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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로 사람 친 시의원, 경찰 부르자 도주

    자전거로 사람 친 시의원, 경찰 부르자 도주

    자전거로 보행자를 치고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기초의회 의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1단독 최혜승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김석환(55) 정읍시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선출직 공직자는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야 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이 판결이 김 의원의 신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19일 오후 7시 58분쯤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70대 보행자를 치어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사고 직후 보행자의 팔에서 출혈을 발견하고 “자전거 보험을 들었으니 병원에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보행자가 “일단 119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돌변, 자전거를 도로에 버리고 달아났다. 김 의원은 재판에서 “피해자의 상처가 크지 않아 구호 조치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사고 직후 명함을 건네는 등 신원확인 의무도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의원에게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전거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자 구급대원이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현장을 이탈했다”며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사고 당시 피해자에게 구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전거까지 버리고 도주했으므로 범행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박일 정읍시의회 의장은 “해당 시의원을 통해 재판 사실을 들었다”며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윤리위 소집 등 별도의 불이익은 주지 않을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 유만희 서울시의원 “학교 운동장 맨발로(路)…건강한 발걸음이 학교 변화시켜”

    유만희 서울시의원 “학교 운동장 맨발로(路)…건강한 발걸음이 학교 변화시켜”

    제11대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후반기 활동을 이어나가는 유만희 의원(국민의힘·강남4)이 제326회 임시회에 ‘서울시교육청 학교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 특히 이번 조례안은 유 의원이 지난 2023년 대표발의한 ‘서울시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의 연장선상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조례안을 발의한 배경에는 스마트기기의 사용 증가와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 저하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청소년기에 제한된 활동으로 인한 건강과 체력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조례안은 서울시 각급 학교의 운동장에 맨발 걷기 코스나 산책로를 개설하고, 필요시 세족 시설도 설치해 학생들이 자유롭게 맨발 걷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기초체력 및 면역력을 높이고, 정서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부 내용으로는 교육감 및 각급 학교 교장 등의 책무, 맨발 걷기 관련 조성계획 수립, 행정적·재정적 지원, 지역주민에 대한 개방 (개방원칙, 이용수칙, 제한사항 등), 모범학교 지정 및 지원, 표창, 협력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으며, 학교 맨발 걷기 시설이 지역주민들에게도 개방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여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 증진에 기여토록 했다. 유 의원은 이번 조례안 발의에 대해 “지난해 서울시의 맨발 걷기 조례 제정으로 시민들이 도시 속에서도 자연과 교감하며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라며 “이번 학교 맨발 걷기 조례를 통해 학생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서를 가꿀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는 다짐을 전했다. 유 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시교육청 학교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제326회 임시회에서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학교 내 맨발 걷기 활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설] 안전불감증이 키운 부천 호텔 화재 참사

    [사설] 안전불감증이 키운 부천 호텔 화재 참사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 도심 호텔에서 투숙객 7명이 목숨을 잃은 화재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라 할 수 있다. 최초 발화 지점인 객실의 투숙객은 “타는 냄새가 난다”며 호텔 직원에게 객실 교체를 요구해 다른 객실로 옮겼지만, 호텔 측은 그 뒤로 해당 객실의 이상 여부 등을 일절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2003년 준공된 8층짜리 이 호텔은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2017년 개정 소방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을 확대하고 기존 건물의 설치 비용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명 구조를 위해 제작된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가 깔렸지만 7층에서 뛰어내린 여성은 가장자리에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고, 3초 뒤 같은 층에서 뛰어내린 남성은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인원이 부족해 에어매트를 잡아 주는 소방관이 없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구조대원 네 명이 귀퉁이를 잡고 신호를 보낸 뒤 낙하하는 게 원칙이라는 전문가들 말에 비춰 볼 때 현장의 지휘통제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에어매트 내 공기압의 적정성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고, 소방당국에 에어매트 사용 매뉴얼조차 없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호텔에 완강기는 있었지만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다. 평소 관심도 교육도 없었기에 이용법도 몰랐을 것이다. 인터넷에는 이번 화재로 숨진 이들을 조롱하는 내용의 글이 유포돼 경찰이 정황 파악에 나섰다. 최소한의 이성조차 마비된 비인간적 조롱을 즉시 멈춰야 한다.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참사도 조사 결과 대피경로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총체적 안전부실로 확인됐다. 불이 난 건물 출입문 일부는 피난 방향과 반대로 열리도록 설치됐고 대피로엔 물품을 쌓아 둬 근로자들은 비상구가 있는지도 몰랐다. 안전불감증이 계속되는 한 ‘설마’가 사람 잡는 참사는 계속될 것이다.
  • 외국 사는 자녀에게 증여… 세금 대신 내주면 절세[이승준 세무사의 생활 속 재테크]

    A씨의 자녀 B씨는 현재 미국에서 결혼해 거주 중이다. A씨는 해외에서 거주할 집을 살 계획인 자녀에게 주택 취득자금의 일부를 지원할 생각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세금은 어떻게 내야 할까. 세법상 국내 비거주자가 증여받을 때는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법에서 말하는 비거주자란 우리나라에 주소가 없으며 주된 생활 관계,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소유 재산 등 대부분이 국외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증여는 주고받는 사람의 관계에 따라 공제 기준이 달라진다. 배우자로부터 받는 경우 10년간 6억원까지, 성인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엔 10년간 5000만원까지 공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증여받는 사람(수증자)이 비거주자에 해당하면 이런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올해부터 신설된 혼인출산공제 1억원도 마찬가지다. 혼인출산공제는 자녀의 혼인일 이전이후 2년 동안과 출산 후 2년 이내에는 1억원까지 공제를 해 주는 제도다. 다만 증여를 받는 이가 비거주자라면 혼인출산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증여 금액에 대해 1억원까지 10%, 1억원 초과~5억원은 20%, 5억원 초과~10억원은 30%, 10억원 초과~30억원은 40%, 3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증여세는 증여받는 사람이 내는 것이 원칙이다. 증여자가 세금을 대신 내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대신 낸 증여세에 대해 세금(재차증여세)이 다시 부과된다. 다만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이때는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가 있기 때문에 대신 세금을 내더라도 재차증여세가 매겨지지 않는다. 증여를 받는 사람이 비거주자일 때 증여자가 대신 세금을 낸다면 절세가 가능한 것이다. 비거주자를 입증하기 위해 수증자의 출입국 기록, 거주자 증명, 재직증명서 등을 추후 세무서에 제출해야 할 수 있다. 증여세 신고납부는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증여세 신고납부와는 별도로 연간 송금액이 10만 달러를 넘는다면 한국은행에 기타자본거래 신고 절차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증여를 받는다면 거주하는 국가의 세금도 확인해야 한다. 해당 국가의 세법에 따라 증여세 또는 각종 신고 절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 거주자가 같은 미국 내에 있는 비거주자로부터 10만 달러 이상 증여를 받는 경우는 다음해 4월 15일까지 미국 국세청(IRS)에 Form3520을 작성해 증여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시 벌금이 부과된다.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 스프링클러 없고 에어매트 무용지물… 매트리스 ‘불쏘시개’ 역할

