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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업계 “금리 31% 아래로는 불가능”

    금융 당국이 대부업체에 대해 금리인하 압박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물론 업체들은 더 이상은 무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향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부업체들은 ‘대출 원가(原價)’를 들며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대부업계 행사에 참석해 “연간 30%대인 금리를 더 낮추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부업계는 은행, 마을금고 등과 다른 원가 구조를 들어 30%대 금리가 결코 폭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A대부업체 관계자는 16일 “자금 조달 및 운용비와 간접비, 이윤 등을 모두 따졌을 때 금리의 하한선을 31%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부업계가 드는 첫 번째 이유는 조달금리다. 업체들이 다들 자기 돈 갖고 ‘이자놀이’를 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돈을 조달해 와 자금을 운용하는데 애초부터 이 금리가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B대부업체 관계자는 “은행은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대부업계에는 돈을 빌려 주지 않는다”면서 “그러다 보니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꿔 오는데 금리가 11~12%에 이른다”고 말했다. 대부업계는 시중은행처럼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지 않아 대출 모집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집인에게 떼어 주는 수수료가 대출금액의 8~10%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1, 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주로 돈을 빌리기 때문에 대출 부실률도 6~8%로 높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시스템 운영, 직원 월급 등 간접비용 3~4%와 이윤 3~4% 정도를 더하면 최저 31%, 평균 36%의 금리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최고 책임자가 대놓고 금리 인하를 요구한 마당이어서 고강도 압박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업계는 금리 인하의 여지는 중개 수수료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다음 달부터 대부업체가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중개 수수료가 대출액의 5%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업체들로서는 대출영업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수당이라도 주며 모집인을 끌어와야 하는 판국이어서 5% 상한제가 정착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월급 200만~300만원 일자리… 환상을 깨라”

    “월급 200만~300만원 일자리… 환상을 깨라”

    “매달 200만~300만원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란 수도권 명문대 학생들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환상을 확실하게 깨는 것, 취업 지도의 첫 단계는 학생들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에서 시작해야죠.” 지난해 12월 세명대 한국어문학과에 임용된 권도경(40·여) 교수의 별명은 ‘취업 전도사’다.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문화콘텐츠 및 보안회사인 ‘이노스텍’에 매년 이 학과 졸업생 5명의 채용을 보장받았고 2명은 스토리텔링 회사와 게임회사에 취업시켰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과도 졸업생의 정기적 채용이 확정 단계에 있다. 학과생 40명 중 진학을 원하는 졸업생을 제외하면 상반기 중 대부분 취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명대에서의 성과는 권 교수 이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화여대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권 교수는 2002년부터 이대, 단국대, 선문대, 동의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다 2010년 대전대에 자리를 잡았다. 권 교수는 “취업을 책임져 준 학생들이 4대보험이 되는 유급 인턴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모두 287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이 고착화된 시대에 각 대학이 앞다퉈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어’ 전공 졸업생을 권 교수는 어떻게 기업에 ‘팔고’ 있는 것일까. 권 교수는 15일 “취업도 대학교수의 의무이자 교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교육이 졸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졸업생을 보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교수의 일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니 ‘사람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다. 그는 “네트워크를 혼자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전공을 활용할 수 있을 법한 회사라면 어디든지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 접촉한다. 매일 10곳 이상의 기업에 전화하는 것이 이제 일과가 됐다. 특히 권 교수는 학생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공모전’을 주로 활용한다. 이대 강사 시절부터 현재까지 권 교수의 제자들이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한 횟수는 500회가 넘는다. 권 교수는 “공모전은 학생이 기업에 능력을 보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취업을 위해서는 세밀한 작업이 진행된다. 학생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한 뒤 취업이 가능한 회사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한다. 이를 회사에 제안하고 거부당하면 다시 고쳐 제안하기를 반복한다. 그는 “학생들이 하기 싫다고, 어렵다고 포기하면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다른 길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너희들은 10년 동안 도전해도 나보다 여전히 10년 젊다’고 달랜다”면서 “잔소리를 하면서 같이 씨름하다 보니 애들이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교수가 권 교수처럼 학생들의 취업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측의 취업 장려에 따른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수도 종종 있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 재정지표 등 개선이 쉽지 않은 다른 지표들보다 단시일에 끌어올릴 수 있는 취업률에 대학들이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별 학생 취업 실적을 전광판에 게시하거나 비정규직 교수들이 원로 교수에게 자신의 실적을 상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것이 교수의 본분이라면 사회적 인맥이 쌓일 수밖에 없는 훌륭한 교수는 취업도 잘 시킬 수 있다”면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결코 따라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공무원 甲질이 부른 대학원생 보릿고개

    공무원 甲질이 부른 대학원생 보릿고개

    “‘갑’과 ‘을’ 관계를 정부가 해결한다고요? 대학원생들의 임금 체불이나 먼저 해결하라고 하시죠.” A사립대 생명공학 관련 연구실은 지난 3월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선정됐다. 사업 개시일은 4월 초, 종료일은 올해 말이다. 하지만 연구실 학생 대부분이 3, 4월 인건비를 전혀 받지 못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계약서’에 해당하는 ‘연구개발협약’ 체결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되지 않았으니 돈이 나올 리 없다. 이 연구실 학생 김모씨는 “담당 공무원은 업무가 밀려서 늦어지고 있다는 답변뿐”이라며 “연구 인건비가 우리 월급인데 정부가 임금 체불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 R&D 예산이 제때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의 업무 지연 때문이다. 대학원생들이 이 시기를 ‘보릿고개’로 부를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진 관행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 R&D 예산은 17조 1471억원 규모다. 미래창조과학부가 5조 70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통상자원부 3조 1782억원, 교육부 1조 6128억원, 농촌진흥청 5600억원, 보건복지부 4341억원 등이다. 정부 R&D 예산 지원은 ▲사업 공고 ▲선정 ▲협약 ▲연구 ▲결과 평가를 거친다. 하지만 상당수 부처에서 ‘협약’과 ‘결과 평가’가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선정 이후 한 달 내에 협약이 맺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담당 공무원이 협약서 쓰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여러 해를 지원받는 다년 과제의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연간 평가가 지연되면 다음 해 협약도 늦어진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에는 정부와의 협약이 지연되면서 생긴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과 대학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한 연구원은 “돈이 안 들어오니까 애써 뽑아 놨던 동료들이 관두고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면서 “당장 월급이 필요한 사람한테 나중에 3개월치를 한꺼번에 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농림축산식품부 과제를 맡고 있는 한 대학교수는 “협약이 아무리 지연되더라도 연구 종료일은 당초 공고대로 정해져 있다”면서 “돈이 없어도 연구를 미리 시작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어 보릿고개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일단 해결하고 나중에 받은 연구비로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도 발표할 때뿐이다. 2011년 도입된 ‘연구비 풀링제’(통합 관리)는 연구실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과제 항목에서 인건비를 별도로 구성해 과제 참여자가 아니더라도 나눠 줄 수 있게 했다. 협약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나 연구원을 구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처에서는 ‘연구비 풀링제’를 사후 정산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11년간 월급 쪼개 장학금 1억여원 기부

