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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에 600m 랜드마크 건물

    한국철도공사가 서울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대상지에 600m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개발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용산 역세권에 들어설 건물의 최고 높이를 100∼150m로 하되, 랜드마크 건물은 최고 600m까지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자문안을 마련하고, 용산구를 통해 시에 제출했다.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 지침에서 정한 높이(350m)보다 2배 가까이 상향조정한 것이다. 철도공사는 또 서울시 지침상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한 일반상업지역 일부에 주택 건축을 허용하고, 학교와 공공시설 건축을 위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새로 지정하도록 제안했다. 이와 함께 용적률을 구역별로 250∼750%, 전체 평균 610%로 할 수 있도록 한 계획도 제출했다.서울시 지침상의 용적률은 250∼800%, 평균 580%이다. 서울시가 이 계획안을 수용할 경우 용산 역세권 일대에는 현재 사업이 추진 중인 ▲인천타워(610m·151층) ▲상암동 국제비즈니스센터(580m·130층) ▲잠실 제2롯데월드(555m·112층)에 버금가는 130∼140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는 철도공사의 제안에 대해 관계 부서의 의견을 들은 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최종적으로 개발 범위와 가이드라인을 결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철도공사는 용산구에 최고 500m로 짓겠다는 안을 냈으나 용산구가 ‘600m는 돼야 한다.’는 의견을 첨부해 시에 안건을 접수했다.”면서 “도시기본계획과 용산 주변 관리계획에 부합하는 범위 안에서 이 일대가 국제업무지역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철도공사와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건축가의 생활 탐험] 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

    [건축가의 생활 탐험] 그들도 우리가 필요하다

    글 황두진 건축가 지난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갈 일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DAM, Deutsches Architektur Museum)에서 2007년 한국 현대건축 전시회를 하는데 나는 거기에 작품을 출품하는 동시에 전체 전시를 디자인하는 책임을 맡게 되어 현지를 조사하고 박물관측 사람들을 만날 필요가 있었다. 막상 출장길에 오르면서도 나를 비롯한 우리 일행들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등장하지도 않았고, 건축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심각할 정도로 낮은 나라인데, 어떤 이유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박물관이 한국 건축가들에게 이런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이것은 전시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우리로서는 다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며칠 동안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유럽에는 어떤 정신적 피로감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오랜 기간 동안 세계의 문화를 이끈다는 입장에 있었고 지금도 미국과 더불어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자체의 문화적 생산력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나라들이 세계 무대로 떠오르는 과정을 보아왔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그 나라의 상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는 음악가나 화가 등 개인 예술가들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개인 예술가들은 사회 전체가 성숙되지 않아도 집안이나 독지가의 도움, 혹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성공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백남준을 그런 예로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고 나면 드디어 건축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뛰어난 개인뿐 아니라 성숙한 사회가 동시에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이며, 자기들 입장에서 보면 일본은 정확하게 그런 과정을 겪은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은 그 동안 너무 소개가 많이 돼서 신선한 느낌이 다소 떨어지고, 중국은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므로 결국 아시아권에서는 이제 한국이 그런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 보다 먼저 한국 건축가들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문화기관들 사이에서도 서로 경쟁이 치열하므로 일종의 선점효과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셈이다. 1930년대 뉴욕의 현대미술관이 당시 유럽의 건축가들을 소개하는 ‘국제주의 양식’이라는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서 현대건축에 관한한 절대적인 위상을 구축했던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게 들었다. 세상일에 그렇게까지 패턴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역사의 흐름은 항상 그래왔다. 새로운 것의 등장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진통이 따르며 나아가 누군가 발견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그들이 한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독창성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했다. 세련되고, 유행에 뒤쳐지지 않고, 잘 디자인된 건물이면 일단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 있지만 만약 독창성이 없다면, 즉 어디에선가 본 듯한 수입품 같은 건축이라면 그리 큰 평가는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한국 현대건축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전통이건, 첨단이건 간에 다른 나라들, 심지어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구별되는 그 무엇을 보여준다면 전시회는 성공이라고 했다. 그들은 한국이라는 상황으로부터 출발하는 독특한 그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의 현대건축계에 대해서도 이미 나름대로 상당히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한국 내의 어떤 사회적 위계나 조건에 의해 형성된 기존의 평가들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입장으로 한국 건축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고무되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갖고서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영화야말로 이런 과정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분야가 아닌가 싶다. 결국 영화도 그럴 때를 맞이했던 셈이다. 그래서 건축 또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면서 역시 상황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문화예술 분야의 한 공공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고자 했으나 ‘건축가가 전시회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예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정 필요하면 우리 스스로 비용을 마련해서라도 우리는 프랑크푸르트에 가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라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그 사람들을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는가.     월간 <삶과꿈> 2007.01 구독문의:02-319-3791
  • 성동구 무료 복덕방 운영

