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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스토리(9) 당당하게 숨기기

    그와 나는 오늘도 ‘비디오방’으로 간다. 비디오방은 ‘여관’보다 돈이 훨씬 적게 들 뿐더러, 훨씬 더 은밀한 스릴과 서스펜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방에는 순전히 커플끼리만 온다. 모두들 스킨십을 즐기고 싶어서이다. 단속을 한다고 해서 비디오방에는 방마다 창문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서울 각 지역의 비디오방에 가본 나로서는, 이제 딱 들어가 보면 그 비디오방의 눈속임 장치는 무엇이든간에 쉽게 간파할 수가 있다. 신촌에는 유명한 비디오방이 몇군데 있다. 우선 록카페 ‘콜라’ 옆의 세번째 골목에 있는 A비디오방. 이곳에 가서 주인 아줌마한테 특별히 부탁하면 아줌마가 뒤의 커튼으로 가려진 철문으로 들어가게 해준다. 그곳에는 가격은 좀 비싸지만 완전히 가려진 침대방이 있다.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어둡다. 그리고 구석방으로 가면 그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밖에서는 볼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래도 큰 창문이 하나 있어 좀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고객을 위한 배려에서인지 주인 아줌마는 남녀 커플이 들어오면 검은 천조각을 건네준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유리창문에 딱 붙이도록 장치가 되어 있으니 필요하면 붙이라고 가르쳐준다. 그런 다음 이어서, 단속반이 뜨면 방 내부의 불을 켜고서 천조각을 붙이라고 알려준다. 또 아줌마는 단속반이 물러가면 천조각을 떼면 된다고 당연한듯이 말해주는 것이다. 검은 천조각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것을 창에 붙이고 나면 남녀가 둘 다 훨씬 더 대담해져서 여관방에서처럼 옷을 다 훌훌 던져버리고 ‘딥(deep) 스킨십’을 즐기게 된다. 그리고 또 신촌에서 유명한 곳은 B비디오방이다. 이곳은 정말 비디오방 중에서도 그 교묘한 장치로 너무 유명한 나머지, 스포츠신문 같은 데서 ‘신촌의 모 비디오방’이라고 하면서 기사로 나가기도 했다.B비디오방은 주말에는 한시간 넘게, 평일에도 운이 나쁘면 삼십분 정도는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 이곳은 창문이 있긴 하지만 검은색 불투명 창문으로 되어 있어서 밖에서는 절대로 들여다볼 수가 없다. 시설도 첨단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소파’가 첨단이라는 점이다. 그냥 보면 평범하게 생긴 등받이만 매우 높은 의자이다. 오히려 다른 비디오방의 긴 소파 의자와는 달리 불편하게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처음 갔을 때 왜 B비디오방이 그렇게 붐빌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비디오방을 애용하는 다른 친구가 그 의자의 비밀을 말해주고 나서야 비로소 납득을 하게 되었다. 의자를 쫙 펴면 큰 더블 침대가 되는 것이었다. 와-이렇게 좋은 비디오방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만 하면 그곳 역시 여관방과 비슷한 장소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약간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런 불안함이 오히려 섹스의 ‘스릴’ 요소가 된다. 그럼 비디오는 언제 보냐고? 물론 처음과 끝만 본다. 그러고 나서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내용을 짐작해본다. 오랜만에 비디오방에 간 경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못 볼 경우도 있다.‘END’ 자막이 뜨고 스태프들 명단이 자막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옷을 다시 제대로 차려입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점잔을 빼가며 비디오방을 나오는 것이다. 물론 1학년에 입학한 직후에는 이런 종류의 비디오방은 잘 몰랐었다. 나는 그냥 평범한 비디오방에서 키스 정도만 했다. 그때 나는 남자 친구가 자꾸 옷 속으로 손을 넣으려 해 막 울었고, 그런 문제로 남자 친구와 다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1학년 5월 첫 축제때, 남자 친구가 용케 알아가지고 찾아간 그 요상한 비디오방에 가게 되어, 들뜬 축제 분위기 때문에 ‘은밀한 행위’를 하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A나 B비디오방으로 가서 이젠 마음 놓고 스킨십과 페팅을 즐긴다. 가끔가다 그가 질외사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 입에다가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질 안에다가는 절대로 안 한다. 우리들은 현명하게 섹스를 즐길 줄 알게 된 것이다. 비디오방이 아니라 카페 같은 곳에 가서도 우리는 옆으로 탁 붙어앉아 은밀한 행위를 즐긴다. 그가 윗저고리를 벗어 그의 사타구니 위를 덮는다. 그러고는 윗저고리 안에서 바지 지퍼를 내린다. 그런 다음 내 손이 그 안으로 파고들어 간다.…ㅋㅋㅋ…말 안 해도 알겠지…. 물론 내 손이 그의 일어선 페니스를 조물락조물락 주물러대는 것이다. 우리는 차츰 더 대담해져서 영화관에 갈 때도 그런 행위를 되풀이하게 되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처음엔 영화의 스토리를 놓치게 되었다. 하지만 차츰 습관이 들자 내 손이 자동적으로 니글니글하게 움직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나 그나 영화 내용을 놓치지 않고 감상하면서 ‘당당한 숨기기’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적어놓았듯이 요즘 대학생들의 성생활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사회단체들이 순결캠페인을 벌여봤자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일부의 쪼다같은 대학생들이 그런 운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비디오방 등의 ‘사랑독려업체’(?)나 외설물추방운동 같은 것을 벌여보기도 하지만 실효를 거두긴 어렵다고 본다. 물론 요즘 대학생들, 특히 여자대학생들은 ‘겉’으로만은 ‘순결’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전혀 ‘아니올시다’인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얼굴에 상당히 두꺼운 철판을 깔고 비교적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축소·은폐’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조금 친해지고 나면 ‘아주 친한’ 여자 친구들 한테만은 대개 다 털어놓는다. 거의 모든 여대생들은 처음에는 남자를 거부하고 처녀성을 지키겠다고 맹서하며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대담한 ‘스킨십’을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 남자를 사귀게 되면 90% 정도의 여대생들이 성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설문조사 같은 데서는 그런 수치가 절대로 안 나온다. 왜냐하면 대개는 거짓말로 써놓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순결운동이니, 처녀·숫총각이 아닌 이성하고는 절대로 결혼해선 안 된다느니 하는 등등의 언급은, 글쎄 뭐랄까…아무튼 좀 웃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시대착오적 망발을 하느냐 말이다. 처녀성을 지키는 여자라면,20대 후반까지 남자 한번 못 사귀어본 ‘폭탄여자’(폭탄처럼 봉건적인 여자)이거나,‘옥떨메킹카’(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를 킹콩이 짓밟은 것처럼 못생긴 여자) 또는 처녀막재생수술을 말끔하게 한 여우이거나 셋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요즘 세태는 인터넷에 있는 ‘익명 게시판’ 같은 곳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다.‘PC통신xx’ 같은 데는 젊은 세대들이 솔직한 얘기를 털어놓는 익명 게시판으로 유명하다. 익명 게시판은 글을 써서 올려도 쓴 사람의 이름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용감해진 무사(武士)들이 대담무쌍하게 자신의 경험담이나 의견을 써놓는다. 대학 가운데는 내가 다니는 Y대학교의 ‘익명 게시판’이 가장 유명하다. 각종 섹스 얘기와 체위 얘기, 돈 주고 여자(또는 남자) 사서 하는 얘기, 낙태, 피임 같은 얘기들이 마치 ‘하수도 문화’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히 올라온다. 그래서 게시판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 당장 폐쇄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 보다 더 솔직한 곳은 여성동호회 ‘XYZ’이다. 이곳은 여성이 아니면 가입할 수 없는 곳으로서, 남자가 여자의 아이디를 빌려서 가입하거나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면 아이디 자체가 취소되어 버린다. 이런 ‘여자들만의 세상’이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언제나 솔직하다. 여대생에서부터 가정주부까지 모든 여자들이 익명으로 서로의 경험 얘기를 솔직하게 나누고 자신이 겪은 각종 경험을 올려놓으면, 그 분야의 여성 전문가들이 대답해준다. 섹스얘기, 피임얘기, 임신문제, 유부남과의 사랑얘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오간다. 그렇다면 지금 나이가 찬 처녀들 중에서 진짜 숫처녀의 비율은 대체 얼마나 될까? 10%미만? 글쎄…진짜 비율은 아마도 영원히 모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또 시집 잘 가기 위해서, 성에 관한 한 ‘보수적인 체’ 해야만 하는 악습이 있다. 그래서 모두들 진실을 축소·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안 솔직한 경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결혼하는 여성들, 때로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괴로워하는 여성들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갈 것이 틀림없다. 오늘도 나는 그와 함께 비디오방으로 간다. ■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20&30] “판박이는 싫다” 바캉스도 개성시대

