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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축구] 연장전에 승부차기… 자리 지킨 상주

    부산, 1개 실축… 3년째 챌린지 프로축구 상주 상무가 120분 연장 혈투도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내몰린 클래식(1부 리그) 팀으로는 처음 잔류에 성공했다. 3년 만에 챌린지(2부) 허물을 벗으려던 부산 아이파크는 단 한 개의 실축으로 울었다. 올 시즌을 클래식 11위로 마감한 상주는 26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챌린지 자체 PO 승자인 부산과의 K리그 승강 PO 2차전에서 상대 호물로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합계 1승1패(1득점·1실점)가 된 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부차기에서 극적으로 5-4 승리를 챙겨 내년 시즌에도 클래식에서 뛰게 됐다. 반면 2015시즌 클래식 11위에 그쳐 승강 PO로 밀려났다가 수원FC에 져 챌린지로 추락한 부산은 지난해에 이어 찾아든 ‘승격’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관중석에 지난 10월 별세한 조진호 전 감독을 기리려고 마련한 영정을 보며 통곡했다. K리그 유일 군경 팀 상주로서는 승강을 되풀이한 굴곡의 역사를 끊은 건 물론 2013년부터 시행된 승강 PO에서 클래식 11위로 나선 팀이 챌린지팀을 따돌리고 1부 잔류를 확정하는 K리그 첫 역사를 쓴 한 판이었다. 상주는 챌린지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승격한 뒤에도 클래식에서는 매 시즌 막바지 때 주축 선수가 전역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전력이 약화되면서 순위도 곤두박질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K리그가 2부 리그 도입을 준비하던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클럽 라이선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항의와 논란 속에 강제 강등된 상주는 이듬해를 챌린지에서 보내야 했다. 2013시즌 챌린지 초대 정상에 오르며 강원과의 승강 PO를 거쳐 승격됐지만, 최하위(12위)에 그치는 바람에 2015시즌 다시 챌린지로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1위로 다시 ‘무혈입성’한 데 이어 최초로 ‘상위 스플릿’(6위 이상) 진입에도 성공했지만 올 시즌 마지막 8경기 4무4패의 부진으로 승강 PO에 내몰렸고 다시 챌린지로 떨어질 위기를 맞았다. 고 조 감독의 영정 아래 ‘Go To The K-League Classic’(K리그 클래식으로 가자)는 현수막을 내걸 만큼 승격을 간절히 바란 부산은 홈에서 당한 0-1패를 그대로 되갚아 승부에 균형을 맞췄지만 승부차기 네 번째 키커인 고경민의 공이 골 포스트 위로 날아가며 승격의 꿈도 함께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도 넘은 중국의 안보 주권 침해

    지난 ‘10·31 합의’로 일단락된 듯하던 한·중 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달 중국 방문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행동’ 운운하며 우리에게 상식 밖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 자리에서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한다. 왕 부장은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행동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言必信 行必果)는 고사성어까지 들먹이며 강 장관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양국 관계 정상화 합의의 계기가 된 우리 측의 ‘3불’(不), 즉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 천명에 만족하지 않고 사드에 대한 실질적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는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중국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가 조치’로 사드 운용 시간 제한, 사드 앞 차단벽 설치, 중국 조사단의 성주 사드 기지 방문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사드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고도 40~150㎞의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는 방어 체계로, 주한미군이 밝힌 성주 기지의 사드 레이더 탐지 거리는 최대 1000㎞에 불과하다. 중국이 주장하듯 2000㎞를 넘겨 중국 동부 연안의 군비 상황을 환히 들여다보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뿐더러 미사일 방어 범위도 반경 200㎞에 불과해 수도권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미국의 군사위성으로 중국의 안보 동향이 훤히 파악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이 이처럼 사드 트집을 계속하는 것은 한·미 안보동맹을 흔들고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일 뿐이라 할 것이다. 사드의 운용 주체가 주한미군인 상황에서 사드 관련 추가 조치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번지수를 잘못 찾은 일일뿐더러 우리의 안보 주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 행위다. 세계 어느 주권국이 자국의 방어 체계를 이웃 나라에 공개하고, 검증을 허용하는지 중국은 터무니없는 요구에 앞서 그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이런 오만한 자세로 어떻게 양국 관계 정상화를 꾀한다는 것인지도 답해야 한다. 정부는 터무니없는 중국의 힘자랑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3불 기조 천명 자체가 우리의 안보주권을 훼손하고 외교 입지를 제약하는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터에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빌미로 한 압박에 밀려 ‘추가 조치’에 동조한다면 적지 않은 국민적 반발과 함께 정부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균열과 이에 따른 동북아의 불가칙성 증가라는 위협 요소도 인식해야 한다.
  • 태극기 달고 뜁니다 난민 복서의 ‘한일전’

    태극기 달고 뜁니다 난민 복서의 ‘한일전’

    카메룬 군인 복싱팀서 구타 시달려 2년 전 문경 군인체육대회서 망명카메룬 출신 ‘난민 복서’ 이흑산(34·본명 압둘레이 아산)이 첫 국제경기를 트렁크에 태극기를 새기고 치른다. 복싱매니지먼트 코리아(복싱M)는 슈퍼웰터급 한국 챔피언인 이흑산이 25일 오후 2시 서울 강북구 미아동 신일고 체육관에서 바바 가즈히로(25·일본)와 웰터급 6라운드 경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기면 내년 4월 국내 웰터급 최강전 우승자인 정마루(30·와룡체육관)와 대결할 예정이다. 정마루는 앞서 다음달 24일 재일교포 복서 윤문현과 세계복싱협회(WBA) 아시아 타이틀 매치에 나선다. 이흑산은 180㎝, 67㎏ 체격에 동체 시력이 좋고 반사신경을 바탕으로 한 풋워크에다 체력까지 빼어나다. 취업할 길이 막막하던 참에 카메룬 군인 복싱 팀의 입단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툭하면 구타당하고 영창에 갇히는 신세였다. 2015년 8월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카메룬 대표로 출전한 뒤 ‘탈영’을 감행한 다음 국내 망명을 신청해 지난 7월에야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안정적으로 운동하게 됐다. 지난 5월 복싱M 슈퍼웰터급 한국 챔피언에 올랐고, 8월에는 중량급 강자 고성진(34·원우민복싱짐)에게 5라운드 KO승을 거두는 등 5전 4승(2KO) 1무를 기록했다. 상대인 바바는 13전 6승(3KO) 2무 5패를 기록해 경험에서 앞선다. 지난해 12월부터 강원 춘천 아트복싱짐에서 이흑산을 지도한 이경훈(54) 코치는 “처음에는 본능과 힘에만 의지했지만 기량이 제법 늘었다. 언제 강제 추방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지만 이제 한결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국 미들급 챔피언을 지냈던 이 코치는 작은 키에 줄기차게 파고드는 바바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이흑산이 187㎝의 긴 팔을 이용해 견제하는 방법을 집중 조련했다. 3년째 한국에서의 겨울을 나고 있지만 이번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에 감기에 걸려 자주 코를 훌쩍거린다는 전언이다. 무슬림이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 삼계탕으로 추위도 이겨내고 보양도 했다고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여중생 협박해 음란동영상 받아낸 20대, 징역형 집행유예

