인땐 10% 초과지분 처분명령 가능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론스타의 ‘먹튀’에 제동이 걸릴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4조 500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겨 떠나는 ‘먹튀’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몇가지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지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이 ‘무효’로 결정나야 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도 중단돼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 무효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에 나설 뜻을 보인데다, 외환은행 노조도 론스타의 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관심은 더욱 커졌다. 국민은행과 론스타의 매각 협상을 중단시키려면 우선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게 원천무효가 돼야 한다. 원천무효가 되려면 론스타가 당시 금품을 뿌리거나 고위 공무원 등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였다는 것을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 2003년 당시 론스타측이 제시한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외환은행 경영진이 그대로 수용했고, 이를 금감원이 외환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잣대로 활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론스타의 불법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참여연대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론스타가 인수 주체로서 외환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조사한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검찰 수사나 감사원 조사는 외환은행 경영진과 금융감독 당국의 BIS 자기자본비율 조작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론스타의 불법적인 개입은 밝히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검찰이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위법하게 취득한 사실을 밝혀내고 형사 처벌한다면 금감위는 어쩔 수 없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6개월 안에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처분하도록 명령해야 한다. 금감원이 현재의 재매각 과정 무효 여부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려는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10% 초과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먹튀’의 결과는 달라진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처분 방식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론스타는 국민은행과 재빨리 본계약을 맺고 주당 1만 5000원대에 팔고 떠날 것이다. 오히려 ‘먹튀’를 돕는 꼴이 된다. 반면 금감위가 론스타에 2003년 외환은행의 신주를 인수할 당시 가격(4000원)으로 팔라고 명령하면 ‘먹튀’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행정 소송에 돌입할 것이고,3∼4년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외환은행 고객과 예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또다른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또 외국자본들이 한국의 초강수에 반발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 한편 론스타는 2003년에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외환은행 구주도 인수했는데, 두 은행이 “속아서 팔았다.”며 주식반환청구 소송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사적인 계약인데다 사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약속을 미리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소액주주나 채권자, 외환노조 등 이해당사자들이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상법상 이 소송은 6개월 내에 내도록 돼 있어 이미 시간이 지났다. 김주영 변호사는 “검찰이 론스타의 위법성을 밝혀내고, 금융감독 당국이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동시에 2003년에 취득했던 신주를 외환은행에 돌려준 뒤 외환은행으로 하여금 이를 소각하도록 명령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형사처벌돼도 승진?

    앞으로 금품 제공이나 선거에 줄서기 같은 위법한 행위로 승진한 지방공무원은 형사 처벌은 물론, 승진 자체가 자동으로 취소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인사위원회의 기능이 강화된다. 국가청렴위원회는 11일 이런 내용의 ‘부패 방지를 위한 지방공무원 인사제도 개선방안’을 행정자치부에 권고했다. 그동안 지방공무원은 금품 제공, 선거 줄서기, 근무성적 조작 등으로 승진하더라도 형사 처벌이나 내부 징계만 받았다. 예컨대 한 공무원이 상관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5급으로 승진했을 때도 ‘당연 퇴직’에 해당하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곤 했다. 이렇게 되면 이 공무원의 직위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청렴위는 행자부에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위법한 인사행위에는 승진 취소 등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토록 했다. 청렴위는 또 각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위해 지방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임용령을 고쳐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공무원단체 등 추천 주체별로 외부위원 2명 이상을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혁신도시 후유증 2題] 나주 보상노린 불법행위 기승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예정부지인 나주시 일대에서 보상을 노린 묘목식재와 건축물 신축 등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개월여 동안 나주시 금천·산포·봉황면 일대 380만평을 대상으로 민·관합동 단속을 벌인 결과 모두 40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다. 유형별로는 혁신도시 예정지내 토지소유주가 감나무와 매실나무, 배나무 등 묘목을 불법 식재한 것이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축물 신축 3건, 농지전용 3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금천면 29건, 산포면 9건, 봉황면 2건 등이 적발됐다. 이곳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개발행위 및 건축허가 제한조치가 내려졌다. 조사결과 일부 토지소유주들은 지장물과 과수 등에 대한 보상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지난 2월 혁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정밀 항공촬영을 마쳤으며, 그 이후에 이뤄진 나무식재나 개발행위 등에 대해서는 보상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의법조치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추가 위법행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부동산 투기나 불법행위 예방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혁신도시 후유증 2題] 춘천-강원도 법정공방 시작

