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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 신동파 선수가 저를 울려요

    신동파 선수가 저를 울려요

    한국대표 농구「팀」의 명「포드」신동파(申東坡)를 사칭한 사기한이 나와 숱한 여인들을 울렸다. 멀리 자유당 시절의 가짜「귀하신 몸」에서부터 최근에는 가짜 판사, 가짜 영화감독, 배우까지 등장, 바야흐로 가짜가 판을 치는 판국에 이제는 가짜「올림픽」선수마저 나타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세태의 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후리후리한 키에 균형잡힌 몸매. 말쑥한 차림에 좋은 언변으로 서울 한복판을 누비는 가짜 신동파가 처음 나타난 것은 약 1년 전이었다. 지난해 3월 중순의 어느 날. 일본「야하따(八幡)」「팀」과의 친선경기를 끝내고 피로한 몸을 집에서 쉬고 있는 신동파에게 어떤 여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미스」구(具)라는 것이었다. 자기를 모르겠냐는 것이었다. 신동파로선 전혀 모를 여인. 다방에서 만났다. 역시 모를 여인이었다. 여인도 자기가 알던 신동파가 아니라고 당황했다. 여인은 신동파라고 사칭하는 사기한과 두 달 동안을 사귀어왔다. 다방에서 처음 만났다. 옆자리에 운동선수 차림의 건강한 청년 3, 4명이 앉아 잡담을 하는데 친구들이 한 청년을 가리켜 신동파라고 떠들어댔다. 잠시 후 가짜 신동파가 여인에게 다가왔다. 감쪽같이 신(申)선수로 알고 원정(遠征) 간다기에 돈줬더니 이렇게 알게 된 두 사람은 그 뒤 자주 만나게 됐다. 그들은「미도파」앞 M다방에 자주 들렀다. 다방의「마담」,「레지」들이 신동파 선수 왔다고 야단들이었다. 어떤 때 가짜 신동파는 약속시간에서 20~30분 정도 늦게「트레이닝」바람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었다. 연습하다 잠시 빠져 나왔다면서 오늘은 연습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다음날 만나자 하고는 돌아갔다. 다음날은 말쑥한 양복을 차려 입고 양복 깃에 태극「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양복 안쪽에 신동파라는 이름까지 새겨져 있었다. 명동 D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 주인은 그를 진짜 신동파로 믿고 있었고 그는 친구들과 함께 외상조차 먹고 다녔다. 하루는 그가 여인에게 곧 일본원정을 떠나게 됐다면서 원정비가 모자라 큰일이라 했다. 여인은 주저하지 않고 그에게 10만원을 주었다. 돌아올 때 선물을 사다 달라고 2만원을 따로 보탰다. 일본으로 떠난다면서 굳이 비행장에는 타오지 말라고 했다. 3, 4일이 지났다. 여인이「라디오」를 트니까 장충체육관에서 육군「팀」과「야하따」「팀」의 대전 실황이 중계되고 있었다. 일본에 갔어야 할 신동파가「게임」을 하고 있었다. 여인은 이상히 여겨 농구협회로 전화를 걸었다. 일본에 원정한 사실이 없다는 대답. 여인은 곧 신동파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신동파라고 하다 김무현(金武鉉)으로 둔갑도 앉아서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에 어리벙벙한 채 정신을 못 차리는 신동파에게 다시 두 번째 피해자가 나타났다. 역시 같은 수법이었다. 7만여 원을 사기당했다. 신동파는 하도 어이가 없어 동료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며칠 뒤 가짜 신동파는 같은 육군「팀」의 백문철(白文哲)에게 덜미를 잡혔다. 백문철이 부대로 들어가기 위해 흑석동 집을 나오는데 담배가게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담배가게 주인과 웬 키 큰 청년의 싸움. 담뱃값을 10원 더 내고 덜 냈다는 다툼이었다. 『여보시오. 내가 담뱃값 10원을 덜 낼 놈같이 보이오? 나도 유명한 사람이오. 내가 신동파요!』 백문철은 며칠 전 신동파에게 들은 사기한이 바로 이놈이구나 생각하고 뒤를 밟았다. 합승에 뒤따라 올라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저 혹시 신동파 선수 아닙니까?』 그는 시치미를 떼고 그렇다고 했다. 백문철은 신선수「팬」이라면서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었다. 중앙청 쪽으로 간다는 대답, 내려서「택시」로 모시겠다면서「택시」에 잡아 넣었다. 멱살을 잡고 사기꾼이라고 호통쳤다. 가짜는 연기를 시작했다. 눈물을 금방 흘리면서 용서를 빌었다. 백문철은 그의 능란한 말솜씨에 홀려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파출소에 차를 대고 내리면서 순경을 부르는 순간, 가짜는 잽싸게 백문철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가짜 신동파가 한 달쯤 전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의 피해자는 답십리에 사는 이(李)모양. 이양의 동생은 D중학 농구선수였다. 연습을 끝내고 돌아가는데 3, 4명의 청년들이 나타나 D중학을 졸업하면 좋은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않겠느냐고 꾀었다. 그 중의 한 청년이 자기는 신동파라고 했다. 이군은 농구장에서 신선수를 보아 알고 있었다. 신동파가 아니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더니 사실은 김무현(기업은행 소속)이라고 돌려댔다. 이양 경우는 부모도 속아, 사위 삼으려고 백만원 줘 가짜 김무현으로 둔갑한 사기꾼은 이군의 부모를 만났다. Y고교 진학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부모들은 이군의 진학을 염려하던 터라 고마웠다. 이양을 만나게 됐다. 그 능숙한 솜씨로 이양에게 접근했다. 이군의 진학을 위해 교제비가 필요하다고 손을 내밀었다. 훈련비가 모자라 큰일이라고 울상이었다. 이양의 집에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돈을 내주었다. 나중엔 그와 이양의 약혼 얘기까지 나오게 됐다. 양복을 세 벌이나 해줬다. 시계도 사주었다. 화곡동에 집도 마련해 주기로 하고「오토바이」도 사주기로 약속했다. 한 달 동안에 가짜가 털어낸 돈과 패물은 근 1백만원어치. 이름을 사기당한 진짜 신동파는 한심한 세태에 가슴이 아프다고 술회했다. 『저를 사칭하고 사기를 일삼는 그 친구도 나쁘지만 피해를 입는 여자들도 한심합니다. 이름 석자에 홀려 앞뒤를 재지 못한대서야 말이 됩니까? 정신들을 차려야겠습니다』 한국 제1의「골·게터」신동파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유홍락(劉洪洛)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30 제2권 13호 통권 제27호 ]
  • [마카오 동아시아대회] 김덕현, 세단뛰기 한국新 ~ 金

    육상 스타 김덕현(조선대)이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귀중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태권도의 황경선(한체대)과 김진욱(국군체육부대)도 금빛 발차기로 메달레이스에 힘을 보탰다. 김덕현은 4일 열린 마카오 동아시아대회 육상 남자 세단뛰기 결승 5차시기에서 16m79를 뛰어 가지카와 요헤이(일본·16m45)를 제치고 우승했다. 이로써 김덕현은 지난 9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6m78)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동메달리스트 황경선은 여자 67㎏ 이하 결승에서 타이완의 수리웬을 8-6으로 제압했다. 또 국제대회에 첫 출전한 김진욱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남자 80㎏급 이하 경기에서 중국의 판둥둥을 9-5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또 사격 여자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한 이혜진(우리은행)은 684.1점을 쏴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한국은 이날 현재 금 26개, 은 33개, 동메달 45개로 일본(금 26개, 은 46개, 동 60개)과 금메달 동수를 이뤘으나 은메달수에서 뒤져 종합 3위를 달렸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길섶에서] 백수 월요병/박홍기 논설위원

    월요병도 병이다. 주5일제 덕에 주말을 푹 쉬어도 왠지 온몸이 찌뿌드드한 게 월요병이다. 웬 월요병 타령? 백수의 월요병을 꺼내기 위해서다. 며칠 전 1년 동안의 충실한 백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직장을 잡은 선배를 만났다. 선배 왈,“백수의 월요병은 백수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몰라.” 백수는 월요일이 없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월요일을 싫어한단다. 반대로 토·일요일은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세상 사람들이 다 쉬는 날이니까 백수인지 알 리가 없어서다. 시내라도 나와 사람 속에 묻히면 그 순간만은 뿌듯하다. 초라해 보이지도 않는다. 또 가족들의 ‘눈치’도 느낌이지만 덜하다. 그러나 일요일도 어슬해지면 “월요일, 이번 주에는 뭐하지.”라며 지레 겁먹는다. 백수의 생리다. “우스갯소리지만 백수에게도 단수가 있지.”걸음걸이나 가방잡은 폼, 표정이 고참 백수와 신참 백수가 다르단다. 또 전화받는 목소리만으로도 직장있는 친구의 낌새를 맡아야 백수의 대열에 낄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배는 말했다.“백수들이여, 작금의 삶이 버겁더라도 희망이 저만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사설] 방폐장 주민투표 후폭풍 우려한다

