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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의 어린이 책] 수영강사 네모씨가 찾는 작지만 소중한 가치

    [이주의 어린이 책] 수영강사 네모씨가 찾는 작지만 소중한 가치

    중요한 문제/조원희 지음/이야기꽃/48쪽/1만 2000원 수영 강사 네모씨가 불안에 집어 삼켜진 건 작은 구멍 하나 때문이다.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하지만 스트레스의 깊이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얄궂게도 정수리 한가운데를 보란 듯이 파고들어 자리잡은 원형 탈모 얘기다.그 작은 구멍은 네모씨의 일상을 완전히 잠식한다. 네모씨가 찾아간 병원 의사는 말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반드시 처방대로 따르세요.” 처방은 네모씨의 기쁨이나 즐거움과는 온통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길이다. 뜨거운 목욕 대신 미지근한 샤워를 해야 한다. 목욕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도 참아야 한다. 아끼는 강아지의 보드라운 털을 만질 수도 없다. 새벽 달리기도 주말 등산도 모두 포기해야 한다. 하고 싶은 것 대신 해야 하는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의 늘어난 목록 속에서 네모씨의 마음은 점점 뾰족하고 우울해져만 간다. 귀여워하던 아이들은 귀찮기만 하고, 회원들의 웃음은 나를 향한 비웃음 같기만 하다. 의사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정말 중요한 문제’는 뭘까. 네모씨는 머리에 대한 집착 대신 사소한 취향을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을 선택한다. 기분 좋게 흔들리는 따뜻한 물결, 초콜릿 한 조각과 커피 한 모금의 안온함,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 등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감정들, 작고 소중한 것에 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처럼 작가는 우리가 정작 놓치고 마는 사소한 것의 귀중함을 원색의 위트 있는 화풍으로 전한다. ‘이빨 사냥꾼’으로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에서 스페셜멘션(우수상 격)을 수상한 조원희 작가의 신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로 7017’ 꽃나무길 새달 개장

    “다채로운 녹음이 가득한 ‘서울로 7017’은 살아있는 식물도감입니다.” 서울시는 다음달 20일 개장하는 ‘서울로 7017’에 50과 228종 2만 4085주의 수목 식재 작업을 마쳤다고 20일 발표했다. 서울로 7017 메인 보행길 상부 2만 3658주·만리동광장 218주·서울스퀘어 인근 퇴계로 교통섬 209주다. 메인 보행길은 시작점부터 종점까지 645개의 원형화분으로 가득 찬다. 시작점인 회현역 5번 출구인 퇴계로에서 종점인 만리동 방향으로 가면서 ‘가’지과의 ‘구’기자나무부터 ‘회’양목과의 회양목까지 가나다순으로 나무를 심어 시민들은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수목의 이름을 알 수 있다. 화사한 봄꽃부터 푸르른 여름 수목, 화려한 가을 낙엽과 새하얀 눈꽃까지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적 측면도 고려했다. 바닥에는 ‘과’ 구분선과 명판을 설치하고 각 화분에는 식물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정보무늬(QR코드)도 만들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2만 4000여 주의 꽃과 나무로 가득 찬 ‘서울로 7017’은 도심 속에서 만나는 살아 있는 식물도감이자 공중공원”이라면서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맞은 서울로 7017이 낙후한 주변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종로 뒷골목 인사동, 옛 시간을 더듬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종로 뒷골목 인사동, 옛 시간을 더듬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중략)…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시 ‘귀천’ 中 일부) 천상병(千祥炳·1930∼1993) 시인은 세상에 소풍 나왔다가 그렇게 갔다. 독일 유학을 하였던, 서울대 상대 동기로부터 막걸리 값 몇 번 받아썼던 게 빌미가 되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이다. 막걸리 값은 어느덧 ‘간첩자금수수’라는 죄목으로 그를 전기고문 의자에 앉혔다. 친구 누구에게도 스스럼없이 막걸리 값 얻어 술 마시고 시 쓰던 천상병은 졸지에 간첩이 되고 만다. 진정한 블랙코미디다. 당시 중앙정보부의 수사일지에는 “100원 내지 6500원씩 도합 5만여 원을 갈취 착복"한 무뢰한으로 천상병은 국가기관 기록에 남는다. 행려병자로 ‘서울시립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 그를 따뜻하게 받아 준 여인이 바로 목순옥(1935~2010) 여사였다. 목 여사는 문인들의 도움으로 인사동에 작은 찻집을 하나 내고 생계를 이어 나간다. 문단에서 이름 석 자 대면 절 서너 번씩 받을 수 있던 문필가들도 인사동 거리에서는 결코 내로라하지 못했다 한다. 인사동 골목 골목에는 이런 저런 사연들이 상처 아문 실핏줄처럼, 보드라운 이야기길을 만들어 서울 한 복판을 흐른다. 1984년 11월 7일에 길이 0.7㎞, 너비 12m에 이르는 인사동길이 제정된다. 이후 인사동은 1988년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되었고, 1997년 4월 13일부터는 일요일마다 차 없는 거리로 꾸며진다. 또한 1999년 7월부터 역사탐방로 공사를 하여 2000년 10월부터 본격적인 현재의 인사동 길의 모습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금의 인사동 길은 종로 2가에서 안국동 사거리까지를 말하지만, 예전에는 종로에서 태화관길(현재 태화빌딩)과 만나는 곳까지였다. 또한 인사동의 명칭은 조선시대 한성부의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에서 가운데 글자인 인(仁)과 사(寺)를 따서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방(坊)은 조선의 행정구역 명칭으로 하나의 구획을 일컫는다. 인사동에 골동품 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한 때는 일제강점기부터였으며, 1970년대까지 인사동은 한국전쟁 이후 흘러들어온 골동품을 거래하던 큰 골목이었다. 하지만 가짜 고서화 사건, 금당살인사건으로 인해 1980년대부터 인사동 골목은 골동품 가게들이 점차 토속음식점, 전통찻집,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판매점이 들어서면서 현재 인사동 모습의 원형을 만들었다. 현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길을 가리키는 ‘매니스 앨리’(Many’s Alley)로 통하며 서울 시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인사동 거리에서 눈여겨 볼만한 주요 유적지 및 전통 가게들이 몇 군데 있다. 최근에 스타강사인 설민석 강사의 룸살롱(?) 발언으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옛 독립선언 유적지인 태화관(현 태화빌딩) 자리다. 사실 태화관은 원래 이완용의 집터였기에 삼일운동 때 그 조약을 무효화시킨다는 뜻으로 여기서 독립선언식이 거행되었다. 인사동 194번지인 이 곳에서 한용운 선생이 선언서를 낭독하였다. 또한 인사동 주요 유적지로는 경인미술관으로 운용되는 조선 철종 때 지어진 박영효 대감댁의 터, 삼일운동 기념비가 있는 승동교회, 서울특별시 민속자료 15인 민가다헌, 조선시대 궁중 약재를 관리하던 전의감터, 한국 전통 회화의 요람이던 도화서터, 을사늑약에 반대하여 자결하였던 충정공 민영환의 집터가 있다. 인사동에는 거개 나름의 전통을 뽐내는 점방(店房)들도 많다. 1934년에 개업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통문관, 국내 최초의 전각 전문 갤러리인 문정전각, 목조각상을 소장하고 있는 목인박물관, 인사동 대표명소인 쌈지길, 다양한 전시회를 만날 수 있는 인사아트센터, 한국 최고 김치박물관인 뮤지엄김치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들린 서예도구 판매점 명산당필방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가게와 전시관 등이 있다. 인사동 골목길을 걷는 맛은 나름 운치가 있다. 대로변 번화한 거리의 번잡함을 피해 잊혀진 옛 시간이 만든 길을 걷다보면 가슴 먹먹한 추억도 한량없다. 인사동 골목길은 길을 잃어도 또 다른 길을 만나게 한다. 우리네 인생사와 닮았다. <인사동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한 번은. 아직은 명맥이 살아있는 곳. 특히 외국인 친구가 있으면 필수! 2. 누구와 함께? -누구라도. 3. 가는 방법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출구 인사동 방면 도보 1분/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 안국동 방면 도보 7분 4. 감탄하는 점은? -골목 골목, 구석 구석에도 관광객들이 차고 넘친다는 점. 볼거리가 풍부하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명성에 비해 점점 유흥업소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 추세. 인사동의 장소성과 문화경쟁력 제고의 방향으로 인사동 거리가 유지되어 함. 6. 꼭 봐야할 곳은? -쌈지길, 경인미술관 7. 예상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insainfo.or.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낙원상가, 조계사, 탑골공원 10. 총평 및 당부사항 -인사동 들리기 전 반드시 북인사 관광안내소 나 남인사 관광안내소에 들러 나들이 장소 체크하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는 아무 생각 없이 나올 수 있는 곳. 구석 구석 볼거리 많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서울형 도시재생 공공디벨로퍼가 이끈다] 흉물 된 D·E등급 공동주택… ‘주거 복지’로 도시 살린다

