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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소송중인 부인 살해한 남편 하루만에 경찰에 자수

    이혼 소송 중인 아내와 말다툼하다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난 남편이 범행 하루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15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A(47)씨는 지난 13일 오후 8시 20분쯤 구월동 한 주택에서 부인 B(40)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내는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실려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범행 후 도주했다가 경찰 포위망이 좁혀 오자 14일 오후 10시 30분쯤 동구 송현동 경찰지구대에 찾아가 자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아내와 별거한 뒤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자녀 3명을 데리고 사는 아내와 집 밖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별거 후 아내가 자녀들을 만나게 해주지 않고 척추질환이 있는 나를 버리고 가출했으며, 재산분할 문제 다툼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더 조사할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안양동안서, 값싼 해외여행 예약 대행 미끼로 돈 가로챈 20대 검거

    값싸게 해외여행 예약을 대행해주겠다고 속여 대학생 등 수십 명으로부터 돈을 가로챈 20대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안양동안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모(25)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베트남 여행 정보를 교환하는 여러 인터넷 카페에서 항공권과 리조트 등을 싼 가격에 예약을 대행해주겠다고 속여 62명으로부터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싼 가격에 여행을 가려는 대학생과 일반 서민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직인 이씨는 지난 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인터넷에서 구입한 다른 사람 명의의 아이디 20여개를 사용하고, 도박계좌로 입금하게 해 경찰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로 가로챈 돈은 도박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추가 피해자의 신고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계약으로 돈을 입금할 때에는 인적사항, 계좌번호, 연락처 등을 ‘사이버캅’ 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김수영 양천구청장, 태풍 속 안전 양천 위해 현장 속으로!

    김수영 양천구청장, 태풍 속 안전 양천 위해 현장 속으로!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태풍 ‘쁘라삐룬’에 대비, 2일 민선 7기 취임식을 취소하고 민생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양천구는 “장마전선 영향으로 서울에 많은 비가 내리고, 태풍까지 북상하고 있어 취임식을 취소하고 민생행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김 구청장은 이날 오전 재난안전대책상황실에서 수방대책회의를 갖고 풍수해대책 추진 상황을 파악했다. 양천구 기상상황과 비상근무 상황, 빗물받이 덮개 제거 및 침수방지시설 점검 등을 보고받았다. 오후에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인 대심도터널 공사현장과 목동펌프장 등 주요 공사장과 시설을 찾아 안전점검을 했다. 대심도터널(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2013년 5월 착공, 내년 6월 준공 예정이다. 빗물을 최대 32만t까지 저류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신월동 263(가로공원길)에서 목동 915(빗물펌프장)까지 연결돼 있다. 김 구청장은 “태풍 피해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점검을 철저히 하는 등 민선 7기에도 안전한 양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희생만 강요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희생만 강요하던 시절은 끝났다

    6.25 전쟁 발발 68주년이 되던 지난 25일, 국회에서 작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 세미나는 그다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기관이 주최했고, 정부나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마이너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많은 참석자들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치러졌다. 관련 없어 보이는 주최 기관은 국회 상임위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실과 국방안보 분야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자주국방네트워크였다.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기관이 주최한 이 날 정책토론회의 주제는 ‘예비군’이었다. 예비군은 대한민국 신체 건장한 남성 대부분이 피해갈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군대를 어떻게 갔다왔느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예비역으로 편입되며, 전역 후 예비군 6년차가 될 때까지 좋든 싫든 예비군 훈련에 입소해 소정의 시간을 이수해야만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년 남성들이 엮여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예비군은 정치권이나 정책결정론자, 언론의 관심사에서 항상 벗어나 있었다. 창설된지 반 세기에 달하는 오랜 역사와 27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예비군이지만, 정치인이나 고위 정책 결정권자, 언론, 심지어 군 관계자들조차 이 예비군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도 젊은 시절 예비군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 조직이 얼마나 형편없고 무기력한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예비군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군사조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다. 예비군 대원들에게 지급되는 무기와 장비는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서나 쓰였을 법한 낡고 낙후된 것들이다. 예비군 훈련에 입소하면 여름에는 푹푹 찌고 겨울에는 추운 막사에서 생활하며 고시촌의 싸구려 백반 수준의 급식을 제공받는다. 훈련시간이 되면 분대, 소대 단위로 몰려다니면서 별 의미 없는 ‘했다치고’식의 훈련을 받고, 일정이 끝나면 장비 반납 후 최저임금의 1/12 수준의 짠내 풀풀나는 훈련보상비를 받고 귀가한다. 현행 법령이 예비군 유지와 훈련을 못막아두고 있으니 예비군 소집과 훈련은 매년 반복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군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진다. 장비를 새 것으로 바꿔주고 막사와 급식을 개선해주고 싶어도 예산이 없다. 예비군 주무부서인 육군본부 동원참모부 관계자들이 예산 편성 시즌만 되면 발에 땀이 나도록 기획재정부나 국회를 드나들며 예산 증액을 읍소해도 돌아오는 것은 예산 삭감의 칼날 뿐이다. 예비군 훈련부대 조교와 교관 1명당 담당 예비군이 수백명에 달하다보니 내실 있는 훈련은 언감생심이다. 예비군 대원들도 복장이 터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업이나 취업준비, 생업으로 1분 1초의 시간이 아까운 마당에 매년 끌려가는 예비군 훈련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훈련에 입소하면 형편없는 시설과 처우에 또 한번 분을 참고, 퇴소 후 훈련보상비랍시고 주는 푼돈에 또 한번 화를 참아야 한다. 인생의 가장 황금기인 2년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 것도 억울한데 매년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일씩 무려 6년의 희생을 강요하니 예비군 훈련이 달가울 수가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지난 오랜 세월동안 문제제기만 있어왔을 뿐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이가 없었다. 군 내부에서는 예비군 업무를 담당하는 ‘동원’ 분야가 비주류이자 마이너로 취급되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고, 정치권이나 언론 역시 북핵문제나 3축 체계와 같은 굵직한 다른 이슈들에 매몰되어 예비군 분야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군 분야는 국방정책 이슈에 있어서 언제나 후순위였다. 무려 270만에 달하는 거대 조직에 투자되는 예산은 전체 국방예산의 0.3%, 연간 1200억 원 수준이고, 2박 3일 동원훈련을 마친 청년들에게 보상비랍시고 쥐어지는 돈은 고작 1만 6000원이다. 그렇게 지난 수십년간 예비군은 낡은 장비를 지급받아 했다치고식의 훈련을 마친 뒤 푼돈을 쥐고 퇴소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실상 사회 통념처럼 굳어져 갔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시간적·경제적 희생도 어쩔 수 없는, 그리고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에 의해 예비군 개혁의 불씨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예비군 개혁의 불씨를 지핀 사람은 현재 동원전력사령관을 맡고 있는 구원근 육군소장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육군본부 동원참모부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개혁 구상에 몰두했다. 구 소장의 개혁 구상은 역대 가장 개혁적인 육군참모총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김용우 총장의 취임과 함께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김 총장의 적극적인 개혁 의지 속에 구 소장은 예비군 제도의 환골탈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예비군 관련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로 동원전력사령부의 창설을 준비하고, 기존 예비군 관련 조직의 과감한 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예비군 훈련 보상비의 현실화, 처우 개선을 위해 기재부와 국회의 문지방이 닳도록 뛰었다. 예비군 관련 예산 증액과 제도 개선 부분에서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25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군 밖에서의 선봉장을 자처했고, 정치권에서는 평소 군 장병과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조경태 의원이 ‘화력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전후방 각지의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 현장에서 제기되는 민원을 청취하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25일 국회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조 의원은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고 다녀왔던 상비사단과 달리 동원사단의 예비군 대원들은 터무니없이 불비한 여건 속에서 희생하며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과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제를 맡은 신인균 대표 역시 “우리 청년들에게 싸울 수 없는 무기를 주고, 노예페이에 가까운 돈을 보상이라고 주면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제도 개선과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예비군 편성 기간 8년→6년 단축 △연간 예비군 훈련시간 2박 3일 → 4박5일 연장 △최저임금 1.5배 훈련보상비 지급 및 예비군 처우 개선 △예비군 장비 현대화 △연 30일 훈련 / 480만원 수령하는 지원제 정예예비군 제도 도입 △정예 동원사단 개편 △예비역 간부 상근·비상근 복무제도 도입과 같은 파격적인 제도 개혁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 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예비군 정예화를 추진하되, 더 이상 우리 청년들이 애국심을 명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예비군 정예화와 제도개선은 인구 감소에 따른 상비군 병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미래 국방개혁의 핵심과제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국가안보와 애국심이라는 명분 아래 대가 없는 희생과 봉사를 강요받아온 청년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제 이 과제 해결을 위해 270만 역전의 용사들이 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이일우 군사 (자주국방네트워크 ) finmil@nate.com
  • [단독] ‘민선 23년’ 아직도 관사에 사십니까

