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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제 납치 프로젝트3]러시아, 베델에 고종 납치 제안

    [황제 납치 프로젝트3]러시아, 베델에 고종 납치 제안

    서울신문은 대한제국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조선과 일본에 머물며 직접 취재해 쓴 이들 소설에는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대한제국이 배경인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먼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 <3회> “저는 조선 황제를 납치해 상하이로 모셔 가려고 서울에 왔습니다.” 소녀가 웃음기없는 얼굴로 똑똑히 말했다. 나는 이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의 반응을 살피던 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의 눈도 반짝거렸다. 그는 고개를 힘있게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정말 그게 전부인가요?” 나는 짖궃게 악의없는 농담을 섞어 물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제안이었으니까. “이게 다는 아니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내 반응이 너무 경솔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듯 작은 꾸짖음이 담겨 있었다. “제가 좀 더 설명할게요. 베델씨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만, 방금 이름을 알려드린 그분(러시아 극동총독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알렉세예프로 추정됨)은 앞으로 3주쯤 뒤 일본이 조선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매우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서울에서 황제에게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는 것도. 대한제국 외교권을 일본에 넘긴다는 내용의 보호령 문서에 서명을 받아내기 위해서죠. 일본은 이미 영국과 미국에 이 사실을 알렸고, 두 나라는 조선 황제가 자발적으로 보호령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본과 말을 맞춰놓은 상태입니다.” 소녀는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일본 입장에서는 영국과 미국이 아닌 다른 열강들이 마지막 걸림돌이예요. 독일과 러시아가 대표적이죠. 이들 역시 조선과 같은 약소국을 자신들의 통제권에 두고 싶어하니까요. 이 때문에 이들은 조선이 스스로 일본의 보호국이 되길 원한다고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상 지금 상황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에요.” 모든 문이 잠겨있는 이 방 안에서 가장 빛나는 눈을 가진 여성이 러시아를 대신해 우리에게 비밀 임무를 전달하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러시아는 최근 일본과의 전쟁(러일전쟁)에서 패배해 사실상 한반도 지배권을 빼앗겼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이 어떻게든 일본에 예속되지 않고 독립을 유지한다면 러시아로서는 적국인 일본의 대륙 침략 시도를 막아낼 수 있어 더없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소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조선 황제는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 외교권을 가지러 조선에 온다는 사실을 알고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미 허버트(‘고종의 밀사’로 불리던 호머 허버트 1863~1949)를 미국 루즈벨트(시어도어 루즈벨트 1958~1919) 대통령에게 보내 이를 막아달라고 애원했지만 성과가 없었어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이거예요. 이토가 황제를 겁박해 서명을 얻어내려 해도 그 문서에 옥새가 찍혀있지 않으면 일본은 대한제국을 접수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조선이 진심으로 일본의 보호를 원해서 조약을 체결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의혹이 퍼지면 독일과 러시아가 반드시 이 부분을 걸고 넘어질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물었다. “하지만 왕이 옥새를 찍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그랬다가는 이토가 자신을 죽이고 새 왕을 세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텐데...” 소녀가 내 표정을 읽은 듯 힘있게 대답했다. “그래서 러시아가 조선 황제를 상하이로 망명시키려는 모험을 제안하는 겁니다. 황제가 조선을 빠져 나오면 일본은 조약 문서에 옥새를 찍을 수 없어요. 그가 외국에 나가 있으니 죽일 수도 없겠죠. 이쯤되면 독일과 러시아는 “도대체 서울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따질 것이고, 일본은 전 세계 언론의 비난을 사겠죠. 두 분 다 아시겠지만 아직 일본은 다른 열강보다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요. 국제여론을 악화시켜가면서 불 속에 뛰어드는 짓(을사늑약 체결)은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요.” 소녀는 멋진 머리를 뒤로 젖히며 조용하지만 진심을 담아 웃음지었다. 커다란 보라색 눈이 더욱 도드라졌다.“제 말이 꼭 숨은 역사를 설명하는 교수의 강의처럼 들리시나 보네요. 아무튼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조만간 보게 될 거예요. 상하이에 계신 그 분은 제가 두 분같은 ‘젠틀맨’(의로운 일에 자신의 목숨까지 거는 신사도 정신의 소유자)과 힘을 합쳐 이 일을 해낼 것으로 확신해 큰 게임을 시작했어요. 제가 상하이를 떠나기 전날 밤 그분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것이었어요. ‘가서 베델을 만나라. 그가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요.”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4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 납치 프로젝트2]고종 구하려고 조선 찾아온 소녀

    [황제 납치 프로젝트2]고종 구하려고 조선 찾아온 소녀

    서울신문은 대한제국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조선과 일본에 머물며 직접 취재해 쓴 이들 소설에는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대한제국이 배경인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먼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 <2회> 이제 소녀와 우리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905년 10월의 늦은 어느날이었다. 서울 남대문 외곽 애스터하우스 호텔(지금의 서대문역 농협중앙회 터) 로비로 낯선 백인 여성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호텔 바의 빈 테이블에 앉더니 웨이터 박군을 불러 뭔가를 부탁했다. 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과 나는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베델은 늘 그랬듯 하세가와(당시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으로 훗날 조선 2대 총독이 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헉......잠깐만!” 그는 말을 끊고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는 키가 크고 몸매는 버드나무처럼 가냘펐다.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마 위로 짙은 갈색 머리를 땋아 올린 그녀의 얼굴에는 보통 여성의 부드러움 같은 건 없었다. 나쁘게 말하면 눈이 매우 불규칙했고 입도 꽤 컸다. 하지만 뭐랄까...다른 여자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묻어났다. 남자를 지배할 듯한 자립심과 통제력이 얼굴에 드러나 더 생기있고 매력있게 다가왔다. (번역자주:실제로 베델은 조선에 머무는 동안 서대문에 있던 애스터하우스 호텔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베델을 24시간 감시했던 일본 경찰의 기록에도 이런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누구이고 또 서울에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했다. 선교사나 외교관 부인이 아니면 이곳에서 백인 여성을 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나는 바에서 술을 마시던 호텔 주인 루이(이 시기 애스터하우스 호텔을 운영한 프랑스인 L. Martin의 실제 이름으로 추정됨)를 불러내 그녀에 대해 아는 걸 털어 놓으라고 채근했다. 루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듣기좋은 프랑스식 영어 어투로 말했다. “음...그녀는 여기에 혼자 왔어요. 큰 트렁크 하나에 작은 여행용 가방 하나만 챙겨서...음...라벨에 뭐라고 써 있더라...상하이 애스터하우스 호텔, 요코하마 오리엔탈 팰리스 호텔...그리고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메일’ 신문도 있었던 것 같고...” 그때 웨이터 박군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베델의 팔을 툭 치며 어눌한 영어로 말을 건넸다. “새로 온 여자분이...보자고...합니다...선생님을...보고 싶다고....전해달래요.”베델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피어 올랐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조금 의아하다는 느낌도 담겨 있었다. 베델은 박군과 바를 떠나 한 시간 넘게 돌아오지 않았다. 나와 루이는 오늘 처음 본 그 신비로운 여성이 누구인지, 또 서울에 왜 왔는지 무척 궁금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산 ‘페르넷 브랑카’(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유명술로 알콜 도수 35도 이상인 고도주)를 마시며 마구 떠들어댔다. 마침내 베델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는 나보고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프랑스인 특유의 기분 좋은 취기를 띈 루이를 남겨둔 채 나는 베델을 따라 나섰다. “빌리, 중요한 일이야” 베델이 문을 닫으며 속삭였다. “정말 중요한 일이야.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베델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뛰어올라 2층으로 갔다. 거기에는 ‘숙녀용 응접실’이 하나 있었다. 앞서 베델과 나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소녀’(the girl)라고 부르기로 했다. 소녀는 우리가 들어가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보라색 눈에서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활짝 웃는 입가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베델이 우리를 인사시켰다. “그럼 저에게 하신 얘기를 제 친구 빌리에게도 들려주시면 좋겠군요. 당신과 같은 미국인이고 더군다나 아주 용감하죠. 그래서 늘 친형제처럼 신뢰합니다.” 베델이 날 이 정도로 아꼈나...갑자기 너그러워진 영국인 용사는 소녀에게 멋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는지 평소와 달리 나를 과장해 칭찬했다. 소녀는 재빨리 방 전체를 둘러본 뒤 복도를 살피고 문을 잠갔다. 매우 낡고 흔들거리는 램프 아래 세 명이 둘러 앉았다. 소녀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과거 여러 남성들을 휘하에 뒀고 지금도 그런 위치에 있다는 걸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저는 지금 상하이에 있는 어떤 높은 분을 대신해서 서울에 왔습니다. 그분의 이름은…“ 소녀는 허리띠에서 작은 금색 연필을 꺼낸 뒤 수첩에서 종이 한 페이지를 떼어 뭔가를 적었다. 나는 당장 그분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으려고 한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극동으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하는 재능을 가진 인물로 동북아 정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큰손’(당시 러시아 극동총독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알렉세예프로 추정됨)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다. 내가 종이에 씌여진 이름을 확인하자 소녀는 이를 잘게 찢어 조각낸 뒤 자신의 지갑 속에 집어넣었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3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황제 납치 프로젝트1] 일본 압박에도 항일신문 찍어낸 베델

