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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간 황금연휴 만든다

    국내든 해외든 시간 없는 직장인들이 어떻게 회사에 사표 내지 않고도 한 번에 10일씩 시간을 내 여행할 수 있을까.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여행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여행 마니아 조은정씨가 들려주는 ‘감동여행 10계명’을 숙지하면 꿈을 현실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 명절과 공휴일을 활용해 나만의 ‘황금 연휴’를 만들 것 발상의 전환만 하면 직장인이 한 번에 열흘씩 그것도 일년에 2∼3차례나 여행을 할 수 있다. 공휴일이 낀 징검다리 연휴 사이를 휴가와 월차 등으로 적절히 메우면 주말을 합쳐 9∼10일을 쉴 수 있다.2∼3년 전부터 미리 캘린더를 보며 장기 연휴에 대비해 계획을 세우면 여유 있고 경제적인 여행을 준비할 수 있다. (2) 중국·일본 등 가까운 지역은 주말을 이용할 것 우리나라 남도 지역이나 중국·일본 등을 여행하기 위해 휴가를 낼 필요는 없다. 미리 준비만 잘 하면 금요일 퇴근 뒤부터 월요일 출근 전까지 ‘1박3일’을 활용한 ‘도깨비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동남아 일대도 주말에 하루 정도 월차를 덧붙이면 충실한 여행이 가능하다.9∼10일의 장기 연휴는 유럽·아프리카·중남미 등 먼 나라를 여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3) 여행비용 마련을 위한 적금 혹은 펀드에 가입할 것 여행 비용은 계획성을 갖고 평소에 조금씩 모아둬야 한다. 여행비 마련을 위한 펀드나 적금에 가입한 뒤 ‘몰디브 여행을 위한 3년 펀드’나 ‘동해안 일주를 위한 1년 적금’ 등 스스로 이름을 붙여 놓으면 강제성도 부여되고 동기 유발에도 효과가 크다. (4) 평소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기를 것 남들과 똑같이 월급 받고 남들과 똑같이 돈 쓰면서 ‘여행마니아’가 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한정된 월급 속에서 여행이라는 즐거움을 맛보려면 다른 즐거움들은 반드시 포기해야만 하는 기회 비용으로 간주해야 한다. 남성이라면 술값이나 담뱃값 등을, 여성은 고가옷이나 명품 액세서리 등의 소비를 끊거나 크게 줄여야 한다. (5) 항공권은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최저가로 구입할 것 해외여행의 경우 항공권 비용이 여행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항공권을 최저가로 구입하는 것이 성공적인 여행의 ‘제1요건’이다. 최근에는 출발이 얼마 남지 않은 재고 항공권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땡처리항공권’사이트들도 생겨났다. (6) 항공사 마일리지 서비스를 잘 활용할 것 항공기 마일리지 서비스를 활용하면 돈 들이지 않고도 왕복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 등 모든 서비스 혜택을 항공사 마일리지로 변환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된다. (7) 유스호스텔 등 중저가 숙박시설을 잘 활용할 것 인터넷을 잘 뒤져보면 의외로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시설의 국내외 유스호스텔을 하루 1만∼3만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값싸고 깔끔한 숙박업소에 대해 문화관광부가 인증한 ‘굿스테이’제도가 있다. 이렇게 항공권과 숙식비만 아끼면 여행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8) 여행공모전 등 공짜 여행 기회를 적극 활용할 것 요즘 어지간한 신제품 프로모션에 공짜 여행상품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없다.‘내가 응모한다고 당첨되겠어.’라는 마음을 버리고 응모전에 적극적으로 임하면 노력의 대가가 반드시 돌아온다. (9) 진정한 감동을 원한다면 패키지보다는 자유 여행을 할 것 여행에서 나만의 감동을 간직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유적이나 지역에 2∼3일이라도 머물러야 하는데 패키지 여행은 그런 여유를 누리기에 어려움이 많다. 여행전문가라면 자유여행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0) 여행 목적지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공부할 것 여행지에 대한 경제·역사·사회 등을 공부하지 않을 경우 그곳에서 보게 되는 것은 그저 ‘껍데기’뿐이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통해 이식된 극단적 자유주의 경제사상을 알지 못한 채 홍콩에 가면 왜 ‘백만불짜리’ 마천루 야경과 우리돈 1000원짜리 가짜상품이 가득한 ‘짝퉁시장’이 공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은행들 돈줄은 마르고…

    은행들 돈줄은 마르고…

    최근 유동성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지난달 은행들의 총수신액이 일제히 뒷걸음질을 쳤기 때문이다. 한창 활황을 맞고 있는 증시가 유동성뿐 아니라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자금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셈이다. 국민, 우리, 신한, 농협, 하나, 기업, 외환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7월 말 현재 총수신액은 모두 709조 1415억원. 지난 6월 말 712조 4973억원보다 3조원 이상 빠졌다. 보통 1월 대부분의 은행들이 계절적 요인으로 수신액이 감소하곤 하지만 연중에 수신액이 대거 빠지는 경우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은행별로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기업은행이다.6월 말 85조 2982억원에서 7월 말 83조 8956억원으로 1조 3000억원 가까이 빠졌다. 농협과 하나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26조 6184억원에서 125조 4399억원,93조 5237억원에서 92조 3931억원으로 급감했다. 신한과 외환만 이례적으로 각각 9000억여원,6000억여원 증가했다. 주로 줄어든 상품은 월급통장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정기 예·적금 상품들. 은행 관계자들은 이들 자금이 증시로 직접 몰리거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개인전략팀 관계자는 “요즘은 고객들이 정기 예·적금이 만기가 되면 비슷한 상품을 재가입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이 금액들은 대부분 증시에 투자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금이 총수신을 웃돌 기미도 보이고 있다. 7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총수신과 원화대출 간 차이는 1조 6935억원. 전월의 2조 7849억원보다 63.1%나 줄었다. 우리 역시 총수신과 원화대출 차이가 2조 1922억원에 불과하다. 작년 말에는 4조 577억원이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증권사 CMA 20조 돌파

    증권사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20조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10조원을 돌파한 지 6개월 만으로 잔고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CMA 잔고는 7월 말 현재 21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 6000억원의 2.5배 규모다.2005년 말의 1조 5000억원에 비하면 13배나 늘어난 것이다. 계좌수는 325만개로 지난해 말 144만개에 비해 1.3배 늘어났다. 올들어 월 평균 잔고는 1조 7000억원, 계좌 수는 25만개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유형별로는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가 65%를 차지했다. CMA 인기의 첫 비결은 금리다. 은행 보통예금은 연 0.1∼0.3% 이자를 제공하는 반면 증권사 CMA는 연 4.2∼4.6%를 제공한다. 여기에 수시입출금, 자동이체, 결제대금 납부, 교통·체크카드 등과 같은 부가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은행권에서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특판예금, 월급통장 부가서비스 다양화 등을 펼치고 있으나 역부족인 셈이다.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에 지급결제기능을 부여한 자본시장통합법이 실행되면 은행에서 증권으로의 자금이동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 보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회플러스] 내년 최저임금 시간당 3770원

    노동부는 내년 1월부터 연말까지 적용할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급 3770원, 일급 3만 160원(1일 8시간 기준)으로 확정, 고시했다고 1일 밝혔다. 시간급을 월급으로 환산할 경우 주당 44시간 근무제인 기업은 85만 2020원, 주40시간 근무제인 기업은 78만 7930원이 각각 적용된다. 이는 올해보다 8.3% 인상된 것이다.
  • 후진타오식 군 장악 ‘한발 한발’

    |베이징 이지운특파원|1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창군 80주년을 맞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군 장악 여부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집권 2기의 시작인 17대 당대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홍콩지 “당근·채찍정책 병행”서방에서는 지난 1월 중국군이 미사일로 위성을 격추하고 잠수함이 미국 키티호크호에 접근하는 등 후 주석의 방침과 어긋나는 듯한 일들이 발생하자 후 주석의 군 장악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왔다. 하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인민해방군 80주년 특집기사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군대를 이미 장악했다고 분석했다.‘문민 지도자’인 후진타오는 그만의 방식으로 당근과 채찍 정책을 병행, 군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패문제가 불거진 사령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례는 중국에서 이례적이다. 신문은 350억위안(4조 5000억원)을 투입해 군 월급을 인상하며 현대화·과학화를 강조,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 장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군복이 아닌 인민복을 입고 군대를 사열함으로써 공산당에 대한 군의 복종 의식도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후 주석은 기념일을 하루 앞둔 지난 31일 전후세대 소장급 장성을 주력 집단군의 사령관으로 대거 발령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지도부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연경화(年輕化) 정책을 통해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로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베이징군구 사령관이었다가 이듬해 해임됐던 저우이빙(周衣氷) 중장의 아들 저우샤오촨(周小川·51) 베이징 위수사령부 부사령관이 윈난(雲南)성 제14집단군 군장으로 이동했다. 또 싱웨이(邢偉) 총참모부 군사훈련 및 병종부 부부장을 베이징 담당 제38집단군 참모장으로, 류레이(劉雷) 난장(南疆)군구 정치부 주임을 산시(陝西)의 21집단군 정치위원으로 발령하는 등 모두 6명의 소장파 장성이 야전군 지휘부로 옮겼다. ●전후세대 소장급 대거 사령관 발령후 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승계받은 지 3년째이지만, 비관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은 군부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세력이 견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2명의 상장 가운데 후 주석이 군사위 주석직에 오른 이후 모두 15명이 상장으로 승진했으나 절반이 넘는 17명이 장쩌민 시절 승진자라는 얘기다. 장쩌민은 임기 중 류화칭(劉華淸), 장전(張震) 등 원로 장성을 군사위 부주석으로 내세워 군을 장악해 나갔다. 후진타오도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에게 대임을 맡겼으나 이들은 장쩌민 계열이다.jj@seoul.co.kr
  • 국민연금 보험료 내년에 최고 17% 오를듯

