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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1
  • [기고] 성과연봉제 확대와 국민의 눈높이/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기고] 성과연봉제 확대와 국민의 눈높이/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국민들이 공기업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철밥통’ 내지 ‘신의 직장’이다. 억울한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국민들이 공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부 경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조직 문화에 있다고 본다. 공기업의 경쟁 대상은 공기업이 아니다. 독과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울타리는 법과 정부 정책이다. 그렇다 보니 경쟁의식이 없다. 당연히 경쟁력도 떨어진다. 개방화된 세계경제 체제에서 공기업의 경쟁 대상은 유사 업종의 글로벌 기업 또는 선도적인 민간 기업이어야 한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민간 기업보다 공기업은 정책사업 수행이라는 특성상 안정적이다. 비교적 정년이 보장될 뿐 아니라 임금과 복지 수준도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업무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당연히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공기업 취업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러나 투입되는 정부 예산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기업도 일하는 방식과 문화, 성과보상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노조의 생각은 다르다.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면 구성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과가 낮은 직원에 대한 퇴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도 성과연봉제 확대에 따른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노조 집행부는 연좌농성과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도입 반대 의지를 드러냈다. 사측은 노조 집행부와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이어 갔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노조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성과연봉제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임금 체계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그전에는 해가 지날수록 월급이 올라가는 호봉제였다. 그러다 연봉제로 전환됐다. 이어 실적과 성과에 따라 연봉에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게 됐다. 물론 그 대상을 간부 직원으로 제한했지만 도입 이후 공기업의 내부 분위기가 달라진 것만은 확실하다. 간부들의 의식과 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공기업 혁신에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평가 시스템도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정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연봉제를 신입사원을 뺀 공기업 구성원의 대다수에게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공기업 내부의 일하는 분위기를 쇄신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4대 개혁 과제의 하나인 노동개혁의 과제이기도 하다. 호봉제에서 연봉제 그리고 성과연봉제로 전환될 때마다 노사 간 또는 노정 간의 갈등과 대립은 항상 있었다. 그럼에도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도 있다. 지금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갈등 요인이 되고 있지만 이 또한 공기업의 미래지향적 혁신을 위한 불가피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성과연봉제의 확대 도입과 지속가능성 여부는 공공 및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에 달려 있다. 성과가 높은 직원이나 성과가 낮은 직원이나 모두 획일적으로 똑같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들은 얼마나 공감할까. 성과연봉제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평가하자.
  •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자] ‘불체포특권’ 동료의원 감싸주기 변질… ‘면책특권’은 유지해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자] ‘불체포특권’ 동료의원 감싸주기 변질… ‘면책특권’은 유지해야

    20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국회의원의 특권 제한 요구가 넘쳐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새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은 “같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정 의장은 ‘특권 백서’를 만들어 시민사회의 검증을 받겠다고 공언한 적도 있어 20대 국회에서 정치 쇄신이 또다시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정치권은 여론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특권 내려놓기’ 등 정치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이 같은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전문가들은 현실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지난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3당인 국민의당에서 나왔던 이른바 ‘세비 삭감·세비 반납’과 같은 특권 제한 방안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궁극적으로 일회성 보여주기식처럼 끝나기보다는 국회의원이 열심히 입법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향후 특권 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신문이 12일 정치학 전공 교수 등을 대상으로 국회의원의 특권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폐지해야 할 것에 대해 묻자 상당수는 ‘방탄 국회’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불체포 특권을 꼽았다. 8명 가운데 5명의 교수가 헌법상 현행범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도록 규정한 불체포특권에 대해 “동료 의원 감싸주기로 변질됐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체포동의안은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는데, 그 시간 안에 가부간의 결정을 못 하면 오히려 통과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불체포특권 때문에 문제가 된 의원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고, 이 조항이 과도하게 국회의원을 보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체포특권과 함께 헌법이 규정한 대표적인 특권인 면책특권에 대해서는 반대로 ‘유지 의견’이 많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대표가 발언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다면 3권분립에 따른 견제의 역할을 못 하게 된다”면서 “발언을 잘못한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어도 정치적으로 매장을 당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수사기관이나 행정부 견제를 위해 면책특권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은 국회 윤리특위에서 처벌하거나 제재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특권 논란 때마다 반복되는 ‘세비 삭감·반납’ 주장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월급(세비)을 주는 이는 국민인데, 월급을 받는 이들이 ‘받겠다, 받지 않겠다’고 말을 할 수 있느냐”면서 “세비 삭감이나 반납 주장은 ‘고용주’인 국민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세비 반납 주장은 본질이 아닌 미시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려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할 게 아니라 의정평가를 정량화·정성화해서 공천에 적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현행 보좌진 운용 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신율 교수는 “보좌진 중 일부가 지역에 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세금으로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며 “보좌진은 원래 입법을 하기 위해 채용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우 교수는 “미국 의회는 우리나라처럼 보좌진 몇 명을 고용하라고 규정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인건비를 주면 의원이 원하는 대로 보좌진을 구성한다”면서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을 채워줄 테니 더 열심히 일을 하라’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권 폐지의 기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양승함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컨대 국회의원들이 외유성 해외활동을 하는데, 이런 것이 바로 권한의 남용”이라며 “이를 제한하기보다는 투명하게 활동 보고를 하도록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현우 교수는 예비군 훈련·민방위 훈련 면제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실익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현재처럼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훈련을 면제해 주는 것은 실익도, 의미도 없다”면서 “상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의원 대부분이 예비군 훈련을 받을 나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 대표로서 일하기 위한 권리는 특권이라기보다는 편의”라며 “열심히 일해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편의를 받는 것이지 특권을 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서로 경쟁적으로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마치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오히려 ‘이래서 이런 권리가 필요하다’고 떳떳하게 국민 앞에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자] 200가지나 된다는데… 국회의원 특권에 관한 진실 or 거짓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자] 200가지나 된다는데… 국회의원 특권에 관한 진실 or 거짓

    보좌직원만 9명… 인건비 年 4억 이상 45평 사무실 무료로 주고 운영비 제공 단 하루만 해도 연금?… 19대 때 폐지 국회의원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무려 200여 가지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평균 1150만원의 세비를 받으면서 임기 내내 각종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특히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꼼수’를 부리거나 일반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것들이 국회의원들에게만 허용되는 경우 더 많은 비판이 쏟아진다. 국회의원들은 9명의 보좌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 비서 1명씩에 인턴 2명이다. 이들에 대한 인건비만 연간 4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명확한 채용 기준 또는 인력 운용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보니 친·인척 보좌진 채용, 보좌진 월급 상납, 인턴들에 대한 노동착취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 의원회관에 평균 148㎡(약 45평) 크기의 사무실이 무료로 제공되고 사무실 운영비도 매달 주어진다. 국민들은 임대료, 전셋값으로 몸살을 앓고 통신요금을 비롯해 전기·수도·난방비 등 각종 생활요금 부담이 크지만 의원들은 통신비도 정치자금법으로 보장된다. 최고급 승용차를 관용차로 타고 다니고 KTX와 항공기 등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한다는 것 역시 약간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에게 관용 차량이 지급되지는 않는다. 다만 많은 의원이 정치자금으로 차량을 빌려 사용하고, 연간 약 1700만원 정도의 차량유지비와 유류비를 지원받고 있어 사실상 관용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회법 제31조에 “의원은 국유의 철도·선박과 항공기에 무료로 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현재 국유의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 의원들은 별도로 연간 450만원인 공무수행출장비 한도 내에서 철도와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제공받는다. 일반인들은 비행기를 탈 때 공항에서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의원들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항공사 측에서 국제선 체크인을 출발 30~40분 전에 마감하고, 출국수속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늦어도 한 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좌진이 미리 체크인 수속을 마쳐 놓을 수 있는 데다 공항 귀빈 주차장과 귀빈 전용통로, 귀빈실을 이용해 출국수속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린다. 공무로 해외여행을 할 때는 재외공관 측에서 영접을 나온다.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평생 연금이 나온다’는 특권은 19대 국회부터 사라졌다.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대한민국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은 19대 국회에서 폐지됐다. 국회의원 재직기간도 1년이 넘어야 하고 재직 시 제명 처분을 받았거나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軍, 내년 예산 40조 8732억 요구… 킬체인·KAMD 구축 4.8%↑