    여중생 협박해 음란동영상 받아낸 20대, 징역형 집행유예

    여중생을 협박해 음란동영상과 사진을 찍게 하고 이를 받아 또다시 협박한 20대 A씨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유지됐다.춘천지방법원 형사1부(부장 정회일)는 아동복지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24)씨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가 B양이 어린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음란한 동영상과 사진을 요구하고 욕설과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고 한 점,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불량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1일 모바일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B(13)양에게 “너희 학교에 찾아가겠다”며 협박하고 음란한 동영상과 사진을 요구했다. A씨의 협박에 공포와 무서움을 느낀 B양은 음란행위가 담긴 장면을 촬영해 A씨의 휴대폰으로 전송했고 이후 A씨는 계속해서 B양에게 얼굴과 가슴사진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 A씨는 B양이 사진을 보내지 않으면 “음란 행위가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심한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등 파렴치한 행위도 저질렀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춘천지법 형사1단독 이문세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아동인 피해자를 협박해 피해자 자신의 음란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송하게 한 사건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후반 44분 랑에게 결정적 한 방, 맨유 16강 확정 기회 날려

    후반 44분 랑에게 결정적 한 방, 맨유 16강 확정 기회 날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후반 44분 극장 골을 내주며 패배해 16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다. 맨유는 23일 바젤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5차전 정규시간 1분을 남기고 미하엘 랑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졌다. 4전 전승으로 쾌속 질주하던 맨유는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날 첫 패배를 기록하며 승점 12 제자리를 맴돌았다. 바젤은 승점 9로 마지막 6차전에서 16강 진출은 물론, 조 1위도 노리게 됐다. 다만 이날 벤피카(포르투갈)를 2-0으로 제압한 CSKA 모스크바(러시아) 역시 승점 9를 쌓아 맨유-모스크바, 바젤-벤피카의 6차전 끝까지 앞을 내다보기 힘든 16강 진출 다툼을 벌인다. 객관적인 전력은 앞서고, 상황에 여유가 있는 맨유가 편안하게 경기를 주도하며 68%의 점유율을 누렸다. 슈팅이 두 차례나 크로스바를 맞고 퉁겨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바젤은 수비를 안정시킨 뒤 역습을 노리다 막판 결정적 한 방을 놓치지 않았다.맨유는 전반 11분 폴 포그바의 침투 패스를 받은 로멜루 루카쿠가 날린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 마루앙 펠라이니가 머리에 맞춘 공이 골문으로 향하는 것을 수비수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전반 16분에도 펠라이니의 날카로운 헤더가 있었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42분 앙토니 마르시알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한 것을 펠라이니가 다시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 2분 뒤 마르코스 로호의 중거리 슛이 수비수 몸에 맞은 뒤 다시 골포스트를 때렸다. 전반 바젤은 한 차례 슈팅에 그쳤다. 바젤은 후반 20분 만에 여덟 번째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 일변도로 바뀌었다. 끈기있게 맨유 골문을 두드린 끝에 44분 랑이 마침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C조 첼시는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원정 경기에서 4-0 대승을 거두고 승점 10을 쌓아 이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 0-2로 무릎을 꿇은 AS 로마(승점 9)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서며 남은 한 경기에 관계 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전반 21분 에당 아자르와 후반 28분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페널티킥 득점들과 전반 36분과 후반 40분 터진 윌리앙의 멀티 골을 묶었다. AT 마드리드는 승점 8로 최종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렸다. 이미 나란히 16강행을 확정한 B조의 파리 생제르맹(프랑스)과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각각 셀틱을 7-1, 안더레흐트(벨기에)를 2-1로 따돌렸다. D조 바르셀로나(스페인)는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원정경기를 0-0으로 비겨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리오넬 메시는 후반 11분에야 교체 투입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승점 11을 기록하며 1위를 지킨 바르셀로나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3-1로 누른 스포르팅CP(포르투갈)와의 최종전에서 패하더라도 최소 2위는 확보한다. 반면 2위 유벤투스(승점 8)는 올림피아코스와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데 스포르팅(승점 7) 역시 실낱같은 희망을 살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올림픽 오디세이] ‘온난 해류’에 막힌 남반구 겨울 성화, 2026년 남미 불붙일까

