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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계 권력형 성폭력 다시 없게… ‘몸의 주권’ 찾을 것”

    “무용계 권력형 성폭력 다시 없게… ‘몸의 주권’ 찾을 것”

    세상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를 차츰 잊어 가던 지난 6월 무용계에서 ‘첫 미투’ 고발이 나왔다. “2015년 4~5월 스승이 연습실에서 수차례 성추행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20대 여성은 유명 현대무용가 류모(49)씨를 지목했다. 그는 각종 무용가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무용계 권위자였다. 검찰은 류씨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내년 1월 8일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2016년 문화계 전반의 ‘#○○계 성폭력’ 운동 때도 조용했던 무용계에서 첫 고발이 나온 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뭉친 이들이 있었다. ‘무용인희망연대-오롯’(오롯)이다. 이들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피해자 지지 성명서를 냈고, 2주 만에 문화예술인 803명과 84개 단체가 연대했다. 이후 ‘오롯#위드유’ 분과를 꾸려 탄원서 제출, 재판 방청연대 등을 이어 왔다. “피해자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고 법정 안팎을 지켰다”는 김윤진 안무가와 권이은정 아프리칸 댄스컴퍼니 따그 대표를 지난 18일 서울 흑석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대무용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을 상대로 연대를 결심했는데, 어떤 심정이었는지. 김윤진 사건 가해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같은 공연에 오른 적도 있었다. 한 번쯤 같이 작업해 봤거나 공연을 본 적이 있는 유명 안무가여서 다들 충격이 컸다. 반면 피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무용계에 수십년 몸담은 사람으로서, 그 고발을 하기까지 어떤 용기를 냈을지 아니까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 오롯 내 12명이 먼저 나서기로 했다. 피해자는 재판 방청을 하다가 처음 만났다. 권이은정 나는 아프리카 댄스를 하기 때문에 주류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다. 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으로서, 연습하고 춤을 출 때마다 춤을 포기한 피해자가 떠올랐다. 얼마나 춤을 추고 싶을까. 그 말이 너무 마음 아팠다. 결국 무용을 포기한 피해자가 또다시 자신의 전부를 포기할 각오로 그 상처를 꺼냈을 걸 생각하면 돕지 않을 수 없었다. -무용계에선 ‘미투’가 꽤나 뒤늦게 발현됐다. 이유가 있을 듯한데. 김윤진 무용은 시작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스승을 통해 진입한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대회 출전, 무용단 시험, 예술활동 지원까지 심사위원부터 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아는 사이다. ‘누구의 제자’라는 타이틀은 실력을 보증해 주기도 하지만 좁은 네트워크 속 스승의 막강한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무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사건의 피해자도 자신이 겪은 것이 폭력임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여기 오기까지 4년이 걸린 거다. 권이은정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 마음 때문에 이 구조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강력한 위계 관계 속에서 어떤 폭력과 착취가 일어나도 어느 순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이 폭력을 잘 버텨서 여기에서 벗어나야지,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만지는 게 지도의 일부···악용될 수 있어 김윤진 무용은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 언어이기 때문에 몸을 만지는 것이 가르침의 일부가 된다. 이 모호한 경계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1㎜만 방향이 달라져도 가슴 등 민감한 부분을 만지게 된다. 실력 향상을 위한 가르침이라는 목적이 계속 세뇌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수치심을 느낀다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까. 권이은정 무용을 배우는 학생들과 무용가들에겐 그동안 ‘신체 주권’이 없었다. 몸으로 표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몸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데도 역설적으로 ‘내 몸에 대한 주권’이 없었던 거다. “내가 너를 잘 가르치기 위해 통제하는 것”이라는 정당화가 가능하다. 신체에 대한 통제가 계속되면 눈빛이나 손짓만으로도 몸을 통제하는 수준이 된다. 김윤진 나도 일곱 살 때부터 40년 넘게 무용을 하며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만져지면서 배웠고 나 역시 그렇게 가르쳤다. “어떤 터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식한 것 자체가 최근 몇 년이다. 어느 정도의 선이 적절한지, 동작을 할 때 어디를 만지거나 만져서는 안 될지 논의한 적이 없다. 이번에 동료들과 성명서를 쓰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수많은 성희롱을 당해 왔는데 인지하지 못했다. 단지 기분이 나빴던 것을 빨리 잊고 싶다는 생각만 했구나” 깨달았다. 너무 슬펐다. -성폭력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가 또다시 감정적 상처를 입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는데. 김윤진 피해자는 “추행 도중 (피의자에게) 그만하시면 안 되냐고 호소했지만 못 들은 척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피의자 측은 재판에서 “(피해자가) 피의자에 대한 동경으로 신체 접촉에 응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마지막에는 “피해자가 싫어하는데 억지로 추행한 적은 없다”고 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학과장이자 류씨의 부인인 이모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지만, 이 교수는 “지난 일은 잊으라”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 등 다른 성폭력 사건과 가해자 측의 태도가 판박이다. ●중립 지키면 카르텔에 동조… 가해자 돌아올 것 -연대 활동으로 무용계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는 없나. 권이은정 ‘왜 그렇게 나서느냐’, ‘나서는 사람만 다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부인이 현대무용계 권위자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피의자가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그의 부인은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으로 남을 것이다. 작품을 출품하고 심사받고 지원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면 오히려 카르텔에 동조하고, 결국 가해자가 돌아오게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김윤진 분명한 건 우리가 피해자를 무용계에서 고립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활동가도 아니고, 무용만 해 온 사람들이다. 두려움이 왜 없겠나. 하지만 그동안 침묵해 온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롯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불법촬영 피해자와 동성 성추행 피해자였다. 얼마나 말할 데가 없었으면 우리한테 도움을 청했을까 싶었다. 무용계 안에서 이런 문제를 듣고 해결해 줄 공적 기관이나 협회, 단체가 없었던 것이다. 더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기록하고 대안을 만들 것이다. 이는 문화계에서 우리에게 보내 준 지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이기도 하다.-선고가 2주가량 남았다. 이 사건이 무용계에서 갖는 의미는. 김윤진 무용계의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분기점, 기준이 되는 사건이라고 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체 주권에 대한 침범, 인권 침해 문제가 계속 논의돼야 한다. ‘페미플로어’, ‘눈물 나는 대물림을 멈추기 위한 몸의 약속’ 등 무용계 모임들이 ‘무용계 내 행동강령 쓰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성폭력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규약과 기본 원칙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우리 스스로 성평등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법원도 엄중한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권이은정 이윤택 연극연출가, 안 전 지사 등 가해자가 죗값을 치른 사건들이 있다. 수백명의 변호인이 붙고, 시민단체들이 온갖 자원을 끌어모아 그나마 유의미한 판결들을 얻어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작은 변화일 뿐이다.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들쭉날쭉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계속 연대하고 행동해야 한다. 단순히 무용계의 일만은 아니다. 말하지 못한 피해자가 여전히 많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홍콩 선거 참패에도… 시진핑 “中 특색사회주의 견지해야”

    홍콩 선거 참패에도… 시진핑 “中 특색사회주의 견지해야”

