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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 같은 멜로영화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우리 곁에 찾아온 봄날 같은 멜로영화

    연초부터 여러 언론 매체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는데, ‘멜로 영화’에 대한 게 특히 많았다. 지난 연말 개봉한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가 좋은 성적으로 흥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현재 260만명의 관객이 이 작품을 봤다. 2024년, 2025년의 한국영화산업 현황을 봤을 때 많은 관객들을 모았고, 큰 흥행을 이룬 셈이다. 이런 까닭으로 멜로 영화에 대한 질문이 쇄도한 것이리라. 내가 기억하는,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는 무엇일까? 대학 시절을 전후해 봤던 작품, 곽재용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비롯해 내가 유바리국제영화제 출품에 관여했던 ‘클래식’,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했던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이 떠오른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곽지균 감독의 ‘겨울 나그네’가 으뜸이겠다. 운명의 장난으로 어둠의 길로 추락한 의대생 ‘민우’(강석우 분)와 첫사랑을 지키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다혜’(이미숙 분)의 비극적이고 애달픈 청춘 로맨스는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후벼 팠고, 길고 긴 여운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물론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통통 튀듯 밝은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곁에 오래도록 기억나는 작품은 어쩌면 슬프고 아픈 이야기다. 왜 그럴까? 그만큼 안타깝고 가슴을 저미게 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여기서 작동하는 요소가 바로 ‘신파’적 요소라 하겠다. 그렇다면 신파란 무엇일까? ‘신파’(新派)란 일본에서 전해진 개념으로 19세기 초 일본의 전통 예능인 가부키와 대비되는 ‘서양극’을 지칭하며 형성됐다. ‘구극’(舊劇), ‘구파’(舊派)에 맞서 새로움을 표방한 연극이란 의미로 신파라 칭했다. 이처럼 초기엔 계몽사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서양극이었지만 점차 애정, 가족 등 통속적 소재를 담아내게 된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전해져 지금은 통속적 소재 자체를 일컫는 개념이 됐다. 영화에서 ‘신파’(shinpa)란 영문도 발음 그대로 표기되며, 감정의 과잉을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서사적 기법으로 정의되고 활용된다. 단순히 남녀 관계에 그치지 않고 가족이나 국가 관련 내용에서도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키고 감동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많은 상업영화에서 이를 활용해 신파극(新派劇)을 제작하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가족에 대한 정을 소재로 한 신파, 재작년 말 조용히 광풍을 가져온 영화 ‘서울의 봄’과 ‘파묘’도 또 다른 신파적 요소로 관객들을 관람에 몰입시키고 가슴 저미는 울림을 전해준 영화라 할 수 있다. 다시 영화 ‘만약에 우리’로 돌아가 보자. 이 작품은 2018년 중국에서 개봉한 유약영 감독의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청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한참 시간이 흘러 재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달콤한 사랑도, 시디신 이별도 겪는다. 관객들은 눈물과 미소를 함께 곁들이며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나 역시 울컥하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며 이 영화를 봤다. 관람객의 입장에선 다 똑같은 것이다. 매력적인 청춘 남녀 은호와 정원, 우연한 만남, 누구보다도 이들을 잘 이해해 주는 아버지, 우여곡절의 이야기가 두 남녀를 두고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우리에게도 있었음 직한 신기루 같은 사랑 이야기를 가슴 저미게 들려주기에 여러 다양한 관객들의 수많은 감성을 제각각 건드린다. 상영되는 동안 올곧이 스크린에 몰입하게 되고,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가면 긴 여운과 함께 극장을 나서게 된다. 그야말로 신파를 그득히 머금은 모습으로. 이런 작품들로는 ‘건축학 개론’, 김현석 감독의 ‘세시봉’ 등을 들을 수 있고, 이들 작품은 청춘의 사랑과 아련함으로 신파적 요소를 더 탄탄히 무장하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완벽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끝내 이뤄지지 않았기에 관객들의 마음에 더 깊은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물론 그래서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이처럼 장르적으로 멜로 영화는 요즘처럼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쩌면 좋은 탈출구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력이 잘 갖춰진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제작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우리 곁에 다가온 반가운 멜로 영화처럼 우리 영화산업의 봄날에도 잔잔한 미소가 찾아와 주면 기쁠 것이다. 곧 본격적인 봄이다. 훈훈한 봄을 맞으며 우리 인생의 멜로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에서의 첫 데이트, 대한극장 ‘마지막 황제’의 긴 여운, ‘서편제’의 휘몰아친 한 줄기 바람, 혜화동에서의 여러 공연들, 달리던 경춘선 열차에서 나직이 속삭이던 대화, 부석사 새벽 예불 시간의 종소리, 을지로 오뎅집에서 도루묵구이와 함께 기울이던 대폿잔, 도쿄의 봄날에 흔적으로 내린 눈, 바람이 몹시 불던 가마쿠라 에노시마 요트장의 추억. 종각에서 재야의 종소리와 새해맞이, 내 마음속 정원이는 어찌 지낼까?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면서, 또 이 글을 쓰며 잠시나마 두근거려 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자살예방협회장에 백종우 교수

    자살예방협회장에 백종우 교수

    백종우(56)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한국자살예방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경희대병원은 백 교수가 이달부터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한다고 10일 밝혔다. 백 신임 회장은 중앙자살예방센터장,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자살 예방 정책의 기틀을 닦아온 전문가다. 현재 국회 자살예방포럼 운영위원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백 회장은 취임 소감에서 “자살 유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해 위기를 희망으로 연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창립된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예방법 제정 과정에 참여했으며, 한국형 자살 예방 프로그램 개발과 인식 개선 교육 등을 통해 자살 예방 정책 확산에 힘쓰고 있다.
  • 멸종위기 ‘가문비나무’ 고사 원인 밝혔다