    강원도 원주시 혁신도시 입지선정을 둘러싼 첫 공판이 열려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초단체(춘천시)가 광역단체(강원도)를 상대로 행정행위의 위법여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이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어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일 혁신도시 최종입지 확정처분 취소소송 첫 공판이 열린 춘천지법 재판장 밖에는 도와 춘천시 관계자를 비롯한 이해당사자,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지역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의 궁금증 해소와 재판의 투명성을 위해 이례적으로 법정을 공개했다. 재판부는 첫 공판을 시작으로 3∼4회가량의 변론을 더 진행한 뒤 선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선고결과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지방선거가 끝난 6월에 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서류심리보다는 원고와 피고측의 구술 주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7일 2차 공판에는 혁신도시심사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서 당시 상황과 심사내용을 증언할 예정이다. 춘천시가 강원도를 상대로 제출한 심사당시 녹취록과 심사위원 전원의 점수정보 공개청구 결과도 이번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춘천지법 관계자는 “혁신도시 문제가 도민들의 관심사인 만큼 향후 재판기일 변경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등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특정언론사 겨냥한 위헌 입법” “불공정과점 지원금배제 마땅”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6일 헌재 청사 대심판정에서 지난해부터 시행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한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청구인과 정부 대리인 측은 ▲시장점유율이 큰 신문사에 지원을 배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17조·27조 등) ▲신문사에 대한 방송 등 겸영금지 및 광고수익 등 경영정보 공개의무화 조항(15조·16조) 등의 위헌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였다.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언론사의 고의·과실상 위법이 없어도 정정보도 청구를 가능토록 한 조항(14조·31조) ▲언론중재위원회가 보도를 사후 심의해 공익 등을 침해시 시정권고를 할 수 있고 보도의 피해자가 아닌 자에게도 그 신청권을 부여토록 한 조항(14조) 등이 주된 쟁점이 됐다. 청구인으로 나선 신문사측 대리인들은 신문법 등이 사기업인 신문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에 호의적인 신문사만 지원하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측 이영모 변호사는 “언론중재위에 시정권고권을 주는 것도 사실상 언론을 사후검열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라고 주장했다.조선일보를 대리한 박용상 변호사는 “언론보도에 따른 인격권 등 침해는 기존 법체계로도 구제수단이 있는데도 피해자도 아닌 이들에게 정정보도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의혹 제기 보도 등 언론활동을 강하게 위축시킨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문화관광부측 양삼승 변호사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경품·무가지 살포 등으로 구축된 일부 언론사의 시장과점 현상을 지원금 배제 방식으로 개선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고 맞섰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이젠 ‘기업 중복조사’ 못한다

    앞으로 행정기관들이 비슷한 목적으로 특정 기업을 조사하려면 공동으로 해야 한다. 또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 한 이미 조사받은 사안은 재조사할 수 없다. 정부는 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행정조사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행정조사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각 정부 부처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행정조사는 무려 176종에 이른다.하지만 부처 사이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복조사를 받는 일이 많다.한 석유화학업체는 노동부와 가스안전공사·소방방재청 등 10개 기관으로부터 한 해에 40차례 80일 동안 조사를 받기도 했다. 법안은 또 행정기관은 현장조사 7일 전까지 서면요구서를 해당 기업에 보내도록 했다. 조사원 기피신청이나 변호사 입회요구 등 조사 대상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중복조사와 법령에도 없는 조사, 조사원의 강압적인 자세 등은 기업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공동조사로 해마다 850억원의 조사비용도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는 또 감사원이 회계감사를 회계법인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족한 감사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으로 한정했던 감사사무 대행기관에 회계법인을 포함시켰다.”면서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로비 제도화 고려할 때/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금융계 거물 브로커’ 김재록씨의 금융권 대출 알선로비 사건에 더해 현대차 그룹의 비자금 조성까지 확인되면서 정ㆍ관계에 대한 불법 로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다더라.’,‘누구에게 얼마를 주었다더라.’,‘누구와 친하다더라.’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에 대한 전모가 채 밝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거물 ‘브로커’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이다. 현대차라는 굴지의 기업이 포함되어 있고 또 그동안 간여해 온 기업 규모의 거대함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사실 검은돈과 정ㆍ관계의 친분을 토대로 한 ‘브로커’간의 음성적 결합이라는 불법 로비 사건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들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반복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은 이런 일들이 개인적이고 우연적인 요인에 의해서 생겨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결정될 때 사회의 각 집단은 그 정책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결정되도록 하고 싶어한다. 그 때문에 단체를 만들고, 시위를 조직하고,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대해 압력도 행사하고, 또 언론을 통해 자기들의 명분을 알리고 싶어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정치 과정상의 특징이다. 이처럼 다수의 힘을 조직하여 정치권을 압박하거나 여론을 움직임으로써 정책 결정에 압력을 넣을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로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비를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로비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청원(petition)으로 간주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권 주변의 ‘브로커’로 인한 스캔들이 자꾸 생겨나는 까닭은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로비의 기능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치인이나 관료 등 정책 결정자와 접촉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는 몇몇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권력의 핵심과 가깝다면 그만큼 그 ‘브로커’의 영향력은 커질 것이다. 로비가 권력자와의 사적인 관계나 인연을 토대로 형성되고 거래도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불법이나 위법행위가 생겨날 개연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남들 모르게 이뤄지는 것이므로 ‘안 되는 일도 되게 할 수 있고’ 또 특혜도 챙길 수 있다.‘브로커’ 관련 스캔들은 바로 이런 구조 속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돈 있고 줄이 닿는 이들은 이런 브로커에 의한 불법 로비에 의존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집단 시위 등 다수의 힘에 의존하려는 경향도 나타난다. 우리 사회가 소란스러운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로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로비스트를 등록하게 하고 그들의 활동과 자금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로비의 제도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로비의 제도화는 이전부터 많은 이들에 의해 그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사안이다.1993년 국회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로비의 제도화를 제안한 바 있고 일부 의원들은 의원 입법으로 이를 발의하기도 했다.2000년에는 참여연대에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17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에서도 같은 내용을 검토한 바 있으나 모두 입법화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로비의 제도화에 대해 소극적인 이유를 얼른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정치 자금 문제와의 관련성이나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드러났듯이 음성적 로비는 우리에게 불필요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고 있다. 로비의 제도화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 [경제정책 돋보기] 론스타와 금융허브 전략