    내년부터 월 소득이 360만원 이상인 국민연금 가입자의 보험료가 최고 17%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과표 상·하한선’을 현실 변화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8월 말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그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과표에 따라 45등급으로 구분하고, 상·하한선(상한 월 360만원, 하한 월 22만원)을 정해 부과해 왔다.45등급은 예를 들어 월 소득 90만∼100만원은 소득을 95만원으로 통일해 9%의 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45등급은 폐지하고 상·하한선만 두기로 했다. 소득과표 상한선이란 월급이 일정 수치를 넘더라도 해당 수치까지만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선으로, 가령 월급이 1000만원이 넘더라도 360만원으로 간주해 9%의 보험료만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소득과표 하한선도 마찬가지다. 하한선이 월 22만원이면 소득이 그 선을 밑돌더라도 22만원으로 간주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복지부는 현재 소득과표 상한선은 월 360만원에서 월 420만∼45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만약 상한선이 월 420만원이 되면 월 연금 보험료는 32만 4000원에서 37만 8000원으로 5만 4000원(16.7%, 절반은 회사 부담) 인상된다.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월 360만원 이상인 직장인은 160만 명, 자영업자는 4만 7000여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12.7%에 이른다. 복지부는 월 22만원인 소득과표 하한선도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44만원)까지 올리는 방안 등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하한선이 44만원으로 올라가면 9만 3800명의 보험료가 10∼100% 오른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감안해 하한선을 그대로 두거나 44만원보다는 낮게 잡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복지부 연금정책팀 관계자는 “소득과표 상한선을 420만원으로, 하한선을 44만원으로 올리더라도 월 소득이 45만∼359만원인 1122만명의 가입자의 보험료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편혜영 두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

    인간을 벗기고 벗기고 벗기면, 세상을 까발리고 까발리고 까발리면, 결국 어떤 모습일까. 모든 삶의 편린을 긁어모아 불구덩이에 던져 녹여내면 어떤 결정체가 남을까. 사랑·온기·희망 따위가 아닌 냉담·참혹·절망이 아닐까. 작가 편혜영(36)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엄마에게 버려진 아이가 쥐의 배를 가르고, 역병 퍼진 도시에서 개구리를 낳은 임신한 누이. 동면중인 뱀을 잡아 가랑이에 집어넣거나, 올챙이가 든 줄 모르고 샘물을 마셔 구역질을 하는 상상. 전작 ‘아오이가든’을 온통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직조했던 편혜영이 두 번째 소설집 ‘사육장 쪽으로’(문학동네 펴냄)를 냈다. ‘아오이가든’만큼 선혈이 뚝뚝 떨어지진 않으나, 익숙지 않은 이야기이긴 마찬가지다.“참신하지 않을 바에야 비유를 쓰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었다.”는 단편 ‘소풍’의 주인공 여자 말이 작가의 의중을 대변하는 듯하다.‘참신하고 섣부르지 않은’ 이번 비유에도, 역시 온기라곤 한 움큼도 없다.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빚 소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가까스로 버티며 살아간다. 표제작 ‘사육장 쪽으로’의 ‘그’는 ‘죽어서도 갚을 수 없는 빚’을 진 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압류 집행인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소풍’의 ‘여자’는 수강생 수를 늘리기 위해 ‘주어와 서술어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의 글짓기대회 출품작을 써주며 한심해한다. ‘분실물’의 ‘박’은 생활에 쪼들려 남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를 보며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고,‘동물원의 탄생’의 ‘사내’는 엉덩이뼈에 금이 간 노모에게 월급 대부분을 보내며 ‘검고 푸른 곰팡이가 잔뜩 낀 집’에서 생활한다. 가까스로 버텨야 하는 일상은 그 자체로 공포다. 더 큰 공포는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이 가까스로 버텨온 일상마저 조각낸다는 깨달음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사육장 쪽으로’의 ‘그’는 아이가 사나운 개에게 물어뜯긴 뒤 어쩔 줄 모르고, 애인과 여행을 떠난 ‘소풍’의 ‘여자’는 두 번의 교통사고 끝에 홀로 낯선 곳에 남겨진다. 승진을 위해 상사의 부정한 부탁을 대신해주던 ‘분실물’의 ‘박’은 사람 얼굴을 못 알아보는 이상한 증상에 빠지고, 늑대 사냥에 나선 ‘동물원의 탄생’의 ‘사내’는 한 남자를 늑대로 오인해 총으로 쏴 죽인다. 새로운 변화를 꿈꿀 수 없는 삶. 뚜렷한 삶의 목적도, 분노할 대상도 딱히 없이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일상.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가 상황만 더 악화시킨다는 작가의 시각은 어떤 기괴하고 엽기적인 묘사보다 훨씬 공포스럽다.‘사육장’ ‘동물원’ ‘도시’는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다. 개에게 물린 아이를 살릴 병원조차 개 사육장 쪽에 있다(‘사육장 쪽으로’). 직업을 바꾼 후에도 동물원 시절 퍼레이드를 되풀이하는 이들에겐 동물원 밖도 여전히 동물원이다(‘퍼레이드’). ●‘끝장´을 웅변하는 듯 편혜영의 소설은 ‘끝장’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비유에서건 메시지에서건 ‘끝장의 끝’까지 내디딘 후에야 작가는 꽁꽁 숨겨둔 희망의 싹을 틔워 올릴지 모르겠다.‘조금 덜 참신하더라도 조금 덜 기괴한 비유’와 ‘조급한 희망’을 애써 작가에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 편혜영 소설 속 세계가 거짓 이미지로 뒤범벅된, 실상과 허상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의 세계보다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 부대 효과도 있다. 소설의 섬뜩함에 놀란 가슴, 현실의 끔찍함엔 무뎌질 테니!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사설] 저소득층 학자금 대출 그리 엉성해서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무이자·저리 학자금 대출이 부실 운영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저소득층이 아닌데도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대상자를 선정해 마구잡이 대출을 해준 것이다. 월급여 1750만원을 받는 사람의 자녀를 포함해 저소득층에 해당하지 않는 8661명이 누려도 되지 않아도 될 혜택을 받았다. 제대로 선정했더라면 지급할 필요가 없는 이자를 지난 2월까지 10억 8000만원 물었다. 앞으로도 58억 5000만원의 남은 이자를 지원할 계획이 잡혀 있다. 어처구니없는 이런 일은 학자금 대출신용보증기금을 위탁 운영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교육부가 얼렁뚱땅 대상자를 선정하고 제대로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넘어온 자료가 애초에 잘못되긴 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자료 항목의 전부 또는 일부에 ‘0’또는 공란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누구라도 한눈에 식별할 수 있는 오류였는데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확인도 않고 이들의 보험료를 ‘0원’으로 기재한 후 대상자로 뽑았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사람이 8만명이 넘고 이들을 감사원이 정밀 조사해 보니 10%가 비대상자로 드러난 것이다. 대상자 선정이 무더기로 잘못됐는데도 따지고 살펴야 할 교육부 또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무이자·저리 지원은 많은 학생들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다. 고소득층 자녀가 혜택을 가져가서는 곤란하다. 돈이 없더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교육부는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 교육부 학자금 대출 ‘구멍’