    서울 성동구는 저소득자 등 소외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구청에서 ‘부동산 무료 중개센터’를 상설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성동구청 2층 지적과에 마련된 이 중개센터의 이용자격은 전세 5000만원 이하 주택이나 월세 보증금을 포함, 거래금액이 5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저소득 경로연금대상자, 모·부자 가정,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 만 18세 이하의 소년소녀가장, 희귀병 질환자 등만 이용할 수 있다. 이 무료 중개 서비스를 받으려면 먼저 무료 중개센터(2286-537)에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무료중개를 의뢰하면 센터에서 매물을 대장에 기록한 후 중개업소로 연결, 물건을 소개하는 등 거래를 성사시키는 시스템이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2007 자치구 핫이슈](13) 성북구 건강도시 가꾸기

    [2007 자치구 핫이슈](13) 성북구 건강도시 가꾸기

    때문에 성북구는 산책로를 많이 발굴했다. 이달 초에는 주요 산책로를 담은 ‘걷기좋은 코스 안내지도’까지 제작, 배포했다.▲개운산(2.9㎞·4.1㎞)▲북악스카이웨이(3.2㎞)▲서울성곽(4㎞)▲오동공원(1㎞·1.2㎞)▲의릉(2.2㎞)▲정릉(2.1㎞)▲정릉잣나무숲(2.9㎞)▲중랑천(2.4㎞)등을 소개하고 발을 옮기는 방법, 걷기에 적당한 신발 고르는 법 등을 안내했다. 산책로도 꾸준히 정비한다. 올해는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에 구름다리 2개를 만들고 삼선동과 성북동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서울 성곽 산책로(6.5㎞)’를 조성한다. 서 구청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건강 습관은 금연과 절주.2003년부터 ‘담배연기 없는 성북’사업을 추진해 큰 성과를 올렸다. 당시 50.4%였던 성인 남자 흡연율이 지난해 말 44.4%까지 떨어진 것이다. 구청 직원의 흡연율도 46.1%에서 35%로 줄었다. 금연클리닉이 금연 보조제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로 금연을 적극 지원한 덕분이다. 서 구청장은 “올해부터는 동사무소에 이동 클리닉을 설치해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금연 상담을 받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금연 홍보관과 전시실을 갖춘 ‘보건 복합 센터’의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금연 교육과 실천을 지도하는 교육·홍보관, 학술·교육적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자료관, 금연 정책을 연구·개발하는 연구관 등을 세울 계획이다. 절주사업은 직원부터 시작해 지역주민으로 확대한다. 직원들이 회식자리에서 술을 강요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일반기업과 학교를 방문, 음주문화 개선교육을 실시한다. 경제적 이유로 병원을 찾기 힘든 만성질환자를 위해 영양·금연·절주·운동 등을 검진하는 ‘주민 건강증진센터’도 운영한다. 현재 만성질환자 400명, 차상위계층 10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처럼 건강 습관을 강조하는 이유는 서 구청장 자신이 건강습관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금연·절주·산책 습관으로 그는 예순이 훌쩍 넘었는데도 오십대 초반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다. 그의 생활은 규칙적이다.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오후 10시면 잠들고 식사시간(아침 7시30분·점심 낮 12시·저녁 오후 7∼8시)을 어김없이 지킨다. 담배와 술은 끊은 지 오래다. 어려서부터 10∼20리(4∼8㎞)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기에 걷기는 생활이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이 편할 정도다. “돈과 명예를 아무리 쌓아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건강 습관을 체계·종합적으로 관리해 주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성북구가 건강 도시를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웰빙 시대에 걸맞는 젊고 튼튼한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석이다. 서찬교 성북구청장은 12일 “21세기 화두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라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번째 건강 습관으로 산책을 꼽았다.“산책은 가족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등산도 산책만큼 건강에 좋지만 좀 외롭지요.”
  • [Seoul in] 한방의료 봉사 활동

    중랑구(구청장 문병권) 자원봉사센터는 경기도 성남의 경원대학교와 관학 협력으로 23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1∼6시에 중랑구청 대회의실에서 ‘한방의료봉사활동’을 한다. 지도 한의사, 학생 등 25명으로 구성된 경원대 한방 의료봉사 단체인 ‘언재호야(焉哉乎也)’는 침, 뜸, 부황 치료와 한약 처방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할 예정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주민 중에서 한방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자원봉사센터 490-3827.
  • 서울 지하철 역세권 ‘맞춤개발’