    람 장관 “구의원 선거일 뿐” 평가절하 질서 회복 속 시내 곳곳 점심시위 재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가 참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그가 자신의 핵심 정책인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홍콩 시민들도 시내 일부 지역에서 점심 시위를 재개했다. 27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개혁전면심화위원회 회의에서 지난달 열린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결정 내용을 설명한 뒤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고 보완하며 국가 관리 체계를 현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24일 치러진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한국 지방의회 격) 선거 뒤 시 주석이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나온 자리여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홍콩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는 대신 “4중전회 결정 내용을 강력히 실행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은 4중전회에서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일국양제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앞으로도 홍콩에 대한 압박을 이어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홍콩 시민 대다수는 일국양제 원칙을 부정하지 않는다. 1997년 홍콩이 반환될 때 중국이 약속한 본래 의미의 일국양제(2047년까지 중국 간섭 없는 자치) 원칙을 지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일국양제 수호’를 강조하는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중국의 지배하에 이뤄지는 제한적 자치)만이 유효하다고 판단해서다. 명보 등 홍콩언론은 이날부터 홍콩 시내 곳곳에서 ‘런치위드유’(점심 함께 먹어요) 등 시위가 다시 시작됐다고 전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전날 “이번 선거는 단지 구의원을 뽑는 선거일 뿐”이라며 경찰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거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베이징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그간 중국 당국이 람 장관을 건너뛰고 홍콩 경찰에게 직접 지시를 내려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렸다가 중국의 개입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는 만큼 친중 성향의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홍콩 전체로는 빠르게 질서를 회복해 가고 있다. 시위 사태로 폐쇄됐던 크로스하버 터널이 이날 제 기능을 회복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앞서 시위대는 홍콩 이공대 교정을 점거한 뒤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자 부근에 있던 이 터널에 화염병을 던져 교통을 마비시켰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

    12개국 37개 도시서도 연대 집회 文 “피해자들 존엄 회복 위해 최선”일본 정부에 전쟁 범죄 인정과 위안부 동원 사죄 등을 촉구하며 27년간 이어져 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1400번째로 열렸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기도 한 이날은 서울뿐 아니라 일본, 미국, 대만, 호주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에서 집회가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수요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는 중고생과 시민 등 2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배상을 포함한 법적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1) 할머니도 자리를 지켰다.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시작한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는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위드유(피해자에 연대와 지지 뜻을 밝히는 것)를 통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 성폭력 추방을 위한 연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북한 측 단체인 ‘조선일본군성노예 및 강제련행피해자문제대책위’도 연대 서한을 통해 “일본의 과거 죄악을 청산하고 그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반일 연대 운동을 더욱 힘차게 벌여 나가자”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 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다른 나라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들과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포토] ‘세계가 위드유!…일본,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라’

    [서울포토] ‘세계가 위드유!…일본,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자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피해자의 미투에 세계가 다시 함께 외치는 위드유! 가해국 일본정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주제로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수요시위는 국내 13개 도시를 비롯해 일본, 미국 등 해외 9개국 21개 도시에서 함께 개최됐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 앞두고 한자리 모인 한중일… ‘국제여성포럼’서 주요 분야 이행 점검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 앞두고 한자리 모인 한중일… ‘국제여성포럼’서 주요 분야 이행 점검

    내년 ‘베이징행동강령’ 25주년을 앞두고 한중일 3개국의 여성 활동가와 시민 약 20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2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에서 공동 개최한 ‘베이징+25주년 기념 베이징행동강령 주요 분야 이행 점검 국제여성포럼’이다. 이날 포럼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전문가들이 베이징행동강령 주요 분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이행 현황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베이징행동강령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위해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12개 분야(여성과 빈곤, 교육, 건강, 폭력, 전쟁, 경제, 권력, 제도적 장치, 인권, 미디어, 환경, 여아의 인권) 361개 행동강령을 발표한 것을 일컫는다. 베이징행동강령 채택 이후 1995년 12월 여성발전기본법(현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서울시에서 여성의 지위향상과 사회참여 활동을 지원하는 여성정책 자문기구 ‘서울여성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폭력 및 인권, 경제, 평화 및 안보 3가지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젠더 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활동을 펼치는 ‘베이징 이퀄리티’의 공동창립자 팽위안은 ‘여성과 폭력 및 인권’ 섹션에서 중국 가정폭력방지법 이행에 있어 국가가 이룬 성과와 한계, 향후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팽위안은 “중국에서는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 전까지만 해도 양성평등은 여성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면서 “베이징행동강령 덕분에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며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됐고, 이후 많은 정책이 수립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글로컬(글로벌+로컬) 시대인 만큼 세계적인 성평등 관점을 기반으로 각국의 국내 정책을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행동강령 이행을 위해 활동하는 일본 여성단체 ‘일본 위민스 워치’ 활동가 유키 쿠사노는 일본 내 다양한 여성 폭력 근절 운동과 사회의 변화에 대해 소개했다. 유키에 따르면 일본은 2017년 약 100여년 만의 형법 개정을 통해 강간의 정의를 항문성교까지 확대하고, 강간범죄의 최소 형량을 징역 3년에서 징역 5년으로 올렸다. 또 제4차 성평등기본계획에 따라 지난해 전국 47개현에 강간위기센터를 설립했다. 유키는 또 최근 일본 내에서 떠오르는 이슈로 ‘여성 언론인 폭력’을 거론하며 “2017년 한 여성 리포터가 다른 리포터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일본 ‘미투 운동’이 점화됐고 이후 ‘위드유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언론이 미투 피해자들의 음성을 드러내지 않거나 오히려 침묵 지키기를 요구하는 등 미투 운동을 가로막은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과 경제’ 섹션에서 한국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분석하고 정부가 이행해야 할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배 대표는 “정부는 항상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때 정부가 바라보는 여성은 주체가 아닌 도구”라고 지적하며 여성친화기업, 여성적합직종 등 성별 분리 사고에서 벗어나 여성 노동 정책을 성평등 노동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 대표는 “공공 부문부터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는 이번 포럼의 주요 결과를 공유한 후 베이징행동강령에 대한 청년 여성들의 의견을 듣는 ‘세대 간 대화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구하라, 악플→쏟아지는 응원..이유는?

    구하라, 악플→쏟아지는 응원..이유는?

    구하라 응원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이 26일 알려지며 네티즌의 응원과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경찰은 구하라가 이날 새벽 0시 41분께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현재 구하라는 의식은 없는 상태이나 호흡과 맥박은 정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NS에는 구하라를 응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위터 등에서는 ‘#위아위드유하라(WeAreWithYouHara), ’#위러브유하라(WeLoveYouHara‘)’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구하라를 응원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게재되고 있는 응원 글에는 “당신 잘못이 아니다. 악플 다는 사람들이 다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구하라는 지난해 9월 전 애인 최씨와 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전 남친 최씨는 구하라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최씨는 구하라를 협박할 의도는 없었으며 동영상은 구하라가 자발적으로 촬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구하라는 그간 도를 넘은 악플과 루머에 시달렸다. 또한 구하라는 ‘성형 수술 의혹’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악플에 맞서 “눈의 불편함 때문에 안검하수 수술을 받았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지난 25일 구하라는 “안녕”이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가 삭제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구하라의 매니저 A씨는 SNS의 게시글을 보고 구하라에게 재차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구하라는 오는 30일 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및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의 2차 공판에 검찰 측 신청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이번 극단적 선택으로 그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가 됐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단독] “대한민국서 혐오·차별 퇴출… 文대통령 선포 이끌어 낼 것”

