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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우 숙원 풀어준 ‘아름다운 비행’

    대한항공 정비사들의 봉사모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사나사)이 18일 장애인 27명과 함께 특별한 제주도 여행에 나섰다.●소리소문 없이 9년째 봉사 경기도 부천시 대한항공 원동기 정비공장에 근무하는 정비사들의 봉사모임인 ‘사나사’는 1998년부터 강화도에 있는 뇌성마비·정신지체·자폐 등 복합 중증 장애인들의 공동체인 ‘한우리 장애인마을’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월 목욕봉사는 물론 나들이 봉사, 명절 위문방문 등 소리소문 없이 해온 정비사들의 봉사활동이 이미 9년째다. 올해는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한우리 장애인마을 가족들의 오랜 숙원인 제주 방문에 나섰다.장애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제주여행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정비사 김오년씨는 “장애인마을 주민들이 이전부터 제주에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여러모로 어려워 미룰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행히 회사에서 이 사실을 전해듣고 흔쾌히 나서 오랜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절망하지 않고 꿈을 이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 방문에는 한우리 장애인마을 주민 20명과 인근 ‘작은 자들의 모임’ 주민 7명, 사나사 등 대한항공 봉사단체 회원 13명 등 모두 40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만 하는 중증장애인 8명도 포함돼 있다. 사측은 이들에 대한 항공료와 나들이 비용을 전액 부담했으며 안전을 우려해 회사 소속 간호사를 동행시키기도 했다.●`끝전떼기´ 운동 통해 활동비용 마련 장애인과 봉사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제주도에 도착해 성산 일출봉과 제주 미니월드, 대한항공 제주 비행훈련원(정석비행장) 등을 견학하면서 제주의 봄을 만끽했다.장애인들은 비행훈련원에서 조종훈련을 위해 이용되는 비행 시뮬레이션을 바로 옆에서 구경하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제주 구경을 한 이들은 오후 6시쯤 서울로 돌아왔다. 한편 대한항공 사원들은 월급에서 백원 단위의 돈을 모으는 ‘끝전떼기’ 운동을 통해 봉사활동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봉사활동에 대한 지원도 이 기금에서 충당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20&30] 이래서 돈 모으고… 저래서 못 모으고

    20·30대는 씀씀이가 많아지는 중·장년기에 대비, 목돈 마련에 필요한 투자패턴을 체질화할 때다. 평생의 재테크 패턴이 정해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시기지만 성적표는 천차만별이다. 차근차근 돈을 모아 내집 마련에 쉽게 골인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하루아침에 그동안 모은 돈을 털어먹는 안타까운 사람도 나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꼭 필요한 곳 아니면 절대로 주머니 안 연다” 직장생활 1년6개월째인 이선주(30·여)씨는 입사 3개월 뒤부터 매월 적금으로 50만원을 붓고, 적립식 펀드에 50만원을 넣고 있다. 보험료로도 월 20만원이 빠져나간다. 미혼으로 자취생활을 하는 이씨로서는 200만원대 초반의 월급에서 필수 생활비를 빼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축이다. 지금까지 펀드로만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펀드로 모은 돈과 적금통장, 월급통장에 쌓인 돈을 합하면 3000만원이 된다. 웬만한 직장인이 2년 이상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이씨는 “투자나 재테크에 문외한이었는데 뭐든 해야 되겠다 싶어 펀드를 시작했다.”면서 “생활 속 낭비요소들을 없앴더니 120만원 이상을 미래 대비용으로 남겨놓아도 생활비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모은 돈 중 일부를 떼어 이달 중 새 차를 살 예정이다. 올해 서울 목동에 아파트를 구입한 김영환(34)씨는 입사 초기 3년 동안 모은 종자돈 3000만원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 꿈에 그리던 내집 마련에 성공했다. 김씨는 “종자돈을 다 잃어버릴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다.”면서 “부동산 경매 등으로 본전을 간신히 회복한 뒤에는 근무시간을 빼고 거의 모든 시간을 부동산 투자에 썼다.”고 말했다. ●어영부영 소비로 종잣돈도 마련 못해 하지만 이렇게 투자해 성공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특별히 돈 쓴 곳도 없는데 왜 내가 돈을 못 모았을까 속상해하는 사람이 많다. 욕심만 앞서 간신히 모았던 종자돈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기업 입사 4년차인 김모(32)씨는 요즘 생활 자체가 암울하다. 김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 처음부터 재테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올초 자기 돈은 물론 아버지의 퇴직금에 가족과 친지들 돈까지 모두 날렸다. 그는 입사 뒤 1년 동안 생활비 40만원을 제외한 모든 돈을 저축으로 돌려 결국 2800만원의 종자돈을 모았다. 회사 선배들의 권유로 소액 투자를 해 1000만∼2000만원을 벌어 꽤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런 ‘작은 성공’이 화근이었을까. 그는 종자돈과 아버지의 퇴직금 5000만원 등 1억원을 모두 주식시장에 쏟아부었다. “적은 액수의 성공이 투자에 대한 오만함을 심어줬고 과욕으로 이어져 결국 투자액을 모두 잃었다.”면서 “아직까지 돈을 대준 부모님과 친척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이모(27·여)씨는 적금을 붓거나 투자를 하지 않아 어영부영 3년치 봉급을 날려버렸다. 이씨는 알뜰살뜰 저축하는 모범생은 못되지만 특별히 과소비를 하거나 목돈을 쓴 일도 없다. 그런데도 현재 통장에 남아있는 잔액은 고작 700만원뿐.“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박봉인 데다 부모님으로부터 용돈 받아 쓰던 때의 소비태도를 버리지 못해 알게 모르게 지출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런 식이라면 결혼자금은커녕 혼자 독립할 돈도 못 모으겠네요.” 유지혜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돈 못 모으는 2030 특징 1.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한다. 2. 투자의 소액수익률을 얕보고 큰 것 한 방만 노린다. 3. 차 꾸미기에 목숨 걸고, 가까운 거리도 꼭 자가용을 끌고 나간다. 4. 부모에게서 용돈 탈 적 버릇을 못 버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5. 손해를 보면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투자종목에 집착한다. 6. 보너스 등 목돈이 생기면 충동적으로 다 써 버린다. ●돈 모으는 2030 특징 1. 한달 월급 중 일정액은 저축 및 투자를 위해 자동이체한다. 2. 티끌 모아 태산, 작은 수익률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3. 직접 발품을 팔아 투자정보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4. 용돈은 월급의 3분의1을 넘지 않도록 한다. 5. 목표한 수익을 채웠거나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과감히 그만둔다. 6. 소비를 줄이는 대신 꼭 필요해서 써야 할 때는 아까워하지 않고 쓴다. ■ “월급 50%이상 저축·투자를” “10년 안에 10억원 만드는 데는 주식이 최고라기에 우량주라고 이름 붙은 주식에는 다 도전해 봤다. 그게 안 되면 1년 안에 1억원이라도 모아야 한다기에 한창 유행하던 적립식 펀드에도 올인해 봤다. 하지만 어설프게 남들 하는 대로 따라했던 것일까. 이제 와 남은 것은 통장의 마이너스 표시뿐이다.” 어느 20대의 재테크 실패담이다. 2030중에 “이대로 가다가는 내 집 장만은커녕 40대에 정리해고라도 당하면 그야말로 쪽박 차고 거리에 나앉는 수밖에 없겠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뭘 하려고 하면 한없이 막막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조바심을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에셋 자산운용컨설팅본부 이재호 본부장은 적어도 3년 정도는 무조건 안쓰기, 생활비는 100만원 이하로 줄이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돈 모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아직 젊은 세대이므로 채권보다는 위험성은 높지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주식형 자산에 도전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액의 절반 정도는 펀드 간접투자, 절반 정도는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이른바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을 추천할 만하지요. 경험 없이 주식을 사고 팔다가는 큰 손해가 날 수 있으므로 꾸준히 매수해 추이를 지켜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 본부장은 “1년만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으므로 주가가 조금 떨어져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라. 적어도 2년 정도 잡고 계획을 세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한 달 실수령액이 200만원 이하일 경우 최소 100만원,2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일 경우 200만원을 순수하게 저축 혹은 투자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 본부장은 “생활비는 어떤 경우에도 100만원 이하로 줄인다고 마음 먹으면 펀드나 주식 등을 이용해 3년 안에 각각 6000만원,1억원은 거뜬히 모을 수 있으므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투자증권 상품개발팀 김용민 과장은 적어도 월급의 50% 이상은 저축이나 투자에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돈보다는 저축에 ‘지른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사정에 따라 예금액을 달리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이체로 항상 일정액이 급여에서 빠져나가도록 해놓아야 한다. 여행 등 돈이 들어가는 일은 보너스처럼 갑자기 돈이 생겼을 때 충동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워 별도로 조금씩 저축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했다. KB자산운용 마케팅본부 박경락 상무는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가치 있게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은 돈을 아끼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쓸데 없는 돈을 줄이는 것으로 시작해 정말 써야 할 곳에 쓰는 법을 알아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에 몇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지금의 부동산 패턴은 비정상적인 거품이기 때문에 그에 현혹되지 말고 현실적으로 저축해서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일단 결정을 하면 젊은 패기를 살려 과감하게 투자해야지요.” 박 상무는 부부의 경우 규모있는 소비를 위해 한 사람이 지출을 모두 관리하고, 가급적 카드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단 카드는 할부는 절대 안되고 항상 일시불로 써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깔깔깔]

