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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완 천수이볜 시위 확산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타이완은 지금 빨간 세상’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의 퇴진운동에 ‘불’이 붙었다. 수도 타이베이(臺北) 중심 카이다거란(凱達格蘭) 광장(옛 총통부 광장)에는 11일 현재 사흘째 집단 철야농성이 진행중이다. 시위에 앞서 열린 집회 참가자는 최대 3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참석자들은 ‘분노’의 표시로 빨간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시위의 양상은 과거 한국의 민주화 항쟁을 연상시킨다. 시민들은 시위대에 먹을 것, 마실 것을 제공하며 격려하기도 하고, 택시 기사들은 경적 시위 등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버스를 대절해 수도로 집결 중이고, 지방 자체적으로도 농성과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참가자들은 천 총통이 하야할 때까지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장담하고 있다.일단 1차 행사 마지막날인 15일에는 총통부를 에워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가 대대적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시위는 100만명으로부터 30억원이 모금되는 등 민간의 지지도가 높은 데다 집권 민진당의 전 주석이자, 천 총통의 민주화 동지인 스밍더(施明德) 등이 나서 파괴력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과 중국 언론을 통해 보면, 천 총통의 하야는 이제 시간 문제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한 소식통은 “‘민중의 자발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민중의 에너지가 응집돼 터져나왔다기보다는 사전에 디자인된 측면이 크다.”면서 “기획성 이벤트가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 행사로의 대규모 모금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서 한때 ‘용도’ 문제에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교수, 명망가를 중심으로 한 지식인 사회도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기자회견을 열고 “끝까지 하야 운동을 펼치겠다.”고 의지를 다지더니 사실상 그만한 뒷심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반(反) 중국 인사들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시위 참가자의 복장은 빨간색뿐 아니라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상관없다.”는 주최측의 참여 독려는, 시위대를 ‘통일’시키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jj@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영화 ‘괴물’ 제작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영화 ‘괴물’ 제작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

    골뱅이? 아니 망둥이일걸? 영화 ‘괴물’을 놓고 네티즌들이 설전을 벌인다. 제작사측은 양서류와 파충류의 중간단계로 보면 된다고 일축한다. 진짜 흥미를 끄는 네티즌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즉 ‘괴물’이 해외에서 리메이크될 경우 드림팀은 어떻게 구성될까. 그랬더니 강두(송강호)의 역할에는 톰 크루즈가 1위였다. 이어 희봉(변희봉)역에는 ‘반지의 제왕’의 이안 매컬린, 남일(박해일)역에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 남주(배두나)역에는 ‘킬빌’의 우마 서먼, 현서(고아성) 역에는 ‘우주전쟁’의 다코타 패닝이 뽑혔다. 생각만 해도 가히 환상적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땐 강두役에 톰 크루즈 아무튼 한강에서 잉태된 ‘괴물’은 이제 바다를 향한다. 이미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어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무섭게 돌진할 태세다. 지난 2일 일본에서 개봉돼 첫주 박스오피스 7위를 마크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태국과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7일 개봉됐다. 오는 14일에는 홍콩,15일에는 타이완, 그리고 10월과 11월에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개봉될 예정이다. 내년 2월에는 미국개봉이 약속돼 있다. 특히 미국 메이저 제작사들이 리메이크 판권에 대한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조만간 이와 관련된 계약을 맺게 된다. ‘괴물’은 이래저래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영화 개봉 이후 8월 31일까지 이마트에서는 골뱅이 통조림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 56.1%나 늘었다. 주요 촬영지인 한강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괴물’은 흥행세가 계속 이어져 추석시즌까지 상영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1500만,2000만 관객까지 돌파할지 초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이 시대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떳떳하게 나서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름아닌 ‘괴물’ 제작자 청어람 대표 최용배(44)씨. 토론토영화제에 참석하던 날인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어람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 대표는 토론토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을 받아 봉준호 감독과 동행,14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토론토영화제 초청받아 봉준호 감독과 동행 먼저 미국 리메이크 얘기가 나왔다.“토론토 현지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관계자들과의 미팅이 약속돼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계약금액과 관련해서는 “보통 50만∼200만달러 사이에서 정해진다.”고 대답했다. 또한 독일과 이탈리아 제작사 관계자들도 만나기로 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속편 제작여부를 묻자 “대개 2편이 제작되면 1편보다 못하다는 평을 자주 듣게 된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제작하려면 단순하게 해보자가 아니라 1편보다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화 한편을 만들려면 대개 3년정도 걸린다.”면서 당장은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에 정열을 쏟을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낙랑클럽’ 제작이다. 이 영화는 한때 한국의 마타하리로 화제가 됐던 여간첩 김수임을 소재로 했다. 일제시대와 해방공간을 무대로 이강국과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다뤘다. 감독은 ‘영원한 제국’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만들었던 박종원씨가 맡았다. 그 다음으로는 ‘효자동 이발사’의 임찬상 감독,‘용서받지 못한자’의 윤종빈 감독 등과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괴물’의 봉준호 감독과의 합작품에 대해서는 “봉 감독 또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의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상 중인 것과 합하면 10여편(준비작)은 된단다. 아울러 10월초부터 ‘괴물’이 만화로 변신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된다고 했다.“영화와는 전혀 다른 내용” 이라면서 반응이 좋을 경우 ‘괴물’ 2탄 제작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만화가는 ‘귀신’으로 잘 알려진 석정현씨. 여기에는 세 명의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또한 괴물도 여러 마리 출현한다고 귀띔했다. 영화에는 왜 괴물이 한 마리만 나오느냐고 하자 “그런 의견들이 있었지만 감독이 그냥 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괴물’로 얼마 벌었을까.“딱히 얼마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웃어넘긴다. 다만 초기 제작비가 150억원 들어갔으며 투자단계에서 일본과 32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봉준호, 송강호, 박해일, 변희봉 등 실력파들이 포진해 있어 투자하려다가 괴물이 등장한다니까 망설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했다. “제작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컴퓨터그래픽(CG)이었습니다. 미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네트워크를 총동원했지요. 당초 CG 제작비용보다 20만달러가 더 추가됐습니다. 솔직히 CG작업이 완성될 때까지 걱정과 불안이 앞서더군요. 투자가들에게 안심을 시키는 것도 그랬고요. 봉 감독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이미 관객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CG완성도는 99%가 아닌 100% 이상이어야 했지요.”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즈음, 봉 감독과 점심을 같이하면서 “서로 의기투합했던 작업이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됐다.”며 격려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야 비로소 성공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봉 감독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한국 최고의 감독이다. 다른 감독과 경험하지 못했던 그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고 칭찬했다. ●‘완벽형´ 봉감독 “한국 최고” 봉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시네마서비스 배급담당 이사로 재직했을 때 ‘플란다스의 개’를 제작하면서 봉 감독의 열정에 매료됐다.”면서 나중에 제작사를 차린다면 봉 감독과 꼭 한번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봉 감독은 모든 일을 철저히 추구하는 완벽형이라고 부연했다. 최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신일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했다. 영화 제작에 뜻을 품고 다시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고교때 국어선생님한테 영화얘기를 자주 들으며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다. 시력이 워낙 안좋아 군면제를 받은 그는 곧장 조감독으로 영화촬영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감독보다는 제작자가 적격이라고 판단한 그는 94년 (주)대우 영화사업부 제작투자담당으로 입사했다. 이어 97년 시네마서비스 투자·배급 이사로 자리를 옮겨 경험을 쌓은 뒤 2001년 지금의 청어람을 설립했다.‘청출어람’에서 회사이름을 따왔으며 ‘늘 새로운 영화를 만들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부인 역시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최 대표가 어느날 영화 워크숍 강의를 나갔다가 수강생인 부인을 만났다. 그는 “(부인은)취미보다 높은 수준이며 주위에서 항상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라며 활짝 웃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3년 서울 출생 ▲82년 신일고 졸업 ▲86년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89년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89∼94년 정지영, 신승수 감독 연출부 ▲94∼97년 (주)대우영화사업부 제작투자담당 ▲97∼2001년 시네마서비스 투자·배급이사 ▲01년 청어람 설립, 대표이사 ●주요 작품 효자동이발사, 작업의 정석, 흡혈형사 나도열, 괴물 등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1) 상처 여전한 뉴욕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 이정표 잃은 뉴욕 사람들 간혹 길을 헤맨다… 그라운드 제로 현장엔 프리덤타워가 들어선다지만… 한쪽선 아직도 유해를 찾으려는 가족들… 죽음의 냄새… 월스트리트, 그 풍요에 머물던 이들 하나 둘 떠나고 주택용 빌딩으로 소리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3000여명이 불과 2∼3시간의 테러 공격으로 무참히 스러진 9·11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테러 종식을 명분으로 내건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답답하기만 하고 유럽과 중동에서의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9·11 이후 5년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소호 지하철 역을 빠져나온 패트리샤 켈리는 오늘도 무심코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2000년 콜로라도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 취직하면서 맨해튼으로 이주해온 켈리. 그녀는 처음 맨해튼에 정착할 때부터 남쪽 다운타운에 높이 솟아오른 세계무역센터(WTC)를 이정표로 삼았다. 맨해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WTC 위치만 확인하면 그녀가 있는 지점의 동서남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9월11일 알 카에다가 조종한 뉴욕 테러가 발생하면서 켈리는 이정표를 잃게 됐다.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곳 지리도 손금처럼 익숙해졌지만 켈리는 지금도 길을 걷다가 습관처럼 남쪽을 돌아본다. 그러나 WTC가 서있던 7번가 쪽에는 높다란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만 보인다. 그럴 때마다 팔·다리 하나가 없거나, 이가 하나 빠져버린 느낌이 든다고 켈리는 말했다.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이슬람 저항세력인 알 카에다의 테러에 의해 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속살을 드러내듯 땅이 파헤쳐진 현장 모습은 5년 전의 생채기가 여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그라운드 제로’라 부르는 이 현장에는 새로운 빌딩 ‘프리덤 타워’를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철역 ‘패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면 공사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땅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세워졌고 각종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공사 현장은 활기가 없다. 아직 대부분의 공사가 20여m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기반 공사 작업은 새벽 1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하루 빨리 붕괴된 WTC의 상흔을 없애고 프리덤 타워를 올리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는 것이다.77층으로 설계된 프리덤 타워 건설에는 20억달러(약 2조원)가 소요된다. 프리덤 타워 주변에는 9·11기념공원과 공연장, 프리덤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선다. 공사 현장의 감독관인 브라이언 라이언. 건설회사 중견 간부였던 그는 9·11 당시 뉴욕의 소방관이었던 동생 마이클을 잃었다. WTC 남쪽 빌딩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마이클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실종됐다. 시신마저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그가 쓰던 장비만이 형에게로 돌아왔다. 브라이언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동생의 유해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다가 결국 프리덤 타워 건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언은 “동생을 묻은 이곳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희생자 유해 일부나 유물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았던 월스트리트는 9·11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금융사와 금융인들이 늘고 있다. 근처의 업무용 빌딩들은 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떠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 수입도 줄어 주거용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이들조차 이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뭔가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9·11은 미국인들이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사진기자였던 데이비드 핸드처는 9·11때 납치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장면을 가장 생생하게 사진에 담은 언론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아비규환을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다가 빌딩이 붕괴될 때 매몰됐고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핸드처는 그날 이후 신문사를 위해 사건 현장의 사진을 찍는 일을 접었다. 사진은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촬영한다. 그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핸드처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사고 이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살고 있거나, 그날의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침대 밑에 귀신들을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따금 그 귀신들이 침대를 뛰쳐나와 우리를 조롱하고 물어뜯는다.”고 말했다. 핸드처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귀신들과 놀아줘야 하며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다시 많은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운트 시나이 의학센터가 2002년 7월부터 2004년 4월까지 WTC 현장 정리작업에 참여한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9500명를 조사한 결과, 이 중 70% 정도가 9·11 이후 호홉기 질환을 갖거나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전했다. 더욱 무섭고 슬픈 것은 9·11 테러로 인한 상처가 어린이들에게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거나 TV를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미술 시간에 비행기가 건물로 돌진, 충돌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WTC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그린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로빈 굿맨은 “집짓기 장난감인 레고로 높은 건물을 만든 다음에 갑자기 충격을 줘서 무너뜨리는 장난을 하는 아이도 있다.”면서 “이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어린이는 트라우마(정신적인 외상)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현상금 239억원 걸린 빈 라덴 못잡나 안잡나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부터 그의 체포에 나섰지만 못 잡는지, 안 잡는지 의문만 쌓이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숨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 CNN은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치트랄이 유력하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다.2003년 공개된 비디오에서 그의 뒤에 비친 나무가 이 지역 고유종이라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안다고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형이 험준한 데다 정보도 완벽히 차단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철저히 인편으로만 소통한다. 미 제10 산악사단 조지 윌리엄스 하사관은 “산 속에서 마치 유령을 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해체된 미 중앙정보국(CIA) 빈 라덴 체포 전담반 책임자였던 마이클 셰우어는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망이 있으며 원하면 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고 말했다. 은신처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슬람 영웅’을 신고할 사람도 없다. 자칫 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금 2500만달러(약 239억원)는 그림의 떡이다. 그를 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목전에서 놓쳤다. 지난 1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폭격으로 숨졌을 때 그도 현장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2001년에도 아프간 토라보라산에서 붙잡힐 뻔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0월이 마지막이었지만 녹음 테이프는 올해만 벌써 5차례나 나왔다. 물론 그가 더이상 테러를 지휘할 수 없을 만큼 고립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만으로도 위력을 발휘하는 ‘카에디즘의 교주’는 이제 잡히더라도 후폭풍이 우려된다. 때문에 미국이 잡을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사담 후세인만 잡으면 끝날 것 같던 이라크 상황을 볼 때 그의 체포보다는 지역 안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아프간 미군 2만명 중 절반이 7만여㎞의 국경지대에서 탈레반 잔당을 쫓기에도 힘이 달린다. 파키스탄도 체념한 듯하다. 미 ABC 방송과 5일(현지시간) 인터뷰한 한 관리는 “그가 만약 파키스탄에 있다 해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군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북부 와지리스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정크푸드 맨’