    [단독] “대한민국서 혐오·차별 퇴출… 文대통령 선포 이끌어 낼 것”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런 비판하라고 존재하는 곳이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맞서며 반대 성명을 내자 일각에서는 “항명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인권위를 감쌌다. 태생적으로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이유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2008~2017년)을 거치며 제 목소리를 잃었던 인권위가 요즘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최영애(68) 위원장이 취임한 뒤부터다. 인권위 초대 사무국장과 상임위원을 맡았던 그는 직원들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며 적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 의견이나 난민보호 정책 재정비 요구, 동성혼에 대한 정책적 논의 촉구 등 소수자를 위한 인권위의 결정은 이 배경 속에서 나왔다. 서울신문과 지난 15일 서울 중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최 위원장은 임기 중 가장 집중할 의제로 혐오·차별 문제 해결을 꼽았다. 그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우리 사회에 일상적이고 전면적으로 퍼지면서 사회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며 전면 대응을 선언했다.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민자 혐오 범죄로 50명이 숨진 뉴질랜드 총격 테러가 발생한 시점에 우리도 심각하게 볼 문제다. 최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대한민국은 혐오·차별을 더이상 수용하지 않는다’는 범정부적 선포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권위의 올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구성하고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한 것이 위원장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데요.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자 공격입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다양한 구성원이 인권을 보장받기 어렵죠. 그래서 취임 때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을 첫 번째 책무로 꼽았던 것이었어요. 올 초 출범한 혐오차별대응 특별추진위원회는 위원장 직속 기구입니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혐오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사회·경제적으로 변동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혐오가 많이 생겨나죠. 인권위가 주목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차별로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혐오와 차별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의 원인과 결과로 상호작용하면서 구조화됩니다. 혐오에 따른 위협이 기득권에게는 가해지지 않아요. 타깃은 언제나 소수자나 약자죠. 이들을 공격하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 범주에 들어갈 수 없어요. 혐오표현의 발화자가 누구인지, 이 말이 어떻게 확대 재생산되는지 그 맥락을 인권위 차원에서 분석해보려 합니다.”-두드러지게 혐오 대상이 되는 집단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실태조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혐오의 주요 대상은 여성이나 이주민,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대표적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각에선 ‘2019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소수자란 사회적으로 지닌 힘(권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집단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기업에서 관리자급 여성의 숫자 등 여성이 사회적으로 지닌 권한의 척도를 보면 여전히 한국 사회는 실질적인 성평등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회에서든 소수자 집단의 지위를 확장하는 과정에 (이를 막아서려는) 사회적 저항은 있었어요. 지금 한국사회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혐오차별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우선 올해 안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께 범정부 차원에서 혐오·차별 대응을 하기 위한 대국민 정책선언을 해달라고 설득해보려 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가 함께 이러한 선포를 했어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지향점을 함께 보여준 셈이죠. 이게 우리의 롤모델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공론화 작업입니다. 대중들에게 혐오 표현이 차별로 이어지고, 결국 공존을 해친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혐오차별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혐오·차별 행위가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끌어낼 생각인지요. “최근 영국을 방문했다가 한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슬로건을 봤는데 ‘미워하지 말고 희망하라’(Hope not hate)이더라구요. 배제가 아닌 포용의 방식으로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달 말에는 스웨덴, 영국, 스위스 등 7개국 주한대사들과 2개의 해외기구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어요. 각 사회가 혐오차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왜 극복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거죠.”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폐지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건 여성의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담아 헌재에 표명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낙태죄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냈습니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역시 얼마 전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여성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옳지 않다’는 이유로 낙태죄를 폐지했어요. 우리 인권위도 ‘낙태죄에 대해 어떠한 예외 사항도 두지 않은 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낸 거에요.” -2002년 인권위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와 비교해 현재 한국 인권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인권감수성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입니다. 작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만 보더라도 놀랍습니다. 제가 90년대에 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할 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어떤 데이터도 없었어요. 심지어 국회에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을 땐 ‘성폭력 공화국이라고 전 세계에 알릴 참이냐’고 꾸짖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죠. 하지만 이젠 국민들이 ‘미투’에 ‘위드유’라고 응답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연대를 표시하고 있어요. 이건 국민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봐요.” -여전히 난민·성소자 등 인권위의 일부 결정에 대해서는 호응만큼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권은 우리가 처한 사회현실 속에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인권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측면이 있죠.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앞으로는 위원회의 활동과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겠죠. 또 중요한 인권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권위의 권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선 부처나 민간 기관이 권고를 받아도 강제가 아니니 받아들이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인데요. “유엔 역시 권고 기능만을 가졌지만 상당한 권위와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권고가 제한적으로 보이겠지만 포괄적이고 유연한 개념이라 더 많은 것을 포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시정명령은 강제력이 있지만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인권위가 다른 부처와 행정소송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권고 사항을 강제로 이행하게 할 순 없지만 대신 언론에 공표하고 대통령에게 특별보고하는 권한이 있어요. 최근 인권위의 다양한 권고와 결정은 사회적 수준보다 반 발 앞서는 것으로,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비율을 높이는 등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안도 찾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큰 그림의 인권비전을 가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권위는 2006년부터 ‘인권증진행동계획’이라는 3개년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턴 제5기 인권행동증진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는데요, 큰 방향은 양극화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중받는 인권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겁니다. 미래지향적으로는 인권을 확장하고 다원화하려고 합니다. 인권의 개념을 북한인권개선, 정보인권보호, 군인권 등으로 확장시키고 공론화시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선 인권기본법, 인권교육기본법,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진행 중입니다.” -취임 때 임기 중 최종 목표를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요. “이 목표는 변함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여러 번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죠. ‘차별금지법은 곧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법’이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어떤 특정한 집단의 권익을 위한 게 아니에요.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의미이죠.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아요. 그 증오와 대립이 어떤 폭력과 위협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컨대 1923년 관동대지진 때도 당시 한국인들은 일본 사회에서 소수자이자 난민이었죠. 지진 발생이 한국인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일본은 국민 불만을 돌리기 위해 ‘한국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며 거짓 소문을 내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것이지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국민적 공감대와 공론화를 기반으로 제도적 기반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991~1994년 성폭력특별법제정특별추진위원회 위원장 ▲1991~200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02~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04~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10년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 ▲2012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사 ▲2013년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2015년 경기도교육청 성인권보호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2016년 제2기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2018년 9월 제 8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첫 여성·비법률인 출신 위원장)
  • 지켜봐라, 일본아…피해자 없는 싸움 더 큰 울림될테니