    ● 성공 비결 자수성가한 기업 총수가 자신의 성공비결을 자랑했다. “내 평소 지론은 언제나 월급이야말로 업무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이라는 것이었어요. 일을 능력껏 충실히 하게 되면 돈에서 얻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을 얻게 돼요.” “그러니까 그러한 진리를 자신에게 인식시키고 나서 성공하게 된 것이로군요?” “아닙니다. 내가 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걸 인식시켰던 것입니다.”● 어느 환자 정신병을 잘 치료하는 유명한 병원에 한 환자가 찾아와 증상을 말했다. “저는 자꾸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꼭 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송아지 때부터요.”
  • 미스·세기상사 김영란(金英蘭)양 - 5분 데이트(47)

    미스·세기상사 김영란(金英蘭)양 - 5분 데이트(47)

    바닷가에서 주워온 동글동글 예쁜 차돌 같은 인상이다. 직장과 사회생활의 때같은 것은 그 동그란 얼굴에 묻을 데가 없어서 못 묻었을 것 같다. 『벌써 6년이에요. 세기상사에 들어온게. 매표에 반년 있다가 바로 회장비서실로 올라 왔어요. 여자중에는 그래서 제가 고참이에요. 좀 과장을 하자면 회사 사정에는 「통(通)」이라고 할 수 있죠』 「미스」세기상사(世紀商事) 김영란(金英蘭)양이 생글 거리면서 하는 말이다. 상업하시는 김동현(金東顯(55)) 씨의 3남매중 맏이. 동구여상을 졸업한 44년생. 『취미는 노래하는 것 듣는 것』 말하는 음성조차도 노래처럼 즐겁고 「리드미컬」해서 던져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영화감상은 그 다음으로 英蘭양이 즐기는 취미. 『「닥터·지바고」를 네 번이나 봤어요. 그 주제음악은 한 소절도 빼지 않고 다 욀 수 있어요. 요즘 제가 반해 있는 음악은 「로미오와 줄리에트」의 「테마송」예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늘 속으로 흥얼거립니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콧노래 같은 것은 부르는 경박한 아가씨는 아니란다. 머릿속의 소리없는 「허밍」이 결코 신중하고 정확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으니까 안심하란다. 『비서실은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 없거든요. 「데이트」같은 것 할래야 할 수가 없어요. 월급은 엄마에게 맡기고 영화구경값이나 옷사는 돈을 타서 서요. 집에서도 직장생활 6년생을 아직도 애기 취급이에요』 「만년소녀」라는 말이 실감나는 그 얼굴이 「애기」처럼 활짝 웃으면서 하는 불평이다. [ 선데이서울 69년 8/24 제2권 34호 통권 제48호 ]
  • “호기심이 지나치다 보니…” 쪽박찬 사나이

    “너무 호기심이 넘쳐 괜히 한번 만져봤다가 그만….평생 ‘쪽박’을 차게 생겼어요.” 중국 대륙에 한 사설 경비원이 호기심으로 귀금상의 보석을 한번 만져보다가 손상하는 바람에 거액을 물어주게 돼 거지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베이징(北京)시 서북부 중관춘(中關村)에 살고 있는 한 사설 경비원이 호기심이 발동,고가의 귀금속을 만져보다가 떨어뜨려 깨뜨리는 바람에 거액을 물어 주게 돼 배상금을 마련할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말 재수 없는 사연의 주인공’은 가오(高)모씨이다.베이징 중관춘의 당다이상청(當代商城) 쇼핑센터 인근 한 업체의 사설 경비원을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경비 근무를 마치고 인근 쇼핑센터에 들러 쇼핑을 하던중 보석상 헝창주바오(恒昌珠寶)에 진열돼 있던 비취 목걸이가 그 어느 보석보다 눈길을 끌었다.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이 목걸이에 매혹된 가오씨는 가격이 자그만치 248만위안(약 3억 2000만원)이라는 라벨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나머지 판매원에게 한번 살짝 만져보자고 했다. 여러차례 사정을 한 끝에 판매원으로부터 비취 목걸이를 건네받은 그는 이러저리 살펴보다가 판매원에게 돌려주려는 순간,판매원이 그만 놓치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뜨렸다. 떨어뜨린 비취 목걸이를 주은 판매원은 목걸이를 이리저리 톺아보다가 비취 목걸이의 꿰맨 부분이 손상된 것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중관춘 파출소에 신고했다. 헝창주바오측은 이와함께 가오씨에게 이 목걸이의 가격에 걸맞는 손해배상액을 요구했다.양측은 6개월여 동안 여러 번에 걸쳐 협상을 벌인 끝에,그가 헝창주바오측에 5만위안(약 650만원)을 1년내 배상하기로 합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오씨에게 그만한 배상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데 있다.사설 경비원으로 일하는 가오씨가 받는 월급은 800위안(약 10만 4000원).그래서 5만위안을 벌려면 5년동안 먹지도,입지도 않아도 겨우 만질 수 있을 만큼 큰 돈이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적당한 호기심은 모든 일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하지만 긍정적인 호기심도 지나치면 오히려 그를 나락으로 밀어넣는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겨보게 하는 대목이다. 온라인뉴스부
  • [데스크시각] 위민(爲民)과 위전(爲錢) 사이/박선화 지방자치뉴스부장

