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월성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세부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촉진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선조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몸매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20
  • [원전이 불안하다] 원전, 11년새 95회 가동중단…운영·정비·부품 ‘부실 三災’

    [원전이 불안하다] 원전, 11년새 95회 가동중단…운영·정비·부품 ‘부실 三災’

    원자력발전의 잦은 고장 탓에 최근 11년간 4400억원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혈세가 그만큼 허투루 샌 것이다.한국전력은 값싼 기저전력(발전단가가 낮은 전기)인 원전이 멈추면 대신에 화력발전 등 비싼 전력을 구입해 공급할 수밖에 없다. 원전의 가동 중단이 전기요금 인상의 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잦은 고장도 체계적인 관리 부족과 무리한 운영에서 비롯된 만큼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02~2012년 국내 원전이 고장으로 가동 중단된 경우는 95건이며, 가동 정지 일수는 총 573일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한 달 평균 30여억원, 총 4463억원으로 파악됐다. 발전소별로는 ▲울진 1호기가 7건에 1118억원으로 가장 많은 손실이 발생했으며, ▲영광 1호기 4건에 439억원 ▲울진 2호기 4건에 438억원 ▲고리 2호기 7건에 208억원 ▲울진 3호기 8건에 196억원이고 ▲나머지가 65건, 2064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 29일 경북 경주의 월성 1호기가 올 들어 4번째 고장으로 발전 정지됐다. 앞서 울진 2호기가 고장으로 정지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지난 2일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동시에 고장 난 데 이어 이달에만 4번째 고장이다. 한수원은 이번에도 “0등급 사고라 방사능 유출 등 위험은 없다.” “부품이 200만개라 고장은 원래 있는 것이다.”라고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지난 10년 동안 8차례 고장을 일으켰는데, 이번 고장까지 포함해 절반인 4차례가 모두 올해 발생했다. 1월에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 문제로 발전이 정지됐고, 7월에는 정비기간에 발전이 정지됐다. 지난달 16일에도 정상운전 중 발전기의 여자변압기 고장으로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됐다. 월성1호기는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29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동안 계획예방정비를 거쳤다. 정비를 마친 지 석 달 만에 2차례나 고장이 났다는 것은 운영에 이어 정비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는 방증이다. 실제 70~78일간 예방정비를 받던 고리 3호기와 영광 1호기가 각각 31일과 28일간만 예방정비를 받는 등 예년과 달리 전력수급 차질을 이유로 최근 원전 예방정비기간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두 달이 넘던 예방정비 기간을 한 달로 줄였다.”면서 “전력수급 부족으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예방정비 기간 축소가 부실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30년간 축적된 정비기술이 있기 때문에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반론할 수 있지만 원전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 정비기간 축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허술한 부품관리 체계도 지적됐다. 대부분의 원전 가동중지가 부속부품 고장으로 인한 것이지만 사전검사는 일부 핵심부품에 한해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했던 원전사고 14건(시운전 원전 포함) 중 부품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횟수는 지난 7월 영광 6호기와 지난 8월 신월성 1호기, 지난 2일 신고리 1호기 등 모두 7건에 달했다. 그러나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에 부품 200만~300만개가 들어간다.”면서 “부품이 많아 작은 문제만 생겨도 멈춰 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특성상 사전에 막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부속부품에 대한 사전검사 강화와 부품신뢰도 향상이 잦은 고장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환 포항공대 기계과 교수는 “원전 가동중지의 대부분 원인은 부속부품 고장”이라면서 “한수원은 부품 이력관리와 신뢰도 향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화된 부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런 부품 간의 간섭이나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원전 가동중지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지나치게 높은 가동률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전력난으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예방정비 시간이 짧아지고 원전의 스트레스가 높아져 고장 발생 위험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한국 원전 가동률은 프랑스 등 대표적 원전 운영 국가들의 가동률(60~75%)보다 높은 90% 수준으로 나타났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원전을 전력공급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운영한다면 위험하다.”면서 “현재 같이 발전소를 풀가동하는 수준에서는 원전의 빈번한 고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와 한수원이 성과 위주의 직원 평가를 안전성 평가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등 안전 최우선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수명 논란’ 월성 1호기 또…

    30년의 설계수명이 다음 달 20일 종료되는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 발전이 정지됐다. 수명연장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전이 정지하면서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29일 오후 9시 39분쯤 월성 1호기가 터빈 정지 신호가 발생, 자동으로 발전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월성원전 측은 “월성 1호기에 이상신호가 들어온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현재 발전기만 정지됐을 뿐 원자로는 출력 60%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특별한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월성 1호기 발전능력은 67만 8000㎾ 규모로 1년 발전량은 약 50억㎾h이다. 월성 1호기 발전이 중단된 것은 올해 세 번째다. 지난 7월과 9월에도 각각 터빈 이상 등으로 인해 자동으로 발전이 정지된 바 있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원자로가 제대로 돌아가면서 증기를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자로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압중수로인 월성 1호기는 올해 11월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된다. 현재 한수원 측이 안전위에 10년 수명연장을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안전위는 다음 달 중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발전 정지로 결정 시기 및 허가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창순 안전위원장은 “법으로 규정된 연장허가 기간인 11월 20일이 지날 경우 월성 1호기 가동 자체를 멈추고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뉴스 WHO] “원전 해체기준·근거 수립… 내년초 시스템 구축 완료”

    [뉴스 WHO] “원전 해체기준·근거 수립… 내년초 시스템 구축 완료”

    “낡거나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의 폐쇄 또는 해체가 국내에서도 당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적처럼 우리는 구체적인 근거나 계획이 없습니다. 경험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연구해 해체 기준과 근거를 수립하는 중입니다. 1기를 폐쇄하는 데 5000억~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년 초에는 법제화를 포함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될 겁니다.”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안전위는 원자력 발전소 관리·감독 및 운영 허가 등 규제, 방사성물질 관리, 핵 안보 및 비확산 등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독립기구다. 강창순(69) 원자력안전위원장(장관급)은 24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정치적 고려 없는 과학적 근거와 기술적 판단에 따른 원자력 안전 확보”를 강조했다. 강 위원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안전위 출범 이후 공교롭게도 국내 원자력계는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상황에서 서울 월곡동 도로포장재 방사능 오염 사건, 고리 1호기 고장 은폐 사건, 경주 방폐장 부실 설계 논란 등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강 위원장은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안전위가 출범한 덕에 그나마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고리 1호기 고장 은폐 사건에 대해서는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 의식 결여는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유지를 자율에 맡겨 왔지만 이런 정책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성과 중심의 조직관리를 안전성 중심으로 바꾸고 발전소장 등 주요 보직도 그런 기준에 맞춰 임명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에 대해서는 “11월로 예정된 운영 허가 만료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심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설계수명 이후에 안전성이 확보되는지가 최우선이고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허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30년의 설계수명이 다음 달 만료된다. 현재 한수원이 안전위에 10년간의 운영 연장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강 위원장은 규제기관의 권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그는 “안전위는 사업자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 조직이 아닌, 전문성을 가진 원자력계의 경찰과 같은 조직”이라며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규제 기관이 기술적 판단을 내리면 이견이 전혀 없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위 내부에서 일어난 모든 결정과 토론 절차 등은 토씨 하나까지도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강창순 위원장 약력 1943년생/서울대 원자핵공학과/매사추세츠공과대 박사/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한국원자력학회장/(현)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국제자문위원/(현)방사성폐기물안전협약의장
  • 연세대 등 4개大 수시 논술로 본 2013학년도 경향·대비법