    평생 하루 세끼를 소시지와 와플 등 정크푸드로 때워오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미국의 112세 노인이 영양학 전문가들을 경악시키고 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에 살았던 조지 존슨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폐렴으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이 주 최고령자로 1차대전 참전 경력이 있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그는 해체된 건물에서 나온 목재를 어렵게 구해 지난 1935년 자신이 직접 지은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앞을 볼 수 없었던 존슨옹은 110회 생일을 맞을 때까지 홀로 지내왔다. 그는 시력이 나빠지기 시작했던 102세까지 직접 차를 몰았으며 최근까지도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러나 그에겐 아주 나쁜 습관이 하나 있었다. 소시지와 와플만으로 식단을 꾸밀 정도로 먹는 게 부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망 이튿날 행해진 부검에 참여했던 UCLA대학 노인학연구소 창립자인 스티븐 콜스 박사는 “그의 모든 장기는 놀랄 만큼 멀쩡했다.”며 “50대의 장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는데 이는 유전자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폐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너무 깨끗했다.”며 “암이나 당뇨, 치매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존슨옹은 생전에 과학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자신의 시신을 부검해도 좋다고 밝혔기 때문에 유족들도 동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콜스 박사는 “누구나 좋은 습관이나 나쁜 습관 둘 다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생각하거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습관보다 유전자가 위력을 발휘하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볼 수 있는데 존슨옹의 경우가 그렇다.”고 말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남편 맘잡으려 데려온 딸의 순결(純潔)까지…

