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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로시마원폭 2만 5000배 위력의 소행성 2063년 지구 충돌?

    히로시마원폭 2만 5000배 위력의 소행성 2063년 지구 충돌?

    1998년 비슷한 내용의 재난영화 2편이 개봉됐다. ‘아마겟돈’과 ‘딥임팩트’이다. 결론은 서로 달랐지만 두 영화 모두 엄청나게 큰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들면서 충돌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그렸다. 국내 연구진이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소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이 소행성이 2063년이나 2069년에 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연구팀은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망원경 3기를 이용해 소행성 2개를 발견했고 이 중 하나는 지구와 충돌가능성이 높은 지구위협소행성(PHA)이며 다른 하나는 그 보다 작지만 역시 지구 공전궤도로 들어와 충돌가능성이 높은 천체라고 25일 밝혔다.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는 이번에 발견한 소행성 중 큰 것에 대해 ‘2018 PP29’라는 임시번호를 붙였으며 보다 작은 것에는 근지구소행성(NEA)로 분류하고 ‘2018 PM28’이라는 임시번호를 부여했다. 지금까지 PHA는 대부분 미국 소행성탐사프로젝트에서 발견했지만 이번 소행성들은 국내 순수관측으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칠레,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관측소에서 운영하는 지름 1.6m KMTNet 망원경을 이용해 소행성을 관찰해 정밀궤도를 확보했다. 지구위협소행성으로 분류된 PP29는 발견 당시 밝기와 거리, 평균 반사율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지름은 160m급으로 추정되고 있다. PP29는 공전주기가 5.7년으로 길고 궤도 형태가 긴 타원형태를 보이는데 이렇게 공전주기와 궤도반경이 긴 천체는 전체 PHA 중에서도 1%에 불과하다.PP29 궤도와 지구 궤도가 만나는 최단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11배 정도인 426만㎞ 매우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JPL)에서 운용하는 센트리 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PP29는 2063년과 2069년에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다. 충돌 확률은 28억분의 1 수준으로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지름이 140m가 넘고 지구와 교차거리가 750만㎞ 보다 가까운 천체에 대해서는 ‘지구위협소행성’으로 분류하는데 2019년 6월 21일 기준으로 1981개의 PHA가 발견된 상태다. 1908년 러시아 퉁구스카에 60m급 소행성이 떨어져 서울시 면적의 3.5배 되는 숲을 초토화시켰는데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폭발력보다 1000배 큰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직경 1.2㎞ 충돌구는 50m 급 소행성이 만들어 낸 것이다. 만약 PP29가 지구와 충돌한다면 히로시마 원폭의 2만 5000배의 폭발력을 갖기 때문에 반경 수 백 ㎞ 지역을 초토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한편 PM28은 지구궤도와 교차거리가 약 750만㎞로 가까워 궤도상으로는 지구위협소행성이지만 직경이 20~40m에 불과해 NEA로 분류됐다. NEA는 대부분 궤도가 긴 타원모양이고 지구 공전궤도면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데 PM28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로 공전하는 특이한 양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PM28은 PP29와는 달리 충돌확률이 100억분의 1 이하로 계산돼 향후 100년 이내에 충돌 위협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홍규 천문연 박사는 “PP29는 궤도이심률과 궤도경사각이 크기 때문에 지구대기 진입속도가 초속 24㎞여서 다른 PHA보다도 빠른 편으로 지구와 충돌할 경우 상대속도가 빨라 파괴력도 커질 수 밖에 없다”라며 “미래 충돌위협을 구체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밀궤도, 자전특성, 구성물질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勞·政 파국열차…민주노총 “새달 총파업·일자리위 불참”

    勞·政 파국열차…민주노총 “새달 총파업·일자리위 불참”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노동탄압 규탄’을 기조로 다음달 18일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민주노총은 일자리위원회 불참을 선언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다른 정부위원회의 전면 보이콧은 보류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구호로만 존재하던 ‘노동존중’을 폐기하고 ‘재벌존중’과 ‘노동탄압’을 선언했다”며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비상한 결의로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열고 같은 달 18일에는 전 사업장별 4시간 파업 결의 및 노동 탄압 분쇄를 위한 총파업 대회를 진행한다. 이날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28일로 예정된) 일자리위원회에 불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를 제외한 57개 정부위원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참여는 그대로 유지된다. 민주노총은 당장 25일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한다. 업종별 차등임금 적용을 표결하는 이번 회의에서 노동계 몫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민주노총은 “노정 관계가 끝났다”면서도 정작 정부위원회의 전면 불참은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를 제외한 정부위원회 전면 보이콧을 논의했지만, 노정 교섭을 진행하고 있거나 목표로 하는 일부 산별노조가 반대하면서 ‘노정관계 재검토’ 수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는 다음달 2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한다. 정부위원회 전면 보이콧을 결정하지 못한 민주노총이 정부에 실질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방법은 위력적인 총파업뿐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투쟁 역량을 총동원해 다음달 3일과 18일 총파업을 규모 있게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6일 울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27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및 노동탄압 분쇄 결의대회, 28일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 등을 통해 투쟁 열기를 고조시킨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김명환 위원장의 석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최저임금 문제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이 저임금을 받으며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및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반대하며 싸우다 구속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법사위 가는 ‘유치원 3법’…위력 드러난 패스트트랙

    법사위 가는 ‘유치원 3법’…위력 드러난 패스트트랙

    180일 지나 결국 절차 따라 ‘자동 회부’ 발의한 박용진 “심사 못하고 시간 허비” 전문가 “패스트트랙 아니었다면 표류”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다. 정쟁과 국회 파행으로 상임위 단계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은 유치원 3법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본회의 표결까지 갈 수 있는 건 패스트트랙의 위력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해당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간 논의된 뒤 법사위로 자동 회부된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2월 27일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에서 단 한 차례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소속 이찬열 교육위원장과 임재훈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24일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위에 주어진 180일 내에 법안 심사를 처리하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치원 3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성명을 통해 “자유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거센 저항에 결국 교육위는 제대로 된 심사를 해보지도 못한 채 주어졌던 180일을 모두 허비했다”며 “이제 이 법은 교육위에서 더이상 심사를 할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치원 3법이 법사위로 회부되며 패스트트랙의 진가가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물론 여야가 충실히 협의해 표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지금처럼 정당 간 협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 국회가 돌아가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패스트트랙이라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이 아니었다면 유치원 3법조차 해당 상임위에서 표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협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국회가 멈춰 어떤 일도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만든 제도가 패스트트랙”이라며 “유치원 3법과 같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 정쟁에 묶이지 않고 다음 단계로 차근차근 넘어간 것은 패스트트랙의 진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형준의 정치비평] 2020년 총선에서 정당 재편성은 가능한가