    [올림픽 오디세이] ‘온난 해류’에 막힌 남반구 겨울 성화, 2026년 남미 불붙일까

    시대별 나라별로 규모는 천차만별이었지만 지구촌 어느 대륙에서나 올림픽은 치러졌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의 경우는 예외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첫 대회가 시작된 이후 22차례를 치른 겨울잔치는 모두 위도 23도27분 북회귀선 위쪽의 북반구에서 열렸다. 그곳에도 겨울이 있고 높은 산과 매서운 겨울이 있는데, 동계올림픽은 왜 남반구에서는 열리지 않았던 것일까.짐작하듯이 기후의 영향이 가장 크다. 미국 컬럼비아대 러몬트 도허티 지구천문학연구소의 지질학자 리처드 시거 교수는 2014년 과학 전문 웹매거진 ‘라이브 사이언스’ 기고에서 두 지역의 기후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그는 “같은 겨울인데도 북반구가 남반구보다 더 춥고 눈이 많은 것은 남반구에 견줘 땅덩어리가 적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세계기후 패턴으로 볼 때 대륙의 안쪽이 대양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반면 남반구는 전체 면적의 80.9%를 바다가 차지하는 탓에 따뜻한 해류가 강설에 필요한 차가운 공기를 쉴 새 없이 밀어내고 순환시켜 안데스산맥과 뉴질랜드 알프스 같은 높은 곳을 빼면 동계올림픽에 적합한 기후를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기후 환경 외에 경제적, 지리적, 정치·사회적인 요인도 남반구의 오륜기 입성에 걸림돌이 됐다. 하계대회든 동계대회든 올림픽을 치르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 소요된 비용은 510억 달러, 현재 환율로 따지면 57조원 남짓이다. 남반구 국가들 가운데 이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은 몇 안 된다. 지구 전체 인구 10~13%에 불과한 8억여명이라는 열악한 인적 구성, 큰 바다를 건너야 하는 지리적 접근성도 올림픽을 치러내는 데 한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남반구가 동계올림픽의 변방은 아니었다. 2014년 소치대회에 88개국이 나섰던 걸 감안하면 전체 참가국 가운데 40%에 가까운 나라가 ‘눈과 얼음의 축제’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남반구 혹은 열대 국가다. 뉴질랜드의 아넬리제 코버거는 1992년 알베르빌대회 여자 알파인스키에서 남반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은)메달을,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대회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리자준(중국), 안현수(당시 한국), 안톤 오노(미국)가 결승선을 앞두고 줄줄이 넘어지면서 금메달을 따내 2016년 호주국립사전에 ‘do a Bredbury’(꾹 참고 기다리다 기회를 잡아라)라는 신조어를 등재케 했다. 이처럼 귀중한 결실까지 동반했지만 앞으로도 남반구 나라들의 동계올림픽 개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극이 녹아내리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어서다. 캐나다 워털루대와 오스트리아 경영학 연구소는 대회를 개최한 19개 도시 및 지역 가운데 2080년이면 6곳만 대회를 다시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희 한국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지금의 온난화 추세라면 뉴질랜드의 해발 고도 1900m 이상 스키장 눈 깊이가 현재 2.09m에서 2090년대 1.56m로 줄어들 것”이라면서 “눈 깊이가 30㎝ 이상을 유지하는 기간도 현재 254일에서 171일로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평창, 베이징에 이어 내년 10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결정될 제26회 대회 개최지가 궁금해진다. 사상 처음으로 남반구에서 오륜기가 휘날릴 가능성이 이미 몇 년 전부터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공동개최를 꾀하던 뉴질랜드의 계획이 2015년 백지화되면서 남반구 가운데 칠레 수도 산티아고,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고원 바릴로체 등이 유력한 ‘잠재적 유치 신청’ 도시로 떠올랐다. 산티아고는 천혜의 설국 포르티요와 가깝고 바릴로체는 아르헨티나가 2018년 유스올림픽 유치를 구상하면서 ‘패키지’로 유치에 공을 들여 온 곳이다. 계절의 반대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동계올림픽과 같은 해 5월 말~6월 초 시작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의 충돌에서 비롯될지도 모르는 불협화음도 감수해야 하지만 이 두 곳은 오륜마크가 상징하듯 세계인이 동참한다는 IOC의 올림픽정신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받을 게 분명하다. 과연 남십자성 아래 올림픽 성화는 타오를 수 있을까.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우리은행장 후보 10명 이내 압축… 외부인사 포함

    우리은행이 외부인사가 포함된 차기 행장 후보군을 10명 이내로 좁혔다. NH농협은행도 신임 은행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농협의 신임 행장과 더불어 현재 인선이 진행 중인 차기 은행연합회장까지 모두 이달 말까지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주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차기 은행장 후보자 선정 방법과 절차를 협의했다고 20일 밝혔다. 헤드헌터사를 통해 후보군을 물색해 온 임추위는 60명의 후보를 검토한 뒤 10명 이내로 후보자를 압축해 평판조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전·현직 임원과 상당수의 외부인사가 포함됐다. 임추위는 평판조회 후 면접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평판조회 대상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임추위는 “1차 면접 대상자는 후보자 동의가 있으면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차 면접은 오는 27일쯤이 될 전망이다. 최종 후보자를 선임하는 임시 주주총회는 다음달 29일로 정해졌다. NH농협금융은 이날 임추위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후임을 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임추위원들이 모여 향후 일정과 절차 등을 논의했다.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들어간 은행연합회는 오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3명의 후보를 추리는 ‘쇼트 리스트’를 확정하고 이달 안에 차기 회장 후보자를 추대한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사설] 안전대국 건설이 세월호 잊지 않는 길이다

    세월호 미수습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생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와 일반 승객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의 가족이 그제 전남 목포신항을 떠났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1313일 만이다. 이들 가족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비통하고 힘들지만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목포신항을 떠나기 앞서 추모식을 가졌다. 이어 안산과 서울에서 3일장을 치르고 오늘 유품을 화장한 뒤 가족공원 등에 안장한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의 철수 결단은 세월호를 묻겠다는 뜻이 아니다. 이들은 가족을 잃은 자신들의 고통보다는 참사 뒤 생긴 국민 간 갈등을 걱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의 비원을 담아 철수를 결정했다.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국회에서는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담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오늘 본회의에 상정돼 24일 표결에 부쳐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찬성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된 과정과 특조위 위원 9명의 여야 구성 비율을 놓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해 총체적이고 온전한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각 당은 법안 통과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도 선체를 똑바로 세워 내년 3월까지 선내를 조사한다. 3년 반 전의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사고 직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기운이 드높아져 국민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는 듯했으나 그때뿐이었다. 안전보다는 속도, 효율을 우선시하는 고질병이 참사의 기억을 비웃듯 머리를 드밀고 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규모 5.4의 포항 지진에서 보듯 내진설계가 의무화된 아파트가 건설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는 등 3000채 가까운 건물이 피해를 봤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의 교훈을 전혀 살리지 않은 채 포항 지진을 맞은 모습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동네의 조그만 건설현장에도 보행자 안전 통로 하나 제대로 만들지 않는 우리다. 시공자, 허가관청, 지나는 시민들조차 이런 안전불감증을 당연히 여긴다. 일본 같으면 안전보행을 유도하는 요원만 여러 명이 배치됐을 것이다. 일본도 대형 사고가 많았지만 수십년간 민관이 노력해 안전한 나라의 대열에 들어섰다. 안전대국 건설에는 돈도 들고, 의식 개혁과 법 정비도 필요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정부의 내년도 지진 방재 예산이 500억원 이상 삭감된 것은 우리의 후진적 현실을 잘 보여준다. 훗날 ‘세월호 참사가 대한민국의 안전대국을 일구는 거름이 됐다’는 기록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를 우리 사회가 잊지 않고 의미 있게 기억하는 길이다. 사회 구성원과 정부가 합심해야 한다.
  • [외환위기 20년] 경상흑자 회복했지만… 후퇴하는 경제 역동성