    지방선거를 세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다. 정치·행정의 본질적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질지와 이를 베푸는 지방정부와 정치권의 권력행사는 합당한지, 그리고 수요자인 지역주민은 과연 잔치에 만족하는지를. 그것도 이 삼각관계의 공통분모라 할 돈(錢)을 매개로 해서 보면 어떨까.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1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자의식이 움터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적합한 수단을 찾는’ 시기쯤이 된다. 알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반면 자신감이 되레 ‘기성’의 오만과 일탈을 답습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작금, 기대하고(?)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이른바 ‘돈공천’이다. 돈을 주고 ‘자리’를 사려했던 사람과 받은 사람, 나아가 관전자마저 낭패를 보게 됐다. 유권자는 더욱 허탈하다.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아무래도 정치·행정의 공급자인 정치인에게 더 물어야 할 것 같다.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공직선거법을 입맛에 맞게 바꾸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요체는 정당공천제와 지방의원 유급제. 국회의원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공천하고, 지자체가 지방의원 월급을 주도록 한 것이다. 물론 역할과 책임을 더하는 만큼 보수도 현실화해 정치·행정의 질을 높이겠다는 뜻이니 누군들 마다 하겠는가. 문제는 ‘과연 그럴까.’였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후보자 선정과정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검찰의 수사를 받는 몇몇 국회의원의 사례를 보고 전부를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다른 지역도 ‘능히 그랬으리라.’고 여기는 유권자들의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점이다. 특정정당이 확실한 우세를 보이는 지역일수록 공천이 곧 당선을 보장하는 셈이니 ‘특별당비’의 헌납은 오죽했으랴. 지금까지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선거법 위반사례가 전례를 뛰어넘는 사실은 무엇을 반증하는 것일까. 정당공천제의 취지가 바래 결국 돈공천이었다는 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법원도 뇌물죄는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에게 무거운 벌을 내린다.‘먹이사슬’의 우월적 지위를 지닌 이들을 더 단죄하는 것은 그만큼 도덕성과 책임감을 중히 하라는 채찍일 것이다. 지방정부의 책임자도 ‘공동정범’의 위치를 벗어나긴 어렵다. 대다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입후보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제의 개화를 꽃피울 역량을 갖춘 후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독버섯 같은 존재는 늘 자리한다. 설사 아니더라도, 돈으로 자리를 사고 나면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임기내 예산권과 인사권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빠지곤 한다. 가장 큰 기초단체의 예산이 수천억원을 넘으니 여기저기서 정실청탁을 받게 마련이다. 단체장 후보와 사이가 안좋은 공무원이 당선시 보복을 우려해 자진 피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결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더구나 지방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직업은 어떠한가. 여전히 지방의원들의 직업군과 이들의 상임위원회 활동이 상당부분 무관치 않은 사실은 무엇을 대변하는 것일까. 자리 이면에 숨겨진 이권보호와 공천의 대가를 뽑으려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 아닌가. 더욱이 지방정부가 책정하는 지방의원 의정비도 일반인의 평균소득과 샐러리맨의 평균임금을 훨씬 뛰어넘고 있지만 나몰라라다. 지방자치제의 정착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행정서비스 수준은 날로 개선되고 있다. 이는 참여와 변화를 바라는 대다수 주민들의 바람을 공무원들이 수용해 이뤄낸 것이다. 지방권력자들의 기여가 크게 앞섰다고 생각지 않는다. 과도한 지방권력을 심판하겠다고 나선 중앙권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공명선거를 위한 선거제도가 돈공천 선거로 변질된 책임소재는 자명하다. 더 이상 유권자를 위전(爲錢)의 볼모로 삼지 말라. 중앙이든, 지방이든 권력에도 행정서비스처럼 ‘정치서비스’란 개념부터 착근해보라. 차제에 잘못된 선거법을 고치는 게 위민(爲民)의 길이다. 박선화 지방자치뉴스부장 pshnoq@seoul.co.kr
  • “억대 헌금… 임기중 얼마나 벌기에”

    ‘임기 동안 얼마나 벌기에….’ 지방선거의 공천헌금이 ‘1억(기초의원)·3억(광역의원)·5억원(기초자치단체장)’이라는 공공연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유권자들은 ‘그런 거액을 내고 뭣하러 출마할까.’라며 고개를 갸웃하지만 일부 출마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방선거의 손익을 산술적으로 추정해 본다.●‘밑지는 장사 아니다’ 기초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의 연봉은 얼추 7000만∼8000만원 정도. 정무직이라 급수는 없지만 부단체장의 급수에 따라 연봉이 결정된다. 부단체장은 직급이 대개 3급이지만 인구 50만명이 넘는 곳은 2급. 따라서 연봉은 1∼2급 상당을 받게 된다. 여기에 단체장들은 ‘기관운영 업무추진비’(판공비)를 쓸 수 있다. 서울지역 25개 구청장의 경우 연 3000만원에서 1억원에 이른다. 결국 4년 임기내 급여 2억 8000만∼3억 2000만원과 판공비 1억 2000만∼4억원가량을 받는 셈이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의 경우도 올해부터 유급화가 되면서 월급을 받는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광역의원 연봉을 4200만원 이내로, 기초의원 연봉을 3700만∼4200만원으로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시의원은 6804만원으로 결정됐다. 기초·광역의원도 임기중 대략 1억∼2억 5000만원을 받게 된다. 공천헌금을 내더라도 공식 수입만으로도 본전은 뽑는 셈이다.●‘플러스 알파’(?)가 있다 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의 경우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명예와 함께 막대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단체장의 경우 공무원 인사권과 각종 인·허가권한 등이 주어진다. 지난 2월 전남 강진군수가 군 홈페이지에 ‘(인사와 관련해) 실제로 3명이 돈을 싸들고 왔지만 받지 않았다.’고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여야 대학등록금 공약 황당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앞다퉈 내놓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11일 성균관대에서 한 특강에서 등록금 액수를 절반으로 줄여주겠다고 공표했다. 다음날 열린우리당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는 재학 중에 국가가 등록금을 대신 내주면 학생은 취업 후에 이를 갚는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주창했다. 참으로 듣기만 하여도 배부른, 고마운 제안들이다. 그렇잖아도 대학가는 학생들의 ‘등록금 과다인상 저지 투쟁’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고도 여태껏 몸살을 앓는다. 게다가 엊그제에는, 지난 8년 동안의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44∼53%로 소비자 물가지수 증가율 27.9%의 2배 가까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등록금의 절반을 대신 내준다느니, 또는 학교 다닐 때는 등록금 신경 쓰지 말고 직장을 잡은 뒤에 천천히 갚으라고 하니 이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하지만 등록금 부담을 줄인다면 그만큼의 재원은 누군가가 추가로 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학부모가 내는 등록금 8조원의 절반인 4조원을 기부금과 예산 삭감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중에는 복무 중인 사병의 월급을 예치해 8000억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을 정도로 황당하다. 열린우리당 방안도 연간 1조 5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여당이건 제1야당이건 선거에 앞서 얼렁뚱땅 국민 입맛만 맞추면 그만이라는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 우리에게 혁명은 낭만이었나