    군산·경주·포항·영덕에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유치를 위한 부재자 주민투표가 지난 25일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불법·탈법이 난무한다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일부에서는 투표중단을 요구하고 불복 집단소송 조짐도 있다. 이래가지고 19년째 끌어온 국책사업이 제대로 굴러갈까 참으로 걱정된다. 대리투표와 금권·관권의 개입으로 공정성을 잃는다면 누가 승복하겠는가. 유치 지자체가 결정돼도 주민간 찬반양론이 이렇듯 첨예하면 사업추진은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문제가 처음부터 꼬이게 된 데는 지자체들의 과열 유치전 탓이 크다. 방폐장을 유치하면 특별지원금 3000억원에다 양성자가속기 유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여러 혜택이 돌아간다. 지자체들로서는 지역발전을 위해 사활을 걸 만도 하다. 그렇다고 부정과 탈법을 일삼고 지역감정까지 동원한다면 투표는 하나마나다. 또한 지자체마다 웬 부재자는 그렇게 많은가.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라지만 일반 선거 때보다 10배가 넘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부재자 투표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고, 통장·반장·이장들이 기를 쓰고 대신 투표하는 작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방폐장 사업은 좁게 보면 지역발전이겠으나 넓게 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투표가 이루어지면 국책사업이 또 무산 위기에 휩싸이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지자체들은 방폐장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준법과 민주적 절차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구나 방폐장이 안전하다지만 아직은 심리적 불안을 담보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의 진정한 뜻이 반영되게 해야 한다.
  • 英 노블·웹스터 커플의 ‘춘화전’

    英 노블·웹스터 커플의 ‘춘화전’

    영화도 아닌, 웬 미술 전시회의 관람객을 19세 이상으로 제한하는지는 전시장을 둘러보면 고개가 끄떡여 진다. 영국의 잘나가는 젊은 작가 팀 노블과 수 웹스터 커플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들이 처음 선보인 40개 드로잉은 모두 ‘춘화’(春畵)일색. 마치 은밀한 침실의 야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연필 드로잉이다. 너무나 노골적인 묘사에 한번 놀라고, 등장하는 남녀 모델이 바로 작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들은 “1972년 발간, 베스트셀러이던 ‘섹스의 즐거움’이 현재 쓰레기로 변한 것을 보고 다시 생명을 불어 넣고 싶었다.”면서 “오늘날의 생활에 맞게 업그레이드한 ‘문화적 재생’”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눈여겨 볼 작품은, 그들이 명성을 얻게 된 초기 작품인 ‘그림자 작업’이다. 깡통, 담배, 휴지등 쓰레기를 교묘하게 조합해서 만든 작품 ‘쥐’만 해도,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조명에 의해 벽에 투사된 실루엣을 보면 영락없는 쥐의 형상이다. 또 번쩍이는 광고물에서 영감을 받아, 네온사인으로 글자를 새긴 작품도 유명하다. 한편 이번 전시회의 드로잉 작품을 놓고 화단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갤러리측도 이들에게 원한 작품은 ‘그림자 작업’과 ‘네온사인 작업’이었지만 작가들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면서 이런 ‘춘화 전시회’가 됐다. 성(性)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들의 드로잉 작품을 과연 순수한 예술품으로 받아들일 지는 관객들이 결정할 문제.11월6일까지.(02)735-8449.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길섶에서] 무연고 분묘/심재억 문화부 차장

    이런 얘기 들어보셨습니까. 서울 사는 모 인사가 명절날 모처럼 성묘를 갔더랍니다. 미처 못한 벌초까지 할 양으로 낫을 준비해 부모 묘소를 찾았는데, 웬걸 봉분 두개가 말끔하게 벌초가 돼 있더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더러 다른 사람 묘를 벌초해 주는 일도 있어 그냥 고맙게만 여기고 지나쳤는데, 이듬해 명절에 다시 성묘를 갔더니 이게 웬 일입니까. 누군가 묘를 통째로 파내 가고 없더라는 겁니다. 누군가 남의 묘를 자기 조상 묘로 잘못 알고 벌초도 하고 돌보다가 무슨 까닭에선지 아예 이장을 해버린 모양이라고 수군댈 뿐 그 사연을 누가 알겠습니까. 졸지에 부모 묘를 잃어버린 그 인사, 뒤늦게 자신을 나무랐지만 배 떠난 뒤였지요. 요새 무연고 분묘가 널렸답니다. 절손한 집안도 있겠지만 다들 살기 바빠서 못 챙긴 탓이지요. 한두해 성묘 빼먹다 보면 금방 잡초에 먹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됩니다.“산 사람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죽은 조상을 어떻게 철철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부모의 혼백 욕되게 할 양이면 차제에 납골당으로 모시는 건 어떨까요. 가뜩이나 땅덩이도 좁은 나라이니.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멈출 수는 없네

    [박완서 살아가는 이야기] 멈출 수는 없네

    추석연휴가 끝나는 날 동창 몇이서 모일 기회가 있었다. 우리 나이에 여고 동창이란 뭔가. 머리가 허옇다 못해 탈모까지 시작된 주제에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고 들뜬 목소리로 서로 얘, 쟤 이름을 부르면서 회춘을 만끽하다가도 별안간 안부를 묻고 싶은 아무개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느닷없이 옛날 옛적 창씨 개명한 이름이 떠올라 그렇게 불러도 통하는 서로 흉허물 없는 사이가 아니던가. 그러나 세월과 함께 이렇게 주책만 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절만 되면 첨예해져 거의 자해(自害)의 경지까지 이르렀던 고부간, 세대간의 갈등을 넘어서 이제는 내 아들은 처가에, 내 딸은 시댁에 더 잘하는 걸 마음 편하게 여길 수 있을 만큼 달관의 경지에 도달한 나이이기도 하다. 그렇게 별 볼일 없는 할망구들이 마음 놓고 늘어놓은 수다 중 몇 구절을 간추려 보면. -이번에 내 머리 염색 어떠니? 잘 됐지?- -쟤는 촌스럽게 새까맣기만 하면 좋은 줄 안다니까. 블릿치도 안 넣고 온통 새까맣게 염색한 머리는 늙어도 한창 늙었다는 표시야. 파파 늙은이, 쟤는 그것도 모르고- -아냐, 나 여기 오는데 뒤에서 누가 날 아줌마라고 불렀다니까. 할머니 소리만 듣다가 웬 떡이냐 싶더라. 뭘 물어 보길래 얼마나 친절하게 가르쳐줬다고- -그래서 그렇게 기분이 좋구나. 난 혹시 추석에 자식들한테서 굉장한 선물이라도 받은 줄 알았지- -선물은 많이 받았지. 우리 아이들 다들 아직 현역 아니냐? 선물도 꽤 받나봐. 뇌물성은 아니고. 그 정도로 출세한 건 아니니까, 아마 ‘기브 앤 테이크’겠지만 그래도 선물 들어온 걸 며느리가 감추지 않고 한 아름씩 가져오니까 좋더라. 좋긴 좋은데 내 눈으로는 먹을 것도 없고, 쓰잘데도 없는 것들이 왜 그렇게 포장은 요란한지, 쓰레기 치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 글쎄 영광굴비라고 쓴 상자가 어찌나 큰지 굴비가 한 접은 들은 줄 알고 난 너희들하고 나눠먹을 요량까지 했다니까. 보자기 속에 두꺼운 천으로 된 지퍼 달린 망태기가 있고, 망태기 안에서는 스티로폼 상자가 나오고, 상자를 여니까 그 안에는 중국산 등나무 바구니 속에 대나무 발과 얼음판대기를 깔고 굵은 비닐 줄에 목을 맨 밴댕이만한 굴비 열 마리가 누워있는 거야. 엽기 아니니. 과일이고 한과고 그런 식으로 포장한 것들을 풀어서 분리수거를 하고 나니까 정작 굴비가 눈에 안 띄는 거야. 찾다 찾다 어디서 찾은 줄 아니- -쓰레기 통속에서 찾았겠지 뭐. 그까짓 건 퀴즈도 아냐. 난 딸내미가 와인을 가져왔는데 요게 글쎄 술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비싼 걸로 골랐다고 애교를 떨더라. 포장도 어찌나 우아하게 했는지 감동했지 뭐. 그런데 포장을 풀고 상자를 여니까 와인 병위에 봉투가 있는 거야. 돈 봉투인 줄 알고 가슴이 다 울렁거리더라. 그런데 열어보니까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제자의 예쁜 감사 카드인 거 있지. 우리 딸 교수잖니. 풀어보지도 않고 보낸 거지 뭐- -어디선가 봤는데 노부모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 돈이라며? 맞는 말인데 제일 싫어하는 선물이 꽃이라는 건 좀 그렇더라. 아무리 늙은이들이라고 그렇게까지 낭만이 없을라구- -꽃이 싫다는 것도 아마 포장 때문일 거야. 장미 몇 송이가 얼마나 겹겹의 망사치마랑 철사랑 레이스를 두르고 있는지 넌 아마 모를 거야. 난 좀 알지. 손녀가 음악을 하거든- 실속보다는 겉치장이, 요점보다는 허풍이, 필요한 것보다는 불필요한 게, 판을 치는 이 세태에 대한 우리들의 성토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럼 아직도 구조조정을 안 당하고 현역에 있는 내 자식들은 뭐해먹고 사나? 한사람도 농업을 비롯한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가 없었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거의가 다 포장하고 부풀리고 허풍 떨고 유통시키는 일을 하며 먹고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농사는 천하지대본의 세상에 태어난 우리들에겐 밀려드는 풍요한 세상이 아무리 낯설고 마음에 안 든다 해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게 우리들 수다의 쓸쓸한 결론이었다.
  • [지금 대전청사에선] 철도공사 “수익사업 숨통 터줬으면”

