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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 박세리 ‘뒷심부족’ 2주연속 2위

    19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문밸리골프장(파72·6,459야드)에서 벌어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핑 마지막 4라운드.관심은 전날까지 1·2위를 지킨 애니카 소렌스탐과 박세리(아스트라)의 챔피언조에 쏠렸다.타수는 3타차. 초반부터 버디 경쟁이 펼쳐졌다.소렌스탐이 2번홀(파3)에서 먼저 버디를 잡아 4타차로 달아났다.그러자 박세리는 3번(파4) 4번홀(파5)에서 거푸 버디로 응수하며 2타차로 압박했다. 5번홀(파3)에서 소렌스탐이 1타를 더 줄인 뒤 6번홀(파4)에서는 동반 버디로 여전히 3타차.이때부터 박세리의 본격적인 추격이 펼쳐졌다.6번홀에 이은 7번(파4) 8번홀(파5)연속 버디로 1타차로 좁힌 박세리는 14번홀(파4)에서 회심의 버디를 추가하며 마침내 공동선두를 이뤄 갤러리를 열광시켰다. 웬만한 선수같으면 뒤쫓던 선수의 상승세에 흔들려야 할상황.그러나 소렌스탐은 달랐다.오히려 더욱 침착해졌다.흔들린 건 박세리였다.너무 조급한 탓이었을까.박세리는 막바로 15번홀(파3)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다시 1타차. 소렌스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16번홀(파4) 버디 퍼팅 성공.결국 박세리의 2타차 패배였다.지난주 웰치스서클K에 이어 2주연속 최종 라운드 맞대결에서 소렌스탐에 무릎을 꿇은 박세리로서는 아쉬움이 더했다.합계 25언더파 263타. 소렌스탐은 합계 27언더파 261타의 LPGA 72홀 최저타기록을 1타 줄이며 시즌 2승과 통산 25승을 거둬 기쁨을 더했다. 김미현(ⓝ016)은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8언더파 280타로공동19위에 랭크됐고 장정(지누스)은 합계 이븐파 288타로공동59위,박희정은 1오버파 289타로 공동62위에 그쳤다. 곽영완기자
  • 北·美 미사일협상 타결직전 부시 당선으로 결실 못봤다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말 북한의미사일 생산과 시험,배치금지 등 북한 미사일 동결을 골자로 한 북·미 미사일협상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종료 직전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었으나 지난해 11월7일 이후 대선 공방과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측의 미온적 반응으로결국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현직 정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련의 비밀회담에서 사거리 300마일(약 500㎞) 이상 미사일의 생산과 시험,배치금지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동의했다고 밝혔다.또 이미 제3세계권 국가들과 계약한 미사일및 미사일 판매 부품의 수출 중단 용의도 밝혔으며,미국측이 제시한 10억달러의 현금보상 요구도철회했다는 것. 그러나 합의사항의 이행 입증방법및 북한이 이미 생산한 미사일 파기 여부,현금 이외에 북한에 대한 지원 규모 등 일부 중요한 쟁점은 미해결 상태였다고 밝혔다. 웬디 셔먼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은 최근 회견에서 북미 미사일협상에 대해 “일부 핵심적인 세부내용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합의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고 말해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했다.그는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협상을 위해 언제라도 평양을 방문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으며,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순방을수행할 때도 평양 방문에 대비,겨울 옷가방을 따로 마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셔먼의 방북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법정공방을 ‘잠재적인 헌정위기’로 여겼고,따라서 대북 외교를 사실상 뒷전으로 미뤘기 때문이라고전했다. 타임스는 북한 미사일 문제에 얽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의이같은 일화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망(NMD) 정책 추진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고,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직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계승할 지,혹은 변경할 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기때문에 현재까지도 여전히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hay@
  • 가볼만한 놀이공원 프로그램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다 했던가.놀이공원들이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이거나 준비 중이다. 과천 서울대공원은 나비의 생태와 습지 및 연못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봄맞이 나비교실’(대한매일 2월13일자20판 24면 보도)을 운영중이다. 또 서울랜드는 19일부터 28일까지 초등학생 물리교실을 연다. 롤러코스터에서 원심력과 회전운동 법칙을,박치기차에서 운전자의 몸이 쏠리는 관성의 법칙을,‘착각의 집’에선 착시현상과 중력의 법칙을 배우는 프로그램들이다.참가비는 1만원이고 우등상,개근상,졸업장 등을 가져오면 절반 깎아준다. (02)504-0011서울 잠실 롯데월드는 동서양의 축제를 재현한 ‘월드카니발퍼레이드’를 지난 8일부터 열고,볼거리를 가득 선사하고있다.우리나라의 길놀이와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의 네부타마츠리,미국 뉴올리언즈의 마디그라축제,러시아 서커스축제,카리브해의 준카누축제,브라질의 삼바축제 등 8개국의 대표축제를 한자리에 모았다.높이와 길이가 각각 7m인 대형 퍼레이드카와 레이저를 이용한조명효과도 곁들여진다. 2년동안 기획하고 50억여원을 투입한 이 퍼레이드는 매일 오후2시와 7시30분 두차례 펼쳐진다.(02)411-2000경기도 용인 에버랜드는 새끼사자와 새끼호랑이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새봄과 함께 하는 어린이 동물축제’를17일부터 갖는다. 낙타에게 먹이주기,물개쇼,침팬지쇼 등을묶은 패키지상품으로 입장료는 교재비를 포함해 2만원이다. 500마리의 오리와 거위,20여명의 동물 캐릭터가 출연하는 오리군단 퍼레이드도 볼만하다.공작의 나는 모습,푸들과 스파니엘 등 8마리 애완견의 쇼도 흥미만점이다.(031)320-8741임병선기자 bsnim@. * “”저희 동요 연주꼭 보러오세요””. 과천 서울대공원은 봄맞이 새 프로그램으로 ‘물개밴드’를3월말쯤 첫 공개한다.물개들이 ‘산토끼’ 등 동요를 연주하는 공연은 국내에서는 처음 마련되는 이색행사이다.서울대공원측은 연주에 나설 물개 세마리를 한창 훈련중이다.훈련모습 등을 물개가 어린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가상해서 꾸며본다. 임병선기자. 여러분 안녕. 저는요,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안 물개사육장에서 요즘 열심히 심벌즈 연주법을 배우고 있는 물개 ‘꼬마’에요.보통저희들을 물개라고 부르시지만 사실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가더 정확한 명칭이랍니다. 올해 세살이고요,바로 이곳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어요. 물개가 웬 악기연주냐구요.사실 사연이 있답니다.서울대공원이 이번 봄부터 더 많은 어린이에게 사랑받기 위해 우리 삼총사로 하여금 밴드를 만들게 했거든요.삼총사는 저와 다섯살 동갑내기인 형 포니와 누나 둘리랍니다.포니 형은 피아노건반대신 고무로 만든 버튼을 두들기며 피아노를 연주하고둘리 누나는 큰북을 두드린답니다. 저희들 I.Q가 70∼80은 된다고 어른들은 치켜세워 주시지만저희들 스스로 연주는 못해요.낳을 때부터 저를 돌봐주신 서미려 이모(25)가 손짓과 호루라기를 불어주면,따라하는 수준이지요.미려 이모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저희들이 좋아하는고등어와 임금님이 드셨다는 귀한 생선,도루묵이 없다면 솔직히 힘든 일이겠지요. 지금 저희들 하루 5번,매회 10분씩 열심히 연습하고 있답니다.지난달말부터 시작했는데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몸 만들기’ 훈련도 해요. 저희들 쇼 보셨죠.그 쇼 중간중간에 저희들 연주 모습 보여드릴 거에요.누님들은 저희들에게 ‘산토끼’를 가르칠 요량인 데 솔직히 잘 될 지 모르겠어요. 너무 빨리 오시면 안돼요.저희들 연주연습은 물론 비밀이고요.이르면 3월말,늦어도 4월초에는 검정 넥타이 맨 채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 있을 것 같거든요.그때 ‘산토끼’를 들려드릴게요. 참,서울대공원 동물원(어른 1,500원,청소년 1,200원,어린이700원)과 돌고래쇼 입장료(어른 500원,청소년 400원,어린이300원)는 각각 내야 해요.(02)500-7241∼5물개 ‘꼬마' 올림
  • 꿈 이루겠다는데 웬 성차별?

