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월급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오산시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동물단체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김치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레이와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281
  • [기고] 한국농업 지금이 기회다/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경제학 박사

    우리나라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무역자유화와 시장경제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농업분야에서도 시장경제 기능이 잘 작동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농업은 시장경제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특수 분야이다. 미국 테네시대학의 다릴 교수는 농업분야에서 시장경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농산물 수요가 무한정 늘어나지 않으며,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가가 파산 지경에 이르러도 생산을 지속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또 농산물 가격 하락이 기대했던 수출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다국적 농업기업의 이익만 늘렸다고 주장한다. 농가당 경지면적이 180㏊에 이르는 시장경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자유화와 시장경제 일변도의 농업정책이 비판받고 있다. 하물며 농가당 경지면적이 1.4㏊에 불과한 우리가 비판 없이 시장경제를 앵무새처럼 주장해선 곤란하다. 혹자는 선진국처럼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농업의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진국 농업정책이 다 성공한 것도 아니며, 선진국도 ‘말 따로 행동 따로’이다. 다른 나라를 향해 보조금을 줄이라면서, 자기들은 반대로 늘릴 방안을 강구한다. 면화 보조금을 두고 미국과 브라질이 벌이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사례가 그러하다. 농업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여 성공한 나라가 없다. 우리 농업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 농민을 어떻게 강제로 구조조정할 것인가? 규모확대를 위한 구조조정은 사실상 효과가 미미하다. 농촌은 6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40%에 이른다. 더 이상 구조조정할 인력도, 힘도 없다. 구조조정이 돼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면 주택, 의료, 교통, 교육, 복지 측면에서 더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는가? 일부에선 우리 농업의 어두운 면, 부정적인 면, 실패 사례를 너무 강조하며 희망이 없다고 비판한다. 우리 농업은 희망이 있고 미래가 밝다. 농업분야에서도 첨단 과학기술과 접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부분이 많다. 품종과 종자, 비료, 농약, 농기계 등 기술분야가 그러하고,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 보듯 생명공학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은 지금이 더 많다. 그 이유는 농업이 1차 산업에서 2차,3차 산업으로 범위와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작물 생산에만 치중하던 전통적인 1차 산업에서 탈피, 이제는 가공, 포장, 저장, 수송, 수출, 관광, 휴양, 문화 등 여러 분야로 농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선진국의 소비패턴 변화는 우리에게 더 큰 희망이다. 패스트푸드보다 슬로푸드, 생존을 위한 음식보다 건강·웰빙을 위한 음식으로 선진국의 식품 소비패턴이 변해간다.‘식품합중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발효음식과 야채 반찬이 많은 우리 식품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농산물과 식품이 미국시장으로 본격 진출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다품목 소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농업형태도 희망이 보인다. 이제는 대량생산보다 환경 친화적 소규모 생산, 무조건 크면 좋다는 ‘규모의 경제’보다 다양성에 바탕을 둔 ‘범위의 경제’가 각광을 받기 때문이다. 기계화·대량생산이 특징인 미국 농업도 비효율과 부작용에 눈을 뜨고 있다. 막대한 농업보조금이 거대 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미국 농촌의 뿌리인 소농·가족농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이 식품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지도 못한다. 농업이 발전해야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치고 탄탄한 농업기반을 갖추지 않은 나라는 없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되,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실사구시적 정책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김재수 주미대사관 농무관·경제학 박사
  • 日서도 비정규직 임금차별 심각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차별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에는 19%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9%로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40%에 불과한 실정이다. OECD는 “일본의 노동시장은 잘 훈련받고 많은 임금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와 낮은 기술 수준에 적은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으로 ‘위험스럽게’ 양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특히 이같은 양분화 현상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도 ‘평생직장’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직장 개념이 무너진 뒤 새로운 체계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료는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든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자살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 직장 개념이 사라진 것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최근 노동시장 변화에 관한 보고서에서 7년째 계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비정규직 문제가 심화되는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일본 경제재정자문회의가 마련한 ‘일본 21세기 비전’ 보고서 초안에서는 연금제도의 개선과 함께 노동자들이 더 자유롭게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여성 노동자들이 더 쉽게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들이 7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OECD의 한국·일본 담당관인 렌달 존스는 “OECD의 주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 회복될 수 없는 단절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국선 전담변호사制 성과와 과제] ‘충실 변론’ 안착… 보수 현실화 긴요

    [국선 전담변호사制 성과와 과제] ‘충실 변론’ 안착… 보수 현실화 긴요

    기존 국선 변호사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도입된 국선 전담변호사 제도가 시행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국선 변호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법원은 오는 3월부터 본격시행에 앞선 시범실시를 확대키로 했다. 전담 변호사제의 성과와 보완점을 짚어봤다. ●연착륙한 전담변호사제 사례들 #사례1 사기죄로 기소된 30대 피고인 A씨는 구속기간이 길어져 집안이 기울자 보석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보석금 1000만원에 허가했으나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때 국선변호사가 선뜻 빌려줬다. 도망치면 그뿐이었지만 A씨는 보란 듯 재판에 나와 “믿어줘서 고맙다. 앞으로 정직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사례2 강도살인죄로 기소된 20대 B씨. 헤어진 동거녀 C씨를 살해하고 신용카드를 훔쳐 175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계획적인 살인이라며 사형을 구형했지만 국선변호사는 B씨가 말다툼 끝에 살해했고, 당황해 신용카드를 훔친 것이라고 변론했다. 살해도구가 흉기가 아닌 베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사례3 중국에서 밀반입된 필로폰을 팔다 잡힌 D(33),E(42),F(28)씨.D,E씨는 사선(私選) 변호사를 구했지만,F씨는 돈이 없어 국선변호사를 택해 법정에서 사선, 국선 변론의 한바탕 경쟁이 붙었다.D,E씨는 징역 5년을 받았으나 F씨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국선변호사가 “어려운 생활형편 탓에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며 적극 변론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사례4 절도죄로 교도소를 들락거린 지 7년이 넘은 G씨. 서른을 갓 넘겼지만, 면회 오는 가족도 없었다. 시름에 빠진 G씨에게 나이 지긋한 국선변호사가 찾아왔다. 그는 “앞날이 창창한데 포기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매주 면회를 신청했다.G씨는 “가족도 외면한 날, 돌봐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사명감에 불타는 국선 전담변호사들 국선변호사는 성의가 없어 증거자료를 준비하지 않고 구치소 접견도 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국가는 헌법상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국가가 대신해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러나 ‘때운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형식적 변호가 많은 게 현실이었다. 전담변호사제가 도입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국선 전담변호사인 심훈종(68), 유영근(53), 조현권(50), 이석준(44) 변호사가 지난 5개월 동안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변화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감지한 곳은 다름 아닌 구치소다. 시범 실시 중이라 국선변호 신청서 등에 ‘전담’이라 표시하지 않는데도 피고인들이 소문을 듣고 전담변호사만을 골라 신청한다. 한 부장판사는 “국선변호 신청자 10명 중 3명은 전담변호사를 찾는다.”고 전했다. ●여전히 보완점 산적해 새 제도는 연착륙했지만, 과제는 남아 있다. 국선 사건은 증가하는데도 국가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란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전담변호사의 경우, 사건당 25만원씩 한달에 25건을 맡으면 세전 월급은 625만원에 달하지만, 서초동 사무실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순수입은 얼마 남지 않는다. 윤영근 변호사는 “전용 사무실을 마련해주는 등 기본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각 법원에 전담 변호사실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지만, 재판과 변론을 분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변협도 회원들 반대에 부딪혀 사무실을 내주긴 어렵다고 전해왔다. 한 판사는 “국선이 활성화될수록 일반 변호사의 일감이 줄어드는 터라 변호사단체에서 협조 받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사선 변호사가 국선 변호사보다 형을 줄이는 데 효율적이란 편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국선 전담변호사에게 배당된 270건 중 87건은 사선으로 옮겨갔다. 전담변호사들은 “대부분 담당 판사와의 학연, 지연을 통해 낮은 형량을 받기를 기대하며 사선을 선임한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사제도가 전관예우란 법조계 고질병폐를 없애고 사회적 약자도 평등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국선과의 형평성 문제도 새로 떠올랐다. 전담 변호사가 맡는 사건이 한정돼 있어 “왜 내 사건은 일반 국선이 맡느냐.”는 항의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민형기 형사수석부장은 “국선제도가 구속피고인, 영장실질심사 대상자로 확대되는 터라 전담변호사의 권리·의무·지위 등을 빨리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민중예술가서 문화CEO로 김명곤 국립극장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민중예술가서 문화CEO로 김명곤 국립극장장