    충남은 논란 끝 “도민 환원” 광역 17곳 중 10곳서 운영중 “公私 구분해 예산 집행해야” 7월 1일 민선 7기 출범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 공관인 ‘관사’(官舍) 논란이 뜨겁다. 1995년 민선단체장 시대가 막을 올린 뒤 끊임없이 터진 해묵은 시비가 20년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권위주의 시대의 상징, 호화 관사, 세금 낭비 등 집중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이유로 관사가 줄고, 그 터에 일부 자치단체가 부활을 시도하거나 존치를 꾀해 논란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26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이용섭 시장 당선자의 관사로 사용하기 위해 서구 매월동 모 아파트(34평형)를 3억 2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50년 만에 폐지했던 광주시장 관사를 4년 만에 되살렸다. 시 관계자는 “인수위원회 요청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개혁’과 ‘혁신’을 외쳐 온 당선자가 민선 6기 때 반세기 만에 없앤 관사를 ‘부활’시킨 데 대해 곱잖은 시선을 보낸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전국의 상당수 자치단체가 기존 관사를 매각하거나 없애는 추세인데 도리어 없앴던 관사를 새로 구입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방자치와 분권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중단을 요구했다. 전임 윤장현 시장은 “관사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라며 기존 아파트 관사를 매각하고 자택에서 출퇴근해 왔다. 충남지사 관사의 경우에도 이날 양승조 도지사 당선자가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도민에게 환원해 어린이집이나 공공 센터 등으로 활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히기 전까지 논란을 빚었다. 양 당선자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관사는 공적인 공간으로 정무·외교적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한 뒤 “도민과 언론인 등의 뜻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신문이 이날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점검한 결과 서울, 부산, 강원, 전북, 전남, 경남, 충남 등 7곳이 관리자를 따로 둔 단독주택을 단체장 관사로 쓰고 있다. 대구, 충북, 경북에선 아파트를 빌렸다. 나머지 7곳은 관사를 폐지해 매각하거나 용도를 바꿨다.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엔 15곳이 관사를 뒀다. 지자체 25곳이 단체장 관사를 만든 셈이다. 2010년엔 54곳, 2015년엔 27곳이었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역시와 달리 농어촌이 중심인 광역도는 관사가 필요할 수 있지만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 특히 단체장이 관사를 쓸 때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명확히 구분해 예산을 써야 한다. 자택에 사는 단체장은 자기 돈을 들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씨줄날줄] 114년 만의 귀환 ‘용산’/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114년 만의 귀환 ‘용산’/김성곤 논설위원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 시대를 마감하고, 오는 29일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다. 용산에 미군이 주둔한 지 73년, 미군사령부가 창설된 지 61년 만이다. 미군이 용산에 자리를 잡은 것은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9일이다.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에 따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24군단이 일본군 무장해제와 행정권 장악을 위해 서울에 들어와 자리 잡은 곳이 용산이다. 이후 1950년 1월 12일 미국의 태평양 방위선인 ‘애치슨라인’에서 한국을 제외되면서 한때 482명의 미 고문단만 남기도 했으나, 6·25전쟁 발발로 미군이 다시 투입된다. 1957년엔 미군사령부가 용산에 자리를 잡는다. 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은 ‘한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됐지만, 사실은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에 따라 미국은 2003년 주한미군 재배치에 나섰고, 당시 한국에서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전 시기와 규모를 놓고 한ㆍ미 양국 간 줄다리기를 하고, 개발 주체 문제로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미군 사령부 이전이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돌이켜 보면 우리에게 안타까운 오욕의 땅이 용산이다. 용산에 외국 군대가 처음 진을 친 것은 임진왜란 때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거느린 왜군이었다. 행주산성 전투에서 권율 장군에게 패퇴한 고니시 군이 지금의 원효로 4가에, 함경도에서 철수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군이 갈월동에 각각 진지를 구축하고 반격을 준비했다고 한다. 지금은 배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태원(梨泰院)으로 부르지만, 당시에는 항복한 일본인이 많이 산다고 해서 이타인(利他人)으로, 왜군의 만행으로 태어난 2세들이 많이 산다고 해서 이태원(異胎院)으로 불리기도 했다. 구한말에는 청나라 군대가 청일전쟁 때까지 여기에 주둔한다. 1882년 흥선대원군의 청나라 압송도 이곳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다가 러일전쟁 때인 1904년 일본의 강압으로 맺은 ‘한일의정서’에 따라 일본은 용산 일대 땅 300만평을 강제 수용해 군기지화한다. 이렇게 보면 용산이 우리 품에 돌아온 것은 114년 만이다. 성공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전기가 마련된 시점에 114년 만에 온전하게 용산이 우리 품에 돌아온다. 그 자리에는 민족공원이 조성된단다. 새삼 용산을 다시 보게 된다.
  • 우형찬 서울시의원, 흉기 난동범 제압해 경찰 표창