    [서울형 도시재생 공공디벨로퍼가 이끈다] 흉물 된 D·E등급 공동주택… ‘주거 복지’로 도시 살린다

    ‘전면 철거,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을 지양하고 사람 중심의 도시를 조성하는 도시재생이 도입된 지 4년째다. 서양은 100년 전부터 도시재생이 추진됐지만, 우리는 2013년 관련 법이 정비되면서 도시 관리 패러다임이 개발에서 재생으로 바뀌었다.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공약에 도시재생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이에 서울신문은 11회에 걸쳐 ‘서울형 도시재생’ 모델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취지를 종합·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기획을 마련했다.사업성이 없어 대형건설사 등 민간기관이 등을 돌린 도심 지역 ‘정비사업’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나서 신선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재난위험 시설, 달동네 등 주거 위험 지역인데도 사업성 문제로 흉물로 방치된 곳을 SH공사가 ‘주거 복지’ 차원에서 새로운 주거지로 정비한다. SH공사가 도시재생의 한 축인 정비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SH공사는 지난해 1월 서울의 위험한 건물 대표 격인 관악구 신림동 강남아파트와 성북구 정릉동 정릉스카이 재건축에 착수했다. 강남아파트는 2001년 재난위험시설 사용제한 D등급 지정 이후 사람들이 떠나면서 급속히 쇠락했다. 건물 벽 곳곳에 금이 가고 이사하며 내놓은 쓰레기가 산재했다. 빈집에는 노숙자들이 살기도 한다. 폐가나 다름없다. 인근 주민들은 “우범지역”이라고 했다. 1974년 39.6㎡와 46.2㎡(12평·14평형) 서민 아파트로 건립됐지만, 재난위험시설 지정 이후 876가구 중 615가구가 이주했다. 현재 250가구가 거주하는데, 소유주는 70가구 정도이고 180가구는 중국인들과 빈민들이다. 한 주민은 “서울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붕괴 위험이 상존한다”고 했다. 그동안 3차례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첫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남광토건은 워크아웃으로, SK건설은 사업성이 안 돼 그만뒀다. 주민들은 “재건축이 지체되면서 조합의 빚이 수백억원대로 불어나 아무도 재건축을 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서광이 비쳤다. SH공사가 나섰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를 짓기로 했다. 8년 임대 후 분양 조건으로, 주변 전세 시세의 80~90% 선에서 입주할 수 있다. 2019년 상반기 착공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새 아파트에는 기존 876가구 대부분이 재입주한다”고 했다.지난 1월 철거된 정릉스카이는 1969~78년 순차적으로 건립됐다. 2~4층 규모의 5개 동에 140가구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이다. 2008년 재난위험시설 사용제한 D등급(1개 동)과 사용금지 E등급(4개 동) 지정 이후 대부분 주민이 이주했다. 철거 전까지 14가구가 생활했다. 건물 높이를 제한받는 자연경관지구에 속해 사업성 부족으로 10여년간 흉물로 방치됐다. 성북구는 2014년부터 3년간 주민 숙원인 재건축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SH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재건축을 제안했는데, SH공사가 이주 대상자들에게 공공주택 분양권을 마련해 주기로 해 SH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SH공사는 오는 11월 착공, 지하 3층~지상 4층 3개 동 16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을 조성한다. 주변 전세 시세의 60~80% 선에서 입주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준공 뒤 분양 완료를 해도 적자가 25억원이지만, 수익성보다 서울시민의 안전에 최우선 가치를 뒀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내 재난위험 시설 D·E등급 공동주택은 34곳이다. SH공사는 단독, 다세대, 아파트 동 수 같은 규모 등을 파악해 강남아파트·정릉스카이 외에도 12곳을 선정, 현장 조사를 했다. 12곳 중 SH공사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사업장 6곳을 먼저 택해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사업 정상화를 해 나갈 계획이다. 조범주 SH공사 도시재생사업부 부장은 “재난위험 공동주택, 주민 갈등으로 개발이 지연되는 갈등정체구역, 집창촌 같은 불량 주거지, 사업성 없는 달동네 등 민간이 하기 어려운 지역 위주로 사업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업성이 없는 만큼 사업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선 정부와 정부 산하 기금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릉스카이를 행복주택으로 한 이유는 국비·시비·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강남아파트도 중앙정부의 도움을 일부 받았다. SH공사와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부동산투자회사 ‘리츠’를 통해 일반 분양분을 선매입해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대상지의 사업성 유무는 ‘사업성 비례율’로 판단한다. 사업성 비례율은 준공 뒤 분양 완료 전체 자산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을 착공 전 자산 가치로 나눈 것으로, 민간기관은 90% 이상, 공공기관은 100% 이상 돼야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사업에 착수한다. SH공사 관계자는 “강남아파트는 사업성 비례율이 64%”라며 “강남아파트처럼 재난위험시설은 사업성이 없어 민간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장남종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SH공사가 지난해부터 ‘사업성 제로’ 지역의 도시재생을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 사업이 성공해 ‘공공지원형 정비사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다른 재난위험 지역 정비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난위험시설 지역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건축물의 건폐율·용적률·높이제한 등을 완화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용어 클릭] ■도시재생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세우는 종래의 ‘전면 철거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각 동네가 갖고 있던 역사와 문화, 환경, 생태 등을 보존하면서 사람 냄새 나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게 목표다. 정비사업은 도시재생의 한 방법으로,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도시·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 노후주택, 10년차 아파트 비중 高…도시 성숙기 판교에 부는 ‘분양의 봄’

    노후주택, 10년차 아파트 비중 高…도시 성숙기 판교에 부는 ‘분양의 봄’

    노후주택 비율이 높은 곳에 분양하는 ‘새 아파트’가 인기다. 노후주택 밀집지역은 오랜기간 중심 주거지로 교통 및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가 풍부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따라서 노후주택 비중이 높은 지역의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는 기존 도심 생활 인프라를 그대로 누리면서, 새로운 아파트의 장점을 누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신규 아파트로의 이전 욕구가 크고 희소성이 높아 단지 프리미엄도 높게 형성되는 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5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은 총 524만 8086가구다. 전체 아파트 858만 7761가구 중 61.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오랜 기간 중심 주거지 역할을 하며, 이미 각종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며 “이러한 지역의 신규 아파트는 입지가 뛰어난데다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희소성도 높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1기신도시 중 분당의 경우 조성된 지 20년이 넘어서면서 뛰어난 인프라를 갖췄지만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힘들고 신규부지가 없어 새 아파트에 대한 니즈는 높은 반면에 공급은 현저히 없다. 분당과 인접한 판교의 경우도 조성 10년 차를 맞이해 도시 성숙기에 접어 들면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 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분당구 판교 백현동 일원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부지에 4년 만에 분양 예정인 신규 아파트가 있어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가 그 주인공.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가 위치하는 판교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백현동, 삼평동, 운중동, 하산운동에 조성된 2기 신도시로 탁월한 강남접근성과 기반시설, 녹지, 교통망까지 갖춰 사실상 강남을 대체하고 있는 주거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판교테크노밸리에는 각종 첨단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여기에 43만 3000㎡ 규모로 조성되는 제 2의 판교테크노밸리가 올해부터 입주를 시작하며 백현지구 개발 사업도 예정에 있다.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는 친환경∙교통∙생활 인프라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종합병원 등 단지 반경 1km 이내에 교육∙교통∙생활 편의 시설 등의 생활 인프라 이용이 편리하며 분당도 생활권으로 공유 가능하다. 또 낙생고, 서현고, 보평고 등 전국 수준의 명문고도 다수 포진되어 있어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또한 우수한 교통망과 접근성도 자랑한다. 지하철 신분당선, 분당선, 경강선 등 3개 노선과 인접할 뿐만 아니라 경부고속도로, 판교-안양, 분당-수서 고속국도도 인접해 있어 광역교통망도 갖췄다. 또한 월판선(월곶~광명~안양~의왕~판교) 서판교역(2019년 착공 예정), GTX판교역(삼성~수서~판교~용인~동탄)이 2021년 개통 되면 입지적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전세대가 남향위주로 구성됐으며 단지 앞으로 쇳골천이 흐르고 뒷쪽으로 안산이 위치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형 입지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으로 꼽힌다. 단지 남측으로는 남서울 C.C가 인접해 있어 일부 세대에서는 골프장 조망이 가능하고, 단지 4면으로 근린공원이 위치해 도심 속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 주거편의를 극대화한 수준 높은 특화 설계도 특징이다. 전세대가 남향위주로 배치되며 4Bay, 3면 개방형 등의 新평면으로 구성되는 것은 물론 주차장은 모두 100% 지하화한 공원형 아파트로 조성된다. 여기에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커뮤니티시설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의 분양에 대한 자세한 상담을 위해 분양 홍보관이 운영 중이며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하고 있다. 모델하우스는 오는 5월 분당구 오리역 인근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文·洪·安·劉, 군복무 만기 전역… 재산 1197억원 vs 4억원