    서울시가 지하철 역세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5일 지하철 역세권을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개발하기로 하고, 우선 서울 동북지역 지하철 역세권 79곳에 대해 토지이용실태 시범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동북지역의 역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조사에서 역세권별로 용도지역, 건물 층수, 건축 연도, 필지 규모 등 정비 개발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중심지 여부와 지구단위계획 유무, 정비방안 유무 등을 기준으로 고밀도 이용 가능 역세권과 상업지역 비율이 거의 없는 역세권 등을 분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역세권별로 주거나 문화, 상업시설 중심의 특성화된 정비개발 유형을 만들 방침이다. 특히 시범조사 권역 중 1∼2곳을 선정, 올해 안에 도시계획을 수립해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이같은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면 공동화·슬럼화 조짐을 보였던 일부 역세권이 제 기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올해 서울의 모든 지하철 역세권에 대한 현황 조사와 분석 작업을 끝내고,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역세권 개발을 확대한다. 시가 역세권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유동 역세권이 일상생활의 중심지면서도 도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난개발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시계획이 도시 외곽지역과 신도시 개발에 치우쳐 시민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어왔다.”면서 “외국 대도시처럼 역세권 주변을 개발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울 지하철 역세권 ‘맞춤개발’

    서울시가 지하철 역세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는 5일 지하철 역세권을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개발하기로 하고, 우선 서울 동북지역 지하철 역세권 79곳에 대해 토지이용실태 시범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동북지역의 역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조사에서 역세권별로 용도지역, 건물 층수, 건축 연도, 필지 규모 등 정비 개발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중심지 여부와 지구단위계획 유무, 정비방안 유무 등을 기준으로 고밀도 이용 가능 역세권과 상업지역 비율이 거의 없는 역세권 등을 분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역세권별로 주거나 문화, 상업시설 중심의 특성화된 정비개발 유형을 만들 방침이다. 특히 시범조사 권역 중 1∼2곳을 선정, 올해 안에 도시계획을 수립해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이같은 역세권 개발이 본격화되면 공동화·슬럼화 조짐을 보였던 일부 역세권이 제 기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올해 서울의 모든 지하철 역세권에 대한 현황 조사와 분석 작업을 끝내고,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역세권 개발을 확대한다. 시가 역세권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유동 역세권이 일상생활의 중심지면서도 도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난개발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도시계획이 도시 외곽지역과 신도시 개발에 치우쳐 시민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을 겪어왔다.”면서 “외국 대도시처럼 역세권 주변을 개발해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20) 끝 獨 베를린폴리스