    연세대 등 4개大 수시 논술로 본 2013학년도 경향·대비법

    6~7일 서울 소재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동국대 등 4개 대학의 수시 논술시험이 치러지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입수학능력시험 이전에 치러지는 1차 논술시험이 모두 마무리됐다. 입시전문 학원가에서는 수능 전 논술을 치른 이들 4개 대학의 출제경향이 교과서와 EBS 수능교재에 실린 지문을 활용하는 등 지난해와 달리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입 논술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으로는 대비하기 어려울 만큼 고난도의 문제와 지문을 출제한다는 불만을 대학들도 의식한 것 같다.”면서 “수능 이후 논술을 치르는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과거에 출제된 대학별 논술시험의 경향과 앞서 올해 치러진 2013학년도 논술시험의 출제내용을 분석해 자신이 지원한 대학에 맞는 맞춤형 논술 대비법을 알아보자. 2013학년도 대입 논술을 치른 대학들의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그동안 대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제시문과 생소한 단어, 고난도 수리문제 등을 출제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등 논술시험을 치른 대학들은 출제과정에 현직 고교 교사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켜 난이도를 고등학생 수준에 맞게 조절하고,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강화했다. 인문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이번 논술고사에서 사용한 지문이 모두 교과서 또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한 것이라서 지문의 난이도는 예년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면서 “문제 또한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것이라서 학생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연계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교사 역시 “문제 구성에서 고교 교과과정 수준에서 출제했으며, 특히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정의나 기본 개념을 충실히 공부했다면 잘 풀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앞으로 남은 다른 대학의 논술시험 역시 고교 교과서의 지문을 제시문으로 활용하거나 수업시간에 한번쯤 들었을 익숙한 용어와 개념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문화주의’ ‘관용’ 등의 주제는 수업시간에 많이 인용되는 주제로 이를 이용해 지원자들의 통합적 사고력, 이해력 등을 평가하는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는 주요 대학 가운데 일부가 인문계열 논술시험의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영어지문을 제시하지 않기로 해 수험생들이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경희대·숭실대·한국외대는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지만 동국대·서울시립대는 영어 제시문을 제외했다. 영어 지문이 제시되더라도 주석을 통해 어렵거나 새롭게 생겨난 어휘의 뜻풀이를 해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반적인 문장 해석 능력만 갖추면 된다. 지난 6일 수시2차 논술전형을 치른 동국대는 인문계 논술에서 영어지문을 빼고 교과서 내에서 지문 한 개를 출제했다. 이화여대는 인문계 논술에 영어 제시문을 포함한 4개의 제시문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출제하는 등 논술시험과 고교 교과과정의 연계성을 높였다. 그동안 변별력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였던 대학 논술고사에서 교과서 속 지문이 4개 이상 출제된 경우는 없었다. 인문계열에서 출제된 다문화주의, 관용, 전통과 과거, 소득불균형 등에 관한 제시문이 모두 교과서 내용이거나 수업시간에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어서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더욱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능 전 치러지는 논술고사가 막을 내리고 이제는 다음 달 8일 수능 이후 예정돼 있는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비할 때다. 10~11일에는 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경희대·숭실대 등이, 18일에는 고려대·한양대·한국외대·숙명여대 등이 논술시험을 치른다. 올해 수시모집 논술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시험시간이 줄고 문항 구성을 변형한 것이 특징이다. 고려대는 지난 6월 치른 2013학년도 모의논술고사에서 시험시간을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줄였다. 문제 수도 기존 3문제를 2문제로 조정했다. 지난 7일 논술을 치른 이화여대도 시험시간을 100분으로 줄였다. 지난 5~6월 치러진 각 대학의 모의논술과 같이 논술 주제는 시장과 정부, 다문화주의, 대의민주주의, 타자와의 관계와 공존, 인간행동의 특성, 소비와 자본주의, 경쟁, 집단지성 등 현대사회와 밀접한 인문학·사회과학의 소재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글쓰기보다 문항이 요구하는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글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제시된 주제와 관련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가 요구하는 답안을 조리 있게 작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올 12번째 고장 한국原電 괜찮나

    올 12번째 고장 한국原電 괜찮나

    신고리원전 1호기와 영광원전 5호기가 무리한 가동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멈췄다. 올 들어 열두 번째 원전 고장에 따른 가동 중단이다. 원전 전문가들은 잦은 고장의 원인을 지난 6~8월 전력 수급 비상으로 100% 출력한 데 따른 피로도 누적 때문으로 분석했다. 2일 오전 8시 10분쯤 부산 신고리 1호기가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봉 계통의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신고리 1호기는 지난해 2월 운전을 시작했으며 개량된 한국형 원전으로는 처음 고장이 발생했다. 이어 오전 10시 45분쯤 전남 영광 5호기가 주급수펌프 이상으로 발전을 멈췄다. 영광 5호기는 지난 4~5월 예방 정비 기간을 가졌는데도 4개월 반 만에 다시 고장났다. 주요 원전 고장은 올 들어 일곱 번째, 시운전까지 포함하면 열두 번째다. 하루에 원전 2기가 한꺼번에 발전이 중지된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몇 달 동안 100% 출력 유지에 치중하다 보니 부품 등에 오작동이나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6월의 이용률을 보면 ▲고리 2~4호기는 100.2~100.4% ▲월성 1~4호기는 100.3~101.2%에 달했다. ▲영광 원전은 5호기를 제외한 1~6호기가 100~101.6% ▲울진 1~6호기(5호기는 94.3%)는 100.3%의 가동률을 보였다. 전 세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79%로 국내 원전보다 훨씬 낮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급한 전력 수급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원전 100% 출력은 항상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라면서 “올겨울 전력난을 대비해 가동을 줄이고 전면적인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인사]