    [20&30] “판박이는 싫다” 바캉스도 개성시대

    “판에 박힌 휴가는 싫다.”개성과 취향에 맞춰 특별한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가 목적지는 도심 한복판부터 나라 밖, 심지어 방구석까지 다양하지만 자신만의 시간을 알차게 꾸며보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짧고 굵게 부르주아적 낭만을” 도심파 화려한 휴가를 즐기려는 20∼30대 사이에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가 신종 휴가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란 호텔식 서비스와 주거공간이 결합된 형태로, 주로 외국인 등 장기 투숙객을 대상으로 거주지를 빌려주는 고급 숙박시설이다. 맞벌이를 하는 정유정(32·여)씨는 다음달 초 2박3일의 휴가를 도심 한복판 서비스드 레지던스에서 보내기로 했다. 정씨는 “회사 사정 등을 고려하다 보면 남편과 휴가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면서 “이틀간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 속에서 짧지만 화려한 휴가를 보내며 신혼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장점은 일급호텔 수준의 품격과 서비스에 더해 완벽한 주방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콘도나 펜션처럼 직접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 또 홈시어터와 오디오, 세탁기 등 모든 전자제품을 갖춰 내집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물론 호텔급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공짜다. 또 방의 실평수가 29∼35평으로 기존 호텔보다 2배 이상 넓다. 다만 이용료가 비싼 것이 흠. 평수에 따라 하루 25만∼30만원 정도가 들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파티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예약은 끊이지 않는다. 이용자는 20,30대 직장인이 주류를 이루지만 친구나 가족 단위의 손님도 적지 않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홍보팀 임푸르메(30)씨는 “요금이 다소 높은 탓인지 1박2일 정도를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좁은 객실과 취사, 음식물 반입 등이 어려운 일반호텔에 비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텔을 이용하던 손님들이 옮겨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휴가비 절약 성수기는 피하자’ 실속파 휴가 인파가 몰리는 7∼8월 성수기를 살짝 피해 6월 말이나 9월 초로 일정을 맞추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성수기에 맞춰 한없이 올라가는 항공요금이나 숙박비를 아낄 수 있는 데다 휴가지에서 겪는 사람의 홍수를 피해갈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조원미(26·여)씨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8박9일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와 보르도, 중동의 두바이를 다녀왔다. 항공요금은 세금을 포함해 왕복 71만원. 성수기라면 최고 170만원대를 호가하는 항공권을 일정조정을 통해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산 것이다. 항공권을 제외한 나머지 여행일정은 스스로 인터넷을 검색해 선택하는 방법으로 일반상품과 차별화했다. 평소 와인을 좋아한다는 그는 여행 중 많은 시간을 와인의 명산지 프랑스 보르도를 둘러보는 데 할애했다. 그는 “남들이 안 가는 시간에 잡다 보니 모든 일정이 여유로워 좋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전모(30)씨도 남편과 함께 9월 초 제주도를 여행할 계획이다. 전씨는 “항공권과 숙박시설 이용료가 싸다는 점 외에 인파의 홍수에서 고생하는 게 싫어 휴가계획을 느지막이 잡았다.”면서 “9월 둘째 주는 추석 때문에 다시 성수기 요금으로 바뀌니 주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하나투어 강우원(31) 대리는 “주 5일제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다 최고의 성수기는 피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호하는 국가나 여행코스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내집이 최고” 휴가철 단기 코쿤족도 평소에 못했던 취미생활을 하며 집안에서 휴가를 보내겠다는 ‘코쿤족(cocoon·누에고치를 뜻하는 말로 집안에서 나만의 세계를 즐기려는 사람들)’들도 적지 않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최정훈(28)씨는 “휴가는 말 그대로 쉬는 것이 최고”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올 여름휴가를 위해 지난주 말 서울 용산전자상가 비디오게임 판매점을 찾았다. 평소 하고 싶던 중고 게임CD 5장을 사는 데 든 돈은 14만 2000원. 이 정도면 1주일 휴가기간 내내 집안에 칩거하는 데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게임마니아인 최씨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즐길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휴가에 길 막히고 북적거릴 것을 생각하면 집안 거실에 누워 대형 TV에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휴식이 될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는 “어머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하루쯤은 가족과 함께 교외로 나가는 센스도 발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넷 영화동호회 시삽인 회사원 이승휘(37)씨도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극장을 오가며 영화를 보며 지낼 생각이다. 다행히 부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탓에 휴가계획을 두고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그는 “결혼할 때 장만한 홈시어터가 이제 위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면서 “꼭 어디를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휴가를 좀더 넉넉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뮤지컬의 즐거움’ 모든 것 선사

    ‘뮤지컬의 즐거움’ 모든 것 선사

    토니상 역대 최다 수상(12개 부문), 일일 티켓 판매 최고액(280만달러)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양 손에 거머쥔 미국 브로드웨이 최신 뮤지컬 ‘프로듀서스(The Producers)’가 내년 1월 국내에 상륙한다.‘오페라의 유령’의 제작사인 설앤컴퍼니가 순제작비 60억원을 들여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로 만든다. 뮤지컬 제작자가 주인공인 ‘프로듀서스’는 패러디 영화의 귀재 멜 브룩스가 1968년 연출한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 지난 2001년 개막 이후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 등지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 공연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는 두 번째다.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력을 브로드웨이에서도 인정한 사례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지난 6일부터 24일까지 미국 투어팀 공연이 열린 도쿄에서 ‘프로듀서스’를 미리 만났다. 지난 21일 저녁 도쿄 신주쿠 고세이 연금회관.1900석 규모의 극장 안은 빈자리가 드물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막이 열리면 무대는 1960년대 브로드웨이 극장가. 뮤지컬 제작자 맥스의 야심작 ‘퍼니 보이’가 평론가와 관객들의 야유속에 개막 하루 만에 간판을 내린다. 실의에 빠진 맥스. 하지만 결산차 사무실에 온 회계사 레오로부터 뜻밖의 희소식을 듣는다. 투자금을 모아 공연을 망하게 하면 투자자들에게 돈을 나눠주지 않아도 돼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것. 맥스는 레오를 꼬드겨 크게 한탕을 친 뒤 달아날 계획을 세운다. 150년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 ‘프로듀서스’는 이때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 위트 넘치는 대사, 화려한 무대와 의상 등 뮤지컬이 줄 수 있는 온갖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며 관객을 폭소의 세계로 이끈다. 누구나 성공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회에서 일부러 망하려고 기를 쓰는 두 주인공의 처절한(?) 행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낸다. 히틀러 추종자가 쓴 형편없는 대본,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게이 연출가, 연기의 기본도 모르는 금발의 글래머 여배우를 총동원해 이들이 제작한 뮤지컬 ‘봄날의 히틀러’는 그러나 예상과 달리 대성공을 거둔다. 맥스와 레오가 뜻밖의 사태에 망연자실해 ‘도대체 우리가 잘한 게 뭐지.’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은 이 코미디 뮤지컬의 압권이다. 무희들의 화려한 탭댄스 등 복고풍 뮤지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극중극 형식의 볼거리도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절대로 자신의 돈을 공연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뮤지컬 제작자의 철칙 등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뮤지컬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엿보는 재미 또한 크다. 화려한 쇼형식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전통에 코미디와 유머의 살을 붙이고, 현실 비판까지 살짝 곁들인 ‘프로듀서스’는 잘 만든 상업 뮤지컬의 표본이다. 국내 공연의 관건은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배우 캐스팅과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번역의 매끄러움에 좌우될 듯싶다. 설앤컴퍼니는 8월 중 오디션을 거쳐 배우를 선발하고, 무대와 의상 등은 미국 현지 프로덕션에서 들여올 예정이다. 도쿄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차시장 지각변동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차시장 지각변동