    비워야 채워지고 버려야 얻어진다고 했던가. 한 청년, 독문학도였다. 어느 여름날 시골의 느티나무 아래였다. 청년은 차마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또 아니 들었던 것을 듣고야 말았다. 그곳에 한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속세의 풍진을 훌훌 털어냈다. 번뇌도, 욕심도 없다. 끊어질 듯하면 이어진다. 점점 눈이 부신다. 귀가 떨린다. 쿵쾅쿵쾅, 가슴이 요동친다. 어쩔거나, 어쩔거나. 늪이다. 헤어나올 수가 없다. 인간사 삼세번,3일 동안 꼼짝할 수 없었다. 결국 청년은 고독한 ‘소리꾼’의 길로 들어섰다. 김명곤(53) 국립극장장.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 소리꾼으로 열연한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딸(오정해)에게 약을 먹여 장님이 되게 한 후 소리를 가르치는 ‘아버지’는 더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김명곤’ 하면 평소 1980년대 민중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연출가·판소리 이수자 등으로 꼽힌다. 지금은 문화CEO로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국립극장 사상 처음으로 공채(2000년)로 극장장에 임명된데다 연임의 기록까지 세운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이밖에 ‘광복60돌60인위원회’ 위원을 비롯, 올 11월에 열릴 APEC행사의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춥고 배고픈 재야 연극인 생활을 할 때를 생각하면 이래저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을 터이다. “오는 4월이면 국립극장이 개관 55주년을 맞이합니다. 이에 맞춰 국립극장은 지난해 10월 해오름극장에 이어 나머지 극장시설에 대한 리모델링 작업이 완전히 끝납니다. 모두 176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됐지요. 예쁜 새옷을 입고 좀더 편한 모습으로 국민들과 호흡하겠습니다.” 그의 집무실, 탁자 위에 놓인 글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잃어버린 나, 그리고 잊었던 우리와 다시 만나는 그런 무대를’ ‘무대와 친숙하지 않은 소외된 대중 속으로 더 가까이 더욱 뜨겁게’ 어떤 철학으로 극장을 운영하는지 짐작이 갔다. 글의 주인공은 한승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극장의 단골고객이며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국립극장장에 처음 취임할 때 모든 것을 (기존과)반대로만 하자고 다짐했단다. 즉 권위와 폐쇄, 관료적인 국립극장에서 탈권위적인 국민 속의 극장으로 개혁시키고자 했던 것. 스스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평했다. 우선 공연장 명칭만 하더라도 대극장을 ‘해오름’, 소극장을 ‘달오름’, 실험극장 ‘별오름’ 등 부드럽게 변화시켰다. 또 무지개 길과 은하수 쉼터 등의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기존의 연평균 관객 30만에서 50만명으로 늘어났다. 수입도 3배 가까이 증가해 재정자립도를 7%에서 18%까지 끌어올렸다. 해외 유명 국립극장의 재정자립도가 대부분 15∼25%인 점을 감안하면 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국립극장은 6·25 발발 두달 전에 처음 출발했습니다. 국립극장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굴곡의 현대사나 다름없습니다. 어쨌든 올 한해는 우리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해외로 쭉쭉 뻗어나가게 할 생각입니다.” 화제를 돌렸다. 진보성향이라는 질문을 자주 받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약간 웃으며 “대학시절, 순수지향적 사회운동이 시작될 때 동료가 잡혀가는 것을 보고 예술과 현실사회 사이에서 무척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당시 임진택·채희완·김석만씨 등과 함께 민족극 운동1세대에 뛰어들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진보적 행보는 1986년 극단 ‘아리랑’을 창단하면서 본격적으로 넓힌다. 연극 ‘갑오세 가보세’ ‘점아점아 콩점아’ ‘인동초’ 등 민족민중극을 연달아 선보였다. 주로 인권과 평등, 분단의 아픔을 고민했다. 예술에의 집착도 이같은 신념에서 비롯됐다. “가난한 연극인으로 진보적인 문예운동을 펼칠 때 다섯가지 마귀, 즉 주마(酒魔), 병마(病魔), 수마(垂魔), 궁귀(窮鬼), 색마(色魔)에 시달리느라 좌절도 많이 겪었습니다.” 서울대 독어교육학과 2학년 때 연극반에 들어갔다. 연극반은 아예 먹고 자는 곳이었다. 첫 역할은 데모하는 학생을 데려다가 두들겨패는 정보과 형사였다. 교수의 첫째딸 역을 맡은 여학생이 예뻐서 더욱 신났다. 특히 연극이 끝나면 라면과 소주가 나왔다. 밤새 친구들과 소주마시며 얘기하다가 그대로 쓰러져 잤다. 아침에 선배가 머리맡에 갖다놓은 도시락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세수는 늘 학교 우물가. 그런 생활이 계속됐다. 주마의 결과는 곧 병마로 돌아섰다.2학년 말 폐결핵이 찾아왔다. 그러다보니 약을 먹고 매일 잠만 잤다. 이제는 수마가 시작된 것. 이때만 하더라도 그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입에 풀칠할 수 있던 처지였다. 하지만 꼼짝조차 하기 싫었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방안퉁소’(방안에서 하루종일 퉁소만 부른다는 뜻)로 불렸을까. 결국 약도 못 사먹는 궁귀의 상태로 빠졌다. 색마에 대한 설명으로 그는 “연극을 하다 보면 늘 여성과 어울리게 된다.”며 웃는다. ●명창 박초월선생에 판소리 배워 대학 3학년 때 판소리를 처음 접하고 깊은 충격에 빠진다. 몸이 안 좋아 휴학 중이던 여름날. 전북 김제에서 친구를 만났다. 전북대 영문과에 재학 중인 그는 판소리를 배우고 있었다. 심심해서 친구를 따라나섰다. 시골의 큰 느티나무아 래의 정자. 한 여인이 아이들 4∼5명을 앞에 앉혀놓고 북을 치며 판소리를 가르치고 있었다. 여인의 소리는 마디마디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 이런 것이 있었단 말인가. 사흘동안 그렇게 정자에 있었다. 그의 인생을 확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때만 해도 음악이란 오페라나 가곡이 전부인 줄 알았죠. 난생처음 판소리를 듣고 왜 학교에서 한번도 안 배웠는지 충격으로 다가오더군요.”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종로3가의 단성사 건너편에 위치한 명창 박초월 선생의 학원을 찾았다. 학원비를 겨우 마련한 뒤 등록했다. 두어달 후 학원비가 바닥났다. 사정을 안 박 선생은 그냥 다니라고 했다. 대신 전화도 받고 학생들의 가사를 받아쓰는 일 등을 했다. 나중에 박 선생은 그를 친자식처럼 여겼다. 이렇게 광대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또한 마당극과 민요 등을 어떻게 하면 창작극에 잘 접목시키고 삽입시켜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기자·교직 거쳐 연극의 길로 대학 졸업 후 ‘뿌리깊은 나무’의 기자가 된다. 하지만 연극과 판소리의 끼는 버리지 못했다. 배화여고 독일어 교사로 일단 자리를 옮겼다. 방학 때면 연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독일어과목 첫 수업 때 김 극장장은 “너희들이 독일어를 왜 배우냐, 먼저 우리것을 잘 알아야 한다.”며 ‘사랑가’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한 여제자가 이에 쏙 반해버렸다. 둘은 결혼에 골인했다. 다행히 15년 앓아오던 폐결핵은 아내의 헌신적 간병 덕분에 결혼 2년만에 말끔히 나았다. 지금도 이는 기적이라고 여긴다. “국립극장장이 됐을 때 아내는 이제야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무척 좋아했지요.” 어릴 적 그의 집은 전주시 중앙동. 하지만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장원이 기울어지면서 큰 집에서 작은 집, 중앙에서 변두리쪽으로 자꾸 밀려나갔다. 아버지는 한학을 공부한 낚시광이었다. 김 극장장은 모진 세월을 이겨내는 어머니와 인내심의 아버지를 닮았다고 했다. 그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좋아 독일어를 택했다. 가난한 배우생활을 하면서도 한번도 ‘파우스트’를 잊어본 적이 없다. 올해가 극장장 연임의 마지막해. 내년에 다시 실업자가 된다는 그는 “자유로워지면 꼭 파우스트 같은 작품을 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2년 전주 출생 ▲76년 서울대 독어교육학과 졸업 ▲77년 뿌리깊은나무 기자 ▲78∼79년 배화여고 교사 ▲86년 극단 아리랑 창단대표 ▲98∼99년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 회장 ▲99년 9∼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객원교수 ▲2000년1월∼현재 국립극장장 ▲2000년11월∼현재 문화관광부 지역문화추진위원회 위원 ▲저서=광대열전, 점아점아콩점아, 꿈꾸는 퉁소쟁이 등 ▲연극=장산곶매, 나의살던 고향은, 장사의 꿈 등 ▲영화=일송정 푸른솔, 바보선언,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 등 ▲상훈=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서편제), 자랑스런 서울시민상(1994), 제1회 현대연극상 연출상(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
  • 소득세 年15만원 준다