    우리에게 혁명은 ‘낭만’이다. 혁명하면 모든 것을 다 건, 건곤일척의 멋드러진 한판 승부를 떠올린다. 정작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손사래치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명예혁명·프랑스혁명·독립혁명을,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만큼이나 급격한 변화로 떠받든다. 여기에는 자생적인 근대화에 실패했다는 콤플렉스가 깔려 있다. 그 콤플렉스 덕분에 남의 떡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우리도 뭔가 판을 벌려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대중독재론’은 이 대목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뭔가 큰 한 판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통받고 저항하는 민중을 끊임없이 노래했지만, 오히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체제에 동의나 지지를 보내던 ‘반동적 민중’이나 ‘비굴한 민중’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 남한의 숱한 프롤레타리아들은 선거 때마다 박정희를 찍었고, 아직도 그를 고독한 영웅으로 추앙한다.‘혁명의 주체로서 민중’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는 반문이다. 그러나 더 다듬어져야 할 구석도 많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단점은 경험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적 상황에 대한 분석과 맞물리지 않으면, 서구의 일상적 파시즘을 확대한 추상적 얘기에 그친다. 이를테면 현실로 이론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이론에 맞춰 현실을 구성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독재론의 기지’ 한양대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 주최로 14일 한양대에서 열리는 ‘근대의 경계에서 독재를 읽다-대중독재와 박정희 체제’ 학술대회는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이 있다. 바로 1979년 부마사태와 1974년 현대조선(지금의 현대중공업) 파업사태를 분석한 김원 서강대 연구교수와 김준 성공회대 연구교수의 글이다. 이들은 실제 사례를 검토해 보면 대중독재론은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있다고 말한다. 김원 교수는 당시 신문기사·경찰내부보고·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법정 진술 등을 분석, 부마사태를 ‘민주화운동’이 아닌 ‘도시하층민 중심의 도시봉기’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부마사태는 단순하게 ‘군부독재파쇼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에 맞선 사건’이 아니라 급속한 중공업화정책으로 경공업 중심의 부산·경남 경제가 파탄났기에 터져나온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시위는 대학생들이 벌였을지 몰라도, 끝까지 시위를 주도한 것은 실업자 같은 도시빈민층과 보수적인 영세상공인은 물론 심지어는 깡패들도 있었다는 것. 이런 분석에 따르면, 민주화운동진영이 말하는 영웅적 민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지만, 동시에 부마사태의 존재 자체가 대중독재론에 대한 반대증거다. 김준 교수는 1974년 현대조선 파업사태를 분석한다. 현대조선이 어떤 회사인가. 박정희 정권 중공업화정책의 상징으로, 자금조달에서 부지선정과 판로확보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지원했고, 그 때문에 실업자가 넘쳐나던 그 시절에도 매년 월급 올려주던 최고의 직장이었다. 어쩌면 대중독재론의 구미에 딱 맞아떨이는 재료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현대조선에서 왜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느냐는 게 김준 교수의 반문이다. 당시 현대조선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끝에 그는 대중독재론에 의문부호를 붙인다.“노동자들은 체제를 용인했나, 아니면 저항의 잠재력을 안으로 응축하면서 엎드려 있었을 뿐인가.” 이날 학술대회에는 임지현(한양대)은 물론 최갑수(서울대)·윤해동(서울대)·고병권(수유+너머)·조희연(성공회대)·정희진(연세대) 등이 참가한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신랑·신부감 순위의 허실

    신랑·신부감 순위의 허실

    미혼남녀라면 누구나 자기 배우자에 대해 환상을 갖는다. 외모나 성격이 가장 우선이겠지만 미래 신랑신부의 직업도 그에 못지 않은 고려 요소다. 이팔청춘 막무가내식이 아니라 결혼을 염두에 둔 사랑이라면 배우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더욱 중요해진다.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조사결과 우리나라 성인 미혼 남성들은 아내의 직업으로 교사-공무원-일반 사무직 순으로 선호했다. 여성들은 남편이 공무원-교사-금융직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런 직업을 가진 배우자와 결혼한 사람들은 마냥 행복할까. 직업에 대한 환상을 뒤집어봤다. ■ 결혼생활 행복은 직업순? 서로 반대되는 사람끼리 결혼해야 잘 산다는 말이 있다. 다른 점 때문에 다투기도 하겠지만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 더 좋은 관계가 될 것이란 뜻일 게다. 그렇다면 실제 결혼에 골인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자기와 닮은 사람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일까. ●동일직업, 지역 등 비슷한 조건 선호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3년간 결혼에 성공한 회원 6000명(3000쌍)을 분석한 결과, 동종업계 종사자와 동일지역 거주자의 성혼율이 높게 나타났다. 직업 부분에서는 같은 종류 직업간의 결혼이 뚜렷했다. 일반 사무직 남자의 36.8%는 같은 일반 사무직을 아내로 맞았다. 일반 사무직 여성도 일반 사무직 남성을 만나 결혼한 경우가 전체의 42.4%로 가장 높았다. 의사나 약사는 남녀 모두 의사나 약사를 만나 결혼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남자는 23.6%, 여자는 그 두 배가 넘은 52.7%가 동일직종내 결혼을 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남녀의 결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처럼 같은 지역(수도권·충청·영남·호남 등)에 살다 결혼한 경우가 90.6%(2719쌍)나 됐다. 나머지 9.4%만이 타 지역 여성과 결혼했다. ●비슷한 성격은 비교적 결혼 만족도 높아 외부 조건 외에도 성격이 비슷하고 가치관과 결혼조건에 대한 생각이 일치할수록 결혼생활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사회심리연구실이 부부 280쌍의 결혼만족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외향적인가 내성적인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가 ▲신경이 예민한가 아닌가 등에 따라 성격을 분석했고 성격이 비슷할수록 결혼 만족도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1위 공무원 남편 결혼 11년차인 김연수(40·여·회사원)씨는 공무원 남편에 대해 “나름대로 장점은 있지만 절대로 1위 신랑감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경기가 나쁘다 보니 안정성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 같다고도 했다. 김씨는 “공무원 급여는 여전히 답보 상태”라면서 “사명감이나 명예가 없다면 진작 그만두도록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야근이나 술자리가 더 잦아진다는 것도 단점이다. 정년과 연금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승진이나 부서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일반 기업보다 크다고도 했다. ●2위 교사 남편 결혼 2년째에 접어든 우정림(29·여)씨는 교사 남편의 가장 좋은 점으로 시간적인 여유를 들었다. 역시 교사인 우씨는 “다른 직업보다 일이 빨리 끝나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좋다. 그만큼 가정에 신경도 많이 써주고 함께 등산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취미를 함께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봉이어서 씀씀이가 넉넉지 않은 것은 불만스럽다고 했다. 남자 교사들이 많이 지적당하는 좀스러운 면을 남편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4위 대기업 근무 남편 대기업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이모(29·회사원)씨는 다른 직종보다 급여가 높은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직장생활 3년차인 남편이 벌써부터 이직이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남편이 항상 뭔가에 쫓기며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씨도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경제적 형편은 남부럽지 않지만, 이면에 불안한 마음이 늘 자리한다. ●6위 의사 남편 과거 최고 신랑감이었던 의사 남편을 둔 김민정(30·주부)씨는 “신랑감 순위가 6위로 떨어진 것 자체가 의사들의 현실을 반영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수입 좋다는 것도 옛말이란다. 개업을 해야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요새는 혼자 개업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남편이 의사면 가족들의 건강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고 생각하지만 의사 남편은 가족들의 웬만한 병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1위 교사 아내 아내가 중학교 국어교사인 이재학(33·공기업 직원)씨는 교사 아내의 장점으로 ‘육아’를 꼽았다. 이씨는 “이제 갓 돌을 지난 딸을 키우고 있다.”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들보다 아내가 편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학교에서는 일반 회사와 달리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점도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교사 아내가 신부감 1위라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살아보면 다르다.”고 말한다. 아내가 남편을 학교에서 학생 대하듯 하는 것은 가장 큰 단점이다. 이씨는 “여러 차례 다투면서 지적도 했지만 직업적 특성이어서 쉽게 고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잦은 회식문화와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 등 일반 회사의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굳이 하나 더 꼽자면 교사 월급이 전문직종보다는 적다는 점도 포함되겠다. ●2위 공무원 아내 신부감 순위 2위에 오른 공무원과 결혼한 김성민(29·중소기업 직원)씨는 아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수적 안정성’을 꼽았다. 김씨는 “아내가 대체로 다툼보다는 원만한 해결을 원하고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려 들기보다는 합리적인 중도를 찾으려 애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직업상 특성이 가정생활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상위권 신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를 받고 있지만 부부 사이의 다툼은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6위 간호사 아내 안성춘(30·대기업 직원)씨는 2003년 10월 간호사 아내(29)씨와 결혼했다. 현재 두돌 된 아들을 두고 있는 안씨는 아내가 간호사라는 데 대해 전반적으로 좋게 평가하면서도 “과연 6위까지 오를 정도인가.”라며 의아해 했다. 안씨는 우선 아내가 자기 못지 않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돈을 많이 버는 만큼 함께 할 시간은 적다.”고 말했다. 특히 종합병원 간호사인 신씨는 3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남편과 시간을 맞추기가 무척 어렵다. 안씨는 “간호사랑 살면 다른 직종의 아내보다 더 건강을 잘 챙겨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는 “개그맨들이 집에 와서 오히려 과묵한 경우가 많은 것처럼 자기 직장 일을 집에까지 연장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요.”라고 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동네 음악회 500회 대기록 돌파