    ■보건복지부 ◇3급 승진△감사담당관 이상인<과장>△인사 김헌주△의료자원정책 고득영△응급의료 정은경△구강생활건강 신승일△노인지원 최영호◇4급 승진△기획조정담당관실 조신행△보건의료정책과 김연숙△복지정책과 조충현△장애인정책과 이행철△고령사회정책과 임은정△국민연금정책과 유보영△식품정책과 권기철△보건복지부 정통령 이능교△복지정보과 홍영숙 ■통계청 ◇국장급 승진△경제통계국장 박성동◇부이사관 승진△통계대행과장 윤석은△경제통계기획〃 최성욱 ■광주광역시 △생태하천수질과장 김승현 ■충남도 ◇서기관 전보△총무과 김영범 ■대한전기협회 ◇신규△전력기술교육원 교학처장 김동현◇보직△KEPIC처 인증심사실장 이동제 ■한국수력원자력 ◇실장△감사 손태경△홍보 김용집△품질보증 이상돈△정보시스템 최승경△발전운영 이재동△정비전략 손도희△설비개선 신선동△신재생사업 전병기◇처장△지역상생협력 심재훈△인사노무 박동원△자재 김기홍△발전 이강덕△설비기술 송호분△건설 봉기형△건설기술 조태형△양수 서영찬◇고리본부△본부장(직무대행) 배한경△경영지원처장(〃) 황현△제1발전소장 전휘수△신고리제2발전〃 석기영△신고리제2건설〃 문진영◇월성본부△경영지원처장 강영모△대외협력실장 김관열△신월성건설소장 이용희◇울진본부△대외협력실장 김재혁△제1발전소장 반재하△제3발전〃 윤청로△신울진건설〃 양승현◇소장△예천양수발전 박경수◇한수원중앙연구원△연구지원실장 설동욱 ■건국대 <서울캠퍼스>△부총장 최규하△학생복지처장 이승호△총무〃 유정세△국제협력〃 정의철△입학홍보처장 염지숙 ■관동대 △산학연구처장 김규한△학생상담센터장 이희현 ■서강대 △사회과학부학장(공공정책대학원장 겸임) 김무경 ■동덕여대 △학생처장 김명애 ■한림대의료원 ◇동탄성심병원 <센터장 겸 과장>△소화기센터 겸 내과 이진△근골격센터 겸 정형외과 장호근△응급의료센터 겸 응급의학과 왕순주△뇌신경센터 겸 신경과 권기한△건강증진센터 겸 가정의학과 김미영<센터장 겸 분과장>△호흡기센터 겸 호흡기내과 현인규△심장·혈관센터 겸 순환기내과 유규형△내분비갑상선센터 겸 내분비내과 홍은경<센터장>△인공관절센터 장준동<과장>△정신건강의학과 김지욱△외과 박성길△안과 한재룡△재활의학과 전아영△마취통증의학과 강진구△진단검사의학과 김현수△병리과 최영희△소아청소년과 김성구△피부과 권인호△흉부외과 이희성△산부인과 장봉림△방사선종양학과 김해영△신경외과 김창현△이비인후과 박일석△비뇨기과 이성호△치과 신미란△영상의학과 황대현<분과장>△소화기내과 계세협△혈액종양내과 정주영△신장내과 구자룡△감염내과 우흥정◇한강성심병원 <과장>△화상외과 허준△내과 한성우(제1과) 박태진(제2과)△소아청소년과 유기양△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응급의학과 유기철△진단검사의학과 이규만△산부인과 이용우△영상의학과 이일성 ■스포츠월드 △편집부장 장진찬 ■제주일보 △논설위원(국장대우) 오택진<편집국>△국장대우 김승종△부국장대우 박상섭△편집부장 조문욱△미디어〃 부남철<서울지사>△정치부 국장대우 강영진<영업본부>△판매국장대우 이정유△광고국장대우 진대종△디자인부장 양정열<제작국>△국장대우 김대용△CTP개발실장(부장) 문성철△윤전부장대우 송봉언<총무국>△총무부장 고창현△경리〃 강경돈 ■수출입은행 ◇부행장 승진△자금본부장 최성환 ■미래에셋증권 ◇부장 승진△상계지점 조윤수△미금역지점 황선영△여수지점 홍성원△WM강남파이낸스센터 배준영△구조화상품팀 장성욱△상품운용팀 김태영△자금팀 박인찬△투자심사팀 조홍래
  • ‘수명 논란’ 월성원전 1호기 고장 정지

    올해 11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경북 경주의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는 16일 오후 4시 51분 월성 1호기가 정상 운전 중 발전기의 여자변압기 고장으로 터빈과 발전기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여자변압기는 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발전기에 여자전류(코일을 통해 자기력을 만들어내는 전류)를 공급하는 장치다. 원자로는 설계된 대로 출력을 60%까지 자동으로 줄여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지만 전기생산은 중단됐다. 월성원전 측은 현재 월성 1호기가 외부로부터 전기를 정상적으로 공급받고 있어 발전소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며, 방사능 외부 누출도 없다고 밝혔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터빈이 정지되면 발전기가 멈춰 전기 생산이 안 된다.”면서 “그러나 중수로 원전은 원자로가 출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원자로의 증기는 터빈을 우회해 증기를 물로 환원시키는 복수기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올해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난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의 10년 계속 운전을 추진 중이어서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홍콩 “중국식 국민교육, 학교 재량으로”

    홍콩 정부가 ‘세뇌교육’ 논란을 빚었던 중국식 국민교육 도입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정부의 조치가 조건부라며 반발해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홍콩 행정수반 렁춘잉 행정장관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교육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도입 여부는 일선 학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이달 신학기부터 초등학교에 국민교육을 시범과목으로 도입했으며, 내년부터는 중·고교에서 국민교육을 시범 시행하고 3년 뒤에는 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은 공산당 일당 체제의 우월성을 가르치는 중국식 국민교육은 홍콩의 체제를 보장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무너뜨리려는 세뇌 조치라며 지난 7월 말부터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여 왔다. 정부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주계 인사들은 향후 반대 시위를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홍콩 정부의 철회 결정이 의회 격인 입법회 선거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거용’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교육반대대학연맹 황루이훙(黃瑞紅)은 “정부가 일선 학교 스스로 국민교육 도입 여부를 결정토록 했지만, 이 경우 여러 가지 행정 수단을 통해 일선 학교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당장 선거에서 친중국계 인사들이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선거 후에) 번복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렁 장관은 “결코 베이징(당 중앙)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입법회 선거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홍콩의 의회 격인 입법회 의원을 뽑는 선거가 9일 홍콩 전역에서 실시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 70명의 의원이 선출된다. 이 중 35명은 지역구 의원으로 유권자 350만명이 참여해 직선제로 선출되며, 나머지 35명은 직능별로 선출된다. 직능대표 선출은 간선제로 진행되나 이 중 5석은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신월성 1호기 정지는 제어장치 고장탓”

    한국수력원자력은 “신월성 원자력 1호기의 정지 원인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계통 전자부품의 고장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번주 내로 재가동에 나설수 있다.”고 20일 밝혔다. 문제가 생긴 부품은 교류를 직류로 바꿔 주는 ‘SCR’(silicon controlled rectifier)이다. 한수원은 이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관련 부품도 건전성을 확인하는 등 시설을 점검 중이다. 한수원은 원자로 출력제어계통의 건전성이 입증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신월성 1호기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초 우려했던 장기 가동중단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신월성 원전 1호기 ‘스톱’… 전력수급 ‘빨간불’

    경북 신월성 원전 1호기(100만㎾급)가 상업운전 19일 만에 가동 중단됨에 따라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9일 오전 10시 53분 신월성 1호기의 원자로 출력을 제어하는 제어봉 제어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서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정지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전 정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0등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발전소의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고 방사능 외부 누출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수원은 덧붙였다. 또 한수원은 정지 사실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알리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신월성 1호기의 이번 고장으로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월성 1호기는 100만㎾급으로 58만㎾ 고리 1호기 두 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또 무엇보다 신월성 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가려면 원인 규명과 함께 원자력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해 재가동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다음 주에 비 소식이 있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8월 마지막 주까지 신월성 1호기 재가동 시점이 늦춰지면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5년 10월에 착공된 신월성 1호기는 6년 10개월 만인 지난달 31일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지만 불과 19일 만에 정지돼 원전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월성 1호기는 시험 운전 도중(1~7월) 부품 결함 등으로 세 차례 멈췄다. 핵연료봉을 장착하고 시운전에 나선지 일주일 만인 올해 2월 초 증기 발생기 수위를 조절하는 밸브 제어장치 이상으로 가동이 정지되는 등 모두 세 차례 운전 중단을 겪었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월성 1호기는 지난 1월 시험 가동을 시작한 뒤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날을 제외하면 실가동 일수는 2개월에 불과하다.”면서 “한수원은 이번 고장을 계기로 1호기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고장이고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비나 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원자력 기기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 기기는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것일수록 초기에 고장이 잦다.”면서 “고장 통계에서도 알 수 있지만 보통 1~2년이 지나야 모든 부품이 자리를 잡아 가면서 고장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올림픽과 나-이병효] 메달에 집착 말고 경쟁을 즐기자