    [외환위기 20년] 경상흑자 회복했지만… 후퇴하는 경제 역동성

    태국에서 시작한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국가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꼽힌다. 현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위기를 극복한 모습이다. 20년 전 텅 빈 외환보유액은 2017년에 한국 3844억 달러, 태국 2005억 달러, 인도네시아 1265억 달러로 가득 찼다. 그러나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영향과 맞서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태국이 진앙지였다.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달러 환율이 3분의1로 떨어져 엔화 강세가 되자 일본 기업들은 생산 비용이 저렴한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금융투기세력인 ‘핫머니’는 아시아로 뛰어들었다. 1990~96년 태국의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12.7%, 말레이시아는 17.9%였다. 덕분에 태국 등의 수출은 늘었지만,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중국이 1994년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약세로 유지해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이 저조해졌다. 무역수지에 흑자이던 인도네시아도 GDP 대비 2.6%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태국이 금융투기세력의 공격에 손을 들고 고정환율제를 포기하자 외환위기는 아시아로 확산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을 개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따른 한국·태국·인도네시아의 구조개혁은 유사했다. ‘IMF 모범생’은 한국이었다. 1997년 11월 21일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한국은 1999년 11.3%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회복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2009년 0.7% 경제 성장률로 선방했다. 그러나 장기불황 위험성 등 과제를 안았다. 신자유주의 처방은 고용 불안정성과 소득 양극화라는 부작용도 컸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가계부채 급증은 IMF에서도 우려한다. 태국은 금융 개혁과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이른바 ‘탁시노믹스’로 빠르게 위기를 극복했다. 1997년 금융재건청(FRSA)을 신설해 금융기관 개혁을 총괄했다. ‘태국판 달러·금 모으기 운동’도 일어났다. 2001년 집권한 탁신 총리는 농촌 개발사업, 공기업 민영화,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 경제 위기 이전의 성장률을 회복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약 8%에 달했지만, 20년 후 11% 이상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2006년·2014년 연이은 군부 쿠데타와 2016년 국왕 서거 등 정치불안으로 경제가 발목을 잡혔다. 인도네시아는 외부 투자를 기반으로 경공업을 육성했지만, 금리가 높아 투기성 단기 자본의 표적이 돼 외환위기를 겪었다. 자원 의존적인 구조 등을 이유로 다른 나라보다 취약했다. 2013년 증시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를 미국 금리 상승에 취약한 5개국으로 선정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2014년에 집권해 경기부양책을 펴 2016년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경제성장률도 5%대로 올랐다. 국제 3대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올해 들어서 인도네시아를 투자적격등급(BBB-)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경상 수지 약세는 위험 요인이다. 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 처방으로 고정환율제를 택하고 정부 지출을 늘렸다. IMF의 비웃음을 샀지만, 외환위기를 빨리 벗어났다. 물가 폭등도 없었다. 그러나 2014년 시작된 저유가로 링깃화 가치가 폭락했다. 나집 라작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나랏돈 해외로 빼돌렸다는 부패 의혹도 더해져 말레이시아 경기는 고전 중이다. 한국과 동남아 외환위기의 반사이익은 중국이 누렸다는 평가다. 중국은 한국이 주춤할 때 글로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2002년 이후 중국과 동남아의 무역액은 연평균 20% 이상씩 증가했다.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된 동남아 국가는 내수 중심 성장이 여의치 않다. 2016년 태국의 상위 1%가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58%, 인도네시아는 49.3%였다. 2015년 아세안 경제공동체를 출범해 외국인 직접 투자를 꾀했으나, 투자는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더 몰리고 있다. 중국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지난 10년의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시기이기에 아시아 국가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이코노미스트지에 “달러 강세와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글로벌 기업이 모국의 은행에서 대출을 늘리고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외환보유고를 늘리고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외환위기 극복책을 누구나 따를 수 없다는 한계도 나온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포항 지진 이후] “집안 금 갔는데 조사공무원 안 나와, 살아도 되나… 불안해서 잠 못 이뤄”

    시청 접수 민원 400여건 달해 시내 제외 외곽지역 아예 소외 市 “범위 넓어 시간 걸려” 해명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지 5일이 지났지만 당국이 아직 일반 주택 등에 대한 피해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9일까지 주민들이 포항시 본청에 요청한 안전점검 민원은 400여건에 이른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청뿐만 아니라 동사무소로 들어오는 것까지 합치면 점검 요청 민원 건수는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시에 민원이 들어오면 한국시설안전공단 직원,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점검단이 현장에 나가 상태를 파악한다. 안전점검을 요청한 두호동의 한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계단 벽, 외관 등 곳곳에 금이 가 있다. 이 아파트의 한 가구는 화장실 변기 주변 바닥이 깨져 있고 베란다 천장, 벽 등에 균열이 나 있는 상태다. 거실과 안방 등에는 옷, 책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주인 A씨는 “이사를 하기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지진이 나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며 “많이 불안한데 그냥 살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점검단은 맨눈으로 확인한 결과 당장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점검단 관계자는 “아파트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나 균열이 난 탓에 누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중기적으로 외벽을 보수해야 한다”며 “단 경비실은 긴급히 손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내에 있는 이 집은 점검단이라도 나오지만, 포항 외곽이나 변두리 지역은 아예 소외당하고 있다. 흥해읍 북송리의 한 주민은 “흥해읍 여러 마을이 피해를 봤는데 아직 공무원이 한 명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마을뿐 아니라 다른 마을도 그렇다”고 말했다. 200가구 정도가 사는 이 마을에는 반쯤 부서지거나 기울어진 집이 여러 채에 이른다. 마을 이장이 주민들에게서 지진 피해 신고서를 받은 결과 벌써 100가구 이상이 관련 서류를 냈다. 여러 마을 중에서도 흥해읍 매산리는 피해가 심각한 곳이다. 이 마을에는 보일러실 벽이 무너져 기름이 떨어져 가는데도 이를 넣을 수 없어 추위 속에 불안해하는 60대 할머니와 70대 할아버지가 산다.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해 대피소로 거처를 옮기지도 못해 두 사람은 복구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지만 한정된 인력에 피해가 크고 범위도 넓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포항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커버스토리] 7.0 강진에 우리 집이 흔들…난 뭘 해야 할까