    軍, 내년 예산 40조 8732억 요구… 킬체인·KAMD 구축 4.8%↑

    병사월급 10%↑… 상병 月19만5800원 국방부는 내년에 복무 부적응 장병을 돕기 위해 두 달 일정의 ‘집중치유 캠프’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 병사 월급은 올해보다 10% 올라 상병에게 19만 5800원이 지급된다. 10일 국방부는 이러한 사업들을 반영해 올해 예산(38조 7995억원)보다 5.3% 증가한 40조 8732억원 규모의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안을 편성,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요구 예산안은 병력 운영 및 전력 유지를 위한 전력운영비(28조 3952억원)에서 4.5%, 무기 개발 등 방위력개선비(12조 4780억원)에서 7.2%가 각각 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군 복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의 치유를 위한 ‘집중치유 캠프’가 내년 4∼5월과 6∼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시범 운영된다. ‘집중치유 캠프’에는 회차별로 20명 내외의 장병이 입소해 심리상담사와 정신과 전문의, 사회복지사 등 11명으로 구성된 민간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게 된다. 4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기존에 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린캠프보다 고위험군의 병사들이 입소 대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린캠프는 문제 병사를 치유해 자대에 복귀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집중치유 캠프는 좀더 고위험군의 병사를 대상으로 자대 복귀보다는 최대한 군에서 치유해 사회로 내보낸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병사 월급은 내년에도 전체적으로 10% 올라 상병 기준으로 19만 5800원의 봉급을 받게 된다. 2012년 상병 월급(9만 7500원)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또 급식 질 개선을 위해 민간조리원이 현재 1767명(급식인원 110명당 1명)에서 1841명(급식인원 100명당 1명)으로 늘어나며, 기본 급식비 기준액도 7481원으로 2% 인상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올해보다 4.8% 증가한 1조 5936억원이 요구됐다.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도입과 군 정찰위성 확보사업(425사업), 패트리엇 미사일 성능개량 등에 필요한 예산이다. 의무후송전용헬기, K2 흑표전차, 아파치(AH64E) 대형 공격헬기, 스텔스 성능을 갖춘 차세대 전투기(FX) F35A 등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도 반영됐다. 신규 사업으로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적진에 침투할 수 있도록 스텔스 기능을 갖춘 특수침투정 양산 착수금으로 22억 8300만원이 요구안에 반영됐다. 정부는 오는 9월 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공산당 편드는 ‘댓글 알바’… 中 대학생에겐 화려한 스펙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공산당 편드는 ‘댓글 알바’… 中 대학생에겐 화려한 스펙

    중국 정부 기관의 직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 조작용 댓글을 직접 작성한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게리 킹 박사 연구팀은 중국의 한 지방정부 인터넷 선전부에서 해킹으로 유출된 2000통의 메일에 포함된 인터넷 게시글 4만 3800개를 대상으로 인터넷 검열 관련 여부를 조사·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미 뉴욕타임스 등이 최근 보도했다. 이들 메시지의 53%는 지방정부 홈페이지에 게재됐으며, 나머지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려졌다. 해당 메일에는 장시(江西)성 간저우(贛州)시 장궁(章貢)구 인터넷 선전부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댓글 부대에 임무를 주고 결과 상황을 보고받은 내용이 담겨 있다. 하버드 연구팀은 “이 지방정부 한 곳에서만 1년에 인터넷 게시판에 4억 8800만개의 댓글이나 게시물을 올려 비판 여론을 희석하고 있다”면서 “이들 댓글 부대는 200여개 정부기관 공무원들로 별도의 보수는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中 공무원들, 반정부 시위 있을 때 ‘물타기 작전’ 하버드대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들 댓글 부대는 네티즌과 논쟁하거나 논쟁 소지가 있는 댓글을 올리지 않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작업에만 집중했다. 국가와 공산당 지도자를 찬양하거나 공산당 혁명 역사를 선전하는 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메시지는 주요 정책 행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에 대한 정부 정책 홍보,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폭동 등 주요 사건을 전후해 대량 게재됐다. 이런 물타기 작전은 중대한 사건, 정부의 정치 선전, 반정부 시위 등이 있을 때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검열 당국은 단순히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보다 단체 행동을 요구하는 일반 네티즌들의 글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비판보다 파급력이 큰 사회불안정을 부추기는 집단 행동을 촉구하는 글을 집중 삭제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연구를 주도한 킹 박사는 “정부 고용 인물들이 단 댓글들은 민심에 영향을 준다”며 “댓글 부대는 댓글만 달 뿐 이후 결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건당 88원’ 댓글 알바들 온라인 공간 쥐락펴락 이들과 함께 중국에서는 정부 당국을 위해 인터넷 여론을 조성하는 ‘댓글 알바’들이 온라인 공간을 쥐락펴락한다. 이들은 글을 올릴 때마다 돈 5마오(五毛·약 88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우마오당’(五毛黨)으로 불린다. 우마오당은 2006년 안후이(安徽)성 선전부가 600위안(약 10만 5630원)의 월급을 주고 고용한 인터넷 평가원들이 댓글을 달고 건당 5마오씩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한 여론 정화 작업이다. 공산당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거나 부정적 기사에 반박의 견해를 게재한다. 부정적인 기사를 실은 웹사이트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당 부처에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우마오당으로 활동 중인 한 대학생은 “우마오당 구성원들은 중국 정부 관련 기사가 뜨면 우선 온라인에 댓글을 달아 자신이 열심히 활동 중이라는 것을 알린 뒤 이를 캡처해 대학의 선전부에 전송한다”고 귀띔했다. ●1052만명 규모… 인터넷 사용자 64명 중 1명꼴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우마오당의 규모는 1052만명에 이른다. 중국 인터넷 사용자가 6억 5000만명(2014년 말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4명 중 1명꼴로 우마오당인 셈이다. 지역별로는 산둥(山東)성이 78만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쓰촨(四川)성(68만명), 허난(河南)성(67만명), 광둥(廣東)성(63만명) 순이었다. 이 중 대학생은 절반에 가까운 402만명이다. 대학생들이 많이 활동하는 까닭은 대학 졸업 후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공산당 입당을 위한 포석이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 몇 년이나 걸리는 공산당 입당 대신 우마오당 가입을 통해 또 하나의 화려한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마오당은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해 당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옹호하는 ‘좋은 누리꾼’이 되자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차오무(喬木) 베이징외국어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중국 인터넷 검열 당국의 물타기 작전을 밝혀 냈지만 자발적으로 온라인 논쟁에 가담해 여론을 형성하는 우마오당은 더 위협적”이라며 “우마오당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중국 온라인 생태계의 한 단면만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khkim@seoul.co.kr
  • 내년 병장 월급 20만원 돌파…병사 월급 10% 인상

    내년 병장 월급 20만원 돌파…병사 월급 10% 인상

    국방부가 장병들의 복지 및 근무여건 개선 등을 위해 내년 병사 월급을 올해보다 10% 늘리기로 했다. 국방부는 10일 병사 월급 인상안을 포함한 40조 8732조원 규모의 내년도 국방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올해 예산 38조 7995억원보다 5.3%(2조 737억원) 늘어난 규모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3월 30일 ‘2017~2012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올려 상병 월급을 2021년에는 22만 61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병사들의 월급을 계급별로 보면 이병 14만 8800원, 일병 16만 1000원, 상병 17만 8000원, 병장 19만 7000원이다. 국방예산이 원안대로 확정된다면 내년 병사들의 월급은 이병 16만 3000원, 일병 17만 6000원, 상병 19만 5000원, 병장 21만 6000원으로 오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상장 뒤 400%↑ 회사 다닐 맛 나네요…충성심에 샀다가 해운사 직원들 ‘눈물’