    11년간 월급 쪼개 장학금 1억여원 기부

    “학교에서 받은 많은 혜택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대학교수가 11년간 자신의 월급을 쪼개 제자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스승의 날’ 의미를 전해 주고 있다. 주인공은 허성회(59) 부경대학교 해양학과 교수. 그는 2002년 5월 개교 기념식에서 부경학술상 부상으로 받은 500만원을 기부한 것을 계기로 매달 월급에서 20만원씩을 대학본부 장학기금 계좌로 이체했다. 각종 상금이나 상여금 등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그 계좌로 꼬박꼬박 돈을 보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 1억 3294만원.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실직한 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고 ‘직장인 학교가 정말 고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허 교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대학에 보답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장학금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장학금 수혜 대상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로 정했다. 2011년 2월부터 지금까지 해양학과 학생 12명에게 104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4년 전부터 매년 30∼40권의 책을 구입해 지금까지 250여권을 학과 사무실에 기증하기도 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安의 세력’ 10월 재·보선 출마

    ‘安의 세력’ 10월 재·보선 출마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오는 10월 재·보선에 이른바 ‘안철수 세력’이 출마할 것임을 처음으로 직접 밝혔다. 안 의원은 13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안철수 측근’들의 10월 재·보선 출마와 관련, “(오는) 7~8월에 바빠질 것”이라면서 10월 재·보선을 위해 7, 8월쯤 본격적인 인재 영입 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안 의원은 “형식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함께할)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고 밝혀 신당 창당보다는 우선 인재 영입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재 영입 기준에 대해서는 “양쪽(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다 공천을 못 받은 사람들만 모이는 건 안 될 것”이라면서 “숫자가 적어도 문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단단하게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인재 영입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을 할 때 보면 회사에서도 인재가 뻔하다”면서 “‘월급을 얼마 더 줄게요’라는 것보다 ‘어떤 비전에 동참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더 좋은 사람들은 그쪽(비전)에 더 관심이 많고 최종 수혜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보다는 ‘민주당 대 안철수 세력’ 간 정면 승부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을 예방해 희망 상임위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고 강 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활기찬 노년을 꿈꾸다 ②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활기찬 노년을 꿈꾸다 ② 은퇴 크레바스를 넘어라

    #1 “두 달 전 2명, 3주 전 7명, 이번 주엔 9명…” 서울 강남의 한 요가 교실 결석자 수다. 매주 토요일 오전 수업인데 갈수록 결석이 늘고 있다. “주말 아침 남편과 싸우느니 운동하러 나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열혈’ 주부들이 발길을 옮겨간 곳은 예식장이다. 경험 삼아 주방 보조를 해 본 2명의 입소문을 듣고 몇몇이 주말 예식장 아르바이트에 따라 나섰다. 평소 밥을 먹을 때도 서로 돈을 내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티가 전혀 없던 주부들인지라 젊은 요가 강사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런 강사를 주부들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남편이 은퇴한 뒤에도 카드 결제날짜는 그대로인데 월급날 아무 것도 안 들어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우리라도 벌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단 말이야.” #2 금융회사에 다니는 올해 48세의 A 부장. 대학 졸업반 딸은 대학원 진학을 선언하더니 이제 영국 유학을 보내달란다. 누나와 3살 터울인 아들은 약학전문대학원을 가겠단다. 은퇴 전까지 아들 학비 4년만 더 뒷바라지하면 조금씩 저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계획이 흔들렸다. 그렇다고 딸 유학조차 못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는 않다. 몇 해 전 ‘로또 광풍’에도 둔감했던 그였지만 퇴근 길에 연금복권 한 장을 샀다. #3 올 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고령화와 고용정책’ 보고서에서 2011년 기준 한국의 실질 은퇴연령이 71.4세, 여성 69.9세라고 발표했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멕시코(남성 71.5세, 여성 70.1세) 다음으로 가장 높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1%나 되는 ‘초고령사회’ 일본(남성 69.4세, 여성 66.7세)보다도 높다. 역으로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2.6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바꿔 말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는 일찍 밀려나고 생계 등을 위해 일흔이 넘어서까지 일을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왜 퇴직하고서도 20년 가까이 여러 돈벌이를 전전하는 것일까. 박지숭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퇴직 시점부터 연금을 받기까지의 ‘크레바스(틈새) 기간’이 7~8년이나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나 유럽은 1~2년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 공적연금을 받기까지의 크레바스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길고 가혹하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생계형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7~8년의 은퇴 크레바스 기간이 전체 노후 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급하다고 은퇴자금을 ‘까먹으면’ 이를 불려 얻을 수익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71.4세가 되어서야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통계현실은 ‘크레바스 기간의 자산 지키기 및 불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주택연금, 농지연금, 다리를 놓는다는 뜻의 가교(架橋)연금 등이 있다. 특히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은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한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에 적합한 투자상품으로 분류된다. 올해 초 출시된 가교연금은 연금을 지급받는 시기와 액수를 조절, 소득이 적을 때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새롬 우리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55세 이후부터 받을 수 있고 75세 이후부터는 의무적으로 인출하도록 돼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소득 공백기 동안 연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자산 증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구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지만 72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그러다보니 50대 자영업자 수가 전체 자영업자의 3분의1을 차지하고 50대 여성 고용률(57.0%)이 20대 여성(56.5%)을 앞지르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 50~60대의 체력과 건강은 젊은 사람 못지 않은 만큼 퇴직 후 재취업 등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것도 크레바스를 극복할 좋은 대안이지만 문제는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열악하다는 데 있다. 강순희 경기대 대학원 직업학과 교수는 “재취업 시장에서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고충이 저학력자보다 크다”면서 “대졸 이상 지식이 필요한 재취업 일자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용어클릭] ■크레바스(Crevasse) 은퇴 시점부터 공적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 우리나라는 통상 55~58세에 정년퇴직하는 반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60~61세에 받는다. 원래는 빙하 사이에 깊게 갈라진 틈을 가리킨다.
  • “10년 노숙생활 그만… 호텔일 하며 재기 꿈꿉니다”