    월급여가 1755만원에 달하는 가장의 자녀가 저소득층 대상 무이자·저리학자금 대출 혜택을 받는 등 정부의 무이자·저리 학자금 대출제가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생수 감소를 감안하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인력증원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26일 이같은 내용의 ‘교육인적자원부 재무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경기도 교육청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했다. 우선 교육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신용보증기금을 위탁 운영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총 8661명의 무자격자에게 무이자·저리 대출을 해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료 부과 자료를 기준으로 기금 대상자인 저소득층 학생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초 자료 오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결과다. 대출지원 대상 저소득층은 가용 예산 범위내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액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난해는 0원이었다. 주택금융공사측은 “데이터 오류를 자동으로 검증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며 “철저한 제도개선을 통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또 교육부에 대해 초·중등 학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비체계적인 교원증원 계획으로 인건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교육시설 확충이나 교육사업 추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교육부가 영양사·사서·보건교사 등 비교과 교사의 증원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인데 세계적으로 영양교사 제도를 채택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보건교사는 이미 법정정원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학생수는 2.6% 감소했으나 지역 교육청 행정인력은 30.5% 증가해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보였다. 교육부는 이밖에 시도교육청에 지원해야 할 ‘국가시책사업 특별교부금’ 중 97억원을 단순히 시도교육청을 경유하는 형식을 빌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사업 지원에 사용했다가 적발됐다.또 EBS 수능강의 사업에 작년에 100억여원을 지원하는 등 편법으로 사용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아프간 피랍 중대국면] “제발 돌려보내 주길…”

    [아프간 피랍 중대국면] “제발 돌려보내 주길…”

    탈레반 무장세력이 제시한 협상 마감시한을 20여시간 넘긴 26일 밤 11시쯤 피랍자 가족들은 초조함과 긴장감에 심신이 극도로 지친 탓인지 초췌한 모습으로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27일부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타운 지하 1층에 ‘한민족복지재단 피랍자가족 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해 옮길 계획이다. 앞서 충격적인 한국인 피랍자 살해 소식을 전해들은 피랍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4시20분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제발 돌려보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읽으며 오열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 미국 부시 대통령 등에게 전하는 글을 통해 “울다 지쳐 잠들고 일어나면 꿈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면 그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에 또다시 눈물을 터뜨립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호소합니다. 제발 그들이 가족들 품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피랍자 가족을 대표해 차분하게 호소문을 읽던 제희창씨의 누나 제미숙씨는 배형규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던 중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가족들도 잇따라 눈물을 쏟아냈다. 제씨는 “창희는 1남4녀 중 막내고 외아들이다. 월급 타면 쌀가마 사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그런 애다. 너무 남을 도와준다고 집에서 혼나기도 했다. 지금은 그랬던 게 생각나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류지영 이은주기자 superryu@seoul.co.kr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머나먼 南정착… ‘교육 불시착’

    “경제 교육 등 이론 위주의 하나원 교육은 실제 남한 생활을 하는 데 거의 쓸모가 없었습니다.”(하나원 7기 A씨) “감옥처럼 갇힌 환경에서 이론 교육은 시간 낭비에 불과합니다. 낯선 자본주의에 적응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이 시급합니다.”(하나원 88기 B씨) 지난 8년간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은 탈북자들은 “형식적인 교육보다는 현장 학습을 늘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직업교육 등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본주의 냉혹함에 대한 교육도 필요” 23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준오 박사와 이정환 청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펴낸 ‘북한 이탈주민의 범죄피해 실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의 사기 피해율은 21.5%로 우리나라 전체 사기 피해율(0.5%)의 4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하나원 교육 280시간 가운데 130시간이 취업 관련 교육이다 보니 자본주의의 실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교육은 시장 경제에 대한 교육 6시간과 실물 경제 교육 4시간, 생활법률 4시간 등에 불과해 남한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과) 교수는 “시장구매 체험 과목의 경우 돈을 버는 방법보다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치는 것인데 정작 탈북자에게 필요한 것은 돈을 버는 방법”이라면서 “이론 중심의 취업 관련 교육보다는 돈을 버는 현장 학습을 시켜야 하며 그것이 자본주의를 가장 빨리 체득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직업전문학교 예산 늘려야” 부족한 시설 외에 들쑥날쑥한 교육 기간에 따른 주먹구구식 교육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개원 당시 3개월이던 교육기간은 2001년 6월 2개월로 단축됐고,2004년 10월 다시 3개월로 환원했다가 지난해 9월 10주로 단축됐다. 지난 5월부터 2주가 더 단축돼 현재는 8주 체계로 운영된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보다는 교육시설 여부에 따라 형식적으로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하나원 졸업자 직업교육을 위해 2006년 28억 2000만원,2007년 33억 6000여만원의 예산을 배정, 탈북자 단독반을 만든 직업전문학교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한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탈북자 단독반에 들어온 이들도 한 달에 60여만원의 국가 보조비로 생활하는데 이마저도 45만원으로 줄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성공과 실패 사이 정착금을 탕진하거나 범죄에 빠지는 탈북자가 적지 않지만 남한 생활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2000년 4월에 입국한 탈북자 성모(43)씨는 “1년 반을 미용학원에서 기술을 배우고 바로 가게를 차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는 초기에 주변 사람에게 500만원을 사기당하는 등 상처도 입었지만 남한 생활에 자리를 잡았다. 지상파 방송에 10여회 이상 출연한 평양민속예술단 김영옥(36·여)씨는 “아무리 북한에서 뛰어났다고 해도 남한식으로 변형하는 유연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씨는 처음에는 남한 관객들은 공연이 입맛에 맞지 않는지 공연 도중에 나가 버렸고, 힘든 1년여 시절에 동료들도 3명이나 떠나갔다. 그러나 김씨는 점차 남한 생활에 적응해 단원도 8명에서 18명으로 늘었으며 이제는 각자가 중소기업 수준의 월급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하나원 통일부가 북한 이탈 주민의 효율적 보호와 지원을 위해 1999년 7월 문을 열었다. 경기 안성시에 있으며 생활관·교육관·종교실·체력단련실·도서실 등의 시설로 구성돼 있어 탈북자들에게 8∼12주의 사회적응교육과 6∼8개월간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 ‘항만인력 상용화 7개월’ 부산항은 지금