    남편 맘잡으려 데려온 딸의 순결(純潔)까지…

    남편의 바람기를 막으려던 40대의 여심(女心)이 끝내는 17세 난 자기 딸의 순결마저 남편에게 갖다 바쳤다. 멀어져가는 남편의 마음을 자기에게 묶어두기 위해 전 남편 사이에서 난 딸을 남편의 방에 들여보내야 했던 이 여인의 기막힌 내막을 살펴보면-. 69년 12월 1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에 40세 가량의 한 중년여인이 경찰서에서 발부한 출두지시서를 들고 약간 수줍은 몸짓으로 담당 김모형사 앞으로 다가갔다. 김형사와 마주 앉아 심문을 받는 이 여인은 『남편의 외도를 참을 수 없어 어린 딸이라도 바쳐서 멀어진 남편의 애정을 되찾으려 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천인공노할 이 여인 집안의 해괴한 정사가 동네사람들에 의해 고발됐지만 적용법규가 될 간통이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들이 친고죄이기 때문에 김형사는 생각다 못해 이 여인을 데리고 수사과장 책상으로 갔다. 이 영인이 영등포경찰서 長수사과장에게 사뭇 부끄러운 표정으로 들려준 「모(母)의 중개에 의한 부녀(父女)간통」의 자초지종은 -. 한춘자(韓春子,가명), 올해 42세. 어쩌면 여자로서는 자기에게서 멀어져 가는 남자의 애정을 자기 주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안간힘을 쓴 연륜일지도 모른다. 첫 남편 朴모씨와 8년전 사별한 韓여인은 5년 전부터 전 남편사이에 난 딸 경순(敬順)양(가명, 당시 14세)을 데리고 조그만 목로술집을 차리고 살아왔다. 이 모녀의 목로주점에 자주 드나들던 단골손님 중에 드내기 행상인 김수성(金壽晟)씨(가명·45)가 끼어 있었다. 자주 찾아오는 金씨와 韓여인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서로 신변사정을 털어놓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金씨는 방탕벽이 심하고 주색(酒色)에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 金씨의 능란한 꾐에 빠진 韓여인은 金씨와 살림을 차리기에 이르렀다. 金씨의 본부인은 金씨가 방탕벽과 바람기로 살림을 돌보지 않자 金씨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하나를 데리고 몰래 달아나 버렸던 것. 이래서 홀아비로 살아온 金씨는 韓여인의 집에 와 함께 살게되었다. 홀아비의 마음은 과부가 알아주는 것. 두 사람의 살림은 마냥 즐거웠다. 오랜 독수공방 끝에 새 남편을 얻은 중년의 여심(女心)은 극진했다. 몸과 마음을 다해 남편 金씨를 섬겼다. 韓여인의 딸 경순양도 의붓 아버지 金씨를 잘 따랐다. 그러나 몇 달 안가서 풍파가 일기 시작했다. 金씨의 바람기가 되살아나 외박을 하는 날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 남편이 들어오지 않는 밤마다 韓여인은 늘그막에 얻은 남편의 사랑이 멀어져 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어쩌다가 집에 들어오는 날 韓여인은 갖은 정성을 다해 남편을 섬겼다. 그러나 남편은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韓여인은 남편에게 이미 매력을 주지 못하게 되버린 늙은 자신의 육체가 한계점에 다가섰다고 느끼자 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이제와서 남편의 사랑을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고민하던 韓여인의 머리에 묘안이 스쳤다. 자신의 늙은 육체에 싫증이 난 남편이 방년 17세의 딸 경순양을 가까이 하면 외박을 하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게 되어 자신은 버림을 받을 염려가 없을 것 같았다. 사랑을 위해 딸까지 희생시키려는 어처구니 없는 중년여인의 마음이었다. 韓여인은 남편 金씨에게 은근한 말로 의사를 타진해 봤다. 처음엔 남편 金씨도 『그럴 수 있느냐』고 펄쩍 뛰었다. 韓여인은 끈질기게 남편을 설득, 펄쩍 뛰던 金씨도 싫다, 좋다, 말이 없게 됐다. 무언의 승낙인 것이다. 그 다음은 딸 경순양을 꾀기 시작했다. 『우리 두 모녀의 앞날을 위해서도 너의 희생은 정당하다』 고 갖은 감언으로 딸을 꾀었다. 딸은 울면서 거절했지만 의붓아버지 金씨의 탐욕적인 눈길에 문득 문득 얼굴이 붉어지는 사춘기였다. 어느 날 딸은 어머니의 간곡한 호소와 꾐에 엷은 흥분으로 들떠 등을 떠밀려 의붓아버지 金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딸의 젊은 육체를 안 남편 金씨는 외도를 않게 될 것이고 남편의 몸과 마음은 항상 자기 곁에 머물러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동안 남편 金씨는 「꿀먹은 벙어리」였다. 그 잦던 외박도 뚝 그쳤다. 3인의 희한한 혼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몇 달 동안뿐. 金씨는 다시 외박을 시작했고 모처럼 들어오는 날이면 韓여인과 경순양을 마구 때리기도 했다. 두 중년 남녀의 사랑의 갈등에 끼여 무참하게 짓밟혀 버린 경순양은 아무 말 없이 울 뿐이었다. 만사가 틀린 韓여인은 남편 金씨가 원망스러웠다. 이 사실을 이웃 여인에게 하소연도 해봤으나 오히려 아낙네들을 통해 이 해괴한 사실이 알려져 동네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끝내는 경찰에 진정하기에 이르고 말았다. 한여인의 기막힌 사연을 다듣고 난 長과장은 남편 金씨의 행동을 나무라기 전에 남자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딸의 순결까지 빼앗기게 한 잔인하리만큼 무서운 중년여인의 탐욕에 몸서리쳤다. 『어처구니 없는 짓을 벌인 이들 남녀들에겐 처벌 이전에 인간의 양심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25년간의 수사과 생활에서 꿋꿋하게 다져지고 무디어지기까지한 長과장도 기가막혀 한참동안 어쩔줄 몰라했다. <우홍제(禹弘濟)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월11일호 제3권 2호 통권 제 67호]
  • [시론] ‘바람보다 먼저 눕는’ 민초들 웃게 하려면/ 이덕일 역사평론가

