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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제3의 최숙현 나오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피해자 곁에 있을 것”

    “제2, 제3의 최숙현 나오지 않도록 이제 우리가 피해자 곁에 있을 것”

    취임 일성으로 어깨가 무거워 잠을 잘 못 자고 있다던 이숙진(56)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은 요즘도 잠을 줄여 가며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신고 상담 업무를 9월 중으로 앞당기고자 어제도 밤 12시에 퇴근했다”며 “통상 3~6개월 이상이 걸리는 준비 기간을 한 달로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은 새벽 2, 3시에도 퇴근한다”며 “야근을 계속하고 있는데 초창기니까 미안하지만 조금만 참아 달라고 직원들을 달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1월 조재범 사건이 알려지자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이었던 이 이사장은 체육계 성폭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7차례 스포츠 인권 정책을 권고한 민관 합동기구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지난해 5월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을 골자로 한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문 위원장은 당시 “체육계와 완전히 독립된 인사가 운영하는 독립성과 전문성·신뢰성을 갖춘 별도의 스포츠 인권기구 설립 방안을 권고했다”며 “(스포츠윤리센터는) 기존의 체육계 내부 절차로부터 독립된 구제 절차를 마련해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는 든든한 장치”라고 말했다. 철인 3종 선수였던 고(故) 최숙현씨는 생전 여섯 곳의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다. 최 선수를 외면했던 스포츠 인권기구와는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국민 기대가 한껏 팽배해 있지만 스포츠윤리센터는 법인 등기도 마치지 못한 상태로 일단 출범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첫 출근을 한 뒤 지난 12일 법인 등기를 완료했고 13일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았다”고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숙현 청문회를 비롯해 수차례 국회에 출석해 스포츠윤리센터를 제2, 제3의 최숙현 방지책으로 앞세웠다. 스포츠 미투 촉발 이후 첫 정부 대책 발표의 물꼬를 텄던 이 이사장에게 다시 배턴이 넘어온 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배정받은 예산은 22억 9100만원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0.18%에 불과하다. 경찰 등 공무원 파견권을 부여하는 등 스포츠윤리센터의 법적 권한을 대폭 강화한 ‘최숙현법’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법 시행까지는 시일이 남았다. 스포츠윤리센터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권은 여전히 대한체육회와 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에 있다. 이 이사장은 ‘스포츠윤리센터가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계 모든 문제가 윤리센터 출범으로 단번에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의 역할은 스포츠계 성폭력·폭력 피해자가 신고한 사건을 상담·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스포츠 인권에 관한 정책 개선안이 나오도록 견인하는 데까지”라고 범위를 좁혔다. 서울신문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9층에 있는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해결할 1호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 “1호 사건이란 개념은 없다. 모든 사건을 소중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기존 스포츠 인권기구들에서 사건을 이관받아 매뉴얼에 맞게 절차를 밟을 것이다. 9월부터 직접 조사 사건도 챙겨야 한다. 직권조사 사안은 이사회 심의를 받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인권을 향상시키는 일이 엘리트 스포츠를 위축시킬 거라고 걱정한다. 폭력을 성적 향상을 위한 필요악으로 여기는 생각이 뿌리 깊다. “인권을 강조하는 건 오히려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사기와 의욕을 고취시킨다. 다른 영역에서는 인권 침해를 성적 향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포츠계도 폭력보다 나은 방식으로 성적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 왜 스포츠만 인권 침해가 훈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30년 넘게 여성과 인권 분야에 투신하고 천착해 온 이유는. “대학 때 학보사 기자로 일하면서 여성노동자와 빈민 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집중 취재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차별이 성차별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 성차별의 문제를 현장과 정책 연구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스포츠계 역시 많은 어린 선수가 뿌리 깊은 성차별의 희생양으로 남아 있다. 한 우물을 파고 살아도 맑은 물을 못 보는 상황이다. 아직도 멀었다. 한 영역에서 제대로 된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데 내 역할에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장에 발 닿은 스포츠윤리센터에서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스포츠를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가.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스포츠윤리센터에는 스포츠를 잘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스포츠윤리센터 수장인 제가 체육 단체에 몸담은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스포츠를 모른다’, ‘체육계를 잘 모른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매우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하는데 체육계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지 않은 제가 오히려 운신의 폭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체육계 성폭력·폭력 사건과 일반적인 성폭력·폭력 사건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체육계 폭력은 훈련과 체벌을 명분으로 이뤄진다. 비교적 폐쇄적인 공간에서 특정한 관계에 있는 지도자와 선수 혹은 선수 간 신체 접촉에서 출발한다. 다른 영역에서의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위계적인 관계에서 일어난다.” -최 선수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했던 기관과 차별화되는 스포츠윤리센터만의 프로세스는. “프로세스는 지금 만들고 있다. 상담 신고 매뉴얼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 보고 있고 비리 조사와 관련된 부분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최 선수가 도움을 요청한 6개 기관이 절차와 매뉴얼이 없어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게 아니다. 문제는 선수가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였냐다. 저희는 최 선수가 6개 기관에 실망했던 것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한계는 무엇인가. “스포츠윤리센터는 징계 요구밖에 할 수 없다. 특수 법인이기는 하지만 국가 기관은 아니다. 벌칙 조항은 없다. 결국 행정기관처럼 과태료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체육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문체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 장관도 ‘스포츠윤리센터는 거의 준사법기구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하긴 했다. 또 징계 정보 시스템은 아직 구축도 안 돼 있는 상태다. 저희는 수사권이 없고 조사권만 있어 행정적 조치만 할 수 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아주 심각한 사안을 저희가 다루고자 특별사법경찰관 관리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그 단계가 돼야 실효적 처벌이 가능해진다. 잘 통과됐으면 좋겠다. 당장 특사경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내년부터 파견 경찰을 통해 추진하려 한다. 경찰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것과 실제로 문체부 공무원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신속성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예산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할 것 같다. “문체부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저도 요구하고 있다. 기금 변경을 통해서 이번 주 정도에 내년 추가 직원 채용이나 추가 사업비가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8월 출범했으니 내년에 단순 2배로 늘어나는 정도는 아닐 것 같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200억원은 돼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지방 체육인과 장애인 체육인에 대한 접근성은 어떻게 늘려 갈 계획인가. “지방에 권역별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 해당 지역 사건 당사자의 접근성 부분을 강화하자는 구상이 있다.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우리의 역할과 기능이 정립되고 난 다음에 물리적 확대를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조직 키우기만 한다는 비판은 받기 싫다.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고 싶다.” -스포츠 인권기구 사이의 교통정리는 어떻게 되나. “문체부 주관하에 계속 만나서 회의하고 있다.” -지금도 남 몰래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스포츠윤리센터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옆에 있겠다. 용기를 내 주셨으면 한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이화여대 여성학 석·박사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제도개선비서관실 행정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차관
  • ‘한옥마을 폭발물 설치’ 허위 신고 징역형 구형