    소득세 年15만원 준다

    월 소득 300만원인 4인 가족의 소득세 연간 부담액이 지난해보다 15만원가량 줄어든다. 지난해에는 133만 5000원이 월급에서 원천징수됐지만 올해에는 118만 3080원으로 11.4%가 줄어든다. 월 400만원 봉급생활자는 7.9%가 줄고,500만원인 사람은 7.0%가 줄어든다. 또 공인된 기관에서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은 올해부터 연말정산때 수강료 영수증을 국세청에 내면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인세·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과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21일 발표했다. 올해 1월 소득분부터 적용되는 간이세액표에는 매월 원천징수되는 세금액이 소득구간별·가구별로 표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월급여 3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처, 자녀 2명 등 가족 3명을 부양할 경우 매월 원천징수되는 소득세가 지난해 11만 1250원에서 올해에는 9만 8590원으로 1만 2660원(11.4%) 줄어든다. 허용석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은 “이번 간이세액표 조정은 소득세율이 기존의 9∼36%에서 8∼35%로 1%포인트 인하됐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이미 올해 1월 월급을 받아 소득세가 원천징수된 사람들은 2월분 원천징수시 또는 연말정산시에 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부터는 근로자 본인이 직업훈련을 받으면서 지불하는 수강료가 전액 소득공제에 포함된다. 지금은 본인과 자녀가 초·중·고·대학 정규교육 과정에서 공부할 때에만 교육비가 공제된다.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도시 입주기업의 범위도 확정됐다. 일반기업 투자금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연구개발·복합화물터미널·공동집배송센터·항만시설 업체 투자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법인세(또는 소득세)를 처음 3년간은 100%, 이후 2년간은 50%를 감면받는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일자리 창출 기업에 맡겨야/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신입사원 채용공고만 냈다 하면 수만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학원 졸업자가 지원했다는 보도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싸늘하게 식은 취업전선과는 달리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잘 나가는 수출기업이나 정유, 통신 등 내수호황기업에서는 최고수준의 임금에 더하여 종업원들의 복리후생 요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업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계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중년 직장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일처리도 더 빠르고 힘도 더 센 자녀들이 직장을 못 잡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을 쉬고 있다. 자신의 월급의 절반만 주고 자녀들을 대신 채용한다면 언제라도 직장을 떠나겠다는 근로자들도 많이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고용조정이 어려워 신규채용을 못 하다 보니 종업원 연령구조도 극히 비정상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고용인원을 계속 줄여가는 기업의 경우는 근로자 평균 연령이 계속 올라가고 있어 고임금 부담뿐만 아니라 순조로운 업무승계까지 걱정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두고도 신규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매출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산된 제품의 판매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당연히 기업투자가 몰릴 것이다. 그러나 매출예상이 불투명한 것이 일반적이고 투자 실패로 확정될 경우 이를 정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토지나 건물 등 유형자산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면 일부라도 원금회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을 고용할 경우 해고가 쉽지 않고 명예퇴직금 등의 해고관련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 투자실패시 고용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추가비용을 우려하여 투자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따라서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서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비정규직을 활용해야 한다. 투자가 성공하여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서면 숙련된 근로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할 것이고 기업 스스로가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이다.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노동부장관이 이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서는 데 비해 정치권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정체불명의 제자집단으로부터 노동자 죽이기에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라는 주장을 입에 달고 사는 여야 정치권은 경제살리기의 핵심과제인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근로자들의 표를 의식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는 올해 1조 4000억원을 투입하여 청년 및 취약계층 46만명에게 직업훈련 및 장단기 일자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임시방편 대책은 자칫하면 청년들이 평생직장을 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실업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신규 투자를 결정한 기업이 당해 투자안의 성패에 따라 고용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신규고용 촉진을 위한 세제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고, 특히 청년층 인턴사원 채용시는 지급된 급여 총액을 모두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획기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제활동의 주역은 기업이 돼야 하고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 아무리 사정이 급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정도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 [열린세상] 이미지 시장/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미국에 가면 K마트나 월마트 같은 대형 매점을 흔히 볼 수 있다. 매장에 들어가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 상품이 가득하다. 특징은 상품의 값이 싸면서도 질이 괜찮다는 것이다. 이들 매점이야말로 이른바 ‘유용성시장’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1970년대 이후 이런 유용성시장에 상품을 팔아 후진국이라는 굴레를 벗었다.80년대에 K마트나 월마트에 가면 국산품이 즐비했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만나면 으레 자기가 산 한국 상품에 대해 호평을 늘어놓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곤 했다. 값이 싸지만 품질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런 유용성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지금은 K마트나 월마트에서 눈을 씻고 봐도 국산품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어느 새 값이 싼 제품은 만들려야 만들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나는 90년대 초에 베트남에 갔다가 현지의 대우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대우 마크가 붙은 작업복을 벽에 줄줄이 걸어놓고 베트남 옷을 입은 채 작업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자 노동자들은 대우 작업복을 차려 입고 자전거를 타고 꾸역꾸역 정문을 빠져 나갔다. 회사 작업복은 고임금 노동자의 상징이어서 출퇴근할 때만 입는다는 것이었다. 당시 베트남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국내 전자업체 노동자 임금의 30분의1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게 거기서는 엄청난 고임금이었다. 국내 제품은 이제 베트남이나 중국 같은 저임금 국가에서 만든 상품과 가격으로는 경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 한국 자본주의에 내일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비록 유용성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었지만 또 하나의 시장이 우리를 부르고 있다.‘이미지시장’이 그것이다. 세상이 좋아져 이제 살 만한 사람들은 물질이 아니라 이미지를 구매한다. 젊은 여자들은 춥기 때문에 긴 옷을 입고 덥기 때문에 짧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 다리를 차별화하고 싶으면 한겨울에도 초 미니로 활보한다.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창출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어느 신세대 주부가 티크장을 버리고 오크장을 샀다면 그것이 옷의 보관에 좋아서가 아니다. 오크장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빌려 자기 가정의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미지를 사고파는 이런 이미지시장을 공략하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는 다시 활짝 열리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이 시장에서는 값이 싸다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고객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적합하면 그 상품은 가격과 무관하게 경쟁력을 갖는다. 따라서 이 시장의 부가가치는 유용성시장의 그것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이런 물 좋은 이미지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이미지이다. 우리나라는 유용성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갈 즈음에 천행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 국가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식민지니 전쟁이니 쿠데타니 화염병시위니 하는 부정적인 상징으로 범벅이 된 국가이미지는, 활력이 넘치는 작고도 강한 나라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바뀌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정보산업, 문화산업의 발달이 국가이미지를 혁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21세기를 정보시대라고들 하는데 바로 그 정보산업 분야에서 세계가 놀랄 만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 대중문화가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일으키고 있는 한류라는 물결도 보통 이변이 아니다. 문화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일방적으로 흐르면서 주변부를 문화적 식민지로 전락시킨다는 전통적인 가설이 보기 좋게 엎어지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서 우리 국가이미지 쇄신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하나다. 정치가 품격을 갖추는 것이 그것이다. 정치 분야에서 엉뚱한 뉴스를 양산해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일만 그쳐준다면, 국가이미지는 현저하게 달라질 것이다. 국가이미지가 좋아지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이미지시장의 정복쯤이야 대수로울 게 없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경제전문기자 출신 서정아씨 ‘여보!…‘ 출간

    “남편 월급으로 살림만 하다 보면 남의 돈 쓰는 것 같아 정작 나를 위해선 한 푼도 못씁니다.” 한 37세 주부의 이같은 고민은 불황 속에서 알뜰히 살림을 꾸려 가는 우리시대 전업주부들의 자화상이다. ‘여보! 재테크를 부탁해’(서정아 지음, 거름 펴냄)는 주부들을 향해 “자격지심을 벗어 던지라.”고 부추긴다. 경제 전문기자 출신인 지은이는 건실한 회사를 만들려면 기업에 CFO(최고재무관리사)가 필요하듯 가정에도 ‘전문 CFO’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 관리를 잘하는 엄마가 부잣집을 만든다는 것이다. # 충고1“쥐꼬리 월급 무시 말라” 아이가 생기고 생활비가 늘어나면 월급봉투는 늘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각종 세금에 국민연금, 공과금까지…. 또 신용카드는 왜 이리 많이 썼는지.TV나 잡지에서 연봉 1억원이 넘는 전문직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월급명세서는 슬그머니 책상서랍으로 처박아 두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지은이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지은이는 “한달에 300만원을 받는 샐러리맨은 10억원을 은행에 넣고 매달 4%의 이자로 생활하는 자산가와 마찬가지다. 월급생활자가 최고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월급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서민이 재테크를 하기 위해선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을 신주단지 모시듯 귀하게 관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 충고2“기록만 할 바엔 가계부를 버려라” “가계부를 꼼꼼히 정리하다가도 이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주부들에게 지은이는 “단순히 기록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차분하게 분석하고 통계를 내보라.”고 제안한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를 그려 보라는 것이다. 구멍가게 같은 살림을 하면서 웬 수선이냐고 흉볼 사람도 있겠지만 대차대조표 등은 각 가정의 재정상태를 한눈에 알아보는 척도가 된다. 공책 한 권에 볼펜이면 준비 끝. 집과 자동차 적금 등 자산은 한쪽에, 대출금과 할부금 카드 값 등 부채는 다른 쪽에 정리하면 그만이다. 같은 방법으로 월별로 현금흐름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리 결과 월수입에서 부채가 30% 이상을 넘으면 ‘적신호’다. 정리한 자료를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복기해 보면 가정의 거시적인 소비패턴과 불필요한 지출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것은 기본. 단 작심삼일이 안 되려면 “가계부는 일기 쓰듯 부담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적으라.”고 조언한다. # 충고3“재테크 전 가족 합의가 먼저” 분석한 다음은 투자다. 지은이는 “투자를 위해 전체 월급의 20∼30%는 공과금 등 고정지출에 할애하고, 나머지의 30∼40%만으로 생활하라.”고 권한다. 이렇게 하면 월급의 40∼50%는 재테크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다. 소득이 뻔한 상황에서 소비규모를 정확하게 배분하지 못하면 투자는 남의 집 이야기일 뿐이다. 후반부에는 각종 채권과 주식, 금융권의 간접투자 상품, 내 집 마련 등의 노하우가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지은이는 “10년 안에 10억원을 모으겠다는 등의 가시적인 목표를 세우기 전에 돈을 모으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따져 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미래를 위한 재테크가 현재를 고통과 인내의 연속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성 있는 계획과 가족구성원의 동의가 함께 이뤄질 때 구성원 모두의 꿈을 이루는 행복한 재테크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1만원.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클릭 세상속으로] 보육원 내쫓기는 ‘18세 어른’

    [클릭 세상속으로] 보육원 내쫓기는 ‘18세 어른’