    [커버스토리] 7.0 강진에 우리 집이 흔들…난 뭘 해야 할까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들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때마침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는 지진과 화재, 재난 등 국내 안전산업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15~17일)가 열렸다.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가 주최하는 안전산업박람회는 안전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안전산업 종합 전시회다. 올해도 26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490곳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특히 이번에는 ‘국제도로교통박람회’와 ‘기상기후산업박람회’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열려 시너지를 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공기관 단체는 물론 학생과 일반인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웠다.# 지진 여파로 생존배낭 등 큰 인기 포항 지진 다음날로 전국이 어수선했던 지난 16일. 행사장 최고 인기 코너는 단연 지진체험이었다. 대한안전교육협회 부스에 마련된 ‘가상현실(VR) 지진체험’ 시뮬레이터에 사람들이 크게 몰렸다. 기자도 순서를 기다려 시뮬레이터에 올라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안전벨트를 맸다. 대한안전교육협회 관계자가 관람객들에게 “가상현실이 너무 어지러우면 눈을 감아 달라”고 당부했다. 곧바로 규모 7.0 수준의 대지진이 시작됐다. 바닥이 흔들리고 천장이 무너지더니 금세 집 안이 화염과 연기로 뒤덮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도 가상현실에 등장하는 등 실제 지진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 15일 지진 당시 포항 주민들이 느꼈을 공포와 혼란이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지진체험을 한 대학생 정성윤(23)씨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수도 없이 본 동영상보다 이번 체험 한 번이 훨씬 더 크게 와닿았다”고 설명했다.경기도 재난안전본부와 영우산업 등이 설치한 지진체험 컨테이너에도 유치원생부터 노인 부부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아왔다. 컨테이너 내부를 실제 가정집으로 꾸민 뒤 이를 전후좌우로 흔들어 가상 지진 체험을 할 수 있게 설계됐다. 컨테이너에 들어간 관람객들은 지진이 나자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기를 차단했다. 방석으로 머리를 가리고 식탁 아래로 들어가 엎드렸다. 지진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주변에서 떨어지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며 출입문 쪽으로 조심히 나갔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주부 박정숙(49)씨는 “간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간 연습을 하지 않아 익숙치 않았던 대피 요령을 몸으로 익히니 기분이 뿌듯했다”면서 “실제 지진이 오더라도 지금처럼 침착하게 대처하면 안전하게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지진 대피용 생존배낭’도 큰 관심을 모았다. 생존배낭은 지진 등 대형재난이 발생해 전기와 가스, 통신 등이 모두 끊어진 뒤 구조기관이 잔해를 치워 가며 생존자를 구하는 데 필요한 기간인 3일(72시간) 정도를 혼자 버틸 수 있게 비상식량과 물, 손전등, 건전지, 성냥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을 말한다. 생존배낭을 개발한 국민샵 관계자는 “지난해 9·12 경주 지진 뒤로 우리나라에서도 생존배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안전산업은 4차 산업으로 진화 중 이날 박람회는 정보기술(IT)과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의 경연장이었다. 박람회 대표 슬로건인 ‘안전선진국 도약, 안전산업의 미래’답게 첨단 IT 기술을 도입한 안전 전문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등을 융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가상현실 전문업체 ‘엠라인스튜디오’ 부스를 찾아가 건설현장 추락사고를 경험했다. 머리에 가상현실용 헤드기어를 쓰니 기자는 어느새 서울의 한 고층건물 건설현장에 서 있었다. 가상현실 속에서 장갑을 끼고 건설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현장 가설물이 와르르 무너지며 몸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실제와 너무도 똑같다 보니 떨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정신을 추스른 뒤 용접 및 감전 체험에 도전했다. 용접 시간이 길어지자 용접봉을 들고 있던 손이 실제로 뜨거워졌다. 건설용 전기제품이 물에 닿자 손에 찌릿하게 전기 자극도 왔다. 김윤필 엠라인스튜디오 이사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추락, 감전 등 안전사고 체험을 이제 IT의 도움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건설 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 맞춤형 사고 체험 제품 개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이 밖에도 쿠도커뮤니케이션은 차세대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 ‘인텔리빅스’를 선보였다. 카메라와 비디오에 입력된 영상에서 움직임이 있는 물체를 감지, 추적, 분류해 정체를 확인하는 장치다. 코너스의 ‘스마트 안전 에이전트 스테이션’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안전사고 발생 시 최적의 대피 경로를 찾아 줘 호평받았다. 기기에 탑재된 온도·연기센서를 통해 대피 경로상 위험 여부를 감지하고 이를 무선 통신망으로 전송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동시에 대피할 수 있는 경로와 이동 시간이 가장 빠른 경로 등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 세계 안전산업 10년 새 두 배 성장 예상 이번 박람회 현장에서도 알 수 있듯 안전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안전도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안전산업의 경쟁력 평가와 과제’에 따르면 세계 안전산업 시장 규모는 연평균 6.7%씩 성장해 2013년 2809억 달러(약 309조원)에서 2023년 5300억 달러(약 5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등으로 자연재해 인명피해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고 피해 범위도 커지고 있어 안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경우 지진과 해일 예방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재난예측과 내진설계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은 9·11 사태 뒤로 대테러 방지와 항공보안, 국토안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후발 주자들도 자체 산업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안전산업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갖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적정기술을 적용한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현재 안전산업 시장 양대 강국은 서유럽과 중국이다. 두 곳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25.2%와 19.5%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2018∼2023년 안전산업 성장률이 연평균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임산부용 전자파 차단복 하나만 봐도 연간 1000만벌 이상이 팔리며 7억 달러(약 7700억원)가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서둘러 경제 재도약에 나서야 하는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 정부 “산업재해 왕국 오명 씻어라” 우리나라도 ‘산업재해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가 성장의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안전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패션이나 대중문화뿐 아니라 안전산업 분야에서도 ‘한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우리나라 안전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인 IT와 결합해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안전산업박람회 개막식에서 “안전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3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난안전 핵심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내 안전산업은 6.3%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9600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막식 뒤 가진 토크콘서트에서 “안전산업은 블루오션(신성장시장)으로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면서 “청년들이 높은 성공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안전 산업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전한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의 4대 비전, 12대 약속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이를 달성하려면 안전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 조직과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손 안 ‘금침’ 빽빽…한국 50대女 엑스레이, 국제학술지 실려