    열한살 소년 빌리의 꿈이 뭔지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어머니없이 가난한 살림살이에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아버지와 형은 탄광촌 파업시위에 매달려 있다.거칠고 궁핍한 삶에 대한방어본능에서일까.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어떻게든 권투를배우게 하지만, 빌리의 마음은 콩밭에 가있다.링위에서 재미없이 잽을 날리다가 피아노 소리만 들려오면 저도 모르게 발레스텝을 밟게 되니.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는 영국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데뷔작이다.왕립극장의 감독을 지낸 그의 이력은 영화곳곳에서 반짝거린다.특별한 기교나 장식없이도 부담없이 감동과 웃음을 교직하는 드라마의 재주는 곧 연출의 힘이다. 1984년 광산파업이 한창인 영국 북부의 작은 탄광촌.기회란어느날 갑자기 툭 뒤통수를 치며 오는 법이다.아버지의 우격다짐에 못이겨 권투를 배우던 빌리에게 ‘생의 반전’을 꾀할 순간이 찾아온다.윌킨슨 부인이 운영하는 발레강습반이뜻하잖게 권투도장으로 교실을 옮겨온 거다.그날 이후 빌리는 발레리노의 꿈밖엔 꾸지 않는다.가족 몰래 발레슈즈를 침대 밑에 숨겨둔 채,또래 여자애들한테서 “계집애같다”거나“게이”라는 놀림을 받아도 까딱없다. 소년이 국립발레학교를 거쳐 어엿한 발레리노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드라마다.감동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가는문법은 기존의 성장영화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특별한 게있다면,주인공은 ‘나의 왼발’류의 성장영화들에서처럼 신체적 장애를 앓고 있진 않다는 점이다.감동이 한층 편안하게다가오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인 것도 영화의 미덕이다.권투와 발레의 대결은 곧보수와 진보,빈부 갈등의 또다른 상징이다. 과장없이 겸손하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국산(産)드라마의 강점이라면,달드리 감독의 첫 작품은 합격선을 껑충 뛰어넘는다.주인공 소년을 맡은 제이미 벨에게 이 영화는 데뷔작이다.윌킨슨 부인 역의 줄리 월터스는 영국이 아끼는 연기파배우.17일 개봉. 황수정기자 sjh@
  • [현장] “웬 날벼락” 쏟아진 분노·절규

    7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앞.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의 부도로 임대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테마폴리스 입주 피해상인들의 분노와 한숨이 쏟아졌다.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시위에 나선 피해상인 500여명은 채권단 주간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의 면담 요구와 함께‘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목청을 높였다. 지난 95년 남편과 사별한 뒤 야시장을 떠돌며 모은 1억5,000만원을 투자한 안정민씨(47·여)는 “밤이면 칭얼대는 자식들을 떼어놓고 나가 번 돈”이라면서 “점포를 얻어 떠돌이장사 신세를 끝내려나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부자씨(58·여)도 “20여년의 군생활로 받은 남편의 퇴직금 1억5,000만원을 모두 떼이게 생겼다“면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국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높았다. 테마폴리스 상가 로비에서 1주일째 철야농성을 하다 시위에 참가한 강모씨(58)는 “정부투자기관인 공기업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만큼 정부가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상인 오모씨(48)도 “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이곳에 투자했던 1,750여명은 임대보증금 1,300억원을 모두 날리게 된다”면서 “정부의 방관은 서민들을 죽음으로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노했다. 은행 앞 자그마한 공터에 모인 입주 피해상인들은 쌀쌀한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늦도록 당국의 무대책을 성토했다. 조현석 사회팀기자 hyun68@
  • [사설] ‘안기부 돈’ 재판정에서 밝혀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회동에서 “안기부 예산이 신한국당에 유입된 적이 없다”는 데공감했다고 한다.특히 이총재는 “현 정권의 ‘야당 목죄기’에 대해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고 김 전대통령도 강경투쟁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른바 ‘안기부 예산의 구여권 총선지원’사건은,형사적으로는 검찰이 이미 관련자들을 국고 손실 등 혐의로 기소해 놓고 있고, 민사적으로는 국가를 대신하는 법무부가 한나라당 등을 상대로 ‘선거자금으로 지원된’ 940억원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따라서 이 사건을 둘러싼 공방은 기본적으로 재판정에서 법리적으로 이뤄져야지 재판정 바깥에서 정치적 논쟁으로판가름날 수 없는 것이다. 문제의 ‘안기부 돈’을,검찰은 ‘국가예산의 횡령’이라고 하는 데반해 한나라당은 국고 자금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총재는 전직 대통령과 만나 정치적 투쟁을 다짐할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그 자금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협조하는 것이 일의 순서가 아닌가 한다.국고환수 소송도 그렇다.야당에서는 “진실 규명도 안됐는데 웬 환수 소송이냐”며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국가의 권익을 대변하는 법무부나 검찰로서는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예산회계법상 5년이고 그 시효가 끝나기 전(지난 26일)에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가 아닌가. 나아가 형사재판을 통해 ‘횡령’으로 판결이 날 경우 시효기간을 넘겨 국고환수의 기회를 놓친다면 국가소송의 원고 대표인 법무부장관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한나라당은 재판과정에서 ‘국가예산’이 아님을 입증하든지 신한국당의 승계문제를 방어하든지 간에 법정투쟁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법정 밖에서 정치공세로 이 문제를 풀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 시트콤·드라마서 새모습 배종옥

    얼굴을 마주한 탤런트 배종옥은 결코 말랑말랑하지 않은 인상이다.말한번 잘못했다가는 ‘작살나겠구나’싶게 당돌한 눈빛에 말투도 똑소리난다. KBS 1TV 새 일일드라마 ‘우리가 남인가요’에서 맡은 박윤주 역도평소 이미지에 충실하다.‘출생의 비밀’을 지닌 32살 윤주가 5살이나 어린 연하의 남자(김호진)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아 집안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한다는 게 줄거리. “저는 사실 의지할 수 있는 연상의 남자가 좋아요.돌봐줘야 할 남자는 부담스럽잖아요” ‘연상녀-연하남 커플 열풍이 부는 세상에 웬할머니같은 소리를?’하고 의아한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로밝히자면 그녀의 올해 나이는 서른여덟이다. “호진이랑은 누나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요.‘목욕탕집 남자들’ 출연자 모임이 매달 있어 자주 만나거든요” 갑자기 그윽한 눈길로 쳐다보기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막상 다시 보니까 나름대로 매력있고 남자답더라고 귀띔한다.요즘은 잠도 제대로 못잘 정도로 강행군이다.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일곱살난 딸을 둔이혼녀로 채널을 오가야 하기 때문.“과장된 연기로 웃기는 게 시트콤인줄 알고 처음엔 걱정했죠.그런데 웃음을 자아내는 자연스런 상황이 받쳐주니까 연기도 편하고 재미있어요”라며 시트콤 예찬론을 펼친다. ‘거짓말’‘바보같은 사랑’에서 무겁고 어두운 역할로 호평받았던그녀이기에 일상을 다룬 시트콤,일일드라마 출연은 다소 의외다.“좀더 밝게 살아보고 싶어요.생활속에 녹여낸 연기로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있었으면 좋겠고요”새해 꿈도 좋은 남자보다는 혼신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만나는 거란다. “결혼이라는 게 저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아요.맞춰가며 사는 것도 별로구요” 어느새 그녀는 똑부러진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이혼 후 혼자 키운 딸이 벌써 초등학교 2학년생.나름대로 녹록치 않았을 삶에서도 그녀는 ‘소금에 절여지기를 거부하는 배춧잎’처럼생생하다. 생활 속에 녹인 연기를 하는데 그 비범한 생생함은 득일까 실일까.2월5일 오후8시25분 첫 방송에서 그녀를 만나볼 수 있다. 허윤주기자 rara@
  • 이번엔 김미현 돌풍