    승리는 달콤하다. 숙적 일본을 누르고 값진 동메달을 차지한 축구대표팀 덕분에 제30회 런던올림픽은 우리에게 달콤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물론 런던에서 선전한 것은 축구 선수들만이 아니다. 이번에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올린 데는 사격, 펜싱, 양궁, 체조 등 여러 종목 선수들이 뜻밖의 금메달을 따준 것이 주효했다. 사실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과 미국에서 나온 메달 예측은 대체로 한국이 금메달 9∼11개, 전체 메달 개수 29개 안팎으로 7∼8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그들의 예측을 모조리 뛰어넘어 금메달 13개 종합 5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본은 지난해 제정한 스포츠기준법에서 “스포츠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한다”고 명기한 데 따라 올 봄 문부과학성 주도로 스포츠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런던올림픽에서 금 15∼18개를 따내 종합 5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지난 1980년부터 30년 동안 ‘유토리(여유) 교육’을 내세웠다가 전반적 학력 저하를 경험한 것처럼 ‘엘리트 스포츠 지양, 생활체육 우선’를 추구하다가 서울올림픽 이후 2004년 아테네대회만 빼고는 모두 한국에 뒤처진 것을 반성한 것이다. 이번 대회 일본과의 금메달 경쟁에선 월등히 앞섰지만 전체 메달 개수는 오히려 적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못지 않게 치열한 것이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을 눌렀다는 것에 중국인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고 중국 정부는 스포츠 성적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겉으로는 안달할 것 없어 하지만 내심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올림픽에서는 국가끼리의 경쟁이 아니라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대회 막바지에 중국을 앞지르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미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자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정부는 2005년 스포츠부 안에 ‘올림픽 및 장애인올림픽 준비국(P.O.P.)이란 부서를 만들어 경쟁국의 스포츠 정보를 수집해 오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전에 ’시상대를 점령하라(Own the Podium)’란 성적 향상 프로그램에 5년 동안 1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영국체육회는 런던올림픽에 대비해 사이클 및 조정 종목을 중심으로 4억 7000만 달러를 집중 투입했고,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나름대로 스포츠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스포츠는 국력’이란 말이 당연시돼오다 언제부터인가 “금메달 지상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금메달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가 지나치다고, 누가 판정할 것인가. 일부는 스포츠가 물질주의와 성공심리를 부추기고 국민통합이란 미명 아래 허위의식을 만연시킨다고 비판한다.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포츠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연대감을 선사한다. 나아가 스포츠는 나라의 기상과 진운을 나타낸다. 스포츠를 즐기는 나라는 번성하고 스포츠를 업신여기는 나라는 쇠퇴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포츠에 대해 균형잡힌 사고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기되 거기에 목을 매지는 말자는 것이다. 흔히 지적하듯 축구 경기나 올림픽에서 일본을 눌렀다고 한국이 일본보다 훌륭한 나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스포츠가 과거의 전쟁보다 훨씬 무해하고 부드러운 형태의 전쟁을 재연하고 있다는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끼리의 메달 경쟁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보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을 수레의 두 바퀴로 삼아 수월성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어떨까.  균형감은 스포츠 중계와 해설, 보도에서도 잊어선 안될 요소다. 올림픽 주요 경기를 해설하는 것을 들어보면 경기 분석과 맞수 소개, 규칙 설명보다는 응원단장의 추임새나 “정신력이 중요하다.” 등의 빤한 소리, 상대 선수는 깎아내리고 한국 선수에게는 칭찬 일색인 일이 아직도 잦았다. 어느 정도의 ‘편파 중계’는 이해되지만 우리 선수의 잘잘못도 정확히 가려주는 것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길이다. 예컨대 브라질과의 축구 준결승 첫 실점은 우리 골키퍼의 명백한 실수로 보였는데 해설자가 “무릎 부상이 아쉽다.”고 완곡어법을 구사한 것이 마뜩치 않았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대목은 대한체육회장이나 선수단장 등이 우리 선수들의 명예나 권익은 도외시한 채 오심 논란을 잠재우려는 국제경기단체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을 대변하고 ‘공동 은메달’ 운운했던 일이다. 배드민턴 종목에서 ‘져주기’를 선도한 중국은 2명의 선수가 실격한 데 반해 한국은 4명이 실격됐을 때 “이쪽은 상대방 도발에 대한 전술적 대응에 불과했고, 중국 및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결국 다 이겼는데 자살에 실패해도 처벌받는 법도 있느냐.”고 항변 한번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스포츠 외교에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인사들이나 태권도·배드민턴 등 부진했던 종목의 단체장들은 스스로 물러나 새로운 피를 수혈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울러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과 조정, 카누, 요트, 사이클, 승마 등 선진국이 독점하는 종목에 대해 실효성있는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bbhhlee@yahoo.co.kr
  •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올림픽이 뜨겁다. 참가한 선수들의 승리 이야기와 그들을 응원하는 함성이 열대야만큼이나 뜨겁다. 가장 감동을 주는 장면은 역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승리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다. 그런데 메달을 딴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문법이 있고 격이 있어 보인다. 1972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의 리호준은 세계신기록으로 북한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후 “적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쐈다.”고 했다. 국제사격연맹은 이 야만적인 인터뷰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도록 하였다. 죽기 살기로 승리만을 추구하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40년 후의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의 안금애 선수는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땄다.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진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전투적 적개심이나 지배자에 대한 충성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국가주의의 모습이다. 올림픽을 국가의 우월성이나 인종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메달의 영광을 국가에 바친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본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라별로 메달을 집계하여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것조차 공식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은 메달 수와 색을 따져 나라별 순위를 매기기에 정신이 없다. 한국은 금메달을 우선 고려하여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미국은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국가의 영광을 거론하는 것보다 더 보편적이고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이야기다. 유난히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의족 스프린터, 26살의 피스토리우스다. 남자 육상 400m 준결승 조 경기에서 그는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1위로 골인한 키라니 제임스는 뒤로 돌아 배에 붙어 있던 이름표를 피스토리우스와 교환하고 손을 잡았다.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여기 출전한 지금이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승자는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친구다. 그게 올림픽”이라고 화답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대체로,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발전한 나라일수록 올림픽의 열기를 국가주의로 직결시키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존재론적으로 국가를 벗어나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승리 일부는 국가의 몫이 되는 판에, 인위적으로 국가주의에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방식, 중계방송의 내용, 응원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그런 성숙함이 필요해 보인다.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에 따라 어떤 종목은 아예 경기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승리, 그것도 국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지나쳤다. 역시 백전노장의 차범근 전 감독이 해설하는 축구 중계는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얼핏 국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방송이 누구보다 우리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국가주의는 승리의 기쁨도 격을 낮추고, 패배했을 때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기도 어렵게 한다. 올림픽의 본래 목적인 스포츠 정신과 지구촌의 축제 혹은 화합이 오갈 데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88올림픽이 있던 해 필자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지도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요크셔 지방의 육상선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울 올림픽에 참가했던 영국의 육상선수 가운데 요크셔 지방의 선수 한 명이 지도교수 동네에 살았다. 영국보다 덥고 습한 서울 날씨에 대비하느라 그는 동네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거기서 맹연습을 했노라고 지도교수는 이야기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영국 사람들은 그런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침 중국에서 체조선수로 키우려는 어린 아이의 다리를 찢고 밟는 사진이 외신에 실려왔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숭어처럼 찢어질 듯 입을 벌린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 아이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 [사설] 열대야 정전사고 전기료 인상이 무색하다