    멸종위기 ‘가문비나무’ 고사 원인 밝혔다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가문비나무’ 복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전남대 안영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기후변화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문비나무 묘목의 고사 원인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가문비나무 복원을 위한 양묘 과정에서 어린나무 생존율이 낮은 원인으로 곰팡이성 병원균인 ‘잎마름병균’을 확인했다. 가문비나무는 기후변화에 따른 ‘7대 멸종 위기 침엽수종’ 중 가장 높은 지대에서 자라는 교목성 수종으로, 계방산·지리산·덕유산 등 해발 1500m 이상 고산 지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쇠퇴가 가속화하면서 2050년이면 국내 자생지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연구진이 해당 균을 건강한 어린나무에 접종해 병원성을 검증한 결과 잎이 마르는 증상이 뚜렷했고, 심하면 한달 이내 고사했다. 이는 가문비나무 묘목을 고사시키는 특정 병균을 국내 처음으로 밝혀낸 사례로, 안정적인 양묘를 통한 복원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랜트 디지즈’ 2월호에 게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임효인 박사는 “고사 원인 병원균 연구 및 방제 기술 개발을 확대해 가문비나무 숲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외로운 주민 없도록”… 도봉, 예방 중심 마음건강 안전망 구축 [현장 행정]

    “외로운 주민 없도록”… 도봉, 예방 중심 마음건강 안전망 구축 [현장 행정]

    상담·소통·개방형 돌봄 공간 오픈서로 대화하고 라면도 먹는 쉼터“아무 걱정 없이 놀다 가는 복지관”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오락도 즐길 수 있는 옛 방앗간 같은 공간이 될 것입니다.” 오언석 서울 도봉구청장은 지난 4일 방학동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 문을 연 ‘서울마음편의점 도봉 2호점’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도봉구에 두 번째 ‘마음 방앗간’이 마련됐다”며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복지관을 찾아 여러 프로그램을 즐기고 재미있게 놀다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개소식 행사에는 오 구청장을 비롯해 주민 80여 명이 참석했다. 마음편의점은 서울시의 ‘외로움 없는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이 편의점을 찾듯 수시로 방문해 상담과 소통, 정서적 지지를 받도록 한 개방형 돌봄 공간이다. 구는 지난해 11월 특별조정교부금을 확보해 이 곳을 조성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창동종합사회복지관 1호점에 이어 두 번째다. 편의점 내부는 명상과 운동, 독서가 가능한 ‘마음충전 재충전존’과 영화 상영이 가능한 소강당, 라면 등 간단한 취식이 가능한 소통 공간으로 구성됐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기부에 쓰일 ‘라면탑’을 쌓고, 축하 메시지를 적어 남기는 이벤트가 열렸다. 편의점이 들어선 복지관 4층은 본래 아이들을 위한 ‘딴짓 놀이터’와 ‘어린이 쉼터’였다. 구는 기존의 편안한 분위기를 이어가되, 이용 대상을 성인 고립 가구 등 전 세대로 확장하고 전문 상담 기능을 강화했다. 복지관의 단골 이용객이라는 중학생 김시아(15)양은 “딴짓놀이터를 생각하면 ‘여름’과 ‘북적북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며 “친구들과 함께 파자마 파티를 했던 편안한 공간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민 엄혜자(85)씨도 “(복지관은) 매일 우리의 쉼터였던 곳”이라며 “나이가 있든 없든, 혼자든 함께든 서로 대화도 하고, 라면도 먹으며 누구나 편하게 와서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는 앞으로 ▲외로움 자가진단 ▲마음건강 상담 ▲주민 교류 프로그램 ▲정서지원 활동 ▲지역 자원 연계 등이 상시 운영된다. 일반 이용자부터 관계 단절 위험군까지 단계별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복지·보건·의료기관이 협력하는 민관 연계망을 구축해 예방 중심의 마음건강 안전망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오 구청장은 “이곳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도봉구민들이 편안히 방문하여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은평 ‘학교급식 예비식 기부사업’ 확대

    서울 은평구는 학교급식에서 배식하지 않은 예비식을 폐기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나누는 ‘학교급식 예비식 기부사업’을 확대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구는 올해 지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존 5개 학교에 더해 초등학교 2곳과 고등학교 1곳이 새롭게 참여해 총 8개 학교가 기부에 동참하게 됐다. 기존 갈현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수색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은평푸드뱅크마켓, 신사종합사회복지관에 올해부터 서부장애인복지관이 추가돼 사업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각 기관은 기부 학교와 협약을 체결하고, 위생 기준 준수 등 예비식 지원 전반에 대한 안정적인 체계를 마련했다. 기부된 예비식은 취약계층과 지역아동센터, 우리 동네 키움 센터 등 먹거리가 필요한 이웃에게 안전하게 전달된다. 구는 이 사업으로 지역사회 나눔을 실천하는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 감축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위기 극복과 학교급식 폐기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된 예비식은 총 1만 6795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억 566만원에 달한다. 참여 학교와 기관은 다르지만 모두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바탕으로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학교에서 버려질 수 있는 예비식을 지역사회에 나누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이웃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학교와 기관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중동발 경제 위기’ 지자체들 민생안정 잰걸음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급·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지자체들은 금융 지원과 물가 점검, 수출 물류 대응 등 대책을 마련하며 지역 경제 충격 최소화에 나섰다. 경남도는 10일 도청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민생 경제 안정과 에너지 가격 상승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도는 난방비·의료비 등 복지 예산 6조 117억원을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고, 육상 운송 소상공인이 대상인 긴급 경영안정 자금 50억원도 이달 중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 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도내 28개사 제품을 실은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해 하역이 지연되는 등 물류 차질이 발생했다. 도는 중동 수출기업 물류비 대응을 위해 추경 3억원을 편성하고 중소기업 육성자금 28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주유소 가격표시제 준수 여부와 담합·사재기 행위 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중소기업 경영안정 자금 각 500억원을 마련하고 소상공인 특례 보증, 저금리 대출을 추진한다. 경기도는 600억원 규모 ‘중동 위기 대응 특별경영자금’을 신설해 기업당 최대 5억원까지 빌려준다. 부산시는 3500억원 규모 정책자금을 풀었고, 울산시는 중소기업 육성자금 10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물가 및 시장 점검도 강화되고 있다. 광주시는 유가 상승에 편승한 바가지요금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차단하고자 자치구와 합동으로 석유 판매업소 점검에 들어갔다. 울산시와 충북도는 각각 주유소 모니터링, 피해 기업 신고센터 운영에 나섰다. 수출·물류 지원 관련해 전북도는 ‘전북수출통합지원시스템’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1800여곳에 유가·환율 동향, 해상 물류 상황 등을 담은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북도는 해상 운송에서 항공으로 긴급 운송하는 화물에 대해 해상 운임 적용 등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는 13억 7000만원 규모 수출 바우처를 발급해 수출 중소기업 182곳 물류 대응을 뒷받침한다. 전남·제주·강원 등도 비상 조직을 가동했다.
  •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한국적으로… 정공법으로… ‘바냐 아저씨’ 매력 속으로