    “나라에서 올해 300만원씩 준다고 들었어요. 고시원이라도 들어갈 수 있게 ‘집’떠나는 날에 맞춰 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7살때부터 서울 A보육원에서 생활하다 다음달 퇴소를 앞두고 있는 천종현(18·가명)군은 요즘 하루하루가 답답하기만 하다.10여년간 지낸 보육원을 떠나면 당장 지낼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서울 B보육원을 나서게 되는 김오선(18·여·가명)양도 마찬가지다. 취업을 못해 다음달부터 간호조무사 양성학원을 다닐 작정인 김양은 “당분간 모델일을 하는 친구네 회사 매니저가 얻어준 원룸에 들어갈 작정”이라며 “전·월세방을 구할 돈도 없지만 어떻게 계약해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지난 17일 서울시가 보육시설퇴소 예정자들을 위해 마련한 2박3일간의 동해안·경주 여행을 떠나는 천군과 김양의 발걸음은 불투명한 앞날 때문인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집’ 떠나 어디서 살까 아동보육시설은 고아이거나 부모의 이혼 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맡기는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70%정도가 후자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278개의 시설에 1만 8670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비인가시설까지 합치면 아동보육시설 수용자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만 18세가 되어 아동보육시설을 떠나게 되는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약 1200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에서는 모두 161명이 그동안 지내던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졸업 때까지 계속 보육원에서 지낼 수 있고, 취업이 되면 회사기숙사에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단체생활을 한 때문인지 조그만 방이라도 마련해 시설을 벗어나려 한다. 한방에 3∼4명씩 함께 지내는 자립생활관에서도 공과금을 내면 3년간 지낼 수 있지만 진학이나 취직을 한 경우에만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전국적으로 10여곳에 지나지 않고 수용인원도 적다. 사정이 좋은 편인 서울시의 경우 두 곳의 여자시설과 한 곳의 남자시설이 있지만 모두 70∼80명 정도를 수용할수 있을 뿐이다. 결국 시설을 떠나는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은 전·월세 등을 통해 살집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현실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돈 없어 헤맨다 방을 구할 때 이들이 쓸 수 있는 ‘종자돈’은 크게 국가에서 지원받는 정착금과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동안 개인후원자에게 개별적으로 받은 후원금이 전부다. 정부에서 주는 정착금은 보건복지부와 광역자치단체가 함께 부담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여력에 따라 지원규모가 다르다. 올해는 200만∼400만원 정도 지급될 예정이지만 입금일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퇴소후 수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지원금을 받는 실정이다. 개인별 후원금의 경우는 성적·외모 등에 따라 결정돼 개인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대개는 수백만원 수준이다. 한편, 서울의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보육시설의 법인명의로 2인이 함께 쓰는 전세방을 구하면 2500만원까지 무이자로 4년간 대출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30명 남짓 이용했을 뿐이다. 법인 명의로 계약과 융자가 이뤄지다 보니 시설에서 이를 꺼리는데다 주택 임대인들도 시설출신 임차인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아이들 정작 사회를 나서더라도 이들 앞에 펼쳐진 현실은 가혹하다. 취업을 할 때도 어려움이 따르고,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많다. 올 2월 전문대 졸업을 앞두고 서울 C보육원에서 퇴소해야 하는 정석우(21·가명)씨는 “보육시설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취직이 안되는 것 같아 계속 초조하다.”며 “직장없이 친구집을 전전하던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모습이 곧 내모습이 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잊혀진 핏줄’을 찾다가 직장이나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다. 김양은 “혼자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어린 나이에 결혼하거나 동거를 하는 언니들도 많다.”고 전했다. 3년전 경기 D보육원을 나온 후 제과점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가지고 올 9월 일본의 한 제과전문학교에 진학하려는 박재우(23·가명)씨는 “보육원을 나서면 월급이 많은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막노동판으로 전락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면서 “보통 사람보다 더 독하게 마음 먹어야 겨우 버틸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응 프로그램 마련해야 시설퇴소 청소년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나 현황 통계자료 등이 미비한 실정이다. 박씨는 “퇴소 전후 구청이나 시청 등에서 어떻게 지내느냐는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시설퇴소 청소년들에 대한 대안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라고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세자금 지원 등의 방법을 담당공무원이나 보육기관에 잘 알리고 있다.”면서 “퇴소예정자들이 그같은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은 시설에서 잘못한 일”이라며 책임을 시설에 떠넘겼다. 이에 대해 서울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전세금 지원보다는 현재 운영되는 생활자립관 시설을 크게 늘리면서 다양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여운택옹 끝나지 않은 ‘투쟁’

    “일본에서 2년 동안 일한 대가가 우동 한 그릇 값도 안 됩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여운택(82·서울 강동구 암사동)옹은 지난해 11월 일본 사회보험청에서 ‘후생연금 3421원’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에서 ‘후생연금 반환요청’을 한 뒤 일본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은 여옹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는 양국 정부의 주장을 뒤집는 사례이다. 그렇지만 여씨가 돌려받은 돈은 광복 이후의 물가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액수였다. 17일 서울 신문로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여옹은 지난 60년 동안 가슴에 쌓인 한을 한꺼번에 풀어놓기가 벅찼던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하자 그는 거대한 일본 기업과 홀로 싸워온 지난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943년 6월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일본제철주식회사에 운전사로 취직했지만 월급 50엔 모두 후생연금보험과 가계저축 명목으로 떼갔다.”면서 “당시 소 한 마리 값이 50엔이었는데 316엔이면 소 여섯 마리는 살 수 있는 돈인데도….”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광복 직후 회사측에 후생연금을 찾아가겠다고 말했지만 ‘한국에 가 있으면 곧 부쳐주겠다.’는 회사쪽 약속만 믿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여옹의 법률 의뢰인인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사회보험청이 여옹에게 후생연금을 지급한 것은 국내의 수많은 후생연금 가입자들도 반환 신청을 내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후생연금 반환금액 산정 기준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최소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액수는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1944년 당시 후생연금 가입자는 844만명에 이르고 당시 5인 이상의 사업장은 강제로 후생연금에 가입해야 했다는 것이다. 여옹은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일본대사관을 찾아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않은 한국 정부와 보상의 책임을 수십년 동안 미루고 있는 일본 정부는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외쳤다.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를 일부 공개했지만 일본측의 전면 보상과 사죄가 선행되지 않은 40여년 전 ‘미완의 협정’은 백발이 성성한 징용 피해자들에게는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남아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方外之士1,2/조용현 지음