    지켜봐라, 일본아…피해자 없는 싸움 더 큰 울림될테니

    최대 20만명으로 추정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중 우리 정부에 공식 등록된 이는 모두 240명이었다. 이 중 생존자는 22명뿐이다. 올해만 벌써 3명이 별세했다. 28년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놓인 할머니들의 자리는 요즘 부쩍 비어 있다.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며 생긴 변화다. 일각에선 ‘피해자 없는 위안부운동’이 힘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위안부운동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1월 타계한 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한 할머니들의 빈자리는 이제까지 할머니들과 함께해 온 활동가들과 미래 세대가 채워가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 없는 싸움도 이미 준비됐다”고 말한다. 죽은 이들의 역사를 함께 부둥켜 안고 하는 싸움은 더 강한 메시지로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지난 6일 서울신문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과 이태준 국민대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세움’ 대표를 만났다. 윤 이사장은 오랜 시간 할머니들의 곁을 지켜왔고, 이 대표는 학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해 20여명의 학우들과 활동하고 있다. 윤 이사장은 김 할머니가 28년간 뿌린 씨앗이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 발자취를 따라 걷는 ‘후발주자’ 이 대표에게는 미래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엿보였다. 이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었다. 우선 두 사람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했다. 윤미향(이하 윤) “어쩌면 대한민국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것, 그 자체가 계기죠. 원래 여성운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신문 기사로 접하고 충격 받았죠. 그들의 고통을 몰랐다는 반성을 했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에 자원했죠.” 이태준(이하 이) “제 경우엔 좀 늦은 시기라 부끄럽습니다. 2015년 겨울,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때서야 이 문제를 마주했죠. 당시 수요집회 때 김복동 할머니가 ‘수백억원을 줘도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없다’고 하셨죠. 비록 남성이지만, ‘우리 엄마였다면, 또 할머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이 맴돌았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시작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에서야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처음 공론화됐다. 그전까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을만 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 한 예로 김학순 할머니 고백 이후 피해 증언을 받기 위해 개설한 전화엔 할머니에 대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절을 잃은 게 무슨 자랑이라고 말하고 다니느냐’는 비난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나왔다.할머니들은 더 절박하게 사회에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 문제는 진전과 답보를 오가다 결국 제자리를 맴돌았다. 한일합의는 대표적 예다. 2015년 12월 28일, 일본 정부는 “해당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해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했다. 하지만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등 성과보다 문제점이 더 많았다. 할머니들은 합의 파기를 요구했고, 결국 화해치유재단도 해산됐다. 윤 “한일합의가 미친 영향이 컸어요. 한일합의 직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했죠. 솔직히 안심했었어요. 하지만 그 합의 이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비정부기구(NGO)는 정부와 독립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걸. 대중의 인식도 변했어요. 피해자들의 절규와 상반된 정부의 모습을 통해 ‘이제 더이상 피해자만의 문제는 아니구나’ 깨달았죠. 각 지역에 소녀상들이 세워지는 등 역동적 활동들이 생겨난 것도 그 즈음입니다. 이 “우리도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소녀상을 학내에 세우려 하는 겁니다. 한 친구가 ‘소녀상은 고통을 듣고 싸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상징’이라면서 ‘소녀상으로 (학우들이) 할머니의 삶과 온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세움’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학생들 손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준비했고 성금도 모아왔다.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5일부터 받은 서명에는 3일 만에 1900여명의 학우가 참여했다.윤 “소녀상은 할머니들을 대신하는 존재입니다. 다만 소녀상으로만 활동이 끝나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소녀상을 세운 그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이 “윤 이사장님 말씀에 공감해요. 우리(세움)도 그 부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끼리 ‘위안부 문제 해결뿐 아니라 강제징용이나 징병, 독립운동가 등 아직 청산되지 않은 친일 문제까지 폭넓게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이뤘어요. 하지만 당면 과제는 소녀상을 국민대생의 손으로 제대로 건립하는 것이죠.” 윤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는 건 위안부 문제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 위안부운동을 정치적이라고 말한 건 일본 정부였어요.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죠.” 이 “사실 학교의 반대보다 학생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때 더 뼈 아픕니다. ‘순도 100%’ 학생들이 주체가 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10대부터 소녀상을 세우기 위한 활동이나 기념 제품을 제작해 성금을 했던 학우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윤 “나 또한 청소년들을 통해 우리 운동의 미래를 봅니다. 인권·평화 감수성이 뛰어나더라고요. 내가 강연을 나갔다가 배워올 정도입니다. 우리 세대들은 피해자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시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백한 김학순 할머니를 보고 자랐습니다. 일종의 ‘미투’인 셈이죠. 이 ‘미투’를 ‘위드유’로 만든 건 김복동 할머니의 삶이었습니다. 미래 세대들은 그런 김복동 할머니를 보고 자랐죠. 내가 미래 세대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가 역사왜곡’이라는 일본 측 주장에 맞서기 위해선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뒷받침할 문서 등 탄탄한 자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체계적 연구를 이끌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해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를 세우려 했지만 3개월여 만에 초대 소장이 물러나는 등 파행을 빚은 뒤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민간단체 활동에도 한계가 있다. 단적인 예는 얼마 전 불거진 곽예남 할머니의 양녀 사건이다. ‘봉침 목사’로 알려진 한 목사가 곽 할머니의 수양딸이 된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곽 할머니를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간단체에 권리는 없고, 책임과 의무만 지워진 게 아닌가 고민이 됐다”던 윤 이사장의 말처럼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틈을 타 선의가 아닌 다른 의도가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존재 자체로 묵직한 울림을 주던 할머니들마저 다 세상을 떠난다면 위안부운동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이 “저 역시 할머니들이 없는 위안부운동을 떠올리면 먹먹해져요. 일본 정부의 사죄도 받아야 하고 아직 싸울 날이 많은데 할머니들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스스로 반성도 하고요.” 윤 “이건 피해자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같아요. 우리 곁에 육체적으로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나요? 그렇지 않죠. 피해자는 없지만 김복동의 정신은 살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정의연)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전쟁 성폭력, 여성 인권 등 좀더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이슈로 확장시켜 나가는 데에서 답을 찾았죠. (내전 때 성폭력을 겪었던) 우간다 여성들은 김복동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할머니들을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고 이야기해요. 연대하며 우리의 문제의식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죠. 할머니는 스스로 노력했고, 세계로부터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으셨습니다. 연대한 세계인들도 일본을 함께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된 게 없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린 이미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김복동 할머니께서 눈 감으시기 전 남기신 마지막 말씀이 뭔지 아세요? ‘우리가 이겼어’ 였어요.” ‘우리가 이겼다’는 할머니의 말은 곁을 오랜 시간 지킨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됐다. 남은 할머니들이 편히 눈을 감으실 때까지, 그 이후에도 할머니들이 쌓아온 인권과 평화에 대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살아나갈 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주권이 없었던 식민 시대, 침략 속에서 유린된 평화를 떠올리죠.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살아나가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윤 “이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 명예회복의 주체가 되는 것과 피해자 인권 감수성이 있는 사회가 되는 것, 그리고 가해자가 제대로 책임지는 것, 이 세 가지를 다 이뤄야 해결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무지개처럼 멀리 느껴지죠. 하지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이미 사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을 느껴요. 그 자체로 우리의 걸음들은 가치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 걸어갈 거예요.”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85회 임시회 제1차회의 개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혜련, 더불어민주당, 서초1)는 지난 26일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을 상대로 제285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고, 2019년 상임위 첫 공식 의사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이병도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은평2)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및 어린이집 차량 안전 관련 조례안 3건을 심사하고, 여성가족정책실과 여성가족재단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어진 질의 과정에서 보건복지위원들은 위드유센터 설치·운영 사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기능확대·개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운영비 삭감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맘지원센터 문제를 지적하였다. 또한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선거일에 개인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보육교직원의 고충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여성일자리사업 활성화를 위해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분절적인 사업추진 일자리부서에서 총괄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안심이앱의 낮은 실적과 홍보부족 문제, 성평등위원회의 실질적인 활동이 부족 문제, 키즈클린사업의 구마다 다른 집행방식 문제 등를 지적하면서, 그간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여성가족정책실의 노력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서초1)은 여성가족정책실의 주요사업과 관련된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여성가족재단은 그 연구결과를 내년 사업과 예산에 반영시켜 연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연구일정도 예산안 편성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안심귀가스카우트의 실적 분석을 통해 어느 지역이 여성 1인가구의 주요 활동공간인지 커뮤니티가 필요한 장소가 어디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총평을 통해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방문지도사 처우개선비의 경우, 집행부가 예산안에 편성조차하지 않았던 것을 우리 위원회 예비심사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증액한 건이다. 물론 예결위 심사에서 지켜지진 못해서 매우 안타깝다”라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앞으로 집행부는 전례답습적인 화석처럼 굳은 예산안 편성에서 머물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반영하는 등 숨쉬며 살아 있는 예산안이 편성되어 의회가 심도 있게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심사가 보류된 어린이집 차량 안전 관련 3건의 조례안은 오는 3월 5일 개최될 제4차 회의에 재상정되어 처리 방향이 결정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주노총 위원장, “빨간띠·귀족노조 고립 넘어…들러리 아닌 개혁 주체로 나설 것”

    민주노총 위원장, “빨간띠·귀족노조 고립 넘어…들러리 아닌 개혁 주체로 나설 것”