    5월 22~31일 국립극단 ‘반야 아재’ 19세기 러시아, 한국 마을로 옮겨사회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 변주‘바냐’ 조성하·‘소냐’ 심은경 연기5월 7~31일 LG아트센터 ‘바냐 삼촌’ 원작 유지하며 인물 밀도에 집중‘타인의 삶’ 손상규가 연출 맡아이서진·고아성 연극 데뷔작 기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끈 대문호 안톤 체호프는 “인간은 식사하고 차를 마시고 시시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살아간다. 그 와중에 행복이 무너지기도 하고 비극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4대 희곡은 이런 일상의 비극을 파고든다. ‘갈매기’에서 예술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재능을 갖지 못하고, ‘세 자매’에선 모스크바로 돌아갈 미래를 낙관하지만 지방도시에서 꿈을 잃어간다. ‘벚꽃동산’에선 집과 땅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도 파티를 열고 수다를 떨다가 결국 삶의 터전을 잃는다. ‘바냐 아저씨’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바냐와 조카 소냐의 상실을 그린다. 바냐는 매형에게 평생 헌신했지만 그가 무능한 지식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무력감에 빠진다. 소냐는 사랑을 얻지 못한다. 비장한 파국마저 어이없이 실패한다. 비극 속 희극, 견디는 삶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오는 5월,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다른 색채로 풀어낸 연극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국립극단은 한국적 정서로 번안한 ‘반야 아재’를, LG아트센터 서울은 원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린 ‘바냐 삼촌’을 올린다. 2024년 ‘벚꽃동산’, 지난해 ‘헤다 가블러’를 동시에 올린 데 이어 세 번째 ‘같은 작품 다른 해석’으로 만났다. 국립극단의 ‘반야 아재’(5월 22~31일)는 원작의 배경인 19세기 말 러시아 영지를 현대 한국의 어느 마을로 옮겨왔다. 번안과 연출을 맡은 조광화 연출가는 한국적 변주를 더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한국 사회의 모순과 고립을 투영한다. 주인공 이름도 바냐는 박이보로, 소냐는 서은희로 바꿨다. 박이보 역은 중후하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조성하가 맡아 무력감과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일본에서 먼저 연극 무대를 경험한 심은경은 서은희로 분해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지탱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이번 작품이 심은경에게는 첫 한국 연극 무대다. 손숙, 남명렬, 기주봉, 정경순, 임강희, 김승대 등 오랜 무대 경험을 가진 배우들이 흐름을 뒷받침하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바냐 삼촌’(5월 7~31일·LG시그니처홀)은 원작의 결을 유지하면서 인물의 밀도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공동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 소속 배우인 손상규가 극작과 연출에 나섰다. 손상규는 지난해 연극 ‘타인의 삶’을 연출하면서 인물 표현과 제한된 무대를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바냐 삼촌’에서는 어떻게 원작에 집중하면서 치밀한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 작품이 배우 이서진과 고아성의 연극 데뷔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준 이서진이 허무한 바냐와 만나는 지점에 궁금증이 쏠린다. 고아성은 최근 영화 ‘파반느’에서 고립 속에 살다가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일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고아성은 “이런 좋은 대사를 매일매일 내뱉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면서 “늘 카메라 너머로 상상하던 관객들 앞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 “노봉법 1호만은 피하자” 움츠러든 기업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된 10일 기업 경영 현장의 혼란은 컸다.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면 주주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쪽으로 개정된 상법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 기업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최고경영자(CEO)는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원청 CEO가 하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복리후생 개선이나 인건비 지원 등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면,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 개정한 상법과 충돌할 수 있다. 원청의 주주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익이 아닌 제3자(하청 노동자)를 위해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간주해 CEO를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할 수 있다. 경제 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하라는데, 노조가 밑도 끝도 없이 나오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산정 시 각 가담자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을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기업 입장에선 대규모 파업이나 점거에서 참가 인원 각각에 대해 개인별 행위와 피해 기여도를 입증하기 어렵다. 결국 손해배상소송을 사실상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로 여겨진다. 더군다나 불법행위로 입은 재산상 피해에 대해 채권 행사를 포기하거나 소를 취하하는 행위는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상법상 이사의 의무에 위배되고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도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 지침 해석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과거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당시처럼 ‘괜히 첫 사례가 되면 감당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으로 사업매각이나 영업 양도, 사업장 이전 같은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이 근로 조건에 영향을 준다면 교섭 사항이 된다”며 “상법과 노란봉투법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혼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與강경파, 李 신중론에도 반발 지속… 지도부 “정부안이 당론, 3월 처리”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외과 시술적 교정’을 언급하며 거듭 신중론을 밝혔음에도 여권 강경파들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 정부 입법안에 대한 반발을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정부안이 당론”이라며 이달 내 처리를 공언하면서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격해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어떤 의중이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 “다만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검찰개혁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를 오히려 훼손시키고 굉장히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금 법을 보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 왔다”면서 “전건 송치하고 보완수사권을 주면 지금의 검찰보다 더 강력한 공소청이 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보조를 맞춰 정부안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께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권한과 책임, 개혁과 통합에 대한 진심을 전하셨다”면서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전체의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이자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달 내에 법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안인 중수청법안을 상정했다. 행안위는 11일 비공개 공청회를 열어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법사위다. 검찰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법사위에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사위 공청회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개혁 수위를 낮추길 바라는 검찰과 정부 고위 인사가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놓고 연락을 했다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는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음모론으로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냐”면서 “증거도 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런 음모론을 퍼뜨리는 건 비판이 아니다. 노골적인 정치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소속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유튜브에 출연해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이재명 정부에는 없다. 민주당에도 그런 수준 이하의 사람은 없다”고 했다.
  • 코스피 5% 뛰어 5500선 회복… 환율도 안정 찾았다