    ‘코리아 돌풍은 멈추지 않는다’-. 김미현(ⓝ016-한별)이 박세리(아스트라)의 미 여자프로골프(LPGA)개막전 우승의 바통을 이어 시즌 2번째 대회 우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고 미 프로골프(PGA)의 최경주(슈페리어)는 2주연속 ‘톱10’ 진입에 청신호를 밝혔다. 김미현은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스트랜드골프장(파72·6,328야드)에서 열린 스바루메모리얼대회(총상금 100만달러)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무려 8개의 버디를 낚으며 데일리베스트인 8언더파 64타를 쳐 단독선두로 나섰다. 지난주 시즌 개막전인 유어라이프바이타민스클래식 마지막날 퍼팅난조로 공동10위에 그친 김미현은 이날 1번(파5) 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기세를 올린 뒤 5번(파3) 6번(파4) 7번홀(파5)에서 3연속 버디 행진을 펼쳤고 9번홀(파4)에서 또 버디를 엮어내 전반을 6언더파 30타로 마감했다. 후반들어 11번(파5) 12번홀(파4)의 줄버디로 단독선두에 나선 김미현은 마지막 18번홀에서 2m짜리 버디 찬스를 만들어내 자신의 1라운드 최저타 기록(63타) 타이까지 기대됐으나 퍼팅이 홀 바로 앞에서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토했다. 웬디 둘란(미국)은 7언더파 65타로 2위에 올랐고 켈리 퀴니(미국)와에바 달로프(스웨덴) 등 2명이 6언더파 66타로 김미현을 추격했다. 박지은은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 14위로 무난하게 출발했고 장정(지누스)과 펄신은 이븐파 72타로 공동 86위,루키 하난경(맥켄리)은 9오버파 81타로 최하위에 처졌다. 한편 최경주는 이날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라에골프장(파70·7,060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400만달러) 1라운드에서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68타를 쳐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싱(피지)과 함께 공동26위에 랭크됐다.6언더파 64타인 존 댈리 등 3명의 공동선두와는 4타차,14명이 포진한 공동5위(4언더파 66타)권과는 불과 2타차로 매라운드 언더파를 유지하고 있는 컨디션으로 볼때2주연속 10위권 진입이 유력하다. 곽영완기자 kwyoung@
  • [편집위원 칼럼] 골프가 뭐길래

    겨울방학을 맞아 태국과 호주·뉴질랜드 등지로 골프 연수를 떠나는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이번 겨울방학에 외국 골프장에서 훈련을 받는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은 5,000명을 웃돈다는 소식이다.이들은 항공료를 제외하고 두달에 500만∼600만원을 훈련비로 낸단다. 이같은 골프 해외연수 붐은 부유층 부모들의 과욕이거나 ‘남들이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한국적 유행병인지 모르겠으나 골프는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골프에는 철저한 문외한이다.골프 얘기만 나오면 스스로 주눅이 든다.지난 연말 송년모임에서부터 신년회에 이르기까지 숱하게 마음고생을 했다.3∼4명만 모여도 골프로 화제의 꽃을 피운다.모처럼만난 친구들이 사업이 잘 안되네,나라경제가 어렵네…열변을 토하다가도 어느새 화제는 골프로 모아진다.해외 출장중에 필드를 밟아본경험담도 양념으로 오르내린다. “골프채를 잡으면 머리를 얹어주겠다”는 애정어린 친구의 권유,“올 상반기까지 골프에 입문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은 골프밖에 없다”는 둥 별별 충고를 다 들었다. 웬만큼 산다는 가족·친지모임에서도 이젠 골프를 모르면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남성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골프 얘기에 여자들도 심심찮게 끼여든다.“나도 골프를 치는데 오빠는 아직도 못해…아주버님도 빨리 배워요,골프 안하면 출세 못한대요” 인생 도처에 ‘골프공 지뢰밭’이 깔린 느낌이다.근래와서 주변 사람들 중 누가 명퇴를 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친구 혹시 골프를 못해 잘린 게 아닌가”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한다. 골프 대중화 바람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한국골프장사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1,240만명이 골프장을 찾았다고 한다.이 수치는 내장객 ‘1,000만명 시대’를 연 99년에 비해 195만명 가량 늘어난 것이고,10년전인 91년(438만여명)과 비교하면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골프장 예약은 주말·휴일의 경우 ‘회원들도 하늘의 별따기’이다.특히 수도권 일대의 골프장에는 힘센(?)정부기관 공직자나 정치권·검찰·국정원·국세청·언론계 간부들로 붐빈다. 이에 힘입어 11개 지방자치단체들도 골프장 건립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현재 20여개의 골프장 건설공사가 진행중이거나 추진되고있다.이 바람에 전국의 산야와 문전옥답이 마구 파헤쳐진다.지방세수증대와 고용확대를 위해서란다. 골프장 주변지역에는 향락소비 업소들까지 가세해 전국 곳곳이 ‘골프군 러브호텔면 가든리’란 신조어가 생겨날 지경이다. 골프 대중화와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다.대중화 찬성론자들은 일반인들도 싼 비용으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작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많이 건립하자고 주장한다. 골프는 이제 사치스포츠로 규제하고 제약할 수만은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든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골프보다는 여타 사회체육시설의 확충이 더 시급하며,골프장 건립이 급증하면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산지가 많고 여름철에 비가 집중되는 우리나라에는 골프장은 홍수와 가뭄을 유발하는 골칫거리라는 것이다. 이런 찬반 양론에도 불구하고 골프맛을보면 그렇게 빠져드는 이유는 무얼까.그 몰두하는 모습이 때로는 무척 부럽기도 하다. 꼭두 새벽에 일어나 골프장으로 달려가는 골프광들에게 궁금한 점도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골프장에 가서 한번 라운딩을 하려면 그린피(입장료) 10여만원,캐디피(보조원 수고비) 6만원,왕복교통비 2만원,점심·저녁식사비 등 합계 20만원 가량 소요된다.한달에 4번 라운딩을 할 경우 맥주라도 한잔 하면 월 100만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골프마니아의 신분이 월급쟁이나 공무원이라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결국 그 비용은 기업인이나 민원인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골프 초심자가 ‘새로운 세상’를 만나듯이 새해에는 새로운 ‘골프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접대 골프’‘향응 골프’는 가급적삼가하도록 하자.밝고 투명한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윤청석 위원 bombi4@
  • 아내“안락사” 노모“살리자”