    상장 뒤 400%↑ 회사 다닐 맛 나네요…충성심에 샀다가 해운사 직원들 ‘눈물’

    “집에서 쫓겨날 뻔했는데 회사가 저를 살렸습니다.”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다가 2억원을 몽땅 날린 김규원(48·가명)씨는 평소 “우리사주 때문에 기사회생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근무하는 김씨는 우리사주를 약 5000주 갖고 있다. 2006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주당 5000원에 1900주를 사들였고, 2011년 상장했을 때 공모가인 1만 5500원에 추가로 매수했다. 현재 주가는 7만 1200원(8일 종가). 당장 팔면 3억 56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수익률이 400%를 넘는다. 하지만 그는 퇴사 전까지 우리사주는 절대 손대지 않을 생각이다. 앞으로 회사가 더 성장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김씨는 9일 “예전에 쓰라린 경험이 있어 다른 주식은 쳐다도 안 본다”면서 “아는 주식만 투자하자는 신념으로 우리 회사에만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도입한 우리사주는 ‘13월의 보너스’다. 하지만 동시에 ‘독이 든 축배’로도 불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사주 때문에 일할 맛이 난다는 직장인이 있는가 하면, 주가 폭락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직원들이 있다. 대체 우리사주가 뭐길래 직장인들을 울고 웃게 하는 것일까. 우리사주 제도는 근로자가 자기 회사 또는 지배 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직원들이 ‘주주’로서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직원과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1968년 상장법인이 유상증자에 나설 때 신규 발행 주식의 10%를 직원들에게 우선 배정하는 법이 통과되면서부터 우리사주 제도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유한양행, 삼양사 등 몇몇 기업에서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사주를 나눠줬다. 공로 직원에 대한 포상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사주의 장점은 해마다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배당소득세 또한 면제된다는 점이다. 최대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차익도 챙길 수 있다. 반면 우리사주를 매입할 때 자금 여력이 안 되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주가 하락 시 손실 부담까지 전부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도 크다. ‘보물단지’가 한순간에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경남 사천의 방위산업체 KAI는 우리사주 때문에 직원들이 대동단결한 회사로 유명하다. 2011년 상장 이후 주가가 4배 이상 뛰면서다. 상장 당시 직원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적게는 1600주, 많게는 3600주를 배정받았다. 중간에 매도를 안 했다면 부장급(3600주)의 경우 현재 평가 차익이 2억원을 넘는다. 사내 커플인 모 과장 부부는 지난해 주가가 10만원까지 올랐을 때 우리사주 3200주를 죄다 팔아 2억 7000만의 수익을 올렸다. 한 직원은 퇴사하는 동료 직원의 주식을 전부 사들여 3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성용 KAI 사장도 우리사주 ‘붐’을 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2013년 취임하자마자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9000주까지 모았다. 직원들도 “사장이 사면 우리도 믿고 살 수 있겠다”면서 덩달아 매수에 나섰다. 올 초에도 임직원 1181명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KAI 직원 A씨는 “결혼할 때 부모한테 손 안 벌리고 우리사주를 팔아 전셋집을 마련했다”면서 “우리사주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월급 가지고는 ‘내 집 장만’은 상상도 못했을 텐데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올라 집 살 때 보탰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방산업체 LIG넥스원도 ‘우리사주 효과’에 직원들이 고무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주당 7만 6000원에 샀던 주식이 어느새 10만원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청약 당시 300~400주를 배정받았던 직원들은 “그때 실권주를 더 인수했어야 하는데…”라며 후회할 정도다. 실제 연차 낮은 직원들 중에는 집안의 자금을 죄다 끌어모아 실권주를 대량 매수하기도 했다. 당시 1억원 넘게 우리사주를 매수한 직원 B씨는 “주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다르다”면서 “회사에 일정 지분이 있으니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몇몇 회사는 우리사주 독려 차원에서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직원이 우리사주를 매입하면 회사가 동일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일례로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은 매달 5만원씩 지원해준다. 직원이 우리사주 정기 매수를 신청하면 월급에서 자동으로 금액이 빠져나가고, 그 금액의 두 배만큼 주식으로 채워지는 식이다. KB손해보험 직원 C씨는 “연간 60만원이 ‘공돈’으로 들어오는 셈”이라면서 “남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비자금(?)’ 명목으로 요긴하게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직장 내에서도 우리사주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가 대표적이다. 2014년 상장 전 삼성SDS는 장외 시장에서 ‘대장주’로 꽤 이름을 날린 회사였다. 장외 직거래 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주식을 매입한 직원들도 많았다. 상장할 때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공모가가 19만원을 찍었다. 당시 직원들은 근속연수와 균등분할 원칙에 따라 50대50의 비율로 우리사주를 배정받았다. 근속연수 기준으로 하면 연차 낮은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균등분할 원칙을 도입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 15년차의 경우 110주 배정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사업부 분할 이슈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8일 종가는 15만 2500원으로 공모가 대비 19.7% 하락했다. 공모 당시 실권주까지 매수한 직원들은 피해가 더 컸다. 그런데 2001년 이전 입사자는 상황이 좀 다르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증자 과정에서 우리사주를 넘겨받은 선참 직원들은 아직까지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떼부자’가 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유니텔 사업이 분리되기 전 액면가는 주당 5000원이었다가 2000년에 500원으로 분할됐다. 벤처 붐이 거세게 일 때라 2000~3000주를 보유한 직원도 상당수였다. 삼성SDS의 한 직원은 “2001년 입사자까지 운 좋게 수혜를 입었다”면서 “중간에 집 사고 차 산다고 주식을 내다 판 선배도 있지만 장외 거래가 불편하다고 안 판 분들은 소위 ‘대박’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해 ‘냉가슴’을 앓고 있는 직장인도 많다.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미래에셋생명은 상장 이후 한 번도 공모가(7500원) 벽을 넘지 못해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 주가는 4500원(8일 종가)으로 공모가 대비 40%가 하락했다. 다음달 8일까지는 의무보호예수 기간이라 팔 수도 없다. 미래에셋생명 직원은 “우리사주를 신청했을 때만 해도 많이 배정받은 직원을 부러워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많이 받을수록 손실이 더 컸다”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팔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충성심을 보인다는 명목으로 참여했다가 ‘폭·망(폭싹 망한)’한 경우다. 2013년 3만 8000원까지 올랐던 대우조선 주가는 4000원대로 떨어졌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한진해운의 전직 임원은 “주식을 팔고 싶어도 공시 부담 때문에 재직 중에는 눈치가 보여 못 판다”면서 “우리사주가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관가 블로그] ‘건보 개편’ 발표 시기 속앓이하는 복지부