    [시론] ‘바람보다 먼저 눕는’ 민초들 웃게 하려면/ 이덕일 역사평론가

    우리 사회의 권력형 게이트에는 일정 공식이 있다는 민초(民草)들의 믿음은 확고하고도 광범위하다. 배후에 권력 엘리트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현재의 바다이야기 사건도 권력형 게이트로 번질지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많은 민초들은 권력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부터 소문이 무성했다.‘누구는 깃털이고, 누가 몸통이고, 올라가면 누구까지 관여되어 있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었다. 과거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 여겼던 참여정부에서도 ‘카더라 통신’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이유는 바다이야기의 진행 과정이 상식과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주부들의 고스톱이 대역죄라도 되는 것처럼 보도되는 나라에서 주택가 한복판에 도박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었던 배후에는 권력 엘리트가 있다고 짐작했던 것이다.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그런 이상한 바람의 진원지가 권력이라고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 민초들은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바다이야기에 실제로 권력 엘리트들이 관여했는지 드러난 것은 없다. 그러나 세간에는 권력 엘리트들이 부유층을 상대로 치부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만한 서민들을 도박장으로 몰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조소가 팽배해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이는 현 정권에 대한 마지막 커트라인, 즉 ‘무능하지만 부패하지는 않았다.’는 믿음마저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택시 안에서도 분노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믿음마저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데서 나타나는 체념상태인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한 과거의 믿음이 왜 체념상태로 변했는지를 알아야 그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찾기 위해 첫번째로 물어야 할 질문은 현재의 권력 엘리트들에게 권력은 무슨 의미인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권력을 잡으려고 그토록 노력했는가? 그들은 권력을 봉건시대의 입신양명(立身揚名) 수단이나 권위주의 시절의 만능키와 같은 것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민초들과는 애당초 생각이 달랐던 것이 아닐까? 바다이야기 사건에서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민초들의 노동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었다는 점이다. 일부 귀족노조를 빼고는 노동으로는 내일의 희망을 갖기 힘든 사회가 되었다. 노동자·농민들의 소중한 땀방울의 가치는 치솟는 부동산이나 도박꾼들의 천문학적 거금 앞에 초라하기 그지없어졌다. 지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카더라 통신’은 민초들의 버림받은 땀방울들이 모여서 분노의 폭포를 이룬 것이다. 이제 권력 엘리트들은 민초들의 절망과 분노 앞에 겸허해야 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초들의 삶에 맞추어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권력의 시각이 아니라 민초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민초들의 고통과 분노가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으로 보일 것이며, 그런 고통과 분노를 만든 당사자가 다름아닌 자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입으로는 민초를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다른 삶을 산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때야 옷깃을 적시는 반성의 눈물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민초들은 통회의 진정성을 보게 될 것이다. 진정성이 드러나면 불신 문제는 저절로 회복된다. 그때 ‘바람보다 먼저 웃는’ 민초들의 믿음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 길만이 살길이다.
  • [데스크시각]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야 만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북한 핵은 늘 그런 식이다. 위기가 닥쳤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타협이 이뤄졌고, 느닷없이 위기는 엄습해오곤 했다.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13년동안 북한 핵문제는 위기와 타협, 그리고 위기를 되풀이해 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조짐으로 위기의 먹구름이 또다시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그저께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50 대 50’이라고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단만 내리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는 말은 핵실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핵문제를 논의한 걸 봐도 그렇다. 핵실험 위기도 늘상 그래왔듯 드라마틱하게 타협국면으로 급반전될 수도 있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깜짝’ 정상회담을 갖고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이 상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타협과 위기를 오가더라도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은 언젠가 핵무기를 손에 넣으려고 할 것이다. 핵실험을 강행해서 핵무기 보유선언을 입증하려 들 것으로 본다. 북한 핵은 위기와 타협을 되풀이하면서 진화와 성장을 거듭해 왔다.1990년대에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느냐를 놓고 국제사회와 북한이 실랑이를 벌였으나, 북한이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이 40∼50㎏이라고 국정원이 밝혔다.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 사실로 입증돼 왔다. 북한에 남은 것은 핵실험밖에 없다. 도박판으로 비유하자면 핵실험의 판돈이 가장 크다. 플루토늄 추출이나 미사일시험 발사는 판돈 키우기에 불과하다. 판돈을 키울 대로 키워놓고 북한이 핵실험을 포기할 리가 없다. 북한 핵이 협상용이라도 그렇고, 자위 수단이라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갖겠다는 나라는 무슨 수를 써서 핵무기를 손에 넣고야 만다는 게 세계사의 교훈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그랬고, 이란도 미국과 유럽국가의 압력과 위협을 무릅쓰고 핵개발을 추진중이다.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도약케 하는 핵무기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거다. 설령 못다 핀 ‘무궁화 꽃’이 되더라도 말이다. 김 위원장은 핵실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듯하다. 김승규 원장은 “김 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실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했다. 우려하던 핵실험이 현실로 나타나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치게 된다. 미사일 발사의 위력이 폭풍이라면 핵실험은 쓰나미에 해당되는 파괴력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바꿀 것이다. 일본과 타이완이 핵무장을 하려는 핵 도미노 현상은 불보듯 뻔하다. 국제사회는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한 유엔의 안보리 결의에 비하기 어려운 정도의 대북 제재와 압박 방안을 쏟아낼 게다. 군사적 행동 방안도 거론될 것이고, 불안감을 느낀 국제자본이 외환위기 때처럼 썰물처럼 빠져나갈지도 모른다. 이런 후폭풍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겪을 홍역이다. 우리도 북한 핵에 대응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올 수 있다. 이른바 핵주권이다.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포기했던 핵주권의 회복이 이슈로 부상하는 일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최신 저서 ‘부의 미래’에서 지적했듯 북의 핵무기를 ‘예물’로 바라보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통일시대에는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핵무기가 서로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과정에서 불거진 보수-진보의 논쟁과는 비교도 안 되는 논란과 혼란이 가장 무서운 후폭풍이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jhpark@seoul.co.kr
  • [열린세상] 독자의 믿음이 더 중요하다/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수전 슈미트(Susan Schmidt). 올해 퓰리처상을 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다. 클린턴 정권 때 화이트워터 스캔들과 르윈스키 사건을 취재하면서 특종을 많이 내더니 2000년에는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 팀을 파헤친 책 ‘Truth at Any Cost’를 써서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았다. 언젠가 더 큰 일을 낼 것이라는 기대에 답이라도 하듯이 그녀는 작년에 동료기자 두 사람과 더불어 이른바 아브라모프 스캔들을 폭로한 일련의 탐사보도 기사를 써내, 퓰리처상 가운데서도 가장 영예스러운 탐사보도 상을 받았다. 아브라모프 스캔들? 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자로 뛰던 잭 아브라모프가 워싱턴 정가의 로비스트로 변신해 카지노 업자, 인디언 부족, 인터넷 도박업체, 러시아 정부 등으로부터 천문학적 규모의 로비자금을 끌어모아 공화당 정치인과 연방정부 고위관료, 기독교 원리주의자 등에게 뿌린 사건을 말한다. 아브라모프는 정치인들을 움직여 인터넷 도박금지법을 부결시키는가 하면 카지노 인허가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무리한 로비는 잡음을 내게 마련이다. 몇몇 매체가 이런 잡음을 바탕으로 “의혹이 있다.”는 수준으로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슈미트 기자는 후배들과 더불어 수개월에 걸쳐 집중 취재를 해 거물 정치인이 로비스트한테 대가성 향응을 받은 사실 등을 밝혔다. 의혹기사가 아니라 확인기사를 쓴 것이다. 슈미트 팀은 이를 위해 인디언 부족의 추장,NGO 직원, 카지노업체 임직원, 로비스트 등 수백명을 인터뷰하고 로비회사 회계기록, 세무서류, 로비스트들이 주고받은 수많은 이메일을 입수해 분석했으며, 의원의 골프장 영수증과 호텔 숙박비 영수증까지 확보했다. 슈미트 기자가 터트린 일련의 탐사보도에서 미국 독자들은 언론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며, 기자라는 직업이 또한 얼마나 멋있는 것인지를 실감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독자들을 흐뭇하게 한 것이 하나 있었다. 네 번째 기사가 나간 뒤에 워싱턴포스트가 게재한 정정보도가 그것이다.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의 환율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아 호텔비 세부 내역 등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호텔비 몇푼의 환율 계산이 좀 틀린 것이 무슨 대수일까? 그러나 사실(fact)을 신주 떠받들듯이 하는 미국 저널리스트에게 사실과 다른 보도내용은 크든 작든 정중하게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었다. 보도한 바가 사실과 부합하는가? 미국의 권위 있는 신문들은 그 여부를 알기 위해 회사에 특별부서까지 두고 있다. 기사가 나간 뒤에 인터뷰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신문사에서 전화를 걸어 신문에 난 대로 기자에게 말했는지를 확인한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면 기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하고 정정보도를 낸다. 왜 그러는가? 특종을 놓치는 것은 일부를 잃는 것이지만 독자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 언론은 청와대가 영상자료원 원장으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측근인 L씨를 밀었다고 하더니 며칠 뒤에는 L씨가 텔레비전 드라마 ‘용의 눈물’에 출연한 탤런트라고 말을 바꾸었다. L씨는 전 총리의 측근인가, 아니면 연기자인가? 어느 것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 언론계에서는 사실과 다를 경우 즉각 정정보도를 하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로 통하지만 우리 언론계에서는 오보를 시인하는 일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말이다. 우리 언론이 이 시점에서 되새겨야 할 말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숙제 숙제 숙제… “공부가 더 싫어져요”

    숙제 숙제 숙제… “공부가 더 싫어져요”

    미국 학생들의 숙제량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작 성적을 올리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9월4일자)는 ‘숙제에 대한 신화’를 고발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며 ‘쓸모 없는’ 숙제 때문에 온 가족이 매일 밤 압박을 받고 있고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시간 대학이 2004년에 2900명의 미국 학생을 조사한 결과 숙제량이 1981년보다 평균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학년으로 갈수록 숙제 부담이 커진다. 또 다른 연구에서 6∼8세 학생이 1981년에는 1주일에 평균 52분을 숙제하는 데 썼지만 1997년에는 128분으로 늘어났다.AOL과 AP통신이 올해 부모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78분을 숙제하는데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숙제량이 늘어난 배경에는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낙제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위력을 발휘했다. 미 연방 교육부는 매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해 성적이 부진한 학교에 대해서는 경영진 교체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문제는 숙제를 많이 한다고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듀크대 해리스 쿠퍼 교수는 “땀과 눈물이 밴 숙제가 읽기와 수학의 ‘길’을 열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숙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쿠퍼 교수의 수십차례 연구 결과, 중·고교에서 약간의 숙제는 시험 성적을 올려주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매일 밤 60∼90분, 고등학생이 2시간 이상 숙제할 경우 성적은 되레 떨어졌다. 나라별 사정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과 덴마크, 체코 학생은 미국보다 공부를 잘 하지만 숙제는 더 적다. 반면 미국보다 공부를 못하는 그리스, 태국, 이란 등은 학생들이 산더미 같은 숙제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학자들은 숙제가 공부 습관과 자기 훈련, 시간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학교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키워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메마르게 하고 공부에 대한 흥미, 호기심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게 타임의 결론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6) 中 사회과학원