    한국, 중국, 타이완, 일본, 홍콩등 동남아시아는 지금 차 전쟁 속으로 급속히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마치 중국과 영국이 차 매매 대금을 놓고 아편전쟁을 치른 것처럼 수천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차밭을 조성하고, 젊은층의 문화 구미에 맞는 차가게, 그리고 그에 맞는 차 음식들이 급속하게 개발·보급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먼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최근의 차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중국차의 최고봉은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대홍포라는 차다. 현재 무이산에 남아 있는 대홍포 차나무는 8그루 정도다. 그 나무에서 차의 생엽을 채취해서 만든 차가 올해 초 홍콩에서 열린 차 경매시장에 나왔다. 가격은 무려 25g에 2500만원이나 됐다. 그 차 가격에 참가한 경매자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홍포는 예상과는 다르게 금방 구매자를 만나고 말았다. 중국 상하이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한 홍콩 여성기업인이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겠다.’며 그 차를 선뜻 구매해버린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중국 상하이에 가면 푸얼차를 파는 전문점이 즐비하다. 그들은 중국인들을 위해 푸얼차를 파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타이완 차 상인이나 차를 주로 소비하는 한국 중산층 관광객들에게 파는 것이다. 상하이의 푸얼차 전문상인들은 최근까지 100∼200년 됐다고 추정되는 푸얼차가 2000여만원 가까이에 쉽게 판매되고 있으며 그나마 없어서 못 판다고 울상이었다. 지금도 50만∼60만원대 고가 푸얼차가 부족할 정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티 월드페스티벌´에 참여한 수백개의 부스 중에서 중국, 타이완에서 출품된 보이차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10만원도 채 안되는 한국차는 외면을 받고 20만∼30만원짜리 5∼6년된 보이차는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중국 차 상인들은 그런 푸얼차 열풍에 고무돼 한국과 타이완인들의 입맛에 맞는 차를 계속 생산하기위해 품종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차 상인들의 상술이 놀라울 뿐이다. 차가 한 나라의 산업과 문화를 동반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차는 이제 동남아시아 변방을 벗어나 세계로 그 길을 확장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세계 차 전쟁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중국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땅, 그리고 값싼 임금을 무기로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차 생산을 위해 재배 면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의 한 기업인과 중국 산둥성 인민정부 초청으로 제3차 세계 차 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차밭의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성되고 있는 차밭의 면적은 약 1000만평, 차밭 안에는 50홀 규모의 골프장과 각종 레저시설이 들어서고 있었다. 차와 레저문화를 결합시킨 새로운 문화상품이 중국에서 시도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중국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의 종주국이랄 수 있는 중국의 차 문화가 부활한 것은 1970년 후반.2000년의 역사를 지닌 중국의 차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쇠퇴의 길을 걸었다. 마오쩌둥은 ‘반당’적이며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중국인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었던 ‘다관’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차 문화의 부활은 개방·개혁을 주도했던 덩샤오핑에 의해 시작됐다. 그리고 불과 10년만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다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차잎 생산량에 있어서도 세계 총생산의 22%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중국의 차 생산지구는 크게 서남차구, 화남차구, 강서차구, 강북차구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생산량은 현재 약 74만t(2002년 통계 67만t,12억 인구 중 1인당 670g 6.7통)으로 총 18개성 1000여개의 현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푸얼차가 아닌 녹차류가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선호하고 있는 푸얼차를 전인구의 0.3%도 마시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푸얼차가 ‘변방의 오랑캐 차’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차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김교각 스님의 차인 ‘구화불차’ 등 차 상품, 한국차의 유적이랄 수 있는 대각국사 의천의 고려사 복원 등 역사의 복원을 통해 관광 상품을 속속 탄생시키고 있을 정도로 전략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대혁명을 통해 단절됐던 소수민족의 다예, 법문사의 황실다예, 중국 10대 명차다예등을 복원해 문화적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차 브랜드는 현재 5000가지 정도로 10대명차뿐만 아니라 한국인을 비롯, 세계인들의 입맛에 맞는 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차의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완 차 역시 세계 차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17세기경 중국 푸젠에서 타이완에 차가 전래된 이래 우롱차(烏龍茶) 포종차(包種茶) 홍차(紅茶) 녹차(綠茶) 등 연간 150톤을 생산하고 있고 국민 1인당 1.5㎏(100g 기준 15통정도) 정도를 소비하고 있을 정도로 차가 일상화되어 있다. 타이완은 또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에 대규모 차밭을 가꾸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은 타이완차의 80% 정도가 베트남에서 키운 차밭의 차잎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중국차 베스트 10에 타이완 대우령 고산차가 중국 10대 명차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해서 타이완차의 위력을 실감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명차의 반열에 올라있는 동방미인(東方美人), 문산 포종차, 목책 철관음, 대우령 고산차, 동정산 우롱차 등은 소규모 차농들이 정성스럽게 생산해내고 있는 브랜드들이라는 것이다. 세계의 차상들이 고급화된 타이완차를 사기 위해 타이완으로 몰려들고 있기도 하다. 타이완차를 세계적인 차로 끌어올려 문화상품으로 떠오르게 한 것은 1960년 초 설립된 천인·천복그룹이다. 천인집단은 타이완과 서양을 겨냥한 차 문화사령탑으로 전세계에 모두 126개의 분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천복집단은 중국대륙 내 명차산지에서 생산되는 차의 관리와 유통을 맡아 현재 470여개의 분점을 가지고 있다. 천인집단의 이서하(李瑞河) 회장(2001년 이 회장은 중국차인연합회 회장인 왕가양과 일지암을 방문, 한국 차문화를 견학할 정도로 열성적이다)은 중국의 대표적인 차 잡지인 ‘시대보´에 세계 차왕으로 선정된 이래 세계차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차 기업인이 되었다. 타이완은 90년대 중반 이후 최고의 차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각지에 다예관이 들어서고, 최근들어 우리에게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페트병 속의 차등 현대적 버전을 속속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타이완의 천인집단은 2000년 발빠르게 ‘끽다취’ (喫茶趣)라는 젊은 세대의 기호에 맞는 문화공간을 탄생시켰다.1층은 차를 전시 판매하고 2층은 찻집 겸 음식점,3층은 육우다예 중심의 학습공간,4층은 천인다예문화기금회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끽다취’는 젊은층의 기호에 맞는 문화공간을 조성한 후에 차와 음식의 만남을 주제화시켜 철따라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차요리가 웰빙과 맛물리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끽다취’는 타이완, 미국, 일본 등에 속속 그 체인점이 들어서고 있다. 세계적인 차 시장의 호황과 천인·천복그룹의 성공에 힘입어 타이완 내 차농들은 대륙의 길이 열린 중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타이완차는 또 우리나라에 보이차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한국 찻자리에는 30년,50년 된 푸얼차가 빠지지 않는 진귀한 손님으로 등장했다. 푸얼차가 한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약효가 뛰어나 건강을 지키기 때문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 푸얼차는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 부를 축적한 화교들을 대상으로 타이완의 차상인들에 의해 감비차(減肥茶:살을 빼는 차) 형식으로 교묘하게 팔려나갔다. 그 현상을 지켜본 홍콩의 차상인들은 한술 더떠 창고에 버려져 있던 푸얼차를 독과점 매매했다. 그 효과로 푸얼차 값이 오르자 차상인들이 고가로 팔기 시작한 것이다. 정작 푸얼차의 원산이랄 수 있는 타이완과 중국에는 수년된 푸얼차만 존재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의 인사동을 방문한 세계적인 차학자 진현 중국 무이농대 교수는 90%가 가짜 푸얼차라고 해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세계에 차를 가장 먼저 알린 것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 패전의 아픔을 이른바 ‘다도’로 치유했다. 일본의 다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글귀가 있다. 오카쿠라가쿠조는 그의 책 ‘차의 책’에서 “15세기경 일본은 그것을(다도) 하나의 심미적 종교인 다도로까지 드높였다. 다도는 일상생활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데 근거를 둔 일종의 의식이며 청정과 조화로써 사랑하는 선비에게 사회질서의 낭만주의를 순순히 가르쳐주는 것이다.”고 쓰고 있다.500년간 대를 이어온 센리큐 유파, 우라센케가, 오모테센가 등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차의 유파들이다. 일본은 차의 생산보다는 차의 정신을 통해 차 문화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2004년 12월 일본 규수 가고시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의 다도 시연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숙소인 하이스칸 호텔 사쓰마야스키룸에서 우라센케 본가인 다두(茶頭:차가의 수장) 센소시쓰가(家)가 직접 시연한 다도를 보고 차를 마셨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마신 다완은 그들이 최고의 국보로 취급하고 있는 500년된 ‘이도다완’(기자이에몬)이었다.500년전 조선의 경남지역에서 생산된 이 다완은 우라센케가에서 15대 동안 써온 것으로 ‘국빈’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 특별히 초빙된 것이었다. 일본 역시 차가 전래된 1200년 동안 독자적인 차문화와 제조기술을 극도로 발전시켜오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야산이 많은 일본은 다원의 60% 정도가 경사지에 조성되어 있다.85% 정도가 그들이 개발한 야부기다종이며 6만㏊에서 약 17만t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인 1인당 차 소비량은 17통정도(100g 기준)이고 생산된 녹차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으며,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차는 국민의 음료로 보급되어 있다. 일본 역시 차 생산원가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중국, 호주 등에 광활한 다원과 공장을 설립 일본인 기호에 맞는 차를 생산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다른 곳과 다르게 녹차음료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2004년 녹차음료시장은 약 4000억엔(한화 4조원 상당)에 이를 정도로 매년 급성장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녹차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치열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료기업인 산토리의 이에몽은 215년의 역사를 가진 교토의 노포 후쿠주엔과 제휴해 40∼5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한 ‘주전자로 따르는 차맛’을 개발,4000만 케이스를 판매했다. 라이벌 회사격인 기린비바렛지는 여성 중심의 차 음료인 ‘생차’를 새롭게 보완해 선보였으며, 일본 코카콜라도 ‘다원 농가의 사람들이 마시고 있는 신선하고 소박한 맛’을 목표로 하고 있는 ‘처음(-)’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또 다른 음료기업인 아사히 음료는 직장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캔에 든 전차‘를 판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녹차를 비롯한 무당차 음료가 최초로 커피를 제치고 청량음료시장의 1위를 탈환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세계적인 차 전쟁이 불붙고 있는 지금 우리 차 산업과 차 문화의 현실은 ‘걸음마 수준’이다.2005년 WTO 개방을 앞둔 우리 차는 그 생산량이 연간 2000t 정도로 미약하다.1인당 차 소비량(티백이 아닌 잎차 소비량)은 40g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국차문화 부흥은 70년대말 응송 박영희, 효당 최범술, 명원 김미희 여사 등에 의해 개화기를 맞은 이래 눈부시게 발전해오고 있다.30년이란 짧은 시간에 500만에 육박하는 차 인구와 연간 2000억원대에 이르는 차 소비량, 다양한 차인회가 춘추전국의 차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의 차문화는 우리의 전통차와 차문화를 복원하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차와 문화에 더욱더 관심을 쏟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차의 보급 그 첫 번째가 웰빙바람이고, 두 번째가 묻지마 ‘이도다완’ ‘푸얼차’ 바람이다. 최근에는 ‘묻지마’ 다예사(타이완), 심평사(중국) 열풍도 함께 불어닥치고 있다. 중국의 차는 이미 한국 내 시장을 20% 이상 점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다예사 심평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돌아온 차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단순히 마시는 차를 넘어 그들의 차 문화까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 차계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지금 한국대학에는 다도(茶道) 바람이 불고 있다. 성균관대, 목포대, 성신여대, 한서대, 원광대 등이 대학원에 관련학과를 두고있다. 또한 청주의 서원대학교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4년제 차학과를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뿐만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지금 중국, 인도네시아에 다원을 조성하기 위해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녹차품종의 개량 및 보급 그리고 세계 10대명차 반열에 들 수 있는 명차의 개발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이밖에도 인도, 스리랑카,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 동·서남아시아 지역도 주목을 해야 한다. 인도는 최대의 차 생산국인 동시에 차 수출국이다. 세계 3대명차로 꼽히는 다질링 홍차가 해발 2000m 이상의 급경사지대에서 생산되고 있다. 세계 차 생산량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인도는 약20만통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생산되는 차의 90%가 홍차인 인도는 에스테이트라고 하는 다원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1개 에스테이트 재배면적은 대개 400∼600ha의 넓은 다원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 600여개가 차를 생산하고 있다. 스리랑카 역시 약 20만ha 다원에서 세계 총생산량의 17%인 18만t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한·중·일·타이완 등 각국 차계의 최대의 관심사는 얼마나 저렴한 가격에 생찻잎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그것은 곧 가격대비 생산원가를 통해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등도 베트남에 대량의 차밭을 조성하거나 제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차 시장은 그 높은 시장성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의 성공사례인 ‘홍차라떼’ ‘녹차라떼’에 힘입어 새로운 신개척지인 서구 유럽을 향해 요동치고 있다. 타이완은 ‘대우령’을, 중국은 100g에 1000만원을 호가하는 ‘백차’와 같은 고품격 차 브랜드를 생산해 세계시장에 내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의 천인·천복집단이나 일본의 산토리처럼 메이저급 기업들이 미국의 ‘스타벅스’성공에 착안, 전세계를 상대로 차 전문 체인점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지금 차 전쟁 속으로 급속히 돌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중국의 10대 명차처럼 세계가 주목할 만한 명차를 만들어야 할 때다. <일지암 암주>
  • [위안화 절상이후] 빛난 韓銀 정보력

    한국은행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박승 총재의 잇단 말실수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한은이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중국의 위안화 절상’ 정보를 외신보다 한발 먼저 낚아챘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베이징사무소는 중국내 소식통으로부터 인민은행이 21일 오후 8시쯤 ‘중대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고급 정보를 입수했다. 통상 발표 형식이 아닌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인민은행의 전례를 감안, 홈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정각 오후 8시에 홈페이지에 중대한 뉴스가 떴다.‘위안화 2% 절상’이었다. 곧바로 한은 이영균 부총재보에게 이같은 소식이 전해졌고, 이 부총재보는 한은 총재와 재정경제부 관계자 등에게 전달한 뒤 곧바로 기자실에 들러 ‘위안화 절상’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다소 의아해했다. 외신에 뜨지 않은 내용을 한은이 먼저 알려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 수소문하면서 인터넷과 통신 등의 기사 출고가 다소 늦어졌다. 외신들은 중국이 국영 TV를 통해 위안화를 절상한다는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인민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될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이 오후 8시5분이 넘어서야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다. 한은 관계자는 “베이징사무소의 인적 네트워크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면서 “한·중·일 등 3국 중앙은행총재간 최근 협력관계도 정보를 한발 앞서 입수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7·7테러 동일세력? 모방범죄?

