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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자체 재정난 실태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심한 재정난 탓에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 줄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충남도에 따르면 16개 시·군 가운데 11곳이 지방세 수입으로 자체 공무원의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재정력지수는 천안(0.728)과 아산(0.738)을 제외한 14개 시·군이 0.5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재정력지수가 1보다 커야 자체 세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할 수 있다. 경남 고성군도 오는 12월 직원들의 월급 줄 돈이 모자라 이번 추경에서 17억원을 요청했다. 군청 직원 692명의 한 달 월급 총액은 20억원 정도인데 공무원 월급 인상분 5% 등을 고려하면 오는 12월에는 17억원이 모자란다. 또 재정자립도가 27.7%인 인천 부평구는 직원들의 2개월치(11~12월) 인건비 41억원을 계속 편성하지 못하다가 2차 추경안에 상정했다. 광주광역시는 6개 자치구 중 4곳, 전남은 22개 시·군 중 무려 16곳이 공무원의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 현안사업도 잇따라 발목이 대구·경북 기초자치단체 상당수는 독자적으로 주민 편익사업을 추진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대구 서구는 보궐선거 비용이 없어 공무원연금공단에 내려던 공무원연금 7억여원을 선거비용에 충당키로 했다. 강원 휴전선 인근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인 철원군(10.4%)과 화천(12.9%)·양구(13.7%)·고성(13.8%)·인제(13.9%)군은 재정자립도가 워낙 낮다보니 매년 정부 보조금으로 예산을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강원도는 효율성이 낮은 사업은 사전에 차단키로 했다. 평창군은 재정위기 비상대책본부까지 운영하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전국종합 jhp@seoul.co.kr
  • 지자체 ‘울며 복지공무원 늘리기’

    전국 지자체들이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확충으로 인한 재정압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3년간 한시적으로 신규 채용되는 복지담당 공무원 7000명의 인건비 50~70%를 부담하기로 했지만, 이후엔 전액 지방재정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의 평균 복지전담 공무원 수는 현재 1.6명으로 턱없이 부족해 2014년까지 3년간 7000명(신규 5200명·행정직 전환 1800명)을 충원, 평균 3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기존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에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새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대거 채용하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정부가 신규 공무원의 인건비 50~70%(서울 50%)를 부담한다고 해도 이는 향후 3년간뿐이다. 증원된 공무원의 인건비 30~50%를 3년간 부담하는 것도 힘겹지만, 전액 지방재정이 투입되는 2015년부터는 인건비로 허리가 휠 수 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여기에다 기존 행정직 공무원 1800명을 사회복지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쉽지 않다. ●울산, 일반직 채용 못 할 형편 울산시는 올해부터 3년간 중구 26명, 남구 26명, 동구 16명, 북구 19명, 울주군 22명 등 총 109명(신규 61명·행정직 전환 48명)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을 충원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울산지역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9월 말 현재 157명에서 2014년까지 266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구(23.1%)는 26명의 사회복지 전담 인력을 늘리는 데 재정압박이 심하다. 여기에다 사회복지직 15명을 신규로 채용하면 이 기간 일반직 채용이 사실상 어려워져 인력운영에 차질까지 예상된다. ●부산 북구, 복지예산 비중 60% 재정자립도가 15.6%(전국 평균 51.9%)에 불과한 부산 북구는 전체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율이 지난해 이미 60%를 넘어섰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이다. 복지비 분담금을 충당하고 나면 나머지 예산으로 직원들 인건비 주기도 빠듯하다. 부산의 16개 기초단체 가운데 13곳은 이처럼 재정자립도 30%를 밑돌 만큼 빠듯한 살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충북도 연내 사회복지직 71명을 뽑는 등 2014년까지 132명의 사회복지 직렬공무원을 선발해 시·군, 읍·면·동 주민센터에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 시·군에서는 정부가 3년간 한시적으로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해당 시·군에서 부담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들은 정부가 인건비 100%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할 만큼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전환배치… 전문성 떨어져 정부가 부족한 사회복지 인력을 메우기 위해 기존의 행정직 공무원 1800명을 전환배치하겠다는 방침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인사적체와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 복지직으로의 전환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행정직 전환배치 예정인 48명에 대해 직렬 변경 없이 업무만 맡길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는 터라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가는 형편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씨줄날줄] 자수성가 부자/곽태헌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CEO를 지냈지만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였다. 이 대통령이 고(故) 정주영 그룹 명예회장을 대신해 청와대에서 열린 재벌 회장 모임에 대타로 참석하자 모 그룹 회장이 “당신이 왜 여기에 왔느냐.”고 핀잔했던 것으로 재계에는 알려져 있다. 그 재벌 회장은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보복을 당할까 좌불안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피해를 본 것은 아직까지는 없다. 모 그룹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이같이 말한 것은 재벌의 힘, 재벌의 폐쇄성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실상 재벌 오너들의 모임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하는 S그룹 회장도 재벌 모임에서는 약간 소외돼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것도 재벌의 폐쇄성, 그들만의 리그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많고 계열사도 많으면 보통 재벌 회장으로 불리지만 처음에는 맨손으로 일굴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집단을 일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자수성가한 부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20년 전쯤 정 명예회장이 정계에 발을 들여놓자 노태우 정부는 현대그룹을 겨냥해 세무조사 등 온갖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계열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한해 순이익은 삼성그룹 전체의 순이익과 비슷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등 잘나가는 계열사들이 현대그룹에는 즐비했다. 반면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정도가 그나마 의미 있는 순이익을 내는 정도였다. 재벌닷컴이 1813개 상장사와 1만 4289개 비상장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배당금·부동산 등 등기자산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흔히 억만장자(billionaire)의 기준으로 삼는 1조원 이상의 부자는 25명이었다. 이중 대(代)물림에 의존하지 않은 자수성가형 부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비롯해 6명. 박 회장의 재산은 2조 4683억원으로 6위였다. 부모의 능력이나 부모의 대물림에 의존하지 않은 자수성가형의 부자가 많아야 열린 사회이고 희망이 있는 사회다. 보통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존 재벌들의 폐쇄성을 경고하는 의미에서도 앞으로 제2, 제3의 박현주가 많이 나와야 한다. 신흥부자들은 돈도 제대로, 멋있게 써서 기존 재벌과는 또 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한국 금융도 ‘탐욕’ 벗어라