    우형찬 서울시의원, 흉기 난동범 제압해 경찰 표창

    서울특별시의회 양준욱 의장이 흉기 난동범을 제압한 우형찬 의원(더불어민주당, 양천3)이 20일 양천경찰서로부터 살인미수 피의자 검거와 치안질서 확립에 기여한 공으로 표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형찬 의원의 이번 행동은 서울시의회의 모범사례이면서 동시에 모든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대표사례라고 말했다. 우형찬 의원은 지난 5월 25일 오후 11시 8분경 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편의점을 찾았다가 한 남성이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양훈모(19)씨와 함께 피의자 A(47)씨를 제압한 바 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한 경찰에 의해 A씨가 검거되었고, 이틀 후인 27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A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우형찬 의원은 “긴박한 상황에서 피의자를 제압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신속히 출동해 검거한 것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보기 때문에 24시간 양천구 치안을 감당하고 계신 양천경찰서의 모든 경찰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번 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양준욱 의장은 “한 남성이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피범벅이 된 여성이 눈앞에 쓰러져 있다고 할 때 일반적으로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번 우형찬 의원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행동은 서울시의회의 모범사례일 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공직사회 전반에 널리 알릴 것”임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추미애 “지역주의 해소한 민주 압승… 솔직히, 文대통령 효과 컸죠”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추미애 “지역주의 해소한 민주 압승… 솔직히, 文대통령 효과 컸죠”

    추미애 대표는 꽃을 좋아한다. 연꽃을 으뜸으로 손꼽는다. 추 대표의 어머니가 연못에서 연꽃 두 송이를 따 품에 안는 태몽을 꾸고 그를 가졌다. 낳기도 전에 고이 기르고 싶어서 그림전람회에 걸린 화가 이름을 따 이름부터 지어 놓고 낳기를 기다리던 딸이었다. ‘아름답게(美) 사랑하며(愛) 살아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추 대표는 이름 같은 인생을 살 수 없었다. 경쟁적인 약육강생의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독하게 살았다. 15대 초선 전후로 ‘추다르크’로 시작해 ‘추고집’, ‘독불장군’, ‘추설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그런 추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동산에서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니 생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6·13 압승에 등골이 서늘하게 두렵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등에서 압승한 당 대표로서 추 대표는 10대 소녀처럼 보였다. 당 대표실에는 축하 난 화분 세 개가 놓여 있다. 두 개는 문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해 10월 23일 추 대표 60세 생일 때 보낸 축하 난이다. 나머지 한 개는 6·13 지방선거 승리 직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난이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씌어 있었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승부를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가 보이는 듯했다. 추 대표는 지난 15일 권 여사에게 감사의 전화 통화를 했다. 권 여사는 “이렇게 좋은 날도 있네요. 대통령이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추 대표도 수화기 너머 흐느꼈단다. 민주당 사람들에게 노무현은 아직 눈물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노무현을 표현한다.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걸린 추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저를 많이 아껴 주셨어요. 통일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제안하시기도 했어요”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추 대표는 지난 2004년 민주당 대표 시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2박 3일 광주 금남로에서 5·18 망월동 묘역까지 15㎞를 삼보일배로 사죄했지만, 그해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추 대표를 무척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차기에 추미애도 있고, 정동영도 있고”라고 발언했다가,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 후보로부터 ‘팽’당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의 완승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선전에 한껏 고무됐다. 민주당 출신으로는 처음인 정세용 구미시장의 당선뿐만 아니라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도 39.8%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분전한 덕분이다. ‘대구의 딸’ 추 대표로서는 뿌듯한 업적이다. “지역주의가 극심할 때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당보다는 지역주의에 함몰돼 투표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역주의가 이번 선거에서 해소됐다. 고향 분들이 드디어 마음을 여셨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1997년 대선부터 추 대표는 민주당 깃발을 들고 대구로 향했다. 당시 대구 인심은 민주당이 들어갈 틈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대구에서 민주당 유세를 하면 돌을 맞는다’는 말이 떠돌 때다. 그러나 그는 마치 잔다르크가 프랑스 샤를 왕세자를 도와 프랑스·잉글랜드 100년 전쟁에 참여해 샤를 7세를 옹립한 것과 같이 대구에 나타나 선거유세를 벌였다. 그는 이때 지칠 줄 모르는 선거유세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추 대표는 무려 20년을 넘어서야 결실을 본 셈이다. 민주당의 이번 압승을 지지율이 높은 문 대통령 효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 그리고 내각이 아주 잘해 준 덕분”이라며 선거를 치른 당사자인 여당은 쏙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후 “오늘 회의는 청와대와 정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회의여서 문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긴급히 진화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 효과가 컸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특히 대통령이 현충일 행사에 국가 유공자 자녀의 키 높이에 맞춰서 아이를 격려해 주는 모습처럼 우리는 그런 시각에서 유권자 분들을 대해 이겼다”고 말했다.‘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정국’에서 여성계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한 추 대표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에 추 대표는 “이 당선자는 당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후보였다. 후보자격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일단 후보로 결정됐으면 도와야 하는 게 당 대표의 책무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사견을 피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민주평화당 등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치는 개방돼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헌과 같은) 국민에게 (대선) 공통 공약으로 내건 것마저도 야당들이 협조할 자세가 안 돼 있어서 개별 정당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대표는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정도 힘든데) 통합은 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연정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민주평화당에 대해 그간의 태도를 반성해야 연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비쳐졌다. 추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역대 어느 민주당 대표가 이루지 못한 성과를 이뤄 냈다. 우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설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냈고, 지난해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보궐선거에서도 12개 지역구 중 11개 지역을 휩쓸었다. 2년간의 대표 임기를 완주한 거의 유일한 당대표다. 지난 2008년 이후 정세균,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 김한길·안철수, 문재인, 김종인 등이 당 대표를 지냈지만 추 대표처럼 2년을 꽉 채운 대표는 없었다. 그만큼 체급이 커진 추 대표이다 보니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무총리 기용설, 차기 대선 직행설, 법무부 장관 입각설 등 설만 난무한다. 이런 성공적인 당대표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했지만, 사실 추 대표의 지난 2년간 대표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한때 ‘추미애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청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때도 있었다. 추 대표는 “당·청을 이간질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을 상당히 부풀린 측면이 있었다”면서 “진실이 아닌 이상 묵묵히 기다렸다. 여러 현안에 대해 당·청 간의 소통이 잘 된 편”이라고 자평했다. 오는 8월 25일 전당대회 이후의 계획을 묻자 “지난 23년간 정치를 하면서 개인 진로를 언론에 대놓고 말한 적 없다”면서 “내 진로는 전당대회를 치른 이후에 천천히 생각하겠다”며 지극히 무미건조한 답변만 돌아왔다. “저는 일생 입당원서라고는 한 번밖에 안 써 봤다”는 게 추 대표의 자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 들어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뒤 당적을 한 번도 바꾼 적 없다. 민주당이 새천년민주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으로 분열했다가 나중에 합쳐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간판을 바꾸었지만, 추 대표는 언제나 민주당이었다. 그는 한번 결정을 내리면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고집불통이라고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뚝심이 ‘임기를 채운 당 대표’의 원천이 되지 않았나 싶다. “숨가빴던 지난 2년을 반추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싶다”는 추 대표는 연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보수세력의 앞날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추 대표는 “대선 이후 1년간 야당은 전혀 반성을 안 했다. 건강한 보수로 전환했어야 했는데 민주주의를 왜 망쳤는지 아무런 반성 없이 1년을 소진했다. 이번 기회에 보수가 물갈이를 해야 한다. 중진들도 도망치듯 떠날 게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이 평화를 원하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위장 평화쇼’라며 퇴행적인 모습만 보였다”며 일갈했다. 추 대표는 이어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앞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큰 만큼 책임지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jrlee@seoul.co.kr
  • 검은딱새 이동 경로 첫 확인