    |파리 함혜리특파원|56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 2주 만인 21일(현지시간) 또다시 런던시민을 공포에 떨게 한 2차 연쇄폭발의 성격을 둘러싸고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7·7테러를 저지른 동일한 세력의 소행이라는 주장과 아마추어들의 모방범죄라는 주장이 그것이다.●7·7테러와 동일세력 소행 가능성 추가 테러 가능성을 예고해 온 경찰은 이번 2차 테러가 7·7런던테러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며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안 블레어 런던 경찰청장은 이날 폭발이 지난 번 테러와 같이 3곳의 지하철역과 1대의 2층버스에서 발생했고,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배낭을 소지했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들어 이같이 밝혔다. 또 폭발지점들이 지도상에서 십자가 형태를 그리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이같은 유사점을 종합,1차 테러와 동일세력에 의한 추가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블레어 청장은 “이번 테러 역시 인명살상을 목표로 한 심각한 것이었다.”며 “2차 테러의 용의자를 색출하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건 현장에서 많은 증거물을 수거,1차 테러의 배후를 추적하는 데 의미있는 진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사건 발생 시간이 1차 때는 아침 러시아워 때였지만 이번에는 낮 12시30분쯤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비교적 뜸할 때였다. 또 폭발물의 위력도 극히 미약했고, 사상자도 없었다.용의자들이 폭발물이 든 배낭을 던지거나 내려놓은 것으로 미뤄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따라서 1차 때와 동일 세력에 의한 공격이지만 목표가 인명살상이 아닌 공포 조장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로버트 에이어스 연구원은 “영국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에 대면하고 있다.7·7테러에서 4명의 테러범은 사망했지만 그들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하고 조종한 조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직이 와해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자살테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모방범죄일 가능성 그런가 하면 이번 2차 테러가 7·7테러를 본뜬 아마추어들의 모방범죄라는 분석도 있다. 블레어 경찰청장은 1차 테러 직후 주저없이 알카에다를 배후로 지목했지만 이번에는 속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1차 때와 무관한 다른 이슬람단체 또는 비이슬람단체에 의한 모방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lotus@seoul.co.kr
  • 펜타곤보고서 中·美갈등 새불씨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미 국방부가 발표한 ‘중국군사력 보고서’가 외교 마찰로 비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0일 전례없이 강력한 논조로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비난하면서 주중 미 대리대사를 소환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연례 국방보고서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간접 비난을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외교 채널로 공식 항의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양제츠 부부장은 이날 데이비드 세드니 주중 미 대리대사를 불러 미 국방부가 19일 발표한 중국 군사력 연례 보고서와 관련, 미 정부에 엄중 항의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21일 보도했다.●중국 위협론 확산에 정면대응 양제츠 부부장은 이 보고서가 사실을 무시한 채 근거없이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고 있으며 중국 내정을 간섭한 행위라고 지적했다.양 부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국방 현대화를 공격하고 있고 중국의 정상적인 국방 건설을 함부로 비난, 중국과 다른 나라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부부장은 또 “타이완은 중국영토의 일부분이며 중국은 어떤 형태로든지 외국의 내정 간섭에 반대한다.”며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타이완에 무기 공급을 중단, 양안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공을 취했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반격은 ‘중국 위협론’을 방치할 경우 미국의 의도대로 미·일 동맹 등의 ‘중국 포위전략’이 위력을 발휘하고 궁극적으로 ‘타이완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미국의 1인당 국방비 중국의 77배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는 255억달러로 미 국방비(4559억달러)의 17분의1에 불과하며 1인당 평균 국방 지출액은 중국의 77배라고 항변했다.홍콩 문회보는 중국 군사과학원 전략연구소 부부장 야오요우즈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미국이 러시아에 적용했던 것처럼 중국의 군사력을 과장해 중국 위협론을 유포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군 학술연구소 리야창 연구원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했던 것처럼 미국이 중국 위협론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19일 45쪽에 달하는 ‘중국 군사력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실제 군비 지출이 중국 자체 발표액수보다 2∼3배 이상이며 올해 말까지 900억달러의 군비를 지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아시아 최고의 군사대국이라고 밝혔다.oilman@seoul.co.kr
  • 사회인 야구 ‘나이트 시대’

    사회인 야구 ‘나이트 시대’

    “나이트(Night)게임, 라이트(Light·조명탑)에 적응하라.” 해님이 고개를 숨긴 지난 10일 오후 8시30분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신월교 인근 한양대 구장. 직장인 30여명이 야구를 하느라 땀에 흠뻑 젖어들었다. 이날 경기는 주신리그 루키그룹 ‘진건 엘리펀트’와 ‘단무지2’의 한판으로 5회까지 다툼을 벌여 진건이 14대 4라는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특히 두 팀은 낮 경기에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뽐냈다. 진건은 투수 이석근(42)과 중견수 박광현(29)의 각 2안타 등 타자 29명이 돌아가며 20타수 7안타를 터트렸다. 단무지2 역시 22타자에 중견수 권용화(22)와 좌익수 이충우(33)의 2안타 등 21타수 7안타를 뿜어냈다. 똑같은 안타수에도 불구하고 진건은 사사구 9개와 도루 8개 등으로 뛰어난 선구안과 기동력을 발휘해 단무지 진영을 흩뜨려 놓은 끝에 낙승을 거뒀다. 일주일 뒤인 17일 싱글A그룹에 속한 ‘풍산 화이터즈1’과 ‘타이탄스’의 야간경기에서도 재미가 넘치면서도 알찬 내용이 잇달아 쏟아졌다. 풍산이 6대5로 역전극을 펼쳤다. 그러나 타이탄스가 1회 말 먼저 2점을 뽑아내자 풍산이 3회 1점으로 반격하고 말 공격에서 타이탄스가 1점을 보태는 등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타이탄스의 지명타자 이용석(35)이 3안타를 터트리는 등 타이탄스 9개, 풍산 7개의 안타가 폭죽처럼 터져 타격전을 이뤘다. 도루도 양팀 통틀어 6개 나왔다. 완투한 타이탄스 투수 유현우(32)는 삼진을 7개나 솎아내는 위력을 선보이고도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처럼 갈수록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사회인 야구판에도 ‘나이트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막 시작됐지만 열기는 프로야구를 방불케 한다. 리그마다 오후 6시 이후 플레이볼에 들어가는 야간경기가 직장인들 위주인 야구 동아리들이 페넌트레이스를 갖는 매주 토·일요일 이어지고 있다. 주신리그만 해도 지난 3월19일 2005시즌의 막을 올린 뒤 지금까지 311경기 가운데 35경기를 야간에 치렀다. 앞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는 있지만 두번째 야간경기는 보통 오후 8∼9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장소별로 하루 두 차례까지 경기가 가능하다. 경기도 시흥시 생활체육야구연합회가 주관하는 시화리그에서는 자체 구장에서 야간경기를 치르는 것은 물론,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없는 평일을 이용하려는 후발 동호회까지 나이트게임 신청이 몰려들어 과연 야구 붐이 대단하구나 하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해안고속도로 인근에 우뚝 선 시화리그 구장에는 올 3월 중순 거대한 조명탑이 들어섰다. 모두 6개의 탑이 밤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다. 조명탑 한개에 적어도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활체육 종사자들이 이러한 시설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대역사(大役事)로 꼽힌다. 시화구장에도 5억여원이 들어갔다. 시화구장에서는 평일 야간경기 회원을 모집 중이다. 리그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동호인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야구하는 사람들도 내심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제1구장 외에도 올 들어 김포시에 2∼4구장과 유소년 경기장을 갖춘 코리아리그에서도 조명탑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와 달리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야구장 자체가 불법이라는 낙인 아닌 낙인이 찍혀 어려운 실정이다. 안양리그 호프스 야구단의 포수 강대영(34)씨는 “중·고교 때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 뛴 동호인들도 야간경기를 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퍽 신기해하며 문의하는 편”이라면서 “언제 조명탑 아래에서 야간이라는 똑같은 환경에서 운동할 기회를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씨는 이어 “매주 토·일요일 정규리그 각 2경기씩, 주중에도 한두 경기를 야간에 치르기 때문에 전체의 20% 정도를 나이트게임으로 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NPB] 승엽 ‘남벌’ 시작됐다

    [NPB] 승엽 ‘남벌’ 시작됐다

    “일본 홈런왕이 보인다.”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9·지바 롯데 마린스)이 일본 진출 2년 만에 홈런타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이승엽은 지난 20일 삿포로돔에서 벌어진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시즌 22호포를 포함,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전반기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최종 성적은 타율 0.266(252타수 67안타)에 22홈런 53타점.67안타 중에는 2루타가 18개,3루타가 한방 끼여 있다. 퍼시픽리그 홈런 더비에서는 단독 5위, 타점 11위다. 규정 타석이 모자라 순위엔 못 올랐지만 장타율(.607)에서는 4위권. 팀 홈런 경쟁에서도 확실한 선두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치열한 1루수 경쟁에서 이승엽을 제친 후쿠우라 가쓰야(5개)와는 하늘과 땅 차이.‘하와이언 펀치’ 베니 아그바야니(13개)와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애제자’ 매트 프랑코(14개)와의 간격도 크게 벌렸다. 타점에서도 베니(68개)에는 모자라지만 후쿠우라(56개) 프랑코(54개)와는 엇비슷하다. 지난해 타율 0.240,15홈런,50타점의 초라한 성적과 비교하면 올시즌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주목할 것은 과연 그가 열도 진출 두 해 만에 홈런왕에 올라설지 여부. 올시즌 전반기를 마친 21일 현재 퍼시픽리그 홈런 선두는 마쓰나카 노부히코(소프트뱅크 호크스·33개). 같은 팀의 훌리오 술레타가 28개로 2위를 달리고 있고,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 라이언스·25개)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니혼햄·24개)가 뒤를 잇고 있다. 2∼4위는 일단 제쳐놓고 마쓰나카와의 간격이 크긴 하지만 따라잡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규정 타석을 아직까지 못 채운 이승엽의 타수당 홈런 0.087은 결코 10타수당 1개를 친 마쓰나카의 페이스에 못지않다. 같은 조건에서 대결을 벌일 경우 마쓰나카를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센트럴리그 거포들과의 경쟁은 한결 쉽다.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아라이 다카히로가 선두. 하지만 홈런수는 불과 25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승엽은 지난 인터리그에서 무려 12개의 홈런을 폭발시켜 한 수 아래가 아님을 분명히 입증했다. 이승엽은 23일 고시엔구장에서 한국인으로는 네번째로 올스타전에 선다. 뜨거운 여름, 더욱 달궈진 그의 방망이가 올스타전에서는 물론 후반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며 일본야구 홈런왕으로 우뚝 설지 지켜볼 일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런던테러 4대의혹

    |파리 함혜리특파원|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테러가 발생한지 10일이 지났지만, 영국 경찰의 수사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4명의 용의자 신원이 확인된 것 외에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누가 ‘조종자’인가? 수사관들에게 가장 큰 의문점은 하시브 후세인(18), 세자드 탄위르(22), 모하메드 시디크 칸(30), 저메인 린제이(19) 등 용의자 4명을 누가 지휘했는가이다. 영국 경찰은 현재까지 아무런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안 블레어 런던경찰청장은 “알 카에다와 확실한 연관이 있다.”며 수사 방향을 3명의 용의자가 지난해 차례로 다녀온 파키스탄으로 몰았다. 용의자들은 파키스탄에서 알 카에다 3인자인 아부 파라이 알리비와 접촉했을 것이라고 파키스탄 정보기관의 고위관계자는 말했다.●자살폭탄테러는 확실한가? 용의자들은 배후인물에게 속은 채 폭탄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17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이 폭탄을 설치한 뒤 빠져나올 시간이 충분하다는 배후인물의 말만 믿고 지하철과 버스에 올랐다가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다른 희생자와 함께 죽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이들이 살아남을 경우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배후세력이 이같은 수법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며 용의자들이 돌아가는 기차표를 샀으며, 주차요금을 지불했고, 폭탄을 몸에 두르지 않고 배낭에 넣었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어떤 폭발물이 사용됐나? 경찰은 리즈시의 한 아파트에서 다량의 TATP(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를 압수, 이 폭발물이 테러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테러리스트들이 주로 사용했던 TATP는 항공기 동체 가까이에서 폭발할 경우 항공기에 구멍을 낼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다. 폭발물 전문가들은 TATP 제조에 사용되는 성분들이 일반 화학품을 취급하는 상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는 있지만, 열과 마찰에 무척 민감해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프랑스의 테러전문가는 런던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군대에서 사용되는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영국경찰은 수제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 바 있다.●사건 막을 수 있었나?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테러 용의자 가운데 1명인 칸이 지난해 테러범 가운데 1명과 접촉했던 사람의 집을 방문했다는 정보를 영국 대테러 첩보기관인 국내정보국(MI5)이 입수했지만 자체 평가 결과 위험인물이 아니라고 규정, 감시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칸은 미국의 테러 용의자 및 이스라엘 테러 용의자들과 관련 있다는 증언이 속속 제기되면서 이번 수사과정에서 등장 횟수가 늘고 있다.lotus@seoul.co.kr
  •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 ‘삼성공화국’ 위력 이건희 1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인으로 선정됐다. 이 회장은 서울신문이 창간 101주년을 맞아 선정한 ‘한국을 움직이는 101인’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10개 분야를 통틀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와 대형 금융회사 등 국내 리딩컴퍼니를 두루 보유한 삼성의 총수라는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을 움직이는101인 PDF 바로가기 (1) 한국을 움직이는101인 PDF 바로가기 (2) 특히 선친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단순한 재벌 2세가 아니라 ‘반도체 신화’ 등을 통해 그룹을 초우량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창업가적 자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지난해 매출 136조원, 세전이익 19조원이란 경이적 경영성과를 올렸으며 국내 수출의 22%(527억달러), 주식 시가총액의 23%(91조원), 세수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이른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에서 이 회장을 1위에 올리기 부담스럽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으나 서울신문은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당초 취지에 충실했다. 전체 1위를 놓고 정치와 과학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노무현 대통령과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경합했으나 결국 이 회장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일반인 설문조사에서 전체 1위를 한 황 교수를 세계적 명성과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들어 1위에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나눔 세상] 꽃향기에 담은 ‘이웃사랑 7년’