    ‘연평균 공연 횟수 41.6회, 공연 참가자 1만 5000여명, 관객 35만 2400명’ 오는 17∼22일 500회 공연을 갖는 ‘서초금요음악회’가 수립한 기록들이다. 동네음악회(?)로서는 달성하기 쉽지 않은 진기록이다. 1994년 3월4일 시작된 서초금요음악회는 클래식 위주의 무료 음악회로, 국내의 유명 성악가들과 정상급 연주단체가 참여한다. 하지만 클래식뿐만 아니라 국악, 무용, 뮤지컬 등도 무대에 오른다. 음악회의 시작은 당시 관선 조남호 구청장이 부임 이후 주민들을 대상으로 욕구조사를 한 결과 관내 주민들 가운데 예술의전당을 찾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클래식 음악회를 만들었다. 음악회는 관선 구청장에 이어 내리 3선을 기록한 조 구청장과 연륜을 같이한다. 조 구청장은 “초기 공무원들이 ‘사람을 동원하지 않으면 공연장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공연을 강행했다.”면서 “하지만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구민들이 찾아와 공연장을 꽉 채웠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음악회가 지속되면서 단골손님도 생겼다. 경기도 용인 수지에 사는 조장현(30)씨가 그 주인공이다. 자폐를 앓고 있는 조씨는 1997년부터 서초금요음악회를 찾았다. 어머니가 클래식을 들은 후 조씨가 차분해지는 등 병세가 호전되자 계속 음악회를 찾은 것이 인연이 돼 9년째 음악회를 찾고 있다. 음악 때문인지 현재 조씨는 월급은 적지만 직장도 생겼고, 혼자 버스 타고 집을 오가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자랑을 했다고 구민회관 이용원 관장이 전했다. 서초금요음악회의 500회 공연은 서울에 있는 자치구 가운데 가장 역사가 깊다. 다른 구청에도 음악회가 있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초구는 500회 기념공연을 갖는다.17일에는 소프라노 곽신형, 베이스 나운규씨 등이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오페라 ‘돈지오반니’, 러시아 민요 ‘백학’ 등을 노래하고,18일에는 가수 김창완, 이태원 등이 ‘아니벌써’,‘어머니와 고등어’ 등 옛 노래들을 부른다. 이어 19일에는 프레미에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고,20일에는 가야금 4중주와 재즈드럼 공연이 펼쳐진다. 금요일인 21일에는 서초뮤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비발디의 ‘사계’,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등을 연주한다. 이 음악회에는 일반 공연장에는 들어갈 수 없는 8살 미만의 어린이라도 부모가 함께 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물론 복장도 따지지 않는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미스·정아물산 김정옥(金靜玉)양 - 5분 데이트(46)

    미스·정아물산 김정옥(金靜玉)양 - 5분 데이트(46)

    저 커다랗고 둥글고 쌍꺼풀 진 눈이 왜 저렇게 동양적일 수가 있을까 하고 쏘아 보는 이 편의 시선을 피해 얼른 숙인다. 동서(東西)의 미(美)와 덕(德)을 모두 갖춘 몸매요, 얼굴이다. 1백 63cm 47kg의「튀기」적 몸매와 갸름하고 작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과 기다란 목덜미와 몹시 부끄럼 타는 다소곳한 행동거지가 아무튼 온갖 미덕의 조화(調和)다. 『첫 월급 타가지고 엄마에게는 한복 한벌 해드리고 나머지 식구들에게 선물 한가지씩 했어요. 그리고 친구들한테 한턱 냈더니 빈봉투가 됐어요』 정말 신나게 썼다는 얼굴이다. 분위기가 다소곳하고 동양적이라고 해서 소심하기만 한 아가씨는 아니라는 증거다. 지금 두번째 월급봉투를 기다리는 중인 정아물산(正亞物産)「타이피스트」초년생. 『홍익대학 상학과를 다니다가 휴학하고 취직했어요. 바빠서 친구들 자주 못만나는 것만이 좀 속상해요』 상업하시는 김현종씨의 1남4녀중 막내. 『문학소녀도 아닌데 국어과목을 참 좋아했어요. 지금도 문학서적, 소설 읽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때 감명깊게 읽은 것 중엔「메밀꽃 필 무렵」이 있어요』 『이렇게 말랐어도 몸은 튼튼해요. 등산이 제 취미예요. 뭐「프로」까지 될 생각은 아니지만요. 멀리는 안가요. 작년에 속리산의 제일 높은「코스」를 친구들 하고 갔던 게 제일 먼 데였읍니다』 아마 충실한 직장여성 노릇 하려면 등산은 힘들 것 같아서 금년에는 단념할 생각이지만 내년부터는 1주(週) 한번 서울 근교 등산을 꼭 실천하겠다는 것만이 지금 이 아가씨의 작은 소망. [ 선데이서울 69년 8/17 제2권 33호 통권 제47호 ]
  • “이통업계 황비홍 되고 싶어요”

    “이통업계 황비홍 되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KTF 신입사원 면접장. 한 응시자가 영화 황비홍의 주제가를 중국어로 힘차게 불렀다. 그의 노래에 기(氣)가 전해졌는지 임원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KTF의 첫 외국인 신입사원인 린제시(林杰西·28)는 최종 합격했다. 동기 50여명과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최근 정보시스템부문 IT개발실 빌링개발팀에 발령을 받은 린씨는 “이동통신업계에 황비홍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KTF는 린씨를 앞으로 확대 계획인 글로벌 인재 육성의 첫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린씨도 “중국과의 사업에 회사를 대표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나 고교와 대학을 나온 린씨가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은 다름아닌 사랑의 힘이었다. 지난 2001년 중국에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인 여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 린씨는 곧바로 한국에 함께 돌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 그녀와 결혼한 린씨는 현재 5개월이 갓 지난 예쁜 딸을 두고 있다. 평소 이통사에 매력을 느꼈다는 린씨는 “중국어와 영어는 자신이 있었지만 한국어는 서툴러 과연 수백대1의 경쟁률을 뚫을 수 있을까 무척 걱정했다.”며 “그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황비홍의 주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황비홍의 도전정신과 집중력으로 원하는 일을 가능한 현실로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취업 당시를 떠올렸다. 린씨는 입사 후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등에서 휴대전화 가판 판매도 하고 고객센터에서 상담원들과 함께 고객문의에 직접 응대하기도 했다.30∼40m 높이의 기지국 철탑에 올라가기도 했다. 린씨는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내의를 해드리는 문화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면서 “이달 월급을 받으면 중국에 있는 부모님과 충남 천안의 장인·장모님께 뜻있는 선물을 할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사설] 공무원 승진 못하면 위로금 줘야 하나