    文·洪·安·劉, 군복무 만기 전역… 재산 1197억원 vs 4억원

    文 18억· 洪 25억 재산 신고 安, 소득세 202억 7959만원 납부 文, 2억 납세… 종부세 납부 없어文·沈 집유… 洪 사면 후 특별복권 5·9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이 재산과 납세, 병역, 전과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안 재산 대부분 안랩 주식이 차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들이 제출한 등록 자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기호 1번)는 18억 6402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본인 소유 경남 양산시 자택(부지 2억 428만원, 주차장 6779만원, 건물 2억 7400만원)과 배우자 소유 서울 서대문구 연립주택(1억 6600만원), 모친 소유 부산 영도구 아파트(1억 2100만원), 장남 소유 서울 구로구 복합건물(2억 1300만원) 등 11억 7057만원 상당의 재산이 부동산이다. 문 후보와 직계가족의 예금 합계는 7억 9630만원이다. 차량은 본인 소유 쏘렌토, 배우자 명의 스포티지R, 장남 보유 레이 등 3대를 신고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기호 2번)가 신고한 재산은 25억 5554만원이다. 본인과 차남 소유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 2채(19억 9200만원 상당)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홍 후보와 직계가족 명의의 예금 총액은 12억 2427만원이다. 본인 소유 제주 콘도 회원권(1680만원), 배우자 소유 강원 콘도 회원권(1380만원)과 경기 골프 회원권(2160만원) 등도 재산 목록에 포함됐다. 보유 차량은 배우자 명의 제네시스 1대다. 홍 후보의 장남과 손녀는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기호 3번)는 1196억 901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중 안랩 주식 186만주(평가액 1075억 800만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본인과 직계가족 명의 예금도 총 116억 8055만원이다. 반면 부동산은 서울 노원구 소재 건물 전세권(3억 3500만원)을 포함해 3억 6600만원에 그쳤다. 차량은 본인 소유 제네시스와 올뉴카니발, 장녀 소유 미니쿠퍼해치백 등 3대를 신고했다. 안 후보의 부모는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기호 4번)의 재산은 48억 3612만원이다. 본인 명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9억 3600만원)와 대구 남구 단독주택(3억 3702만원), 부부 공동 소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3억 3800만원) 등 부동산이 전체 재산의 절반을 차지했다. 예금 총액은 22억 6579만원이다. 보유 차량은 본인 명의 그랜드카니발, 배우자 명의 제네시스, 장남 명의 K5 등 3대다. 배우자 명의로 강원도 콘도 회원권(972만원)과 경기 골프 회원권(2790만원)을 보유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기호 5번)는 3억 507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배우자 소유 경기 고양시 아파트(4억 9500만원), 본인과 직계가족 명의 예금 5085만 6000원 등이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 채무로 각각 1억 2700만원과 1억원을 신고했다. ●유 8974만원·심 2435만원 납세 최근 5년 동안 세금 납부액으로 문 후보는 2억 2728만원을 신고했다. 이 중 소득세가 2억 2290만원, 재산세 437만원 등이다. 종합부동산세 납부 실적은 없다. 홍 후보는 같은 기간 소득세 1억 2519만원, 재산세 1694만원, 종부세 207만원 등 총 1억 4421만원을 납부했다. 안 후보는 소득세만 202억 7959만원을 납부했으며, 재산세나 종부세 납세 내역은 없다. 유 후보는 8974만원, 심 후보는 2435만원의 세금을 각각 냈다. 전체 후보 13명 중 체납액이 있는 후보는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1795만원)가 유일했다. ●문·홍·유 아들도 軍 만기 제대 문 후보는 1975년 육군에 입대해 특수전사령부에서 2년 6개월여 복무한 뒤 만기 제대했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도 2001년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전역했다. 홍 후보는 1980년 육군에 입대해 1년 2개월여 근무하고 이병으로 복무 만료했다. 홍 후보의 장남 정석씨는 2003년 육군에, 차남 정현씨는 2004년 해병대에 각각 입대 후 만기 제대했다. 안 후보는 1991년 해군에 입대해 3년여를 복무하고 대위로 전역했다. 유 후보는 1979년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했고, 장남 훈동씨도 2005년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했다. 여성인 심 후보는 병역의무가 없다. 문 후보는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를 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004년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홍 후보는 1998년 총선에서 지역 선거운동 조직에 24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로 벌금 500만원형을 받았으나 2000년 사면으로 특별복권됐다. 심 후보는 1993년 서울 구로지역 노조들의 동맹파업 사건 주동자로 지명수배(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받는 등 2건의 전과기록이 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전과기록이 없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꽃을 사랑한 日무사들…벚꽃놀이의 숨은 진실

    꽃을 사랑한 日무사들…벚꽃놀이의 숨은 진실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조홍민 옮김/글항아리/256쪽/1만 5000원1594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나라의 요시노 산에서 지방의 영주 격인 다이묘 이하 5000여명을 모아 놓고 ‘요시노 산 벚꽃놀이’를 연다. 명분이야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한 병사들의 기분전환을 내세웠지만 사실 자신과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이 더 컸을 것이다. 1598년에는 자신의 후계자 탄생을 명분으로 교토의 다이고 사에서 ‘다이고 벚꽃놀이’를 연다. 요시노 산은 지금도 일본 내 벚꽃 명소로 꼽히고, 다이고 벚꽃놀이는 이후 일본 벚꽃축제의 원형으로 자리잡게 된다. 새 책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은 이처럼 센코쿠와 에도 막부 시대를 주름잡았던 무장들과 식물의 관계를 독특한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당대의 권력자였던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은 하나같이 식물을 사랑했다. 이들의 식물에 대한 애정은 곧 가문의 문장으로 이어졌다.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은 제비꽃이 모티브였고, 오다는 모과를 문장으로 썼다. 도요토미 가문의 오동꽃 문장은 현 일본 총리실의 문장으로 쓰이고 있다. 하급 무사들도 ‘승리의 풀’로 불리는 벗풀을 문장으로 쓰는 등 당시 식물은 여러 면에서 무인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사실 식물학자가 쓴 책이니 그대로 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의 이야기라 해도 정치인과 연관돼 있다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읽기란 무리다. 원예를 사랑한 무장들의 이야기라기보다 무장들이 원예에까지 정통했다는 인식의 단면이 느껴지니 말이다. 도요토미에서 비롯됐다는 벚꽃놀이 역시 비슷한 시각에서 읽힌다. 당대의 최고 권력자가 벚꽃놀이를 여는데 참여하지 않을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진나라의 환관 조고가 그랬듯, 설령 권력자에게 지록위마의 봉변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야 했을 터다. 식물을 좋아했던 도쿠가와는 에도 막부를 연 뒤 성 안에 전용 꽃밭을 마련하고 식물을 수집했다. 쇼군(將軍)의 취미는 그대로 아래로 이어졌다. 다이묘들은 꽃을 즐기는 자신의 ‘보스’를 위해 진귀한 식물을 재배한 뒤 이를 수확해 바쳤다. 혼돈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자 할 일이 없어진 무사들도 원예에 눈을 돌렸다. 특히 홋카이도에 펼쳐진 광활한 밭, 아오모리현 쓰가루 지역의 너른 사과밭, 차의 산지로 이름 난 시즈오카의 아름다운 차밭 풍경 등을 일군 이들이 무사들이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사들은 여러 꽃을 키우며 부수입을 얻기도 했다. 나팔꽃 재배가 유행할 당시엔 이들이 개량한 변종 나팔꽃이 1000여종에 이르렀다고 한다. 책은 이 밖에도 성을 쌓거나 싸움을 하는 데 식물을 활용했던 무사들의 다양한 면모를 전하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자유의지(줄리언 바지니 지음, 서민아 옮김, 스윙밴드 펴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가 “자유의지는 환상”이라는 과학계의 결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자유의지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과 책임을 발휘하기 위한 신념임을 밝혀낸다. 332쪽. 1만 5000원. 넥스트 모바일: 자율주행혁명(호드 립슨·멜바 컬만 지음, 박세연 옮김, 더퀘스트 펴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제품인 자율주행차가 어떤 기회와 변화, 문제를 낳을지 그 파급효과를 짚은 책. 472쪽. 1만 9000원. 풍계리(김평강 지음, 곰시 펴냄) 30년 전 장성택의 김일성종합대학 동창이자 인민군 군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풍계리에 살았던 탈북 작가가 1970년대 후반 풍계리가 핵실험 기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설로 옮겼다. 416쪽. 1만 4500원. 내가 도와줄게!(송은경 지음·그림, 머스트비 펴냄) 크레파스 하나로 곤경에 처한 동물 친구들을 도와주는 민경이의 활약에 행복이 번져 나간다. 40쪽. 1만 2000원. 우리가 경제다(김의철 지음, 전쟁과평화 펴냄) 국민 기본소득제를 통해 우리 공동체의 원형을 회복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자고 조언하는 경제서. 323쪽. 1만 7000원. 은퇴 후 나는 더 일하고 싶다(최재식 지음, 디자인크레파스 펴냄) 은퇴는 노후 관리가 아니라 현역 활동 기간 차근히 준비하는 노전 관리임을 강조하며 노년의 위기를 이기는 해법을 제시한다. 196쪽. 1만 2000원.
  • 기적을 물고 찾아온 막내딸 ‘펭귄’