    [황제 납치 프로젝트1] 일본 압박에도 항일신문 찍어낸 베델

    서울신문은 대한제국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영국인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입니다. 작가가 조선과 일본에 머물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들 소설에는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대한제국이 배경인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먼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내가 조선의 옛 황제(고종) 퇴위의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은 아니다. 그토록 온 세상이 원하던 소리(조선 독립)를 듣지 못하고 영혼의 자유를 얻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스티븐스(더럼 화이트 스티븐스·1851-1908)는 더더욱 아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으니까. 당시 일본은 스티븐스 암살 사건을 빌미로 한국인들을 잔인하게 보복 살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오직 소녀와 나 둘 뿐이겠지... 지난 겨울 나는 중국 상하이의 애스터하우스 호텔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나는 “네가 아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게 영화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말에 몸서리치듯 괴로워하더니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빌리, 정신 나갔어? 이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나 다름없어.” 지금(이 소설이 출간된 1912년 12월) 나는 미국으로 돌아와 브루클린의 고급 아파트에 산다.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도 있는 꽤 괜찮은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편안하게 사는 것이 지루하기는 하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복도에 있는 저 ‘자메이카 머큐리’(사람을 닮은 동물 조각상으로 추정)는 하세가와(당시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으로 훗날 조선의 2대 총독이 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1850~1924)의 충실한 심복(당시 일본 공사관원이자 훗날 외무성 통상국장이 되는 하기와라 슈이치·1868~1911)을 닮은 것 같은데... 나는 왜 뉴욕에 살면서도 낡고 오래된 서울에서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는걸까. 나는 왜 동북아 외교 정글에 갇혔던 기이한 늙은 황제 때문에 목숨을 잃은 3명(어니스트 토머스 베델, 민영환, 이토 히로부미)의 이야기를 신문에 쓰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창밖을 내다보니 아래층에 사는 웬 미친 여자가 자기 사진을 보며 3시간째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허름한 옷 차림의 남자 하나는 술에 잔뜩 취해 소리를 지르고 있고...이윽고 내 머릿 속 커튼이 열리며 오래된 기억이 서울의 케케묵은 먼지 쌓인 그곳(이 소설의 시작점인 서울 서대문의 애스터하우스 호텔)으로 데려다줬다. 테러와 위험이 가득했던 그 때(1905년 10월~11월 을사늑약 체결 전후) 조선을 구하려고 뛰어들었던 모험을 다시 한번 감행하고 싶어졌다. 나는 이곳에서 평범한 시민이지만 한때는 조선 왕실의 비자금 관리처 ‘골든엄브렐라’(소설 속에 등장하는 대한제국 세관조직)의 책임자였고 소녀는 조선 황제 납치의 주범이었다.우선 여러분에게 베델이 누구인지부터 말해주고 싶다. 그는 키가 작고 말이 많은 황소고집 영국인이었다. 인생의 유일한 목적은 러일전쟁이 끝난 ‘슬픔의 땅’ 조선을 점령한 일본인들의 머리에 구멍을 내려는 것 하나뿐인 듯 했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잘 모른다. 일본 나가사키 아니면 고베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베델은 자신이 발간하는 네 페이지짜리 영자신문 코리아데일리뉴스(1904~1909)가 있는 ‘그림자의 도시’ 서울에 살았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에서 패배했음에도 이에 아랑곳없이 조선인 조판공이 만든 활자로 신문을 찍어 일제의 만행을 끊임없이 비난했다. 하기와라는 “베델이 러시아 비자금으로 신문을 만든다”라고 악의적 소문을 냈다. 하지만 나는 베델이 진심으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또 자신의 펜으로 일본 제국주의을 무너뜨리겠다고 자신하는 무모함도 알기에 그 말을 믿진 않았다. 나는 그저 이 날카로운 성격의 ‘대영(大英)남자’가 어떻게 신문 하나로 하세가와와 메가타(탁지부 고문으로 대한제국 화폐개혁을 이끈 메가타 다네타로·1853~1926), 조선 황제의 일본인 고문단을 발칵 뒤집어 놓곤 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일제가 대한제국 백동화를 오사카의 일본제일은행권 화폐로 교환(1905년 화폐개혁)하면서 보여준 꼼수를 베델이 폭로하자 메가타는 길길이 날뛰었다. 일본인들이 소위 “군사적 목적으로” 한국 농부들의 토지를 가로채려던 속임수(1904년 황무지 개간권 요구)도 밝혀내자 하세가와 역시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뒤 겉으로는 “대한제국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조선인들을 착취하느라 혈안이 돼 있었다. 유교문화 특유의 간접적 방식으로 느리지만 치밀하게 한반도를 잠식해 나갔다. 베델은 이런 처지의 조선인들을 지켜주려고 나선 유일한 인물이자 조선 황제를 대신해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한 단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의 온갖 술수를 하나하나 까발리며 조선인에게 독립과 자유를 위해 저항하라고 소리쳤다. 물론 그도 가끔 사고를 내 문제를 일으켰다. 조선의 암울한 현실에 지나치게 몰입해 보기에 불편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 서울 어딘가에 있을 이 친구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을 것 같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과 의지 만으로 조선인을 위해 싸웠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는 2회로 이어집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할레프 수입 앞지른 인도 배드민턴 신두 32강전 힘겹게 승리