    민주노총이 28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결정되면 20년 만에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경사노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정기 대의원대회 하루 전인 27일까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가며 1300여명에 이르는 대의원들에게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설득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23일에는 대면으로, 27일은 서면으로 김 위원장과 인터뷰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대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지역과 산별노조를 찾아가 설득했다”면서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화와 관련,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주목받고 있다.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게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라고 본다. ‘빨간 머리띠를 두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부정적 표현으로 고립된 적도 있다. 이제 고립을 뛰어넘어서 연대의 장으로 나아가겠다. →대통령 면담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느꼈나. -정부 의지는 확인돼 왔다. 다만 정부가 사회적 대화의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보여주기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아직은 크게 해소되지 않았다. 경사노위 참여 문제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주요 의제는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회의 참가 의사를 언급한 것은 무게감 있게 들렸다.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참가하겠다는 것이므로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자세가 더 중요하다. →조직 내 반발에도 굳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9년 옛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부는 정리해고와 파견법만 강제하고 노동자를 위한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이때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남아 있다. 이제 새롭게 달라진 상황을 직시하고 개혁과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국민들이 ‘조합원만의 민주노총이 아니라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를 위해 일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번 대의원대회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지난해 10월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안건을 의결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예상하나. -전체 대의원 1300여명 가운데 약 650명이 넘어야 과반수가 된다. 이번에는 900명 정도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정도 인원이 참가하는 건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이다. 대의원들이 모여 토론하고 질서 있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1999년 2월 옛 노사정위원회 탈퇴 결정 이후 20년 만에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결정이다 보니 내부 반발이 거세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대표되는 노동기본권 확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등 정부 핵심과제가 후퇴하거나 멈춰 서 있다. 게다가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에 이어 정부의 잇따른 친기업 행보로 민주노총 내부에서 큰 불만이 있다. 정부의 태도가 저런데도 참여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다. 그러나 대화의 장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선수로서 링 안에서 싸우고, 이 내용을 링 밖에 알리면 응원이 모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링 밖에서도 투쟁이 이뤄질 수 있다. 투쟁과 교섭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사회적 대화 참여 안건이 부결된 이후의 계획(플랜B)은 없다고 밝혔는데. -대의원대회에 상정된 전체 사업계획 중 교섭전략의 중심에 사회적 대화가 포함돼 있다. 이 안건이 빠지면 사업계획이 전면 수정돼야 한다. 바라지 않던 상황(사회적 대화 참여안의 부결)이 발생한다면 산별 대표자들이 지혜를 모으리라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적폐, 암적 존재, 귀족노조, 기득권 노조로 매도당한다. -‘노조는 곧 빨갱이 집단’이라는 과거 프레임이 ‘기득권 집단, 말이 안 통하는 집단’으로 바뀌었다. 양극화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씌우는 것이다. 극단적인 불평등의 주된 이유는 정경유착, 부정부패, 재벌독점 구조다. 정규직, 장년의 노동자들은 노동조건과 임금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안전하게 일하고, 가정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그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있었다. (노조가) 조직되지 못한 곳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불만이 한쪽의 책임으로 씌워진 것이다. 보수언론의 왜곡 보도, 정책의 문제점을 은폐하려는 관료들이 이런 책임을 조장했다. →청년이나 비정규직이 민주노총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사회개혁으로 나아가자’는 게 올해 사업 계획서의 캐치프레이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100만명에 육박한다. 몸집이 커졌고 이전보다 힘이 세졌다. 이 힘을 조합원의 이익 극대화에만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힘을 쏟아 법 개정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폭력에 대한 위드유(with you)를 만들어 내겠다. 민주노총 조합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또 28%는 여성 노동자이고, 최근 새로 가입한 조합원의 다수는 20~30대다. 그들의 의견을 폭넓게 받아 안겠다. →ILO 핵심협약 비준,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이미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경사노위에 참여해도 민주노총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 국정과제인 ILO 핵심협약 비준은 즉시 이행돼야 한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장시간 노동이 여전한 사회를 만들 것이다. 두 사안은 주고받는 대상이 될 수 없다. 탄력근로제 논의 중단을 비롯해 경사노위가 제대로 운영되도록 목소리를 내겠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사설] 안태근 유죄 선고, ‘미투’ 넘어 ‘위드유’로 연대해야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어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안 전 국장은 2010년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2015년에는 서 검사가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전보되는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추행했다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은 형평성을 기하려는 인사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 검사가 지난해 1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성희롱 피해 사실을 올린 지 약 1년 만에 사법부가 ‘위드유’(with you)라는 연대감을 표시한 셈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서 검사의 증언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진행됐다. 정치·사회·문화·종교·체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숨죽이고 있던 여성 피해자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극심하면서도 보편적이라는 방증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 관련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미투 관련 법안은 총 227개이지만, 본회의 통과는 11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데이트폭력 등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담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이 처리됐지만,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또 미투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참에 형사법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 삭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곡된 가부장 문화를 개선해 양성평등적 사회로 탈바꿈하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미투가 필요했어?’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서 검사의 바람을 현실화하는 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 #공감 #연대 #변화… #미투의 힘

    #공감 #연대 #변화… #미투의 힘

    직장·학교 ‘위드유’ 확산… 징계 이끌어내 성폭력피해 상담·고발 건수도 크게 늘어2018년 대한민국의 일상을 변화시킨 가장 큰 사건으로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꼽는 이들이 많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1년 내내 도도하게 흐른 이 운동은 학교, 직장, 문화계, 정치권 등 사회 전 분야에 음습하게 똬리를 틀고 있던 성폭력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용기 있는 고발은 백래시(반격)에 주춤하기도 했지만, 공감과 연대를 획득하며 성평등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미투의 해’를 돌아본 여성들은 “무감각했던 성희롱에 대해 알게 됐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양모(34·여)씨는 “아슬아슬한 농담을 즐겨 하던 남성 상급자의 언행이 확 달라졌다”고 전했다. 교사 전모(54·여)씨도 “습관적으로 ‘여성이 많아 회식 분위기가 좋다’고 말하던 상급자가 발언을 자제하는가 하면, 자신의 발언을 검열하는 남성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연말 송년회 풍경도 바뀌었다. 법률사무소 직원 김모(31)씨는 “올해 송년회에는 음주 강요가 없었다”면서 “성희롱 등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 유형 상위권에 ‘딱 한잔만형’(23.4%)과 ‘맛집 투어’(18.3)가 올랐다. 성폭력 피해 상담과 고발도 크게 늘었다. 여성긴급전화 1366에 따르면 올해 1~6월 상담 건수는 21만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상담건수가 28만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최종 상담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이나 술집에서 성추행 신고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성폭력인 줄 몰랐던 행동을 자각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미투에 연대의 손을 내민 ‘위드 유’(#With you·당신과 함께하겠다) 운동은 또 다른 성과다. ‘스쿨 미투’에 참여한 한 고교생은 “고발한 지 3개월 만에 교사에 대한 징계를 이끌어냈다”면서 “평소 같았으면 지지부진했을 텐데 교육청을 움직인 것은 온·오프라인에서의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변화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다 미투 걸린다”, “이런 것도 미투냐”와 같은 비아냥에서 보듯 미투 운동을 농담으로 격하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성과이지만, ‘데이트 폭력 방지법’, ‘비동의 간음죄’ 등 주요 미투 법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는 “성폭력에 대한 공감과 연대 의식이 확산된 것이 미투 운동의 가장 큰 성과”라면서 “성폭력을 내 문제, 내 현실로 받아들인 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적, 제도적으로 성차별을 타파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좌절감을 안겨준 시간이기도 했다”면서 “앞으로도 미투 운동을 경청하고 그 내용을 사회적 의제로 받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수정 서울시의원, 성인지 공감능력 ‘우리는 현재 어디에 와있는가?’