    한국 금융도 ‘탐욕’ 벗어라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반(反)월가’ 시위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시위의 핵심인 금융계의 탐욕에 한국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반월가 시위는 한국 금융이 탐욕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약자 배려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금융계 원로들은 금융계가 반성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 해소와 사회적 약자 배려에 적극 나서라고 주문한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금융권 임원 연봉을 임원 개개인의 연봉과 기본급, 성과급 등으로 나눠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미국 월가 시위를 보다시피 위기일수록 사회적 약자의 불만이 많을 수 있으니 우리나라 금융은 이를 아울러야 한다.”고 참석한 산은·KB·신한·우리·하나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에게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금융계의 탐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금융계가 탐욕을 배제하고 배려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에서 일고 있는 불만의 본질은 빈익빈 부익부”라면서 “열매가 금융에만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0대 증권사의 월평균 급여(661만원)가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LG전자의 월급(503만원)보다 23.9%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계가 선도하던 신자유주의 체제 전체가 반성해야 하는 것이며 금융계뿐 아니라 부유층까지 사회복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올해 20조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들이 ‘배당잔치’를 벌일 게 아니라 충당금으로 쌓아 금융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시중은행장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충분히 적립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월가와 여의도의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은 같지만 과정과 책임이 다르다.”면서 차별성을 강조한 뒤 금융업계가 사회공헌 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6800억원을 지출하기로 한 것은 월가 시위의 본질을 모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그는 “탐욕이 곧 자본주의 속성이라고 볼 때 정부가 이들을 절제시키는 여러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금융권 임원 전체의 연봉을 묶어서 공시하지 말고 임원 개개인별로 스톡옵션, 기본급, 성과급을 따로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미국처럼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성과급이 높은 금융업의 속성 때문에 회사는 망해도 임원은 연봉을 가져가는 도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월가 1% ‘발끈’…“경제위기는 의회·오바마 탓”

    월가 1% ‘발끈’…“경제위기는 의회·오바마 탓”

    ‘우리가 1%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 건물 유리창에 최근 이 같은 문구의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누가 붙였는지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상위 1%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 abc방송은 ‘월가 점령’ 시위의 타깃이 되고 있는 상위 1%가 시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흔히 상위 1% 부자는 억만장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 38만 달러(약 4억 4300만원) 이상이면 1%에 해당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근무하는 에릭 윌킨슨은 “경제가 잘못된 것은 부자들의 책임이 아니라 의회나 오바마 대통령이 제대로 할 일을 못한 탓”이라면서 “부자들은 세금을 공정하게 납부해 왔다. 더 많이 내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기업가 출신의 허먼 케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패했다고 해서 성공한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이 내가 이 시위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억만장자로 잘 알려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지역 라디오방송에서 “금융인들이 없다면 우리는 시 공무원이나 미화원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다.”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한편 뉴욕에서 시작된 반월가 시위가 미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와중에도 월가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보너스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온라인 리크루트 사이트인 이파이낸셜캐리어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월가 직원들의 41%가 작년보다 올해 보너스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확산되는 99%의 분노] 임원 성과급 연봉의 2배… 잘나가는 증권맨 20억 챙겨

    [확산되는 99%의 분노] 임원 성과급 연봉의 2배… 잘나가는 증권맨 20억 챙겨

    금융권이 올해 대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11일 제기됐다. 올해 물가상승·금융위기로 가계와 기업들의 사정이 피폐해졌지만,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금융권만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을 높여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의 올해 순이익이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50~150%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62곳의 1분기 순이익도 79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7% 증가, 올해 성과급이 지난해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폭락장에 가계 자산이 망가지는 와중에 증권사도 단타 위주 거래 수수료를 최대한 챙기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봉보다 낮은 수익을 올린 직원은 성과급은 고사하고 연봉이 깎이지만, 영업 실적이 우수한 직원은 20억원 이상 받는다.”고 전했다. ●은행권 예대마진 높여 최대 수익 금융위기 이후 회복 추세를 보이던 임원들의 성과급도 올해 금융위기 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금융권 임원들의 연봉이 투명하게 공시되지 않아서 연봉 액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보통 책정된 연봉의 1.5~2배 이상을 성과급으로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리먼 사태 전인 2004년 김정태 당시 국민은행장은 연봉 8억 4000만원에 성과급 100%를 합쳐 16억 8000만원을 벌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 등기임원에게는 1인당 월 1217만~1억 9166만원이 지급됐다. 증권사 임원들 역시 월 1000만~3000만원의 높은 월급을 받고 있다. 수익을 이해관계자들끼리 나눠 갖는 ‘금융회사들만의 리그’는 배당 현황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지난해 1조 6484억원의 이익을 거둔 신한은행은 71%만, 1조 214억원의 이익을 거둔 외환은행은 31.5%만, 3224억원을 번 제일은행은 38.0%만 내부에 유보한 채 모두 배당했다. 금융감독원은 배당 잔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은행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美와 달라 일률적 비판 곤란” 반론 금융권에서는 성과급 지급을 무조건 비판하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 한 관계자는 “리먼 사태 이후 2년간 임금이 동결되고 신입 행원 초임이 20%씩 삭감됐다.”면서 “최근 움직임은 임금이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간의 동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제조업에 비해 금융업 종사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8배로 집계됐다. 미국·일본의 경우 1.3배 수준으로 우리보다 격차가 덜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미국처럼 회사가 망해도 수백만 달러의 이득을 챙기는 극단적인 사례도 없었고, 성과에 연동돼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보장받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반론도 있다. ●손해 봐도 정부 수수료로 고액연봉 대신 국내 금융권에서는 수익률이 낮아도 일정 수준의 연봉과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안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2006년 이후 3.98%의 저조한 연평균 수익률을 내놓은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연봉 1억 6000만원에 더해 2009년 3억원, 2010년 2억 3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맡긴 48조원을 운용하면서 두 기관이 지불한 수수료 480억원을 수익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KIC의 경우 심지어 자산을 운용할 때 손해를 보더라도 성과급은 지급받을 수 있는 ‘역설’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홍희경·임주형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금융권 월街 웃도는 고임금 받을 경쟁력 있나