    [세계의 싱크탱크] (6) 中 사회과학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197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과 함께 중국은 극도의 정신적 공황에 휩싸였다. 광풍과도 같던 10년의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린 뒤 인민들은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었다. 국가적 오류가 속속 밝혀지고 국가의 기본 노선마저 의심받던 그 무렵, 당 중앙은 중국사회과학원의 창설을 지시한다. 1978년 5월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과학원 소속의 철학사회과학학부를 모태로 탄생했다. 마오쩌둥의 비서 출신으로 당대 최고 이론가로 꼽히던 후차오무(胡喬木)가 초대 원장을 맡았다. 내로라하는 학자와 이론가를 불러들인 것은 물론이다. 사회과학원은 바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사회주의 상품경제’ 등의 용어를 생산해내며 개혁·개방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중국 사회의 길잡이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과학원의 탄생 스토리는 국가 싱크탱크로서의 성격과 역할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우선 연구의 범위와 성격에서 다른 싱크탱크와 차별성을 갖는다. 같은 국무원 소속의 발전연구중심이나 국가발전개혁위가 국가의 정책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사회과학원은 이론 연구에 치중한다. 예컨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제시한 ‘과학적 발전관’을 어떻게 추동해나갈 것인가, 다른 싱크탱크가 구체적 정책을 준비할 때 사회과학원은 철학과 이론의 토대를 준비하는 식이다. 그 범위도 방대하다.35개 개별연구소의 이름들이 말해주듯, 문학·역사·고고학·철학·법률·정치·경제·금융·국제문제부터 소수민족과 종교, 문화보전 문제에까지 걸쳐 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각 지역 연구소에 라틴어 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다른 곳에선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원의 연구가 학술과 이론 연구에만 머무를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회과학원의 고위층과 학자 30여명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거나 정치협상회의 위원들이다. 이미 국가 정책의 결정권자요 조정자들이다. 일부 학자들은 매년 전인대에서 총리가 낭독하는 ‘정부공작보고’의 초안 작업에 투입된다. 국가 행정의 밑그림을 구성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의료개혁, 사회보장, 부동산, 금융개혁 문제 등 국가현안에 대한 정책 보고서들은 지도자급에 전달되는 것만 연간 270여편이나 생산된다. 일반적 연구의 주제 역시 대단히 구체적이다.‘인터넷 문학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TV광고의 영향과 현상 연구’ ‘호적 문제와 인구의 변화 및 이동 문제’ 등이 연구과제의 제목들이다. 얼핏 일반 대학의 석·박사 과정 논문 제목과 비슷해보이지만, 그 연구결과의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적어도 한국사람들에게라면 그 위력을 가늠케 할 만한 단적인 사례가 있다. 고구려사의 중국 편입을 시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다. 사회과학원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주도로 진행된 것이다. 사회과학원은 최근에는 ‘국민도덕관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1995년 1차 조사에 이어 두번째다. 국민들의 관념·행위에 대한 변화를 관찰·조사하는 일종의 국민 의식조사인 셈이다. 이 조사 결과는 향후 각 행정 단위에 세세한 법률, 규정 등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사회과학원이 다른 싱크탱크와 비교해 특장이 있다면 사회 일반에 대한 영향력이다. 중국중앙TV(CCTV)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약방의 감초’격이다. 각종 신문의 칼럼에도 무시로 등장한다. 사회과학원이 담당하고 있는 대국민 선전의 일환이다. 생산해 내는 엄청난 양의 연구, 조사결과는 인문·사회학의 장서로 그대로 남는다. 연간 300여권의 전문서적이 출간되며 82종의 학술 간행물이 나온다.1000건의 조사연구가 이뤄지고 7000편의 논문과 칼럼이 생산된다. 모두 각종 논문의 각주(脚註)로 활용돼 온 재료들이다. 중국 학술계를 기르는 ‘우물’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사회과학원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인재 배양이기도 하다. 각 연구소를 한 개의 과(課) 개념으로 운영, 전공별로 직접 교육하고 배양하는 방식으로 대학원(硏究生院)을 운영하고 있다.6개의 교학연구부에 33개 과로 되어 있으며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1998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은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은 인문사회과학의 일류 인재 배양의 기지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jj@seoul.co.kr ■ 中사회과학원 왕옌중 부국장 “사회적 문제 장기적 전략 수립”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왕옌중(王延中) 중국사회과학원 연구국 부국장은 “기초 학문에 대한 연구 없이 좋은 정책을 낼 수 없다.”면서 정책 수립의 밑바탕으로서 인문·철학·사회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 왜 학술 연구가 중요하다고 보나. -철학·이론적 토대 없이는 사회 문제를 관통하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사회가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이런 연구를 통해서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사회에서 필요한 여러 방면의 사회 인재가 길러진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때 관련 전문가가 없었고, 그간 준비해놓은 게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연구의 형태는. -크게 대책 연구와 이론 연구로 나눌 수 있다. 당 중앙에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낸다. 연간 270여편가량인데, 이중 3분의1 정도가 국가 지도층의 주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연구 측면에서의 장점은. -강의 압박 등이 없으니 연구 환경이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다. 사무실에는 주 1∼2회 나오면 그만이다.(3000여명의 연구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또한 전국 각 성·시가 각급 사회과학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학술 교류에 협력하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국가 거시 전략과 여러 지방을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규모는. -35개의 연구소와 3000명이 넘는 연구원이 있다. 여기에 현역 연구원 수보다 많은 퇴역 연구원들이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여전히 사회과학원 연구를 돕고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원의 식구는 7000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교류 현황은. -평균 연간 1000차례 외국의 학자 등이 다녀간다.1년 이상 장기 방문자도 많다. 사회과학원에서도 1000차례 이상 각종 학술대회 참석차 해외로 나간다.20개 나라와는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다.84개 나라 및 지역과의 교류가 진행 중이고 200여개 해외 연구기관 학술단체 대학, 정부 부문과 교류를 하고 있다. jj@seoul.co.kr ■ 사회과학원의 ‘맨파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모두가 중국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과학원의 연구소장들은 분야별로 적어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 관계자가 자랑한 사회과학원의 ‘맨 파워’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직도 맡고 있는 위융딩(余永定)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 장윈링(張蘊嶺) 아태연구소장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 그런 사회과학원이 요즘 도전을 받고 있다. 유력 대학과 민간연구소 등으로의 이탈 때문이다. 왕지스(王緝思) 전 미국연구소장은 베이징 대학으로 옮겼다. 요즘 베이징 대학이나 칭화대학 등이 경쟁적으로 인재 모시기에 나서 대학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톈저(天則)경제연구소’를 설립한 마오위스(茅于軾)도 사회과학원 출신이다. 마오위스가 사회과학원 출신들을 불러 모은 톈저경제연구소는 민간연구소이지만, 국가 주요 정책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연구소 역량의 70∼80%는 소장 개인의 전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한 연구원의 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다. 특히 고위층과의 관시(關系)와 인맥이 중요시되는 중국 사회에서는 소장 개인의 네트워킹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과학원측은, 인재 배출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사회과학원은 최근 35개 연구소를 5개 학부로 묶고 연구 평가시스템 개발에 나서는 등 개혁 작업이 한창이다. 당 중앙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당 중앙 업무보고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국가 영도자들로부터 ‘국가와 사회에 대한 더 많은 공헌을 기대하고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혁과 함께 국민 정신 개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4세대 지도부가 사상·이론적 뒷받침을, 사회과학원의 분발을 요구한 것이다. jj@seoul.co.kr
  • [씨줄날줄] 풀무치의 귀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곤충 가운데 메뚜기처럼 역사 기록에 자주 등장한 건 따로 없을 법하다. 가장 오래된 사서인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2대 왕인 남해 차차웅 재위 15년조 기사에 ‘서라벌에 가뭄이 들더니 7월 황(蝗=메뚜기)이 날아들어 백성이 굶주렸다. 창고를 열어 구제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6년 후 메뚜기 떼 피해는 다시 등장한다. 한 과학사학자가 역대 사서들을 연구해 보니 메뚜기 떼에 따른 피해 기록이 삼국시대에 36회, 고려 때 27회, 조선조에 62회 나왔다고 한다. 국내에는 방아깨비·벼메뚜기·콩중이·팥중이 등 다양한 메뚜기 종류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해충으로 풀무치가 꼽힌다. 논에서 흔히 보이는, 벼 잎을 갉아먹는 벌레가 벼메뚜기여서 가장 해로울 것처럼 여겨지지만 진짜 무서운 건 풀무치이다. 풀무치는 메뚜기 가운데 가장 큰 종류로 암컷은 보통 6∼6.5㎝에 이른다. 인적이 드문 산간 벽지나 산소 주변의 풀밭에 살며, 점프력이 좋고 먼 거리를 날아가기에 채집하기가 쉽지 않은 상대이다. 풀무치가 무서운 건 떼를 이루었을 경우이다. 평상시에는 눈에 뜨이지 않다가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나 무리를 짓는다. 이때에는 가슴·날개가 함께 커져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날아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황(蝗)’이나 펄 벅의 소설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아프리카·호주 등지에서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준 메뚜기 떼가 바로 풀무치 종류이다.1881년 키프로스를 덮친 메뚜기 떼가 낳아 놓은 알덩어리를 모았더니 13t이나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가히 그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청계천 하류의 풀밭에 이달 초 풀무치가 나타났다고 한다. 풀무치는, 서울시가 관리대상으로 선정한 동식물 35종 가운데 하나이다. 그만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곤충이었다는 뜻이다.2000년 난지도 일대에 대한 조사에서 발견돼 기쁨을 준 풀무치가 이번에 청계천변에 다시 등장한 것은 서울의 생태계 회복에 청신호를 밝혀 준 것이나 다름없다. 풀무치 뒤를 쫓아 청계천변을 뛰어다닐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해충이던 풀무치가 이제 반가운 친구가 되어 돌아왔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中 돈세탁방지법, 입법도 안했는데 ‘위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돈세탁방지법’이 중국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5일 공개된 ‘2005년 중국 돈세탁방지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관련 금액이 총 100억위안(1조 2000억원)이 넘는 50건의 돈세탁 사건을 적발했다. 전년도 40억위안의 2.5배에 해당한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현재 돈세탁방지법 초안을 심의중이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해 가을부터 돈세탁을 막기 위한 정보시스템을 가동해 왔다.개인은 1만달러, 기관·단체가 50만달러 이상의 외환을 거래할 때는 보고를 의무화해 자금유동 상황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은 현재 은행·증권·보험업 등 각 업종별로도 돈세탁 방지규정을 제·개정, 올 하반기 중에 시행할 예정이어서 돈세탁은 점점 설자리를 잃게 됐다. 중국에서 돈세탁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특히 외국과 국경을 접했거나 외국인의 출입이 잦은 윈난(雲南), 산둥(山東), 광둥(廣東), 상하이, 저장(浙江),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지방과 서남부지방 등의 불법 환전상이나 지하은행 등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jj@seoul.co.kr
  • 유공자자녀 공무원시험 비상