    기적을 물고 찾아온 막내딸 ‘펭귄’

    펭귄 블룸/캐머런 블룸·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박산호 옮김/북라이프/222쪽/1만 5000원비극은 앞서 왔고, 기적은 뒤이어 왔다. 주인공은 ‘샘’이라는 여성과 ‘펭귄’이라는 이름을 가진 까치다. 호주에 살고 있는 블룸 가족의 막내딸이 된 ‘펭귄 블룸’,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세상에서 기적이라고 부르는 많은 일들의 본질은 아마도 사랑일게다. 무엇보다 생의 가장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함께 웃고 울며 가족이라는 둥지 안에서 나누는 지지와 연대 말이다. 샘은 사랑받는 사람이다. 루벤, 노아, 올리버 세 혈기왕성한 남자 아이들의 엄마이자 간호사인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사진작가 캐머런 블룸의 아내. 책의 첫 문장은 “나는 파이를 먹다 샘과 사랑에 빠졌다”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우리 모두 그 혹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마법의 순간, 한 존재에 대한 원형을 떠올리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가. 블룸 가족은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2012년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태국으로 떠난 가족 여행에서 샘은 6m 높이의 전망대에서 추락했다. 척추를 다친 샘은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지만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됐고, 미각마저 잃었다. 하루하루 샘의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절망’의 사투가 시작됐다. 사고 전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샘은 침실과 욕실에서 종종 흐느꼈고, 미소조차 잘 짓지 않았다. 샘은 자신이 직면한 비참한 상황에 분노했고, 흘러간 모든 일에도 분노했다. 밤마다 반복되는 극심한 ‘환상통’은 생에 대한 의지마저 소진시켰다. 저자는 아내를 보며 “내 인생 최고의 사랑을 잃어가고 있었다”고 썼다. 그러던 어느 날, 펭귄이 왔다. 지상 20m 높이의 소나무 둥지에서 해풍에 휩쓸려 밑으로 곤두박질쳐 아스팔트에 떨어진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까치였다. 블룸 가족은 작은 새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두 시간 간격으로 먹이고, 재우며,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아이들에게는 여동생으로, 샘과 캐머런에게는 딸로 불린 펭귄은 아이들과 함께 씻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와 함께 자고, 가족들과 입을 맞추며 일상을 함께했다.이 책이 전하는 얘기는 반려동물이 된 까치와 블룸 가족의 알콩달콩한 삶이 다가 아니다. 저자가 목격한 ”강하지만 동시에 연약한, 서로에 대한 공감과 위로로 묶여 있는 존재”들의 연대이자 사랑을 이 책은 말하고 싶어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펭귄의 이야기는 바로 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샘 블룸과 펭귄 블룸 둘은 서로에게 다정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를 보살피는 관계가 됐다. “샘은 똑바로 일어나 앉고 자신의 두 발로 서고 싶었고, 펭귄은 나무들 위로 그리고 구름 너머로 날아오르고 싶었다.”(131쪽) 어린 까치 펭귄이 성장해 날 수 있게 됐을 때, 샘도 성장했다. 날개를 다쳐 다시는 날 수 없을지도 몰랐던 펭귄은 움츠러들지 않고, 도약했다. 샘은 그런 펭귄을 보며 고통스러운 재활운동을 이겨내고 고통과 우울증을 다스릴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카약을 배워 장애인 대회에 나갔고, 지금은 2020년 도쿄 장애인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저자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펭귄과 가족의 사랑스러운 일상을 1만 4000여장의 사진으로 남겼다. 펭귄을 위해 만든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4만명이 넘는다. 이 책은 리스 위더스푼 제작, 나오미 와츠 주연의 영화로 제작될 계획이다. 블룸 가족은 한국에 출간된 책의 인세 10%(출판사 별도 2%)를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펭귄은 독립적이고 젊은 숙녀가 됐다. 이제 새 친구들을 사귀고, 자신의 영역을 정찰하느라 우리 집 마당에서 점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뉴포트 해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유쾌한 목소리로 깜짝 놀라게 하고, 장난꾸러기에, 호기심이 많고, 아주 웃긴 새이다. 지금 펭귄이 행복하고, 건강하고, 아주 자유롭다는 점에 감사할 뿐이다. 펭귄이 어디에 있건 펭귄은 항상 우리 가족이다.”(195~198쪽)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100년 전 시간 여행…대구 청라언덕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100년 전 시간 여행…대구 청라언덕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참으로 귀에 익었다. 아마도 40~50대를 지난 중년들에게 이 노래는 학창 시절 내내 귓전에 맴돌던 음악이 아니었으랴. 바로 ‘동무생각’(이은상 작사, 박태준 작곡)이라는 한국 최초 가곡이 탄생한 곳, 대구의 근대골목투어의 출발지인 청라(靑羅)언덕이다. 대구의 청라언덕은 흔히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 빗대어 설명된다. 어찌 세계적 관광지인 몽마르트에 비견할까만은 그럼에도 청라언덕은 몽마르트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곡진한 이야기들을 많이 품고 있다. 원래 이 언덕은 19세기 초 기독교 선교사들이 거주하면서 담쟁이를 많이 심은 데서 유래되었으며, 달성토성이 대구의 중심이었을 때 동쪽에 있다하여 동산으로 불리운다. 이 언덕에는 스윗즈 주택, 챔니스 주택, 블레어 주택 등 1910년대 가옥들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또한 대구 3.1운동길, 대구 최초의 서양 사과나무, 우리나라 최초 가곡인 동무생각 노래비, 선교사와 가족들의 묘지인 은혜정원 있는 공간으로 대구의 야심찬(?) 근대골목 투어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20세기 이전 청라언덕이 있는 동산(東山)은 1898년 즈음부터 ‘대구의 몽마르트’로 거듭난다. 당시 미국인 선교사인 아담스와 존슨이 동산을 구입하여 학교, 병원, 신학대학을 세워 선교기지로 삼았다. 그러하다보니 지금도 여전히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부지 내에서 한 세기 전의 원형이 고스란히 잘 간직되어 지금껏 내려오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붉은 벽돌의 선교사 주택들이다. 스윗즈(Switzer), 블레어(Blair), 챔니스(Chamness) 주택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선교사 주택은 1906년에서 1910년 사이에 지은 것으로, 당시 거주하던 선교사들의 이름을 붙인 주거공간이다. 현재까지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역사적으로도 귀중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주택의 기초 돌은 허물어진 대구읍성에서 가져온 것이다. 1999년 동산의료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스윗즈 주택은 선교박물관으로, 챔니스 주택은 의료박물관, 그리고 블레어 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거듭났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주택은 바로 챔니스 주택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2층집으로 남북으로 약간 긴 장방형 구조로 1층에는 거실과 서재, 식당을 두었다. 2층의 목조 베란다는 운치를 더해 미국 정통 가옥의 원형을 뜻하지 않게 이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의료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청진기와 1800~1900년대에 사용한 동서양의 의료기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110여 년 전 사용한 상아청진기와 일제강점기 때의 세균배양기도 있다. 당시에는 안과, 산부인과, 신장과 중에서 특히 산부인과의 비중이 제일 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선교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윗즈 주택, 교육역사 박물관으로 이용되는 블레어 주택 역시 볼거리가 풍부하다. 또한 동산동 3.1만세 운동길 90계단을 통해 한 세기전의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구 청라언덕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대구를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의사가 꿈인 자녀가 있는 부모님이라면 한 번은! 2. 누구와 함께? -연인, 가족 3. 가는 방법은? -대구 시내에 위치. 계산 성당 바로 앞. 지하철 반월당 역에서 하차.(대구시 중구 달성로 56) 4. 감탄하는 점은? -100년 전 가옥이 고스란히. 대구 시내 풍경이 한눈에.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대구 시민들의 비밀의 힐링 언덕(?) 6. 꼭 봐야할 전시품은? -의료 박물관의 오래된 기구들. 특히 국내 현존 최고(最古) 피아노와 일제 시절 사용되던 세균 배양기.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냉면 ‘대동면옥’(255-4450)/ 수육, 순대‘8번 식당’(255-0167)/ ‘다전칼국수’(256-7722)/ 돼지갈비 ‘마당’(255-2324)/ 공갈빵 ‘적두병’(353-2224)/ 즉석 ‘365현미 누룽지’(743-0395)/ 서문 시장 야시장 먹거리들. 지역번호 (053)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gu.jung.daegu.kr/new/culture/pages/culture/page.html?mc=0332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청라언덕이 근대골목투어의 출발점이다. 계산성당, 진골목, 에코한방웰빙체험관, 한의약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혹시 대구에 갈 일이 있다면 반드시 동산 청라언덕에서 출발하는 근대골목투어를 체험해보기를.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꽃의 심상과 현대시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꽃의 심상과 현대시