    손 안 ‘금침’ 빽빽…한국 50대女 엑스레이, 국제학술지 실려

    유명 학술지 웹사이트에 공개된 엑스레이 사진 한 장이 여러 외신에 소개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자의 두 손을 보여주는 사진에는 실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몇십 개씩 박혀 있다. 금으로 된 바늘, 이른바 ‘금침’(金鍼)이다.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이날 ‘뉴잉글랜드의학회지’(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웹사이트에 있는 ‘임상의학 이미지’(IMAGES IN CLINICAL MEDICINE) 부문에 위와 같은 희소 임상 사례가 실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특히 수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의 박경수 교수(류마티스내과 과장)와 주영빈 교수(임상조교수)가 보고한 국내 사례로, 지금까지 4만 8000회가 넘는 열람 횟수를 기록하며 이번 주 두 번째로 많이 본 게시물로 기록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자는 58세 여성으로, 엑스레이 사진은 2014년 4월 촬영한 것이다. 환자는 18세 때부터 손발 관절이 아프기 시작해 10년 전 48세 때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진단받았다. 특히 이 환자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이부프로펜(진통제)으로 버티고 통증을 줄이려고 금침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침 치료는 동양 의학 중에서도 전통적인 침술로 얇은 순금을 1㎝ 미만의 길이로 나눠 살균 처리한 뒤 통증 부위에 주입하는 방식인데, 그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경수 교수는 “환자는 증세가 가벼웠던 초기에 항류머티즘성 약물을 사용한 적절한 치료를 받는 대신 침구 같은 전통의학에 의존했다”면서 “관절이 이렇게까지 변형한 원인은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관련이 있는 혈액 속 특정 단백질 상승 등 다른 위험 인자를 안고 있던 것과도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NEJM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의학잡지로, 학회지 영향력과 권위도를 평가하는 인용지수에서 72.4를 기록하고 있는 부동의 세계 최고 학술지다. NEJM 인용지수는 최고의 과학저널로 알려진 네이처(40.1)나 사이언스(37.2)보다 높은 수준이다. 사진=NEJM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조덕제 “견딜 수 없는 모멸감…아내는 정신적 충격 심해”

    조덕제 “견딜 수 없는 모멸감…아내는 정신적 충격 심해”

    배우 조덕제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주장했다.조덕제 측은 15일 영진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으나, 이날 예정된 4시 약속은 갑자기 취소됐다.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 한인철 팀장은 “조덕제와 만나기로 한 건 맞지만 조덕제 측이 비공식으로 만나자고 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조덕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오늘 영진위 담당자와의 약속시간을 불과 몇 시간 남겨 두지 않고 청천 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그것은 영진위 담당자측에서 조덕제와의 만남을 가진다는 기사를 접한 여배우 측의 강력한 항의가 의해 오늘 약속을 취소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자신만을 위한 검증과 조사 요구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난 사건이 아니다. 저의 억울함을 밝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 중인 사건이다. 아직 누가 성추행 가해자인지 무고의 피해자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에야 밝히지만 2심 재판 내내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받는다. 확정된 범죄자도 아닌, 너무나 억울함을 부르짖는 제가 2심 공판 내내 파렴치한 범죄자처럼 재판을 받았다. 개인을 상대로 여배우와 단체들은 법정에서 저 조덕제를 향해 무차별적인 인권유린과 폭력을 행사했다. 늘 법정에 저와 함께 했던 제 아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하 조덕제 공식입장 전문 오늘 영진위 담당자와의 약속시간을 불과 몇 시간 남겨 두지 않고 청천 벽력같은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영진위 담당자 측에서 조덕제와의 만남을 가진다는 기사를 접한 여배우측의 강력한 항의가 의해 오늘 약속을 취소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저로써는 영진위와 제가 만나는 것에 대해 왜 여배우 측이 항의를 하였는지 또, 그러한 항의가 있다고 하여 영진위 측은 왜 다급히 약속을 취소했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로 인해 이틀 전 영진위 담당자와 통화를 한 후 가졌던 그 벅찬 감동과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기쁨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는 참담한 상황에 또 한번 깊은 좌절과 약자로써 받는 서러움 뿐 아니라 힘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저의 이런 모습에 저에 대한 분노가 생겼습니다. 제 자신만을 위한 검증과 조사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 최종 판결이 난 사건이 아닙니다. 저의 억울함을 밝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 중인 사건입니다. 아직 누가 성추행 가해자인지 무고의 피해자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영진위의 관계자분도 인정하시고 사건을 다시 검증 해보겠다고 하는 말씀을 하셨던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에서 나올 선고 결과가 판례가 되어 앞으로 영화계 전체에 끼칠 부작용과 악영향의 대해 심한 우려를 표하시고 공정한 절차에 의한 검증을 통한 영화인들의 의견과 판단이 어떤 형태로든 대법원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여배우 측과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단체들은 1심 판결 이후부터 마치 저를 확정된 범죄자인 양 몰아세우며 힘없는 저에게 윽박을 지르고 억누르고 있습니다. 오늘 영진위와의 만남은 향후 영화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뜻 깊은 일이라 생각되어서 그들이 저를 만나자고 전화가 왔을 때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배우 측의 항의를 받고 일방적으로 모든 약속을 취소하겠답니다. 과연 제가 바라고 원했던 공정한 검증과 조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나요 ?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 것인가요? 공공단체라는 그들은 무엇이 두려워서 비공개 만남을 통한 조사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조덕제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단체들은 ‘조덕제는 가해자다‘ 라는 틀을 기자회견과 포럼 등을 통해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단체들의 잘못된 행위와 옳지 않은 행동을 영진위도 알고 있음에도 영화계의 대표적인 공공단체로써 그 단체들의 행동을 자제시키거나 중지하라고 하는 말 한 마디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외부단체들의 영향력을 막아낼수 없다면 스스로가 영화계를 위한 공공단체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에야 밝히지만 2심 재판 내내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모멸감을 받았습니다. 확정된 범죄자도 아닌, 너무나 억울함을 부르짖는 제가 2 심 공판 내내 파렴치한 범죄자처럼 재판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있었습니다. 힘없는 한 개인을 상대로 여배우와 단체들은 법정에서 저 조덕제를 향해 무차별적인 인권 유린과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늘 법정에 저와 함께 했던 제 아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었겠지요. 그래도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직은 저의 뜻을 알아 주시고 힘을 보태주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저 조덕제! 살아가는 동안 그분들이 보여주신 뜨거운 정의와 용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쓰러지지 않고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계속 격려해 주십시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4차산업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개최할 것”