    유공자자녀 공무원시험 비상

    내년 7월부터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주는 공무원 채용시험 가점 비율이 5%로 낮아짐에 따라 합격률도 절반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등권을 침해하는 가산점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부딪히고 있다. 공무원 시험은 합격선에 수백명이 몰리면서 소수점 이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가산점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합격률 3분의 1까지 떨어질 듯 국가보훈처가 지난 17일 발표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유공자 자녀 등 가족이 6급 이하 공무원 공채를 치를 때 주는 가점 비율을 10%에서 절반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유공자 본인과 유족에 대한 가점은 10%를 유지한다. 과락에 해당하는 개별 과목 40점 미만 득점자는 아예 가산점을 주지 않도록 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 대한 가점제도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현재 유공자와 유·가족 등 취업보호대상자는 28만 2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1만 9000여명은 앞으로도 10%의 가점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나머지 26만 3000여명은 법 개정에 따라 가점 5%를 적용받는다. 보훈처는 가산점을 낮추면 내년 하반기부터 유공자와 유·가족의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최대 3분의 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7급 공채에서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의 평균 합격률은 28.2%,9급은 16.2%였다.2004년 7급 공채에서는 무려 34.2%까지 합격률이 뛰어올랐다. 교원임용시험의 유공자 및 유·가족 합격률은 지난해 6.2%, 올해는 4.9%였다. ●‘일반인 역차별’ vs ‘합당한 보상’ 가산점을 둘러싼 공방도 네티즌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디 ‘asdasdf’는 “100m 달리기에서 취업보호대상자를 10m 앞에서 달리게 하면 경기는 하나마나”라면서 “가산점 대신 학원비, 교재비 등 사회적 비용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mintip’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지만 가족에 대한 가산점은 일반인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대상을 더욱 축소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더의 로망’은 “가산점은 사회에 봉사하다가 뒤처진 국가유공자와 가족을 배려하는 합당한 장치”라면서 “이 정도 예우도 없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사회에 헌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험생 홍모씨도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보훈가족이 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나오게 됐다.”면서 “가산점으로 인심 쓰는 대신 유공자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훈처 관계자는 “개정안도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용역 연구 등을 거쳐 만들었지만 입법예고 기간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 더욱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이란 대규모 무력시위 본격화

    우라늄 농축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 등의 협상안에 관한 답변 제출 시한을 이틀 앞둔 20일 이란이 대규모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단거리 지대지(地對地)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군은 이날 사거리 80∼250㎞의 ‘사에게 미사일’ 10발을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230㎞ 떨어진 카스한 사막에서 발사했다고 전했다. 사에게는 페르시아말로 번개를 뜻한다. 이에 앞서 전날 관영 IRNA통신은 ‘졸파카르의 강타’라고 이름 붙여진 대규모 군사훈련이 이란 전역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졸파카르는 예지자 마호메트의 사촌이자 사위이면서 시아파의 시조(始祖)격인 이맘 알리가 쓰던 칼의 이름이다. 통신은 이번 훈련에 무인 항공기, 낙하산 부대, 전자전 장비, 특수부대 등 남동부 시스탄 발루치스탄주(州)를 시작으로 약 5주간에 걸쳐 이란의 30개주 가운데 14개주에서 실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에는 1만 7000여 병력과 1500척의 함정이 동원됐다. 키우마르스 헤이다리 준장은 “이번 훈련은 예상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술을 세우고 신형 장비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타올라 살레히 이란군 총사령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헤즈볼라의 위력에 맞닥뜨리자 미쳐 날뛰고 있다.”며 “광분한 적을 고려할 때 우리는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81년 이라크의 핵시설을 공격한 전력이 있어 이란에 대한 공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핵시설이 전 국토에 흩어져 있어 공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의 무력시위는 미국 등 서구 6개국의 핵협상 인센티브 제안을 공식 거부하기 위해 밟아가는 수순으로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임병선기자·연합뉴스 bsnim@seoul.co.kr
  • 유명 강사들 백화점서 “밑줄 쫙~”

    유명 강사들 백화점서 “밑줄 쫙~”