    검은딱새 이동 경로 첫 확인

    지난해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방사한 ‘검은딱새’가 870㎞ 떨어진 일본 교토에서 발견됐다. 여름 철새인 검은딱새의 이동 경로와 수명이 최소 4년 이상이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17일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철새 이동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6일 흑산도에서 포획일 등을 기록한 ‘가락지’를 부착해 방사한 검은딱새가 지난 4월 5일 일본 교토 교탄고시에서 민간 조류 전문가에게 발견됐다. 방사 당시 검은딱새는 3년 이상의 수컷 어른새였다. 동남아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하는 검은딱새가 번식을 위해 일본으로 이동할 때 우리나라 남부 지역을 경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올해만 사망 사고 5건 발생한 포스코건설 특별감독 받는다

    올해만 사망 사고 5건 발생한 포스코건설 특별감독 받는다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5건의 사망 사고(8명 사망)가 발생한 포스코건설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감독에 착수한다. 고용부는 18일부터 1개월동안 포스코건설 본사 및 건설현장 24곳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포스코건설의 현장에서는 지난 1월 인천을 시작으로 3월 부산 해운대 엘시티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유독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엘시티 건설현장 사고 직후 인천 송도 센토피아 현장, 부산 산성터널 공사현장에서도 각각 노동자 1명이 사망했고, 지난달에도 충남 서산에서도 작업발판이 벌어지면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포스코건설 소속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실태 전반을 점검해 유사·동종 사고를 예방하고, 본사의 안전경영체계를 개선할 방침이다. 특별감독 기간동안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거나 사법처리 할 예정이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충분한 안전보건관리 역량이 있음에도 안전시설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반복적으로 사망재해를 유발하는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이한열 열사 묘 앞 ‘경찰 수장의 화환’

    이한열 열사 묘 앞 ‘경찰 수장의 화환’

    현직 경찰청장 조화, 이번이 처음 1987년 6·10 항쟁에 도화선 역할을 했던 고 이한열(당시 21) 열사의 묘에 이철성 경찰청장이 추모 화환을 보내 참배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 열사 묘는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 묘역) 안에 자리하고 있다.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묘에 현직 경찰청장이 조화를 보낸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10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추모 화환은 경찰청에서 망월동 공원묘지 인근 꽃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화환을 주문했다. 이 가게 주인은 경찰청의 요구대로 오늘 오전 10시 추모 화환을 이 열사 묘에 놔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 본청 경무과에서 꽃 가게에 직접 연락을 하는 통에 우리도 전혀 몰랐다”며 “경찰 수장이 국민의 인권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표현하는 것 같아 남다른 의미를 띤다”고 말했다. 앞서 이 청장은 지난해 6월 옛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방문, 박종철 열사 기념 전시실에 헌화한 뒤 내부를 둘러보고 직원들과 10분쯤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은 지난해 6월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이 열사를 비롯해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이들을 애도했다. 당시 이 청장은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이제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열사는 6·10 민주화운동 때 전국 22개 도시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하루 앞두고 연세대 정문 앞에서 시위에 합류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쓰러져 26일 뒤인 7월 5일 숨졌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이 분노해 들불처럼 일어섰고, 이른바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회사원까지 시위에 나서는 등 6월 민주항쟁이 전 국민적 민주화운동으로 번지게 됐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5·18 진상규명위원회 활동 과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하 진상규명법)이 오는 9월 14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의 1장 총칙 1조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폭력·학살·암매장 사건 등을 조사해 왜곡 또는 은폐된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일부 극우 단체의 ‘5·18 폭동’‘북한군 개입설’ 등 실상 왜곡에 따른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정부는 이 법안에 따라 독립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 5·18의 실상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공식 국가보고서로 내놓을 방침이다. 1988년 국회 5·18청문회(광주특위)와 1995년 검찰수사,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2017년 국방부의 헬기사격 관련 조사특위 등 5·18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기관의 활동이 4차례 이상 진행됐지만 최초 발포 명령자 등 핵심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탓이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국회의장 1명과 여·야 정당이 각각 추천하는 4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그 아래 50명으로 구성된 사무처를 둔다. 위원회는 가해자·참고인·제보자 등을 강제 소환할 수 있는 동행명령장 발부 등 준 사법권을 갖는다. 송선태 국방부 진상규명 특별법시행 전담팀(TF) 자문위원은 “이 법안은 5·18 당시 자행된 각종 국가폭력과 인권 유린행위 뿐만아니라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안에 대해 추가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진상 규명을 위한 마지막 기회란 판단으로 위원회 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구성될 진상규명위원회는 5·18 당시 발포명령자와 암매장 여부 등 핵심 의혹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다. 발포명령자 규명은 진실찾기의 핵심이다. 진상규명법은 단순히 5·18의 진상을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 주요 책임자에 대해 소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당시 신군부 실권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씨는 1997년 대법원의 ‘5·18 내란사건’ 판결을 통해 내란수괴·뇌란목적살인죄 등으로 형사처벌됐다. 전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에 국한됐다. 이 때문에 5월 21일~26일 사이 광주시민에 대한 집단 발포에 전씨가 개입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을 해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씨는 그간 이뤄진 모든 조사에서 군 지휘계통상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발포명령자’로 특정되지는 않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 “5·18 당시 광주에서 진행된 상황은 나와는 무관하다”“모른다”로 발뺌했다.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조사 결과, 전남 도청앞 집단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 주영복 국방부장관과 이희성 계엄사령관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 문건에서 전두환씨의 ‘발포명령’을 암시하는 메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보안사의 ‘광주권 충정작전간 군 지시 및 조치사항’ 문서에서 ‘전 각하(全 閣下): 초병에 대해 난동시에 군인복무규율에 의거 자위권 발동 강조’란 수기 메모를 확인, 공개한 바 있다. 이 메모에서 ‘전 각하’는 전두환씨를 지칭하고 있고, 당일인 21일 오후 1시쯤 전남도청앞 집단발포가 이뤄졌다. 이후인 21일 오후 8시30분쯤 계엄사령부를 통해 공식 자위권 발동명령이 현장 지휘관에 하달된다. 자위권은 24일 오후 6시 종료된다. 즉, 21일 오후 8시30분~24일 오후 6시 69시간 30분 동안 자위권 명목의 발포가 허용된 셈이다. 자위권 발령에 근거한다면 5월 20일 광주역 발포, 21일 오후 1시 도청앞 집단 발포는 불법이다. 자위권 공식 발령에 앞서 진행된 ‘전 각하의 자위권 강조’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초 발포명령자를 특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5·18 당시 신고된 행불자의 암매장 논란도 지난 38년간 풀지 못한 숙제로 꼽힌다. 현재 5·18행불자로 지위가 인정된 사람은 82명으로, 이 가운데 6명은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된 것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76명의 흔적은 지금껏 오리무중이다. 5·18기념재단이 지난해 말~올 초 사이 북구 옛 광주교도소 일대와 동구 너릿재 등 암매장 제보가 집중된 후보지를 ?었으나 시신 발굴에 실패했다. 암매장 관련 증언은 넘쳐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개발로 인한 지형 변형 등이 발굴의 난제로 꼽힌다. 양민 학살 역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1980년 5월 23일 오전 9시쯤 11공수여단 병력은 광주동구 지원동 녹동마을 앞길에서 시민군이 탑승한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박모(당시 18세.여) 양 등 10여명이 사망했다. 부상당한 남자 2명은 인근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즉결 총살됐다. 같은달 24일 오후 1시30분쯤 남구 송암동 저수지에서 놀던 방모(당시 13세)군과 놀이터에 있던 전모(당시 10세) 군 등 2명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같은날 오후 2시쯤 송암동 남선연탄공장 부근에서 계엄군끼리 오인사격으로 9명이 사망했다. 계엄군은 시민군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부근 민가를 뒤져 마을청년 권모(당시 33세)씨 등 4명을 사살했다. 그러나 지금껏 이들 민간인에 대해 발포 명령을 내리거나 총격을 실행한 가해자를 특정하거나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광주 진압작전시 특전사 위주로 운영된 군 지휘계통의 이원화,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고문,여성 성폭행,북한군 개입설,헬기사격 명령자,시민군 무장 시점 조작 여부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1985년 안기부 주도의 ‘80위원회’, 1988년 국방부의 ‘511연구위원회’ 등이 저지른 5·18에 대한 왜곡과 증거물 훼손·조작 관련자 등을 찾아 책임을 묻는다. 표-5·18민주화운동 진상 규명활동 일지 ?1988년~1989년 국회 청문회(광주특위) ?1995년 7월 시민단체, 전두환·노태우 등 책임자 고발(검찰,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공소권 없음 결론) ?1995년 11월 12·12 및 5·18사건 특별수사본부 발족,재수사. 전두환 등 신군부 핵심 관계자 90여명 기소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 전두환·노태우 등 16명 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죄 등 확정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주남마을 미니버스총격 사건 등 조사 ?2017년 국방부 헬기사격 및 전투기출격 대기 관련 특조위, 헬기사격 확인 ?2018년 9월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위원회 출범,국가 보고서 작성 예정.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포토] ‘전두환 기념비 밟는’ 이총리의 발