    “대기업에서 노숙인들에게 신경을 써 주니 고맙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됩니다. 열심히 해야죠. 앞으로 일이 잘 풀려 가족과도 다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10여년 전까지 식당을 꾸리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김철민(52·가명)씨. 위기는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갑자기 형편이 어려워지며 월급이 밀리자 종업원들은 식당 집기를 들고 나가 버렸다. 결국 김씨는 식당 문을 닫게 됐고,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졌다. 곧이어 금융위기가 찾아와 재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24시간 게스트하우스에 신세를 지고 있는 김씨. 그가 호텔리어 교육을 통해 사회 복귀를 꿈꾼다. 서울시는 노숙인과 저소득 계층 20명이 오는 20일부터 열흘 동안 조선호텔에서 호텔리어 교육을 받은 뒤 특급 호텔 환경·미화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교육과 일자리 제공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조선호텔이 체결한 ‘노숙인 복지 지원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에 있는 노숙인 자활·보호시설인 24시간 게스트하우스에서 남녀 노숙인 각 10명을 선발하고 있다. 남성 10명은 게스트하우스 이용자 가운데 확정됐다. 신원이 분명하고 신용불량자가 아니며 몸이 건강한 게 기본 조건. 꾸준히 저축 관리를 하고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취직 활동을 하는 등 자활 의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됐다. 여성 10명은 다른 시설에서 추천받은 노숙인과 성동구 내 저소득층 가운데 이번 주 면담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남성의 경우 20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처음에는 호텔 일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낯가림도 심했다”며 “조선호텔 직원들이 직접 찾아와 함께 운동을 하고 예절 교육을 하는 등 스킨십을 늘리며 벽을 허물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종 선발된 20명은 조선호텔에서 담당 과장·팀장·전문 강사로부터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는다. 31일 수료식 뒤 일부는 조선호텔 협력업체에서, 나머지는 서울 시내 최상위권 호텔 협력업체에서 근무한다. 노숙인 자활을 위한 일자리 제공은 이번 한 차례에 그치지 않는다. 내년 개관 100주년을 맞는 조선호텔은 오는 9∼10월에도 제2기 교육을 여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통상임금 해법, 노·사·정 대타협으로 풀어라

    통상임금 분쟁이 국가적인 핫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댄 애커슨 GM회장에게 “통상임금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소송 중인) GM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여서 꼭 풀어가야 한다”며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노동계와 산업계의 관심사항이었던 통상임금은 이제 국민적 관심거리다. 통상임금 문제는 하루아침에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때문에 우리 사회 전체가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통상임금이 사회적 쟁점이 된 것은 대구의 한 기업 노조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해 3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통상임금은 휴업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때 결정기준이 되는 임금이어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근로자가 받는 수당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GM 등 62개 기업 노조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 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해 놓은 상태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산업계가 안아야 할 추가 부담은 38조원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아닐 수 없다. 법원 판결 앞에 정부도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통상임금 논란은 애매한 법률적 규정과 유연한 법 해석 추세 등이 맞물리면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고 보여진다. 근로기준법은 위임규정 없이 시행령 제6조 1항에서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또는 도급금액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정부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액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해석한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1994년 육아수당, 1996년 휴가비·교통비에 이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산업계와 노동계는 혼선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을 잠재우려면 노·사·정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정부 중재 아래 노사가 6월부터 머리를 맞대 애매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명쾌하게 정리하기 바란다. 법 개정 과정에 아예 입법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거칠 수도 있을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입법·사법·행정부가 모두 나서 국민적 여론을 결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朴대통령 방미] “총부담 38조 추산” “장시간 근로 감소”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부딪히고 있다. 노동계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놓고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재계는 임금 지불 비용이 크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전국 62개 사업장에서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대구 시외버스 업체인 금아리무진 노조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근속 연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논란이 시작됐다. 대법원은 회사 측에 과거 3년간 지급한 휴일·야간 근무 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무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초과근무 수당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근로자는 임금을 더 받게 되지만 기업은 그만큼 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진다. 대법원 판례는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상여금 등 근로시간과 관계없는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해 온 것을 뒤집는 일이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장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행령을 고칠지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지만 쉽게 못 고치는 이유가 기업의 부담이 갑자기 커져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정기적이며 일률적으로 받는 것을 통상임금이라고 하지만 해석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면서 “법원은 이를 폭넓게 해석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통상임금을 법원 판결에 따라 현실화하면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자리도 나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킬 경우 3년치 임금 소급분을 포함해 국내 기업들이 일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총 38조 5000억여원이라고 추산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부담이 급격히 늘고 이는 신규투자와 일자리창출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용어클릭] ■통상임금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주는 시간급 혹은 월급 등.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의 계산 기준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장근로 등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더 지급해야 한다.
  • 노인 2000명 670억 등친 다단계 기획부동산