    [김형준의 정치비평] 2020년 총선에서 정당 재편성은 가능한가

    여야가 패스트트랙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벌써 내년 총선이 시작된 것 같다. 내년 총선은 1987년 이후 30년 이상 지속됐던 ‘87년 체제’가 무너지면서 ‘정당 재편성’을 가져올 수 있는 ‘중대 선거’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당 재편성이란 “유권자와 정당 사이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되고 지속되는 과정”이다. 미국의 키 교수는 “정당 간의 입장을 뚜렷하게 달리하는 중요한 쟁점으로 인해 이념적 분극화가 초래되고, 주요 정당의 지지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면 정당 재편성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당 재편성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는 민주당 루스벨트 후보가 ‘뉴딜 연합’을 토대로 승리했던 1932년 미국 대선이다. 이전까지 민주당 지지층과는 전혀 다른 대도시 노동자, 소수 인종, 지식인, 남부 백인 등을 아우르면서 1980년까지 장기간 민주당 우위 체제가 지속됐다. 역대 대한민국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 정당 모두 전국 규모 선거에서 네 번 연속 승리한 적이 없다.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전신)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일시적으로 ‘보수 우위 정당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에도 불구하고 완패했다. 진보 정당인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완승했다. 만약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진보 좌파 우위 정당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 기존의 ‘보수ㆍ진보 양당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고 ‘민주당 일당 우위 체제’ 또는 범진보 정당과 약한 보수 소수 정당으로 구성되는 ‘1.5 정당체제’가 구성될지도 모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공언한 ‘민주당 집권 20년’이 실현될 수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나 보수 분열은 이런 정당 재편성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최근 친박 4선 홍문종 의원이 “태극기 세력을 주축으로 하는 정통 지지층 결집과 선명한 우파 정책으로 보수 정권 창출에 나설 것”이라면서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더불어 “(가칭) 우리공화당 이름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후광 효과에 기대어 ‘친박 신당’을 만들어 ‘어게인 친박연대’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만약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관철될 경우 친박 신당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어느 정도 득표력을 보인다면 정의당과 같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 보수는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친박 신당으로 분열될 수밖에 없다. 이는 보수 몰락과 정당 재편성으로 가는 길이다. 최대 관심은 2016년부터 탄핵과 촛불, 남북 화해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된 유권자 연합이 내년 총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여부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제13대(1988년)부터 20대(2016년)까지 총 여덟 차례 총선에서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것은 단 세 차례(2004년, 2008년, 2012년)에 불과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반 토막이 났고,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 시간 단축, 탈원전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성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이다. 만약 정부 여당이 “남북 화해 하나만 성공시키면 모든 것이 망가져도 괜찮다”, “평화가 경제다”라는 생각에 집착한다면 민심 이반은 가속화되고 진보 우위의 정당 재편성은 일장춘몽이 될 수 있다. 보수 야당은 그동안 “분열하고 비겁하며 오만하고 무지해서 패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통합하고 참회하며 겸손하고 유능해야’ 생존할 수 있다. 대여 투쟁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보수 가치를 재정립하고 정교한 전략과 함께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용 있는 성장’ 모델과 ‘보수가 지향하는 평화 구상’ 등 보수 재구성에 주력해야 한다. 단언컨대 현시점에서 이념 운동장은 결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다. 여야 모두 새로운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대립에서 벗어나 최고 약점을 최고 강점으로 전환할 때 미래가 있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대량생산 대량살상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대량생산 대량살상

    폭격 흔적이 역력한 거리에 한 어린아이가 쓰러져 죽어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의무병으로 참전했던 네빈슨은 프랑스 북부에서 목격한 광경을 그림으로 옮겼다. 이 그림의 제목인 ‘타우베’는 독일 전투 비행기의 이름이다. 타우베는 독일어로 비둘기라는 뜻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살인 무기가 된 것이다. 화가는 죽은 아이를 날개 다쳐 추락한 새처럼 보이게 그림으로써 이 단어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20세기의 대량생산 경제는 전쟁 양상을 이전 시대와 판이하게 만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기술 전쟁이자 물량 전쟁이었다. 독일군은 잠수정으로 해안을 교란하고, 항공기를 공중전에 처음 사용했다.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 무기가 사용된 것도 이 전쟁이 처음이었다. 전쟁 물자의 대량생산을 위해 역사상 전례 없는 숫자의 민간인이 군수산업에 고용됐다. 항공기가 후방의 산업시설과 민간인을 폭격하면서 후방과 전선, 시민과 병사를 가르는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지리적 거리만 붕괴된 것이 아니었다. 통신 수단의 발달과 값싼 신문의 보급으로 후방과 전선의 심리적 거리도 좁혀졌다. 전투 소식에 대한 갈증은 신문 판매량을 치솟게 했지만, 언론 규제와 검열로 인해 사람들은 과거보다 크게 나은 정보를 얻지도 못했다. 전쟁의 위협이 시시각각 조여 오는 것 같은 압박감을 느꼈을 뿐이다. 전방과 후방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선전은 위력적인 신무기가 됐다. 영국은 각종 매체를 동원해 적을 피에 굶주린 악마로 만들었고, 자국 군대의 영웅적 행위를 찬양했다. 반면 독일은 전쟁에 반대하는 이탈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했다. 그 어느 쪽이 효율적이었는지는 역사가 말해 준다. 예술가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역겹고 잔혹한 행위를 어느 정도까지 묘사해야 하는가? 현대전을 이전 시대의 화가들처럼 영웅적인 방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네빈슨은 무고한 어린아이의 죽음을 통해 전쟁의 비정함과 잔인함을 에둘러 고발하고 관객의 정서에 호소한다. 1916년의 관객들은 이 그림을 보고 적에 대한 증오를 다졌을까? 내게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전쟁에 반대한다.” 미술평론가
  • 고유정 의붓아들 숨진 날 정황이 가리키는 것