    [관가 블로그] ‘건보 개편’ 발표 시기 속앓이하는 복지부

    정부안 먼저 낼지 고심 거듭… ‘고소득자 부담 증대’ 후폭풍 우려 정부가 1년 넘게 미뤄 온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편 작업을 매듭짓는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과 체계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더는 미룰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길에 동행하는 내내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편 문제를 고민했다”며 “우리가 먼저 개편안을 낼지, 국회가 개편안을 내면 협의해 나갈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2013년 출범과 함께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을 국정 과제로 정했다. 같은 해 7월 각계 전문가 16명으로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려 이듬해인 2014년 9월 ‘소득 중심의 부과 체계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기획단의 개편안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해 1월 연말정산 파동이 발생하자 부과 체계 개편 추진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반발 여론이 들끓자 백지화 선언 엿새 만에 재추진을 선언하고 새누리당과의 당정 협의를 통해 개편 작업을 추진했지만 해를 넘겨 6월이 되도록 무소식이다. 기획단이 마련한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안에는 부자에게 관대하고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지우는 기형적인 형태의 현행 건보료 부과 체계를 뒤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송파 세 모녀’와 같은 취약계층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줄여 주는 대신 고소득자에게 보험료를 더 매기고 피부양자로 무임 승차하고 있는 이들에게 건보료 부담 의무를 지우는 게 핵심이다. 개편 모형을 적용하면 저소득층 지역가입자와 월급만 갖고 살아가는 일반 직장인은 오히려 건보료가 내려가거나 그대로이지만 보수 외 종합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와 직장인은 지금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에게 건보료를 매기는 개편안을 발표하면 정부는 일부 여론의 거센 반발을 감당해야 한다. 연말정산 파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더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을 맞아선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야당이 먼저 개편안을 내놓을 때까지 기다리면 국회가 의제를 선점하게 된다. 정부가 국회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나도 이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내년 대선 전에 ‘더민주 안’으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을 의원입법할 계획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은성PSD에 200억 특혜 준 서울메트로

    최근 5년 수백억 손실 자초… 특혜 확인 땐 배임혐의 적용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와 97개 지하철역의 유지·보수 용역 계약을 하면서 5년간 최대 200억원의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서울메트로, 은성PSD, 유진메트로컴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광진경찰서·강남경찰서는 경찰관 163명을 동원해 9일 오전 10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를 비롯해 스크린도어를 유지 관리하는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컴, 지난해와 올해 용역업체 직원이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중 사망한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구의역이 포함됐다. 경찰은 특히 서울메트로가 은성PSD 및 유진메트로컴과 특혜성 계약을 맺으면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자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와 2011년부터 계약을 맺은 이후 최소 10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을 과다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유진메트로컴의 경우 스크린도어를 설치·수리하고 스크린도어 광고 운영 수입으로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특혜규모를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역시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결과 실제 서울메트로의 특혜가 확인될 경우 배임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지능범죄수사대는 압수수색을 통해 서울메트로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기록 및 일지, 각종 계약서,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계약의 위법 여부, 용역비 집행의 투명성 등 위탁 업무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광진서와 강남서는 이와 별도로 강남역·구의역의 사망 사고 책임을 규명하고 안전관리 및 감독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은성PSD는 부산에서도 서울메트로 퇴직자 등에게 과다한 임금을 지급하는 등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날 은성PSD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은성PSD는 부산 직원들에게 월급을 30만원 올려주겠다고 보고한 후 실제 10만원만 상향 지급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차액이 지난해 부산지사로 출장을 왔던 서울메트로 퇴직자 출신인 서울 은성PSD 직원 2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직원 2명은 지난해 10월에 단 열흘씩 출근하고도 각각 352만원, 318만원씩 받았고 11월에는 단 6일 출근해 각각 240만원, 212만원씩 챙겼다. 반면 은성PSD 부산 직원의 평균 월급은 170만~210만원이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관련기사 11면
  •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 국민의당 김수민 검찰 고발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 국민의당 김수민 검찰 고발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수민(29·여) 의원이 4·13 총선 당시 선거 홍보물 제작업체 등에 일감을 주고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포착돼 검찰에 고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김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8일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특정 선거 홍보물 제작 업체 등에 약 20억원의 일감을 몰아주고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이 리베이트로 받은 금전 일부가 국민의당 소속 일부 당직자 계인계좌로 흘러들어 간 정황도 선관위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김 의원을 고발하면서 선거비용 회계 보고를 허위로 한 혐의로 당시 회계 책임자였던 박선숙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당시 사무총장)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다.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검찰의 조사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와 함께 4선인 새누리당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의원에 대해서도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월급 2억여원을 빼돌려 쓴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박승 前 한은 총재 ‘인생경제학’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박승 前 한은 총재 ‘인생경제학’

