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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만대장경 경판 일부 훼손 심각

    팔만대장경 경판 일부 훼손 심각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경남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경판(국보 제32호)과 이를 보관하는 판전(국보 제52호)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대한불교조계종과 해인사 등에 따르면 1236년 완성된 팔만대장경 경판의 일부가 좀이 슬고, 표면 균열과 비틀림·굽음 현상이 생기는 등 훼손이 심화되고 있다. 톱을 사용해 글자를 훼손한 경판이 있는가 하면 벌레가 먹거나 곰팡이가 슨 경판도 발견됐다. 이 중 경판이 하나뿐인 반야심경의 경우 경전을 인쇄하는 인경(印經) 작업 과정에서 글자가 깨지고 마모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팔만대장경 경판은 고려, 조선시대에 여러 번 인쇄에 사용됐는데 공식적으로 마지막 인쇄는 1965년 이뤄졌다. 경판은 산벚나무와 자작나무 등을 벌채해 3~4년의 제작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덕분에 760여년의 세월동안 원형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달랐다. 제작 당시부터 질이 안 좋은 나무를 사용하거나, 일제강점기 왜못(기계못)을 사용해 수리하면서 나무에 충격을 줬던 사실도 밝혀졌다. 아울러 팔만대장경 경판을 보관하는 4채의 판전 외벽 기둥도 지반 침하, 건물 전체의 뒤틀림 등으로 모진 풍파를 겪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과 해인사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심층 조사를 벌여 1962년 국보 지정 당시보다 108판이 많은 8만 1366판의 경판을 확인했다. 다음 달 이를 공개하고 팔만대장경에 포함시킬지 여부도 발표할 예정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등록문화재 오를 김수근의 ‘공간’ 사옥… ‘원형’ 지키기엔 아직 험난하다는데

    등록문화재 오를 김수근의 ‘공간’ 사옥… ‘원형’ 지키기엔 아직 험난하다는데

    오는 21일 공개매각을 앞둔 건축가 김수근의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이 문화재로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19일 “공간 사옥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 가운데 1971~1977년 김수근이 설계한 옛 사옥(224.56㎡)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제34조에 따르면 ‘등록문화재의 등록기준은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50년 이상 지나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것은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화재청은 공간 사옥이 지은 지 42년밖에 되지 않지만 관련 조항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5~29일 현지 조사를 벌이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달 10일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회의에 등록문화재 심의를 부칠 예정이다. 심의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물로 꼽히는 공간 사옥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문화재 지정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봐야 한다. 현상변경을 위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필요도 없고, 30일 전까지 관할 자치단체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공간 사옥이 새 주인을 찾는다면 향후 문화재 등록을 위해서 소유자의 동의도 필요하다. 결국 공간 사옥이 등록문화재의 지위를 얻는다고 해서 문화재 파괴나 인위적 훼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2005년 9월과 12월 각각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서울 중구 을지로2가의 옛 대한증권거래소와 충무로 스카라극장은 건물 소유주에 의해 철거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젊은 의료진들의 참여, 요양병원의 새로운 방향 제시

    젊은 의료진들의 참여, 요양병원의 새로운 방향 제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4일 ‘노인의료(요양)서비스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대 권순만 교수팀(서울대 보건대학원)에게 의뢰한 ‘실태조사를 통한 노인의료(요양)서비스 제도 개선방안’ 연구결과 발표를 통해 요양병원의 시설, 인력, 장비 그리고 입원자의 기능과 임상적 상태 등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이날 건보공단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인인구, 노인성 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장기요양병원과 의료 시설이 급속하게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전문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시설까지 낙후한 기준미달의 곳이 많아 개선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라 밝혔다. 실제 2004년 100여 곳에 불과하던 요양병원은 2012년 1000곳을 웃돌 정도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개별 요양병원들의 실태를 살펴보면, 많은 요양병원들이 은퇴한 원로 의사들의 형식적인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의 나이가 환자의 나이보다 많은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노인성 질환이나 만성질환, 말기 암 등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중심의 의료를 실시해야 하는 병원 특성상 의사가 상주해야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형 정액수가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3월 기준 운영 중인 937개 요양 병원 중 단 43.5%에 해당하는 408개 병원만이 당직의사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요양병원들이 노인 의료시설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과정의 수요를 충당하기에 급급해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검사마저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질 낮은 약과 의료 기구를 사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일부 요양병원의 실태다. 요양병원이 노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질환을 키우거나 극단의 경우 노인병원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를 환경에 방치되고 있다. 이와 관련 로뎀요양병원(인천 남동구 소재)은 노인 의료서비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노인요양시설의 구체적 개선 방안을 모색, 대학병원 교수 출신의 젊은 의료진들이 모여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요양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분야별 9명의 전문의가 뇌졸중, 치매 등의 노인성 질환 외에도 신경계 희귀질환인 파킨슨병, 루게릭병, 길랑바레증후군 등 다양한 질환군의 진료를 맡고 있다. 또한, 암환자의 경우 협진 시스템을 통해 통원치료를 돕고 있으며, 말기 암 환자들의 호스피스 관리, 건강식품 전문기업과 연계한 식단 관리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요양병원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병원장은 “노인 개개인의 질환과 특성이 다른 만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의료진의 맞춤형 요양의료서비스가 도입되어야 할 때” 라며 “한국 의료체계의 현실상 단기간 내 명확한 해답을 마련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안병원으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따오기 우포늪 온다

    국제 멸종 위기종인 따오기 수컷 2마리가 중국에서 추가로 국내에 들어온다. 경남 창녕군 우포늪관리사업소 따오기복원센터는 다음 달 15일을 전후해 중국에서 따오기 수컷 2마리를 들여올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창녕군 우포늪 일대에서 복원 중인 따오기의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가 지난 6월 27일 중국 국가임업국과 ‘따오기 보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수컷들은 애초 지난달에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검역 등 절차상 문제로 다소 늦어졌다. 복원센터에서는 2008년 10월 중국에서 기증받은 양저우(洋洲)·룽팅(龍亭) 암수 한 쌍을 시작으로 따오기 증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한 쌍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새끼를 포함해 모두 26마리로 늘었다. 현재 암컷이 18마리인 데 비해 수컷은 8마리에 불과하다. 따오기는 일부일처제를 고집해 수컷이 부족하다. 복원센터는 따오기가 100마리를 넘으면 일부를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2017년쯤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창녕군은 2015년까지 25억 6000만원을 들여 복원센터 인근에 따오기 야생적응 방사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내년 5~6월에 착공하기로 했다. 방사장은 높이 20~25m, 둘레 250m, 넓이 3091㎡의 타원형 공간이다. 창녕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렘 쿨하스·아이 웨이웨이가 도심에… 명품 예술, 문화자산 활용

    [명인·명물을 찾아서] 렘 쿨하스·아이 웨이웨이가 도심에… 명품 예술, 문화자산 활용

    광주시가 시내 곳곳에 설치한 ‘광주폴리(소형 공공 건축물)’가 새로운 도심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선보인 8곳의 ‘2차 폴리’와 2년 앞서 설치된 11개의 ‘1차 폴리’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견학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의 대학생들도 ‘광주폴리 투어’에 참여하는 등 도심 속에 꾸려진 삶과 교육·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일 북구 임동 광주천 두물머리에서는 ‘광주주 폴리Ⅱ’ 개막식이 열렸다. 이곳 둔치에 세워진 ‘광주천 도서관’은 특이한 모형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국의 데이비드 아자예와 미국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가 한국의 정자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 4개의 기단 위에 목재 지붕을 얹은 형태다. 천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옛 도심인 동구 충장로 광주학생독립기념회관 뒷골목에 설치된 ‘투표’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쿨하우스와 잉고 니어만의 공동 작품이다. 긴 가로등 형태의 배너에서 질문을 던지고, 참여자가 원하는 답변이 적힌 통로를 통과하게 되면 카메라가 자동 인식해 찬반을 집계하는 방식이다. 서도호씨와 서카이텍스의 작품인 ‘틈새 호텔’은 역시 옛 도심인 동구 불로동 15-3과 21-18 건물 사이에 배치됐다. 일인용 침대와 접이식 테이블 선반이 있으며 화장실도 쓸 수 있다. 광주역 교통섬에는 ‘혁명의 교차로’가 있다. 에얄 와이즈만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재스민 혁명 등 민주혁명의 진원지였던 교차로나 원형 광장의 의미를 반영했다. 여러 개의 원을 그리고 그 사이에 세계 각지의 민주혁명을 새겨 넣었다. 덴마크 출신 3명의 아티스트 그룹인 수퍼플렉스는 광주 공원 입구의 낡은 화장실을 철거하고 ‘유네스코 화장실’ 설치했다.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화장실을 본떴다.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건축가인 아이 웨이웨이는 동구 푸른길 주변에 사각형 모양의 작은 ‘포장마차’를 설치했다. 4각형 형태로 외부에 모든 조리용품을 걸 수 있도록 기능성을 높였다. 도심을 걸으면서 따뜻한 음식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열린 사랑방으로 활용된다. 인도 출신 예술가 그룹인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의 ‘탐구자의 전철’도 눈길을 끈다. 지하철 1호선 1개 차량 내부를 각종 시각예술품으로 꾸몄다. 자유롭게 휘갈긴 듯한 검은색 선을 시트지로 붙였으며, 영상·빛 등이 혼합되면서 지하철을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탑승객들은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를 통해 영상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열린 광주폴리 공모전 최우수상작인 고석홍과 김미희의 작품으로 금남지하상가에 설치된 ‘기억의 상자’는 가로 38㎝ 세로 34㎝ 높이 29㎝의 총 448개 소형 박스로 구성됐다. 시민들에게 분양된 메모리 상자는 광주와 시민들의 기억을 담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주도한 이번 2차 폴리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때 승효상 총감독이 진행한 1차 폴리와 연계된 사업이다. 광주시는 당시 옛 도심 재생에 중점을 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에게 작품설치를 맡겼다. 이번에 시내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 2차 폴리와는 달리 구 도심인 옛 광주 읍성 둘레에 모두 11개의 폴리를 설치했다. 동구 장동, 궁동, 금남로, 충장로 등지에 명소를 만들고 이를 후세에 남길 수 있는 문화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2차 폴리는 1차 폴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추가로 진행됐으며, 연차적으로 시내 곳곳에 100여개가 설치된다. 1차의 경우 스페인의 건축가 후안 헤레로스가 동구 장동 사거리의 가로수 사이에 ‘소통의 오두막’이란 조형물을 세우는 등 옛 광주읍성터를 에두르는 주요 지점을 중심으로 각종 조형물이 설치했다. 1차 프로젝트에는 후안 헤레로스를 비롯, 알레한드로 자에로 폴로(스페인), 플로리안 베이겔(독일), 나데르 테라니, 프란시스코 산인, 피터 아이젠만(미국), 도미니크 페로(프랑스), 요시하루 쓰카모토(일본), 조성룡, 승효상, 정세훈&김세진 등 6개국 11개 팀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1차 폴리가 건립된 이후부터 각 지자체의 도시 디자인과, 문화기관 등의 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폴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관람객이 몰리자 ‘폴리투어’, ‘폴리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광주폴리는 획일화된 도시에 건축과 예술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 넣는 ‘인문학적 도시 계획’의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용어 클릭] ■폴리(Folly)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장식적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파빌리온의 공간과 가로 시설물의 공공기능, 장식적 역할을 아우르며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동물원의 역사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동물원의 역사