    고유정 의붓아들 숨진 날 정황이 가리키는 것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36)의 현 남편이 자신의 아들이자 고유정의 의붓 아들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 부실수사를 주장하면서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상당경찰서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고씨의 의붓아들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쯤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이의 얼굴과 침대 시트에는 약간의 피가 묻어 있었다. 아이(4)와 함께 잠을 잔 사람은 친부 홍씨였다. 고씨는 다른 방에서 잤다고 했다. 신고 7분만에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집 안에 있던 사람은 이들 3명뿐이었다.구급일지에는 ‘아이가 방안 침대에 엎어져 있는 것을 아빠가 발견. 이불과 비강에 출혈흔적이 있음. 구급대 도착당시 부모가 거실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음. 전신 시반 및 강직이 보임’이라고 적었다. 시반은 사후 피부에서 볼 수 있는 옅은 자줏빛을 말한다. 사후 1~2시간부터 나타나는 것이어서 아이의 사망시점과 발견시점 간에 수시간 이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집에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지난달 초 통보받은 부검결과는 애매했다. 질식사로 추정되지만 외상과 장기손상, 약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때부터 과실,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살은 살해동기를 찾는 게 수사의 첫 단추다. 그러나 부부의 과거 행적 등에서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아이 앞으로 보험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재혼한 이들은 각각 아이가 한 명씩 있었는데, 둘다 모두 제주도에서 청주로 데리고 와 키우기로 합의한 것 같다. 청주 어린이집 등록까지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 때문에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이가 숨진 날 고씨는 제주도로 자신의 아이를 데리러 갈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의도치 않은 위력으로 아이를 눌러 질식사시켰다는 것을 의미하는 과실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과실이 성립하려면 당시 아이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거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사건이 잠을 자다가 발생했다면 이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홍씨가 지난주 고씨를 아들 살해혐의로 고소해 수사진전이 기대됐지만 고소장에 살해를 입증할 만한 내용은 없다. 상당경찰서는 홍씨의 부실수사 주장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 홍씨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고, 홍씨 몸에서 졸피뎀 등 특이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정도만 공개했다. 상당경찰서 관계자는 “CCTV도 없는 매우 어려운 사건”이라며 “두 사람 모두 조사를 하고 있다”며 홍씨도 아직 용의선상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상당서는 오는 25일쯤 형사들을 제주도로 보내 추가조사를 벌인다. 홍씨가 충북경찰을 믿을수 없다며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충북경찰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재선’ 트럼프 vs ‘중도’ 바이든 빅매치 유력… 역대 최고 투표율 찍나

    ‘재선’ 트럼프 vs ‘중도’ 바이든 빅매치 유력… 역대 최고 투표율 찍나

    2020년 11월 3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16개월의 긴 정치 여정이 이번 주 시작된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약진했던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취임 첫날부터 재선 준비를 해 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재선을 향한 출정식을 갖는다. 민주당은 오는 26~27일 1차 후보 TV토론회를 열고 공식적인 경선 일정에 돌입한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결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긴 대선 여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시동을 건 미국 대선을 이해하기 쉽게 5개 키워드로 정리해 봤다.민주당 대선 경선에는 2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까지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연방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서의 오랜 정치적 경험과 연륜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26~2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첫 경선 후보 TV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여론조사 지지율과 기부자수 등 민주당 내부 기준을 통과한 20명의 후보만 참여한다.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 중 누가 살아남을지, 전체적으로 좌클릭한 민주당 분위기에서 중도 성향의 후보가 경쟁을 뚫고 대선 후보로 뽑힐 수 있을지, 세대교체가 이뤄질지, 6명의 여성 후보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관심사다. 미국의 정치전문가들과 언론은 대체로 5~6명으로 후보가 압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샌더스 또는 워런, 파멜라 해리스,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인 37세의 피트 부티지지,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이 꼽힌다. 경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에 버금가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지 주목된다.바이든은 경험과 인품, 중도 성향 등이 장점이지만 76세라는 나이가 변수다. 샌더스도 77세로 바이든보다 한 살 많다. 지난 10일 발표된 로이터와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8%가 70세 이상 후보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갖는 것으로 조사돼 고령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복지와 경제정책이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이는 전통적 지지층과 젊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도 통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암웨이센터에서 재선 출정식을 갖는다. 재선 슬로건은 2016년 대선 때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로 바꾸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낸 중도 성향의 윌리엄 웰드가 트럼프에게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등록 유권자들의 지지가 워낙 공고해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먼저 선거자금이 두둑하다. 현재까지 1억 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메시지 전담 직원만 40명이며 앞으로 계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선거전략이나 전문가의 자문보다는 자신의 직관에 의존해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경계선상의 무당파 유권자들을 겨냥해 강경한 이민정책과 낙태금지 등 폭발력 강한 이슈들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된 특별검사 조사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족,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선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3%의 경제성장률,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 등 경제성적표를 내놓으며 4년 전보다 경제적 상황이 좋아진 점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종신직인 연방 대법관 2명을 보수적인 인물로 지명함으로써 보수적인 사회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된 점을 성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주요 교역대상국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해 미국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이슬람무장단체를 격퇴하고 북한의 김정은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한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벌이는 무역전쟁을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라며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노림수는 ‘사회주의 논란’이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자칭 사회주의자 내지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여럿 있어 이를 부각시킬 공산이 크다. 올해 국정연설에서 이미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운을 뗐다. 젊은층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이 덜하지만, 냉전을 경험한 65세 이상 유권자들에게는 예상보다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특히 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감세 조치로 부가 더욱 편중됐다며 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등을 주장한다. 대학등록금 감면과 건강보험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등 친환경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무너진 미국의 전통적인 질서와 위상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이른바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면 2020년 대선에서는 ‘딥페이크’(Deepfake)에 대한 우려가 벌써 만만치 않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동영상 편집 기술을 뜻한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한마디로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편집기술이 뛰어나 가짜와 진짜 동영상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고도의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컴퓨터를 다룰 줄만 알아도 어렵지 않게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 유포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동영상은 누군가 속도를 75% 수준으로 느리게 작동하도록 조작하는 ‘초보’ 수준이었다고 한다. 펠로시가 마치 술에 취해 말을 하는 듯한 이 동영상은 유튜브가 내릴 때까지 300만명 이상이 봤다. 미 하원 정보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AI 전문가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었다. 애덤 시프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해 “악의적인 인물이 혼란과 분열, 위기를 조장할 수 있고, 이 기술은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선거운동 전체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2020년 대선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표율이 6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과 시민권을 획득한 이민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투표율 상승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밀레니얼세대(1981~2000년 출생한 세대)와 2000년 이후 출생한 포스트 밀레니얼세대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34.2%와 3.4%다. 이는 베이비부머(28.4%)와 침묵과 대공황을 경험한 세대(9.4%)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2018년에는 달랐다고 한다. 45세 이상 유권자들보다는 낮았지만, 투표율이 36%에 달했다. 4년 전의 20%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그리고 이들이 민주당 지지 성향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밀레니얼세대와 여성표 못지않게 고졸 이하 백인 블루칼라층의 투표율에 주목한다. 고졸 이하 백인 블루칼라층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으로 확인됐다. 고졸 이하 백인 블루칼라층의 투표율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민주당이 과연 트럼프에게 빼앗긴 전통적인 지지층의 표를 얼마나 되찾느냐가 관건이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위력을 보여 준 여성 유권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근 주한미국대사관 초청으로 젠더 이슈 취재차 방문한 미국에서 만난 매기 하산 미 연방상원의원(뉴햄프셔주)은 “더 많은 여성이 투표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결속돼 있으며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내년 정부부처 요구 예산 ‘500조원’…3년 연속 6%대 증가