    ‘항만인력 상용화 7개월’ 부산항은 지금

    지난 4월6일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이날 입항한 ‘팬스타서니호(2만 6000t급)’선원들은 생각지도 않은 환영행사를 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부산항운 노조 1부두 소속 조합원들이 일렬로 도열, 꽃다발을 전하며 입항을 축하해 줬기 때문이다. 부두상용화 여파로 공용부두인 1부두에 들어오는 화물선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이같은 이벤트를 열게 된 것. 전국 항만으로는 처음으로 올 1월부터 ‘항만인력의 상용화(하역회사별 상시고용)’를 시행하고 있는 부산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은 미완성인 항만인력 상용화 지난 16일 찾은 부산항 부두. 하루에도 수십척의 화물선이 드나드는 부두 각 선석에는 항만 근로자들의 손짓에 따라 대형 크레인들이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작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짐을 실어 나르는 지게차와 컨테이너 차량들의 소음이 어우러져 부산항의 독특한 열기를 내뿜었다. 이곳에서 만난 현장 근로자와 운영선사 관계자들은 항만인력 상용화 도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였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크레인기사에게 컨테이너 하역 위치를 알리던 4부두 노조원 윤종원(36)씨는 “상용화가 되면서 월급제, 정년 보장, 고용 보험 대상, 후생복지 분야 개선 등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인력감축과 취급화물 증가 등으로 도급제 때보다 노동강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항운노조 3부두지부 임종훈 사무장은 “현재 상용화제도는 마치 어린이가 어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3부두의 경우 수출입 물량의 증가 등으로 인해 상용화 전보다 물동량이 20% 이상 늘어났으나 인력은 360명에서 281명으로 크게 줄어들어 노동강도가 적어도 40% 이상 세졌다.”며 운영 방법 개선을 요구했다. 부산북항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일일평균 270여개)을 처리하는 4부두 등 다른 부두들도 상황은 비슷한 실정이다. 부산항 4부두 박우영(56) 지부장도“상용화 전보다 인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는데 물량은 20∼30% 정도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고용보험료 등으로 인해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어 일부 조합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영선사인 사측 역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조원들을 흡수(채용)하면서 희망 퇴직자들의 퇴직금 지급에 막대한 돈이 지출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도 조합원들은 아직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조차 없다는 것이다.3부두 운영선사인 ㈜한진 김정식 이사는 “노동강도가 세졌다고 하지만 회사도 고용보험료 보조,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지출이 늘어나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노조원들도 한번쯤 사측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상용화의 효과 현재 상용화가 시행되고 있는 부두는 ▲중앙부두(운영선사 세방·동국)▲3부두(” 한진·대한통운)▲4부두(” 국제·동방)▲7-1부두(” 상주·동국)▲감천중앙부두(” 동진) 등 모두 5곳. 운영선사가 따로 없는 공용부두인 북항1,2부두와 감천 3,4부두는 아직 도급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용화의 효과에 대해 분석을 내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해양수산부는 상용화 시행 전 분석한 자료에서 부산항과 인천, 평택, 당진항 등이 상용화되면 연간 약 386억원의 물류비용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인력관리 등 부두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확대돼 물류비가 줄고 장비 현대화를 통해 항만의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해운항만청 박상섭 사무관은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항만 하역에 투입되는 인력이 종전보다 30∼40% 줄어드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2∼3년이 지나야 데이터가 축척돼 효율측면의 비교 분석이 가능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 이사 역시 “시행 6개월 만에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산재보험 신청이 절반 정도 줄어들고 처리물량도 늘어나는 등 서서히 상용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을 거들었다. 부산항 노·사는 이르면 이달말쯤 첫 임금교섭 및 단체협상을 갖는다. 상용화의 빠른 정착을 위해 이번 임단협이 매우 중요한 만큼 노사 양측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상생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강무현 해양부 장관 “노사정 합의 열매 ‘큰 의미’” “100년 항만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것입니다. 노·사·정이 상생의 정신으로 대타협을 이뤄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22일 항만인력 공급체제 개편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강 장관은 “항만노조의 인력공급 독점체제가 깨지면서 근로자들은 완전 고용과 정년 등의 근로조건을 보장받게 됐다.”면서 “기업들도 인력 운영의 자율성 확보로 비용 절감과 생산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사·정 대타협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강 장관은 “한국의 항만노조 인력 상용화는 우리만의 특색이 있습니다. 영국은 항만인력 상용화에 맞서 노조가 파업으로 치달을 때 당시 대처 정부가 정치생명을 걸고 돌파했고, 호주는 군대까지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노·사·정 합의하에 큰 충돌 없이 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며 뿌듯해했다. 강 장관은 이어 “항만인력 상용화 합의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면서 “몇 년전 물류파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항만 파업은 그야말로 나라를 ‘올 스톱’시키는 치명타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상용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우선 부산과 평택에서 인력이 30% 정도 (자동화 때문에)자연적으로 정리가 됐다.”면서 “아직 기간이 짧지만 생산성이 15% 정도 나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30% 정도 생산성이 향상된 만큼 우리도 향후에는 30∼40% 오를 것”이라면서 “특히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해외 선사 유치에 장애 요인을 제거한 것도 만만치 않은 효과”라고 했다. “국내 항만노조의 50% 정도가 상용화에 이르렀다.”는 강 장관은 2∼3년 내에 모두 동참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광양항은 (노조가)지금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용 안정 등 인력 상용화에 따른 부산과 인천의 효과를 보면 다 따라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실질적인 인력 상용화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장관은 “하역 회사들이 인력의 인사와 지휘권 등을 갖고 노조와 상생을 이룬다면 동북아 물류 허브를 조성하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인천항도 “10월 노무 상용화” 인천항도 노무공급 체계 상용화 일정이 착착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부터 인천항의 노무공급권이 인천항운노조에서 각 하역회사로 이전된다. 인천항운노조, 인천항만물류협회,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 인천항 노·사·정은 지난 18일 인천해양청에서 열린 ‘인천항 인력공급체제 개편협상 최종타결 조인식’에서 이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세부일정을 협의 중이다. 2006년 9월부터 8차례 개편위원회와 31차례의 개편협의회를 거쳐 확정된 최종 개편안은 개편대상 인력, 고용주체, 근로조건 보장, 임금복지, 작업범위 및 형태 등 9장 47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인천항 노사정은 최종 협상 타결에 따라 오는 25일 희망퇴직자 신청 공고를 낸 뒤 8월 중순 퇴직자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전체 조합원 1700여명 중 20%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희망퇴직자는 퇴직금과는 별도로 정부 예산으로 생계안정지원금을 지급받게 된다. 희망퇴직자 규모가 확정되면 나머지 조합원들은 인천항 하역사 17곳, 해사업체 9곳 등 26개사에 분산, 고용된다. 하역사와 조합원간 고용계약이 9월 체결되면 10월부터는 각 하역사들이 자사 정규직 신분을 지닌 조합원들을 작업현장에 배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945년 10월 출범한 인천항운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60여년간 독점적으로 보유해 왔던 노무공급권을 각 하역사들에 넘기게 된다. 조합원들이 각 하역회사에 분산 고용돼도 인천항운노조는 계속 존재하며, 각 하역사에는 기존 노조와는 별도로 항운노조 지부가 설립돼 복수 노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한나라 후보검증 청문회] 각종 의혹 해명됐지만…

    [한나라 후보검증 청문회] 각종 의혹 해명됐지만…

    19일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 검증 청문회는 정당 사상 처음이라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청문위원들이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첫 질문은 날카롭게 던졌으나 후보 해명의 허점을 파고드는 후속 질문에는 ‘2%’부족함을 보였다. 이 후보는 병역문제를 비롯해 다스 실소유자 논란과 ‘도곡동땅’ 차명 보유 의혹,‘옥천땅’ 매입 배경,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대운하 보고서 용역 의혹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석연찮은 해명으로 일관했다. 박 후보는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영남대 부정입학 비리 연루 및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기에는 미진했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 “도곡동 땅 제땅이면 얼마나 좋겠나” 이 후보는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군대에 무척 가고 싶었다.”면서 “1965년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확장증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관지 확장증은 기관지가 파손된 상태로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X-선 촬영을 하면 언제라도 확인 가능하다. 이 후보는 지난 2006년 국립암센터에서도 흉부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결과, 좌측 폐에 기관지 확장증이 있다는 검진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은 흉부 X-선 및 CT 필름을 제출해 달라는 검증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차명 보유 의혹을 사고 있는 ‘옥천 땅’ 구입 배경도 여전히 석연찮다. 이 후보는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짓기 위해 이 땅을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후보에게 사달라고 요구해서 6개월가량 시달리다가 사줬다고 했다.‘옥천 땅’ 구입 직후 이 일대가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 가운데 한곳으로 정해진 데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결국, 자신과 연고도 없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거액을 들여 자선 사업을 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더욱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 일대 땅값이 몇년새 3배가량 뛰었는데 시세의 3분의1도 안 되는 헐값에 처남에게 팔았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맏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소유로 돼 있던 ‘도곡동 땅’에 대해서도 “그 땅이 제 땅이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차명 보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검증위 조사에 따르면 ‘도곡동 땅’ 구입자금 가운데 김씨는 32억 1800만원, 이씨는 7억 3000만원의 출처를 밝히지 않아 여전히 의혹만 남겨뒀다. ●박근혜 후보 “영남대 부정입학 총장이 한 일” 박 후보는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와 관련,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친한 관계가 아니라 우연히 알게 돼 친분을 맺어온 그저 그런 사이처럼 설명했다. 최씨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실체가 확인된 적이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정희 대통령 공보비서관을 지낸 선우연씨가 지난 2005년 11월 월간조선 인터뷰를 통해 ‘77년 9월12일 밤 박 대통령이 물의를 일으킨 최태민을 거세하고, 최 목사와 관련된 구국봉사단도 해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비망록을 공개한 것도 질문에 올랐다. 박 후보는 이에 “대검·중정이 있는데 왜 한 비서관에게 그런 지시를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전부 사실에 입각한 증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사람이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의 비망록을 작성했다는 점이 명쾌하지 않은 대목이다. 정수장학회(옛 부일장학회) 이사장 재직 당시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사장 월급을 두 배 이상 올린 것도 석연찮아 보인다. 박 후보는 “당시 장학회가 대주주로 있던 문화방송 등의 사장과 급여를 맞춰 지급한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사장이던 박 후보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영남대 이사장 재직 당시 부정입학 연루 의혹에 대한 해명도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는 “총장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증위원이 ‘재단의 요청으로 부정입학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판결문을 인용한 데 대해 “총괄책임자는 K 전 총장이었다. 그 분이 책임을 져야죠.”라고 반박했다. 재단측에서 누가 총장에게 그런 요청을 했는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굿모닝팝스’ 이지영 학력위조에 애청자 갑론을박