    지난 7월 타이완 타이베이 동물원은 큰 경사를 맞았다. 2년 전 중국에서 선물로 받은 판다곰 부부가 새끼 암컷 한 마리를 낳았다. 안경을 쓴 것처럼 눈 주위가 까만 귀염둥이 자이언트판다는 지구촌에서 가장 귀한 동물 중 하나다. 아기 판다는 전용 사육전시장을 누린다. 또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대접을 받는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진귀한 동물을 보러 우거진 밀림이나 사바나 초원을 찾지 않고 동물원으로 가게 됐을까. 인류의 역사가 동물과 함께 진화해 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냥을 하면서, 농경사회를 이루어 정착생활을 하면서 문명사회를 이끌어가는 데에는 동물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인간사회에 계급과 권력이 생기면서 동물은 그 권력을 상징하는 소장품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동물원의 기원은 동물을 가두어 키우면서 생겨났다고 보는 게 옳다. 노아의 방주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이 그렇고, 이스라엘 3대 왕 솔로몬도 기원전 1000년쯤 야생동물을 키웠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동물원은 기원전 3500년쯤 고대 이집트 수도였던 히에라콘폴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끼리, 하마, 원숭이 등 112개의 동물 뼈가 발견됐다. 이집트 귀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이 진귀한 동물들은 지배계층 권력을 상징한다. 야생동물이 특권의 상징이긴 동양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은나라 주왕은 비운의 황후인 달기의 환심을 사려고 왕궁에 대리석으로 사슴집을 지어주었다. 달기의 미모에 빠져 주왕은 매일 술과 고기를 탐하고 정사를 멀리하다 죽임을 당하게 되고, 주지육림이라는 고사성어도 탄생했다. ‘정복자’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가는 곳마다 진귀한 동물을 잡아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보내주었다. 기원전 300년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을 모아두고 행동이나 소리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로마제국 전성기를 맞아 대규모 동물수집은 결국 동물 잔혹사 시대를 빚어낸다. 기원전 275년 기린과 코뿔소가 처음 소개된 로마에선 동물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찾는다. 동물끼리 시합하게 하거나, 심지어 동물전사라 불리는 전투사가 동물과 싸우는 자극적인 쇼로 인기를 끌었다. 정치인에게는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기반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폼페이 제독은 기원전 55년쯤 사자 600마리와 코끼리 18마리가 한꺼번에 싸우는 쇼를 벌였다. 한번 동물시합을 치르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포획해 로마까지 운송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렸다. 훈련시킨 시간을 합치면 2년을 채우고 남는다. 사자 한 마리를 데려와 훈련시켜 경기장에 내세우기까지 드는 비용이 병사 250명을 1년간 데리고 있는 비용과 맞먹었다. 로마의 콜로세움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로마 전역에 동물쇼를 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은 1000여개에 이르렀다. 찬란했던 로마시대 때 쇼에 이용된 동물은 수백만 마리다. 야생동물 거래는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할 정도였다. 이미 수많은 멸종 위기종을 낳는 또 하나의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16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3대 황제인 아크바르 역시 수천 마리의 동물을 소유했다. 페르시아에 정복된 멕시코 마지막 아즈텍제국의 황제 몬테수마도 수천 마리를 거느렸고 사육사만 300명을 웃돌았다. 1400~1700년 유럽에서는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서 동물원은 동물을 사육하고 전시하면서 오락의 대상으로 삼는 형식이 유행했다. 1753년 인도에서 고아가 돼 네덜란드로 건너온 코뿔소를 끌고 유럽을 순회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유랑단도 덩달아 스타 대열에 올랐다. 코뿔소 모양을 딴 헤어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문화적인 언어로 표현되기도 했다. 유럽 최초의 동물원으로는 1752년 오스트리아가 손꼽힌다. 마리아 테레지아 황녀의 남편인 로트링겐 공 프란츠 슈테판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수집한 동식물을 쇤부른 궁전 작은 우리에 모아두었다. 쇤부른은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트와네트 어머니의 궁전으로 앙트와네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1765년 일반에 공개되면서 동물공원(Zoological park)으로 첫발을 떼 근대 동물원의 시초가 되었다. 19세기 중반 들어 세계 곳곳에 동물원이 세워졌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동물원은 급속히 세계로 퍼져나갔다. 대개 연구보다는 대중에게 관람을 시키면서 상업적인 이득을 얻는 데 더 목적을 두기 일쑤였다. 그런 가운데 1828년 영국에서는 동물복지 제일주의로 동물학연구와 동물의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동물원이 생겨났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동물원으로서 동물원협회가 런던 리젠트파크에 세운 런던동물원은 동물공원이 아닌 명실상부한 동물원으로 새롭게 역할을 했다. 이렇게 야생동물 수요가 크게 늘면서 야생동물 거래는 산업으로까지 뻗어나갔다. 이른바 ‘하겐베크 혁명’이라 불리는 동물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바로 독일의 하겐베크 일가다. 하겐베크는 이상한 모양의 물개를 사람들이 흥미롭게 구경하는 데 착안해 대규모의 동물거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유럽의 많은 동물원에 지속적으로 진귀한 동물을 공급하면서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동물만 수입하는 데서 나아가 토착민까지 조달해 동물원에서 인간쇼도 곁들여 유럽 전역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토착민들이 기후변화 등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나가자, 1880년대 야생동물을 조련해 쇼를 하고 서커스단을 만들어 공연하는 오락형 동물원 산업을 창출하기도 했다. 하겐베크는 동물거래 사업을 통해 얻는 동물지식을 활용해 1907년 동물의 서식지를 고스란히 재현해 관람하도록 하는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한 동물원을 직접 만들었다. 아프리카 정글과 러시아 스텝, 미국의 대평원, 북극의 얼음을 재현한 이 동물원은 현재 생태형 동물원을 지향하는 20세기 동물원의 모델이다. 야생동물을 인간 호기심의 대상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멸종 위기로 몰아 넣는 데 누구보다 기여한 그가 만든 동물원이 현재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동물원의 모습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렇듯 현재의 동물원이 존재하기까지에는 무려 2000년 전부터 인간의 호기심과 잔인함의 대상이 되어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슬픈 역사적 배경이 뚜렷하다. 인간의 불완전한 정치와 문화가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도 얼마나 큰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역사를 돌이키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슬픈 탄생의 배경이 있다 하여 우리는 동물원을 찾지 않는가. 어떠한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진귀한 동물만을 보러 동물원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 또한,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야생동물이 아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원 동물이다. 이들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이젠 보전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물원은 동물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동물을 보러오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곳이다. 동물원은 살아있는 동물을 보며 소통과 치유를 할 수 있는 셀프힐링 공간이다. 나는 오늘도 동물원으로 출근한다.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행복을 위하여, 그리고 동물을 보러오는 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김보숙 서울대공원 동물운영팀장
  • [열린세상] 찜질방의 글로벌 디자인/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찜질방의 글로벌 디자인/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을 넘는다. 서울시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관광체험 조사의 ‘서울체험 톱20’ 건강부문에는 명상, 채식, 건강검진, 한방보다 ‘찜질방’이 가장 선호되는 관광아이템으로 뽑혔다. 찜질방은 한국 국민의 목욕, 휴식, 친목, 미용문화를 한 공간에 집약한 곳으로 고객 밀착형 서비스에 힘입어 전국에 2000여 개소가 성업 중이다. 찜질방의 원형인 한증소(汗蒸所)는 흙(地), 물(水), 불(火), 공기(風) 등 4개 원소가 어우러져 심신을 치유하는 승화된 공간이다. 가마의 열기를 이용해 몸을 치료하던 한증소가 문헌에 나타난 것은 약 600년 전. 세종실록 기록에 의하면 ‘한증’은 그 이전부터 열기욕(熱氣浴) 민간요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한증소가 진단과 처방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라에서 규정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찜질방은 우리 전통 한증 시설에 일본식 욕탕, 북유럽과 서구의 사우나 등이 가미된 무국적 공간이다. 전통 한증막은 생태적으로는 우수하지만 그 원형만으로 목욕, 휴식, 치유, 친목이라는 현대적 목적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한국의 한증 문화를 계승하는 동시에 한국발 브랜드로 세계화하기 위해 한국의 생태적 조형성을 적용한 한증소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정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자. 첫째, 한증소의 원형을 기반으로 하되 장소와 지역 여건에 따라 특화된 형식을 개발하자. 국내든 외국이든 한증소를 만들 때 원산지가 표시된 황토 등을 사용하도록 한증 재료 인증제를 실시하고, 전통방식의 축조기술을 따르도록 디자인 매뉴얼을 만들자. 한증소의 열과 수분관리 방법은 개성식 토굴 한증막, 함평 해안의 해수찜처럼 천혜의 조건에 따라 특화시키자. 둘째, 전래적인 심신 치유방식과 음식문화를 접목시키자. 체질에 맞는 음식을 제공받는 식음 서비스를 도입하고 체질, 나이, 치유 목적에 따라 차별화된 한증 서비스를 하자. 우리의 국악을 배경으로 소나무, 황토, 그리고 전통 생약이 발산하는 향을 느끼게 하여 세계인에게 한국을 시청각 및 후각으로 각인시키자. 셋째, 한증소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개발하자. 세계 도처에 산재한 일본발 대중문화 공간인 이자카야나 가라오케에는 모종의 문법이 있다. 공간 형식, 색채와 글꼴, 실내에 배치하는 가구 또는 소도구들, 종업원의 복식에서 그들의 행동과 말씨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규율하는 템플레이트가 있다. 그에 비하면 기존의 찜질방은 그 형식과 내용에 일관성이 없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인증 제도를 갖추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립한 후 한증소 디자인 및 운영을 평가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기존의 찜질방 문화에 일대 변화가 올 것이다. 넷째, 일본인들은 온천욕을 할 때 유카타(浴衣)를 입는다. 또 목욕 후에는 소매가 넓고 긴 히로소데 유카타를 입는다. 우리의 찜질방 실내복은 대개 반소매 셔츠와 반바지로 통일되어 있는데, 이러한 품위 없는 복장 상태가 찜질방에서의 문란한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간소하고 단아한 전통 옷차림을 통해 한증소의 품격을 높여 공공 예절 의식이 배어나도록 디자인하자. 다섯째, 치유와 스포츠의 융합을 시도하자. 일반 관광객과 날로 증가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에게 전통 민간치유법을 체험하게 하자. 전통 한옥마을이나 의료관광 단지에 한증소를 설치하고, 대형 한증소에는 국제 대체의학 학술 대회, 자연치유 특별강좌 등을 유치하여 한증소가 지식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자. 찜질방을 리디자인하여 한증소로 격(格)을 높이고 국가 브랜드의 한 항목이 되게 하자.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국제 스포츠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행사가 있는 도시와 지역의 공공시설 및 체육시설에 한증소를 설치해 세계의 스포츠맨들이 우리의 전통 한증 문화를 체험하게 하자. 경기 후 심신의 피로를 풀고, 한국의 균형 잡힌 음식을 접하는 한증?스포츠-한방-한식이라는 연계 마케팅을 추진하자. 매력적인 한국의 한증 문화 체험이 관광객과 스포츠맨들을 통해 확산되면 한증소의 세계화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 29년만에… 경주서 신라왕릉급 무덤 발굴