    내년 정부부처 요구 예산 ‘500조원’…3년 연속 6%대 증가

    정부 부처가 제출한 내년도 지출 계획안이 5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14일 각 부처가 요구한 2020년도 예산·기금 총지출 규모가 498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예산(469조 6000억원)보다 6.2% 증가한 것이다. 예산 요구 증가폭은 지난해 6.0%, 올해 6.8%, 내년도 6.2%로 3년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예산은 345조 7000억원으로 올해(328조 9000억원)보다 5.1% 늘었다. 기금은 153조원으로 올해(140조 7000억원)보다 8.7% 증가했다. 분야별로 보면 복지, 연구개발(R&D), 국방 등 9개 분야는 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늘었지만 사회간접자본(SOC), 농림, 산업 등 3개 분야는 줄었다. 특히 보건, 복지, 고용 분야는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과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확대 등으로 올해보다 12.9% 늘어난 181조 7000억원을 요구했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구직자가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 안전망 강화제도다. R&D 분야 요구액은 9.1% 늘어난 22조 4000억원이었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수소경제, 데이터,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등 4대 플랫폼과 8대 선도산업, 3대 핵심산업 육성을 목표로 했다. 국방은 장병 처우개선과 방위력 개선투자 확대 등으로 8.0% 늘어난 50조 4000억원, 환경은 미세먼지 저감조치 지원을 반영해 5.4% 증가한 7조 8000억원이었다. 반면 사업의 상당 부분이 지방으로 이양된 SOC와 농림, 수산, 식품 분야 요구액은 각각 8.6%, 4.0% 감소했다. 생활 밀착형 SOC 확충을 포함한 문화, 체육, 관광 분야는 4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돼 증가폭이 0.2%에 그쳤다. 다만 재정분권계획에 따른 교부세 감소와 지방 이양 사업을 고려하면 실질 총지출 요구 증가 폭은 7.3%다. 지방 이양 사업을 고려하면 문화, 체육, 관광 분야 요구 예산은 5.3%, 환경은 13.1%, 농림·수산·식품은 2.3% 증액됐다. 기재부는 각 부처 요구안을 바탕으로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마을 덮치는 거대 먼지폭풍 ‘하부브’ 드론 촬영본 공개

    마을 덮치는 거대 먼지폭풍 ‘하부브’ 드론 촬영본 공개

    거대 먼지폭풍 ‘하부브’가 마을을 집어삼키는 순간이 포착됐다. 텍사스 주 기상청은 지난 5일(현지시간) 갑자기 들이닥친 먼지폭풍이 각종 오염물질을 동반한 ‘하부브’였다고 밝혔다. 하부브는 건조 지역에서 상승기류에 의해 생성되는 먼지폭풍으로, 아프리카 북부 수단에서 발생하는 먼지폭풍 ‘하브’(Habb, 바람을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다. 30분~1시간 만에 갑자기 발달하지만 지속 시간은 3시간~7시간까지 긴 것이 특징이다. 하부브의 경계에 생성되는 모래 벽의 높이는 평균 2km이며 최대 속도는 시간당 70km 정도다. 미국 남서부 사막에서는 연 2~3회 하부브가 발생하며,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텍사스 하워드 카운티 코호마 지역에 거주하는 크리스 멀키는 지난 5일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 먼지폭풍을 보자마자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먼지폭풍을 촬영하기 위해 드론을 들고 나갔다. 몹시 흥분한 상태였지만 폭풍이 장비를 파괴할 우려가 있어 폭풍이 덮치기 직전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녹음이 짙게 깔린 코호마는 잠시 후 빠른 속도로 다가온 시뻘건 먼지폭풍으로 뒤덮여 재난 영화를 방불케 했다. 멀키는 “폭풍이 휩쓸고 간 뒤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나무는 뿌리째 뽑혔고 지붕이 날아갔다”고 밝혔다.텍사스 기상청은 하부브가 시야를 가리는 것은 물론 곰팡이와 화학성분 등 각종 오염물질을 머금고 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도시의 교통은 마비되고 호흡기 질환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폭풍이 지나가는 동안에는 실내 혹은 대피소에 머무르라고 당부했다. 이날 텍사스 서부에 발생한 하부브는 시속 96km의 위력을 발휘했지만 다행히 하룻밤 사이 약해져 소멸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日, 위안부 문제에 무한책임…징용배상 판결 부정도 부적절”

    “日, 위안부 문제에 무한책임…징용배상 판결 부정도 부적절”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항상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알려진 하토야마 유키오(72) 전 일본 총리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일본은 전쟁으로 상처를 받은 한국과 중국 분들이 더는 사죄를 할 필요 없다고 말할 때까지 항상 사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일본에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면서 “식민지 지배에서 가해자는 피해자 쪽에서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서울 서대문 형무소에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 적이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왜 일본 총리가 한국에서 무릎을 꿇냐며 분노했는데, 저는 옳은 행동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1991년 야나이 지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 노역 배상 판결과 관련해서 일본이 부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최근 한국, 중국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경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베 총리는 방위력과 군사력을 강화해 일본이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라면서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 군사력으로는 진정한 평화를 결코 쌓아 나갈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평화를 지키려면 자위대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과 어떻게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위협을 줄이려면 상대에게 위협의 의도를 없애 주면 된다. 이것이 외교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자신의 저서 ‘탈대일본주의’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지론인 ‘동아시아 공동체론’을 재차 주창하며 “일본 정부가 미국의 비호 아래 군사 대국화를 꿈꾸며 헌법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전쟁에 참가할 수 있는 나라가 돼 미국이 시키는 대로 전쟁에 협력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썼다. 또 “경제 대국의 여세를 몰아 정치대국(그레이트 파워)으로 도약하겠다는 일본인의 희망은 허망한 꿈”이라면서 “팍스 아메리카나, 팍스 차이나 대신 팍스 아시아나”를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제93대 일본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시절 부인과 노모가 한류 팬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는 등 한국에 호의적인 일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 퇴임 후에도 꾸준히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동아시아공동체 연구소 이사장 및 국제아시아공동체학회 명예고문을 맡고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中 ‘희토류 수출 중단’ 히든카드, 무역전쟁에 약 될까 독 될까