    한국 금융권의 임금이 생산성이나 국민 1인당 총소득(GNI)을 감안하면 미국보다 2배 가까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금융업 종사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467만원으로 국민 1인당 월 GNI의 2.34배다. 반면 미국 금융업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은 1인당 GNI의 1.22배다. 미국은 금융업의 생산성과 월급이 제조업의 1.23배와 1.28배로 생산성과 임금이 별로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금융업의 생산성과 월급이 제조업의 1.01배, 1.57배인 것으로 드러나 생산성에서는 제조업과 대동소이한 반면 월급만 50% 이상 더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신한,KB,우리 등 3대 금융그룹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6.4%로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독일 등의 69% 수준에 불과했다. 수익기반이 이익 마진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전체 영업이익 대비 해외영업비중은 1.4%로 비교대상 10개국 중 꼴찌였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를 핑계로 임금은 잔뜩 올린 반면 경쟁력 강화는 뒷전에 팽개친 결과다. 우리 금융권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 형태는 이자수익 극대화 전략에서도 확인된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은 2.91%로 지난해 말보다 0.06% 포인트 올랐다. 올해엔 순이익이 사상 최대규모인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시책에 편승해 제 배 불리기만 한 까닭이다. 금융위기 때마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서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금융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펼쳤던 신입사원 임금 삭감마저 직장 내 위화감 조장을 이유로 원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지금 미국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의 주범으로 월가가 지목돼 시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생산성이나 경쟁력에 비해 훨씬 더 잇속을 챙기고 있는 우리 금융권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금융권의 탐욕은 결국 서민들의 금융비용 상승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권은 예대마진과 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영업 형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제조업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길 바란다.
  • [서울시장보선 D-15] 13일 박근혜 선거판에 선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26 재·보궐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3일부터 선거 지원에 나선다. 한 당직자는 10일 일부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13일부터 선거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격전지 서울·부산부터 지원 13일에는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14일에는 정양석 부산 동구청장 후보를 각각 지원하기로 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부산 방문길에 경남 함양군수 재선거 현장에도 들를 가능성이 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는 경북 칠곡과 충북 충주, 충남 서산 등지는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17~18일 방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방식은 아직 유동적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원 방식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與 의원들, 매월 세비서 10만원 기부 한편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갹출해 매월 185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문화 확산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이지만, 나 후보를 후방지원하는 성격도 엿보인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도 나눔 문화에 동참하는 게 좋겠다는 정책위의 제안에 따라 소속 의원 168명 전원이 뜻을 모아 기부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의총에서 매월 세비 중 10만원 이상씩을 갹출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월급의 1%씩을 기부하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후 의원들은 개인별로 희망 신청금액을 제출했고 모두 1850만원이 모였다. 배은희(비례대표) 의원이 최다액인 매월 50만원을 공제하기로 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한국 금융업계 임금 美 월가의 2배수준

    한국 금융업계 임금 美 월가의 2배수준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가 미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업은 생산성이나 국민 1인당 총소득(GNI)과 비교해 미국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 올해 2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자수익 중심이라는 점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금융업 종사자 1인당 평균 월급은 467만여원이다. 이를 지난해 평균 환율 1156원을 적용해 1인당 월 GNI 1729달러로 나누면 2.34배가 된다. 우리나라 금융업은 국민 1인당 월 총소득의 2배 이상 많은 월급을 받는 셈이다. 미국 금융업의 1인당 평균 월급은 4853달러로 미국의 월 1인당 GNI인 3949달러의 1.22배다. 미국은 금융업 월급이 제조업의 1.28배이고 우리나라는 1.57배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업이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1.23배 높다는 점에서 금융업과 제조업의 임금격차는 대부분 생산성 차이에 기인하는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 금융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1.01배에 불과, 별 차이가 없다고 재정부는 분석했다. 금융업, 특히 은행들은 생산성을 이자수익 극대화에서 찾고 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인 예대마진은 2.91%로 지난해 말보다 0.06% 포인트 상승, 올 순이익은 20조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5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전경하·홍희경기자 lark3@seoul.co.kr
  • 월가, 이 와중에 돈 잔치… 끝없는 탐욕