    [로스앤젤레스 연합] 7년째 혼수상태인 환자를 두고 그의 아내와노모가 ‘죽이자’ ‘살리자’며 치열한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일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이 혼수상태인 로버트 웬들랜드(48·트럭운전사)의 급식 튜브 제거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며,판결 결과는 의식상태와 혼수상태 사이를 오가는 수천명 환자들의생명유지 여부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웬들랜드는 지난 93년 9월29일 밤중에 음주상태에서 트럭을 몰다 전복사고로 의식을 잃었다.그 때부터 부인 로즈(43)와 세 자녀(현재 22,20세 두 딸과 15세 아들)는 병원에 거의 살다시피하면서 웬들랜드를간병했다. 웬들랜드는 가족들의 정성에 힘입어 입원 17개월만에 처음으로 의식을 회복했지만 의사들은 그가 식물인간과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즈와 자녀들은 결국 아버지의 동의를 받아 급식 튜브를 제거키로결정했으나 병원내 누군가가 웬들랜드의 노모인 플로렌스(78)에게 이를 귀띔해주면서 문제는 법정시비로 비화됐다. 플로렌스는 법원으로부터 아들에 대한 급식 튜브 제거 금지 명령을받아냈으며,로즈를 지지하는 죽을 권리 옹호단체와 플로렌스를 지지하는 낙태반대 단체들이 합세하면서 웬들랜드 사건은 1심과 2심 재판으로 이어졌다. 1심에선 시어머니 플로렌스,2심에선 며느리 로즈의 손을 들어줬다.그러나 시어머니가 생명에 관한 헌법조항을 들어 연방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가겠다고 해 이 사건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 내일 종영 SBS드라마 ‘덕이’ 두 주역 김현주-강성연

    두 여자가 있다.난봉꾼 아비가 집을 비운 사이 태어난 하나.빨치산부부가 그곁에 덜컥 부려놓고 간 또하나.아무도 모르게 쌍둥이로 크지만 인력으로 성정까지 짜맞출 수야 없는 일.궁기 전 살림과 사고뭉치 식솔들이 죽도록 거추장스런 친딸은 자랄수록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못할 짓이 없어진다.반면 출생의 비밀을 알 리 없는 양딸은 피멍든 ‘엄니’가슴이 못내 안쓰러워 형제들 바람막이로 희생하길 마다않는다…. 이쯤되면 귀에 익은 이름 둘이 나란히 떠오를 법하다.귀덕과 귀진.SBS 주말드라마 ‘덕이’의 두 주인공.1960∼70년대 가족사의 질곡을다룬 드라마 한복판에서,그저 선·악의 맞부딛침이라 요약하고 넘어가기엔 뭔가 허전한 운명의 쌍곡선을 혼신으로 그어간 둘의 대결은,줄곧 시청자 시선을 붙들었다.30%대 고른 시청율로 같은 시간 타방송사 9시뉴스들을 기죽여온 그 ‘덕이’가 31일 74회로 막을 내린다. 28일 여의도에서 열린 종방연에선 9개월간 이웃집 처자처럼 친숙했던 덕이와 진이도 촌티를 확 벗어던지고 나타났다.다시 걸친 현대풍 정장아래 김현주와 강성연으로 각기 돌아간 두 연기자들,매력은 여전하지만 그 눈빛만은 9개월전과 사뭇 달라진 듯하다. “방금 전에야 촬영이 다 끝났어요.그저 드러눕고 싶을 뿐이에요.”파도처럼 밀려드는 거친 운명을 타고난 선(善)의지로 꿋꿋이 헤쳐나가는 불굴의 여인상 덕이를 연기해낸 김현주.덕이에 에너지를 다 빨린 나머지 궂다질다 말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단다. “주초에 엄청 추웠잖아요.그 폭설 속에 제천까지 내려가 왼종일 보따리지고 눈산을 헤맸어요.다음날 또 얇은 드레스 하나만 입고 연기하라는데 웬 고생인가 눈물이 찔끔 나더라구요.”처음 덕이 역에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김현주카드는 반신반의였다.인형같이 예쁘고 깜찍하기만 한 그가 충청도 사투리를 풀어내는 천연덕스런 70년대 처자를 제대로 그려낼까.그는 이 시험대를 무사통과했다고 평가된다. “처음 영국오빠(김태우)눈치가 너무 보였어요.그 잘한다는 어린 덕이(신지수)랑 같이한 사람이니 비교되면 어떡해요.근데 어느날 오빠가 모니터하고 와선 기선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칭찬해주더라구요.”“저같은 경우는 악역이다보니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못되게 말하고 째려보는 게 다가 아니라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설득해야 하잖아요.저부터 진이에 공감하려고 무지 애썼죠.아,나라도 저럴거야,주위사람 모두 동생만 싸고돌고 사랑도 행운도 다걔한테만 흘러간다면…,하구요.”올 한해 시청자 미움을 톡톡히 산 진이 역의 강성연.젊은 친구치곤제법 연기한다는 소리를 듣는 그지만 그에게도 진이는 도전이 아닐수 없었다. “전 원래 밝구 활달한 성격이거든요.맡아온 역할도 거의 그랬구요. 근데 영 딴판인 캐릭터가 되려니 자신을 완전히 비워야겠더라구요.원래 친한 현주랑도 자꾸 장난끼가 발동해서 노려볼 때 눈빛도 제대로안나오구요.그래서 막판엔 서로 의도적으로 멀리했죠.”한달째 떨어지지 않는 감기로 콜록대도,그와의 대화는 즐겁다.탄성좋은 공처럼 통통 떼구르르 굴러가다가도 20대답잖은 곧은 심지로 한번씩 균형을 잡아가는 대견함이 있기 때문. “또다시 ‘귀여운 여인’으로 돌아가더라도 이젠 좀더 깊이있고 성숙한 표현력이 묻어나겠죠.”자신감넘치는 말투마저도 통통 튄다. 손정숙기자 jssohn@
  • “한국적 팝선율로 좋은꿈 꾸세요”

    한국인의 정서에 아주 맞춤한 감미로운 팝발라드를 구사하는 덴마크출신 4인조 팝그룹.지독한 영화광으로 소문난 영국 출신 4인조 밴드. 웬만한 팝애호가라면 이쯤해서 탁 무릎을 칠 이름,‘마이클 런스 투록’(Michael Learns To Rock)과 ‘리알토’(Rialto)다. 유럽에서 날아온 두장의 앨범이 새해 벽두에 한판 신경전을 치를 것같다. 깔끔한 잉크블루색 CD외장이 그룹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리는 마이클 런스 투 록의 다섯번째 정규앨범 ‘Blue Night’.최근 발매에 들어간 이들의 앨범에 뒤이어 리알토의 ‘Night On Earth’는 새해 1월4일 일반에 선보인다.출세곡 ‘Monday Morning 5.19’의 인기여세를몰아 지난 97년 발표한 2집 앨범이다. 올해로 데뷔 11년째인 마이클 런스 투 록은 아시아권에서 유난히 강세를 보이기로 정평나 있다.이들의 특장인 감미로운 팝하모니가 압축된 ‘Sleeping Child’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터.마케팅을 위해 부지런히 다리품도 팔아왔다.95년 3집 홍보차 처음 내한한뒤 지금까지 두번을 더 다녀갔다.새 앨범이 더욱반가운 건,지난해봄 ‘Strange Foreign Beauty’를 발표하고 이렇다할 활동이 없었기때문.살짝살짝 어깨를 흔들게 만드는 중간템포의 리듬섹션이 여전히돋보이는 새 앨범에는 12곡을 실었다.첫번째 싱글곡인 ‘You Took My Heart Away’에서부터 한국적 팝정서를 의식하고 만든 듯 착각할 정도이다. 못말리는 영화광답게 리알토의 음악에는 역시나 영화적 서사가 물씬배어 있다.첫 싱글을 ‘Catherine's Wheel’로 잡은 앨범에는 짐 자무쉬의 영화제목을 그대로 갖다붙였으니.팬서비스 차원에서 최고 히트곡 ‘Monday Morning 5.19’도 포함시켰다.리알토는 새해 1월7일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팬사인회를 갖고,12일 오후7시30분 메사팝콘 홀에서 내한공연을 연다.특기사항 하나 더.톱스타 이나영을 주인공으로 찍기로 한 뮤직비디오가 화제이다. 황수정기자 sjh@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9.끝)사랑과 맛