    [포토] ‘전두환 기념비 밟는’ 이총리의 발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낮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에 들어서면서 바닥에 묻힌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옛 묘역 길목의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한 전 전 대통령이 세운 비를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가 1989년 부순 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묻었다.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뉴스를부탁해]세상을 살 만하게 만든 ‘평범한’ 슈퍼히어로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인 영화가 있습니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영웅, 히어로들이 잔뜩 나옵니다. 우주에서 가장 힘센 악당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지요. 맞습니다.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지난달 25일 개봉했는데 벌써 1000만명이 넘게 봤더군요.영웅은 판타지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얼마전 평범한 슈퍼히어로를 발견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앞에서 가로막아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한영탁(46)씨입니다. 그의 차량 모델 이름을 따 ‘투스카니 의인’으로 불리고 있죠. ●투스카니 의인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건데…부담스럽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30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를 3km 앞둔 지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코란도차량을 몰던 A(54)씨가 신음을 내며 쓰러졌습니다. 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지만 A씨가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어 약 4분간 1.5km의 거리를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계속 주행 중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씨는 A씨가 조수석 쪽으로 쓰러진 것을 본 뒤 경적을 울리며 그를 깨우려했으나 반응이 없자 코란도를 앞질러 자신의 차량과 충돌하게 한 뒤 차를 멈춰 세웠습니다. 한씨의 용감한 선행은 코란도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투스카니 제조사인 현대차는 그에게 2000만원 상당의 벨로스터 신차를 선물하기로 했고, LG복지재단은 ‘LG의인상’과 상금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한씨의 반응입니다. 그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관심이 많이 부담스럽다. 그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닌가. 그만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선행을 별일 아닌 일이라며 쑥쓰러워 했습니다.어벤져스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시민영웅은 한씨뿐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희생해 위기에 처한 이웃을 구한 평범한 슈퍼히어로들을 소개합니다. 지난 2015년 LG복지재단이 제정한 ‘LG의인상’을 받은 71명의 일부입니다. 결말이 중요한 히어로 영화 기사 앞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붙습니다. 이 기사에는 가슴이 울컥하고 소름이 돋거나 눈물이 나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피 흘리며 흉기범 제압한 남성 “피하면 다른 사람이 다칠 것 같았다” 지난해 4월 7일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출구에서 노숙자 김모(54)씨는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30대 여성을 따라가 주먹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개찰구에서 나오던 곽경배(40·이하 당시 나이)씨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김씨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곽씨는 김씨가 주머니 속에서 여행용칼을 꺼내 휘두르는 바람에 오른 팔뚝을 찔렸지만 도망가는 김씨를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붙잡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응급실에 실려간 곽씨는 오른팔 신경과 근육이 끊어지고 동맥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2년간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는 “흉기를 보는 순간 두려웠지만 내가 피하면 다른 이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응했다”면서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은 있고 그래서 사회가 유지된다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LG는 곽씨에게 치료비를 포함해 5000만원의 상금을 전달했습니다.또다른 흉기범을 제압한 80대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26일 역삼역 5번 출구 근처에서 60대 남성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 여성을 뒤쫓아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여성의 목과 가슴을 수차례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은 피를 흘리며 살려달라 소리쳤지만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범행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현장을 지나던 김부용(80)씨와 김용수(57)씨가 범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김부용씨가 범인의 목을 잡고 김용수씨가 팔을 비틀어 흉기를 빼앗았습니다. 출동한 경찰에게 범인이 체포되고 피해 여성은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노장 히어로’가 없었다면 더 큰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는 이런 ‘묻지마 폭행’이 적잖이 일어납니다. 시민영웅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난 2016년 6월 27일 교대역 근처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한 남성이 30cm가 넘는 흉기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습니다. 이를 목격한 대법원 직원 송현명(30), 오주희(29), 변재성(26)씨와 서울중앙지법 직원 이동철(29)씨는 가방을 방패 삼아 범인에게 다가갔고 시민 조경환(30)씨도 가세해 흉기를 빼앗고 범인을 제압했습니다. 이들은 얼굴과 목에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5명의 영웅은 모범시민 표창과 함께 각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아이언맨 부럽지 않은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 영웅들의 진가는 화재 현장에서도 발휘됩니다. 마블스튜디오의 영화에 ‘아이언맨’이 있다면, 우리에겐 ‘크레인맨’과 ‘포크레인맨’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 22일 오후 8시, 경기 부천 여월동 주택가의 한 빌라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4층 베란다에서 엄마와 13개월 아들, 초등학생 두딸 등 일가족 5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소방용 사다리차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전선에 걸릴 위험 때문에 사다리를 뻗지 못한 채 40분이 흐른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빨간 크레인차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간판가게를 하는 원민규(51)씨가 자신의 2.5t 크레인을 몰고 온 것입니다. 원씨는 크레인에 소방대원을 태워 4층에 올려보냈고 일가족은 무사히 구조됐습니다. 원씨는 “저도 6살 딸 아이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면서 “그러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2016년 12월 16일 경기 화성 방교초등학교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급식실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고 주차장에 있던 승용차 10대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연료통과 타이어가 연이어 터지고 있었습니다. 4층 건물이 30분만에 타버릴 정도로 불길이 거세 교사와 아이 20여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철문이 굳게 닫혀 소방차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굴착기 한대가 나타났습니다. 굴착기는 지체 없이 학교 철문을 부숴 소방차의 진입로를 확보하고 난간에 고립된 8명을 굴착기 삽에 태워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포크레인맨은 주변 택지조성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안주용(46)씨였습니다. 구조가 끝난 뒤 홀연히 사라졌던 그의 선행은 화성소방서의 수소문 끝에 알려졌습니다. 더욱이 안씨가 간 이식 수술로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용감하게 나섰던 것으로 확인돼 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안씨는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갇혀 있는데 그저 가서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용감한 ‘시민의 발’ 버스 기사들 ‘시민의 발’인 버스기사들의 영웅적 면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2월 6일 전남 여수 학동을 시내버스 한대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퇴근길 40여명의 승객이 탄 버스 안에서 60대 문모 씨가 갑자기 시너 15ℓ를 바닥에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습니다. 운전기사 임정수(47)씨는 재빨리 앞뒤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대피시켰습니다. 2~3분 만에 버스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지만 모든 승객이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내린 임씨는 달아나는 범인을 쫓아가 붙잡았습니다. 지난 1월 26일 전북 전주 완산구 효자동에서는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튕겨져 나간 차량 한대가 인도턱을 들이받았는데 차에 연기가 나고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핸들과 시트 사이에 끼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이때 사고 현장을 지나던 시내버스 기사 이중근(61)씨는 차를 세우고 달려가 한 시민과 함께 피 흘리는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빼냈습니다. 2~3초 뒤 큰 폭발음과 함께 차량 전체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씨는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한참 후에야 바지가 불에 타고 머리와 손목에 화상을 입은 것을 알게 된 이씨는 “누구나 다 그런 상황이 되면 사람부터 살리려고 할 거다. 그게 사람의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구조 요청에 2000만원짜리 그물 버린 ‘바다의 영웅’ ‘투스카니 의인’처럼 재산상 손해를 감수하고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1월 16일 오전 5시 강남역사거리를 마지막 야식 배달을 마친 오토바이 한 대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무서운 속도로 검은색 외제차가 달려와 오토바이와 부딪혔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48)씨가 도로 위에 나뒹굴었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달아나버렸습니다. 신호 대기 중이던 운전자 이원희(32)씨와 류재한(27)씨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구입한지 일주일도 안 된 새차 생각에 이씨는 잠시 머뭇했지만 이내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뺑소니 차량을 추격했습니다. 류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뺑소니범은 강남역부터 남부순환로까지 무려 13km를 질주했습니다. 새벽의 추격전 끝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합동 검거에 성공했습니다. 외제차에서 내린 곽모(25)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59%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추격전에서 곽씨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류를 무려 26차례 위반했습니다. 곽씨를 멈춰 세우려던 이씨의 새차는 크게 파손됐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뺑소니범을 검거한 두 사람에게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영웅의 선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씨와 류씨는 “좋은 일을 해서 뿌듯하지만 사고 당하신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포상금 전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바다를 지키는 영웅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2일 새벽 3시, 깜깜한 진도 앞바다에서 선박 화재 신고가 접수됩니다. 해경은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 인근에서 조업하던 ‘707 현진호’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 배의 선장인 김국관(49)씨는 지체 없이 선원들에게 조업 중인 그물을 칼로 잘라버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사고 현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린 김씨는 불이 난 배에 밧줄을 묶어 연결한 뒤 바다에 뛰어든 선원 7명을 25분만에 모두 무사히 구했습니다. 김씨는 이들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옷과 양말을 있는대로 꺼내 갈아입혔습니다. 김씨가 끊어버린 그물은 20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그가 해경의 도움 요청을 거절했다면, 그물을 다 거둬들인 뒤에야 움직였다면 선원들을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을 것입니다. 알고보니 김씨는 2004년에도 전남 신안 소흑산도 남쪽 바다에서 난파된 어선의 선원 10명을 구조한 적이 있는 진짜 바다의 영웅이었습니다. LG 측은 김씨에 그물 수리비를 포함해 30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흙탕물에 침수된 차에 갇힌 일가족 구한 최현호씨 영웅들은 물불 가리지 않죠. 물에 빠진 시민들을 용감하게 구한 의인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31일 전남 광주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시간당 50mm가 넘는 폭우로 도시는 마비 상태였습니다. 순식간에 불어난 비에 침수된 송정지하차도 주변을 지나던 최현호(39)씨는 물에 잠겨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은 차량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함께 있던 아내에게 구조 신고를 부탁한 최씨는 싯누런 흙탕물에 뛰어들었습니다. 5분 만에 할머니와 3살짜리 아이, 아이의 엄마를 물밖으로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차안에 생후 7개월 아기가 갇혀있다며 발을 굴렀습니다. 최씨는 다시 물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2m가 넘는 수심. 수압 때문에 뒷문을 열 수 없었습니다. 운전석 쪽으로 이동한 그는 가까스로 문을 연 뒤 손발을 휘저어 뒷좌석 천장에 떠 있던 아기를 발견해 구했습니다. 하지만 아기는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최씨와 주변의 시민들은 번갈아 가며 쉼 없이 인공호흡을 했고 아이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딸 2명을 키우는 최씨는 “아기가 무사히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면서 “누구나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에 나섰을 텐데 뜻밖에 많은 칭찬을 받게 돼 쑥스럽지만 감사하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지난해 8월 13일 오후 3시, 강원 속초 장사항 해변에 유니폼을 입은 한 남성이 나타나 바다를 향해 달려갑니다. 해수욕을 즐기던 40대 남성이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나간 직후 였습니다. 의식을 잃은 피서객을 해변에 옮긴 이 영웅은 구조대가 나타나자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영웅의 정체는 뜻밖에 온라인에서 확인됐습니다. 출장 수리를 나온 LG전자 속초서비스센터의 서비스 엔지니어 임종현(35)씨였습니다. 임씨의 유니폼과 이름을 눈여겨 본 목격자가 LG서비스센터 미담게시판에 그의 선행을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호수에 빠진 차량 운전자 구한 10대 영웅들 어벤져스 멤버인 스파이더맨의 정체는 10대 고등학생 피터 파커입니다. 어린 영웅의 활약은 더 짜릿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린 영웅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강원체고 3학년이었던 김지수, 성준용, 최태준군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일 강원 춘천 의암호에 추락한 승용차를 발견합니다. 차 무게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물 아래로 가라앉은 차량에는 몸이 반쯤 빠져나온 여성 운전자가 타고 있었습니다. 호수 뚝방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지만 물이 깊고 차가워 구조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주변에서 운동을 하던 3명의 고등학생은 20여m를 빠르게 헤엄쳐 물에 빠진 여성을 침착하게 구조했습니다. 이들은 “주변에 위험하다고 말리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물에 뛰어들었다”면서 “학교에서 평소에 생존 수영과 인명구조를 배워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어벤져스에서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처럼 용감하고 강력한 여성 영웅이 현실에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6일 울산 중구의 도로 한가운데 경보를 울리는 구급차 한대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대였습니다. 호흡곤란 상태인 임신 7개월의 산모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세의 기적’처럼 차들이 양편으로 갈라졌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최의정(31)씨가 길을 막은 차량들의 문과 트렁크를 일일이 두드리며 구급차가 갈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기적’으로 구급차 길 터준 30대 여성 최 씨는 교통상황을 살피면서 구급차를 호위했습니다. 덕분에 산모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제때에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소방관의 아내였던 최씨는 “사이렌이 울리면 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차들이 조금만 비켜줘서 빨리 구급차가 병원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영웅도 있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니말(39)씨입니다. 지난해 2월 10일 경북 군위 산골마을에서 큰 불이 났습니다. 90대 여성이 불이 난 집에 갇혀 있었습니다. 니말씨는 망설임 없이 거센 불길을 뚫고 집안을 뒤져 할머니를 구했습니다. 얼굴과 폐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니말씨는 3주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치료비만 1300만원이 나왔습니다.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벌기 위해 5년 전 한국에 온 니말씨의 사정을 알고 있던 고용주와 소방서 직원들이 돈을 모아 치료비를 대신 내주었습니다. 니말씨는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보살핌이 고마워 용기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지하철 선로에 발을 헛디뎌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군인, 큰 너울에 휩쓸린 근로자를 구하다 숨진 해경 특공대원, 800도가 넘는 불길을 온몸으로 막고 시민들을 구조한 소방관들… 영웅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72명입니다. 의로운 선행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은 아마도 더 많을 것입니다. 여기에 소개한 영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두렵고 겁이 나서 못할 일인데도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담담히 얘기합니다. 영웅들은 공감능력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나에게도 가족이 있기에”가 영웅들이 선행에 나선 동기였습니다. 이런 의인들이 각박하고 이기적인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요.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신군부 만행 빠진 ‘5·18 영상’ 정부 기록용?