    코스피 5% 뛰어 5500선 회복… 환율도 안정 찾았다

    중동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에 전날 폭락했던 코스피가 10일 5%대 뛰어올라 5500선을 회복했다. 장 초반엔 급등세 속 올해 여덟 번째 코스피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 정지)도 발동됐다. 전날 1500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60원대로 떨어지며 안정을 찾았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80.72포인트(5.35%) 오른 5532.5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5595.88까지 올라 등락률 6.55%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 하루에 5~10%씩 지수가 등락하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매도, 5일 매수, 9일엔 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이날도 개장 직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특히 5일과 9일엔 증시 급락세에 더 강한 조치인 매매거래 일시 중단 조치(서킷브레이커)까지 내려졌는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급등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분쟁의 조기 종식을 시사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회복됐기 때문이다. 전쟁 장기화 우려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도 동시에 완화됐다. 전날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8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중동 전쟁 여파로 확산했던 위험자산 회피 현상도 수그러들었다. 공포지수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이날 전장 대비 7.25% 내린 66.61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날 급등해 70선을 돌파했지만 이날 다시 70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급격히 안정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69.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일 주간 거래 종가(1495.5원)와 비교해 26.3원 급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이란 혁명 서수비대가 변수”라며 “국제 유가의 뚜렷한 방향성이 정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국면”이라고 말했다.
  • 인재와 미래의 초연결… 26일 한국 과학 백년대계 열린다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인재와 미래의 초연결… 26일 한국 과학 백년대계 열린다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

    노벨상 수상자들도 한자리에… 이공계 기피 넘을 해법 찾는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과학·기술 인재의 육성 방안을 모색하는 ‘호반그룹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가 오는 26일 첫발을 내딛는다.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미래를 짓고, 인재를 잇다’다. 호반그룹과 호반장학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신문과 전자신문이 주관한다. 학계·산업계·교육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학 인재 육성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호반그룹과 서울대는 로봇과 함께하는 K-과학인재 아카데미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예비 과학 인재들이 연구 경험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이번 행사는 국가적 난제로 떠오른 이공계 기피와 의대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정부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정책에 발맞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자생물학과 교수와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M 야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화학과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이 기조강연 등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로봇과 함께하는 포토존 등 풍성한 볼거리로 흥미로운 과학기술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과학기술계 교수, 연구자, 학생 등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오전 9시 30분에 공식 행사를 개막한다. 이어 MOU 체결식이 열리며 기조강연, 패널 토의, 콘퍼런스, 타운홀 미팅 순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미래를 만드는 연구는 무엇인가’라는 대주제로 진행되는 첫 번째 기조강연 세션에서는 셰크먼 교수가 ‘파킨슨병을 기초과학으로 해결하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셰크먼 교수는 세포 내 단백질 수송 메커니즘을 유전학적으로 규명해 세포 단백질 운반 시스템 이해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이어 야기 교수가 녹화 강연을 통해 ‘미래를 만드는 기초과학’을 주제로 발표한다. 야기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해 새로운 다공성 재료 설계에 혁신을 가져온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자다. MOF는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해 기후위기 대응에도 활용될 수 있다. 두 노벨상 수상자의 기조강연을 관통하는 공통 키워드는 ‘기초과학’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의 열악한 연구 환경과 처우 문제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이번 아카데미를 계기로 기초과학 인재들이 연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 인재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열리는 두 번째 기조강연에서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연단에 오른다. 장 교수는 AI 연구를 이끌며 차세대 과학 인재 양성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확장에 참여해 온 연구자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인공지능의 진화: 상징에서 몸을 가진 지능까지’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어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이자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장이 ‘양자 시대에 필요한 미래 인재의 역량’을 주제로 강연한다. 정 교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선임·책임연구원을 거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Boulder) 객원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연구자다. 그는 현재 초전도체 기반 양자정보처리와 양자소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다뤄질 주요 주제들은 서울신문 ‘K사이언스랩’이 두 차례 시리즈로 연재한 ‘초격차 과학인재 1만 명 프로젝트’를 통해 조명한 연구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과제, 과학자를 대하는 사회적 위상 문제 등과 맞닿아 있다. 행사에서 교육계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이공계 인재 양성과 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내놓는다. K-과학인재 아카데미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속 가능한 과학 인재 육성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앞으로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 대학·고등학교 재학생들의 도전과 꿈을 응원하는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한다. ■주최 : 호반그룹·호반장학재단 ■주관 : 서울신문·전자신문 ■장소 :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 [포착] “트럼프 손에 죽은 아이들”…이란, ‘토마호크’ 희생자 사진 공개