    [나눔 세상] 꽃향기에 담은 ‘이웃사랑 7년’

    14일 오전 5시 서울 서초동 강남터미널 꽃 도매상가. 새벽 어스름 속에 붉은 장미꽃을 고르는 권순향(45·인천 부평)씨의 손길이 바쁘다. 플로리스트(꽃 디자이너)로서 20년 넘게 꽃시장을 누볐지만 이른 새벽 꽃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상쾌하다. 이날 고른 장미들은 인천 부평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전해졌다.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꽃향기를 맡으며 기쁨과 평안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삭막한 공간에 희망 심고 싶어” 권씨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무료로 꽃을 전달해 온 지도 벌써 7년이 됐다.1999년부터 매주 부평의 경찰서 유치장, 정신병원, 사회복지관, 치매환자보호소 등 13곳에 무료로 사랑의 꽃배달을 해 왔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통해 전달된 꽃이 어림잡아 10만송이가 넘는다. 꽃 배달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99년 어느 날 봉사활동을 위해 경찰서 유치장을 찾았는데 왠지 모를 답답함이 가슴을 조여 왔어요. 희한했던 것은 꽃꽂이를 해둔 꽃도 바깥에서보다 유난히 빨리 시들었죠. 콘크리트와 쇠창살, 삼엄한 감시의 눈초리를 꽃들도 알아챘던 모양이에요.” 권씨는 처벌을 위해 만들어진 그 삭막한 공간에 작은 힘이나마 희망을 불어넣고 싶었다. 매주 유치장 꽃배달을 시작했다. 이어 무의탁 치매노인과 무연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들로 ‘희망배달’의 범위를 넓혀 나갔다. “작은 꽃다발에 아이들처럼 기뻐하고 고마워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보면 오히려 제 손이 부끄러워질 때가 많아요. 특히 난생 처음 장미를 만져 봤다는 20대 정신질환자의 미소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한달 재료값만 120만원 넘어 권씨는 최근 색다른 일을 시작했다. 저녁 무렵 동네 지하철역 부근과 아파트단지에서 퇴근하는 남편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고 있다. 아내에게 전해 주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랑을 표현하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머쓱한 표정으로 피해 가던 중년남성들도 이제 아무렇지 않게 줄을 선다. 그런 통에 500송이의 장미 다발이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어떤 때는 머리 희끗희끗한 아저씨들이 남은 꽃 없느냐고 울상을 짓기도 하지요. 바로 이런 게 꽃의 위력 아닐까요.”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재료값이 만만치 않다. 한달 평균 120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재료비는 주말마다 결혼식장의 꽃장식과 부케를 제작해 주면서 충당한다. 여기에는 권씨가 운영하는 화훼동호회 ‘향기나눔’ 회원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 가끔 주위에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식사나 생활용품 같은 것을 사 주는 게 훨씬 낫지 않으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권씨의 생각은 다르다.“빵이 줄 수 있는 게 있고, 꽃이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잘라 말한다.“밥과 빵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여유”라면서 “자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를 꾸준히 실천할 때 세상은 꽃보다 아름다워질 것”이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한국등 6국, 발전시설 프로젝트 참여

    한국등 6국, 발전시설 프로젝트 참여

    우리나라가 지구상에 ‘인공 태양’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태양의 핵융합 원리를 적용한 차세대 원자력 발전이 바로 그것이다. 기존의 원자력 발전이 핵분열을 이용, 방사능 누출 등의 위협이 존재하는 반면 핵융합 발전은 환경오염이나 자원고갈의 우려가 거의 없는 무한 청정 에너지에 가깝다. ●핵융합 발전은 무한 청정 에너지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핵이 합쳐지거나 붕괴되는 두가지 반응에 의해 얻을 수 있다. 이중 핵분열은 우라늄(U-235)같은 무거운 원자핵에 외부의 중성자가 부딪치면 두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없어진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핵분열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면 원자 폭탄이며, 폭발에 이르지 못하게 제어한 것이 기존의 원자력 발전이다. 핵융합은 핵분열과 상반되는 물리적 현상이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처럼 좀 더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게 되며, 이때 에너지가 나오게 된다. 핵융합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폭발을 유도하면 수소폭탄, 원자력 발전처럼 이를 제어한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수소폭탄은 핵분열 반응을 활용한 원자폭탄보다 수백, 수천배의 위력을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핵융합 반응에 의해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된다는 사실은 이미 태양을 통해 입증됐다. 태양에서는 수소 원자 4개가 합쳐져 1개의 헬륨을 만드는데, 매초 7억t의 수소가 헬륨으로 변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태양은 초당 4조W의 100조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지구상 모든 발전소들이 동시에 생산가능한 총 발전용량보다 1조배 이상 많은 양이다. 태양은 지난 45억년간 절반가량이 헬륨으로 바뀌었지만, 앞으로도 50억년간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오병훈 박사는 13일 “핵융합 발전은 자연에 대규모로 존재하는 수소를 이용하며 현재의 핵분열 발전과는 달리 에너지 생성과정에서 방사능 및 유해물질을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면서 “또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한 대체에너지로 언급되는 태양력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는 효율이 낮은 반면 핵융합 에너지는 고효율 대용량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는 휘발유의 1000만배 효율 핵융합 반응의 연료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수소에 중성자 1개가 더 결합된 중수소는 바닷물 1ℓ에 약 0.03g이 존재할 만큼 풍부하다. 이는 300ℓ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삼중수소 역시 지각이나 바닷물 등에 다량함유된 리튬을 핵융합로 안에서 핵변환시켜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g의 중수소와 300g의 삼중수소만 있으면 100만㎾급 핵융합 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시킬 수 있다. 또 20t의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5㎏의 핵분열 연료로 생성할 수 있으며, 핵융합의 경우 60g의 연료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원자핵을 서로 합치려면 1억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현재 이같은 고온상태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은 개발됐지만, 문제는 이 온도까지 올라가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고체·액체·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상태인 플라스마가 된다는 데 있다. 이처럼 뜨겁고 불안정한 플라스마를 가두어놓을 물질이 지구상에는 없기 때문에 자기력선을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원리를 이용, 지난 1968년 러시아(옛 소련)에서 처음으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100분의 1초 이상 가두는 ‘토카막’ 장치를 개발했다. 지금은 플라스마를 수십초 동안 가둘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최초로 초전도자석을 적용한 토카막형 장치인 차세대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오는 2007년 8월 준공할 계획이다. 특히 이 장치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시험용 설비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ITER 프로젝트는 500㎿급 핵융합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988년부터 시작돼 지난해까지 공학설계 및 기반기술 개발이 완료됐으며 지난달에는 ITER 건설부지로 프랑스 카다라시가 선정됐다. 올해에 장치 건설에 착수, 오는 2015년 완공할 계획이다. 오 박사는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려면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20배 이상 많아야 하는데 현재는 같은 수준”이라면서 “ITER 프로젝트에서는 이같은 에너지 증폭률을 1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며 핵융합 발전의 물리적, 공학적 문제점 등도 검증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7)무학대사와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7)무학대사와 ‘정감록’