    스프링클러 없고 에어매트 무용지물… 매트리스 ‘불쏘시개’ 역할

    숙박시설 화재 매일 1건꼴로 발생완강기 있어도 대부분 사용법 몰라사용 기한 지난 에어매트 점검 시급불에 강한 ‘난연 매트리스’ 설치해야 7명이 사망한 ‘부천 호텔 화재’를 계기로 노후 건축물 등에 화재 시 인명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숙박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묵는 다중이용시설이라 대피 취약성이 큰 만큼 소방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완강기 사용법 안내 등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번 화재를 계기로 숙박업소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 낡은 건물의 화재 대비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843건에 달했다. 매일 한 건 이상의 불이 난다는 얘기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387명이고 사망자는 32명으로 집계됐다. 숙박시설은 집과 달리 건물 구조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초기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불이 난 호텔은 2004년 준공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없어 화를 키웠다. 이번 화재는 에어컨에서 나온 불똥이 침대 매트리스로 옮겨붙었고, 매트리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침대 매트리스는 나무 책상보다는 230배, 서랍장보다는 9배 더 빨리 불을 키운다. 숙박시설에서는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를 쓰도록 의무화하고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실성을 고려해 소방시설 설치 유무에 따라 건물 안전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자발적 설치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우석대 산업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숙박시설 종사자는 소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고 자체적인 대피 매뉴얼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 화재처럼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는 마지막 보루인 에어매트나 완강기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대응 매뉴얼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2005년 강화된 소방법에 따라 해당 연도 이후부터 승인된 모든 건축물은 3~10층까지 완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완강기는 고층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든 비상용 기구로 이를 이용하면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사용법을 알지 못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완강기를 사용한 투숙객은 없었다. 에어매트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화재 당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2명이 사망하자 소방청은 전국에 사용 기한이 지난 에어매트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전수조사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청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어 이번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건물의 소방시설 미비는 숙박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년 화재 예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에는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보급률은 35.4%에 불과하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개별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다”며 “경보기의 경우 주방에 꼭 1개 정도는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등을 앓을 수 있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영유아기에 돌봄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서 상대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아이를 낳고,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세상.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사진·47)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첫 번째 원인으로 ‘불평등의 대물림’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이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부모는 있어도 가난한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해소돼야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의 수렁을 파는 ‘비교 의식’을 줄일 수 있고, ‘좀 덜 불행한 사회’가 돼야 아이를 낳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엄마 뱃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은 저출산의 원인태아기 장애 염려 많이 해‘국가가 책임’ 믿음 심어야‘격차’에 대한 고민은 20년 전 진료실에서 시작됐다. 의과대 졸업반 시절 유방암 클리닉에서 실습하던 김 교수에게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농사일로 검게 그은 피부, 깊게 주름 파인 얼굴이었지만 알고 보니 40대였다. 유방은 물론 겨드랑이에도 암세포가 가득했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김 교수에게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예… 이거 암 아니지예….” ‘강남 중년 여성들은 손톱보다 작은 암도 발견하는데 왜 이제야 병원에 오셨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약자들이 더 아프고 더 많이 죽어 가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자리를 피해 울어 버렸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연구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영역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정책은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정책학)와 홍콩과기대(경제학·정책학)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귀국했다. 오는 9월부터는 모교인 연세대 의대에서 ‘집단 자살, 승자독식 사회’를 주제로 강의한다. 의대생뿐 아니라 재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월급은 홍콩에서 일할 때보다 절반이 깎였다. 하지만 그간의 고민과 연구를 한국에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전 진료실에서 만난 촌부의 현실과 지금 약자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야말로 불행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진단하며 아이의 미래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는 저소득층, 어린아이일수록 좋아요. 공부와 연관된 인지 기능 외에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정서적 안정, 사회성이 5세 미만에서 많이 발전합니다.” 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ABC/케어 프로그램’ 사례를 들었다. 주정부가 영유아기 영양·보건·교육 투자를 강화하고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 때 실시한 시험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가 각각 4.9점, 7.7점 상승했고 30세 때 평균 소득은 대조군보다 1만 9809달러 많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이 될 확률도 낮았다. 어릴수록 투자 효과 커임신 환경도 태아 삶 영향‘자동 육아휴직’ 정착 필요 김 교수는 “혹시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걱정도 저출산 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출산의 고리,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환경도 태아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임신했을 때 가족 사망 수준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청소년기에 ADHD에 걸릴 확률이 25% 늘고, 성인이 돼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 우울증 약을 먹을 확률이 각각 13%, 8%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임신부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요. 바로 직장이에요. 지금은 임신했을 때조차 출산휴가를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잖아요. 임신하면 출산휴가가 바로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바꿔야 해요. 최적의 분만 환경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어요. 최우선 순위가 안전한 임신에 대한 투자, 두 번째가 아이에 대한 투자예요.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을 핵심 키워드입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 모두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하고, 나중에 쓸 사람만 따로 연기 신청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육아휴직을 안 쓸 사람, 나중에 쓸 사람이 되레 허락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그래야 육아휴직을 확대할 수 있어요. 아빠들에게도 무조건 육아 참여를 강요할 게 아니라 육아 교육, 자조 모임 등 지원을 해 줘야 해요. 보통 엄마가 육아휴직을 먼저 쓰고 아빠가 나중에 쓰다 보니 남자들은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어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자조 모임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못 하겠다’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의 경제학홍콩서도 여성 고용 효과돌봄 영역으로 확장해야김 교수 본인도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애초 미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것도 육아 때문이었다. 홍콩으로 이사한 뒤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덕에 숨통이 트였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은 사실입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대략 100만원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도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이 해결했어요. 홍콩 백화점에 가면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한국 백화점에서 휠체어 탄 노인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역할을 육아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노인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외국인 활동보조인을 도입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238만원을 받는다. 홍콩과 달리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조약에 비준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없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두고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국인 도우미 임금 해법은입주형·사적 계약 등 활용최저임금 차등 적용 검토김 교수는 비용을 낮출 방안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적 계약을 통한 가사도우미 직접 고용 ▲입주 가능한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꼽았다. “방이 3개라면 그중 하나를 월 50만원에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내주고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238만원 중) 180만원가량을 임금으로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또 사적 계약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임금이 제조업보다 지나치게 낮으면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위험이 큰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최저임금이 똑같아야 할까요. 이것도 공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받는 임금이 내국인과 너무 차이 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이민은 노동력을 찾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이웃으로 귀결됐습니다. 일본 노인 간병센터에 고용된 외국인 여성들이 이제 일본어를 잘하는 숙련 노동자가 돼 영주권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있겠지요. 우리 국민이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한다면 나중에 차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40조원 추석자금 푼다…국군의날 공휴일 검토