    소규모로 시작됐던 ‘월가 점령’식 시위가 날이 갈수록 확산일로를 걸으면서 이 문제가 이슈의 중심에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시위에 대해 사실상 지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주요 주체들이 저마다 지지와 비판, 조언 등을 내놓으며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주말을 맞아 시위는 뉴욕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미니애폴리스,리치먼드 등 수십개 도시로 확산됐고 ‘함께 점령하자’(Occupy Together)라는 웹사이트도 등장해 시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CBS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에서는 1000여명이 금융중심가를 벗어나 그리니치빌리지의 워싱턴스퀘어공원에서 경제적 불공평에 항의했다.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 100~200명이 스미스소니언우주박물관 진입을 시도, 박물관이 잠정 폐쇄됐다. 맨해튼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시위 참가자는 계속 늘고 있으며, 시위가 끝날 조짐은 아직 없어 보인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치 지도자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9일 ABC 방송에 출연, 시위에 대해 “그들이 직업이 없는 데 화가 났다고 본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발언에 동조했다. 그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거나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보다 더 화나는 일은 없다.”며 “시위대가 월가와 정치인을 포함한 기득권층에 보내는 메시지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인 라이베리아 출신 여성 평화운동가 리머 보위는 7일 뉴욕 컬럼비아대 특강에서 시위대에 명확한 목표와 의제를 설정하라고 ‘뼈있는 조언’을 했다. 그동안 발언을 자제하던 뉴욕의 행정·치안 책임자들은 시위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이날 “시위로 인해 뉴욕시의 조세 기반인 관광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시위대가 몰아내고자 하는 금융인들이 없다면 우리는 시 공무원이나 미화원에게 월급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미 보수주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 측은 이 시위를 자신들의 ‘잠재적 경쟁세력’으로 비교하는 시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티파티의 지역조직인 ‘티파티 익스프레스’의 에이미 크레머 회장은 “시위하는 이유도 제대로 모르는 그들을 우리 티파티 활동에 대항하는 ‘좌파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시위대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시위가 오바마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부자 증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시위대에 의해 탐욕의 화신으로 지목된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을 총감독한 장본인이고, ‘월가의 앞잡이’로 지칭한 티머시 가이트너를 재무장관에 앉힌 것도 바로 오바마이기 때문이다. 한편 월가 시위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금융기관의 ‘돈 잔치’는 그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지난달 경영진을 물갈이하면서 해고한 샐리 크로첵 자산운용 책임자가 월급과 수당 등을 합해 총 600만 달러(약 70억 8000만원)를, 함께 회사를 그만둔 조 프라이스 전 소비자금융 책임자는 500만 달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Inside] (3)믿었던 여친이 불륜을…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어머~ 사장님. 지금 밖에서 친구 만나고 있어요. 내일 맛있는 것 사주실거죠?”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데이트 도중 다른 남자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하는 것을 듣는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 20대 여대생과 30대 회사원, 40대 중견 기업인의 수상한 삼각관계가 치정살인으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 있었다. ●결혼까지 약속한 그녀가 알고보니 ‘불륜녀’ 회사원 A(35)씨는 지난해 소개를 받아 서울에 있는 예술대학원에 다니는 B(25)씨를 만났다. 그는 화려한 얼굴과 훤칠한 키 등 모델 못지않은 외모를 가진 B씨에 금방 빠져들었다. B씨 역시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그 이후 1년 남짓의 연애기간은 A씨에게 꿈 같은 나날이었다. 노총각 문턱에 접어들던 그로서는 B씨는 너무나도 소중한 피앙세였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했던 A씨는 자기 월급의 대부분인 200만~300만원을 매월 데이트에 쏟아부었다.맹수열 기자의 <주간 사건 Inside> [사건 Inside](1) 믿었던 여친이 불륜을… 수상한 삼각관계가 만든 살인미수 [사건 Inside](2) 소개팅女와의 하룻밤이 지옥으로… 인천 ‘미성년자 꽃뱀 사건’ [사건 Inside](3) 생면부지 여중생에게 몹쓸 짓을… ‘전주 여중생 성추행 동영상 사건’ [사건 Inside](4)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울산 아파트 살인사건’의 전말 [사건 Inside](5) 어이없는 오해가 앗아간 가여운 생명… ‘구로 영아 폭행치사 사건’ [사건 Inside](6) 조강지처 베란다서 밀어 살해해 놓고… 태연히 음료수 마신 ‘엽기 남편’ [사건 Inside](7) 피해자 피의자 증인 모두 시신으로… ‘거창 40대 여성 실종사건’ [사건 Inside](8) “내 애인이 ‘꽃뱀’이라니”… 70대 재력가의 비극적 순정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들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달은 것은 올 여름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A씨는 어느 순간 직감적으로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낌새가 느껴졌다. “항상 새벽마다 전화 통화를 했어요. 저와 같이 있을 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서…. 제가 밖에서 듣고 있는데 그 남자하고 소곤소곤 다정하게 이야기할 때의 그 심정 아세요?” A씨는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지난 8월초 A씨는 B씨에게 헤어지자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은 그는 B씨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휴대전화 잠금 설정을 풀고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여다봤다. 역시 B씨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 ●배신당한 남친의 복수…‘양다리’가 부른 대낮의 활극 B씨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남자는 20세나 연상인 사업가 C(45)씨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B씨가 A씨를 만나기 전인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씨는 한 중견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 회사의 대표가 바로 C씨였다. 유부남인 C씨는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었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진 남자였다. B씨는 C씨와 불륜관계를 갖던 중 소개팅으로 만난 A씨와도 연인으로 지냈던 것이었다.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20살이나 연상인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분노에 몸서리를 쳤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복수를 위해 A씨는 차근차근 준비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시장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둔기와 삼단봉, 수갑은 물론 가스총까지 구입했다. 그러던 중 8월 9일 오후 1시30분쯤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B씨가 살고 있는 서울 대치동의 한 오피스텔 근처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A씨는 두 사람이 B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범행도구가 가득 담긴 배낭을 든 상태였다. “누구세요?”(B씨) “나야. 문 좀 열어봐.”(A씨) 예상치 못한 전 남자친구의 방문에 놀란 B씨는 안전걸쇠를 걸어둔 채 문을 열었다. C씨가 있는 상황에서 집 안으로 들일 수는 없었고 차갑게 거절하면 A씨가 돌아갈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A씨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준비한 드라이버로 안전걸쇠를 부수고 집안으로 거칠게 들어갔다. A씨에게는 더 기막힌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던 B씨가 가벼운 옷을 걸친 채 C씨와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던 정황이 그대로 포착됐다. A씨에게 더 이상 이성은 남아있지 않았다. A씨는 두 사람을 향해 사정없이 둔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혼비백산한 두 사람이 집 밖 복도로 도망가기 시작하면서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자’ 구조의 좁은 복도에서 15분 가량 추격전을 벌이던 A씨는 급기야 B씨를 향해 가스총을 쐈다. 기절한 전 여자친구에게 수갑을 채운 A씨는 그녀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연적인 C씨와 소동에 놀란 주민들이 합세해 달려들자 결국 도망쳤다. 대낮의 복수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살인미수와 중상…수상한 삼각관계의 비극적 결말 그날로 직장까지 그만둔 A씨는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를 시작했다. 피해자인 B·C씨는 뇌진탕 및 안면부 다발성 좌상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A씨의 도주는 그리 치밀하지 못했다. 수도권 일대의 PC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던 A씨는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경찰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는 것까지 느껴지면서 겁도 났다. 경찰은 A씨가 어머니와 주기적으로 통화를 하는 것을 알고 자수를 종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검거보다는 자수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어머니의 설득에 A씨는 3주간의 도주 생활을 정리하고 그달 28일 경찰서로 향했다. A씨는 현재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연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시작된 A씨의 극단적인 선택은 살인미수라는 큰 죄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기 미모를 무기로 두 남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B씨, 재력과 지위를 이용해 불륜을 맺었던 C씨도 A씨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만드는데 일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잘못된 연애가 만든 삼각관계가 세 사람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셈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사설] 솔선수범은커녕 건보료 떼먹은 공공기관

    건강보험료 떼먹는 데는 공공기관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엊그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실시한 ‘사업장 지도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 및 교직원 사업장 2495개 가운데 4분의3인 1874개 사업장이 소득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건강보험료를 적게 납부해 123억 3300만원을 추징당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추징비율은 75%나 돼 44%인 민간사업장을 월등히 앞섰다. 건보료 성실납부로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사회에 건보료 떼먹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건보료 납부실태를 기관별로 보면 교육기관이 가장 비양심적이었다. 2156개 교육기관 가운데 1638개 기관이 건보료를 적게 내 불성실 납부율이 75.9%로 가장 높았으며, 지자체가 75.6%로 뒤를 이었다. 중앙정부가 그나마 64.7%로 가장 낮았지만 자료제출을 거부한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힘있는 기관을 포함했을 경우 그 수치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건보 재정은 해마다 악화일로에 있다.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료비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조 2994억원에 이르렀던 건보 재정적자는 2015년 5조원으로 늘어난 뒤 불과 5년 뒤인 2020년에는 3배가 넘는 17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무원들이 건보료를 적게 내 개인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모럴 해저드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들은 연금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연간 1조원 이상의 보조를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은 정년이 보장돼 기업 등 민간에 비해 고용안정성도 뛰어나다. 처우도 개선돼 요즘 공무원 월급을 박봉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만큼 공직사회는 건보료 성실납부에 앞장서야 한다. 다행히 소득 축소가 민간과 달리 의도적인 게 아니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고 하니 쉬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도 성실납부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 건보료 누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 “대학도… 직장도… 받아주는 곳 없어요”