    페미니스트가 들으면 발끈할지도 모르지만 절망에 빠지고 좌절한 남자에게는 여성이 세상과 닿는 통로이며 자기 존재를 확인 시켜주는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다.사랑에 빠질 때 그렇다는 말이고 어느만큼 지나면 서로 냉정한 타인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헤밍웨이의 초기 단편에 보면 전장에서 돌아온 젊은이의 허무와 자폐증에 대한 심리 묘사가 곳곳에 나온다.죽음의 본질 비슷한 것을 곳곳에서 엿보고 돌아온 자는 생이 덧없고 쓸데없는 짓이라는 걸 눈치채게 된다.군대에서는 의학적으로 ‘전쟁 공포증’이니 ‘야전 신경증’ 정도로 다루고 후송과 ‘휴양’을 강조하고 있다. 휴양 중의 행위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여자와의 접촉이다.성행위를 하든 안하든 간에 여성과 술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최소한간호만 받아도 안정을 되찾는다.그래서 나이팅게일 이후 ‘무기여 안녕’에 이르기까지 전장의 병사들에게 여성은 ‘천사’나 다름없다. 내가 베트남에서 돌아와 제대를 하고 집안에서 빈둥거리며 보낸 일년은 악몽이었다.우선 아무런 의욕이 없었고 밖에 나가기도 싫어하고생각도 없고 누구와 말도 하기 싫고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했다.사나흘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냥 누워서 잠이 깼다가 다시 돌아누워잠들었다가 하면서 보낸 적도 있었다.즉 폭력의 상처 때문에 남과의사회적인 접촉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없으므로 자폐되는 것이다.밤에는 눈 멀뚱히 뜨고 일어나 앉아서 담배나 피워 대다가 해가 번히 뜬대낮에 죽은 것처럼 자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한번은 자고 있는데 고등학생이던 아우가 내 몸을 건너 뛰다가 잘못하여 팔을 밟았고 나는번개 같이 일어나 손에 닿는 대로 잡아서 후려쳤다.화병으로 머리를때렸으니 도자기는 산산조각이 나고 아이 머리도 터져서 피투성이가되었다.그리고 또 어떤 날은 잠 자다가 일어나 마당으로 뛰어나가서땅바닥을 기어 다니기도 했다.이러니 온 식구들이 공포에 질렸을 밖에.어머니가 목사님을 청해다가 안수기도도 올리며 법석을 떨었다.나는 어느 잡지에 나온 글을 읽다가 그 주소에다 대고 편지를 쓰는 것으로 밤을 새우기 시작한다.상대가 누구인지 나이가 몇인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하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나는 나를 끊임없이 설명하고 이해 시키려 하고 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그렇게 편지를쓰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고 살아 있다는 것을확인한다. 내게는 어쨌든 내 존재를 비쳐주고 확인시켜줄 타인이라는거울이 필요했던 셈이다. 몇 통의 편지를 연달아 쓰고나면 날이 훤하게 밝았고 그것을 우체통에 갖다 집어 넣고 나서야 하루를 살았다는강열한 의욕이 생겼다.나는 젊어서부터 글을 쓰기로 작정을 했던 사람이고 ‘좋은 글을 쓰겠다’라는 생각은 전장의 위험 속에서도 거의강박관념이었다. 내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행복한 사생활을 위해서가아니라 글을 쓰기 위한 여생으로서의 삶을 위해서였다.뭔가 끄적여보려고 했지만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던 제대 이후에 나는 편지라는형식을 통해서 수십장씩의 ‘자기 표현’을 할 수가 있었다.요즈음은인터넷이 있어서 ‘자폐’는 묘하게 은페되어 있다.혼자 독방에 앉아누구와도 직접 관계하지 않으면서 컴퓨터가 세상으로나가는 ‘창’이라고 착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드디어 ‘왜 그러십니까?’식의 한 줄짜리 답장이 상대에게서 날아왔고 접촉이 시작 되었다.나는 그네를 만나러 시청 앞의 어느 찻집에나갔고 내 옷 차림새만을 전해둔 뒤였지만 상대의 반응이 없어서 그네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젊은 여성이 드나들 때마다 눈여겨 보았지만 다른 사람의 자리로 갈 뿐이었다.결국 두 시간쯤 기다린 뒤에 그네가 오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찻집을 나오게 된다.그러나 혹시 그네가 살그머니 왔다가 먼데서 관찰만 하고 돌아갔을지도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곳을 떠나면서도 조바심이 났다. 나는 주소를 가지고 그네의 집을 찾아 가기로 한다.이런 행동은 자기최면의 성격이 더욱 강해서 다른 가능성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아직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자신도 믿을 수가 없으며 그러나 자기 표현에목마른 젊은이들이 불가항력적인 사랑에 빠졌다고 확신하는 편집증에대하여 잘 안다. 이를테면 빈센트 반 고호가 사촌누이에게 구애하려고 찾아가서 만나 주기를 청하고 거절당하자, 거실의 촛불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이 손가락이 타는 동안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부르짖던 절박한 광경이 떠오른다. 빈센트는 그 뒤 절망에 빠져 자살하려던 창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날은 마침 추석 전날이라 달이 휘영청 밝았고 골목길마다 전 부치고 고기 굽는 냄새로 귀가하는 이들은 발걸음이 빨랐고 인기척도 일찍 끊겼다. 나는 주소지 근처에서 웬 아이를 만나서 길을 묻게 되고그애가 그네의 남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다.우여곡절 끝에 나는 그네를 드디어 만났다.짧은 글에서 본대로 그네는 부드럽고 침착한 성격이었고 내 자폐증을 서서히 치유 받게 되었다.그네는 그날 다른 장소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이름의 찻집이 있었던것이다.나는 어쨌든 그 무렵의 다른 제대한 젊은이들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그리고 그네의 인도에 의하여 세상으로 서서히 돌아왔다. 아마 초겨울이었을 것이다.전라선 기차의 창가로 싸락눈이 부딪혀 날려가던 게 생각이 나니까.그때는 단풍철도 다 끝나서 기차에 승객도별로 없었다.내장산은 서리가 내린 것처럼 싸락눈에 살짝 덮여 있었다.함박눈이 덮이면 더욱 풍성한 눈꽃이 피어나겠지만 싸락눈이 희끗희끗 덮인 나무와 산등성이들은 초로의 여인네처럼 조금 쓸쓸해 보였다.귀틀집을 독채로 여러 채 지어 놓은 방갈로들이 유원지에 유행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벽난로가 없고 방 한 가운데에 투박한 석탄쇠난로가 있었다.장작을 잔뜩 집어넣고 벌겋게 달아오른 난로 위에다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이튿날 아침에 보니 오솔길에는 싸락눈이 얼어서 뾰죽뾰죽한 성에가바사삭 부서지고 유리창도 꽃처럼 얼어붙었다.나는 산장의 아침 밥상에서 처음으로 ‘고들빼기’ 맛을 보았다.서울에서 자란 나는 물론이고 경기도가 고향인 그네도 고들빼기를 처음 보고 이름도 처음 들었다.쌉쌀하고 풀향내 나는 잎과 아삭이며 씹히는 뿌리의 맛이 여간 독특하지가 않다.고들빼기를 소금물에 며칠동안 담가 쓴맛을 우려내어멸치 젓국에 찹쌀풀과 갖은 양념을 버무려 실파와 함께 담그었다가일주일쯤 지나면 먹을 수 있다.그리고 한 겨울에까지 눈 속에 남아있는 돌미나리와 냉이는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옛 시처럼싱그럽다.모시조개 넣고 된장 고추장에 끓인 ‘냉이 토장국’은 옛날의 잊혀진 사진 같이 정겨웁다.겨울의 하얀 냉기 속에서 봄날의 풀꽃들을 찾아내는 기쁨 같은 것이다.돌미나리 김치와 파래김치 같은 맛들은 묵은 김장 김치며 기름진 육것으로 포위된 듯한 한 겨울에 봄을재촉하는 방안 화초의 물기어린 방향과도 같다.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 시리즈를 이번 회로 끝맺습니다.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 교원시험도‘변별력 시비’