    29년만에… 경주서 신라왕릉급 무덤 발굴

    경북 경주에서 신라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발굴됐다. 왕릉급 무덤의 발굴은 1984년 ‘민애왕릉’으로 알려진 고분 발굴 이후 29년 만이다.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한울문화재연구원은 지난 7월 이후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산 126-3번지 일원을 조사한 결과, 주변을 둘러가며 쌓은 석축 시설인 호석 기준으로 동서 간 11m, 남북 간 11.2m, 높이 1.2m 규모의 신라시대 원형 봉분을 발굴했다고 8일 밝혔다. 이곳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가 시행하는 울산~포항 복선전철 구간 중 문화재 제6공구 ‘나’ 구역에 해당한다. 고분은 안태봉(338m) 북동~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능선 말단부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현재 대퇴골로 추정되는 인골만 발견된 상태다. 도굴 때문에 출토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고분은 암반을 굴착해 만든 대규모 배수로까지 갖추고 있다. 봉분 주위에 12개 띠동물 조각을 넣어 8세기 중엽 이후 신라 왕릉, 혹은 그에 준하는 최고위급 고분으로 추정된다. 12지 동물 조각은 방위별로 지대석 2칸마다 1개씩 배치됐는데, 현재 말을 비롯한 7개 동물 조각이 확인됐다. 무덤의 호석은 6단 이상으로 축조됐다. 바깥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덧댄 돌인 지대석이 24개가량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의 왕릉급 무덤이 발굴된 것은 1984년 ‘민애왕릉’으로 알려진 고분 조사 이후 처음이다. 현장을 확인한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12지 동물조각이 신라시대에는 왕릉 이외는 배치된 적이 없다”면서 “더구나 8세기 중엽 이후는 석실이 왕릉 이외는 축조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무덤은 왕릉 혹은 그에 준하는 최고권력자의 무덤”이라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삼국유사 품은 인각사의 속살