    “대학도… 직장도… 받아주는 곳 없어요”

    발달장애 2급인 강모(21)씨는 지난 1월 일자리를 잃었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서다. 강씨가 다니던 회사는 최근 대안적 일자리로 각광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강씨는 회사에서 1년 1개월간 빵을 만들었다. 현재 강씨는 8개월째 실직 상태다. 강씨의 어머니는 “월급이야 최저생계비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일을 할 수 있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 안타깝다.”면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특수교육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은 5532명이다. 7.1%인 395명이 4년제 대학 진학을, 9.6%인 532명이 전문대에 들어갔다. 28.5%인 1577명은 전문적인 기술교육을 받기 위해 특수학교에서 1년 과정의 전공과에 다니고 있다. 27.6%인 1528명은 직장을 잡았지만 27.1%인 1500명은 진학도, 취업도 못 했다. 전공과에서 기술을 배우는 학생 1577명의 미래도 불안하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전공과로 진학하는 학생 중 절반 이상이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면서 “실질적으로는 40%가 넘는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60%는 비교적 가벼운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일반학급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수업이 가능하다. 중증 장애로 특수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경우 2365명 가운데 3.3%인 80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비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고 있다.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서울의 A시각장애학교의 경우, 올해 졸업한 49명 중 8명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 55.1%인 27명은 안마·침술을 하는 이료업에 취업했다. B청각장애학교 23명의 졸업생 중 4명이 4년제 대학에, 5명이 전문대에 입학했다. 반면 C정신지체학교의 졸업생 17명 중 대학과 전문대에 진학한 학생은 1명도 없다. 취업한 1명도 복지관에 취업해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장애인들의 구직난은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국가·지방자치단체는 39곳이나 됐다. 공공기관 64곳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법원, 국회도 준수하지 않았다. 30대 기업의 132개 계열사와 300인 이상 기업 749곳도 의무 고용률을 어기기는 마찬가지다. 공직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은 3%, 민간기업은 2.3%다. 특히 루이뷔통, 프라다 등 몇몇 해외명품기업의 한국지사는 1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조상필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가는 “법을 안 지키고 과징금을 내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부실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자립을 못하거나 취업 후 1~2년 만에 실직하게 되는 상황도 문제다. 복지관과 보호작업장에서 일할 경우 직업재활훈련으로 인정, 최저임금법도 받지 못한다. 사회적 기업도 정부의 지원이 제한적인 탓에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기가 어렵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박문희 소장은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1년간만 정부에서 장애인 취업지원금 등을 지원한다.”면서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1년이 지나면 문을 닫거나 1년 전에 취업했던 장애인들을 내보내고 새로 뽑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이국철 “권재진에 SLS 구명로비 했다”

    이국철 “권재진에 SLS 구명로비 했다”

    이국철(50) SLS그룹 회장이 그룹 워크아웃 구명을 위해 제3자를 통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게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4~5월쯤 대구에서 만난 지역 언론인 출신 사업가 이모씨에게 구명 로비를 부탁했고, 이 사람이 당시 권 수석을 만나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청와대 인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제안해 그룹 고문직을 주고 월급을 줬다.”며 “이씨가 권 장관을 만나 말을 전했고, 권 장관이 ‘알았다’고 했다더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이씨가 자신의 사채를 정리해주면 청와대 근처에 호텔을 얻어 사건을 해결하겠다면서 6억원을 빌려 달라고 해서 1억원은 계열사를 통해, 5억원은 이씨를 소개해준 친구 강모씨가 빌려줬다.”고 했다. 권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씨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권 장관이 지난달 29일 ‘이씨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한 발언과 관련, “권 장관과 (회사를 뺏은) 유모씨 주장이 똑같다. 2000년 유씨가 통영조선소에 있을 때 권 장관은 통영지청장이었다.”며 이들의 관계를 의심했다. 또 “2009년 창원지검의 수사라인이 모두 법무부에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3일 오전 이 회장을 재소환해 신재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의혹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씨는 이날 신 전 차관이 사용했다는 SLS그룹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도 공개했다. SLS그룹의 해외 법인카드 전표 내역에는 신 전 차관이 썼다는 카드 사용 장소와 금액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다. 시기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9월까지로 총사용 금액은 1억원가량 된다. 그러나 실제 카드 사용자를 알 수 있는 서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민영·안석기자 ccto@seoul.co.kr
  • ‘모순덩어리’ 고정금리, 기존 정책금융 대출자가 피해본다

     지난해 10월 ‘만기 15년, 연 5.3%’로 1억원의 U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은 김동진씨(가명·32)는 최근 금리가 더 낮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했다. 대출금 2%(200만원)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한다는 조항때문이다. 당시 월급쟁이 형편에 금리가 폭등하면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변동금리 대신 정책적인 고정금리(U 보금자리론)를 선택했다가 최근 시중은행에서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이 나오면서 손해를 보고있는 대표적인 피해자다. 김씨는 “당시 정부의 권고로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한 이들은 왜 지금와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2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은행별로 만기 15년 이상 가계대출의 최초 3~5년간 고정금리는 최저 연 4.65%대로 5%대 초·중반인 변동금리보다 싸졌다. 정책금융인 U보금자리론 최저 금리인 연 4.70%보다도 낮은 수치다. 여기에 당국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을 하고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5.1%에서 올해 8월 말 7.4%로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이에대해 한 시중은행 임원은 “6월 말 당국 방침에 따라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거의 안붙이고 역마진을 감수하며 금리를 책정했다.”고 고정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  하지만 주택금융공사의 U보금자리론을 선택한 경우 최대 연 1.0%포인트 높은 추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억원을 빌렸다면, 연 100만원씩 추가 부담을 지거나 2%(약 200만원)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고 대출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보다 더 불이익을 받는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대출액은 지난해 5조 8479억원, 올해들어 8월까지 5조 1314억원 등 11조원에 달한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가계대출 확대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는 변동금리 대출자에 대해 중도상환 수수료까지 면제하면서 고정금리로 손바꿈을 권고했다. 하지만기존의 고정금리를 선택한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와 수수료 면제 혜택에서 모두 소외당했다.  A씨는 “2007년까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할 때 투기거래를 막기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높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출자 부담을 높이는 정책은 빠르게 마련돼 오래 지속되는데, 부담을 줄이는 정책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원리가 아닌 당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금리 수준이 결정되다 보니, 대출자들이 물어야 하는 금리가 신용이나 거래실적 보다는 운에 좌우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결국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사람만 야단을 맞는 상황이 또 생겼다. 금리만 따지면 갈아타기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아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中 돼지값 뛰니 곡물값 요동… 세계 인플레 주범?