    ‘정감록’엔 이른바 삼절운(三絶運)이 예언돼 있다. 조선왕조의 운수가 세 번 끊길 위험에 처한다는 것인데,“이씨의 운에 세 개의 비밀스러운 글자가 있으니 소나무, 집, 그리고 밭이라(李氏之運 有三秘字 松家田三字也)”고 한 구절이 그것을 집약하고 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소나무, 집, 그리고 밭이 최적의 피란처란 뜻이다. 소나무(松, 명나라 장수 李如松) 덕택에 임진왜란을 넘길 수 있었으며, 병자호란은 겨울철에 일어난 전쟁인 데다 단기간의 전쟁이라 집에 조용히 머문 사람은 무사했고 멀리 피란간 사람들은 도리어 혹한을 만나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다. 밭이 피란처가 되는 것은 세 번째 위기가 닥쳐올 때라고 했다. 위기가 닥쳐올 시기에 대해 “해를 헤아려보면 세 번의 전쟁은 원숭이, 쥐 또는 용해에 일어난다.(考基年數 則兵在申子辰)”고 했다. 임진(辰)·병자(子)는 이미 역사적 사실로 입증됐기 때문에 원숭이해가 언제인가로 초점이 모아졌다. 조선 후기 기득권층은 그 해가 언제냐며 전전긍긍해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왕조의 종말을 바라던 사람들은 이 예언에 큰 희망을 걸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이 예언을 남긴 사람은 무학대사(無學大師)라고 했다. 무학이라면 태조 이성계의 왕사(王師)로 한양 천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조선왕조의 멸망 시기를 예언했다니 갑자기 어리둥절해진다. 무학은 정말 조선 왕조의 멸망을 예언했을까. 만일 그런 일이 없었다면, 언제 누가 왜 무학의 이름을 판 것일까.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 사실 태조 이성계는 무학에게 정신적으로 적잖이 의지했다. 이 점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확인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실세로 등장하자 이성계는 왕위를 버리고 고향땅 함흥으로 낙향했다. 이것은 태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현이었고, 따라서 태종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이었다. 태종은 부왕을 다시 서울로 모셔오지 않으면 안 됐고, 그래서 여러 차례 함흥으로 사신을 보냈다. 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항간에는 태조가 함흥으로 내려온 사신을 모조리 잡아 죽였다고도 한다. 어딜 가서 아무 소식도 전하지 못하는 경우 ‘함흥차사’(咸興差使)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유래는 태종 때의 복잡한 사정을 반영한다. 태조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태종은 마침내 무학대사를 함흥으로 보냈다. 평소 태조는 무학을 한없이 공경하고 믿었기 때문에, 그를 통해서라면 태조의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태종2년 11월9일 무자). 과연 무학의 설득은 효과가 있어 얼마 후 태조는 다시 서울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 만큼이나 태조는 무학을 존경했고 인간적으로 신뢰했다. 몇 년 뒤 무학이 타계하자 태조는 아들 태종에게 부탁해 무학에게 묘엄존자(妙嚴尊者)라는 시호를 내리게 하였다(태종 10년 7월12일 정축). 마지못해 태조의 뜻을 따르기는 했지만 태종은 실상 무학을 우습게 여겼다. 태종의 눈에 비친 무학은 한낱 평범한 승려에 불과했다. 조선 초기의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무학은 설법(說法)에 뛰어나지 못했다 한다. 한 번은 궁중에서 선(禪)에 관해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무학은 불교의 종지(宗旨)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그 자리에 있던 여러 스님들의 애를 태웠다는 것이다(실록, 태조 1년 10월11일 기미). 그 자신 선승(禪僧)이었지만 참선에 관해 별로 많이 알지 못했다는 악평인데, 물론 이것은 태종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에 의해 왜곡된 평가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태조는 무학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태조는 무학이 머무는 회암사(檜巖寺)를 찾아가 숙식을 함께 하기도 했고, 그를 스승으로 받들어 계(戒)를 받고 심지어 대사의 생활방식을 본 떠 일체 육식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제기된다. 무학의 어떤 점이 태조를 그렇게까지 매료시켰을까. 역사적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보면, 두 사람이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큰 구실을 담당한 것은 풍수지리에 관한 무학의 전문적 지식이었다. 태조는 즉위 초 계룡산 천도를 검토했다. 당시 무학은 태조의 측근에서 계룡산의 풍수지리를 검토했다. 결국 그는 천도를 반대하게 되었고(실록, 태조 2년.2월11일 병술), 계룡산 천도도 무위에 그쳤다. 그 뒤 한양이 새 수도의 후보지로 떠올랐고 그 때도 태조는 무학의 의견을 물었다.“이 곳은 사면이 높고 수려(秀麗)하며 중앙이 평평하므로, 성을 쌓아 도읍을 정할 만합니다.”(실록, 태조 3년.8월13일 경진) 이러한 무학의 찬동에 태조는 무척 만족했다. 왕은 정도전·하륜·이양달 등에게도 명령해 천도문제를 함께 결정짓게 했다. 무학은 북한산에 올라 한양의 풍수를 살폈다. 그 때 무학이 미래의 도성 풍경을 조망한 곳은 삼각산의 하나인 만경대(萬景臺)였다. 거기서 한양 쪽을 내려다보면 만 가지 모습이 한 눈에 보인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무학이 나라의 도읍터를 살폈기 때문에 국망봉(國望峰)이라고도 한다. 일설에 따르면, 그 때 무학은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고 북악을 좌청룡(左靑龍), 목멱산(남산)을 우백호(右白虎)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정도전(鄭道傳)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북악이 주산이 되었다 한다. 무학은 정도전 등과 더불어 한양 천도의 일등 공신이었다. 도읍을 옮기는 문제는 가벼운 일이 아니었지만 태조는 이를 서둘렀다. 그는 고려 말 갑자기 중앙정계에 등장한 신흥세력이었기 때문에, 고려의 수도 개성에 포진한 해묵은 귀족 세력들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무학은 왕의 그런 심중을 정확히 헤아려 한양천도를 적극 도왔다. 이로써 무학은 태조와 하나가 되었다. ●무학대사는 갈수록 높이 평가돼 무학은 실제로 풍수지리에 능통했다. 그런데 후대로 갈수록 풍수 및 예언에 관한 그의 능력은 더욱 미화되었다.17세기 중반 대신(大臣) 송시열(宋時烈)은 효종 임금 앞에서 조선시대의 3대 풍수지사를 거론하는 일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 사람은 무학(無學)이었다. 나머지 둘은 이의신(李懿信)과 박상의(朴尙毅)라고 했다.(‘실록’, 현종 개수 즉위년 7월3일 임술). 이것은 아마도 당대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평가로 봐도 좋을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무학을 높이 평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조선왕조의 기틀이 확고해지면서 건국의 주역들이 신성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태조 이성계는 신성한 왕으로 자리매김되었다. 그런 가운데 태조를 가까이서 보좌한 무학은 신인(神人)으로 기려졌다. 태조와 무학의 특별한 관계를 상징하는 설화도 많이 생겨났다. 예컨대, 무학이 스승 나옹화상과 함께 왕후(王侯)가 배출될 명당과 장상(將相)이 나올 명당을 봐두었는데 무학이 이성계에게 이를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다. 이성계는 무학의 말을 듣고 아버지 이자춘의 묘를 잘 써서 왕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왕건 가문과 도선의 관계를 꾸민 설화를 연상케 한다. 설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둘째, 수도 한양이 명실공히 모든 분야에서 조선왕조의 중심이 됨에 따라, 도읍을 정하는 데 기여한 무학의 능력이 과장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왕십리에 관한 설화도 탄생했다. 한양에 도읍하려고 했을 때 무학은 왕십리 자리에 궁궐을 지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무학은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았으므로, 이런 일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설화에 따르면, 무학은 왕십리에서 검은 소를 타고 지나가던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소를 때리면서 무학만큼이나 미련하다고 꾸짖었다. 이에 무학이 노인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십 리를 더 가라는 깨침을 얻어 왕(往)십리라는 지명이 생겼다 한다. 어떤 설화에서는 그 노인이 신라의 고승 도선 국사였다고 한다. 물론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그렇긴 해도 이 설화에는 한두 가지 숨은 뜻을 담고 있다고 본다. 한양의 궁궐터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사실이 암시되어 있고, 풍수지리의 대가였던 도선과 무학은 죽음의 세계를 뛰어넘어 서로 통한다는 믿음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런 신이한 우여곡절을 통해 얻은 도읍인 만큼 한양은 최고의 수도라는 뜻도 있는 것같다. 이런 주장과 믿음은 조선시대 일반 민중의 의식세계를 반영한다. 그것이 정말 옳으냐 그르냐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셋째, 풍수지리에 관한 무학의 능력이 점차 과장되면서 그가 생전에 발휘하지 못한 다른 능력까지도 재평가되었다. 해몽을 잘해 이성계의 즉위를 미리 알아 맞혔다는 전설은 그 가운데 하나다.(‘대동기문’) 인왕산 선바위에 얽힌 전설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무학은 애초 조선왕조가 5백년 뒤 망할 줄 알았기 때문에 나라의 수명을 늘리려고 선바위에 와서 천일기도를 하였다는 것이다. 만일 선바위가 한양도성 안에 포함되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신령의 계시를 받았으나, 정도전의 주장에 밀려 무학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무학은 장차 불교가 유교에 억눌려 지내게 되고, 나라의 수명도 500년에 불과하게 되었다며 통탄했다. 선바위에 관한 전설 역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학의 예언 능력이 조선후기 민중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은 유교사회가 된다는 예언은 실제의 역사적 상황을 반영해 꾸민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국운이 500년에 그친다는 예언은 많은 민중의 희망이기도 했다. 그들은 한 편으로 조선왕조와 수도 한양의 번영을 바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조선사회의 각종 모순이 해소된 새 나라를 꿈꾸었다. 이런 소망은 왕조의 종말에 관한 예언 설화를 낳았고, 그 중심에 무학이 자리잡게 되었다. 무학의 신이한 예언 능력을 소재로 한 설화는 전국 여러 곳에 있다. 부평의 원통골이나 부산의 강선대(降仙臺)의 지명 설화는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무학의 예지능력을 강조한 경우다. 그밖에 서산의 나무 설화는 특정한 나무를 대상으로 해 세상의 운명을 예언한 것이다. ●무학은 예언과는 거의 무관한 고승 역사적 기록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무학은 예언가가 아니었다. 경남 합천 삼가 출신인 그는 젊은 시절 원나라의 수도에서 인도승려 지공(志空)을 만나 불법을 배웠고, 뒤에 고승 나옹(懶翁)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태조의 두터운 신임으로 왕사(王師)가 되어 한양천도를 도왔다. 그러나 세상사에 깊이 관여한 흔적은 없다. 무학은 주로 회암사에 조용히 머물다가 태종 5년(1405) 금강산 금강암에서 세수 78세, 법랍 62세로 입적하였다. 비록 풍수에 능통하긴 했지만, 사사건건 세상일에 관심을 두었다고 볼 근거는 조금도 발견되지 않는다. ●무학을 둔갑시킨 술사들 하지만 후대에 이르러 무학은 풍수지리와 예언의 대가로 부풀려졌다.16세기 후반, 무학이 타계한 지 약 180년쯤 지났을 때, 불현듯 그가 저술했다는 ‘도참기’(圖讖記)가 한양에 등장했다. 그 때는 고질적인 당쟁이 시작된 데다 일본과의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해 안팎으로 무척 어수선하였다. 이런 판국에 누군가 무학의 명성을 빌려 국가의 장래를 논하였다고 하겠다. 무명의 술사가 실은 ‘도참기’의 저자였을 것이다. ‘도참기’는 임진왜란을 전후해 상당히 널리 퍼졌다. 그런데 처음에는 누구도 그 내용을 명확히 해석하지 못했다. 그만큼 난삽했다. 예컨대, 임진년에 대해 “악용운근(岳聳雲根) 담공월영(潭空月影) 유무하처거(有無何處去) 무유하처래(無有何處來)”란 구절이 적혀 있었다. 이 구절은 한바탕 왜란을 겪은 뒤에야 명료해졌다. 결론적으로 말해, 신립(申砬) 장군이 충주에서 패전해 그 군사들이 월낙탄(月落灘)에서 몰사한다는 내용으로 풀이되었다. 왜 그런가. 첫 구절의 ‘악’(岳)은 곧 ‘유악강신’(維岳降申)이므로 신(申)이다.‘용’(聳)은 ‘입’(立)과 같은 뜻이라 입(立)이다. 그리고 ‘운근’(雲根)은 돌(石)이다. 따라서 ‘악용운근’(岳聳雲根) ‘신립’의 이름이다. 다음 구절인 ‘담공월영’(潭空月影)은 ‘달이 여울에 떨어지다.’(月落灘)는 뜻이다. 달리 말해,‘물에 빠져 죽는다.’는 말이다. 마지막 두 구절은 ‘도성의 백성들은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모두 피란 간다.’,‘왜구가 입성(入城)한다.’는 말로 해석된다(실록, 선조 25년 4월30일 기미) 물론 이런 해석은 사후 약방문이었다. 억지스러운 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임진왜란을 계기로 무학의 예언가적 능력에 새삼 주목했다. 실제로는 어느 술사가 무학의 이름을 빌려 저술한 ‘도참기’였을 텐데 그 위력에 힘입어 예언가 무학의 명성은 더욱 빛났다. 역사에는 이런 아이러니가 있다. 서양 중세의 도서관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저자로 내세운 위서(僞書)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하지 않은가. 한 때 장안의 화제가 됐던 ‘도참기’는 남아 있지 않다. 워낙 알쏭달쏭한 내용이라 해석이 어려워 임란과 함께 수명을 다한 것 같다. 그 대신 오늘날에는 ‘정감록’의 일부로 돼 있는 ‘무학비결’이 전한다. 눈을 부릅뜨고 ‘무학비결’에서 ‘도참기’의 흔적을 살폈으나 허망한 노릇이었다. ‘무학비결’은 조선왕조의 멸망에 초점을 맞춰 말세의 징후를 논의한 예언서다. 주요한 내용은 ‘정감록’에 실린 다른 예언서들과 대체로 일치한다. 조선왕조의 국운을 약 400년으로 봐 “앞의 360년” 즉 18세기 말까지는 국정이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그 뒤 56년은 물과 불이 서로 살아주기 때문에 백성들이 난리를 깨닫지 못하고 재상은 쓸모없는 글만 숭상하니 가히 풍요롭고 태평하나 방백(方伯)과 수령(守令)은 위에서 도둑질하고 아전과 군교(軍校)는 아래에서 약탈을 일삼으니 백성들이 불안하여 들에 살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18∼19세기의 실제 상황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 사실로 미루어 보면 ‘무학비결’이 저술된 시기는 그 때가 아니었을까 한다. 조선의 운명이 다할 무렵에 대해선 “신인(神人)이 두류산(頭流山)에서 도읍을 옮기는 계책을 세우고 200년이나 국운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했다. 두류산 즉, 지리산에서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지만 그것은 매우 서서히 진행된다고 보았다.“때에 무(武)는 강하고 문(文)은 약하여 가히 임금이 임금이 아니요 신하 또한 신하가 아니라 슬프도다.” 조선의 마지막은 무인정권이 장식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역사적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무학비결’이 저술된 시기를 좀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새로 오군영이 설치되어 수도 방어가 강화되던 18세기 말 이후, 외세의 침입이 노골화되기 직전인 1860년대까지 저술되었다고 추측된다. 누누이 말했듯 18∼19세기엔 술사와 그들에게 협력한 승려들이 다양한 예언서를 생산 유포했다. 그들은 새로운 예언서들에 근거해 때로 반란을 획책했다.‘무학비결’은 바로 그런 예언서의 일종이었다. 고승 무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지만, 풍수와 예언으로 이미 명성이 높아진 무학의 이름을 빌려 술사들은 민중을 포섭하려 했다. 그러잖아도 민중들은 설화 속의 무학같은 신승(神僧)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무학비결’의 창작은 사회적 여망에 부응하는 행위였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어떻게 지내세요] 은퇴후 동물 관련서 집필 ‘동물박사’ 김정만 씨