    [세계의 싱크탱크] (20) 끝 獨 베를린폴리스

    |베를린 이종수특파원|“산업화시대 방식의 싱크탱크로는 지식정보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11월 법학박사이자 법률가인 대니얼 데틀링(36)과 경제학자 토마스 가블리타(33) 등 소장학자들이 의기투합해 세운 ‘21세기형 싱크탱크’ 베를린폴리스(http//www.berlinpolis.de). 창립 6년을 갓 넘은 베를린폴리스는 독일은 물론 유럽 주요 정책입안자들이 주목하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성큼 커버렸다. 세계적 명망가들로 구성된 유럽의 싱크탱크 ‘리스본 위원회’로부터 “독일에서 가장 개혁에 성공한 싱크탱크 모델’로 호평받았다. 그 저력은 ‘젊은 힘’에서 나온다. 특징은 ‘차세대를 위한 네트워크’라는 점. ●신기술 이용 21세기 걸맞은 정책개발 유럽 전역을 누비며 활동하는 데틀링 소장과 인터뷰 일정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대신 이메일 답장에서 “베를린폴리스의 모토는 ‘21세기에 걸맞은 정책 개발’이다.”며 “이를 위해 ▲뉴미디어와 신기술을 이용한 시민사회 발전 ▲변화하는 조직의 동력을 활용한 민주주의 혁신 등의 두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지도자들의 사상으로 정치와 사회분야를 풍부하게 하면서 기존의 정치·경제·사회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곳에선 매주 1회 브레인 스토밍 회의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이어 연구 주제와 관련된 정치·경제·사회 단체를 묶어 온·오프라인 토론회, 세미나 등을 연다. 대부분 젊은 리더들이 이끄는 단체들이다. 뿔뿔이 흩어진 여러 기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새 통치철학과 공공영역의 어젠다를 개발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게 이곳의 몫이다. 개별 기관들의 정보와 입장을 소통시켜야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이 가능하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연구원 3분의2가 40세 미만 연구원은 거의 40세 미만. 연구소 정관에 연구원 3분의 2 이상이 40세 미만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젊은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독일의 차세대를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활동 방향도 이전의 싱크탱크들처럼 정당의 요구나 연방정부의 주문에 따라 경제전망을 발표하거나 정치적 이슈를 연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독일은 물론 유럽이 맞게 될 미래 과제에 치중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이민자 통합 ▲교육 ▲문화 ▲인권 등이 주 영역이다. 그 동안 해낸 주요 프로젝트는 ‘유로 미션’‘독일의 정보기술사회의 견인차로서의 베를린의 역할’ ‘독일·유럽의 사회주의 모델의 미래’ ‘인재 유출’ 등이다. 그 결과물을 모아 18종의 책으로 출간했다. 특히 지난해 베를린폴리스가 주도해 조사·분석한 ‘유럽의 사회복지 상태’는 독일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베를린폴리스가 독창적으로 마련한 ▲노동 ▲교육 ▲양성 평등 ▲세대간 평등 등 35개 지표를 토대로 유럽 24개국을 분석한 결과 경제 규모 세계 4위의 독일이 21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특성 때문에 베를린폴리스는 규모가 작다는 것도 이전 싱크탱크와는 다른 점이다. 예산도 미리 책정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마련한 뒤 정치·경제·사회 단체로부터 4만∼5만유로의 지원금을 받아 활동한다. 여성가족청소년부, 이민망명청 등 연방정부와 BMW 등 18개 기업,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등의 후원으로 매년 평균 6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vielee@seoul.co.kr ■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들이 꼽는 베를린폴리스의 장점 |베를린 이종수특파원|지난달 18일. 옛 동베를린 시절 세운 딱딱하고 음산한 건물들에 둘러싸인 스트라우스 거리 67∼69번지. 베를린폴리스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이자벨라 암부르스트(27)와 바네다 리즈크(25)를 만났다.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란 연구소의 브레인 스토밍 회의를 주관하는 것을 비롯, 그 결과에 따라 결정된 프로젝트의 준비부터 마무리를 도맡아하는 베를린폴리스의 일꾼들이다. 암부르스트는 연구소 모토인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해서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리더가 기존 정당이나 조직에 들어가면 활동이 제한된 게 그 동안의 현실이었다.”며 “노동력이나 생활 정치에 대한 이들의 변화 욕구를 자유롭게 사회에 접목시켜 이전의 제도·기관들의 한계와 획일화된 규범을 극복하려는게 우리 연구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엘리트 산실 그랑제콜인 정치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리즈크는 “세계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기존 조직들의 활동 형태는 새로운 지식과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며 “베를린폴리스는 전문가들과 함께 다음 세대의 관심사에 걸맞은 과제와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가세했다. 연구소 특성상 연구원 한명이 3∼4개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다보니 팀워크가 좋아진다고 한다. 젊은 세대의 특징을 “정치적으로 감염되지 않은 것”이라고 꼽은 두 사람은 구조화되지 않고 위계질서가 없는 데서 무한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즈크는 인상적인 프로젝트로 지난해 ‘책임을 위한 용기’를 주제로 자신이 주도했던 ‘주니어 캠프’를 들었다. 그녀는 “미래 단체 특히 청소년의 정치적·시민적 참여 경험을 제공한 프로젝트였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암부르스트는 현재 에너지 문제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러시아의 자원무기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유럽의 대응책 마련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은 베를린폴리스가 3년 동안 추진할 역점 과제로 ‘건설을 위한 적응’을 꼽았다. 또 ‘2020년 독일·유럽·세계의 모습’ ‘차세대를 위한 개혁회의’‘창업정신을 가진 독일’ 등의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목소리로 “틀에 박힌 과제를 수행하는게 아니라 우리의 아이디어를 모아 창조적으로 구성해가는 활동 방식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를린폴리스가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부분의 소규모 싱크탱크가 그렇듯 베를린폴리스 역시 개인의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 두 사람은 이에 대해 “물론 데틀링 소장의 네트워크에 주로 의존하는 게 약점”이라면서도 ““외부 전문가들과 공동 작업이 많고 연구원들의 네트워크가 확충되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vielee@seoul.co.kr ■ 독일의 싱크탱크 현황 |베를린 이종수특파원|현재 활동 중인 독일 싱크탱크는 140개 안팎.2000년 수도를 베를린으로 정한 뒤 외교·안보 정책 등을 연구하는 주요 싱크탱크들이 베를린으로 몰려들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주요 특징은 운영 형태가 국가 혹은 정당과의 연계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국가지원을 받는 싱크탱크만 10여곳이 되는데 주로 경제와 외교·안보 연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140명의 상근 연구원을 갖춘 ‘학문과 정치재단’으로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대부분의 정당이 느슨한 관계로 싱크 탱크와 연계돼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사민당-프리드리히 에르베트재단, 녹색당-하인리히 뵐 재단, 기민당-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기사당-한스 자이델재단, 자민당-프리드리히 노이만 재단, 좌익당-로자 룩셈부르크 재단 등의 결합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싱크탱크는 주요 재원을 연방 의회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연계된 정당의 정책·정강을 개발하고 있다. 자칫 정부나 정당에 매이게 되는 관계지만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초당적 합리성을 내세우면서 공평한 정책 개발에 비중을 둬 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그러나 최근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민간 혹은 민·관 혼합 성격의 싱크탱크가 많이 늘어나면서 정치적 중립지대의 공간이 넓어졌다. 알프레드 하우젠 협회와 베를린폴리스가 대표적이다.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100년 정당’ 우리에겐 불가능한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정당이란 일반적으로 공통된 정책적 선호도를 가지고 비슷한 이념적 성향을 공유하는 일단의 사람들로 조직된 집단이다. 그러나 정당이 비로소 정당이 되는 길은 정치적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원론적인 정의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정당이 정책이나 이념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대신 몇가지 이익이나 집단, 또는 지역을 바탕으로 느슨하게 연대하는 형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같이 이념정당이 있는 반면에 소속 의원들의 이념적 분포가 좌에서 우로 매우 넓게 퍼진 정당이 있다. 이른바 3김 시대를 마지막으로 당의 공천권과 돈줄을 쥐고 있는 보스가 없어진 후, 당의 기율과 위계가 현저히 약해진 최근에는 후자에 해당하는 정당들이 국민들의 민생보다는 자신의 이해를 위하여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데 몰두하면서 같은 당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일찍이 독일출신의 유명한 사회과학도인 미헬스는 평등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에도 위계적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마는 철칙이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매디슨은 정파(faction)란 소수의 이해를 추구하기 때문에 악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렇듯 정당은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기 쉽고 집권 후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만 자기 정파와 정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순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당은 뿌리도 없고 책임도 안지고 국민도 없으며 포용력도 없다. 대신 비민주주의, 정파, 국민에 대한 배신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1987년 민주화 이후 이제 헌정 60주년을 앞두고 있는 오늘에도 한국의 정당들은 국민의 삶을 개선시킬 공통된 정책이나 이념을 갈고 닦기보다는 정권욕에 치우친 비타협적인 정파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어느 정당의 당의장은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느 정당의 지도자들은 몇 년 전 개혁을 위한다고 당을 쪼개놓고서는 지금은 중도세력끼리 대통합해야 한다고 또 당을 뛰쳐나가고 있다. 어느 정당에서는 후보검증을 놓고 대표주자끼리 으르렁거리는 한편 유력한 대선후보 주위로 서로 사람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당이 또 깨지고 만들어지면 두고두고 지켜볼 작정이다. 과거와 같이 선거를 전후해서 반짝하는 정당은 아닌지를.1963년 정당법이 제정된 후 110여개의 정당이 생기고 100여개가 사라진 정말로 한심한 한국의 정당사에 또 다른 오점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를. 같은 기간 동안 한국 정당의 평균수명이 3년을 간신히 넘어서는데 과연 평균수명이라도 누릴 것인지를. 미국의 170여년 민주당 역사와 150여년 공화당 역사 속에 5·31 지방선거와 같은 참패가 한두 번 없었을까. 대선을 앞두고 참패가 예상되는 상황이 한두 번 없었을까. 한국과 같이 앞 다퉈 탈당하고 정계개편하자는 주장을 밥먹듯이 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닉슨의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까지 몰려도 클린턴의 성추문으로 당의 인기가 땅으로 떨어져도 서로 게임의 규칙도 지키고 타협도 하며 정권도 내주었다가 다시 찾아오면서 안정된 정당을 만들었다. 영국의 보수당도 170여년, 노동당도 100여년, 일본의 자민당도 50여년의 역사를 그렇게 지켜왔다. 한국은 예로부터 아침이 조용한(morning calm)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 ‘깜짝 아침’(morning surprise)의 나라가 되었다. 내일 아침엔 또 어떤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와, 우리나라에 100년 이상 국민과 애환을 같이한 정당이 생겼네.”하고 놀라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
  • [여의도 in] 조기숙 “與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게 최고” 심재철 “이거야말로 건방죄 물어야” 반격