    40조원 추석자금 푼다…국군의날 공휴일 검토

    소상공인·중기 명절자금 신규 공급10월 초 최장 6일까지 연휴 가능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소상공인·중소기업 명절 자금으로 40조원 이상을 신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을 위해 배추·무·사과·배 등 20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을 공급하고, 오는 10월 1일 건국 76주년 국군의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대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제20차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추석 민생 안정 대책과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쌀값 및 한우 가격 안정 대책을 내놨다. 정부 당국자는 추석 신규 자금에 대해 대출·보증 형태로 공급된다며 “(대출의 경우) 시중은행 대출이 30조원 이상이고, 한국은행과 국책은행도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 협의를 통해 총규모가 40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던 지난해 추석 자금 공급 규모(42조 7300억원)를 넘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우선 추석 민생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해 하반기 전통시장 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전년 대비 5% 이상)에 대한 소득공제 한시 상향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오는 9월 15~18일 추석 연휴 기간에 지역관광 활성화와 귀성·귀경길 지원을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KTX·SRT 역귀성 할인(30~40%), 궁·능·유적지 무료 개방 등도 제공한다. 응급실·약국 비상 운영체계 유지와 화재·안전 예방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정부는 명절에 소외되기 쉬운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하도급 대금 적기 지급과 임금 체불 방지를 집중 점검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금 체불 사업자를 엄벌하고 체불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윤 대통령은 불법 파업 등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하지만 노동 약자는 항상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또 위메프·티몬 사태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조 6000억원의 유동성 공급 규모 확대에 이어 대출금리 인하 등 추가 지원을 건의했다. 정부는 이를 수용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지원한 자금의 대출금리를 2.5%까지 내리고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의 보증료율을 한도와 무관하게 0.5%로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금리는 3.5%,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금리는 3.4%다. 명절을 앞두고 급락한 쌀값 안정과 한우 수급 안정 방안도 나왔다. 당정은 우선 쌀 시장 안정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지난해 민간 재고 5만t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은 다음달 중순 이전에 발표한다. 앞서 당정은 지난 6월 민간 재고 15만t 해소 대책을 내놨다. 한우 수급 안정 대책으로는 정부가 농협·자조금 등을 활용해 연중 최대 50%까지 한우 할인 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추석 명절을 계기로 10만원 이하 실속형 한우 선물 세트도 확대한다. 한우 농가를 위해 급식·가공업체 대상 한우 원료육 납품 지원, 농업경영회생자금 지원, 사료 가격 인하 및 사료구매자금 상환 기간 1년 연장 등을 추진한다. 중장기 한우산업 발전대책은 다음달 발표된다. 여당은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 군 장병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국군의날(10월 1일) 임시 공휴일 지정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국군의날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 10월 첫째 주(9월 30일~10월 4일)에 ‘빨간날’ 개천절(10월 3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가 된다. 이틀 휴가를 내는 직장인은 6일 연속 쉴 수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당정 협의회에서 “(국회) 회기마다 무쟁점 민생 법안을 원칙적으로 정쟁에서 분리해 처리하는 민생 입법 신속 통과 제도와 같은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 당정, 소상공인·중기 추석자금 40조 공급…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검토