    올 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전국 15개 시·도 교육청이 실시한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에 대해서도 변별력 시비가 가열되고 있다. 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시험을 주관한 한국교육개발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번 임용고사의 변별력 상실과 무원칙한 출제 관행을 비난하는 수험생들의 항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특히 국어과와 체육과에 응시한 일부 수험생들은 전공과목 문제의 사전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상당수 수험생들은 임용고사가 쉬운 배경과 관련,가산점을 받는 사범계열 출신들을 우선 뽑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아이디가 ‘doduk’인 수험생은 “교사를 뽑는 시험에 고교생도 답을 쓸 수 있는 단답형 문제가 웬말이냐”며 허탈해했다.전산과에 지원한 김모씨(28·여)도 “교육학 두 문항의 보기가 시험시간 중에 교체됐다”면서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과목의 문제 사전 유출의혹도 제기됐다.국어과의 경우 문항 5개가 시험 전날인 16일 학원강사 L모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문제와 똑같다는 주장이 나왔다.또 체육과의 몇몇 문제도 출제를 맡은 모교수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낸 기말고사문제와 동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수험생들은 매년 객관성 논란과 출제위원들을 둘러싼 파열음을 막기위해 문제지와 모범답안 공개,서술형 문제의 배점 기준 등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19일 “예년에도 이런 얘기가 나돌아 교육개발원측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많은 수험생들이문제를 제기하기는 처음”이라면서 “일단 제기된 의혹들을 철저하게 조사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순녀기자 coral@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8)제5장 사랑과 맛

    지나간 날의 사랑을 기억해내는 데 있어서도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있다고 한다.즉 여자는 연장되지 않은 사랑의 대상에 대하여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현재의 사람에 관한 가까운 기억으로 대치 시킨다는것이며,그도 아니면 할머니나 삼촌이나 사촌 형제나 또는 어린 시절의 소꼽친구를 떠올리듯이 친근하고 일상적이던 추억을 간직한다.그에 비하면 남자들의 흘러간 사랑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이 퍼즐을 맞추어 놓듯이 여자와 가졌던 에로틱한 순간들을 모아서 간직하거나,좋고 나쁜 일에 대해서도 전체의 줄거리는 잊어버리고 어느 시간의 미세한 부분을 곰살스럽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흔히는 남녀가 그 반대일 것이라고 여기다가도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맞는 구석이 많은 것 같다.잠재된 욕정과 거친 세상으로부터 따로 떼어 놓은 감각적이고 부질없는 순간들이 오히려 남자들의 옛사랑에 대한 추억의 본모습이라니 어쩐지 수컷이 슬프게 여겨진다. 프로이트 선생의 말씀을 들지 않더라도 성욕과 식욕은 어릴 적부터잠재되어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를 지배한다.남녀가 함께 밥을 먹으면 ‘정든다’는 우리네 속담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영혼의 집’으로 유명한 칠레의 작가 이자벨 아옌데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같이 먹었던 요리에 대한 얘기로 책 한 권을 쓸 정도였다. 어느 먼 산골이나 바닷가 어촌에서 두 사람이 먹던 음식의 맛은 지금아무데서나 다시 찾아 먹을 수 있는 흔한 먹거리라 할지라도 다시는되살려낼 수가 없다.또한 그네가 가끔씩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준비하던 달그락 거리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와 식탁 맞은편에서 따뜻한눈빛으로 이편을 건너다 보던 날의 맛을 어디서 되살려 낼 것인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물처럼 지나간 시간은 자취도 없지만 그감각만은 생생하다. 전쟁 때,우리 식구는 지금은 경기도 광명이라고 부르는 괭메이에 피란을 갔었는데 농가의 외양간을 빌려서 여름 한 철을 보냈다.벽이 삼면만 있고 앞은 툭 터진 대신에 통나무 속을 파낸 여물 구유가 버티고 있었다.소는 전쟁 통이라 없어지고 더러운 건초더미만 쌓였는데쇠똥이며 짚덤불을 깨끗이 치우고나서 흙바닥 위에멍석을 깔고 기둥네 귀퉁이에 모기장을 쳐서 잠자리를 만들었다. 도회지 사람들의 피란살이라는 게 어디나 같아서 쓸만한 물건들을 식량 가진 촌 사람들에게 야금야금 내주며 버티기 마련이었다.재봉틀이없어지고 옷가지와 귀금속이 없어지고 자전거가 사라지는 식이었다. 나는 근처 개천에 가서 송사리도 잡고 개구리도 잡으면서 동네 아이들과 어울렸는데 지금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내 또래의 계집아이가 생각난다.당시의 시골 아이들은 여름철이면 그냥 고무줄 넣은 검은 무명 팬티 하나로 벌거숭이가 되어 뛰어 다녔는데 그래도 나는 어머니때문에 위에다 런닝은 걸쳐야 했다.우리 식구가 빌어 살던 집 건너편에 그 아이가 살았다.그 아이네 집에선 참외밭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앞에 멍석을 펴놓고 함지에 가득 참외를 갖다 놓고 팔았다. 함지에는 참외나 찐옥수수가 있기 마련이고 아이의 할머니가 나와서앉아 있곤 했다.어느 저녁녘에 어머니는 나와 누나들을 데리고가서참외를 사주었고 계집아이를 알게 되었다.아이는 시골 아이 같지않게누나들처럼 간따후꾸(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그리고 작은 코고무신을신었던 것도 생각난다.할머니와 어머니가 주고 받던 먼 고장에 대한이야기들은 재미있고 신기했으며 모깃불이 타는 냄새와 별이 우수수쏟아질 것같던 밤하늘은 아주 가깝게 머리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멍석 위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계집아이와 북두칠성 찾기 내기도 하고 별똥이 흐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데 그애가 나를 불렀다.그애는 한 손을 치마자락 안에 감추고 있다가 가까이 간 내게 내밀었다.그건 방금 솥에서 긁어낸 누룽지였다.아주 딱딱하게 탄 것이 아니라 거죽의 밥알과 덜 탄 누룽지를 함께 긁어내어 동그랗게 뭉친 것이다.사실은 그런 상태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누룽지다.한입 베어물면 부드러운 밥알이 씹히면서도 속에서 바삭바삭 누른 쌀알이 씹힌다.아이가 작은 소리로 말한다.수남아,너만 먹어! 나는 누룽지를받아 먹으면서 어쩐지 좀 부끄러웠다.그리고 이상하게도 죄를 지은듯한 은밀한 느낌이 들었다. 하늘에 고추 잠자리가 가득히 날아다니던 날이었으니 팔월말 쯤이었을 것이다. 우리 식구는 그 무렵에 괭메이를 떠나 영등포로 돌아갔다.한낮이었는데 건너편 사립문 앞에서 그애가 나를 불렀다.마당으로 들어가니 집안에는 모두 들에 나갔는지 아무도 없었다.그애가 부엌에 들어가더니큰 쇠솥 안에서 찐 단호박 몇 토막을 들고 나왔다.우리는 마루에 앉아서 함께 먹었다.호박은 식었지만 말랑하고 단맛이 그만이었다.마당에는 장닭과 암탉들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벌레 사냥을 하던 중이었다.그애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면서 누워서 할머니처럼 배를 쓸어 달라고 했다.나는 참새의 가슴처럼 따뜻하고 쉴새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그애의 배에 손을 얹었다.그리고 몇번인가 아래 위로 쓸어내리는중에 갑자기 멈추고는 화가 난 것처럼 얼른 일어나서 달아나버렸다. 고추가 갑자기 뜨겁고 아픈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Y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집을 나가서 남도를 돌아다니다가 왔을 무렵이니까 자신이 이미 세상을 다 겪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던 무렵이었다. ‘흑인 올페’라는 영화를 둘이서 보았던 생각이 난다.대학에 갔을때였는지 군대에 나갈 준비를 하던 해였는지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서해안의 어느 섬에 갔다가 태풍 때문에 며칠 동안이나 배가 끊겨서갇혀 있었다.몇가지 특별한 기억이 있다.민박을 하던 집의 뒷간은 마당 뒷편에 텃밭을 건너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냥 항아리를 묻고 소나무 가지로 나지막한 울타리를 세워 놓은 게 전부였다.Y가 밤에 뒷간엘 가려면 무섭다고 꼭 나를 데려가서 울 밖에 파수를 세워놓곤 했다.그러면 나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확실하게 보초를 선다는보증으로 노래를 불러 주어야 했다.날 저무른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같은 노래였을 것이다.그건 누나가 변소에 간 나를 지키러 와서 저도 무서우니까 부르던 노래들이다.하여튼그 집에서 배가 올 때까지 몇날 몇밤을 지내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에 그댁 아주머니가 맛이나 보라고 굿떡을 했다고 보시기를 우리 문간방으로 건네 주었다.이게 웬 떡! 호박 시루떡이다. 늙은 호박 속을 길게 깎아서 말려 두었다가 쌀가루 한켜,검은 콩 한켜, 호박 한 켜를 차례로 깔아 시루에 쪄낸 것이다.어느 때에는 대추나 밤도 박아 넣는다. 호박의 단맛은 은근하고 너무 달지는 않아서 구수한 단맛이라고나 할까.우리는 뜨거운 떡을 호호 불면서 가끔씩 손가락에 달라붙는 찐득한 호박을 빨면서 떡을 먹었다.그래서 괭메이의 소녀를 기억해내게된 것일까,아니면 괭메이의 단호박을 떠올리다 그 섬에서의 민박을생각하게 된 것이었을까. 황석영
  • [굄돌] 명절에 더 외로운 미국인들