    方外之士1,2/조용현 지음

    잡지사 기자 하다가 사표를 내고 주머니에 달랑 300만원만 가지고 무작정 지리산에 뛰어든 시인 이원규. 산이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그의 한 달 생활비는 20만원. 이 돈만 조달하면 그는 굶어 죽지 않는다. 지리산에선 굶어 죽는 사람 없고, 자살하는 사람 없다고 그는 말한다. 처성자옥(妻城子獄)의 서울을 버리고 지리산에서 얻은 것은 오토바이 하나 타고 바람처럼 싸돌아다니는 대자유다. 국내외에 수전(水戰) 전문가로 알려진 윤명철. 동국대 사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대나무로 엮은 뗏목을 타고 황해바다를 들락거리며 ‘뗏목은 태풍에도 뒤집히지 않는다.’란 철학을 터득한 사람이다. 밤이 되면 캄캄한 바다위의 일엽편주에서 별을 바라보며 명선일체(命禪一體)를 체험한다. ●사표내고 300만원 들고 지리산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 다 하는 취업을 거부한 채 시골에서 고택을 지키며 살아가는 광주 너브실의 강처사. 그는 이름하여 ‘백수의 제왕’이다. 뚜렷한 직업이 없지만 아직까지 굶어 죽지 않았다.‘눈먼 새도 공중에 날아다니면 입에 들어오는 것이 있게 마련’이라는 신조를 가진 그는 너브실의 대숲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인생을 음미한다. 그의 가장 큰 일은 노는 일. 일생을 일만 하며 사는 서울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낀다. 언제 직장에서 밀려날까 조바심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월급쟁이들에게 이들은 우상 같은 존재다. 속된 말로 ‘또라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만 걱정하다가 한 세상 끝낼 수 없다.’며 반복되는 일상의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불교철학자인 조용헌씨는 이 사람들을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삶의 고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고수들의 삶을 담은 책 ‘方外之士1,2’(정신세계원 펴냄)를 냈다. 저자에 따르면 ‘방’(方)은 테두리, 경계선, 닫힌 공간, 즉 고정관념과 조직사회를 뜻한다. 방외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를 가리킨다. 그동안 방내에서만 살아 보았으니, 방외에도 한번 나가 보자.‘방외에 나가면 정말 굶어 죽는 것인가? 잘 사는 것이란 무언인가?’ 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과도하게 방내에만 집중되는 삶을 고집해 왔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분야에서 한 줄로만 서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줄로 늘어선 단조로운 사회라서 재미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인생엔 한 길만이 아니라 여러 길이 있다. 이같은 시각으로 지은이는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보자는 신념을 실행에 옮긴 13인의 방외지사들의 삶을 집중적으로 탐색한다. ●텃밭 먹을거리로 자급자족 “밥걱정 없어요” 먼저 밥 걱정을 뛰어넘은 귀거래사 이야기. 박태후씨는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있는 죽설헌(竹雪軒)에 산다. 말단으로 시작한 20년의 공무원 생활을 박차고, 손수 짓고 가꾼 벽돌집에서 신선처럼 산다. 그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차경(借景)의 원리가 돋보이는 방에서 뒹굴며 창밖 가득한 대나무숲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 노릇이 슬슬 지루해지면 대나무 숲길 산책에 나서 마음을 식히고, 집 뒤편 밭으로 나가 과일을 따거나 상추를 뜯는다. 밭에선 배, 사과, 감, 매화, 복숭아, 포도, 딸기 등이 봄부터 가을까지 줄줄이 열매를 맺는다. 고구마, 감자, 채소도 지천이라 하루 1∼2시간만 꼼지락거리면 밥 굶을 염려는 없다. 그에게 농사가 삶의 하부구조라면 그림은 상부구조다. 직장생활 때부터 사군자를 그린 그는 화단 데뷔 후엔 그만의 독특한 그림들을 그린다. 그의 수입은 공무원연금으로 받는 130만원이 전부다. 그 돈으로 두 아이 학교 보내고, 그림재료까지 사고, 승용차도 굴린다. 가끔 부인과 맥주집에 들러 술도 한 잔씩 하고 조금씩 저축도 한다. 먹을거리는 대부분 집 앞 텃밭에서 나온 것들로 자급자족한다. 지리산의 여러 계곡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사는 시인 이원규씨가 궁극적인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이다. 집착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바로 오토바이다.125㏄ 80만원짜리 부터 시작해 목돈만 생기면 업그레이드한 것이 지금은 1455㏄ 중고 할리데이비슨까지 왔다. 그에 의하면 할리는 현대판 말이다. 엔진 소리가 말발굽 소리 같이 들린다.“두-둥 두-둥 두-두-둥.” 할리를 타고 아름다운 섬진강변을, 특히 봄에 매화가 필 때 달리면 천하에 부러울 것이 없다. 계룡산에 사는 박사규씨는 전통무예 기천문(氣天門)의 장문인이다. 고구려 연개소문이 연마했다는 이 권법을 수련하며 민족의 혼맥을 바로 세우기 위해 기도한다.5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매일 아침 3시간씩 계룡산의 영봉(靈峯)들을 나는 듯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의 삶이 눈부시다. ●고택 지키며 사는 ‘백수의 제왕’ 이밖에도 전국의 강들을 오로지 두 발로 걸어다닌 신정일, 의사는 부업이요, 도학(道學)이 주업인 인생을 살아온 전주의 내과의사 이동호,70평생을 지리산에서 살아오며 스님들의 목발우를 만들어온 김을생 등은 모두 방외의 삶을 행복하게 누리는 방외지사들이다. 이들 중 하나인 품명가 손성구씨. 매일 50여잔의 차를 마시며 20년간 차맛을 감별해온 그는 “차 맛을 아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많은 사람은 마음이 바빠 차 맛을 모른다.”고 인생사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방외지사들의 삶을 넘겨다 보는 일이 단순히 구경을 넘어 참고가 되고, 참고가 못되면 위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은이의 작은 소망이다. 그러나 지은이가 방외지사들을 삶의 ‘고수’라고 표현했듯, 고수의 경지에 이른 그들의 삶이 평범한 ‘방내지사’들에겐 여전히 멀어 보인다. 각권 9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벤처 남편 돈 대줬다가 4억 빚더미…

    Q. 중학교 교사입니다. 벤처기업을 차린 남편에게 적금 5000만원을 털어 투자했습니다. 남편은 2001년쯤 운영자금을 개발비로 다 쓰더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연대보증을 부탁해 거절하지 못했지요. 회사는 3년 만에 부도를 냈고, 남편은 모두 털어 밀린 임금을 정리했습니다. 저도 4억원이란 빚더미에 올랐습니다. 남은 것이라곤 퇴직할 때 받을 1500만원과 전세보증금 3000만원,500만원짜리 중고차가 전부입니다. 월급 300만원으로 어린 두 자녀와 실업자인 남편을 부양하기도 버거운데 빚 갚을 길이 막막합니다. -채은주(32) A. 지난해 9월부터 법원이 시행한 개인회생제도 이용을 권합니다. 개인회생제는 파산의 변형입니다. 원래 채무자는 가진 것을 채권자에게 다 내놓고 그 시점의 모든 계약상 채무를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파산입니다. 은주씨가 퇴직하고, 아파트 전세금을 빼며, 차를 팔아 손에 쥔 총 5000만원을 내놓습니다. 채권자들은 채권금액에 따라 은주씨 돈을 나눠 갖고 나머지 3억 5000만원의 빚은 면제받는 것입니다. 그 후 버는 소득은 모두 은주씨 소유입니다. 재산도 예전의 채권자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개인회생은 이러한 파산 구조를 뒤집어 놓은 것입니다. 파산으로 가면 포기했을 5000만원의 재산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그 이상을, 앞으로 버는 소득에서 갚는 것이지요. 월수입 300만원 중 4인가족 생계비 170만원을 뺀 130만원을 5년 동안 갚아 나갑니다. 모두 7800만원(130만원×60개월)을 채권자에게 주는 것이지요. 연 5% 이자를 적용하면, 현재 가치로 6888만원. 은주씨가 파산으로 청산하였을 때(5000만원)보다 채권자가 많이 받으니 손해가 아닙니다. 은주씨도 퇴직하고, 집을 내놓아야 하는 파산보다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빚은 더 갚아도 현재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파산으로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미래를 해방받는 대신에 개인회생으로 미래의 일정 부분을 양보, 현재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 이해하세요. 개인회생을 지금 파산했다고 생각하고 채권자에게 줬던 재산을 다시 찾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개인회생은 채권자와 채무자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그냥 놓아두면 이뤄지기 힘듭니다. 그래서 법원이 강제로 성립해 주는 과정을 밟습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 [연령별 맞춤재테크] ① 2030 맞벌이 부부

    [연령별 맞춤재테크] ① 2030 맞벌이 부부

    결혼 2년차인 박철수(29)씨와 이미연(27)씨는 새해를 맞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장과 가계부를 만들었다. 김씨는 3500만원, 이씨는 25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맞벌이 부부이지만 씀씀이가 적지 않을 뿐더러 마땅한 금융상품 하나 가입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20∼30대 새내기 맞벌이 부부일수록 소비생활을 꼼꼼히 점검한 뒤 내집마련과 자녀교육·노후자금 준비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하루라도 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테크 첫걸음은 목표 설정 맞벌이 신혼부부의 재테크 첫걸음은 목표 설정이다. 맞벌이 부부는 돈을 쉽게 모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버는 만큼 소비 수준도 높아 수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등 재테크 실력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택자금 및 자녀양육, 노후대비 등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세우면 필요한 자금을 알 수 있고 기대수익을 근거로 저축할 금액을 정할 수 있다. 월급의 50% 이상, 최소한 부부 한사람의 수입은 모두 저축해야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축을 늘리려면 지출을 줄이고 간단하게라도 재무제표를 만들어 수입·지출내역을 점검해야 한다. ●재테크 금융상품 선별해야 저축가능 금액이 책정되면 금융상품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세금우대 및 비과세상품 가입은 필수적이다. 이자소득세 비과세 혜택에다 연 납입액의 40%(최고 300만원 한도)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 비과세 장기주택마련저축은 분기별 3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낼 수 있어 비정기적인 수입도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재테크 상품이다.7년 동안 불입한 뒤 아파트 등 주택 구입이나 자녀들을 위한 교육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가입한 근로자우대저축도 만기까지 넣은 뒤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 비과세에다 금리가 연 5∼7%대로 높고 지난 2002년 말 이후 판매가 중단돼 신규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 매월 일정액을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와 주가지수연동형(ELS)상품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적립식 펀드는 월 10만원 이상 소액을 3년 이상 투자해 ‘은행금리+α’의 수익을 올림으로써 종자돈 마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장기·투자상품 가입과 함께 일정액은 상호저축은행이나 은행이 판매하는 특판예금 등 1∼5년 만기 고금리 세금우대 예금·적금 상품에 가입해 안전하게 저축하는 것도 좋다. ●집 장만·보험가입도 필수 맞벌이 부부가 내집을 마련하려면 남편과 부인 모두 청약에 관련한 상품은 가입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돈을 예치하는 청약예금이나 매월 저축도 하고 청약자격도 생기는 청약부금·저축은 집 장만을 위해 최우선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다. 주택청약부금은 32평 이하 민영주택 등의 청약을 위해 월 5만∼50만원을 불입하면 된다. 국민·우리은행과 농협에서 판매하는 주택청약저축은 월 2만∼10만원을 저축해 32평형 이하 국민주택 등의 청약 우선순위를 받게 되며 납입액의 40%가 소득공제된다.32평 이상 민영주택 청약을 원할 경우 청약예금에 가입,200만∼1500만원을 1년 만기로 넣은 뒤 청약이 될 때까지 자동연장하면 된다. 청약부금은 2000년 11월 이전 가입자의 경우 납입액의 40%가 소득공제된다. 만기 5년이 끝나면 청약예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내집 마련에는 목돈이 필요한 만큼 부족한 부분은 대출을 고려하게 된다. 만기 15년 이상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5%대로 낮아졌고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가 최고 1000만원으로 높아져 주택 실수요자에게 맞는 상품이다. 위험에 대비한 보험상품 가입도 새내기 부부에게 꼭 필요하다. 기존에 가입한 상품의 보험료가 너무 많으면 과감히 정리하고 꼭 필요한 종신보험, 정기보험, 종합질병보험 등을 선별해 가입할 필요가 있다. ●노후준비는 하루라도 빨리 노후 대비는 적은 금액이라도 최대한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 월 65만원씩, 연 5%(복리)로 35년간 저축하면 넉넉한 노후생활에 필요한 7억원대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10년쯤 늦게 시작하면 월 125만원을 넣어야 같은 액수를 모을 수 있다. 결혼 4년차인 김성동(32)·송지혜(30)씨 부부의 경우,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에 가입, 나름대로 성공적인 재테크 포트폴리오(표 참조)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후대비 대표상품인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신탁), 변액보험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금저축·보험은 연간 240만원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고,55세 이후 연금식으로 노후자금을 받을 수 있어 절세와 노후준비를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김씨 부부의 경우, 절세상품들은 만기까지 또는 이후에도 계속 불입하고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 등은 투자상품으로 전환, 노후대비용 목돈 불리기를 앞당기는 전략이 필요하다.(도움말=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 우리은행 최동진 PB사업단 차장, 국민은행 김재욱 재테크팀장)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보육교사 ‘3중고’] “새싹 돌보기 너무 힘들어요”