    ●“어차피 한번은 짚었어야…” 이철 사장의 ‘광명역 축소 또는 폐지, 영등포역 정차 검토’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철도공사가 제역할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 철도공사 내부에서는 “어차피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면서 이 사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철도사업법상 건교부장관의 인가 사안인 정차역 변경 등에 대한 개정론까지 거론. 철도의 공익성 확보를 위해 노선 및 정차역 폐지시 건교부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것까지는 이해되나 수익성을 고려한 영업전략(정차역 변경)까지 제약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반응. 철도공사 관계자는 13일 “철도구조개혁은 자율성 및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규제가 더욱 심해진 상황”이라며 “(정부의)손실보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익사업에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혁신에 웬 전략홍보? 대전청사 최초로 부이사관을 정책홍보 팀장에 임명한 조달청이 홍보관리팀과 별도로 전략(기획)홍보 조직을 신설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 혁신인사팀내 TF로 구성된 전략홍보반은 조달청 사업 및 국정 평가 등 기존 공보 업무에서 탈피, 고객만족도 제고와 인터넷 홍보 등 조달 이미지 메이킹 업무를 전담시킨다는 것. 일각에서는 재정경제부를 벤치마킹해 급조한 조직인데다 5급과 7급 2명으로 역할 수행이 가능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 조달청 관계자는 “기존 공보업무에서 대(對)국민 홍보를 강화한 조치”라며 “홍보에 마케팅 개념을 도입한 시도”라고 설명.●청사 중앙홀 인기 ‘짱’ 400여평 규모의 대전청사 지하 중앙홀이 문화공간으로 변신돼 각광. 청사관리소가 중앙홀을 문화·전시공간으로 활용방침을 정하면서 일부 공간(68평)을 열린미술관으로 조성. 올해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중요무형문화재공연을 비롯해 한국분재대전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해 공무원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이와 함께 중앙홀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특산품 판매장으로도 활용. 무료 사용인데다 많은 공무원 수요자들이 있어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려는 지자체와 기관·단체들의 ‘러브콜’이 쇄도.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시론] 동포를 차별하는 나라/김해성 목사·외국인 노동자의 집 대표

    [시론] 동포를 차별하는 나라/김해성 목사·외국인 노동자의 집 대표

    중국 동포 150여명이 기독교연합회관 15층에서 20여일째 재외동포법의 차별없는 시행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60년만에 돌아오니 외국인이 웬말이냐.”“우리가 불법이면 안중근도 불법이다.”“정부는 대통령이 공포한 법을 시행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은 1998년 8월 제정됐다. 이 법 2조는 재외동포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라고 규정했다. 대한민국 국적은 1948년 정부수립으로부터 시작됐다. 결국 48년 이후 출국한 사람은 재외동포 지위를 보장하지만, 그 이전 출국자들은 동포가 아니라 아무 혜택도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재외동포 600만명 중 중국과 옛 소련, 일본의 무국적 동포 등 300만 동포들을 제외시키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누가 48년 이전에 출국을 했을까. 일제 강점기에 농사 지으러 나갔거나 강제징용·징병·학병·정신대를 피해 나간 이들이다. 나라와 민족을 찾기 위해 싸우다 죽어간 순국선열과 그 후손들도 포함돼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 그 후손들은 우리 동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99년 8월 중국동포 3명은 헌법재판소에 재외동포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11월 “재외동포법은 차별이며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4년 2월 국회도 48년 이전에 출국한 이들도 재외동포라는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같은 해 3월5일 공포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지금까지 1년 반이 넘도록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덮어만 두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동포들은 여전히 출·입국에 제약을 받고 차별을 당하고 있다. 헌재 결정과 법안 개정 이전이나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만일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왜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개정을 했겠는가. 앞장서 법을 지키고 집행해야 할 법무부가 이렇듯 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고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농성중인 동포들이 애국가를 목놓아 부르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4절까지 가사를 맞춰 부르는 것도 놀라웠지만,‘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후렴구 가사를 음미하며 화들짝 놀랐다. 노래로는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자고 외치면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고국이라고 찾아온 이 땅에서 동포들은 ‘불법 체류자’이며 ‘외국인’일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제 동족을 불법 체류자, 외국인 노동자로 낙인찍고 체포하고 추방할까. 그 결과 많은 이들의 꿈이 깨지고 그들은 원망과 분노를 안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고 있다. 많은 동포들이 “당신들이 과연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인가.”라며 절규하고 있다. 광복 60주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일까. 약소국가·민족으로 그동안 잊어버리고 책임지지 못했던 동포들을 찾고 인정하고 대접하는 일이다. 그들은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분단과 함께 온 광복 때문에, 동서 냉전 때문에 돌아올 수 없었다. 헌법 2조는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의무가 국가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재외동포법 개정에 따라 법무부는 마땅히 중국과 옛 소련 지역 동포들에 대해서도 자유왕래와 법적 지위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김해성 목사·외국인 노동자의 집 대표
  • [로드랜드컵매경여자오픈] ‘LPGA 챔프샷’ 제주 공습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코리안 챔프’들이 제주에 뜬다. 무대는 내달 2∼4일까지 로드랜드골프장(파72·6235야드)에서 3라운드로 펼쳐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로드랜드컵매경여자오픈(총상금 2억원). 미국에서 5승을 쓸어담은 한국 선수 가운데 강지민(25·CJ)을 제외한 장정(25) 김주연(24·KTF) 이미나(24) 강수연(29·삼성전자) 등 거물들이 총출동, 초대 챔피언 자리를 벼른다. 국내파의 ‘안방 수성’ 의지도 드높다. 사흘 전 북녘땅에서 최초로 벌어진 평양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송보배(29·슈페리어)를 비롯, 시즌 1승씩을 올린 최나연(18·SK텔레콤) 이지영(20) 등이 가세, 뜨거운 샷대결을 펼친다. ●해외파냐 국내파냐 우승 후보 1순위는 장정.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메이저 퀸’으로 등극한 뒤 물오른 샷이 좀체로 식을 줄 모른다. 이후 지난 29일 막을 내린 웬디스챔피언십까지 3개 대회 연속으로 ‘톱5’ 성적표를 작성했다.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늦깎이 챔프’로 재탄생한 강수연의 컴퓨터 같은 아이언샷도 만만치 않다. 웬디스에서 2주 연속 우승은 놓쳤지만 1·2라운드까지 선두에 나서는 등 한번 받은 탄력은 여전하다. 어릴 적 피아노로 익힌 손가락 감각으로 ‘퍼트의 귀재’로 인정받은 이미나와 US오픈 챔프 김주연도 ‘반짝 챔피언’의 오명을 털기 위해 샷을 갈고 있다. 반면 ‘안방 수성’의 선봉은 송보배. 제주 출신이라 ‘홈그린’이나 다름없다. 시즌 개막전인 삼성레이디스여자오픈 우승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다 평양오픈에서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 ‘고교생 챔프’ 최나연과 박희영은 단기전에 강한 면모가 돋보인다. ●그린 정복자가 챔피언 승부처는 그린이다. 주최측은 4㎜로 그린을 깎고 배토작업을 다시 했다.LPGA 투어 대회 못지않은 그린 빠르기로 난이도를 높인 것. 지난 6월 같은 코스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PGA) 투어 로드랜드클래식에서 우승한 정준(34·캘러웨이)은 “그린의 빠르기는 물론 굴곡이 심했다.”면서 “특히 아이언샷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 운영 능력도 ‘퍼팅 전쟁’ 못지않게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 코스가 긴 편은 아니지만 함정이 많아 상상외의 스코어가 나올 수도 있다. 구체적인 전략과 정확한 샷 없이는 호수와 산악을 휘어감는 코스에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대중음악의 국악화?