    여성 안심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민선7기 포부와는 달리 현재 서울시의 성인지 감수성(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상황, 다름과 다르지 않음에 대해 공감하는 한편 성별 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 성차별 요소를 감지·대안을 찾는 능력)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드러나 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안심사 회의에서 소속 서울시의원이 데이트폭력은 개인의 영역이며, 성희롱·성폭력관련 공공영역의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이 나오며 서울시의 성인지감수성 현주소를 점검해야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권수정 의원(정의당)은 서울시의회에서 나온 성인지감수성은 찾아 볼 수도 없는 발언과 함께 최근 5년간 서울시 성인지 예산서를 확인해본 결과 예산서를 채워넣기위한 주먹구구식 사업나열에 불과한 내용들이 확인된 바 현재 처해있는 서울시의 성인지 공감능력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데이트폭력, 성희롱·성폭력이 성별을 가르는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 안전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2017년 한해 남성 배우자나 애인에 의해 살해 된 여성은 최소 85명이라고 전했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 부모, 지인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살해된 경우는 55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서울시 거주하며 데이트 경험이 1회 이상인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여성의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참여 여성 중 88.5%인 1,770명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여성들에게 데이트폭력의 원인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8%), 여성혐오 분위기 확산(11.9%), 범죄자 등에 대한 관리 부재(9.6%) 등으로 응답한 것으로 드러나 국가차원의 안전망 구축에 대한 요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의하면 2006년 257건 접수된 성폭력 범죄건수에 비해 2012년 482건, 2016년에는 1,015건으로 성폭력 신고건수가 대폭 증가 한 것으로 확인된 바 범죄발생수의 급격한 증가라기보다 성폭력관련 강력한 정책시행에 따른 시민들의 인식변화로 신고건수가 증가 한 것으로 해석 된다. 권수정 의원은 최근 이슈화된 데이트 폭력의 경우 일가족 살인, 무자비한 폭행 등 심각한 피해사례가 대두되면서 공론화되었지만 ‘폭력’보다는 ‘데이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데이트 폭력 범죄의 위험성과 극심한 피해정도에 대한 인식은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위한 정책은 부재한 실정이며, 가해자 조사 역시 개별 사례별로 접근됨에 따라 범죄의 위중함과 별개로 그 심각성이 축소될 소지가 높은 만큼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2017 여성폭력 통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통계 구축과 다양한 연구가 필수적임에도 가해자중심의 통계수집과 피해자 지원시설에서 제출하는 운영실적 등 한계적인 자료수집방식과 미온적인 연구로 여성폭력 예방과 지원을 위한 기반마련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 실태라고 밝혔다. 최근 법원에서는 성희롱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여부를 묻고 그와 관련된 주변 소문등 을 전하며 2차 피해를 입게 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에게 내린 징계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피해자에게 사건 관련 2차 고통을 가했음과 동시에 누구보다 높은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재판부는 전했다. 권수정 의원은 “성희롱·성폭력관련 홍보를 해줬으면 됐지 얼마의 공권력이 더 동원되어야하냐는 어느 서울시의원의 발언이 나온 그날 소규모사업장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체계를 구축을 목적으로 2019년 설립예정인 위드유센터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며 “의회에 제출된 예산안내용에 대한 타당성 및 적절성 문제를 차치해두고 성인지 감수성과 공감능력을 기반으로 한 논의과정이 선행될 때 서울시민들께 의회의 결정과 결단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설득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성희롱·성폭행, 데이트 폭력 등 인간의 기본권을 잔혹히 침해한 이러한 범죄는 남녀갈등, 성별문제가 아닌 다 함께 해결해야하는 사회악임을 인지해야한다”며 “관련 범죄들은 국민안전을 침해한 극악한 사회문제임을 공감하고, 사회안전망 구축과 남녀노소 모두 안전한 서울시를 위해 서울시의회에서부터 성인지 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수정 의원은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서울시 성인지예산을 활용 실질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위한 사업계획수립이 필요하다며 기획조정실을 상대로 2019년도 성인지 예산 목표인 ‘성평등 인식확산 및 젠더 폭력 근절에 역량강화’에 부합하는 사업 수립 및 수행을 위한 성인지 예산 수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본지 ‘갑남세상, 을녀의 반격’ 양성평등미디어상 최우수

    본지 ‘갑남세상, 을녀의 반격’ 양성평등미디어상 최우수

    서울신문의 ‘갑남(甲男)세상, 을녀(乙女)의 반격’ 기획보도가 4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제20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시상식에서 보도부문 최우수상(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수상자는 사회부 허백윤·이민영·이영준·김헌주·이하영·기민도·탐사기획부 이혜리·문화부 이정수 기자 등 8명이다. 이 기획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 본연의 취지를 살리면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성폭력 실태와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을 깊이 있게 진단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성평등미디어상은 성차별에 대한 감수성 확대, 일·생활 균형, 미투 및 위드유 운동 확산 등 성평등 의식과 문화가 확산되는 데 기여한 보도물에 대해 연 1회 수여된다. 방송부문 대상(대통령상)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도한 ‘죽어도 사라지지 않은 웹하드 불법 동영상의 진실’이, 보도부문 대상(국무총리상)에는 경향신문의 ‘미투의 혁명, 혁명의 미투’가 각각 수상했다. KBS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방송부문 우수상(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상)을 받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 10년 안에 고향 가는 길 열리길”

    “실질적 성과로 이어져 10년 안에 고향 가는 길 열리길”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7일 서울 도심에서는 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시민단체, 탈북자, 이산가족 등은 일제히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이번 회담이 부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평화기원 사진전, 붓글씨 퍼포먼스가 진행된 가운데 시민단체들도 기자회견에 나섰다. 6개 단체의 연합체인 평화연방시민회의는 기자회견에서 “서로 적대시했던 양측의 지도자가 한 해에 세 번씩이나 만남을 가진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민족 공조를 성사시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에 불가역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고향 가는 게 꿈 아니겠습니까”라면서 “희망사항이겠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추진한다고 정확히 말하고, 10년 안에 고향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영철 탈북청년모임 ‘위드유’ 대표는 “정상회담이 열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남북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면서도 “북한이 과거와 달리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기회로 본다”고 했다. 김경재(86) 남북이산가족협회장은 “이번에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보니까 너무 부러웠다”면서 “이제 북한에 동생 한 명 남았는데 쉽게 만날 수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중점적으로 발표했을 때는 올해 안에 뭔가 해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면서 “이번 기회에 혈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라도 알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암 투병 중인 이산가족 김모(83)씨는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더 열렸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금강산 관광이 빨리 재개돼 손주와 같이 북한에 가서 평양에 사는 여동생 두 명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본격적인 남북 간 민간 교류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바람도 있었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편찬실장은 “현재 사전 편찬 진척률은 78% 정도 된다”면서 “아직 20여만개 단어에 대해 북한과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실무회의를 진행한다면 이번 정부 안에 사전을 완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더 행복하게 #위드유…성평등 한가위 되세요

    더 행복하게 #위드유…성평등 한가위 되세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높아지면서 올 추석에는 성차별적 명절 문화에 균열이 생길지 주목된다. 가사노동을 떠맡은 여성들은 여전히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지만 성차별에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 탓에 기성세대나 남성들이 여성들의 눈치를 보고 타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부산에 사는 결혼 3년차 김모(31·여)씨는 지난 설 연휴에 시댁에서 혼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 몰래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이번 추석에는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여성들은 여전히 독박 가사노동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는다. 지난 16일 공개된 서울시 성평등 생활 사전 조사에서도 명절 때 겪는 성차별 사례 1위로 남녀 응답자 모두 ‘여성만 하게 되는 상차림 등 가사분담’을 골랐다. 서울에 사는 결혼 2년차 최모(32·여)씨는 “시어머니는 매번 자연스레 나에게 앞치마를 건넨다”면서 “앞치마를 두르는 순간 일꾼임을 인정하는 것 같지만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변화된 사회 분위기에 맞춰 여성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부모나 남성들도 늘고 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모(65)씨는 “며느리가 부담을 느낄 것 같아 제사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세상이 변한 만큼 어른이 먼저 신경 써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윤지숙(37·여)씨는 “여자들이 음식을 하면 형부나 아버지가 빨래, 청소, 아이 돌보기를 하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최원진 활동가는 “가부장적인 문화가 더이상 여성들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기존 가족 문화에 대항해 명절 파업이나 비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댁의 일을 며느리가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일상적 차별에 민감한 시대”라고 분석하며 “기성세대가 고정관념을 모두 바꾸기 어려운 만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폭염도 막지 못한 수요시위… “할머니의 기억이 될게요”