    할레프 수입 앞지른 인도 배드민턴 신두 32강전 힘겹게 승리

    주초 발표된 포브스의 최다 수입 여성 스포츠 선수 톱 10에는 1위를 차지한 세리나 윌리엄스 등 8명의 테니스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 9위를 차지한 대니카 패트릭(이상 미국)이야 자동차 경주대회 나스카(NASCAR)에서 가장 잘나가는 선수지만 7위를 차지한 선수의 이름은 낯설기 짝이 없다. 푸르사를라 벤카타 신두(23), 보통 ‘PV 신두’로 통한다.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인도 여성 최초의 은메달을 따낸 배드민턴 선수다. 남녀를 통틀어 두 번째 올림픽 인도 은메달리스트다. 지난해 그녀가 경기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50만 달러였지만 스폰서십을 통한 배당 수입으로 800만 달러를 챙겨 주당 수입이 무려 16만 3000 달러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22일자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1위이며 올해 US오픈 톱시드였던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770만 달러)를 가볍게 앞질렀다.신두는 부모가 모두 배구 국가대표를 지낸 체육인 집안 출신으로 2001년 전영오픈 남자 단식을 우승했던 풀렐라 고피찬드에 반해 여섯 살 때 배드민턴 채를 처음 잡았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9번 시드였으나 차례로 상위 랭커들을 쓰러뜨린 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그녀의 매니지먼트사인 베이스라인 벤처스의 투힌 미스라는 “올림픽 전에는 우리가 스폰서들에게 접근했는데 가끔 ‘신두가 누군데’란 질문을 받았다”며 “시장의 역동성도 힘들었다. 모두가 크리켓 선수와 연을 맺길 원했다”고 털어놓았다. 인도 선수가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28개 밖에 안되는데 여자 선수가 따낸 것은 5개 뿐인데 아직 금메달은 없고 신두가 첫 은메달리스트다. 리우에서 돌아온 신두에게 돈보따리가 쏟아졌다. 여러 지방정부와 정부기관들이 앞다퉈 140만 파운드를 냈는데 그녀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마린이 스페인 정부로부터 받은 7만 7500 파운드를 훨씬 압도했다. 신두는 안드라 프라데시와 텔란가나 정부로부터 토지를 기증받았고 하이데라바드 배드민턴연맹으로부터 고급 BMW 승용차를 선물받았는데 사실 크리켓 스타 사친 텐둘카르가 제공한 것이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그녀를 후원하겠다고 줄을 서기 시작해 많은 크리켓 스타들을 제쳤지만 단 한 사람, 주장 비라트 코흘리만 남겨두고 있다. 이렇게 코트 밖에서 성공하자 코트에서의 성적도 올라갔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땄고 올해 호주에서 열린 커먼웰스 게임 개인전 은메달과 혼성 금메달을 챙겼다. 그리고 23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경기에 3번 시드로 나서 VU 티트랑(베트남)과의 32강전을 2-1(21-10 12-21 23-21)로 힘겹게 이겼다. 인도 배드민턴은 이 대회에서 1982년 셰드 모디가 남자단식 동메달을 따낸 것이 유일한 개인전 메달이다. 신두는 역대 아시안게임 최초의 인도 배드민턴 여자 메달리스트를 겨냥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효과가 치솟아 기업들이 더 몰려들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포브스 명단에서의 순위가 더 올라갈지 모른다고 영국 BBC가 전망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상하이에서 읽는 동아시아

    [홍석경의 문화읽기] 상하이에서 읽는 동아시아

    사람마다 꿈꾸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도시는 상하이였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았기에 올 8월에야 처음 방문하게 된 상하이. 물론 국제학회에서의 발표를 위해 왔지만, 도시 전체가 텍스트인 이곳, 하루 정도 ‘발로 하는 독서’의 매력을 물리칠 수 없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에 조계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곳은 오랫동안 서구와 동아시아 간 순간이동 터널 역할을 했다. 상하이를 통로로 서구가 동아시아로 쏟아져 들어왔고, 동아시아인은 상하이에서 멀고 먼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의 일부를 만났다.서구에도 상하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오손 웰스의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주인공 리타 헤이워스는 상하이에서 보낸 몇 년의 과거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힘입어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팜파탈의 반열에 오른다. 그녀는 유명한 거울 신 속에서 죽는데, 이 장면이 중국을 다시 글로벌한 동서 간 문화교류 속으로 끌어들인 이소룡에 의해 ‘용쟁호투’(1973)에서 패러디됐던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대한민국에게 상하이는 문자 그대로 동아시아에 열린 서구의 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젊은 장군 드골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에 임시정부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무려 20년 전 근대국가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됐던 조선의 엘리트들은 3·1운동으로 깨어나 이곳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웅지를 틀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당시 조선의 어두운 미래와 조선인의 힘든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륙 침탈을 준비하는 일본의 기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내걸어 민족의 정당하고 자주적인 미래를 도모한다는 결의와 실행은 얼마나 큰 결심과 신념이 있어야 가능했을까. 레지스탕스를 부르는 드골의 런던 행보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대접을 보면서 임시정부에 대한 그간의 한국 내 이견이 부끄러웠다. 당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암살’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사 전날 모여 샹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임시정부의 상하이 커넥션이 강하게 암시된다. 1930년대 상하이와 조선의 커넥션은 영화 속에서 임시정부를 넘어선다. 중국 영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진린은 한국인이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당시 상하이의 위상을 고려할 때, ‘동양의 루돌프 발렌티노’라고 불렸다는 이 한국인 남자 배우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 이름 김염,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가 무려 김규식이니,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 인척 간 교류와 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상하이, 중국을 잇는 노드(node)다. 동아시아의 초국적 인기인의 전형과도 같은 노래하는 배우 장국영과 그 뒤를 잇는 한류 스타들이 있기에 앞서서 1930년대 글로벌 상하이에 한국인 배우 김염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니 팔월에 크리스마스같이 치장한 불야성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이처럼 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이라니. 하늘을 향해 다투어 치솟는 푸둥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파사드를 마주 보는 와이탄의 강변로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의 콜로니얼 건축을 닮은 건물들이 육중하게 늘어서 있다. 와이탄 지역은 명·청대의 상점과 정원을 배경으로, 70년대 재개발 서민촌을 닮은 거리를 감추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상하이타워가 구름 속으로 치솟는다. 중국의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처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훙구공원에 해가 뉘엿뉘엿하자 노인들이 배 두드리며 나와 바람을 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서구 문호들의 동상 군집에서 멀지 않은 곳엔 새로 세워진 중·일 청년들의 우의를 다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내 도처에서 한국어가 들리지만 한국 사드가 지나간 중국 어느 곳에도 한류의 자취는 없고, 일본식 바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쇼핑몰 벽에 붙은 한류 스타를 똑 닮은 중국 배우의 모습이 묘하게 과거와 현재의 상하이, 그리고 동아시아의 굴기 속 중국의 욕망을 느끼게 해 준다.
  • 2018년 상하이에서 감상해 본 1930년대 동아시아