    中 ‘희토류 수출 중단’ 히든카드, 무역전쟁에 약 될까 독 될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측 수석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대동하고 장시(江西)성 간저우(州)시에 있는 장시진리융츠커지(江西金力永磁科技·JLMAG)공사를 전격 방문했다. 시 주석이 찾은 JLMAG는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시 주석은 “희토류는 중요한 국가 전략적 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류 부총리와 함께 이곳을 시찰해 희토류가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직접 밝힌 것은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보복 카드로 쓸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보복 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소속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시 주석이 JLMAG를 시찰한 다음날인 21일 그의 전날 행보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南巡)하며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 했던 이 말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안팎을 유지하는 중국이 ‘언제든지 희토류를 보복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대외 시위용 메시지인 셈이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稀土類)는 화학원소 번호 57~71번에 속하는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다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이들 원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 전도율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소량으로도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덕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산업 핵심 분야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현대 산업의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원자재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페인트, 배터리, 형광체와 광섬유의 필수 요소다. 방사선을 막는 효과도 우수해 원자로 제어제로도 사용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이유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다만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분리와 정제, 합금화 과정이 어려운 탓에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과 호주, 브라질 등 소수 국가에만 생산이 편중돼 있으며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업계 수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손’이다. 특히 2014~2017년 미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80%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중 상호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희토류는 미국의 관세폭탄을 비껴간 품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필요에 따라 희토류에는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주목할 점은 미국도 세계 2~3위권의 희토류 생산국이라는 사실이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은 중국이 12만t(세계 72%)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다음은 호주(2만t·12%), 미국(1만 5000t·9%), 미얀마(5000t·3%), 인도(1800t·1.1%) 등의 순이다. 국가별 매장량도 중국은 4400만t(세계 37.9%)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브라질·베트남(이상 2200만t·18.9%), 러시아(1200만t·10.3%), 인도(690만t·5.9%), 호주(340만t·2.9%), 미국(140만t·1.2%) 등이 따른다. 중국이 매장·생산량 모두 압도적인 만큼 중국산 대체 수입국을 찾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희토류가 있어도 채굴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광물과 뒤섞여 채굴 비용이 비싸고 환경오염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희토류 정제 공장이 한 곳도 없는 탓에 희토류가 미중 무역전쟁 판도를 뒤흔들 하나의 카드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미국은 희토류 확보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텍사스주에 미 최초의 희토류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라이너스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 업체다. 호주 서부에서 채굴한 광물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보내 추출 작업 등을 하고 있다. 블루라인은 라이너스로부터 추출 작업이 끝난 희토류를 사들여 추가 가공한 다음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업체에 공급해 왔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미국에서 이를 가공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조성해두면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은 희토류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존 블루멘털 블루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공장이 될 새 공장이) 미국과 전 세계에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미국에 얼마나 먹힐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실제로 중국은 이 카드를 사용해 성공한 선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접근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인 선장이 일본에 억류되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큰 타격을 받은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중국의 희토류 카드는 그만큼 강력한 위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 미네럴스가 에스토니아 희토류 생산업체 사일멧을 인수해 수입처를 다변화했고, 일본의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 등은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Nd)을 사용하지 않는 고성능 모터 개발에 착수했다. 희토류 무기화로 국제적인 신뢰도 잃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제소로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조사해 최종 협정 위반으로 판정했다. 유진 골츠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지렛대가 2010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위협에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1973년 석유파동과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느슨한 환경규제 덕분에 추출과 정제 과정이 비교적 손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희토류 생산에 우호적인 환경도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이 세계 1위지만 중국 역시 첨단산업에 막대한 희토류가 필요한 만큼 2025년이 되면 희토류 순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희토류의 일부 종류는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매장량이 풍부하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발견돼 미 기업들은 여러 방법으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여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희토류는 석유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적고 제품 원자재로서 소량만 필요하며, 미국은 이미 희토류를 상당량 비축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khkim@seoul.co.kr
  • ‘9승’… 6월 돼도 류의 계절

    ‘9승’… 6월 돼도 류의 계절

    다승 선두… 평균자책점도 1.35로 1위류현진(32·LA다저스)이 ‘체이스필드의 악몽’을 떨쳐 버리고 시즌 9승째를 낚았다. 류현진은 5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MLB) 애리조나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피안타는 3개로 막고 탈삼진은 2개를 잡아내며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달 26일 피츠버그와의 경기 2회 때 2실점을 한 이후 18.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다. LA다저스가 9-0으로 대승을 거둠에 따라 류현진은 시즌 9승(1패)째 달성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지난 4월 27일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시즌 3승째를 수확한 이래 7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류현진에게 체이스필드는 달갑지 않은 곳이었다. 지난해까지 체이스필드에서 통산 7경기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이곳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89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발 300m 이상의 높은 고도에 위치해 공기 저항이 적고, 사막 기후로 습도까지 낮아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원정경기에서는 부상을 당해 3개월 넘게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부상과 부진의 기억으로 뒤덮인 곳에서 보란 듯이 호투를 펼치며 아픔을 날렸다. ‘타자 친화적’ 구장에서 이날 류현진이 내준 장타는 3회말 케텔 마르테에게 맞은 2루타뿐이었다. 이후 3회 두 번째 타자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부터 7회 첫 타자 다비드 페랄타까지 12타자를 연속으로 범타로 돌려세우는 위력을 과시했다. 7회에는 1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체인지업으로 병살타를 만든 뒤 빙그레 웃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회 2사 2루 때는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시즌 3번째 안타를 만들어냈다. 류현진이 체이스필드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14년 4월 12일 이후 약 5년 1개월 만이다.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1.48에서 1.35로 낮춰 이 부분 MLB 전체 1위를 질주했다. 다승도 내셔널리그(NL) 1위다. 원정에서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 6차례 원정경기에서 3승(1패)째를 기록했고, 원정 평균자책점도 2.22에서 1.78로 떨어뜨렸다. 류현진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2.96이 되며 3점 이하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나는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다. 그저 나의 공을 던지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애플 주가 뚝, 화웨이는 고사위기…패자만 있는 미중 무역전쟁