    中 돼지값 뛰니 곡물값 요동… 세계 인플레 주범?

    “중국 돼지고기값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이후 사료값, 인건비, 방역비 등의 증가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평균 4%대에 머물렀던 물가상승률을 올 들어 6%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중국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인플레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사료값 안정을 위해 곡물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곡물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이중 침체(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커져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할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긴축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위안(약 1만 8400원)만 들고 시장에 가도 제법 풍성하게 먹을 만큼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절반도 채우기 힘들어요. 그나마 중국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살기가 좋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뛰는 베이징 물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민 이영숙(43·여·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신청)씨가 늘어놓는 푸념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상승했다. 지난 7월(6.5%)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중국 소비자물가는 식품 부문이 주도하고 있고, 돼지고기가 식품 부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단일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0%라는 게 중국 사회과학원의 설명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1월 초 1㎏당 18.90위안에서 지난 23일 26.29위안으로 뛰어올랐다. 1년 전보다 무려 65%나 치솟았다. 앞서 7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57% 올랐을 때 식품 가격은 14.8% 상승했고, 소비자물가는 6.5% 상승하며 3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7월 물가를 1.37% 포인트나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돼지가 중국은 물론 세계 인플레의 주범’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죽하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를까. 그렇다고 양돈 농가의 소득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돼지 50여 마리를 기르는 쓰촨(四川)성 광한(廣漢)시 롄산(連山)진의 뤄아이(羅阿姨·53·여)는 요즘 죽을 맛이다. 사료값, 인건비, 방역비 등 사육 원가가 너무 올라 이익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가 보도했다. 뤄아이는 “1년 동안 뼛골 빠지게 돼지를 길러도 모래 채취 사업을 하는 남편의 한달 월급 3000위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6개월 기른 돼지를 시장에 내다 팔면 1500위안 정도 받는데 사료비 등 원가를 제하면 실제로 손에 거머쥐는 돈은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들 양돈 농민이 기르는 돼지는 지난 4월 말 현재 4억 6530만 마리다. 세계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돼지는 곡물 먹는 ‘하마’로 불린다. 돼지 체중 1㎏을 불리기 위해서는 3㎏의 곡물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규모에다 엄청난 식성을 지닌 돼지를 기르는 중국으로서는 사료용 옥수수·콩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이 곡물 수입에 나서다 보니 국제 곡물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2009년 5만t에 불과했던 옥수수 수입량은 올해 6만t(추정치)으로 2년 새 20%나 급증했다.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8월 1t당 143달러에서 지난달 284달러로 98.6% 오른 데는 중국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미국 시카고선물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콩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서 사 간 콩은 2009년 4100만t에서 올해 5500만t(추정치)으로 폭증했다. 가격도 1년 새 35% 상승했다. 야오젠(姚堅)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도시화로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중국은 돼지고기의 품질과 가격 통제에 대한 새로운 국면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져 사회 불안요인으로 등장하자 중국 지도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돼지고기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대형 양돈장에 25억 위안을 지원하고, 양돈 농가에는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퇘지 1마리당 1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안에는 돼지고기 가격을 무조건 낮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중국 돼지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든다

    중국 돼지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든다

    “중국 돼지고기값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이후 사료값, 인건비, 방역비 등의 증가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평균 4%대에 머물렀던 물가상승률을 올 들어 6%대 이상으로 끌어올려 중국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인플레 관리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사료값 안정을 위해 곡물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곡물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이중 침체(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커져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할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기는커녕 오히려 긴축을 위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위안(약 1만 8400원)만 들고 시장에 가도 제법 풍성하게 먹을 만큼 장바구니를 채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절반도 채우기 힘들어요. 그나마 중국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살기가 좋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뛰는 베이징 물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교민 이영숙(43·여·베이징시 차오양구 왕징신청)씨가 늘어놓는 푸념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 상승했다. 지난 7월(6.5%)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중국 소비자물가는 식품 부문이 주도하고 있고, 돼지고기가 식품 부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단일 품목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10%라는 게 중국 사회과학원의 설명이다. 또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1월 초 1㎏당 18.90위안에서 지난 23일 26.29위안으로 뛰어올랐다. 1년 전보다 무려 65%나 치솟았다. 앞서 7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57% 올랐을 때 식품 가격은 14.8% 상승했고, 소비자물가는 6.5% 상승하며 3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7월 물가를 1.37% 포인트나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돼지가 중국은 물론 세계 인플레의 주범’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죽하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를까.  그렇다고 양돈 농가의 소득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돼지 50여 마리를 기르는 쓰촨(四川)성 광한(廣漢)시 롄산(連山)진의 뤄아이(羅阿姨·53·여)는 요즘 죽을 맛이다. 사료값, 인건비, 방역비 등 사육 원가가 너무 올라 이익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화서도시보(華西都市報)가 보도했다. 뤄아이는 “1년 동안 뼛골 빠지게 돼지를 길러도 모래 채취 사업을 하는 남편의 한달 월급 3000위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6개월 기른 돼지를 시장에 내다 팔면 1500위안 정도 받는데 사료비 등 원가를 제하면 실제로 손에 거머쥐는 돈은 거의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들 양돈 농민이 기르는 돼지는 지난 4월 말 현재 4억 6530만 마리다. 세계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돼지는 곡물 먹는 ‘하마’로 불린다. 돼지 체중 1㎏을 불리기 위해서는 3㎏의 곡물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규모에다 엄청난 식성을 지닌 돼지를 기르는 중국으로서는 사료용 옥수수·콩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이 곡물 수입에 나서다 보니 국제 곡물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2009년 5만t에 불과했던 옥수수 수입량은 올해 6만t(추정치)으로 2년 새 20%나 급증했다.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8월 1t당 143달러에서 지난달 284달러로 98.6% 오른 데는 중국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미국 시카고선물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콩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해외에서 사 간 콩은 2009년 4100만t에서 올해 5480만t(추정치)으로 폭증했다. 가격도 1년 새 35% 상승했다. 야오젠(姚堅)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도시화로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중국은 돼지고기의 품질과 가격 통제에 대한 새로운 국면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돼지고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져 사회 불안요인으로 등장하자 중국 지도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최근 ‘돼지고기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대형 양돈장에 25억 위안을 지원하고, 양돈 농가에는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퇘지 1마리당 1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안에는 돼지고기 가격을 무조건 낮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파출부 뽑는’ 리얼 오디션 프로그램 中서 논란