    “4차산업 규제·제도혁신 ‘해커톤’ 개최할 것”

    “많은 정부가 규제와 제도 개혁을 이야기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빨리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조급증 때문이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제와 제도 개혁을 해 나갈 것이다.”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15일 서울 광화문KT 12층 일자리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대중적 공감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자 위원회 내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끝장 토론을 벌여 개략적인 혁신 초안을 만드는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커톤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기한을 정해 제작자들이 모여 제품 초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다. 장 위원장은 규제와 제도 혁신을 위해 민간과 정부 관련자가 참여해 1박2일 일정으로 끝장 토론을 벌여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초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오는 30일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대한 ‘큰 그림 1.0’을 발표할 예정이다. 큰 그림 1.0은 18개 정부 부처가 분야별로 다룰 수 있는 부분들을 모아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략적인 마스터플랜이다. 장 위원장은 “국민이 4차 산업혁명을 체감할 수 있고 실제로 와 닿는 문제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스마트시티라고 생각해 16일부터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 특위 이외에도 정밀의료 같은 헬스케어 특위와 빅데이터 관련 특위도 구성할 예정이라고 장 위원장은 밝혔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단순히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나 국회의 후속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추적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이룬 주체들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장 위원장은 개인적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스타트업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투자한 노력과 비용을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4차산업을 위한 사회적 합의 조만간 이끌어 낼 것”

    “4차산업을 위한 사회적 합의 조만간 이끌어 낼 것”

    “많은 정부가 규제와 제도 개혁을 이야기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빨리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조급증 때문이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제와 제도 개혁을 해 나갈 것이다.”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15일 서울 광화문KT 12층 일자리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의 대중적 공감을 이끌어 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위원회 내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끝장토론을 벌여 개략적인 혁신 초안을 만드는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을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커톤은 정보통신분야에서 기한을 정해 제작자들이 모여 제품 초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다. 장 위원장은 규제와 제도 혁신을 위해 민간과 정부 관련자가 참여해 1박2일 일정으로 끝장토론을 벌여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초안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오는 30일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산업혁명 추진’에 대한 ‘큰그림 1.0’을 발표할 예정이다. 큰그림 1.0은 18개 정부부처가 각 분야별로 다룰 수 있는 부분들을 모아서 4차산업혁명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략적인 마스터플랜이다. 장 위원장은 “국민들이 4차산업혁명을 체감할 수 있고 실제로 와닿는 문제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스마트시티라고 생각해 16일부터 스마트시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시티 특위 이외에도 정밀의료 같은 헬스케어 특위와 빅데이터 관련 특위도 구성할 예정이라고 장 위원장은 밝혔다. 장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단순히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나 국회의 후속절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추적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이룬 주체들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위원회에서 제안된 마스터플랜이 정부나 국회의 절차에서 거부될 경우 그 이유까지도 명확히 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장 위원장은 개인적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스타트업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투자한 노력과 비용에 비해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딸에게 강자 논리 먼저 가르쳐” 최순실 2심도 징역 3년

    “딸에게 강자 논리 먼저 가르쳐” 최순실 2심도 징역 3년

    고법, 최경희·김경숙 각 징역 2년 남궁곤 前 처장 징역 1년 6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과정에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이화여대 관계자들과 최씨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과 규칙 대신 강자의 논리부터 먼저 배우게 했고,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게 공평과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는 부정과 편법을 쉽게 용인해 버렸다”고 질타했다.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4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3년,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육성대학장에게 각각 징역 2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남궁 전 처장의 교육부 특별감사 방해 혐의와 최 전 총장의 국회 위증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은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응시한 정씨를 입학시키기 위해 서로 공모해 면접위원들과 교무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궁 전 처장이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갖고 면접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면접위원들에게 “승마특기생이 정윤회의 딸이라고 총장님께 보고드렸더니 총장님이 무조건 뽑으라고 한다”고 말한 뒤 면접위원들을 쫓아가며 “금메달입니다, 금메달”이라고 소리친 행위도 주변 진술과 증거들을 종합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최씨는 또 정씨가 다녔던 청담고에 허위로 출석과 봉사활동 서류를 제출했고 체육교사에게 3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화여대에 입학한 정씨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정상적으로 학점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학사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융합컨텐츠학과 교수와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도 원심과 같이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았다. 이원준 체육과학부 교수(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벌금 500만원)의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정씨도 입시 및 학사 비리 과정에서 공모 관계에 있었다고 재판부는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법과 절차를 무시했고 원칙과 규칙을 어겼으며 공평과 정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면서 각자 양형에 참작할 사정들이 있지만 워낙 위법성이 큰 행위인 만큼 그에 맞는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
  • 40년 전 독일 간 명자씨,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40년 전 독일 간 명자씨,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1960~70년대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새 삶을 일군 파독 간호사는 대부분 이런 이미지들로 기억된다. 조국의 경제 부흥을 위해 해외에서 활약하며 외화를 벌어들인 산업 역군, 어려운 집안 살림을 일으키려고 이국 땅으로 떠난 효녀, 오빠의 학업을 뒷바라지하고자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착한 누이…. 하지만 이는 그들의 역사에 대해 절반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2015년 독일 베를린예술대학의 방문교수로 1년간 체류한 김재엽 연출가는 그곳에서 직접 만난 재독 한인 여성들로부터 그동안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그들의 ‘진짜’ 역사를 접했다.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새달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는 독일행을 선택한 여성 간호사들의 ‘능동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이들이 낯선 땅에서 당당히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독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 베를린 코멘터리’ 시리즈 연극을 선보이고 있는 김 연출가의 두 번째 작품이자 예술의전당이 3년 만에 선보이는 기획 공연이다.‘병동소녀는…’는 재독여성한인모임의 주축이었던 재독 정치학자 유정숙 박사를 비롯해 50~60년 전 간호사로 독일을 방문한 한국계 이주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 김 연출가는 “당시 해외개발공사의 독일 파견 모집에 선발되어 3년 계약으로 독일 병원에 취업한 여성 중 3분의1은 한국으로 돌아오고, 3분의1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났고, 나머지 3분의1은 독일에 남았다”면서 “‘왜 일부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에서 작품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연출가에 따르면 실제로 독일에 간 여성 중 경제적인 이유로 떠난 사람은 45%이고, 나머지는 해외를 경험하고 유학을 원해서였다. 이들은 단순히 외화벌이에 나선 노동자가 아니라 진정한 행복과 꿈을 찾아 나선 진취적인 여성들이었던 셈이다. 작품은 40년 전 어느 날 한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명자, 순옥, 국희가 독일에서 간호사로 만나 독일 사회에 적응하는 순간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들은 한국과 독일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했다. 처음 독일 병원에서 자신들에게 청소나 허드렛일만을 맡기자 간호 업무를 맡길 것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모임에서 한국 현대사 등을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도 하며, 독일 남성과 당당하게 연애와 결혼도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하고 바깥출입은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던 당시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라면 쉽게 이루지 못했을 일들이다. 특히 부당한 상황에 맞서고 소수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할 줄 아는 세계시민으로서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1976년 독일 정부가 갑작스럽게 재독 간호사들에게 체류 허가를 중단했을 때 자발적으로 서명 운동을 벌여 체류권을 획득해 낸다. 독일 텔레비전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 사건을 접하고 타국에서 군사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년의 미망인과 젊은 아랍인 노동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혼자 보고 나온 한 아랍인 여성이 남편의 폭력 앞에 놓이자 적극적으로 그녀를 구하는 것도 이들이다. 김 연출가는 “독일에서 갑작스럽게 쫓겨날 위기에 처했을 때 이들은 당시 한국 영사관 등 관련 기관에서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자 ‘나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하고, 나의 권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했다”며 “두 개의 정체성, 두 개의 뿌리라는 개념을 넘어서서 세계 시민적인 감각을 지니고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성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에서 ‘언니’들이 이따금 큰 소리로 함께 외치는 한마디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못할 게 뭐 있어?”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00억대 비리’ 수원대 총장…정부 “사표 수리는 위법”