    당정, 소상공인·중기 추석자금 40조 공급…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검토

    당정대 추석 민생 대책 등 발표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쌀 재고 5만t 추가 매입해 안정화10만원 미만 한우 선물 세트 확대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상공인·중소기업 명절 자금으로 40조원 이상을 신규 공급하기로 했다. 또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을 위해 배추·무·사과·배 등 20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을 공급한다. 잇단 전기차 화재로 제작사의 배터리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오는 10월 1일 건국 76주년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당정대는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제20차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추석 민생안정 대책,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쌀값 및 한우 가격 안정 대책 등을 논의하고 이러한 대책을 내놨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명절 자금을 40조원이나 지원한 데 대해 “우선 민생이 어렵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추석 기간에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우선 국민의힘은 추석 민생경기 활력 제고를 위해 하반기 전통시장 지출과 신용카드 등 사용액 증가분(전년 대비 5% 이상)에 대한 소득공제 한시 상향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또 9월 15~18일 추석 연휴 기간에 지역관광 활성화와 귀성·귀경길 지원을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와 KTX·SRT 역귀성 할인(30~40%)을 제공한다. 또 하도급 대금 적기 지급과 임금 체불 방지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응급실·약국 비상 운영체계 유지와 화재·안전 예방에도 나서기로 했다. 여당은 또 위메프·티몬 사태로 인한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조 6000억원의 유동성 공급 규모 확대에 이어 대출금리 인하 등 추가 지원을 건의했다. 정부는 이를 수용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지원한 자금의 대출금리를 2.5%까지 인하하고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의 보증료율을 한도와 무관하게 0.5%로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금리는 3.5%,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금리는 3.4%다. 명절을 앞두고 급락한 쌀값 안정과 한우 수급 안정 방안도 나왔다. 당정은 우선 쌀 시장 안정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지난해 민간 재고 5만t을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수확기 쌀값 안정대책은 다음달 중순 이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한우 농가를 위해 10만원 이하 실속형 한우 선물세트 확대, 급식·가공업체 대상 한우 원료육 납품 지원, 농업경영회생자금 지원, 사료가격 인하 및 사료구매자금 상환기 1년 연장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장기 한우산업 발전대책은 다음달 발표된다. 여당은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 군 장병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국군의날(10월 1일) 임시 공휴일 지정을 요청했다. 국군의날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 10월 첫째 주(9월 30일~10월 4일)에 ‘빨간 날’인 개천절(10월 3일)에 더해 이틀 휴가를 내는 직장인은 6일을 연속 쉴 수 있다. 당정대는 최근 전국에서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종합 대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전기차 관련 국민 알권리 보장을 위해 현재 자동차 제작사에서 자발적으로 시행 중인 배터리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배터리 인증제도는 당초 내년 2월 시행 예정에서 시범사업을 계기로 오는 10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매년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무상점검을 실시하고 스마트 충전기는 내년 9만기까지 확대한다. 또 정부는 신축 건물의 모든 지하주차장에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전국 모든 소방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와 관련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구축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 등 정부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당은 일반 공무원 순직·추서 예우 강화 등을 건의했고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당정 협의회에서 “매 (국회) 회기마다 무쟁점 민생 법안을 원칙적으로 정쟁에서 분리해 처리하는 민생 입법 신속 통과 제도와 같은 ‘민생 패스트트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 ‘불 나면 방법 없다’ 화재 시 위험 큰 노후 건물 비상

    ‘불 나면 방법 없다’ 화재 시 위험 큰 노후 건물 비상

    숙박업소 화재 5년간 1843건소방시설 미비, 대피 취약 등 위험 커완강기, 에어매트 ‘무용지물’ 되지 않아야주택도 소방시설 보급률 35% 7명이 사망한 ‘부천 호텔 화재’를 계기로 화재 시 인명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방시설을 노후 건축물 등에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숙박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묵는 다중이용시설이라 대피 취약성도 큰 만큼 소방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완강기 사용법 안내 등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번 화재를 계기로 숙박업소뿐 아니라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 낡은 건물의 화재 대비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25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843건에 달했다. 매일 한 건 이상의 불이 난다는 얘기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총 387명이고, 사망자는 32명으로 집계됐다. 숙박시설은 집과 달리 건물 구조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초기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 더욱이 불이 난 호텔은 2004년에 준공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도 없어 화를 키웠다. 초기 진압에 실패한 상황에서 매트리스에 튄 불똥으로 생긴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져 피해가 컸다. 이에 화재 초기 대응을 위해선 원칙적으로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실성을 고려해 소방시설 설치 유무에 따라 건물 안전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법으로 자발적 설치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우석대 산업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숙박시설은 통로에 물건이 적재된 경우가 잦고 소규모 숙박시설은 대피로 확보도 어렵다”며 “숙박시설 종사자는 소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고 자체적인 대피 매뉴얼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번 화재처럼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는 마지막 보루인 에어매트나 완강기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대응 매뉴얼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2005년 강화된 소방법에 따라 해당 연도 이후부터 승인된 모든 건축물은 3~10층까지 완강기를 설치해야 한다. 완강기는 고층에서 불이 났을 때 몸에 밧줄을 매고 천천히 내려올 수 있도록 만든 비상용 기구로, 이를 이용하면 화재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사용법을 알지 못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에어매트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화재 당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2명이 사망하자 소방청은 전국에 사용 기한이 지난 에어매트가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해 전수조사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역 일부 소방서에서 에어매트 사용 및 대응 매뉴얼을 갖고 있지만, 소방청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응 매뉴얼이 없어 이번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래된 건물의 소방시설 미비는 숙박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2년 화재 예방에 관한 법률이 개정으로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주택은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보급률은 35.4%에 불과하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았을 때 별다른 제재 조항은 없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개별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드물다”며 “경보기의 경우 주방에 꼭 1개 정도는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법원, 순천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선정 중단 ‘가처분 기각’

    법원, 순천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 선정 중단 ‘가처분 기각’

    전남 순천 주민들이 폐기물 처리시설(공공 자원화시설) 입지 선정 절차를 중단해달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이 기각됐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 7월 범시민연대가 ‘연향동 814-25번지 일원에 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에 대해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집행정지는 행정정지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경우 법원이 해당 처분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행정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경우 등 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연향들’이 입지로 선정되자 인근 주민들은 일부 평가방식이 위법해 무효라며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전남도 감사에서도 일부 위법을 확인하고, 법적 판단을 요구해 논란이 커졌다. 가처분 기각에 따라 입지 선정 위법성은 본안 소송에서 법원 판단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발생지 처리원칙 및 폐자원 에너지화 정책에 따라 쓰레기 대란에 대비해 공공자원화시설 건립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미국을 하나로 묶는 대통령” 해리스, 美 대선 후보 수락

    “미국을 하나로 묶는 대통령” 해리스, 美 대선 후보 수락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나흘째 행사에서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 정당과 인종, 성별, 언어와 관계없이 열심히 일하고 꿈을 쫒고 서로를 보살피는 미국인을 대표해,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서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을 대표해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나를 이 길로 이끈 최근 몇 년의 과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만, 나는 이런 예상 밖의 일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오늘 밤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나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 나라를 당과 나보다 위에 둔다는 것을 믿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치와 자유, 평화로운 권력 이양 등 신성한 미국의 기본 원칙을 지킬 것”이라면서 “우리의 가장 높은 열망을 중심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 대통령이 되겠다. 경청하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이고 상식이 있는 대통령, 항상 미국인들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가 “미국을 위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집권 2기 청사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2025’에 대해 “미국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국,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드레일이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상해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난동’에 대해 재임 시절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주장한 것을 거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을 석방하고 언론인과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사람들로 간주하는 모든 사람을 투옥하려는 명백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낸 세월은 ‘혼란과 재앙’이었다”고 규정한 뒤 “그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의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 [세종로의 아침] 상속세와 오너리스크