    동서고금을 통틀어 시적 상상력의 가장 오래된 수원(水源)은 자연이었을 것이다. ‘산’이나 ‘강’, ‘바다’, ‘하늘’ 혹은 ‘비’, ‘눈’, ‘해’, ‘별’, ‘달’ 등 자연 사물들은 그 자체로 시적 상상력의 오랜 광맥이었다. 특별한 별칭을 붙이지 않아도 모든 시인은 사실상의 ‘자연파’였던 것이다. 지상에서 목숨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식물군(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랫동안 시적 제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범주다.이는 식물이 가진 여러 속성을 서정시가 지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꽃’으로 대표되는 식물의 생태가 인생을 은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꽃’이 감당해 온 시적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은 매우 지속적이고도 견고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나리는 보통 3월 중순이나 하순에 피기 시작해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그 후로 진달래, 벚꽃이 차례대로 핀다. 봄꽃이 피는 순서를 옛사람들은 ‘춘서’(春序)라고 불렀는데, 봄이 오는 과정을 꽃의 생태적 흐름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 순서는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춘서가 무색할 정도로 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일이 흔해졌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이상 고온과 봄철 이상 저온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있다. 어쨌든 한반도 곳곳에는 지금도 봄꽃이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피고 진다. 그 아름다움과 덧없음 때문에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한국 현대시에서 브랜드가 된 ‘꽃’의 목록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세목은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병기와 정지용의 ‘난초’, 김영랑의 ‘모란’, 서정주의 ‘국화’와 ‘영산홍’, 이용악의 ‘오랑캐꽃’, 함형수의 ‘해바라기’, 권태응의 ‘감자꽃’, 박목월의 ‘산도화’ 등으로 한없이 이어졌다. 동요에서도 ‘과꽃’, ‘채송화’, ‘박꽃’, ‘달맞이꽃’, ‘할미꽃’이 무시로 불렸다. 이러한 ‘꽃’의 목록은 한국 현대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심상으로 오래도록 군림해 온 것이다. 그 밖에도 ‘꽃’은 ‘불꽃’이나 ‘눈꽃’, ‘성에꽃’ 등의 파생 심상으로 번져 가면서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우리가 ‘꽃’의 원형 심상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름다움’일 것이다. 어느 대중 가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할 때 그 전제에는 이미 ‘꽃=미’라는 관념이 가로놓여 있다. 청년 나르키소스가 죽어 피어난 수선화도 ‘꽃=미’라는 전통적 관념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그만큼 ‘꽃’은 아름다움이라는 원형 심상을 견고하게 지니고 있다. ‘양귀비’나 ‘장미’, ‘백합’ 등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다른 한편으로 ‘꽃’은 숙명적인 한시성을 원형 심상으로 거느린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 혹은 모든 존재자들의 죽음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원형 심상을 연결하면, 결국 ‘꽃’의 본성은 ‘짧은 절정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혹독했던 근대사에서 ‘꽃’은 이육사의 ‘매화 향기’나 신석정의 ‘꽃덤불’, 이용악의 ‘오랑캐꽃’, 신동엽의 ‘진달래 산천’ 등으로 이어지며, 구체적 역사와 접속해 새로운 심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렇듯 ‘꽃’은 시적 상상력의 항구적인 광맥이요 보고(寶庫)다. 그것은 다양하기 그지없는 형상으로 나타나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순환 과정으로 그리고 역사적 상상력의 비전으로 작용했다. 우리의 시인들은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고은, ‘그 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라고 노래했다. 우리도 이 봄이 가기 전에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자. 개화와 낙화의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말이다.
  • [런웨이 조선] 목이 부러질지언정…가체, 벗지 못할 욕망

    [런웨이 조선] 목이 부러질지언정…가체, 벗지 못할 욕망

    조선 후기, 시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자 며느리가 벌떡 일어나다가 무거운 가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가체 때문에 목이 부러져 죽었다는 어느 부잣집 며느리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널리 퍼졌다. 얼마나 무거웠으면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목뼈가 부러졌을까. 도대체 가체가 뭐라고 죽음까지도 불사했으며 감당도 하지 못할 가체를 왜 그리도 높고 크게 올리고 있었을까.조선시대 미인의 기준은 얼굴의 생김보다도 오히려 머리카락이 얼마나 길고 윤이 나는가에 달려 있었다. 그러니 여성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갖고 싶어 했고, 큰머리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머리숱이 많아야 하는데 자신의 머리숱만으로 머리를 치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크고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머리를 땋을 때 자신의 머리카락과 함께 남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일종의 가발을 이용해 꾸미는데 이때 사용한 것이 가체(加髢)다. 가체는 몽고에서 시작돼 고려 때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카락에 대한 명성은 명나라까지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신이 오면 늘 요청하는 공물 중 하나가 가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로 수요가 급증하자 가체를 장만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가체가 귀하면 귀해질수록, 머리를 더 크고 높이 올리고자 하는 부녀자들의 욕구도 같이 커져 갔다.신윤복의 ‘계변가화’를 보면 머리를 땋고 있는 젊은 여성의 앞쪽에 가체가 놓여 있다. 머리를 땋는 중간중간에 이 가체를 넣으면서 최대한 크고 풍성하게 만든다. 그림 속 여인은 머리를 거의 다 땋은 것 같은데 아직도 바닥에 4개의 가체가 남아 있다. 도대체 얼마나 풍성한 머리를 만들려고 이미 꽉 차 있는 머리에 또 다른 가체를 4개나 넣는 것인지 감을 잡기도 어렵다. 그렇게 가체를 넣어 머리를 양쪽으로 다 땋은 후 타원형으로 가운데에서 댕기로 묶는다. 여기까지는 큰머리를 얹기 위한 공통된 머리 땋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각자의 얼굴형이나 스타일에 따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일단 하나로 연결된 타원형의 땋은 머리를 뒷부분부터 틀어 올린다. 언뜻 보면 다 같은 스타일로 보이지만 어떤 사람은 정수리 부분을 더 높이 올렸고 어떤 사람은 앞뒤로 길게 내렸으며 또 어떤 사람은 비대칭을 만들면서 전체적인 조화가 흐트러지지 않게 꾸미고 있다. 그러나 풍속화 속 머리를 꾸미고 있는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거나 다리를 붙잡고 있거나 머리를 손으로 받치지 않고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견디는 모습을 보인다.모든 여성의 로망이 돼 버린 큰머리는 점점 더 사치로 흘러 나라의 골칫거리가 되기에 이르렀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가체 치장은 더해져 여인들이 한번 머리를 꾸미는 데, 중인 계급이 사는 집 12채에 달하는 비용을 쓸 정도로 사치가 극에 달했다. 1747년(영조 23), 가체를 없애는 대신 족두리를 얹는 것으로 머리치장을 대신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검은색 비단으로 싼 작은 모자인 족두리를 얹으면 고통이 덜하고 사치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욕구를 채울 수 없었다. 이에 한 여인이 작은 모자 위에 진주 하나를 올렸다. 이를 본 또 다른 여인은 진주 위에 산호를 올렸고, 또 다른 여인은 진주와 산호 위에 마노를 올렸다. 1줄로 만족하지 않은 여인은 2줄, 3줄을 장식했다. 결국 단순한 족두리는 그 어떤 가체보다도 비싼 칠보족두리가 돼 버렸다. 칠보족두리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보여 주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족두리를 올려놓는 곳이 정수리이다 보니 더이상 얹은머리를 올릴 수 없게 됐다. 머리는 자연스럽게 뒤통수 쪽으로 길게 늘어지거나 쪽을 찌는 것으로 바뀌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체로 인한 폐해가 지속되자 1788년(정조 12)에는 가체를 금하도록 규정한 ‘가체신금사목’(加髢申禁事目)이 반포됐다. 이 규정은 양반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일반 백성들의 삶 속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한문본과 한글본이 동시에 제작, 배포됐다. 무거운 가체를 얹지 않게 되면서 이제 혼인을 한 지 수년이 지나도 무거운 가체 때문에 제대로 시부모님께 인사도 못 하고, 예를 올리지 못하는 패륜이 없어졌다. 또한 목이 부러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길고 윤이 나는 검은 머리를 자랑하고 싶은 여인들의 속내까지는 어찌 부러뜨릴 수 있었을까.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박물관은 살아 있다’ …광주 민속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박물관은 살아 있다’ …광주 민속박물관