    지난 9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통해 38년 만에 처음 공개된 5·18영상 기록물은 누가 찍었을까. 이 영상은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장면들이 있어 사료 가치가 높다는 평이다. 특히 5월 30일 촬영된 망월동 ‘광주시공원묘지’의 사망자 매장 장면은 유일한 동영상 자료로 꼽힌다. 영상에는 화면을 가득 채운 70여명의 사람들. 트럭이 실어 나르는 관을 내리고 삽으로 구덩이를 파는 남성들. 풀어헤친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관을 내려다보는 젊은 여인. 영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꼬마의 모습. 이 영상물은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금남로 주변, 병원의 부상자 치료, 도청 진압 후 정리 모습 등을 담은 16㎜ 흑백 필름(72분 분량)이다. 도청 진압이 끝난 5월 27일 이후에는 활기를 띠는 광주의 모습이 이어진다. 경계 근무를 서는 군인들 사이로 출근하는 도청 직원들이 보이고, 도심 곳곳에서 방역과 청소 등이 이뤄진다. 6월 1일 도로정비가 이뤄지는 모습, 정상화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활짝 웃으며 인터뷰하는 것을 끝으로 영상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영상에는 계엄군의 발포, 시민 구타 장면 등 신군부의 만행 등 핵심 내용은 빠져 있다. 누가 어떤 용도로 촬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5·18기록관은 “공공기관 등에서 기록 목적으로 촬영한 게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도청 진압 후 주영복 국방부 장관이 헬기를 타고 전남도청을 찾는 상황, 소준열 장군(당시 광주전남북계엄사령관), 장형태 전남도지사 등의 바로 옆에 붙어 영상을 촬영한 부분이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탠다. 5·18기록관은 최근 익명의 수집가로부터 이 영상물을 구매했다. 이 수집가는 입수 경로에 대해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일간지 기자로 활동했던 A씨는 “당시 도지사 활동을 기록하는 영상물 촬영 전담 직원들이 있었다”며 “그들이 5·18 수습 상황 등을 촬영했을 것 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이 영상이 5·18 진실규명을 위한 내용을 담지는 않았지만 항쟁의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만큼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38년 만에… 어제인 듯 증언한 ‘광주의 아픔’