    개발할 수 없는 헐값의 임야를 사들여 부동산을 잘 모르는 고령의 부녀자 2000여명에게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아넘긴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 광명경찰서는 8일 주부사원 모집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60~80대 부녀자 2177명을 상대로 개발 호재가 있다고 속여 땅을 사게 해 677억원을 챙긴 기획부동산 업자 남모(52)씨 등 9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 등은 2011년 3월부터 서울과 경기 광명·성남 등 수도권 일대에 14곳의 기획부동산 사무실을 차려 놓고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기 이천·화성, 강원 평창, 충남 서산 일대의 임야 8곳 29만여㎡를 사들인 뒤 주부사원 모집 광고를 냈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찾아온 부녀자들을 수도권 일대 14곳의 교육장에 모아 놓고 해당 토지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수혜지라거나 물류단지, 전철역 예정지, 상업단지, 테마파크로 개발된다는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것처럼 속여 평균 시세보다 10배 이상 비싼 값에 되파는 수법으로 지난 3월까지 677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실례로 이들은 공시지가가 3.3㎡당 1500원인 평창의 한 임야를 5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서류를 작성한 뒤 58만원에 되판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거래 가격은 아직 조사 중이다. 결국 이들은 공시지가보다 무려 300배 이상 비싸게 팔아 넘긴 것이다. 이들은 거짓말을 듣고 토지를 구입한 부녀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놓고는 추가로 토지를 구입하도록 권유하거나 지인을 끌어들이게 한 뒤 수당을 지급했다. 끌어들인 지인이 땅을 사면 10%의 수당을 지급했고 사원, 실장 등 직급별로 10~20%의 수당을 따로 주는 식으로 다단계 영업을 해 온 것이다. 피해자 가운데는 60~70대 후반의 혼자 사는 부녀자들이 많았으며 남편이나 자식이 없어 손쉽게 집 등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당했다. 또 남씨 등은 피해자들에게 하루 3회 이상 거짓 개발 계획이 담긴 강연을 듣게 하면서 “월급으로 대출 이자를 내면 된다. 내 이름으로 된 토지가 있어야 자식들에게 괄시받지 않는다”고 세뇌시켜 토지 구입을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매각한 토지는 대부분 보전 산지이거나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불가능하며 심지어 맹지(진입로가 없는 토지)인 경우도 있다. 경찰은 자금 공급원 등의 배후 세력과 별도 조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그녀의 팔뚝은 통뼈 그녀의 허리엔 디스크…승무원, 막일에 시드는 ‘하늘 꽃’

    무게 100㎏이 넘는 식사 카트를 손으로 밀고, 각종 잡화류를 판다. 물이 필요하다면 코앞까지 떠다 바치고, 서류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대필까지 해준다. 바로 항공기 여승무원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들을 ‘하늘의 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자신들끼리는 ‘하늘의 노가다’라고 자조한다. 여승무원들이 업무는 보통 비행 2시간 전부터 시작된다. 사무장과 기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두 차례 열린다. 이 자리에서 그날 주요 탑승객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유된다. 대한항공 승무원 김현정(32·가명)씨는 “승무원에게는 단정한 복장이 요구되기 때문에 회의 전에 화장과 옷 매무새를 다듬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출발 1시간 전부터는 본격적인 ‘노가다’가 시작된다. 항공기의 비상장구를 체크하고 승객들에게 제공될 기내식과 편의용품이 모두 실리면 리스트를 들고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물품이 부족하면 출발 후에는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한다. 음식을 냉장고와 보관함에 채워놓고 나면 승객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승무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여행 가방을 위로 올려주는 것부터 나이가 많은 승객들의 경우 자리를 잡아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지은 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운항과 교수는 “사람들이 짐을 놓고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채식주의 식단 주문자 등에게 식사가 맞는지 확인도 하고, 주요 탑승객에게는 가서 인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괘도에 오르면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철제로 제작된 기내식 카트는 100㎏에 육박한다. 이 교수는 “카트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면 크게 무게를 느끼지 않지만 바퀴가 끼거나 하면 신참의 경우 한참 동안 낑낑거려야 한다”면서 “남자 못지않은 잔 근육을 가진 여승무원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육체 업무가 많은 탓에 업무상 질병도 디스크가 1위를 차지할 정도다. 기내식을 먹고 나면 승객들은 대부분 영화를 보거나 잠을 청한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이때가 가장 바쁘고 긴장하는 시간이다. 바로 기내 면세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단 돈이 오가기 때문에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가는 구멍이 나기 쉽다”면서 “특히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현지 통화와 달러, 한국 돈을 섞어서 지불하는 승객도 적지 않아 계산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계산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승무원들은 금액이 적은 경우에는 자신들이 메우고, 금액이 큰 경우에는 보고를 한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예전에는 인사고과에 면세품 판매 실적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날 매출이 숫자로 찍히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돌아오는 항공편의 면세품 판매는 말 그대로 노가다다. 이 교수는 “귀국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남자 승객들이 여기저기서 양주를 찾는다”면서 “양주가 보기보다 무게가 있어서 수십 병씩 전달해주고 나면 팔이 뻐근하다”고 귀띔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강진영(25·가명)씨는 “대학 후배가 승무원을 하고 싶다고 물어봐서 ‘너 힘 좋냐?’고 말해 줬다”면서 “여리여리한 승무원의 팔뚝이 생각보다 통뼈인 경우가 많다”며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비행기는 착륙을 시작한다. 이때부터 ‘퇴근 본능’이 승무원들의 손길을 빨라지게 한다. 웃는 얼굴로 승객들을 보내고 나면 회사 버스를 이용해 숙소로 이동한다. 그들도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업무가 끝나고 나면 말이 많아지고 기분이 업된다. 지난달 벌어진 승무원 폭행 사건에 대해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강씨는 “손님이 ‘왕’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그냥 우리도 승객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다니고 일하는 직장인이다. 같은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봐줬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교수는 “억울하겠지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특성상 많이 참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의 승객들은 그래도 매너가 좋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은 선량한 승객들을 위해 항공기 이용에 관한 몇 가지 팁을 전하기도 했다. 먼저 신혼여행을 떠난다면 케이크나 다른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단 미리 항공사에 알려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어린이를 위한 기내식이나 채식주의자, 이슬람 교도인을 위한 식단도 마련돼 있다. 엽서를 달라고 해서 쓴 뒤 돌려주면 부쳐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 ‘열악’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면서 월평균 144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등 처우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양사, 운전사 등의 업무까지 도맡아 하는 등 근무조건도 열악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일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표준 보육비용 산출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이 지난해 8~9월 전국 어린이집 307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조사 대상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9.9시간을 근무하면서 평균 5.1호봉, 월평균 144만 3677원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공립 158만 8342원, 법인 161만 1136원, 민간 122만 9530원, 가정 119만 2283원 등이었다. 한 달간 비슷한 시간을 일했을 때 월 최저임금이 106만 9200원(하루 10시간 한 달 22일 근무)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1일 평균 근무시간은 법인 어린이집이 10.3시간으로 다른 유형 평균 9.8시간보다 길었다. 또한 조사 대상 어린이집의 63.8%는 토요일에도 근무하고 있었다. 보육교사 이외에 필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어린이집의 54.7%가 차량을 운행하는 가운데 전문 운전기사를 채용하지 않은 곳이 절반(49.9%)에 달했다. 또 조사 대상의 91.5%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89.3%은 영양사를, 22.5%는 취사원을 따로 두지 않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는 안전사고 대응, 식단 구성, 조리 등 해당 업무를 원장이나 보육교사가 대신 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적은 급여도 그렇지만 점심 시간이 제대로 없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더 큰 문제”라면서 “보조교사 등 인력을 투입해 교사들이 여유를 찾게 해 줘야 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개성기업 “대출로 버티기엔 한계… 정상화돼야 회생”