    “칠십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전라도의 시골은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데가 많았다.(중략) 상차림에도 격식이 있어서 칠첩반상이 기본이었다. 밥과 국에 김치 한두 가지, 찌개나 찜이 나오고 첩에 들지 않는 간장, 초간장, 초고추장 등이 있고 숙채, 생채, 조림, 구이, 전유어, 회, 마른반찬의 일곱 가지가 칠첩이다." 한국 문단에서 가장 입담이 센 작가 중의 하나로, 흔히 ‘황구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황석영(74)의 산문집, ‘황석영의 밥도둑’에 나오는 구절이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전라도 음식을 소개하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거의 벚꽃보다 더 화려하게 입담이 만개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온다. TV를 틀면 채널마다 맛집, 음식 프로그램이 넘치는 이 즈음 누구나 자기네 맛이 정통이라고 부르는 우리네 음식의 원형은 어떨까? 음식 문화는 결코 먹거리만 따로 동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역사와 지리, 풍속과 기질 등이 어우러져야 나오는 하나의 창작물이다. 바로 정통 남도 먹거리 문화의 원형과 뿌리를 다른 민속자료들과 더불어 제대로 살필 수 있는 곳이 있다. 광주 시립 민속박물관이다. 전남대학교에서 영산강으로 가는 길에 중외공원이 있고, 이 주변에 광주 비엔날레 전시장, 광주시립미술관과 더불어 광주 시립민속박물관이 있다. 우선 광주 시립민속박물관은 자리 잡음이 처음부터 넉넉하고, 전시품 하나하나는 가볍지 않고 성실하다. 남도 문화의 중심축인 광주에 터를 닦은 박물관이다 보니, 한눈에 보아도 녹록치 않은 관록과 만만치 않는 단단함을 지닌 숨겨진 고수의 풍내를 던진다. 사실 박물관 방문은 그리 마음 자연히 끌리는 방문지는 아니다. 종종 헛걸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더더구나 소장품이나 전시품이 박물관의 기본도 되지 않는 졸렬함을 드러낼 때는 입에서 쓴소리가 절로 나온다. 바로 이런 의구심을 한 번에 던져 버릴 수 있는 곳이 광주 시립민속박물관이다. 광주 시립민속박물관은 1963년 5월에 광주공원 내 도립광주박물관으로 출발하였다. 이 시기에 수많은 매장문화재의 임시 보관처로 지정이 되어 지역 출토 매장문화재를 관리하였으니 박물관 시작부터 기본기가 탄탄하였다. 이후 1964년 4월에 광주시립박물관으로 개칭이 되었고, 1978년 10월에 국립광주박물관에 보관하던 유물을 인계하였다. 광주 시립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은 1987년 11월 기존의 광주시립박물관을 흡수통합하면서 부르게 되었다. 광주 시립 민속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로 건축 연면적이 2119평(상설전시실 768평, 기획전시실 311평)에 달하는 규모있는 박물관이다. 전시품은 주로 전라남도 민속문화와 관련된 자료들로 실물자료와 복제자료, 전시자료만 1만 2000 여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박물관이다. 광주 시립 민속박물관은 현재 1층 전시관, 2층 전시관, 야외 전시관으로 나누어 많은 남도의 유물과 민속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우선 1층 전시관에는 남도 문화의 전반적인 삶의 기반을 볼 수 있는 촌락, 주생활, 식생활, 의생활, 농업, 수렵, 강천어업, 민속공예 등의 실물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좀더 실제 모습에 가깝게 전시하기 위해 실물, 모형, 마네킹, 미니어쳐, 디오라마 등 다양한 전시기법을 이용하여 방문객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특히 1층에는 남도 먹거리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이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음식들이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어 관람객의 가장 많은 인기를 끈다. 광주 애저찜, 송정 떡갈비, 흑산도 홍어회 등 광주 향토 음식을 포함하여 각종 젓갈류, 김치, 탕, 생선, 나물, 국, 술, 떡, 차 등의 다양한 먹거리들이 전시되어 있어 남도 음식문화의 본류를 알게 한다. 2층의 경우 한 사람의 일생을 중심 주제로 하여 민속놀이, 세시풍속, 민간신앙 등을 전시하여 남도의 민속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였다. 출생, 성장, 교육, 과거, 혼례, 세시풍속, 민간신앙, 남도음악, 상, 장례문화, 사회문화 등이 관람 동선 방향에 따라 알차게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는 8대의 비디오테크를 설치하여 9개의 테마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디스크에 수록된 테마는 진도씻김굿, 생촌당산제, 대포리갯제, 강강술래, 영광농악, 고싸움놀이, 함평농요, 혼례, 상례 등이다 이외에도 야외전시실에는 물레방앗간, 연자방앗간, 태실을 비롯한 갖가지 석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드넓은 잔디 위에서 편안한 관람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 시립 민속 박물관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광주를 방문한다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 전라도 여행 중이라면 꼭! 2. 누구와 함께? -가족 3. 가는 방법은? -시내버스 : 송정29, 문흥48, 상무63/ 광주광역시 북구 서하로 48-25 (용봉동) 4. 감탄하는 점은? -민속박물관으로는 첫손 꼽히는 풍부한 자료와 전시품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비엔날레만큼 유명해져도 될 만한 정도의 수준. 6. 꼭 봐야할 전시품은? -정지(鄭池·1347~1391) 장군의 철편 갑옷, 민속놀이 기구들, 음식 모형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국밥 ‘나주식당’(224-6943), ‘영미오리탕’(527-0248), ‘송정 떡갈비 1호점’(944-1439), ‘양동통닭’(364-5410), 애호박찌개 ‘명화식육식당’(943-7760), 김치찌개 ‘강진식육식당’(526-6733)/ 지역번호 (062)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gjfm.gwangju.go.kr/main.do?site=gjf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광주 국립박물관, 시립민술관, 비엔날레 전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민속이라는 명칭은 결코 촌스러움이 아니라 예스런 전통을 뜻한다. 우리 민족 문화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KAIST서 ‘환단고기’ 주장하는 학자 수업…“검증 안 됐다” 학생들 논란