    별별 수당이 많은 것이 공무원 봉급이다. 정근수당에 명절휴가비, 직급보조비, 정액급식비 등은 기본이고 기술수당, 연구수당 같은 특수수당까지 40가지가 넘는다. 올해 몇몇 수당을 없애 기본급 비중을 높였다지만 여전히 전체 급여의 54%를 차지한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수당이 56%를 차지했었다. 이만저만 기형적 구조가 아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이 방만함 때문에 벌써 망했을 일이다. 국민 눈치 보며 살금살금 편법으로 봉급을 올려온 결과다. 급여체계의 왜곡도 모자라 정부가 승진이 늦은 공무원들에게 매년 수백억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인사위와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7년간 3675억원이 대우공무원 수당으로 지급됐다고 한다. 대상은 매년 1만 5000명선에 이른다. 대우공무원이란 승진가능 연수를 2∼4년 넘긴 공무원 가운데 근무실적이 좋은 사람을 선발, 수당 등을 통해 우대하도록 한 제도다.“인사적체로 장기간 승진 못한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제도”라는 게 중앙인사위 설명이다. 제때 승진하지 못하면 옷 벗고 나가야 하는 민간부문 월급쟁이들로서는 행복한 먼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다.“엄격한 심사로 선발하고, 징계 등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은 제외된다.”고 중앙인사위는 주장하지만 정작 각 부처가 이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혈세에 대한 공직사회의 인식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온갖 수당을 만들어 이리저리 빼돌리는 행태가 계속되는 한 국민들의 불신은 가시기 어렵다. 하반기 고위공무원단제 시행에 맞춰 공무원 급여체계의 대대적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길섶에서] 직업의식/우득정 논설위원

    친구 몇명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실 때였다. 한 친구가 커피 잔에 설탕 대여섯 스푼을 쏟아붓는다. 그러곤 젓지도 않은 채 조심조심 마신다. 커피 잔 바닥에는 찐득찐득한 설탕이 잔뜩 쌓여있다. 지금의 회사로 옮기기 전 제당회사에 근무할 당시 생긴 버릇이란다. 그러자 화학품 공장을 운영하는 한 친구는 목욕탕에 가면 샴푸의 절반 이상을 비운다고 말한다. 자기 회사 재료가 샴푸의 첨가제라는 것이다. 일찍이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것도 샴푸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번엔 제지회사 감사가 나선다.“출퇴근 길에 오가다가 전단지를 나눠주면 반드시 받아 챙기라고.”다른 사람들이 일제히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냐며 쳐다보자 “종이를 많이 낭비해야 우리 회사 매출이 오르잖아. 나는 똑같은 전단지라도 무조건 챙기고 본다고.” ‘사오정’을 넘어서도 월급쟁이로 붙어 있으려면 필사적으로 악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며 모두 한목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일상사에서 나는 회사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악을 쓰고 있나.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박태호교수가 말하는 ‘유목주의’

    박태호교수가 말하는 ‘유목주의’

    최근 ‘노마디즘(Nomadism·유목주의)’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들고 있다. 어딘가에 머무르지 말고 자유롭게 살자는 얘기는 참 좋은데,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느냐는 반문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먹물 깨나 든 선진적인 지식인 그룹의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게 비판의 요체다. 또 하나는 몰라서든, 잘못 이해돼서든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할 위험이다.‘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론스타도 자칫 자본의 노마디즘으로 포장될 판이다. 얼마 전 출간된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천규석 지음·실천문학사 펴냄)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이 대목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소장학자들의 연구집단 ‘수유+너머’의 핵심 멤버이자 국내의 노마디즘 대중화를 이끌었던 박태호 서울산업대 교수를 만나 노마디즘의 진정한 뜻을 물었다. 마침 지난달 29일 서울대에서 프랑스 소르본5대학 미셸 마페졸리 교수와 노마디즘을 놓고 토론했고, 또 ‘미-래의 맑스주의’(그린비 펴냄)라는 책도 낸 터였다. ▶노마디즘 개념이 혼란스럽다. 명쾌하게 해달라. -‘유목’하면 자꾸 ‘떠난다’는,‘이동(移動)’을 떠올린다. 예를 들어 엥리쉬는 ‘잡노마드’에서 유럽을 떠도는 한 독일인 여선생의 삶을 노마디즘이라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노마디즘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그 독일인 여선생이 어느 순간 연구실에 파묻혀 책만 봐도, 전공을 넘나드는 연구 등 새로운 일을 벌인다면 그것도 노마디즘이다. ▶토론회에서 노마디즘에도 ‘능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많이 배우거나 여유있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의미냐. -대단한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외려 많이 배우고 가진 사람일수록 전공, 분야, 직위에 매여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데 서 오는 습관·습속·버릇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수유+너머’가 단적인 예다. 여기서 공부하는 사람들, 대단한 사람 없다. 퇴직하신 어르신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그냥 공부하고 싶어 온다. 그리고 ‘수유+너머’는 ‘촉발’에 의미를 둔다는 점도 알아달라.‘너희가 그렇게 잘났냐.’보다는 ‘우리도 저런 거 하나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먼저 해줬으면 한다. ▶월급쟁이들이 사무실이나 공장을 버리기는 어렵다. -굳이 버릴 필요없다. 거기서 나름대로 변화를 꾀한다면 그게 바로 노마디즘이다. 다만 정말 안 되겠다면 그때는 박차고 나와야 한다.‘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것처럼 한심한 말은 없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하니 마음먹기가 어렵다. 또 단순하게 버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야 한다. 그런데 창조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이번 책에서 코뮌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도 그런 의미인가. -마르크시즘을 재구성하는 게 책의 목표다. 그러려면 국가단위로 생각하는 습성을 버리고, 프롤레타리아(PT) 계급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코뮌’이라는 단어를 썼다. 예전에 PT 하면 공장노동자였다. 지금은 그들마저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주류화됐다. 대신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 문제가 생겨났다. 이제 PT는 공장노동자가 아니라 이들의 집합이다. ▶누구나 안락한 삶을 바란다. 그런 면에서 노마디즘은 인간본성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인간본성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안락한 삶’ 자체가 이미 부르주아적이다. 다시 말해 그걸 지향하는 순간 부르주아가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런 부르주아적 욕망을 인간본성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근대의 사고방식이라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사실 근대 이전에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있었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이게 내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축소됐다. 이걸 정확히 알아야 한다. 노마디즘은 바로 그런 부르주아적 욕망, 돈과 가족에 대한 욕망을 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게 버리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수유+너머’ 사무실 임대료가 월 800만원 정도다. 사람들은 스폰서가 있겠거니 하는데 순수한 회비만으로 운영한다. 회비 내는 사람들? 돈 많은 사람 없다. 그 사람들이 왜 돈 내겠나.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여기 사람들은 돈을 그렇게 내는 대신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기서 오는 기쁨, 토론으로 얻는 지식과 능력을 만끽한다. 확 버려야 더 크게 얻는다. 그걸 잘 모른다. ▶거기까지는 인정해도, 그게 변혁의 힘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나.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문제다. 이번 프랑스 사태를 봐라. 부르디외는 68혁명 뒤 사람들이 TV나 보면서 마비됐다고 했지만, 바로 지금 혁명적인 상황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여자 학사가수 1호’ 김상희(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여자 학사가수 1호’ 김상희(2)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빨간 선인장’ 같은 서정적인 노래들과 더불어 김상희씨는 지극히 보편적인 소시민의 시각을 담은 경쾌한 노래들로 뭇 선남선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의 ‘3대 걸작 서민가요’를 보면 60년대 당시 청춘남녀의 이상향과는 사뭇 거리가 먼 캐릭터조차 따듯하게 감싸 안는다. 텁수룩한 얼굴이 나이보다 7∼8세 위로 보이지만 그래도 내겐 단 한 사람뿐이라는 ‘경상도 청년’, 단벌옷에 넥타이 두 개뿐인 서른한 살 노총각으로 주머니가 텅텅 비어 영화구경 한번 제대로 못할지언정 그래도 듬직하다고 치켜세우는 ‘단벌신사’, 행여나 장가간 게 아닐까 궁금할 정도로 나이 들어 뵈지만 그래도 내일 또 만나질까 기다려진다는 ‘대머리 총각’. 이렇듯 그의 노래는 당시 이상향의 주류에서 한참 비껴난, 일종의 ‘괄호 밖의 남자’들에 대한 따듯한 포용이 물씬 배겨 있다. 이뿐인가. 서울에는 어여쁜 아가씨가 많고 많지만 그래도 순박한 ‘울산 큰애기’가 제일 좋더라 하는 식의 삼돌이의 편지 내용은 또 어떤가. 이렇듯 단순명쾌하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메시지는 ‘만인의 연인’이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러한 범국민적인 지지로 그녀는 68년 ‘연예인 납세실적 1위’라는 전성기를 누린다. 가수 김상희에 대해 특히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70년을 전후해 여러 장르의 노래들을 시도했다는 점.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에서 타이틀 롤인 2대(代) ‘아랑’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고,‘성불사의 밤’ ‘그대에게 내 말 전해주’ 등을 담은 가곡음반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또한 작곡가 신중현씨와 손잡고 ‘어떻게 해’를 비롯,‘나만이 걸었네’ ‘파도소리’ 등을 담은 ‘사이키델릭 음반’을 취입하는 등 여러 장르의 노래들을 시도,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을 한껏 펼쳐보였다는 점이다. 이 즈음 그녀는 또한 ‘월드스타’로 도약한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각각 음반을 발표하게 된 것.70년, 일본에서 ‘EXPO 70’이 열릴 때 그녀는 우리 문화의 기수로 가수 패티김과 함께 파견, 도쿄에서 한 달간 ‘아리랑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일본 측으로부터 음반 취입을 제의받는다. 이 여세로 세계적인 트럼펫 주자인 히노데루 마사와의 합동 리사이틀을 갖기도 했고 홍콩, 태국 등 해외공연과 더불어 미국 MGM과도 계약,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한국 대형가수의 세계무대로의 진출은, 오히려 국내에서 ‘한국가수의 월드스타 출현’이라는 기대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팝송만을 불러 취입, 수출용 음반을 출시하기도 했다. 김상희씨는 현재까지도 가수활동과 더불어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녀 스스로도 가수 활동보다 ‘방송국 월급쟁이’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할 정도. 어느덧 그녀는 ‘방송 진행은 옷 입는 것같이, 노래는 밥 먹는 것같이’한다고 토로한다.40년 가까이 하다 보니 그만큼 자연스러워졌다는 얘기다. 그녀가 방송 진행자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67년 KBS TV ‘당신의 멜로디’라는 쇼 프로그램. 당시로서는 여성 진행자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담당 PD가 방송이 잘 안되면 사표를 쓰겠다며 방송국 간부들을 설득했다. 그 PD가 바로 지금의 남편인 유훈근씨다. 유PD와는 이듬해인 68년에 결혼했다.4선 의원을 지낸 그녀의 시아버지 유청(柳靑)씨는 광복 후 한민당 전라도당 위원장을 지낸 유직양씨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인기 가수와 종갓집 7대손 장남이 결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남편 유훈근씨는 KBS PD로 일하다가 MBC에서 뉴스 앵커를 지냈다.79년 MBC 보도부 차장으로 근무할 때 정치와 인연을 맺게 된다.10·26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 되면서 공보비서로 들어가게 된 것. 이 여파일까, 김상희씨는 5공화국 들어서면서 무대에 설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화여대 옆에서 반평짜리 공간을 얻어 샌드위치 장사를 하기도 했다. 김상희씨는 연예인 봉사단체 ‘한마음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벌써 30여 년째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노인 복지시설을 열댓 번쯤은 찾았다고 한다. 주로 남들이 잘 찾지 않는 무허가 시설 같은 데를 주로 가기 때문에 보통 방이 비좁아 악기도 겨우 전자오르간 하나만으로 노래를 해야 할 경우도 다반사. 그래도 돌아올 때는 다들 눈물을 흘리곤 한다. 가수 겸 방송인 김상희씨는 2004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당시 조선극장을 운영하는 상당한 재력가의 딸로, 그리고 4선 의원을 지낸 종갓집 7대손의 맏며느리로 결코 쉽지 않은 가수활동과 방송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늘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는 김상희씨, 그녀는 여전히 ‘만인의 연인’이자 ‘서민들의 변함없는 친구’다. sachilo@empal.com
  • [월드이슈] 주요국가 젊은이 취업률 기상도