    대중음악의 국악화?

    국악축제에 웬 가수 인순이가? 다음달 4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막이 오르는 ‘국악축전’에 인순이를 비롯해 이은미, 한대수, 하림, 나무자전거, 안치환, 마야 등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할 예정이다. 국악의 대중화를 넘어서 대중음악의 국악화를 꾀한다는 의미에서 대중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초대된다. 서울을 시작으로 군산, 광주, 부산 등 전국 11개 도시를 종횡무진할 이번 국악축제는 장장 한달간의 대장정이다. 공연 내용이 다양한 주제로 다채롭게 짜여졌다. 명창 안숙선(판소리), 이춘희(경기소리), 조순자(여창가곡)를 비롯해 황병기(가야금), 정재국(피리), 박종선(아쟁), 강정렬(가야금병창) 등 국악 명인들이 무대에 올라 정통 국악의 세계로 이끈다. 소리꾼 장사익, 김용우, 타악그룹 공명, 퓨전 국악그룹 그림 등도 나서 ‘젊은’국악을 연출한다. 미모의 여성 가야금 실내악단 사계와 여울, 세쌍둥이 자매 이즈 등이 나서 국악계의 우먼 파워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국 공연의 경우 지방색을 살려 프로그램을 꾸민 것도 특징이다. 다음달 15일 안산에서 열리는 축제의 주제는 ‘동서고금 대전’. 이탈리아 민요:한국 민요, 프랑스 샹송:한국민요, 아쟁:첼로 등 국악과 양악 두 장르를 불꽃튀는 대결구도로 만든 것도 색다른 방식이다. 다음달 10일에는 서울 마포 퍼포밍아트홀에서 제2회 창작국악경연대회를 열어 국악의 현대화를 시도하는 작업이 곁들여진다. 만화와 국악 애니매이션 뮤직비디오를 제작, 공연 시작 전과 중간에 상영하고 전국 학교와 도서관 등에 배포하는 등 국악 대중화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된다.(02)760-4696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Love & Wedding] 임광욱·시정인

    [Love & Wedding] 임광욱·시정인

    광욱이를 처음 본 것은 1998년 5월, 훈련소를 마치고 갓 부대 배치를 받아 군기가 잔뜩 들어있는 신병의 모습이었다. 여대생이 웬 부대인가 하겠지만, 당시 학교를 휴학하고 미군부대에서 일(교회 피아노 반주)을 하던 나는 수많은 카투사들의 입대와 제대를 지켜보았고, 광욱이도 처음에는 ‘군복이 꽤 잘 어울리는 조금 잘 생긴’ 신병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광욱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 영어 실력으로 국적과 나이, 성별을 막론하고 사무실의 모든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버리는 긍정적인 태도와 성실함에 끌리게 되었고, 나중에는 안 보면 자꾸 생각나고,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 해 10월 말, 광욱이의 생일을 앞두고 짝사랑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감하게도!) 생일 카드에 감정을 고백했지만, 이런 고백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그는 몹시 당황스러워했고 이후 둘 사이는 오히려 서먹해지고 말았다.(그날 나는 오랫동안 내가 왜 그렇게 무모했을까 땅을 치며 후회했다!) 비록 둘의 관계는 서먹해졌지만 어찌됐건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했고, 속으로도 끊임없이 친구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몇 개월을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던 어느 날, 전화 통화 중 ‘친구처럼 지내니 너를 다시 보게 된다.’라는 광욱이의 말에 몇 달 동안 꾹꾹 눌러서 거의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은 예전보다 더 굳어졌고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광욱이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난 7년간의 시간은 감사할 일들로 가득 차 있다. 한동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미래의 꿈을 다듬어 갔던 소중한 추억을 주었고, 무엇보다 서로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 결과 지금 광욱이는 기자로, 나는 홍보인으로 서로가 꿈꿔오던 자리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다. 결혼을 2주 앞둔 지금, 바쁜 회사 일 때문에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마음만 급해 짜증도 많이 내고, 화도 곧잘 내지만 늘 너그럽게 받아주는 광욱이에게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그리고 그동안 정말 멋진 남자친구가 되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도 멋진(?) 아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싶다.
  • 엔듀로타고 산길질주