    한나라당 심재철 홍보위원장은 2일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은 국민정서법 위반죄와 여론편승 거부죄’라고 주장한데 대해 “노 대통령의 잘못은 국민정서 오판죄와 민심순응 거부죄”라고 반격했다. 심 위원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조 전 홍보수석의 주장에 대해 “여당이 싫다는 여론은 무시하는 게 최고라고 했는데 참 오만하기 그지 없다.”면서 “이거야 말로 건방죄를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조 수석이 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진보언론과 학자들에 대해 “어용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신어용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해괴한 논리”라고 비난했다. 한편 조 전 수석은 최근 출간한 ‘마법에 걸린 나라’에서 “노 대통령의 잘못은 국민정서법 위반죄, 여론편승 거부죄”라고 한 뒤 “노 대통령만큼 겸손한 사람을 이제까지 살아오며 보지 못했고, 밖에서 청와대를 아마추어라고 하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프로도 이런 프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열린우리당을 ‘기율없는 콩가루 집안’에 비유,“초선의원이 108명이나 되니 위계질서가 없고 팝콘처럼 튀어서 의견조율이 여간 어렵지 않다.”고 진단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저소득층 연금보험료 절반 지원 올 하반기 관련법 국회 제출할 것”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는 31일 서울 문래동 당사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갖고 저소득층에 연금보험료 절반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5당 대표회담’을 요청했다. 문 대표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423만명과 농어민,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221만여명 등 저소득층 644만명에게 향후 5년간 연금보험료 절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총예산 13조원의 경우 “정부가 저소득 지역가입자 지원금으로 6조원을 부담하고 연소득 5000만원 이상 가입자의 보험료에 소득누진율을 적용해 4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면 나머지 3조원은 직장 가입자들에게 부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노당 창당 7돌을 하루 넘긴 이날 문 대표의 회견은 의외로 정치적 제안을 빼고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연금지원이라는 한 가지 내용에 집중됐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문 대표는 ‘민노당 중심의 진보대연합’을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에 걸었던 기대가 흐트러지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진보에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면서 “진보세력의 변화와 단결을 이루는 과정에서 민노당이 중심이 된 진보대연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민노당이 책임질 민생 의제를 실현해가는 동시에 의료와 주택, 교육문제를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다른 정당에도 문을 활짝 열겠다.”며 정책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진보대연합을 위해 창조한국 미래구상 등 시민사회진영과도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Seoul in] 사랑의 성금 전달