    서울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치솟아 18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이 들이닥친 그제 밤 강남·서초·서대문·마포·노원구 등 10여곳에서 전기가 갑자기 나갔다. 저녁시간대 아파트 밀집지역과 주택가에서 두세 시간씩 정전되면서 열흘째 이어진 열대야에다 경기침체로 말미암은 생활고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시민들의 ‘정전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한전 측은 “열대야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해 변압기에 문제가 생긴 때문”이라며 불가항력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전력거래소는 어제 오전 한때 전력경보를 발령했다. 예비전력이 300만㎾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사상초유의 9·15 대정전사태 이후 처음으로 ‘주의’ 경보가 발령됐다. 정전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어제는 마침 전기료가 오른 날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날 전기료를 평균 4.9% 올렸다. 지난해 4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15%나 요금을 올렸지만 아직 멀었다고 한다. 연말에 또 한 차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한전은 우리 국민이 전기를 물쓰듯 펑펑 쓰고 있으며 이는 요금이 너무 저렴한 탓이라고 주장해 왔다. 절전을 유도하기 위한 전기료 현실화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사고만 나면 요금 인상 타령을 하는 한전이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지 미덥지 않은 측면이 있다. 올 들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잇따라 멈춰선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영광 원전 6호기가 발전정지 상태가 됐다. 보령화력 1·2·5호기와 태안화력 2호기에서 화재 등 안전사고로 근로자가 4명이나 숨졌다. 혹독한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등을 통한 경영혁신 없이 전기요금만 올리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발전소의 고장과 사고 은폐, 각종 안전사고 등 부실한 관리는 물론 뇌물사건까지 더해져 한전과 자회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다. 얼마 전 대한전기협회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이 47.7%였고 비싼 편이라는 대답은 37.4%였다. 국민의 85% 정도가 현재의 전기요금이 적정하거나 오히려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신월성원전 1호기 가동…빠듯한 전력수급에 단비

    신월성원자력 1호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불안한 전력수급에 힘을 보탠다. 한국수력원자력은 31일부터 100만㎾급 개선형 한국표준원전(OPR1000)인 경북 신월성1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사용전 검사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신월성1호기는 제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4~2017년)에 따라 2005년 10월 공사를 시작했다. 건설과 시험 운전을 거쳐 상업운전을 시작하기까지 6년 10개월이 걸렸다. 신월성 1호기 가동으로 국내 원전은 총 23기(고리 6기, 영광 6기, 월성 5기, 울진 6기), 설비용량 2071만㎾로 국내 발전설비 총용량 8155만㎾의 25.4%를 점유하게 됐다. 신월성 1호기는 지난해 12월 연료 장전 후 출력 상승단계별 시운전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신뢰성 등을 검증했다. 지난 10일 시운전 전력 100% 도달 후 전기를 생산, 성능보증시험을 통과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월성1호기가 지난 10일부터 성능보증시험 가동으로 실제 전력을 생산 중”이라면서 “고리 1호기, 영광 6호기가 고장으로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신월성 1호기 전력생산은 가뭄끝에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민주당 주요후보 주말 민심잡기 행보

    민주당 주요후보 주말 민심잡기 행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경선 후보가 29일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자신의 구상과 10대 정책과제를 내놓았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망원동 월드컵시장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경제민주화는 함께 잘 사는 경제로 사람이 먼저인 경제여야 한다.”면서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육성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10대 정책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자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들을 제거해 건강한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재벌 대기업이 담합해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쩨쩨한 돈벌이는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도급 질서 확립을 위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대폭 강화, 손해배상액을 최고 10배 이상 상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중소기업 및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 ▲대형유통업체 입점 허가제 전환 등을,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에는 ▲납품단가 협상의 중소기업협동조합 교섭권 확보 ▲대기업 불공정 행위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공정거래위원회 강화 등을 제시했다. ▲중소기업부 설립과 동반성장의 이익공유제 시행도 공언했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이날 제주를 방문, 지역언론 및 강정마을 간담회를 열고, 최근 여성 관광객 살인 사건이 발생한 올레길을 찾아 점검했다. 손 후보는 “제주해군기지는 민주적인 기본 절차가 지켜지지 못했고, 제주 신공항은 2017년 포화 상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집권하면 신공항 타당성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핵심 슬로건인 ‘맘(mom) 편한 세상’과 관련해 성폭력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두관 후보는 울산환경운동연합의 ‘고리1호기 폐쇄 인증샷’ 행사에 참석해 “우리나라를 2040년까지 원전 제로(Zero) 국가로 만들겠다.”며 “고리, 월성의 1호기 원전을 즉각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는 인천시 재정 악화에 대해 “향후 자치단체의 사회복지지출 부담을 완화하고,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최소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방소득세의 독립과세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선 전망에 대해 “당내 1위 후보의 지지율이 불과 10% 초반으로 다른 후보들과 오차범위내에 있다.”며 “제1야당이 스스로 이길 생각을 갖고 안철수 원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법원 “고리원전 1호기 안전성 소명하라”

    법원이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요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고법 민사8부(부장 이재영)는 17일 계속된 ‘고리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소송’ 항고심 세 번째 심리에서 한수원 측에 “고리 1호기가 안전하다는 주장만 하지 말고 어떻게 문제가 없어 안전한지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한수원 측이 제출한 자료는 서론과 결론만 나와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의한) 현 시점에서의 조사과정과 그에 따른 데이터, 결과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문은 정전사고 은폐로 가동을 중지했던 고리 1호기에 대한 IAEA 전문가 안전점검단의 점검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 후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일본 원자로 압력용기 전문가인 이노 히로미쓰 도쿄대 명예교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부산시민 소송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편 월성원자력본부는 지난 16일 오전 10시 14분쯤 월성 1호기의 2번 디젤발전기 시험 중 디지털 여자(勵磁)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발전기를 수동으로 정지하고 정비한 뒤 1시간 30여분 만인 오전 11시 49분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복지는 세금폭탄? 응원폭탄!

    복지는 세금폭탄? 응원폭탄!