    [세종로의 아침] 상속세와 오너리스크

    상속세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재계는 스웨덴의 명문가(家) ‘발렌베리 가문’을 모범사례로 제시한다. 이 가문이 소유·경영하는 기업들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을 합한 것보다 크다. 가문은 금융·건설·항공·기계·통신·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100여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통신설비 제조사 ‘에릭슨’, 가전제품 ‘일렉트로룩스’, 방위산업체 ‘사브’, 지멘스·GE와 함께 세계 3대 엔지니어링 회사로 꼽히는 ‘ABB’,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 등이 있다. 기업들의 주식은 그룹의 지주사인 인베스터AB가 갖고 있다. 가문은 인베스터AB의 지분 24%(차등의결권 52%)를 가진 3개의 공익재단을 상속하면서 168년 동안 5대에 걸쳐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이어 왔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스웨덴이 재단을 통한 우회 승계를 인정하는 동시에 물려받은 지분을 처분하지 않으면 세금을 물리지 않는 등 대기업 상속에 놀라운 ‘특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너가 직접 나서야 장기적이고 폭넓은 관점에서의 경영이 가능하고, 이로 인한 경제 성장이 부의 대물림을 막는 것보다 국가적으로 유익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최고 70%에 달했던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이케아 같은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버리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스웨덴의 상속 특혜의 또 다른 배경에는 1938년 노동조합연맹과 사용자연합이 맺은 살트셰바덴 협약이 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기업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고용을 지키고, 노동자 대표들을 일정 수 이상 이사회에 참가시킨다. 노동자들 또한 자기 대표들을 이사회에 보냄으로써 경영에 참여하는 대신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분담한다. 그리고 스웨덴 정부는 이 협약을 준수하는 기업의 오너에게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즉 상속 특혜에는 그 이상의 반대급부가 따른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를 가훈으로 삼은 발렌베리 가문은 개인이 기업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다. 또 그룹 후계자가 되려면 자력으로 명문대학을 졸업해야 하며 해군사관학교를 나와야 한다. 부모의 도움 없이 세계 금융 중심지에 진출해 실무 경험과 금융의 흐름을 익혀야 한다. 후계자 평가는 10년 이상 진행되고, 견제와 균형을 위해 2명으로 정하는 승계 기준을 지키고 있다. 후계자로 선발된 2명은 그룹 계열사의 경영진으로 참여해 경영 수업을 받으며, 최종적으로 인베스터AB의 최고경영자(CEO)와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의 CEO를 교대로 수행한다. 물론 그룹을 물려받아도 기업 경영자로서 급여를 받을 뿐이라서 세계 부호 순위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운영 기업에서 나온 배당금은 개인이 아니라 재단으로 귀속된다. 재단은 배당수익의 20%를 재투자에 사용하고, 80%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과학기술 및 학술 사업 등에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후원을 하고 있다. 재무 상황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래서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1997년 최고 40%에서 45%, 2000년 50%로 오른 뒤 20년 넘게 변화가 없다. 또 대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하면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최대 60%를 과세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최대주주 할증을 폐지하고 최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를 두고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발렌베리 가문처럼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오너 가문이 늘어나는 동시에 ‘오너리스크’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논란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대타협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장형우 산업부 차장
  • 전남 의대 신설… “거점 필요한 동부로” vs “고령자 많은 서부로”[이슈&이슈]

    전남 의대 신설… “거점 필요한 동부로” vs “고령자 많은 서부로”[이슈&이슈]

    순천대 중심 동부권생활인구 100만여명 수요에 대처전남도 아닌 정부 주관 공모 촉구목포대 중심 서부권대부분 농어촌에 34년 유치 노력섬 몰려 있는 열악한 접근성 강조공모 절차 나선 전남용역 거쳐 10월 정부에 대학 추천공모 반대하던 순천 찬반 논란도 전남도민의 34년 숙원인 전남 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대학 공모를 놓고 전남도와 지역 간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련 주체들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든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1991년 목포대가 의대 설립을 처음 추진한 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의대 설립을 위해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전남도는 민선 8기 들어 의대 유치를 당면 과제로 삼고 의대 유치추진단을 신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는 논거 등을 들어 의대 유치를 건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14일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록 전남지사의 의대 신설 건의에 “국립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의견을 수렴해 알려 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3월 20일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전남권 의대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전남도는 대통령의 언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지역 간 갈등을 우려해 순천대와 목포대 공동 의대 신설 추진 입장을 한동안 고수했다. 하지만 두 개 대학에 공동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교육제도에 맞지 않는 데다 의대 유치를 위해 대통령 임기 내에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 등에 따라 단일 의대 신설로 방향을 선회했다. 전남도는 결국 4월 2일 낸 담화문에서 정부에 제출한 공동 의대 안을 포기하고 공모를 통해 단독 의대를 선정, 정부에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일 의대 신설이 결정되자 의대 유치를 위한 지역 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순천대를 중심으로 한 동부와 목포대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의 시군 및 정치권을 중심으로 유치 성명전과 기자회견, 집회가 잇따르면서 지역 갈등은 갈수록 커졌다. 목포대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은 농어촌이 대부분인 데다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8%에 달하는 인구 고령화 등으로 동부권에 비해 의료 환경이 열악한 상태라며 목포대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목포대가 34년간 의대 유치 활동을 벌인 점과 전국 유인도서의 41%가 몰려 있는 열악한 의료 접근성도 강조했다. 순천대를 중심으로 한 동부권은 광주 등 인근 대학병원과의 거리가 서부에 비해 훨씬 멀고 100만여명의 생활인구에 따른 의료 수요와 경남 서부권까지 아우르는 의료 거점의 필요성을 들어 순천대 의대 신설을 주장했다. 특히 여수석유화학산업단지와 광양제철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어 산업재해가 빈발한다며 산업 안전을 위한 의대 신설을 강조했다. 전남도는 2026년 의대 신설을 목표로 의대 선정 공모를 협의하기 위해 나섰지만 순천대가 이미 신뢰가 무너졌고 권한 없는 사람들의 정치 행위는 도민 동의를 받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이에 전남도는 국립의대 신설 대학 선정을 위한 공모 용역을 계속 미룰 수 없다며 강행에 나섰다. 순천시와 순천대 역시 전남도의 의대 선정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독자 움직임에 나섰다. 5월 8일 전남도의 국립의대 공모 추진을 반대하는 입장문까지 정부에 전달했다. 전남도가 지역과 대학의 의견 수렴 등 별도 협의 없이 어느 한 대학을 선정해 추천하는 법적 권한 없는 단일 의대 공모를 강행한다는 내용이다. 전남도의 국립의대 신설 대학 선정을 위한 공모는 법적 권한 논란으로 번졌다. 순천시와 순천대는 의과대학 신설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고등교육법과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등 의료 논리를 바탕으로 절차와 원칙에 따라 법적 권한이 있는 정부 주관 공모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순천대는 국립으로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정부 방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공모에 의한 추천 방식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남도가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대학을 추천하기 위한 적법한 업무 수행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에서 요청한 사항이기 때문에 전남도가 공모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이나 정부조직법상 전남도가 이행해야 할 적법한 업무 수행이라는 것이다.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의대 공모를 둘러싼 평행선이 계속됐다. 결국 전남도는 국립의대 공모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며 지난달 1일 ‘전남도 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신설 정부 추천’을 위한 용역기관을 선정하고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용역사는 먼저 도민공청회와 의대 설립 방식 선정위원회를 거쳐 이달까지 단일 의대에 1개 또는 2개의 병원을 신설하는 설립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다음달 말까지 선정 평가 기준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 20일까지 대학 제안서를 공모하고 서류와 현장 종합 평가를 거쳐 10월 말에 선정 대학을 정부에 추천할 방침이다. 하지만 순천시와 순천대는 용역사의 설립 방식 의견 수렴을 위한 인터뷰는 물론 도민공청회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교육부 등 정부에 직접 의대 설립을 신청하겠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순천대의 공모 참여를 반대했던 순천이 지역구인 김문수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공모 불참은 유치 가능성을 0%로 만드는 일이라며 공모 참여를 촉구하고 나서 순천 지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도가 의대 유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 지역 간 갈등을 극복하고 전남 의대를 신설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광주시-5개 자치구, 소각시설 입지 함께 찾는다