    “지난달 말까지 결제하지 못한 원부자재 대금과 오는 5일 직원들 월급 때문에 은행을 찾았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아직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하더군요. 당장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조업을 해야 돈을 갚을 수 있을 텐데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한 의류생산 업체 대표는 2일 정부의 지원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단이 정상화되지 않고서는 운전자금 대출로 버티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바이어들은 이미 떠나버리고 빚만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입주기업들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북협력기금과 중소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정책금융공사 온렌딩, 신·기보 특례보증 등을 통해 금리 2% 수준의 대출을 운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액수만 언급되고 구체적인 자금 운영 방안, 업종이나 기업 규모별 지원 내역 등 세부적인 기준이 없어서 자칫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이 입주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등 지원이 원활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단이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근로자들과 업체가 함께 회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전자부품 업체 대표는 “금감원 표준신용등급 체계상 6~11등급(BBB~B)을 받아야 운전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면서 “피해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인데 제조업 특성상 영업이익이 많지 않고,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신용등급은 낮을 수 있는데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업체는 직원 수를 줄이거나 직원들이 스스로 사직서를 낸 곳도 있다”며 “공단 정상화가 우리 근로자들도, 하청 업체들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지원대책을 발표하자 입주기업들의 구체적인 피해금액 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가 보전 대책 등을 세우기 위해서다. 협회는 3일 임시총회를 열고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옥성석 협회 부회장은 “현재 회계법인을 통해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며 “하루하루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모아서 정부 대책 가운데 미흡한 부분은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 부회장은 “비대위가 구성되면 귀환한 주재원들의 고용 유지 등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공무원 남편 자살… 외국인 아내 과소비 때문?

    공무원 남편 자살… 외국인 아내 과소비 때문?

    현직 서울시 공무원이 금전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숨진 공무원의 유족들은 “외국인 아내의 과소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자살 이유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서울 용산경찰서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오후 6시쯤 용산구의 한 집에서 서울시 소속 공무원 A(48)씨가 목매 숨졌다. 딸의 방에서 목맨 A씨는 발견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서울에서 20여년간 근무해 온 A씨는 필리핀인 이주여성 B(40)씨와의 사이에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두고 있었다. 아내 B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빚 문제 때문에 괴로워 자살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3500여만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유족들은 A씨가 “아내의 과소비로 인한 돈 문제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1억원가량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A씨가 고작 3500만원 빚 때문에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 주장에 따르면 B씨는 A씨가 빚에 쪼들리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필리핀의 친정을 방문해 700여만원을 건네고 자신 명의의 차를 따로 사들이는 등 평소 씀씀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버는 월급만으로는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A씨는 여동생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인 B씨는 남편이 자살한 후 나온 퇴직금 6500만원을 갖고 딸과 함께 필리핀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서산 용유지… 늦바람 난 벚꽃