    각계 유명 강사들이 백화점에 떴다. 예술·문학 작가는 물론 재테크·건강 강사, 개그맨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사들이 백화점 문화센터로 총출동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문화센터에 음악·미술·창작·와인·재테크·요리·스포츠댄스·요가 등의 과정을 마련하면서 유명 강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강의도 교양 수준을 넘어 초보 전문가 수준으로 진행돼 수강생들의 안목을 높여주고 있다. ●예술·문학 전문가의 품격있는 강의 진행 롯데백화점 본점은 ‘금난새와 함께 하는 내 마음속의 가을’강좌를 연다. 지휘자 금난새씨의 해설을 곁들인 드보르자크의 현악4중주 F장조 ‘아메리카’이다. 한 번 참가비는 비교적 저렴한 1만원이어서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또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읽기’에선 진씨가 그림의 내용을 얼마나 알 수 있는지, 그림의 표현 양식이 왜 변하는지 등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소설 창작 실습’ 강좌에서는 소설가 구효서씨가 창작 및 글쓰기에 관한 특강을 한다. 현대백화점은 ‘저자 초청 특강’이라는 주제의 강좌를 열고 있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의 ‘새로운 문화, 새로운 트렌드 이야기’와 K옥션 대표 김순응씨의 ‘돈이 되는 미술 이야기’ 강좌가 이색적으로 눈에 띈다. 현대 미술과 21세기의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 등을 소개한다. 하나은행 종합기획부장을 지낸 김순응씨는 미술품 경매와 아트 재테크, 미술 시장을 보는 안목을 키워준다.‘한 남자의 그림 사랑’,‘돈이 되는 미술’ 등의 책을 냈다. 국내 최초 와인경매사 조정용씨의 ‘올 댓 와인, 올 댓 맨’ 특강도 진행된다. ●건강·재테크 강의, 개그맨 웃음 강좌도 풍성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하는 강의 중에는 요가의 ‘구루’ 원정혜 박사가 진행하는 ‘원정혜의 해피건강요가’ 강좌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통 요가의 바른 호흡과 동작을 통해 살을 빼는 다이어트이자 마음을 비우는 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원 박사는 4년 전 몸무게를 75㎏에서 51㎏으로 뺐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주식의 대가’로 알려진 고승덕 변호사가 진행하는 ‘경제 변화와 재테크’ 강좌도 개설했다. 주식과 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 방법을 살펴본다. 강남점에서는 패션모델 지미기씨가 진행하는 ‘모던 앤 쉬크 패션 어드바이스’, 가수 유현상씨가 진행하는 ‘골든 가요 살롱’, 배용준씨의 트레이너로 유명한 임종필씨가 진행하는 ‘볼륨 업 보디 홈 피트니스’ 등의 강좌도 열린다. 애경백화점 구로점은 개그맨 이창명씨를 초청,‘웃자, 그냥 웃는 거야’ 강좌를 통해 생활 속에서 웃음의 효과와 위력 등을 강연한다. 부동산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김원철 골드앤모어 대표는 ‘부동산 재테크 공개강좌’를 진행한다.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DJ 황인용씨의 해설과 함께하는 음악여행인 ‘황인용과 함께하는 가을음악 여행’을, 영국 왕실 무도협회 자격을 취득한 신미경씨의 ‘부부 댄스스포츠’ 강좌를 연다. 부부임을 증명할 주민등본을 제출해야 하지만 그래도 인기가 높다. 자이브·룸바·차차차 등을 배울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7일간의 커리어 여행 저자 이정일씨의 ‘가난한 남자와 결혼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의 저자 초청 특강이 진행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괴물 다음주 1000만명 삼킨다

    괴물 다음주 1000만명 삼킨다

    ‘괴물’이 어디까지 먹어치울 것인가. 지난달 27일 개봉한 블록버스터 ‘괴물’(제작 청어람)의 흥행괴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가 연일 극장가에서 초미의 관심거리이다. 전국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가 2주째인 9일까지 동원한 전국 관객수는 763만4000여명. 개봉 3주차에 접어들어서도 평일 26만명(9일 전국 기준)선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한 영화의 총제작비는 150억원. 지금까지의 해외판매액 70억여원에 부가판권 수입 10억원만 감안하더라도 국내 관객 300만명을 넘어섰을 때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국내 관객몰이가 어느 선까지 가능할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해외에서의 관심이 꾸준히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의 최종 수입규모는 예측불가인 셈이다. 급속 관객몰이의 ‘쏠림현상’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음에도 ‘괴물’이 ‘왕의 남자’의 흥행기록을 깰 수 있을지의 여부는 누가 뭐래도 현재 최고의 화젯거리.‘왕남’이 보유한 최고기록(전국 1230만명)을 가볍게 깰 수 있으리란 초반의 기대는 그러나 며칠새 관망세로 돌아섰다. 평일 하루 전국관객이 45만∼53만명이 들던 것이 이번주 30만명대로 떨어지며 기세가 한풀 꺾인 것.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개봉 2주차에 오히려 관객이 증가하는 이변을 보였고,3주차에 관객감소 현상은 당연하다.”라며 “‘각설탕’‘몬스터 하우스’ 등 화제작들이 가세하는 이번 주말성적이 양호하다면 기록경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왕남’ 기록경신 불가론 쪽에 무게를 싣는 시각들도 많다. 그 이유로는 우선 ‘괴물’의 장르적 특성이 꼽힌다.‘왕남’이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달아올랐던 반면,‘괴물’은 주인공 괴물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며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SF물인 만큼 초반에 폭발적 흥행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 칸국제영화제 기립박수 호평이 기대치를 극도로 끌어올려놨던 것도 초고속 흥행의 프리미엄으로 꼽힌다. ‘괴물’의 판쓸이 와중에 10일 새 영화 ‘각설탕’을 내놓은 경쟁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내부 시장분석에서 흥행성적을 ‘예측불가’로 미뤄놓은 첫 작품이 ‘괴물’”이라면서도 “‘왕남’의 관객동원 추이가 꾸준히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었던 데 비해 ‘괴물’은 등락폭이 두드러져 장기흥행 뒷심은 초반 예측에 못 미칠 듯하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국내 흥행정도와는 별개로 ‘괴물’은 해외시장에서의 한국영화 장르확장에 수훈을 세우고 있다는 게 영화가의 중론이다.24일 홍콩을 필두로 새달 2일 일본 타이완,7일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잇따라 개봉된다. 국내와 거의 같은 시기에 해외에서 동시 개봉되는 건 드문 사례. 해외판매 대행사인 씨네클릭아시아측은 “200개가 넘는 극장망을 소유한 미국의 배급사 매그놀리아픽처스가 10월쯤 북미 및 중남미권 배급에 나설 것”이라며 “최초의 본격 한국 SF물이 발빠르게 미국 주류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만도 유의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새달 7일 개막하는 캐나다 토론토영화제에서 해외판매고가 대폭 추가될 거라는 게 씨네클릭아시아의 전망이다. 12세 관람등급에도 불구하고 방학을 맞은 초등 저학년들 사이에서까지 필수관람작으로 통하는 ‘괴물’신드롬은 언제쯤 1000만 고지에 불을 지를까. 배급사 쇼박스는 주말관객(전국)이 하루평균 60만명 선을 유지해준다면 15일쯤 1000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MLB] ‘서·김·추’ 잘던지고… 잘쳤는데…

    광주일고 선후배 서재응(사진 왼쪽·29·탬파베이)과 김병현(가운데·27·콜로라도)이 호투하고도 ‘물방망이’와 ‘홈런’ 탓에 눈물을 흘렸다. 반면 추신수(오른쪽·24·클리블랜드)는 또다시 2루타를 폭발시키면서 풀타임 메이저리거에 한발 더 다가섰다. ●야속한 방망이 7이닝 동안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지만 끝내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서재응은 9일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시애틀전에 선발 등판,7이닝 동안 1실점으로 버텼다. 지난 4일 디트로이트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쾌투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짓지 않았다.1-1 동점 상황에서 강판됐고, 소속팀은 연장 10회 접전 끝에 1-5로 패했다. 언제나 변함없는 동료들의 빈타에 이날은 실책까지 겹쳤다.93개를 던지는 동안 삼진 5개를 낚았다. 최고구속은 146㎞. 직구의 위력이 살면서 변화구 제구력도 덩달아 좋아져 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시즌 3승9패를 유지했다. ●야속한 홈런 3연승을 노렸지만 홈런에 발목이 잡혔다. 김병현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했으나 패배를 안았다.2-2 동점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구원투수가 적시타를 맞고 김병현이 내보낸 주자에게 득점을 허용, 패전을 기록한 것. 시즌 7승7패. 1회 선두 타자 라파엘 퍼칼에게 1점 홈런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으로 2-1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나 다시 홈런이 김병현을 가로막았다.7회 윌슨 베트미트에게 또다시 동점포를 내준 것. 김병현이 홈런을 맞은 것은 지난달 24일 애리조나전 이후 3경기 만. 다저스는 4-2로 승리,13년 만에 파죽의 11연승을 달렸다. ●폭발한 ‘추추’ 홈인 제이콥스필드에서 열린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추신수는 1-4로 뒤지던 6회 말 2사 1·2루에서 통렬한 좌월 1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추신수의 안타를 계기로 클리블랜드는 4-4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경기는 클리블랜드가 4-5로 분패했다. 3타수 1안타,1볼넷 1타점 1득점한 추신수는 시즌 타율을 .257에서 .263으로 끌어올렸고, 지난달 31일 시애틀전부터 7경기 연속 출루했다. 또 우익수 케이시 블레이크가 이날 발목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추신수는 당분간 매경기에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국방부 “한국 주도 공동방위체제로 바뀔 것”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은 7일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것은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 주도의 공동방위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시 작통권이 환수되면)한반도 방위를 한국군이 주도하고 이를 미군이 지원하는 새로운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본부장의 이 같은 언급은 전시 작통권 환수에 따라 현재의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한·미 양국의 독자사령부가 창설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독자사령부가 구성되기 전에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독자사령부 구성을 전제로 한 한미연합사 해체’를 언급한 바 있다. 권 본부장의 발언은 한국군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함으로써 현재의 연합체제보다는 느슨하지만 연합방위력에 버금가는 억제력과 방위력은 유지하는 공동방위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 본부장은 현재 한·미 양국 합참의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군사위원회(MC)와 국방장관 간의 연례 안보협의회(SCM)는 현 연합체제가 공동방위체제로 전환돼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먹기연습 한창인 大食 챔피언