    광주시-5개 자치구, 소각시설 입지 함께 찾는다

    광주시는 22일 시 누리집(홈페이지)에 ‘친환경 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계획’을 공고했다. 자원회수시설은 2030년 가연성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 및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광주권 생활폐기물의 자체 처리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 처리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시설이다. 특히 광주시가 ‘선(先) 자치구 신청, 후(後) 시 사업추진 방식’으로 추진하는 자원회수시설 공모 방식은 전국 광역시 중 처음이다. 이는 지난 7월 폐기물처리 책임이 있는 5개 자치구와 광주시가 ▲선(先) 자치구 신청, 후(後) 시 사업추진을 통한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 ▲자치구별 적정후보지 1개소 이상 제출 노력 ▲최종입지 자치구에 편익시설 설치비 600억 이상과 특별지원금 500억원 지원 등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5개 자치구는 9월 2일부터 30일까지 개인·법인·단체 등에서 자원회수시설 입지후보지 신청을 받는다. 자치구는 신청부지에 대한 현지 여건 및 관련 법규 적합여부 등을 검토하고, 필요시 해당기관과 사전협의 등을 거쳐 입지후보지 검토의견서를 작성해 10월 25일까지 광주시에 제출한다. 광주시는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자치구에서 제출한 입지후보지를 대상으로 전문기관의 타당성조사 결과를 고려해 최적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는 입지 선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공모 과정에서 구체화가 필요한 사항을 보완했으며, 신청인과 자치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공모안내서 등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자원회수시설 규모는 하루 650t 처리용량으로 변동이 없는 반면, 신청면적은 시설 확장성과 편익시설을 고려하고, 용도지역별 건폐율을 적용해 녹지지역은 7만6000㎡ 이상, 개발제한구역 및 관리지역은 5만㎡ 이상 등으로 세분화했다. 개발제한구역 1~2등급지 및 생태자연도 1등급지 그리고 지장물 등으로 인해 사업기간과 추가예산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지역은 제외하도록 지침에 명시했다. 응모요건은 기존 공모와 같이 부지경계 300m이내 실제 거주하는 주민등록상 세대주 50%이상 동의와 신청부지에 대한 자체검토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또, 신청인과 토지소유자가 다른 경우 신청면적과 토지소유자 수 60% 이상 매각동의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광주시와 자치구는 행정부시장 주재 간담회, 실무자회의를 거쳐 공모 등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5개 자치구는 자원회수시설 설치 필요성 등 입지공모를 위한 권역별·행정동별 설명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입지선정계획 결정·공고는 광주시 누리집(홈페이지)-시정소식-고시‧공고/입법예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지공고 관련 문의사항은 8월28일까지 이메일(8bangminam@korea.kr)로 접수받아 8월 30일 홈페이지에 일괄 회신할 계획이다.
  • “여성 10명 살해하겠다”협박글 40대 실형 면해

    “여성 10명 살해하겠다”협박글 40대 실형 면해

    인천 번화가에서 여성만 노려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을 인터넷에 올린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면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 이정민)는 22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협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1)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으면 1심 형량을 존중하는 게 원칙”이라며 “1심 판결 후 피고인의 양형을 바꿀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는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볼 수 없다”며 “검사 항소를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8월 5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늘 밤 10시에 인천 부평 로데오 거리에서 여성만 10명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글을 올려 경찰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는 전국에서 이상 동기(묻지마) 범죄가 잇따른 시기였고, 그의 게시글로 인해 경찰관 86명이 부평 로데오 거리에 투입됐다. 이후 A씨는 인터넬 경로를 추적한 경찰에 3시간 만에 체포됐다. 그는 법정에서 “살인 예고 글을 올리면 어떤 반응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범행했다”며 “실제로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 위기임산부 돕는다… 서울시 ‘통합지원센터’ 개관