    ‘굿모닝팝스’ 이지영 학력위조에 애청자 갑론을박

    ”제2의 신정아다.” vs “언제 학력보고 방송 들었나?”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인기진행자 이지영(38)씨가 학력을 속인것으로 드러나 ‘신정아 파문’에 이어 또다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씨는 그간 영국 브라이튼대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것으로 주장해왔으나 실제학력은 브라이튼시에서 기술학교를 전전해 사실상 고졸인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 프로그램의 애청자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굿모닝팝스의 홈페이지에는 이씨를 비난하는 글과 옹호하는 글이 올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아이디 ‘superaugu’는 “학력이 영어교육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굿모닝팝스의 진행자로 충분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ohy3816’도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아침마다 이 방송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게 얼마나 좋았는데…”라고 올렸다. 그러나 이씨를 비난하는 글들도 쇄도했다. ’edytiger’는 “실력이 좋은데 왜 사기를 치나? 실력이 안되니 사기로 커버하는 것”이라고 적었으며 ‘juice77’는 “돈좀 벌려고 학위위조하는 사람들 월급도 가짜돈으로 주면 안되나?”라고 말했다. 또 ‘hunjey’는 “잘못은 잘못이지만 이지영씨 학력보고 굿모닝팝스 들었나? 그냥 사과하고 조용히 떠나게 해라.”라는 의견을 올렸다. 한편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긴급 대책회의를 마련해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나우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산말의 혀뽑아 술안주로 “홀짝 커~”

    산말의 혀뽑아 술안주로 “홀짝 커~”

    하고많은 세상의 술안주감을 마다하고 살아있는 말의 혓바닥을 싹독 잘라내「니나노」를 부르고 줄행랑친 고약한 사내가 있다. 충남(忠南) 논산(論山)군 연무(鍊武)읍「마(馬)」산(山)리에서「마」를 부리던「마」부(夫)「마」성도(成道) (37)라는 사람의 마자(字)타령-. 눈깜짝할 새 뽑아 들고 “좋은 술안주감 생겼다”고 이 해괴망측한 식도락가(?)는 충남 논산군 연무읍 마산리 최형대씨(61·가명)의 말을 부리던 마부 마성도씨(37). 성도 말마(馬)자 마가인 그는 11월 3일 하오5시쯤 이웃의 이삿짐을 싣고 약 6km나 먼 논산군 恩津(은진)면 토양리에 나갔다가 갑자기 쉬고있던 말의 입을 벌리고 억센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깜짝할 사이에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정든 말의 혀를 뽑아냈다는 것. 현장을 목격했다는 인근 중앙국민학교 이(李)모군(11) 등은 마씨가 몸부림치는 말의 혀를 뽑아 바지 뒷「포키트」에 찌르고『좋은 술안주 거리가 내게 있다』면서 친구 김인주씨(29·가명)를 데리고 대폿집 골목으로 사라졌다고 말한다. 말 두필을 가지고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 최씨는 한필은 자기가, 또 한필을 마부 마씨를 두고 몰아왔다. 이날따라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말이 걱정이 돼 현장을 찾아왔을땐 마부 마씨는 간곳이 없고 마차를 몸에 매어단채 혀를 잃고 입에서 피를 흘리는 가여운 말만이 서있었다. 다칠까봐 살금살금 주인 최씨가 접근하자 사납게 날뛰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실랑이하다가 말을 달래어 가까스로 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최씨는『그놈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나!』고 울화통을 터뜨리며 이미 마씨의 해괴한 행동을 예견했다면서 이 끔찍한 사건의 안팎 얘기를 털어 놓는다. 주인 최씨가 말하는 마부 마씨의「괴짜인생」적 생김새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전에도 말의 혀뽑다 들켜 주인과 대판 싸운 모주꾼 마씨가 최씨를 알게되어 고용된 것은 15개월전인 69년 8월. 그 당시만해도 마씨는 여러곳을 정처없이 방랑하면서 닥치는 대로 날품팔이로 먹고 자는 떠돌이 사나이. 그에게는 집도 친척도 없었고 아무런 증명서도 가진게 없었다는 것. 다만 체격이 남이 부러워할만큼 건강했고 비록 떠돌이 생활은 해도 누구에게도 굽히려 들지않는 강한 뚝심을 가진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반면에 세끼 밥은 굶어도 막걸리는 마셔야 살아갈 수 있는 모주꾼. 마씨는 빈 뱃속에 보통 한되의 막걸리를 단숨에 들이키는 대주객. 이 끔찍한 일이 생긴 그날도 고간 짐을 내려놓고 그는 예외없이 막걸리로 목을 적셨을 것으로 주인 최씨는 짐작했다. 최씨는 마씨를 한가족으로 먹이고 재우고 한달에 삼천원의 급료를 주면서 고용해왔다. 두필의 말이 벌어들이는 월수입은 평균 4만원정도. 새로 들어온 마부 마씨를 합쳐 최씨의 가족 5식구가 농토없이도 그런대로 살림을 꾸려올 수 있는 수입이었다. 주인 최씨는 마부 마씨가『가끔 보통사람으로선 이해가 안가는 묘한 짓을 해왔다』고 비치며 언제인가는 사고를 빚을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타이프」의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마씨가 말의 혀를 뽑아 안주감으로 한 짓은 이번이 처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월에도 어느날 마씨는 마을 앞에서 쉬는 말의 고삐를 쥐고 혀를 뽑아내려다가 말이 몸부림치면서 저항을 하는 바람에 실패, 이 사실이 주인 최씨에게 알려져 크게 다툰적이 있다. 『산 짐승의 혀를 뽑으려들다니, 너의 혀좀 뽑아보자』고 최씨와 마씨는 이웃이 떠들썩하게 싸웠다. 마씨가 저지른 사고는 그뿐이 아니다. 마씨가 고용되고 5개월만인 69년 12월 마씨가 부리는 말이 아무 탈없이 일을 잘하다가 갑자기 죽었다. 약 4km 떨어진 냇가로 모래를 실으러간 마씨와 말이 날이 어두워도 돌아오지 않아 찾아 가보니 마부 마씨는 말을 들에 세워둔채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최씨는 마씨를 술집에 놓아두고 말만끌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말이 밤새 죽고말아 묻어버리고 말았었다. 그때 그말이 왜 갑자기 죽었는지를 알지못했던 최씨는 당시 죽은 말의 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주의깊게 조사해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말은 미음으로 겨우 연명 병신자식 둔 심정이라고 마부 마씨를 고용한 후 불과 몇 달이 못돼 멀쩡한 말을 죽여 13만원의 피해를 입었고 그 뒤 넉달만인 지난 4월 짐을 실으러 나갔던 마씨가 논산군 연무읍 동산리 네거리에서 술에 취해 말에 매질을 심하게 하는바람에 말이 뛰어 지나가던「코로나·택시」의 차체에 흠을 만들어 주인 최씨는 1만원의 손해배상을 했다. 이 일이 있은뒤 최씨와 마씨의 사이는 더욱 악화됐고 최씨는 물어준 배상금 대신 매달 마씨의 월급 3천원에서 절반인 1천5백원을 떼어 내기로 타협이 됐으나 그동안 채 빚도 갚기전에 마씨는 부리던 말의 혀를 뽑아먹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믿었던 마부에게 혀를 뽑혀 제대로 먹이도 못먹고 마치 젖먹이 아기처럼 최씨의 가족들이 목구멍에 넘겨주는 미음 따위를 받아먹고 목숨만을 유지하고 있는 말은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다. 『꼭 병신자식을 둔 심정』이라고 말하는 최씨는 혀가 있을 때는 하루 1백원이면 충분하던 먹이값이 살죽 따위의 영양가 많은 미음을 만들어 먹이는 바람에 하루에 5백원 이상의 먹이값을 들이고 치료를 해주고 있지만 현재로선 혀의 재생이 불가능하다. 15만원을 홋가하는 말의 혀를 뽑아 한자리 막걸리 안주로 먹어버린 비정의 마부 마씨에 대한 주민들의 웃지못할 억측도 갖가지. 『제 조상(祖上)이 혀를 뽑아먹은 패륜아』라고 마씨성을 가졌다해서 비난을 하고 있는가 하면 익살을 좋아하는 일부층에선『살아있는 말의 혀를 뽑는 명수, 세계적인 식도락가』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쨌든 말의 혀를 먹은 마- 자신이 아니고선 아무도 그 동기를 알 수 없는 일이고, 말하자면 이 기괴한 사내는 그의 생계의 밑천을 몽땅 술안주로 먹어버린 셈. 사건과 함께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 마씨를 수배한 경찰은 마씨의 행위는 법률상으로 우선 절도가 구성되고 말이 죽는 경우 재물손괴도 적용될 것이라는게 담당자들의 소견이다. <논산-배기찬(裵基燦)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1월 22일호 제3권 47호 통권 제 112호]
  • 한나라 오늘 검증청문회 쟁점은