    [보육교사 ‘3중고’] “새싹 돌보기 너무 힘들어요”

    국내 전체 보육시설의 84%에 이르는 사설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육교사들이 “우리도 인간”이라며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월 69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에다 장시간 노동, 낮은 사회 인식도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간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이 같은 보육교사들의 신분 불안정이 보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영아(0∼만2세)와 유아기(만3∼만6세)에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교육의 질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오는 16일 ‘전국보육노조’ 출범을 계기로 보육교사들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찾아본다. ●10년차가 100만원 보육교사들의 급여에는 최저임금기준마저 없다. 지난해 보육교사로 야심찬 첫발을 내디딘 김모(25·여·광주시 서구 풍암동)교사가 손에 쥔 월급은 66만원. 김 교사는 “교통비 제하고 옷값 카드비 막고 나니 남는 게 없더라.”고 기막힌 듯 웃었다. 같은 보육교사지만 국·공립 유치원에서 일하는 친구는 95만원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전남 나주시의 한 어린이 집에서 11년째 근무중인 이모(37·여) 교사는 지난달 100만원을 수령했다. 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 교사는 “내가 다니는 어린이 집은 시골에서는 규모가 커 4대 보험과 상여금이 나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집에서 밥 먹고 다닐 수 있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도심에 자리한 현대식 시설의 어린이 집 교사들의 급여 수준은 엇비슷하다. 전남도내 한 어린이 집의 수입구조를 살펴보자. 원생수가 107명이고 원비는 한 달에 12만원으로 총 수입은 1284만원이다. 이곳에는 교사 4명에 원장 부부, 영양사 등 종사자가 7명이다. 인건비로 500여만원, 중·간식비 200여만원, 난방비·차량(2대) 유지비 등 150만원 등 적게 잡아도 900여만원이 나간다. 원장과 교사인 부인의 월급을 뺀 액수다. 원장은 “5년 전에 건물(건평 120평)을 신축(5억여원)해 이사왔으나 아직도 빚을 갚고 있는 신세”라고 말했다. ●보육교사는 슈퍼우먼?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이 좋아서 이 일을 선택했지만 교사로서의 자긍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낮은 임금에 업무강도가 높고 신분이 불안해 의욕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만 된다면 전직하겠다.”는 30대의 한 여교사는 “잡다한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괜히 죄없는 아이들한테 짜증을 낼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 40대 여교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10시간이상.8시에 출근하면 곧바로 차량에 동승, 아이들을 데려오는 데 1시간을 보낸다. 이후 취학대비 수업 2시간, 점심(12∼1시), 과학·미술 특별학습 2시간, 오후 4시 아이들 귀가 때 또 차량동승 1시간이다. 퇴근 전 1시간은 청소·교재준비·관찰일지 쓰기·학부모 상담전화받기 등으로 쓴다. 이 같은 일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고 토요일만 오후 1시에 퇴근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교사들은 주당 평균 60시간을 일한다. 노동법에 정해진 주당 44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다. 교육지침에는 출·퇴근 시각은 오전 9시와 오후 6시이고 다만 출근 전과 퇴근 후 3시간에 대해서는 초과근무 수당을 주도록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받는 교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유치원 교사들은 미혼이 많지만 보육교사들은 대부분 기혼자들이다. 낮은 처우에 비해 보육교사들의 이직률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40대 여교사는 “원생수가 40명을 넘어서면 초·중등교육법상 보육교사 1명을 의무적으로 더 채용해야 하나 이는 법조항일 뿐”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채용부터 부당계약 현행 규정으로 보면 해당시설 원장은 교사 등 종사자를 채용할 때 급여산정에서 근무시간·수당·경력인정(호봉책정)·해임·감봉 등을 ‘형편에 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결혼이나 임신 후 퇴직한다▲퇴직금을 안 받는다는 등등의 불합리한 계약서를 입사때 쓸 수밖에 없다. 보육교사들에 대한 후생복지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정기 및 비정기 상여금 둘 다 없는 곳이 태반이다.1999년부터 급여 체계가 봉급에서 보수로 바뀌면서 수당이 포함돼 상여금이 사라졌다. 퇴직금 적립마저 안 되는 곳도 적잖다. 연·월차 휴가도 눈치보기 일쑤다. 휴가 때 대체교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법적인 출산휴가(90일)도 잘쓰면 절반이다. 보육교사는 고졸 출신들이 이수교육을 받으면 2급 자격증이 주어진다. 또 2년제 전문대 관련학과 졸업자나 2급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1급이 주어진다. 그러나 보육시설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일해도 유치원 교사가 못 된다는 맹점이 있다. 유치원교사 1∼2급은 2년제나 4년제 유아교육과 졸업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은 승진 기회가 없다. 호봉 승급 이외에 급여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극히 낮다. 교사연수 기회도 적고 이마저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2001년 한국보육교사회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집 교사는 고졸 51.2%, 대졸 51.8%이고 놀이방은 고졸 52.0%, 대졸 46.0%로 나타났다. 근무기간은 어린이 집이나 놀이방이 38.2개월, 국·공립 보육시설이 50개월로 조사됐다. ●대안은 무엇 민간시설 운영자들은 어린이 집이나 놀이방도 정부에서 교사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관련 공무원들도 이에 동의한다. 걸림돌은 예산 확보에 있다. 그래서 지원에 앞서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시설을 정비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광주시의 한 담당 공무원은 “민간 보육시설이 난립하다 보니 인건비를 지원하는 데 드는 예산이 만만찮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광주시는 보육시설 934개에 교사 인건비 등으로 200억원을, 전남도는 821개에 676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올부터 주무부처인 여성부에서 보육시설 ‘인증제’를 도입했다. 시설이나 교육과정의 프로그램이 기준에 미달하면 폐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에서 1200개를 인증한다. 그러나 평가기준이나 방법 등이 모호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원장들은 “새로 돈을 들여 보육시설을 짓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기존 보육시설을 정부나 자치단체가 인수하거나 보수해 주는 등 법인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30] 미혼 직장인 4人의 라이프 설계도