    중구(구청장 정동일) 1일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계층에게 실질적이고 고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원자와 정기결연을 맺고 사랑의 성금을 전달한다. 정기결연 대상자 48명과 그들의 후견인인 ‘1직원 1가정 보살피기’ 담당직원 48명,5개 후원사 대표 등 120여명이 참석한다.5개 후원사 대표들은 차상위계층 48가구에 월 5만원씩 1년간 모두 2920만원을 후원한다. 주민생활지원과 2260-2101.
  • 이스라엘 대통령 성폭행 기소 위기

    이스라엘의 현직 대통령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놓이는 ‘기가 막힌’ 사건이 일어났다. 모셰 카차브(60) 대통령.1998년·1999년 교통장관 재직시, 그리고 2000년 대통령에 오른 이후 수년간 여직원 4명을 집무실에서 성폭행하고 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들은 카차브가 “응하지 않으면 해고시키겠다고 위협하며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메니 마주즈 법무장관은 23일 카차브 대통령을 기소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 위계에 의한 성폭행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가 뇌물·부패 혐의를 받은 적이 있고, 전 국방장관의 성추행 혐의가 입증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카차브 대통령의 ‘성폭력’ 혐의는 가장 심각한 범죄에 해당한다. 이란 출신인 카차브는 지난 2000년 에제르 와이즈맨 대통령이 뇌물 스캔들로 사임한 뒤 우파(리쿠드당) 출신으론 처음 대통령직에 올랐다. 올 7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통령은 의전상의 국가수반이지만 권위와 품위를 인정받는 자리로, 면책특권이 있다.그의 변호사는 그가 기소될 경우 사임할 것임을 밝혀 왔다. 사임 이후 재판에 회부된다면 이스라엘 형법에 따르면 유죄가 입증시 최고 2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카차브 대통령측은 이번 사건이 해고된 데 앙심을 품은 몇몇 직원의 근거없는 보복성 모함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그의 하야를 주장하는 여론은 높아만 가고 있다. 이밖에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국영은행 매각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또 다른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들이 각각 다른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끊임 없는 테러와 분쟁에 시달리는 이스라엘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Seoul In] 서초구 독거노인등 가스시설 무료 개선

    서초구(구청장 박성중) 국민기초생활수급자·독거노인·차상위계층 등 총 300가구를 대상으로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을 실시한다. 서초구는 지난 2001년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및 독거노인 등 총 659가구의 가스시설을 무료로 교체해 주고 있다.
  • 도봉동 안골에 주택 들어설듯