    서산 용유지… 늦바람 난 벚꽃

    호수가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물안개 피어오르고 신록과 봄꽃들이 주변을 예쁘게 장식합니다. 그 자태가 단풍 물든 가을 못지않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유명 호수들은 밀려드는 사진작가들로 몸살을 앓습니다. 충남 서산의 용유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른 봄 풍경만 놓고 보자면 자태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빼어나다는 곳이지요. 이맘때 용유지는 딱 그림 병풍입니다. 둥글고 얕은 구릉들이 사위를 감쌌고 벚꽃은 곳곳에 흐드러졌습니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와 편백나무들이 수직 세상을 펼쳐 놓으면 둥글게 휜 왕버들과 관목들이 어느새 균형을 맞춰 놓지요. 서산은 여느 지역에 견줘 벚꽃 개화가 늦습니다. 수종도 다양해 5월 중순까지 여기저기서 벚꽃이 피고 또 집니다. 시점만 잘 맞춘다면 늦바람 난 벚꽃에 흠뻑 취할 수 있습니다. 용유지의 봄 풍경에 매료된 이들은 한결같이 경북 청송의 주산지나 전남 화순의 세량제에 견줄 만큼 빼어나다며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인들이 절정에 이른 용유지를 보기란 쉽지 않다. 우선 벚꽃 개화 시기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신록으로 물드는 시기도 마찬가지. 날씨도 변수다. 바람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물살이 일지 않아 명경지수가 펼쳐지고 주변의 모든 풍경들이 물 위로 수렴되는 진기한 장면과 조우할 수 있다. 해 뜰 무렵과 저물녘에 바람이 잦아들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맞아야 명불허전의 용유지와 마주할 수 있다. 그러니 도시의 월급쟁이들이 몇년 내리 겨냥만 하다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용유지는 흔히 용비지라 불린다. 표지석에 분명히 ‘용유지’(龍遊池)라고 음각돼 있지만 용비지란 이름이 더 흔하게 쓰인다. 용유지는 인위적으로 조성됐다. 저수지 주변에 자작나무와 메타세쿼이아, 편백나무, 벚꽃 등이 조화롭게 식재돼 있다. 다만 언제, 왜 축조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김재신 서산시 문화관광해설사 등에 따르면 1960년대 김종필 전 총리 주도로 삼화목장(현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등이 조성되면서 함께 축조됐을 거란 견해가 일반적이다. 강원 횡계의 대관령 목장을 닮은 이국적인 구릉지대가 운산면 일대에 형성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야산의 나무를 베 초지대로 만들었고 산자락 중턱엔 “권력자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건물”도 세웠다. 용유지 주변에 메타세쿼이아와 주목 등을 식재한 것도 별장이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용유지 또한 당시 나라를 쥐락펴락하던 ‘용’(龍)들이 ‘노닐기’(遊) 위해 지금의 모습으로 꾸며졌을 거란 추정이 설득력을 갖는다. 호수는 아름답다. 주변을 에두른 벚꽃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자작나무와 편백나무, 삼나무 등도 신록의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연초록 초지대도 싱그럽다. 그 풍경들이 고스란히 물 위에 반영된다. 그야말로 기쁨 두 배다. 호수 주변을 자박자박 걸을 수도 있다. 눈엔 풍경을, 가슴엔 치유를 담는 산책로다. 호수는 출입이 금지된 영역이다. 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 안에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돌 때면 목장은커녕 마을 입구에도 발을 디딜 수 없다. 전염병이 돌지 않을 땐 출입 제한 조치가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문은 잠갔으되 문 옆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가는 것은 막지 않는다. 이제 2~3년 내에 마음 편히 용유지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지 관계자는 “벚꽃이 피는 봄철에만 용유지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호수 주변에 관목 등으로 울타리를 쳐 방목 한우를 관광객들로부터 격리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실 한우개량사업소는 국내 씨수소의 정자 95%가 생산되는 곳이다. 김 해설사의 표현처럼 “주변에 암소가 있어야 수소의 정자가 잘 ‘영근다’ 해서 암소 축사를 따로 조성”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소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한우 개량 사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방문객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서산은 내포(內浦·충남 서북부) 불교문화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많은 절집과 불교 문화유산들이 늘어서 있다. 부처님오신날에 맞춰 서산을 돌아볼 예정이라면 단연 개심사가 첫손에 꼽힌다. 절집의 명물, 진분홍 왕벚꽃이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에 활짝 피기 때문이다. 여미리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지역의 향토 자원을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관광 자원화한 곳이다. 마을 정미소 자리엔 갤러리가 들어섰고 디미방에선 지역 특유의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노란 수선화가 흐드러진 유기방 가옥과 고려시대 세워진 여미리석불입상, 300년 동안 마을을 굽어본 비자나무 등 볼거리도 많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을 나와 647번 지방도로를 타고 개심사·해미 방향으로 달리다 문수사 입구를 지나 첫 번째 마을에서 좌회전해 들어간다. 마을회관을 지나 11시 방향으로 난 농로를 따라 곧장 가면 용유지 제방이 보인다. 서산마애삼존불상, 개심사, 해미읍성 등이 다 이 지역에 몰려 있다. 가족들이 묵기 좋은 숙박업소를 찾는다면 최근 개장한 ‘백제의 미소’ 펜션(663-0890, 이하 지역번호 041)이 추천할 만하다. 너른 대지에 다양한 형태의 한옥들로 구성됐는데, 별채 형식의 독립된 공간에 황토방과 찜질방이 결합돼 있다고 보면 알기 쉽다. 요금은 인원에 따라 8만원부터다. 서산시 초입의 향토(668-0040)에선 서산의 전통음식인 우럭젓국과 꽃게장, 게국지를 세트 메뉴로 즐길 수 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에 무와 청양고추 등을 넣고 짭조름하게 끓여낸 우럭젓국, 말린 감태에 밥 한술 얹어 찍어 먹는 비릿한 꽃게장이 일미다. 서산시청 뒤 진국집(664-4994)은 토속 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글 사진 서산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마음을 움직인 1700여 강연 기획자 한동헌

    마음을 움직인 1700여 강연 기획자 한동헌

    EBS ‘화제의 인물’은 1일 밤 8시 20분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강연기획자 한동헌’ 편을 방송한다. 한동헌은 국내 최고의 강연 전문 기업 CEO다. 김태호 PD, 김제동, 박원순, 제레미 리프킨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명사 1300여명을 섭외해 새로운 강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그의 주 업무다. 그는 회사 설립 3년 만에 1700여 차례의 강연을 기획했고, 그 경험 등을 바탕으로 3000여명에 이르는 명사 네크워크를 구성했다. 세대, 지역, 분야를 가리지 않는 광범위한 연결망이다. 그는 원래 컨설팅 회사를 다니던, 제법 실력을 인정받았던 회사원이었다. 처음 기획한 강연에 11명의 명사를 불러들였고, 그 강연에 5000명의 청중이 몰렸다. 이후 200여 건의 크고 작은 강연을 기획하면서 다양한 명사들을 통해 가치 있는 이야기와 감동의 장면을 만들어 냈다. 한동헌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개인의 가치와 개성. 그래서 그의 사무실은 그 흔한 사장님 집무실과 다르다. 대학 동아리방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매주 월요일을 빼곤 출퇴근 시간마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혁신적인 강연이 탄생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한 달에 진행하는 강연만도 250여 차례에 이르지만,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남모를 시련도 많이 겪었다.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작 자신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고 서적을 늘 뒤적이며, 보다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명사를 발굴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닌다. 물론 한동헌 대표도 책의 가치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잘 읽은 책 1권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정확한 강연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강연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더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아예 회사에 강연장을 만들었다. 명사를 실컷 섭외했는데 적당한 강연 장소가 없어서 애먹은 경우가 많아서다. 영화감독 강제규, 건축가 구승회, 가수 하림 등 많은 이들이 여기서 좋은 말을 남기고 갔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7년간 8000만원어치 챙긴 ‘경품왕’ 180명 주민번호로 가짜사연 ‘사기왕’