    [포착] “트럼프 손에 죽은 아이들”…이란, ‘토마호크’ 희생자 사진 공개

    이란 언론이 미국의 이란 침공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군 공습에 희생된 여학생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란 관영 성향 신문인 테헤란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1면 기사에 ‘트럼프, 희생자들의 눈을 보아라’ 라는 제목으로 희생자들의 사진 다수를 공개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8일 대이란 군사 작전을 시작한 직후 남부 미나브의 여학생 학교를 공습했고 이 과정에서 초등학생 175명이 목숨을 잃었다. 테헤란타임스는 “초등학교 공습은 미국이 주도한 공격이라는 증거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이 공습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마호크 발사한 주체는 미국? 이란?이번 전쟁과 무관한 어린아이들이 폭격으로 사망한 뒤 일각에서는 미군의 오폭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위성사진과 영상 분석을 근거로 미군이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학교를 오인 타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폭격을 받은 학교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 기지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고, 위성사진에서도 학교를 포함해 인근에 있는 이란 군 시설 최소 6곳이 정밀 타격된 흔적이 확인됐다. 이 같은 의혹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도버 공군기지에서 “그 공격은 이란이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란의 무기 정확도는 매우 떨어진다”며 폭격의 주체가 이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란 언론은 같은 날 7초가량의 폭격 영상을 공개했고 이후 일부 전문 매체들은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등 유력 외신은 미군 출신 전직 국방부 관료와 유럽 군사 전문가 등을 인용해 “미사일 앞부분이 경사진 직선형 원통 모양 무기의 길이가 토마호크와 유사하다”면서 “폭발의 강도도 토마호크와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계자는 로이터에 “아직 조사가 끝난 건 아니지만 공습 주체가 미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논란에서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이스라엘 공군은 해당 작전 당시 근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토마호크? 이란도 가지고 있어” 거짓 주장이란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이란 학교를 공습한 미사일이 토마호크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미국 책임론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초등학교의 오폭 사고가 미군의 토마호크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책임을 지겠느냐’는 질문에 “토마호크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지만 다른 나라에도 판매되고 사용되는 무기다. 이란도 일부 토마호크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토마호크가 다른 국가에도 판매되는 무기인 만큼 이란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이 이를 이용해 오폭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사태 교전국 중 토마호크를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입을 모은다. 테헤란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며 “미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군사 작전이 핵협상 진행 중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이 군사 행동을 통해 이란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이란에서는 최소 1300명이 사망했다. 미국 측에서는 병사 7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도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의 무차별 보복 공격을 받고 있는 중동 국가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알카라즈 주거지에 군용 발사체가 떨어지면서 인도와 방글라데시 출신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이란의 드론 공격이 이어지는 바레인에서는 30명 이상이 다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에는 생후 2개월 영아 등 미성년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개전 이후 현재까지 48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거짓말했나”…이란 학교 공습 현장서 美 토마호크 파편 발견 [핫이슈]

    “트럼프 거짓말했나”…이란 학교 공습 현장서 美 토마호크 파편 발견 [핫이슈]

    이란 남부 학교 인근을 타격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의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분석 결과 해당 무기가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현장에서 미국산 미사일 파편이 확인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책임 공방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영상과 위성사진 분석 결과 해당 공격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에 의한 타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영상에는 미사일이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의 한 건물을 타격한 뒤 짙은 연기 기둥이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외신들은 영상 속 건물 구조와 전선, 차량 위치 등을 위성사진과 대조한 결과 촬영 장소가 학교 바로 인근 지역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당시 학교 주변에서는 이미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으며 영상은 학교가 공격받은 바로 그날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공습은 2월 28일 이란 남부 미나브에서 발생했다. 학교와 인접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시설이 동시에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란 당국은 샤자라 타이예바 초등학교 공습으로 최소 165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외신 분석 “영상 속 미사일, 미군 토마호크 가능성” 조사보도 단체 벨링캣 연구진은 미사일의 형태와 비행 특성을 분석한 결과 해당 무기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토마호크는 미 해군 함정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최대 사거리 약 1600㎞에 달하는 정밀 타격 무기다. 외신들은 이번 전쟁에 참여한 세력 가운데 토마호크를 공개적으로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뿐이라고 전했다. 미군도 이번 전쟁에서 토마호크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지난달 28일 작전에서 토마호크를 발사했다고 밝혔으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전단에 속한 미 해군 구축함 스프루언스함이 해당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또 NYT는 이란 측이 촬영한 현장 사진에서 미국에서 제작된 미사일 부품 파편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파편 구조가 토마호크 계열 미사일 부품과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NYT는 영상과 위성사진 분석에 이어 미사일 파편까지 확인되면서 미국이 사용한 무기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이란도 토마호크 보유”…외신 “확인된 증거 없다” 다만 미국 정부는 학교 자체가 공격 목표였다는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미군은 이번 공격이 학교 옆 혁명수비대 시설을 겨냥한 작전이었다는 입장이다. 외신들은 학교 건물이 인접한 IRGC 해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토마호크는 여러 나라가 사용하는 무기이며 이란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란이 해당 미사일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학교 공격의 책임이 이란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외신들은 영상 분석 결과와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독립적인 조사기관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정확한 피해 규모와 공격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군사시설과 학교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었던 만큼 실제 공격 대상과 피해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 “집 앞 물청소 자제하자” 가뭄의 악몽 되살아나는 우루과이 [여기는 남미]

    “집 앞 물청소 자제하자” 가뭄의 악몽 되살아나는 우루과이 [여기는 남미]