    행복한 가족 생활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최근 네브라스카 대학 사회학자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은 년간 1억 2,000만원의 경제적 이득을 준다고 계산했다.1억 2,000만원이라. 웬만한 전문직 맞벌이 부부가 함께 벌어들이는 수입이다.자가용을 두대 굴리고, 대문짝만한 냉장고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채워두고,아이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매일 새 것으로 사줄 수 있는 돈이다. 물론 미국에 이런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지닌 가정은많다.그러나 이에 비해 행복한 가족 생활을 하는 가정은 훨씬 적다. 부족한 것,아쉬울 것 하나도 없을 듯 보이는 미국 가정에 불행이 많은 이유는 이혼율이 세계 최고인 50%나 되기 때문이다.이혼이 유행처럼 번지던 80년대 초에 사회학자들은 이혼이 늘면 이혼녀나 결손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사라지리라 예측했다.또불행한 결혼보다 당당한 독립을 주장하던 페미니스트들은 결혼을 속박과 남녀 불평들의 원천지라며 깨부숴야 한다 했다.그로부터 20여년.미국 사회는 경제가 아무리 잘 돌아가도 쉽게 풀리지 않는 큰 고통을 안고 있다.‘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가족 관계에는 잘 맞지 않는 듯 하다. 이혼의 후유증은 세대가 지나도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깊어지고 복잡해진다.우울증,고독감,불안감,안정과 쾌락에 대한 끝없는 갈증….청소년들만이 그런 게 아니라 초등학생,대학생,주부,중년,노년,유명인,연예인 등 모두의 문제다.크리스마스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남몰래 속앓이 하는 미국 가정이 많다.올해는 이혼한 엄마 쪽 가족과 보낼지아빠 쪽 가족과 보낼지 갈등하는 자녀들.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아들의 두 번째 부인의 전처 소생을 손주라 초대해야 할지,이혼한 딸의남자친구를 초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가까스로 힘겹게 모여도서로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 내년 이맘때에는 또 어느 생판 모르던사람이 이모부나 사촌이나 조카가 되어 나타날지 모르니까.그래서미국인들은 명절이 오면 더 외로워진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이혼율이 35%에 육박하고 있다.이 수치가 주는 의미는지금 알 수 없을 것이다.20년 후에나 뼈저리게 느껴지리라. ◇ 최성애 국제 심리 가족치료사
  • 2차 남북이산상봉/ 서울온 김히락씨 형님 사망소식에 통곡

    “형님,아,형님….왜 닷새를 못기다리셨나요.” 북에서 온 김히락씨(69)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울먹이며 더이상말을 잇지 못했다.히락씨의 형 주락씨(76·미국 뉴욕)는 지난 25일만리타향에서 동생 히락씨를 애타게 찾다 눈을 감았다. “어머니가 지난 95년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 낙심했지만 형님이 살아 계신다 해서 만날 날을 손꼽아가며 기다렸는데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히락씨는 북받쳐오르는 슬픔에 여동생 귀연씨(67)와 조카 창모씨(47)등 피붙이들을 만난 기쁨은 잠시 뒤로 미뤄야 했다. 김주락씨는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입대한 것을 마지막으로 헤어진동생 히락씨(69)를 눈을 감기 전까지도 못잊어했다.전쟁이 끝난 뒤함께 군에 다녀왔던 동생의 친구들로부터 ‘히락이가 죽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김씨는 지난 85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에서 향수와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리던 김씨는 건강도 나빠졌고 지난해부터는 약간의 치매증상까지 보였다.그러던 지난 7월 1차 상봉대상 예비명단에 동생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김씨의 건강은 급속히 회복됐다.주변 사람들에게 동생의 옛이야기를 하고 선물을마련하며 귀국준비를 하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동생이1차상봉자에서 탈락하자 김씨의 건강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당시 김씨는 “죽은 줄만 알았던 동생을 이제야 만나나 싶었는데,동생을 또 잃어야 해”라면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김씨는 그뒤 숨지기 전 네달동안 치매와 중풍에 시달리면서도 눈만뜨면 ‘헛소리’로 동생을 찾았다.“동생을 만나야 되는데….짐싸.빨리 한국에 들어가야 돼.” 결국 꿈에도 그리던 동생이 지난 13일 2차 상봉자명단에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그러나 기쁨도 잠시.김씨는 정신을 회복한 듯했으나 결국 50년을 풀지 못한 한(恨)만 품은 채 눈을 감고 말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공직사정과 음악이 무슨 관계?