    애플 주가 뚝, 화웨이는 고사위기…패자만 있는 미중 무역전쟁

    美 “中 백서, 무역협상 본질·경과 왜곡” 中 “美영화, 다음 희생양” 비난전 여전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경제를 넘어 기술·안보·사회·문화 등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미중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미 내수시장뿐 아니라 애플 등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미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은 ‘결사항전’을 외치면서 ‘아직 관리가 가능하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하는 등 무역전쟁의 먹구름이 본격적으로 중국 경제에 드리워졌다. 중국은 전날 미국 유학 경계령에 이어 4일 미국 관광 주의보를 내리는 등 세계 최대 인구를 발판으로 보복 수단을 하나씩 행사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당장 지표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2.07% 아래로 떨어지며 2017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도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날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관세폭탄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월 한 달간 애플 주가는 17%나 하락해 시가총액 1700억 달러(약 201조원)가 증발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발 관세폭탄이 세계 최고 기업인 애플과 인텔의 발목을 잡는 등 중국과 거래하는 상당수 미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은 이날도 무역전쟁 포성을 이어갔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재무부는 공동성명에서 ‘무역협상을 패권국의 횡포로 규정한 중국의 공식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USTR은 “미국은 중국이 백서와 최근 공식성명을 통해 무역협상의 본질과 경과를 왜곡하는 비난전을 추진하려고 한 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와 문화여유부는 미국으로 가는 중국인에게 안전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중국인의 미국행에 대해 안전 경고를 발령하고, 최근 미 법 집행 기구가 미국을 방문한 중국인을 출입국 단속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문화여유부는 최근 미국에서 총격·절도 사건이 빈발해 미국 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은 목적지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안전 예방 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 여행한 중국인은 290만명에 달해 미 관광업의 주요 수입원이다. 중국 관영언론은 또 미 할리우드 영화가 미중 무역전쟁의 다음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미 영화·TV 업계의 가장 큰 해외시장으로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은 지난해 해외 판매 수입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2600억원) 가운데 4분의 1을 중국에서 올렸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흔들리고 있는 화웨이를 살리기 위해 5세대 이동통신(5G) 조기 상용화에 나섰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가까운 장래에 5G 상용 허가를 발급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5G 원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단독]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유명 상담사,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였습니다”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를 일부러 찾아 호감을 얻은 다음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력을 은폐할 목적으로 다양한 통제술을 사용하는 것을 ‘그루밍 성폭력’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그루밍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를 골라 신뢰를 쌓은 다음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점차 성적으로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 그루밍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가해자의 성적 가해 행동을 자칫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 보니 가해자의 성폭력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피해의 본질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A씨가 B씨를 처음 만난 건 2013년. A씨는 200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해 줄곧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 남편과 사별했다. 가장이 된 A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2급 자격을 취득하려면 1급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6개월간 수련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13년 2월 한 심리상담센터의 실습 수련 과정에 등록했다. 센터 운영자 B씨는 수련감독자로서 A씨의 교육을 맡았다. B씨는 A씨에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A씨는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씩 일주일에 6회 정도 B씨로부터 상담을 받았다. 또 ‘전문 상담사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2014년 3월부터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지도교수는 B씨였다. 이렇게 B씨는 A씨와 수련감독자와 수련생 관계뿐만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 지도교수와 제자라는 다중 관계를 형성했다. ‘상담자는 객관성과 전문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중 관계는 피해야 한다’는 상담학회 윤리강령을 B씨는 위반했다. ●“믿고 따랐던 사람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씨는 상담 때 “아빠, 엄마가 너를 걱정하진 않는다”, “왜 엄마(A씨)가 애들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지?”라며서 A씨에게 가족(친정, 자녀)과 주변 사람들을 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여자가 성적 균형이 안 맞는다”는 성적인 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도 몇 차례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2014년 12월 30일 B씨는 A씨에게 상담학회 간사 일을 맡길 건데 할 일을 알려주겠다며 A씨를 불러 무인텔로 데려갔다. 그런데 B씨가 갑자기 A씨에게 달려들었다. A씨는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A씨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상담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모든 얘기와 가족도 모르는 사건들까지 다 말했다. 제 진로를 책임져 줄 사람이라고 믿고 따랐는데, 제 몸을 탐냈단 사실에 너무나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상담자이자 지도교수인 B씨와 성관계를 갖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거부했지만, 이후에도 논문·상담 지도 등을 이유로 자신을 무인텔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 성적 관계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담학회 윤리강령이다.최초 강간 피해를 입고도 A씨가 B씨를 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뭐든 다해서 빨리 학위를 따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B씨는 꾸준히 ‘너는 나와의 성관계로 잘 사는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잠시 믿었다”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학습된 무기력. 피해자가 ‘어떤 노력으로도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상태를 말한다. B씨는 이에 대해 “A씨와 내연 관계를 유지한 채 성관계를 한 사실은 있지만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텔을 갈 때 A씨가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이동했고, 금전도 대부분 A씨가 지불하는 등 일체의 성폭력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각종 모임에서 내게 ‘사회화 과정을 배우라’라면서 식비, 커피 값, 담뱃값 등을 내라고 했고, A씨가 운전을 시키는 일도 많았다”면서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방어는 그저 A씨가 지시한 일을 알아서 빨리 해버리고 집으로 오는 것뿐이었다”고 대응했다. ●“무고죄 무서운 거 알아요?” 의심 받는 피해자 A씨는 B씨를 바로 고소할 수 없었다. B씨는 지도교수였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 등 다수의 포상 경력이 있는 상담학계 유명 인사였다. A씨는 또 피해 사실이 노출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씨 아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 아내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A씨에게 혼인 관계 파탄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A씨는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놨고, 2016년 11월 B씨를 강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피감독자간음)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사학위도 포기했다. 조사 과정은 험난했다. A씨는 수사관으로부터 ‘무고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느냐’,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특징이 잘 안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팀장은 “수사과정에서 무고와 관련한 객관적인 물증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성폭력 피해 자체가 허위 신고일 수 있다는 의심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즉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는지, 거부 의사는 분명하고 정확했는지, 피해 이후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나 연락은 없었는지,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는지,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심리적·정신적 고통이 있는지 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진짜’ 피해자를 가리는 데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너 같은 피해자는 본 적이 없다’면서 ‘가짜’ 피해자로 둔갑되고 한순간에 무고 피의자로 전환된다”는 게 최 팀장의 말이다.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위축된 A씨는 고소를 취하했다. 2017년 5월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씨와 내연 관계로 지내면서 서로 합의해서 성관계를 했다’는 B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며 2017년 11월 A씨를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초 강간 피해 발생일에 대한 A씨의 진술이 달라진 점과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를 암시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점 등을 종합해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소장에 강간 피해 날짜를 2014년 12월 22일로 진술했다가, 12월 30일로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았다. “남편 기일(22일)에 강간을 당했다면 이는 매우 특별한 사건으로서 잊기 어려운 일이므로 날짜를 착각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큰 피해를 당했더라도 날짜를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희겸 천안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바로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성폭행 기억을 억누르거나 잊으려는 무의식적 작용들이 일어난다”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하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자기 부정 때문에 피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판단은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기억하는지에 주목해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B씨에게 애칭을 사용하고 그를 칭송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내연 관계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B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주로 아동, 청소년 또는 성적 주체성이 미숙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A씨는 성인이고 고학력 여성이기 때문에 그루밍 수법에 의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성인은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라는 논리 역시 편협한 관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수진 변호사는 “그루밍 성폭력 피해 판단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떤 관계였고, 어떤 환경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났고, 피해 발생 당시 피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상담자의 성폭력 2016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가 내담자들에게 상담실 밖에서 만날 것을 제안해 내담자들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해 6월에는 이미 4년 전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전직 목사가 서울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내담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에는 한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를 그루밍 수법으로 성폭행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직업상의 차이만 있을 뿐 세 사건 모두 상담자로서의 지위와 내담자의 심리적 취약성이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게 불거지지만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심리적 의존 상태를 이용해, 폭행 또는 협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오인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런 위험성을 인식하고 상담자가 내담자와 성관계를 갖는 것을 내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임주환 변호사는 “심리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강한 의존관계를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 상담 과정 속 위력의 존재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해 성폭력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심리적 의존관계에 놓인 사람을 간음·추행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상담자와 내담자, 교수와 제자…싸움은 계속된다 A씨는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A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동신의 최경혜 변호사는 “이 사건은 B씨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사건”이라면서 “미성년자나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 고학력자이고 성인이라도 상담자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되어 그루밍이 충분히 될 수 있음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B씨가 교수로 재직하던 대학은 2017년 5월 B씨를 해임했다. 이 학교는 B씨가 “지도교수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박사과정 지도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것은 교원의 품위를 손상하고 상담심리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를 정면 위반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상담학회도 올해 1월 B씨에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 박탈 및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B씨는 학교의 해임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소청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B씨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이 과하다면서 해임 취소 판단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B씨가 대학교수로서의 지위를 이용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맞다고 봤다. 반면 2심은 “B씨가 교수로서의 기본적인 본분과 윤리규정을 망각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학교의 해임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미 외교기밀 유출을 공익제보로 두둔 유감” 文, 한국당 작심 비판