    2023년 혹독한 장기 가뭄으로 최악의 피해를 본 우루과이에서 가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언론에 따르면 상수도 공급 기관인 상하수도공사(OSE)는 세차와 보도블록 물청소 등을 자제해달라며 절수를 당부했다. 공사는 수돗물을 채워 넣어야 하는 개인 수영장 사용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상하수도공사는 “비가 내리지 않아 담수 저수량이 줄기 시작했고 남부 일부 지역에선 벌써 수압이 낮아지기 시작했다”면서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수돗물 사용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와 주변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파소 세베리노 댐에 저장된 담수로 생산된다. 이 댐의 저수량은 6700만㎥이지만 지난 2월 4680만㎥로 준 후 이달 들어 다시 평균 저수량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 상하수도공사 관계자는 “저수량이 감소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아 경계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가 내리기까지 물 사용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황이 심각한 곳은 우루과이 남부와 동부다. 이들 지역의 올해 강우량은 예년의 절반에 그쳐 물 부족이 가시화하고 있다. 우루과이 남부는 물 부족으로 이미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라파엘 페르베르 우루과이 농업협회장은 “2023년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겨우 다시 일어서고 있는 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물 부족으로 올해 대두 농사에서만 최소 7억~8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루과이의 강우량이 줄고 있는 것은 라니냐의 영향 때문이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동태평양의 수온은 낮아지고 서태평양의 수온은 높아지며, 남반구의 강우량은 감소한다. 우루과이 기상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뭄이 2023년 가뭄처럼 최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농축산 등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언론은 중앙정부가 우루과이 전국에 농축산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우루과이는 2018년 시작된 가뭄이 2023년까지 6년간 지속되면서 최악의 물 부족을 겪었다. 파소 세베리노 댐이 거의 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우루과이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라플라타강 하구의 기수와 담수를 혼합해야 했고, 이로 인해 수돗물의 나트륨과 염화물 농도가 상승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 깊은 숲 위에 내려앉은 겨울의 풍경, 양평 중원산

    깊은 숲 위에 내려앉은 겨울의 풍경, 양평 중원산

    경기도 양평군에 자리한 중원산(해발 800m)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깊은 숲의 분위기를 간직한 산이다.화려한 암릉이나 거대한 봉우리를 자랑하는 산은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차분하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그중에서도 겨울의 중원산은 유난히 조용하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산길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낙엽으로 덮여 있던 숲길 위로 흰 눈이 내려앉고, 나뭇가지마다 서리가 맺히며 산 전체가 부드러운 설경 속으로 들어간다.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눈이 사각거리며 울리고, 숲은 한층 고요한 겨울의 공간으로 변한다. 중원산 산행은 대부분 중원계곡 일대에서 시작된다.겨울 계곡은 여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과 얼어붙은 가장자리들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풍경이 산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이다 보면 숲은 더욱 빽빽해지고 겨울 산 특유의 차분한 정취가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숲 사이로 주변 산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인근 용문산 능선과 양평 일대의 산들이 겹겹이 이어지며 겨울 특유의 맑고 선명한 풍경을 만들어낸다.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 숲은 시야를 넓혀 주어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산세까지 또렷하게 드러난다. 정상은 넓지 않지만 사방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눈 덮인 능선과 겨울빛으로 바랜 숲이 이어지며 중원산만의 차분한 풍경을 만든다.화려한 볼거리보다는 고요한 산의 분위기 속에서 걷는 즐거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산이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인근 용문산 관광지나 용문사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겨울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된 사찰과 산 풍경을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깊은 겨울 숲을 느낄 수 있는 중원산은 차분한 겨울 산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목적지가 된다.
  • 깊은 숲 위에 내려앉은 겨울의 풍경, 양평 중원산 [두시기행문]

    깊은 숲 위에 내려앉은 겨울의 풍경, 양평 중원산 [두시기행문]

    경기도 양평군에 자리한 중원산(해발 800m)은 수도권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깊은 숲의 분위기를 간직한 산이다.화려한 암릉이나 거대한 봉우리를 자랑하는 산은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차분하게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그중에서도 겨울의 중원산은 유난히 조용하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산길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낙엽으로 덮여 있던 숲길 위로 흰 눈이 내려앉고, 나뭇가지마다 서리가 맺히며 산 전체가 부드러운 설경 속으로 들어간다.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눈이 사각거리며 울리고, 숲은 한층 고요한 겨울의 공간으로 변한다. 중원산 산행은 대부분 중원계곡 일대에서 시작된다.겨울 계곡은 여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과 얼어붙은 가장자리들이 만들어내는 차분한 풍경이 산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계곡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이다 보면 숲은 더욱 빽빽해지고 겨울 산 특유의 차분한 정취가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숲 사이로 주변 산줄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인근 용문산 능선과 양평 일대의 산들이 겹겹이 이어지며 겨울 특유의 맑고 선명한 풍경을 만들어낸다.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 숲은 시야를 넓혀 주어 여름에는 보이지 않던 산세까지 또렷하게 드러난다. 정상은 넓지 않지만 사방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눈 덮인 능선과 겨울빛으로 바랜 숲이 이어지며 중원산만의 차분한 풍경을 만든다.화려한 볼거리보다는 고요한 산의 분위기 속에서 걷는 즐거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산이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인근 용문산 관광지나 용문사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겨울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된 사찰과 산 풍경을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깊은 겨울 숲을 느낄 수 있는 중원산은 차분한 겨울 산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목적지가 된다.
  • 새 봄 마라톤 완주 필승 전략 [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새 봄 마라톤 완주 필승 전략 [박성국의 러닝 보급소]