    2018년 상하이에서 감상해 본 1930년대 동아시아

    사람마다 꿈꾸는 도시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도시는 상하이였다. 오랫동안 프랑스에 살았기에 올 8월에야 처음 방문하게 된 상하이. 국제학회에서의 발표를 위해 왔지만, 도시 전체가 텍스트인 이곳, 하루 정도 ‘발로 하는 독서’의 매력을 물리칠 수 없다. 아편전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 서구 열강에 조계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이곳은 오랫동안 서구와 동아시아 간 순간이동 터널 역할을 했다. 상하이를 통로로 서구가 동아시아로 쏟아져 들어왔고, 동아시아인은 상하이에서 멀고 먼 프랑스와 영국 등 서구의 일부를 만났다.서구에도 상하이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오손 웰스의 1947년 영화 ‘상하이에서 온 여인’의 주인공 리타 헤이워스는 상하이에서 보낸 몇 년의 과거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힘입어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팜파탈의 반열에 오른다. 그녀는 유명한 거울 신 속에서 죽는데, 이 장면이 중국을 다시 글로벌한 동서 간 문화교류 속으로 끌어들인 이소룡에 의해 ‘용쟁호투’(1973)에서 패러디됐던 것도 우연이 아니리라. 대한민국에게 상하이는 문자 그대로 동아시아에 열린 서구의 문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의 젊은 장군 드골이 대서양을 건너가 런던에 임시정부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무려 20년 전 근대국가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됐던 조선의 엘리트들은 3·1운동으로 깨어나 이곳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웅지를 틀었다. 이 사건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는 당시 조선의 어두운 미래와 조선인의 힘든 삶을 실감할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청나라에 이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륙 침탈을 준비하는 일본의 기세 속에서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내걸어 민족의 정당하고 자주적인 미래를 도모한다는 결의와 실행은 얼마나 큰 결심과 신념이 있어야 가능했을까. 레지스탕스를 부르는 드골의 런던 행보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대접을 보면서 임시정부에 대한 그간의 한국 내 이견이 부끄러웠다. 당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암살’ 속에서 주인공들이 거사 전날 모여 샹송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임시정부의 상하이 커넥션이 강하게 암시된다.1930년대 상하이와 조선의 커넥션은 영화 속에서 임시정부를 넘어선다. 중국 영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별 진린은 한국인이었다.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중심이었던 당시 상하이의 위상을 고려할 때, ‘동양의 루돌프 발렌티노’라고 불렸다는 이 한국인 남자 배우의 의미는 되새겨볼 만하다. 한국 이름 김염, 그의 부친은 독립운동가 김필순이고 고모부가 무려 김규식이니, 아무리 험난한 세월 속 인척 간 교류와 교육의 영향이 크지 않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조선의 독립운동과 상하이, 중국을 잇는 노드(node)다. 동아시아의 초국적 인기인의 전형과도 같은 노래하는 배우 장국영과 그 뒤를 잇는 한류 스타들이 있기에 앞서서 1930년대 글로벌 상하이에 한국인 배우 김염이 있었던 것이다. 밤이 되니 팔월에 크리스마스같이 치장한 불야성의 상하이가 펼쳐진다. 강의 이쪽과 저쪽이 이처럼 극적으로 서로 다른 모습이라니. 하늘을 향해 다투어 치솟는 푸둥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파사드를 마주 보는 와이탄의 강변로에는 프랑스 니스 해변의 콜로니얼 건축을 닮은 건물들이 육중하게 늘어서 있다. 와이탄 지역은 명·청대의 상점과 정원을 배경으로, 70년대 재개발 서민촌을 닮은 거리를 감추고 있다. 어두운 골목 끝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상하이타워가 구름 속으로 치솟는다. 중국의 들끓는 자본주의적 욕망처럼.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 있는 훙구공원에 해가 뉘엿뉘엿하자 노인들이 배 두드리며 나와 바람을 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 서구 문호들의 동상 군집에서 멀지 않은 곳엔 새로 세워진 중·일 청년들의 우의를 다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시내 도처에서 한국어가 들리지만 한국 사드가 지나간 중국 어느 곳에도 한류의 자취는 없고, 일본식 바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거대한 쇼핑몰 벽에 붙은 한류 스타를 똑 닮은 중국 배우의 모습이 묘하게 과거와 현재의 상하이, 그리고 동아시아의 굴기 속 중국의 욕망을 느끼게 해 준다. 글·사진: 홍석경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 [단독] 고종을 러시아로 피신시켜라… 100년 전 ‘조선판 007’ 美소설

    [단독] 고종을 러시아로 피신시켜라… 100년 전 ‘조선판 007’ 美소설

    일제 침략 당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 소설 두 편이 발견됐다.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이다. 이 소설에는 최근에야 국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고종의 망명 시도와 러시아의 조선 지원 등 극비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은다.●베델 주인공으로 한 연작 첩보소설 발견 14일 서울신문 특별기획 ‘조선을 사랑한 英언론인 베델의 히스토리’ 취재팀은 미국 대중소설 잡지 ‘포퓰러 매거진’ 데이터베이스(DB) 등에서 베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중편소설 ‘고양이와 왕’(1912년 12월 하반호), ‘황제의 옥새’(1914년 11월 상반호)를 입수했다. 둘 다 미국의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의 작품으로, 베델을 주인공으로 한 팩션(역사적 사실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인 것)이다. 1905~1907년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과 러시아, 조선왕실 간 암투를 다룬 첩보물이다. 이번 발굴은 영국 출신 역사 연구가 에이드리언 코웰(62·싱가포르 거주)이 ‘고양이와 왕’을 제보해 이뤄졌다. 서울신문은 코웰의 주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황제의 옥새’를 추가로 찾았다. 두 소설은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미국인 빌리가 과거 조선에서 베델과 벌인 모험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 소설에 ‘빌리와 베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어 ‘셜록 홈스’ 시리즈처럼 연작으로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양이와 왕’ 제보자인 코웰은 “작가 리치는 조선에 장기간 머물며 베델을 직접 취재해 이 소설을 구상했다”면서 “당시 베델은 제국주의 국제질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단아로 동북아 지역의 유명인이었다. 작가는 그의 독특한 행보에 흥미를 느껴 소설의 주인공에 낙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고종의 밀사’로 잘 알려진 호머 허버트(1863~1949), 친일 행보로 비난받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살된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1851-1908), 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모두 등장한다. 이 시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거의 유일한 해외 문학 작품이어서 동북아 정세와 대한제국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민영환 등 역사적 인물 모두 등장 1편 ‘고양이와 왕’은 러일전쟁이 마무리된 1905년 서울 정동 애스터하우스 호텔(현 서대문역 농협중앙회 터)에서 시작된다. 호텔 주인인 프랑스인 루이와 조정 세관에서 일하는 미국인 빌리, 대한매일신보사를 운영하는 영국인 베델이 모인 바에 상하이 소재 러시아 정보기관(상하이 서비스)에서 온 미모의 젊은 여성이 나타난다. 그는 베델에게 “고종을 러시아로 피신시켜 일본의 을사늑약 체결을 막자”고 설득한다. 이 여성의 제안을 수락한 베델은 평소 친분이 있던 조선 대신 민영환을 찾아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논의한다. 2편 ‘황제의 옥새’는 베델이 일본의 강압에 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1907년이 배경이다. ‘용치선’이라는 이름의 개화기 지식인이 베델이 있던 애스터하우스 호텔로 찾아와 “왕이 네덜란드 헤이그에 특사를 보내 일본 침략의 부당성을 호소하려 하니 도와달라”고 청한다. 베델이 “고종의 옥새를 일본군이 감시 중인데, 전령을 외국에 어떻게 보내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조선 왕가에는 유사시를 대비한 비밀 옥새가 있으니 일본군 몰래 그걸 쓰면 된다”고 설명한다. 베델은 용치선의 제안을 받아들여 특사 파견을 위한 비밀 계획을 마련한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것은 당시 구한말의 역사적 사실들이 정확히 기록돼 있어서다. 한국 근대사를 연구하는 최덕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고양이와 왕’을 읽어본 뒤 “고종의 연해주 망명 시도는 최근에서야 관련 자료들이 공개돼 논문이 나오기 시작할 정도로 극비 사안이었다”면서 “신기하게도 작가가 러시아 비밀정보기관 ‘상하이 서비스’도 알고 있던 것 같다. 100여년 전 일반인이 접하기 힘들었을 내용이 소설에 나온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고종과 대신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 담겨 또 소설에는 당시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고종은 의사결정 때마다 무당이나 지관에게 의지했고, 아들 순종은 여색에 빠져 바둑으로 세월을 보냈다. 조정 대신들은 일본에 매수돼 이들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 빌리는 “조선의 진정한 충신은 민영환 한 명뿐이었다”고 말한다. 주인공 베델은 ‘일본 고베에서 왔고 황소 머리를 한 작은 체구의 영국인’으로, 성격이 강직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며 순교자의 열정을 가진 인물로 소개된다. 베델 연구 일인자인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는 “소설 출간 연도가 1912년과 1914년이라면 작가가 호머 허버트의 ‘대한제국멸망사’(1906)와 프리데릭 아서 매킨지의 ‘대한제국의 비극’(1908) 등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싱가포르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 (4) 삼성전자 비계열사 CEO의 면모는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 (4) 삼성전자 비계열사 CEO의 면모는