    ‘한옥마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구속기소된 고교생 A(16)군에 대해 항소심에서 징역형이 구형됐다. 25일 전주지법 제3-2형사부(고상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한옥마을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신고하는 바람에 공권력이 낭비됐고 이는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장기 3년 6개월·단기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소년법에 따르면 범행을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다. 소년법상 유기 징역형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장기 10년·단기는 5년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며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이번만 선처해 달라”고 변론했다. A군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그는 지난 3월 30일 오후 6시 12분쯤 “전주 한옥마을의 한 상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112와 119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부산 기장군 마스크 무료지원 ...현장지도점검단 가동

    부산 기장군 마스크 무료지원 ...현장지도점검단 가동

    부산기장군은 오는 9월부터 군민 1인당 마스크 10장과 전 세대에 손소독제 1병을 무료로 나눠준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월 26일에 이어 4번째 이다.마스크와 손소독제는 특수직종 종사사와 자영업자에게도 무료 지급한다. 기장군은 이를 위해 최근 성인용 마스크 200만장과 아동용 30만장 등 총 230만장과 손소독제 10만병을 확보했다. 기장군은 지난 2월 26일과 3월 3일, 3월 22일 3회에 걸쳐 각각 1인당 5장씩 모두 15장의 마스크를 무료 지원했다.관내 경로당,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 보건용 마스크 40여만장을 무상 제공했다.임신부와 출산후 3개월 이내 산모 1000여명과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교사 4890명에게 세대당 10장씩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코로나19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기장군에 주소를 둔 타지역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와 어린이,관내 중 고등학생 ,택시·마을버스·시내버스 기사와 택배기사 ,우체국집배원 등 특수직종 종사자에게도 마스크를 무료 지원했다. 2월 22일부터 지금까지 기장군에서 무상 배포한 마스크는 190만장, 손소독제는 13만병에 달한다. 기장군은 ‘외출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합시다’라는 현수막을 사거리, 육교, 공원, 해안가 카페촌, 기장·일광역, 복합쇼핑몰 등 다중이용시설과 인구밀집지역에 총 722개를 설치했다.아파트와 마을 입구 등에도 자체적으로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해 군민들의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가 재확산하자 ‘현장 지도 점검단’을 꾸리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군수를 단장으로 해 총 4개팀 29개 반으로 꾸려진 점검단은 관내 1천252곳의 고·중위험시설과 종교시설을 상시 점검한다. 직원들은 학원(300인 미만),일반음식점(150㎡ 이상),실내체육시설 등 중위험시설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2m 거리두기 준수,출입명부 운영 등 방역수칙 준수 여부에 대해 현장 지도와 계도에 나선다. 부산시의 행정명령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지만,다중이용시설로 위험도가 높은 휴게음식점(대형 카페 등)과 대형 식육 판매점 등에 대해서도 출입자 수기명부 작성,마스크 착용 의무화,손소독제 사용 생활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행정지도할 방침이다. 기장군은 2017년 전국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감염병 방역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코로나19 백신이 없는 현재로서는 마스크와 손소독제,철저한 방역소독이 최상의 방역 대책”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불편해져도 얘기해보자는 책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불편해져도 얘기해보자는 책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다. 