    #농촌에서 태어나 쭉 농사짓고 살았다. 천직이라 생각했다. 30살 때 바깥 세상이 궁금해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녔다. 그때 눈에 띈 것이 젊은 여행객들 손에 들려 있던 휴대전화. 저걸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31살 나이에 공대에 입학했다. 학비는 무료였고 교재 구입 등 부대 비용은 생활비 명목으로 나오는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조금 더 필요하다 싶으면 아르바이트로 보충했다. 대학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갔다. 국가는 외국 생활비 수준에 맞게 책정한 저금리 융자금을 내줬다. 귀국 뒤 휴대전화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고 영국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어느덧 나이는 50에 이르러 해외 지사장을 노리는 중견 간부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퇴직 권고서가 날아왔다. 사업부를 재조정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머리띠 동여매고 고공 크레인에 오를 시간이던가. 아니다. 일단 테니스 연습에 열중하고 미국과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 재충전하면서 구직에 나서 1년 반 뒤 다른 회사에 취직했다. 1년간 무노동 연봉 제공, 추가 1년 때 연봉의 80% 제공, 실업 기간 동안 각종 융자금 상환 의무 유예, 1년간 공짜로 주어지는 재취업교육 등 ‘백’이 워낙 든든해서였다.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는 쇠데르퇸대 정치학 교수로 스웨덴에서 25년간 머물고 있는 저자가 스웨덴 모델을 얘기한 책이다. 사실 스웨덴 모델 얘기는 식상한 감이 있다. 최근 복지 논쟁 때문에 이런저런 논란이 불타올랐지만 여전히 “국가기관, 언론은 물론 국민들마저 알아서 기어 주는 판국에 한국의 재벌들이 뭐가 아쉬워 고개 숙이겠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장하준을 타격하는 한국의 진보학자들의 비판 지점이 여기에 있다. 저자 역시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 한 방으로 스웨덴 모델이 탄생했다는 신화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그 협약도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스웨덴 모델이란 1930년대 이후 40년간 크고 작은 충돌을 조정한 결과라는 쪽에 선다. 그래서 다른 대목도 추가한다. 하나는 1931년 오달렌 사태다. 파업 노동자에게 정부가 발포해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대공황으로 곤궁했던 시절이었으니 사회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경찰서 습격, 방화,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이제 남은 길은 폭력 혁명밖에 없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내전이 눈앞에 닥친 상황이었다. 그때 나선 게 사민당과 노조였다. 그런데 방식이 특이하다. 혁명하자는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설득했다. 저자는 “만약 노동자들이 사민당의 지도로 하나가 되어 총결집하지 않았다면 1932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민당이 44년간 집권할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1957년 연대임금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무노동 무임금이 황금률이라면 그 원칙과 동전의 양면이랄 수 있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도 황금률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그런데 스웨덴 노동자들은 해냈다. 고만고만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동안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 노동자들은 임금이 동결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 하나 잘 살면 그뿐이라는 태도를 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노조의 희생, 노조의 실천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노조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노동자기금을 둘러싼 논쟁, 이에 맞서 우리 귀에도 익숙한 H&M과 이케아의 본사 이전과 자본가들의 항의 시위 등 더 복잡한 얘기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저자가 수행한 인터뷰다. 오랫동안 스웨덴에 살았고 스웨덴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답게(한국식으로 직위에 따른 서열화에 따르자면) 의회 부의장과 각 부 장관에서부터 배관공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눴고 가벼운 필체로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뿐 아니라 그 모든 사례는 어디 표창이라도 받은 모범 사례나 숨겨져 있던 아주 극적인 사례를 애써 찾아내고 발굴한 게 아니라 저자가 동네 모임 같은 곳에서 만나 알고 지내는 평범한 사람들 얘기다. 이렇다 보니 저자가 비교연구 수행을 위해 매 학기 강의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숙제를 내는데 그 대답에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대목이 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복지 관련 세금 인상에 75%의 국민이 찬성하고 노인건강과 퇴직연금을 위한 세금 인상에 73%가 긍정적이며 질 높은 무상교육을 위한 세금 인상에는 71%가 동의”하는 것은 낙관적인 미래를 위해서다. 문득 우리 대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뭐라고 답할까 궁금해진다. 또 ‘줄푸세’에서 증세로 돌아선 한 정치인, 그리고 증세 얘기만 나오면 ‘세금 폭탄’이라며 바르르 떨어대던 이들 모두 어떤 실천과 대응을 내놓을는지 궁금해진다. 안 그래도 배 아파 미칠 노릇인데 그래서 기사에서만큼이라도 정치 얘기는 되도록이면 빼고 싶었는데 딱 하나만 붙이지 않을 수 없다. 1946년 46살에 총리직에 올라 1969년에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23년간 집권하면서 11번의 총선을 모두 승리로 이끌어냈고 그 기간 동안 스웨덴 복지 모델을 안착시켜 ‘국민의 아버지’라는 이름까지 얻었던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 국민들은 그의 정계 은퇴 선언에도 경악했지만 물러나서도 돌아갈 집이 없다는 데 다시 한번 경악했다. 적어도 “장기 집권에도 불구하고 청렴했다.”, “원래 꿈이 복지국가 건설이었다.”는 말은 이럴 때나 써야 하지 싶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쓸모있는 바보들’을 위한 변명과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쓸모있는 바보들’을 위한 변명과 고언/구본영 논설위원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서 파생된 종북 논쟁 탓일까. 요즘 이석기 의원이 단연 뉴스메이커다. 그는 며칠 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농민 집회에서 뜻밖의 수모를 당했다. 시위 농민들로부터 “애국가도 싫다면서 왜 여기 왔느냐.”는 힐난을 들으며 멱살을 잡혔다.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 말마따나 “진보정당 의원이 민중에게 멱살 잡힌 상징적 사건”이었다.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다지만, 서울광장의 농민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일까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셈이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민초들이 말이다. 이들이 소위 먹물들보다 19대 국회의 몇몇 의원들에게 드리워진 이념 과잉의 불길한 그림자를 먼저 읽었던 모양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자격심사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퇴출하려 한다는 소식이다. 두 의원이 진짜 걱정해야 할 건 국회에서 쫓겨나는 일보다 자신들의 행태가 보통 시민의 상식으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이 아닐까. 반미·자주파(NL), 즉 주사파는 분단이 빚은 희생양일지도 모르겠다. 엄혹한 권위주의 정권에서 배양됐다는 점에서다. 1980년대 광주의 비극과 전두환 군사정권의 등장에 절망한 청년 학생들 중 일부가 ‘적(敵)의 적은 동지’라는 착각에 사로잡혔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은 한참 변했는데 당시의 굴절된 인식이 아직도 박제돼 있다면 딱한 노릇이다. 물론 이석기 의원이 여전히 민혁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를 당시의 반미·자주 이념에 갇혀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는 그의 발언에서 과거와 절연하지 못했음이 감지될 뿐이다. 특히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라며 논점을 흐리는 그의 언사를 보라. 북한 인권이나 세습체제에 대한 질문만 나오면 말끝을 흐리는 NL계 인사들의 화법 그대로다. 우리 학계에서 지난 십수년간 ‘내재적 접근법’이 시류를 탔다. 즉, “북한 내부의 눈으로 북한체제를 이해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는 재독 학자 송두율이 원조다. 순수 학문적 맥락에서 북한체제의 과거를 해부하고 앞으로의 행로를 진단하는 데는 얼마간 유용성도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라야 했다. 북한체제의 폭압성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삼지 말아야 했다. 오로지 김씨 왕조의 관점으로만 보면 주민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북핵조차 용인하는 종북적 행태로 귀결될 게 불문가지다. 사실 이념의 다양성 보장은 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의 징표일 수 있다. 2차 대전 전까지 의회민주주의 선진국 영국에서도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다. 1000만명의 소련인들을 희생시킨 스탈린체제를 옹호했던 웨브 부부나 버나드 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레닌은 공산혁명에 활용할 만한 서방의 이런 좌파 지식인들을 ‘쓸모있는 바보들’이라고 조롱했다. 반면 작가 조지 오웰은 타고난 좌파였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성실성과 함께 스탈린체제를 ‘동물농장’으로 고발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비유는 적실하다. 시장경제나 자유주의가 만능일 순 없다. 얼마 전 1인당 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뜻하는 20-50클럽에 가입한 대한민국도 여전히 문제투성이다. 그래서 여당 내에서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논쟁도 보수적 시장메커니즘이 진보적 가치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을 게다. 그렇다고 해서 수령론이라는 봉건왕조적 뼈대에 스탈린주의의 외피를 입힌, 북의 세습체제를 추종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북한주민을 보면서도 종북주의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한심한 일이다. 19대 국회에 그런 ‘쓸모있는 바보들’이 있는게 사실이라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난 주체사상을 내려놓든가, 아니면 국회를 스스로 떠나야 한다. 그것만이 진보의 순정을 살리는 길이다. kby7@seoul.co.kr
  • 경주 남산의 재발견…신라 1000년의 미소와 만나는 길