    38년 만에… 어제인 듯 증언한 ‘광주의 아픔’

    그동안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5·18 관련 영상물이 38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월 단체와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입수한 ‘5·18 영상기록물 상영회’를 가졌다. 이 영상은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국군통합병원과 적십자병원 환자 치료 상황, 전남도청 기자회견 등 광주 일대와 근교를 촬영한 영상기록물이다. 모두 16㎜ 네거티브(음화) 필름 형태 총 3권(롤)으로 상영시간은 72분이다. ‘광주 Part1’에는 5월 20일부터 27일까지의 기록이 담겼다. 금남로 시위대와 계엄군의 대치 상황, 적십자병원의 영안실, 시민 헌혈, 트럭·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민, 도청 앞 궐기대회, 도지사 기자단 브리핑과 수습위원회 면담 모습, 전남도청 상공 촬영, 무기 회수 장면 등이다. ‘광주 Part2’에는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도청 현관 앞 회수된 무기들, 거리 청소, 도로와 기관 앞에서 경계 중인 계엄군, 헬기를 타고 도청을 방문한 소준열(당시 전남북 계엄분소장), 망월동 안장과 오열하는 유가족 모습 등도 보인다. 마지막 ‘광주 Part3’는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항쟁 이후 정리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주로 송정리역, 화순 시외버스 정류장, 수창초등학교 주변과 거리의 사람들 모습이다. 5·18기록관은 최근 익명의 수집가로부터 5·18 영상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3월 이를 구입했다. 5·18기록관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영상물은 1980년 당시 광주시민들의 항쟁과 수습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트럭에 빼곡히 실려오는 관…38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5·18 참상’

    트럭에 빼곡히 실려오는 관…38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5·18 참상’