    삼국유사 품은 인각사의 속살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진 군위 인각사를 삼국유사와 연계해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교중앙박물관이 13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여는 ‘인각사와 삼국유사’ 특별전이 그것으로 불교문화재 77건 195점(보물 5건 7점, 시도유형 3건 3점 포함)을 보여준다. 통일신라기에 창건된 인각사는 고려시대까지 번성을 누렸던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이곳에 주석한 일연이 국사(國師)에 책봉된 뒤 위세를 떨쳤다고 한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된 뒤 소속이 변경되면서 여러 차례 중수됐지만 1992년 이후 5차례의 발굴 조사와 복원을 통해 본 모습을 되찾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2008년 제5차 발굴에서 수습돼 우리나라 최초의 일괄 출토품으로 인정받은 청동병향로, 청동향합, 청동정병 등 10여점을 보존처리해 최초 공개한다. 일연 스님이 입적한 후 왕명에 의해 세워진 ‘인각사 보각국존 정조탑비’(普覺國尊靜照塔碑)도 눈길을 끄는 유물. 일연의 생애를 기록한 이 비에는 일연이 인각사에 주석하면서 2회에 걸쳐 구산문도회(九山門都會)를 개최한 대목이 들어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전시를 위해 전국의 탁본첩을 모아 이 탑비의 원형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전시에서는 고려말 혹은 조선 초기에 찍어낸 판본인 삼국유사 권4-5(보물 419-3호)를 비롯해 개인이 소장한 보각국사비첩, 일연의 국사 임명 사실을 기록한 대목이 들어간 고려사 권29도 볼 수 있다. 이 밖에 ‘삼국유사’속 단군을 제석천으로 숭상한 이야기며 역신을 물리친 처용, 아이의 눈을 뜨게 한 천수천안관음보살, 선덕여왕과 모란꽃에 관한 이야기 등과 관련된 유물 전시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얼렁뚱땅 문화재 복원/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시멘트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단청했던 옛 광화문뿐만이 아니라 엉터리로 복원한 문화재는 많다. 불국사의 복원도 옛 규모에 맞지 않고 석가탑 복원도 원형에 충실하지 못했다. 석굴암은 일제강점기 때 시멘트를 발라버렸는데 1960년대에 그 위에 다시 시멘트를 발랐다. 경주에 비해 유적이 적은 부여나 공주는 복원한답시고 그나마 있던 문화재들마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해 복원이 아니라 개발을 해놓았다. 익산 미륵사지석탑도 그런 사례다. 얼렁뚱땅 빨리빨리 해치운 탓이다.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 차오양(朝陽)시의 한 사찰에 있던 청나라 초기의 벽화를 마치 만화같이 복원한 일을 비웃을 자격이 우리에게는 없다. 문화재 복원은 원형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복원보다는 보존에 더 공을 들인다. 풍화되고 삭아가는 문화재를 마냥 방치할 수만도 없다. 복원에 수십 년, 수백 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고증을 거쳐서 원형을 살리려 노력한다. 한번 잃은 원형은 다시는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 사원이나 무기고로도 사용되는 등 훼손이 심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몹시 더딘 속도로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떠들썩한 완공식을 가졌던 숭례문은 복원에 5년이 걸렸지만 기둥과 단청 등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도 숭례문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 건축물이 있다. 화려한 금박(箔)을 자랑하던 교토의 금각사는 1950년 7월 불에 타 5년 만에 복원됐다. 그러나 급히 복원한 탓에 단청이 떨어지듯 금박이 떨어져 나가 버렸다. 1987년부터 2, 3차 복원공사에 들어가 1999년에야 거의 완벽한 옛 모습을 되찾았다. 복원이 아닌 신축이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으로도 불리는 스페인의 가우디 성당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 규모 면에서 숭례문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가우디 성당은 무려 100년이 넘게 짓고 있다. 이제 공정률 65% 정도다. 느림의 미학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설계자의 구상대로 지어왔기 때문에 공사가 세기를 넘어선 것이다. 거장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이 성당은 공사 시작 144년 만인 2026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숭례문도 복원 과정의 과오를 인정하고 전면 재복원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 금각사가 완전 복원에 50년이 걸리고 가우디 성당이 144년이 걸려서야 완공 예정이듯이 애초에 충분한 공사 기간을 잡았어야 했다. 이번에는 진정한 전문가와 좋은 재료들을 골라서 완벽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인기 여행책의 저자이자 나름 여행 베테랑인 두 사람에게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다. 아직 미국본토를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사실 미국은 그 자체로 새로운 챕터를 열어야 하는 곳이므로. 그런 그들에게 추천한 미국 여행 1번지는 시애틀이었다. ●그 女子 봉현 나를 웃게 만드는 도시 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에서 보았던, 상상해 오던 그 풍경이었다.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고 항구에는 배가 가득하며 그 안쪽으로 빼곡히 들어찬 빌딩 숲들. 그 사이사이에 크고 푸른 나무와 거리를 걷는 사람들. 하지만 어디에도 정체된 길이 없었다. 빌딩과 건물이 가득찬 것처럼 보였지만 여백이 많았다. 하늘을 가리지 않았고 바다를 남겨두었다.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명확한 풍경. 사람들의 시선에는 시애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낯선 이방인이지만 이 벅찬 풍경에 대한 시선으로 무언의 기억을 공유한다. 여행에서 본 풍경은 그래서 더욱 오랫동안 기억된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렸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언제나 이런 것이다. 여행지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 또한 이런 장소 때문이다. -김봉현 작가 시애틀은 생각했던 미국과 달랐다. 그동안 유럽과 중동, 인도 등을 오랜 시간 구석구석 여행했었지만 사실 미국 땅은 처음이었다. 아침에 출발해 아침에 도착한, 만 하루를 거슬러 온 기분으로 마주한 시애틀은 선선하다 못해 쌀쌀했다. 서울의 더운 여름을 한번에 씻어 내려주는 기분, 얼마 만의 가을바람이었을까. 두껍지 않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시애틀은 크지 않았다. 하염없이 걷거나 버스를 조금만 갈아타면 웬만한 장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시애틀 끝에서 끝까지 가도 택시로 30분 이상 걸리지 않았다. 영화 <만추>에 등장했던 ‘라이드 덕’이라는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 투어버스도 탔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유쾌한 도시 투어로, 센스만점의 운전기사의 장난과 신나는 노래와 함께 시애틀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도심의 도로를 달리다가 그대로 강에 들어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수상 가옥과 항구의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육지로 올라오는 경험은 시애틀다운 ‘기발한’ 시간이었다. 마치 책의 목차를 파악하듯 도시를 빠르게 스캔하는 동안 마음에 드는 장소를 점찍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안 시애틀은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걸으며 스타벅스 외에도 개성 있는 카페와 초콜릿 가게, 로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했다.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를 샀다는 전당포(지금은 카페가 되었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바쁘지 않게 걸어가는 사람들. 시애틀은 그렇게 평화로웠다. 미국 록 음악과 영화의 온갖 기록을 담은 EMP박물관, 망치를 든 조형물이 있는 시애틀 아트뮤지엄 사이로 인디언이라 불리웠던 이들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걷다가 큰 나무들이 그늘진 광장에 앉아, 트럭에서 파는 스프와 짭짤한 핫도그를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금세 세찬 비가 오는데도, 우산도 쓰지 않고 여유롭게 걷는 시애틀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걷기 편한 운동화와, 변덕스런 날씨를 대비해 비에 젖지 않는 옷을 입고 가방을 매고 한손엔 꽃과 책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애틀을 여행하는 동안 본 거리의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차 대신 자전거를 탔고 누구든지 대화를 나누었으며 커피를 자주 마셨다. 사람들은 변덕스런 날씨에도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오히려 이것이 시애틀의 매력이라며. 여행이란,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잠시 낯선 이들과 살아보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될지, 평생에 단 한 번의 방문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다른 문화와 다른 일상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한 기분으로 맛보며, 낡은 것들에 놀라워하고, 익숙하기에 더욱 설레는 공간을 돌아보며 ‘이 곳에서 산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는 찰나의 기쁨. 그런 시간이 길지 않기에 더욱 아쉽고, 짧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된다. 언제나 여행자로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세계 곳곳의 사랑하는 도시를 담아두고 그리워할 수 있는 추억. 꽃향기 속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던, 바다와 하늘의 파란 빛이 가을바람 타고 불어오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봉현 작가는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그린 그림과 단상을 모아 지난 8월 그림 에세이집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를 묶여 냈다. 2013년 1월부터 <트래비>와 인연을 맺어 ‘봉현의 온더카미노’를 매월 연재하고 있다. blog www.bonh.kr ●그 남자 최갑수 시애틀에서 보낸 향기롭고 달콤한 가을의 며칠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가을이다. 나는 지금 시애틀을 즐기고 있고 시애틀의 가을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 어디에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벤 듯 스치고 지나간다. 심호흡을 하면 가슴 속 가득 차오르는 가을의 분위기. ‘어쨌거나 가을이 왔어.’ 해질녘의 가을 햇살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 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다.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떠나야 할 이유는 넘쳐난다. -여행작가 최갑수 10월이다. 10월은 뭐랄까, 9월처럼 심각하지 않아서 좋고, 11월처럼 허망하지 않아서 좋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좋다. 그리고 여행. 10월만큼 여행에 어울리는 달이 있을까. 인디언식으로 10월을 이름짓는다면 아마도 ‘그대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달’이라고 했을 거다. 어쨌든 10월엔 여행을 떠나는 거다. MP3에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고 소설 한 권 들고서 비행기를 타는 거다. 우리가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서관에 가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온갖 핑계를 대고 시애틀에 갔다. 비행기를 타고서 10시간을 훌쩍 날아 바다를 건넜다. 누군가 묻는다. 왜 하필 시애틀이냐고. 회색빛의 우중충한 구름이 뒤덮고 있는 도시. 빌딩숲 저편에서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눅눅하게 만드는 도시. 1년 중 화창한 날이 불과 55일에 불과한 도시 시애틀. “시애틀이라…, 꽤 괜찮은 도시지. 하지만 뭔가 하이라이트가 없지 않아? 차라리 샌프란시스코가 어떨까?” 시애틀에 간다고 하니 어느 선배 여행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은 기타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가 나고 자란 곳이자 너바나와 펄잼의 주무대였죠.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됐던 도시기도 하구요. 그리고 정말 맛있는 와인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 정도면 제가 시애틀을 찾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아참, 커피도 있었지. 스타벅스가 탄생한 곳이 바로 시애틀이지. 아무튼 우리가 시애틀을 찾아야 할 이유는 찾지 않아야 할 이유보다도 많구나. ‘시애틀’에는 ’조정자’란 뜻이 담겨 있다. ‘시애틀’은 워싱턴 주가 되기 이전 이 지역 원주민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1852년 미국정부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 추장에게 땅을 팔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추장은 다음과 같은 편지로 미국정부에 답한다. “우리에게 땅을 사겠다는 생각은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맑은 대기와 찬란한 물빛이 우리 것이 아닌 터에 그걸 어떻게 사겠다는 것인지요? (중략) 우리는 땅이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것을 압니다. (중략) 우리는 우리의 신이 그대들의 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은 신에게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이 땅을 상하게 하는 것은 창조자를 능멸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당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이 편지에 감동해 그의 이름으로 도시를 이름지었다고 한다. 시애틀에서는 놀았다. 나는 여행의 본질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행히 우울하던 시애틀의 날씨는 둘째 날부터 화창하게 개었다. 어깨에는 찬란한 가을햇빛이 내려앉았고 도시 저편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먹고 마시고 놀기 충분히 좋은 날씨였다. 반바지에 스니커즈, 야구모자를 쓰고 이어폰을 꽂고 골목을 쏘다녔다.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잔 그란데 사이즈를 들고서 말이다. 이어폰에서는 커트 코베인이 흘러나왔다. 시애틀 펑크 록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 1994년 4월 8일 자택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던 그. 시신은 가루가 되어 위스카 강Wishkah River에 뿌려졌지. 시애틀에서 듣는 그의 음악은 감회가 새롭다. 워터프론트의 어느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잘 익은 시애틀 와인이 내 앞에 놓여 있고 나는 바다를 향해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찰칵. 시애틀에서의 어느 한때가 가을 공기 속에서 인화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정한 것들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행복이라는 건 세상에 살아가는 인간의 수만큼 많다. 그리고 내게는 내게 꼭 어울리는 행복이 있다. 나는 노을에 물들어 가는 와인잔을 빙글거리며 앉아 있다.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10월이다. 시애틀의 몽환적인 숲,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시애틀의 또 다른 별칭은 ‘숲의 도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림픽 국립공원.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숲의 몽환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트와일라잇>,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의 초현실 판타지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 해발 1,600m의 전망대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올림픽 공원 내의 최고봉인 올림푸스산2,430m을 바라볼 수 있다. 길을 가며 심심찮게 만나는 야생 노루가 국립공원에 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가는 방법 올림픽 국립공원은 자동차가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애틀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을 자동차로 가려면 타코마와 올림피아를 경유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시애틀 페리 터미널에서 도항선을 이용해 배에 차를 싣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유류비, 시간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저렴하다. 요금은 차 한 대당 11.25달러.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여행작가 최갑수는 시인으로 등단한 뒤 여행잡지 에디터를 거쳐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 인기 여행저서를 출간한 베테랑 여행작가다. blog blog.naver.com/ssoochoi ●봉현’s Pick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파이크 플레이스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양한 음악가들이 길거리 곳곳에서 연주를 했다. 오래 전부터 한자리에서만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할아버지와 바이올린을 켜는 여자와 기타를 치는 남자, 영화 <원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두 사람이 노래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음악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고 설레게 한다. 유명한 장소나 유적지의 기념품도 좋지만 나는 오래된 가게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아낼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빈티지 상점을 꼼꼼히 둘러보면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엿볼 수 있다. 바랜 가방과 구두, 식탁을 장식했던 컵과 그릇, 천 조각 들은 마치 낯선 그들의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시애틀 사람들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람들의 손때와 세월이 묻은 일터에는 날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활기를 돋운다. 해가 뜨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해가 지면 잔잔한 항구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렇게 삶을 영위해 가며 청년도 노인도 함께 어우러져 그곳에 살고 있었다 -김봉현 작가 시장 초입에서부터 화려한 색과 향기의 꽃 가게가 가득하다. 커다란 꽃 한 다발에 10달러 남짓, 한 송이 한 송이가 생기 가득한 빛깔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하지만 실제로는 보기 힘든, 얼굴만한 크기의 샛노오란 해바라기였다. ‘한 송이에 겨우 2달러’라는 말에 동행한 미국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1송이를 주문하자 신문지로 대충 감은 해바라기를 건네준다. 친구는 자기 얼굴보다 더 큰 해바라기를 받아들고 너무너무 해맑게 웃는다.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은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파이크 플레이스를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을 따라, 10여 명이 일행이 되었다. 유쾌한 청년에게 파이크 플레이스의 역사와 규모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친절한 배려와 함께 한 시간 남짓 동안 파이크 플레이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시애틀의 메인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다양한 가게와 사람들, 음악과 미술,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활기가 넘쳤다.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과일을 사거나 꽃을 사고,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고,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카페에 앉아 친구를 만났다. 아이들은 파이크 플레이스의 상징인 돼지 동상에 올라타기도 하고 가족들은 저녁식사로 먹을 생선과 과일을 고른다. 식탁에 놓을 꽃 한 송이도 잊지 않는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층의 프리마켓과 꽃과 과일, 생선가게 외에도 지하 3층에 걸쳐 여러 가게들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입었을 것만 같은 드레스와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 입혔을 바랜 옷가지를 비롯해, 연인에게 썼던 러브레터와 졸업 앨범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오래된 서점에는 어린 시절 엄마아빠가 자기 전에 읽어 주었을 법한 그림책에, 1달러짜리 소설책과 유명한 미술가의 두꺼운 화집까지 빼곡했고 수염이 헛헛한 아저씨가 그곳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점들은 각자의 개성과 목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상점 주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구경해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래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활기를 간직한 시장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봉현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Must Go Place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1907년 문을 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시내 1번가라 할 수 있는 퍼스트 애비뉴와 파이커 스트리트 사이 엘리엇만을 끼고 위치해 있다. 원래 어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종합시장으로 변모해 시애틀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유명한 치즈가게와 스프가게도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기념품이나 공예작품, 직접 만든 화장품이나 꿀과 잼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입구에는 꽃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하다. 해바라기 1송이 $2, 제철 꽃 한다발 $10 안팎으로 구입 가능.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주소 85 Pike st. Seattle, Washington 가이드 투어 |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진행된다.