많은 말을 하고 혀를 끌끌 차지만 정작 필요한 논쟁은 아낀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입에 재갈을 물린 것처럼 조용하다. 좌담 성사가 된 것부터가 하나의 이변이었다. 그날 아침 용감한 한 사람이 왜들 그러느냐고 질타를 했다. 그러자 정작 약속은 했지만 마뜩잖아 몸을 사리던 이들이 하나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지식공작소가 펴낸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은 발빠르기도 하지만 정작 모두가 외면했던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의 2년 반을 돌아보는, 고통스럽고도 용기있는 작업을 담았다. 이 출판사는 좌담을 지난달 24일 열었다.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이 극단을 선택한 지 정확히 보름 되는 날이다. 부끄럽게도 일간지와 잡지들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점이었고 지금까지도 비겁함은 유지되고 있다. 좌담은 3시간쯤 진행됐고 67쪽에 담겼다. 읽는 내내 몸살을 앓는 것처럼 아팠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 이인미 성공회대 연구위원,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박 전 시장이 애지중지했던 도시재생센터와 서울시의회에서 3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했던 자칭타칭 학위수집가 이재경씨, 정치와 관련된 여러 일을 하는 도이(필명) 씨, 내일신문 기자로 일했고 커뮤니케이션 북스 편집책임자인 황인혁 등이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기자,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가져온 생각들을 조금씩 들춰 보인다. 사람들이, 시민들이 왜 정작 필요한 논의를 겁내고 미루거나 지레 접는지 톺아본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얼마 전 회사의 논설위원 고문이 사람들을 침묵하게 만들어선 안된다는 취지의 칼럼을 쓴다는 것이 특정 세력의 입장을 과하게 투영하고 피해자를 향해 2차 가해를 가했다는 지청구가 일어 한바탕 난리를 겪은 뒤라 더욱 그랬을지 모를 일이다. 지면이 제작되는 저녁 내내 신경전이 펼쳐졌고, 다음날부터 기수별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총회가 실로 오랜만에 소집됐다. 편집국장과 부국장, 논설실장, 대표이사 사장까지 나서 이 칼럼을 싣는 게 최선이었는지, 이 칼럼이 갖고 있는 위험이 무엇이었는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논의했다. 기자와 함께 입사한 동기는 어느날 노래방에서 후배들과 어울리다 자신이 서약한 잘못을 또다시 저질러 십여년 전에 회사를 떠났다. 기자 역시 펜스 룰(이성 근처에 아예 가지 않겠다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부인에게 한 약속)에 스스로를 옭아맸고, 좋아하는 여자 후배를 인터뷰이에게 “우리 후배 참 예쁘지 않나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소개한 뒤 그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 뒤늦게 깨닫고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친근함을 표시한다며 어깨를 툭 친다거나 하는 잘못이 작지 않다는 것도 늘 뒤늦게 깨달았다. 기사를 쓰며 아무 생각 없이 예쁘다는 표현을 썼다가 독자의 항의 댓글을 받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적도 여러 번이다. 토론 내용은 계속 되풀이 읽어 계책으로 삼을 일이다. 책의 나머지는 모두 훌륭한 자료들이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을 지난달 30일까지 시곗바늘을 되돌려 엮은 일지와 여러 단체나 대표자, 활동가들의 입장문과 성명들이 실려 있다. 2부는 우리가 기억하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 자료들이 망라됐다. 안희정, 이윤택, 고은, 국내 미투 운동을 시작한 서지현 검사 사건, 오거돈 전 부산시장, 한국기원 사건, 낙태죄 폐지, 스쿨미투 등 자료들이 충실하다. 법원 판결문까지 실었다. 일간지가 꿈도 못 꿀 일을 빛의 속도로 담대하게 해냈다.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은 물음표에서 시작해 물음표로 끝난다. 그 답은 우리 모두가 채워야 한다. 무겁고 진중하지만 결코 거리낌 없이!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탈코르셋처럼 대중화된 페미니즘… 다양한 연대 이어갈 것”

    “탈코르셋처럼 대중화된 페미니즘… 다양한 연대 이어갈 것”