    도봉동 안골에 주택 들어설듯

    서울시는 도봉동의 안골 등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3개 지역(지도)에 대해 올 연말까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상 지역은 ▲도봉구 도봉동 새동네·안골(6만 8218㎡)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3만 2845㎡) ▲중랑구 신내동 안새우개·새우개(5만 632㎡) 등 3곳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3월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서 제1종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됐다.3개 지역의 용도지역은 현재 자연녹지지역이지만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면 전용주거지역 또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돼 주택 건축이 허용된다. 지구단위계획에는 건축물의 용도 제한, 건폐율, 용적률 및 높이에 대한 사항과 도로, 공원, 공공 용지 등 도시기반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항을 담는다. 지구단위계획은 자치구마다 서울시의 예산 지원을 받아 용역 업체를 선정해 수립하게 되며,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연말까지 계획 수립 용역이 끝나면 내년에는 사업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층·저밀도에 환경 친화적으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린벨트 해제 요건(주택 100가구 이상 취락지)을 갖춘 곳은 모두 29곳으로, 이 중 27곳은 해제됐고 나머지 노원구 중계본동 104 일대와 구로구 항동 항마을 등 2곳은 임대주택단지 조성 계획과 연계해 해제가 추진될 예정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Local] 부산시, 차상위계층 일자리 제공

    부산시는 근로능력이 있는 차상위계층 인력을 중증질환자의 간병 도우미 등으로 채용하는 등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 예산 85억원을 확보,1651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22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일할 능력이 있는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월 56만원을 지급하는 가사방문 도우미 442명과 2만 8000원의 일당(8시간 기준)을 제공하는 간병 도우미 664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 올해 처음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센터 행정 도우미 192명을 선발하고 물리치료실 건강 도우미 67명을 각각 채용할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총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 지방으로 간 대형할인점 약일까 독일까

    지방으로 간 대형할인점 약일까 독일까

    이마트 롯데마트 삼성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들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지방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자치단체에서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할인점들은 행정소송을 통해 뜻을 관철시키는 등 유통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간에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다툼이 일고 있다. 자치단체도 소비자 보호과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활로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지방진출 러시 국내 대표적인 대형 할인점인 롯데마트는 지난해 하반기 전북 전주시 송천동에 대형 할인마트를 신축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 결정 신청을 제출했다. 롯데마트는 송천동 1가 일대 1만 7318㎡에 도내에서 영업장 면적이 가장 넓은 4만 2377㎡ 규모의 대형 할인매장을 신축할 예정이다. 또 효자동 서부 신시가지에도 할인마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전주시는 지난해 10월 롯데측의 지구단위계획결정 신청서를 반려했다. 롯데마트는 전주시의 이 같은 행정행위에 불복해 전북도에 행정심판을 요구했지만 도는 시의 손을 들어줬다. 시는 또 작년 말 삼성 홈플러스가 우아동 해금장 4거리 일대에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2만 9938㎡ 규모의 할인매장을 지은 뒤 문을 열기 위해 제출한 매장건물의 사용승인 신청서를 반려했다. 시는 “지방업체가 교통영향평가를 받을 당시에는 지역마트라는 이름으로 받았으나 이 업체가 삼성 홈플러스로 넘어간 만큼 브랜드에 버금가는 주차장과 진·출입도로 확보 등 교통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반려 이유를 밝혔다. 삼성 홈플러스는 현재 전주시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 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자치단체, 진출 반대 자치단체는 할인점이 지방에 진출하면 재래시장과 동네 소형 가게 등 지역상권이 붕괴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대형 마트는 본사가 수도권에 있어 각종 세금도 지역에 내지 않을 뿐 아니라 지역자금을 외지로 유출시키는 통로가 돼 지역경제 발전에 저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할인점에 채워지는 물건들은 외지산이 많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공산품등의 판로가 위축된다는 분석이다. 재래시장과 영세상인들이 주축이 돼 선출직인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압박하자 표를 의식한 자치단체가 대형 할인점 진출에 제동을 것도 큰 이유다. 자치단체도 대형 할인점이 돈만 벌어갈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뭔가 기여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자치단체에서 허가를 불허해도 행정소송을 거쳐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남 여수시에는 2000년 오림동 버스터미널 맞은 편에 이마트가 대형할인점으론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롯데마트가 국동과 선원동 2곳에서 개점했다. 지역상인들과 상가조합 등이 여수시를 등에 업고 이들의 입점을 반대했으나 할인점들은 행정소송에서 이겨 할인점을 오픈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대형마트들이 전주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며 “행정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찬성 대형마트에서 지역 농수축산을 전국 매장과 연계해 판매하기 때문에 결국 지역경제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 등도 특색에 맞는 품목을 할인점보다 싼 가격에 공급할 경우 나름대로 상권을 확보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아파트단지 인근에 대형 마트가 들어올 경우 편리하다는 데 이론이 없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파주, 아파트부지 용도변경 갈등