    경제가 살아난 일본 젊은이들은 어떤 직장을 선택해야할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국 젊은이들의 취업사정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EU)회원국 젊은이들의 앞날은 장밋빛이 아니다. 물론 노동시장이 유연한 일부 나라들은 예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울상을 짓는 대학졸업자들이 많다. 희비가 엇갈리는 주요국 젊은이들의 취업전선을 짚어 본다. ■ 일본- ‘구인난’ 대기업 내년 인력 벌써 채용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경제가 꾸준한 활황을 보이면서 장기간 계속됐던 ‘취직 빙하기’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특히 대학졸업자 고급인력의 경우 기업이 원하는 인력이 부족한 구인난 현상까지 벌어져 입도선매식 인재확보 경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 3일 발표한 단기경기관측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인력난 현상이 나타났다. 전(全)산업고용지수는 3포인트 떨어진 마이너스 7로 지난 14년사이 최저치였다. 이 지수는 ‘인력이 넘친다.’고 응답한 수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를 뺀 것이다. 마이너스는 구인난을 뜻한다. 5일 니혼게이단렌에 따르면 올봄 인력 확보전이 치열, 채용계획인원을 못채운 기업이 절반에 가까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211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 1차집계 조사 결과 내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올해보다 21.3% 늘 전망이다.3년연속 20%대의 증가다. 일선 기업들의 내년 인력채용경쟁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새 학년은 4월 시작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달 말부터 내년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오는 7월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액정이나 PDP 등 세계적인 첨단전자제품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중견기업 알박은 올봄 12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려 했으나 70명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벌써 2007년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 우수인재 확보에 나섰다는 게 이 회사 쓰네미 요시히로 상무의 말이다. 우수인력 확보 묘안도 쏟아지고 있다. 소니는 올봄부터 채용 제도를 대폭 바꿔 봄부터 여름까지 4회에 걸쳐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특히 내정자는 입사일을 2년간 유예할 수도 있다.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망설이는 우수 인재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정식입사 전 ‘내정’단계에서 배치 부서를 미리 정해 주는 ‘배속예약채용제’를 신설, 인재를 유혹하고 있다. 중고차 경매업체인 오쿠네트는 내년도 채용 때 우수자원을 확보하려고 올봄 입사한 사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구입권)을 제공했다. 이처럼 우수학생은 여러 곳에서 내정을 받지만 좀처럼 취업이 어려운 학생도 있는 등 ‘양극화’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taein@seoul.co.kr ■ 미국-간호사등 품귀… 중기 일자리 쏟아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경제는 고유가 등의 악재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일자리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일부 분야와 지역에서는 구인난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넉달간 월 평균 22만 68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선트러스트뱅크의 경제분석가 그레고리 밀러는 “미국 경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수요가 늘어난 분야는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의 일자리를 망라하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건설 노동자, 간호사, 공인회계사 등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대학 졸업예정자 등 취업 희망자들을 상대로 스카우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구인 활동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1990년대 후반 ‘신 경제’ 거품이 꺼진 뒤 처음”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동력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첨단 테크노 기업들은 수백만달러의 연봉을 내세워 최고급 연구인력 영입에 나서지만 전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오히려 제너럴모터스(GM), 포드,AT&T와 같은 거대기업들은 경영난과 대형 인수합병(M&A) 등으로 대량 해고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중소 도시에 기반을 둔 소규모 보험사 등 서비스 업종과 건설회사들이 고용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하와이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관광객이 많아 서비스업으로 인력이 집중되는 지역에서는 건설 노동자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헤드헌팅 전문업체인 맨파워의 제프리 조레스 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업사원, 엔지니어의 순서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인재 부족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인난은 최근 의회에서 논란이 되는 이민법 개정 과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상원에서 논의중인 법안에는 특히 극심한 구인난을 겪는 간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간호인력은 무제한 영입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dawn@seoul.co.kr ■ 중국-대졸자 많은데 농민공 부족 ‘양극화’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대학졸업자는 울고, 농민공(農民工)은 웃고….´ 2006년 중국의 노동시장 전망도는 대졸자에게 더욱 암울하다. 경제의 성장 속도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중국 노동부가 올 1월 10개 업종 3000개 기업의 인력 수요를 조사한 결과 2006년 기업의 고용은 약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에서는 농민공이 부족해지면서 농민공 급여는 줄곧 인상돼 왔다.2003∼2005년 농민공 급여는 33% 가량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올 초에 나온 한 또 다른 통계는 중국 노동시장에 충격을 던져 줬다. 같은 기간 중국 대학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37위안(약 4400여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도시 농민공의 실제 월평균 수입인 1000위안(약 12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월급 500∼600위안짜리 직장에 대졸자들이 몰리는 현상은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가 됐다. 중국 관계 당국은 이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 몇년간 크게 늘어난 대학 신입생 규모에서 찾고 있다. 그 결과 대학생 취업난이 가중되고 대졸자의 급여도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인재 수급의 불균형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라 미숙련공에 대한 고용은 정체되고 숙련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구조적인 현상이지만 대비가 부족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중국이 대학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나 정작 경제발전 속도에는 인재 수급이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일부 기업들은 고급 기술 노동자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올해에는 이같은 현상이 훨씬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급 기술자 부족현상은 앞으로 5∼10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젊은층 고소득자가 속속 배출되는 현상과 맞물려 젊은이들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중국은 지난 20여년과 마찬가지로 해외 유학생들의 국내 복귀를 통해 고급 인재를 충당해야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올해 연구·개발(R&D)분야 집중 육성을 천명한 만큼 이 분야에서의 인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jj@seoul.co.kr ■ 유럽-기존 15개 회원국 청년실업률 16.7%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 하나가 청년실업이다.EU의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신규가입 10개국을 제외한 기존회원 15개국의 2005년 기준 25세 미만 청년실업률은 16.7%로 전체 실업률(7.9%)보다 2배나 높다. 각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만성적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대책은 약간씩 다르지만 젊은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 재정지원,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 주류다. 독일은 2004년부터 인센티브와 직무교육 두 가지를 동시에 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매년 3만명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벨기에는 직원이 50명 이상인 민간기업에 대해 최소 3%를 26세 미만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대신 신규채용자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분담한다. 스웨덴, 헝가리, 포르투갈도 25세 미만 젊은이를 채용하면 세금을 면제해 주고 비용부담을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한다. 스웨덴, 오스트리아는 14세 이상 청소년들이 원하면 무료로 직업교육을 시켜 준다. 스페인은 16∼21세 청년을 대상으로 직업 실습생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도도 활성화돼 있다. 실업문제,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그 나라의 노동시장이 얼마나 유연한지에 따라 심각한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노동정책 담당국장 레이몽 토레스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한 덴마크, 아일랜드, 네덜란드의 청년실업률은 8%대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아일랜드는 불과 10년 전만해도 젊은이 4명 중 1명꼴로 실업상태였지만 지금은 전체 실업률은 4.5%, 청년실업률은 8.3%다. 아일랜드의 경우 젊은이들의 수습기간은 1년이다. 이 기간 중 고용주는 직원의 능력이 미흡하거나 일자리가 줄면 이들을 해고할 수 있다. 프랑스도 뒤늦게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로 의욕적으로 내놓은 새 고용법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프랑스의 전체 실업률은 2005년 9.5%를 기록했으나 25세 미만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2.3%나 된다. lotus@seoul.co.kr
  • 일자리 갖기 참여 노숙인 140명 ‘자활의 첫발’ 성큼