    “예전엔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무조건 ‘머리 짧고 안경 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요? 하나의 이미지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범주가 넓어졌죠.” 문지은 경기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의 말이다. 지난 5년간 여성운동 논의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페미니즘은 대중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이 늘었고, 여성 혐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도 커졌다. 오랫동안 여성운동 최전방에 서 있던 현장 활동가들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90년대생 ‘영페미’가 주도하는 여성운동은 지속할 수 있을까. 문 사무처장을 비롯해 손희정 문화평론가, 홍혜은 페미니스트 저술가 세 명에게 여성운동의 앞날에 대해 물었다. 문씨는 메갈리아 이후 페미니즘 대중화의 가장 큰 성과로 정형화된 여성 운동가의 이미지가 사라진 점을 꼽았다. 여성민우회를 거쳐 현재 여성단체연합에서 일하는 그는 “누구나 쉽게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얘기하고 나서면서 이미지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탈코르셋’(꾸밈을 거부하는 행동)도, 화장하는 사람도 있고 기혼자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학을 전공한 전문가 위주의 운동 스펙트럼이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손씨는 “메갈리아는 여성들을 빠르게 각성시키는 계기였고, 이후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에는 여성 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해 ‘피해 의식 아니냐’는 식으로 선을 긋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다르다”며 “5년 전이었다면 정치인들의 위계형 성폭력 ‘미투’도 이렇게 파급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 이후 젊은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불법촬영 반대 시위(혜화역 시위)나 사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특정 단체나 대표 없이 익명의 참가자들로 구성된 이 집회는 많은 사람에게 각인됐지만, 단기적인 논의에 그쳤다는 한계도 있었다. 손씨는 “여성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때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는 건 광장에 목을 내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굴을 내놓는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나. 익명이라고 해서 그 주장이 불합리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반면 홍씨는 “익명을 유지하는 건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인이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언제든 커뮤니티 자체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는 “많은 여성이 온라인에선 활발하게 논의하는데, 인터넷만 벗어나면 고립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바뀌지 않으니 온라인에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그대로인 것이다. ‘손에 잡히는’ 활동을 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스스로 비혼 지향 생활 공동체 ‘공덕동하우스’를 꾸리기도 했다. 90년대생 영페미들은 다양한 논의를 주도하는 한편 기존 여성단체와 함께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온라인에서 특정 이슈로 여론을 선도하면 그 뒤에 여성단체가 나서서 ‘과실을 빼앗아 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홍씨는 “영페미 중 기존 여성단체 관계자를 ‘강단 권력’, ‘지면 권력’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뷰나 지면 기고 등 대외 노출에 익숙한 이들을 기득권으로 보는 것”이라며 “그만큼 자원과 역사가 없는 영페미는 기존 단체와 선을 긋고 크라우드펀딩(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를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 등으로 비용을 해결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씨는 “조직화되지 않은 대중의 언어를 누군가는 정제해야 한다. 기존 여성단체 역할이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건 체계가 필요하다. 정책 제안도 해야 하고 설득을 위한 토론장도 필요하다”면서 “일반 여성들이 거리에서, 국민청원에서 외친 목소리를 여성단체는 현실의 정치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고 강조했다. 영페미의 혜화역 시위 등이 대중의 불타오르는 분노를 보여 주는 계기였다면, 이런 여론을 기존 여성단체가 모아 제도권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뜻이다. 여성운동 내부의 세대 갈등에 대해 문씨는 “시작점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라고 봤다. 과거를 겪지 못한 젊은 세대는 당연히 현 운동 방식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여성 내부의 싸움처럼 다루는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누구와 연대할지, 무엇을 할지는 각자 결정하는 것”이라며 “운동에 정답은 없다. 기존 단체와 영페미가 갈라선다는 것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타협하는 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공통된 의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런 방식의 차이는 결국 좁혀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문씨는 “영페미든 기존 페미든 여성의 삶이 제도적, 일상적으로 차별받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면서 “여성인권이라는 대의에 공감한다면 나머지는 세부적인 차이일 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더 일어나고, 더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들은 이미 역사를 쌓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올 2분기 흑자전환했지만… ‘삼면초가’에 웃지 못하는 조원태

    올 2분기 흑자전환했지만… ‘삼면초가’에 웃지 못하는 조원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속에서도 화물 실적이 선방하면서 올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웃을 수 없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경영권 다툼이 가열되고 있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는 송현동 부지 논란도 커지면서 ‘삼면초가’에 처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일 서울시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재하는 고충민원위원회에서 만나 격돌한다. 앞서 대한항공이 서울시가 자사 송현동 부지(3만 6642㎡)를 공원화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못하도록 막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는 당초 제시한 4670억원 이상으로 부지 대금을 높이고 분할 납부를 연내 일시불 지급으로 변경해서라도 공원화를 강행한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권익위의 권고 조치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서울시가 따르지 않으면 분쟁 조정은 무산되고, 서울시 문화공원 지정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원하는 가격으로 경쟁입찰을 통한 부지 매각도 힘들다는 점이다.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대한항공은 올 2분기 화물 실적으로 영업이익 1485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냈지만, 이는 마른 수건을 쥐어짠 결과다. 임원들은 여전히 임금을 반납하고 있으며 직원 70%의 순환휴직도 이어지고 있다. 임직원의 희생으로 운영비를 절감했단 이야기다. 하반기에도 화물 수요는 건재하겠지만 여객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대한항공의 흑자는 ‘반쪽’일 수밖에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다. 조 회장에게 대항하는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중심축인 사모펀드 KCGI는 최근 한진칼 신주인수권 120만주 공개 매수에 성공했다. 현재 3자연합이 확보한 한진칼 지분율은 45.23%인데 3자연합이 신주인수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46.71%로 치솟는다. 현재 조 회장의 우호지분(43.83%)을 앞설 뿐만 아니라 BW를 가진 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39%대까지 떨어진다. 조 회장은 최근 보유한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200억원씩 두 차례 40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경영권 방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만 신경 쓰면 됐던 올해 초와는 달리 이번에는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대한항공을 둘러싼 문제는 더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됐다”면서 “조 회장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해경, 대체복무 악용해 병역 회피하려한 6명 적발