    지난해 전자·금융·물산 축으로 자율경영시작기존 우려와 달리 전자 의존도 점차 낮아져비전자 계열사도 50대 사장들로 대거 교체지난해 2월 28일 삼성그룹은 충격적인 그룹쇄신안을 내놨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1959년부터 매주 수요일 실시해온 사장단 회의를 58년 만에 끝내고, 이 선대회장의 비서실에서 출발한 미래전략실 또한 60여년 만에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3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을 중심축으로 관련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하는 방식의 자율경영이 이뤄졌다. 삼성그룹은 10여년전부터 삼성전자 중심의 전자 계열사와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 계열사, 삼성물산 등 3대 축을 기반으로 하는 수직계열화를 설계했다. 이를 위해 정리할 기업은 정리하고 키울 곳은 키우는 과감한 사업재편이 수년 간 진행돼 왔다. 전자, 금융, 물산에 각각 지주사를 세워 사실상 그룹을 분할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이 무산되자 계열사들이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서는 방식으로 그룹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시작된 변화는 여러 계열사들이 고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룹 전체 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실적을 발표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12곳의 영업이익 총합계는 32조 6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0조 5112억원(93.5%),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조 192억원(6.5%)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23조 9649억원(94.8%), 나머지 계열사들의 영업이익 1조 3225억원(5.2%)을 비교하면 계열사들의 비중이 올라간 셈이다. 삼성전자 이외의 계열사 사장단도 올해초 세대교체 차원에서 50대 사장들로 대거 중용됐다. 삼성물산 이영호(59) 건설부문장 사장은 숭문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삼성에 입사했다.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할 정도로 재무 전문가다. 고정석(56) 상사부문장 사장은 용문고와 연세대(화학공학)와 한국과학기술원(경영학 석사)에서 수학한 뒤 화학팀장, 화학·소재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대전고와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정금용(56) 리조트부문장 부사장은 삼성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등을 역임한 인사전문가다. 지난해부터 웰스토리 사업총괄을 맡았다.삼성중공업 남준우(60) 사장은 현장 전문가다. 부산 혜광고를 거쳐 울산대 조선공학과에 진학할 정도로 조선업에 매진했다.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지난해 49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최성안(58) 사장은 마산고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화공사업본부장과 플랜트사업1본부장을 거쳐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이재용 부회장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로 세계 1등 기업을 만든 것처럼 바이오 사업을 통해 ‘이재용의 새로운 삼성’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미 삼성바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김태한(60)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대구 계성고와 경북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화학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출범과 함께 사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15년 회계처리와 관련해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고의 공시 누락 결정을 받고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윤태(58) 삼성전기 사장은 포항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LSI개발실장, DS사업부 개발실장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과 사장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부품공급에 크게 의존해 삼성 ‘후자’로 불리던 삼성전기의 사업체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 전영현(58) 사장은 배재고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D램 등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기술 전문가로 삼성전자의 급성장을 이끈 ‘반도체 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세계 반도체산업계와 학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D램 개발실에서 플래시개발실장, 메모리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을 거쳤다. 전 사장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삼성SDI는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S 홍원표(58) 사장은 광주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시간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딴뒤 미국 벨 통신연구소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다 KT를 거쳐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미디어 솔루션센터장과 글로벌마케팅실장을 거쳐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장과 사장에 올랐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우신고와 고려대 영문과를 나왔다. 삼성전관과 삼성SDI를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한 디스플레이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삼성생명 현성철(58) 사장은 대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생명 기획관리실 상무, 삼성SDI 전지사업부 마케팅팀장,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 삼성화재 전략영업본부장(부사장) 등 여러 계열사를 거치며 요직을 두루 맡았다. 삼성화재 출신으로 삼성생명 CEO를 맡았다는 점에서 금융계열사내 달라진 위상을 선보였다. 삼성화재 최영무(55) 사장은 충암고와 고려대 식물보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화재 인사팀장(상무)과 전략영업본부장(전무), 자동차보험본부장(부사장)을 지내는 등 손해보험 영업에서 최고 실력자로 꼽힌다. 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안 해 본 업무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삼성카드 원기찬(58) 사장은 대신고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등을 거친 뒤 2013년부터 삼성카드 사장으로 5년째 재직중이다. 삼성증권 장석훈(55) 대표이사 부사장은 홍대부고와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삼성증권에서 요직을 거친 뒤 삼성화재 인사팀 담당임원과 삼성증권 경영지원실 부사장으로 있다가 올해 삼성증권 배당사고 이후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다. 삼성자산운용 전영묵(54) 사장은 원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전무)과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삼성자산운용 사장에 부임했다. 제일기획 유정근(55) 사장은 대전 대신고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 영업, 제작 등을 두루 경험한 광고 전문가다. 에스원 육현표(59) 사장은 대전고-충남대 법학과-고려대 경영학 석사-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 상무, 삼성물산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 삼성미래전략실 기획팀장 부사장, 삼성경제연구소 전략지원총괄 사장을 거쳐 2014년부터 에스원 대표로 재직중이다. 그룹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통한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애덤 피티 남자 평영 100m 세계新, 2년 전 자기 기록 0.13초 당겨

    애덤 피티 남자 평영 100m 세계新, 2년 전 자기 기록 0.13초 당겨

    영국 수영의 간판 스타 애덤 피티(23)가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작성한 남자 100m 평영 세계 신기록을 0.13초나 앞당겼다. 피티는 4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 결선에서 57초00에 터치패드를 찍어 제임스 윌비(영국)를 1초54 차이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평영 종목에서는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지난 4월 영연방 종합대회인 커먼웰스 게임 접영 100m에서 그다지 좋지 못한 기록으로 우승했던 그는 50m에서는 카메론 판데버그(남아공)에게 우승을 넘겨줬다. 그는 “그 뒤 곧바로 훈련에 열중했다. 멜(마셜 코치)이 나보고 겸손하라고 으르댔다. 분명히 커먼웰스 게임에서의 경험이 날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BBC 라디오 5에 털어놓았다. 이어 “이번은 유럽선수권이었다. 난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한 뒤 “세계 기록을 위해 대회에 출전하고 경기에 나설 수는 없다. 그냥 그것이 스스로에게 다가오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때로는 인생의 모든 걸음걸음마다 패배가 현실을 냉정하게 체크하도록 만들곤 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아기 상어 사냥해 잡아먹는 갈매기

    아기 상어 사냥해 잡아먹는 갈매기

    굶주린 바다 갈매기가 아기 상어를 잡아먹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5일 미국 뉴저지주 아발론 세블마일 해변에서 숀 웰스(Sean Wells·34)란 남성이 촬영한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과 곧이어 무언가 검은 물체를 물속에서 부리로 물어 건져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것은 놀랍게도 아기 상어. 굶주린 갈매기가 모래사장 위로 올라와 아기 상어를 한입에 꿀꺽 삼킨다.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체스터의 웰스는 “갈매기가 갑자기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본 순간, 촬영하기로 결심했다”면서 “갈매기가 물속으로 잠수해 큰 무언가를 물고 나왔다. 이번 주는 상어 위크(shark week)이기 때문에 더욱 아이러니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뉴저지주 몽클레어 주립대학 폴 볼로냐 생물학 교수는 “그 생물이 상어는 확실하지만 그 종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사진·영상= SWNS TV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개인 제트기에 벵거 감독 전화까지 인생이 달라진 게라인트 토머스