    폭염도 막지 못한 수요시위… “할머니의 기억이 될게요”

    “우리가 할머니의 기억이 될게요. 우리가 할머니의 ‘미투’에 ‘위드유’를 외칠게요!” 뜨거운 폭염이 이어진 8일에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계속됐다. 이날 낮 12시 1347번째로 열린 수요시위에 참여한 300여명의 시민들은 ‘내가 이 사건의 기억이 되겠노라’고 함께 외쳤다.낮 기온 35도에 달하는 더운 날씨 때문에 집회 현장에는 검은 비닐 가림막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은 인파로 가림막 그늘이 미처 드리우지 못한 뜨거운 바닥에도 10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해 햇볕을 견디며 함께했다. 시민들은 손에 ‘진실은 숨길수록 선명해진다 팩트를 드러내라’, ‘번데기가 못되고 날지 못하는 나비’, ‘몇백의 돈보다 한마디의 사과를’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날은 평소보다 학생 참가자들이 많았다. 인창고 학생 15명은 할머니들을 위해 ‘바위처럼’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학생들은 “영화, 책, 뉴스를 통해 가슴으로 공감하고 마음으로 공부했다”면서 “청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은 할머니들 곁에 있으며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마음을 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영암여고 이다은 학생은 “국정농단, 탄핵, 미투 등을 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해 알고 있다”면서 “꽃이 다 아스러지기 전에, 숨소리가 멎기 전에, 일본 정부가 죄송하다고 청춘에 사과드린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한 할머님의 외침 이후 28년 동안 우리가 함께하며 많은 분이 용기를 냈다”면서 “피해의 역사를 기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고 사회를 인권·정의·평화로 이끌어가고자 우리가 이 일을 한다”면서 “전 세계의 인권유린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 우리가 희망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치지 않고 함께하면 해결의 그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오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6주년을 맞아 오후 7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는 공동행동 ‘#역사를_바꾼_그날의_용기_잊지_않겠습니다’ SNS 손글씨 릴레이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나에게 통일이란] “정치적 통일만이 통일 아니다…제도적 평화 우선 완성돼야”

    늦은 봄 한반도에 분 훈풍으로 남북통일에 대한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세대별로 통일에 대한 인식차가 분명히 드러난다.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여론도 통일 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신문은 18일 이런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려고 오랫동안 통일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을 둬온 전문가와 활동가 4명의 의견을 들었다.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세대별로 초청했다. 좌담회에는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53·이하 전 교수),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44·이하 박 연구위원), 박영철 탈북청년모임 위드유 대표·북한대학원 박사과정(36·이하 박 대표), 안선영 여대생통일연구학회장·이화여대 사회학과 4학년(23·이하 안 학회장)이 참여했다. 좌담 진행은 임주형 기자가 맡았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통일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20%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대에서 통일 찬성률이 눈에 띄게 급등했다. 변화의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 교수 대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통일에 관한 수업을 하는데 3~5월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국민의식이 이 정도로 왔다 갔다 한다는 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통일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고민을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안 학회장 평창올림픽 때 공동입장하고 4월 정상회담하면서 20대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인 이벤트가 끝나고 나니 다들 통일에 대한 관심이 ‘1’도 없다더라.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취업, 진로가 더 급한 현실이다.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박 연구위원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이벤트이지만 이것으로 전체 20%, 청년층이 35%가량 확 바뀐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지식구조가 그만큼 얕고 추상적이라는 의미다. -박 대표 여론이 긍정적으로 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해 불안보다는 평화를 많이 생각하고, 통일에 대해 더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선 중고등학교에 나가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난해만 해도 ‘북한에 핵 있어요?’ 이런 질문이 주로 나왔는데, 요즘은 ‘통일이 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어요?’ 식으로 질문이 달라졌다. →세대별 인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연구위원 통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은 20대, 30대, 40대, 50대 다 다를 것이다. 북에 있는 이산 가족을 만나고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단기간 머무를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한다면 굳이 정치적 통일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이 정도 상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민족공동체로서 정치적으로 완전한 민족국가를 만드는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전 교수 100% 공감한다. 지금까지는 통일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만 생각이 고정돼 있다. 통일이라는 게 반드시 둘 중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원도만 통일해서 통일특구 형태로 가고, 나머지는 남북 체제로 가는 식의 지방분권형 통합 방안도 있다. →정부의 명확한 계획이 없다고 보나. -전 교수 그렇다. 지금까지는 남과 북이 선택한 정치체제 중 어느 것이 우월한가를 보여주는 것이 통일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통일 방식을 우리에게 적용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들 독일처럼 장벽을 부수고 들어가는 식으로 통일될 거라는 환상이 있다. 우리가 통일에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통일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여전하다. -박 연구위원 통일세의 개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 붕괴론이 대두하면서 나왔다. 통일이 되면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비용이 들 것이니 준비하자는 것인데, 통일 이후가 불안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통일은 통일세를 낼 필요가 없는 상황에 가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이 어느 정도 개혁 개방 사회구조로 바뀌고, 복지 정책이 시행되고 나서 만나는 게 통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안 학회장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 남북교류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맨날 싸우고 대립하는 모습만 봤다. 그런데 갑자기 화해 분위기가 돼서 이제는 교류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통일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정보도 없다. 통일세 역시 이것이 어떤 식으로 쓰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낼 거야, 안 낼 거야’ 물어보니 당연히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 교수 통일 재원은 이런 식으로 마련되지 않을 것이다. 단계별로 0~100을 놓고 보면, 남북 연합과 화해,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는 단계까지가 50이고, 그 이후 제도적 통합하는 데에 또 그만큼의 품이 든다. 남북 경협이나 왕래, 자원 협력이 충분히 이뤄지는 단계까지 가면 세금이라는 별도 장치보다는 이를 활성화하고 촉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독일 통일을 예시로 많이 드는데. -전 교수 독일과 남북 관계는 절대 비교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동독은 북한에는 없는 자유로운 선거와 독재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비판적 지식인, 그리고 교회가 있었다. 동서독 통일 과정 역시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연방으로 들어간 것인데 우리는 자꾸만 장벽 붕괴만 떠올리고 있다. -박 연구위원 1972년도 동서독기본조약이 나오기 전부터 독일은 교류협력의 과정이 굉장히 길었다. 이미 100만 명의 주민이 왕래했었다. -전 교수 오히려 중국과 대만의 케이스가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더 알맞다고 본다. 형식적인 민간교류이긴 했지만 상거래를 했고(통상), 우편 거래(통우), 통신과 항공이 오갈 수 있었다(통항). 경제협력 단위를 차츰 늘리면서 지금은 투자까지 가능한데, 우리도 이 단계를 거쳐나가야 한다. →아직까지 상당수는 통일이 북한을 위한 것이고, 남한이 퍼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국가에는 이익이 되지만 개인에게는 별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많은데. -전 교수 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에 각각 이익이 있겠지만, 성격이 다르다. 북한 주민들의 경우 경제적, 물질적 이익이 커진다면,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적 가치가 커질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폐해나 폭력, 모순이 해결되면서 우리 사회가 성숙해질 수 있다. 또 우리는 북한을 통해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잖은가. 한반도 종단,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실제 경험하고 얻게 되는 사유의 확장이나 성숙은 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박 연구위원 이명박 정부에서 나온 통일세, 박근혜 정부에서 나온 통일대박론 이후 통일을 경제적 이익의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통일의 발목을 잡은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이 안 되면 통일을 안 할 것인가. 북한 땅 재개발론 같이 개인의 수입을 늘린다고 접근하면 위험하다. 통일은 직접적으로 개인의 수익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사회기반 시설의 확충은 사회 전반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안 학회장 남북정상회담 하니까 ‘파주 땅값 얼마나 오를까’ 이런 식으로 경제적 뉴스 많이 나오더라. 벌써 접경 지역 땅값이 오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탈주민이 많이 사는 곳은 집값 떨어지니까 그 사람들 살지 않게 해달라는 시위도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통일한다는 것은 결국 남한만 잘사는 통일이다. 남녀별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이 첨예한데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교수 한 학부모님이 저에게 질문했다. 아이가 6학년인데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짓기 숙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통일에 반대해 고민이라는 것이다. 반대한다고 쓰면 점수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게 우리의 기본 인식이다. 그렇게 쓰면 학교 선생님이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막상 아이에게 통일해야 한다고 설득할 논리는 없는 것이다. 통일 교육은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는 게 기본이 돼야 한다. -박 대표 여론조사가 나올 때마다 응답이 계속 바뀌는 것은 통일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현재 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우리가 통일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 학회장 학교에서 통일전망대 같은 데 가서 영상물을 보면, 남북이 싸운 역사를 보여준 다음 갑자기 통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뀐다. 우리는 과거에 적이었는데, 지금은 평화를 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애국심이나 민족 등 당위성의 문제로는 설득이 잘 안 된다. 통일이라는 말 자체도 윤리를 요구하고 부담감을 주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신선했던 이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밥 먹는 것을 보면서 남북 교류도 결국 사람 간의 교류라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교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질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자. →네 분은 어떤 형태의 통일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나. -안 학회장 지금 당장 통일을 얘기하기보다, 우선은 남북교류와 평화적 정착 노력을 먼저 하면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고, 남북 간에 정보도 오가게 되면 그때쯤 통일에 대한 카드를 슬쩍 꺼낼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표 우리 세대에 통일을 봤으면 한다. 하지만 통일이 되면 큰 혼란이 올 게 뻔하다. 지금 3만 5000명 북한이탈주민도 포용하지 못하는 입장인데 통일되면 2500만명, 3000만명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충분한 교육과 교류, 이런 것들이 충족돼야 한다. -전 교수 향후 20~30년에 대한 설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2000년 남북이 합의한 통일 방안에 공통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통일에 대한 철학에 기반을 둔 큰 계획을 세우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서 논의해야 한다. -박 연구위원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인 평화가 우선돼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두 집단의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되는 것에서 출발한다. 민족 공동체 통일방안도 교류 협력이 1단계인데, 그 이전에 0단계로서 제도적 평화 체제가 완성돼야 한다. 정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강동 대학생-청소년 짝꿍 봉사단