    해경, 대체복무 악용해 병역 회피하려한 6명 적발

    대체복무 제도를 속여 병역을 회피하려한 6명이 해경에 적발됐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18일 ‘어업인후계자 대체복무 제도’를 악용한 A씨(25) 등 6명과 A씨의 부친인 B씨(57) 등 2명을 병역법 위반 및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중이다. ‘어업인후계자 대체복무 제도’는 어업인후계자 산업기능요원으로 선정된 후 병무청장이 승인한 지정업체 해당분야에서 일정기간 어업활동을 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들은 복무점검 담당공무원들이 복무 실태 조사를 허술하게 한다는 점을 이용해 아예 복무 첫날부터 근무하지 않거나, 친인척 회사에 취업해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복무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 병역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11개월 가량 어선에 승선하지 않고 거주 지역을 벗어났지만 복무점검 담당공무원으로부터 단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 중 5명은 어업 종사 경험이 거의 없고 해수산계 관련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업인후계자로 선정되는 등 제도적 약점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이번 사건은 일반인이 잘 알고 있지 못하는 ‘어업인후계자 대체복무제도’를 속여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한 매우 질 나쁜 행위다”며 “묵묵히 국방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청년과 국민들에게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중대한 범죄다”고 설명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사회정의 회복 차원에서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에 걸쳐 어업인후계자 군 대체복무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구로 취약층에 마스크 목걸이

    서울 구로구는 지역 내 취약계층에게 오는 20일까지 마스크 목걸이 세트 2만개를 나눠준다. 지원물품 세트는 1인당 마스크 3장과 분실방지용 목걸이 1개로 구성됐다. 목걸이 줄을 마스크 양쪽에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마스크가 바뀌거나 분실되는 등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1만 6504명, 보훈단체 회원 2000명, 구로푸드뱅크마켓 이용자 908명, 어르신·장애인·아동·한부모·노숙인시설 거주자 588명 등이다. 예산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으로 마련했다.
  •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올려 여성이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이슬람국가(IS)를 좋아한다.” 2015년 1월, 터키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IS에 가담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대 한국인 남성 김모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가입 이유로 여성혐오를 꼽은 그의 행적에 ‘페미니스트’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약 반년 뒤인 8월, ‘메갈리아’가 탄생했다. 일베(일간베스트)나 디시인사이드 등 남초 사이트는 물론 일상에서 숨 쉬듯 벌어지는 여성혐오에 대항해 거울로 반사하듯 보여 준 미러링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김치녀’는 ‘한남충’으로, ‘맘충’은 ‘애비충’으로 치환하는 이들의 방식이 ‘여혐혐’인지, ‘남혐’인지를 놓고 사회가 들썩였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갈리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여자 일베’라고 비난하지만, 다른 쪽에선 ‘여성들의 해방구’라고 평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 페미니즘사(史)에서 메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이라는 점이다. 본 사이트는 1년도 안 돼 폐쇄됐지만, 수많은 메갈리안은 남았다. 온라인에서 꿈틀대던 여성의 목소리는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집회를 거쳐 2018년 혜화역에서의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로 나타났고, 2020년 현재 정치권까지 뒤흔드는 주요 의제로 자리잡았다. 그간 소수 운동가와 학자들의 영역이었던 페미니즘은 메갈리아 이후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됐고,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1020 여성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메갈리아를 단순히 혐오세력으로만 지칭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러링이 또 다른 혐오라는 지적과 함께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백래시(반발)도 커졌다. “너 ‘메갈’이냐”는 말은 과거의 ‘빨갱이’ 같은 낙인이 됐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이후 5년간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각성 메갈리아 통해 일상 속 여혐 인식“페미니즘은 ‘특별한 것’ 아니다” 깨달아 “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차별 ‘미러링’은 여혐민국 바꿀 수단페미니즘 논의 활발…차별은 여전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천 n번방 공론화, 혜화역 시위수많은 여성이 취지 공감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활발한 페미니즘 논의를 보고 겪으며 조직된 힘을 경험한 까닭이다. 해시태그 공유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는 이들이 일상에서 여성운동을 실천하고 효능감을 얻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변화 여성 의제 다양화 성과…성 대결은 심각“사회 전반에서 여성 목소리 들어달라”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간 많은 사람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함이나 좌절감도 커졌다”면서 “의도적으로 젠더 이슈에 대해 거리를 두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갈리아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구속기소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구속기소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6부(박승대 부장검사)는 14일 감염병예방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이 총회장을 구속기소 했다. 신천지 관계자 11명도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방역 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해 보고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그는 교인 8명을 누락하고 24명의 생년월일을 조작한 명단을 방역당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10만명의 주민등록번호 정보는 제출을 거부했으며 5만 명에 대해서는 엉뚱한 생년월일이 기재된 정보를 내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회 장소와 관련해서는 위장시설 358곳을 포함한 757곳을 누락한 신천지 시설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이 총회장 측은 방역 작업을 방해한 이유에 대해 “본인이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고 공무원 같은 특수 직군의 경우 교인으로 알려지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 그랬다”고 밝혔다. 그는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원을 횡령하고,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없이 해당 지자체의 공공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연 혐의도 받는다. 이 총회장과 함께 불구속기소 된 11명은 대부분 신천지 간부들로,증거인멸에 관여하거나 서류를 위조해 건축 허가를 받고 시설물을 무단 사용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교단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2월 27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로부터 이 총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신천지가 제출한 자료와 방역 당국이 확보한 자료 간 불일치 사례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이날 이 총회장을 포함해 12명이 추가 기소되면서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모두 19명으로 늘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포함한 성범죄 처벌 강화법 발의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포함한 성범죄 처벌 강화법 발의