    100억원대 회계부정을 비롯한 각종 사학비리 혐의로 교육부가 중징계를 예고하자 징계 전 ‘꼼수 사퇴’를 한 이인수 수원대 총장에 대해 교육부가 “학교 이사회의 사표 수리는 무효”라고 13일 밝혔다. 이 총장의 사임 처리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후임으로 선출된 박철수 총장의 지위도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교육부는 조사기관의 확인 없이 사직을 처리한 이사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서울신문 11월 13일자 10면> 교육부 사학비리 실태조사가 시작된 직후인 지난달 24일 이 총장이 이사회에 사직서를 내자 이사회는 지난 12일 이를 수리했다. 수원대 이사회 측은 “이 총장이 총장직 유지가 학교 구성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사퇴 의사를 드러냈다”면서 “차기 총장 후보자를 물색해 이 총장의 사직서를 수리한 뒤 박철수 수원과학대 총장을 신임으로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사립학교법에는 임원취임승인 취소 또는 파면된 자는 5년, 해임된 자는 3년 동안 학교법인 임원이 될 수 없는 제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파면이나 해임을 받기 전 자진 사퇴를 해 버리면 이보다 낮은 ‘퇴직 불문’을 받는다. 연금이나 퇴직금은 못 받지만, 반대급부로 얻는 게 더 많다는 뜻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이사회가 이 총장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교육부가 철회를 요구했는데도 이사회가 총장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땅콩 회항·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김명수 체제 첫 대법 전원합의체

    땅콩 회항·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김명수 체제 첫 대법 전원합의체

    롯데 신영자 ‘제3자 배임수재죄’ 조현아 ‘항로변경’ 등 쟁점 심리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면세점 입점로비’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관 체제 첫 전원합의체 재판으로 결정됐다. 전원합의체에는 평소 재판에 4명의 재판관이 참여하는 것과 달리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석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대법관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을 때 토론과 합의를 거친다.대법원은 13일 배임수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이사장의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신 이사장은 2014년 9월 자신이 실제 운영하던 유통업체를 통해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위치를 목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유지해 주는 대가로 총 8억 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약 9년 3개월에 걸쳐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사업 관련 1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 4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고, 이에 검찰은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 전 부사장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문제 삼아 타고 있던 대한항공 KE086을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게 하고, 당시 항공기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 역시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항로의 사전적 정의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길”이라며 항로변경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이에 검찰은 “지상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를 탑승구로 되돌아가게 한 행위도 항공기의 항로변경에 해당한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2년 반 동안 심리를 하다 항로변경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대법관 전원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 밖에 대법원은 댄스스포츠학원이 학원법상 학원 인정 여부와 실수로 본래 세금보다 많은 세금을 신고해 납부한 경우 국가가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게 되는지에 대한 민사소송 등 5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길섶에서] 비우기, 채우기/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는데, 뭐든 잘 버리지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집도, 사무실 책상 주위도 책과 자료투성이다. 옷도 마찬가지. 어떤 건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으면서 철따라 장속에 넣었다 내놓았다를 반복한다. 놔두면 언젠가 읽고, 입고, 요긴하게 쓸 데가 있을 거라고, 버리고 나면 다시 찾다 없어 또 사게 된다며 계속 무져놓기 일쑤다. 그런데 경험칙상 3~4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그 뒤에는 더더욱 입지 않는다. 책은 조금 다르지만. 이사를 가거나, 인사가 나 부서를 옮길 때라야 어쩔 수 없이 물건들을 버리게 된다. 몇 년씩 거들떠보지도 않던 물건까지 꺼내 버리다 보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물건들이 추억과 함께 불쑥 튀어나와 횡재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 그건 덤이다. 정리 정돈된 주위를 보면서 빈 공간의 여유를 즐겨 본다. 다시 하나씩 채워 가는 재미도. 나이 들수록 비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한다. 집착도 집착이려니와 변화가 주저되기 때문은 아닐까. 새것을 잡으려면 양손에 움켜쥔 것을 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시작이 반인데 어디 한번. 김균미 수석논설위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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