    최근 중국에서 가사도우미를 공개 선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광저우르바오(광주일보)가 28일 보도했다. 후난위성TV에서 26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일명 ‘누구를 집에 데려갈까’(把谁带回家)라는 제목으로, 예선을 거친 20명의 후보와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가족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조건에 맞는 ‘파트너’를 찾는 내용이다. 총 4가족이 가사도우미를 필요로 하는 ‘고용주’로 출연했는데, 이들 중 일부 가족은 67세 연장자부터 어린 아들까지 일가족이 모두 나와 자신의 가족에 맞는 가사도우미를 찾는데 열을 올렸다. 가사도우미 지원자들은 미래의 고용주에게 자신의 학력과 집안, 특기, 취미 등을 설명하며 어필했고, 가슴 아픈 사연과 슬픈 집안사 등을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일부 지원자들의 ‘고자세’다. 희망 보수와 반드시 해야 할 역할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지원자 몇몇이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의 연봉을 요구하거나 고용주의 요구사항에 “그런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며 지나치게 도도한 자세를 보인 것. 한 참가자는 월급 8000위안(약 147만원), 최소 7000위안(약 129만원) 이상의 급여를 요구해 출연가족 뿐 아니라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이에 광저우르바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해 “광저우 지역의 근로자 평균 월급은 4977위안(약 92만원), 선전지역은 4237위안(약 78만원)이다. 가사도우미가 8000위안의 급여를 희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전했다. 후난위성TV 측은 “가사도우미를 찾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신설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계속 노력해서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0)성과평가제

    [테마로 본 공직사회] (20)성과평가제

    승진과 보수는 공무원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공무원봉급 인상률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이나 연말 성과평가를 앞두고 사무실마다 업무실적 자료를 정리하느라 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과평가 결과가 보수로 반영되는 2~3월이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과천정부청사 등 관가에는 묘한 찬 바람이 분다. 평온한 듯하면서도 같은 부서에서도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뒤숭숭한 기류가 흐른다.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서기관급 공무원은 “동료에게 술 한 잔하자는 말도 섣불리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고 때로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작은 다툼도 일어나곤 한다.”고 곤혹스러운 분위기를 넌지시 전했다. 1999년 도입돼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는 공무원 성과평가제의 공과를 짚어본다. ●공직사회 생산성 향상 위해 도입 성과상여금제도는 뿌리 깊은 연공서열 보수 체계의 관행을 깨고 공직사회에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1999년 국민의 정부가 100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도입했다. 초기엔 3급 이하 공무원이 대상이었다. 근무성적평가 결과에 근거해 네 등급으로 나눈 뒤 상위 50%에게만 기본급의 50~200%에 해당하는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했다. 공무원 절반은 상여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셈이다. 1995년부터 특별상여수당제도를 만들어 상위 10%에게 지급하긴 했지만 사실상 처음으로 전면 시행됐기에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거렸음은 물론이다. 이후 점점 적용대상이 확대돼 장·차관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무원이 대상이 된 상태다. 지급률 격차도 초기엔 150%→110%→100% 등으로 보수적으로 운영하다 성과상여금 제도에 대한 공무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격차를 다시 늘려 현재 230%에 이르고 있다. 성과상여금제는 현재 42개 중앙기관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올해 국가일반직 공무원 31만 1091명을 대상으로 한 성과상여금 예산으로 1조 30억원이 편성됐다. 46만 4952명의 공·사립 교원 성과상여금 1조 2042억원을 포함하면 성과상여금 예산총액은 2조 2072억원이다. 성과상여금 지급 비율, 범위 등은 모두 정부 표준안일 뿐 부처별로 자율적으로 정한다.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국토해양부 등 24개 기관은 최하위 등급에도 성과상여금을 지급했고, 행정안전부 등 18개 기관은 지급하지 않았다. 표준안에 따르면 5급의 경우 상위 20%인 S등급은 593만 7000원을 받고, 그 다음 30%까지인 A등급은 413만원, 그 다음 40%에 이르는 B등급은 232만 3000원, 하위 10%인 C등급의 성과상여금은 ‘0원’이다. 9급 공무원의 경우도 최대 296만 7000원(S등급)에서 116만 1000원(B등급)까지 차이가 난다. 박봉의 공무원 월급 수준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액수다. ●고공단 대상 연봉제 ‘이란성 쌍둥이’ 연봉제는 성과상여금제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다. 1999년 정무직과 1~3급 국장급을 대상으로 시행됐다가 2005년 3~4급 과장급에까지 확대돼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봉제 운영도 유형을 나눠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대통령,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은 고정급 연봉제다. 고위공무원단(이하 고공단)은 성과계약을 맺은 뒤 성과목표 달성도 등 개인실적 평가와 부서실적 평가, 직무수행능력 평가 등을 통해 1~4개 등급으로 나누는 직무성과급적 연봉제가 적용된다. 성과급은 5급 이하든 이상이든 일시불로 지급된다. 고공단의 경우, 전년도 성과급 규모에 따라 다음해 연봉산정에 유불리가 생길 수 있어 부담이 더하다고 볼 수 있다. 고공단 ‘가’급인 실장급의 경우 최상위 20%에 해당하는 S등급은 지급기준액의 15%, A등급은 10%, B등급은 6%를 받는다. 돈으로 환산해보면 1207만원부터 483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역시 하위 10%인 C등급은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한다. 여기에 2년 이상 C등급을 받을 경우 적격심사 대상이 돼 자칫 고공단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핵심성과 파악 위한 신뢰성 갖춰야 고공단 성과평가는 도입 당시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상급자와 맺은 성과계약에 따라 업무 목표를 연말에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봤다. 하지만 아랫사람을 돌보려는 온정주의와 적격심사에 대한 부담감 등이 맞물려 전반적으로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 2006년과 2007년 80% 가까운 평가대상자들이 A등급 이상을 받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8년부터 S등급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C등급 이하는 최소 10% 이상이 되도록 상대평가 방식으로 성과평가 규정을 바꿨다. 신영숙 행정안전부 성과급여기획과장은 “성과평가 규정을 바꾼 뒤 관대화 경향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큰 오류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OECD 조사 결과, 성과평가와 성과급의 활용은 각각 8위, 10위 수준으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성과평가제가 도입된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아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지난해 성과평가의 경우, 관세청 등 3개 부처에서 33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자신이 받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이 중 26건이 받아들여져 상향 조정됐다. 행안부 소속의 한 사무관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평가 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교 평가되는 게 불쾌하고, 결과에 수긍하지 않더라도 내가 더 나은 실적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가만히 있는다고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피평가자와 소통을 통한 제도 개선이 더욱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수재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평가지표 등 형식적으로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지만 핵심성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상여금 외에도 승진, 연수 확대 등 평가 활용의 방식을 다양하게 보완해 피평가자들에게 실질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편지로 말하다 |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 중에서 - 강인숙 저