    형법 개정안…‘간음’→‘성교’로 표현 교체도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도 ‘강간’으로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포함,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교를 맺는 행위를 강간으로 명시해 처벌하도록 하고, 폭행 또는 위계·위력이나 심신상실 등의 상태를 이용해 성교를 맺는 경우도 강간죄를 적용하도록 한다. 류호정 의원은 또 개정안에서 ‘간음’(姦淫)이라는 표현을 모두 ‘성교’(性交)로 교체했다. ‘간음’에 쓰이는 한자 ‘간’(姦)이 ‘여자 녀’(女)자가 3번 겹쳐져 여성혐오적 의미가 내포돼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또 간음이 아닌 유사성행위도 포괄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법안 발의에는 류호정 의원 등 정의당 의원 6명과 첫 여성 국회부의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정춘숙 의원 등 여당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 총 13명이 참여했다.류호정 의원은 지난 10일 이번 발의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 100장을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붙였다.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대자보에서 그는 “법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여부’,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행 형법은 업무상 관계가 아니면 위계와 위력을 통한 성범죄를 처벌하지 못한다”며 “우리 사회가 점점 다양해져서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처럼 실제 위계 위력이 작동하는 분야가 많아졌다. 이제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호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모든 의원실로 법안을 송부했다”며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도록, 한 번 더 챙겨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류호정 “심상정과 수해 현장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류호정 “심상정과 수해 현장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2일 옷차림·수해현장 등 자신과 관련한 논란에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호정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심상정 대표와 함께한) 수해 복구 현장 사진으로 논란이 되어서 속상한 부분도 있다”면서 “정말로 열심히 일을 하고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수해 현장 사진이 지나치게 깔끔하다는 지적에 심상정 대표가 사진을 삭제했다고 보도한 언론에 유감을 표명했다. 류 의원은 “기자들이 활동 초반에 사진을 찍고 갔고, 그 이후 사진은 사실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류 의원은 원피스 차림이 화제가 된 것에도 “이 직업 자체가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흔한 원피스라 특별한 의도는 없었는데 여성 청년 정치인이 낯설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까지 논란이 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의원회관 곳곳 ‘비동의 강간죄’ 대자보 류 의원의 입법활동은 어떨까. 21대 국회 시작 이래 처음으로 류 의원은 12일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강간죄’ 법안을 발의했다. 류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노란색 대자보를 직접 붙이며 화제가 모았다. 비동의 강간죄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추진하기로 했다가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다. 류 의원은 “애초에 동의 있는 강간은 강간이 아니다. 동의 없는 성교가 강간이다”라면서 충분히 판례가 이루어지고 있어 명문화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명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법안의 정식 명칭은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이다. 강간의 구성요건을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경우 그리고 폭행, 협박 또는 위계, 위력으로 유형화를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젠더 교육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교수·직원 불법공모”vs“학교측이 충원율 압박”…김포대 입시비리 네탓공방

    “교수·직원 불법공모”vs“학교측이 충원율 압박”…김포대 입시비리 네탓공방

    경기 김포대학교가 2020학년도 허위 신입생 모집과 관련해 책임을 물어 교수 등을 무더기로 징계하자 전국교수노동조합 김포대 지회가 교육부의 특정감사와 대학 이사장 및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김포대학 등에 따르면 허위신입생 모집 사건은 김포대가 올해 신입생 충원업무를 마친 뒤 지난 3월 30일 열린 교무회의에서 학과 모집중지와 관련한 논의 중 한 참석자가 허위신입생 모집 문제를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김포대는 총장 지시로 자체 입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신입생 1294명 중 136명(10.5%)을 허위로 입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김포대는 “관련 교수들은 소속 학과 신입생 충원율이 심각하게 낮은 상황을 감추기 위해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고의성이 매우 크다”며, “CIT융합학부의 경우 허위입학생이 정원 26명 중 16명(61.5%)으로 가장 많았으며, 정보통신과 및 산업안전환경계열은 학과 신입생 절반 인원(정보통신과 49%, 산업안전환경계열 53%)이 허위 입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교수·직원들이 허위 신입생들을 자퇴처리하면서 등록금 환불로 인해 회계질서 문란과 신입생 충원율 허위 정보공시로 인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포대는 입학서류 조작으로 대학 이미지 실추와 품위손상, 징계위원회 불참 등을 이유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 지난 7월 27일 교수 9명을 해임하고 17명의 교수를 정직처리하는 등 교직원 42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자 전국교수노동조합 김포대 지회와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9일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징계는 대학정책에 협조해 신입생을 충원하는 데 협조한 교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며 “학교의 조직적인 입시비리에 대해 ‘나몰라라’ 책임을 전가하는 이사장과 총장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총장이 감사실장에 대한 보직발령없이 겸직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측이 벌인 자체감사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감사에서 자신은 빠져 징계의 형평성이 의심되며 일부교수에게만 뒤집어 씌우기식 징계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신입생 모집정지로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해 불법행위를 공모했다는 대학측 주장에 해당교수들은 “대학진단평가의 지표인 ‘신입생 충원율 100%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시가 부총장 등을 통해 압박한 회의록 등 증거자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어 신입생 충원 업무에 동원됐는데도 이를 교직원 책임으로만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등록금 환불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코로나19 사태라도 입학생 136명이 한꺼번에 자퇴하면 한해 예산이 확 줄어든다. 자퇴서를 제출해 총장 결재를 받아야 등록금 환불처리되는데 자퇴서를 내지 않았는데도 학교 측이 일괄 자퇴처리하고 등록금을 환불해 줬다“고 학교 측의 개입을 주장했다. 자퇴사유를 따지지도 않고 하루에 일괄처리했다는 건 허위모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감사청구한 직원들만 해임하고 학교는 남몰라라 하는데 이사장과 총장이 퇴진해야 김포대가 더욱 투명해지고 민주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임교수들은 “앞으로 소청심사를 통해 징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교원소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다음엔 학교가 민주화될 수 있도록 1인피켓시위와 교육부에 감사요청 등 점차 투쟁강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보좌진 여러분께” 류호정 노란 대자보 100장 붙인 이유 [전문]