    [어떻게 지내세요] 은퇴후 동물 관련서 집필 ‘동물박사’ 김정만 씨

    “일본의 경우 동물원이 120여곳이나 되지만 우리는 고작 16곳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동물원에 근무하는 인재들의 전문적인 수준도 차이가 많이 나지요.” 김정만(72) 전 서울대공원 동물부장. 지난 1995년 공직을 마감할 때까지 37년 6개월 동안 동물들과 동고동락했다. 우리나라 동물원 역사의 산 증인이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TV 동물프로그램에 단골로 ‘감수역’을 맡아 대중에게도 꽤 익숙해져 있다. ●“삼바·고고춤 오랑우탄에서 유래”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 자택에서 만났다.“나이 일흔이 넘었는데 후배들한테 이제는 모든 것을 넘겨줘야 한다.”면서 지난해 12월 대전동물원 고문역도 그만두고 요즘에는 지방강연을 하면서 틈틈이 ‘포유동물의 세계’와 ‘동물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를 저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바와 고고춤은 오랑우탄에서 유래됐으며, 신생아실의 인큐베이터는 캥거루에서 모방할 만큼 동물에서 배울 게 많단다. 그는 지난 58년 6월 창경원(현 창경궁)에 입사한 후 일요일이나 명절때는 단 한번도 쉬지 못할 만큼 동물들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었다고 술회한다. 국내 동물원 설계도 대부분 그의 손길을 거쳤다. 때문에 흥미로운 추억담도 많다.64년 일본에 가서 백방으로 동물자료를 얻어온 일,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과 용인자연농원의 땅을 함께 물색했던 일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창경원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이사를 가기 직전에 코끼리 한 마리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코끼리는 빨리 일으켜주지 않으면 한쪽 폐가 망가져 죽거든요. 밤중에 연락을 받고 달려갔지요. 잘못하다간 0.5t의 위력을 발휘하는 코끼리 코에 치여 부상당할 수도 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사과를 코에 넣어주고 어루만지며 다리를 묶어 결국 운반할 수 있었지요. 그놈 이름이 자이언트인데 지금도 서울대공원에 가면 긴 코를 벌렁벌렁하며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61년 가을 어느날. 출근했더니 사슴 한 마리가 목이 잘린 채 숨져 있었다. 동대문경찰서 형사들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4년후 어느날 서대문경찰서 소속 형사가 관내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때 옆자리에 앉은 외팔이 남자가 친구에게 “사슴 목을 짤라 머리째 고아먹었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다. 그 남자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범인은 자칭 동양철학가로 사슴머리를 달여먹으면 천하장사가 된다는 미신 신봉자였다. 78년 11월 대낮에 한 남자 관람객이 과자를 주다가 호랑이한테 팔이 잘린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기자들이 달려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피해자는 다른 한쪽 손으로 카메라를 내리쳤다. 이튿날 신문에는 ‘만취한 관람객이 장난을 치다가 팔이 잘렸다.’는 기사가 실렸다. 동물과장이었던 김정만씨는 해고당할 줄 알고 출근했으나 엉뚱한(?) 기사 덕에 해고를 면했다. ●“참후배에게 ‘금쪽자료´ 물려줄 것” 그날 이후 징계 한 번 없는 관운의 길을 걸었다는 김씨는 서재에 보관된 창경원 개원 당시의 동물대장 등 금쪽같은 각종 동물자료들을 보여준다.“동물 보살피기를 천직으로 알고 그 뜻을 펴겠다는 후배가 나타나면 물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하루 만보를 걷는 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그는 두 아들이 결혼해 부인과 둘이 살고 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 [씨줄날줄] 허리케인/육철수 논설위원

    또 태풍의 계절이 왔나 보다. 요즘 미국 남동부에는 한달 일찍 몰아닥친 허리케인 ‘데니스’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외신을 보면 커다란 트럭이 뒤집히고, 우람한 나무가 뿌리째 뽑히며, 지붕과 철제간판들이 종이처럼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하지만 그 세찬 바람에도 사람이 날아갔다는 소식은 없어 천만다행이다. 세심한 예보와 방비 덕분이겠지만, 사람은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기 때문에 무의식 중 강한 바람을 만나지 않는 한 쉽사리 날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문득 ‘몸무게 70㎏의 성인은 풍속이 어느 정도 돼야 날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동남아지역에서 수십명이 태풍에 날아갔다는 외신은 예전에 이따금 접했으나, 아쉽게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는 없다는 게 기상전문가의 설명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실제상황에서 실험했다간 큰일날 노릇이기 때문이다. 보퍼트 풍력계급상 8등급인 ‘큰바람’(초속 17.2∼20.7m)이면 바람을 안고 걷는 어른들이 뒷걸음질칠 정도라니 아마 그 이상이면 위험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바람의 등급은 보통 0∼12까지 13가지로 나뉜다.8등급부터 태풍이라 부른다. 가장 강한 것은 ‘싹쓸바람’(초속 32.7m 이상)이다. 이 태풍이 불면 파고 11.2m 이상, 산더미같은 파도가 일고 흰거품이 바다 전체를 뒤덮으며, 보기 드문 손해를 입힌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태전 태풍 ‘매미’ 때 제주도에서 순간 초속 60m가 넘는 초강풍이 측정된 적이 있는데, 그게 사상 최고였다. 지난 2000년 초속 50m의 ‘프라피룬’ 태풍이 흑산도를 강타했을 때는 철제 송전탑이 두 동강났다니 그 위력을 알 만하다.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은 대개 20메가t급 핵폭탄 10∼100개의 폭발력을 가졌다고 한다.1메가t은 TNT 100만t과 맞먹는데,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TNT 2만t에 해당하는 폭발력이었다니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이다. 태풍이 해마다 큰 피해를 입히니 1950년대초 호주에서는 예보관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의 이름을 태풍에 붙여 약을 올렸다고 한다. 해마다 닥치는 허리케인이지만 미국 같은 나라도 늘 쩔쩔매는 걸 보면 만반의 대책은 없는 모양이다. 우리도 곧 태풍이 하나둘 몰려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경제도 어렵고 살기도 빡빡해졌는데 태풍만이라도 제발 비켜갔으면….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런던 연쇄폭탄테러 이모저모] 국제경제 일시적 충격에 그칠듯

    런던 연쇄 폭탄테러로 인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은 지난 2001년 9·11 테러는 물론, 지난해 3월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와 비교할 때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런던 증시는 테러 직후 3.9% 폭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1.5% 하락한 데 이어 8일(현지시간) 개장하자마자 1% 상승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일본과 홍콩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 증시도 전날 다우, 나스닥 등이 모두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테러 충격으로 7일 한때 2003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유로의 대달러 환율은 8일 새벽 1시(한국시간)쯤 유로당 1.1946달러로 하락했다. 그러나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8월 인도분 가격은 사상 최고가인 배럴당 62.10달러까지 올랐다가 테러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5달러 가까이 떨어지는 등 급등락을 되풀이한 끝에 60.73달러로 마감됐다. 원유시장의 관심은 테러보다 미국의 정유재고 증가와 멕시코만에 접근하고 있는 열대성 폭풍의 위력에 더 집중돼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밝혔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테러 발생 직후 미국, 영국 중앙은행들과 접촉한 결과 “시장에 이렇다 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먼 베흐라베시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는 허리케인, 지진 등 천재지변과 비슷한 충격을 안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0.1∼0.2%포인트 떨어지겠지만 다음 분기에 그만큼 반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알리안츠 등 유럽 보험업계도 테러에 한해 보상 한도를 낮춘 법의 제정으로 손실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호텔과 여행업계, 명품업계는 이번 테러로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는 딜로이트 앤 투세의 레저시장 분석팀을 인용,“적어도 단기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면서 “특히 미국 여행자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FT는 이번 테러의 파장을 속단하기 어렵다며 추가테러 위협, 소비심리 위축 정도, 그리고 중앙은행 통화정책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盧대통령·편집-보도국장 대화] ‘어떤식으로 든 與大 구도로’ 강력 시사