    한나라 오늘 검증청문회 쟁점은

    한나라당이 19일 여론지지율 1·2위인 이명박·박근혜 대선경선 후보를 상대로 실시하는 검증청문회는 정당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선후보 청문회다. 무엇보다 향후 경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청문회의 성패는 당 내외 인사로 구성된 청문위원들이 이·박 후보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청문위원들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후보별 핵심 쟁점을 짚어봤다. ●이 후보,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등 새로운 의혹 눈길 이 후보의 경우,‘옥천땅’‘도곡동땅’‘다스’‘천호동 개발 특혜 의혹’‘위장전입’ 등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외에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우신토건 하청 특혜, 병역 면제 등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들도 제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신토건은 이 후보의 장인이 지난 1981년 설립한 회사로 현대건설 하청업체였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이 후보가 현대건설에 재직하는 동안에는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퇴임한 뒤에는 급격히 감소했다. 이 후보가 현대건설 최고위직에 있으면서 이 회사가 현대건설로부터 하청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느냐가 공방의 초점이다. 병역 면제와 관련한 의혹도 규명돼야 할 사안이다. 이 후보는 지난 1963년 신체검사에서 고도기관지 확장증과 축농증이 발견돼 귀가 조치된 데 이어 65년에는 ‘기관지 확장고도와 폐활동 결핵 경도’를 이유로 최종 징집 면제 판정을 받았다. 기관지 확장증은 사실상 기관지가 파괴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완치가 불가한 병이다. 방사선 촬영을 하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 후보측은 지난해 1월 국립암센터의 X선 촬영에서 기관지 확장증 및 폐결핵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건강보험료 고의 축소 납부 의혹도 검증 대상이다. 이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본인 소유의 서초동 영포빌딩의 임대관리회사인 ‘대명통상’을 만들어 대표로 있을 때 얘기다. 당시 본인의 월급을 2000년 99만원,2001년 133만원으로 신고해 건보료를 2만여원밖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한 것이다. 이 후보가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에 매각한 양재동 빌딩, 김씨에게 판 충북 옥천 땅 등 이 후보와 처남 김씨 사이의 부동산 거래들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개발정보를 친인척들에게 미리 ‘흘려’ 부당 이득을 보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검증도마에 오른다. 다스 계열사인 홍은프레닝이 2003년 3∼9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부지를 매입, 주상복합건물 ‘브라운스톤 천호’ 분양 사업을 시작한 2개월여 뒤 인근에 천호 뉴타운이 지정됐다는 점과, 애초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없는 지역임에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후보, 정수장학회·영남대 관련 의혹 집중 추궁 박 후보의 경우 이 후보에 비해 검증 항목은 적다. 하지만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와 정수장학회 및 영남대 관련 의혹만큼은 청문위원들의 질문 공세가 예정돼 있다. 지금까지 제기되지 않은 의혹으로는 10·26 사태 직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와대 금고에 있던 9억원을 박 후보에게 전달했고, 박 후보는 일부를 김재규 사건 수사 격려금으로 되돌려줬다는 내용이 청문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민감한 사안은 고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4년 사망한 최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박 후보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을 운영했고 이후 새마음봉사단·육영재단 등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최 목사가 사기와 횡령 등을 저질렀다는 내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 후보가 이를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최 목사 일가가 서울 강남 일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재산 형성 과정에서 박 후보와 관계가 있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 전신) 강취 및 정수장학회 관련 부정 의혹, 영남대 강취 및 비리 관련 여부 등에 대해서도 청문위원들의 추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광삼 김지훈기자 hisam@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한민국 인재에 달렸다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한민국 인재에 달렸다