    “보좌진 여러분께” 류호정 노란 대자보 100장 붙인 이유 [전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노란색 대자보를 붙였다. ‘비동의강간죄’ 대표발의를 앞두고 공동발의자를 구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류 의원이 대자보를 붙인 건 지난 10일. 류 의원은 1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동의강간죄 발의 준비를 마쳤다”며 “반드시 통과되길 염원하는 마음으로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 100장의 대자보를 붙였다”고 밝혔다.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대자보에서 류 의원은 “비동의강간죄를 소개하고 싶어 대자보를 붙인다”며 “정의당은 5대 우선입법과제 중 하나인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여부’ 및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동의강간죄는 Δ중대재해기업처벌법 Δ전국민고용보험제 Δ그린뉴딜추진특별법 Δ차별금지법과 함께 정의당의 5대 우선 입법 과제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형법 개정안’으로, 강간죄와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을 현행 ‘폭행 또는 협박’에서 ‘상대방의 동의 여부’, ‘위계·위력’까지 확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위계·위력’의 경우 문화·예술·체육계와 같은 특수고용분야에서 ‘업무상 위력 등에 따른 간음죄’가 성립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이 같은 발의와 캠페인에 정의당 구성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동의강간죄(형법 32장 전면 개정안) 발의를 위해 류호정의원이 아래 대자보 100장을 국회 게시판에 부착했다”라며 “더많은 의원님들의 공동발의 참여가 있기를”이라고 밝혔다 류 의원은 오는 12일 대표발의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뿐만 아니라 입법노동자인 보좌진들에게 법안 취지를 알리고자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고, 보좌진들과 함께 이를 부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기준 공동발의에 서명한 여야 의원은 10여명이다. <대자보 전문> 국회 보좌진 여러분께 안녕하세요?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류호정이라고 합니다. ‘비동의강간죄’를 소개하고 싶어 대자보를 붙입니다. 정의당의 5대 우선입법과제 중 하나인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은 ‘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으로 한정하지 않고, ‘(1) 상대방의 동의 여부’, ‘(2) 위계와 위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1) 성범죄 처벌을 위해 우리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유형력 행사로 인해 침해당한 신체의 자유가 아니라, ‘성적자기결정권’입니다.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 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인격권’이며 ‘행복추구권’입니다. 이제 우리 법을 바꾸어야 합니다. (2) 현행 형법은 ‘업무상 관계’가 아니면 위계와 위력을 통한 성범죄를 처벌하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다양해져서 의사와 환자 사이, 종교인과 신자 사이,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처럼 실제 위계 위력이 작동하는 분야가 많아졌습니다. 이제 법도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7월 30일(목)에 모든 의원실로 법안을 송부 드렸습니다. 의원님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실 수 있도록, 한 번 더 챙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입법노동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통합당, ‘권언유착 의혹’ 한상혁 방통위원장 검찰 고발

    통합당, ‘권언유착 의혹’ 한상혁 방통위원장 검찰 고발

    “헌법 및 공무원법 정면 침해 중범죄” 주장미래통합당은 10일 ‘권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회 통합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 등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찾아 고발장을 제출했다. 과방위원인 조명희·허은아 의원이 동행했다. 적용 혐의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 및 방송법 위반,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이다. 통합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혐의로 기소돼 1000만원 벌금형을 확정받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례를 고발장에 적시하면서 “이에 비하면 피고발인(한상혁)은 특정 방송을 이용, 특정 기자와 임직원과 공모 또는 유착해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박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심각한 정치 편파적 방송정책으로 방통위원장 자격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이번에 불법행위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한 위원장의 사퇴 및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통합당은 권경애 변호사가 ‘한 위원장이 전화를 걸어 한동훈 검사장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폭로를 한 것을 바탕으로 여권과 일부 언론의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방송은 공정이 생명이고 이를 감독하는 방통위와 위원장은 훨씬 더 엄격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이 요구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과방위 현안질의를 거듭 촉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경찰, 안양시의회 압수수색…‘사전 모의 담합 의장선거’ 수사