    경주 남산의 재발견…신라 1000년의 미소와 만나는 길

    남북 8㎞, 동서 4㎞. 경북 경주의 진산, 남산(495m)의 체격입니다. 산 치고는 작고 야트막한 편이지요. 한데 덩치는 작아도 그 안에 담긴 시간의 깊이는 깊고 또 넓습니다. 과장 좀 보탤까요. 딱 ‘나무 반 유물 반’입니다. 확인된 절터만 150곳이고 불상은 129기, 탑은 99기에 달한다고 합니다. 전체 문화유적은 694개소이고요. 고(古)신라부터 통일신라 이후, 심지어 고려시대 유물까지 빼곡합니다. 산 전체가 절집이자 지붕 없는 박물관인 셈입니다. 그러니 국립공원으로 지정(1968년)된 건 당연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2000년)된 것도 어색할 게 없지요.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이들과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남산을 프로그램에 넣는 걸 잊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경주 남산(南山)은 옛 월성 왕궁의 ‘남’(南)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산의 이름도 이 같은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대릉원 등 문화재가 밀집한 도심이나, 불국사가 깃든 토함산 등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지역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남산이 늘 관광객들의 시선에서 한발짝 비켜 섰던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산엔 신라의 모든 것이 새겨져 있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를 품은 우물 나정(井)과 후백제 견훤의 공격을 받은 신라가 종말을 고한 포석정이 각각 남산 자락에 있다. ‘신라의 역사가 시작되고 끝난 곳’이란 표현은 그래서 나왔다. 화산으로 치자면 남산은 활화산이다.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문화재가 발굴되고 있다. 2007년에도 남산 열암곡에서 대형 마애석불이 발견됐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발견될지 모르니 ‘남산에선 구르는 돌 하나도 문화재급’이란 표현이 무색하지 않겠다. ●절터 150곳·불상 129기·탑 99기…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남산을 둘러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정표도 두 가지 종류로 세워져 있다. 노란색 글씨는 문화재 탐방 코스, 흰색은 단순 산행 코스다. 가장 일반적인 건 삼릉~용장골 코스다. 바둑바위와 금오산 정상을 찍고 용장계곡으로 내려온다. 이 코스에선 ‘신라 1000년의 미소와 만나는 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다양한 문화재와 만날 수 있다. 단순 산행이라면 3시간 남짓 걸리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 문화재를 들여다보자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다. 들머리는 삼릉이다.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이 잠든 봉분 셋이 연달아 솟아 있다. 삼릉을 찾게 하는 건 주변의 솔숲이다. 이리 휘고 저리 굽은 소나무들이 빼곡해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 솔숲을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불상은 석조여래좌상이다. 남산 일대 상당수의 불상들이 그렇듯, 이 불상도 목과 얼굴 부분이 없다.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의 희생양이었을 거란 게 유력한 추정이다. 인근 계곡에 쳐박혀 있던 것을 1964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왔다. 얼굴은 잃었지만, 불상의 자태는 당당하다. 넓은 어깨와 가슴, 선명한 옷 매듭 무늬 등에선 기백이 넘친다. 경주남산연구소의 김구석 소장은 “7~8세기 신라 초기의 불상들은 이처럼 가슴이 넓고, 목 주름 등이 박력 있게 표현된 것이 특징”이라며 “통일신라 후기로 갈수록 허리 부분이 잘록해지고 가슴의 윤곽도 좁아지는 등 미려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석조여래좌상 위엔 아담한 크기의 마애관음보살이 서 있다. ‘미스 신라’라고 불리는 불상이다. 키 154㎝로 아담하고, 입술은 루즈를 바른 듯 붉다. 신라 석공이 붉은 빛 도는 돌 부분에 부러 입술을 새겼다니, 선인들의 해학에 설핏 웃음이 새어나온다. ●일곱 부처와 비승비속의 신선을 만나다 큰 바위에 아미타부처 여섯 분을 새긴 선각육존불을 지나면 선각여래좌상이다. 고려시대 때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산의 문화재 가운데 가장 ‘어린’ 마애불상인 셈. 코는 두리뭉실하고 입술은 썰면 반근은 족히 나올 만큼 두툼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눈은 실실 웃고 있다. 부둥켜 안고 있는 바로 옆의 부부바위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고 계신 건지도 모를 일이다. 남산에서 얼굴이 가장 잘생겼다는 삼릉계 석불좌상과 기골이 장대한 마애석가여래좌상을 지나면 바둑바위에 닿는다. 대릉원 등 경주의 주요 문화유적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남산에 들면 최소한 두 번은 놀란다. 그 작은 산에 유물이 빼곡한 것에 놀라고, 암릉이 많은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선 굵은 바위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는데,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믿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불상과 탑들이 이 같은 풍경과 기막히게 잘 어우러져 있다는 거다. 하나하나가 ‘있을 만한 곳에 있’다. 다리쉼을 하려는 고갯마루, 한 굽이 돌아 시선이 닿는 암벽마다 어김없이 유물들이 세워져 있다. 이는 유물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지만, 몇 발짝 떨어져서 완상하는 게 더 낫다는 뜻과 맥이 닿는다. 금오산(468m) 정상을 찍고 용장계곡으로 향한다. 골이 깊어질수록 풍경도 속도를 낸다. 하산길의 으뜸 명소는 용장사곡 삼층석탑이다. 높이는 4.5m. 경주사람들은 이 탑을 ‘한국에서 가장 높은 탑’이라고 부른다. 남산 자체를 기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원래 탑을 세울 때 기단을 쌓는데 이 석탑은 별도의 기단을 세우지 않았다.”며 “해발 380m만큼의 산을 기단 삼았으니 국내 최고 높이의 탑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산길에 가끔 뒤를 돌아보시라. 늘 이 석탑이 보일 만큼 풍경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삼층석탑 아래 삼륜대좌불도 인상적이다. 원반 모양의 세 돌받침(삼륜대좌) 위에 부처를 모신 특이한 구조다. 삼륜대좌불 아래는 매월당 김시습의 발자취가 서린 용장사터다. 김시습은 용장사에 7년간 머물며 ‘금오신화’를 지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돌아봐도 나무랄 데 없다. 한데 기왕 나선 길, 봉화골의 칠불암까지는 다녀오는 게 좋겠다. 남산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가운데 유일한 국보(312호)다. 다만 남산 동쪽의 통일전이 들머리여서 서쪽의 삼릉~용장골 코스와 하나로 묶자면 체력이 달릴 수 있다. 통일전에서 왕복 3시간 남짓 걸린다. 칠불암 바로 위는 신선암 마애불이다. 결가부좌를 튼 대부분의 불상과 달리 구름 위에 한 쪽 발을 떠억하니 담그고 있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의 호방한 형상이다. ●신라의 건국 신화와 함께… ‘삼릉 가는 길’ 삼릉~용장골 코스가 산행을 겸한 답사길이라면 ‘삼릉 가는 길’은 남산 아래 자락을 따라 걷는 트레킹 길이다. 신라의 역사가 시작된 나정 등을 끼고 있어 신라의 건국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복원 공사 중인 월정교에서 삼릉까지 약 8㎞ 거리지만 코스의 중간쯤인 나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담긴 우물터다. 박씨 문중의 제각을 수리하려고 땅을 파다 팔각건물지와 부속건물지, 배수로 등이 발견됐다. 경주사람들은 나정이 박혁거세의 신궁(神宮)터라고 믿고 있다. 박혁거세 신화 또한 이 대목에서 역사로 굳어진다. 신궁의 실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길은 1980년대까지 실제 사용됐던 남간 마을의 신라 시대 우물과 신라의 첫 왕궁터 창림사지, 배리 석불입상, 포석정 등을 거쳐 삼릉에서 끝난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을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가면 삼릉이다. KTX는 서울역에서 신경주역까지 2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경주남산연구소(www.kjnamsan.org)는 다양한 남산 답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무료. 777-7142. ▶맛집:삼미정은 직접 빚은 동동주와 두부가 맛있는 집이다. 삼릉 초입에 있다. 745-8761. 고두반은 지역 농산물로 상을 내는 농가맛집.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일품이다. 748-7489. ▶잘 곳: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보문단지 내 한화, 대명리조트 등이 좋겠다. 최근 문을 연 블루원 리조트도 깔끔하다. 한옥 펜션인 야선미술관은 단체가 묵기 좋다. 자체 생산한 농산물로 차려낸 밥상도 맛있다. 010-9215-1618. 글 사진 경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학자들의 신앙이 된 숫자 ‘임팩트 팩터(IF)’ 논란