    먹기연습 한창인 大食 챔피언

    부산(釜山)의 동아대(東亞大) 체육과 1학년에 적을 두고 있는 (24·부일(釜一)체육관사범)씨는 요즘 1주일에 1,2회씩 서면(西面)「로터리」가까이에 자리잡은 「살롱·미라노」에 들러 「오트밀」 먹어치기 연습을 하고 있다. 일본의 「후지TV」에 출연키 위한 「리허설」이다. 매주 1·2회씩 연습 최신 기록은 73그릇 그의 「오트밀」먹어 치기 작업의 최신기록은 22분에 37그릇. 약 33초에 한 그릇 꼴이다. 먹는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그 만한 양을 집어 삼키는 위(胃)는 어떻게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난 8월 영국에서 있은 「오트밀」먹기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챔피언」 으로 뽑힌 영국인 「존·코일」씨의 신기록이 23그릇이었다. 그것도 「코일」씨는 23그릇을 먹고 난 뒤에 졸도를 했다는데 김정덕씨는 14그릇이 더 많은 37그릇을 처분하고도 거뜬했다. 이 실력 아닌 위력(胃力)을 갖고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내년 일본(日本)에서 열리는 만국 박람회를 기념해서 인기방영 중인 「후지TV」의 특별 「프로」인 「만국깜짝놀라기·쇼」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의 「22분에 37그릇」의 기록도 어느정도 세계공인기록으로 접근하는 셈. 그러니 만큼 연습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金씨 위(胃)의 위력(偉力)을 발굴해낸 장본인은 「살롱·미라노」의 주인 이상호(李相鎬)(32)씨였다. 이씨는 이 서양식 음식점을 내면서 늘 불만인 점이 있었다. 그것은 「오트밀」이 귀족적 음식이라는 인상때문인지 서민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 마침 정부에서는 분식 장려다 잡곡혼식이다 해서 「오트밀」을 서민화시키는데 앞장서기로 마음먹었다. 전파로 기록 알려져 「후지TV」 PD 비래(飛來) 그는 5만원을 들여 「오트밀」먹기대회를 연다는 광고를 내었다. 대회당일인 지난 11월 2일 23명의 대식가가 참가한 자리에서 김씨가 거뜬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 날의 대회에서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위장관계전문의 朴모씨가 입회했는데 金씨가 37그릇 째의 마지막 숟가락을 「테이블」에 조용히 놓자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면서 金씨의 배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보았다는 얘기. 의사 朴씨의 말에 의하면 사람의 위가 받아 들일 수 있는 용량은 최소 1천5백cc. 「살롱·미라노」에서 내는 「오트밀」한 접시의 용량은 약 1백5cc 이다. 황소 4마리가 먹어내는 양이라는 것이다. 의사 朴씨는 金씨를 해부대에 올려놓고 「메스」를 휘둘러 보고 싶은 눈치 마저 보였다. 金씨의 세계신기록이 전파를 타고 현해탄(玄海灘)을 건너 갔다. 지난 11월 24일 일본(日本) 「후지TV」의 「프로듀서」인 中尾正男(35)씨가 비행기로 부산(釜山)에 날아 왔다. 中尾씨 앞에서 또 「오트밀」먹기대회가 재연되었다. 그 「오트밀」은 국제규격대로 만든 것이었다. 30그릇이 비워지고 31 그릇 째가 金씨 앞에 놓였을 때 中尾씨는 몇 번이나 손을 휘저으면서 그만해도 충분하다고 「레프리·스톱」을 요청했다. 金씨는 세계육체미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란다. 1m75cm 의 키에 80kg의 몸무게. 「미스터 영남(嶺南)」과 「미스터·동아인(東亞人)」의 왕관을 가진 육체파. 직장인 부일(釜一) 체육관에서 육체미 연마에 여념이 없다. 이만한 그의 경력이면 평소에 먹는 양도 짐작이 간다. 「미스터·월드·콘테스트」 출전에 앞서 「오트밀」먹어치기 「쇼」에 나가게된 것이다. 내년 만국 박람회서 일본 「챔피언」과 대결 金씨는 이 「후지TV」 「프로」에서 일본(日本)「챔피언」과 대결하게 되어 있다. 매주 연습을 하는 것도 이 때문. 아무리 저 편이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갖는다고 해도 질수야 있겠느냐 하는 투지다. 연습용 「오트밀」은 모두 공짜다. 「살롱·미라노」의 주인 이상호(李相鎬)씨는 金씨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손해가 더하는 셈이 되지만 이해를 초월해서 되도록 푸짐하게 되도록 빨리 접시를 비워주길 언제나 그의 옆에 서서 응원한다. 이상호(李相鎬)씨는 김씨가 일본에 갈 때 후견인으로 따라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후지TV」가 출연시킨 깜짝 놀라게 하는 진지한 기술(?)은 30여가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별난 짓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김정덕(金正德)씨가 한 몫 끼여 실력을 겨룬다. 金씨는 50그릇을 처리하는 것이 최종목표라면서 씽긋 웃는 품이 여유가 만만하다. <부산(釜山)=최정환(崔正換) 기자>[선데이서울 69년 12/7 제2권 49호 통권 제 63호]
  • [프로야구 2006] 신인 첫 20승 눈앞… 한화, 삼성 제압

    요즘 류현진(19·한화)에겐 ‘질풍노도’라는 말이 걸맞은 것 같다. 거칠 것이 없다.‘승리 보증수표’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다른 선수들이 장마와 무더위로 허덕였던 최근 한달 동안 패배 없이 5승을 챙겼다. 벌써 시즌 15승째로 20승이 눈앞에 왔다.6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선두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7과3분의2이닝을 3실점(2자책)으로 버텨 승리 투수가 됐다.삼진은 8개나 뽑아냈다. 다승 선두를 질주 중인 류현진은 2위 랜들(두산)이 이날 LG전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함에 따라 격차를 4승 차로 벌렸다. 지난 7월7일 삼성전 승리를 포함, 이날까지 5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했다.또 올 시즌 삼성전에 4차례 등판,3승무패로 ‘사자 천적’으로도 새롭게 자리잡았다. 이날 승리로 1999년 정민태(현대) 이후 7년 만에 20승 투수 탄생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7-3으로 승리한 한화는 2연패에서 벗어나면서 하루 만에 현대를 반게임차로 따돌리고 2위로 복귀했다. 삼성과의 승차는 5게임으로 줄였다. 류현진의 위력투와 함께 김태균의 방망이 힘이 컸다.2001년 신인왕 출신 김태균은 신인왕을 노리는 후배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더욱 힘을 냈다.지난달 25일 롯데전에서 홈런포를 폭발시켜 류현진에게 승리를 안겨준 적이 있다. 이날도 연타석 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1-1로 팽팽히 맞선 3회 한화는 김태균의 2점 홈런으로 3-1로 달아났다. 그러나 선두 삼성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5회 공격에서 볼넷, 안타에 이은 상대 실책 등을 묶어 가볍게 동점을 만들면서 다시 균형을 맞추었다.한화의 타선은 공수교대 뒤 5회말에 폭발했다.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의 찬스에서 데이비스의 적시 2루타로 2점을 추가했다. 이어 이전 타석에서 홈런포를 폭발시켰던 김태균이 다시 우월 쐐기 2점 홈런을 폭발시켜 삼성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류현진에 이어 올 시즌 신인 대어로 분류된 장원삼(현대)은 KIA를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투수가 됐다.7회까지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끝내 타선이 터지지 않아 눈물을 삼켰다. 승리한 KIA는 두산을 반게임 차로 제치고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4위 탈환에 성공했다. 롯데는 홈런포를 앞세운 SK에 져 6연패에 빠졌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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