    “한미 외교기밀 유출을 공익제보로 두둔 유감” 文, 한국당 작심 비판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29일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누설 행위는 물론 ‘공익제보자’, ‘국민 알 권리’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그를 비호한 한국당 지도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태극(연습) 국무회의’에서 “외교적으로 극히 민감할 수 있는 정상 간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 권리라거나 공익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파문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 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라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당을 작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 기강 쇄신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정치권에서 정쟁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철저한 점검과 보안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 각 부처와 공직자들도 복무자세를 새롭게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강 의원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매우 유감”이라며 “공포정치와 압제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평화의 여정을 걷는 과정에서도 국가 안보에는 한순간도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며 “강력한 방위력을 구축해 군사적 위기상황과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는 한 평화를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해적 잡는 ‘메이 킹’ 괴물

    해적 잡는 ‘메이 킹’ 괴물

    10안타 맞고도 피츠버그전 전승 이어가 117m짜리 2루타 쳐 결승 타점 활약도 연속 무실점 행진은 32이닝에서 마감 5월 ERA 0점대… 이달의 투수상 무게‘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해적 잡는 괴물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줬다. 연속 이닝 무실점 행진은 ‘32’에서 멈췄지만 올 시즌 개인 최다인 10안타를 맞고도 7승(5월, 4승 무패)의 전과를 챙겼다.류현진은 26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리츠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93개의 공으로 10피안타 3탈삼진 0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다. 다저스는 7-2로 승리해 시즌 34승으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를 순항 중이고, 피츠버그는 류현진에게만 이날 경기까지 6전 전패의 굴욕을 맛봤다. 류현진은 이날 비로 2시간 늦게 시작한 1회를 공 7개로 깔끔히 마무리하며 32이닝 무실점 기록을 이었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2회 첫 타자 조시 벨에게 중견수 쪽 2루타를 내줬고, 멜키 카브레라의 땅볼을 잡은 포수 러셀 마틴이 3루에 악송구하는 실책으로 아쉬운 실점을 맛봤다. 1사 1, 3루에서 류현진은 콜 터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내주면서 박찬호의 33이닝 연속 무실점(공동 9위) 돌파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5회 무사 1, 2루 상황 등 위기 때마다 병살타를 잡아내 추가 실점을 틀어 막으며 위기 관리 능력을 빛냈다. 팽팽한 동점 상황도 류현진이 먼저 깼다. 2-2로 맞선 4회초 2사 1루에서 9번 타순에 선 류현진은 상대 선발 조 머스그로브의 시속 145㎞ 직구를 밀어친 비거리 117m의 2루타로 시즌 첫 결승 타점을 올리며 판을 3-2로 뒤집었다. 2018년 4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393일 만의 타점이자 빅리그 개인통산 10번째 타점이다. 류현진은 6회 2루타를 점프해 걷어낸 코디 벨린저의 호수비에 이어 다저스 타선의 맹폭으로 7-2로 승기를 굳힌 7회말 훌리오 우리아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류현진은 확고부동한 ‘메이(5월) 킹’이 됐다. 이달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4승 무패 38이닝 3실점으로 0점대 평균자책점(0.71)을 기록 중이다. 다승 부문에서 빅리그 공동 3위, NL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탈삼진/볼넷 비율, 9이닝당 최소 볼넷 허용 등 주요 투수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찬호 이후 처음인 내셔널리그의 ‘이달의 투수상’ 한국 선수 수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력 경쟁자인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는 승수(이달 3승)와 평균자책점(0.79)에서 떨어진다.한편 최지만(28)은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4호 홈런 등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템파베이 레이스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최지만은 1-1로 맞선 5회초 2사 1루에서 좌월 2점포를 터트려 균형을 깨고, 7회초 우전 안타로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미성년 지적장애인 성폭행하고 무고로 고소까지 한 목사

    미성년 지적장애인 성폭행하고 무고로 고소까지 한 목사

    미성년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에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까지 한 목사에게 1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문성)는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목사 박모(51)씨에게 지난 17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26일 전했다. 박씨는 지난해 6월 지적장애 2급인 피해자 A(17)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런데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A양이 먼저 연락하고 집에 놀러왔고, A양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씨는 또 그의 부인과 함께 A양을 무고로 고소까지했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범행 당일 A양이 박씨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볼만한 통화·문자 내역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박씨는 A양에게 자신의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방법을 문자메시지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또 박씨는 당초 청소년보호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위계 간음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박씨가 A양의 지적장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 혐의가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위계 간음으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박씨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등에 비춰보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박씨 진술은 믿기 어렵다”면서 “박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거나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의 부인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아버지를 상대로 고소 취소를 종용하고, 소송(무고)을 제기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하고 무고까지 한 점을 고려하면 징역 4년 6개월형은 가볍다며 즉각 항소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美, 중동에 1500명만 파병하는 이유 “트럼프 발목 잡히길 원치 않아”