    나이를 무색하게 했던 10년 전의 ‘혈기방장’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팔순에 접어든 그가 어떤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지 그려보며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빌라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유, 많이 덥지? 어서 와, 어서 와.” 문을 여는 그의 말투와 표정. 10년 전의 그가 다시 보였다. 한국은행 총재 시절(2002~2006년) 어떤 전임자들보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박승(80) 전 총재는 여전히 세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이봐 학생, 기껏 어려운 시험 봐서 합격해 놓고 왜 포기하려는 거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54년 2월 어느 날, 해군 제복을 입은 군인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입교 절차를 밟지 않자 ‘등록을 서두르라’는 독촉장이 날아오더니 이마저도 반응이 없자 저 멀리 경남 진해에서 전북 김제의 깡촌까지 직접 사람이 달려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어요.” 이리공고 수석 졸업 예정자를 반드시 데려와 입교시키라는 해사 교장의 ‘특명’을 받은 그 군인은 나의 고집에 아주 난처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가 끝내 임무 완수를 못 하고 돌아간 그날은 나의 힘겨운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1936년, 호남 벽촌 마을에서 어느 집이라고 여유가 있었겠냐마는 우리 집은 특히 더 어려웠다. 아버지는 원래 한의사였는데 그건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고, 나를 보셨던 44세 때의 아버지는 가족의 기초 생계도 감당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장일 뿐이었다. 치료하던 환자가 급사한 뒤 의술의 길을 포기했던 아버지는 그 후 평생을 한글 초서체 연구에 바치셨다. -194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7㎞ 떨어진 이리공업중·고에 진학했는데, 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 어떤 때는 모심고 김매느라고, 어떤 때는 산에서 땔감을 구해야 해서 학교에 못 갔다. 어머니 혼자 새벽엔 보리방아 찧고 낮에는 논일하고 저녁엔 길쌈해서 생계를 꾸리시다 보니 중·고교 6년 동안 수업료 때문에 가슴 졸이지 않은 때가 없었다. 당시에는 교문 앞에서 선생님이 불시에 수업료 납부 영수증 검사를 해서 영수증이 없으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잦았는데, 그런 일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돈을 못 내서 공부를 못 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그렇게 터덜터덜 집에 와 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한글 서체와 씨름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깨, 콩, 닭, 토끼를 이고 지고 5㎞ 떨어진 읍내에 가서 고생을 하시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중3 때 6·25전쟁이 났다. 전쟁이 터지고 얼마 후 인민군이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 인민군들은 학생단체를 만들어 고등학생들을 강제로 가입시켰다. 김일성 찬양 노래를 부르게 하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다. 학생들 중 6명은 나와 같이 아침마다 기차로 통학하던 고2, 고3 형들이었다. 얼마 후 유엔군이 들어와 인민군이 퇴각했는데, 그 형들은 천생 ‘빨갱이 부역자’로 몰려 처형당할 판이었다. 결국 다들 산으로 도망쳤는데, 나중에 빨치산이 돼서 경찰서를 습격했다가 결국엔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몇 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이렇게 개죽음을 했겠구나.’ 좌우 이념 대결의 허망하고 참혹한 결과를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이 집 아들 빨리 결혼해서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어야 되겠네.” 동네 아낙이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만 고3 졸업반인 내가 피해 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나 아니면 예순 넘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 2남 4녀 중 형은 일찍 돌아가셨고 누나 3명은 출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농사꾼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게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군 사관학교였고 나는 그 중에서도 해사에 시험을 쳤다. -해사 입교를 포기하고 농사에 전념했던 그해, 가을 수확을 하니 먹고살 것 빼고 딱 쌀 다섯 가마가 남았다. ‘이 정도면 일단 대학에 등록할 수준의 돈은 되겠다.’ 이듬해 초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시험을 봤다. 어머니가 싸 주신 찐 고구마 5개를 손에 들고 난생처음 서울행 기차를 탔다.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서울역과 남대문 주변의 살풍경은 60년이 지난 현재도 머리에 또렷하다. 곰탕집 간판을 보고는 ‘곰고기를 파는 곳’, 복덕방 간판을 보고는 ‘떡 파는 곳’으로 오해했던 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다. -55학번으로 서울대 합격을 했는데, 입학 때의 감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그래서 고등교육받는 게 가당치도 않은 시골 출신의 고학생일 뿐이었다. 서울에서 가정교사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러자니 고향집의 농사가 문제였다. 수시로 서울과 김제를 농사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이어졌고, 중·고교 6년 동안 그랬듯 학비와의 전쟁이 대학 졸업 때까지 이어졌다. -대학 졸업이 다가올수록 입학 때 가졌던 경제학 교수에 대한 바람은 더 절실해져 갔다. 그러려면 대학원에 진학해야 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나의 선택은 돈을 벌면서도 배움을 이어 갈 수 있는 한국은행 조사부 근무였다. -1961년 한국은행 배지를 달았다. 만 25세였다. 양복 한 벌을 18개월 할부로 사 입으니 세상이 마치 내 것 같았다. 얼마 후 5·16 정변이 났다. 정권을 잡은 군부는 동국대 옆에 중앙공무원교육원을 만들고 여기에서 사무관 이상 공무원과 교사, 교수, 기업인들에게 소정의 교육을 받도록 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입행 첫해의 내가 여기에 강사로 위촉됐다. 매주 3~5시간씩 강의를 했는데, 모교의 교장 선생님과 대학 총장, 학장도 나의 강의를 듣는 상황이 됐다. 대학 은사 박희범 교수님께서 나를 추천했기 때문이란 건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가 지난 후에야 알았다. 경제기획론과 경제발전론을 가르치셨던 박 교수님은 비교적 진보적인 색채의 학자이셨는데, 혁명정부에서 새로운 경제의 틀을 짜는 역할을 맡으셨다. 교수님은 나중에 교육부 차관과 충남대 총장을 지내셨다. -운명을 바꾼 미국 유학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찾아왔다. 1968년 나는 남산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몇 날 며칠을 심하게 취조당했다. 일인즉슨 이랬다. 당시 우리나라는 무역적자가 대단히 심했는데 한국은행은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폈다. 그러나 정부는 환율이 오르면 물가도 같이 뛴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서봉균 재무장관을 초청해 환율 인상 정책을 펴도록 설득시키기 위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원고 작성과 발표를 대리급 조사역에 불과했던 내가 담당했다. 그런데 다음날 조간신문 1면 톱에 당장이라도 정부가 환율을 대폭 올리는 듯한 기사가 났다. 국민과 기업들 사이에 혼란이 왔다. 얼마 후 중앙정보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행원부터 부총재보까지 담당자들을 모조리 연행해 갔다. 중앙정보부 분실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누가 멋대로 신문사에 원고를 넘겨줬느냐”는 추궁이 이어졌는데, 작성자인 내가 우선적으로 용의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후배 행원이 신문기자 친구에게 발설한 사실이 드러나 나의 혐의점은 벗겨졌지만, 어쨌든 나는 후배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으로 감봉 징계를 받았다. 이게 한국은행 간부들에게 마음의 빚을 안겼다. “자네 혼자 책임을 지게 해서 미안해. 다음에 확실히 보상해 줄게.” -보상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71년 한국은행 최초로 국외에 유학생 2명을 파견하게 됐다. 전체 행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봤는데 나는 통계학에서 과락이 나와 탈락했다. 그런데 재시험 공고가 떴다. “어떻게든 박승 대리는 합격시키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1972년 1월 미국 뉴욕주립대(올버니캠퍼스)로 유학을 떠났고 2년여가 흐른 1974년 4월 석사와 박사 학위를 동시에 받아 왔다. 유학을 마친 뒤 은행에 복귀하고 나서 얼마 지나 두 군데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나중에 한국은행 총재를 하게 되는 이경식 당시 경제수석이 청와대에 들어와 함께 일을 하자고 했다. 이 수석은 한국은행 재직 때 나의 직속상관이었다. 또 하나는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김재익 경제기획국장을 통해 타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자문단’의 단장 역할이었다. 당시 사우디는 ‘1차 오일쇼크’로 막대한 달러를 벌게 됐지만 경제 개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 국왕은 경제 개발을 도와줄 자문단 파견을 한국에 요청했다. 나의 선택은 사우디였다. -사우디에서 1년 만에 돌아와 1976년 9월 한국은행에 사표를 내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갔다. 교수 부임 직후에 쓴 ‘경제발전론’은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 교재로 쓰고 있다. 교수가 되고 이듬해인 1977년부터 3년 동안은 서울신문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경제 관련 사설을 썼다. 한 편 작성에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이게 소문이 나면서 다른 언론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다. 나와 함께 김학준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 관련 사설을 서울신문에 썼다. 교수로서 경력을 쌓아가며 학교 안에서는 정경대학장과 대학원장을, 학교 밖에서는 국제경제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냈는데 1988년 뜻하지 않은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박 교수, 나랑 같이 한번 일해 봅시다.” 노태우 대통령이 그해 2월 취임을 앞두고 경제수석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만 52세였다. 노 대통령과는 이전에 일면식도 없었지만 다양한 언론 기고와 강연 활동 등으로 몇몇 경제단체에서 나를 천거했던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내가 맡았던 첫 번째 과제는 ‘200만호 주택 건설’ 공약의 실현이었다. 말이 200만호이지 엄청난 물량이었는데 막상 아파트를 지으려고 보니 서울 시내에는 땅이 없었고, 서울시 외곽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린벨트 밖으로 나가자.” 지도를 펴놓고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측량원표를 중심으로 반경 25㎞를 컴퍼스로 동그랗게 돌려 봤다. 25㎞ 이내로 한 것은 ‘지하철 1시간 이내’의 원칙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온 지역이 경기 분당, 산본, 평촌, 인천 중동 등 4곳이었다. 4대 신도시 추진이 확정되자 1988년 12월 노 대통령이 다시 나를 불렀다. “박 수석, 이제는 건설부 장관으로 고생 좀 해야겠습니다. 계획을 세웠으니 실행까지 맡아 주셔야지요.” -건설부 장관이 되고 나서 이듬해 서울 북쪽의 일산이 추가돼 5대 신도시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해 여름이 되면서 나는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심각한 마찰에 부딪치게 됐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평균 130만원대였는데 건축비는 170만원, 시장 가격은 25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분양 당첨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이 남는 구조였고, 건설회사는 낮은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날림 공사를 했다. 나는 대통령에게 분양가를 올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경제수석실의 반대가 심했다. 분양가를 올리면 집값이 더 뛴다고 했다. 대통령을 만나 건의했지만 “그 얘기는 이미 경제수석한테 들었다”고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구나.” 사표를 냈다. 다음날 사실상 경질 통보를 받았다. 그게 1989년 7월이었고 이듬해 3월 신학기부터 다시 강단으로 돌아갔다. -2001년 3월 정년퇴임을 하고 이듬해 초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숱한 공직을 거쳤지만 2006년 3월 퇴임할 때까지의 한국은행 총재 4년간이 내 생애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성취를 이룬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한국은행을 가장 사랑한 총재,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인 총재, 경제와 민생을 위해 고뇌한 총재’의 3가지 이미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5남매를 결혼시키면서 4명을 청첩장 없이 보냈다. 첫째와 둘째 아이의 결혼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치렀더니 친구들이 “축의금 낼 기회를 좀 달라”고 해서 셋째 때는 200장을 찍었다. 그런데 역시 나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다시 넷째, 다섯째의 결혼은 순수 가족 행사로 치렀다. -내가 모은 재산은 언젠가는 전부 사회에 내놓고 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절부터 월급의 20%를 가난한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을 위해 써 왔다. 모교인 백석초등학교에 도서관도 만들었다. 오래전에 장기 기증 서약도 마친 상태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된 데는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이익을 중시하는 자세가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박승 前 총재 중앙은행(한국은행)과 정부(청와대·건설부·공공기관)에서, 또 대학 강단(중앙대 경제학과)에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굽이굽이마다 굵직한 족적을 남겨 온 경제계의 원로다. 한국은행 총재 때 소신 있고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36년 전북 김제 출생 ▲김제 백석초, 이리공업중·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올버니) 경제학 석사·박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신문 논설위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주택공사·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 공적자금관리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 [문경근의 남북통신]쿠웨이트 파견 北근로자들 ‘이판사판’ 집단 파업 왜