    여러 해 동안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로 가짜 사연을 보내 거액의 경품을 타낸 ‘경품왕’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이모(42)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2006년 4월부터 이달까지 KBS, MBC, SBS 등 주요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어낸 사연으로 8000만원 상당의 경품과 백화점 상품권 등을 타내 인터넷에서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2006년 아파트를 돌며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씨는 현관에 쌓아둔 서류뭉치 등에서 180여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수집한 주민번호로 방송사 아이디를 만든 뒤 가짜 사연을 지어내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냈다. ‘회사가 어려워 남편이 월급을 받지 못하자 군에서 휴가 나온 아들이 몰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도움을 줬다’는 식의 가슴 찡한 사연들이었다. 극적으로 지어낸 만큼 경품에 당첨되는 일이 잦았다. 경찰은 “이씨가 7년 동안 이런 식으로 올린 사연이 2000~3000건 정도”라고 전했다. 수령한 경품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되팔았다. 이씨가 미처 팔지 못하고 경찰이 압수한 세탁기와 전기매트, 압력밥솥, 귀금속 등의 무게만 2t에 달했다. 잦은 당첨으로 방송국이 수상히 여길 것을 우려한 이씨는 엉뚱한 주소를 불러준 다음 확인 전화를 거는 택배원에게 실제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의심을 피했다. 또 인터넷 추적 등으로 경찰에 꼬리가 밟힐 것을 우려해 관공서의 민원용 컴퓨터를 쓰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 16일 성북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여러 개의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두고 거짓 사연을 올리다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개성공단 운명은] 北, 개성근로자 농촌·타공장에 재배치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근로자 대부분을 농촌에 배치하고 일부는 북한 내 다른 공장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주 평양에서 온 북한의 고위 관료로부터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한 근로자 가운데 3분의2는 농촌 지원에 동원되고 나머지는 북한 내 다른 봉제공장에 배치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다. 북한 근로자 5만 3000여명은 지난 8일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지시에 따라 9일 철수해 30일까지 22일째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달 월급이 아직 미지급된 데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로 사실상 실업자 신세가 되면서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해 20만~30만명의 생계가 막막해진 상황이다. 개성공단에 의존하다시피 했던 개성 지역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고,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해 인력 재배치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분 농촌 지역에 배치됐다는 점에서 5월 모내기철에 대비한 한시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처음부터 공단 폐쇄를 염두에 두고 공단 근로자들을 신속히 재배치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평양의 당 간부 말을 인용해 “개성공단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남한 사회에 관심을 두거나 동경심을 갖는 근로자가 늘어나는 것이 김정일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개성공단이 향후 북한 체제의 위협 요소가 될 경우 공단을 폐쇄하라는 게 김정일의 유훈이었고, 김정은은 이 유훈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개성공단 어디로] 北, 체불임금·세금 등 문제 제기… 최후의 7인 해결 후 귀환

    개성공단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우리 측 인원 가운데 43명이 귀환하면서 이제 개성공단에는 북한과의 미수금 정산 문제를 처리할 7명만 남았다. 북한이 적십자 채널과 군 통신선을 차단한 이후 그나마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유지돼 오던 남북 간 소통 채널도 개성공단 공장 기계 소리와 함께 작동을 멈췄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끊어지지 않았던 남북 간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단절되고 서로 스피커에만 의존한 일방적 메시지 전달만이 가능해졌다. 사실상 남북관계의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남북은 28일 개성공단 잔류 인원 50명의 마지막 철수 문제로 또다시 얼굴을 붉혔다. 우리 측 인원들은 오후 5시 귀환을 희망했지만,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며 발목을 잡았다. 결국 이 문제를 협의할 7명만 남긴 채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개성공단을 빠져나왔다. 공단에는 홍양호 위원장 등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직원 5명과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남측과의 통신 문제를 담당할 KT직원 2명이 남았다. 우리 업체들은 매달 10일을 기준으로 북한 근로자들의 월급을 계산해 북측 개성공단사업 총괄기구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달러와 현금으로 지급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면서 지난 9일 현금수송 차량의 출입까지 막아 북한 근로자 5만 3000명의 지난달 월급과 수당 800여만 달러(약 88억원)는 미지급된 상태다. 북한은 여기에 통신료, 기업소득세 등 밀린 세금 납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입주기업과 협의해 미수금이 얼마인지 파악한 뒤 현금수송 차량을 들여보내 지불할 예정”이라며 “이 밖에 북한이 다른 요구를 해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남북은 미수금 정산 문제와 관련해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은 7명은 완제품 및 차량 반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해 다음 달 초에나 귀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를 완료한 이후 공단에 공급되는 물과 전기를 차단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측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전력이나 용수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일 공단에 들어가 완제품과 자재를 찾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요구에도 북측은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리위 측은 완제품 반출이 가능하도록 북측에 강하게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측 차량 반출 문제는 등록을 하지 않고 개성공단에 들어간 근로자들의 차량이 몇 대 있어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근로자 통근버스 276대도 가져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 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파렴치한 망동’으로 비난하면서 “계속 사태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경고한 대로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재차 위협했다. 또 “개성공업지구가 끝내 완전 폐쇄될 경우 현 괴뢰 정권은 이명박 역적패당보다 더한 대결 정권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7일 우리 근로자 126명(중국인 1명 포함)이 귀환했을 때도 우리 측이 통지한 귀환 시간인 오후 2시 직전에야 입경 승인을 하는 등 체류 인원 철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믿던 동네형님이…” 노량진 뒤흔든 곗돈 46억 사기사건