    파주, 아파트부지 용도변경 갈등

    “시영아파트 대신 문화·체육시설을 짓겠다.”(파주시) “상주인구 줄어 상권 위축, 법적 대응하겠다.”(파주 신금촌 상가연합회) ●금촌2 지구 C3블록 1만 4500여평 대상 파주 금촌2 택지개발지구의 마지막 남은 아파트 부지 C3블록 1만 4500여평의 용도 변경을 놓고 파주시와 지구내 상가가 맞서고 있다. 파주시는 2003년 금촌2택지를 주택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C3블록을 아파트 부지로 정하고 820가구의 시영아파트 건립을 계획했다. 당시 이준원 시장은 “기존 시영아파트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는 중대형 고급아파트를 싼값에 공급, 파주에 진출하려는 아파트 건설업계에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시 “아파트는 재정 부담·관리 애로” 그러나 현 유화선 시장은 이후 교하·운정신도시 등이 들어서 주변 주거 여건이 괄목할 만하게 좋아진 데다 시영아파트 건립에 따른 재정부담과 사후 관리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당 부지를 공공 문화·체육시설 부지로 바꾸기로 했다. 시는 주공을 통해 지난해 12월 초 금촌2지구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신청을 경기도에 냈다. 그러나 경기도 제2청은 구체적인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타당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주민의견 등을 수렴해야 한다며 지난 연말 승인을 거부했다. 금촌2지구 상가 토지·건물주와 500여명의 상인들로 구성된 신금촌상가연합회측은 도의 방침을 환영했다. 이들은 당초 인구유입 효과가 적은 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 왔다. 파주시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실시계획 변경 신청을 냈던 주공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파주시는 지난 연말 금촌2지구 준공이 임박하자 용도변경을 서둘렀다. 해당부지를 공공시설부지로 인정받아 조성원가로 인수하려 했기 때문이다. 주공측은 도의 변경승인이 준공전 이뤄졌으면 해당 부지를 조성원가(250억원)에 공급하지만 아파트 부지로 확정돼 감정가(870억원 추정)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주시는 용도변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준공은 이뤄졌지만,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땅값도 주공이 민간업체엔 조성원가 분양이 불가능하겠지만 개발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공동사업시행자인 시에는 조성원가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파주, 아파트부지 용도변경 갈등

    파주, 아파트부지 용도변경 갈등

    “시영아파트 대신 문화·체육시설을 짓겠다.”(파주시) “상주인구 줄어 상권 위축, 법적 대응하겠다.”(파주 신금촌 상가연합회) ●금촌2 지구 C3블록 1만 4500여평 대상 파주 금촌2 택지개발지구의 마지막 남은 아파트 부지 C3블록 1만 4500여평의 용도 변경을 놓고 파주시와 지구내 상가가 맞서고 있다. 파주시는 2003년 금촌2택지를 주택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C3블록을 아파트 부지로 정하고 820가구의 시영아파트 건립을 계획했다. 당시 이준원 시장은 “기존 시영아파트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는 중대형 고급아파트를 싼값에 공급, 파주에 진출하려는 아파트 건설업계에 본보기를 보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시 “아파트는 재정 부담·관리 애로” 그러나 현 유화선 시장은 이후 교하·운정신도시 등이 들어서 주변 주거 여건이 괄목할 만하게 좋아진 데다 시영아파트 건립에 따른 재정부담과 사후 관리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당 부지를 공공 문화·체육시설 부지로 바꾸기로 했다. 시는 주공을 통해 지난해 12월 초 금촌2지구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변경 승인신청을 경기도에 냈다. 그러나 경기도 제2청은 구체적인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언급이 없는 등 타당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주민의견 등을 수렴해야 한다며 지난 연말 승인을 거부했다. 금촌2지구 상가 토지·건물주와 500여명의 상인들로 구성된 신금촌상가연합회측은 도의 방침을 환영했다. 이들은 당초 인구유입 효과가 적은 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해 왔다. 파주시에 밀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실시계획 변경 신청을 냈던 주공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파주시는 지난 연말 금촌2지구 준공이 임박하자 용도변경을 서둘렀다. 해당부지를 공공시설부지로 인정받아 조성원가로 인수하려 했기 때문이다. 주공측은 도의 변경승인이 준공전 이뤄졌으면 해당 부지를 조성원가(250억원)에 공급하지만 아파트 부지로 확정돼 감정가(870억원 추정)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주시는 용도변경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준공은 이뤄졌지만,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 문화·체육시설을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땅값도 주공이 민간업체엔 조성원가 분양이 불가능하겠지만 개발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공동사업시행자인 시에는 조성원가로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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