    KAIST서 ‘환단고기’ 주장하는 학자 수업…“검증 안 됐다” 학생들 논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 수업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주장하는 학자가 강연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단고기는 아직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수업이 KAIST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어서 더 논란이 커졌다. 수강생들은 비과학적인 수업이 필수 과목 수업에 포함된 건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4일 KAIS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올해 봄학기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A교수가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이기도 한 A교수는 이날 환단고기에 입각해 고대사 강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류 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책을 위서(僞書)로 간주한다. 기계항공 석사 과정에 개설된 해당 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다. 선택적으로 강연을 수강할 수 없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요약본을 제출해야 한다. 수강생들은 “강연자는 강연 내내 환단고기에 대해 언급하며 환국의 존재, 고조선 이전의 역사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했다”며 “학과가 강연자를 섭외한 만큼,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A교수는 지난해 말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려다 포스텍 총학생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포스텍 총학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북아 뿌리 역사와 원형문화’를 주제로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총학이 “환단고기는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역사서로 해당 강연이 진행되면 포스텍이 그 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반발해 강연이 취소됐다. 한 학생은 “포스텍에서 문제가 있어 무산된 강연을 KAIST에서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KAIST 측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큰 반발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KAIST 관계자는 “한 학기에 12~13번가량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 수업 중 1회”라면서 “학부생들이 아닌 대학원생들은 사리 분별이 가능하고,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취지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전문가들과 역사문화유산 보전 머리 맞댄 중랑구

    서울 중랑구가 지역 곳곳에 있는 역사문화유산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댄다. 중랑구는 4일 오후 2시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제2차 역사문화유산 보전·활용 방안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지역의 문화유산 현황을 공유하고 참석자끼리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중랑의 역사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해 갈지 청사진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토론회에는 역사 전공 교수와 교사, 지역 대표 사찰인 법장사 주지 퇴휴 스님, 향토해설사, 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한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봉화산에 있는 보루(산성) 성벽 유적에 대한 정밀조사 추진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봉화산의 보루는 고구려 때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에는 이 외에도 조선 3대 왕인 태종 후궁의 묘와 아미타괘불도및복장유물(서울시 유형문화재 320호)을 보유한 법장사, 400년 전통의 마을굿인 봉화산 도당굿은 물론 서울시무형문화재 30호인 배요섭 옹기장의 작업실 등이 있다. 중랑구는 주요 역사·문화 자원을 중랑 둘레길과 연결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도록 한 ‘휴(休)관광벨트’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구는 휴 관광벨트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거주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문화재는 그 시대의 각종 문화 활동의 결과물이자 증거물”이라면서 “후손에게 원형 그대로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만큼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코트에서 옷장으로… 테니스룩 패션 ‘열풍’

    코트에서 옷장으로… 테니스룩 패션 ‘열풍’

    올 상반기 국내 패션 업계에 ‘테니스’ 열풍이 거세다.라코스테(피케셔츠를 최초 개발한 프랑스의 테니스 선수), 프레드 페리(테니스 역사상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영국 테니스 선수) 등 유명 선수들의 이름을 딴 브랜드들이 수년째 시장에서 명성을 이어 가고 있을 뿐 아니라 운동화에 이어 티셔츠, 치마에 이르기까지 테니스 코트 위의 아이템이 속속 옷장으로 옮겨 오는 추세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복고 열풍과 활용도 높은 스포츠 패션에 대한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패션·스포츠 브랜드들은 연달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전통 있는 스포츠’라는 테니스 특성과 맞물려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들이 자사의 과거 제품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테니스룩’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는 신발이다. 1970년대 말 테니스 코트에서 신기 위해 만들어진 이후 1980~1990년대 패션 아이템으로 재해석돼 큰 인기를 끌었던 ‘코트화’가 다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지난해 10월 휠라에서 출시된 코트화 ‘코트 디럭스’는 출시 5개월 만에 판매량 15만족을 돌파하며 ‘히트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휠라의 상징적인 색상인 흰색과 남색 등을 활용해 1990년대 복고 디자인을 재현해 내 특히 10~20대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휠라 관계자의 설명이다.뉴발란스가 1979년에 내놨던 코트화 ‘CRT300’을 재해석해 최근 새롭게 출시한 ‘CRT300VW’도 지난해 하반기에만 10만족 이상 판매됐다. CRT300VW는 원형을 그대로 본뜬 디자인에 ‘메쉬’ 등 초경량 소재를 사용해 신발을 신었을 때 가볍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리복이 자사의 1985년 모델 ‘클럽C’를 재해석해 지난 1월 내놓은 ‘클럽C85’도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6만족을 기록해 올해 상반기 안에 20만족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인기에 의류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도 올 상반기부터 신발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고, 운동화 밑창 바깥쪽을 두껍게 디자인한 테니스 스니커즈를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윤영후 롯데백화점 스포츠 바이어는 “코트화는 단순한 디자인과 가벼운 착용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신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청바지 등 캐주얼 의상과도 손쉽게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며 “꾸준히 지속되는 복고 열풍에 따라 코트화의 인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화 열풍이 주도한 테니스룩 트렌드는 의류 시장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휠라는 코트 디럭스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테니스 컬렉션’ 의류를 새로 내놓는다고 밝혔다. 기능성을 높여 실제 운동 경기에서 입는 ‘퍼포먼스 라인’과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화이트 라인’으로 구성됐다. 휠라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테니스 관련 상품을 확대해 1970년대 스웨덴의 테니스 스타 비외른 보리에게 의류를 후원하며 시작된 휠라의 테니스 대표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도 지난해 상반기 처음 선보인 ‘윔블던 라인’ 대부분의 제품 판매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피케셔츠, 테니스 스커트 등 테니스 의류에서 모티브를 얻은 상품에 테니스 공과 라켓, 트로피를 활용한 패턴으로 포인트를 줬다. 앞서 헤지스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영국 윔블던 챔피언십과 공식적인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까지 3년 동안 국내에서 ‘윔블던’이라는 대회 명칭과 관련 로고 등에 대한 독점 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니스대회인 윔블던 챔피언십은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US오픈과 함께 4대 테니스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캐주얼 브랜드 헤드도 테니스를 모티브로 한 상품군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테니스 라켓에서 출발한 헤드의 브랜드 기원을 재조명한다는 목표다. 특히 주력 상품인 피케셔츠를 1980년대 감성을 담은 ‘테네즈’, 전문가용 ‘엘리트’, 일상용 ‘쿨티게’로 세분화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케이스위스도 지난해 11월 올해 상반기 주력 제품 라인업을 발표하고 “향후 테니스를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세련된 분위기,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패션의 장점까지 3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점을 테니스룩의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헤지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불황이 이어질수록 과거 호황을 누렸던 시절에 대한 동경이 패션에도 이어져 복고 열풍이 일곤 한다”며 “여기에 ‘귀족 스포츠’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테니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할 수 있어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한양도성을 위한 변명

    [노주석의 서울살이] 한양도성을 위한 변명

    “그럴 리가?.”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불발됐다는 뉴스를 접한 순간 말문이 막혔다. 등재 추진 과정에서 생긴 행정력 부족이나 외교력 부재인가. 아니면 “혹시?”라는 의문마저 똬리를 틀었다. 우리나라는 모두 1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을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 문화유산을 통틀어 한양도성을 세 손가락 안에 꼽고 싶다. 등재 여부나 등재 순서와도 무관하다. 1396년에 세워져 620년 넘게 한 나라 수도 도심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 유일무이의 성곽이 세계유산 반열에 오르지 못하다니. 도성의 축조와 해체는 조선과 운명의 수레바퀴를 함께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때 궁궐을 짓고, 종묘와 사직에 고하고, 도성 경계를 쌓았듯이 일제는 경복궁 안에 조선총독부를 지어 법궁을 헐었다. 종묘를 창덕궁과 분리해 훼철했고, 사직단 제사를 폐했다. 또 도성 성곽과 성문을 뜯어냈다. 건국의 역순으로 멸국시킨 것이다. 애당초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했을 때 한양도성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의 결핍이었다. 한양도성은 일제강점기에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파괴 공작에 의해 만신창이가 됐고, 산업도시화 과정에서 외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조선 초 10만명의 도시가 1980년대 들어 인구는 100배, 면적은 30배 급팽창한 코스모폴리스가 되면서 중세 봉건도시의 성벽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심을 둘러싼 4개의 산능선을 따라 지어졌기에 그나마 온존했고, 지금 70%가 원형 유지 또는 복원·중건된 것만 해도 거의 기적에 가깝다. 세계유산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소속 전문가 14명은 사전심사에서 한양도성에 ‘등재 불가’ 판정을 내렸다. 우리가 걱정하던 진정성이나 완전성 그리고 보존·관리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와 행정 시스템 구비 미흡 때문이 아니었다. “탁월(outstanding)하며, 보편적(universal)이고, 뛰어난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지 않다”는 터무니없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600여년간 유지됐지만 행정적으로 관리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볼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도 보탰다. 승복할 수 없다. 심사 과정에서 한양도성의 차별성과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점은 우리가 반성하고 곱씹어 봐야 하겠지만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없다는 논리는 가당찮다. 중국이나 일본식 평지성(平地城)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식 축성 문화의 독창성을 시기하는 ‘국제적 음모론’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양도성의 등재 신청을 둘러싸고 역사 도심 보전과 개발의 논리가 부딪친 게 사실이다. 사대문 안 도심 건축물의 높이 규제와 성곽마을 개발 규제의 명분으로 작용했고, 문화사대주의 주장과 함께 등재 신청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이번에 한양도성이 당한 ‘국제적 수모’에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 문화 자긍심의 문제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2019년 신청, 2020년 등재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교체기다. 등재를 추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도 2018년 5월로 끝난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바뀐 뒤의 일을 점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한양도성에 심심한 위로와 다짐의 말을 건네고 싶다. “도성아! 비록 너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지만, 가치가 없다는 엉터리 평가는 반드시 바로잡으마. 진심으로 미안하다.”
  • “우주 연구에 공학자도 필요… 한국 과학자 참여 늘어나길”