    [문경근의 남북통신]쿠웨이트 파견 北근로자들 ‘이판사판’ 집단 파업 왜

     ‘이판사판’에 대해 널리 쓰이는 뜻은 막다른 골목에 다달아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을 말하거나 그런 각오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실 본 뜻은 스님들의 두 부류인 이판과 사판으로 ‘이판’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도를 닦는 부류’를 말하고, ‘사판’은 ‘절의 재물과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부류’를 지칭합니다. 세간은 이들의 갈등을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으로 묘사할 정도로 살벌합니다.  8일 북한이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파견 노동자 수십 명이 집단 파업 등 물의를 빚자 이들을 강제 소환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은 월급 대신에 고국으로 돌아가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돈표를 주겠다는 현지 북한 당국자들의 제안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집단 파업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순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그동안 북한이 파견하는 해외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관리직과 노동직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종종 회자되곤 했습니다. 탈북민들 중 러시아, 중국, 쿠웨이트, 레바논 등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탈출한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서로 간의 원한에 따른 폭행도 종종 있었답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쿠웨이트는 한 낮의 평균기온이 섭씨 40~50도를 넘나드는 불구덩이 들입니다. 통칭 사우나로 묘사되곤 하는 데 간접 경험을 빌어 말하면, ‘폭염으로 숨을 쉴수조차 없다’고 합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북한에서 파견된 일반 노동직 근로자는 통금 시간(정오 12~오후 2시)까지도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혹사당하다 보면 탈진해 쓰러지기는 게 다반사라고 합니다. 공사가 끝나고 북한으로 귀국한 일부는 원인모를 병을 앓다 대개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기도 합니다. 제 친구 아버지는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건설노동자로 5년 간 일하고 귀국한 뒤 2년도 채 못살았습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5년간 폭염속에서 진을 다 빨린 아버지가 일찍 죽었다고 늘 한탄했죠. 자기 자식들보고 굶어 죽어도 해외로 나가지 말 것을 당부했고 특히 아랍지역은 가지말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근로자들이 수명을 단축시키는 아랍지역에라도 가려는 것은 물론 돈을 더 벌기 위해서죠. 벌어들인 돈은 북한 당국과 일반 근로자가 7:3으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탈북민들 말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일단 돈을 받으면 북한 내 금융기관에 저축을 하라고 지시한 후 근로계약이 종료돼 북한으로 귀국하면 내규에 따라 번 돈을 일부를 돌려준다고 말은 하지만 지켜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대개 그럴 것 같아 보입니다.이 과정에서 ‘개미’들인 노동직들은 혹사당하는 반면 ‘베짱이’들인 관리직들은 에어컨이 빵빵한 방에서 놀고 지냅니다. 관리직들은 보위부 요원과 같은 감시직, 직접 직원들을 관리하는 행정직, 식당을 운영하는 후생직, 자금을 관리하는 재경직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감시직인 보위원들을 빼고는 이들 대부분은 북한 대외건설총국에서 파견나오죠. 그러다 보니 평양 뿐만아니라 각 지역에서 선발돼 파견온 근로자들과 관리직은 화학적으로 결합하기가 어렵습니다. 놀고 있는 것도 열 받는데 돈 까지 착취당하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은 북한이 지난 5월 개최한 제7차 당대회 운영자금을 위해 주민들의 충성자금을 각출하고, 강제모금을 하던 시기라 해외 근로자들에게도 예외 없는 헌금 강요가 이뤄졌겠죠. 아마도 북한 관료들은 이런 사실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겁니다. 그러자 노동자들이 이판사판 나섰겠죠.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사건들이 빈번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례없이 강경한 가운데 해외에 진출한 북한 식당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이제 남은 ‘돈줄’은 해외근로자들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이들이 당국에 의해 착취당해도 누가 나서 해결해 줄 수 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소식은 지난 7일 폴란드 외무부가 유엔 가입국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입국 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올해 5억 달러(5800억원) 송금을 목표로 해외에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40~50개 국가에 5~6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연 2억~3억 달러(2290억~3430억원)를 북한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알토란’ 같은 돈이죠. 이 돈이 북한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다면 북한 정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햄릿’에서 나오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죠.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무장병원 설립 요양급여 83억 부정 수급

    울산지방경찰청은 속칭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십억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전모(71)씨를 의료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불법으로 만들어 의사와 간호사 등 20명을 고용한 후 2007년 5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 294차례에 걸쳐 요양급여 83억원을 부정 수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의료생협 설립 조건인 조합원 300명 이상 서명 서류를 허위로 꾸며 설립 인가를 받았고 자신의 아내와 아들, 며느리 등을 이사나 직원으로 등재해 수백만원을 월급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빼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전씨가 제출한 서류에는 있지도 않은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거나 당사자 동의 없이 조합원 명단에 올려진 이름이 많았다”며 “전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추징에 대비해 요양병원을 매각하려 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씨줄날줄] 최저임금제 논쟁/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최저임금제 논쟁/박홍기 논설위원

    최저임금제는 해마다 뜨거운 감자다.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의 힘겨루기 한판 같다. 특히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만만찮다. 경기 침체 속에 삶이 한층 팍팍해진 탓이 가장 큰 요인이다. 버거운 현실이 한몫한 것이다. 게다가 정치권이 4·13 총선 때 공약으로 일찌감치 불을 붙였다. 새누리당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시간당 최고 9000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20년까지 1만원, 정의당은 2019년까지 1만원 인상안을 내걸었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제도다. 법정 최저임금이다. 노사 간의 임금 결정에 대한 국가 개입이다. 헌법 제32조 1항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6년 12월 최저임금법을 제정·공포한 뒤 1988년 1월부터 실시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곳은 뉴질랜드다. 1894년 산업조정중재법을 통해서다. 당시 직물산업이 발달하면서 값싼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노동 착취가 심해지자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2년 뒤에는 호주가 시행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린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이다. 영국은 1349년 임금 상한선을 정했지만 1909년에서야 현대적 의미의 최저임금제에 들어갔다. 미국은 1911년 매사추세츠주가 처음 실시했다. 미국은 연방 최저임금제와 주(州)가 여건에 따라 정한 최저임금제로 나뉘어 있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빈곤을 줄이는 데다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준다는 논리와 고용 감소 때문에 빈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부딪히고 있다. 노사 간의 판이한 시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월급으로는 209시간 기준 126만 270만원이다.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성하다. 까닭에 사용자 측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동결 방침을 내세운 반면 노동계는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1만원과 동결이 맞붙은 격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최고임금이다. 복지 비용이 아니라 삶을 위해 ‘노력’하는 개개인에 대한 사회적·법적 보호장치다. 영국은 지난 4월 최저임금제를 생활임금제로 바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오는 28일쯤 확정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참고해 볼 만하다.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은 삶과 노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사설] 포퓰리즘 복지 마다한 스위스 국민과 정치권