    위기임산부 돕는다… 서울시 ‘통합지원센터’ 개관

    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센터’가 21일 개관했다. 통합지원센터는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전국 최초로 비밀상담을 원칙으로 하는 통합지원사업단을 확대한 결과다. 서대문구 연대동문길에 자리잡고 긴급 현장 상담과 시설·기관 연계, 출산·양육 및 법률 지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가 냉장고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수원 영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출생 미등록 아동 보호 문제가 대두되자 시는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사업단을 꾸린 바 있다. 지난달까지 206명의 위기임산부에게 상담, 시설보호 등 2729건의 도움을 지원했다. 센터 출범과 함께 전담 인력을 기존 4명에서 10명으로 늘렸다. 임신으로 고민·갈등하는 위기임산부라면 누구나 전화(1551-1099)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24시간 전용 비밀상담을 받을 수 있다.
  • 기후재앙, 문화유산을 할퀴다

    기후재앙, 문화유산을 할퀴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양도성으로 가는 길목에는 ‘집중호우에 의한 성벽 붕괴로 백악산 탐방로 임시 폐쇄’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국가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인 한양도성의 성벽 일부가 지난달 9일 장맛비에 무너져서다. 성곽 내외부의 물리적 힘에 의해 성벽의 윗돌이 아랫돌 앞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배부름 현상’이 나타났던 성벽에 많은 비가 쏟아지자 지반이 연약해져 아예 붕괴된 것이다. 당시 서울에는 6월 29일부터 열흘 넘는 기간 동안 197㎜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620년을 버텨 온 성벽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빗물 폭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양도성 관리자는 “설계, 업체 선정 등의 절차를 거치면 복구까지 3~4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지성 집중호우, 이례적으로 긴 장마,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 등 이상기후가 유독 두드러졌던 올여름에는 사람이나 가축뿐 아니라 문화유산도 버티기 힘들었다. 2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 달간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국가유산 관련 피해는 모두 49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해 올해 풍수해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는 지난 12일 기준 74건이다.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인한 부식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날씨가 잦았던 올해의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기간 많은 양이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문화유산을 마구 할퀴고 지나갔다. 충남 태안에 있는 국가 지정 문화유산인 안흥진성 성벽 일부는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8일 붕괴됐다. 6월 29일부터 성벽이 훼손된 날까지 이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255㎜에 달했다. 같은 달 10일 충남 부여의 나성, 능안골 고분군의 탐방로와 봉분 2기도 장맛비에 유실됐다. 나성은 백제가 문화전성기 수도인 사비(부여)를 보호하기 위해 쌓았던 성이고 능안골 고분군은 백제 귀족층의 집단묘 성격을 띤 국가 지정 문화유산이다. 1500년 가까이 끄떡없었던 두 문화유산은 457㎜(6월 29~7월 10일 누적 강수량)라는 기록적인 폭우에 무너졌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마다 기온이 오르면서 흰개미 등 유해 생물의 번식이 늘어 목조 건물이 피해를 입거나 부식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인해 해안가에 있는 문화유산의 침식이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2016~2019년 국가 지정 목조건축 문화유산이 흰개미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전체 362건 중 89.5%인 324건에 달한다. 고남철 한국흰개미대책협회장은 “기후변화로 평균기온과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흰개미 산란량이 증가하고 개체수가 많아졌다”며 “활동 기간과 목재 섭식량이 늘어나 앞으로 문화유산 피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이 기후변화로 훼손되는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여름 심각했던 피해를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광철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피해가 우려되는 문화유산에는 우선 보호 가림막 등을 씌우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문화유산 주변 지반의 지질 변화 양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 내는 등 기술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유산은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만큼 야외에 있는 문화유산을 실내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다. 이창환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는 “목조 문화유산은 보존이나 복구 작업 등에 필요한 목재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재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7월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워 2028년까지 피해 회복과 적응 관리에 필요한 기술 개발 사업에 23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기후변화 정도에 따라 문화유산이 어떤 취약성을 갖는지 정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장기적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피해 예방을 위해 현재 진행되는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유산 돌봄사업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문화유산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보수가 시급하다고 보고해도 예산 등을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적잖다”고 꼬집었다. 김사덕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객원교수는 “각 지역의 문화유산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화유산 돌봄사업단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당장의 문화유산 훼손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북전단-오물풍선’ 악순환, 신고제 도입 의견…“갈등 부추길 수도”

    ‘대북전단-오물풍선’ 악순환, 신고제 도입 의견…“갈등 부추길 수도”

    대북전단, 쓰레기풍선 등 최근 남북 접경지역 긴장이 고조되자 신고제나 허가제를 도입해 전단 살포를 제재하는 방향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통화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특수한 남북 상황을 고려하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신고제 등으로) 일부 규제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법)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일부 탈북민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했고, 북한은 맞대응하겠다며 대남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 정부는 헌재 결정 이후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거나 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허가제나 신고제가 도입되는 경우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용인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 북한과의 갈등을 유발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용인하면 북한의 반발은 더 심해질 것이고 양측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보장과 대북 정보 유입 등을 중시하는 단체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북한의 무력 도발에 따른 접경지역 일대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반박도 나온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남북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군사분계선 일대 및 접경지역에서 전단 살포 등 남북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고, 남북연락망 개설 및 유지 방향 등을 담았다. 이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대북 전단 살포에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로 대응하며 접경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인근 지역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배경을 밝혔다.
  • ‘처서’ 지나도 계속되는 폭염…동물도 힘듭니다[취중생]