    ‘인재가 곧 경쟁력이다.’세계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고 선발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별이나 출신 지역이나 학교, 학력, 국적은 더 이상 인재선발의 기준이 아니다. 인맥이나 운도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뛰어난 능력만이 인재냐 아니냐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선진국들은 일찍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국가의 브레인으로 키워내고 있다. 한국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2011년을 목표로 대대적인 채용제도 개편작업을 하고 있다. 인재 선진국들의 앞선 인재선발 방식, 특히 우리보다 앞서 인력풀 제도를 도입한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10년 후 우리나라 인재 정책의 미래를 그려봤다. ■ 2011년부터 확 바뀌는 공무원 채용제도 2017년 7월18일 아침 나대한(27)씨는 문화관광부 채용 면접시험을 보러 집을 나섰다. 나씨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일주일전 문화관광부 인사담당자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오래전부터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어했던 나씨는 “당장이라도 면접을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나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얼마전에 다른 부처의 면접에 합격을 했지만 임용을 포기했다. 주변에서는 “그 좋은 자리를 마다하다니….”라며 나무랐지만 나씨가 문화관광부에서 일하고 싶어 참고 기다렸다. 나씨는 지난해 공직예비시험에 합격했다. 과거 행정고시의 일종이다. 올해로 도입 5년째를 맞는 이 제도는 매년 20대1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PSAT와 필기시험으로 500명 정도를 뽑는데 이 가운데 300명가량이 공무원으로 선발된다. 각 부처에서 필요할 때 수시로 인재를 뽑기 때문에 예비시험에 합격한 후 ‘인재풀’에서 대기해야 한다. 나씨에게는 1년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나씨는 미술에 관심이 많아 부전공으로 미학을 택했다. 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미술 관련 NGO활동도 해왔다. 나씨는 자기소개서에 ‘한국의 오르세 미술관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나씨의 이런 경력을 문화관광부에서 놓치지 않았다. 나씨의 아버지 나민국(57)씨는 면접에 들떠있는 아들을 보며 30년전 고시공부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3∼4평도 안 되는 신림동의 허름한 고시원에서 새우잠을 자던 일이 아득하기만 했다. 공무원채용제도가 개편된 뒤 많은 것이 달라졌다.PSAT와 필기시험을 치른다고는 하지만 ‘고시낭인’이니 ‘공시족’이니 하는 단어가 몇년사이 신문지상에서 사라졌다. 신림동 고시촌 이야기도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고시촌이었던 신림 9동은 쇼핑몰이 들어서 패션 거리로 탈바꿈했다. 2011년부터 실시되는 공무원 채용제도에 따라 꾸며본 얘기다. 그러나 나대한씨의 이야기는 결코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인사위가 올 2월 내놓은 공무원 채용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무원은 이런 식으로 뽑는다. 획일적인 인사채용시스템 대신 본인의 희망과 적성을 감안해 부처를 지원하는 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연 1회 대규모 공채를 통해 공무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부처가 원할 때 수시로 인재를 뽑아 쓸 수 있다. 선발 주체도 중앙인사위에서 각 부처로 분산된다. 때문에 부처별로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인사위는 1999년부터 채용제도 개편작업을 시작했다.1단계로 2004년 고등고시 1차 시험에 암기식 필기시험을 없애고 종합적사고력을 평가하는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도입했다. 현재 7·9급 시험에도 PSAT를 도입할지 여부를 두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차시험의 시험과목도 6과목에서 5과목으로 줄이고 영어는 토익·토플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는 한편 1차 시험 합격인원을 최종 선발예정인원의 5배수에서 10배수로 늘렸다. 2011년부터 새로 개편되는 채용제도는 개편작업의 2단계라고 할 수 있다. 고등고시는 2차 필기시험을 현재 단순지식을 위주로 묻는 형태에서 과목별 사례형으로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다양한 쟁점을 도출하고 논술하는 ‘학제통합 사례형’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7·9급 시험의 경우 단순암기를 묻는 문제보다 응용문제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철밥통’ 원하는 젊은이 절대 사절”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 “공무원을 철밥통으로 인식하는 젊은이는 절대 사절합니다.”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은 최근 공직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우수한 인재가 공직을 선호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안정성이나 근무요건만을 바라보고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이런 태도는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칫 젊은이들의 잠재능력을 사장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우수한 인재들 잠재능력 사장시킬까 우려” 중앙인사위가 도입하기로 한 공직예비시험제도는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따로 시험공부를 하지 않고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 가운데서 평가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5급 행정고시는 합격까지 평균 3.4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수험준비에 필요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은 국가 전체로도 낭비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이미 시험만으로 공무원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채용 경로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5급은 특채인원이 공채인원을 넘어섰다. 현재 시행 중인 6급 견습직원제도도 그 일환이다. 권 위원장은 “공채에서 뽑을 수 없는 적재적소의 인재를 뽑는 것이 특채”라면서 “우선 특수직렬을 대상으로 특채를 실시하고 일반 직렬로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최근 외무고시에서 여성합격자 비율이 68%에 달하는 등 여성 인력의 공직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양성평등채용제도 도입 10년 만에 양성평등이 실현되고 있다는 징표”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앞으로 여성들이 풀어야할 과제들도 많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기존의 남성 중심의 공무원 조직문화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앞으로 10∼15년이 지나면 여성 고위공무원도 크게 늘어날 텐데 여성들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은 여성에게 숙직을 시키지 않지만 곧 남녀 구별 없이 일을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채용 경로 다양화… 특채 점차 확대 권 위원장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인재상이 궁금했다. 그는 ‘열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적극성과 열성을 바탕으로 진취적인 도전의식이 필요합니다. 공직사회도 경쟁의 연속이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는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권 위원장은 또 ‘튀는 사람’보다는 ‘모범생’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무원은 여러 계층의 국민을 상대로 조정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고위공무원단으로 대표되는 ‘경쟁력 확보’와 ‘공직 개방’의 취지를 공무원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총칼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려 국가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열정이 있다면 정부라는 직장을 꿈꿔 보시기 바랍니다. 충분히 능력 발휘를 할 수 있고 또 보람도 많이 느낄 수 있는 직장입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日 공무원 채용시험 ‘이원화 체제’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의 공무원 채용시험은 철저한 ‘이원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의 기능을 가진 인사원과 개별 부처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인사원에서 실시하는 공무원시험은 행정고시격인 1종과 7급격인 2종·9급격인 3종을 비롯,14종류가 있다.1·2·3종 시험의 경우는 인사원이 직접 주관해 일정 배수의 ‘공무원후보군’을 확정, 개별 부처에 후보군의 명단을 넘기면 부처별로 면접을 실시, 적격자를 최종 결정한다. 공무원 1·2·3종 시험은 부처별 면접을 위한 이른바 ‘공무원 자격시험’인 셈이다.1종시험의 후보군은 부처별 임용정원의 2.5배,2종은 2배,3종은 1.5배나 돼 실질적인 경쟁은 인사원의 시험 이후에 이뤄진다. 나머지 채용 시험들은 인사원이 관여는 하지만 사실상 개별 부처들의 전적인 책임 아래 치러진다. ●인사원,‘공무원후보군 명단’의 확보까지만 인사원측은 행정·법률·경제 등 13개 분야로 나눠 치러지는 1종시험에 대해 “공무원의 자질을 가진 인재를 선별하는 예비시험”이라고 밝혔다.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최종 임용여부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1차시험은 객관식으로 치르는 교양시험과 전문시험,2차시험은 주관식의 전문시험, 문과·이과의 구별없이 판단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종합시험, 면접인 인물시험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종시험에는 2만 6268명이 지원,1592명이 합격했다.16.5대1이었다. 합격은 1차시험 점수를 포함해 모든 시험종목을 표준점수로 환산, 종합해 판단한다. 인물시험에서는 적극성·사회성·책임감·정서안정성·의사소통능력 등 5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인사원 임용지도관 아베 히로유키는 “자질을 판단하는 차원인 만큼 네거티브의 성격이 짙다.”면서 “면접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면접의 배점비율은 교양시험·종합시험 등과 같이 15% 정도이다.1차의 전문시험 배점비율은 23%,2차의 전문시험은 30%인 만큼 전문시험에서 합격 여부가 갈리는 셈이다. ●최종 임용 여부, 해당 부처의 권한 인사원의 역할은 시험별로 2.5∼1.5배의 후보군을 선발,‘합격 유효기간’을 부여해 개별 부처에 넘기면 일단 끝난다. 1종시험의 유효기간은 3년,2·3종은 1년이다. 후보들은 유효기간 동안 최종 임용자로 선발될 때까지 여러 부처를 직접 방문, 면접을 보게 된다. 다만 대학원 진학 등의 사유로 유효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면 제시한 기간만큼 유효기간이 늦춰진다. 1종시험을 예를 들면 부처들은 후보군 명단을 건네받은 뒤 채용 일정을 공고, 지원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른다. 인사원의 면접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통 2주 동안 3차례에 걸친 심층다단계 면접을 진행한다.1차에는 계장급이 면접과 함께 1대 1이나 집단면접을 실시한다.2차에는 과장보좌급,3차에는 기획관이나 인사과장이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후보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하다. 지난해 1종시험 합격자 1592명 중 지난 3월 현재 임용이 최종 결정된 후보는 584명이다. 행정분야의 합격자 50명 중 9명, 법률은 472명 중 195명이다. 임용지도관 아베는 “1985년 시행된 임용제도가 20여년 이상되면서 정착된 탓에 면접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후보들은 전혀 없다.”면서 “한때 탈락자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지만 민간기업의 취직 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hkpark@seoul.co.kr ■ “최종 임용까지 까다로워 지원자 매년 감소” 인사원 아베 히로유키 임용지도관 |도쿄 박홍기특파원|“공무원으로서 자질을 갖춘 공무원 후보군을 뽑아 해당 부처에 명단을 제공하는 선에서 인사원의 공무원 채용 업무는 끝납니다. 최종 선발권은 해당 부처가 가지고 있죠.” 일본 인사원 기획국의 임용지도관 아베 히로유키(46)가 밝힌 일본 인사원의 핵심 역할이자 기능이다. 임용지도관은 우리나라 중앙부처의 과장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198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공무원제도의 장점으로 해당 부처들이 후보군에서 적격자를 엄선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1종 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되기까지 너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인사원에서 치른 1종시험에 어렵게 통과해 최종선발인원의 2.5배에 이르는 후보군에 들어가더라도 해당 부처의 면접을 거쳐 임용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합격한 1종 행정직 합격자의 경우,60명 가운데 현재 11명만 최종 합격했을 정도이다. 후보군들에게는 3년 동안 부처에 지원할 수 ‘유효기간’이 주어진다. 그는 “공무원 지원자들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면서 “원인 중의 하나가 최종 선발까지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시험 과정이 복잡한 탓이다. 실제 1종 시험의 지원자는 2004년 3만 3385명,2005년 3만 1112명, 지난해 2만 6268명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또 젊은이들이 능력에 따른 성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일반 기업을 선호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예컨대 도쿄대학 출신의 경우, 예전에는 공무원이 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전문직에 들어가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물론 후보군들의 학력은 대체로 유명대학의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부처에 지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 면접을 봐 떨어지면 포기합니다. 회사에 입사하는 거죠. 그런데도 3년간의 유효기간 끝까지 남아있는 후보들도 150명이나 됩니다. 솔직히 안타깝습니다.” 인사원의 공무원상에 대해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월급이나 복지 등을 따진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사명감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일본에서는 여성들의 공직 진출이 적은 편”이라면서 지난해 1종시험 합격자 1592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7.7%에 그쳤다며 통계를 제시했다. 때문에 여성들을 공직으로 유도하기 위한 세미나 개최 등 적극적인 홍보도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역인재할당제와 같은 제도는 “평등의 원칙 위반”이라며 짧게 말했다. hkpark@seoul.co.kr ■ 외국에서는 이렇게 뽑는다 고시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타이완, 일본이 전부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필기시험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우선해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인재 선진국들의 인재 채용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미국 대통령관리직펠로 프로그램(PMF)은 공공정책분야에 우수 대학원생을 충원하기 위해 1977년 카터 대통령 시절 도입됐다. 매년 약 200명이상을 선발해 2년간 연방정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후 정규 공무원으로 임용한다. 경영대학원, 로스쿨, 기타 사회과학 등 미국 인사관리처(OPM)가 정하는 약 300개 대학원에서 행정학, 경영학, 공공정책학 등을 전공한 자만 응시할 수 있다.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자 가운데 서류와 면접, 논술 시험을 통해 뽑는다. ●프랑스 프랑스는 국립행정원(Ecole de National Administration:ENA)을 졸업해야 고위공직자 과정에 응시할 수 있다.ENA입학과 동시에 수습공무원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ENA입학시험이 곧 공무원 채용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ENA는 매년 100명 모집하는데 이가운데 50명 정도를 대학졸업자 중에서 뽑는다. 나머지는 기존 공무원이나 각종 사회단체 등 공공분야의 경력자 가운데서 뽑는다.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젊을 때부터 우수한 인재를 뽑아 고위공무원으로 육성한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의 최우등 졸업생을 선발해 국장급 고위공무원으로 채용하거나 공무원·민간기업에서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국장급 이상으로 채용한다. 특히 고등학생은 영국, 미국의 유명대학에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한 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시키기보다는 2∼3년마다 근무부서를 바꿔가면서 장·차관 등 국가지도자로 발탁하기도 한다. 이를 빠른진급(Fast-Track)이라 부른다. 엄격한 성과감시로 하위 10%에는 불이익을 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어느날 갑자기 사창가(私娼街)서 만난 누나