    스위스 국민은 그끄저께 국민투표에서 성인 누구에게나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씩 기본 생활비를 보장토록 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유권자의 77%가 반대표를 던지면서다. 스위스 국민들이 ‘묻지마 공짜 현금 복지’가 오래가긴커녕 기왕의 복지 시스템까지 망가뜨릴 위험성을 자각한 결과다. 노조를 포함한 스위스인들의 높은 의식 수준도 평가할 만하지만, 스위스 정치권이 국민투표 과정에서 인기에 영합해 포퓰리즘 복지를 부추기지 않았다니 놀랍다. 왜 스위스가 진정한 선진국인지를 실감하게 하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덮어 놓고 ‘전면 무상 시리즈 공약’을 내놓는 우리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스위스기본소득(BIS)이라는 민간단체가 국민투표를 요구한 현금복지 법안의 취지는 나름의 설득력이 없지 않다. 각자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해 생계를 위한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만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더군다나 사무 자동화와 인공지능(AI)이 초래할 ‘고용 없는 성장’ 시대를 맞아 현금을 미리 풀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제안도 솔깃한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도, 국민들도 이를 부작용이 많은 ‘당의정(糖衣錠) 법안’으로 보고 현혹되지 않았다. 미성년자에게 지급할 월 78만원씩을 포함해 이를 실행하는 데 연간 2080억프랑(약 250조원)의 엄청난 재원이 소요될 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금을 대폭 올리고 기존의 복지를 줄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스위스 정부가 처음부터 반대한 건 그렇다 치자. 스위스노동조합연맹(SBG)조차 “그럴 돈이 있으면 사회보장 시스템 강화에 사용하는 것이 낫다”며 정부 입장에 동조했다고 하지 않나. 분별력 있는 스위스인들이 달콤해 보이는 몰약을 덥석 삼켰다가 더 큰 속병을 앓게 된다는 걸 인식한 셈이다. 사실 아무 일을 안 해도 기본 생계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지상낙원도 멀지 않을 게다. 하지만 철학자 칼 포퍼는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든다”고 했다. 국가가 뭐든지 다 해 준다는 약속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전체주의적 사술에 불과함을 지적한 것이다. 국가에 의한 100% 무상 복지로 일할 수 있는 계층마저 근로 의욕을 잃고 재정까지 고갈된다면 그 결과가 뭐겠나. 성장은 멈추고 그나마 있는 복지 전달 체계마저 마비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1년 일하면 13개월치 월급을 주는 식의 선심 정책에 환호하던 아르헨티나인들이 경제가 무너지면서 익숙했던 복지와도 끝내 결별해야 하지 않았나. 바야흐로 지구촌은 문명사적 전환기다. 청년 실업은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에 사회적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까닭에 스위스에서 물꼬가 트인 기본 소득 지급이라는 전면적 복지 논의가 세계적으로 번질 조짐도 있다. 다만 복지가 미래세대에 재앙이 안 되려면 그 시혜를 청년 실업자나 생계가 어려운 노령층 등 사회적 약자부터 시작해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번에 스위스인들도 복지를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장들이 유념했으면 한다.
  • 1930년 경성·2016년 서울 ‘주거난 평행이론’

    “요즈음 물가는 천정이 업시 앙등 또 앙등하야서 봉급생활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생활고의 구렁으로 모라넛는 이때에 작금의 경성은 사글세집이 다 나가고 업서서 전세가 엇지나 빗싸젓는지 주택난과 아울너서 이중 고통을 밧고 잇는 현상이여서 이대로 방님아얏다가는 중대한 사회문제를 야긔할 염녀가 잇다 하야…집주인들은 물가가 앙등한다는 것을 핑계삼어서 인위적으로 집세를 올려가지고 하급 쌀라리맨을 궁핍한 구렁으로 노라너헛슬뿐만 아니라….”(매일신보 1937년 5월 20일자 기사) 80여년 전인 1930년대 일제 치하 경성 시대에서도 지금의 서울처럼 극심한 주거난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임대 방식도 전세에서 월세로 대거 전환돼 지금과 꼭 닮은꼴이었다. 7일 이승일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의 논문 ‘1930∼1940년대 경성 거주 급여 생활자의 주거 생활’에 따르면 1939년 경성부(京城府)에는 77만 4286명, 15만 4223가구가 살았지만 가옥 수는 8만 5464동에 불과했다. 본인 소유 가옥이 없는 부민들은 집세를 지불하고 거주(借家·차가)하거나 방 한두 칸을 빌려 셋방살이(間借·간차)를 했다. 당시 신문기사 등을 종합하면 경성 인구 70여만명의 60%인 42만명이 자기 집 없이 차가 등으로 생활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민의 자가주택 보유비율 41.2%와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경성 시대에는 주택임대 방식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시기였다. 당시 전세는 가옥 소유자가 돈을 빌리면 채권자는 이자를 받지 않고 가옥에 거주하는 형태로 ‘전세가율’은 50∼70% 정도였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게 된 데는 매일신보가 지적하듯 물가상승의 영향이 컸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임차 기간이 긴 전세가 불리했다. 일본인들이 서울의 가옥을 대거 사들이면서 일본의 월세 관행이 유입된 탓도 있었다. 중산층인 당시 공무원들도 월급의 4분의1를 주거비로 지출하며 팍팍한 생활을 했다. 조선후생협회가 1940년 3월 조선총독부·경기도청·경성부청 직원 1953명의 주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선인은 월평균 61.59엔을 벌어 14.12엔(22.9%)을 차가 등 주거비로 지출했다.반면 일본인 직원의 수입은 127.78엔으로 조선인의 2배에 달했다. 주거비로는 평균 23.84엔을 썼는데 그만큼 넓은 집에 살았기 때문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카드공제 연장’ 불붙이는 정치권

    정부 “8월 세법 개정안에 담을 것”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연말에 끝나는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연장하자는 법안이 이어지고 있다. 근로소득자 1인당 20만원의 세금 혜택을 봐 온 이 제도의 수혜자가 주로 서민·중산층 ‘월급쟁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도의 존폐·보완 여부를 오는 8월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조정식·이찬열 의원이 각각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기한을 각각 5년, 3년씩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조 의원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기한을 2021년 12월 31일까지, 이 의원은 2019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조특법 등 예산 부수법안은 임시국회가 아닌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되기 때문에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대로 일몰 기한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심층평가 결과를 반영한 정부안과 의원 제출 법안을 놓고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1999년 현금 대신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해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초 2002년까지 한시법이었지만 여섯 차례나 일몰 기한이 연장됐다. 이 제도의 연장 찬성론자는 제도가 폐지되면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세원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로 감면된 금액은 약 1조 8163억원, 근로소득자 1600여만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소득공제 혜택을 없앨 만큼 세원 투명성이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월급쟁이들이 지갑을 닫아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연장 반대론자는 카드 사용이 이미 일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제도가 폐지돼도 세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며, 애초에 카드를 만들 수 없는 저소득층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보육이 미래다] 아동 99.6% 유치원 입학 종교시설 빼고는 국공립 보육 교사들도 준공무원