    38㎞ 지점을 지나 잠실대교 북단 구간에 진입했을 때, 목표했던 ‘싱글’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라톤 동호인들은 풀코스(42.195㎞)를 3시간 10분 이내, 정확히는 3시간 9분 59초까지 완주하는 것을 ‘싱글’이라고 부른다.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3’(Sub-3)가 멀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일종의 자기 위안적인 은어다. ●마라톤 평탄코스 얕보다간 ‘큰코’ 그러나 거센 강바람이라는 ‘벽’을 마주했다. 이를 악물고 잠실역사거리를 돌아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을 향한다. 저 멀리 결승선이 보였다. 200m 남짓한 거리가 그렇게 멀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사력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머리가 핑 돌며 몸에 힘이 쭉 빠져 하마터면 그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 얄밉게도 시계에는 3:10:17이 찍혀 있었다. 18초 차이로 목표 달성 실패. 2년 전 서울마라톤의 아픈 기억을 소환한 건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온 ‘2026 서울마라톤’에 처음 도전하는 러너에게 맞춤형 완주 전략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1931년 ‘동아마라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서울마라톤은 국내에서 유일한 플래티넘 라벨 등급 대회다. 세계육상연맹(WA)은 대회의 규모와 참가 선수의 수준 등 세부 항목을 평가해 최상위 플래티넘, 골드, 엘리트, 일반 순으로 등급을 부여한다.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종대로-청계천-동대문-군자역을 거쳐 잠실대교를 건너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대장정을 마치는 코스는 이제 서울마라톤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2일 열렸던 대구마라톤이 길고 지루한 언덕 구간으로 악명 높다면, 서울마라톤은 국내 대회 중 손에 꼽히게 평탄한 코스여서 ‘PB 맛집’(Personal Best·개인 최고기록)으로 통한다. 누적 상승고도만 놓고 보면 올해 서울대회가 약 80m인 반면 대구 대회는 225m나 된다. ●시작 구간엔 내 몸과 대화하듯 평탄 코스라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모든 마라톤은 첫 5㎞ 구간이 그날의 레이스 성패를 좌우한다. 이른 시간 대회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출발하기 전부터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이른바 ‘도파민 과다 분비’ 상태다. 이때 출발 총성이 울리면 완주가 목표가 아닌, 기록 경신을 목표로 한 숙련된 러너들이 먼저 썰물처럼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속도를 올리게 되면, 높은 확률로 금방 퍼지게 된다. 예열 없는 가속은 순식간에 심장 박동을 높이고, 평소 훈련 때보다 빠른 속도로 체내 에너지를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초반 5㎞는 내 몸과 대화하듯 천천히, 튀어 나가려는 마음을 꾹꾹 억눌러 가며 뛰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통상 2㎞ 지점까지는 목표 평균 페이스보다 15~20초 느리게 달리면서 5㎞ 지점부터는 목표 평균 페이스로 달리는 ‘빌드업’ 러닝을 권장한다. 아주 완만한 내리막 구간으로 시작하는 서울마라톤의 1차 관문으로는 청계천(10㎞)~고산자교 하부 반환점~종각(20㎞) 구간이 꼽힌다. 주로가 크게 좁아지는 데다 청계천을 끼고 긴 거리를 달렸다 다시 종각까지 돌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지루함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나마 이 코스를 뚫고 종로대로에 오르면 강북의 중심을 시원하게 횡단하는 서울마라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25㎞ 지점을 지나면 전방에 신답지하차도가 보인다. 엘리트 선수를 비롯해 마스터스 상위권 주자들은 차도 상단을 그대로 통과하게 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일반 참가자에게는 도로 통제에 따라 지하차도로 잠깐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다운&업’ 구간이다. 소리가 울리는 지하차도에서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며 마음과 정신을 다잡은 뒤 짧은 오르막을 평지에서보다 더 짧은 보폭으로 끊어 오른다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지날 수 있다. ●본게임 32㎞ 지점… ‘색다른 보급’이 힘 본게임은 군자역과 어린이대공원 사거리를 지나 성동교사거리(약 32.5㎞)부터 시작된다. 어지간한 숙련자라도 32㎞ 지점부터는 체력이 아닌 정신력의 영역이다. 종아리나 허벅지 근육 경련을 호소하며 인도 곳곳에 앉거나 누워 있는 참가자를 심심찮게 보게 될 것이다. 체내에 비축된 에너지가 거의 고갈된 상황에서 주로는 38㎞ 잠실대교까지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다만 응원단이 밀집해 있는 데다 이들이 냉수, 콜라, 심지어 맥주와 막걸리까지 제공하는 만큼 ‘색다른 보급’을 즐길 수도 있다. 사실 이 정도까지 왔다면 지금까지 달린 게 아까워서라도 완주까지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거리의 응원단이 ‘나의 지인이 아니다’는 이유로 눈치 보며 음료 급수를 그냥 지나치지는 말자. 이때만큼은 모두가 마라톤으로 대동단결, 하나가 되어 서로 서로 도와주는 공간이다. ●대회 전날 숙면 위해 카페인 삼가야 잠실대교를 무사히 건넜다면 이제 다 왔다. 잠실역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마지막 2㎞ 직선 주로가 나오지만,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 달려온 리듬과 호흡에 몸을 맡기면 된다. 봄의 대축전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남은 기간 가장 중요한 것은 ‘안 하던 것 하지 않기’다. 대회 전날 숙면을 위해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정도의 관리와, 대회 전날과 당일 아침 맵고 짠 음식과 유제품 정도만 피하는 게 좋다.
  • 40년 만에… 배드민턴 황금 콤비 나왔다