    엔듀로타고 산길질주

    엔듀로라는 오토바이는 일반적인 오토바이에 쇼바와 타이어 등을 바꿔 넣은 것으로 4륜오토바이인 ATV와는 속도감이나 스릴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다. 인터넷 2&4오프로드(www.2and4.co.kr)동우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의 산으로 라이딩에 나섰다. ●폼은 끝내줘요 경기도 장흥의 휴게소에서 만난 그들은 멋졌다. 오토바이는 물론, 유니폼과 부츠, 고글에 헬멧까지 그야말로 폼났다.“전부 선수들인가요?”라고 묻자 총무인 한주현(34·매직모터숍 운영)씨는 “그런 건 아닌데요. 워낙 험로를 주행하다 보니 이 정도 장비는 필수예요.”라며 “어차피 차로는 갈 수 없으니 저쪽에 있는 오토바이 뒤에 타시죠.”라고 자리를 내줬다. 엔듀로 10대가 ‘부릉 부∼왕’하며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낸다. 모두가 무슨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처럼 멋진 모습으로 라이딩을 하는데 나만 카메라 가방 하나 둘러매고 매미처럼 김종구(30·회사원)씨 뒤에 매달렸다. 일렬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선두의 수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차로를 바꾸고 간격을 유지하고 달린다. 지나가는 차들이 신기한 듯 차 창문을 내리고 쳐다본다. 어째 쑥스럽다. 남의 뒤에 매달려가는 내 꼴이…. ●꽉 잡아요 오토바이 뒤에 타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여인이 남자의 허리를 꽉 잡고 달리는 모습을 영화에서 자주 보았다. 내가 종구씨 허리를 꼭 잡기가 왠지 찜찜하다. 그래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잡았다.‘부아아아 앙∼’굉음을 내며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30분을 달렸다.“꽉 잡으세요. 올라갑니다.” 오토바이들이 좌회전을 하더니 산길을 타기 시작한다. 울퉁불퉁 오토바이가 이리저리 요동친다. 뒤에 앉은 내가 중심을 잃어 오토바이가 넘어진다. 오토바이는 ‘웽∼’ 헛바퀴가 돌고 나는 옆으로 넘어졌다. 오토바이를 세운 종구씨는 “원래는 오프로드에서는 사람들을 태우지 않습니다. 운전자와 뒤에 앉은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균형을 잡지 않으면 바로 넘어지거든요. 허리를 꽉 잡고 다리까지 제 허리를 감싼다는 생각으로 몸을 밀착시켜야 합니다.”라고 했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약간은 찜찜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는데 그의 허리를 꽉 잡고 몸을 바짝 붙일 수밖에. 일행은 이미 다들 지나가고 아무도 없다. ●천천히 가세요 입구를 지나자 폭이 1m도 안 되는 산길을 달린다. 어깨 너머로 속도계를 보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시속 60㎞가 넘는다. 흙먼지가 사정없이 날리고 바닥의 돌이 사방으로 튄다.‘왕∼앙’‘끼∼익’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으며 좁은 산길을 미친 듯이 달린다. 나무가 얼굴을 때린다. 흙먼지에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 종구씨는 속도에 원한 맺힌 사람처럼 달려댄다. ‘붕’하고 굴곡이 있는 곳을 달리자 몸이 살짝 공중에 떠 정말 떨어질 뻔했다. 사나이 체면이고 뭐고 나는 “좀 천천히…!”라고 외마디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묵묵부답. 이젠 나도 요령이 생겼다. 턱을 종구씨의 어깨에 올리고 전방을 주시하며 그와 같이 운전을 한다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여 봤다. 이제 그와 나는 한몸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산길을 내달린다.‘슝∼끽’‘왕∼앙’ 정말 이러다 오토바이가 부서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웬만한 레포츠는 맛을 봤지만 이 엔듀로의 속도감과 스릴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하다. 자동차로 시속 200㎞이상 달리는 것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달리는 것이 무섭다고 느껴지기는 처음이다.“어차피 늦은 거 천천히 갑시다.”라고 큰소리로 외치자 종구씨는 “괜찮아요. 꽉 잡고 계세요.”라며 뿌연 흙먼지를 뚫고 내달린다. ●엔듀로는 자신과의 싸움 한 시간쯤 달렸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려 하는데 너무 힘을 줘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린다.“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들 미친 것처럼 달립니까.”라고 묻자 종구씨로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저도 물론 달리면서 두려울 때가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오토바이에 오르면 다른 생각은 정말 100분의1초도 할 수 없습니다.‘나는 할 수 없다.’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 바로 우리 엔듀로 모험의 요체입니다.” 엔듀로(Enduro)는 ‘참다’ ‘인내하다’라는 뜻. 오토바이에서 가장 중요한 게 험로를 달릴 수 있는 내구성이라면, 라이더에게는 오토바이를 제어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강창석(38·금호타이어대리점)씨는 “여럿이 같이 라이딩을 하지만 서로 도움의 손길을 쉽게 내밀지 않는 것은 한 번 도와주면 계속 도움을 청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엔듀로의 정신이라는 얘기다.2&4오프로드 단장 서승영(37)씨는 “힘들고 위험하지만 뿌옇게 올라오는 흙먼지와 친구하며 엔듀로를 타고 산을 오르면 심장이 쿵쿵 뛰고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 오른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그렇다. 정말 엔듀로는 매력있다. 사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빠져 볼 만한 그런 레포츠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올 가을부터는 나도 ‘엔듀로 맨’이다. ■ ‘초보부터 선수까지’ 이렇게 배워라 오토바이를 타본 사람도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2∼3번 교육받으면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다. 산을 오르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선 선배들의 조언과 철저한 연습이 필수. 보통 1년 정도 타면 어떤 길이든 능숙하게 주행할 수 있다. 주로 동우회 정모 때 배우는 것이 좋다.2&4오프로드 동우회(www.2and4.co.kr)는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회원들 간의 교류가 많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오프로드스쿨은 없다. 다만 대한모터사이클연맹에 소속되어 있는 팀에서 자체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선수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대한모터사이클연맹(KMF)에 소속된 팀에 가입한 후 연맹에 선수등록에 필요한 준비서류를 구비하여 제출하면 정식으로 선수활동을 할 수 있다. 라이선스 취득 시 준비서류는 증명사진 2장, 주민등록등본 1통, 면허증 사본 1통, 선수등록신청서 1부이다. 비용은 국제등급 3만원, 국내A등급 2만원, 국내B등급 1만원 등이다. 엔듀로 경기대회는 보통 1년에 3∼4회 정도 개최되며 경기 참여 인원은 60∼100명 정도이며 현재 전국적으로 18개팀 정도가 활동 중이다. 문의 (02)591-0088. ■안전장비 꼭 준비하세요 비포장도로는 부상위험이 생각보다 적다. 넘어져도 흙이나 나무들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바위에 부딪히거나 바이크에 깔릴 때를 대비해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뿐 아니라 가슴 팔 다리 등도 전용 보호대를 착용한다. 손에 나는 땀 흡수나 나무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한 장갑도 필수품. 헬멧은 10만∼20만원선, 부츠는 30만원대. 레이싱 슈트는 무척 비싸다. 상의만 100만원이 넘는 제품도 많다. 상·하의 합쳐 60만원대면 무난하다. 또 중요한 것은 사고에 대비한 프로텍터. 정강이나 허리보호대는 3만원 선. 선수용으로 상체를 모두 보호해주는 제품은 70만원대. ●오토바이는 국산 125㏄ 엔듀로가 90년대 말에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제 야마하 등의 제품을 사용한다. 보통 일제는 700만∼800만원 대이므로 입문하는 사람들은 국산 중고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 좋다. 보통 100만원 전후면 입문용으로 ‘딱’이다. 오토바이 구입 전 엔듀로 동호회에 가입해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다.
  • 김유선교수 ‘30년 기업경영분석’ 내놔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분배 때문에 성장을 망쳤다’‘망할 놈의 좌파정권이 문제’‘그래서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불만이 적지 않는데 이게 웬 소리인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김유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내린 결론은 ‘기업천국, 노동지옥’이다. 김 소장이 1975년부터 30여년간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김 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 많이 번 대기업들이 돈을 안 풀어서 문제다. 대출로 경영해, 기업이 이윤을 얻으면, 임금으로 넘어가고, 이게 다시 소비와 저축으로 연결되는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신진대사가 막힌 동맥경화와 같다는 설명이다. 단적으로 우리 기업의 자기자본 비율은 49%, 부채비율은 104.2%다. 이는 미국·독일·일본 등과 같은 세계 어느 선진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동시에 영업이익률과 경상이익률은 지난 30여년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경상이익률·영업이익률이 높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김 소장은 “영업이익은 높은데 경상이익은 낮았다는 것은 빌린 돈으로 사업을 했다는 의미로 요컨대 기업 생산활동의 결과가 금융 쪽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자기자본이 충분하다 보니 금융 쪽으로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기다 부가가치율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1990년대 전반 26%가 정점이었으나 이후 계속 떨어져 2001년 19.3%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까지 23%대를 회복했다. 그런데 여기서 대기업은 24.4%까지 회복한 반면 중소기업은 20%에 머물렀다. 이를테면 ‘돈 되고 영양가 있는’ 사업은 대기업이 먹고, 중소기업은 ‘경영합리화’‘아웃소싱’이라는 명분으로 소규모 하청업체로 전락해 버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최악의 상태다. 지난해 분배율은 42.5%로 IMF 직후 정리해고 바람이 한창 불었던 1999년 41.7%를 제외하면 1977년 이래 최저치다. 특히 대기업은 3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투자도 지지부진이다.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투자자산과 부동산에 돈을 쏟고 있는 것. 외환위기 이전 기업들은 총 자산 대비 투자자산·부동산에 쏟은 비율은 6.3%,7.9%였으나 그뒤 16.2%와 11.6%로 늘었다. 사실 이런 지적은 몇 번에 걸쳐 나왔었다. 고성장의 토대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강한 연계’가 끊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소장은 “시장 원리라는 게 결국 강자독식의 원리”라면서 “결국 예전과 달리 대기업이 약탈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현재 위기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런 상황에 적절히 개입해야 할 재경부가 시장만 외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면서 “개입할 부분에서는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반시장적이어서 안 된다.’라는 말은 ‘그러면 남는 게 뭐가 있느냐.’는 장사치의 엄살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김성수기자의 마라톤 도전기] (6) 슬럼프를 떨쳐라

    [김성수기자의 마라톤 도전기] (6) 슬럼프를 떨쳐라

    ‘슬럼프를 떨쳐라.’ 지난주는 최악이었습니다. 맡은 일이 바뀌면서(체육부→경제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도무지 운동할 시간을 못냈습니다. 하루 빼먹으니까, 다음날도 빠지게 되고, 또 다음날은 일이 생겨서 쉬고, 그 다음날은 운동하기가 싫어지고…. 결국 일요일 저녁 하루 도로에서 뛴 게 전부일 정돕니다. 말 그대로 ‘슬럼프’죠.‘완주’에 도전한다고 큰 소리는 뻥뻥 쳐놨는데 슬슬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건국대 유영훈 코치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겠느냐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세요”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달리기 하기가 힘들어졌거나 싫어졌다면 대체운동을 해보라는 겁니다. 비가 오면 수영이나 자전거타기를 하든가, 가벼운 등산을 하는 식입니다. 특히 농구나 축구 등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달리기 대신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것도 슬럼프를 이겨낼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 달리는 게 지겨워지면 마음이 맞는 친구 1∼2명과 같이 뛰든가, 아니면 마라톤동호회에 가입해 여러 사람과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것도 좋답니다. ●시간주를 시작하다. 지난주엔 ‘시간주’가 처음 프로그램에 들어갔습니다.1시간 20∼30분 정도를 천천히 달리는 거죠. 거리는 상관없습니다. 도로에서 달리는 경우라면 신호등에 걸리면 멈춰도 됩니다. 단지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됩니다. 시간주를 끝마치면 본격 도로주에 들어갑니다. 목표는 10㎞. 흔히 마라톤대회에서 ‘건강달리기’라고 하는 부문으로, 왕년에 운동 좀 했다는 분들은 연습 없이도 가뿐히 달릴 수 있는 거리죠. 앞서 말씀드렸듯 시간주는 못했지만, 지난 일요일 저녁 10㎞ 도로주는 해봤습니다. 집 근처인 이촌동 한강둔치의 도로를 출발해 동작대교→반포대교→한남대교까지 갔다 돌아오는 코스죠. 왕복거리는 12㎞였고, 시간은 1시간10분 남짓 걸렸습니다.10㎞가 목표였지만 중간에 정확히 5㎞지점을 찾는 게 불가능해 그냥 한남대교 밑까지 뛰어갔다가 왔습니다. 절반 정도 달렸을 때 다소 지쳤지만, 그 이후는 오히려 달리기가 편해지더군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딴 데 있었습니다. 웬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인라인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부터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어두워져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부딪히지 않으려고 신경쓰는 게 더 일이더군요. 어쨌든 지난주에는 심하게 ‘땡땡이’를 쳤으니 이번주부터는 제대로 연습할 생각입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장 폴 크루아제 지음