    시인 김상옥이 딸 훈정에게 훈정에게 부산서 너를 만난 적에 네 얼굴이 해쓱해서 걱정이다. 집에 와서 그 말을 했더니 엄마가 앉으면 네 말뿐이다. 지난 일요일은 네 생각에 못 견디겠다고 엄마도 동생들도 말해쌓더라. 서울서는 보고 싶은 생각뿐인데 너도 아마 그렇겠지.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엄마는 네 얼굴이 해쓱하더란 말을 듣고 걱정 걱정이다. 아버지는 서울 돌아와서 이틀째나 앓아누웠다가 이제 겨우 일어났다. 그동안 돈이 없어 어떻게 지냈느냐? 조 선생한테 받을 돈은 월급 타면 꼭 네한테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따로 일금 오천 원은 너희 학교 교장 선생(유치환) 이름으로 보내었다. 네 도장이 없어 찾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교장 선생께 보냈으니 교장 선생이 너를 부르거든 찾아가거라. 그러면 돈을 현금으로 바꿔줄 것이다. 말하지 아니해도 집에 돈이 없는 줄, 네가 더 잘 알 것이니 부디 아껴 써라. 그리고 이 돈으로 우선 급한 데부터 먼저 쓰도록 해라. 그중에 일천오백 원은 ‘근포’네 집에 엄마 ‘다노모시’(계돈) 넣던 것이 있으니 이 달 삼십일께에 넣어 주도록 해라. 어제는 이곳 서울서 제일 높다는 ‘시민회관’에서 음악, 무용, 이조 공중의복 발표회가 있었다. 할머니와 엄마를 데리고 구경갔댔다. 엄마는 몇 번이나 네 생각하여 같이 보지 못하는 것을 애석해했다. 할머니는 그저 황홀해서 넋을 잃고 있었다. 홍우는 공부 열심히 한다. 얼마 안 있으면 1등 한다고 큰소리하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돈이 없으니 그의 뒤를 충분히 돌봐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동안 상상 외로 돈이 많이 소비가 나서 큰 걱정이다. 그러나 아버지 몸만 건강하면 좋겠으나 건강이 염려된다. 훈아도 몸살을 해서 얼굴이 해쓱하다. 그래도 학교는 결석하지 않고 매일 잘 다닌다. 성적은 아주 형편없다. 말 잘 듣고 공부도 힘써 하고 있다. 이 편지 받거든 곧 화답하여라. 회답할 때 봉투에 ‘김상옥 아버지께’- 이렇게 쓰면 남이 흉을 본다. 네가 아버지한테 편지 낼 때는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그만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무방하다. 그리고 뒷봉투에는 ‘여식(女息) 훈정(薰庭) 올림’ 이라 쓰면 남이 보아도 흉보지 않는다. 이만. 아버지가 초정(草丁) 김상옥 선생에게는 큰딸 훈정 씨에게 구두를 사주는 이야기를 쓴 시가 있다. 명동에 불러내서 구두를 사주었더니 아이는 신이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데, 그 뒷모습을 아버지는 오래오래 지켜보는 이야기다. 초정 선생이 딸을 객지에 보내고 쓴 이 편지에도 그런 잔정이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우선은 건강 걱정이다. 부산에서 만났을 때 안색이 창백했던 것이 마음에 걸려 애를 졸이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공부도 소중하지만, 몸이 더 소중하니 부디 몸조심하여라.” 하는 당부가 간곡하다. 그 다음은 돈 문제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교장 선생님에게 송금했다는 대목이다. 이 교장 선생님은 문우(文友)인 유치환 선생이다. 그런 분이 가까이 계셨으니 아버지도 딸도 마음이 든든했으리라. 돈의 용도 중에 재미있는 것은 어머니가 들었다는 ‘다노모시’다. ‘믿음직스럽다’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일제강점기에는 계(契)를 그렇게 불렀다. 해방이 된 뒤에도 일본어의 잔재는 구석구석 남아서 1960년대까지도 지방에서는 이처럼 통용되었다. 없는 돈을 애써 마련해 보내면서 시인 아버지는 절약의 미덕을 훈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다음에는 가족의 근황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집에 편지 쓸 때에 “김훈정본제입납(金薰庭本第入納)”이라고 쓰는 것이 옳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배달부가 잘 모를 터이니 “김상옥 귀하”라고 써도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때 훈정 씨는 “김상옥 아버지께”라고 썼던 것이다. 육체적, 경제적 염려와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훈수까지 하는 자상한 시인 아버지다. 그 지나친 다정함이 문제였다. 너무 예민하고 섬세했던 시인 아버지는, 강한 개성 때문에 이따금 자녀들과 부딪쳤단다. 한번은 훈정 씨가 아버지와 함께 골동품상에 갔는데, 자기가 골라놓은 골동품을 아버지가 내놓으라고 해서 승강이를 벌인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만 해도 화가 나 미치겠는데, 어버지의 언사가 좋지 않았다. “이런 건 너 따위가 가질 물건이 아니야!” 기분이 좋은 날 아끼던 골동품을 딸에게 주었다가 화가 나면 도로 찾아가기도 했다는 시인 아버지… 그렇게 유별나다. 1주기 때 영인문학관에서 <김상옥 시인 유품·유묵전(遺墨展>을 하는데, 사방을 뒤져서 소장자를 찾아내는 정성이 갸륵했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열심인 것은 사위인 김성익 교수였다. 초정 선생은 사위를 아주 잘 두었다. 김 교수가 너무나 성심껏 전시회를 준비해 감동받았다. 어느 아들이 저러할까 싶게 종이쪽지 하나라도 보물처럼 다루고,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보태서 전시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혈적이 되는 비결은 예술을 통한 공감일 것이다. 《편지로 읽는 슬픔과 기쁨》(마음산책)의 저자 강인숙 관장은 영인문학관을 운영하며 문인과 예인의 육필원고와 편지 등을 2만 5천여 점 이상 모았다. 그중 이 책에는 노천명 시인에서 백남준 아티스트까지 예술가의 육필 편지 49편을 모았다. 《삶과꿈》에서는 강인숙 원장의 도움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작품, 낡은 서랍 속 뜨거운 마음을 6회에 걸쳐 훔쳐본다. 글·사진_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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