    [경제정책 돋보기] 론스타와 금융허브 전략

    검찰의 론스타 압수수색에 국민들의 반응은 ‘당연하지!’이다. 탈세하는 기업에 대한 ‘단죄’에는 국내·외의 기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그렇게 곱지가 않다.“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를 추진한다면서 금융기법에 대한 이해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 관계자는 2일 “탈세 등 불법행위와 금융허브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법 체제를 고쳐야 하지만 그 때까지 위법행위를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것. 금융허브를 구축하더라도 전 세계를 선도하는 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을 무대로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법 해석과 적용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야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법만 갖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법률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게 금융허브의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변호사 의견을 반영한 뒤 투자해도 나중에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해석이 달라 법 적용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최소한 싱가포르나 런던 등 대표적 금융허브에서는 그같은 위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론스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내 최고 수준인 ‘김&장’ 법무법인이 론스타의 국내투자에 자문을 했는데도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에 의아해한다. 특히 론스타가 활용한 ‘공격적인 절세방안(agressive tax planning)’은 외국에서 보편적인데 한국이 과거 투자 내역까지 들쑤시면 누가 한국에 오겠냐고 했다. fi●금융허브 경쟁심화…“시간이 없다.” 중국은 경제발전 3단계 전략을 가리키는 ‘싼부쩌우(三步走)’의 일환으로 상하이(上海)를 오는 2020년까지 금융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도 ‘금융서비스 국가’를 국정 과제로 채택하고 투자서비스법 제정, 금융 규제 전면 재점검, 외국인 투자에 유리한 세제 마련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주 역시 1999년부터 정부에 금융허브 전담기구를 설치, 법령과 규제를 대대적으로 고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에는 홍콩·싱가포르의 선진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달려가는 실정이다. 일본 도쿄는 금융시장이 크다는 점, 호주 시드니는 영·미권의 자금 운용에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혀 한국의 금융허브 구상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한 외국계 투자자는 “중국은 사회주의이면서도 한국보다 자본주의 성향이 짙은 반면 한국은 자본주의인데도 규제가 중국보다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 체제뿐 아니라 영어 수준과 학교·의료 등 서비스 분야가 뒷받침돼야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갖출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북아에 걸맞은 특화 금융산업 육성해야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허브가 성공하려면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들어올 여건을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정부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내년까지 금융허브의 기반을 구축하고,2010년까지 자산운용업과 구조조정 시장의 선진화를 조성한 뒤 2015년에는 홍콩·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대 오규택 경영학과 교수는 “제도를 정비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상법과 외환거래법 등도 금융허브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규제를 허용하지 않는 부분만 나열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실무작업을 총괄하는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심의관은 “동북아에서 금융산업이 강해지면 실물경제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그 결과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사설] 론스타 탈법 철저히 파헤쳐라