    “기상이변은 없다!” 전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를 걱정하는 요즘,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환경전문 기자인 장 폴 크루아제가 쓴 ‘사막에 펭귄이? 허풍도 심하시네’(문신원 옮김, 앨피 펴냄)는 전세계인의 근심사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문제를 과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역사적·정치적·사회적인 관점에서 샅샅이 뒤집는다. 저자는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현재 과학자와 생태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담론의 적절성 혹은 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100년간 지구 대기의 평균 기온 상승치는 0.6도.“지구가 정말 뜨거워지고 있냐.”는 질문에 저자는 “아주 약간”이라고 답한다. 올 여름에도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한 ‘수십, 수백년만의 폭염이나 폭우’는 온실효과가 없었던 옛날에도 이미 수차례 나타난 적이 있었던 만큼 기상이변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해마다 변하는 기후현상에 호들갑을 떨면서 ‘기후 대재앙’으로 몰고갈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세로 기후변화의 해로움과 이로움을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지키지도 못할 ‘교토의정서’ 대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도 흥미롭다.95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깔깔깔]

    ●심부름 눈보라가 휘날리는 몹시 추운 겨울밤. 제과점 주인이 가게 문을 닫으려는데 한 남자가 와서는 스위트롤 두 개를 달라고 했다.이런 날씨에 고작 스위트롤 두 개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제과점 주인에게는 놀랍기만 했다. 빵을 포장하면서 제과점 주인은 남자에게 물었다. “결혼했나요?”그러자 그 남자가 하는 말. “물론이죠. 이렇게 날씨가 궂은 밤중에 자식을 심부름 내보내는 어머니가 어디 있겠어요?”●피장파장 외출을 앞두고 아내가 브래지어 고르는데 시간을 끌자 남편이 투덜댔다. “당신은 가슴도 작으면서 웬 브래지어야? 별로 표시도 안 나는데 그냥 가지.” 남편의 말에 화가 난 아내가 흘겨보며 말했다. “내가 당신이 팬티 입는다고 뭐라고 한 적 있어요?”
  • 서기원 前서울신문사장 별세

    서기원 前서울신문사장 별세

    소설가이자 전 서울신문 사장을 지낸 서기원(75)씨가 3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했다. 1930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중학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졸업은 하지 못했다.1956년 동화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이후 서울신문 주일특파원,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73년부터 공직에 몸을 담아 경제기획원 대변인,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 등을 맡았다. 이어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KBS 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한국신문협회장,‘문학의 해’조직위원장,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언론계와 문화계를 이끌어왔다. 소설가로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56년 ‘현대문학’에 단편 ‘암사지도’를 발표, 이듬해 소설가 황순원씨의 추천으로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데뷔작과 함께 ‘오늘과 내일’(60년) ‘잉태기’(60년) ‘이 성숙한 밤의 포옹’(61년) 등을 발표할 때까지는 전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가치관의 혼란, 세태와 풍속 등을 주로 그렸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근대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정치ㆍ사회의 변화상과 사회적 비리 등을 강하게 풍자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혁명’(64년) ‘조선백자 마리아상’(71년), 단편 연작 ‘마록열전’(71년) ‘왕조의 제단’(82년),‘광화문’(94년) ‘징비록’(96년) 등이 있다.91년 KBS 사장으로 재직시 평소 즐기는 취미인 낚시 이야기를 수필집으로 엮어 ‘물따라 고기따라’를 펴내기도 했다. 현대문학상(60년), 동인문학상(61년), 한국문학상(75년), 은관문화훈장(96년), 대한민국예술원상(2004년) 등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현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언론계와 문단의 후배들이 줄줄이 고인을 방문, 술자리를 나눌 정도로 포용력과 인간미를 갖춘 이 시대의 지성인이었다. 유족으로는 성기원 여사와 3남1녀.3남 동철(현 사업기획부장)씨가 서울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고인의 뒤를 잇고 있다. 장남 동준씨는 미국 연방기상청 책임연구원으로, 차남 동한씨는 도시공영 이사로, 사위 조일영씨는 교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02)2072-2016. 발인 2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북 옥천 선영.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소설가 이호철의 추모사 서기원 형. 서기원 인(仁)형. 지금 이 시각 저는 지난 50년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노상 스스럼없이 익숙하게 불러왔던 이 호칭을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진정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 섞어 당신을 향해 부릅니다. 어찌 하루 사이에 별안간 형과 나 사이가 이승과 저승 사이로 이렇게도 멀어질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제 이 시각을 끝으로 그렇게 늘 익숙했던 그 호칭,‘기원 형, 기원 형’ 호칭을 이제부터 그 어디에서도 이전처럼 쓸 수가 없다는 이 크나큰 상실감을 대체 무엇으로 채울 수가 있단 말입니까. 몇년 전 황순원 선생과 신동문 형 등 50,60년대 그 어렵던 명동시대를 살았던 선배 동료들이 줄줄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만 이제 서기원 형,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고 보니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제 몸뚱이의 어느 반쯤이 뎅겅 잘려나가는 듯 갑자기 싱숭해지지 않을 수 없고 새삼 우리 주위를 휘둘러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것은 1957년 폐허 속 명동의 돌체 다방이었지요. 시인 박시진의 소개로 형과 첫 대면했을 때, 첫 악수를 나눴을 때 형의 그 따뜻하고 기품 있었던 손아귀의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도 선연하게 떠오르고 약여(躍如)하게 느껴집니다. 그때 형은 26세로 동화통신사에 몸담고 있었으며 저는 24세였습니다. 그 뒤로 거의 매일 저녁 술타령이었지요.4·19,5·16 같은 시대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도 우리 사이는 별 상흔 없이 이어졌습니다. 형은 언론계에 몸담으며 서울신문 주일특파원으로 혹은 서울신문 사장으로,KBS사장으로, 관계에까지 뻗으며 활동무대가 넓어져 갔고, 저도 저대로 소위 재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찰서 유치장으로 혹은 구치소를 드나들기도 하였습니다. 웬일이었을까요? 우리는 그 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50년대에 처음 만났던 그 피차의 인연만은 깊이, 끈질기게 이어올 수가 있었지요. 우리 사이는 본원적으로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죠. 우리 사이에는 바로 문학이 있었던 것입니다. 서기원 형. 서기원 형. 바야흐로 형을 영겁의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저 1957년 명동의 널찍했던 그 지하다방에서 처음 형을 만났을 때의 그 드물게 예쁘고 균형잡혀 있던, 무척 품위있게 생겼던 그 당신의 손, 열 손가락과 그 손톱 끝까지 새삼 절절하게 떠올리고 있습니다. 아픔으로, 그리움으로 떠올리고 있습니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가시길 손모아 빌면서….
  • 특색있는 수영장 베스트5