    개인 제트기에 벵거 감독 전화까지 인생이 달라진 게라인트 토머스

    “어제 파리에서 런던까지 개인 제트기를 탔고, 럭셔리 호텔에 묵고, 아르센 벵거 감독으로부터 축하 전화도 받았다. 내 인생이 달라졌다.” 11년 전 141명의 완주자 가운데 140위였다가 지난 29일(현지시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막을 내린 2018 투르 드 프랑스를 처녀 우승한 게라인트 토머스(32·웨일스) 얘기다. 평생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공항에서 벵거 전 감독이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두 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사이클계에선 제법 이름을 알렸지만 세계 최고의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를 우승하자 정말 격이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벵거 감독 외에도 (뉴질랜드 럭비 영웅인) 댄 카터, 티에리 앙리, (웨일스 배우 겸 작가인) 롭 브라이던 등으로부터 동영상 메시지를 받았다. “어릴 적 TV에서나 봤던 (호주 배우) 라이언 존스, (영국 영화감독) 셰인 윌리엄스 같은 사람들이 내게 문자를 보내 내가 자신들을 고무시켰으며 내 경기를 보느라 무척 즐거웠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몸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자신의 성취가 가져온 기쁨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고 여러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고도 했다. 올림픽, 세계선수권이나 커먼웰스 게임 같은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가장 큰 대회의 도우미 역할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며 인생이 바뀌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웨일스인 최초, 영국인 세 번째 대회 우승자란 점도 많은 축하가 쏟아지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그는 하나를 더 보탰다. “이렇게 근사한 대우를 받게 된 이유로는 아마도 언더독 현상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영국인들은 언더독을 사랑한다. 그렇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가 무엇보다 기쁜 건 팀 스카이가 대회 초반 약물 논란 때문에 관중들의 야유나 듣다가 자신의 우승으로 많은 갈채 속에 대회를 마무리한 것이었다. 또 누구보다 동료, 다른 팀의 전혀 알지 못했던 선수로부터 받은 축하가 값진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다니엘레 벤나티(모비스타·이탈리아)가 구간 우승을 차지한 뒤 펠로톤 행렬 속에서 자신에게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을 때 소름이 돋았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존경했던 벤나티에게 그런 반응을 들은 것은 미칠 것 같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팀 스카이와의 계약이 올해까지다. 그는 마음을 열어놓고 모든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17세 이후로 자신의 부친보다 더 많이 얼굴을 본 데이브 브레일스퍼드 팀 총장과 헤어지는 일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2010년 팀 스카이가 출범했을 때 멤버 가운데 현재 남은 이는 크리스 프룸과 이언 스태너드, 토머스 등 셋 뿐이다. 브레일스퍼드 경이 같은 웨일스인이란 이유도 더해진다. “이렇게 적게 알려진 나라에서 사이클로 웨일스를 대표하게 됐고 이렇게 지도 위에 우리를 각인시켰으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대단한 일인지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렵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대기업 지주회사 내부 거래 55%… 총수 ‘배’만 불려

    대기업 지주회사 내부 거래 55%… 총수 ‘배’만 불려

    작년 배당보다 배당外 수익 많아 간판값·부동산 임대료 등 더 챙겨 2006~2015년 손자회사 3배↑ 직접 출자 않고 총수 지배력 확장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출범한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정작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주머니만 채워 주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비율이 50%를 넘고 계열사들로부터 간판값(브랜드 수수료)과 부동산임대료 등도 과도하게 챙겼다. 더욱이 지주회사가 직접 출자해야 하는 자회사보다 손자·증손회사를 늘리는 수법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문어발’ 식으로 넓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해 지주회사 제도를 확 뜯어고치기로 했다. 공정위는 3일 이런 내용의 ‘지주회사 수익 구조 및 출자 현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SK, LG, GS, 한진칼, CJ, 부영, LS, 하림지주, 코오롱,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동원엔터프라이즈, 한라홀딩스, 세아홀딩스, 아모레퍼시픽그룹, 셀트리온홀딩스, 한진중공업홀딩스, 하이트진로홀딩스, 한솔홀딩스 등 18개 그룹의 지주회사다. 이 지주회사들의 지난해 매출을 보면 배당 수익이 평균 40.8%에 그쳤다. 부영과 셀트리온은 한 푼도 없었고 한라(4%), 한국타이어(15%), 코오롱(19%) 등도 20% 미만이었다. 특별한 사업을 하지 않고 계열사들의 주식을 갖고 있는 지주회사는 배당금이 주요 수입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배당 외 수익 비중이 43.4%로 배당 수익보다 많았다.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수수료와 부동산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을 챙긴 탓이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 55.4%에 달했다.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평균인 14.1%의 4배 수준이다. 내부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많을수록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지주회사들은 자회사보다 손자·증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했다. 지주회사 평균 소속 회사 수는 2006년 15.8개에서 2015년 29.5개로 크게 늘었는데 같은 기간 자회사 수는 9.8개에서 10.5개로 소폭 증가한 반면 손자회사는 6.0개에서 16.5개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주회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평균 49.1%에 이른다. 자회사를 늘리려면 지주회사의 자본금을 늘려야 해서 총수 일가가 돈을 더 넣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자회사를 늘리기보다 손자·증손회사를 늘리는 꼼수를 쓴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는 오는 6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주회사 제도 개편안을 내놓는다. 토론회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결정한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는 유지하는 대신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 편취 행위를 막을 보완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기획재정부와 지주회사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제도 개선안을 공정거래법에 담아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웰스토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등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실태를 집중 조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여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웰스토리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매출의 상당 부분이 내부거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삼성전자 14위 건재 과시… 애플 뒤이어 IT분야 2위

    삼성전자 14위 건재 과시… 애플 뒤이어 IT분야 2위

    ‘톱10’ 中 은행 대거 포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 상장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14위를 차지했다. 최상위권엔 중국 은행들이 대거 포진했다.포브스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2000-세계최대 상장기업’ 리스트에서 14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100위 안에 들었다. 정보기술(IT) 업종 중에서는 애플(전체 8위)에 이어 2위다. 마이크로소프트(20위), 인텔(49위), IBM(67위), 페이스북(77위) 등보다 앞섰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을 종합평가해 2000개 기업의 순위를 매기는 ‘글로벌 2000’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11위, 순이익 4위, 자산 114위, 시장가치 12위를 각각 기록했다. ‘톱 10’은 중국 은행들이 대부분 차지했다. 1위인 중국공상은행(ICBC)을 비롯해 중국건설은행(2위)과 중국농업은행(5위), 중국은행(9위), 핑안보험그룹(10위) 등이 10위 내에 포함됐다. 중국 기업 중 이번 순위의 100위 안에 든 곳만 18개다. 알리바바는 81위에 올랐다. JP모건체이스(3위)와 버크셔 해서웨이(4위), 뱅크오브아메리카(6위), 웰스파고(7위) 등 미국 금융사들도 10위 안에 들었다. 10위까지 금융사가 아닌 곳은 애플뿐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곳은 일본 도요타다. 지난해보다 2계단 하락했지만 12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외에 현대차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47위와 200위에 올랐다. KB금융(219위)과 포스코(228위), 신한금융(273위), SK㈜(281위), 한국전력(295위), 삼성생명(338위), LG전자(411위), SK이노베이션(417위), 하나금융(436위), 현대모비스(443위), LG화학(474위), SK텔레콤(476위), 삼성물산(485위) 등이 500위 내에 포함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6오버파, 성적이 그게 뭐야”

    “6오버파, 성적이 그게 뭐야”