    美, 중동에 1500명만 파병하는 이유 “트럼프 발목 잡히길 원치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동에 약 1500명의 병력을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강조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일본 국빈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중동에서 보호 체제를 갖추길 원한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병력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한 뒤 이번 추가 파병이 “주로 방어적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유능한 사람들이 지금 중동으로 갈 예정”이라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이와 같은 내용의 추가 병력 파병 계획을 전날 백악관에 보고한 데 이어 의회에도 고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 둘을 인용해 이번에 추가 파병되는 병력은 중동 지역 내 미국의 방위력을 강화할 것이며 공병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도 여러 차례 “우리의 책무는 전쟁 억지이다.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역설해 왔다. 실제로 추가 파병 규모는 지금까지 검토 중이라고 알려진 규모보다 작은 것이다. 앞서 AP통신은 국방부가 검토하는 추가 파병 규모가 최대 1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5000명 규모가 논의되고 있다고 전한 일이 있다. 섀너핸 대행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구체적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중동에 병력을 추가로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할 것이지만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날 오후 늦게 섀너핸 대행이 추가 파병 관련 백악관 보고 및 회의 과정에서 1500명 수준으로 최종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B-52 전략폭격기, 샌안토니오급 수송상륙함,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 포대를 잇따라 중동 지역에 급파한 데 이어 지난 17∼18일에는 아라비아해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미 해병대가 참여한 가운데 대대적인 합동훈련을 실시했다.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공식적 종말”, “엄청난 힘에 직면할 것” 등 이란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왔다. 그러나 영국 B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란으로부터의 위협이 날로 커지는 이유와 어떻게 이 사태가 마무리지어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워싱턴 당국 안에서의 이견이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과도하게 엮이는 것을 피하려 하고 이 지역에서 군대를 빼내는 것이 공약이지 그 반대는 아니란 점을 마음에 새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카드’ 藥일까, 毒일까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카드’ 藥일까, 毒일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일 미중 무역협상 중국측 수석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대동하고 장시(江西)성 간저우시에 있는 장시진리융츠커지(江西金力永磁科技·JLMAG)공사를 전격 방문했다. 시진핑 주석이 찾은 JLMAG는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시 주석은 “희토류는 중요한 국가 전략적 자원이자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류 부총리와 함께 이곳을 시찰해 희토류가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직접 밝힌 것은 희토류를 무역전쟁에서 보복카드로 쓸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대미 보복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 소속 매체 샤커다오(俠客島)는 시 주석이 JLMAG을 시찰한 다음 날인 21일 그의 전날 행보에 담긴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中東有石油 中國有稀土).”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남순(南巡)하며 장시성을 방문했을 때 했던 이 말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안팎을 유지하는 중국이 ‘언제든지 희토류를 보복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대외시위용 메시지인 셈이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의 희토류(稀土類·Rare-earth element)는 화학원소 번호 57~71번에 속하는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 15개 원소에다 스칸듐(Sc)·이트륨(Y)을 더한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이들 원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이하게도 화학적·전기적·자성적·발광적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소량으로도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덕분에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과 디지털 카메라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 전자제품 등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현대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원자재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페인트, 배터리부터 형광체와 광섬유의 필수 요소고 방사선을 막는 효과도 뛰어나 원자로 제어제로도 사용된다. ‘첨단산업의 비타민’, ‘녹색산업의 필수품’이라 불리는 이유다. 희토류는 이름과는 달리 매장량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다만 희토류가 매장돼 있는 곳이 한정적이고 분리와 정제, 합금화 과정 등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중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 소수 국가에만 생산이 편중돼 있으며 중국이 사실상 희토류 생산량을 독점하고 있다.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산업계 수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가운데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손’ 고객이다. 미국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분의 4에 이르렀을 정도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중 상호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희토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을 비껴간 품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필요에 따라 희토류에는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도 세계 3위의 희토류 생산국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은 중국이 12만t(세계 72%)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은 호주(2만t·12%), 미국(1만 5000t·9%), 미얀마(5000t·3%), 인도(1800t·1.1%) 등의 순이다. 국가별 매장량도 중국은 4400만t(세계 37.9%)으로 가장 많다. 그 뒤를 브라질·베트남(이상 2200만t·18.9%), 러시아(1200만t·10.3%), 인도(690만t·5.9%), 호주(340만t·2.9%), 미국(140만t·1.2%) 등이 따른다. 중국이 매장·생산량 모두 압도적인 만큼 중국산 대체 수입국을 찾기도 쉽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희토류가 있어도 채굴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른 광물과 뒤섞여 채굴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규제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현재 희토류 정련공장이 한 곳도 없는 탓에 희토류가 미중 무역 전쟁 판도를 뒤흔들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은 희토류 방어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미 텍사스주에 미국 내 최초의 희토류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라이너스는 중국을 빼면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생산 업체다. 호주 서부지역에서 채굴한 광물을 말레이시아 등으로 보내 추출작업 등을 하고 있다. 블루라인은 라이너스로부터 추출작업이 끝난 희토류를 구매해 추가 가공한 다음 자동차 회사와 전자제품 제조회사에 공급해 왔다. 중국에서 희토류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자국에서 이를 가공할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미리 조성해두면 다른 국가에서 공급받은 희토류를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존 블루멘털 블루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유일의 희토류 공장이 될 새 공장이) 미국과 전 세계에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 카드가 미국에 얼마나 먹힐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 카드를 사용해 성공한 선례가 있다.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釣魚島)열도에 접근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선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인 선장이 일본에 억류되자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맞섰다. 큰 타격을 받은 일본은 백기를 들며 중국인 선장을 즉각 석방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중국의 희토류 생산 독점에 대해 국제사회에 경종이 울렸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 미국 외교 및 안보 정책에 대한 영향’이라는 주제로 청문회가 열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희토류 위협은 그만큼 강력한 위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에 희토류에 대해 자문을 하는 유진 골츠 텍사스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지렛대가 2010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의 이러한 위협에 성급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1973년 석유파동과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추출과 정제 과정의 비용이 비싸고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 역시 심각하지만, 일부 종류는 중국 외의 지역에서도 매장량이 풍부하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호주,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발견돼 미 기업들은 여러 방법으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석유 등 다른 원자재와 달리 희토류는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적고 제품 원자재로서 소량만 필요하며, 미국은 이미 희토류를 상당량 비축해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희토류 생산을 독점할 수 있었던 것은 느슨한 환경 규제 덕분에 추출과 정제 과정이 비교적 손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희토류 생산에 우호적인 환경도 그만큼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이 세계 1위지만 중국 역시 첨단산업에 막대한 희토류가 필요한 만큼 2025년이 되면 희토류 순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성급히 희토류를 정치 무기화할 수 없는 대목이다. CNN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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