    특색있는 수영장 베스트5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삼복 더위에 아이들과 집에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지만 생각나는 곳은 수영장뿐. 그렇다면 수영장도 컨셉트에 맞춰 골라가는 것이 센스다. 온천과 수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찜질방과 수영장이 결합된 곳,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곳 등 수영장도 각양각색이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기 전, 나들이 컨셉트를 생각하며 수영장을 정해보자. 알찬 휴식이 될 것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찜질방은 겨울에만 간다고? 그건 찜질방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다. 요즘은 찜질방도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마치 리조트를 연상케 할 정도다. 실내수영장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도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장난하고 어른들은 땀 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이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격 아닌가. (1) 튜브 가지고 찜질방으로 자유로를 타고 임진각으로 가다 보면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아스클 리조트(031-955-5055)를 만날 수 있다. 아스클을 보통 찜질방으로 생각하면 오산. 입구의 풍경부터 다르다.‘아니 찜질방에 웬 튜브를 갖고 오나?’는 생각으로 들어서면, 그 다음은 신발장 번호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신발장 번호가 2000번까지 이어진다! 수영장은 아스클의 중심에 있다. 유아들을 위한 풀, 물이 흐르는 유수풀, 성인풀 등 모두 3개. 몸을 데울 수 있는 조그만 탕도 별도로 있다. “준이가 오빠니까 동생하고 놀아. 그리고 아빠 찾으려면 이벤트 홀이나 불한증막으로 와. 잘 놀고 있어.”라며 아빠 엄마는 돌아선다.“오래간만에 둘만의 시간이네.”한증막에서 낮은 목소리로 아내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들이 많이 눈에 띈다. 머리를 타고 가슴까지 흐르는 땀. 일주일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1시간이 지나도 녀석들이 오지 않는다. 첨벙첨벙 물속에서 노느라고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자 이제 나가자.”라는 부모의 성화에 더 놀겠다고 버티는 아이, 아예 누워서 우는 아이도 있다. 부모와 아이들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흔치않은 곳이다. 또 주말마다 이벤트홀에서는 노래자랑과 가족대항 림보게임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피트니스센터, 게임방, 노래방,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카페,DVD에 홈시어터 시스템까지 설치된 모임방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는 복합 공간이다. 수영장과 찜질방을 이용하는데는 성인 1만원, 소인 8000원. 또 평일 오전 10시까지는 조조할인 요금을 적용해 50%까지 저렴해진다.www.ascle.co.kr (2) 월드컵 경기장의 스포랜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내 쇼핑몰에는 4000여평 규모의 찜질방과 스포츠센터를 갖춘 스포랜드가 있다.2000평의 찜질방에는 4개의 남녀공용 찜질방과 PC방, 영화관, 헬스장 등이 있다. 또 스포츠센터에는 최신 설비의 정수기능을 갖춘 7레인 25m 규격의 수영장과 워터 슬라이더와 버블배스 등 놀이시설을 갖춘 유아용 풀 등이 있다. 월드컵 쇼핑몰에 있어 주말에는 주차하기가 좀 힘들다. 때문에 서둘러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다. 토요일 12시부터 오후 2시,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다. 어른 8000원, 아이 6000원.(02-302-7002) (3) 목동 청학스포츠랜드 원래는 오래된 실내수영장이었는데 리모델링을 해 수영장 가장자리에 찜질방을 마련해 놓았다. 찜질방에서 수영장을 가기 위해 올라가거나 내려갈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바로 물에 뛰어 들면 된다. 황토, 자수정, 소금 등 테마 찜질방과 눈이 내리는 얼음방이 있으며 대리석으로 만든 휴게실을 갖추고 있다. 수영장은 25m레인을 4개나 갖추고 있고 물도 첨단 오존 필터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아쉬운 것은 아이들 전용 수영장이 없다는 점. 연중무휴이며 24시간 운영한다. 어른 8000원.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다.(02-2643-3581) 이밖에 김포 황토옥천탕(031-989-8925,www.hwangtook.com).시흥 귀빈사우나(031-491-0832)는 야외에 수영장을 갖추고 있어 가족끼리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 (4) 노릇노릇 삼겹살이 익어가는 아이들의 천국 80년대 부모님 손을 잡고 야외 수영장을 갈 때면 휴대용 버너와 삼겹살은 필수품이었다. 물 속에서 한참을 놀고 돌아와 막 지어낸 따끈따끈한 밥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을 얹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정말 꿀맛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야외수영장에서 취사는 물론,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까지 금지되면서 이런 일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수영장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돈도 돈이지만 맛도 없고 불결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주는 옛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려주는 서울 근교의 가볼 만한 수영장들을 찾아보았다. 서울에서 가장 큰 야외수영장을 꼽으라면 태릉에 있는 워터캐슬(02-971-0743)을 들 수 있다. 워터캐슬은 1만 5000여 평의 규모로 소나무숲 속에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수영장이 아니라 물의나라, 숲의나라, 꽃의나라 등 세 가지 테마로 꾸며진 테마파크다. 수 십년된 소나무들이 즐비한 숲이 잘 가꾸어져 있어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나무 그늘에 돗자리만 펴면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숲의나라에서는 그늘막이나 텐트 등을 설치하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 놀러왔다는 주부 민성신(38·서울 종로)씨는 “일단 소나무 숲이 마음에 들고 이렇게 밥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다.”며 “옛날 생각도 새록새록 난다.”고 감탄한다. 이렇듯 이곳은 수영도 하고 온가족이 함께 음식도 해먹으면서 여름나들이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어린이 놀이터, 미니 동물농장, 야생화체험장도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에도 그만이다. 워터 슬라이더와 오픈형 하이 슬라이더에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으며 200 여개의 무료 선탠베드, 냉·온수 샤워시설, 파우더 룸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1만원에 3∼4인용 텐트를 대여해준다. 어른 주중 7000원 주말 9000원. 태릉의 육군사관학교와 서울여대를 지나서 있다.www.easterncastle.co.kr (5) 수영장에서 야영을 경기도 광주에 있는 금원농원(031-762-3702)은 좀 특별한 수영장이다.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수영장은 전국에 이곳밖에 없다. 수영장 바로 옆 2000여 평의 소나무 숲에서 돗자리를 펴고 삼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취사도 가능하다. 화장실, 음수대, 샤워실 등이 갖춰져 있다. 매점도 있지만 아이스박스에 먹을거리를 준비해 가는 더 좋다. 10만여평의 농원에 운동장, 어린이 놀이터, 자연학습장, 산책로, 사슴목장 등을 갖추고 있어 복잡한 피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입장료는 어른 8000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자는 데는 1만원이 든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에서 빠져 팔당댐 방향으로 20여분쯤 가거나, 미사리에서 팔당대교를 건너지 말고 새로 난 길로 계속 직진하면 된다. 이밖에 서울에서 가까운 고양시 풍동에 있는 YMCA 일산수영장(031-901-2796)은 지정된 취사지역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위쪽에 골프연습장이 있어 연습장 그물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수영장 수심이 낮아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게 장점. 일산 백마역 부근 애니골에 위치하고 있다. 어른 8000원, 어린이 5000원. 경기도 여주군 장흥면 일대에 있는 야외수영장들은 모두 취사가 가능하다. 장흥유원지 안에 있는 로얄 수영장(031-826-5471)과 오뚜기 수영장(855-2022)의 경우 수영장 바로 옆에 쳐져 있는 천막에서 취사가 가능하다. 유아풀이나 간단한 미끄럼틀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있어 가족나들이로 제격이다. 수원 팔달구 원천유원지내에 있는 파도수영장(031-214-8866)은 최신식 워터파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파도풀, 유수풀, 워터슬라이더 등을 갖추고 있고 주변에서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다. 경부선 신갈IC에서 나와 수원시내로 가는 길에 원천유원지 푯말이 보인다. ■ 여름날 하루라도 머물고 싶은 스파캐슬 친절한 스파캐슬씨에게 저멀리 서해안 파도가 헐떡이고 있었소. 수덕사 초입 기념품가게 아낙도 부채질에 그만 짜증나 정자에 누워 잠들었소. 예당저수지, 그 물결도 연신 혀를 내밀며 그늘로 잦아들고 있었소.45번 그 좁은 포도 위로 작열하는 태양… 에어컨 빵빵 틀어놓아도 아무 소용없는 차안, 그냥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는 땀… 아! 누가 피서 가자고 말하였소? 오후 3시. 서울서 쉬엄쉬엄 2시간거리에 있는 충남 예산 덕산 스파캐슬로 가는 길… 바깥풍경은 그야말로 불친절한 더위로 헉헉대고 있었소. 갓 개장을 한 탓에 해미IC에서부터 당신이 친절하게 붙여놓은 이정표에 사실 어느 한사람 대놓고 말하진 않았어도 ‘친절한 스파캐슬씨’에게 속으로 매우 고마워하고 있었소. 특히 우리 식구는 덕산온천은 처음이라 낯설었소. 땡볕에 말은 아꼈지만 그 임시표지판은 참으로 초행길을 부드럽게 안내해줬소. 서둘러 개장한 탓에 곳곳이 공사중인 어수선한 분위기가 미안했던 당신인지라 땀으로 범벅된 우리를 해맑은 미소로 맞이하며 짐을 풀도록 도와주었소. 너무 더워 짐을 풀자마자 우린 실내스파로 향했소. 천천향(天泉香)으로 명명된 테마별 스파시설은 여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했소. 평균 온도 49도를 유지하는 온천수는 약알칼리성 수소탄산나트륨형 단순천으로, 게르마늄이 함유된 온천공 2개를 보유하고 있다해서 그런지 부모님과 함께 못온 것이 못내 아쉬웠소. 특히 부인병, 피부병, 류머티즘, 세포재생 촉진, 피부미용 등에 좋다는 말에 더더욱 가슴을 쳤소. 천장에 수놓은 별자리들을 보며 수치료 전문 시스템을 갖춘 바데 풀을 중심으로 유러피언 스파를 비롯한 풋 스파와 키디 풀, 유스 풀 등 각종 이벤트탕에서 몸을 풀고 있노라니 정말 잘 왔다 싶었소. 중앙에 달린 대형스크린에서 방송되는 콘서트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덤이었소. 막힌 공간을 싫어하는 탓에 다 이용해보진 않았으나 산소방, 황토숯방 등 테마찜질방 사랑채도 달려있어 피로와 스트레스 풀기엔 제격인 듯싶었소. 주변 편의시설로 카페테리아는 물론이고 릴랙스뮤직룸, 수치료 상담실, 가져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가든 등은 여느 곳과 비교할 만한 듯했소. 그리고 9월에 개장할 노천스파나 워터레이, 써니레이, 워터슬라이드, 토렌트 리버 등은 온가족이 사시사철 즐길수 있는 휴양지로 손색이 없다 생각들었소. 더욱이 숙소에서 그 현장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유쾌한 일이었소. 600년 역사의 덕산 온천의 새 명소로 떠오를 덕산 스파캐슬씨. 인근에 추사고택, 수덕사, 예당 저수지는 식후 산책겸 아이들의 체험학습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볼거리라 생각했소. 참, 또 하나. 9월 노천스파 개장 이전에 방문하면 스파 이용권(일일 48,000원)을 일반인들에 30% 할인 해 준다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이들에겐 더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소. 여느때면 휴가를 바다로 갔다 해수욕하는 지, 더위를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짜증만 났었겠지만, 올 여름은 정말이지 살갗도 안태우고 제대로 피서를 즐긴 듯 하오. 여름엔 만사가 귀찮아지는 내 체질엔 덕산 스파캐슬씨가 찰떡궁합인 듯 싶었소. 몸도 가뿐하니 그동안 내 몸을 떠돌던 일상의 무게도 눈 씻은 듯 사라진 듯 싶소. 아이들도 돌아오는 길에 언제 다시 가냐며 보채기까지 했소. 허허... 1박만 하고 돌아오는 길이 못내 아쉬웠지만 당신이 희망했던, 생애 단 하루라도 머물고 싶은 곳이 되어 버렸소. 그렇소. 우린 어느새 스파캐슬(www.spacastle.com)씨에 푹 빠져 버린 것이오. 그 뽀송뽀송한 하루... 정말 잊지 못하게 쿨~했소. 다음에 갈땐 스파캐슬씨를 세놓고 놀 것이라오. 그럼 이만 총총.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한국에서 가장 큰 개「용(龍)」전하