    남편 글로버 컷 탈락 화난 아내 부부싸움·시어머니 폭행 ‘체포’ 270만원 물고 풀려… 곧 재판 “6오버파를 치다니, 당신은 루저(loser)야.”메이저 챔피언’ 루커스 글로버(39)의 아내 크리스타 글로버(35)가 지난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 달러·약 118억원)에서 컷 탈락한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다 급기야 시어머니와 치고받는 싸움 끝에 경찰에 입건됐다. 부부는 다섯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뒀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16일 “지난 12일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글로버가 6오버파 78타를 쳐 ‘2차 컷 탈락’(MDF)한 뒤 부부 싸움이 시작됐다”며 “경찰에 체포된 크리스타는 다음날 아침 보석금 2500달러(약 270만원)를 내고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타는 이달 말 재판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ESPN은 “부부 싸움 도중 루커스의 어머니 허시 글로버가 끼어들었고 크리스타가 시어머니도 공격했다”며 “경찰에 따르면 루커스 어머니의 팔에 베인 자국과 출혈이 있었고 허시는 ‘며느리가 가슴 쪽을 때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UPI통신은 “크리스타 역시 경찰에서 ‘시어머니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며 “루커스도 팔 부위를 다쳤다”고 보도했다. 글로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젠 모두가 평온하다”고 밝혔다. 글로버는 PGA 투어에서 2005년 후나이 클래식, 2009년 US오픈, 2011년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번 시즌엔 상금 76만여 달러(약 8억 2000만원)를 벌었고, 3라운드까지 진출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상금 2만여 달러(약 2200만원)를 받았다. 미 언론은 “크리스타는 남편이 좋지 못한 성적을 내면 화를 종종 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날도 크리스타가 루커스에게 ‘루저’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골프 그것 밖에 못쳐?”…남편 컷 탈락에 격분, 부부싸움 끝에 경찰행 US오픈 챔피언 아내

    “골프 그것 밖에 못쳐?”…남편 컷 탈락에 격분, 부부싸움 끝에 경찰행 US오픈 챔피언 아내

    ‘컷 탈락이 뭐야, 컷 탈락이…골프 그것밖에 못 쳐?’2009년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루카스 글로버(39·미국)의 아내 크리스타 글로버(35)가 대회에서 컷 탈락한 남편에 격분, 언쟁을 벌이다 급기야 시어머니와 치고받기까지한 끝에 경찰에 입건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6일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글로버가 6오버파 78타를 쳐 4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뒤 부부싸움이 시작됐다”며 “12일 밤에 경찰에 체포된 크리스타는 다음 날 아침 보석금 2500 달러(약 270만원)를 내고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타는 이달 말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ESPN은 “부부싸움 도중 루카스의 어머니 허시 글로버가 끼어들었고 크리스타가 시어머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경찰의 증언에 따르면 루카스 어머니의 팔에 베인 자국과 출혈이 있었으며 허시는 ‘며느리가 가슴 쪽을 때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UPI통신은 “경찰 조서에 따르면 크리스타 역시 경찰에서 ‘시어머니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며 “루카스도 팔 부위를 다쳤다”고 보도했다. 글로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감스럽게도 크리스타가 입건됐지만 재판 과정을 통해 이런 개인적인 생활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 밝혀질 것”이라며 “지금은 모두가 평온한 상태”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글로버는 PGA 투어에서 2005년 후나이 클래식, 2009년 US오픈, 2011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등 3승을 거둔 선수다. 2017-2018시즌에는 16개 대회에 출전해 지난해 10월 CIMB 클래식 공동 7위가 유일한 ‘톱10’ 성적이다. 이번 시즌 상금은 76만8천627 달러(8억2천만원)를 벌었다. ESPN과 UPI통신 등 외국 매체들은 “크리스타는 남편이 좋지 못한 성적을 내면 화를 종종 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날도 크리스타가 루카스에게 ‘루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글로버 부부는 5살 딸과 2살 아들을 뒀다.
  • 프레스콧 상하이 대회 남자 100m 깜짝 우승, 개틀린은 7위 수모

    프레스콧 상하이 대회 남자 100m 깜짝 우승, 개틀린은 7위 수모

    영국 단거리의 희망 리스 프레스콧(22)이 지난해 런던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저스틴 개틀린(미국)을 7위로 밀어내며 깜짝 우승했다. 프레스콧은 12일 중국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100m 결선에서 시즌 최고 기록인 10초04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했다. 개인 최고 기록에는 100분의 1초 뒤졌다. 쑤빙톈, 시젠위(이상 중국), C J 우자(영국)가 그 뒤를 이었다. 프레스콧은 “다이아몬드 리그 서킷에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임에 틀림 없다. 오늘 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그래 이거야’라고 생각했다. 이스트미들랜드주에서 늘 이런 여건에서 훈련했다. 내게 딱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 레이스만 잘 관리하면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맞았다”고 덧붙였다. 얄궂은 날씨 탓인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개틀린이 7위, 안드레 드 그라세(캐나다)는 8위에 그쳤다.또 여자 200m에서는 400m 스페셜리스트 쇼네이 밀러-위보(24·바하마)가 ‘라이벌’ 다프너 스히퍼르스(26·네덜란드)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시즌 두 번째 기록에 해당하는 22초06(대회 신기록)에 골인, 22초34에 그친 스히퍼르스를 따돌렸다. 시즌 1위 기록은 22초04의 블레싱 오카그바레(30·나이지리아)다. 100m에 더 신경 쓰지만 200m에서도 21초대를 유지하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관왕(100m·200m) 일레인 톰프슨(26·자메이카), ‘미국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런던세계선수권 100m 우승자 토리 보위(28), 이날 22초36으로 3위를 차지한 셰리카 잭슨(24·자메이카)의 최근 기량이 급상승해 주요 선수의 기록이 절정에 이르는 6월과 7월 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남자 800m에서는 커먼웰스 게임 챔피언 위클리프 킨야말(케냐)이 1분43초91의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한 가운데 앤드루 오세이지(영국)가 1분46초36의 개인 시즌 최고 기록으로 7위를 차지했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챔피언 오마르 매클레오드(자메이카)는 남자 110m 허들에서 13초16의 올 시즌 최고 기록으로 우승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가족의 아픔 털고…데이 시즌 2승

    작년 모친 폐암·아내 유산 ‘시련’ 세계 랭킹 1위 되찾기 시동 걸어 제이슨 데이(31·호주)는 6일(현지시간) 아침 일찍 인터넷을 켜고 전날 열렸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동부콘퍼런스 2라운드 클리블랜드와 토론토의 3차전 하이라이트를 봤다. 클리블랜드와 같은 오하이오주에 속한 콜럼버스에 살고 있는 데이는 종종 농구 코트 관중석에 나타나곤 하는데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도 ‘딴짓’을 참지 못했다. 르브론 제임스(34·클리블랜드)가 103-103 동점 상황에서 종료 8초를 남기고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가 ‘버저 비터’로 극적인 승리를 안겼다. 데이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총상금 770만 달러·약 83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제임스와 같은 막판 집중력을 선보였다. 승부처는 13~17번홀이었다. 단독 선두를 달리다 13·14번홀 연속 보기로 애런 와이즈(21·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16번홀(파4)에서 3m짜리 버디를 잡았고 17번홀(파3)에선 티샷이 깃대에 맞고 홀 1m에 붙어 손쉽게 버디를 추가했다.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4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시즌 2승을 올렸다. PGA 통산 12승째다. 데이는 “클리블랜드 경기를 전날 밤이 아닌 아침에 보길 너무 잘한 것 같다. 내 경기에도 그런 흐름이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데이는 2016년 3승으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는 도통 승수를 쌓지 못했다. 어머니가 폐암으로 투병한 데다 아내는 유산의 아픔을 겪어 오롯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긍정 마인드를 지닌 데이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1위 탈환에 본격 나섰다. 저스틴 토머스(25)와 더스틴 존슨(34), 조던 스피스(25·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 등이 이끌고 있는 ‘PGA 춘추전국시대’에 또 한 명의 강자가 돌아왔다. 한편 타이거 우즈(43)는 이날 4년 만에 버디 없이 3타를 잃고 2오버파 286타로 공동 55위, 안병훈(27)은 4오버파 288타로 공동 63위에 각각 자리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타이거 우즈, 50개월 만에 부끄러운 ‘노버디’ 라운드