    ‘처서’ 지나도 계속되는 폭염…동물도 힘듭니다[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아빠, 왜 저렇게 사자가 입을 벌리고 있어?” “사자도 더워서 그런가보다, 얼른 가자.”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에 있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사자 우리. 아이가 보던 사자는 우리에 설치된 큰 바위 아래 그늘에 몸을 뉜 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100m가량 떨어진 물개 우리에서도 더위에 지친 바다사자들이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 관람객은 “너무 더워서 죽은 것 아니냐”며 걱정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동물원이 있는 과천시는 폭염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길어지는 폭염에 동물들도 신음 올여름 재난과 같은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매일 같이 폭염 특보가 내려지고, 한 달 넘게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습식 사우나 같은 더위에 동물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월 1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폭염으로 누적 99만 7000여마리 가축이 폐사했습니다. 가축과는 상황이 좀 다르지만,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 동물원의 동물 보호 및 관리 기준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제대로 된 동물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곳도 적잖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동물원은 126곳입니다. 이 중 26곳은 공공이고, 나머지는 모두 민간이 운영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동물원 운영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기존 동물원은 2028년 12월까지 5년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해 허가요건을 갖추도록 했습니다. 지금 동물원의 시설이나 동물 보호 기준 등은 사실상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작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동물원 등은 요즘 같은 더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부는 사육과 안전관리라는 틀에서 표준매뉴얼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매뉴얼’에 담겨 있는 폭염과 관련한 가장 구체적인 내용은 ‘비·고온·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와 적절한 그늘이 제공되어야 한다’, ‘사자 등은 직사광선 등을 피할 그늘이 있어야 한다’ 정도입니다. 지금과 같은 날씨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도 동물원 재량에 맡겨져 있는 셈입니다. ‘동물원 안전관리 표준매뉴얼’에는 ‘풍수해’, ‘황사’ 등 재난 대비 위기상황별 대응 체계를 정리해뒀지만 재난 유형에 폭염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리·사육 매뉴얼을 통해 기상 상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기본 관리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며 “안전관리 표준매뉴얼은 동물 탈출 및 안전사고 발생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물 복지’ 관점의 폭염 대비 필요” 환경부의 매뉴얼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입니다.개별 동물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동물 특성에 적합한 서식 환경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이유기도 합니다. 환경부도 ‘전문 검사관제’를 도입해 동물원 허가부터 지도점검과 자문 역할을 하게끔 전문가들을 위촉했습니다. 다만 검사관의 활동은 지방자치단체의 요청 및 허가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정기적인 감독을 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와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궁극적으로 동물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동물원 동물들은 날씨에 따라 서식지를 옮기거나 생활 습성 등을 쉽게 바꿀 수 없어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하다”며 “동물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생활 및 안전관리 지침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종에 따라 적절한 온·습도나 서식환경이 다르다”면서 “전문 검사관제를 활용해 매뉴얼을 지키지 못하는 동물원에 행정적인 제재를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설 개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올해와 같은 폭염과 이상기후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물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꼼꼼한 사전 관리, 사후 감독으로 동물들의 안전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 620년 된 성벽, 1500년 된 고분…퍼붓는 장맛비에 속수무책

    620년 된 성벽, 1500년 된 고분…퍼붓는 장맛비에 속수무책

    문화유산 ‘이상기후’ 대응책 시급“문화유산 보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때”한양도성 성벽 일부 붕괴 “복구는 3~4년”태안 안흥진성 훼손·부여 고분군 유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양도성으로 가는 길목에는 ‘집중 호우에 의한 성벽 붕괴로 백악산 탐방로 임시 폐쇄’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국가 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인 한양도성의 성벽 일부가 지난달 9일 장맛비에 무너져서다. 성곽 내외부의 물리적 힘에 의해 성벽의 윗돌이 아랫돌 앞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배부름 현상’이 나타났던 성벽에 많은 비가 쏟아지자 지반이 연약해져 아예 붕괴됐다. 당시 서울은 6월 29일부터 열흘 넘는 기간동안 197㎜의 비가 내렸다. 620년을 버텨 온 성벽도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빗물 폭탄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양도성 관리자는 “설계, 업체 선정 등 절차를 거치면 복구까지 3~4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지성 집중호우, 이례적으로 긴 장마, 습식사우나 같은 더위 등 이상기후가 유독 두드러졌던 올여름은 사람이나 가축뿐 아니라 문화유산도 버티기 힘들었다. 2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6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 달간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국가유산 관련 피해는 모두 49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해 올해 풍수해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는 지난 12일 기준 74건이다. 고온다습한 기온으로 인한 부식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날씨가 잦았던 올해의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단기간 많은 양이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문화유산을 마구 할퀴고 지나갔다. 충남 태안에 있는 국가지정 문화유산인 안흥진성 성벽 일부는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8일 붕괴됐다. 6월 29일부터 성벽이 붕괴된 날까지 이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255㎜에 달했다. 같은 달 10일 충남 부여의 나성, 능안골 고분군의 탐방로와 봉분 2기도 장맛비에 유실됐다. 나성은 백제가 문화전성기 수도인 사비(부여)를 보호하기 위해 쌓은 성이고, 능안골 고분군은 백제 귀족층의 집단묘 성격을 띤 국가지정 문화유산이다. 1500년 가까이 끄떡없었던 두 문화유산은 457㎜(6월 29~7월 10일 누적 강수량)라는 기록적인 폭우에 무너졌다. 기후재앙은 폭염과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한 부식, 국지성 집중호우에 따른 유실 등 직접적인 피해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마다 기온이 오르면서 흰개미 등 유해 생물의 번식이 늘어 목조건물이 피해를 입거나 부식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해수면 상승 등으로 해안가에 있는 문화유산의 침식이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2016~2019년 국가지정 목조건축 문화유산의 흰개미 피해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흰개미로 피해를 입은 문화유산은 전체 362건 중 89.5%인 324건에 달한다. 고남철 한국흰개미대책협회장은 “기후변화로 평균기온과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흰개미 산란량이 증가하고 개체수가 많아졌다”라며 “활동기간과 목재 섭식량이 늘어나 앞으로 문화유산 피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문화유산이 기후변화로 훼손되는 경우가 앞으로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여름 심각했던 피해를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유산은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만큼 야외에 있는 문화유산을 실내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다. 위광철 한서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피해가 우려되는 문화유산에는 우선 보호 가림막 등을 씌우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문화유산 주변 지반의 지질 변화 양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는 등 기술개발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상지대 환경조경학과 명예교수는 “목조 문화유산은 보존이나 복구작업 등에 필요한 목재를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재료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7월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5개년 종합계획’을 세워 2028년까지 피해회복과 적응관리에 필요한 기술개발 사업에 23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기후변화 정도에 따라 문화유산이 어떤 취약성을 갖는지 정량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수준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2026년까지 우선적인 관리가 필요한 취약 문화유산부터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피해 예방을 위해 현재 진행되는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유산돌봄사업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문화유산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보수가 시급하다고 보고해도 예산 등을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거면 왜 점검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사덕 명지대 문화재보존관리학과 객원교수는 “각 지역의 문화유산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화유산돌봄사업단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당장 문화유산 훼손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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