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가이드를 따라 이어폰을 끼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시장을 한바퀴 구경할 수 있다. 언어는 영어만 사용한다. 17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13, 성인은 $15이다. 해설사를 따라 주요 상점을 돌며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투어 프로그램은 $45. 홈페이지 www.publicmarkettours.com 껌벽Gum wall | 1990년대 초 젊은 관광객들이 건물 한쪽에 껌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너도나도 씹던 껌을 벽에 붙여 엄청난 규모의 껌벽이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관광지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다양한 색의 껌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전문상점Golden age collectables | 마블이나 디즈니, 장난감, 기념품 등 1971년부터 미국 만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 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401호에 위치해 있다. www.goldenagecollectables.com 빈티지 종이가게Paperworks | 오래되고 낡았지만 의미 있는 종이들을 판매한다. 세밀한 세계지도나 오래된 잡지, 신문, 공연 포스터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으며 상태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무조건 하나에 1달러’ 짜리가 가득한 서랍에서 보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www.oldseattlepaperworks.com 오래된 책방(BLMF) used book shop | 파이크 플레이스 322호. 중고 책을 사고파는 곳. 아이들 동화책에서 전공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시장갈비Market Galbee |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한국식 불고기와 비빔밥, 도시락을 판매. 간판의 손글씨가 센스만점. 양도 많고 맛도 좋다. ▶갑수’s Tip 어딜 가나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다. 시애틀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다. 생선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은 ‘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막 판매된 팔뚝만한 참치가 점원의 손에서 손으로 날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입구에 ‘레이철’이라는 대형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놓고 기부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봉현’s Pick 원조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 스타벅스 1호점 Starbucks First Store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던 피츠 커피Peet’s Coffee에 영향을 받아, 시애틀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1년 시애틀의 웨스턴 애비뉴에 1호점은 오픈했다가 1977년에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 켠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입구에 1912라고 적힌 건물 설립 년도와 낯선 스타벅스 로고 외에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1호점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바깥까지 길게 줄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 한쪽에서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그 덕분에 더더욱 주변은 혼잡스러웠다. 시장의 불이 꺼지고, 가게가 문을 닫고 길거리의 음악가들도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가고서야 스타벅스 1호점은 조금 한산해졌다. 여느 카페, 보통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빵도 케이크도 없었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진열된 여러 모양과 재질의 텀블러와 머그컵에는 전세계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스타벅스 초창기 오리지널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주문대에서 젊은 청년이 어김없이 ‘오늘 하루 어땠어요?’ 하면서 메뉴판을 내민다. 메뉴판에는 에스프레소, 카페라떼가 아닌 텀블러 1번, 텀블러 2번, 머그컵 3번 등등 기념품만이 빼곡하게 안내되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기념품만을 사 간다. 가게는 넓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오리지널 로고의 색처럼 갈색 빛의 따뜻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커피원두의 향과 색처럼. 시애틀에 가면 꼭 사다 달라던 지인의 선물로 하나, 그리고 나의 첫 미국, 시애틀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하나 더 구입했다. 가을의 시애틀과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때문에 스타벅스 체인점의 숫자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에만도 100여 개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점마다 특색과 분위기, 규모와 인테리어가 달라서 스타벅스를 스케치하면서 시애틀을 여행해도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 파이크 플레이스 스트리트 중간에 위치. 1971년 스타벅스가 처음 오픈했을 때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추천아이템 로고가 그려진 텀블러는 $15~20 정도. 커피는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다. ▶갑수’s Tip 스타벅스 1호점의 인기는 너무나 높아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20평 남짓의 작은 가게가 비좁아 밖까지 줄을 서야 한다. 하지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은 입구 옆의 거리악사가 달래 준다. 최고 인기 상품은 스타벅스 1호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이다.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유일하게 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 로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 ▶봉현’s Pick 나는 걸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파이오니어 광장까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둘러본 후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1번가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보고 구경하고 맛볼 곳들이 많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시애틀은 평화로웠다. 해가 져도 외진 골목이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항구는 눈부시게 반짝였다. 팰리스 쥬얼리 & 론Palace Jewelry & Loan | 지미 헨드릭스가 전당포에서 기타를 구입한 것처럼 기타와 악기, 카메라 등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전당포.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아니라 재미난 주인아저씨가 운영한다. 주소 1420 1st Ave, Seattle, WA 시애틀 아트 뮤지엄 SAM Seattle Art Museum | 세계의 예술작품과 유물 2만5,000여 점을 소장. <망치질을 하는 남자>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익숙한 조형물과 동일하다. 운영시간 수,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월 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17 주소 300 1st Ave, Seattle, WA 홈페이지 www.seattleartmuseum.org 패도 아이리시 펍 & 레스토랑Fado Irish Pub & Restaurant | 오후 4시부터의 해피아워에는 모든 음식과 음료가 할인된다. 17가지 종류의 생맥주가 있고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하다. 추천 메뉴는 연어를 올린 크랩케이크와 삽겹살 맛이 나는 타코, 기네스 맥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애플파이. 주소 801 1st Avenue, Seattle, WA 파이오니어 광장Pioneer Square | 1번가를 계속 따라 내려오면 숲처럼 나무가 우거진 파이오니어 광장이 있다. 밤이 되면 클럽과 술집으로 가장 번화한 장소가 된다. 낮에는 한가로이 그늘아래에서 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어도 좋지만 관광객과 홈리스들이 뒤섞여 있으니 유의할 것.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시애틀’ 곳곳에는 추장 시애틀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통해 지하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갑수’s Pick 몰라봐 주어 미안한 시애틀 와인 시애틀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큰 이유는 최고의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시내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우딘빌에는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들이 늘어서 있다. 매일 오후 출근하듯 와이너리로 갔다. 한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시애틀 와인은 맛보기 힘들다. 그래, 시애틀에 머무는 동안 실컷 마시고 가자. 피노누아며 쉬라, 리즐링, 피노 그리지오 등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했다. 저녁이면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을 마시며 시애틀의 야경을 감상했다. 어두운 창밖 밤하늘 가득 돋아나던 시애틀의 별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아내를 잃고 외롭게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애틀의 건축가 톰 행크스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최갑수 작가 와인처럼 달콤한 시간을 감각하다, 우딘빌Woodinville 시애틀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우딘빌은 샤토 생 미셸과 콜럼비아 와이너리가 들어선 이후, 워싱턴주 와인의 허브로 재탄생했다.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와주와 오리건주, 뉴욕주와 함께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해내는 지역. 캘리포니아 와인은 우리에게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워싱턴 와인도 최근 들어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워싱턴주는 동쪽의 야키마 밸리에 포도밭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강우량이 극히 적어 인근 콜롬비아 강에서 강물을 끌어다 관개를 한 후 포도를 생산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시애틀로 옮겨져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우딘빌에 자리한 수많은 와이너리 가운데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매년 25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포도밭에 자리잡은 4,300명 규모의 대형 원형 극장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콘서트를 볼 수 있는데 케니 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핑크 마티니 등이 무대를 꾸민다. “샤토 생 미셸 포도밭은 캐스캐이드 산맥 동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맥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 주는 데다, 연간 강수량이 200mm 이하입니다. 위도가 높아 캘리포니아보다 여름 평균 일조량이 2시간 이상 길죠.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이 포도의 풍미를 높이고, 따뜻한 기후와 일조량은 포도를 완숙하게 하죠. 여기에 큰 일교차로 인한 서늘한 기온은 산도가 탁월한 와인을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 결과 보르도, 부르고뉴와 견줄 만한 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한잔 맛을 본다. 2009년 빈티지. 잘 밸런스되어 있고 피니시도 괜찮은 편. 미국 와인답게 적당한 중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그리고 캐주얼하다. 까다로운 프랑스 와인처럼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열자마자 꽃이 피듯 향이 환하게 올라온다. 치즈도 좋고 고기도 어울릴 듯. 안내하는 이는 ‘어메리칸 그랑 크뤼’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와인 스펙테이터>지가 매년 선정하는 ‘톱 100 와인’에서 11년간 14개 와인이 수상한 경력을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무료 테이스팅이지만 5달러를 더 내면 중가의 와인까지 추가 테이스팅이 가능하다. 샤토 생 미셸┃주소 14111 NE 145th Street woodinville, WA 전화 425-488-1133 홈페이지 www.ste-michelle.com/ ▶갑수’s Pick 시애틀의 육해공 공략법 시애틀 여행의 출발점은 스페이스 니들이다. 시애틀 어디에서건 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출발해 EMP박물관과 치훌리 가든을 우선 본 후 라이드 덕을 타고 시티투어를 즐겨 보자. 수륙양용차 타고 시애틀 시티 투어 라이드 덕Ride The Duck of Seattle 치훌리 전시관을 나오니 어느새 날이 갰다. 화창하다. 하늘은 푸르게 빛난다. 자, 이제 라이드 덕을 탈 차례다. 라이드 덕은 시애틀에서만 탈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다. 오리 모양으로 생긴 수륙양용버스다. 90분간 시애틀 시내 곳곳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라이드 덕, 이거 참 재미있다. 운전사는 ‘Wacky Captain’이라고 부른다. 그냥 차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여행지에 대한 해설도 곁들인다. 복장도 요란하다. 우스꽝스런 모자로 탑승객을 즐겁게 한다. 하드록 카페 앞을 지날 땐 시애틀의 록 역사를 설명해 준다. 그냥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요란한 록음악을 귀청이 떨어질 듯 크게 틀어댄다. 스타벅스 앞을 지날 때는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준다. 버스에 탄 사람은 운전사의 리드에 따라 박수도 치고 노래도 함께 한다. 투어 내내 차가 들썩인다. 길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을 해준다. 시내를 빠져 나온 라이드 덕은 레이크 호수Lake Union로 풍덩 빠져든다. 차에서 배로 변신. 호수는 마냥 평화롭다. 유유자적 카누의 노를 젓는 사람들. 부드러운 가을 햇빛이 수면 위로 내려앉고 있다. 유니언 호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의 보트 하우스가 있던 곳. 톰 행크스는 밤이면 쓸쓸히 베란다로 나와 호수를 바라보곤 했었다. 유니온 호수에는 아직도 선상 가옥이 있는데, 이는 1890년대 어부와 선원들이 처음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금을 아끼고 값싼 주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2,000가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500가구 정도가 남아 있다. 라이드 더 덕┃탑승장소 웨스트레이크 주소 4th Avenue & Pine Street, Seattle 소요시간 90분 요금 $22 ▶봉현’s Tip 톰 행스크보다는 현빈으로 기억되는 프로그램이다.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에도 등장하기 때문.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운전수 가이드와 신나는 노래를 다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마스코트인 오리 인형을 비롯, 모든 탑승객에게 오리소리가 나는 피리를 주며 모든 시애틀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참고로 이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차는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지만 쓸모가 없어져서 관광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시애틀을 한눈에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나는 그렇다.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가든, 랜드마크로 먼저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시애틀의 랜드마크는 스페이스 니들이라고 들었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였던 시애틀 센터에 자리한 곳으로 약 185m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시애틀 시내뿐만 아니라 푸른 태평양과 유니언 레이크, 흰 눈을 덮어쓴 해발 4,392m의 레이니어 산봉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은 ‘우주 바늘’이라는 이름 그대로 괴상하게 생겼다. 높다란 마천루들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도시. 아마도 그 사이에는 감색 정장을 입고 푸른색 또는 붉은색 넥타이를 메고 서류가방을 옆구리에 낀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뛰듯 걸어다니겠지.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대는 순간 오른쪽편 태평양에서 커다란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화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주소 400 Broad St, Seattle 홈페이지 www.spaceneedle.com화려한 유리 공예품의 향연, 치훌리 가든Chihuly Garden and Glass 데일 치훌리Dale Chihuly는 세계적인 유리 조형의 거장이다. 미국 최초의 무형문화재인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주요 도시의 200개 이상의 유명 박물관과 정원에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고 한다. EMP박물관 옆에 자리한 치훌리 가든 & 글라스 전시관에는 치훌리의 유리 조형물과 그림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유리공예 시리즈와 개인 컬렉션까지 볼 수 있다. 전시관 밖에 자리한 높이 13m, 넓이 418㎡의 글라스하우스 역시 웅장하고 화려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 옆에 자리한 컬렉션 카페Collections Cafe에도 가보자.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카니발 쵸크웨어Carnival Chalkware, 오래된 아코디언, 라디오와 카메라 등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치훌리 가든┃주소 305 Harrison St, Seattle(스페이스 니들 타워 바로 옆) 입장료 성인 $19. 스페이스 니들을 포함한 할인 패키지도 판매한다. 홈페이지 www.chihulygardenandglass.com▶봉현’s Tip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의 치훌리 가든은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주 놀라웠다. 유리공예 아티스트 치훌리의 작품을 정원을 비롯한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실용적인 유리공예가 아닌, 형태와 색을 자유로이 만들어 이야기가 담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갑수’s Pick 마니아를 위한 시애틀 시애틀은 마니아의 도시. 커피 마니아, 록 마니아, 와인 마니아들에겐 천국이다. 하루 종일 EMP박물관에 있어도 좋고, 캐피톨 힐로 커피 순례를 떠나도 좋다. 찬란한 가을볕은 덤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를 만나다 EMP박물관 스페이스 니들을 내려와 그 옆에 자리한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록 음악 박물관이다. 이곳은 시애틀 여행시 가장 가보고 싶던 장소. 록 마니아들 사이에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시애틀은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태어난 곳이다. 1942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만 27세로 요절한다. 주요 무대 활동 4년, 스튜디오 음반 3장 발매. 지미 헨드릭스의 약력은 이것이 전부이지만 그는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흰색 팬더 스트라토캐스트가 반긴다. 헨드릭스가 생전에 연주했던 기타다. 그 뒤로는 500여 개의 기타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빼앗는다. 너바나의 흔적도 더듬을 수 있다. 이들의 손때 묻은 악기와 의상,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시애틀은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즈, 사운드가든, 펄잼 등 1990년대 그런지grunge 열풍의 진원지기도 하다. 여성 록 뮤지션의 연대기를 훑을 수 있다. 마돈나의 의상과 조니 미첼의 친필 노트,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피아노 등이 전시돼 있었다. 체험관에서는 기타와 드럼을 비롯해 각종 이펙터와 턴테이블을 연주할 수 있다. EMP박물관┃주소 325 5th Avenue, Seattle 입장료 성인 $20 홈페이지 www.empmuseum.org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자유로운 영혼들의 거리, 캐피톨 힐Capitol Hill 시애틀은 커피향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커피향이 스며 있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커피로 가장 유명한 도시. 한집 건너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애틀 커피의 진수는 스타벅스가 아닌 캐피톨 힐Capitol Hill이라는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이 시애틀을 커피의 도시라 부르는 진짜 이유는 이곳에 자리한 수많은 독립 카페들 덕분이다.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 카페들은 직접 해외 유명 커피 산지에서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독특한 커피들을 재생산해서 공급한다. 헌책방도 많고 거리도 잘 정비되어 있어 한나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예술가와 게이, 자유분방한 캐피톨 힐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는 스타벅스가 아닌 독립 카페들이 많다. 비바체 등 로스팅 실력이 쟁쟁한 카페들이 숨어있다. 시애틀의 진정한 커피 마니아들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캐피톨 힐에서 커피를 마신다. 독립 카페는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지역 커뮤니티에 밀착해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로스터리와 카페를 말한다. ▶travie info 시애틀 알라모 렌터카 대여점 시애틀에서 렌터카를 빌리면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남하하며 캘리포니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위치 시애틀국제공항SeaTacIntl Airport 주소 3150 S 160th St Suite 509, Seatac, WA 전화번호 206-433-0182 영업시간 24시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인천 중구 ‘근대역사문화의 거리’