    검찰이 그제 미국계 펀드 론스타 한국지사와 관련자 사무실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탈세 및 외환불법유출,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혹 등 검찰에 고발된 3가지 사안에 대해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이후 이 땅에 몰려온 투기성 자금들이 온갖 탈법·편법적인 수법으로 천문학적인 차익을 챙기고서도 세금 한푼 물지 않으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국민적인 공분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검찰이 칼날을 빼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외국계 펀드들은 세금 면탈행위가 ‘선진 금융기법’이라고 주장하지만 탈법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론스타는 범법행위를 한국법인 대표였던 스티븐 리의 개인 비리로 몰고 가려 하지만 론스타 법인의 위법으로 파악하는 검찰의 시각이 옳다고 본다. 검찰이 외환은행 매각일정 등을 감안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의 잘못을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탈세와 외환범죄 혐의 외에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조작시비 등 항간에 제기된 의혹들을 신속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매각이 이루어지기까지 로비 의혹과 정책 당국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관계당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차익 4조원 이상을 챙겨 달아날 움직임을 가시화하기까지 법 미비를 탓하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대외신인도 추락을 들먹이기도 했다. 한심스러운 작태다. 국부를 지키겠다는 자세로 현행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면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했다고 본다. 이번 사건이 해외자본에 대한 거부감으로 비화돼서는 안 되겠지만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 “공직자들 비리로 9000억 날릴뻔”

    공직자들이 각종 비리로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9000억원 가까운 혈세가 낭비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감사원이 발간한 ‘2005년도 감사연보’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모두 1376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변상·추징·회수·보전 등 국고에 환수된 금액은 2155억 5500만원으로 파악됐다.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확인한 위법·부당 사례는 감사원 감사 결과보다 43배 이상 많은 5만 9235건이었다. 모두 6531억 7900만원이 국고에 환수됐다. 감사원 감사와 기관별 자체감사에서 지난해에만 8687억 3400만원의 예산 낭비를 막은 셈이다. 기관별로는 국가기관이 4023억 5200만원, 지방자치단체 1909억 7600만원, 정부투자기관 568억 5300만원, 기타 2185억 5300만원 등이었다. 감사원은 또 비리를 저지르거나 연루된 공직자 57명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하고,355명은 해당 기관에 징계·문책 등 인사조치를 요구했다.기관별로는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이 197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방자치단체 164명, 정부투자기관 31명, 기타 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인사조치된 사람 가운데 공무원의 경우 6급 이하 하위직이 111명으로 5급 이상 고위직 105명보다 많았지만, 정부투자기관은 과장 이상 고위직이 39명으로 5명에 그친 대리 이하 하위직보다 훨씬 많았다. 기관 자체감사에서는 모두 3771명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았다. 국가기관 공무원이 804명, 자치단체 589명, 투자기관 506명, 교육자치단체 211명, 기타 1661명 등이었다. 자체감사에서 지적 건수가 많은 기관으로는 국가기관의 경우 행정자치부가 1327건, 노동부가 1318건, 국방부가 729건 등의 순이었다.자치단체에서는 대구시 1982건, 인천시 1945건, 전남도 1745건 등이었다. 정부투자기관으로는 한국철도공사 1867건, 한국전력공사 965건, 한국수자원공사 779건 등으로 나타났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현대차 비자금으로 기업 불렸나

    현대기아차 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양재동 본사와 일부 계열사를 압수수색했으며, 계열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을 체포했다. 또 그룹 자금담당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비자금 가운데 수십억원을 거물 금융브로커인 김재록씨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의 성격이 금융비리 사건에서 국내 2위 그룹의 비자금 사건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될 때만 해도 8개의 계열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부품관련 기업들을 대거 인수하거나 설립하면서 6년만에 4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그룹이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무관한 광고·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는 등 문어발 확장의 행태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대기업이 외형을 키우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그것이 법을 지키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의한 것이라면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검은 돈으로 특혜를 사는 방식은 이제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 막대한 금력을 무기 삼아 정치권과 관계에 로비를 벌이고 그 대가를 취하는 것은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악습이다. 현대기아차가 비자금에 의존하는 경영을 계속한다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없다. 또한 정경유착의 고리로 남아 우리의 정치와 관료사회를 부패시키는 등 국가적으로도 큰 해악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 위법 사실을 밝혀 엄벌함으로써 검은 돈에 의존하는 경영을 퇴출시키고 투명경영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조성 경위, 그리고 그 돈이 누구에게로 흘러갔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에 그룹총수 일가가 관련이 있다면 소환해서 조사해야 한다. 김재록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뒤를 봐준 전·현직 유력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 MS ‘끼워팔기’ 법정싸움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 윈도의 끼워팔기 논란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이어지게 됐다. MS는 27일 ‘끼워팔기’와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서울고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MS는 행정소송과 함께 제재조치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는 이의신청도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윈도에 메신저, 미디어플레이어 등을 결합해 판매한 MS의 행위를 위법이라고 판단, 과징금 324억원과 함께 MS에 윈도와 메신저 등을 분리한 버전과 경쟁업체의 프로그램을 함께 탑재한 버전 등 2가지를 출시하도록 명령했다.이에 따라 공정위는 내·외부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소송팀을 구성,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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