    [盧대통령·편집-보도국장 대화] ‘어떤식으로 든 與大 구도로’ 강력 시사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여소야대의 정국을 타파하기 위한 속내를 언뜻 비쳤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간담회에서 “여소야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여대로 간다. 내각제가 그렇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내각제(발언을) 취소하자.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다.”고 한발짝 뺐다. 노 대통령이 바라는 권력구조 개편의 최종 지향점이 내각제라는 듯한 발언이다. 전날의 대국민 서신에서 ‘권력의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고 한 내용은 연설팀에서 “너무 과격한 것같아 중화시킨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팀에게 “고치지 마라. 핵심은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전제조건인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연정 등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지향점이 내각제 개헌인지, 연정인지에 대해 딱 부러지게 언급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연정, 프랑스식 동거정부 구성, 미국식 등을 들었다.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는 연정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처럼 동거정부를 할 수준이면 동업하고 주식회사를 할 정도의 수준인데, 우리 정치도 그 수준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동거정부 형태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연정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거국적 국정운영 방식에 해당되는 대연정은 대통령이 너무 잘해 야당도 박수를 쳐주는 방식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없었고 링컨도 야당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연정 얘기를 꺼내보니까 소연정이든, 대연정이든 정계개편의 음모, 야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어서 거국적 국정운영이라는 게 더 어려운 것같다.”면서 “대통령의 사정으로 시도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야당의 사정이 못받아주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여소야대 정국을 운영하기 위한 대안을 생각해 왔고, 정치구조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타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연정 발언’에 대해 야합이라는 야당의 비판과 부정적 반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잇따른 대국민 서신을 내놓는 것도 이런 정치문화와 풍토를 고치자는 데 있을 뿐이고, 실제로 내각제나 연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1. 경제문제 “부동산값 시장논리론 못잡아” “쓸 수 있는 수단, 합법적인 수단은 다 쓰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우리 국민들이 경제주체로서 자신감과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가고, 우리 상황을 나쁘다고만 보지 말고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대책 등 경제 문제를 언급하며 밝힌 주안점이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한다는 비판론에 대해 특유의 어법으로 이같이 반박했다.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식 불경기와 경제파탄이 올 수 있음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처럼 공급이 제한되는 재화, 이것은 소위 일종의 독점적 재화다.”라면서 “서울 명동 땅이라든지 지금 강남 아파트라든지 이런 것은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단순 시장논리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시장 상품의 성격에 따라서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는 그런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합법적인 수단만을 쓰겠다.”고 다짐한 뒤 “탈세 있으니까 세무조사 하는 것이고, 부정이 없으면 그만”이라고 부연설명했다. 경제 전망과 관련, 노 대통령은 “솔직히 잠재성장률이라는 것이 갖는 위력을 그렇게 크게 보지 않았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의지로 뭉치면 또 한번 한다고 신바람 내면 어지간한 한계는 금방 돌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간다는 이른바,‘블루오션’전략과 관련, 노 대통령은 “역동성있게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과 그것을 뒷받치는 사회문화와 정치제도, 이것을 기본으로 거기에 대한 기본을 바로 잡아나가고 왜곡된 것을 정상화해 나가는 것”이 정부의 할 일 이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tstal@seoul.co.kr 2. 교육문제 “대학 자율권도 한계가 있다” 노 대통령은 통합형 논술고사 추진을 고수하고 있는 서울대 파문과 관련해 “대학의 입장 때문에 공교육을 파괴하고 아이들 다 죽이는 학습열풍, 과외열풍이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국민 전반에 걸친 교육 철학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노 대통령은 “입시 말고도 대학이 자율할 일이 많고 다 보장하고 있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특히 서울대를 지칭하면서 “서울대는 간섭, 자율에 대한 문제로 보나본데 대학 자율도 한계가 있고 그 영역의 자율이 아니다.”며 아직 대입 정책에 자율을 전적으로 부여할 때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교육적 정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입시제도는 국가 정책, 국민과 함께 모두에게 유익하도록 대학이 양보해 주면 좋겠다.”고 주문도 했다. 이른바 ‘교육 3불(不)정책’ 중 하나인 본고사 부활 반대에 대해서는 “본고사 부활은 막는다고 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거듭 쐐기를 박은 뒤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 다 망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중·고교 교육은 역시 창의력 교육”이라고 전제하고 “몇가지 예외적인 제도만 갖고도 영재교육, 세계 최고 인물을 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고사 고수 방침에 동조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일부 대학을 겨냥한 듯 “대학교에 권하고 싶은 것은 1000분의1 수재를 꼭 뽑으려 하지 말고 100분의1 수재를 데리고 가서 교육을 잘 할 생각을 하라.”고 요구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3. 외교안보 “남북정상회담 아직 기미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 등의 문제에 대해 ‘아직 좋은 기미는 없다.’‘7월 중(6자회담)열려도 실질 성과는 낙관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의 현 주소를 ‘아주 나쁜 상황에서 파탄나지 않게 상황을 관리하는 중’이라고 정의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안보는 1차적으로 자력으로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하고 한국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그리고 작전 통제권도 환수돼야 한다.”며 ‘자주 국방론’을 분명하게 밝혔다. 국군 포로 문제 등과 관련, 노 대통령은 “북쪽 수준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조금은 우회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가는 대화전략이 부득이하다.”며 남북간 신뢰 구축 후, 이 문제를 제기할 뜻을 밝혔다. 이어 “서해상 충돌 가능성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고 신뢰를 축적해 나가면서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본격적으로 한번 해보자 이렇게 전략을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북핵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낙관적 전망을 한번도 버리지 않고 있다.”며 북·미 모두 상황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선택할 수 없고 미국은 무력을 선택할 수 없다.’는 입장도 설명했다. 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특사 방문을 계기로 핵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고 남북대화 틀 속에서 북핵문제를 진전시키겠다는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가능성이 있을지 끊임없이 모색해 보겠지만 아직은 좋은 기미, 좋은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클릭이슈] 약발 떨어진 ‘투기지역 지정제’

    [클릭이슈] 약발 떨어진 ‘투기지역 지정제’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지역….’땅값과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이른바 ‘지정제도’들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부쩍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집값·땅값이 오히려 더 뛰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정제도’가 오히려 집값·땅값만 올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제도 자체의 무용론과 함께 보완책 도입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얽히고 설킨 지정제도 현재 집값급등 지역에 대한 제재는 재정경제부가 지정하는 투기지역과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는 투기과열지구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이 있다. 이 가운데 투기지역에서는 양도소득세를 실거래로 물리고,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로 과세한다. 또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무주택우선청약제나 재당첨 금지 등 신규 아파트에 대한 청약자격 제한조치가 수반된다. 토지도 투기지구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이 운용되고 있다. 양도세,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로 물리는 것은 주택과 마찬가지다. 대신 공공성이 강한 토지분야에서는 거래신고제 대신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일정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토지거래를 허가하는 것이다. 현재 주택거래신고지역은 서울, 경기, 경남 등 9개 시·도가 지정돼 있다. 또 주택투기지역은 모두 45개 시·군·구에, 토지투기지역은 63개 시·군·구가 지정돼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충북, 충남, 경남 등 11개 광역시도에 걸쳐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지정돼 있다. 토지투기지역은 63개 시·군·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국적으로 1만 5737.317㎢(47억 4719만평)이 지정돼 있다. ●빗장 제재 무색, 가격은 껑충 충남 연기군은 행정수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2003년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어 2004년 2월에는 토지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연기군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방향을 틀었지만 개발호재가 땅값을 올린 대표적인 곳이다. 정부도 개발호재로 땅값이 오를 것에 대비해 2중·3중의 빗장을 질렀지만 이후에도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연기군은 지난해 땅값이 23.3% 올랐고 올들어서도 5월 말 현재 무려 13.27%나 뛰었다. LG필립스LCD공장 건설 등 개발호재를 안고 있는 파주시도 마찬가지다. 파주시는 2003년 5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난해 4월에는 투기지역으로 각각 묶였다. 하지만 이런 ‘빗장 지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땅값은 지난해 13.2%, 올들어 5월까지 3.82% 올랐다. 땅값뿐이 아니다. 집값도 각종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달았다. 과천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천은 주택투기지역과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2중 제재를 받고 있지만 6월 한달에만 아파트 가격이 12.1% 올랐다. 올들어 6월까지 23.7%나 치솟았다. 분당도 지난 4월 주택거래신고지역과 투기지역으로 지정됐지만 6월에만 6.3%가 올랐고, 올들어 전체로는 무려 24.2%나 뛰었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이나 투기지역 지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값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제재 무용론, 새 대안 모색해야 투기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뛰면서 지정제도의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가격상승을 억제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이들 제재를 없애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함부로 없앨 수도 없는 것이 정부의 고민이다. 건교부 이재영 토지국장은 “토지거래허가지역이나 투기지역 지정은 급등지역에 대한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지,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는 없다.”면서 “일부 지역이 허가구역 지정 등의 절차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이 여전한 것은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내년에 새 부동산중개업법이 발효돼 실거래가로 각종 세금을 물게 되면 이들 지정제도의 효용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 수단 외에 세금을 더욱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기지역의 경우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물리는 것 외에도 보유세를 대폭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대상을 늘리는 등의 보완조치가 있어야 현행 제재수단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씨줄날줄] 십자동맹/이목희 논설위원

    나치 독일이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던 지정학(地政學)의 골치아픈 이론들을 접어두고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미래 국제정치의 모습이 대충은 그려진다.21세기 초강대국은 미국이고, 그를 따라갈 잠재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커가는 중국을 미국이 견제하는 것도 역학구도상 자연스럽다. 미국 지도자가 되어 중국 포위정책을 생각해보자. 중국의 동서남북으로 일본, 인도, 아세안, 러시아가 위치해 있다. 이들 4개축과 경제협력 및 군사동맹을 확실히 한다면 중국은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한반도와 타이완, 옛 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CIS국가들, 그리고 중동까지 미국의 영향력에 있다면 중국으로서는 숨통이 막힐 것이다. 미국이 일본의 방위력 강화 지지에 이어 지난달 말 사이가 별로였던 인도와 군사협력조약을 맺은 배경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중국이 아니다. 지난 4월 앙숙이던 인도와 화해를 선언, 친디아(Chindia) 구상을 과시했다. 어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중국은 또 아세안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ACFTA)을 발효시킴으로써 18억을 남북으로 묶는, 최대 인구의 경제권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인도가 군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인도를 연결하는 가로축에 중국과 러시아의 세로축이 대항하는 모양새로 21세기 국제관계가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리적으로 볼 때 십자동맹으로 부를 수 있겠다. 신라의 3국통일 직전 한반도가 전형적인 십자동맹의 시대였다. 신라와 당나라 가로연합이 고구려·백제의 세로연합을 패망시켰다.2차대전 이후 냉전시대 한반도도 십자동맹과 유사한 형태를 띠었다. 한·미·일 등 해양세력과 북한·중국·소련 등 대륙세력이 수직으로 대립해왔다. 지금 한반도는 변화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가 좋아지고, 한·중, 한·러 관계도 우호협력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의 소(小)십자동맹은 깨지고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의 대(大)십자동맹이 태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잘 지켜보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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