    “믿던 동네형님이…” 노량진 뒤흔든 곗돈 46억 사기사건

    “계 타면 이제 우리 애들 결혼 좀 시키겠구나 했어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뻔히 아는 계주가 어떻게 그 돈을 들고 사라져….” 계주 이모(63·여)씨가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박모(55·여)씨는 눈물부터 쏟았다. ‘그날’ 이후 박씨는 죄책감에 고개 한번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 갈라진 박씨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박씨는 1990년대 중반 지인의 소개로 이씨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했다. 이씨는 동네에서 유명한 계주였다. 지인은 박씨에게 “이씨가 계 모임의 큰손이다. 은행보다 낫더라”며 계에 들 것을 권유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인 남편과 공부도 잘한다는 자식을 둔 이씨를 평소 동경해왔던 박씨는 약 20년 가까이 모은 돈을 모조리 계에 쏟아부었다. 남편 없이 자식 셋을 홀로 기르며 가사도우미, 피부 마사지, 식당 설거지 등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이었다. 직장에 들어간 자식들도 월급을 보태, 계에 쏟았다. 그렇게 이씨에게 맡긴 돈이 1억 7000만원. 그러나 박씨가 믿고 따랐던 이씨는 지난해 여름 박씨의 돈을 들고 홀연히 행방을 감췄다. 박씨를 포함한 계원 43명의 46억 2000만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2009년부터 곗돈 주기를 계속 미뤘어요. 탈 때가 지나서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하면 ‘왜 집으로 전화를 하느냐. 나를 못 믿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죠. 그전까진 누구보다 곗돈 관리에 엄격한 분이시라 불안해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어요.” 이씨는 1970년대부터 노량진 일대에서 ‘번호계’ 방식으로 계를 운영했다. 계원들이 3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 순번대로 곗돈을 타가는 식이다. 이씨는 잠적 전까지 매월 86만∼143만원을 내고, 순서대로 3000만∼5000만원을 태우는(곗돈을 탄다는 의미) 이른바 ‘새마을계’ 9개를 운영했다. 5000만원짜리 계는 월 143만원씩, 3000만원짜리 계는 월 86만원씩 넣을 수 있게 했다. 36순위까지 있는 순번표에 1~2번은 이씨가, 그 이후에는 순서대로 계를 타게 했다. 이씨는 야박한 계주로 악명이 높았다. 박씨를 비롯해 이씨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이씨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계원들과 가까이 지내다가도 돈을 내기로 한 약속시간을 어기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독촉전화는 물론 계원 집에 드러눕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한 계원은 곗돈을 못내 이씨에게 집 문서를 가압류당하기도 했다. 계원 관리도 철저했다. 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재정보증서를 제출하고 연대 보증인을 세워야 했다. 인감도 제출하게 했다. 곗돈을 못 내는 계원이 생기면 추천인이 대신 곗돈을 내주는 규칙도 엄격히 적용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친목모임을 통해 계원 확장도 독려했다. 피해자들은 누구보다 독하게 계를 관리했던 이씨를 보며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씨의 배경도 한몫했다. 노량진의 한 새마을금고 간부인 남편, 회계사가 된 아들, 명문가에 시집간 딸 등 이씨는 동네 주부들에게 본받아야 할 큰언니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씨는 동네 주부들에게 형님이란 의미의 ‘오야’로 불렸다. 이씨의 계는 35년여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때문에 자녀, 조카 등 기본 3대가 참여하는 집이 많아졌다. 곗돈 규모도 계속해서 커졌다. 하지만 2008년 말부터 이씨의 행동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이었던 남편과 유명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회계사 아들을 앞세우며 기존 계원들에게 “계 하나만 더 하자. 나 좀 믿고 도와달라”고 했다. 1억원짜리 계였다. 약속했던 곗돈도 자꾸 미뤘다. 곗돈을 못 받은 계원이 곗돈 이야기를 꺼내면 소리를 지르거나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계원들은 불안했지만 믿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연락이 닿지 않던 이씨는 지난해 7월 아예 집을 빼고 야반도주했다. 계원들은 그달 말 서울 동작경찰서에 이씨를 고소했다. 이씨의 잠적은 대부분 가정주부였던 피해자들의 삶을 산산조각 냈다. 박씨는 사건 발생 후 대상포진과 손가락 마비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에게 6억원을 뜯긴 김모(69·여)씨도 이씨가 잠적한 10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신경안정제를 복용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2억 2000만원가량 곗돈을 떼인 이모(46·여)씨는 “노량진 토박이인 엄마가 결혼자금을 모으라며 이씨를 소개시켜 줬다”면서 “조카도 내 말만 믿고 300만원가량을 부었는데 내가 모두 물어 주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10개월 내내 경찰서로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다는 이씨는 “3년전 빚을 청산하려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다섯 명의 식구들이 10평대 공무원아파트에서 살았다”면서 “빚을 갚고 남은 1억원도 곗돈으로 썼는데 아파트도 이제 비워 줘야 돼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했다. 이씨를 30년간 알고 지냈다는 김모(58·여)씨는 3000만원짜리 계 3개와 5000만원짜리 계 4개에 들었다가 총 4억 400만원을 날리게 됐다. 김씨는 “남편과 딸 3명이 벌어온 월급 3년치가 몽땅 계를 붓는 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고향인 전라도 순천에 사는 일가친척들 돈으로 계를 부었다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 계주 이씨는 남편과 함께 고향인 경남 진주시의 한 연립주택에 월세로 숨어 지내다 지난 25일 경찰에게 붙잡혔다. 살림살이는 밥솥 하나와 이불 두 개가 전부였다. 이들은 경찰의 눈을 피하려고 3개월마다 거주지를 옮겼다. 계약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10개월 뒤에서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 치료를 받고 귀가하던 남편 양씨를 미행, 집에 숨어 있던 이씨를 배임·사기 혐의로 검거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곗돈 중 10억원을 사업 투자용으로 지인에게 빌려줬는데 이를 돌려받지 못하면서 계원들에게 곗돈을 주지 못하게 돼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잡혔지만 피해자들이 곗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씨는 대부분의 돈을 빚을 갚고 병원비를 내는 등 생활비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붙잡혔다는 소식에 피해자들은 한달음에 경찰서를 찾았다. “평생을 고무 슬리퍼만 신고 다닌 사람들한테 어떻게 이런 사기를 칠 수 있나요? 피 같은 내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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