    경찰, 안양시의회 압수수색…‘사전 모의 담합 의장선거’ 수사

     경기 안양시의회의 ‘사전 모의, 담합에 의장선거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이 7일 오전 마침내 안양시의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시민단체에서 안양시의회 민주당 의원 12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공모공동정범죄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고발한 지 20여일 만으로 시의회 개원 이래 처음이다. 경찰 수사관 10여명은 지난달 3일 민주당 의원총회 장소와 각 의원실, 투표용지가 보관돼 있는 사무실에 대해 10시 30분부터 3시까지 5시간동안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역 정가에 압수수색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의아해 하는 분위기였다. 최근 경찰은 안양시의회 해당 의원들에게 수사를 개시한다는 통보서를 보냈다.  시민단체인 시민정의사회실천위원회는 지난 15일 안양시의회 민주당 시의원들을 “안양시의회 회의규칙 제8조 의장과 부의장은 의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게 돼 있는 자체 의회 규칙을 위반하고 공동으로 부정투표를 획책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일 후반기 의장 투표에서 비밀투표 원칙을 어기고 사전 모의, 담합에 의한 사실상 기명투표를 진행한 정황이 의원총회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드러나 지역 정가에 큰 충격을 줬다.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이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21일 시의회 앞에서 이번 ‘불법 의장선거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상 담합투표를 부인했다.  이날 참석하지 않았던 정맹숙 의장은 불법선거 논란이 불거진 지난 3일 이후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한달동안 침묵으로만 일관하며 의장직을 수행해 왔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안양시의회의 사전 모의 담합에 의한 의장선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격식 갖춰 입어야 ‘좋은 정치’ 하나요

    격식 갖춰 입어야 ‘좋은 정치’ 하나요

    과거 강금실 꽃분홍색 망토·단병호 점퍼 등 엄숙주의에 도전했지만 반짝 주목에 그쳐 청바지 출근 류호정 “일하는 모습 봐달라”심상정·김남국 등 “복장이 무슨 상관” 연대“원피스 말고 이제 일하는 모습에 대해 인터뷰를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다.” 국회 본회의에 빨간 원피스를 입고 등원하는 것으로 국회의 ‘정장 남성주의’에 균열을 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6일 라디오에 출연해 “언론이 여성 정치인을 소비하는 방식이 원피스였나 그런 생각도 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일 잘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출근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핵폐기물 의제라든지 쿠팡 노동자들 착취 문제, 차등 의결권, 비동의 강간죄 등 굉장히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국회의 권위라는 것이 양복으로부터 세워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일부만 양복을 입고 일을 하는데,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이날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국회에 출근했다.엄숙주의를 강요하는 국회 문화에 도전장을 낸 이들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국회 문화를 바꾸지는 못했다. 과거 민주당 이미경 전 의원은 국회에 처음 등원하던 당시 바지 정장을 입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꽃분홍색 망토와 화려한 액세서리로 엄숙주의에 도전했다.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개량한복을 입었고 같은 당 단병호 전 의원은 노동자들의 상징인 감색 점퍼를 입고 국회에 출근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지속적인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에 막혔다. 류 의원과 마찬가지로 90년대생 국회의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 본청 가운데 정문으로는 의원만 다녀야 하는 관행이 있을 정도로 국회는 여전히 위계와 의전이 강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류 의원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의원들이 많아진 점은 고무적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류 의원의 복장을 빌미로 여성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 이들보다는 류 의원에게 연대의 뜻을 보낸 이들이 정파를 떠나 더 넓은 지지를 받는 점도 희망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갑자기 원피스가 입고 싶어지는 아침입니다”라며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십시오”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국회의 유령, 꼰대정치가 청년정치를 바닥으로 내리꽂는 칼자루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구두 대신에 운동화 신고 본회의장 가고, 서류가방 대신에 책가방 메고 상임위원회 회의 들어갑니다”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류 의원의 의상을 문제 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거들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KBS ‘녹취록 오보’ 진상위, 양승동 사장 등 고발…사측 “유착 주장은 억측”

    KBS ‘녹취록 오보’ 진상위, 양승동 사장 등 고발…사측 “유착 주장은 억측”

    KBS노동조합, 공영노조와 미디어연대로 구성된 KBS ‘검언유착 오보’ 진상규명위원회가 양승동 KBS 사장과 보도를 한 이모 기자 등 책임자들을 5일 검찰에 고발했다. KBS측은 이에 대해 “유착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진상위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을 포함한 보도국 간부들과 사회부장, 법조팀장 등 9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취재기자의 원고를 보도국 간부진이 데스킹하는 과정에서 ‘제3의 인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관계자와 나눈 대화록이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이런 의혹은 문제의 대화록과 보도된 기사를 비교하면 누가 보아도 그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진상위는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KBS 최고 책임자부터 책임을 져야 하고, 절대적인 재발 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KBS의 책임 있는 간부들과 관계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KBS의 진실·공정 보도 책무를 방해했고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위와 별도로 미디어연대는 “MBC가 잘못된 보도를 강행했다”며 박성제 사장 등 MBC 임직원 6명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KBS는 이날 진상위의 고발에 대해 입장을 내고 “공영방송의 정상적인 언론 기능을 뒤흔들려는 시도”라며 “보도 과정의 오류는 있었지만 일상적인 취재 과정을 유착과 청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억측과 추론”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오류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KBS를 공격하는 행위는 이미 기자가 구속된 종편채널의 유착 이미지를 KBS에 덧씌우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특정 세력과의 유착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KBS는 ‘뉴스9’는 지난달 18일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녹취록을 근거로 ‘유시민 총선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지만 해당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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