    40년 만에… 배드민턴 황금 콤비 나왔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 세계 랭킹 1위 서승재(왼쪽·29)-김원호(오른쪽·27·이상 삼성생명) 조가 세계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에서 남자 복식 정상에 오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 복식이 전영오픈을 2연패한 것은 1985·1986년 우승한 박주봉-김문수 조 이후 40년 만이다. 하지만 세계 최강자 안세영(24·삼성생명)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패배하면서 동반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서승재-김원호는 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남자 복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2위인 말레이시아의 아론 치아-소위익 조를 1시간 3분 접전 끝에 2-1(18-21 21-12 21-19)로 꺾었다. 서승재-김원호는 리드를 내준 뒤 끌려가며 첫 번째 게임을 내줬지만, 두 번째 게임에서는 거센 반격을 퍼부어 큰 점수 차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세 번째 게임에서는 7-12로 뒤지던 경기를 순식간에 20-17로 뒤집더니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서승재-김원호는 지난해 11승을 합작하며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첫 대회였던 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에서도 2연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 서승재가 어깨를 다치면서 인도오픈 첫 경기를 앞두고 기권했다. 안세영은 전날 열린 전영오픈 결승에서 ‘만년 2인자’ 왕즈이(중국)에게 0-2(15-21 19-21)로 완패했다. 최근 10차례 맞대결에서 안세영에게 연달아 무릎을 꿇었던 왕즈이는 이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첫 게임에서 안세영의 끈질긴 추격에도 리드를 놓치지 않고 기선을 제압했다. 두 번째 게임 역시 안세영이 막판 19-20까지 따라붙었지만 왕즈이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왕즈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포효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안세영이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서 지난해 10월 덴마크오픈 이후 이어온 무패 행진도 36연승에서 멈췄다. 안세영은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잘 준비해서 코트에 복귀해야 한다”면서 “오늘의 패배를 잘 기억하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복식 세계 랭킹 4위 백하나-이소희(이상 인천국제공항) 조는 결승에서 중국의 류성수-탄닝(1위) 조에 0-2(18-21 12-21)로 져 준우승했다.
  • 경우의 수 다 뚫고 쓴 ‘기적’… 류지현호, 마이애미 간다

    경우의 수 다 뚫고 쓴 ‘기적’… 류지현호, 마이애미 간다

    호주 7-2로 잡고 조별리그 2위 통과문보경, 2점 홈런 포함 4타점 ‘펄펄’안현민 9회 희생 플라이로 위기 넘겨‘2실점 이하·5점차 이상 승리’ 만들어 한국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의 문을 17년 만에 통과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6 WBC C조 조별리그 4차전 최종전에서 7-2로 이겨 조별리그를 2위(2승2패)로 통과했다. 호주, 대만과 승패가 같았으나 최소 실점률에서 앞섰다. 이로써 한국은 2006년 4강 신화와 2009년 준우승 이후 세 번의 대회에서 모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17년 만에 풀었다. 한국은 전날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4-5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이어진 경기에서 일본이 호주에 4-3으로 역전승하면서 8강 불씨도 되살아났다. 한국이 8강에 오르려면 호주를 꺾어야 했다. 특히 허용 실점을 아웃카운트로 나누는 ‘최소 실점률’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서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했다. 호주는 LG 트윈스 소속 좌완 투수 라클란 웰스를 선발로 올렸다. 한국 공격의 핵은 문보경이었다. 2회 초 안현민이 좌익수 앞 1루타로 출루하자 문보경이 우중간으로 큼직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문보경은 홈런 이후 더그아웃에 들어서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주문처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이후 분위기는 한국으로 기울었다. 3회 2루타로 출루한 저마이 존스를 이정후가 2루타로 홈으로 불러들였고, 문보경의 2루타에 이정후가 홈으로 들어오며 2점을 추가했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장 투수 노경은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선발 손주영이 2회 도중 컨디션 난조로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노경은이 2회와 3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이어 4회 소형준이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한국은 문보경이 5회 초 2사 2루에서 좌월 적시타를 날려 5-0으로 달아났다. 5회 말 소형준이 호주의 로비 글렌디닝에게 우중간 홈런을 내줘 5-1로 따라잡힌 이후 회가 더할수록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 벌어졌다. 6회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로 출루한 박동원이 김도영의 적시타로 홈인하며 점수 차가 다시 5점으로 벌어졌다. 7회에서 데인 더닝이 무사 1, 2루 상황을 맞았지만 병살타와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호주는 8회 선두 타자 볼넷에 이은 1사 2루에서 적시타로 1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한국은 9회 초 대주자로 1루에 나선 박해민이 유격수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한 뒤 안현민이 희생플라이로 1점을 따내며 7-2로 달아나 기어코 5점 차를 만들었다. 이후 조병현이 운명의 9회 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한국은 극적으로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 강남 하락, 한강 주춤…서울 집값 조정 흐름

    강남 하락, 한강 주춤…서울 집값 조정 흐름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 의지와 압박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가격 조정 흐름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전주보다 0.09% 상승했다. 2월 마지막 주에 기록한 0.11%의 상승률과 비교해 그 폭이 줄었다. 특히 강남구의 3월 첫 주 낙폭이 0.07%로 2월 마지막 주의 0.06%에 비해 소폭 커졌고, 같은 기간 송파구는 0.03%에서 0.09%로 내림세가 강화됐다. 2월 마지막 주에 0.01% 내렸던 용산구도 3월 첫주에 0.05%로 내림세가 커졌다. 서초구도 3월 첫 주에 0.01% 하락해 전주에 이어 내림세가 계속됐다. 지난해 강남 3구에 이어 가격 오름폭이 컸던 ‘한강벨트’의 상승률도 주춤했다. 지난 1월 26일 기준 0.44%까지 올랐던 동작구는 3월 첫째 주 0.01%로 전주(0.05%)보다도 상승폭을 좁혔다. 성동·광진구(각 0.18%), 영등포구(0.17%), 마포구(0.13%) 등도 상승세는 지키고 있지만 상승폭은 전주보다 0.2~0.3% 포인트씩 줄어들고 있다. ‘한강벨트’에서도 기존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호가가 27억 5000만원에 달하는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25억원에도 매물이 나왔다. 다만 강북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상승세가 여전한 분위기다. 핵심지에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대출 규제 등으로 접근이 쉽지 않아 외곽 지역에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집캅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서울에서 이뤄진 신고가 거래는 843건으로, 이 가운데 강남 3구(131건)와 용산구(19건) 아파트의 신고가 거래는 150건(17.8%)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곳은 영등포구(81건·9.6%)였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핵심지의 가격 조정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고 서울 및 수도권 외곽의 오름폭도 15억원을 넘어선 뒤로는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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