    한국에서 가장 큰 개「용(龍)」전하

    거인들과 함께 사는 견공의 현주소 체중 62kg, 키는 1미터 20센티, 비원(秘苑)안 김일(金一)도장의 한 식구 우리나라에서 제일 몸집이 큰 거인들이 모여 사는 곳엔 집 지키는 개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등치가 큰 거구였다. 숲이 무성한 서울 종로구 와룡동 1번지 비원(秘苑) 속 깊숙이 자리잡은「프로레슬러」김일도장의 선수들 숙소인 신선원전을 버티고 있는「용」이 그 개 이름. 몸무게 62kg, 키 120cm의 수컷. 송아지하곤 비교가 안된다.「프로·레슬러」홍무웅씨가 주인이다. 천규덕, 박송남, 박성모 등 체구가 당당한 23명의 김일도장 선수들의「보디·가드」이기도 하다. 이름처럼 용같이 빠르고 힘이 장사란다. 하루 한 끼의 식사(?)는 쇠고기 4근이 모자라는 선수 한 끼의 식사와 맞먹는 대단한 식욕이다. 종자는 토사견으로 우리나라에선 2번째 가는 싸움꾼이다. 지난 9월 사직공원에서 열린 전국 투견대회에 나가 전국에서 뽑힌 1백여 마리의 토사견과 겨뤄「챔피언」「삼손」에 27분만에 TKO를 당하기는 했지만-. 한 마리 덤얹어 7만원에 사들인 것,「레슬러」들과 함께 훈련도 하고 「삼손」은 그 당시 역시 홍무웅씨의 소유였었다.「삼손」을 어렸을 때부터 키워「챔피언」을 만든 홍선수였다. 투견대회가 열리던 날 홍선수는 상대편인 이「용」에게 매력을 느꼈다. 우선 힘이 세고 훈련을 잘 시키면 곧「챔피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다. 그래 소유자였던 김모씨에게 또 다른 개 한 마리를 덤으로 주고 7만원에 사들였다. 농구공만한 크기의 머리에 털 색깔이 누런 이「용」에 대한 훈련을 시켰다. 내년엔 가장 무서운 싸움꾼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컹」하고 짖어대는「폼」이 사자같고 한 번 짖는 소리가 온 비원을 진동시킨다. 이 개가 처음 신선원전에 들어온 후 담 너머 주민들은 웬 괴수가 나타난 줄 알았다는 얘기들이다. 무뚝뚝해 꼬리 한번 흔들지 않지만 23명의 주인들은 냄새만으로도 잘 구별한다. 아침 6시면「레슬링」선수들과 함께 비원 뒷동산에서 훈련을 함께하다 중량급 선수가 개줄을 허리에 감고 잡아다녀도 힘자랑은 개가 더 세단다. 거뜬히 끌고 나간단다. 2m의 담을 뛰어 오르는 재주꾼이기도 하다. 신선원전에서 2백m쯤 떨어진 도장에서 하오 3시부터 선수들 운동시간이 시작되면 돌아오는 6시까지 혼자 숙소를 지킨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신선원전, 하오엔 큰 집에서 쇠창살이 세로 난 울안에서 엎드려 햇빛을 즐긴다. 선수들이 연습하는 걸 구경하러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관람을 오는 동네 꼬마가 있는데,「용」군은 이 꼬마와 각별히 친하게 지낸다. 꼬마를 바라보는「용」의 눈은 보통 때와 달리 아주 자비롭고, 꼬마니까 봐준다는 식의「포즈」를 취한다.「용」이라는 이름의 음을 따라「용용죽겠지」하며 놀려도 용은 거견(巨犬)답게 이순(耳順)의 경지를 보여준다. 거구의 선수들이 돌아오는 날엔 거구가 우습게「용」은 좋아 날뛴다. 선수들 또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개가 아니면 어디 여기에 합당이나 하냐는 얘기들이다. 엎드려 있는「폼」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 나오는 모습과 흡사하다. 거구답게 의젓하다. 한데 1년에 두어 번 다녀가는 김일선수만은 알아보지 못한다.『거물들의 우두머리(?)를 몰라보는 고얀 놈』이라는 얘기다. 밥은 한 톨 안주고 고기와 뼈를 먹이는데 쇠고기는 씹지도 않고 그냥 꿀꺽 식은 죽 먹기다. 김일도장은 지난 65년 12월 김씨가 일본에서 돌아와 비원 안에 도장을 차렸다. 일정 때 지은 건물에 지금은 23명이 알통을 키우고 있다. 유리창이 깨져나가 엉성한 건물이지만 웃통을 벗고 땀을 흘리는 선수들은 말 한 마디 없다. 공기 좋고 인적 드물어 운동하기엔 가장 좋은 장소라고 모두 자랑들이다. 도장에서 북으로 좀 떨어진 더 깊숙한 곳이 신선원전, 선수들의 숙소다. 방 4개에 옛날에는 궁중에서 썼을 집이 마당엔 빗질이 깨끗하다. 홍무웅선수가 숙소 책임자다. 선수들도 개도 전부「자이언트」들, 그야말로 얼씬하지 못하는 거구들의 집. <최광일(崔光一) 기자> [ 선데이서울 68년 12/8 제1권 제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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