    타이거 우즈, 50개월 만에 부끄러운 ‘노버디’ 라운드

    나흘 동안 3라운드만 언더파 .. 마지막날은 아예 ‘노버디’PGA 투어 웰스파고 대회 최종 2오버파 공동 55위‘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18홀을 도는 동안 버디를 하나도 잡지 못하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다. 우즈는 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범해 3오버파 74타를 쳤다. 우즈가 한 라운드에서 버디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14년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4라운드 이후 이번이 약 4년 2개월 만이다. 당시 그는 보기만 6개를 기록했다. 또 우즈가 버디 없이 라운드를 마친 것은 프로 데뷔 후 이번이 11번째다. 우즈는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도 17개 홀까지 버디가 없다가 마지막 9번홀(파4)에서 가까스로 버디를 하나 건졌다. 지난해 4월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올해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을 통해 복귀한 우즈는 이번 대회까지 7개 대회에 나왔다. 그 가운데 2월 제네시스오픈에서 2라운드까지 6오버파를 치고 컷 탈락한 이후 이번 웰스파고 챔피언십이 올해 두 번째 오버파 점수를 낸 대회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는 2오버파 286타로 공동 55위에 이름을 올렸다. 성적 부진의 ‘원흉’은 퍼트였다. 우즈는 나흘 내내 퍼트 수가 30개를 넘겼다. 첫날 퍼트 31개를 기록한 우즈는 이후 33개, 31개, 31개로 그린 위에서 부진했다. 마지막 날에는 드라이브샷 정확도 28.6%(4/14), 그린 적중률 55.6%(10/18) 등 전체적인 샷 감각도 좋지 못했다. 우즈는 “골프가 좋은 점이 한 대회가 끝나면 또 다음 대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개의치 않아 하면서도 “퍼트 연습은 좀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즈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에서 열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 2라운드에 필 미컬슨,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와 동반 플레이를 하게 됐다. 우즈와 미컬슨이 한 조로 경기하는 것은 2014년 PGA 챔피언십 이후 약 4년 만이다. 또 둘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동반 라운드를 하는 것은 2001년 이후 17년 만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빨간 셔츠 형제’ 필드 함께 걷는다

    ‘빨간 셔츠 형제’ 필드 함께 걷는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그린 재킷’(마스터스 우승)을 입은 주인공 패트릭 리드(28)의 별명은 ‘캡틴 아메리카’다. 근육질 몸매와는 거리가 멀지만 라이더컵 등 국가 대항전에서 미국 우승을 이끈 것에 대해 고맙다는 표시이자, 이름값에 비해 볼품없이 무너진 미국의 세계 상위 랭커들을 비꼰 것도 있다.●리드, ‘우즈 쌍둥이 패션’ 자처 또 하나 트레이드마크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 ‘따라하기’를 들 수 있다. ‘우즈 키즈’인 리드는 PGA 투어 대회 최종라운드 때마다 우즈의 상징인 ‘빨간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는다. 그러나 우즈가 출전한 지난달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선 분홍색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었다. 후원사인 나이키가 빨간 셔츠를 제공한 우즈와 달리 그에겐 분홍색 셔츠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에선 분홍색 셔츠를 입은 리드를 자주 볼 것으로 보인다. ●4일부터 웰스 파고 함께 출전 전혀 닮지 않았지만 우즈의 ‘쌍둥이 동생’을 자처하는 리드가 4~7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할로 골프클럽(71타·7554야드)에서 열리는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총상금 770만 달러·약 83억원)에서 우즈,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브룩스 켑카(28)와 1·2라운드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우즈는 마스터스 출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필드에 복귀하게 됐다. 우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테일러메이드 아이언으로 교체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용품 후원 계약을 맺은 테일러메이드의 드라이버와 우드를 사용했지만 아이언의 경우 기존 나이키 제품을 써 왔다.●우즈, 테일러메이드 아이언 사용 막상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우즈, 리드도 아닌 로리 매킬로이(29)가 첫손에 꼽힌다. 그는 2010년 이곳에서 생애 첫 PGA 투어 우승과 2012년 연장 준우승, 2015년 다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총 8번 출전해 여섯 차례 톱10에 들 만큼 텃밭으로 불릴 만하다. 18홀(61타)과 72홀(267타) 최저타 신기록도 갖고 있다. ‘제5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한 주 앞두고 열리는 이번 대회엔 세계 15위 선수 가운데 9명이 샷 대결을 펼친다. 이 대회에서 PGA 투어 첫 승을 기록한 리키 파울러(30)와 이곳에서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저스틴 토머스(25)도 출전한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강성훈(31)과 김민휘(26), 안병훈(27) 등이 나선다. 안병훈은 지난해 대회 공동 8위에 올랐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남아공 여당 “IAAF의 테스토스테론 규제 아파르트헤이트 같아”

    남아공 여당 “IAAF의 테스토스테론 규제 아파르트헤이트 같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한 여자 육상선수들에 대해 내놓은 새로운 규정은 남아공에서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 격리 정책)를 “고통스럽게 상기시킨다”고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밝혔다. 남아공 집권여당인 ANC는 현재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커먼웰스 게임 육상 여자 800m 챔피언인 카스터 세메냐(28·남아공)가 오는 11월부터 새로운 규정이 발효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정부가 나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잔인하게 인종주의적인” 이 규정을 제소하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가 27일 전했다. IAAF는 세메냐처럼 태어날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많은 몇몇 여자 선수들이 대회에 나서려면 약물 처방을 받거나 남자들과 함께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새 규정을 만들었다. IAAF 대변인은 “인종주의도 아니고 성차별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한두 여자 선수의 이름을 들어봤겠지만 엘리트 여자 육상 선수 가운데는 성별이 혼동되는 이들이 보통의 여성 인구 비중에 비해 140배 가량 늘어난다”며 안드로겐 과다혈증(DSD) 선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IAAF는 “세계 집행기구로서 우리는 모든 선수들이 공정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연구와 증거들을 수집하면 DSD를 갖고 있는 여자선수들이 새 규정이 적용되는 트랙 종목들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새로운 규정이 필요함을 강변했다. 그러나 ANC는 “IAAF는 과거 몇십년 동안 챔피언으로나 우리 조국의 보물과 같은 선수들을 배제하기 위해 아파르트헤이트와 똑같은 술수를 쓰고 있다”며 “세메냐를 차별하려는 또다른 시도”라고 반발했다.IAAF는 새 규정이 여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주까지에 나서는 선수들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회에 나서려면 6개월 동안 약물 처방을 받고, 일정한 수준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세메냐는 예전에도 성별 테스트를 이행하도록 요구받은 일이 있었지만 그 결과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IAAF는 2015년 인도 스프린터 두티 챈드에게 성별 테스트를 강요했다가 소송을 제기당하는 바람에 이를 유예한 적이 있다. 이런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세메냐는 이달 커먼웰스 게임 800m와 1500m 우승을 차지한 뒤 더 먼거리 종목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전날 IAAF의 규정 변경 소식을 들은 뒤 트위터에 “여러분이 절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걸 97% 확신하지만 난 100% 신경도 안 쓴다”고 적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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