    어느날 갑자기 사창가(私娼街)서 만난 누나

    지난 11월 2일밤. 창백한 고교생이 어릿어릿 춘천(春川)의 사창가를 헤매고 있었다. 『절절 끓는 방이 있어요. 학생 놀다가요』하는 소리에 그 고교생은 고개를 들었다. 「클로스·업」되는 창녀의 얼굴, 『누나…』하는 고함. 이 하늘아래 둘도없는 비통한 어느 오뉘의 사연인즉-. 어둠속에 “학생 놀다가요” 듣던 목소리 돌아다보니 지난 2일. 쌀쌀한 소양강 밤바람이 불어오는 춘천역에 핏기없는 한 고등학생이 내렸다. 어둠이 내려오는 시가지를 보며 고등학생은 한장의 편지봉투를 꺼내 보았다. <춘천시 근화동 X구 XX번지> 난생 처음 와보는 춘천, 근화동이 어느쪽에 붙어 있는지, 또 근화동하면 서울에선 옛날 「종(鍾) 3」으로 통하는 사창가인지는 알길이 없었다. 서울 H고등학교 야간부 3학년에 재학중인 김(金)경호군(가명·18·서울서대문(西大門)구)은 5년동안이나 헤어져 만나지 못했던 누나 김영자(가명·23)를 만나보기 위해 무턱대고 내려온 것이다. 매달 5~8천원 안팎의 생활비를 보내주며 항상 자상하게 몸조심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의 편지만을 보내 주었던 누나.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 직장생활을 한다는 누나가 그리워 가슴까지 설레며 그는 역 광장을 걸어 나갔다. 『근화동이 어느 쪽이죠?』 김군은 행인에게 주소를 물었다. 행인은 잠자코 역의 오른쪽을 가리켜주었다. 김군은 우선 역에서 가까와 좋다고 생각했다. 김군은 게딱지같은 판자집을 지나 근처의 「빌딩」을 기웃거리며 『여기 김영자란 여자가 있읍니까?』하고 찾아헤맸다. 그러나 있을 턱이없었다. 몇시간을 헤매다 보니 어느덧 역뒤에 있는 판자촌까지 이르렀다. 처마가 땅에 닿을듯 나지막한 판잣집들이 줄지어 섰고 그 안에는 밤의 아가씨들이 거의 속옷차림새로 옹기종기 둘러앉아 히히덕거리며 지나는 사람들은 쳐다보는 품이 심상치않게 느껴졌다. 지리하고 긴 사창가를 누비면서도『누나가 많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비까지 대자니 자연 이렇게 허술한 판자촌에서 고생을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콧마루를 시큰하게 했다. 바로 그때 벽에 달라 붙어서 있던 한여자가 『학생 놀다가세요』하는게 아닌가. 귀에익은 낮은 음성.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설마 누나가 이런 곳에서 창녀생활이야 않겠지 하고 자위하려던 믿음의 벽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았다. 노름에 아편맞던 아버지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자 그렇게 몽매에도 그리던 누나가 또 그렇게 소망스럽고 자랑스럽던 누나가 창녀라니 이 엄청난 사실앞에 5년만에 모처럼 만난 남매는 말한마디 못건네고 그대로 영영 헤어져야하는 운명이 됐다. 『누나』소리에 놀란 영자양은 질겁을 하고 어디론지 행방을 감췄고 경호군은 너무 큰 충격에 그만 미쳐 버리고 말았다. 영자양이 쓰던 방에 들어가 단하나뿐인 「트렁크」를 다 불태워 버리고 벽에 걸린 옷가지는 모두 갈기 갈기 찢어 버렸다. 그리고 그 싸늘한 늦가을 밤을 소양강 백사장에서 뜬눈으로 울며 지샜다. 『제가 돌았나 보죠』라고 오히려 자신의 정신착란 상태를 알고있으면서도 때때로 발작을 일으켜『누나는 창녀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맨발로 길위를 뛰어다니기도. 처음에는 그저 미친 놈이니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김군의 사연에 차차 동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찰과 시민들은 백방으로 영자양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영자양은 현재로선 자취를 감춘채 행방이 묘연하다. 이들 남매의 고향은 전남 광주(光州)시 변두리에서 그래도 넉넉하다는 살림에 두남매는 별로 구김살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이 단란한 가정에도 먹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노름판에 미치게된 것이다. 땅문서 집문서등을 모두 가져다 노름판에 버리고 알거지가 됐다. 이를 만류하는 어머니에게 전에없던 욕설과 매질까지 했다. 한섬지기가 넘는 농토와 적잖은 집을 모두 노름판에서 빼앗긴 아버지가 얼마후에는 아편을 맞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귀여운 자식들조차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고, 병색이 완연한 아버지는 어린 남매를 데리고 남의집 셋방살이로 들어갔다. 그 때 영자양이 중학교 2학년인 15살때, 경호군은 국민학교 3학년인 10살이었다. 재산을 날리고 어머니까지 쫓아낸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아버지는 이미 자식들의 원망을 들을만한 기력도 없었다. 겨울동안 내내 객혈을 하다 다음해 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셋집주인도 폣병환자 가족에게 더이상 집을 빌려줄 수 없다고 거리로 내 쫓았다. 두남매는 그날 밤새도록 거리를 방황하며 울기만 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호남선 상행 화물열차를 비집고 올라탔다. 서울역에 내려 먼일가뻘 되는 아저씨집을 찾아들었다. 영자양은 이집에서 월급없는 식모살이를 했고 경호군은 누나덕에 더부살이로 얹혀지내게 됐다. 공부에 미친 동생을 위해 돈 벌 결심으로 몸을 팔아 그러나 경호군이 주인 집 식구들에게는 눈의 가시. 아무일도 않고 밥만 치우는 것이 못마땅해 구박투성이었다. 결국 경호군도 밥벌이 작전에 나섰다. 구두닦이 「검」팔이등 닥치는대로 했다. 밤에는 야간재건학교에도 다녔고. 64년에는 중학입학검정 고시에 합격, 그해 서울 H중학교 야간부에 입학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새벽먼동이 틀때 나가 밤10시에 돌아와서는 주인집의 눈치를 살펴가며 전등대신 촛불을 켜놓고 밤새껏 쪼그리고 앉아 공부에 미쳐버리기 일쑤였다. 공부에 미친동생을 볼수없어 영자양이 돈벌이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영자양은 동생에게 거짓말을 했다. 춘천 모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주겠다고 하니 취직을 하겠다고 하며 앞으로 힘겨운 구두닦이는 그만 두도록 했다. 이렇게해서 춘천에온 영자양은 제일 손쉬운 사창가에 뛰어 들었다. 이곳 윤락여성들의 친목단체겸 자활단체인 장미회장 박옥자(朴玉子)여인은 『그애는 아직「검」한개 제돈주고 사먹는 일 없었어요. 서울에 동생이 있다는 것도 생활비를 대줬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죠』라고 눈물을 글썽거린다. 김군도 대학 입시 예비고사도 모두 망쳐 버리게 됐다면서 설사 대학은 가지못하더라도 자신 때문에 희생당한 누나를 꼭 찾아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편지마다 구구절절이 『참된 사람이 돼라』『남에게 욕먹는 사람이 되지 말아라』고 하던 누나가 창녀였다니 너무 어처구니 없다는 김군은 경찰들의 도움으로 며칠뒤 다시 상경했다. <춘천=김선중(金瑄中)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1월 22일호 제3권 47호 통권 제 112호]
  • 「미스·인천(仁川)시청」민인기양-5분데이트(109)

    「미스·인천(仁川)시청」민인기양-5분데이트(109)

    매끈하고 흰 피부, 조용 조용한 목소리, 차분한 몸가짐이 사뭇 청초한 느낌의 민인기(閔仁基)양은「미스·인천시청」으로 뽑힌 아가씨. 48년생으로 인천에서 상업을 하시는 아버지 민병택(閔丙澤)씨(48)의 2남3녀중 맏이. 인천 인성(仁聖)여고를 거쳐, 대구의 경북(慶北)대학을 1학년 다니다 중퇴했다. 인천시청에 근무하기는 꼭 10개월째. 현재 시장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다. 『시장님이 자상하시고, 동료들이 모두 친절해서 직장일은 무척 재미가 있어요』라고. 토요일이면 여자 동료들과 주로 극장구경을 다니고, 주일이면 독실한「크리스천」으로 교회 장로님이신 아버지를 따라 일가 총동원해서 교회에 간다. 여학교때부터 취미로 모으기 시작한 우표는 3백여장에 이르렀고, 틈이 나는 때는 책을 보거나 수를 놓는등 조용한 일로 시간을 보낸다. 틈틈이 수를 놓아 만든 수예품도 결코 적지 않다고. 좋아하는 음식은 구수한 김치찌개. 월급은 그녀의 표현대로 『아주 조금타지만 적금도 들고, 동생들 용돈도 집어준다』는 알뜰한 아가씨다. 『아침 8시면 출근을 했다가, 저녁 7시에나 퇴근을 하고,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가고, 이런 생활을 하니 별돈이 들 필요가 없어요』 월급은 적지만 전혀 곤란을 느끼지 않는다는, 태평스런 얼굴이다. 결혼을 한다면 아무리 적은 월급이라도 잘 쪼개어 쓸 수 있을 듯하다고 자신만만이다. [선데이서울 70년 11월 22일호 제3권 47호 통권 제 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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