    [명인·명물을 찾아서] 인천 중구 ‘근대역사문화의 거리’

    우리나라에서 근대 개화기 유물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서울’이라고 답할 것이다. 오래된 수도인 데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기 전부터 일본인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개항의 관문이었던 ‘인천’이다. 인천 중구에는 제물포가 개항된 1883년부터 한일합병이 이뤄진 1910년대에 이르는 개화기 시대의 건물 50여채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용도의 건물인 은행·호텔·교회·기상대 등이 일본, 중국, 유럽 등 외국 양식에 따라 세워졌다. 중구는 지난달 3일 자유공원 등에서 ‘근대개항 거리문화제’를 열었다. 구는 이 일대가 우리나라 개항기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임을 강조하기 위해 3년째 거리문화제를 열고 있다. 실제로 중구는 개항기 건축물이 밀집한 데다 국내 최초의 도시계획구역이어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로 불린다. 어찌 보면 치욕의 역사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도시학적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형태의 각국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 개항도시 인천의 포용성이 느껴진다. 중구청 앞 골목(중앙동2가)에 있는 옛 ‘일본58은행 인천지점’은 1892년 지어진 2층 석판 마감 건물로 발코니, 도머창, 맨사드지붕 등은 프랑스풍 르네상스 양식이다. 인천전환국에서 만든 신구 화폐를 교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바로 옆에 있는 ‘일본18은행 인천지점’은 2006년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바뀌어 근대 건축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18은행에서 50m쯤 떨어진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은 1899년 건립돼 일본영사관 금고 역할을 했으나, 2010년 ‘인천개항박물관’으로 변신, 인천항을 통해 처음 소개된 근대문물 중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 복원 방안도 추진된다. 이 호텔은 외국인들에게 최초로 커피를 팔아 인기를 끌었다. 경인 철도가 놓이기 전 인천에서 서울로 가려면 인천에서 하루 묵어야만 했고, 이런 수요 때문에 1888년 중앙동1가에 세워진 이 호텔은 서양식으로 설계된 3층 목재 건물이었다. 경인선 개통으로 수요가 감소하자 경영난에 직면한 대불호텔은 1918년 중국음식점인 ‘중화루’로 간판을 바꿨다가 1978년 건물이 헐렸다. 부지 소유주인 김모씨가 지난 9월 386㎡를 중구에 기부채납함에 따라 구는 다음 달 인근 부지까지 매입해 대불호텔 복원·활용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형보존’ 조치가 내려진 지 2년 만이다. 중구청 앞 큰 길가에 있는 ‘아트플랫폼’은 본래 인천항 개항 후 물류운송 업무가 증가하면서 지어진 10여동의 적벽돌 창고였다. 구는 이곳을 지역 예술인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지난 9월 한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한국 근대문학을 체험할 수 있다. 중구청 뒤편에 있는 자유공원은 1888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근대공원이다. 개항 이후 서구 열강들이 인천을 거류지로 삼고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한 공간으로 처음에는 ‘각국공원’으로 불렸다. 인천기상대는 개항 뒤 선박 입출항이 빈번해진 인천항의 기상관측이 중요해지자 1905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기상대다. 1923년 항동6가에 지어진 인천우체국(현재 인천중동우체국)은 90년간 동일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특이한 존재다. 이 외에도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선린동), 인천 거주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이었던 ‘제물포구락부’(송학동1가), 대한성공회 ‘내동교회’(답동), ‘청국영사관’(북성동3가, 현재 화교학교) 등이 한국 근대사에서 인천이 지니는 역사성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황은경(53)씨는 “인천에 오래 살면서도 근대 역사와 관련된 문화재가 이처럼 많은 줄 몰랐다”면서 “근대역사문화의 거리를 찾은 뒤 인천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포토 다큐 줌인] 불황 속 블루오션… 주목받는 ‘키덜트(kid+adult) 문화’