    학자들의 신앙이 된 숫자 ‘임팩트 팩터(IF)’ 논란

    언제부턴가 학자들이 신앙처럼 떠받들게 된 숫자가 있다. 미국에서 만들어졌지만 유독 한국에서 더 그렇다. 조금이라도 오르면 환호하고, 혹여 떨어지면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이 떨어진 것보다 더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새 ‘절대적인 신앙’이 돼 버린 숫자. 학자들의 연구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점수. 인용지수 또는 임팩트 팩터(IF)로 불리는 지표다. ●의학저널 대거 상위권 포진 톰슨 로이터는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SCI 저널의 인용 통계 보고서(Journal Citation Reports 2011)를 최근 발표했다. 톰슨 로이터는 세계 규모의 출판사이자 사설 평가기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저널의 가치 평가는 SCI 등재 여부와 인용지수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교수 임용이나 석박사 학위, 연구실적 평가 등에 ‘SCI급 논문’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연구자와 연구 결과의 수준을 따지는데 현재까지 SCI만큼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잣대가 없기 때문이다. 톰슨 로이터의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SCI저널은 8200여개가 넘는다. 이 때문에 이 안에서도 어느 저널이 더 유력 저널인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바로 임팩트 팩터(IF)다. IF는 해당 저널에 실린 논문이 지난 한해 동안 다른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중요한 연구 결과일수록 후속 연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이고, 그들의 논문에는 참조한 논문이 인용된다. 이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IF인 셈이다. 학문 영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IF가 높은 저널은 곧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저널로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의 경우 IF가 10 이상이면 유력저널로 평가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IF가 가장 높은 저널은 ‘임상의학의를 위한 암 저널’(A Cancer Journal for Clinicians)로 IF가 101.78에 이른다. 2위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의 53.298과 비교해도 두배에 이른다. 의학저널의 IF가 유독 높은 것은 논문을 접한 의사들이 임상실험 등을 통해 검증하거나 적용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의학은 가장 많은 연구비가 투입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랜싯(Lancet) 등 IF 상위권에 의학저널들이 대거 자리잡은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네이처는 36.28, 셀은 32.403, 사이언스는 31.201을 기록했다. 최근 강수경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으로 주목받은 ‘산화환원신호전달’(ARS)은 8.456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발행되는 SCI급 저널들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CI에 등재된 75편 중 IF가 가장 높은 저널은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지로 2.481에 불과하다. 세계적 저널을 만들겠다고 정부가 지난 수년간 쏟아부은 지원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치다. 특히 40여개 저널은 0점대에 머무르고 있다. 저널에 실린 논문이 1년간 한번도 채 인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IF의 부작용 목소리도 높아 IF가 학문간 우월성을 좌우하는 잣대는 아니다. 금종해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수학자가 1편의 논문을 쓰면 물리학자는 3~4편, 화학자는 5~6편, 생물학이나 의학자는 8~10편을 쓴다.”면서 “실험을 통해 논문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학문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문이 있는 만큼 IF를 비교하더라도 학문간 구분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IF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수학의 경우에는 최상위 저널이라고 해도 IF가 1을 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문 특성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없기 때문이다. 물리학 역시 거대장비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후속연구가 쉽지 않아 IF가 낮은 경우가 많다. IF로 학문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구자의 논문편수와 논문이 게재된 저널의 IF를 이용해 연구를 평가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찮다. IF를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같은 학술지의 논문을 재인용하는 경우가 적발돼 2005년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당시 톰슨 로이터 측은 급작스럽게 한국 학회지들의 IF가 높아지자 조사에 착수, 자기인용을 수치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대부분 학회의 대표학술지 IF가 다음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09년에는 김동욱 연세대 의대교수, 정형민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사장 등이 편집이사를 맡는 등 의학·줄기세포 학계의 유력자들이 대거 참여한 조직공학·재생의학회에서 발행한 저널 ‘조직공학과 재생의학’에서 무더기 논문표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 학회지는 SCI등재후보지였으며 논문수와 IF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조직적으로 벌였지만, 사건이 불거지자 폐간 절차를 밟았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SCI와 IF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객관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량화된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면서 “연구자 개개인의 역량을 믿는 방향으로 평가기준 등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