    서울시는 3일 ‘노숙인 일자리 갖기사업’에 참여한 노숙자 1100명 가운데 140명(13%)이 보수를 더 많이 받는 일자리를 구해 자활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나 노숙생활을 하다 지난 2월초 서울시의 1차 사업에 참여한 김모(40)씨는 공사현장에서 100% 가까운 출석률을 보이는 등 성실성을 인정받아 시공업체인 ㈜유진컨스트텍에 월급 160만원을 받는 정규직원으로 채용됐다.외환위기 당시 주식투자에 실패, 이혼까지 한 다른 김모씨도 1차 사업을 통해 일하다 최근 만수건설 정규직으로 채용돼 월수입이 10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뛰고 고시원에 거처도 마련했다. 취업형태를 보면 단순일용직이 51명(36.4%)으로 가장 많고 건설기능직 30명(21.4%), 귀농 12명(8.6%), 요식업 10명(7.1%), 자영업 3명(2.1%), 기타 34명 등이다. 이중 8명은 정규직이 됐다. 근로능력과 자활의지가 약하거나, 개인사정이 있어 중도 포기한 사람은 105명이었다.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희귀병 앓는 8살 원기에 어느날 화마까지

    희귀병 앓는 8살 원기에 어느날 화마까지

    “우리 집 어디 갔어? 컴퓨터랑 테레비(텔레비전)는?” 2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초이동 20번지 건물 3층. 아이는 화재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뒤뚱거리며 돌아보다 힘이 드는지 털썩 주저앉았다. 망연자실해 서 있던 엄마는 황급히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원기(8)는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란 병을 앓고 있다. 국내에 환자가 1000여명밖에 없는 희귀병이다. 단백질 결핍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팔·다리 등의 근육이 굳어지는 병으로, 통상 5∼6세에 발병한다. 차차 걸음걸이가 이상해져 10∼12세부터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국내 1000명뿐인 희귀병 ‘진행성 근이영양증’ 2003년 말 엄마 김오숙(40)씨에게 유치원에 다니는 원기가 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넘어진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큰 병원을 찾으라고 했다. 이혼하고 식당에서 하루 11시간씩 일하며 받는 월급 110만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오던 김씨에게 내려진 종합병원의 진단은 절망이었다. “대신 아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식당에서 손님에게 음식을 갖다주다 밥상에 눈물을 쏟기도 했지요.” 김씨는 원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난해 식당 일을 접었다. 집에서 4㎞ 정도 떨어진 상일초등학교에 아이를 혼자 보낼 수가 없는 데다 아이를 업고 다니다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기초생활 보호대상자로 등록해 월 62만원씩 받아 생활비로 쓴다. 지난해 9월 구청에서 전세자금 1000만원을 대출받아 17평짜리 가건물에 거처를 마련했다. ●대출 전세금 1000만원 받아낼 길 막막 하지만 또 다른 불행이 원기네를 덮쳤다. 지난달 25일 김씨는 비행기 조종사가 꿈인 원기의 소원대로 경남 사천시에 있는 비행기 박물관에 원기를 데려갔다. 처음으로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아온 데 대한 보상이었다. 원기가 각종 비행기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던 그날 오후 6시50분쯤 집 뒤쪽에 있는 봉재 창고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다.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원기네를 덮쳐 모든 것을 앗아갔다. 지금은 김씨 친정집에서 임시로 살고 있다. 집주인도 화재로 7억∼8억원을 손해 봐 전세금을 바로 돌려받기 어렵다. 올 9월에는 대출받은 전세자금을 갚아야 해 앞길이 더욱 막막하다. “불이 났을 때 집에 없어 다치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죠.” 힘 없이 고개를 떨구는 김씨의 얼굴을 원기가 조용히 쓰다듬는다. 원기 후원계좌는 농협 560-17-002612(예금주 하남시종합사회복지관). 글 사진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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