    [20&30] 미혼 직장인 4人의 라이프 설계도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이들의 진취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활력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젊은 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 ‘20&30’을 새로 꾸밉니다. 기존의 ‘여성&남성’과 격주로 매주 수요일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합니다. 특히 2030세대의 많은 참여를 당부드립니다. 2030 직장인의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재테크’다.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부터 4년차 직장인까지 고용의 불안정을 뛰어 넘어 결혼, 주택, 노후계획 등 이들의 인생 설계에서 재테크는 성공적인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2030 미혼 직장인 4명의 인생 설계도를 펼쳐본다. ●‘종자돈’을 향해 뛴다. 2030 직장인의 출발점은 ‘종자돈’ 마련이다. 현대자동차 수출기획팀 3년차 최승천(30)씨는 입사 석달 뒤 매달 50만원씩 들어가는 5년 만기의 근로자우대 적금을 들었다. 비과세 혜택에 6.5%의 금리를 적용받는 승천씨는 2007년 9월 3195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 보증금 4000만원과 예금을 합치면 9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판매팀 3년차 김동교(29·여)씨는 월급의 3분의1인 70만원을 종합주가지수에 연동하는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 기대 수익률은 9%. 동교씨는 투자금액을 늘려가 3년 뒤에는 5000만원의 종자돈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일 정사원이 된 한국리서치 연구원 배기훈(27)씨도 적립형 펀드에 월 20만원을 투자하고 있다. 기훈씨도 투자액을 늘려갈 생각이다. 삼정회계법인의 권나현(26·여)씨는 부모님 관리형. 공인회계사의 직무 규정상 주식 투자는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부동산 투자로 종자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나현씨는 “점심 시간을 활용해 은행에서 재테크 상품을 상담하고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 “금융기관에 익숙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테크의 기본은 내 집 마련 미혼인 이들은 돈을 불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 집 마련’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네 사람 모두 청약저축이나 예금을 활용하고 있다. 승천씨는 “결혼할 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낫다.”면서 “올해 결혼을 계획하고 있어 서울 근교 아파트 시세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동교씨는 “집이 재테크에 유리하다는 말은 공감하지만 결혼의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나현씨도 부동산을 가장 안정적인 자산유지의 대상으로 본다. 그는 “아는 분이 대출까지 받아 2억4000만원짜리 31평을 사는 것을 보고 무리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23평이 5000만원 뛸 때 31평은 1억원이 올랐다.”면서 “강남권의 경우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기훈씨는 “대학 4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주택청약저축을 들었는데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평생 이자를 내며 살더라도 전셋집 아닌 내 집에서 재테크가 시작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몸값 올리기, 나를 투자하라.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도 이들에겐 중요한 재테크이다. 특히,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은 곧바로 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다. 동교씨는 올해 대학원에 진학, 현재의 업무 분야인 물류쪽을 공부할 계획이다. 또 중국어를 공부하고 헬스클럽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데도 투자할 생각이다. 나현씨는 회계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사이버대학원에 입학하려 한다. 한달에 책값만 20만원을 쓰고 있다. 기훈씨도 리서치 회사의 특성상 ‘실력이 돈’이라는 데 공감한다. 승천씨는 “직장인에게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투자 자체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으면 재테크에는 실패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는 필수,30대부터 노후설계 이들이 꼽은 성공적인 재테크의 필요 조건은 맞벌이. 승천씨는 “절대적 수입이 많은 맞벌이는 대부분 성공적인 재테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직장 선배들 대부분은 아내가 일을 하길 원한다.”고 요즘의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동교씨는 “자녀 때문에 직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직장에서의 성공과 가계 경제력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제대로 된 맞벌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뜻밖에 노후설계에도 관심이 많았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 형성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바른 전략이라는 것이다. 승천씨는 “회사에서 자녀 4명까지 학자금을 지원해 주지만 그때까지 회사에 남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보험 하나 가입하지 않았던 회사 동료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가족이 극빈층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종신보험 등 각종 보험으로 노후설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훈씨는 “품위있는 노후는 결국 부동산 투자와 연금보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동교씨는 월 20만원을 종신보험에 붓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도 국민연금을 세금이라고 생각하지 노후의 대안으로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면서 “종신보험과 채권 투자가 노후설계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안동환 홍희경기자 sunstory@seoul.co.kr ■ 입사 5년만에 5억 모은 박범영씨 “절약은 기본, 소비도 전략적” 직장생활 6년째를 맞은 대기업 대리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10년 안에 10억 만들기’ 카페를 운영하는 박범영(33)씨는 2500원짜리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5in5’. 풀어서 말하면 5년 동안 5억 만들기에 성공한 그의 드레스 셔츠는 6600원, 양복 13만원, 시계 1만원, 선물받은 상품권으로 장만한 구두…. 어림잡아 몸에 걸친 것을 모두 합쳐도 20만원이 되지 않는다. ●“선택적으로 투자하고 안테나를 세워두라” 박씨는 “절약은 기본”이라면서 “전략적으로 소비하며 돈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지갑에서 꺼내 놓은 것은 석달에 21만원 하는 헬스 회원권. 직장이 있는 서울 삼성역 근처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싸다고 해도 한 달 헬스비로 입고 있는 드레스 셔츠는 10벌을 넘게 살 수 있다. 그는 “싼 옷을 입어도 멋있게 보이도록 몸을 만드는 데 돈을 쓴다.”면서 “시장에서 산 옷을 걸쳐도 자신있고 멋있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씨가 강조하는 것은 이른바 ‘안테나 이론’. 그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고 널리 알리고 안테나를 세워두면 기회가 보인다.”고 조언했다. 재테크를 결심해도 정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안테나를 세우고 발품을 팔아 그는 2003년 주행거리 1000㎞에 불과한 뉴 EF 쏘나타를 900만원에 구입하는 횡재를 했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3단계 전략 박씨가 재테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게 됐다. 경제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자신만의 시간이나 취미, 가족까지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고 한다. 이왕 재테크 전선에 나서려면 철저하게 하겠다는 생각에 ‘10년 안에 10억 만들기 3단계 전략’을 세웠다. 1단계 3년은 무조건 아끼고 모아 종자돈을 만드는 기간이다.2단계 3년은 적극적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해 재산을 증식시킨다. 나머지 3단계 기간에는 안정적인 투자로 위험 없이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2001년까지 1단계를 마감하고 3억원가량의 종자돈을 모았다.1999년에 결혼한 부인 진은주(33)씨는 남편보다 더 짠돌이.2004년까지 총 자산 5억원가량을 모으며 2단계 전략까지 마무리지었다. 중간에 주식에서 1억원을 까먹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몸에 밴 절약정신이 그의 계획을 가능케 했다. 박씨는 “교사인 아내와 둘이 벌면 한달 수입이 700만원에 이르지만 두아이를 포함한 네식구 생활비는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밝혔다. ‘10년 안에 10억 만들기’카페를 만든 것은 2001년 6월.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현재 회원은 33만명에 이른다. 미혼이 48%를 차지하는 이 카페 회원 가운데 5쌍이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박씨는 그 비결을 “경제관을 공유하면 인생관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는 박씨의 5년 뒤가 궁금해진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절절 끓는 온정…뜨거운 성금 물결

    절절 끓는 온정…뜨거운 성금 물결

    “IMF 당시 전국민이 동참했던 ‘금모으기 운동’이 연상될 정도입니다.” 전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희망 2005 이웃사랑 캠페인’에 모인 성금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해 올 목표액인 981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1일 서울시청앞에 설치된 ‘사랑의 체감온도계’는 모금시작 후 38일 만인 지난 7일 103.2도를 가리켰다. 이는 98년 공동모금회가 활동을 시작한 이후 최단시일 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을 의미한다. ●뜨거운 성금물결 최단시일 목표달성 서울시 및 전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7일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총모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의 650억원보다 362억원이 늘어난 1012억원을 기록했다. 공동모금회가 성금접수를 시작한 이래 연말 이웃돕기 캠페인으로 10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역에서는 전년대비 57% 증가한 84억9300만원이 모였다. 이는 서울시민 1인당 약 826원씩 기부한 것으로 전년의 275원보다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인천 110%, 경기 60%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들도 기부액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충북과 제주는 전년보다 기부액이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윤수경 사무총장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목표액이 달성돼 놀랍다.”면서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민간복지 수요도 늘어나는 만큼 캠페인이 끝날 때까지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고 부탁했다. 한편 지난달 24일까지 모금활동을 벌인 구세군에도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한 25억여원의 성금이 접수됐다. ●기부문화 확산 기대 혹독한 경기불황 가운데서도 기부액이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자 공동모금회 측은 기부문화가 확산돼 가는 것이라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공동모금회의 경우 개인기부자의 성금총액이 2003년 38억여원에서 지난해 51억여원으로 32%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금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정부 및 공공기관의 모금액도 지난해 2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학교 및 종교·사회단체는 18%, 기업은 17% 증가에 그쳤다. 서울시 공동모금회 이정윤 기획관리팀장은 “개인기부자의 약진이 점차 두드러진다.”면서 “법인기업 중심으로 모이던 성금이 점점 개인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서울시 공동모금회에 매월 정액 기부를 약속한 개인약정 기부자 수가 2003년말 3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말 1300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증가세에도 여전히 전체 모금액에서 법인기업의 성금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2003년 41%에서 지난해 39%로 큰 변화는 없었다. 개인차원의 기부는 24%에 머물렀다. 이 팀장은 “선진국의 경우 개인기부액이 전체의 60∼70%선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동모금회 측은 올해부터 개인약정기부자를 늘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주로 한 해 법인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기업성금도 ‘월급 1% 나누기운동’ 등 개인차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기탁방법은 쌀·생필품 등을 직접 기부하는 ‘직접기탁’이 64.5%로 가장 많았고 ‘계좌 및 지로입금’이 뒤를 이었다. 한때 인기를 끌던 ARS방식의 성금모금은 1%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ARS나 인터넷 등을 통한 모금은 한때 인기였지만 금세 시들해졌다.”며 “전통적 방식으로 기부하면 봉사를 했다는 뿌듯함도 크고, 기부한 물품의 전달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성금은 이렇게 쓰인다 공동모금회에는 성금모금만 담당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사업은 다른 사회복지시설 등에 적절히 예산을 지원해주는 형식으로 배분된다. 전체 성금의 75%가 저소득계층의 생계비지원에 사용돼 시설보호자보다 차상위계층 등을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조산아가정·노숙자·외국인노동자 등 기획사업도 진행한다. 성금기탁자가 대상자를 직접 지정할 수도 있다. 재난구호 등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사회복지단체 등을 통해 지원한다. 특히 이번 남·동남아시아 쓰나미피해 복구를 위해 총 13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도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지원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익명의 큰손·1000원 개미군단도 동참 앞장 해마다 세밑이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선행을 베푼 익명기부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곤 한다. 지난해 서울시 모금회에 온정을 베푼 익명기부자들의 사례를 유형별로 알아본다. ●‘티끌모아 태산…일상형’ 서울시 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무인모금함의 기부액이 560만원에서 1430만원으로 급증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도 지난해보다 1000원권 지폐가 부쩍 늘었다. 구세군 관계자는 “목표액 달성에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바로 1000원 지폐”라고 설명했다. A상가번영회는 새해 첫날 등산객에게 음식을 팔아 거둔 판매액 170여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모금에 참가한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웃들과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의 선행을 알리지 마라…이순신형’ 몇년째 ‘구산동 결핵촌’에 사는 저소득주민들을 위해 쌀 수백부대를 나눠줘 주민들로부터 ‘얼굴없는 천사’로 불리는 B씨는 올해도 쌀 1만 4000㎏을 전달했다. 금액으로는 3150만원에 해당한다.B씨는 회사이름을 가린 차량을 이용,‘회사직원’이라고만 답하는 사람을 통해 집집마다 쌀을 배달해주기까지 했다. 주민들이 여러번 직접 차량의 뒤를 밟아봤지만 끝내 B씨의 신원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고 전한다. 이같은 유형은 구세군 모금활동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부산에서 2000만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1300만원이 든 봉투가 연이어 발견돼 선행의 열기를 이어갔다. ●‘명의 도용…장발장 형’ 신원을 밝히면 기부를 하지 않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던 D씨는 쌀을 기탁하면서 명의도용(?)까지 했다. 지난해 말 창5동사무소에는 사회담당 공무원이 주문한 것이라며 쌀 4000㎏이 배달됐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수년간 기부사실을 숨겨달라며 쌀을 전달하던 D씨가 벌인 일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현금으로 쌀값을 내는 바람에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이밖에도 E자치구 환경미화원들은 각종 수당을 모아 185만원의 성금을 내는가 하면, 수년째 치매·중풍노인들을 무료진료하면서 매달 30만원씩을 기부하는 한의사 F씨 등 남몰래 이웃돕기에 동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규환 회장은 “이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따뜻하게 유지된다.”며 “또다른 익명기탁자들의 선행이 더욱 확산되길 바란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개인 중심·정기적 기부 확산시켜야 기부문화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정기적인 기부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이상일 교수는 “연말에 집중되는 모금활동은 1회성이기는 하지만 매년 정해진 시기에 열린다는 정기성도 갖고 있다.”며 “개인이 중심이 되는 선진국형 기부문화가 정착될 때까지는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개인소득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방식이 정착되려면 노사 양측의 협력이 필요하다. 외국계 건설회사인 한미파슨스는 매년 연봉협상시 일정액의 ‘사회공헌기금’을 개인이 직접 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일은행,KT, 삼성SDI 등에서는 직원이 기부한 액수만큼 회사도 기부하는 ‘매칭펀드’방식을 채택해 수억원의 기부액을 조성한다. 태평양은 경영진이 ‘월급 1%모으기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일반인은 정액을 복지단체에 주기적으로 기부하는 약정방식이 확산돼야 한다. 서울시 모금회측 관계자는 “이같은 분위기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높지만 기부에 참여하는 기업 및 개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기부금의 수혜자가 법인일 때만 기부자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미신고시설이나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려 해도 한계가 따른다. 직접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지정기부금의 세제혜택도 적어 대형 기관에만 기부금이 모이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장애 딛고 취직했다 좋아했는데…”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 아들아….” 지난 8일 오전 6시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산리 장갑제조공장인 시온글러브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장애인들은 정신지체라는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생활해온 것으로 밝혀져 주위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다. 장애인 8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시온글러브에서 발생한 불은 기숙사에서 잠자던 장애인 근로자 4명을 숨지게 하고 5억여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2시간 만에 꺼졌다. ●안타까운 사연들 이동열(26)씨의 어머니 김모(51)씨는 형체도 알 수 없이 타버린 아들의 시신을 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며 통곡했다. 김씨는 “동열이는 강릉전문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03년 2월 이 회사에 입사했다.”며 “2주에 한 번 집에 왔는데 얼마 전부터 차비를 아끼기 위해 설날 연휴까지 공장 기숙사에서 주말을 보낸다고 연락이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50여만원에 불과한 월급이었지만 꼬박꼬박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착하고 성실한 아들이었다.”며 “기숙사에 사감이라도 한 명 있었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통해했다. 이재훈(22)씨의 어머니 장모(49)씨는 “말이 어둔하지만 착한 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들은 지난 2002년 포항의 고교를 졸업한 뒤 시온글러브에 취직했다.”며 “얼마 안 되는 월급이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찾았다며 좋아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장씨는 “기숙사가 방화와 대피시설을 제대로 갖췄으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근로자들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최상재(38)씨도 변을 당했다. 유윤성(29)씨는 아버지가 암 투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최 과장은 “유씨는 월급 대부분을 부친 약값으로 송금하는 효자였다.”고 말했다. ●화재발생 이날 오전 6시 발생한 불은 공장 2층에 있던 기숙사로 옮겨붙어 유씨 등 장애인 근로자 4명이 불에 타 숨졌다. 김모(34)씨 등 5명은 대피 과정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기숙사에는 14명의 장애인이 자고 있었으며,5명은 무사히 대피했다. 불은 2층짜리 공장 건물 내부 3900여㎡와 기계 등을 태워, 소방서는 5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업체는 건물과 기계에만 47억원의 보험을 들었을 뿐 인명피해에 대해서는 보험에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칠곡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씨줄날줄] 헤이하이쯔(黑孩子)/육철수 논설위원