    [보육이 미래다] 아동 99.6% 유치원 입학 종교시설 빼고는 국공립 보육 교사들도 준공무원

    “공보육은 정치적 의지와 결단, 국가 서비스 정신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국가의 미래인 아이들을 키우는 건 개인의 일이 아니라 사회의 몫입니다.” (나우엘 우메르 파리시 의원) 공보육률 66%를 자랑하는 ‘보육 선진국’ 프랑스. 그러나 프랑스가 이 같은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은 불과 10여년 전이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고민하던 프랑스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와 재정적 지원을 해결의 카드로 꺼냈다. 결국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합계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며 보육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입구 들어서니 디지털 화면에 ‘도착’ 지난달 26일 찾은 프랑스 이씨레물리노시의 ‘황새 어린이집’. 원장의 안내로 보안카드를 찍고 들어가자 벽면에 부착된 디지털 화면에 원생들의 등·하원 기록이 입력돼 전송되고 있었다. 원생들의 등·하원 기록은 부모들에게뿐 아니라 ‘가족수당금고’(CAF)와 시청으로 동시에 전달된다. 가족수당금고는 가족 유지를 위한 각종 수당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이다. 양 기관에선 아이가 잘 다니고 있는지 이중으로 확인하고, 출결 수에 따른 보육료를 계산해 부모에게 청구한다. ●등·하원, 부모·시청 등에 동시 전달 프랑스의 영유아 보육 체계는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크레슈’와 유치원으로 이분돼 있다. 어린이집은 완전한 무상보육이 아니다. 전체 원비 중 45%를 시가, 20%는 가정수당금고가, 7~8%는 도의회가 지원한다. 부모들은 평균 30% 정도 보육료를 부담한다. 그러나 맞벌이 여부와 소득, 출결 일수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차등 청구되고 있고, 보육 서비스의 질도 높아 대부분 부모가 만족하고 있다. 프랑스 영유아 보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위생’과 ‘돌봄 그 자체’다. 아이를 가르치기보단 질병 등으로부터 보호하며 순수하게 돌보는 데 주력한다. 실비 살몽 황새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마다 연령대에 따라 아기반, 중간반, 큰아이반의 3반으로 나뉘는데 각 특성에 맞는 놀이와 소통을 중시한다”면서 “수면실을 빼고는 트인 공간에서 여러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지내기 때문에 폐쇄회로(CC) TV가 없어도 학대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활동비 제외 정부 지원 100% 유치원 과정은 특별활동비를 빼고 전액 정부 지원이다. 오로르 알비네 이씨시 교육부 과장은 “프랑스 전체 아동 인구의 99.6%가 유치원에 들어간다”면서 “사실상의 학교로서 종교시설을 제외하곤 모두 국공립”이라고 밝혔다. 모든 교구와 기물은 지자체에서 지원되며 보육 교사들도 정부의 월급과 관리·감독을 받는 준공무원이다. ●“부족한 교사 수·어린이집은 과제” 그러나 프랑스 보육에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남아 있다. 14개월 된 딸을 둔 줄리앙 펜트니어(33)는 “어린이집은 아직 유치원처럼 모든 아이들이 들어갈 자리가 부족하고, 유치원은 또 너무 까다로운 보육교사 선발로 교사 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영유아·아동보호 전문가인 나우엘 우메르 파리시 의원은 “프랑스도 아직 완전한 공보육 정착까진 갈 길이 멀다”면서 “모든 아이들이 엄마의 뱃속을 나와 국가의 보살핌을 받도록 하는 게 프랑스 보육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파리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사설] 서울메트로, 억지 문책으론 사고 재발 막을 수 없다

    “매를 번다”는 속담이 있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 사고를 수습하는 서울메트로의 행태를 보면 절로 나오는 말이다. 구의역의 안전문을 혼자 수리하다 19세 용역업체 정비원이 사망한 사고는 서울메트로의 책임이 거의 전부다. 안전관리의 기본조차 무시한 처사에 울화가 치미는데 자사 퇴직자들의 자리를 챙기려고 하청업체와 갑질 거래를 해 왔다니 분노가 솟는다. 이쯤 되면 누구 하나라도 즉각 책임을 졌어야 했다. 그런데도 겨우 어제서야 임원 2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관계자 5명을 직위 해제했다. 어이없는 사고가 난 지 무려 9일째다. 지탄이 쏟아질 대로 쏟아지자 등 떼밀린 자구책이라는 느낌이 역력하다. 구의역 사고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서울메트로는 그제 간부급 임직원 180명의 사표를 받았다. 그것도 사고 책임자를 문책하려는 조치가 아닌 면피용이어서 되레 역풍을 맞았다. 앞으로 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제출된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황당한 입장을 내놨다. “집단 사표 코스프레”라는 뭇매를 맞고서야 서울메트로가 수습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경영진 사표 수리인 셈이다. 최근 몇 년간 같은 사고가 반복됐는데도 서울메트로는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8월 강남역 안전문 수리 도중 정비원이 사망하고서는 2인 1조 근무 수칙을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장담하더니 말뿐이었다. 부실한 관리 감독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메피아’의 검은 커넥션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사고를 당한 김군의 소속 업체 은성PSD는 2011년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의 자리를 챙겨 주느라 만들어진 하청업체나 다름없었다. 하청업체 정원의 72%인 90명을 퇴직 임직원들로 채워 그들에게 기존 월급의 60~8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용역 입찰 계약을 했다. 이런 횡포에 하청업체는 ‘물 반(半), 메피아 반’의 가분수 괴물이었으니 합리적 경영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은성PSD는 서울메트로에서 받은 용역비의 30%를 메트로 퇴직자들의 인건비로 썼다. 김군 같은 현장 인력들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목숨 걸고 일해도 고작 144만원의 쥐꼬리 월급을 받았던 까닭이다. 명색이 공기업인데 이런 고약한 갑질이 또 없다. 온갖 잡음에도 청년수당을 챙겨 주며 일자리 복지를 외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왜 꿀 먹은 벙어리인지 알 수 없다. 안전 관련 업무의 외주를 중단하겠다는 한마디로 책임을 벗을 수는 없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만이라도 낙하산 인사와 구린 갑질 커넥션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상식이다.
  • [국회 원 구성 협상 결렬] 의사정리권으로 국회 올스톱 가능…특별한 국회의장의 직무·권한들

    [국회 원 구성 협상 결렬] 의사정리권으로 국회 올스톱 가능…특별한 국회의장의 직무·권한들

    국회 직원들 인사권까지 가져 여야의 원(院) 구성 협상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데에는 국회의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 것인지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요인이 크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의장을 여당이 가져갈 것인지, 원내 제1당에서 가져갈 것인지가 원 구성 협상의 핵심 ‘키’(key)로 꼽힌다. 국회의장의 직무와 권한이 그만큼 특별하다는 얘기다. 국회의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국가 의전서열 2위에 해당하는 지위를 갖는다. 대통령의 관용차 번호가 ‘1001’, 이어 국회의장이 ‘1002’를 사용하는 데서 상징성이 드러난다. 14대 국회의장을 지낸 고(故) 이만섭 전 의장은 “외국의 국가 원수도, 우리나라 대통령도 국회에서 연설을 할 때면 사회자인 국회의장보다 아래에서 연설한다”고 의장의 권위를 표현한 바 있다. 의장의 가장 중요한 권한은 의사정리권(의사지휘권)으로 본회의 및 위원회 개의, 심사기일 지정 등(직권상정)이 포함된다. 의장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를 ‘올스톱’시킬 수도 있고 법안 처리에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국무총리나 장관들도 의장이 허가할 때만 본회의장에서 발언할 수 있다. 19대 국회 들어 국회선진화법으로 요건이 까다로워졌지만 직권상정은 여전히 의장의 힘을 실감케 하는 권한이다. 19대 국회 말 정의화 당시 의장은 새누리당이 제출한 이른바 ‘테러방지법’을 ‘국가비상사태’라는 이유로 직권상정했고, 야당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으로 반발하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입법부 수장답게 의장에게 주어지는 대우도 일반 의원들과는 차이가 크다. 평 의원들이 9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는 반면 의장에게 허용된 보좌진은 23명이다. 비서실장은 차관급이고 정무수석과 정책수석 등 별정직 1급 수석비서관 2명, 별정직 1급 국회대변인 등 보좌진의 무게감부터 다르다. 장관급인 국회사무총장과 차관급인 입법차장, 사무차장, 국회도서관장 등을 비롯, 임기 2년 동안 4000여명의 국회 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주어진다. 총 5560억원에 달하는 국회 예산 집행권도 있다. 월 900여만원의 월급 외에도 수당과 입법활동비도 의원들보다 높고 별도의 특수활동비도 받는다. 특수활동비의 규모와 사용처는 비밀에 부쳐진다. 의장에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지면적 7700㎡(약 2900평), 연면적 2180㎡(약 660평)의 공관도 제공된다. 이 공관은 1993년 신축 당시 건축비로만 165억원이 들어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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