    [포토 다큐 줌인] 불황 속 블루오션… 주목받는 ‘키덜트(kid+adult) 문화’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어르신들이 보면 다 큰 성인이 무슨 장난감이냐며 혀를 끌끌 차겠지만 건담이나 피규어 등 성인용 장난감을 전혀 거리낌없이 구입하는 어른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20~40대 키덜트들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키덜트 장난감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들의 구매력에 힘입어 키덜트 산업은 매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키덜트 관련 제품 시장 규모는 현재 5000억원에 이른다. 불황 속 블루오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성을 눈여겨본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강남의 압구정 명품관에 키덜트 장난감 매장 두 곳을 입점시켰다. 오리지널 키덜트 장난감인 건담과 피규어 마니아에 최근 인기인 무선조종용품 마니아를 더하면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이한 취향을 가진 소수의 비주류 문화로 취급받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당당하게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이들도 늘고 있다. 8년차 건담 마니아인 김창완(32)씨. 귀금속 세공사라는 직업을 살려 순은으로 건담을 직접 만들었다. 5년 전 일본 완구업체인 반다이사에서 2억 5000만원짜리 백금 건담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순도 92.5%의 순은으로 퍼스트 건담인 RX-78 모델을 제작했다. 프라모델을 이용해 본을 뜬 뒤 은을 부어 표면을 연마해 완성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재료비로만 100만원이 들어갔다. 이후 반년마다 하나씩, 세 점의 은 건담을 더 만들었다. 김씨는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료비로만 수백만원이 들어갔지만 다른 이들에게 없는 나만의 건담을 갖고 있어 뿌듯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수백점을 소장한 이들이 수두룩한 건담 마니아들 사이에서 100점이 채 되지 않는 김씨의 건담 컬렉션이 특별한 이유다. 피규어에 대한 애정을 노래에 담은 이도 있다. 스토리텔링음악을 하는 인디 가수 팻두(FATDOO·이두환·31)는 음악만큼이나 피규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마니아이다. 곰인형 모양의 일본산 아트토이 베어브릭(BearBrick)이 그의 주요 수집품이다. “피규어 수집 취미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음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 팻두는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베어브릭에 관한 음반을 발표한 바 있다. 2011년 베어브릭을 소재로 7곡의 노래가 담긴 ‘베어브릭 인 러브’라는 음반을 만들었다. 베어브릭을 좋아하는 이들과 사연을 나누고 싶어 자비를 들여 음반 3000장을 찍은 뒤 이 가운데 2500장을 한 아트토이 판매점을 통해 베어브릭 애호가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외국제품이 대다수인 피규어 분야에서 자신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피규어로 국내외 마니아들의 눈길을 잡아끈 이도 있다.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된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COOLRAIN·이찬우·42)이다. 그가 만든 다이나믹 듀오 10주년 기념 피규어와 NBA 컬렉터 시리즈는 피규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도 처음에는 피규어를 사모으던 피규어 마니아 중 한 명이었다. 2004년 초 외국 자료를 보며 독학으로 피규어 제작법을 배워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아트토이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유명 영화 속 등장인물을 본뜬 피규어 제작가인 원형사는 적지 않지만, 쿨레인처럼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피규어를 만드는 아트토이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필리핀과 홍콩 등 해외에서 수차례 초청전시를 연 그는 내년 미국에서 전시를 계획 중이다. 쿨레인은 “용인 송담대에 토이캐릭터창작과가 생길 만큼 피규어 시장이 산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피규어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열성탈모시장, 뜨겁다

    열성탈모시장, 뜨겁다

    최근 10년간 대한민국의 탈모시장은 매년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관련제품과 전문병원, 클리닉, 관리센터 등 탈모시장의 과열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 한방샴푸시장 1위의 점유율를 자랑하는 려샴푸의 새로운광고 ‘열풍(열에 지지 않는 풍성한 아름다움)’ 캠페인이 열성탈모시장에 불을 당겼다. 이로 인해 실제 많은 의료기관과 제품에서 탈모의 원인으로 ‘열성탈모’를 인용하는 추세다. 탈모는 부계유전이라는 통념을 깨고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탈모가 늘어나고 있다. ‘머리 나는어플’의 통계자료를 따르면 부계나 모계 유전요인이 전혀 없는 탈모환자가 30%에 달한다. 또한 정수리탈모, 원형탈모, M자탈모 등 유형도 다양해지고 남성, 여성, 학생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고 있다. 후천적으로 생기는 현대인들의 탈모는 열성탈모로 잘못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누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열성탈모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한 탈모로 두피열에 의해 탈모가 된다는 이론이다. 열성탈모연구의 선두주자를 표방하는 발머스한의원이 올해 7월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남성탈모의 99.6% 여성탈모의 95.5%에서 두피열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때문에 열성탈모 이론은 두피열을 치료하면 현대인의 탈모는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발이식 또는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제제’를 외에도 현대인에 걸맞은 새로운 탈모치료법의 등장은 탈모인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의학전문가들은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다르듯이 각자에 맞는 전문적이고 정확한 열성탈모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조기 치료 시 빠른 탈모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보다 정확한 탈모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한편 본인의 열성탈모여부는 구글플레이스토어 탈모부분 1위 어플인 ‘머리나는어플’을 통해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어플은 정보제공 차원일 뿐 정확한 진단은 전문병원을 이용할 것이 권장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전쟁의 상흔 간직한 포천 벙커 등 근대유산 8건 문화재로 등록 예고

    전쟁의 상흔 간직한 포천 벙커 등 근대유산 8건 문화재로 등록 예고

    문화재청은 경기도 포천 방어벙커 등 근대유산 8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포천 방어벙커와 함께 문화재 등록을 앞둔 근대 유산은 만경강 철교, 전북 완주 옛 삼례양곡창고, 대구 삼덕초등학교 옛 관사, 경남 진주 배영초등학교 옛 본관, 서울 경기상고 본관, 서울 기상관측소 본관, 서울 흥천사 대방 등이다. 포천 방어벙커는 원형 철근을 약 20㎝ 간격으로 배치해 90㎝ 안팎의 두께를 지닌 철근콘크리트 벽체로 만든 군사 시설이다. 남북 간 군사대치가 심화된 1948년 남측에서 구축했다. 벙커에는 6·25전쟁 당시 교전 흔적도 남아 있다. 만경강 철교는 스틸거더 형식의 철도교량으로 상부 구조와 교각 및 교대(교량 양쪽 끝 하부구조)가 건립 당시 국내에서 두 번째로 긴 교량이었다. 만경평야의 농산물 반출을 위해 1912년 전북경편철도주식회사가 개통했다. 애초 이리~전주 간 경편철도를 개통하면서 나무다리로 만들었지만 1927년 경편철도주식회사의 국유화와 함께 일반철도로 폭을 넓히면서 1928년 철교로 바뀌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100% 동의 불가능…3분의 2까지 설득”

    “총장으로서 가장 어려운 건 내부의 반발이었죠.” 취임 1년을 넘긴 송희영 총장에게 ‘그동안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라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건국대 교수부터 시작해 기획조정처장 세 번에 부총장까지 지낸 송 총장은 ‘학교 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하지만 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총장은 보직 교수의 입장과는 다르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업은 피라미드 조직입니다. 하지만 대학은 달라요. 사각형이거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대학 경영은 기업처럼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효과를 내야 하죠. 하지만 피라미드 조직과 달리 작은 일에도 교수들의 반발이 심합니다. 자신의 이익과 연결된 일이면 교수들의 반대가 심해요.” 송 총장은 대학을 가리켜 ‘커다란 항공모함’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J 두데스탯 미시간대 총장이 쓴 ‘대학혁명’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항공모함은 갑자기 진로를 틀 수 없고 조금씩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대학이 그렇더군요. 하나의 합의된 의견을 만들기까지가 쉽지 않아요. 신공학관·부동산학관 짓는 일도 1년 전에 시작했는데 이제야 착공합니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우선 위원회를 만들어 교수들을 참석시킵니다. 의견을 듣고 나서 마음이 안 맞는 교수가 있으면 계속 대화하고 설득합니다. 3분의2 정도가 찬성한다면 바로 ‘두잉’(Doing) 하는 거죠. 모든 의견을 다 듣고 끌고 가려면 너무 늦어요.” 송 총장은 “대학은 특수한 집단이다. 100% 동의를 모으기는 불가능하다”며 “총장으로서 1년을 지내니 이런 점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렇다고 약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폭군의 머리통을 발로 찼다… 축구가 됐다