    지난 6일 0시2분 중국 베이징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13억번째 ‘중국 국민’이 고고성을 터뜨렸다. 공인받는 탄생인지라 중국의 국가적 축하와 언론보도는 대단했다. 세계인구(65억명) 5명 중 1명이 중국인이어서 지구촌의 눈길을 끌기에도 충분했다. 그러나 화려한 중국 인구사(人口史)의 이면에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바로 ‘헤이하이쯔(黑孩子)’다. 산아제한정책 위반을 피하기 위해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뜻한다. 정책대로 한 자녀로 태어난 덕분에 호적에 당당히 올라 부모의 사랑 속에 자라는 ‘샤오황디(小皇帝)’는 그에 비하면 빛이다. 헤이하이쯔는 농촌에 많고, 남아선호에 밀린 여자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헤이하이쯔를 포함해 무호적 인구가 많아 중국의 실제 인구는 14억∼15억명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13억번째 국민’이란 영광도 따지고 보면 엉뚱한 아기가 차지한 셈이다. 헤이하이쯔는 중국이 1980년 ‘한 자녀 갖기 운동’을 펼치면서 양산됐다. 도시에서는 아들·딸 가리지 않고 한 자녀밖에 가질 수 없고, 노동력이 필요한 농촌에서는 첫째가 딸이면 둘까지 낳도록 돼있다. 어기면 엄혹한 처벌이 따른다. 우선 벌금 1만위안(120만∼130만원)을 내야 하고, 직장에서 쫓겨난다. 중국의 농촌소득이 우리 돈으로 5만원 안팎이니 월급의 20배 이상의 벌금을 물리는 것이다. 셋을 낳으면 벌금이 두 배여서 아예 파산이다. 그러니 법외(法外) 자녀를 감히 호적에 올릴 수 없는 것이다. 헤이하이쯔가 3000만명인지 5000만명인지는 분명치 않다. 도시와 농촌간 거주지를 제한했던 때는 헤이하이쯔가 별 문제 아니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여파로 최근 들어 연간 1억 2000만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서 중국정부는 사회적 문제를 크게 걱정하는 모양이다. 중국식 표현을 빌리자면 도시에서 떠도는 농촌출신 빈민을 눙민궁(農民工)·망류(盲流)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80년대 태어나 성인이 되었을 헤이하이쯔가 적잖이 섞여있을 테고, 적(籍)이 없는 국민을 통제·보호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2008년 올림픽을 앞둔 인구 초강대국 중국이 헤이하이쯔 등 인권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印尼 ‘쓰나미 부패’ 와의 전쟁

    쓰나미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 이재민들을 위해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구호품들이 일부 빼돌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쓰나미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만연한 부패를 일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콕에 거점을 둔 아시아 인권감시단체 ‘포럼-아시아’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일부 관리들이 생존자들에게 구호품을 팔고 있다고 밝혔다고 6일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포럼-아시아는 아체에서 활동하는 회원과 협력자들이 “반다 아체의 술탄 이스칸다르 무다 공항 관리들이 (구호품)라면을 500루피아(약 50원)씩에 팔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인도네시아 정부군이 운영하는 일부 배급소들의 경우 이재민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구호품을 주지 않았고 구타를 하기도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공개했다. 구호품 비리 의혹이 잇따르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구호품을 유용할 경우 중벌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뇌물 제공은 기름칠’이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을 만큼 부패가 만연해 정부의 엄중처벌 방침이 가시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수하르토 독재 시절 공무원들의 월급을 박봉으로 묶어놓는 대신 뇌물 수수를 암묵적으로 묵인한 뒤 급속히 증가한 부패 악습이 최근의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다. 아체 주지사도 공금 유용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5월 반군과의 대치를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해임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대표적인 부패 관리로 알려져 있다. 현지 사회운동가들은 매년 인도네시아 정부 예산의 30% 이상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으로 미뤄 피해 복구에 사용될 10억달러 중 30%가량이 빼돌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현대 현회장 큰딸 지이씨 대리 승진

    고(故)정몽헌씨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큰딸 지이(28)씨가 지난 연말 대리로 승진했다. 입사 1년만의 승진이니 평범한 월급쟁이와 비교하면 ‘파격’이지만 재벌 3·4세들의 ‘초고속 승진’과 비교하면 굼뜬 행보다. 지이씨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에 입사한 것은 지난해 1월3일.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거쳐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원 신문방송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경력직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리로 승진한 것은 지난 12월30일. 현대상선측은 “통상 대리 승진에 4년이 걸리지만 지이씨는 대학원 및 외국계 광고회사 근무경력 등 3년 경력이 인정돼 사실상 대리 승진기준 연한을 다 채웠다.”고 설명했다. 지이씨는 승진 요건인 ‘토익’(Toe ic) 시험에서도 직원들을 통틀어 가장 높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좀 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지이씨가 대리 승진에 그친 것은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지이씨가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관측해온 재계는 여느 2·3세처럼 파격적인 특별승진을 점쳤었다. 여기에는 ‘순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현대상선측의 설명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