    5·18 항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담은 미공개 영상물이 38년 만에 공개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9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18 3개 단체장과 회원, 시민단체,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미공개 영상기록물 상영회’를 개최했다. 영상은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국군통합병원과 적십자병원 환자 치료 상황, 시민군과 계엄군 대치상황 등 광주 일대와 근교를 촬영한 모습이 담겼다. 태극기에 덮인 희생자들의 시신, 망월동으로 옮겨진 희생자 관이 즐비하게 줄지어 선 장면, 관을 붙들고 오열하는 유족 모습 등 시신·관 나열 부분도 여러 컷 담겨 그날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편 기록관은 공개 상영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반시민을 위해 10일부터 30일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 5·18기록관 3D 영상실(3층)에서 공개 상영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영상자료원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원과 경기 파주 분원 영상도서관에서도 11일부터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영상 열람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공개 5·18 관련 영상물, 38년 만에 일반에 첫 공개

    미공개 5·18 관련 영상물, 38년 만에 일반에 첫 공개

    9일 미공개 5·18 관련 영상물이 3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첫 영상은 1980년 5월 21일 낮 광주 금남로. M16 소총을 등 뒤로 가로질러 맨 공수여단 계엄군 병력과 주먹을 하늘로 내뻗는 군중이 대치한다. 계엄군과 군중 사이에서는 확성기를 손에 쥔 여성이 애절한 몸짓으로 시민을 향해 외친다. 이 여성은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배우 이요원이 열연한 ‘신애’의 실존인물 전옥주씨다. 차창이 산산이 부서진 택시들이 바리케이드처럼 방치된 도로를 따라 무장한 계엄군 병력이 대열을 맞춰 이동한다. 적십자병원, 전남대병원, 광주기독병원으로 옮겨간 흑백 영상은 참혹하게 훼손돼 태극기에 덮인 주검들을 비춘다. 이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에서 상영한 5·18 최초공개 영상은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를 통해 은막에 올랐던 장면들을 연상케 했다. 직접 마주했던 그 날,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장면이 펼쳐진 72분 동안 객석을 가득 채운 250여명 관객 사이에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1980년 5월 계엄군의 잔학한 폭력에 학생시위가 시민항쟁으로 치달은 20일부터 시내버스와 택시가 시민을 태우고 다시 거리를 달리는 30일까지 광주 상황이 흑백 영상으로 부활했다. 음성은 녹음되지 않았지만, 항쟁에 나선 군중의 함성과 주검을 붙들고 오열하는 유가족의 통곡이 화면을 뚫고 나와 극장 안을 메아리치는 듯했다. 고립된 도시에서 주먹밥과 음식을 나누고 헌혈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흑백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광주로 모여든 외신기자와 통역사 등 진실을 기록하고 노력했던 이방인의 모습까지 담담하게 담아냈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5월 30일 망월동 묘지 상황도 살아 움직이는 영상으로 펼쳐졌다. 카메라는 도로정비용 트럭 짐칸에 실려 온 관들, 상복을 입은 아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상복 차림의 여성을 따라가자 객석 곳곳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이날 상영에 앞서 “이 영상에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슬프거나 씩씩하거나’로 짓고 싶다”라며 “광주는 참혹하고 외로웠지만, 피를 나누고 주먹밥을 나눴기에 씩씩했을 것이다. 광주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위대와 계엄군 대치·적십자병원 영안실…38년 만에 세상 빛 보는 ‘미공개 5·18’

    시위대와 계엄군이 금남로에서 대치하는 장면 등 미공개된 1980년 5·18민주화운동 영상물이 38년 만에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다. 또 5·18을 전후해 주한 미국 대사관과 미국 정부 간에 오갔던 군사·외교 기밀문서에 대한 분석 작업이 진행돼 그동안 미진했던 5·18의 진상 규명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9일 오후 2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에서 미공개 영상기록물 상영회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이 영상물은 1980년 5월 20일~6월 1일 국군통합병원과 적십자병원 환자 치료 상황, 전남도청 기자회견 등 광주 시내와 근교를 촬영한 것이다. 시위대와 계엄군의 대치, 적십자병원의 영안실, 시민 궐기대회, 도지사 기자단 브리핑과 수습위원회 면담, 망월동 안장, 5·18이 끝난 27일 이후 광주의 주요 기관과 시민 모습 등이 담겼다. 또 시민 헌혈, 전남도청 상공 촬영 장면, 무기 회수, 도청 주변을 정리하는 계엄군 등 사료적 가치가 큰 장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기록물은 16㎜ 흑백 필름 총 3권(롤)으로 상영시간은 72분이다. 그러나 무성이라 소리는 들을 수 없다. 5·18기록관은 지난해 12월 익명의 수집가로부터 5·18 영상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 작업 끝에 지난 3월 구입했다. 5·18기록관은 5·18 전후 미국 군사·외교 기밀문서 번역본 분석에도 나선다. 5·18 관련 미국 정부 비밀해제 59개 문서이다. 번역본에는 1980년 5·18 당시 신군부와 미국의 관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5·18 전후 전두환씨의 입지를 인정하게 된 배경과 집단발포 배후 등이 구체적으로 밝혀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번역본은 1979~1980년 미국 국무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 사이에 오간 전문, 체로키 문서, 미국 국방부·중앙정보국(CIA) 기밀문서 등 총 3530쪽 분량으로 팀 셔록 미국 기자가 지난해 1월19일 광주시에 기증한 것이다. 번역은 군 기록물 관리·분석 전문가가 맡았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미공개 5·18 영상 일반에 공개.... 사료적 가치 매우 커

    미공개 5·18 영상 일반에 공개.... 사료적 가치 매우 커

    공개되지 않았던 5·18 영상물이 38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5·18기록관은 아시아문화원(ACI)과 공동주최로 오는 9일 오후 2시 광주시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미공개 영상기록물 상영회를 연다고 7일 밝혔다. 영상은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국군통합병원과 적십자병원 환자 치료 상황, 전남도청 기자회견 등 광주 일대와 근교를 촬영한 영상기록물이다. 시위대와 계엄군의 대치, 적십자병원의 영안실, 시민 궐기대회, 도지사 기자단 브리핑과 수습위원회 면담, 망월동 안장, 27일 이후 광주의 주요 기관과 시민의 모습 등이 담겼다. 또 금남로 시위대와 계엄군의 대치상황, 시민 헌혈, 트럭·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민, 기자단 헬기 탑승, 도청 상공 촬영 장면, 광주 외곽과 시민, 무기 회수, 도청 주변 정리하는 계엄군 등 사료적 가치가 큰 장면들이 많다. 영상기록물은 16㎜ 흑백 필름 총 3권(롤)으로 상영시간은 72분이다. 안타깝게도 무성으로 소리는 들을 수 없다. 5·18 관련 영상기록물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이번 영상기록물 수집은 1980년 광주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5·18기록관은 지난해 12월 익명의 수집가로부터 5·18 영상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수집가는 영상기록물의 수집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했으나 수집경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영상기록물의 상태와 내용을 점검한 이후 올해 3월 기록물을 구입했다. 5·18기록관은 한국영상자료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 음화필름(네거티브필름)을 현상하고 한 달간 디지털 작업을 거쳐 이번에 공개한다. 5·18기록관 관계자는 “미공개 영상기록물을 발굴·수집했다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홍보·교육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활용가치가 높다”며 “1980년 5월 20일부터 6월 1일까지 5·18과 광주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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