    “우주 연구에 공학자도 필요… 한국 과학자 참여 늘어나길”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는 기초과학자보다 공학자가 많습니다. 공학자에 의해 건설된 ‘엔지니어링 랩’이죠. 공학자들이 많다고 해서 돈이 되는 연구만 한다거나 기초과학자들만 있다고 돈 안 되는 연구만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31일 서울 강남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난 에커트 엘슨 CERN 부소장은 “기초과학자들만 구성돼 있는 조직 아닌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CERN은 유럽 12개국이 핵과 입자물리학 연구를 목적으로 1954년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 사이에 세운 연구소로 우주의 비밀을 풀 열쇠로 알려진 ‘힉스입자’를 발견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과 CERN 공동연구 협력 1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CERN의 스탭연구자 2500명 중 40명만 물리학자이고 나머지는 기초연구를 수행하는 공학자들이다. 힉스입자처럼 검출하기 어려운 소립자들을 찾는 과정에서 암흑물질 같은 우주탄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입자는 물론 이들의 상호작용같이 새로운 물리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는 공학자들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입자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발견하기 위해 2035년까지는 현재 활용하는 거대강입자가속기(LHC)보다 더 크고 성능 좋은 미래형 원형충돌기(FCC)를 가동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학자뿐만 아니라 공학자들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엘슨 부소장은 CERN 연구에 한국 연구자들이 좀더 많이 참여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160~170명의 한국 과학자가 연구에 참여해 새로운 검출기의 제작이나 장치의 업그레이드, 데이터 분석 등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한국이 CERN 연구의 재정적 지원을 포함해 연구자 참여 규모도 꾸준히 늘린다면 독자적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제약사 회장보다 ‘우리말 광부’ 택한 시인

    제약사 회장보다 ‘우리말 광부’ 택한 시인

    투덕투덕(얼굴이 두툼하고 복스럽게 살찐 모양), 숭굴숭굴(성질이 수더분하고 원만한 모양), 떼걸다(관계하던 일에서 손을 떼다)….국적 불명의 외래어와 정체 불명의 조어들의 홍수 속에서도 그의 시집에는 낯설면서도 감칠맛 나는, 토종의 원형이 생생한 우리말이 풍성하다. 원로 김두환(82) 시인이 최근 펴낸 12번째 시집 ‘영원한 영원을 오르는’(고요아침)에 실린 시들은 마치 우리말 대사전의 용례집처럼 알짜배기 표현들이 흥을 돋운다. 1987년 서정주 시인의 추천으로 문청(문학청년)에서 시인으로 등단한 지 올해 30년을 맞은 그가 쓴 씨는 1837편. 그중 1500편이 순우리말로만 쓴 시다. 이번 시집에는 ‘만발’, ‘보리밭 풍경’, ‘봄바람은 그런다네’ 등 노(老)시인의 고향인 전남 순천의 풍경을 빼닮은 긴 호흡의 연작들을 담아냈다. 김 시인은 28일 “스스로의 상상력을 확인한답시고 밤에 덜 자면서까지 쓰며 고치며 뜯이했던(헌 옷을 빨아서 뜯어 새로 만들다) 소출들이자, 샛별 눈빛 뜨더귀(가리가리 찢어 낸 조각)가 묻어 있는 시집”이라며 순우리말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우리말 사랑은 ‘오매 단풍들것네’의 김영랑 시인을 기린 ‘영랑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시인의 말은 우리말인데도 그 의미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평생 우리말에 심취해 캐내 온 그야말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사라진 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조계사 인근에 있는 그의 서재 책상 위에는 1991년 11월 28일이라는 인지가 붙은 벽돌 크기의 금성출판사 국어대사전 두 권이 놓여 있다. 늘 들여다보니 손때가 묻어 해질 대로 해졌다. 그동안 너덜너덜해져 바꾼 대사전이 세 질이다. 책상 한쪽에는 깨알 만한 글씨로, 30여년간 수집해 온 우리말을 적어 놓은 노트도 놓여 있다. “우리말로 된 시어 하나를 찾아 사전을 뒤지기도 하고, 고민도 합니다. 우리말이 사장되지 않도록 시를 통해 되살려내는 게 내게 주어진 사명이 아닌가 싶어요.” 김 시인은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 출신이다. 그가 1964년 서울 낙원동 허리우드극장 인근에 차린 ‘가야약국’에서 제조해 팔던 피부병 연고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365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난한 시절이라 피부병이 흔했어요. 군 병원에서 익힌 피부병 치료 경험이 인생을 바꿨죠. 한미약품 창업주인 임성기씨가 당시 동대문에 차린 임성기약국과 함께 서울 3대 약국으로 불렸어요. 제약회사를 설립할까도 고민했지만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제약회사 회장보다 시인의 삶이 더 좋아요. 지금도 시에 취해 살고, 시를 쓰는 기쁨을 만끽하며 살아요.” 그는 2000년 약국을 접고 은퇴한 뒤 시작(詩作)에만 전념했다. 그는 책상 서랍에서 원고지에 육필로 쓴 20여편의 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시집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또 시를 쓰고 있더라구요. 내년에는 그동안 쓴 시 가운데 150편을 추려 시선집을 낼 생각이에요.”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호텔신라 ‘다산성곽길 명소화’ 지원

    호텔신라 ‘다산성곽길 명소화’ 지원

    호텔신라가 서울의 역사가 깃든 다산성곽길을 관광명소로 만든다. 서울 도심 첫 ‘성곽호텔’을 향한 시도다.호텔신라는 28일 “서울 도심 최초의 전통호텔 건립 첫 일정으로 장충체육관과 성곽 사이에 있는 노후건물 철거를 시작하는 등 현재 중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산성곽길의 명소화’(조감도)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건물 철거 공사가 시작되면서 다음달 중순부터는 건물의 지상 3~4층이 사라져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다산성곽길이 시원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철거 작업이 마무리되는 5월 말 이후에는 다산성곽길로 이어지는 진입로가 새롭게 조성되는 등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신라호텔의 전통호텔은 다산성곽길 안쪽 부지에 세워질 계획이다. 앞서 호텔신라는 지난해 3월 서울시로부터 도심 전통호텔 건립 허가를 받았다. 다산성곽길은 서울 중구 다산동과 남산 동쪽 능선에 걸쳐 위치한 길이 1.1㎞의 구간이다. 한양도성 전체 18.6㎞ 중 성체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 하나다. 도성의 시기별 축성사를 한 지역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한양도성은 1396년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 등 서울시내에 위치한 4개 산의 자연과 지형을 조화롭게 살려 축성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호텔신라는 주민들과 협력해 다산성곽길을 명소화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오는 5월 제4회 다산성곽길 예술마당 축제를 공동 개최하고 공연·공예·푸드·전시·전통놀이·성곽길 비경 포토·‘각자성석’(공사가 끝난 후 그 구간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축성을 맡았던 해당 군현이 보수까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축성을 담당했던 군현을 새긴 성곽돌) 탁본 뜨기 체험 등 모두 12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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