    폭군의 머리통을 발로 찼다… 축구가 됐다

    [더 볼] 존 폭스 지음/김재성 옮김/황소자리/368쪽/1만 7000원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공만큼 폭넓게 사랑받는 놀잇감이 또 있을까. 던지고 받는 단순한 놀이에서 차고, 굴리고, 빼앗는 고난도의 스포츠 경기에 이르기까지 공 하나로 얻는 즐거움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공놀이를 하는 걸까. ‘더 볼’(The Ball)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서 누구도 진지하게 제기하지 않았던,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해했을 공놀이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기다. 하버드대 출신 고고학자이자 스포츠광인 저자는 일곱 살 아들과 공 던지기 놀이를 하던 중 아들이 불쑥 던진 한마디에 자극받아 공과 공놀이의 역사를 복원하는 지적 탐험을 시작한다. 저자는 먼저 공놀이의 기원을 추적한다. 인류가 언제부터 공을 갖고 놀았는지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공놀이에 대한 최초의 묘사는 기원전 3000년경 근동과 이집트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문학작품 가운데 하나인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언급된 이 공놀이는 말이 아닌 사람의 등에 타고 하는 폴로 경기와 유사한 형태였다. 고대 그리스인 또한 ‘에페드리스모스’라는 이름으로 이 경기를 즐겼다. 기원전 1500년경의 이집트 조각에선 사제들이 던지는 공을 올리브나무 가지로 치는 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유한 로마인들은 검투사들의 경기가 따분해지면 난폭한 형태의 공놀이 뺏기인 ‘하르파스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르파스툼의 최대 애호가이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주치의였던 갈렌은 180년경 공놀이가 운동과 체육에 미치는 효용을 과학적으로 논증한 논문에서 공놀이는 계층과 지위를 뛰어넘어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심신을 고양시키는 ‘최고의 만능운동’이라고 칭송했다. ‘놀이가 두뇌 음식이라면 공은 고단백, 고열량의 에너지바’라고 정의한 저자는 축구, 테니스,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구기 종목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누빈다. 축구의 원형을 찾기 위해 저자가 찾은 곳은 스코틀랜드 북부 연안에 있는 오크니제도다. 책에 따르면 축구는 수백 년 전 이곳 주민들이 폭군 터스커의 머리통을 발로 차며 거리를 누빈 데서 시작됐다. 이후 주민들은 한 해 두 차례씩 팀을 나눠 공을 차는 ‘커크월 바’ 경기를 열고 있다. 폭군에 대한 증오와 한이 실린 이 경기의 격렬함은 오늘날 레알마드리드 대 바르셀로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대 리버풀 같은 라이벌 경기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축구가 대중의 경기라면 테니스는 왕들의 스포츠다. 저자는 중세 수도원 회랑에서 태어난 테니스가 어떤 모습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는지를 전하기 위해 가장 오래된 형태의 테니스인 ‘주드폼’ 경기장이 남아 있는 프랑스의 퐁텐블로를 방문한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리얼 테니스’ 선수들은 자신이 사용할 공을 직접 만들면서 전통을 지키고 있다. 이 경기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당시 ‘파리의 테니스 선수 숫자가 영국의 주정뱅이 숫자보다 많다’는 우스개가 있었는데 저자는 이를 빗대 ‘역사는 프랑스의 주드폼 선수들보다 영국의 주정뱅이들에게 더 친절했던 모양’이라고 썼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두 스포츠인 야구와 미식축구를 통해 미국인의 상충하는 비전을 짚어 내기도 한다. 투수의 공을 받아친 타자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야구에는 지금보다 단순하고 근심 없는 날들을 바라는 마음이 담겼고, 경기장 구획부터 규칙까지 철저하게 통제하는 미식축구는 날로 번성하는 미래 기술문명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또한 메소아메리카(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북부)에서 기원한 인디언의 공놀이 울라마와 라크로스가 단순한 유흥이 아니라 종교적 제의이자 신화의 일부라는 점도 깨닫는다. 공놀이를 왜 하는지에 대한 긴 여행을 마친 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한마디로 재미있으니까.” 그러면서 과도한 상업주의와 약물 중독 등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현대의 스포츠가 공놀이가 주는 순수한 즐거움의 소중함을 되새길 때라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637억!…세계 최고가 다이아몬드 ‘핑크 스타’

    637억!…세계 최고가 다이아몬드 ‘핑크 스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로 점쳐지고 있는 ‘핑크 스타’가 소더비즈 영국 런던 경매소를 통해 공개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핑크 스타는 59.6캐럿짜리 무결점 핑크 다이아몬드로 다음달 13일 소더비즈의 스위스 제네바 경매에 출품된다. 특히 핑크 스타는 낙찰 예상가가 최소 3700만파운드(약 637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핑크 스타는 1999년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산출회사 드비어스는 핑크 스타를 가공하는데 무려 2년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정교한 타원형 오벌컷으로 컷팅된 이 다이아몬드는 지난 2010년 제네바 소더비에서 2900만파운드에 낙찰돼 신기록을 세운 24.78캐럿짜리 ‘그라프 핑크’보다 두 배 이상 크며, 최상급 투명도와 화학적 순도로 유명한 소그룹인 ‘타입 11a’로 분류되고 있다. 경매 주관사 소더비는 이런 핑크 스타를 두고 “이례적일 정도로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창문을 열면 ‘대자연’이 가득 ‘대림e편한세상’ 특별분양

    창문을 열면 ‘대자연’이 가득 ‘대림e편한세상’ 특별분양

    드디어 꿈꾸던 내 집 마련에 성공했지만, 창문을 열면 보이는 것이라곤 아파트 담벼락이 전부라면? 최근 ‘친환경’, ‘힐링’이 주거공간의 핫 트렌드로 자리 잡아감에 따라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자연을 품은 아파트 단지가 주가를 높이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생태환경지구에 위치한 ‘대림e 편한세상’은 대표적인 친환경 아파트 단지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자연친화적 조경으로 설계된 공원형 단지로 한강변과 연계한 식물원식의 테마별 조경으로 건강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을 완성했다. 또한 아파트 정면에는 모담산과 운양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으며, 한강과 인접해 조깅이나 자전거 등 운동을 즐기기에도 좋다. 특히 겨울철 한강을 찾는 철새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LH는 김포 생태환경지구 내에 생태시범마을을 조성하고 생태환경체험과 학습 기능을 도입할 계획으로, 완공시 도시거주민들을 위한 공동텃밭을 비롯해 모이주기, 생태문화 탐사 등 자녀들을 위한 교육적 프로그램의 혜택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림e 편한세상’은 생활편의면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고객맞춤 설계로 단지 내 음식물 탈수기 및 처리기(건조식) 설치, 세대환기시스템(전열교환환기시스템), 세대별 개별정수기 설치, 가구당 1.72대의 여유 있는 주차공간 확보, 보안설계 강화 등 차별화된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서울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젊은 층이 중시하는 도심 접근성 또한 뛰어나다. 서울 여의도까지는 20분, 강남은 40분대면 닿을 수 있다. 또한 단지 앞에 건설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104역사가 완공되면 서울지하철 5,9호선 등으로 환승이 가능해 서울 도심 전역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지상 12~29층에 총 955가구(전용면적 101~156㎡)로 구성된 ‘한강신도시 대림 e편한세상’은 현재 156㎡형이 분양 마감됐으며, 잔여세대를 특별 분양 중이다. 잔여세대에 대해서는 발코니 확장 무상제공, 중도금 대출이자 지원, 잔금 20% 2년 유예, 취득세 및 이사비용 지원 등의 특별 혜택이 제공된다. 분양 정보는 전화(1577-6643)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난한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진리”

    “가난한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진리”

    누군가는 잡스럽다, 부박하다고 할 세속의 공간과 사람들이 시 안에 북적인다. 보통 사람들의 지리멸렬하고 애잔한 일상에 비감을 느끼려는 찰나, 시인은 어느새 슬며시 다가와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눙친다. 권혁웅(46)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창비)이다. ‘시는 세속의 자식’이라 여기는 시인은 능수능란한 말재주로 세속의 풍경을 시의 언어로 절묘하게 엮어냈다. ‘편안한 수평이 되어’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봄밤), “늙으면 죽어야지” 하면서도 ‘오늘도 로맨스가 그치지 않는’ 노인대학의 노인들(불멸), ‘종이상자가 주소지인’ 노숙자들(삼국지 열전-노숙), ‘온 마을을 돌며 원주율을 만드는’ 야쿠르트 아줌마(야쿠르트 아줌마와 중국집 청년) 등 무심하게 지나쳐온 인물들이 시인의 연민과 해학에 힘입어 시로 태어났다. 세속을 시로 품은 이유를 묻자 시인은 “내 최초의 서정적인 공간이 어릴 적 살았던 돈암동 산동네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제가 맨 처음 시를 쓰게 된 자리도, 첫사랑이 움텄던 자리도 바로 거기였어요. 보통 시인들이 나무나 새를 노래하듯이, 세속의 공간이 제 서정시의 원형이자 표상이죠. 그게 저한테는 가장 순수하고 고결하다고 할까요.” 시의 배경은 영화관, 불가마, 주부노래교실, 해장국집, 감자탕집, 순댓국집 등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공간들이다. 평소 학생들에게 시를 쓸 때 ‘세상을 초대하라’고 가르치는 시인답게 그는 상호명까지 낱낱이 밝히며 우리 바로 곁의 이야기임을 주지시킨다. 이별을 앞둔 연인들의 울음을 이어졌다 토막났다 하는 순대에 비유하는 표제시처럼 말이다. ‘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시간째/끊겼다 이어졌다 한다/몸 안을 지나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신의주찹쌀순대 2층, 순댓국을 앞에 두고/(…중략)/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중략)/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인연이란 잠시만 한눈팔아도 불어버리는/라면사리 같은 것/혹은 산발한 채 국물 속에서 숨죽이는/신 김치를 닮은 세월도 있어요/(…중략)/우리는 두부처럼 마음이 풀어져요/마지막에 얹는 치즈처럼 웃으며/그게 또다른 기념사진인 줄도 모르고’(의정부 부대찌개 집에서) 권혁웅의 시는 슬픔과 유머가 함께 간다. “지극해지는 순간, 두 가지를 동시에 느끼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서 이는 잘 드러난다. ‘월수금 오후 두시마다 사지에 못 박히고 세시면 박힌 못을 탈탈 털고 일어나는’ 어머니를 두고 ‘부활절에 관하여’라는 시로 웃음을 안기는가 하면, ‘어머니는 나뭇잎처럼 뒤척인다’에서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밴 애처로움을 담담하게 읊는다. ‘어머니는 내게 보낸 엽서다 안 와도 돼, 바쁜데 뭐,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중략) 엽서엔 도장이 찍혀 있다 성북우체국에서 검버섯을 찍어보냈다 주민쎈터에서는 다달이 팔만원을 준다 어머니는 코라다 팔만원짜리 불면증이다 나뭇잎처럼 어머니가 뒤척인다’(어머니는 나뭇잎처럼 뒤척인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뎠다는 그에게 시를 쓰게 하는 동력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도 어느 순간, 작은 것 하나가 위로와 위안이 되어 줍니다. 가난하고 힘은 없지만 주인공인 사람들의 아주 작은 일상이 진리라고 생각해요. 그 바깥에서는 어떤 것도 소중한 것은 찾아지지 않는다는 깨달음, 그게 바로 저의 시이자 언어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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