    강동 대학생-청소년 짝꿍 봉사단

    서울 강동구가 다음달 13일까지 진로희망 분야가 같은 청소년과 대학생이 짝꿍이 돼 봉사하는 위드유 봉사단 3기를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올해는 강동구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 30명, 대학생 15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이들은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해 총 5회 활동할 예정이다. 자원봉사 소양교육을 받고 팀별로 봉사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다. 지난해에는 대학생과 청소년을 합해 50명이 참여했다. 인문사회, 자연과학, 정보통신, 보건 등으로 분야별 팀을 이뤄 장애인 가정에 책 배달하기, 종이접기 등 유아 여가활동 지원, 의약품 분리배출 홍보, 미아방지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동네 대학생 선배, 청소년 후배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봉사의 가치를 체감하는 의미 있는 활동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미투 100일 #학내 성폭력 #외로운 싸움 #그래도 희망

    #미투 100일 #학내 성폭력 #외로운 싸움 #그래도 희망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성폭행 피해 폭로 이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들불처럼 번졌다. 들불은 음습한 곳에 똬리를 틀었던 성폭력 범죄를 다 태울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미투의 광장에 섰던 피해자들은 지금 법정에서 가해자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초 서울 용화여고에서 벌어진 ‘창문 미투’의 주역들이 보낸 100여일을 되짚어 보며 ‘미투 연대’의 끈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해 본다.●‘현재를 남기는 싸움’ ‘언젠가 이 포스트잇도 다 떨어지겠지….’ 지난 4월 10일 서울 노원경찰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던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빌미로 허벅지를 만졌다”고 폭로해 ‘창문 미투’를 촉발시킨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 신아영(24·가명)씨는 경찰 진술을 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가해자로 지목된 선생님과 진짜 싸움을 시작하는데, 스쿨 미투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언론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몇 년만 지나도 소문만 무성할 뿐, 모교 창문에 붙은 포스트잇을 보며 함께 감격했던 현장은 사라지고 없겠구나’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서울의 한 사립 미대에 재학 중인 신씨는 이날 이후 모교를 형상화한 미니어처를 스노볼로 덮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씨는 “벅찬 지금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창문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 떨어지더라도 모형 학교 창문에 새긴 ‘Me too’ ,‘We can do anything’이라는 ‘현재’는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또한 신씨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학내 성폭력의 역사를 기록해 140페이지가 넘는 잡지를 만들었다. 20여년 전 선배들의 목소리부터 재학생들의 학내 성폭력 폭로를 일지로 구성했다. 신씨는 “지금의 이 걸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뒤를 위해, 언젠가의 누구에게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기록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제작한 현재와 과거는 지난 13일까지 종로구 대학로의 혜화아트센터에 전시됐다. 마침 혜화아트센터 제2전시장에서는 교육감 선거 등 지방선거 투표가 치러져 제1전시장에 잠시 들러 작품을 본 시민들도 있었다. 용화여고 재학생들도 전시장을 찾았다. 신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졸업생과 재학생의 용기뿐 아니라 힘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역 시민단체의 응원, 진술을 두려워하던 자신에게 경찰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와 커피, 무료 전시회를 가능하게 해 준 문화계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어려움도 있지만, 사회가 ‘위드유’를 형성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성별과 세대로 나뉘지 않고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만히 있지 않겠다’ 용화여고에 재학 중인 고3 박소연(18·가명)양은 지난 4월 6일 졸업생 언니들의 폭로 기사를 학교에서 읽었다. 이날 박양은 “위축되지 마세요. 우리도 함께할게요”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는 재학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후 졸업생들의 폭로는 더욱 거세졌고, 재학생들도 일부 가해 지목 선생님들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용화여고의 ‘창문 미투’는 수험생인 고3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양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생님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던 고3이지만, 입시 때문에 관심을 이어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고 걱정했다. 국어교사를 꿈꾸는 박양은 용화여고 졸업생들과 학내 성폭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박양은 “지금 학내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처리돼야 나중에 교사가 됐을 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면서 “피해학생들이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고, 그걸 옆에서 지켜본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사립학교는 징계 권한이 학교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시 교육청의 징계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 가해 지목 선생님들이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않고 학교에 복귀하는 것을 학생들이 우려했던 이유다. 박양은 “교감선생님께서 교육청에서 내리는 징계를 따르겠다고 말했다”면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겠지만 학교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기사 내리라고 하는 게 더 큰 상처’ ‘도와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이혜숙(44) 마들주민회 사무국장이 언론에 나온 용화여고 창문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이다. 이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창문을 통해 세상에 외치는 것 같았다”면서 “어떻게든 응답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용기를 낸 학생들이 큰 좌절이나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역 시민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이 사무국장은 기사를 본 날 지역의 교육 관련 ‘밴드’에 기사를 공유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기사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 사무국장은 고3인 딸에게 이걸 알리면 친구들이 상처를 받느냐고 물어봤다. 딸은 “아니야. 그걸 내리라고 하는 게 더 상처일 거야”고 말해 줬다. 이날 이후 이 사무국장은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을 제안해 8개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 4월 13일 첫 번째 만남을 가졌다. 용화여고의 폭로 이후 지역 내 학내 성폭력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5월 3일에는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제대로 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기도 하고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번에도 학내 문화를 바꿔내지 못하면 또 반복될 것”이라면서 “학교 당국과 학생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역 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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