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해임권 있다” 금리인하 압박… 美내 여행 제한도 검토
웨스트버지니아 뺀 49개주 전역 확진자 영국·아일랜드도 입국 제한 국가에 추가
증시 9% 폭락 하루 만에 9% 폭등 ‘널뛰기’ 18일 FOMC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커
NBA·NHL·MLS 중단 등 사회 기능 ‘스톱’ ‘2차 감염 우려’ 트럼프는 음성 판정 받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포하고 필요하면 미국 내 여행 제한도 검토하겠다고 추가 대응책을 내놨다. 이번 비상사태 선포는 지난해 2월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 배정을 놓고 민주당과 극심한 갈등을 겪던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의회 동의 없이 400억 달러(약 48조 7000억원)가 넘는 재난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가 추가적인 대응책과 경기부양책을 예고하자 대폭락을 거듭한 뉴욕 증시는 이날 하루 만에 9% 급반등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985.00포인트(9.36%) 상승한 2만 3185.62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9.28%, 나스닥지수는 9.34% 올랐다. 이는 전날의 9%대 폭락 이후 하루 만에 폭등세를 연출한 것이다. 이날 상승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연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질타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해임 권한’까지 거론하면서까지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 그 권한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른 국가들은 우리의 연준보다 훨씬 더 과감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연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파격 인하한 바 있다. 이로써 연준의 기준금리는 1.00~1.25%로 낮아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최소 0.75%, 최대 1.00% 포인트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단행돼 ‘제로금리’를 찍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트럼프의 비상사태 선포 배경은 미국 코로나19의 기세가 워낙 맹렬해서다. 지난 1월 21일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53일 만에 웨스트버지니아주 단 1곳을 제외한 49개주 전역에서 확진환자가 나왔다.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9시 기준 확진환자 2816명, 사망자 58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앞서 유럽발 입국 제한 때 제외했던 영국과 아일랜드도 입국 제한 국가 리스트에 올렸다.
지역사회 감염 공포가 확산되면서 미국인들은 외출을 삼가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등 사회적 활동과 평범한 일상이 거의 멈춘 상태다. 대다수 상점이 문을 닫은 가운데 마스크, 휴지, 손소독제와 비상식량을 구하려는 소비자들만 대형마트에 몰렸다. 미 정치의 상징인 백악관과 의사당, 대법원이 일반인 투어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JP모건,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등이 재택근무나 분리 근무 등에 들어갔다. 미국프로농구(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미국프로축구(MLS) 등 스포츠 경기도 모두 시즌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공연예술의 심장부인 뉴욕 브로드웨이는 다음달 12일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했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아이콘이라 할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디즈니랜드도 이달 말까지 문을 닫는다. 폴리티코는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의 삶에 적응하는 것을 배우는 가운데 미국이 셧다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2차 감염이 우려됐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