    ‘감사관회의에 웬 음악강좌’. 28일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중앙 부처 등 전(全)기관 감사관계관 연찬회에서 본래의 취지와는 관계없는 ‘음악과 인생’이라는 교양강좌를 주요시간대에 1시간30분 동안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대 곽연 교수(교양음악과)의 특강은 특히 연찬회의 핵심강좌인감사원 박준(朴埈)제2사무처장의 1시간 강의보다 길어 참가자들로부터 “오늘 주제가 바뀐 것 아니냐”는 빈축을 샀다.정부측에서 평소연찬회와 같은 형식으로 교양강좌를 집어넣은 것이 화근이 됐다.한참석자는 “그렇지 않아도 사정의지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정부 불신이 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중앙부처를 비롯,광역자치단체,광역교육청,정부투자기관,정부출연 비연구기관,청와대 및 국무조정실 감사관·관계관 120명이 총출동한 매머드 집회였다.이들 감사관·관계관은 각 부처 내에서내부 ‘특별감찰활동’을 담당하는 주역이다.지난주 국가기강 확립장·차관회의에서 고위공직자,정부산하단체,공기업 간부를 대상으로대대적인 ‘사정작업’을 펼치기로 한 만큼 이들 감사관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소집했다. 한편 이날 연찬회의에서는 기관별로 기관장 직속의 특별감찰반을 설치,부패취약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찰활동을 실시하고,기업·금융 등 100대 국정개혁과제를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국무총리 지시가전달됐다.안병우(安炳禹) 국무조정실장은 “모든 공직자는 국가기강확립의 주체라는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당부했다. 연찬회는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법무부,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추진대책을 듣고 각 분임별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각 분임별로 주제를 달리해 ▲공직내 경쟁확대방안 ▲사회 전반의 도덕적 해이현상 해소방안 ▲대민접촉 부조리 근절방안 ▲공기업·정부산하기관의 경형혁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최광숙기자
  • 캠퍼스의 눈/ 노근리·베트남 ‘양민학살’의 진실

    베트남에서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68년 2월 퐁니·퐁넛 마을에선 부녀자 69명이 한국군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최근까지 이 사건의 진상과 관련,공방이 계속된다.그런데 퐁니 마을뿐만 아니라 10월에 호앙쩌우 마을,69년 4월 푸옥마이 마을에서도 ‘베트남민간인이 살해됐다’는 관련 문건들이 잇따라 공개돼 그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양민학살 사건들은 지난 14일 주베트남 미군사령부의 각종 수사보고서와 20여장의 흑백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로번져간다.월남전에 참가한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은 그동안 수많은의혹이 제기됐으나 관련 당사자들은 ‘그럴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문서에는 “1969년 4월 푸옥마이 마을 사건은 당시 한·미·베트남3자가 공동조사를 벌여 사실을 입증했다”고 나와 있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물론 참전군인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적과 민간인이 구분되지 않은 베트남전 속성을 너무도 모른다’고 주장한다.또 학살자라는 멍에가 웬말인가라며 안타까워한다.이 사건은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로 유명한 ‘노근리’와 흡사하다. 미군의 잔혹성과 비도덕성을 나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막상 우리가 베트남에서 ‘가해자’로 지목되자 조용히 가라앉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우리가 일제의 만행을 낱낱이고발하며 핏대를 세울 때도,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이 자행된 노근리사건을 얘기할 때도 모두 그 밑바탕에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의식이 배경이 됐다.우리가 당한 오욕의 역사에 대한 책임규명을 요구하기에 앞서 이제 우리도 과오를 투명하게 시인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박 지 영 연세대학보사 poppy777@chunchu.yonsei.ac.kr
  • [네티즌 칼럼] ‘제2의 O양’ 그녀만의 문제인가

    ‘제2의 O양’이 탄생(?)할 모양이다.사건의 진위를 떠나 인기가수 A양의 정사 장면 비디오 ‘사건’이 다시 언론 지면에 도배되기 때문이다.이처럼 한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은 제일 먼저 환호를 지른다.“이런 횡재가 있나”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신문은 판매 부수를늘려서 좋고 방송은 시청률을 올려서 좋기 때문이다.기업광고도 주는 판에 얼마나 좋은가.언론이 쾌재를 부르는 소리가 가판대를 지날 때마다 들린다. 나는 분노한다.썩은 언론이며 기자들에게 분노한다.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까놓고 이야기하자는 거다.사건으로 터져나온 일부 연예인의 도덕 문제로 한건 올리기에 열중할 것인가 말이다.진정역겨운 것은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만만한 사람만 집요하게 짓이겨놓는 언론과 지식인들이다. 흔히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극히일부의 나쁜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하는 멘트 말이다.분명히 말한다.1%가 그렇다면 100%가 그런것이다.단 1%의 기자가 촌지를 받는다면 100%의 기자가 촌지를 받는것이며,1%의 교통순경이 돈을 받는다면 100% 받는 것이다.아는 친구가 겪은 일을 소개한다.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어촌계 공무원이 됐다. 첫 근무다. 현장에 나가니 선주들이 굽실거리며 돈다발을 쥐어 준다.깜짝 놀랐다.이렇게 썩었을 수가.물론 거절했다.그러자 이번에는 가벼운 술자리 모임에서 여자가 나오고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뛰쳐 나왔다.이번에는 집으로 선물이 배달된다.그것마저 거절했다. 그러나 옷을 벗어야 했다.당연히 그래야 할 일을 한 친구는 조직에서 축출됐다.왜?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선주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관료라는 낙인까지 받았다.알지 않는가? 마을에 청백리 하나 뜨면 생사람 여럿 잡는다는 말.어떻게든 모함을 하고 투서를 넣어 다른 자리로 쫓아 보낸다.동료 공무원들도 해당 공무원을 왕따시킨다. 다시 분명히 말한다.극소수가 그렇다는 말은 구태의연하다.일부가그러면 전부가 그런 것이다.왜냐하면 사회는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시스템은 일부가 멈추면 전부가 멈춘다.과일이썩으면 전부 썩는 거지 부분적으로 썩는다는 건 원래 없다.그것이 연예계이든 정치권이든 공무원이든 언론이든 다 한통속으로 썩어 구린 냄새가 온 천지에 난다. 그래도 너끈하게 사는 게 우리 아닌가? 마치 모르는 일인 것처럼 놀라하고 호들갑 떨고 하지 말자.다 알면서 웬 내숭이냐 말이다.역겹지 않은가 말이다.너도 속물이고 나도 속물이고 우리 다 같은 위선자들이 아닌가 말이다.이 중에 언론은 파렴치하기로 일등이고,돈벌이에눈멀기로 가히 압권이다.점잖은 척,깨끗한 척 위선을 떨며 세상을 향해 훈계하지 말란 말이다.당신들이 제일 더럽고 썩었지 않았는가. 우리 여기서 솔직히 합의하자.대한민국 솔직히 썩은 나라 아닌가?촌지 좀 받으면 어때! ‘성의’인데.연예계가 이러면 어때.어차피 세상이 다 그런 건데.너도 썩었고 나도 썩었는데. 이즈음에서 새로 시작하자.조금씩 줄여 나가자.조금 더 솔직해지고거짓말도 줄이자.썩은 물이 하루아침에 약수가 되는 걸 보았나? 바로 당신부터 무릎꿇고 반성해야 한다.drkim@simplexi.com [김 동 렬 (주)심플렉스인터넷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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